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해설]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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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글성경

민현식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새한글성경 국어자문위원

3.

3.2.

차 례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1. 한글 성경 번역의 두 흐름

한국에서 개신교 성경의 번역사는 로스(John Ross) 선교사가 서상륜 등과

번역한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1882)에서 시작한다. 이후 신약 단편 번역

서(쪽복음서)들이 나오고 이들의 합본으로 최초의 신약 번역서 예수셩교젼

셔(1887)가 나왔다 다시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 선교사가 조직

한 성서번역자회(1887)를 통해 신약의 새 번역이 시작되어 신약젼셔라는

이름으로 시험역(1900), 임시역(1904), 공인역(1906)이 나오고, 구약성경도 1910년 완역되어 최초의 신구약 합본서 셩경젼셔(1911)가 나오게 되었으

니 비록 나라는 식민지 상태로 전락하였으나 민족 구원과 국권 수복의 희

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1911년본(셩경젼셔, 이하 구역)에 대한 지속적 개선 요구에 따

라 셩경 개역(1938)이 나오고, 해방 후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 개정 1946)을 반영한 성경전서 개역한글판(1952, 1961, 이하 개역한글)이 나

와 한국 교회의 부흥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직 난해어가 많고 어려운 표현

이 많던 중, 1988년에 국가적으로 새로 개정된 ‘한글 맞춤법’이 공표되면서

성경 문체의 현대화가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새 맞춤법을 반영하고 좀 더

쉽게 다듬은 성경전서 개역개정판(1998, 이하 개역개정)을 출간하였고, 이는 오늘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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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및 근대 국어의 옛말체(고전체)이자 고소설의 서사체 종결 방식을 보

여 준다. 이 ‘ -라’ 종결형의 옛말체 성경은 한국 교회 믿음의 선진들이 읽고

암송하며 사랑해 온 한국어의 거룩한 문체의 금자탑으로 한국 교회의 부흥

을 가져온 문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읽히게 될 문체이다. 아직 어

려운 단어가 보이고 옛말체라 젊은 세대에게 읽히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지

만 옛말체의 매력도 상당하기에 경전의 거룩한 보수성을 생각하면 구역

의 전통을 잇는 개역개정의 가치는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말체(현대어체)의 성경 번역이 필요하여 현대어 종결형

어미 ‘-(았/는/겠)다’를 기본으로 하는 신약전서 새번역(1967, 이하 새번

역신약)이 나와 새말체 성경 번역의 역사를 열었다 그 후 천주교와의 공

동번역 성서(1977, 이하 공동)가 나오고, ‘한글 맞춤법’(1988)의 개정 공

포와 더불어 컴퓨터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성경전서 표준새번역(1993, 이하 표준새번역)이 나왔다. 다시 이의 개정본인 성경전서 표준새번역

개정판(2001)이 나오고 이것의 이름을 바꾼 성경전서 새번역(2004, 이하 새번역)이 나와 현대인 특히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공동

번역 성서 개정판(1999, 이하 공동개정)도 나오고 천주교 주교회의는 단

독으로 새말체의 성경(2005)을 내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 -다’체 성 경 번역의 흐름을 ‘신역(新譯) 성경’의 번역사로 부르도록 한다.

(1) 구역 성경의 흐름: 옛말체(고전체) 계열[구역, 개역] ‘ -라’형 종결 어미 셩경젼셔(1911)셩경 개역(1938)개역한글(1952, 1961)개역개정 (1998)

(2) 신역 성경의 흐름: 새말체(현대어체) 계열[신역] ‘ -다’형 종결 어미 새번역신약(1967)공동번역(1977)표준새번역(1993)공동개정(1999)새번역(2001)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2021), 새한글성경(2024)

이상과 같은 성경 번역의 두 흐름은 ‘대한성서공회’가 개화기 이래 영국 성서공회와 미국성서공회의 도움을 받아 민족 복음화에 기여하고 식민지와

6.25 전쟁 등 고난의 시대를 거치면서 성령의 도우심으로 꾸준히 하나님 말 씀을 한국어로 언어적 성육신화를 이루어 왔기에 가능하였다.

2.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신역 성경 번역의 필요성

오늘날 현대인의 언어 환경은 크게 변하였다. 특히 청소년의 언어 환경

이 변하였다.1)

(1) 1990년대 컴퓨터 인터넷 웹 기반 사회로 진입하고 2000년대 휴대폰 모바일 앱 기반 사회와 빅데이터 인공 지능 시대로 급변하는 4차 산업 혁

명기에 들어서 성경 및 복음 전파도 인공 지능(AI)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2) 방송 매체도 라디오 시대에서 TV와 모바일 시대로 변하고 신문 매체

도 인터넷 언론과 다매체 융합 시대로 변화하면서 미디어 혁명이 일어나

이제 성경이나 설교도 과거처럼 듣기, 읽기만의 시대를 넘어 영상으로 보

는 시대가 되었다. (3) 한자 교육의 퇴조로 국민의 한자 문맹이 급증해 개역개정과 같이 한자어 비중이 높고 복문이 발달한 ‘ -라’ 종결 옛말체 성경은 젊은 세대에 게 읽히기 어려워 새로운 새말체(현대어체) 성경 번역이 요구된다.

새한글성경은 문장 종결체에서 새말체를 채택한 새번역의 갱신을 이

어받되, 새번역이 개역개정의 어휘나 문장을 답습한 경우가 많았던 것

과 달리 새번역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새말체 성경이 되도록 하였다.

1) 니폴드(M. A. Nippold)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언어 발달은 구문·의미·화용적 측면에 서 다음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Nippold, 2010).

○ 구문론적 발달: 문장의 길이와 복잡도 증가(종속절, 주어 후치 수식, 수동태, 접속 어의 사용 증가)

○ 의미론적 발달: 비유적 언어 사용 증가(관용구, 은유 및 직유, 속담 및 속어), 유머 위트, 풍자 활용 증가, 고차적 어휘 사용 증가(추상 명사, 접속 부사, 메타인지 동 사, 과학 용어, 형태론적으로 복잡한 구성의 파생어 등) ○ 화용론적 발달: 또래와의 대화 빈도 증가, 전자 미디어를 통한 의사소통 빈번, 대 화, 이야기, 설명적 담화, 설득적 담화 등에서 고른 발달 양상을 보임. 특히 청소년기는 구어적 면에서 또래와 ‘이야기하기’ 그 자체가 가장 큰 목적이라 고 한다(김은성, 2015). 기타 청소년 언어에 대해서는 이정복(2005), 장경희 외 (201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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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2011년 성경 완역 100주년을 기념하며 출범한 대한성서공회의

‘성경번역연구위원회’에서 세운 번역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번역 지침: 다매체(multimedia) 시대의 우리말 사용자를 고려하여 원문

에 충실하면서도 우리말 어법에 맞게 번역하며, 최신 학문 연구 결과를 반

영하여 21세기 한국 교회의 예배와 교육과 선교와 경건 생활에 바탕이 될 성경을 번역한다

(2) 번역 특징 ① 원문으로부터 새롭게 번역하되, 한국 교회의 예배용 성경의 번역 전통

을 계승하고 발전시킨다 ② 인쇄 매체만이 아니라 전자 매체를 이용하여 반포하는 데도 적합한 번역이 되도록 한다. 전자 매체로 본문을 제공할 경우에 읽기에 좋게 의미 단위로 줄바꾸기를 할 수 있으며, 인쇄본보다 더 풍부하고 더 많은 참고자 료(관주, 각주, 용어해설, 사진, 그림, 지도, 동영상 등)를 제공한다.

이런 지침과 방향을 국어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1) 성경의 불변하는 원문을 기본으로 하여 언어적, 시대적, 사회문화적 배경과 현재의 언어 변화를 고려하여 직역과 의역의 조화를 이루도록 번역 한다

(2) 구역, 셩경 개역, 개역한글, 개역개정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한자문화를 뒤로 하고 한글문화의 주역이 되는 다음 세대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신역 성경을 번역한다.

(3) 성경 66권의 역사서, 시가서, 예언서, 복음서, 서신서 등의 갈래(장르) 특성과 담화(텍스트) 구조를 살려 번역한다. (4) 서구의 최신 성경 번역본의 경향을 참조하고, 한국 성경의 기존 번역 표현에 구속받지 말고 전면적으로 새롭게 찾은 어휘와 문장 구조의 갱신으 로 한국어의 지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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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언어 환경이 컴퓨터 인터넷 기반 언어 환경에서 진화한 다매체 모바

일 기반 언어 환경으로 바뀌어 21세기 신언어 환경을 위한 다매체 전자 성

경도 함께 제공하도록 번역한다.

따라서 새한글성경은 새번역보다 진일보한 새 시대의 새말체 번역본

이 되도록 하였다 이제 개역개정, 새번역과 대조하여 새한글성경의

어휘론적, 문장론적, 담화론적, 표기론적 의의를 밝히도록 한다.2)

번역에 이르렀으므로 새한글성경은 이런 전통을 존중하되 전면적으로

새로운 어휘 표현을 찾아 번역하였다. 이런 새한글성경의 번역 특성을 ‘창세기, 출애굽기, 시편, 마가복음’의 어휘 표현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단, 보충 설명을 위해 구약과 신약의 다른 부분도 필요시 인용하도록 한다

2) 그동안 번역본들에 대한 비판적 평가로, 개역개정에 대한 박영환(2011)의 평가, 새번역에 대한 박영환(2012)의 평가를 경청할 만하다. 박영환(2011)에서는 개역 개정 마가복음 부분을 분석하였는데 형태 구문론적 측면, 의미론적 측면, 정서법 적 측면으로 비판하였다 형태 구문론적으로는 ‘ -께서’가 오면 ‘예수’보다 존칭 접미사 ‘ -님’이 첨가된 ‘예

수님’이 낫고, 2인칭 대명사 ‘당신’이 예수님을 지칭할 때 쓰임은 부적절하며, 겸

양법에 따라 ‘나’나 ‘우리’를 ‘저’와 ‘저희’로 바꿀 것, ‘이르되’도 손윗사람에게는 쓸 수 없다는 점을 든다. 의미론적으로는 현대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는 모두 쉬운 한자어나 고유어 로 바꿀 것, ‘자(者)’를 ‘사람’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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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구약: 창세기 1장

새한글성경이 추구한 가장 근본적인 번역의 방향과 원리는 옛말체와

다른 새말체 곧 현대국어에 충실하게 번역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개역개

정은 훈민정음 창제 시기부터인 15, 16세기의 중세국어와 17-19세기의 근

대국어 문체인 옛말체 고소설 같은 성경을 지속해서 읽도록 했다. 21세기

에까지 이것을 일반화할 수 없다고 보아, 새말체 곧 현대국어에 충실하면

서 현대 소설처럼 읽히는 현대어법으로 편집해 읽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행히 새번역신약부터 이 현대화 작업이 시작되어 새번역에 이르렀

으므로 이를 따라 종결 어미는 ‘ -다’체로 바꾸면 되는 것이고, 그동안 고유

어나 쉬운 한자어로 과감히 바꾸지 못한 난해한 한자어들을 가급적 더 쉬

운 한자어나 고유어로 밝히고 현대문의 문장 부호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제 이런 새한글성경 번역의 원리를 가장 대표적인 본문인 창세기 1:1-8

을 예시로 설명하도록 한다. 개역개정 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 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3 하나님이 이르 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4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사 5 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

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6 하나님이

이르시되 물 가운데에 궁창이 있어 물과 물로 나뉘라 하시고 7 하나님이 궁

창을 만드사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로 나뉘게 하시니 그대로 되니

라 8 하나님이 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둘째 날이니라 새번역 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 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 3 하나님이 말 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겼다. 4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셔서, 5 빛을 낮이라고 하시고, 어둠을 밤이라고 하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다 6 하나님이 말 씀하시기를 “물 한가운데 창공이 생겨, 물과 물 사이가 갈라져라” 하셨다. 7 하나님이 이처럼 창공을 만드시고서, 물을 창공 아래에 있는 물과 창공 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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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있는 물로 나누시니, 그대로 되었다 8 하나님이 창공을 하늘이라고 하셨

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튿날이 지났다. 새한글성경 1 처음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2 땅은 거칠고 비어 있었다. 어둠이 깊은 물 위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이 물 위에서 움직이

고 있었다 3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빛이 생기기를!” 그러자 빛이 생겼다 4 하나님이 그 빛을 보셨다. 좋았다.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셨다. 5 하나 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첫날이었다. 6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물 한가운데에 둥근지붕(궁창)

이 생겨 물과 물 사이가 나누어지기를!” 7 하나님이 둥근지붕(궁창)을 만들

어 둥근지붕(궁창) 아래의 물과 둥근지붕(궁창) 위의 물을 나누셨다 그러자 그대로 되었다. 8 하나님이 둥근지붕(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셨다. 저녁이 되 고 아침이 되었다. 둘째 날이었다.

위를 살펴보면 어휘 표현에서 새번역은 개역개정과 같거나 일부 교

체하여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새한글성경은 서사 문체에서는 “창조하

셨다. ”처럼 해라체를 기본으로 한 점은 새번역과 동질적이지만 어휘 표현

에서는 기존 번역본의 익숙한 타성을 접고 전면적으로 새롭게 변화를 주려

고 시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어휘 문장 차원에서 표현의 변화를 보이는 것을 개역개정 > 새번역 >

새한글성경의 순서대로 ‘A > B > C’로 약칭하여 예시한다. 알파벳 뒤에

숫자가 나오는 경우는 해당 절을 표기한 것이다. 이를 통해 주요 어휘와

문장 표현 차원에서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특히 한자어를 대신해 고유어로

풀어 쓰는 표현이 늘어나게 된 사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A > B > C’의

번역 변화를 보면 번역 표현의 지속과 변화 유형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ABC: 세 역본의 번역이 모두 다른 경우. 새한글성경은 기본적으로 이 방

향을 지향함

AAA: 세 역본의 번역이 모두 같게 유지된 경우

AAC: 개역개정의 번역을 새번역이 유지하고 새한글성경은 다른 표현 을 택한 경우

ABB: 개역개정과 다른 새번역의 표현을 새한글성경이 채택한 경우

ABA: 개역개정과 새번역이 다른데 새한글성경이 개역개정을 채택 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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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중에는 A, B와 유사하면서 일부만 변형한 사례도 나타난다.

