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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요신문 2013년 12월 15일 제1126호

“축하합니다. 기네스 기록에 성공하셨습니다.”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억 대의 예산을 쏟아 붓는 자치단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 년 내내 이어지는 지방 축제마다 기네스 등재를 목표로 하 고 있다는 홍보가 필수품처럼 돼가고 있다. 대행사가 요구 하는 돈만 입금하면 모든 과정을 알아서 진행해주는 데다 ‘기네스 기록’이라는 생색까지 낼 수 있어 수요가 넘쳐나는 지경이다. 이런 열풍에 힘입어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기네스 세계기록은 물론이고 국내 기록 등재에도 목을 매달고 있는 실정인데 문제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생겨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세계최대’ 열풍 불자 사기꾼까지 ‘기웃’

기네스 기록이 뭐기에…

지자체들 예산 낭비 실태 기네스의 이름 맥주회사인 을 딴 엔터테인먼트 회사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서 발행 하고 있는 ‘기네스북’은 모든 사 물과 현상에 있어 세계최고기록 만을 모은 책이다. 단순히 흥밋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지만 세계최고라는 타이틀 이 주어지는 만큼 ‘기록 만들기’ 경쟁도 치열하다. 기록에 등재되 기만 하면 세계적인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돈방석에 앉는 사람도 적 지 않다.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너나 할 것 없 이 기네스 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지역에 ‘세상 가장 큰’ ‘단 하나뿐인’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몰 이와 이름 알리기에 충분한 효 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기네스 도전에 대한 성공을 동기부여삼아 사람들의 참여도 쉽게 이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기네스북 등재 행사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성공유무를 떠나 이미 기네스북 도전 자체만으로도 훌

륭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으 며 무엇보다 ‘손이 덜 가는’ 사업 인 것. 전국에서 경쟁적으로 치 러지고 있는 각종 아가씨 선발 대회나 퍼포먼스 행사, 스포츠 대회 등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 경 써야 할 부분이 많지만 기네 스북 도전은 그렇지 않다. 예산 책정만 되면 대행 터 사가 기획에서부터 아이디어 제공, 홍 사 보, 등재까지 일사 천리로 해결해주 는 덕분이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 는 법. 먼저 예산 낭비라는 지적 이 잇따르고 있 다. 일단 기네스 북에 오르기까 지 엄청난 예산 이 소요된다. 가가 가능한지 여부 기네스북 등재가 를 알아보는 것부터 돈이 드는 데 전화로 즉시 확답을 받기 위 해서는 약 80만 원의 비용이 든 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로 확인하는 방법도 있으나 언 제 답변을 받지 몰라 행사 일정

소 40마리 잡은 북, 5만kg짜리 큰 줄도… 기상천외 별별 기네스 기록 세우기 열풍이 불면서 기네스 월드 레코드를 벤치마킹한 여러 기네 스가 생겨났다. 국내를 기준으로 기네 스 인정을 해주는 한국기록원을 필두 로 각 지자체에서도 ‘부산 기네스’ ‘송 파 기네스’ ‘고양 별별 기네스 올림픽’ 등의 행사를 통해 기록 세우기에 열 중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온갖 황당 한 기네스 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기네스 기록의 단골손님인 ‘초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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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만족시키기 위해 집채만 한 북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무게만 5만㎏이 넘는 큰 줄까지 등장했다. 충북 영동 의 초대형 북 ‘천고’는 소나무 원목 15t 트럭 4대, 소 40여 마리 분의 가죽을 투입해 만들어진 북으로 세계 최대의 크기를 자랑한다. 경남 무형문화재 제 20호인 의령 큰 줄도 길이 251m, 직경 2.2m, 무게 5만 4500㎏에 달해 앞서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일본을 가볍게 제치고 일인자가 됐다. 음식에도 대형화 바람이 불긴 마찬

괴산 가마솥 등재 가능성 확인 없이 5억 들여 제작…“호주에 더 큰 질그릇 있다” 허탈

에 쫓기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비용을 지불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충북 괴산군 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형 가마솥을 설치했다 황당 한 일을 겪기도 했다. 매년 열리

가지다. 지난 9월 대구 수성구에서 만 들어진 1030m에 달하는 대형 김밥은 국내에서 가장 긴 김밥으로 한국기록 원에 등재됐으며 전북 김제시에서 쌀 홍보를 위해 절편으로 만든 345.825 ㎡의 떡 모자이크도 국내 기록을 갖 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강원 강릉시의 정동 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 운 기차역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으 며 국내 기록으로는 막걸리 500㏄ 스 푼으로 떠먹고 매운 고추 5개 빨리 먹 기, 10인11각 오리발 신고 30m 빨리 걷기, 얼굴에 빨래집게 많이 집기, 가 장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동시에 맥 주 건배하기 등 황당한 분야들도 수 [박] 두룩하다.

한 채 결국 실패하고 말았 다. 등재 여부 확인 뒤 양구 해시계 에도 모든 과정은 돈 등재 대행비로 업체측에 으로 이뤄진다. 영 1억 지출, 실제 든 비용은 국 본사 심판관 초청 료만도 약 800여 만 겨우 1천만원…법정 비화 원에 달하며 비즈니스 좌석 이상의 왕복 항공 료와 5성급 호텔 숙박비까 지 제공해야 한다. 만약 모든 요 는 고추축제 홍보를 위해 무려 건을 갖춰 심판관으로부터 합격 5억 6000만 원의 비용을 지불 판정을 받아도 기록을 등재하고 하면서까지 둘레 17.85m, 지름 기네스 로고를 사용하는 데 수 5.68m, 높이 2.2m, 무게 43.5t 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 규모의 대형 가마솥을 만들었지 다. 만 이미 호주에 이보다 더 큰 질 기네스북에 오른 울산 울주군 그릇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의 초대형 옹기도 기네스북 등재 기네스북 등재를 포기한 것. 사 를 위해 수천만 원의 비용을 사 전조사도 없이 무턱대고 만든 용했다. 높이 2.2m, 둘레 5.2m, 가마솥 또한 워낙 크기가 커 지 무게 172㎏의 옹기를 만들기 위 금껏 단 한 번도 밥이나 죽을 지 해 다섯 번이나 실패를 거듭한 을 수 없어 옥수수와 감자만 6 탓에 제작비만 2000만 원이 소 차례 쪄내고 사실상 방치되고 요됐으며 국내 대행사에게 사기 있다. 를 당하는 바람에 직접 기네스 심지어 기록 등재가 가능한지 등재를 하는 과정에서 이중으로 정확히 알아보지도 않고 무리하 예산을 지출하는 어이없는 일도 게 사업을 진행하다 돈만 낭비 발생했다. 하고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하 기네스북의 인기를 등에 업고 는 일도 있었다. 경북 예천군은 생겨난 대행사들의 횡포도 문제 천연기념물 제294호인 ‘석송령’ 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 유명 업 을 세계 최초로 재산을 보유한 체가 도맡다시피 전국 지자체의 식물로 기네스북에 등재시키려 기네스북 등재 업무를 대행하고 다 3000여만 원의 예산만 지출 있다. 본래 본사와 협약을 맺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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