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itizen: Vol 4. 2025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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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정보

이상은 작가

Void(빈터) _ Oil on Canvas, 90.7x116.3cm, 2022

통권 제4호 2025년

ISSN 2951-4916

발행일 2025년 6월 1일

발행처 (사)미래희망기구

발행인 정진환

편집장 하현경

자문위원 최두환, 조창범, 오준, 이상기

디자인 . 인쇄 디자인포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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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 나와

GLOBAL CITIZEN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과 기후위기, 빈곤과 인권 침해 등 다양한 문 제들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통찰과 넓은 시야를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세계시민’

으로서의 정체성과 책임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Global Citizen: 세계시민’은

청소년들이 이러한 글로벌 이슈 속에서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능동적인 참여자로

성장하길 꿈꿉니다. 세상을 읽고, 소통하며, 행동할 수 있는 여러분이야말로 다음 세 대의 글로벌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불안정한 국제 질서, 강화되는 자국 중심주의,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속 윤리적 딜레

마는 더 이상 뉴스 속 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여러분의 삶과 직결된 현실입니다. 그

러나 우리는 이 시대의 도전을 다음 세대를 위한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서로 다

른 문화와 목소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

천은 지금의 청소년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기후위기, 불평등, 고령화 등 전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들을 중

심으로, 청년 세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국제사회의 변화 속에서 어

떤 목소리와 행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를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기고문을 담아 청소년 독자들이 글로벌 이슈를 보다 깊

이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번 호가 여러분 각자에

게 깊은 질문과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세상을 향한 질문은 곧 성 장의 시작이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첫걸음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열정과 가능성을 믿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 키면서도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진정한 세계시민으로의 여정을 언제나 응원하겠 습니다.

2025년 6월 1일

발행인 정 진 환

COVER STORY

MESSAGE

ART

STORY

118

생태계 지킴이, 꿀벌을 돌보는 수의사의 사명 허주행 한국양봉농협 동물병원장

건전지로 밝히는 지속가능한 미래 황현성 에너자이저 코리아 대표

과학과 여성, 그리고 경계를 넘어선 도전 임은주 아밀로이드솔루션 글로벌사업개발 수석매니저

불확실성의 시대, 세계시민으로 산다는 것

유현승 퍼시픽 포럼 인터내셔널 펠로우

옻칠로 그린 삶의 무늬, 그리고 지구별 여행자에게

이은경 작가

공존과 다양성 속에서 성장하는 인재를 기르고 싶습니다

김원균 한국글로벌학교 이사장

매거진 발행기관

STORY

ART

EDUCATION

CIVIL SOCIETY

SDGs TOON

가치를 지키며 길을 만든다는 것, 그것이 외교입니다

외교관이 되었고, 결국 대한민국의 외교 수장이 되어 외교의 본질을 실현해왔다.

박진 전 장관의 외교는 유연하면서도 단단했고, 그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설득해왔다.

청년을 위한 조언이 담겨 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입학한 중학교가 갑작스럽게 폐교되면서, 삶이 예상치 못한 방향 으로 흘러갔습니다. 열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다니던 학교가 문을 닫았다는 사실은 제게 큰 충격이었고, 앞이 보이지 않는 혼란 속에서 많은 고민과 방황을 겪었습니다. 하 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기가 제 인생에 있어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이후 검 정고시를 준비하며 남들보다 1년 먼저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또래보다 한 살 어린 나 이에 정규 교육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지요. 고등학교 1학년 첫 시험에서는 전교 720명 중 500등 가까운 성적을 받았습니다. 충격이 컸지만, 그때부터 영어와 수학을 중심으 로 스스로 공부하며 해답을 찾아갔습니다. 공책에 문제 풀이 과정을 정리하고, 답안과 비교하며 조금씩 공부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수학은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구나.’ 그런 작은 깨달음이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나중에는 수학 특기반에도 들어가게 되었지요. 그 당시, 친구들과 일주일 동안 함께 생활하며 시간을 보내는 ‘생활관’이라 는 제도를 정말 좋아했어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이야 기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부잣집

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인생은 완벽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요. 세상은 워낙 복잡하 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그때그때 상황 속에서 스스 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가는 힘입니다. 저는 청소년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방 황하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고민하고 질문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 는 그 시간이야말로 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가 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 거죠.

외교관의 길로 방향을 바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내과 의사셨고, 병원은 제게 아주 익숙한 공간이었습니다. 저 역시 자

연스럽게 의사가 될 것이라 믿고 있었지요.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정기구독하던

영자신문에서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사를 접하며 진로가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냉전의 상징과도 같았던 두 나라가 악수 하나로 세계사를 바꿨다는 사실 은 제게 외교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를 일깨워주었습니다. 한 나라의 운명

을 바꾸는 일처럼 보였어요. 특히 부모님이 북한 출신이셔서, ‘미국과 중국이 화해할 수

있다면, 남북도 언젠가 그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그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외교관이라는 꿈이 생겼습니다. 결국 외무

고시에 도전했고, 외교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청와대 비서관으 로 재직하던 시절, 바로 그 닉슨 전 대통령을 만나 통역을 맡게 되는 인연이 찾아왔습 니다. 제 인생을 바꾼 인물 앞에서 그 감동의 순간을 전할 수 있었고, 닉슨 대통령 역 시 깊이 감동하며 “I didn’t know that. You will play a very important role for your country.”(그런 일이 있었군요. 나중에 대한민국을 위한 아주 중요한 일을 하게 되실 겁니다.)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신기한 일이죠. 이것이 인생의 힘 이자, 선택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아주 작은 감동이 방향을 바꾸고, 그 선택이

결국 하나의 길을 열게 됩니다. 스스로를 감동시키는 이야기를 만났을 때, 망설이지 말 고 따라가보세요. 그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학교수로 재직하시며 강의 방식의 전환을 경험하셨는데요.

제가 영국 뉴캐슬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할 때, 처음에는 한국식 강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말하자면 철저하게 준비된 강의안에 따라 중요한 내용을 요약하고, 핵 심 개념을 정리해주며, 시험에 나올 부분까지 짚어주는 ‘쪽집게 강의’ 방식이었지요. 밤

을 새워 영어로 강의자료를 만들며 성심껏 수업에 임했지만, 첫 학기 교수평가에서 기 대보다 낮은 B+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중, 지도학생들과의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학생이 말하더군요. “저희도 강의에 참여할 기회를 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그 한마디가 저에게는 아주 큰 깨달음이 되었습니다. 그 후 강의 방식을 점차 바꾸어 학생들이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했더니 수업 분위 기가 훨씬 활기차졌고, 저 역시 학생들의 시각을 통해 더 깊은 성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강의 평가 결과도 점점 올라가 결국 A+를 받게 되었지요. 이러한 경험은 외교관으로서도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간의 진정한 소통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서로의 시각을 이해하는 대화’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던 기회였거든요. 외교란 단순히 자국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정확한 정보보다 진정성이, 논리보다 예의와 태도가 더 큰 효과 를 발휘하기도 하죠. 고려시대 서희 장군이 거란의 80만 대군을 말 한마디로 물러서게 했던 일화는 외교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상대방의 논리를 무력화시킨 것 이 아니라, 우리의 논리를 예를 갖추어 차분하게 펼치고, 상대의 명분까지 인정하면서 설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교는 무기가 아닌 말 로 하는 전쟁이며, 그 핵심은 ‘대화’입니다.

안토니오 구테레쉬(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하는 모습(2023)

재임 시절, 쿠바와의 수교를 위해 오래도록 노력하셨다고요. 그 경험을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외교부 장관 재임 당시, 저는 아직 수교를 맺지 못한 국

가들을 검토하면서 쿠바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북한

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 온 쿠바와의 관계는 민감한 이슈

였기에, 처음부터 정치적 논의를 꺼내기보다 문화 외교

를 통한 접근을 택했습니다. 광화문의 씨네큐브에 쿠바

의 영화 배우들과 감독들을 초청하여 한국 관객들과 만

나는 ‘쿠바 영화제’를 마련해 보았죠. “우리와 정치 체계

는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예술과 문화는 세계 어디에서나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이 있습니다. 한국은 쿠바와 친구

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문화적으로 전하고 싶 었죠. 그 후에는 보다 공적인 외교 채널을 통해 접근하기

시작했는데, 직접적인 양자 외교는 여전히 부담스러워하

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자 외교의 장을 활용

했습니다. 과테말라에서 열린 중남미 외교관 회의에서 쿠

바 외교차관과 처음으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

었고, 그 이전에는 쿠바와 가까운 멕시코를 방문해 중재

역할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왜 쿠바와의 관

계 개선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결코 쿠바-북한 관계

를 단절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

했습니다. 오히려 쿠바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에 긍

정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드렸습니

다. 그 말에 차관의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자존심과 정치적 입장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우정을 제안

했을 때, 그들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 후 전직 쿠바 외교관이 직접 저를 찾아와 대화가 이어졌

고, 마침내 작년 초, 대한민국과 쿠바는 공식 수교를 맺었습 니다. 쿠바는 우리의 193번째 수교국이 되었고, 이는 대한민

국 국민이 세계 193개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역사적인

의미를 더했습니다. 저로서도 외교 인생에서 가장 의미 깊고

보람 있는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24차 아세안+3(한 일 중)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모습(2023)

미국 유엔 본부에서 개최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발의하는 모습(2023)

실제로 어떻게 실현하고자 하셨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외교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기, 우리나라 외교의 방향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

가를 고민한 끝에 ‘글로벌 중추국(Global Pivotal State)’이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과거 우리는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나라였습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 화를 이뤘고, 민주주의를 정착시켰으며, 이제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그렇다 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저는 우리가 더 이상 ‘도움을 받는 나라’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나라’, 국제 질서에 기여하는 나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러한 철학은 단지 슬로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실제 외교 현장에서의 전략적 판단과 행동에 반영됐죠. 영어로는 줄여서 GPS라고도 부르는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잘 아는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과도 일맥상통합니다. GPS는 우리 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도구죠. 마찬가지로, 저는 대한민국 외 교가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스스로 방향을 제 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때 중요한 판단 기준은 ‘가치’입니다. 자유(freedom), 민주주의(democracy), 법치 (rule of law), 인권(human rights)이라는 네 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어떤 나라와 연 대하고 어떤 국제 현안에 참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겁니다. 외교는 단순히 이익을 챙 기는 기술이 아니라, 공유할 수 있는 가치 위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 는 이를 ‘가치 외교’라고도 불렀습니다. 이러한 가치 외교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가 바 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입니다. 많은 분들이 FTA를 단순한 경제 협정으로 기억하 시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것이야말로 가치 동맹을 경제 동맹으로 확장시킨 대표적인 사 례였습니다. 당시 저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으로서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을 이끌 었습니다. 정치권 내부의 격렬한 반대, 시민사회의 불안, 광우병 사태로 인한 쇠고기 논 쟁 등으로 인해 국회는 몸싸움과 점거, 기물 파손까지 겪는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외통 위원장실이 점거되기도 했고, 협정 자체가 정치 이슈로 변질되는 상황에서 저는 국익을 위한 확신을 가지고 이를 끝까지 관철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임했습니다. 한미 FTA 는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맺은 자유무역협 정이었습니다. 저는 여야 의원들과 함께 미국을 직접 방문해 공화당과 민주당 인사들 을 만나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우려를 듣고, 합리적인 균형점을

결과 2012년 협정이

그 발언을 듣고 오히려 우리가 전략적으로 아주 잘한 협상이었다는 확신을 더 갖게 되

었죠. 지금 한국은 약 60여 개국과 FTA를 체결하며 세계 GDP의 75%에 접근할 수 있

는 글로벌 경제 영토를 확보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는 외교의 전략성과 지속성을 보

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며, 제가 말하는 GPS 외교의 실현 과정이기도 합니다. 결국 외교 는 선택과 책임의 연속입니다. 순간의 정치적 유불리나 여론에만 흔들려서는 안 됩니

다. 우리가 믿는 가치와 국익에 따라 꾸준히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충돌도 감수

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저는 외교를 그렇게 실천해왔고,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서 우리나라의 책임 있는 행보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대한민국이 세계를 움직이는 나

침반 같은 나라, 즉 진정한 글로벌 중추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Note!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한민국 경제 외교의 분기점이 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과 맺은 협정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조건을 바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무역 강국’에서 ‘경제 외교 국가’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입니다.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자동차, 농축산물, 의약품 등 민감한

분야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광우병 논란

은 국내에서 대규모 촛불 시위를 촉발했고, 정치적으로도 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극심했습니다.

한눈에 보는

한미 FTA

타임라인

FTA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왔을까?