이 경우는 A′ , B′로 표시하여 번역 과정에서 국어 표현의 유사 정도를 가

늠할 수 있다. 아래에 창세기 1장에서 주요 어휘 표현의 변화 사례를 찾아

보도록 한다. 새한글성경은 개역개정을 존중해 답습한 새번역의 번역

방향을 따르는 쉬운 길보다, 가시덤불에서 보석을 찾듯이 전면적으로 새로

운 번역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하다 보니 새한글성경에는 AAC 유형 또는

AA′C 유형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창세기 1:1 비교: AAC

개역개정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새번역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새한글성경 처음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1절은 개역개정의 “태초” , “천지” , “창조”를 새번역에서도 유지하였지 만, 새한글성경에서는 “처음” , “하늘과 땅” , “창조”로 하여 세 표현 중에

두 표현을 바꿔 가급적 쉬운 고유어 표현을 내세운 AAC 유형을 보여 준다. 우리는 오랫동안 창세기의 표현인 ‘태초(太初)’라는 단어에 익숙해 왔기

에 한자어의 장중미도 보여 주는 기존의 번역어 ‘태초’가 무난한 번역어이

다. 그러나 새한글성경에서는 “처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고유어로 번역

함으로써 가장 쉬운 고유어로 소위 ‘태초’라는 우주 창조적 시원성(始元性)

을 보여 주고자 하였다. ‘태초’와 같은 추상적 한자어도 알아야 교양인이

될 수 있다는 교육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태초’라는 한자어가 추상

적이고 모호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말 고유어들이 갖고 있는 일상성, 평범성 속에서도 신학적, 우주 철학적 의미를 부여해 이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하여, 고유어 중심의 쉬운 성경 번역의 원리를 따르고자 하였다. 공동개정에서는 “태초”를 “한처음”으로 번역하였다. “한처음”에서 ‘한’ 이 ‘크다’의 뜻을 가지고 “태초”의 ‘태(太)’가 ‘클 태’라는 새김을 가지므로 탁월한 신조어로서의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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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고 오히려 가장 쉽고 평범한 고유어 속에서 ‘우주적 시초’의 의미를 찾

아 부여하도록 하였다.

또한 위 창세기 1:1의 문장을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던 처음에’

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보면 “처음”이 자연스레 어울리는 단어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창세기 1:1의 “처음”은 다음 요한계시록 21, 22장에 나오는 “처음”과 의미가 통하므로 요한계시록의 “처음”을 창세기에서도 동일하게

일관성 있게 사용한 것이라 보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역본별로 이들

도 비교하여 본다.

요한계시록 21:1 비교: ABA′

개역개정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새번역

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이전의 하늘과 이전의 땅이 사라지고, 바다도 없어졌습니다

새한글성경

또 나는 보았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이 있었습니다.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은 사라져 버리고 없었기 때문입니다. 바다도 더는 없습니다. “처음”은 “이전”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처음”으로 바뀌었다(ABA). “없어 졌고”는 “사라지고”를 거쳐 “사라져 버리고 없었기 때문”으로 바뀌었다 (ABA′). “있지 않더라”는 “없어졌습니다”를 거쳐 “없습니다”로 바뀌었다 (ABB′). 전체적으로는 ABA′로 보겠다. 요한계시록 21:6 비교: AA′C

개역개정 또 내게 말씀하시되 이루었도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 라 내가 생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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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글성경

그리고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다 이루어졌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 시작과 끝이다. 내가, 목마른 사람에게 생명수 샘에서 거저 마시게 할 것이다. “처음”과 “마지막”은 “처음”과 “마지막”으로 유지되다가 “시작”과 “끝”으 로 바뀌었다(AAC) “값없이 주리니”는 “거저 마시게”를 거쳐 그대로 유지

되었다(ABB). 전체적으로는 AA′C로 보겠다.

요한계시록 22:13 비교: AA′A′

개역개정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요

마침이라 새번역

나는 알파며 오메가, 곧 처음이며 마지막이요, 시작이며 끝이다.

새한글성경

나는, 알파와 오메가, 처음과 마지막, 시작과 끝이다.

위에서는 세 번역본이 “처음” , “마지막” , “시작”은 모두 같고, “마침”“끝”“끝”만 달라졌다. 전체적으로 새한글성경에서 시도한 창세기 1:1의 “처음”은 요한계시록의 “처음”과도 동질적이라 어느 정도 일관성을 살린 번역이라 하겠다.

창세기 1:2 비교: AA′C 개역개정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 에 운행하시니라 새번역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 새한글성경 땅은 거칠고 비어 있었다 어둠이 깊은 물 위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하 나님의 영이 물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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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2에서 개역개정의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

에 있고”의 “혼돈”(混沌), “공허”(空虛), “흑암”(黑暗)은 한자어인데, 새번역

에서는 “혼돈” , “공허”는 유지하고 “흑암”만 고유어 “어둠”으로 바뀌었다 새

한글성경은 한자어를 사용하지 않고 “땅은 거칠고 비어 있었다. 어둠이 깊

은 물 위에 깔려 있었다. ”라고 100% 완전한 고유어 표현으로 우주 창조 과

정을 묘사할 수 있게 하였다. “어둠이 깊은 물 위에 깔려 있었다. ”라는 표

현은 수면 위를 훑으면서 깊숙이 어둠이 침투해 훑어가는 형상을 표현하려 한 원어에 가까운 뜻의 단어를 찾아 전형적이고 손쉬운 고유어 ‘뒤덮여’라

는 표현보다 ‘깔려 있다’라는 고유어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는 “주의 폭포 소리에 깊은 바다가 서로 부르며 주의 모든 파도와 물결

이 나를 휩쓸었나이다”(시 42:7), “하나님이여 물들이 주를 보았나이다 물들

이 주를 보고 두려워하며 깊음도 진동하였고”(시 77:16), “옷으로 덮음같이 주께서 땅을 깊은 바다로 덮으시매 물이 산들 위로 솟아올랐으나”(시 104:6)를

참고한 결과이다. 어둠이 깊숙이 철저히 침투한 상황을 묘사하려면 ‘뒤덮

여’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수면 위를 훑어 덮였음을 표현하고자 ‘깔려 있다’

라는 표현을 사용함이 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어둠이 깊은

물속까지 깔려 있었다. ’로 번역해야 더 철저한 우주의 어둠 상태를 표현하

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원어에 “물 위”라는 단어가 쓰여 이것까지 고

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 번역본을 비교해 보면 개역개정에는 한자어 “혼돈” , “공

허” , “흑암” , “영” , “수면” , “운행”이라는 한자어들이 총동원되었는데, 새번

역은 한자어 “혼돈” , “공허” , “영”을 여전히 사용하였고, 새한글성경은 “영”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고유어로 변환함으로써 최대한 고유어의 묘

미를 회복하는 데 충실하였다. 이러한 고유어 존중의 정신은, 갈수록 난해 한 한자어와 영미계 외래어에 뒤덮여 빈사 상태에 빠진 한국어를 다시 가

다듬어 성경 진리의 ‘쉬운 깨달음’을 줌으로써 ‘쉽게 깨닫게 하기’ 위한 성 경 번역의 정신에 충실한 태도라 하겠다. 세 번역본을 창세기 1:6-8에 대해 비교해 보아도 한자어는 “궁창”(穹蒼) → “창공”(蒼空) → “둥근지붕(궁창)”으로 변천하였음을 보여 주는데, “궁창” 은 사어(死語) 상태이고 “창공”은 현대어로 쓰이는 수준이지만 “둥근지붕 (궁창)”이라는 구(句) 차원이라도 쉬운 고유어 표현을 만든 것이다 한편,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13

고유어를 사용하여도 미묘한 뉘앙스를 보이는 단어의 선택에서는 번역의

다양성도 보여 주어, 역시 국어 표현의 다양성을 통해 국어의 지평을 넓게

보여 준다 가령, 창조의 7일 과정을 표현하여 날짜를 헤아리는 말(일수사

[日數詞])을 표현한 것을 보면 다음의 계열을 보여 준다.

창세기 1:5-8

개역개정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 둘째 날이니라 … (셋째

날, 넷째 날, 다섯째 날, 여섯째 날, 일곱째 날)

새번역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다. … 이튿날이 지났다. … (사흗

날, 나흗날, 닷샛날, 엿샛날, 이렛날)

새한글성경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첫날이었다 …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둘째 날이었다. … (셋째 날, 넷째 날, 다섯째 날, 여섯째 날, 일곱째 날)

국어의 날짜 수사는 다음과 같이 쓰임새를 구분할 수 있다.

양수사: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 열하루, 열이틀, 열사흘 …

서수사: 1일, 2일, 3일 …

초하루, 초이틀, 초사흘, 초나흘, 초닷새, 열하루, 열이틀, 열사흘

첫날/초하룻날, 초이튿날, 초사흗날, 초나흗날, 초닷샛날, … 열하룻

날, 열이튿날, 열사흗날 …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넷째 날, 다섯째 날, 열첫째 날(?), 열

두째 날, 열셋째 날 …

양수사 용법: 그 일을 하는 데 하루(이틀/ /열이틀/ ) 걸린다

서수사 용법: 그의 생일은 4월 1일(2일/3일/ … /13일/ … )이에요. 그의 생일은 4월 초하루{(/초하룻날)(초이틀/초이튿날)/ … / (열사흘/열사흗날)/ … }이에요. 그의 생일은 4월 첫날/첫째 날(둘째 날/ /열셋째 날/ )

이에요 ‘하루, 이틀, 사흘, … ’은 ‘하루 걸렸다, 이틀 걸렸다’처럼 날짜의 분량을

14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가리키는 양수사로 쓰이는데, 특정일을 가리키거나 순서 용법의 서수사로

쓰일 때는 ‘초하루/초하룻날, 초이틀/초이튿날 … ’처럼 ‘초’를 접두어로 붙

여 쓰인다.

날짜 용법은 빈도에서 차이가 나는데 순수 고유어계인 ‘(초)하루/(초)하룻

날, (초)이틀/(초)이튿날, … ’과 ‘첫째 날, 둘째 날, … 열두째 날 … ’은 날

짜 지칭어 표현인가 날짜 순서 표현인가에 따라, 세대에 따라 빈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 따르면 날짜 서수사 방식은 ‘하루, 이튿날 … ’과 같은 순수 고유

어계와 ‘{첫째/첫, 둘째, 셋째...} + 날’ 구성의 ‘ -째’ 접미 방식이 있다. 새

번역은 순수 고유어 ‘하루, 이틀, 사흘 … ’ 계열에 따른 ‘하루, 이튿날, 사

흗날 … ’을 취했고, 개역개정과

/

대나 사용하고 대부분의 세대가 ‘첫째 날, 둘째 날 … ’ 방식을 선호해 새 한글성경에서는 현실 실태를 반영하였다.

3.2. 구약: 시편 1장, 23장

새번역은 새말체(현대어체)로 번역하여 종결 어미는 ‘ -라’체에서 ‘ -다’

체로 전환하고, 어휘는 개역개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새한글성경은 새번역을 약간 다듬는 번역이 아니라 모든 어휘 표현을

고유어 중심으로 새로 찾아 바꾸어 완전히 환골탈태한 신역 성경이다. ‘성

경 원문의 의미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한국어 고유어에서 가장 알맞고도

새로운 표현을, 다양한 한국어 유의어들에서 찾아 번역함으로써’ 한국어 표

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한국어의 지경을 넓게 열어 놓았다 다음 시편 1 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시편 1:1-6 개역개정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2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15

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3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4 악인들은 그렇지 아니함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

와 같도다 5 그러므로 악인들은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죄인들이 의인들의

모임에 들지 못하리로다 6 무릇 의인들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

들의 길은 망하리로다

새번역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 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며, 2 오로지 주님의 율법을 즐거워하

며, 밤낮으로 율법을 묵상하는 사람이다. 3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따

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이 시들지 아니함 같으니,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

다. 4 그러나 악인은 그렇지 않으니, 한낱 바람에 흩날리는 쭉정이와 같다.

5 그러므로 악인은 심판받을 때에 몸을 가누지 못하며, 죄인은 의인의 모임 에 참여하지 못한다 6 그렇다 의인의 길은 주님께서 인정하시지만, 악인의 길은 망할 것이다.

새한글성경

1 복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그는 악인들의 의논 따라 걷지 않습니다 죄

짓는 사람들의 길에 서지 않습니다 비웃는 사람들의 자리에 앉지 않습니다

2 여호와의 가르침에 자신의 기쁨을 두고서, 여호와의 가르침을 낮이든 밤

이든 소리 내어 읽습니다. 3 물길 곁에 심은 나무와 같아서 철 따라 열매를

맺고 잎사귀가 마르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든지 잘됩니다. 4 악인들은 그렇

지 않고, 바람에 흩날리는 겨와 같습니다 5 이런 까닭에 악인들은 심판을 견디지 못하고, 죄짓는 사람들은 의인들의 무리에 들지 못합니다 6 여호와

가 알고 계시거든요, 의인들의 길은. 그러나 악인들의 길은 사라질 것입니다.

