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집] 플라스틱 이슈리포트 - 생산 감축 없는 탈 플라스틱 정책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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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stic Issue Report

들어가며

물은 우리 몸의 70%를 구성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의 70%는 석유화학제품1이다. 석유화학제품으로 인해

1인당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최대 약 2천개, 무게로 환산하면 5g, 신용카드 1장 무게 분량2이다. 수십년간 넘쳐나는 플라스틱과 오염 문제를 재사용이나 재활용, 폐기물 관리라는 사후 처리 방식으로 접근해 온 결과다.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삼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플라스틱 산업을 둘러싼 산업과 이와 맞닿은 각국의 이해관계는 구속력 있고 책임 있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 협약 체결을 지연시켜 왔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화학산업 규모 세계 5위, 플라스틱 제품 생산의 기본이 되는 에틸렌 생산능력 4위 국가, 플라스틱 원재료(합성수지)를 국내 수요보다 150% 많은 양을 수출하는 국가로서 국민의 건강, 생태계 오 염, 기후 위기 대응보다 석유화학업계3의 입장을 존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 생산 감축을 위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국내 플라스틱 대응 정책 역시 사후 처리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 고 있다.

점검이 필요하다. 탈 플라스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필요하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해법을 담은 정의와 목표는 무엇이고, 이를 실행시킬 정책은 무엇인지. 탈 플라스틱은 가볍게 언급하고 끝날

유행어가 아니라, 산업의 지각 변동을 감수하며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국가적, 전 지구적 과제이다.

1 한국화학산업협회 홈페이지.

https://kcia.kr/petrochemical-industry/introduction-of-petrochemical-industry/characteristic

2 WWF, No Plastic in Nature: Assessing Plastic Ingestion from Nature to People, Analysis, 2019 3 석유화학산업이란 석유제품(Naphtha, 나프타, 납사) 또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합성수지(플라스틱), 합성섬유 원료(Polyester, Nylon), 합성고무 및 각종 기초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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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현황

플라스틱이란?

화석연료에서 추출되는 원료를 결합하여 만든 고분자화합물의 일종이다. 천연수지와 구분하여 주로 석유에서 추 출하여 만든 인공적인 합성수지를 총칭한다. 플라스틱(plastic)의 그리스어 ‘생각한 그대로 만든다’는 어원이

열과 압력을 가해 쉽게 성형할 수 있다. 값싸고 가벼우며, 녹슬지도 않고, 부식도 거의 없다. 높은 강도와

불침투성, 단열성, 전기 절연성, 탄성 등의 특성 덕분에 포장재, 절연재, 단열재,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플라스틱, 얼마나 만들어지고 버려질까? 생산 및 폐기 현황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98.5%는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이다(90.2%가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 이를 재 생하여 생산된 플라스틱이 8.3%). 나머지 1.5%가 바이오기반 플라스틱이다4. 전세계 석유 생산량의 8~10% 가 플라스틱 생산에 활용5된다. 가열된 원유는 끓는 점에 따라 액화천연가스, 휘발유, 나프타, 등유, 경유·중유, 아 스팔트로 분리된다. 이 때 석유화학회사들이 분리된 나프타를 분해, 급냉, 정제시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석유화

학제품으로 생산해낸다. 이후 합성을 통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을 아우르는 합성수지로 플라스틱 제품이 생산되는데, 이를 1차 플라스틱 폴리머라 부른다.

플라스틱은 성능 및 품질, 특성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첨가제를 사용한다. 물성을 부드럽게 하는 가소제, 열에 의한 변질을 막기 위한 열안정제, 발열이나 연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난연제, 충격을 흡수시키는 발포제 외에도 윤활제, 정전기방지제, 연화제 등이 첨가된다.

4 김평중, 탈 플라스틱 사회를 향한 산업계의 요구, 국회입법조사처 전문가간담회 발표자료, 2023. 8. 16.

5 관계부처 합동, 전주기 탈 플라스틱 대책, 2022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제품 연간 생산량은 3억9천1백만톤(2021년)이다.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1950년

이후 260배 늘었다6. 1회용 플라스틱 등 포장재가 전체의 44%를 차지하고, 건축재 18%, 자동차부품 8%,

전기·전자제품 7%, 가정·레저·스포츠제품 7%, 기타 12% 등에 사용된다7.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은 2000년 이후에 생산되었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2050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14억8천만톤, 약 3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8된다.

폐기되는 양 또한 상당한데,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50%가 매립되고, 19%가 소각된다. 재활용율은 9%뿐이고, 22%는 그대로 버려져 환경에 노출된다9. 관리되지 않은 폐기물의 57%는 야외에서 소각되어 심각한 대기오염 을 초래하기도 한다. 환경에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 수로와 해안을 떠돌고 일부는 동물의 기도를 막기도 하고, 바람 이나 비, 자외선에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부유하면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6 Plastic Soup Foundation, ‘Plastic Facts & Figures’(최종 검색일: 2025.5.28.), <https://www.plasticsoupfoundation.org/en/plastic-facts-and-figures>

7 상동.

8 상동.