2006. 06 한미 FTA 협상 공식 개시

2007. 06 양국 협상 타결

2008~2011 국내 비준 논란, 정치권·시민사회 대립 심화 (쇠고기 파동 등)

2012. 03. 15 한미 FTA 정식 발효

2017~2018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협상 요구 (“미국에 불리한 협정”)

2020년대~ 한미 FTA,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FTA 사례 중 하나로 평가

① 미국 시장 진출 확대 : 관세가 사라지며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② 한국 소비자 혜택 : 미국산 제품의 수입이 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③ 경제 구조 고도화 : 글로벌 표준에 맞는 제도 정비가 이루어지며 국내 산업과 법 체계도 한층 정교해졌습니다.

④ 협상력 확보 : 이후 유럽연합, 중국 등과의 FTA 협상에서도 한미 FTA의 경험은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라파엘 그로씨(Rafael Mariano Grossi)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접견하는 모습(2022)

우리나라는 석유, 가스, 리튬, 우라늄 같은 핵심 에

너지 자원이 거의 나지 않는 나라입니다. 최근 국제

사회에서 다루는 기후변화 문제는 환경 보호에서

한 발짝 나아가,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새로운 형

태의 국제 경쟁이기도 하죠. 저는 이를 ‘기후 안보

(climate security)’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원자력과 재생 에너지에 집

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태양은 흐린 날에는 빛

나지 않고, 바람은 멈추기도 합니다. 반면 원자력은

일정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지요. 따

라서 둘 중 하나만으로는 우리의 에너지 수요를 충

족시킬 수 없고, 두 가지가 상호 보완의 관계로 남

아있어야 합니다. 이제는 대형 원자로뿐 아니라 소

Note!

형 모듈형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같은 미래형 원자력 기술 개발에도 집중해야 하고, 탄소 포집·저장 기술, 수소 경제, 바이오에너지, 해

상풍력 등 다양한 청정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와 연 구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 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예요.

제가 다자회의나 정상외교 현장에 나갈 때마다 빠

지지 않고 논의되는 의제가 바로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

는 분야이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

소중립을 목표로 녹색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 고요. 특히 유럽 국가들은 탄소 배출을 단순한 환 경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무역과 산업 경쟁력 문제

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

조정세(CBAM)’라는 제도를 도입해 제품을 수입할

때 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량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는 탄소 배출량 자

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렇기 때문 에 우리 기업과 산업도 이에 맞춰 점차 변화해야 할 테고, 정부는 정책적으로 그 전환을 이끌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자원이 없다는 약점을 기술로 극복하고,

음악을 사랑하고 직접 연주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음악이 외교와도 연결

된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한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감수성과 흥

미가 뛰어난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K-POP이

전 세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만 봐도 그렇죠.

저 역시 음악을 참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에

집중하느라 음악에 깊이 빠질 여유는 없었지만, 대학

교에 진학하고 나서부터는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연주도 하고, 축제 무대에도 서곤 했습니다. 학업과 아

르바이트, 음악 활동을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지

만, 그 시절은 제 인생에서 가장 활기차고 보람된 시

간 중 하나였습니다. 대학 축제 무대에서 친구들과 함

께 연주하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해요. 음악은 사람 사

이의 벽을 허물고, 감정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만드

는 힘이 있습니다. 외교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도 그 힘

을 실감한 적이 많습니다. 외국에서 방문한 장관이나

대사들과 격식을 내려놓고 음악을 함께 나눴을 때, 대

화의 온도가 훨씬 달라졌습니다. 기타를 연주하고 노

래를 함께 부르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면, 자연스럽

게 신뢰와 유대가 쌓이더군요. 외교란 결국 ‘사람과 사

람 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에, 음악 같은 감성의 매개는

때로 공식 문서보다 더 강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실제

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기타리스트이고, 일본의 하야시 외무장관은 피아니스트인데, 저희 셋

이 ‘하모니’라는 밴드를 결성하자는 농담도 했을 정도

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현

지 기타리스트들과 함께 평화를 위한 연주를 하기도

했는데, 그 모습은 저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글을 읽는 청년 여러분들도 음악이든 미술이든 스

포츠든, 진심으로 몰입할 수 있는 취미 하나쯤은 꼭

갖길 바랍니다. 단순히 내게 즐거움을 주는 행위를 넘

어, 사회 생활과 인간 관계에서도 큰 자산이 될 겁니

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지만, 오히려 ‘나다

움’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외교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

이의 신뢰에서 시작되듯, 문화적 감수성과 진심은 여

러분의 삶 어디에서나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박진 전 장관 pick pick!

『AI 이후의 세계 The Age of AI and Our Human Future』

(에릭 슈미트, 헨리 키신저, 대니얼 허튼로커 저)

AI는 인간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이 책은 인공지능이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다양 한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우리가 AI와 함께 살아갈 미래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단순한 기술이 아닌, 인간의 사고 방식과 의사결정, 사회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 킬 수 있는 새로운 존재로서의 AI를 조명한다. 저자들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기회와 위 기를 통찰하며, 앞으로의 세대가 어떤 책임과 준비를 해야 할지를 함께 묻는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24차 아세안+3(한 일 중)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모습(2023) 박 진 대한민국 제39대 외교부 장관을 지냈으며, 현재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초빙 석좌교수로 활동 중이다. 외교관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청와대 외교안보비서관, 주미대 사관 외교관을 거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정보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외교 의

유엔에서의 20년,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를 말하다

파키스탄 외교관으로 첫발을 내디딘

있다.

나비드 하니프 유엔 경제사회국 사무차장보는

20여 년간 국제 문제 해결의 중심에서

청년 세대의 참여와 역할에 주목해 왔다.

그는 “변화를 만드는 첫걸음은 자신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저는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나 혼자 잘 살기보다는 함께 잘 사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왔어요. 자연과학 분야를 전공하다 보니 인류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언젠가는 발명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인문학이라는 학문도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우리의 삶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질 문에서 시작해 철저한 연구와 분석을 거쳐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요. 예

를 들어, 제가 전공한 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에 대한 학문인 동시에 수학적 계산 의 융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저는 공직에서 일하며 전 세계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소

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외교부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후, 뉴욕에 위치 한 주유엔 파키스탄 대표부에서 여러 국제기구와 협력하며 전 세계가 함께 달 성해야 하는 개발 문제를 다뤘죠. 운이 좋게도 유엔 사무국에 합류할 수 있게 되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청소년들 도 많이 접해보았겠지만, 경제, 사회, 환경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법 에 대해 고민해 왔답니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인류의 번영을 달성하는 방법 은 무엇일지, 모두가 깨끗한 물을 마시고 건강하게 살

ECOSOC 청년 포럼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2016) ⓒ UN Photo Mark Garten

그렇다면 세상이 더 나은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요. 20년 동안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

고 있는지 지켜봐 왔으니까요. 우리 인류가 함께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보 호하고, 대기와 해양의 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

고 있는 행위가 증명하죠. 부(富)가 불평등하게 배

분되면서 부유한 사람이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이 더욱 가난해지면 안 되니까요. 비록 느리더

라도 이러한 진전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점이 매

우 고무적입니다. 이토록 먼 여정을 함께 걸어왔고, 앞으로도 같은 지구를 공유하는 공동체로서 누구

도 소외되지 않도록 서로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같은 지구를 공유하는 공동체로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서로 협력해야 할 것

Q.

특히 현재 근무하고 계신

유엔 경제사회국에서 이러한 동향 보고서를

발행하신다고요.

A.

유엔 경제사회국(United Nations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 UN DESA)은 개발

의 여러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총 10개의 부서

로 구성되어 있는데, 통계, 인구, 경제 분석, 산림,

지속가능한 발전 등 사회의 모든 분야를 관측하고

수학적 계산을 거쳐 통계 자료를 제작하고 있습니

다. 그럼, 청년 독자 여러분들의 미래이기도 한 주

제에 관해 이야기해 보죠. 2년 전, 저희는 고령 인

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보고서인 『고령

화 사회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하기(Leaving

No One Behind in an Ageing World)』를 발간했

습니다. 인구통계, 사회정책, 경제 분석 등 여러 분

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노년층의 건강과 고용,

연금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193개

회원국의 공식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

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인구의 분포가 불균등한 것

은 인류가 당면한 도전 과제이지만, 저는 노령 인구

가 곧 사회 발전의 성공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50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사람의 기대수명

은 55세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이러한 증가는 공중

보건과 의학이 발전한 선진국에서 더 뚜렷하게 나

타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 답니다. 그러니 노령은 인류의 성취라고 할 수 있

죠. 그러니 우리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 게 되었다는 것은 함께 축하할 일입니다. 동시에 새 롭게 등장한 어려움에 대한 대처가 필요할 뿐이죠.

즉, 저희는 노령 인구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후, 내 부적으로 가진 분석 모델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답니다.

전망을 예측하고 사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분석

결과를 도출하고, 매일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코

로나19와 같이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변수에 대처

하는 국가 정책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의

미 있고요.

Note!

고령화 사회, 모두의 미래를 위한 준비 2023년 1월, 유엔 경제사회국(UN DESA)은 『세계 사회보고서 2023: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도 소외 되지 않게 하기』를 발간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 으로 진행 중인 인구 고령화 현상이 가져올 사회·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로, 전 세계적인 인 구 고령화 현상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약 7억 6,100만 명이며, 2050년에는 16억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노인 인구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 교육, 고용, 조세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광 범위한 영향을 미친답니다.

• 유엔 경제사회국이 전하는 고령화 대응 방안 ① 노인 친화적인 도시와 지역 사회 만들기

②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보건·복지 서비스 제공하기

③ 장기 요양 서비스의 양적·질적 수준 높이기

④ 노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이지즘) 없애기

⑤ 다양한 세대가 서로 돕고 이해하는 세대 간

연대 강화하기

보고서 전문은 공식 홈페이지(https:// desapublications.un.org/publications)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MESSAGE

Q.

특히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는 데에는 협력과 협업이

정말 중요할 것 같은데요.

A.

그럼요. 세 가지 이유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복합적인 목표입니다. 예컨대, 건강한 사회

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만

으로는 충분하지 않죠. 영양 공급을 위한 식량 정

책, 깨끗한 주거 환경, 대기질 개선, 안전한 교통 인

프라 등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함께 고려되어야 합

니다. 영양 불균형이나 대기 오염은 결국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죠. 하나의 목표는 다른

목표들과 촘촘히 얽혀 있어, 다양한 부문과 이해관

계자가 협력해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

니다. 협력이 꼭 필요한 이유죠. 둘째,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려면 여러 분야의 전문성과 역량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지구의 온도가 1.5도 이상 높아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에서 청정에

너지로의 전환이 필수적인데, 이는 정책 결정만으

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기술 개발, 자금 조달, 프로

젝트 관리, 운영 시스템 구축 등 수많은 분야의 지

식과 경험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실질적인 변화

가 가능해집니다. 셋째, 전 지구적 목표는 모든 국

가와 사회가 함께 참여할 때만 달성할 수 있습니

다. 어느 한 나라의 정부나 기업만의 문제가 아

니라 지구 전체가 집단적으로 행동해야 하

죠. 협력과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

며, 이를 통해 젊은 세대의 미래 또한 지

켜나가야 합니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2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2024)

ⓒViolaine Martin ILO

Q.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기후행동

접근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까요?

A.

각국의 발전 수준이나 경제적 여건은 다르지만, 기

후변화 대응이라는 최종 목표는 모두 동일합니다.

이를 두고 저는 이렇게 말하곤 하는데요. “우리는 같은 폭풍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배를 타고 있다.”

모두가 기후위기라는 폭풍을 맞고 있지만, 어떤 나

라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배에 타 있고, 또 어떤 나

라는 매우 작고 약한 배에 의지하고 있다는 뜻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됩니다. 모든 국가에 책임이

있지만, 그 책임의 수준과 방식은 각국의 사회·경제

적 여건에 맞춰 조절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개발도상국은 아직 빈곤 퇴치와 경제 성장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들이 기후위기 대

응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려면 기술적 지원과 재정

적 기회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반면, 선진

국은 이미 높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산업화 과정에

서 많은 탄소를 배출해 온 만큼 더 큰 책임과 감축

의무를 져야 하고요. 물론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과

권리가 보장되는 선에서 행해져야 하겠죠. 그 점에

서 대한민국은 이러한 균형을 성공적으로 실현한

매우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

는 동안에도 환경 보호의 책임을 잃지 않았고, 이

제는 기술과 원조를 통해 다른 나라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Note!