위에 따르면 서사문 종결 어미에서 개역개정은 구역의 전통에 따라

옛말체 ‘ -더라’ , ‘ -니라’체를 지켰고, 새번역은 해라체인 ‘ -다’체로 현대화

하였다 그러나 어휘 표현에서 새번역은 개역개정과 유사하여 대부분의

단어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그러나 새한글성경은 기존 번역본에 익

숙한 타성을 접고 전면적으로 새롭게 번역하여 “복 있습니다”처럼 하십시

16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다음은 어휘와 문장 표현의 변화를 살펴보자

AA′C 1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 악인들의 의논 따라 걷지 않습니다.

AA′C 1 죄인들의 길 > 죄인의 길 > 죄짓는 사람들의 길

AA′C 1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 오만한 자의 자리에 > 비웃는 사람들의 자리에

새한글성경은 한자어의 형태적, 의미적 함축성을 특징으로 하는 개역 개정과 새번역을 답습하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해 성경 원문 의미를 반

영하면서도 기존 표현과 다른 고유어 중심, 단문 중심으로 풀어 쓰는 것을 추구한다 따라서 새한글성경에서는 개역개정과 새번역보다 상대적으

로 문장을 끊어 단문화하여 번역 문장 개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시편 1장을 보면 문장 수효로는 개역개정은 5개 문장이고, 새번역은

6개 문장인데, 새한글성경은 11개 문장으로 늘었다. 이는 풀어 쓰기 효과

를 살리면서 간결성도 높이고자 문장을 여러 단위로 끊어 분절했기 때문이

다 문장 하위 구조인 절(종속절, 대등절, 인용절 등)의 개수는 개역개정

이 14개 절, 새번역이 15개 절, 새한글성경이 16개 절이다.

풀어 쓰기 번역은 기존 명사들에 대해서도 나타난다. ‘죄인’을 ‘죄짓는

사람’으로 풀어 썼고, ‘악인 – 의인’의 반의어 번역은 한자어를 유지하였다. ‘오만한 자’도 원문 의미를 살리면서 하나님과 사람을 ‘비웃는 사람’이라는

취지에서 고유어로 풀어 번역하였다.

AAC 2 율법 > 율법 > 가르침

ABC 2 주야로 > 밤낮으로 > 낮이든 밤이든

AA′C2 묵상하는도다 > 묵상하는 사람이다. > 소리 내어 읽습니다. “율법”은 히브리어 <토라>인데 ‘율법, 율법책, 가르침’을 뜻하여 한자어 ‘율법’의 엄중함보다 하나님의 가르침을 친근하게 이해하도록 고유어 “가르 침”으로 쉽게 번역하였다. “여호와의 가르침에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17

두고’를 ‘가르침을 자신의 기쁨으로 여기고/삼고’처럼 번역할 수도 있으나

원문 구조를 존중해 ‘두고’를 살렸다.

한자어 “주야”는 ‘주(낮)+ 야(밤)’의 어순이지만 우리말은 ‘밤낮’이 자연스

럽다. 히브리어 원문은 ‘낮’을 앞세워서 새한글성경도 “낮이든 밤이든”으

로 히브리어 어순을 살려 번역하였다 ‘묵상하다’는 개역개정의 난외주에도 ‘작은 소리로 읊조리다’라고 붙어

있고, 외국 역본에서도 ‘홀로 소리 내어 읽다’ , ‘중얼거리다’ , ‘읊다’ , ‘낭송

하다’의 의미로도 번역하고 있어, 새한글성경도 묵상을 묵독으로 발전시

키고 유대인들이 소리 내어 읽는 전통을 살려 ‘소리 내어 읽다’로 번역하였다.

AAC 3 시냇가 > 시냇가 > 물길 곁

ABA′3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 잎이 시들지 아니함 > 잎사귀가 마르지 않습니다

ABC 3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다. > 무엇을 하든지 잘됩니다.

‘시냇가’가 익숙한 번역이지만 히브리어 원문은 ‘자연 시냇가’가 아니라

사람이 일부러 파서 만든 인위적 물웅덩이나 물길 곁이라고 하여, 하나님 이 인간을 위해 일부러 물을 파서 물길을 내어 생명수를 공급해 주심을 느 낄 수 있도록 ‘물길 곁’으로 번역하였다. ‘형통’을 새번역에서는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으로 완전히 풀었고, 새 한글성경에서는 더 바꿔 풀어 썼다.

ABC 4 바람에 나는 겨 > 바람에 흩날리는 쭉정이 > 바람에 흩날리는 겨

위는 새한글성경의 번역이 완전히 새롭지는 않지만 A, B의 절충형을 취하였기 때문에 C로 분석하였다.

AA′A 1, 4, 5, 6 악인들 > 악인 > 악인들

AA′A 5, 6 의인들 > 의인 > 의인들 ‘악인, 의인’은 ‘그릇된 사람, 올바른 사람’으로 바꿀 수도 있으나 신학적 의미를 지닌 용어라 유지하였다. 여러 악인들 가운데서 홀로서라도 여호와 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복 있다는 점을 좀 더 분명히 알

18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려 준다 그뿐만 아니라 복 있는 사람은 의인들 가운데 하나라는 점도 알

아차리게 한다.

AA′C 6 인정하시나 > 인정하시지만 > 알고 계시거든요,

AA′C 6 망하리로다 > 망할 것이다 > 사라질 것입니다

시편은 어린 자녀가 아빠를 ‘아빠께서’보다 ‘아빠가’로 친구처럼 부르듯 ‘여호와께서’도 친구처럼 ‘여호와가’로 하였다 ‘망하다’라는 직설적 표현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를 살려 번역하였다. 위와 같은 시편 1장에서의 두드러진

과 같다. 개역개정 새번역 새한글성경 번역 유형

죄인들 죄인

율법 율법 가르침 AAC 묵상하는도다 묵상하는 사람이다. 소리 내어 읽습니다. AA′C <표1> 시편 1장의 어휘 표현의 변화 새한글성경은 전체적으로 한자어를 피하고 고유어 중심으로 번역하여, 고유어 표현에서도 참신하고 의미심장하게 묵상하도록 만드는 표현을 찾으

죄짓는 사람들 AA′C

악인들 악인 악인들 AA′A

오만한 자들 오만한 자

의인들

비웃는 사람들 AA′C

의인 의인들 AA′A

시냇가 시냇가 물길 곁 AAC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주야로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잎이 시들지 아니함

밤낮으로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다

려고 힘썼다. 다음은 시편 23장을 대조하여 본다.

잎사귀가 마르지 않습니다 ABA′

낮이든 밤이든 ABC

무엇을 하든지 잘됩니다 ABC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19

시편 23장

개역개정

다윗의 시 1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2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3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4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5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 치나이다 6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

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새번역 다윗의 노래 1 주님은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 없어라. 2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신다. 3 나에게 다시 새 힘을 주시

고,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바른 길로 나를 인도하신다. 4 내가 비록 죽음의

그늘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고, 주님의 막대기와 지 팡이로 나를 보살펴 주시니, 내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5 주님께서는, 내 원수들이 보는 앞에서 내게 잔칫상을 차려 주시고, 내 머리에 기름 부으시

어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 주시니, 내 잔이 넘칩니다 6 진실로 주님의 선 하심과 인자하심이 내가 사는 날 동안 나를 따르리니, 나는 주님의 집으로

돌아가 영원히 그 곳에서 살겠습니다.

새한글성경

1 노랫말(시). 다윗에게 속한 것. (혼잣말) 여호와가 나의 목자, 내게 모자 람 없네. 2 푸른 풀밭에 나를 눕히시네. 물가 푹 쉴 곳으로 나를 데려가시네. 3 내 영혼을 회복시켜 주시네. 나를 이끄시네, 의로운 길로, 여호와의 이름 위해서라네. (기도) 4 캄캄한 골짜기를 가야 해도 나 잘못될까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주님이 나와 함께하시니까요. 주님의 막대기와 지팡이가 내게 힘 됩니다. 5 주님이 내 앞에 밥상을 차려 주십니다, 내 적들 맞은편에. 주님이 기름을 내 머리에 부어 주십니다 내 잔이 넘쳐 납니다 (혼잣말) 6 정말이 야, 좋은 것과 한결같은 사랑이 나를 따라다닐 거야, 나 사는 모든 날에! 나 여호와의 집에 머물고 싶어, 언제까지나!

전체적으로 시편 23장을 보면 개역개정은 하소서체 종결형에 해당하

는 ‘ -도다’ , ‘ -로다’ , ‘ -나이다’와 같은 고전체를 보이나 새번역은 현대어체 인 하십시오체를 보여 주는데 새한글성경은 1-3절에 하게체, 4절에 하십 시오체와 해요체가 섞이고, 5절에 하십시오체, 6절에 혼잣말로 해체(반말)를

20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보임으로써 복합 화계(話階)3)를 보이니 새한글성경의 종결형 문체는 개

역개정 및 새번역과 전혀 다르다. 단어 표현에서도 시어들은 개역개정

과 새번역이 대부분 같으나, 새한글성경은 어휘 표현에서 전체적으로

ABC나 AAC 유형을 보여 C로 바뀐 변화 사례가 다수이다.

ABA 1 여호와는 > 주님은 > 여호와가

ABC 3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 나에게 다시 새 힘을 주시고, > 내 영혼 을 회복시켜 주시네.

ABC 4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 죽음의 그늘 골짜기로 > 캄캄한 골짜기 를

ABC 4 안위하시나이다 > 보살펴 주시니, > 힘 됩니다.

ABC 5 상 > 잔칫상 > 밥상

AAC 6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 좋은 것과 한결같 은 사랑이

ABB′ 6 내 평생에 > 내가 사는 날 동안 > 나 사는 모든 날에!

ABA 6 여호와의 집에 > 주님의 집으로 돌아가 > 여호와의 집에

AAC 6 영원히 > 영원히 > 언제까지나!

3.3. 신약: 마가복음 1장

새한글성경은 신약에서도 기존 개역개정과 새번역의 전통에 얽매

이지 않고 가급적 새로운 단어와 표현을 찾아 번역해 한국어의 지경을 넓 히도록 하였다. 개역개정 1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2 선지자 이사야의 글에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그가 네 길을 준비하리라 3 광

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

실 길을 곧게 하라 기록된 것과 같이 4 세례 요한이 광야에 이르러 죄 사함 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니 5 온 유대 지방과 예루살렘 사람이 다 나아가 자기 죄를 자복하고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21

의 신발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8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베 풀었거니와 그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시리라 새번역 1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은 이러하다 2 예언자 이 사야의 글에 기록하기를, “보아라, 내가 내 심부름꾼을 너보다 앞서 보낸다

그가 네 길을 닦을 것이다. ” 3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예비하고, 그의 길을 곧게 하여라’” 한 것과 같이, 4 세례자 요 한이 광야에 나타나서, 죄를 용서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 5 그 래서 온 유대 지방 사람들과 온 예루살렘 주민들이 그에게로 나아가서, 자 기들의 죄를 고백하며, 요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6 요한은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다. 7 그는 이렇게 선포하였다. “나보다 더 능력이 있는 이가 내 뒤에 오십니다. 나는

몸을 굽혀서 그의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없습니다 8 나는 여러분에게 물

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는 여러분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입니다 ” 새한글성경 1 예수 그리스도, 곧 하나님의 아들의 복음의 시작. 2 예언자 이사야의 글에 이렇게 적혀 있다 “보라, 나의 소식꾼을 너보다 앞서 보낸다 그가 너 의 길을 마련할 것이야 3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이다 ‘너희는 닦으라, 주님의 길을. 곧게 만들어라, 주님 걸으실 좁은 길들을. ’” 4 그와 같이, 요한

이 광야에 이르러 세례를 주었다. 또 선포하기를,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 죄 를 용서받으라고 했다. 5 그러자 온 유대아 지역 사람들과 예루살렘 주민

모두가 요한한테 나아갔다 그리고 요르단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으며 자 기들의 죄를 털어놓았다 6 요한은 낙타 털가죽을 걸치고 가죽띠를 허리에 두르고 있었다. 그는 메뚜기와 들벌꿀을 먹고 살았다. 7 요한이 선포했다. “나보다 더 힘 있는 분이 내 뒤에 오십니다. 나는 허리를 굽혀 그분의 샌들 끈을 풀어 드릴 만한 사람도 못 됩니다. 8 나는, 여러분에게 세례를 줍니다, 물로요. 그러나 그분은, 여러분에게 세례를 주실 것입니다, 성령으로요. ”

지면 제약으로 위와 같이 1장의 1-8절만 전문을 대조하고 9절부터 끝절 까지는 주요 단어 표현만 발췌해 대조하여 본다. ABC 2 사자 > 심부름꾼 > 소식꾼 ‘소식통’이나 ‘기별 전하는 사람’ 즉 ‘기별자’는 위 문맥에 어울리지 않아 기존의 ‘사자, 심부름꾼’의 의미를 살려 ‘소식꾼’이라는 새말을 만들어 번역 하였다

22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ABC 2 길을 준비하리라 > 길을 닦을 것이다 > 길을 마련할 것이야

새번역은 개역개정의 ‘길을 준비하다’보다 고유어를 살려 “길을 닦을 것이다. ”로 번역하였는데 새한글성경은 ‘길을 마련하다’라는 새 표현으로

번역하였다.

ABC 3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 > 주님의 길을 예

비하고, 그의 길을 곧게 하여라 > 닦으라, 주님의 길을. 곧게 만들

어라, 주님 걸으실 좁은 길들을.