9 OECD, Global Plastics Outlook, 2022

국내 플라스틱 생산 및 폐기 현황

우리나라 플라스틱 생산량도 세계 추이와 다를 것 없이 증가해왔다. 국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1부터 2018년

까지 연평균 2.2%씩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7년에는 1,406만톤을 기록,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 국내 플라

스틱 생산량이 1,740만톤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10. 이미 2020년 이후 우리나라 플라스틱 생산량은 계속해

서 1500만톤을 넘어서고 있다11. 1인당 플라스틱 수요량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줄곧 116kg을 상회하

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12

한국은 중국, 미국과 더불어 플라스틱 생산 대국이다. 2023년 기준 한국 플라스틱 생산량13은 1451만3000톤 으로 중국(9794만톤)·미국(3857만톤)·사우디아라비아(1463만5000톤)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많 다14. 또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중국과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4위의 플라스틱 원료(에틸렌) 생산 능력을 가진 국가이기도 하다15

10 KEI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플라스틱 관리전략 연구>

11 한국화학산업협회 홈페이지 내 제품통계 https://kcia.kr/petrochemical-industry/statistics

12 한국화학산업협회, 2024 석유화학 미니북

13 해당 통계에서의 플라스틱(합성수지)은 PE, PP, PS, EPS, ABS, PVC 포함

14 상동.

15 상동.

국내 플라스틱 생산량 통계16

아래는 최근 5년간 연간 합성수지 원료별 생산량이다.

원료별 사용처

구분

제품용도

PP 빨대, 밀폐용기, 보온병, 이불솜, 주방용기, 포장상자, 자동차 부품, 밧줄, 부직포, 의료용 수액백

HDPE 낚싯줄, 페트병 뚜껑, 영유아 장난감, 샴푸, 우유병, 세제용기, 주방용기, 운송상자

L-LDPE

식품포장용 비닐, 농업용 비닐, 진공팩

ABS 자동차 내외장재, 복사기, 청소기, 세탁기, 에어컨, 화장품 용기, 식기

PVC 빨대, 식품 포장재, 전선피복, 합성피혁, 장난감, 파이프, 창틀, 바닥재

EVA 케이블, 신발 밑창, 태양광 시트

LDPE 식품 포장재, 식품용기 뚜껑, 코팅용 필름, 액정 보호 필름 비닐봉투, 농업용 비닐, 의료용 수액백

PC 물병, 안경렌즈, 생활가전, 밀폐용기, 스마트폰 케이스

PS 빨대, 일회용 용기, 소형가전, 스티로폼 포장재

EPS 포장재, 건축 단열재, 완충포장재, 식품 포장용기, 서핑보드

16 한국화학산업협회 홈페이지 내 제품통계 https://kcia.kr/petrochemical-industry/statistics

국내 폐기물 발생량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연간

103.9kg으로 호주(110.1kg)에 이어 OECD 국가 중 2위, OECD 평균의 2배다17

환경부가 발표한 2023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생활계폐기물 527만 톤,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 891만톤, 건설폐기물 69만톤, 지정폐기물 1만톤을 모두 합쳐 약 1천4백87만톤 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다. 이 수치는 의료 폐기물이나 다른 폐기물과 함께 기타로 분류되어있는 플라스틱

류를 제외하고 보수적으로 합산한 수치이므로 실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의 양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생활계폐기물과 건설폐기물에서의 플라스틱은 2021년부터 23년까지,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에서의 플라스 틱은 2018년도부터 2023년까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17 OECD, Environment at a Glance Indicator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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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오염

플라스틱

경제적 비용도 수반한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지금의 추세로 이어진다면 사회적· 환경적 비용은 년간 3,000 억달러에서 6,000억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약 413조에서 69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18

유해화학물질 노출 문제

초기 플라스틱은 천연원료로 만들어졌지만 대량생산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원유에서 추출한 인공 합성수 지를 원재료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합성수지를 원재료로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동시에 유해화학 물질을 용출시키는 화학물질의 혼합물에도 노출되기 시작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제품 원료 채굴과 운송, 원료 정제와 생산, 소비, 폐기물 처리, 누출 과정에서 유해화학물질 노출이 광 범위하게 일어난다는 점을 시사한다.

먼저 석유나 천연가스 원료를 채굴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벤젠,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독성물질이 공기와 물이 오염된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평균적으로 제품의 7퍼센트에 달하는 화학첨가제가 투입되는데, 이 때 사용되는 첨가제는 플라스틱과 완전히 결합되지 않은채 시간이 지나면서 방출되고 보이지 않게 곳곳에 쌓이고 호흡하게 된다.

제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비스페놀 A와 같은 내분비계교란물질, 다이옥신, 중금속에 노출되며, 소각이나 방 치, 버려진 환경에서 미세플라스틱 등으로 쪼개져 우리 몸속에 침투한다. 결국 플라스틱 원료 추출과정, 폴리머 생산과 플라스틱 제품 제조 및 제품 사용과정, 폐기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면역체계와 신경계 질환, 생식 및 발달장 애, 암, 호흡기능 저하 등을 일으키는 물질들과 접하게 된다.

18 UNEP, Turning off the Tap, How the world can end plastic pollution and create a circular economy, 2023, p.6.

대기 오염 문제

소각도 플라스틱을 폐기하는 방식 중 하나다. 손쉬운 처리 방식으로 취급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소각과정에서 독 성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높은 처리방식이다. 세계적으로 폐플라스틱의 19%가 태워지는데, 유 해물질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시설에서 소각할 경우 다이옥신, 발암성 수은, 카드뮴, 퓨란 등의 독성물질이

배출된다. 미세먼지, 휘발성유기화합물, 일산화탄소 등의 물질들을 걸러낼 수 있는 적절한 필터링, 불철저한 고온 완전 연소 따른 문제도 상존한다. ‘무해한 소각’이란 신화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더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야외 소각이다. 네이처에 발표된 “거시플라스틱 오염의 지역적-세계적 배출 인벤토리19”에 따르면, 관리되

지 않고 환경에 누출된 폐기물 21% 가운데 57%는 야외에서 소각되고 있다고 한다. 소각으로 인한 대기오염은

암발생, 천식, 폐쇄성 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 내분비계 등에 치명적 손상을 유발한다.