공통의 차별화된 책임(CBDR)이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 경개발회의(UNCED), 즉 ‘지구정상회의’에서 처음 으로 공식 선언되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국

가가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공통의 책임을

지지만 각국의 역사적 배출량, 경제 수준, 기술력 등 차별화된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

는데요. 쉽게 말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가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맡아야 하는 역할과 책임의 수준은 달라야 한다는 개념입 니다.

예를 들어, 선진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더 많은 온 실가스를 배출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감축과 기술·재정 지원의 의무가 있습니다. 반면 개발도상 국은 여전히 빈곤 해소와 기본 생활권 보장이라는 당면 과제가 있는 만큼, 탄소 감축 목표를 더 유연 하게 설정할 수 있죠. 대한민국 역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연결 하는 가교 국가(bridge country)로서 다양한 기여 를 이어가고 있답니다.

ECOSOC 개발협력포럼(DCF)에 참석한 모습(2018)

ⓒ UN Photo Mark Garten

MESSAGE

Q.

개발도상국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갑자기 중단하라는 요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A.

맞아요. 충분히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석연료를 포

기하게 되면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위협받고, 생계와 경제활동

이 마비되어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시민

들이 거리로 나설 겁니다. 왜 기본적인 생존조차 보장하지 않느

냐는 비판이 나올 테니까요.

그래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기후행동만을 강조하는 것

이 아니라, 먼저 빈곤, 기아, 보건, 물과 위생, 성평등 등 기본적

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답니다. 체계적인 전환이 필

요하지만, 모든 국가가 동시에 똑같은 속도로 갈 수는 없습니다.

각 국가의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

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시민 독자를 위한 QUIZ

Q1. CBDR 원칙이 처음 공식화된 국제 회의는 어디일까요?

① 유엔총회

②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③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④ G20 정상회의

Q2. 다음 중 선진국의 역할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 추진한다.

②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술 및 재정 지원을 한다.

③ 빈곤 해소와 생존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한다.

④ 국제적 협약을 통해 기후 목표 달성을 지원한다.

Q1 정답 : ②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Q2 정답 : ③ 빈곤 해소와 생존권 보장은 개발도상국의 우선 과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SC) 회의에서

발표하는 모습(2022)

ⓒUN Photo Rick Bajornas

Q.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와 관련해 앞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A.

사실 저는 항상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 요한 것이 ‘단호함’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의 첫 번째 목표는 흔들림 없이 현재의 노선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을 끝까지 이어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 해 세 가지 행동을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첫째, SDGs의 후퇴를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현재 SDGs의 달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몇몇 목표는 후퇴하 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빈곤과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협력하여 재정적, 기술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동원하고 있죠. 모든 목표를 다시 정상 궤 도에 올려놓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둘째, 기후변화에 함께 대응해야 합니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닌, 인류 생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입니다. 눈앞에 서 집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걸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갈 곳은 아무 데도 없을 거 예요. 지구의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모든 국가가 탄소 배출을 줄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We do not have a Plan B, because we do not have a Planet B either.

(제2의지구가존재하지않듯,기후위기대응에도제2의계획은없습니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

셋째, 다자주의와 집단적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저는 특히 젊은 세대가 이 가치를 실천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정부의 일원이 아니어도 지역사회, 국가, 국제무대에서 누구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희생 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식은 결국 자신에게도 피해를 가져온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해요. 최근 국제사회에서 이 가치가 흔들리고 있는 점은 안타깝지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MESSAGE

오늘날 청년들의 사회 참여가 더 적극적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인상 깊었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Q. A.

지면에 모두 실을 수 없어서 아쉬울 정도로 많아요.(웃음) 기억에 남는 사례 중 하나는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한 청년이 장애를 가진 또래들을 위한 보조 기술을 개발했던 일 입니다. 의수와 의족 기술을 직접 고안하여 캘리포니아 대학교(데이비스 캠퍼스) 연구 팀에 합류한 열정적인 청년이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시골 마을에 수돗물을 설치 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한 청년이 있었어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모금해 수도 시설을 들

여올 수 있었고, 이웃 마을로도 확산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 죠. 기후 위기를 알리는 청년의 목소리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죠. 대표적으로 그레타 툰

베리처럼, 세계 곳곳에서 정부에 행동을 요구하며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청년들이 많 습니다. 미래 세대의 에너지와 리더십이 얼마나 강한지,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SDG 정상회의 및 제78차 유엔 총회 고위급 주간 관련 브리핑에서(2023)

ⓒ UN Partnerships Daniel Getachew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사실 개인이 직면한 어려움이나 도전은 대부분 극복할 방법이 있습니다. 결국 자신을 설득하고 믿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저 역시 이를 경험했어요. 처음에는 생물학과 동물 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이후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 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웠지만, 노력 끝에 빠르게 적응했고 오히려 경제학의 매 력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과정 입니다. 유엔에서 일하면서 가장

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일이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리를 쌓아가는 과정도 중 요하지만, 이것만으로 서로의 차이를 좁히기 어려울 때가 있답니다. 제 분석이나 제안 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쉽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대화의 장을 열고, 상대를 이해시키는 노력 을 계속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결국 상대방이 제 의견을 받아들이고 그것 이 정책으로 실현되는 순간,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하고, 공통점을 찾아내는 순간을 경험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개인의 이익만을 좇지 마세요. 높은 연 봉, 멋진 집, 편안한 삶만을 목표로 삼는 것은 너무 작은 꿈입니다. 여러분이 좋은 교육 을 받고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되었다면, 이제 그 기회를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해 어떻 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세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선택이 아 닌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항상 자신을 넘어 더 큰 세상을 바라보길 바라요. 그것이야 말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나비드 하니프 파키스탄 외교관으로 경력을 시작해 현재 뉴욕 유엔 본부의 경제사 회국 경제개발 담당 사무차장보로 재직 중이다. 2001년에 유엔 합류 이후 지속가능발 전 금융 분야의 주요 직책을 역임했으며, 2010년에는 경제사회국 전략기획실의 초대

영문학 석사,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에서 국제정치경제학 석사를 취득했다.

중동을 이해하면 국제정치의 수수께끼가 풀립니다

이 질문을

오래도록 붙잡고 연구해온 학자가 있다.

복잡한 국제정치 속 중동이라는 퍼즐을

논리와 데이터로 풀어가는

장지향 박사의 중동 이해의 관점은

우리가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방식까지

바꾸어놓는다.

“왜 중동을 연구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은 아마 가장 많이 받아본 질문 중 하나일 겁니다.(웃음) 어릴 때부터 다른 나라의 문화와 사회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자연스 럽게 외국어를 공부하는 대학교에 진학했어요. 졸업 후에는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중동학을 전공하는 이들은 보통 현지나 유럽에 서 문학이나 역사 중심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정치학이라는 렌즈로 중동 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는 중동에 붙은 꼬리표 를 넘어서고 싶었던 것 같아요.

동양 여성으로서 중동 이슬람 세계를 연구하고, 또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박사 과정을 마친 후 제가 마주한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자는 주로 백인 남성 혹은 중동 출신 남성이었고, 현지 조사 과정에서도 많은 벽에 부딪혔어 요. 보수적인 중동 사회에서는 여성 연구자, 특히 젊은 아시아 여성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메일만

MESSAGE

현재 중동센터장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고 계신

연구 분야나 해결하고자 하는 주요 과제는 무엇인가요? Q. A.

제가 맡고 있는 연구 분야는 중동 비교 정치, 정치경제, 국제관계 전반을 아우릅니다. 하지만 연구실 밖에서 늘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왜 중동에

서는 비합리적인 선택과 그에 따른 불안정, 혼란이 끊이지 않을까?”라는 질문이죠. 중

동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과 변화는 사실 인간의 ‘손익 계산’에서 출발합니다. 그러

나 우리가 언제나 이성적으로 판단하지만은 않죠. 인간이란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움직

이는 듯하지만 종종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과학적인 판단과 결정이 얼마나 어려

운지를 여실히 드러내거든요. 예컨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협상 과정에

서는 ‘평화’라는 가치가 ‘영토’를 내주는 박탈감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있었

습니다. 그런데 어떤 것을 얻는 데서 느끼는 기쁨보다 그것을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

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을 간과했죠. 그래서 테러 없는 삶이라는 평화의 가치조차도, 영

토를 잃었다는 감정의 무게를 온전히 상쇄하지는 못했습니다.

중동의 또 다른 특징은 ‘급변’입니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1979), 아랍의 봄(2011), 아프

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 재집권(2021), 시리아 세습 독재정권의 붕괴(2024) 등은 모두

예고 없이 벌어진 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 중동 지역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

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급변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개념에 주목해야 합니다. 바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와 ‘불가측성(Unpredictability)’입니다. 사람들은 불안정 한 상황 속에서도 결정을 미루며 속으로 끊임없이 저울질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균 형을 유지하던 추 하나가 무너지면서 상황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게 되는 것이죠. 바

로 그 지점이 ‘티핑 포인트’입니다. 특히 독재 체제에서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정치

상황이 유지되다가도 내부 균열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갑작스럽게 붕괴가 일어납니다.

억압과 감시를 통해 위기를 숨기려는 체제의 특성 때문에 정작 중요한 변화의 조짐을

외부에서는 포착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이 바로 독재 체제의 아이러니입니다. 체제를

지키기 위한 장치들이 오히려 그 몰락을 더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요.

Q.

중동의 문화와 정세를 아는 것이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국제사회를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될까요?

A.

중동을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세계시민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입니다. 해외 여행, 워킹홀리데이, 유학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청년 세대는 이미 지구촌의 일원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안에서만 바라보면 미사일 위협, 경제 보복, 역사 왜 곡 같은 외부 변수들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죠. 이제는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합 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 동료가 “왜 한국에서는 무슬림들이 모스크를 짓는 데 반대하 는 목소리가 큰가요?”라고 물었을 때, 우리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과학적 인 설명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전 세계 곳곳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 중동 지역의 불안정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 상과 직결된 문제죠. 중동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특히 걸프 산유국들은 우리나라 의 최대 석유 공급처이자, 높은 구매력을 지닌 수출시장입니다. 우리는 세계 7위의 석 유 소비국이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동 의존도는 72%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란에서 개최된 제4차 한-이란 포럼에서 루싸리를 쓰고 사회를 보는 모습(2016)

MESSAGE

이 지역은 우리 해외 건설 수주 물량의 60%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죠. 2013년 12 월, 우리나라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경제

협력의 절정기를 맞이했습니다. 탈석유 산업 다각화와 사회 개방화에 필요한 기술과

발전 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죠.

또한, 중동은 우리 외교 역량의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중동 정

책은 ‘제 잇속 챙기기’라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보다 성숙하게 접근

하여 책임감 있는 외교 정책을 설계해야 할 시점입니다. 특히 국내에서 중동 출신 이민

자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춰질지도 우려되고요. 국내 여

론에선 외교적 가치보다 실익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강할지라도, G20 국가로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은 분명 존재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중동에 대한 올바른 이

해와 관심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전 주한미국대사 해리 해리스(Harry Harris)와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에서 대화하는 모습(2019)

우리나라가 중동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중동의 석유 의존 구조와 보수 이슬람 체제를 개혁하는 데 앞장서는 많은 리더들이 우 리나라의 발전 모델에 꽤 큰 관심을 보입니다. 단순한 관심이라기보다, 일종의 동경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한국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건 국제사회 전체를 봐도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거든요. 경제 성장을 빠르게 이룬 건 물론이고, 민주 주의를 정착시키고, 이제는 세계 평화를 위한 활동에도 책임 있게 참여하고 있으니까 요.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0년대 초부터 중동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인도적 지원, 평화유지 활동, 대테러 협력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지금도 레바논의 동명부 대, 남수단의 한빛부대, 아덴만의 청해부대가 각각 현지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요. 이런 활동들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동 국가들은 종교적, 문화적 전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잖아요. 그래서 서 구식 자유주의나 사회주의 모델에는 다소 거부감을 갖는 경

우가 많아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아시아적 가치와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면서도 경제를 발전시킨 사례로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 기업, 시민이 함께 협력해서 국가를 성

장시켜온 과정은 중동 사회에 꽤 인상적으로 비치는 것 같아 요. 걸프 지역에서는 아직도 1970~80년대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입니다. 우리 부모 세대가 사막 한복판에서 항만과 고속 도로를 닦고, 댐을 만들던 그 경험이 지금도 기억되고 있다는 거죠. 그런 기억이 쌓여서인지 한국은 ‘믿을 수 있는 파트너’ 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대(對)중동 원조 규모만 놓고

보면, 여전히 일본의 6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거든요.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일본을 넘어섰다는 뉴스도 있었지만,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비중은 아직 그만큼 따라가 지 못하고 있는 거죠. 경제력에

우리나라와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왜 한국 모델이 주목받을까?