위 3절은 ‘준비하라 > 예비하고 > 닦으라’로 변모하여 ABC 유형이 되었다

ABC 4 세례 요한이 광야에 이르러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 파하니 >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서, 죄를 용서받게 하는 회개 의 세례를 선포하였다. > 그와 같이, 요한이 광야에 이르러 세례를 주었다 또 선포하기를,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 죄를 용서받으라고 했다

위 4절은 B를 A의 유사 구조로 본다면 A′로 보아 AA′C 유형으로 볼 수 있으나 형태 변화가 많아 ABC 유형으로 보도록 한다. 개역개정과 새번 역은 ‘회개의 세례’라고 번역하여 ‘회개’와 ‘세례’의 선후 관계가 모호하다.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은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 죄를 용서받으라’라고

번역하여 ‘회개 → 세례 → 용서 완성’의 단계를 명확히 보여 주었다

ABC 5 죄를 자복하고 > 죄를 고백하며, > 죄를 털어놓았다 “자복”(自服), “고백”(告白)은 모두 한자어인데 새한글성경에서는 고유

어 ‘털어놓다’를 써서 ‘자백’ , ‘고백’이 주는 한자어의 단순함을 넘어 우리 가 죄를 마지못해 고백하거나 숨겨 두지 않고 하나님께 모조리 숨김없이 털어놓게 되어야 함을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AAC 6 낙타털 옷을 입고 > 낙타 털옷을 입고, > 낙타 털가죽을 걸치고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23

새한글성경의 표현은 단순하게 ‘옷을 입고’라는 표현보다 중동의 의복

관습에 어울리는 ‘걸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새 표현을 찾았다.

AAC 6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 가죽띠를 허리 에 두르고

‘띠를 띠다’는 ‘신을 신다’ , ‘춤을 추다’ , ‘품에 품다’와 같이 동족어를 목

적어나 부사로 하는 연어(連語) 구조의 관용구이다. 새한글성경에서는 ‘가

죽띠를 허리에 두르고’라고 새로운 표현을 썼다. 이로써 ‘낙타 털가죽은 걸

치고’ , ‘가죽띠는 두르는’과 같이 고유어 표현으로 대구를 이루었다

ABB′ 6 메뚜기와 석청을 먹더라 >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다. > 메뚜기 와 들벌꿀을 먹고 살았다.

석청(石淸) 「명사」 산속의 나무나 돌 사이에 석벌이 모아 놓은, 질이 좋은 꿀. 한방에서는 경간(驚癇), 천식, 대변불통, 산후 구갈(口渴), 난 산 따위에 약으로 쓰며, 요리할 때 조미료로도 쓴다. ≒ 석밀.

들꿀: 사전 미등재어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들꿀’을 유대 지역에 서식하는 공격성이 강한 야생 벌이 만든 꿀로 설명하고 있다

들벌 「명사」 야생의 벌을 통틀어 이르는 말.

새한글성경에서는 야생벌의 통칭인 ‘들벌’을 활용해 ‘들벌의 꿀’ 즉 “들벌꿀”로 번역하였다 다음에 예전 번역본들을 더 살펴본다

개역한글 요한은 약대털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띠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더라

현대인의

24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新共同譯(1987)

ヨハネはらくだの毛衣を着、腰に革の帶を締め、いなごと野蜜を食べていた。 NIV (1973)

John wore clothing made of camel’s hair, with a leather belt around his waist, and he ate locusts and wild honey

現代中文譯本(수정판, 1997)

約翰穿駱駝毛的衣服、腰束皮帶、喫的是蝗蟲野蜜。

일본 『신공동역 성경』(1987)은 ‘석청(들벌꿀)’을 “野蜜”로 번역하여 직역

하면 ‘들꿀’이라고 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들꿀’이 미등재 상태

이지만 한자어 ‘야밀(野蜜)’은 다음과 같이 등재되어 있다.

야밀(野蜜) 「명사」 야생하는 벌의 꿀.

중국어 성경에서는 “메뚜기와 들벌꿀”을 “蝗蟲野蜜”(황충야밀)로 번역하

여, ‘野蜜’은 한중일 공통어임을 알 수 있다.

AA′C 7 능력 많으신 이가 > 더 능력이 있는 이가 > 더 힘 있는 분이

ABC 7 신발끈을 풀기도 >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 샌들끈을 풀어 드릴 만한 사람도

AA′C 8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었거니와 > 나는 여러분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 나는, 여러분에게 세례를 줍니다, 물로요

새번역은 개역개정의 “능력”을 유지하지만 새한글성경은 “더 힘

있는”으로 풀었다. 기존에 “신들메”로 나왔던 표현이 개역개정에서부터 “신발끈”으로 바뀌었는데, 중동 생활에 맞는 신발은 다음 세대에 익숙한

‘샌들’이 가장 적합해 새한글성경은 “샌들끈”으로 번역하였다. 8절은 어 휘로는 AA′A′ 유형이지만 통사 구조 차이로는 AA′C 유형으로 본다. 기존

번역본들과 달리 도치형 구문으로 번역하였기 때문이다

ABC 9 그때에 > 그 무렵에 > 그즈음에

ABC 10 물에서 올라오실새 > 물 속에서 막 올라오시는데, > 물속에서 솟아 오를 때에

AA′C 10 하늘이 갈라짐과 > 하늘이 갈라지고, > 하늘이 찢어지고

AAC 10 성령이 > 성령이 > 성령님이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25

성령님을 물건 취급하듯 사용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는 성령님을 인격적

존재로 보도록 번역하지 않은 것이 원인도 되므로 새한글성경에서는 “성

령님”으로 존칭화하였다. “하늘이 찢어지고”라는 표현은 원문을 살려 기존 의 “갈라지고”보다 ‘찢어진 성전 휘장’을 연상하도록 번역하였다.

ABB′11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 내가 너를 좋아한다 > 난 네가 좋아

ABC 12 광야로 몰아내신지라 > 광야로 내보내셨다. > 광야로 내모신다.

AA′C 13 시험을 받으시며 > 시험을 받으셨다. > 유혹을 받으셨다.

12절은 동물이나 사람 다수를 내몰고 완료 시상(時相, aspect)을 보이는 ‘몰아내다’와 ‘내보내다’보다 단순히 추방 의미에 쓰는 ‘내몰다’로 번역하였 다. “시험”은 좀 더 ‘미혹’의 의미를 더하여 “유혹”으로 바꾸었다.

ABB′ 13 천사들이 수종들더라 > 천사들이 그의 시중을 들었다. > 천사들이 예수님을 시중들었다. “수종”은 “시중”으로 번역하였다 “수종”(隨從)은 한자어이고, 그 유의어 “시중”은 ‘시종(侍從)’이 변한 것이다.

AAC 17 사람을 낚는 어부 > 사람을 낚는 어부 > 사람 건져 올리는 어부 ‘낚다’라는 물고기 낚시의 의미를 사용하기보다 ‘건져 올리다’와 같은 번 역으로 ‘구원’의 의미를 살리고자 하였다

ABB 20 품꾼 > 일꾼 > 일꾼 cf 품꾼 「명사」 품팔이로 살아가는 사람 = 품팔이꾼 일꾼 「명사」 「1」 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해 주는 사람 “품꾼”과 “일꾼”은 유의어로, 농부에 비해 어부들에게는 “품꾼”이 어색해 “일꾼”으로

26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AA′A′22 권위 있는 > 권위 있게 > 권위 있게

ABB 22 서기관 > 율법학자 > 율법학자

ABB 24 우리를 멸하러 > 우리를 없애려고 > 우리를 없애려고

ABB′ 25 잠잠하고 > 입을 다물고 > 입 다물어라!

ABC 27 순종하는도다 > 복종하는구나! > 순순히 그분 말을 듣는구나!

ABC 31 여자가 그들에게 수종드니라 > 그 여자는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 시몬의 장모는 예수님 일행을 섬겼다.

AA′C 32 병자와 귀신 들린 자를 > 병자와 귀신 들린 사람을 > 아픈 사람 들과 귀신 들린 사람들을

AA′C33 온 동네가 > 온 동네 사람이 > 온 도시 사람들이

ABC 34 각종 병이 든 > 온갖 병에 걸린 > 이런저런 질병에 걸린

ABC 35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 아주 이른 새벽에, > 아직 어둠 짙은 새 벽이었다.

ABC 35 한적한 곳 > 외딴 곳 > 외떨어진 곳

ABB′38 전도하리니 > 말씀을 선포해야 하겠다 > 말씀을 선포해야 합니다

AAC 40 [소제목] 나병환자 > 나병 환자 > 심한피부병 앓는 사람

ABC 40 간구하여 이르되 > 간청하였다. > 사정사정한다.

AA′C41 예수께서 불쌍히 여기사 > 예수께서 그를 불쌍히 여기시고, > 예 수님은 가슴이 아프셨다

AAC 42 나병 > 나병 > 심한피부병

42절은 “납풍”(예수셩교젼셔), “문동병”(셩경 개역), “문둥병”(개역 한글)을 거쳐 “나병”(개역개정, 새번역)에 이르렀는데, 새한글성경은 “나병”도 차별 표현으로 보아 성경용으로 새로 만든 합성어 “심한피부병” 으로 순화하였다.

ABC 43 엄히 경고하사 > 단단히 이르시고, > 단단히 주의를 주고 나서

AAA′44 제사장 > 제사장 > 제사장님

ABB′44 입증하라 > 증거로 삼도록 하여라. > 증거가 되도록 하세요.

AAC 45 사방에서 > 사방에서 > 곳곳에서

마가복음 1장의 사례들도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27

3.4. 성경 전문 용어의 간이화: 성막, 제사 관련 용어

구약에서 중요한 내용이 성막과 절기 관련 규정이다. 기존의 ‘유월절’(踰 越節)이나 ‘과월절’(過越節)은 한자어로 다음 세대에게 어려워 새한글성경

은, 예수셩교젼셔가 순우리말을 활용한 “넘졀”로 번역한 정신을 살려

성경용 신조 합성어 “넘는명절(유월절)”로 번역하고 기존 용어를 괄호 안에

병기하였다. 아울러

대비하면 다음과 같다.

출 12:11 유월절

출 12:15 무교병, 유교병 누룩을 넣지 않고 만든 빵, 누룩을 넣은 빵

넘는명절(유월절)

누룩없는빵(무교병), 누룩있는빵(유교병)

출 20:24 번제와 화목제 번제물과 화목제물 다태우는제물(번제물) 과 평화제물(화목제물)

출 25:30 진설병 거룩한 빵 거룩한빵(진설병)

출 25:31 등잔대 등잔대 등불받침대

출 26:30,31 성막, 휘장 성막, 휘장 천막, 나눔막

출 26:33, 민 10:33, 레 16:2 증거궤, 언약궤, 법궤4)

증거궤, 언약궤, 법궤

증언상자, 언약상자, 상자

출 26:33 성소와 지성소 성소와 지성소 거룩한곳(성소), 거룩거룩한곳(지성소)

출 29:40 전제 부어 드리는 제물 붓는제물(전제물)

출 29:41 소제 곡식제물 곡식제물(소제물)

레 4:3 속죄제물 속죄제물

죄없애는제물 (속죄제물) <표2> 주요 용어의 변화

번역 빈도 책 장절 개역개정 새번역 새한글성경

28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전체적으로 새한글성경에서는 어려운 구약 절기, 제사와 관련된 난해 한 한자 용어를 다음 세대에 강요하기보다 쉬운 풀어 쓰기를 택하였다. 기

성세대를 위해서는 잠정적으로 괄호로 병기하였다. 이러한 풀어 쓰기 용어 가 기존 한자어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낯설지만, 다음 세대를 고려해 쉬운

우리말로 의미를 전달하고 한국어 고유어의 개념 능력 확장과 복음의 생명

력을 살리려면 장기적으로는 감수할 만한 방안이다

러 절이 이어진 중문, 복문이 많아 문장 길이가 길다. 따라서 현대어로 번

역할 때는 새번역에서도 그러하였듯이 새한글성경에서도 문장을 보다

더 짧게 나누어 번역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한글성경은 풀어 쓰기가

많아지다 보니 개역개정의 긴 중문, 복문 구절을 단문으로 짧게 끊어도 각 단문이 풀어 쓰기 과정에서 길어지는 측면도 불가피하게 나온다. 그래

서 새한글성경에서는 ‘1문장(1발화) 50자 16어절’ 번역의 지침을 세웠다.

이는 현대인이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단문 발화가 지배하

는 시대를 살고 있어 소통의 주류가 장문을 기피하고 단문과 축약어(줄임 말)를 소통의 대세로 삼기 때문이다.

특히 문형상 서술어(V)+주어(S)+목적어(O) 구조의 동사 전치형 구문인

고대 히브리어의 묘미를 살리려면 한국어로는 동사가 앞에 오는 도치형 구 문을 번역 장치로 도입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앞에 예시했던 시편 1:1, 2

를 다시 비교해 본다. 개역개정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2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

가 다르다.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29

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새번역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 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며, 2 오로지 주님의 율법을 즐거워하 며, 밤낮으로 율법을 묵상하는 사람이다

새한글성경

1 복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그는 악인들의 의논 따라 걷지 않습니다. 죄

짓는 사람들의 길에 서지 않습니다. 비웃는 사람들의 자리에 앉지 않습니다.

