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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TERT A IN MENT

정치인을 벗고 기로에 서다 유정아는 인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돈이 나 명예, 다음 커리어가 아니라 마음이 원 우아함 , 클래식함의 대명사였던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유정아가 배우

하는 바대로 움직였다. 아나운서로서 절

해 다시 공연되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무대에 서게 된 것 . 제

전에 맛본 그녀였고, 제대로 된 정부에서

도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서는 의외로 ‘허당’ 의 매력도 보

않고 나선 것도 그래서였다. 다만 이 마음

로 변신했다 . 지난해 초연되며 큰 화제를 모았고 , 올겨울 배우를 교체

정의 인기를 누렸으나 그 무상함은 오래

작발표회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을 때는 진행자 포스를 숨길 수 없어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앞뒤 가리지

여주는 그녀가 무대에 선 모습이 궁금해졌다 .

은 아쉽게도 응답받지 못했다. 불러주는 데가 없어 어떡할까, 하고 고민하다 프리 랜서 선언 무렵을 떠올렸다.

리에서 소감을 얘기하다가 기회가 되면

였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통합

“일이 없었어요. 재임용에서도 떨어졌

‘남과 여, 그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에 대

같이해보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당 문재인 후보 ‘시민캠프’의 대변인으로

고, 방송에서도 불러주지 않았죠. 프리랜

한 보고서’라는 부제를 단 ‘그와 그녀의

데 진짜로 연락이 올 줄은 몰랐어요. 연

활동한 것이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서로 일이 없을 때도 후배들이 절 안타까

목요일’은 사랑 이야기, 그것도 중년의 사

락이 와서 냉큼 하기로 했죠. 배우는 마

해도 결코 후회가 없을 만큼 열심히 뛰

워하면서 그랬어요. 자신을 알려야 한다

랑에 관한 이야기다. 역사학자 ‘정민’과 은

음으로 즐겁게 연습에 임하고 있고요. 캐

었지만 결과는 말 그대로 ‘피눈물 나는’

고요. 정말 그래야 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퇴한 종군기자 ‘연옥’이 목요일이면 사랑

릭터를 녹여내는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것이었다. 패배가 확정되던 순간, 개표 상

레프 도진이라는 러시아 연출가의 공연

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젊은 시절 만나

느끼고 있지만 연극에 누가 되지 않게 기

황실에서 그녀는 눈물과 코피를 흘렸다

을 보게 됐어요. 그는 오로지 자신이 좋

뜨겁게 사랑하고 아이도 낳고 이별도 했

본은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고 한다.

아하는 일을 한다더군요. 세계 어느 곳에

지만 다시 만난 그들의 관계는 애인도 친

있습니다.”

연극배우 유정아로 출사표

대선이 끝나고 한동안은 마음을 추스르

서도 먼저 공연하자고 한 적이 없는데 곳

구도 부부도 아닌 무엇이다. 유정아(45)는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여

며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집에서

곳에서 초청이 이어져요. 다른 사람이 좋

‘연옥’ 역할로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적 인

전히 베테랑 방송인의 ‘포스’가 배어나온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녀

아하는 일을 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지못

물을 연기하게 된다.

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1989년 입사

왔다.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이제

하면 타인으로 인해 상처를 받지만, 내가

누군가는 의외의 선택이라고 말할 것이

해 1997년 퇴사하기 전까지 KBS 9시 뉴

대학생이 된 큰아들은 그녀의 든든한 지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때는 단 한 명이라도

다. 하지만 유정아는 배우로 선 제작발표

스를 진행하던 간판급 아나운서가 아닌

원군이다. 당시 고3이었던 아들을 제쳐두

좋아해준다고요. 한 우물만 파는 건 제게

회장에서나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위해

가. 당시로서는 이례적이었던 프리랜서 선

고 대변인으로 나섰던 것도 아들이 엄마

어울리지 않았기에 지금껏 마음이 가는

포즈를 취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그 자

언 후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토론 프로그

의 활동을 지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로 살 수 있었어요.”

리를 즐겼다. 차분한 표정에도 감출 수 없

램 진행자로 방송은 물론 저술 활동도 활

“입시와 대선이 겹치잖아요. 그래서 의

배우 데뷔는 이미 2010년, ‘죽음에 이르

는 설렘이 비치는 신인(?) 배우 유정아는

발히 해왔다. 「당신의 말이 당신을 말한

논을 했는데 아들도 저와 정치적 견해가

는 병’이라는 낭독 공연에서 했다. 무대에

그렇게 다른 출발선에 서 있었다.

다」 등 그가 쓴 ‘말’ 시리즈는 제법 많이

같았어요. 수시 전형에 지원했다가 떨어

서는 재미를 톡톡히 느꼈지만 다음 작품

“사회를 봐야 할 것 같은데 배우로 앉아

팔렸고, 모교인 서울대의 인기 강좌 ‘말하

진 걸 부산 유세에 사회 보러 가다가 전

으로 이어지지는 않아 아쉽던 차였다. 그

있네요. 작년에 초연을 보러 갔다가 연옥

기’ 수업을 진행하며 초빙 연구위원직을

해 듣게 됐어요. 그런데 일정을 마치고 밤

녀만큼이나 문화계에서 전방위로 활약하

역할에 감정이입이 되고 좋은 작품이란

병행했다. 그런 그녀가 대중 앞에 정치인

에 들어올 때까지 저한테 방해될까봐 전

고 있는 배우 조재현과의 인연으로 ‘그와

생각에 연출가를 찾아갔어요. 뒤풀이 자

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대선 때

화를 안 하더라고요. 속이 깊어요.”

그녀의 목요일’ 초연을 본 후 여주인공 캐

www.juganphila.com

주간필라 Jan 17.2014-Jan 2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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