Note!

우리나라와 중동의 관계는 과거의 석유 수입-건설 수출 구조에서 나아가 기술 협력, 산업 전환, 교육 투자까지 아우르는 전략

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많은 중동 국가들이 우리나라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성공한 나라’라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상황과 닮은 점이 많은 나라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꿨는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랍니다.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 민주화, 산업 전환은 중동의 미래와 맞닿아있는 이정표이자 가장 현실적인 롤모델로 인식되고 있어요.

① 건설·인프라 개발 협력 대한민국 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에서 고속도로, 항만, 정유시설 등을 건설하며

중동 지역의 인프라 개발에 기여하였습니다. 1970~1980년대에는 약 100만 명 이상의 한국 인력이 중동 지역 에서 근무하였으며, 이 시기는 ‘사막의 신화’라 불립니다.

② 대한민국-걸프협력회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2023년 12월, 대한민국과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간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었습니다. 이 협

정을 통해 에너지, 소재, 의료, 스마트 농업 등 첨단 산업 중심의 협력이 확대되었습니다.

③ ‘비전 2030’과 대한민국의 참여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은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 다각화를 목표로 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대 한민국은 한국수력원자력(KHNP)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참여, 네옴시티 스마트시티 개발, 문화 교류 등 다양 한 분야에서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④ 기술 및 교육 협력 강화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에 한국어 교육이 도입되어 문화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 랍에미리트와는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통한 원자력 협력과 국방 협력 등 고급 기술 분야에서 교류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개최된 ‘제17차 한-중동

사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중동이나 이슬람 세계를 바라볼 때 불편한 시선이 존재해 요. 낯설고, 복잡하고, 뭔가 위험한 곳이라는 막연한 이미지 말이죠. 그런데 이런 인식 은 사실 감정적인 구호나 도덕적인 당위로만 대응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며 비교 분석적인 접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 다. 중동을 공부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역사, 종교, 언어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갖춰야 하는 건 아니예요. 사람들은 중동을 이해하려면 엄청난 배경지식이 필요할 거라고 부 담을 느끼는데, 꼭 그렇진 않거든요. 오히려 중요한 건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입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태도가 오히려 중동이

라는 복잡한 지역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도 있다는 거죠.

그리고 한 가지, 저는 ‘숫자’로 사고해보는 연습도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중동의민주주의수준이낮다고하는데,백분율로

따지면어느정도일까?”

“사우디아라비아의개혁성공확률을숫자로표현하

면몇퍼센트쯤될까?”

“이란과 미국이 무력 충돌할 가능성을 수치로 나타 낸다면?”

이런 식의 질문은 단순히 수치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왜 그런 숫자가 나왔는지에 대해 논리적

인 근거를 고민하게 만들어요. 막연한 인식이나 편

견이 아니라, 비교와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거죠. 이게 바로 중동을 이해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Note!

비교 정치학(Comparative Politics)란?

여러 나라의 정치 체제와 정책, 사회 구조 등을 비

교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는 학문이에요.

중동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

려면, 단일 국가가 아닌 권력 투쟁을 벌이는 여러

세력의 움직임을 보는 비교 정치학의 관점이 중요 하죠.

외교안보 지식커뮤니티 ‘시에라 소사이어티’에서 멤버들과

토론하고 북콘서트에 참여하는 모습(2023, 2024)

우리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중동과 같은 다양한 지역의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거예요. 미국 정부도 분명 한미동맹을 중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치인의 선택이 자 국 유권자의 선호에 따라 좌우되니까요. 예를 들어, 시리아 부자 세습 체제의 붕괴, 이 란의 핵개발, 리비아의 핵포기, 그리고 최근 강화되는 이란·러시아·중국·북한의 연대 까지. 각각의 사례를 한반도와 비교해보면 지금 우리가 처한 외교적 난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시야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동을 외우려고 하지 마세요. 대신 “중동은 어렵다”, “위험하다”, “복잡하다”는 편견부터 먼저 걷어내셨으면 해요. 음모론보다는 논리와 분석, 감정이 아 닌 데이터와 손익 계산을 바탕으로 이 지역을 바라보면 ‘왜 이곳에서는 비합리적인 일 이 반복되는가’에 대한 답도 더 가까이 다가올 겁니다. 그렇게 사고하는 힘, 복잡한 세 계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길러내면 여러분이 앞으로 살아가며 마주하게 될 수많은 일 상의 수수께끼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중동은 멀리 있는 낯선 곳이 아니라, 여 러분의 시야를 넓히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줄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중동 수업』,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등이 있다. 국제정치는 참 복잡하고, 때로는 도무지 해석이 안 되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질 때가 많 죠. 그런데 그 실마리를 찾고 싶다면, 저는 ‘중동’이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중동을 이해하면 왜 국제사회에서 이 지역이 그렇게 중요한지, 그리고 미국 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왜 중동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는지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이슈가 때때로 후순위로 밀리는 이유도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장 지 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이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로, 중동 정치와 이슬람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를 거쳐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산업부, 법무부, 국방 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과제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법과 제도는

현장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장애인 권리를 위한 정책,통계,

국제 연대까지 오랜 시간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고민해온

김동호 위원장의 시선을 따라가본다.

Q.

35년 가까이 활동해오셨습니다.

이 길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A.

고등학교 1학년 때 ‘정립회관’이라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처음 장애 학생들을 만났습니 다. 당시 장애 학생들은 체육 수업을 정식으로 참여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내신 점수 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고 있었어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립회관에서는 활쏘기 나 총쏘기 같은 맞춤형 체육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 점수를 성적에 반영하려는 시도 가 있었습니다. 그 활동을 계기로 ‘밀알들’이라는 모임에 들어가게 됐고, 그 모임이 단순 한 친목을 넘어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저 역시 장 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습니다. 장애는 단순히 개인의 불행이나 의학적 상태가 아니라,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차별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였어요. 그 이후, 1986 년에 장애인의 권리를 위한 사회운동 단체인 ‘울림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활동을

MESSAGE

Q.

우리나라도 장애인 권리 개선을 위해 많이 발전해왔지만, 아직 부족한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께서는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느끼시나요?

A.

전체적인 법과 제도는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장애

관련 법만 해도 20개가 넘고, 예산도 이전보다 많

이 늘어났고요. 하지만 그 틀이 다 갖춰졌다고 해

서, 모든 장애인들이 삶 속에서 그 제도를 체감하

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특히 유형별로 들어가

보면 문제가 더 뚜렷하게 보입니다. 저처럼 지체장

애인도 있지만, 발달장애인, 시각·청각장애인, 내

부 장기 장애인, 정신장애인까지 정말 다양하거든

요. 그런데 정책은 여전히 표준화된 틀 안에서만

작동해요. 필요한 지원이 전혀 다른데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다 포괄하려다 보니까 지원에서 소외

되는 유형이 자꾸 생깁니다. 이런 소수 장애인분들

은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신장장애인의 경우 투석을 하

거나 하루 일과를 장애에 맞춰 살아야 하는데, 이

걸 반영한 복지 체계는 미비하죠. 한마디로, 정책

은 대규모 장애 유형에 맞춰 설계돼 있고, 나머지

는 그 안에 억지로 맞춰 들어가야 되는 구조예요.

또 하나는 고령 장애인의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

라 등록장애인 중 약 54%가 65세 이상이에요. 장

애도 있고, 노화로 인한 어려움도 함께 겪는 분들

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복지 체계는 아직 노인복지

와 장애인복지가 분리되어 있어서, 그 중간에 있는

고령 장애인들은 지원이 중복되지도 않고, 사각지

대에 놓이기 쉽습니다. 게다가 고령 장애인은 비장

애인보다 평균적으로 10년 이상 조기 노화가 온다

고 알려져 있어요. 그러니까 65세 장애인은 사실

상 75세 이상의 생활 환경을 겪고 있는 셈이죠. 이

분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은 앞으로 꼭 더 보완돼야

합니다.

결국, 지금은 ‘법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

라 그 법이 얼마나 개인의 상황에 맞게 작동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점이에요. 모든 장애인이 ‘제

도 안에 들어와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진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장애정상회의 - 아시아지역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2025)

Q. A.

우리나라가 국제 심사에서 지적받은 부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네, 맞습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CRPD)에 따라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도

국제 심사를 받는데, 아쉽게도 같은 지적이 반복되

는 경우가 많아요. 가장 본질적인 지적은 장애 판

정 기준이에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장애 여부를 주

로 ‘의학적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신체나 정신의

손상 정도만 보고 장애인인지 아닌지를 결정하죠.

그런데 국제사회, 특히 유엔에서는 장애를 사회와

의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는 저상버스나 엘리베

이터, 장애인 주차 공간 등 덕분에 저처럼 목발을

짚어야 하는 사람들도 비교적 생활이 가능해요. 그

런데 같은 신체 조건으로 라오스에 산다면,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이처럼 장애는 단지 개

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이 결정하는 측면

이 크다는 걸 유엔은 강조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장애인을 ‘진단’하고 등급을 나누는 방식에 머물러

있어요. 그래서 이 점이 매번 지적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제도의 유연성과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 유형을 15가지로

나누고, 등급도 과거엔 5단계였던 걸 지금은 중증

과 경증으로 단순화했죠.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삶의

조건은 천차만별이에요. 예를 들어 지체장애라고

해도, 목발을 짚는 사람, 휠체어를 타는 사람, 전신

마비로 전동 휠체어를 입으로 조작해야 하는 사람

은 전혀 다른 필요를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정책은

여전히 ‘지체장애’라는 한 카테고리로 묶어서 접근 해요. 게다가 대체로 정형화되어 있죠. 어떤 서비스

는 몇 급 이상만 받을 수 있다, 어느 유형에게만 지

원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요. 그러다 보니 그 틀

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유엔이 지적하는 건 바

로 이런 사각지대예요. 장애인의 욕구는 굉장히 다

양하고 개인화되어 있기 때문에, 각자의 필요에 맞 게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합니다. 다

음 심사가 2030년쯤 예정돼 있는데, 그땐 “한국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실

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우리나라의 장애인 권리 보장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1981년 : ‘장애인복지법’ 제정 → 한국 장애인 정책의 시작점

1996년 : 보건복지부, 교육부, 노동부를 중심으로 장애인복지발전 중기 계획 수립

2007년 :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채택

2019년 :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 개인별 서비스 필요도에 따른 맞춤형 지원 추진

2023년 : 고령 장애인 증가에 따라 복지 체계의 재정비 필요성 대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이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은 장애인을 보호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모든 국 가가 장애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해 노

력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약속입니다. 2006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어 2008년 발효되었으며, 현재까 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비준한 협약입니다. 대 한민국은 2008년 이 협약을 공식 비준했고, 이후 정기적으로 협약 이행 상황을 유엔에 보고하고 국 제사회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Note!

MESSAGE

Q. A.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갈등이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갈등이 일어나는 걸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갈등을 통해 사회가 변화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우

리가 실제로 마주치지 않으면, 서로를 잘 모르거든요. 불편하더라도 마주치고, 때로는 충

돌하면서 비로소 “아,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인식이 생기고, 변화가 시작됩 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장애인 이동권 시위였습니다. 지하철 시위가 한창일 때 많은 시

민들이 불편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에요. “왜 출근길을 막느냐”는 불만도 많았고요. 하지

만 그 시위가 없었다면 과연 저상버스나 지하철역 엘리베이터와 같은 인프라가 지금만큼

확대되었을까요? 물론, 갈등을 일으켜야만 해결이 된다는 건 아니지만, 어떤 사회적 문제

든 논의의 장으로 올라오려면 때로는 충돌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나아가,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장애인은 사

회의 시혜나 배려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이에요. 그런데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이 권리를 요구할 때, 마치 “왜 또 요구하느냐”는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니라, 권리를 나누는 관계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건 장애인이 사회 안에서 더 많이 보이고,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장애인이 학교, 직장,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생활할 수 있게 되면, 그 자체로 인식은 바뀌고

갈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교육도, 법도 중요하지 만, 무엇보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장애인권리협약(CRPD) 심의 전 개최된 비공개 브리핑에서(2022, 스위스)

김 동 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ESCAP) 근무 시절 (2018, 아제르바이잔공화국)

국제사회에서도 장애인 정책 개선을 위해

힘쓰신 경험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A.