2 여호와의 가르침에 자신의 기쁨을 두고서, 여호와의 가르침을 낮이든 밤

이든 소리 내어 읽습니다

위 개역개정은 1, 2절이 한 문장이 5개 절로 이어진 장문 구조이다. 새

번역도 1, 2절이 한 문장이 5개 절로 되어 개역개정의 문장 구조를 그대

로 답습하였다. 새번역이 ‘ -다’체라는 현대어체로 번역하였음에도 개역한

글, 개역개정이 보여 주는 경전체의 압축적 함축미를 가진 장문의 전통

에서 자유롭기가 어려웠음을 알 수 있다. 새한글성경은 1, 2절을 마침표

기준 5개 문장으로 끊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쉽게 풀어 쓰는 번역을 원칙

으로 하여, 어휘 갱신을 비롯해 기존의 문장 구조를 혁신하고, 장문의 절은

각 절을 가급적 단문으로 끊어 여러 문장이 이어지게 하였다. 앞에서 살핀 마가복음 1장에서도 새한글성경은 단문화, 분절화의 모습을 보여 준다

5. 새한글성경

5.1. 높임법 화계의 다양화5)

5.1.1.

5) 성경 원문 언어에

(2014)

30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대화문(또는 인용문)의 종결형으로 나타난다 서사문이든 대화문이든 중세

국어의 종결형은 높임법의 화계가 3등분 체계로 다음과 같았다.

① 쇼셔체: 아주 높임(극존대), 오늘날의 ‘하소서체’에 해당

다, 니잇가, 쇼셔, 사다

=> 하나이다, 하나이까, 하소서, * (*은 현대 소멸 뜻함)

② 야쎠체: 높임(존대), 오늘날의 ‘하셔’ 표현에 해당

다, 닛가, 야쎠

=> * , * , 하셔 (‘하셔’만 남음)

③ 라체: 보통 및 낮춤(평대 및 하대). 오늘날의 ‘해라체’ , ‘하라체’에 해당.

다, 녀, 라, 져(라)

=> 한다 , 하냐 , 하라, 하자

중세국어 3등분 체계에서 쇼셔체는 현대의 하소서체로 남아 기원문에 쓰이며, 라체는 현대의 하라체로 남아 있다 중세국어 3등분 체계가 근대

국어를 거쳐 분화하여 현대국어의 높임법은 6등분 체계인 ‘하십시오체 –하오체 – 하게체 – 해라체’라는 격식체와 ‘해요체 – 해체(반말체)’라는 비

격식체(회화체)로 나뉘는데 여기에 전통적 하라체와 하소서체가 부분적으로

남아 쓰인다. <비격식체> <격식체> 해 해요 해라 하라 하게 하오 하십시오

평서형 -어 -어요 -는/ㄴ다 * -네 -(으)오 -ㅂ니다

(약속형)6) -(으)마, -(으)ㄹ게

(경계형) -ㄹ라

의문형 -어 -어요 -(느)냐 * -는/ㄴ가 -(으)오 -ㅂ니까

감탄형 -어 -어요 -는구나 * -(는)구먼 -는구려 **(-는)군요

명령형 -어 -어요 -어라, -렴/려무나 -(으)라 -게 -시오 -십시오

청유형 -어 -어요 -자 * -세 -(시)ㅂ시다 ** -시지요 <표3 현대 국어의 상대 높임법 체계> 6) 약속형과 경계형은 따로 세우기보다 평서형에 속하는 것으로 보므로 괄호로 소속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31

전통적 옛말체 종결형 ‘ -다, -니라, -더라, -리라, -노라, -지라; -(으)녀, -(으)라’는 옛말 문법에서 하라체로 부른다. 이 중에 평서형 ‘ -다’ , 의문형

‘ -녀’는 오늘날 변하여 ‘ -ㄴ다/는다’ , ‘-(느)냐’로 해라체 종결형에 잘 쓰인

다 명령형 ‘-(으)라’는 오늘날 ‘정부는 각성하라’ , ‘정부는 물가를 잡으라’ , ‘남으로 오라’처럼 구호 표현에 남아 잘 쓰인다 이는 해라체 명령형인 ‘정

부는 각성하여라(각성해라)’, ‘정부는 물가를 잡아라’ , ‘남으로 와라(오너라)’

와 구별된다.

이들 옛말 하라체 전통을 잇는 ‘ -니라, -더라, -노라, -(으)냐, -(으)라’ 등

의 종결형은 현대 국어 높임 체계로는 당연히 해라체에 소속시킬 수 있지

만, 개역개정의 문체 명칭으로는 중세국어 전통의 하라체를 잇는다는 관

점에서 하라체로 불러야 합당하다. 전체적으로 개역개정은 중세국어의 전통을 잇는 하라체와 하소서체가 기본이고, 새번역은 해라체와 하십시오체를 바탕으로 해요체, 하오체 등

이 추가로 쓰이는데, 새한글성경은 하십시오체, 해라체, 해체(반말), 해요 체, 하오체 등이 자유자재로 복합된 변동(가변) 화계를 보여 준다. 앞 3에서

살펴본 창세기 1장에서 개역개정에서의 하라체는 새번역에서는 해라체

로 나타나는데, 새한글성경에서는 하십시오체, 해요체, 해체(반말)를 넘나

들며 복합 화계가 나타난다.

새한글성경 1 처음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2 땅은 거칠고 비어 있었다. 어둠이 깊은 물 위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이 물 위에서 움직이 고 있었다 3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빛이 생기기를!” 그러자 빛이 생겼다 4 하나님이 그 빛을 보셨다 좋았다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셨다 5 하나 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첫날이었다. 6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물 한가운데에 둥근지붕(궁창) 이 생겨 물과 물 사이가 나누어지기를!” 7 하나님이 둥근지붕(궁창)을 만들

어 둥근지붕(궁창) 아래의 물과 둥근지붕(궁창) 위의 물을 나누셨다 그러자 그대로 되었다 8 하나님이 둥근지붕(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셨다 저녁이 되

고 아침이 되었다. 둘째 날이었다. … (중략) … 26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처리하였다.

32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우리의 모습으로, 우리와 닮은 모양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그들이 바

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 땅과 땅 위에 기어다니는 온갖 짐 승을 다스리게 하자. ” 27 하나님이 사람을 자기 모습으로 창조하셨다. 하나

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남성과 여성으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28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내리셨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번성하 여 불어나라 땅에 가득해져서 땅을 지배해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 위에서 움직이는 온갖 짐승을 다스려라. ”

위에 따르면 문체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서사문’의 경우와, 서사문 사이

사이에 나오는 ‘대화문’의 경우를 구분해 보아야 한다. 서사문의 경우에, 개

역개정은 구역의 전통에 따라 고전체(옛말체) ‘ -더라, -니라’체를 지켰으

나, 새번역은 새말체 곧 현대어체의 해라체인 ‘-(ㄴ/는, 았/었)다’체로 현대

화하였는데, 새한글성경도 현대 문체를 택한 점은 새번역과 동일하다. 그러나 대화문의 경우에, 개역개정은 중세국어 높임법인 하라체와 하

소서체만 사용하였으나, 새번역은 하라체와 하소서체에 해당하는 현대어

체인 해라체와 하십시오체를 기본으로 하되, 추가로 해요체와 하오체까지

도입하였다. 새한글성경의 경우에는 현대 구어체인 해체(반말체)도 도입

하며 현대어 구어체인 해요체도 새번역보다 고빈도로 도입하였고, 종결

어미의 종류도 다양하게 사용하여, 다양한 높임법의 화계를 복합적으로 구

사하였다. 가령, 새한글성경은 해라체의 범주에 들지만 일방적 명령보다

는 피명령자를 인격적으로 존중하여 부드러운 명령인 ‘허락, 응낙’의 뜻의

어미 ‘ -렴’7)을 반복해 사용한다. ‘ -렴’은 이미 새번역에서 룻기8)에 한 번 나오는데 새한글성경에서는 창세기에서부터 자연스레 도입하였다. 다음

은 시편 1장을 보자 개정개정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7) -렴 [어미] 해라할 자리에 쓰여, 부드러운

나타내는 종결 어미 ‘ -려무나’보다는 친근감이 조금 덜하다 (표준국어대사전)

8) 시어머니 나오미가 룻에게 말하였다. “얘야, 네가 행복하게 살 만한 안락한 가정을, 내가 찾아보아야 하겠다. 생각하여 보렴. 우리의 친족 가운데에 보아스라는 사람이 있지 아니하냐? 네가 요즈음 그 집 여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잘 들어 보아라. 오늘 밤에 그가 타작 마당에서 보리를 까부를 것이다.”(새번역 룻 3:1-2)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33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2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 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하라체) 3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

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하라체)

새번역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

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며, 2 오로지 주님의 율법을 즐거워하

며, 밤낮으로 율법을 묵상하는 사람이다(해라체). 3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

가 철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이 시들지 아니함 같으니,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다(해라체).

새한글성경 1 복 있습니다(하십시오체), 이런 사람은! 그는 악인들의 의논 따라 걷지 않습니다. 죄짓는 사람들의 길에 서지 않습니다(하십시오체). 비웃는 사람들 의 자리에 앉지 않습니다(하십시오체). 2 여호와의 가르침에 자신의 기쁨을 두고서, 여호와의 가르침을 낮이든 밤이든 소리 내어 읽습니다(하십시오체).

3 물길 곁에 심은 나무와 같아서 철 따라 열매를 맺고 잎사귀가 마르지 않 습니다(하십시오체) 무엇을 하든지 잘됩니다(하십시오체) 4 악인들은 그렇 지 않고, 바람에 흩날리는 겨와 같습니다(하십시오체). 5 이런 까닭에 악인들 은 심판을 견디지 못하고, 죄짓는 사람들은 의인들의 무리에 들지 못합니다 (하십시오체). 6 여호와가 알고 계시거든요(해요체), 의인들의 길은. 그러나 악인들의 길은 사라질 것입니다(하십시오체).

새한글성경의 위 서사문 종결형에서 하십시오체와 해요체를 넘나들며 번역한 것을 복합(= 가변, 변동) 화계로 부르도록 한다. 시편 같은 기도문은 하나님과의 대화 형식이므로 다양한 높임법을 도입

하였다. 다음은 시편 2장이다. 새한글성경 시편 2:1-9 (사람에게 하는 말) 1 무슨 까닭으로 설쳐 대는가요, 민족들이? 백성들이 떠들어 대는가요, 헛되이? (중략) (하나님의 말씀) 6 “바로 나야. 내 임 금을 그 자리에 앉힌 것은, 내 거룩한 산 시온에서!” (사람에게 하는 말) 7 내가 널리 알립니다, 여호와가 확정하신 것을 여호와가 내게 이렇게 말씀하 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내 아들이야. 너는! 바로 내가 오늘 너를 낳았어. 8 나한테 요청하렴. 그러면 내가 주마, 민족들을 너의 몫으로, 너의 소유로 땅끝까지를 9 너는 그들을 깨뜨릴 거야, 쇠막대기로 진흙그릇처럼 그들을

34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부숴 버릴 거야 ”

위 시편 2장에서는 공손한 하십시오체를 기본으로 하면서, 하나님께 대

화의 간구를 하는 시편 갈래 특성에 맞게 ‘ -는가요’의 해요체, “나야” , “낳

았어” , “깨뜨릴 거야”의 해체(반말), “요청하렴” , “주마”의 해라체로 대화 형

식의 기도를 생동감 있게 다양한 높임법, 곧 복합 화계로 구성하였다. 이는

해요체가 보편화되어 남녀노소 및 다양한 일상에서 구어체로 잘 쓰이고 있

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결과이다. 이 때문에 새한글성경은 전체적으로

현대어와 청소년어의 핵심 문체인 해요체를 적극적으로 채택하였다. 또한 화자가 누구인지 분별이 어려워 독해에

높였다.

5.1.2. 새한글성경 대화문 종결형의 화계: 복합 화계

새한글성경의 종결형은 이야기를 서술하는 서사문 종결형뿐만 아니라 대화문의 종결형에서도 대화자 쌍방의 신분 관계에 따른 높임법의 변화를

반영하였다. 이미 앞에서 서사문 종결형을 다루면서 시편의 사례로 개역

개정, 새번역, 새한글성경의 서사문 종결형을 살펴본 바 있는데, 화계

를 분석할 때는 서사문 종결형인지 대화문 종결형인지를 구분하여야 한다

아래의 마가복음에서도 서사문 종결형과 대화문 종결형이 섞여 나와 구분

해야 한다. 아래에 쓰인 ‘→’는 대화 방향이다. [하나님 → 예수님] 마가복음 1:11

개정개정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대화 종결 하라체)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대화 종결 하라체) 하시니라(서사 종결 하라체)

새번역

그리고 하늘로부터 소리가 났다(서사 종결 해라체)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대화 종결 해라체) 내가 너를 좋아한다(대화 종결 해라체)”

새한글성경

또 하늘에서 소리가 났다(서사 종결 해라체). “너야말로 사랑하는 내 아 들이야(대화 종결 해체). 난 네가 좋아(대화 종결 해체).”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35

위에서 하나님이 독생자 예수님께 하는 대화문만 보면 개역개정은 간

접 인용이라 ‘ -노라’와 같은 하라체이다. 새번역의 대화문 인용절의 종결

형은 해라체이다. 반면에 새한글성경은 ‘아들이야’ , ‘좋아’처럼 구어 반말

체(해체)를 보여 준다

[예수님 → 제자] 마가복음 1:17

개정개정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를 따라오라(하라체)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

가 되게 하리라(하라체) 하시니(하라체)

새번역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해라체). “나를 따라오너라(해라체).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해라체).”

새한글성경

예수님이 그들에게 말씀하셨다(해라체) “나를 뒤따라오세요(해요체) 그

대들을 사람 건져 올리는 어부가 되게 해 드리겠습니다(하십시오체).”