토양 오염 문제

폐기되는 플라스틱의 50%는 매립처리된다. 불법으로 땅에 매립되거나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 작물 재배시 농업

용 비닐은 잡초를 억제하거나 수분 보존을 위해 사용되지만 제대로 수거되지 않아 토양에 잔해로 남기도 한다. 소

각 후 걸러진 재 또는 하수 처리 슬러지를 농업용 퇴비로 사용하면서 미세플라스틱이 토양으로 유입되기도 한다. 플라스틱은 토양의 형성과 미생물 군집을 변화시켜 영양순환을 저해하고 토양의 건강성을 감소시키며, 안정성을 변화시킨다. 첨가제의 토양 침출로 식물 성장이 감소되고, 플라스틱이 살충제, 중금속 등의 유해물질을 흡착해 토 양을 더욱 오염시키기도 한다. 플라스틱 조각이 토양에 섞여 공기와 물의 순환을 방해하며 식물 뿌리 성장에도 영 향을 준다. 미세플라스틱 조각은 식물의 표피와 수관부로 전달되기도 하는데, 고농도 나노플라스틱 입자는 식물

에서 반응을 일으켜 뿌리에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20.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식물은 인간이나 동물이 섭취하 게 되고 체내 미세플라스틱 축적으로 연결된다.

수질 및 해양 오염 문제

해마다 대략 10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된다21. 소각이나 매립, 재활용되지 않은 채 버려지는

폐기물 중 상당량이 수계로 이동하면서 강과 해안, 해수면, 심해나 극지 해빙 전역으로 이동한다. 플라스틱은 내 구성이 강하므로 분해되기까지 수십년에서 수백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해양에서 비닐봉투는 1.4년, PET병은 2.3년, PVC는 530년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다22. 강이나 바다에 사는 동물들은 플라스틱 포장재와 고리,

19 Cottom, J.W., Cook, E. & Velis, C.A. A local-to-global emissions inventory of macroplastic pollution. Nature 633, 101-108, 2024

20 이동영, 탈 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입법·정책 방안, 국회입법조사처 NARS 입법정책 제149호, 2023.12.29

21 하인리히뵐재단·분트, 플라스틱 아틀라스 2022

22 Landrigan P.J. et al., The Minderoo-Monaco Commission on Plastics and Human Health. Annals of Global Health. 89(1):23, 2023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은 오랜 시간 파도 등으로 파쇄되거나 화학적 분해 과정을 거쳐 직경 5mm 이하 크기 인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진다. 이미 수환경에는 상당한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어 있는데, 강 에 1억 900만톤, 바다에는 3천만 톤이 축적되어 있는 것 으로 추정되고 있다24. 이미 우리가 먹는 해산물을 포함 한 수백 종의 해양생물에서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관찰되고 있다25. 미세플라스틱이 섭취나 흡입, 피부접촉 등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면 장기 손상, 염증 세포 증식, 면역세포 억제, 내분비계 교란 등의 작용을 일으킨다. 혈 액에서도 검출되고 폐에도 침투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탄소 배출 문제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 참여한 나라들은 지구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또한 예외는 아니다. 화석연료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은 생산단계인 석유 및 가스 추출·정제, 소비, 처리

23 하인리히뵐재단·분트, 플라스틱 아틀라스 2022

24 OECD, Environment at a Glance Indicators, 2024

25 Landrigan P.J. et al., The Minderoo-Monaco Commission on Plastics and Human Healt h. Annals of Global Health. 89(1):23, 2023

에 이르는 모든 생애주기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생산 단계에서 매년 약 10억톤 CO2 eq, 가공단계에서만 약 5억톤의 CO2 eq가 배출된다26.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8%~4.5%로 추정된다27. 관 리되지 않은 플라스틱 폐기와 소각으로 인한 배출량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므로 실제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은 더 많을 것이다.

2050년까지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중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이 중 PE, PET, PP)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배출량이 58%나 된다.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2019년 기준, 생산부터 폐기까지 플라스틱이 전주기에 걸쳐 배출하는 탄소량은 500㎿ 용량의 석탄 화력발전

소 189개를 1년간 가동하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밝혔다28. 플라스틱 생산, 소각으로 인한 탄소 배 출은 2050년까지 총 56기가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국 내 모든 화력발전소의 연간 배출량의 50배에 달하는 양이다.

26 장용철,

27 KEI, 제23차 환경정책심포지엄

2023.8.25.

26/06/2024

28 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Environmental Integrity Project, FracTracker Alliance, Global Alliance for Incinerator Alternatives, 5Gyres, and #breakfreefromplastic.Plastic & Climate. The Hidden Costs of a Plastic Planet, 2019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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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규제 동향

입을 통제하기 위한 로테르담 협약, 화학물질의 단계적 근절과 배출, 폐기까지의 전주기 관리를 통해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2022년 유엔환경 총회는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국제법적인 구속력있는 협약을 채택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도출하기 위해 2022년

말부터 정부간협상위원회가 개최되었고, 2024년말까지 총 5차례 협상이 진행되었지만, 생산규제 등에 대한 쟁

점이 합의되지 못한 채 최종 협약 성안은 성사되지 못했다.