저는 2012년부터 약 7년간 유엔 아시아태평양경

제사회위원회(ESCAP)에서 근무하면서, 개발도상 국들의 장애인 정책 개선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 에 참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과제는 장애인 통계 구축이었습니다. 장애

인 정책이라는 건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장애인이 몇 명

이고, 어떤 생활 환경에 놓여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파악하지 못한 채 정책을 만

든다면, 그건 사실상 방향 없는 지원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 팀은 17개국을 직접 방문해서 정부 부

처와 워크숍을 열고, 장애 통계를 국가 통계 시스 템에 어떻게 포함시킬 수 있을지 하나하나 설명하 고 컨설팅하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단순히 ‘장애 인 수’를 조사하는 게 아니라, 생활 조건, 접근 가능 한 서비스, 지역사회 참여 수준 같은 요소까지 함

께 살펴야 진짜 의미 있는 정책 자료가 되기 때문 입니다. 문제는 역시 예산이었어요. 인도네시아 통 계청의 한 담당자가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 니다. “우리도 이 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걸 아는데, 매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이 잘립니다.” 결국 그 말은,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

습니다. 너무 안타까웠죠. 그래서 어떻게든 이 사

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 그리고 국 제적인 협력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심의 전 개최된 비공개 브리핑에서 (2022, 스위스)

습니다. 통계는 정책의 근거이자 출발점이니까요.

그리고 2023년에는 부산 세계장애인대회를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준비하면서 또 다

른 경험을 했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 태풍이 부산을 강타하면서 행사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어요. 결국 일부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현

장에는 필수 인원만 남기는 식으로 최소화해서 진행했죠. 준비했던 요트 체험은 아쉽 게도 취소됐지만, 전체 프로그램은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그 대회가 특 별했던 이유는, 단지 큰 행사를 치렀다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의 장애인 단체

와 활동가들이 직접 모여 정책을 논의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자리였기 때문이에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들도 참석했고, ‘국제 연대’라는 말이 추상적

인 구호가 아니라, 실제 네트워크와 정책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경험이

기도 했습니다.

결국 제가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늘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예요. 당사자들

이 직접 말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그게 진짜 정책이고, 진짜 변화라고 생각합니

다. 두 경험 모두 저에게는 단순한 성과 이상의 의미를 가진 시간이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장애인 등록 비율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더라고요. 실제로 유엔에서 근무하실 때, 한국과 국제사회의 시각 차이를 실감하신 경험이 있으셨나요?

Q. A.

네, 많이 느꼈어요. 물론 장애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 자체는 국제사회든 한국이든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하지만 서로 공유하고 있는 개념이 정책에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 질적으로 반영되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어요. 국제사회, 특히 유엔에서는 전쟁, 자연재해, 감염병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장애인은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하게 위험에 노출되는 존재라고 인식합니다. 그래서 재난 대응 시스템 안에 장애인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매우 강하게 강조해요.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큰 전쟁이나 자연재해를 많이 겪지 않았기 때문인지, 장애인을 포함한 재 난 대응 정책이 미흡한 편이었습니다. 이 문제가 실제로 크게 드러난 게 코로나19 초기 상황이었어요. 대구의 한 장애인 시설이 감염으로 인해 완전히 폐쇄되면서, 그 안에 있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ESCAP) 근무 시절(2016, 인도네시아)

MESSAGE

던 장애인들이 사실상 지원 없이 방치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중증 장애인의 경

우는 혼자 생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도, ‘보호자나 활동보조인은 원칙상 동반 입 실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단독 격리를 요구받는 사례가 있었죠. 어떤 전신마비 장애 인에게 ‘기저귀를 착용하시라’고 안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당황스럽고 안타까웠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뒤늦게 국립재활병원에 장애인 전용 병상을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되긴 했지만, 더 일찍 준비되어 있었다면 훨씬 나은 결과로 이어졌을 겁니 다. 이처럼 한국은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을 고려하는 매뉴얼이나 시스템 자체가 부재 했던 거죠. 재난 대응은 단순히 구호 물품이나 의료 체계뿐 아니라, 접근성과 구조 설

계까지 함께 포함되어야 하는 문제라는 걸 국제사회는 강조합니다. 갈등이 있어야 화

합이 가능하듯, 위기가 있어야 제도도 바뀝니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건 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겠지요. 앞으로는 한국도 재난 대응 시스템을 설계할 때부터

장애인을 ‘중심에 두고’ 고민하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계장애정상회의아시아지역회의 참가자들과 함께(2025)

마지막으로,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세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Q.

저는 청소년들에게 늘 말합니다. “당신의 야망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해야 한다.” 이 제 한국은 더 이상 원조를 받는 나라가 아닙니다. 지원하는 국가로 위상이 바뀌었어 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역할에 기대가 큽니다. 청소년들이 그 기대 에 부응할 수 있는 인재로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장애인이 사회에 나와 살아가는 모습을 실 제로 보고, 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진짜 공감이 생깁니다. 장애 인도, 청소년도, 아동도 “우리 없이 우리에 대한 결정을 하지 마라(Nothing about us without us)”라는 말처럼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제사회의 구성원이자, 변화의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사회 가 더 포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 변화의 일부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A.

전공했다.

복잡한 국제정세,

국제관계의 원칙으로

동아시아와 글로벌 외교 현장을 오가고 있는 임은정 교수.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과 갈등,에너지 안보 문제에 주목해 왔다.

복잡하게 얽힌 국제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 그리고 청년들에게 필요한 글로벌 감각과

태도에 대해 그녀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일본 전기신문에 기고(2022)

Q. A.

을 정치학의 하위 분야로 다루기도 하지만, 제가 공부했던 일본과 미 국에서는 국제관계학을 독립된 학문 분야로 인정하고 연구하는 전 통이 있었어요. 국제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정치, 경제, 법,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함께 다뤄야 하거든요. 학문적 관심은 처음부터 국 제관계 전반에 있었지만, 점차 구체적인 분야로 좁혀졌고 결국 에너 지 분야로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아무 래도 ‘대한민국’이라는 환경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한반도의 국제적 위치와 외교적 역할에 관심이 많았고,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 고 싶다는 꿈도 가졌습니다. 석사 과정에서는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공부했지만, 고민이 많았어 요. 군대 경험이 없는 제가 군사 안보를 연구하는 것이 한계처럼 느 껴졌고, 또 군사력 강화 중심의 접근이 제 개인적 철학과 다소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시빌리언 컨트롤(civilian control), 즉 국민과 사회 를 중심에 두는 안보 접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박 사 과정부터는 안보의 본질적인 기반인 에너지로 연구 방향을 전환 했습니다. 에너지 안보는 저에게 국가 안보에 기여하면서도 보다 폭 넓고 실질적인 의미를 고민할 수 있는 최적의 연구 주제였어요. 기름 없이는 탱크를 못 움직이고, 전기가 끊기면 군사력도 무용지물이니 까요. 결과적으로는 국제관계의 확장선에서 에너지로 자연스럽게 귀 결된 셈이죠. 다양한 학문을 공부해 오셨는데, 국제정치학이라는 전공을

저는 학부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국제관계학(International Relations; IR)을 공부해 왔어요. 학교마다 국제관계학

일본과 미국에서 장기간 유학하고

활동하신 경험도 인상 깊습니다.

그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Q. A.

당연히 힘들었죠.(웃음) 저는 고등학교까지 한국에

서 다니다가 1997년 여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

후에는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과 직장 생활을 했습니

다. 두 나라 외에는 장기간 체류 경험이 없어요. 언어

와 문화, 이 두 가지가 항상 어려웠어요. 요즘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를 체득하지만, 저는 책으로 배운 영

어로 소통해야 했기에 지금도 영어가 쉽지 않다고 느

낍니다. 일본어도 마찬가지였죠.

두 나라 중에서도 미국에서 더 어려움을 겪었어요. 일

본은 완곡하게 의견을 드러내는 화법이나 수직적인 사

회 구조처럼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아요. 그런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가 미국이라는 직설적이고 자유로운 분

위기로 가니 문화적 충격이 컸습니다. 저랑 잘 맞지 않

는 느낌이었달까요? 특히 글을 쓰고 말하는 방식이 완

전히 달라서 고생했어요. 일본에서는 학부 논문을 어

렵지 않게 썼는데, 미국에서는 문법적으로 틀린 건 없

다고 하면서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피드백을 자

주 받았어요. 토론할 때도, 늘 자기 의견을 강하게 표현

해야 하는 분위기가 익숙지 않아 힘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차이를 느

낍니다.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Note!

한중일 3국 협력의 허브, TCS란?

TCS(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는 한

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가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

기구입니다.

1999년부터 시작된 3국 협력의 흐름 속에서,

2011년 9월 서울에 공식 출범했죠. TCS의 목표

는 지속가능한 평화, 공동 번영, 문화의 공유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3국 간 협력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3국의 관계를 ‘한중일’이라 칭 하지만, 정상회의의 공식 명칭은 개최 시기와

순서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는 것이 특징입니

다. 7차 회담은 일중한 3국 정상회의, 9차 회담

은 한일중 3국 정상회의로 명명되었죠. 2024년 5월에는 기후변화, 고령화, 감염병 대응 등 공동

의 과제를 논의하며, 2025~2026년을 ‘한중일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는 TCS가 동아시아 협력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랍니다.

Q.

최근 제9차 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회의가 꼭 필요했던

이유,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조건이 다르기에 꼭 유럽과 비교하며 자책할 필요

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동아시아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북한의 안보 및

핵 문제, 기후변화 대응 등은 어느 한 나라가 단독

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에요. 동아시아 국

가들이 공조해야만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할 수 있

습니다. 물론 한미동맹은 여전히 한국 외교·안보

의 중심축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지리적으로 동아

시아 밖에 있고, 중국과의 협력 없이는 역내 문제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Note!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는

국제정치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입니다. 한

국가가 자국의 안전을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면, 다른 국가는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여 자신도 군

비를 증강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호 불신은 군비

경쟁을 초래하고, 결국 갈등과 전쟁의 위험을 높 일 수 있죠.

예를 들어, A국이 방어용 무기를 배치하면, B국 은 이를 공격 준비로 오해하고 더 강력한 무기를 배치합니다. 이러한 악순환은 실제로는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더라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 습니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는 신뢰 구축과 투 명한 소통이 중요하며, 다자간 협의체나 조약을 통해 이러한 딜레마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지속 되고 있습니다.

를 풀기 어려워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 공 이후 국제 질서가 북·중·러 대 한·미·일로 나뉘는 흐름이 있지만, 중국이 북한·러시아 쪽으로만 기울 고 싶어 하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근본적으로 세 계 최대의 무역 국가로서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 는 국가들과 묶이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 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을 포함해 일본, 미국과도 협력하며 중국을 적극적으로 대화와 협 력의 틀로 끌어들이는 것이 우리나라의 중요한 외 교적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한일중 정

상회의는 코로나19 이후 약 4년 9개월 만에 재개 되었습니다. 원래 이 회의는 아세안+3 회의에서 출

발했으며, 군사 안보보다 경제·사회적 문제 해결

이 본질적인 목적입니다. 동아시아 3국은 이를 위 해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 TCS)’라는 공동 기구를 두고 긴밀히 협의하고 있어요. 이번 회의는 팬데믹으로 멈췄던 협력의 장을 다시 연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고 생각합니다.

MESSAGE

Q. A.

북한과의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안보 정세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북핵 문제는 오랜 시간 지속되어 온 국제사회의 어려운 과제 중 하나입니다. 실제 로 과거에는 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적도 있었어요. 제1 차 북핵 위기(1993~1994) 당시에는 미국과 북한이 직접 협상에 나서 ‘제네바 합의’ 를 끌어냈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북한이 아직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는 아

니었고, 최대 목표는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끝내고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받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2차 북핵 위기(2002~2003)가 발발했고, 중국이 중재자로 나서 미국·중국·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

만 수년간의 협상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북한은 본격적으로 핵 개발을 가속했 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2018)을 계기로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재개됐고, 이때 는 대한민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어요. 하지만 이후로도 상 황은 계속 바뀌었고, 지금처럼 복잡한 정세로 이어졌습니다. 국제관계에서는 이처 럼 특정 국가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을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한 나라가 자국 안보를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면 상대방은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며, 다시 상대방이 대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죠.

이런 식으로 긴장이 고조되어 왔습니다. 현재 북한은 과거와 같은 대화 위주의 해 결 방식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 듯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핵을 포기하

면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고, 미국과의 대

화도 단절돼 있어 당분간 상황 변화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죠. 우리나라 정부는 철저한 방어 태세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일

본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동시에 북한을 과도하 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긴장을 관리하는 전략적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주포럼 ‘제주 아세안+α’ 라운드테이블 패널단과 함께(2024)

국제협력을 위한 제도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요.