위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말한 것으로 개역개정은 간접 인용절이 하

라체이고, 새번역의 직접 인용절은 해라체이며, 새한글성경의 직접 인

용절은 예수님이 제자들을 존중해 주어를 높이는 화계를 사용해 해요체와

하십시오체가 복합 화계를 보인다. 새한글성경에서는 예수님이 제자들이

나 백성들에게 권위적으로 낮춤의 하라체나 해라체를 쓰던 기존 번역본과

달리, 제자나 백성을 존중하는 높임법의 화계를 써 권위적으로 비치지 않

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5.2. 인용 담화

대화나 성구 인용이 들어갈 때, 개역개정은 직접 인용이 아닌 간접 인 용으로 표현하되 간접 인용의 표지 ‘ -라고’는 생략한다. ‘이르시되’와 같은 인용 동사는 한국어의 구어에서 ‘X라고 일렀다(말하였다)’처럼 인용절 뒤에 옴이 자연스러우나 개역개정에서는 인용 동사가 먼저 나와 ‘이르시되 X

36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라 하더라’의 구조를 보인다 9) 이는 고소설 이야기체의 전형적 인용 방식

이다. 또한 개역개정은 주종 관계(상하 관계), 대등 관계 등 다양한 관계

에서의 대화체에서도 하소서체나 하라체와 같은 중세국어의 단순 고정적

화계만 보여 준다. 따라서 성경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도 개역개정

은 하오체, 하게체, 해체, 해요체를 전혀 활용하지 않아 국어의 다양한 높

임법이 반영되지 않았다. 대화 구문이 전개될 때 인용 표현이 들어갈 경우에는 인용 내용, 인용자,

인용 듣는 자의 경계가 분명해야 하므로 인용 부호를 사용하는 직접 인용

이 바람직하다. 개역개정에서는 인용 부호 등 문장 부호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모든 인용을 간접 인용으로만 번역하다 보니 성경 독해에 어려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다음 사례는 앞서 어휘론적 의의를 설명할 때 이미

언급한 바 있는 마가복음 1장이다 개역개정에서는 간접 인용문을 사용한

사례로, 인용 안에 구약 인용이 또 나오는 겹 인용 구문이라 독해에 어려

움을 준다.

(1) 간접 인용: 개역개정 마가복음 1:2-5. “이사야의 글” , “광야에 외치

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 “기록된 것과 같이”와 같은 인용 기록이 등

장하고 3절에 이중 인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독해가 어렵다. 대화체나 서사

체는 모두 하라체뿐이다

9) 한국어의 구어(입말)는 직접 인용과 간접 인용 구조를 다음과 같이 비교할 수 있으

며, 인용 동사는 도치 구문이 아닌 한 일반적으로 인용절 뒤에 후행하는 구조이다

① 간접 인용(S + { X }고 말하다 구조): 그는 하나님이 한국에 복을 많이 주신다 고 말하였다.

② 직접 인용(S + {“X”}라고 말하다 구조): 그는 “하나님이 한국에 복을 많이 주신

다 ”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개역개정은 인용 표지 ‘ -고’ , ‘ -라고’가 없는 간접 인용만 있는 구조로 영미 언어의 어순인 SVO 구조의 직역 구조에 따라, 인용 동사인 V가 인용절 X의

앞에 나오는 구조를 보이며 인용 표지인 ‘ -고’ , ‘ -라고’가 불필요하여 간결한 인용 문 구조를 보인다.

S + 이르(시)되 + { X }. => 개역개정에는 간접 인용만 있음.

S + 이르(시)되 + {“ X ”}. => 개역개정에는 직접 인용이 없음.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37

개역개정 2 선지자 이사야의 글에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그가 네 길을 준비하리라 3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 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 기록된 것과 같이 4 세례 요한이 광

야에 이르러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니 5 온 유대 지방 과 예루살렘 사람이 다 나아가 자기 죄를 자복하고 요단 강에서 그에게 세

례를 받더라

(2) 직접 인용: 새번역, 새한글성경마가복음 1:2-5 큰따옴표(“ ”)와

작은따옴표(‘ ’)라는 인용 부호를 사용하여 대화 경계를 구분함. 새번역 2 예언자 이사야의 글에 기록하기를, “보아라, 내가 내 심부름꾼을 너보다

앞서 보낸다. 그가 네 길을 닦을 것이다. ” 3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예비하고, 그의 길을 곧게 하여라’” 한 것과 같 이, 4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서, 죄를 용서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 5 그래서 온 유대 지방 사람들과 온 예루살렘 주민들이 그에게 로 나아가서, 자기들의 죄를 고백하며, 요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새한글성경 2 예언자 이사야의 글에 이렇게 적혀 있다. “보라, 나의 소식꾼을 너보다

앞서 보낸다. 그가 너의 길을 마련할 것이야. 3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이다 ‘너희는 닦으라, 주님의 길을 곧게 만들어라, 주님 걸으실 좁은 길들

을. ’” 4 그와 같이, 요한이 광야에 이르러 세례를 주었다. 또 선포하기를, 회 개하고 세례를 받아 죄를 용서받으라고 했다. 5 그러자 온 유대아 지역 사 람들과 예루살렘 주민 모두가 요한한테 나아갔다. 그리고 요르단강에서 그 에게 세례를 받으며 자기들의 죄를 털어놓았다.

새번역과 새한글성경에서는 겹인용도 작은따옴표, 큰따옴표를 활용 해 구별하여 대화체를 구분하되, 새번역은 “보아라” , “보낸다” , “것이다” , “하여라”처럼 해라체만 단조롭게 구사하였으나, 새한글성경에서는 “보 라”(하라체), “보낸다”(해라체), “것이야”(해체), “닦으라”(하라체), “만들어 라”(해라체)처럼 자유 복합 화계를 구사하였다. 성경에서는 다중인용 구문이 독해에 어려움을 준다. 다음 요한복음 19:21-22 말씀은 짧은 내용이지만 2중, 3중의 인용 구조를 보이므로 문장

38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부호가 독해에 도움을 준다

요한복음 19:21-22

개역개정

21 유대인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이르되 유대인의 왕이라 쓰지 말

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 쓰라 하니 22 빌라도가 대답하되 내가 쓸 것을 썼

다 하니라

새번역

21 유대 사람들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말하기를 “‘유대인의 왕’이라

고 쓰지 말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십시오” 하였으나, 22 빌라도는 “나는 쓸 것을 썼다” 하고 대답하였다.

새한글성경 21 그래서 빌라도에게 유대아 사람들의 대제사장들이 말했다. “‘유대아 사람들의 임금’이 아니라, ‘저 사람이 주장하기를 「나는 유대아 사람들의 임 금이다.」라고 했다. ’고 적어 놓으십시오. ” 22 빌라도가 대답했다. “내가 적어 둘 것을 적어 두었소 ”

『개역개정』에서는 인용 구조를 표시하지 않아 인용 구조 파악이 쉽지 않 으나 새번역에서는 작은따옴표와 큰따옴표로, 새한글성경에서는 3차 인

용까지 밝혀 홑낫표(「 」)로 표시하여 독해를 돕고 있다.

이사야 1:1-4, 10-11 개역개정 1 유다 왕 웃시야와 요담과 아하스와 히스기야 시대에 아모스의 아들 이 사야가 유다와 예루살렘에 관하여 본 계시라 2 하늘이여 들으라 땅이여 귀 를 기울이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자식을 양육하였거늘 그들이 나 를 거역하였도다 3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그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 하셨도다 4 슬프다 범죄한 나라요 허물 진 백성이요 행악의 종자요 행위가 부패한 자식이로다 그들이 여호와를 버리며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를 만홀히 여겨 멀리하고 물러갔도다 … (중략) … 10 너희 소돔의 관원들아 여호와의 말씀을 들을지 어다 너희 고모라의 백성아 우리 하나님의 법에 귀를 기울일지어다 11 여호 와께서 말씀하시되 너희의 무수한 제물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뇨 나는 숫양 의 번제와 살진 짐승의 기름에 배불렀고 나는 수송아지나 어린 양이나 숫염 소의 피를 기뻐하지 아니하노라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39

새번역 1 이것은,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가, 유다 왕 웃시야와 요담과 아하스와

히스기야 시대에, 유다와 예루살렘에 대하여 본 이상이다. 2 하늘아, 들어라!

땅아, 귀를 기울여라!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자식이라고 기르고 키웠

는데, 그들이 나를 거역하였다 3 소도 제 임자를 알고, 나귀도 주인이 저를

어떻게 먹여 키우는지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

지 못하는구나. ” 4 슬프다! 죄 지은 민족, 허물이 많은 백성, 흉악한 종자, 타락한 자식들! 너희가 주님을 버렸구나.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을 업신여 겨서, 등을 돌리고 말았구나. (중략) 10 너희 소돔의 통치자들아! 주님 의 말씀을 들어라. 너희 고모라의 백성아! 우리 하나님의 법에 귀를 기울여

라. 11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무엇하러 나에게 이 많은 제물을 바치느냐?

나는 이제 숫양의 번제물과 살진 짐승의 기름기가 지겹고, 나는 이제 수송 아지와 어린 양과 숫염소의 피도 싫다. 새한글성경 1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가 본 것. 그가 유다와 예루살렘에 관해 본 것이다. 웃시야, 요담, 아하스, 히스기야가 유다 임금인 때였다. 2 (예언자) 들어라, 하늘아! 귀 기울여라, 땅아! 여호와께서 말씀하셨으니. (하나님) “자식들을

내가 기르고 키웠는데, 그들은 나와 관계를 끊었구나 3 소도 자기를 산 사 람을 알고, 나귀도 자기 주인의 여물통을 아는데,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는구나

내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구나. ” 4 (예언자) 아, 죄를 지은 민족, 잘못이 많은

백성, 악한 사람들의 후손, 나쁜 짓을 하는 자식들, 여호와를 버리다니! 이스

라엘의 거룩하신 하나님을 무시하다니! 등을 돌려 버리다니! … (중략) …

10 (예언자) 들으세요, 여호와의 말씀을, 소돔의 권력자 여러분! 귀 기울이세 요, 우리 하나님의 가르침에, 고모라의 백성 여러분! 11 (하나님) “너희는 무 슨 까닭으로 나에게 이 많은 희생제물을 바치느냐? 여호와께서 말씀하십 니다. 난 질렸다, 다태우는제물(번제물)인 숫양들과 통통한 짐승들의 기름 과 수송아지들의 피에도. 어린양들과 숫염소들도 난 좋아하지 않는다.

개역개정에서는 화자인 선지자의 말과 선지자가 계시로 선포하는 하나 님의 말씀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분별이 어렵다. 새번역에서는 인용 부

호가 동원되므로 화자와 하나님의 말씀의 구분이 쉬워져 하나님 말씀 부분 은 큰따옴표로 구분하였다. 새한글성경에서는 획기적으로 이사야 선지자 의 예언을 “(예언자)”로,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으로 구분하여 마치 하

나님과 선지자가 연극 대본을 주고받는 듯 표시하여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새한글성경에서는 하나님 말씀 속에서 중간중간

에 이 말씀이 하나님 말씀이라고 환기해 강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 경

40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우는 삽입 기능의 줄표( )를 넣어 여호와께서 말씀하십니다 처럼

적었다.

요한계시록 2:1-7 개역개정 1 에베소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오른손에 있는 일곱 별을 붙잡고 일

곱 금 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이가 이르시되 2 내가 네 행위와 수고와 네 인

내를 알고 또 악한 자들을 용납하지 아니한 것과 자칭 사도라 하되 아닌 자

들을 시험하여 그의 거짓된 것을 네가 드러낸 것과 3 또 네가 참고 내 이름

을 위하여 견디고 게으르지 아니한 것을 아노라 4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5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 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하지 아니 하면 내가 네게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 6 오직 네게 이것이 있으니 네가 니골라 당의 행위를 미워하는도다 나도 이것을 미워하노라 7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이기는 그에게 는 내가 하나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열매를 주어 먹게 하리라 새번역 1 “에베소 교회의 심부름꾼에게 이렇게 써 보내라 ‘오른손에 일곱 별을 쥐시고, 일곱 금 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분이 말씀하신다. 2 나는 네가 한 일

과 네 수고와 인내를 알고 있다. 또 나는, 네가 악한 자들을 참고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것과, 사도가 아니면서 사도라고 자칭하는 자들을 시험하여 그들

이 거짓말쟁이임을 밝혀 낸 것도, 알고 있다 3 너는 참고, 내 이름을 위하

여 고난을 견디어 냈으며, 낙심한 적이 없다 4 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있다. 그것은 네가 처음 사랑을 버린 것이다. 5 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떨 어졌는지를 생각해 내서 회개하고, 처음에 하던 일을 하여라. 네가 그렇게 하지 않고, 회개하지 않으면, 내가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겠다. 6 그런데 네게는 잘 하는 일이 있다. 너는 니골라 당이 하는 일을 미워한다. 나도 그것을 미워한다 7 귀가 있는 사람은, 성령이 교회들에 하시는 말씀을 들어라. 이기는 사람에게는, 내가 하나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 나무의 열매를 주어서 먹게 하겠다. ’” 새한글성경 1 “너는 에페수스에 있는 교회의 심부름꾼에게 이렇게 써 보내라. ‘그 오 른손에 일곱 개의 별을 붙잡고 계신 분, 일곱 개의 금등불받침대들 사이에 걸어 다니시는 분이 이것들을 말씀하십니다. 2 「나는 네가 한 일들, 곧 너의 애씀과 견딤을 안다 네가 악한 사람들을 참고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도 안 다 자기들이 사도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사도가 아닌 사람들을 너는 시험해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41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거짓말쟁이들인 것을 밝혀냈다 3 너는 잘 견뎌 내고

있다. 너는 내 이름 때문에 당하는 어려움을 참아 냈고, 지쳐 쓰러진 적이

없었다. 4 그러나 너한테 거슬리는 일이 있는데, 네가 너의 처음 사랑을 내

버린 것이다. 5 그러므로 너는 네가 어떤 상태에 있다가 떨어져 나갔는지를

기억해 내서 회개해라 그리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해라 그렇지 않으면 내

가 너에게 가서 너의 등불받침대를 그 있는 자리에서 옮길 것이다 네가 회

개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6 그러나 이런 일은 네가 참 잘하는 것이다. 곧 니

콜라우스당 사람들이 하는 짓들을 미워하는 것이다. 나도 역시 그것들을 미

워한다. 7 귀 있는 사람은 성령님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으라. 이기 는 사람, 그 사람에게는 생명나무에서 나는 것을 먹도록 해 주겠다. 그 나무 는 하나님의 낙원에 있다.」 ’”

개역개정에서는 계시록의 서사자인 화자와 계시자인 하나님의 말씀을 구분하는 구조를 보인다. 새번역에서는 인용부호가 동원되므로 화자와 계

시자인 하나님의 말씀을 구분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새한글성경에서는 1-7절 큰따옴표안에 1차 인용을 보이고, 1-7절 작은따옴표로 2차 인용을 보

이며, 다시 그 밑 2-7절에서 홑낫표로 3중 인용의 구조를 보여 준다.