일회용품 및 플라스틱의 사용 규제에 관한 각국의 규정

◯ 중국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예상외로 비교적 이른 시기인 2000년대 초부터 플라스틱 사용 규제 조치를 시행했다. 플라스틱의 독성물질 용출로부터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일회용 스티로폼 식기사 용을 전면 금지30하는가 하면, 0.025mm 이하 플라스틱 봉투의 생산, 판매 및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29 OECD, Global Plastics Outlook, Policy Scenarios to 2060, 2022

30 전면 금지됐으나, 위생안전에 문제 없다는 결과가 나온 2013년 다시 합법화됨.

중국의 플라스틱 오염관리는 줄곧 강화되었다. 2021년부터 발포플라스틱 식기와 플라스틱 면봉은 생산과 판매

가 금지됐다. 또한 중국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첨가된 샴푸, 린스, 치약 등 일상 화학제품에 대해서 2021년부

터는 생산을, 2023년부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31. 2025년까지 비닐봉지, 일회용 식기, 일회용품, 택배 포장지

등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의 사용도 단계적으로 금지될 예정이다32. 규정과 집행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중국 내

도시마다 단계별 플라스틱오염관리 행동계획을 두고 각각 법적제재를 가하고 있다.

◯ 미국

미국은 중국에 이은 최다 플라스틱 생산국이지만, 플라스틱 오염 문제 대응을 위해 최근 점점 더 많은 주 정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등 100여 개 도시에서 발포 폴리스티렌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워싱턴, 캘리포니아, 뉴욕, 하와이 등 9개 주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에 대해 주 전체의 금지

령을 제정한 바 있다33.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뉴저지, 유타, 플로리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사용이 금지

되고 있거나 금지될 예정이다. 또한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400여개의 국립공원 등 공공부지에서 일회용 플라

스틱 제품을 판매하고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생분해가 가능한 재료나 100% 재활용된 재료의 사용만 허용 한다34

◯ 유럽연합(EU)

유럽연합은 플라스틱 생산량 감소, 대체재 개발, 재활용 확대를 필두로 한 탈 플라스틱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2021년부터 EU 역내에서 면봉, 식기류, 빨대, 폴리스티렌 식품 용기 등 특정 플라스틱 품목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은 2022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봉투 사용 금지법’을 시행하고, 위반 시 한화로 최대 10만 유로(한화로 약 1억 6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35. 영국은 2023년부터 생분해성, 퇴비화 가능, 재활용 포함 모든 유형의 전체 또는 부분적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하고 있다36

EU는 국가별로 부과 시기나 대상, 방법은 다르지만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에 1kg당 0.8유로

(한화로 약 1천3백원)의 플라스틱세도 부과하고 있다37. 또한 2030년까지 포장재에 대한 의무적인 필수 조건 을 강화·검토하기로 했다. 과대포장 최소화, 특정 일회용 포장재 금지 등이 관련 정책으로 제시됐다38. 특히 플라 스틱 포장재는 단계적으로 2040년까지 20%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39.

31 한국무역협회, 순환경제 탈(脫)플라스틱 시대, 국제 동향과 대응전략, 2023

32 상동.

33 한국무역협회, 순환경제 탈(脫)플라스틱 시대, 국제 동향과 대응전략, 2023

34 상동.

35 한국무역협회, 순환경제 탈(脫)플라스틱 시대, 국제 동향과 대응전략, 2023

36 상동.

37 상동.

38 한국환경연구원, 플라스틱 국제협약 대응방향 연구

39 상동.

◯ 뉴질랜드

폐기물 최소화(플라스틱 및 관련 제품) 규정에 따라 2023년 7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봉투와 빨대, 식기, 라벨

등에 대해 제조와 판매 및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2025년 중반부터는 모든 PVC와 음식이나 음료를 담는 폴리스

티렌 포장재 사용이 금지될 예정이다40.

◯ 베트남

베트남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생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포장재,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제품의 생산과 수입

을 제한하기 위한 로드맵을 법령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이후 빨대, 식기 등의 플라스틱 일회용품 과 비닐봉지나 스티로폼용기처럼 생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포장재는 백화점, 마트, 호텔, 관광지에서 사용과 배

포가 금지된다. 2031년부터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생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포장재와 미세플라스틱이 포함 된 제품의 생산과 수입이 모두 중단될 예정이다41 베트남은 현재 국가 규정뿐만 아니라 도시별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자체적인 조치를 이행중이기도 하다. 호치민시에서는 정부 및 공공 행사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금지되며, 호이안시는 기업이 친환경 대

안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42

◯ 인도

인도는 6년간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규정을 5차례 개정하며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에 따라 2022년 7월부터 플라스틱 봉지, 식품등에 사용되는 스틱류, 컵, 빨대, 포크, 포장재, 트레이 등 21개 품목 일회용 플라스틱은 제조와 수입, 유통, 판매 및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43. 감시 조직을 설치하고 별도로 단속반을

구성하여 엄격한 시행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하기도 했다.

◯ 르완다

2008년부터 모든 플라스틱 봉투의 제조, 사용, 판매 및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위반시 한화로 약 17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거나 최대 징역 1년에 처한다. 재활용 플라스틱 설비를 구비하는 회사에게는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주기도 한다. 르완다 외에도 케냐, 나이지리아 등 많은 아프리카의 국가들에서 비닐봉지의 생산과 사용, 반입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44.

40 한국무역협회, 순환경제 탈(脫)플라스틱 시대, 국제 동향과 대응전략, 2023

41 상동.

42 상동.

43 상동.

44 상동.