국제사회에서 신뢰와 협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이 문제는 국제정치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가장 오

래 고민해 온 질문 중 하나입니다. 국제사회는 기

본적으로 무정부 상태, 즉 국가 위에 절대적인 권

위를 가진 존재가 없는 아나키(anarchy) 구조예

요. 법을 어긴 국가를 강제로 처벌할 경찰이나 법

원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국가 간의 약속이

나 규범도 법적 구속력이 약하고, 결국 신뢰와 합

의에 기반을 둔 협력 시스템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중견국의 역할이 크다고 생

각해요. 중견국이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발전했

고, 국제사회에서 모범을 보이는 국가를 뜻하죠. 현

재 우리 정부는 이를 넘어 글로벌 중추 국가(Global Pivotal State; GPS)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단

순히 규범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적 네트

워크의 중심에서 협력과 조율을 이끄는 역할을 하

겠다는 입장입니다. 중견국들은 규범과 법이 지켜

지는 국제질서 하에서 가장 안정적인 환경을 누릴

수 있거든요. 강대국처럼 힘으로 밀어붙일 수 없기

때문에 규범과 원칙을 지키며 다른 국가들의 참여

를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입니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과 중국 모

두 자유무역의 원칙을 흔들고 있고, 세계무역기구 (WTO) 체제 역시 약화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강대 국처럼 독자적으로 행동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기

존의 규범만 고수해서는 실질적인 이익을 보장받 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있 는 국가들, 특히 강대국의 일방적 행동에 부담을

느끼는 유사 입장 중견국들과의 연대가 중요하죠. 그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과도 지속적인 대화

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규범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물론 이런 노력만으로 강대국의 규범

위반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를 견제하고 국제사회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와 중견국의 역할이라고 생각 합니다.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주관한 웨비나에 패널로 참석한 모습(2022)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제8차 KF-CSIS 한미전략포럼에 참여한 모습(2023)

MESSAGE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가

국제무대에서 한계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요?

맞습니다. 한반도가 반도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도 우리의 약점이기도 했죠. 한국은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지점에 있어 지정학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늘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권 안에 있었고, 결국 남

북 분단으로 대륙과의 직접 연결이 차단되었습니

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사실상 섬처럼 외부와 연결

되어 있어요. 이러한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다

양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을 통해 물

류와 에너지 수송망을 확보하려는 시베리아횡단철

도(TSR)를 연결하고자 했지만 북한이라는 현실적

인 벽에 부딪혔고요. 이후에는 북한을 우회하는 방

식으로 전환하여 산둥반도에서 중국과 몽골을 거

쳐 인천으로 연결되는 석유·가스 파이프라인을 계

획했지만 막대한 비용 문제에 가로막혔죠. 이처럼,

우리나라의 에너지와 정보 수입은 대부분 해상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석유와 가스는 페

르시아만, 남중국해, 동중국해, 동해를 거쳐 들어

오고,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정보도 해저 케이블을

통해 유입됩니다. 이 경로들은 모두 주요 해상 물류

로와 겹쳐 있어 만약 차단되거나 손상되면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양 안보는 물론, 디지털 정

보 보호를 위한 우주 안보까지도 신경 써야 해요.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법은 다변 화입니다. 하지만 원유·가스와 같은 주요 에너지원

은 여전히 중동 지역에서 대부분 생산되기 때문에

완벽하게 대체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저는 항상

‘지리의 힘’을 강조합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지리적 한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제

약 속에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대응하느

냐가 국제정치에서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생

각해요.

방법은

우리는 북핵 문제처럼 언제나 민감한 국제 현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습니다. 핵보유국으

로 추정되는 북한과 직접 마주하고 있다 보니 국내 외 많은 논의가 북한 문제에 집중되는 것도 사실이 에요.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북핵 문제는 오 히려 국제사회에서 일정 부분 관리되고 있는 사안 입니다. 북한도 쉽게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고, 강대국들도 이를 조율하려 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

제사회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통제되지 않은

문제들이 훨씬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난민 문제

예요. 저 역시 한때 한반도 문제에만 집중했던 연구

자였지만, 점차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

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들도 다양한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가능하다

면 봉사활동이나 캠페인 활동을 통해 직접 참여하

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첫걸음은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입시와 진로 등 현실

적 고민이 많기 때문에 국제 문제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죠. 그래도 앞으로 펼쳐질 세계

화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상

대를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

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지거

든요. 이는 개인만의 노력으로 완성되기보다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길러주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여러분이 갖는 작은 관심과

실천이 앞으로 국제사회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

믿어요.

Q.

앞으로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게 될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A.

요즘 청년 세대는 저희 세대보다 훨씬 더 준비된

세대예요. 조언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의 경험이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는지

를 전하고 싶어요.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적

으로, 세계적으로 드문 경험을 한 나라예요. 식민

지배, 내전과 국제전, 인권 문제 등 다양한 고난을

겪었지만, 그 속에서도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화라

는 독특한 성공 모델을 만들어냈습니다. 동아시아

에서 보기 드문 상향식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사례

로 평가받고 있죠. 이러한 경험은 국제무대에서 다

양한 국가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데 매우 큰 자

산이 돼요. 특히 식민 경험은 많은 나라가 겪었지

만, 극복한 사례는 많지 않거든요. 그 과정을 겪고

극복해 온 만큼, 상대국의 상황을 보다 깊이 공감

하고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자연스럽게 갖출 수

있게 될 거예요. 또, 아무리 번역 기술이 발전했다

고 해도, 외국어를 직접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은 여

전히 큰 강점입니다. 번역기를 통해 기본적인 소통

은 가능하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교류에서 얻는 신뢰와 깊이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

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습

니다. 저희 세대는 외국, 특히 선진국에 대한 묘한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잘 사는 나라에 가면 자연

스럽게 주눅이 들고, 스스로를 낮춰 보게 되는 경

우가 많았죠.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세계적인 위상을 가진 나라가

되었고, 더 이상 외국을 두려워하거나 위축될 필요 가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과도한 애국심에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저 역시 우리나라 역 사에 자부심을 품고 있지만, 우리 역사에도 반성해 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다른 나라 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국제관계학을 공 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자 기 객관화(self-awareness)’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든, 어떤 사안이든 감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 고, 스스로를 포함해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해요. 국제 사회에서 일하고 싶다면, 언 어 능력, 열린 사고, 균형 잡힌 시각을 함께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점을 항상 기억했으 면 좋겠습니다.

임 은 정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이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 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와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비교 및 글로벌 거버넌스, 에너지 안보, 동아시아 국제협력이 주 요 연구 분야이며, 주요 저서에 『아베 시대 일본의 국가전략』(공저, 2018), 『탄소중립과 그린뉴딜』(공저, 2021) 등이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

기여, 생존을 위한 국가의 조건

국가 이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바라보는가다. 외교 전략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한국의 공공외교는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2025년 3월 21일 기준 주요 국제 뉴스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을 포함한 핵심 동맹국들 사이의 관세 전쟁이 포함되어 있다. 이 러한 상황 속에서 그동안 국제사회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던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서서히 붕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국제 질서의 존재와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대부분의 주류 국제 관계 이론에서 핵심적인 주 제로 다뤄진다. 그중에서도 영국 학파는 국제 관계를 설명하는 주요 개념으로 ‘국제사회 (international society)’를 제시한다. 이 학파의 학자들은 국제 체제가 본질적으로 무정부 상태, 즉 ‘각자도생’의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국가들이 외교, 국제 무역, 강대 국 관리 등 주요 국제 제도에서의 습관과 관행을 통해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며 하나의 질서 를 형성해간다고 본다. 이러한 제도들은 단순한 제도적 틀을 넘어, 국가 간 상호작용의 규범 과 행위 양식을 구체화하고 제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형성된 ‘상대적 질서’는 무정부 적 구조 속에서도 조율된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국제 사회의 토대를 이루며, 바로 무정부 상 태가 일정 부분 ‘길들여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영국 학파의 대표 학자인 헤들리 불(Hedley Bull)은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 강대국들이 특별한 권리와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의 무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서는 모든 국가가 유엔 총회에서 동일하게 한 표를 행사하지만, 강대국들은 국제 안보와 금융과 같은 핵심 분야에서 더 큰 권한과 영향력 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 사국들이 행사하는 거부권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불평등한 투표권 구조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강대국의 특별 권리는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 해외 원조, 환경 보호, 기 후 변화 대응 등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있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무와 불가분 의 관계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유엔(UN) 연설을 비롯한 여러 자리에서 세계주의 (globalism)에 대한 불신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첫 임기의 연장선상에서 두 번째 임기 역 시, 미국이 동맹국과의 협력에서 분담하던 책임이나 국제 공공재 제공과 같은 역할을 축소하 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갔다. 이러한 미국의 점진적 이탈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 속에서 형

MESSAGE

성돼 온 역할 분담 체계에 공백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 공백이 다른 국가나 행위자들 에 의해 메워지지 않는다면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궁극적인 붕괴, 즉 ‘역(逆) 역사의 종말 (reverse “the end of history” moment)’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또

다른 시나리오는 존재한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가장 큰 수혜자들—특히 세계대전 이 후 미국이 주도해온 질서 속에서 혜택을 누려온 국가들—이 미국이 남긴 자리를 채우고,

더 많은 책임을 떠맡는 방식이다. 이는 국제사회가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협력과 연

대를 통해 새로운 균형을 재구축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과 같은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한국은 1945년 일본으로부터 독

립한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그리고 1953년 한국전쟁의 종전, 정확히는 정

전 협정 체결을 거치며 지난 70여 년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한국이 개발도

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지만, 그중에서도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안정적인 국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한국이 무역 중심

국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했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두 가지 핵심 요소로 구

성되어 있다. 첫째는 자유 무역(Free Trade)이다. 국가들은 양자, 지역, 그리고 글로벌 차

원의 무역 협정을 체결하며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교역을 가로막는 장벽을 줄여왔다.

둘째는 국제법(International Law)이다. 유엔 헌장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 조약을 통해, 국 가들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자국의 정치적·법적 절차를 기반으로 자국의 국제적 행동

을 자제하는 규범을 수용해왔다.

물론 자유 무역과 국제법 모두 완전하게 정착되거나 완벽하게 이행된 적은 없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요소가 부재한 상황과 비교했을 때,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한국과 같은 국가 들이 번영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관세 전쟁이 도미 노처럼 확산되어 모든 국가들이 서로에게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기존의 자유 무역 협정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나아가 자유 무역이라는 원 칙 자체의 붕괴를 목격하게 될 수 있다. 또한 각국이 기후 변화나 환경 보호 관련 국제 협 정에서 탈퇴하게 된다면, 이는 지구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여 기에 더해, 각국이 국제기구에 대한 공적 기여나 해외 원조를 축소한다면 국제 질서는 회 복이 불가능할 만큼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이는 홉스(Hobbes)가 묘사한 ‘자연 상태(the state of nature)’—즉, 무정부 상태—로의 회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모든 국가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겠지만, 그 충격의 정도와 회복 속도는 각국이 보유한 자급자족 역량과 국가적 대응 능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특히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으며, 무역 규 모는 국내총생산(GDP)과 거의 같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붕괴될 경우, 한국은 그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국가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지속적

MESSAGE

으로 강조해왔다. 이는 단순히 국가 이미지를 높이

기 위한 수사로 보일 때도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더 많은 글로벌 책임을 분담하

고, 외교 정책 결정에서의 자율성 확대, 안보 강화,

경제적 이익 등 실질적 혜택을 얻기 위해 한국의 국

제적 권위를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기반

한 것이었다. 사실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선진국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오랜 열망을 품어왔다.

하지만 그 궁극적 목적은 단지 ‘인정받는 것’ 자체가

아니라, 보다 높은 국제적 위상이 가져다주는 실질

적인 이점—외교 정책에서의 자율성 확대, 보다 안

정된 안보 환경, 그리고 경제적 이득—을 확보하는

데 있었다.