5.3. 원문 어순 효과 살리기: 절충적 도치문 번역 새한글성경에서는 기존 한국어 번역본들과 달리 도치문이 많이 나타난 다. 이는 한국어와 언어 유형이 달라 동사가 앞에 오는 히브리어(VSO 문 형)와 동사 안에 격 변화가 반영되는 헬라어의 특성을 부분적으로 번역에 반영하려 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한국어의 일반 어순을 따라 번역하

되, 성경 원문에서 동사가 강조되는 것으로 보일 때는 한국어 일반 어순으 로 번역하지 않고 원문에서 동사가 먼저 오는 것을 반영하여 한국어 번역 에서도 동사문이 먼저 오도록 절충적 도치문 구조로 번역하였다. 다음 시 편 1, 2장, 마가복음 1장에서 이를 볼 수 있다. 시편 1장 1 복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그는 악인들의 의논 따라 걷지 않습니다 죄 짓는 사람들의 길에 서지 않습니다. 비웃는 사람들의 자리에 앉지 않습니다. … (중략) … 6 여호와가 알고 계시거든요, 의인들의 길은. 그러나 악인들의 길은 사라질 것입니다

42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시편 2장

(사람에게 하는 말) 1 무슨 까닭으로 설쳐 대는가요, 민족들이? 백성들이 떠들어 대는가요, 헛되이? 2 땅의 임금들이 굳게 자리 잡고, 높은 사람들이 함께 손을 잡았군요. 그들이 여호와를 거스르고 또 여호와께 기름부음받은 사람을 거슬러 이렇게 말하네요. 3 “끊어 버리세, 그들의 사슬을! 벗어던져

버리세, 그들의 밧줄을!” 4 하늘에 앉아 계시는 여호와가 웃으십니다. 주님

이 그들을 비웃으십니다. 5 그때에 주님이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분노 가운데 주님의 노여움 가운데 그들을 깜짝 놀라게 하십니다 (하나님

의 말씀) 6 “바로 나야, 내 임금을 그 자리에 앉힌 것은, 내 거룩한 산 시온

에서!” (사람에게 하는 말) 7 내가 널리 알립니다, 여호와가 확정하신 것을.

여호와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내 아들이야, 너는! 바로 내가 오늘 너를 낳았어 8 나한테 요청하렴 그러면 내가 주마, 민족들 을 너의 몫으로, 너의 소유로 땅끝까지를. 9 너는 그들을 깨뜨릴 거야, 쇠막

대기로. 진흙그릇처럼 그들을 부숴 버릴 거야. ”

마가복음 1장 3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이다. ‘너희는 닦으라, 주님의 길을. 곧게 만 들어라, 주님 걸으실 좁은 길들을. ’” … (중략) … 8 나는, 여러분에게 세례를 줍니다, 물로요 그러나 그분은, 여러분에게 세례를 주실 것입니다, 성령으로요”

위에 나오는 예들은 한국어의 일반 어순으로 바꿀 수도 있었으나 원문의

동사 구문의 어순을 살려 절충적인 도치 구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5.4. 갈래 문법의 구현: 갈래 특성에 따른 화계

인간이 생성하는 다양한 구어(입말)나 문어(글말)는 말과 글의 특성이나

소통 방식에 따라 갈래(장르, 양식), 사용 어휘, 관용 표현, 내용 구조(머리본문-마무리), 기술 방식(설명·묘사·논증·서사) 등에서 차이를 가진다. 오늘

날도 법률문, 기사문, 보도자료, 편지, 이메일, SNS 등 수많은 말과 글의 갈

래에서 우리가 읽고 쓰는 문체는 다양한 차이와 특성을 갖는데 이를 ‘갈래

문법’ 또는 ‘장르 문법’(genre grammar)이라 부른다

성경에서도 율법서, 역사서, 시가서, 예언서, 복음서, 서신서라는 장르의 특성과 40여 성경 기자의 신분과 직업 특성에 따라 성경 66권은 다양한 문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43

체적 특성을 가진다 그러나 그동안 나온 기존 번역본은 이러한 장르의 특

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였으니 이는 서사자를 획일적으로 전제하고 번역 한 결과라 하겠다. 그 결과 개역개정의 경우 66권 전부가 서사문 종결형

은 하라체로 통일되었고, 대화문에서도 ‘예수님 – 제자’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 대화 ‘상위자 – 하위자’의 관계에 따라 중세국어 옛말체의 하소서체

와 하라체라는 두 높임법만이 나타나게 단순화되었다 그러나 새한글성경

에서는 서사문 종결형이나 대화문 종결형에서 모두 갈래 특성을 반영하도

록 다양한 화계를 반영해 복합 화계로 번역하였다. 가령 시편과 같은 시가서는 우리 말과 글의 자연스러움을 살리며, 평행

법, 운율, 첫 글자 조어법 형식 등의 요소를 잘 살려 옮기고, 의미 단위를

따라 줄을 바꾸어 쓰는 것도 새한글성경에서 지키려고 한 갈래 존중 원

칙이다. 개역개정에서는 시가서인

화자가 종결형으로 하소

서체나 하라체를 주로 사용하여 산문체인 다른 역사서, 예언서, 복음서, 서

신서의 종결형과 차이가 없어 단조로우나, 새한글성경은 갈래 특성을 살

려 시편의 종결형 화계가 다양하다. 시편 3장을 비교해 본다. 개정개정

다윗이 그의 아들 압살롬을 피할 때에 지은 시 1 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해요체) 일어나 나를 치는 자가 많으니이다(하소서체) 2

많은 사람이 나를 대적하여 말하기를 그는 하나님께 구원을 받지 못한다 하

나이다(하소서체) (셀라) 3 여호와여 주는 나의 방패시요 나의 영광이시요10)

나의 머리를 드시는 자이시니이다(하소서체) 4 내가 나의 목소리로 여호와 께 부르짖으니 그의 성산에서 응답하시는도다(하라체) (셀라) 5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하라체) 6 천만인이 나를 에 워싸 진 친다 하여도 나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이다(하소서체) 7 여호와여 일어나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 주께서 나의 모든 원수의 뺨 을 치시며 악인의 이를 꺾으셨나이다(하소서체) 8 구원은 여호와께 있사오 니 주의 복을 주의 백성에게 내리소서(하소서체) (셀라) 위에서 개역개정은 중세 높임법 선어말어미 ‘ -’가 남아 있는 ‘ -니이 10) “주는

44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다’ , ‘ -나이다’ , ‘ -리이다’가 하소서체를 보이며, ‘ -도다’ , ‘ -로다’의 하라체가

섞여 나타나고11), 드물게 1절에서처럼 해요체 ‘ -는지요’가 보인다. 다음은

이에 비교되는 새한글성경 시편 3장이다. 새한글성경 1 노랫말(시) 다윗에게 속한 것 다윗이 그의 아들 압살롬을 피해 달아날

때 (기도) 오, 여호와여, 내 적들이 얼마나 많은지요(해요체)! 많은 사람이 일어나 내게 맞서네요(해요체). 2 많은 사람이 나를 두고서 말합니다(하십시 오체). “그는 하나님한테서 도움받지 못해(해체).” 셀라. 3 그렇지만 주님이야

말로, 오, 여호와여, 나를 감싸 주는 방패이십니다(하십시오체)! 나의 영광이 시고 나의 머리를 들게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하십시오체) (혼잣말) 4 나의 목소리로 여호와께 내가 부르짖으면, 여호와는 내게 대답하시지(해체), 여호

와의 거룩한 산에서. 셀라. 5 나는, 누워 자고 깨어나지(해체). 여호와가 나를

떠받쳐 주시거든(해체). 6 나는 두려워하지 않아(해체), 수만 명의 사람들이 라도! 그들이 사방에서 나에게 맞선다 하더라도!(해체) (기도) 7 일어나십시

오(하십시오체), 오, 여호와여, 나를 구해 주십시오(하십시오체), 오, 나의 하 나님! 주님이 치셨습니다(하십시오체), 내 모든 원수의 뺨을 악인들의 이빨 을 주님이 부러뜨리셨습니다(하십시오체). 8 여호와께로부터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하십시오체). 주님의 백성에게 주님의 복을 베풀어 주십시오(하 십시오체). 셀라.

위 새한글성경에서 시편 3장은 하나님께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

청하는 탄원시의 특성을 살려 번역하였다. 1-3절과 7-8절은 기도라서 하십

시오체, 해요체, 해체로, 4-6절은 확신을 드러내는 혼잣말이라 해체로 번역 하였다

창세기에서 말라기에 이르기까지 구약성경의 경우 개역개정은 서사문

이든 대화문이든 고전 한국어 중세 어법인 하라체와 하소서체만을 기본으 로 하지만 새한글성경은 위 시편처럼 화계를 살려 다양한 화계로 하십시

오체, 해라체, 해요체, 해체 등을 사용하였다. 신약성경 복음서에서도 앞의 높임법 화계 문제에서 다룬 것처럼 개역개 정은 하라체와 하소서체로만 일관하였으나,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45

해라체, 해체, 해요체, 하게체, 하오체를 모두 활용하였다

또한 ‘테오필로스’를 수신자로 하는 역사서인 사도행전부터 편지 갈래인

바울의 일반서신(로마서, 고린도전후서, 갈라디아서, …), 옥중서신(골로새

서, 빌립보서, …), 공동서신(히브리서, 야고보서, 유다서, …)은 수신자를

높이는 편지 갈래의 청자 높임 화계를 살려 서사 종결형은 하십시오체를 기

본으로 하였으며, 이따금 친근하게 해요체를 쓰기도 하였다 새한글성경의

요한계시록도 하라체로만 나오는 개역개정과 달리 하십시오체와 해요체

가 섞여 나타난다.

요한계시록 1:1

개정개정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하라체) 이는 하나님이 그에게 주사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들을 그 종들에게 보이시려고 그의 천사를 그 종 요한에게 보내어 알게 하신 것이라(하라체)

새한글성경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입니다(하십시오체) 이 계시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 스도께 주신 것입니다(하십시오체). 반드시 곧 일어나야 할 일들을 자신의 종들에게 보이시려고요(해요체).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천사를 보내셔서 바로 그 천사를 통하여 자신의 종 요한에게 그것을 알려 주셨습니다(하십시오체).

바울이 디모데와 디도에게 보내는 목회서신인 디모데전후서와 디도서에

서는 바울이 제자인 디모데와 디도를 ‘그대, 자네’로 지칭하며, 서사 종결형 을 하십시오체가 아닌 하게체 ‘ -네’로 하고, 때로는 해체(반말)로 친근한 ‘지’를 써서 이들의 사제 관계를 짐작케 하고 있다.

새한글성경 디모데전서 1장

1 바울이네(하게체).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도라네(하게체). 우리의 구원자 하나님과 우리의 희망 그리스도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사도가 되었지(해체).

2 디모데에게, 곧 믿음 안에서 나의 참된 아들인 그대에게 이 편지를 보내 네(하게체). 은혜, 한결같은 사랑, 평화가 하나님 아버지와 그리스도 예수 우 리 주님으로부터 내리기를 비네(하게체)! 3 마케도니아로 가면서 내가 그대 에게 에페수스에 머물러 있으라고 부탁했었지(해체). 그대가 몇몇 사람들에 게 명령하여 그들이 다른 교리를 가르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네(하게체).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새한글성경 디도서 1장

1 바울이네(하게체). 하나님이 부리시는 종이요,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라 네(하게체). 이러한 부르심은 하나님이 선택하신 사람들을 믿음으로 이끌고, 또 경건에 걸맞은 진리의 지식을 깨닫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해체). 2 영원 한 생명에 대한 희망에 근거한 것이네(하게체) 이 영원한 생명은 거짓말하

지 않으시는 하나님이 아주 오래전에 약속하신 것이네(하게체) … (중략) … 5 내가 그대를 크레타에 남겨 둔 이유는 이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 네(하게체). 곧 그대가 남은 일들을 마무리 짓고, 또 도시마다 장로들을 세 우도록 하려는 것이었네(하게체). 내가 직접 자네에게 명령한 대로 말일세 (하게체).

따라서 새한글성경은 성경 각 책의 갈래 특성에 따라 수신자를 고려해

서사문 종결형의 화계와 대화문 종결형의 화계에 복합 화계로 변화를 주었다.