국내 규제 정책 흐름

우리나라도 일회용품 등에 대한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는 있다. 2003년 김대중 정부 당시, 종이와 플라스틱 용기 의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해 일회용 컵에 자원순환보증금제를 부과하고 이를 반환할 때 돌려주는 제도를 자율

시행한 적이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했던 이 보증금제는 낮은 반환율, 미반환보증금의 사

용처 등을 이유로 폐지되었다. 제도의 자율시행이 갖는 한계를 극명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후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을 위한 법률」을 (이하 자원재활용법) 개정(2020년

5월)하면서, 2022년 6월 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시행 20일을 앞두고 6개월을 연기했다. 그러다 6개월이 다

가오는 시점 12월 2일부터 제주도와 세종시를 선도지역으로 해서 우선 시행하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도입하

는 방식으로 제도가 다시 후퇴하게 된다.

2019년 정부는 1회용품저감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1회용컵 사용 감축 및 회수체계 구축, 포장 포장·배달의 1회용 식기류 등 사용 감축, 장례식장 등 규제 적용 업종·시설 확대, 비닐봉투 사용금지 업종의 단계적 확대, 빨대

등 현행 비규제 1회용품 사용 감축 등 기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을 위한 법률」에서 규제하던 1회용품 품목 과 포장재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2020년 2월, 코로나 19확산 이후 지자체가 감염병 유행시 카페 등에서 한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허용된 바 있다.

2021년 12월,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종이컵, 플라스틱빨대, 젓는 막대, 비닐봉투, 일회용플라 스틱 응원용품, 우산비닐 사용 등을 금지하고, 22년 11월 24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시행을 앞두고 플라스 틱 빨대, 젓는막대, 종이컵에 대해서는 1년간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하였다45.

2023년 11월 7일, 정부는 또다시 플라스틱 빨대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종이컵에 대한 사용 금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46. 2024년 3월, 택배 과대 포장 단속도 2년이나 시행을 늦추겠다고 밝혔다47.

플라스틱 빨대 계도기간의 연장, 편의점 비닐봉투 사용 미단속, 일회용컵 보증금제 무기한 보류, 택배 과대포장 단속 2년 유예 뿐만 아니라 일회용품 관리정책은 강제가 아닌 ‘자발’과 ’자율’에 기반한 업체의 참여로 전환되는

45 환경부,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

46 환경부, 「소상공인 부담은 해소하고

47 환경부 「수송포장 기준, 계도기간 2년간 운영」, 보도자료, 2024.3.7.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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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플라스틱과 생산 규제

탈 플라스틱 어떻게 가능한가

탈 플라스틱에 대한 정의와 해석은 제각각이다. 정부도 탈 플라스틱 로드맵이란 표현을 쓰지만, 내용을 들여다보

면, 정작 재활용에 중점을 두거나, 일부 품목의

사용 규제 정도에 그치고 있다. 플라스틱 산업계 가 플라스틱 오염을 폐기물 처리 수준의 문제로 여기고 있듯, ‘탈 플라스틱’ 정책 방향은 이해관계에 따라 그 편차 가 매우 크다. 문제는 탈 플라스틱에 대한 정의나 해석의 차이가 정책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문제의 근원을 놓친 정의는, 해법과 무관하고, 때로는 오히려 해결을 가로막는다. 플라스틱 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강조되는 이유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건강 피해 등을 야기 하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남용되고 있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를 필요한 수준으로 억제해야 한다. 그래야 이 사 회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 순환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다. 사회 및 산업 전반에서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플라스 틱이 최소화돼야 한다.

생산 규제가 시작이다

플라스틱 오염은 원료 추출부터 생산,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폐기물 수거나 재활용 등

처리 방식에 의존하는 것으로는 오염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총량 규제, 생산 감축에 대한 구체적 목표가 없는 탈 플라스틱 정책은 무용하거나 허구가 된다.

재활용은 해법이 아니다.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의 비율은 9%에 불과한데, 이를 유의미하게 높이기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을 뿐더러 안전한 재활용도 가능하지 않다. 플라스틱에는 가소제, 난연제, 안정제, 윤활제 등 여러 화학물 질이 첨가되어 있어 재활용을 거듭할수록 독성물질 노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제플라스틱 협약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는

성안되지 못했고, 2025년 8월 5.2차 회의가 제네바에서 재개될 예정이다.

협약 체결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몇몇 국가들은 플라스틱 생산과 기후변화 사이의 과학적 증거들을 언급하며, 국

제적인 감축 목표가 절실하다고 발언했고, 플라스틱으로 인한 인체 건강과 환경에 대한 유해화학물질간의 연관성 을 밝힌 과학계의 주장을 인정하기도 했다. 2040년까지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사용량을 2025년에 비해 40%

감축하자는 목표도 제안되었다. 탈 플라스틱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그 과정과 결과가 정의로워야 함이 강조되기 도 했다. 또한 아직 입증되지 않은 대체제들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일부 폴리머 및 플라스틱 생산국의 대표단(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쿠웨이트, 카타르 등)들은 협약의 범위를

플라스틱 전 주기 관리가 아닌 폐기물 처리 문제로 축소시키려 했다.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을 협약 범위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에 반대했다. 석유화학업계의 높은 참여도 속에 산업 로비스트도 발언 및 협상 의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플라스틱 전 주기 시작점을 어디로 볼 것인지, 화석연료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원료

추출 단계에 주목할 것이지, 플라스틱 원료(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을 시작점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차이도

있었다.