한국의 외교백서는 거의 매년 한국의 글로벌 기여

를 강조하며, 이를 국제적 위상 제고라는 목표와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년 발간되는

외교백서에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

및 [한국의] 지위 향상”이라는 제목의 장이 포함되

어 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자국의 국제적 위상이

물질적 역량이나 혁신 능력에 비해 여전히 낮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은 GDP, 외

교적 영향력, 군사력, 기술 혁신 역량, 글로벌 콘텐

츠 생산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상위권에 속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해 있으며, G20과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

에서 한국의 위상이나 인지도는 이러한 실질적 역

량에 걸맞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실이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은 ‘공공외교’를 자국

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격차(perception gap)를

줄이고, 국제적 위계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인정

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공공외교

는 외국 대중을 대상으로 외교 정책 목표를 뒷받침

하기 위해 수행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정의 된다. 다시 말해, 외교의 수단으로서 외국 국민들 과의 전략적이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자국의 이

미지와 평판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다. 공공외교는 단순히 문화나 브랜드를 알리는 차

원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정

당성과 역량을 인정받고, 국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언권(voice)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특히 글로벌 거버넌스나 국제 질서에 대한 기여 측

면에서, 국가들은 스스로를 ‘특별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지역 또는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개발원조나 인도적 지원, 보건 협력 등 다양한 분

야에서의 기여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

을 수행한다. 이러한 유형의 공공외교는 국가의 자 국 이익에 기반한 책임 수행을 국제사회에 소통하

는 것을 우선시하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각국은

자국의 방역 대응 및 인도적 지원 활동을 국제적으

로 홍보하는 방식으로 자국의 책임 있는 이미지를

강화하려 했다.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란, 국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국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기 위한 협력 체계를 말해요. 유엔 (UN),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들이 주요 주체이고, 요즘은 시민

사회나 민간 기업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함께

다스리는 세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요. Note!

2016년에 제정된 『공공외교법』은 이러한 공공외

교를 “문화, 지식, 정책 등을 통하여 외국 국민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

활동”으로 정의하며, 그 목적 역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 및 위상 제고에 이바지하

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공

공공외교법을 포함한 거의 모든 공식적인 대외정책 문서에서 한국의 공공외교는 정부 의 이념적 성향과 무관하게 일관되게 국가의 국제 지위를 높이는 목표와 연결되어 왔

으며, 궁극적으로 한국 외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공공 외교는 단순히 일방적으로 국가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글로벌 거버넌스와 국제 질서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각국이 외교, 무역 등 자유 주의 국제 질서의 주요 국제 제도는 물론, 국제기구와 같은 기능적 제도들을 강화하려 는 노력은 ‘현명한 이기심’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유지와 발 전은, 그 질서에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과 같은 국가들에게는 자국 외교의 이 익을 넘어서, 그 자체로 국가의 존재 이유(raison d’être)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공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Note! 공외교는 점차 국가 이미지 제고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사회와의 실질적인 협력과 연 대,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에의 기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공공외교법 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식 외교 문서에서는, 공공외교가 정부의 이념적 성향과 관계없 이 일관되게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전략적 수단으로 기능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는 외교 목표 달성의 도구로서 공공외교가 가지는 지속적 중요성을 반영하며, 동시 에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기여자’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외교는 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최근 뉴스나 국제 회의에서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단순히 문화 홍보 활동일까요? 사

실 공공외교는 단지 국가를 잘 보이게 하려는 ‘브랜드 만들기’가 아니라, 국제 사회 속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보

여주는 외교 전략입니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어떤 ‘이미지’만 이 아니라 ‘기여’로 인정받고자 공공외교를 점차 확장해왔습니다. 특히 2016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드물게 ‘공공외교법’을 제정하며 정부 차원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죠.

한눈에 보는 대한민국 공공외교 타임라인

2003년 외교통상부 ‘문화교류협력과’ 신설, 공공외교 개념 본격 등장

2010년 G20 정상회의 개최, 세계에 ‘대한민국’ 브랜드 알리는 계기

2016년 「공공외교법」 제정 → 외국 국민 대상 소통 활동 법제화

2018년 공공외교 기본계획(5년 단위) 수립, 민간 협력 확대 기반 마련

2020년 K-콘텐츠와 연계한 ‘문화 공공외교’ 확대 추진

2023년 디지털 기반 공공외교 강화 → 메타버스·SNS 활용 확대

편집자 한마디 여러분이 SNS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면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듯, 국가는 세계 속에서 말과 행동, 이 미지와 진심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무대에서 존경받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어요. 지금도 외교관과 문화 전문가, 청년 대사들이 세계 곳곳에서 ‘한국’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언젠가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MESSAGE

공외교에는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넘어, 글로벌 거

버넌스를 위한 국제적 소통과 협업이라는 전략적

기능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의 공

공외교는 이제 단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이

미지와 위상을 높이는 활동”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야 한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핵심 가치와 제도

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앞으로 한국 외교 정책

에서 최우선 과제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

한 외교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강력한 기반으

로서, 한국의 공공외교 또한 이에 맞게 재정비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즉, 공공외교는 “글로벌 거버넌

스를 위한 소통과 협업”이라는 원칙을 중심에 두고

운영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외교관과 외교 정책 결정자들

은 이명박 정부 시절 큰 주목을 받았던 사이먼 앤

홀트(Simon Anholt)의 국가 브랜드 지수(Nation Brands Index)보다, 같은 학자가 개발한 좋은 국

가 지수(Good Country Index)에 더욱 주목할 필

요가 있다. 좋은 국가 지수는 각 국가가 인류 공동

선(common good of humanity)에 얼마나 기여

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이며, 이 지표에서 다

루는 공동선의 대부분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가

치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이 지수는 한

국의 외교관들과 정책 결정자들이 한국이 자유주 의 국제 질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지를 진단하고, 그에 따라 외교 전략을 조정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현재(1.6버전 기

준) 한국은 좋은 국가 지수에서 39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1.3버전에서 기록한 최고 순위인 26

위에서 계속 하락한 결과다. 한국이 적어도 15위

이내로 진입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국가 이미지

개선이나 국민적 자긍심 고취 때문이 아니다. 바로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유지되어야만 한국이 앞으

로도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국가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좋은 국가 지수는 우리 가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

지를 자발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지표로

서, 앞으로 한국 외교가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세계시민을 꿈꾸는 독자들을 위한 추천도서

『무정부 사회 – 세계정치에서의 질서에 관한 연구』

(해들리 불 저)

국제사회는 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국경 너머에도 일정한 규칙과 행동 기준이 작동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고전적인 국제정치 이론서다. 저자인 해들리 불은 국가 간에는 상위 권력(정부)이 존재하지 않지만 외교, 국제법, 무역 등 공통의 제도를 통해 일정한 ‘국제 질서’가 형 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와 자유주의를 잇는 ‘영국 학파’의 핵심 이론이 담겨

있으며, 오늘날 글로벌 거버넌스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독서로 꼽힌다.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보이기 위한 나라? 기여하는 나라?

Note!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어떤 나라로 인식되고 있을까요? ‘한국=K-팝, 삼성, 김치’라고만 알려진다면 아쉬운 일입니다. 그래 서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측정하고,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죠. 이때 자주 언급되는 두 지표가 바로 ‘국가 브랜 드 지수’와 ‘좋은 국가 지수’입니다.

두 지수, 무엇이 다를까?

구분 국가 브랜드 지수 좋은 국가 지수

만든 사람 사이먼 앤홀트(Simon Anholt)

등장 시기 2005년 2014년

평가 기준 외국인이 인식하는 국가의 매력(이미지 중심) 한 나라가 인류 공동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행동 중심)

측정 항목 문화, 관광, 수출, 정부, 국민, 이민 등 과학, 문화, 평화, 환경, 건강, 번영, 평등, 국제 기여 등

대표 질문 “그 나라를 여행해보고 싶나요?” “그 나라를 신뢰하나요?” “그 나라는 전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을 했나요?”

핵심 관점 ‘어떻게 보이는가’ ‘무엇을 했는가’

왜 ‘좋은 국가 지수’가 주목받을까?

① 21세기 국제사회에서는 자국의 이익만 챙기는 나라보다, 전 지구적 문제에 기여하는 나라가 더 신뢰받고 존경받아요. ② ‘보여주기식’ 국가 이미지보다, 기후변화 대응, 분쟁 중재, 보건 기여 등 실질적 행동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③ 한국은 ‘성공한 나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임 있는 나라, 기여하는 나라로 기억되어야 국제사회에서 발언권과 협상력을 키울 수 있어요.

편집자 한마디

여러분은 친구를 사귈 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나요? 국가도 마찬가지예요. 겉으로 멋져 보이는 것(국 가 브랜드 지수)도 중요하지만, 진짜로 좋은 일을 하는 나라(좋은 국가 지수)는 더 깊은 신뢰를 받습니 다. 우리가 ‘좋은 나라’로 인정받는다는 건, 세계 속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는 뜻이랍니다.

아이한 카디르 오클랜드대학교에서 경제학과 국제무역학을 전공했으며, 서울대학 교에서 국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공외교, 글로벌 거버넌스, 정책 설계를 중심으로 4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로도 활동했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방문연구원을 거쳐 제임스매디슨대학교에서 정치학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간쌓기, 시간의 흔적을 담다

그림. 이 상 은 작가

시간의 흔적을 쌓고, 지우고, 다시 쌓는다.

이상은 작가가 재구성한 기억이 어떤 색채와 선의 형태로

완성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녀의 집적된 시간의 결을 만나보자.

작가는 사회 운동이 활발하던 대학 시절,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갈피를 잡 지 못하고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여겼다. 이후 도미하여 대학원 과정을 거 치며, 기억과 경험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회화, 판화, 미디어 아트, 설치 등 수많은 매체를 넘나들며 시간의 집적과 기억의 변형을 시각화하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시간쌓기’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경험이 축적되고, 새로운 기억과 감정이 더해지는 과정을 시각화하는 작업 방식이다. 작품 속 선과 색은 지나온 하 루하루가 기억의 조각처럼 쌓이는 모습을 표현한다. 때로는 하루, 한 달, 일 년의 시간이 질서 정연하게 나열되기도 하고, 때로는 머릿속 기억처럼 뒤엉 켜 흩뿌려지기도 한다.

(상) Void(빈터)_

Oil on Canvas, 90.7x116.3cm, 2022

(하) Re-writing(덧쓰기)_

Acrylic on Canvas, 100x100cm, 2025

기억과

순간의 파편

이상은 작가에게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개념이 아 니다. 그녀의 작업은 스쳐가는 미세한 순간들, 사방으로 흩어진 기억과 순

간의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화면에 기록되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

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만남과 상호작용을 통해 삶과 시 간을 드러낸다.

그녀는 단순한 과거의 퇴적이 아니라, 과거가 현재와 공존하며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것을 표현한다. 시간의 조각들이 쌓이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발생 하며, 교차하는 틈과 간극 속에 현재가 스며들 여백이 생성된다. 마치 날줄

_ Oil on Canvas, 116.3x90.7cm, 2023

Void(빈터)

(상) Void(빈터) _ Oil on Canvas, 180x180cm, 2023

(하) Void(빈터) _ Acrylic on Canvas, 116.3x90.7cm, 2023

과 씨줄이 직조되듯, 그녀의 작품 속 시간 구조는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시 간의 그물과도 맞닿아 있다.

작가는 예술이 가진 힘에도 주목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병원에 작품 을 전시하여 예술을 통해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또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도전과 실패의 경험이 예술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책임감과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도 예술가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나가고 싶다고 말하며 청소

년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소중히 여기

고 계속 나아가세요.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마음 속에 품은 작은 꿈 에 한층 가까워질 것입니다.”

이 상 은 이상은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뉴욕과 시카고 에서 공부하였다. 이후 국민대학교에서 <현대미술의 시간성과 혼합성>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내외에서 활 발히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기억과 지속의 시간』 (2020)이 있다.

미국 브록턴에서

새마을 운동 정신으로

교육 혁신을 실천하다

인터뷰. 장 진 섭 교육불평등개혁연구소 대표

군 장교로 커리어를 시작하셨는데,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한 건 어렸을 적에 목격

한 베트남 전쟁의 참혹한 장면들과, 냉전 시기 한반

도의 군사적 위기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북한

은 실질적인 위협이었고, 우리나라 안보 상황은 불

안정했죠. 그래서 안보를 지키는 길로 가야겠다고

결심했고, 다른 유명 대학 합격도 있었지만 육사 진

학을 선택했습니다. 군인의 길이 저한테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사명감에 가까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세계 정세가 급변했습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남북 화해의 움직임이 있었 고, 북한의 군사력도 예전만큼 위협적으로 느껴지

지 않았어요. 제가 한미연합사령부에서 한반도 작

전 장교로 근무할 당시, 저는 한반도 전쟁 시나리

오를 설계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만을 중심으로 계획이 돌아가는 것이

늘 고민이었습니다. 오히려 중국의 부상, 대만 해협

의 긴장 등 국제 정세 전반을 분석해야 우리 안보

의 미래를 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런 고민 끝에 2000년경, 국제적인 안보 질서의 큰

틀을 공부하고자 하버드 케네디스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가 국가

를 위해 일할 계획이었지만, 미국에서 오히려 더 많

은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남북한 문제

도 미국이라는 거울을 통해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요. 제가 한국에서 군인의 시각으로 봤던

것보다, 오히려 미국이라는 공간에서 더 자유로운 시야로 한반도를 바라볼 수 있었어요.