5.5. 차별적 언어 표현의 개선

성경은 하나님께서 구원의 은혜를 차별 없이 베풀어 믿음으로 구원받게

하시므로 만민평등, 남녀평등의 윤리도 포함하고 있다. 개역개정 이래 지

난 20여 년 사이에 차별적 언어 표현에 대한 세속적 논란이 많았던 만큼 개

역개정에서 차별로 오해되는 표현은 새한글성경에서 차별적 의미가 사

라진 대체 표현으로 번역하려고 힘썼다 과거의 인종, 성별, 장애, 질병 표

현은 차별 표현으로 비쳐 개역개정에서 중립적 표현으로 상당히 순화하

였는데, 새한글성경에서는 ‘귀먹은 자, 맹인, 다리 저는 자, 코가 불완전

한 자, 등 굽은 자’를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안면장애인, 척

추장애인’으로 바꿨다.

출애굽기 4:11

개역개정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누가 사람의 입을 지었느냐 누가 말 못 하

는 자나 못 듣는 자나 눈 밝은 자나 맹인이 되게 하였느냐 나 여호와가 아

니냐

새한글성경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누가 사람에게 입을 만들어 주었느냐?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47

누가 말하지 못하거나 듣지 못하거나 보거나 보지 못하게 만들었느냐? 나

여호와가 아니냐?

레위기 19:14

개역개정]

너는 귀먹은 자를 저주하지 말며 맹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고 네 하나

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새한글성경

청각장애인을 저주하지 마라. 사람이 걸려 넘어질 것을 시각장애인 앞에

놓아두지 마라. 너는 너의 하나님을 두려워해라. 나는 여호와다.

레위기 21:18-20

개역개정 18 누구든지 흠이 있는 자는 가까이 하지 못할지니 곧 맹인이나 다리 저

는 자나 코가 불완전한 자나 지체가 더한 자나 19 발 부러진 자나 손 부러 진 자나 20 등 굽은 자나 키 못 자란 자나 눈에 백막이 있는 자나 습진이나

버짐이 있는 자나 고환 상한 자나 새한글성경 18 몸에 흠이 있으면 누구든 나아와서는 안 된다.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

애인이나 안면장애인이나 몸 한 부분이 너무 큰 사람은 안 된다. 19 다리 부러진 사람이나 손 부러진 사람도 안 된다 20 척추장애인이나 키가 너무 작은 사람이나 눈이 희게 얼룩진 사람도 안 된다. 부스럼이 곪은 사람이나 피부 주름이 두꺼워진 사람이나 불알 으깨어진 사람도 안 된다. 마태복음 15:30-31

개역개정]

30 큰 무리가 다리 저는 사람과 장애인과 맹인과 말 못하는 사람과 기타 여럿을 데리고 와서 예수의 발 앞에 앉히매 고쳐 주시니 31 말 못하는 사람 이 말하고 장애인이 온전하게 되고 다리 저는 사람이 걸으며 맹인이 보는 것을 무리가

48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들이 보게 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그 밖에 다음의 질병 용어도 순화하였다.

간질 → 뇌전증(마 4:24) 나병 → 심한피부병(마 8:2)

중풍병 → 마비증(마 8:6) 혈루증 → 출혈병(마 9:20)

꼬부라져 → 척추장애인(눅 13:11)

수종병12) → 몸 붓는 병(눅 14:2)

현대의 독서는 당대의 어법에 맞추어야 하므로 새한글성경도 ‘한글 맞

춤법’(1988) 규정을 따랐다 외래어 표기법(1986)은 개역개정, 새번역에

서도 따르지 않은 점이 있으나, 새한글성경에서는 개역개정의 ‘아브라 함, 이삭, 야곱, 요셉’ 등과 같은 기존 표기 관습을 존중하면서도 현재 초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고유명사들은 외래어 표기법(1986)과 표준

국어대사전(1999)의 외래어 표기법 용례를 따라 기존의 표기 관행을 대폭

현대 표기법으로 고쳤다 13)

블레셋 → 필리스티아 헷 → 히타이트 갈대아 → 칼데아

구스 → 에티오피아 앗수르 → 아시리아 두로 → 티레

애굽 → 이집트 유대 → 유대아 고린도 → 코린트

갈릴리 → 갈릴래아 마게도냐 → 마케도니아 수리아 → 시리아

감람 산 → 올리브산 에베소 → 에페수스

12) ‘수종병(水腫病)’이 어려워 ‘몸 붓는 병’으로 고친 것이다. ‘물부징’이란 속어도 있 으나 이 역시 어렵다. 물종기(물腫氣). 「명사」 『의학』 신체의 조직 간격이나 체강(體腔) 안에 림프액, 장액(漿液) 따위가 많이 괴어 있어 몸이 붓는 병.(표준국어대사전)

13) 성경의 음역 표기에 관해서는 박동현(2001), 박동현(2002) 참고.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49

『새한글성경』은 고유어 중심 번역을 취하지만 “신”을 “샌들”로 번역하고,

조각목”(개역개정에서는 출 25:5, 10; 신 10:3 등 27회 나옴)이란 나무를

아카시아나무”로 번역하고, “베” , “모시”로 번역하던 것을 외래어 “리넨”으

로 번역하여, 원산지 산물과 원어에 가까운 외래어가 다음 세대에게 익숙

한 외래어라면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개역개정』과 『새번역』에 71회나 나

오는 “그룹”은 영어 ‘그룹’(group)과 동음이의어로 혼동을 준다. 『새한글성 경』에서는 원어에 맞추어 “크룹”으로 음역했다. 크룹은 사자 몸에 사람 얼

굴을 하고 날개 둘이 달린 신비로운 존재로, 에덴동산을 지키기도 했다(창 3:24). 솔로몬 성전의 지성소에는 크룹 모양을 둘 만들어 두어 그 날개들이

하나님의 임금자리를 이루게 했다. 이사야 6:2에서 언급되는 『개역개정』과

』의 “스랍”은 『새한글성 경』에서 원어에 맞추어 “사랍”으로 음역했다. 사랍은 사람 같은 요소도 지

니고 있는, 날개 달린 뱀 모양의 신비로운 존재를 가리킨다. 현대의 독서는 단순히 문자만 읽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문장 부호 도

입, 글꼴 변화를 통해 가독성을 높인다. 문장 부호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개

역개정과 달리 새번역, 공동, 공동개정에서처럼 새한글성경도 마

침표, 쉼표, 느낌표, 큰따옴표, 작은따옴표, 줄표, 소괄호, 중괄호, 대괄호14)

를 사용하였다. 새한글성경에서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각종 시간, 요일, 도량

형 단위나 수량 단위 표시를 현대인에게 익숙한 미터법 단위 표시로 하고

수효를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하여 정보에 대한 시각적 인지 효과를 높이도

록 하였다 그러나 “달란트” , “세겔” 등 원문의 단위대로 번역하여 중동 고

대 도량형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을 때는 원문의 단위대로 번역하고 각 주에 현대 도량형으로 환산하여 계산한 것을 적도록 하였다.

14) 밑줄표는

50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1) 숫자 표기는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아라비아 숫자를 최대 한 사용하였다.

시편 90:10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는 기간이 70년이고 힘이 좋으면 80년인데, 그 대부

분은 수고와 재난입니다. 급히 지나가서 우리가 날아가 버립니다.

마태복음 4:2

40일 동안 낮과 밤으로 금식하시고 나서

마태복음 14:21

먹은 사람은, 여자들과 아이들 빼고 남자 어른이 5,000명쯤이었다.

(2) 도량형, 화폐 단위, 시간과 요일은 다매체 시대의 한국어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익숙한 것으로 바꾸어

필요시 각주에 원문의 단위를 적어 두기로 했다. 도량형은 “게라” , “세겔” , “베가” , “

” 등이 쓰였는 데 달란트는 다음과 같이 출애굽기 38:26에서는 킬로그램으로 환산하기도 하였으나 마태복음 18:28에서는 달란트를 그대로 쓰고 각주 처리하기도 하 였다 15)

출애굽기 38:26-27

개역개정 26 계수된 자가 이십 세 이상으로 육십만 삼천오백오십 명인즉 성소의 세겔로 각 사람에게 은 한 베가 곧 반 세겔씩이라 27 은 백 달란트로 성소 의 받침과 휘장 문의 기둥 받침을 모두 백 개를 부어 만들었으니 각 받침마 다 한 달란트씩 모두 백 달란트요

새한글성경 26 사람마다 거룩한곳(성소)의 무게 단위로 쳐서, 2분의 1세겔을 바친 것 이다. 20세 이상으로 인구 조사 받은 남자는 모두 603,550명이었다. 27 은 3,400킬로그램은 거룩한곳(성소)의 받침과 나눔막의 받침을 부어 만드는 데 썼다 받침 100개를 은 3,400킬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은 34킬로그램으로 받 침 한 개를 만든 셈이다 15) 게라(gerah: 1/20세겔. 0.57g), 베가(beka: 1/2세겔. 5.7g), 세겔(shekel: 은 11.4g. 노동 자 하루 품삯).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51

마태복음 18:24

개역개정

결산할 때에 만 달란트 빚진 자 하나를 데려오매

새한글성경

장부를 맞춰 보기 시작했을 때 한 사람이 끌려왔는데, 10,000달란트 빚진

사람이었어요. (달란트 각주: 1달란트는 일꾼의 대략 20년 품삯)

마태복음 6:27

개역개정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

새한글성경 걱정한다고 해서 여러분 가운데 누가 자기 키를 단지 50센티미터라도 늘

일 수 있나요? (50센티미터 각주: 그, ‘1페퀴스’ . 1페퀴스는 1규빗으로 50센 티미터)

마태복음 18:28

개역개정

그 종이 나가서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 빚진 동료 한 사람을 만나 붙들어

목을 잡고 이르되 빚을 갚으라 하매

새한글성경

그런데 바로 그 종이 나가서 자기와 함께 일하는 다른 종 하나와 마주쳤

어요 그 다른 종은 그에게 100데나리온을 빚지고 있었어요 그는 그 다른

종을 붙잡아 목을 조이며 말했어요. ‘빌려 간 것을 모조리 갚아라. ’ (데나리 온 각주: 1데나리온은 일꾼의 하루 품삯)

누가복음 16:6

개역개정

말하되 기름 백 말이니이다 이르되 여기 네 증서를 가지고 빨리 앉아 오 십이라 쓰라 하고

새한글성경 그가 대답했어요 ‘올리브기름 2,200리터입니다 ’ 살림지기가 그에게 말했 어요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세요 그리고 앉아서 빨리 1,100리터라고 쓰세 요. ’ (2,200리터 각주: 그, ‘100바트’ . 1바트는 22리터)

성경 번역은 유대 민족 이스라엘 땅에 성육신한 말씀 곧 예수 그리스도

를 온 땅 거민들의 언어문화 속에 성육신하는 일이다 따라서 한국어 성경

은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문 성경의 말씀이 한국어와 한글의 옷을 입고 한

민족에게 성육신한 결과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로 번역한 새한글성경은 개역개정의 옛말체 즉

고전체와 달리 새말체 곧 현대어체를 기본으로 하는 신역의 흐름 위에서

새번역과 같은 기존 신역 성경의 번역에 구속받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새말체의 현대어 성경이 되도록 하였으니

같은 의의를 가진다. (1) 어휘론적 의의: 원문 성경의 의미를 보전하면서도 기존 표현과 다른 새 고유어 표현을 찾아 한국어의 지경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번제” , “소

제” , “유월절” 등 난해한 한자어도 다음 세대를 위해 “다태우는제물” , “곡식

제물” , “넘는명절” 등 고유어 중심으로 전면적으로 새로운 번역을 하였다.

(2) 문장론적 의의: 중문과 복문이 복합된 개역개정의 줄글체 문장과

달리 1문장 50자 16어절 정도의 단문 중심으로 짧게 끊어 번역하여, 짧은

글 중심의 읽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언어문화에 맞추어 전면적으로 새로

운 번역을 하였다.

(3) 담화론적 의의: 개역개정이 하라체와 하소서체 중심으로 번역한 것과

달리 새한글성경은 한국어의 특징인 높임법의 화계를 다양하게 반영하였

다. 새한글성경의 서사문 종결형은 해라체나 하십시오체가 기본이지만, 디모데전후서, 디도서 등의 경우는 갈래 특성상 수신자를 고려해 해요체, 해체, 하게체가 도입되었다. 대화문 종결형에서는 등장인물에 따라 화계를 다양하게 설정하여 복합 화계를 구현하여 장르 문법의 기반에 충실하였다.

대화문 인용의 경우 화 계를 살려 인용문 파악에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ㅣ 53

과 달리 ‘데나리온’과 같은 성경 원어의 도량형 단위는 살리되 주석을 달아

현대 도량형으로 환산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고, ‘미터’ , ‘리터’ 등 현대

인에게 익숙한 단위는 직접 현대 도량형을 외래어 차원에서 도입하였으며, 아라비아 숫자를 도입해 시각적 가독성을 높였다.

새한글성경에서 보인 번역의 변화가 기성세대에게는 낯설고 불편할 수 있으나,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한국어의 지경을 넓히고 한국어 어휘와 문

장과 담화 구조의 다양성을 높이는 긍정적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새 한글성경은 다음 세대가 복합 다매체를 통해 재미있게 입체적으로 읽고 깨달음을 얻을

할 것이다 부디 새한글성경을 통해 미래 세대가 그들의

그리스도를

함께 제

을 알고 복음의 진리를 깨달아 날마다 변화됨으로써 주님을 닮아 가고, 새

한글성경의 유일하고 궁극적인 목표인 인간의 구원을 이루어 내는 역사가

온누리 곳곳마다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54 ㅣ 새한글성경 국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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