가장 큰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 포함 여부였다. 물론 재원조달방법, 전주기단계별, 조항별 국가별 입장은 상

이했고, 시민사회는 원료 추출과 생산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 주기 관리의 필요성, 특히 ‘생산 감축’이 명시된 국제 협약을 요구했다.

쟁점별 협상 입장_Upstream 단계48

쟁점 강한 규제 규제 최소화

기본입장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위해 우려 화학물질·폴리머

전주기를 포함하는 구체적이고

하향식의 규제 의무 도입

글로벌 감산 목표 (하향식)

글로벌 기준(하향식) 금지물질 판단하여 열거, 의무 부과

전주기를 포함하는 협약 성안과 상향식의 규제 의무 도입 플라스틱 감산 도입 반대. 폐기물 처리에 집중

국가별 자율적 조치 (상향식) 조항 삭제

국가별 자율적 조치(상향식) 기준만 제시 후 국가가 대상 선정 조항 삭제

규제 대상 플라스틱 생산, 판매, 유통, 수출입 금지 의무 부과 국가별 상황고려해 차등적이고 단계적인 규제 필요 조항 삭제

미세플라스틱

투명성, 추적, 모니터링, 표지

글로벌 생산, 판매, 유통, 수출입 금지

국가별 차등적 조치, 과학적 정의 선행 필요 조항 삭제

전주기에 걸친 찬계별, 과정별 정보 및 투명성 강화 요구 화학물질 구성에 대한

공개에 신중한 접근 필요 조항 삭제

48 이소라, INC-5 앞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우리나라

협약의 논의 경과와 쟁점. 2024.9. 24. 재구성

플라스틱 오염 종식은 플라스틱 생애 전 주기를 다루어야 한다.

국제플라스틱 협약은 하향식 공동목표 하에 국가별 이행 계획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탈 플라스틱·다회용 사회로 전환하는 길은 정의로워야 한다.

플라스틱 원천 감량이 곧 기후위기의 해결책이다.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 최소 75% 절감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이 체 결되어야 한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플라스틱 관리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라.

제품 수명 연장을 위한 제품 디자인 및 재사용 제도를 확대하라.

우리나라 정부가 국제플라스틱 협약에 임한 태도

2024년 11월 부산에서 유엔 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열렸다. 5차 위원회 개최국

으로서 한국 정부는 초반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 의지를 보였지만, 정작 생산 감축에 대해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1차 플라스틱 폴리머를 포함한 생산 감축을 촉구하며 제4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4) 후반부에 발표된 선언

문인 ‘부산으로 가는 다리: 1차 플라스틱 폴리머에 대한 선언’에도, 해로운 플라스틱 제품과 화학물질 단계적 폐 기 의무를 담은 ‘멕시코 제안’에도 한국 정부는 끝까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협상 중 파나마와 91개국이 제출한 플라스틱 감축을 지지하는 제안서에 전체 175개 협상국의 과반을 넘는 100여 개국 이상의 국가가 동의했지만 한국 정부는 여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개최국의 경우 개최국 연합에 속해있어 의장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 련되어 있음에도, 한국 정부는 5차 협상위원회 개최국으로서 실효적인 플라스틱 협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그 역 할을 다 하지 않았다. 결국 생산감축을 포함한 주요 쟁점들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5-2차 회의는 제네바 에서 8월 열린다.

“우리가 원하는 야심찬 국제 플라스틱 협약”49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이하 플뿌리 연대)50는 2025년 6월 5일 제주에서 개최된 유엔 세계환경의 날 행사를 맞이하여 “우리가 원하는 야심찬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간협상위원(INC) 의장 문서(Chair’s Text, 초안이나 비외교문서가 아닌 공식 문서 상태를 의미)와

비교했는데, 의장 문서는 많은 조항과 사항, 표현, 수식어들이 조정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플뿌리 연대는 핵심적

인 조항을 위주로 검토하며 의견을 냈다. 제안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먼저 협약문의 성안 원칙이다

‘적절한 경우’, ‘대규모’,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와 같이 회피 가능하거나 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명확한 표현으

로, 구속력있는 협약이란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국가 상황에 따라 자의적 회피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국가 능력 및

여건에 따라’ 류의 표현은 넣지 않는다. ‘모든 당사국의 책임 공유’를 전제로 하되, 차별화된 책임 원칙에 따라 최 빈개도국이나 소도서개발국과 같은 국가들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고 재정과 기술 지원을 병행한다.

협약의 목적이 플라스틱 전체 수명 주기를 다루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해양을 포함한 환경과 인류 건강을 보호하는 것임을 명시한다.

목적 달성을 위한 원칙 및 접근 방식

(a) 오염자 부담 원칙 (b) 예방 원칙 (c) 모든 국가의 주권 평등 및 독립, 모든 사람에 대한 보편적 존중과 인권 및 기본적 자유 준수와 같은 유엔헌장에 포함된 국제법 원칙 (d) 소도서 개발도상국(SIDS)과 최빈개도국의 특수한 상황, 소도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플라스틱 오염의 불균형적인 영향 (e) 최고의 이용할 수 있는 과학 및 과학 정보 의 사용 (f) 이용할 수 있는 경우, 자유롭고 사전적이며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동의(FPIC) 원칙에 따라, 관련 전 통 지식, 토착민의 권리 보장 및 지식 활용, 지역 지식 체계의 사용 (g)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한다.

우려 화학물질 추가

이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플라스틱 물질 자체의 누출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에 포함된 유해·우려 화학물질(예: 가소제, 난연제, 미세플라스틱 첨가제 등)이 인류 건강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반영하기 위 함이다. 특히 플라스틱 제품과 관련한 조항은 자유무역 원칙이 아닌, 환경 보호 원칙과 오염자 책임 원칙을 우선해 야 하며,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특정 제품이나 성분이 인류 건강 또는 환경에 우려가 제기된다면, 완전한 과학적 합의가 없더라도 금지, 제한 또는 기타 관리 조치를 해야 함을 협약에 명시한다. 플라스틱 제품에는 수많은 화학물 질, 미세·나노플라스틱,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

생산 감축이 없는 플라스틱 협약은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수거와 재활용에만 의존하는 구태의 반복이

며,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라는 약속을 지킬 수 없는 협약이다. 플라스틱 생산감축은 화석연료에서 추출하는 가장 최초의 플라스틱 원재료, 1차 플라스틱 폴리머부터 규제를 의미하는데, 이에 따라 규제의 폭이 크게 달라진다. 따

라서 당사국 총회는 이 협약의 부록으로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생산, 소비 및 사용을 줄이기 위한 과감한 전 세계

적 목표 및 국가별 목표를 채택해야 하고, 당사국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조치를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1차 플라

스틱 폴리머의 생산, 수입 및 수출, 소비 관리 노력에 대한 통계 데이터의 보고도 수반되어야 한다. 2년마다 진행

상황이 검토되고 전 세계적 목표를 업데이트 한다.

책임있는 자가 비용을 부담하고 피해를 입는 자가 지원받는 구조

역사적으로 플라스틱 생산·수출 기여도와 현재 소비량, 폐기물 수출 여부, 재정·기술 역량, 오염 취약성 등을 종 합적으로 고려해 각국의 역할과 기여·지원 책임을 정해야 한다. 특히 배출권 거래, 오프셋(offset) 등 시장 주도 의 재원 메커니즘과 같이 플라스틱 생산·소비를 줄이는 실질적 감축 노력 대신, ‘돈으로 책임을 사는’ 방식을 허용

해서는 안 된다. 저소득국에 감축 부담을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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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로드맵이 필요하다

탈 플라스틱 규제는 생산 단계부터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책임감있게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 탈 플라

스틱 로드맵을 선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이 최소한 플라스틱 원재료(1차 플라스

틱 폴리머) 생산 감축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의 약 99%는 화석연료에서 추출된다. 오염은 채굴과 정제, 납사(나프타) 생산 등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이전 단계에서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1차 플라스틱 폴리머(플라스틱 원재료)부터 생산감축을 요구하는 것 은, 이 단계가 플라스틱 생산 사슬에서 생산 및 유통되는 플라스틱의 총량, 제조업체, 제품 종류가 명확하고 측정

및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산량 통제나 감축목표 할당, 무역규제 등 실질적인 규제가 가능하다.

플라스틱의 원료인 석유, 가스 등은 그 자체로 다양한 화석연료 에너지 산업과 중첩된다. 그에 반해 석유화학기업 에 의해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원재료(1차 플라스틱 폴리머)는 책임의 대상과 감축 주체가 명확하다. 플라스틱 제 품 생산 및 소비, 폐기량을 절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플라스틱 제품의 원재료 규제를 제시하는 이유다. ‘원재료(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을 규제해야 한다’는 요구는 최소한의 주장이자 최대한의 타협, 그러 나 유의미한 타협점이다.

감축목표, 얼마나 줄여야 하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2022)는 지구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 이 내로 억제하는 국제사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온실가스 순배출량의 43% 를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2019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590억톤이다. OECD는 플라스틱 수명 주 기 전체에서 18억톤(전세계 배출량의 3.4%), 미국 에너지부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는 22.4억톤(5.3%)로 평가한다.

IPCC 보고서에 따라 분야별 감축 시나리오를 그려본다면, 플라스틱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도 2030년 43% 이상의 범위에서 2050년 순배출 제로에 도달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2040년엔 최소 70%가 감축되어야 한 다. 이 때

북유럽각료회의(Nordic Council of Ministers)는 2040년 플라스틱 오염종식을 위해 2019년 대비 1차

플라스틱 생산을 약 30% 줄이는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환경단체 Pacific Environment는 1.5도에 맞추려

면 BAU 대비 75% 이상의 생산량 감축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조치들은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

스 감축의 실질적 기여도를 온전히 고려하거나, 온실가스 외의 오염기여도에 따른 플라스틱 감축분을 반영했다 고 볼 수 없다. 특히 BAU(Business As Usual) 산정 방식, 즉 현재 추이대로 증가한다는 전망을 전제로 마이

너스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방식은 목표 수치가 높아 보이는 착시일 뿐, 실질적인 감축량은 미미하다. 현 시점에서

2050년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가 3배 증가할 것을 예측하며 75% 마이너스 감축을 해도 실질적인 감축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퇴출 대상 플라스틱 제품

비필수플라스틱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 현존하는 모든 플라스틱 생산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것은 허

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중 보건이나 안전, 사회적 기능 유지를 위해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다. 이와 달리 인체 건강이나 환경에 고위험군으로써 문제를 일으키거나, 편의성만 고려해 쉽게 쓰고 쉽게 버리거나, 대체가능한 플 라스틱 제품들은 빠르게 퇴출되어야 한다.

특히 일회용, 과대포장부터

연간 약 4억톤에 이르는 플라스틱 생산량 중 일회용 플라스틱을 포함해 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44%나 된다.

분해되기까지 수십년에서 수백년이 걸리는 데 반해 상당 제품이 일회용이거나, 다층재질, 오염, 색상 등으로 분리

배출이나 재활용이 어렵고, 과대 포장재로 쓰이는 플라스틱, 불필요한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 포장도 퇴출되어 야 하는 우선 대상이다.

스티로폼 도시락, 플라스틱 과자 트레이, 개별 비닐 포장, 플라스틱 숟가락, 포크, 젓가락, 컵, 빨대, 택배 완충재, 선물세트 과잉포장 등은 무포장, 재사용시스템, 비플라스틱 대체품 도입 등 대안 마련이 어렵지 않고, 이들 제품 들을 퇴출시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정책 수용성 또한 높은 편이다.

2차 미세플라스틱 배출 가능성 특히 작은 미세플라스틱 조각은 회수나 제거가 불가능해 자연에 영구적으로 축적된다. 흡착된 독성물질이 생물체 내 전달되면서 최근 혈액이나 폐, 태반에서 검출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수처리, 정수장에서도

나오며

현재 우리나라 플라스틱 규제 정책은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가 아니라, 폐기 단계에 중점을 두어왔다.

이러한 접근은 재활용 시스템의 한계 뿐만 아니라 재활용 과정에서의 유해화학물질 배출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고, 온실가스 대량 배출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의 탈 플라스틱 정책이 생산감축목표 수립 및 로드

맵 마련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정부의 탈 플라스틱 정책의 골자는 적어도 2040년 75% 감축(2019년 대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를 제도 화하기 위해 일명 ‘탈 플라스틱법’을 제정하여 플라스틱 감축량 목표를 법으로 명시하고, 연도별로 달성할 생산감 축목표와 이행현황을 점검해야한다. 국내 플라스틱 원재료 생산량 감축 뿐만 아니라 수입량에 대한 규제도 포함 되어야 한다.

플라스틱

것은 누구를 대변할 것인지,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다. 소상공인 의 애로를 핑계로 플라스틱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정부는 스스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 무능함을 고

백하는 격이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으로 피해를 주장하는 그룹이 있다면, 그들은 오히려 그동안 자신이 어떤 이익 을 취해 왔는지, 그 과정에서 공중에 무슨 피해를 입혀왔는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이 시스템에 언제까지

냉담한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산업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을 이끄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탈 플라스틱은 석유화학산업 근저를 흔들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그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결과는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전환의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모든 이해당사자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저항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이 생태계, 지구 시스템보다 더 크고 불가항력적인 저항 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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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김평중, 탈 플라스틱 사회를 향한 산업계 요구, 국회입법조사처 연속 전문가간담회 자료집, 2023

▪관계부처 합동, 전주기 탈 플라스틱 대책, 2022

▪대한석유협회 홈페이지

▪세계법제정보센터, 법제동향, 일회용품 및 플라스틱의 사용 규제에 관한 각국의 규정(2022. 11. 22.), 검색일: 2024.06.27.

▪윤성혜, 중국의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관리 법제에 관한 고찰, 2019

▪이동영, 탈 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입법·정책 방안, 국회입법조사처 NARS 입법정책 제149호, 2023

▪이소라, INC-5 앞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전략 점검과 과제를 모색한다.

발표자료_국제플라스틱 협약의 논의 경과와 쟁점. 2024.9. 24.

▪하인리히 뵐 재단 · 분트, 플라스틱 아틀라스 2022

▪플뿌리 연대포럼에서 발표한 <우리가 원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문>

▪한국무역협회, 순환경제 탈(脫)플라스틱 시대, 국제 동향과 대응전략, 2023

▪한국화학산업협회, 2024 석유화학 미니북

▪한국화학산업협회 홈페이지

▪한국환경연구원, 플라스틱 국제협약 대응방안 연구, 2024

▪환경부, 2023년 전국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2024

▪환경부,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요약보고서, 2024

▪환경부, 「소상공인 부담은 해소하고 국민참여는 높이는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카드뉴스, 2023

▪환경부, 「수송포장 기준, 계도기간 2년간 운영」, 보도자료, 2024

▪Cambridge University Press, Primary plastic polymers: Urgently needed upstream reduction, Cambridge Prisms: Plastics, 2024

▪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Environmental Integrity Project, FracTracker Alliance, Global Alliance for Incinerator Alternatives, 5Gyres, and #breakfreefromplastic. Plastic & Climate. The Hidden Costs of a Plastic Planet, 2019

▪Cottom, J.W., Cook, E. & Velis, C.A. A local-to-global emissions inventory of macroplastic pollution. Nature 633, 101-108, 2024

▪KEI,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플라스틱 관리전략 연구, 2019

▪KEI, 제23차 환경정책심포지엄 자료, UN플라스틱 국제협약:마지막 단계에서 우리의 대응 전략과 역할은?, 2024

▪LG화학 홈페이지

▪Nature, A local-to-global emissions inventory of macroplastic pollution, 2024

▪OECD, Environment at a Glance Indicators, 2024

▪OECD, Global Plastics Outlook, Policy Scenarios to 2060

▪Plastic Soup Foundation, ‘Plastic Facts & Figures’

▪The Minderoo-Monaco Commission on Plastics and Human Health, 2023

▪UNEP, Turning off the Tap, How the world can end plastic pollution and create a circular economy, 2023.

▪WWF, No Plastic in Nature: Assessing Plastic Ingestion from Nature to People, Analysis, 2019

발간번호 01-25-07-01

발 행 일 2025. 7.

발 행 처 녹색연합

글 쓴 이 임성희 김선아

주 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19길 15

전 화 02-747-8500

홈페이지 www.greenkorea.org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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