특히 제가 연합사령부에 있을 때 세웠던 작전계획

들은 대부분 북한군과의 전쟁을 상정한 것이었지

만, 실제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요인은 다양합니

다. 예컨대 대만 해협이 막히면 우리나라는 석유와

미국 보스턴 인근, 이민자 가정이 밀집한 도시 브록턴(Brockton)에서

한국의 새마을 운동 정신이 청소년 교육에 접목되고 있다.

군인의 길을 걷던 장진섭 대표가 미국으로 건너가

비영리 교육단체를 세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원자재 등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생

존이 위협받을 수 있죠. 마치 늑대를 경계하며 칼

을 겨누고 있었는데, 진짜 호랑이는 등 뒤에 있었

던 셈입니다. 그런 위기의식을 갖고 바라보니, 단순

히 국방력 강화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

고, 특히 통일 문제는 미국의 지원 없이는 현실화

되기 어렵습니다. 남북이 아무리 교류를 해도, 국제

질서를 읽지 못하면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기 어

려워요. 그래서 저는 청년들이 반드시 ‘판’을 읽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STORY from GLOBAL CITIZENS

한국전쟁 참전용사 초청 행사 ‘Bridging Generations’에서 (2018)

EDR을 설립하시고, 탈북 청소년이나

하버드에서 공부하던 중 ‘인간 안보(Human Security)’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군사 중심 안보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과 존엄을 중심으로 한 안보 개념이죠. 처음엔 좀 충 격이었습니다. 제가 배웠던 모든 안보 이론은 국가 간의 세력 균형이나 전쟁 억제 같은 거시적인 틀이 었는데, 이건 완전히 시각을 바꾸는 이야기였거든 요. 마치 경제학에서 거시경제와 미시경제가 나뉘

는 것처럼 안보도 미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서, 코로나19나 기후 변화처 럼 군사력으로 막을 수 없는 위협들이 실제로는 훨

씬 많은 시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서 사회 내의 불평등 구조가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지도 깨달았습니다. 엘리트와 부

의 순환이 멈춘 사회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위험 이 큽니다. 소련이 군사력이 부족해서 몰락한 게 아니잖아요. 내부 모순이 폭발하면서 붕괴된 거죠. 이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됩니다. 내가 지금은 가난 하지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사회가 건강한 겁니다.

이런 고민들이 쌓이며 ‘그럼 나는 지금 뭘 할 수 있

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교육불평등개혁연

구소(Educational Divide Reform; EDR)을 설립하

게 되었습니다. 연구자로서 아이디어를 책상 위에

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적용하고 싶었어요.

EDR에서는 사회적 약자, 특히 청소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건 단순히

수업을 해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에 희망의 불씨

를 지피는 일입니다. 특히 저소득 이민자 가정의 아

이들은 사회의 구조적 장벽에 부딪히기 쉽고, 탈북

청소년들은 이중의 소외감을 경험합니다. 제가 이

민자이자 안보 전문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

문에, 그들에게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요.

Note!

계층 사다리란 무엇일까요?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계층 사다리(Ladder of Stratification)’는 사회 안에

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이나 지위를 얻기 위해 올라

가는 길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에요. 예를 들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이 좋은 교육을 받고, 좋

은 직업을 갖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계층 상승’이라고 해요. 그런데 만약 이 사다

리가 부러져 있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갈 수 없

게 되어 있다면, 그 사회는 희망을 주지 못하게 되죠.

그래서 장진섭 대표는 이 사다리가 작동하지 않는

사회는 내부에서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보스턴 시의회 의장

에드워드 마이클 플린

(Edward Michael Flynn)과 함께

탈북민 대상 프로그램 중

‘비즈니스 교육’에 집중하신 이유는

제가 탈북민에 주목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자살

률 통계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1위

인데, 탈북민은 그보다 3~4배 높습니다. 그들의 생

존 본능과 강인함을 생각하면, 이건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

요. 조사해보니, 많은 탈북민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한국

EDR 프로그램은 강의로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 현

장에서 일해보고, 같은 이민자 출신으로 밑바닥에

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

무엇인가요? 민간 외교나 새마을 운동 정신은

사회는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경쟁 시스템을 갖고

있죠.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철학적 이해

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

다. 돈이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닌, 가치 실현의 도

구로 작동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

런 점에서 미국이라는 환경은 훌륭한 교실이었습

니다.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갖게 할 수

도 있었고요.

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발표하는 모습(2024)

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에게 ‘세상은 한국뿐이 아니다’, ‘네가 성공할 수 있는 무

대는 전 세계에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팬

데믹으로 잠시 중단되었는데, 정서적 멘토링과 진 로 상담을 보완해 내년부터 재개할 예정입니다.

활동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고 있나요?

‘민간 외교(People to People Diplomacy)’라는 말

은 한국어로는 아직 다소 어색하지만, 그 본질은

매우 강력합니다. 공무원이나 외교관이 아니라, 일 반 시민이 외국 사람들과 진심으로 교감하고, 긍정

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죠.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

STORY

과 같은 의병들이 국가를 지켜낸 것처럼요. EDR의

활동은 바로 이 민간 외교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한국 청년들이 미국 사회의 그늘진 곳에 와서 자발

적으로 봉사하고,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지역 사회

에 기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화와 정신을

알리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이 활동에 ‘새마을 운동’의 정신을 접목

하고자 했습니다.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잘 실천되면, 어떤 지역이든 10~20년 안

에 건강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미국 사회의 어두운 곳에 가서 봉사하면서 자연스

럽게 새마을 운동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한

미동맹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청년들과의

교류, 지역 사회에서의 역할 수행, 그리고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이어지는 관계망이 모두 민간 외교의

자산으로 남는거죠.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 청년들의 위상,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그럼요. 요즘 한국 청년들을 보면 저희 세대와는 많 이 다릅니다. 자신감 넘치고, 표현도 적극적이고, 개성도 뚜렷하죠. 외모나 체격도 좋아졌고, 글로벌 한 문화에도 익숙하죠. 김구 선생님이 꿈꿨던 ‘아름

다운 나라’에 가까운 세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

다. 이런 청년들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미국 여권이 가장 강력했지만, 지금은 한

국 여권이 더 환영받는 곳도 많아요. 테러 위협이

있는 중동 지역에서도 한국인은 위험하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미국의 학자 조셉 나이(Joseph Nye)가 말한 ‘소프

트 파워’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지금의 대한

민국입니다. 실제로 제가 진행한 봉사 프로그램에

도 K-팝 댄스를 가르치는 청년, 연극과 음악을 지도

하는 청년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참여하

고 있습니다. 영어가 부족해도 자신이 잘하는 것을

탈북민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 ‘Power of Hope’ 참가생들과 함께

활용해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감동을 주기까지 하

고요. 다만 저는 이 소프트 파워가 지속되기 위해

선, 기본적으로 ‘하드 파워’, 즉 성실함과 꾸준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식 제조업

정신처럼 우직하게 자기 일을 해내는 힘, 그리고 성

실함과 절제 같은 전통적인 가치가 바탕에 깔려야

진정한 영향력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습니다.

Note!

새마을 운동,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새마을 운동은 1970년대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지

역 개발 운동이에요.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세 가

지 정신을 바탕으로 낙후된 농촌 마을을 스스로 개

선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 적이었죠. 장진섭 대표는 이 정신을 오늘날 미국 브

록턴의 이민자 청소년 교육에 적용하고 있어요. 단

순한 지원이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자립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입니다.

<세계시민>을 읽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청소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요. 인

간은 국경, 인종, 언어를 넘어 세상과 연결될 수 있

다는 겁니다. ‘세계시민’이란 단어는 단지 글로벌하

게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보편적

존중을 실천하는 존재입니다. 그 시작은 멀리 있지

않아요.

학교 안, 동네 안에 있는 다문화 가정 친구들, 이주

민, 탈북민과 함께 어울리고, 차이를 존중하는 경험

이 세계시민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있다

면, 꼭 한국이라는 컴포트 존(Comfort Zone)을 벗

어나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스스

로를 노출시키려는 도전적인 태도가 곧 성장으로 이어지니까요. 외부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주체성 을 가지고 ‘중단 없는 전진’을 하길 바랍니다. 그렇 게 자신을 발전시킨다면, 세계시민으로서도, 대한 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로서도 충분히 자격이 있습니다.

장 진 섭 육군사관학교(42기) 졸업 후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 장교로 복무했으 며,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2013년 미국에서 비영리 단체 EDR(Education Divide Reform)을 설립해 미국 내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힘쓰고 있다. 매년 한국의 탈북 대학생을 초청해 기업가정신을

‘캣츠’에서

시작해 한국의 이야기를

무대로 올리다

인터뷰. 김 현 준 연출가

살았어요. 이후 학교가 끝나면 혼자 버스를 타고 공연장을 찾았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생활기록부의 장래희망은 줄곧 ‘뮤지컬

연출가’였습니다.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죠. 저

다섯 살 때 ‘캣츠’를 처음 본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토록 넓은 예술의 전당을 밝히던 조

명이 꺼지고 무대가 열리는 그 찰나, 무언가에 사로

잡힌 듯했죠. 그 이후로는 말 그대로 뮤지컬에 빠져

에게 이 길은 단순한 직업 선택이 아니라 성직자의 길과도 같았어요. 신부가 되고자 하는 사람처럼, 저 역시 이 길 외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대부분 브로드웨이에서 만들 어진 라이선스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고 있었습니

‘캣츠’만 84회 이상 관람한 뮤지컬 덕후가 유학길에 올라

수많은 최초를 이루어내고 있다.

한국의 이야기를 세계 무대에 알리고자

다양한 시도를 이어온 김현준 연출가를 만났다.

그에게 뮤지컬이란 어떤 수단이며,

그가 풀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다. 그러다 중학생 때 <라카지>(원제 La Cage Aux Folles)라는 작품을 접하면서 창작 뮤지컬에 대한 꿈이 생겼습니다. 동성애자인 부모님이 부끄러워

상견례 자리에 삼촌으로 분장하고 나와달라는 아

들의 부탁에 상처받은 엄마의 심정을 담은 ‘I Am What I Am’이라는 슬픈 노래가 등장하거든요. 관

객들이 드랙퀸 분장을 한 배우의 퍼포먼스를 재미

있게 소비하는 걸 보면서 ‘이 이야기가 정말 전달되

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에서 LGBTQ를 소재로 한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테고요. 반면 영화계

에서는 <괴물>(감독 봉준호)이나 <올드보이>(감독

박찬욱)와 같은 작품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

고 있었어요. 그때부터 ‘진짜 우리 이야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

다. 지금까지도 그 집념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STORY from GLOBAL CITIZENS

뮤지컬 ‘컴포트 우먼’ 공연 사진 © French Q Studio Jeff Yeon, Yeji Shin

그런데 첫 시도를 미국에서 하셨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하하. 사실 처음 ‘뮤지컬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을

때는, 제가 가진 모든 인프라를 총동원했지만 결국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난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시

절 아르바이트로 500만 원을 모아 서울예고 작곡

과 학생에게 곡을 의뢰하고, SNS에서 유명한 친구

들을 배우로 캐스팅했어요. 그 돈을 들고 예술의 전 당으로 찾아갔는데, 교복 입은 저를 내쫓지 않고

오히려 현실을 이야기해주셨어요. 한국은 라이선

스 중심이라 창작 뮤지컬이 성공하기 어렵다고요. 그 말이 오기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브로드웨이

나 오프 브로드웨이에 올라간 작품이면 한국에서

도 작품성 보장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그 구조 안

에서 한국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목표로 미국행을 선택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기대하는 ‘외국

작품’의 틀을 깨보려는 작은 반항이었죠.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해 깊이 배워갈수 록 성취감과 함께,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어요.

관객 반응, 비평, 손익분기점 등 현실적인 문제들

이 밀려왔죠. 지금 돌아보면 많은 실패를 했지만 늘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지’라는 마음이 있었고, 그

게 저를 계속 나아가게 만들었습니다. 무모할 정도

로 용감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그땐 작품 하나 만드

는데 6개월밖에 안 걸렸어요.(웃음) 하지만 유료 관

객이 생기고, 배우와 스태프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

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지금은 ‘안정적으로

성공하는 방법’을 더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컴포트 우먼’으로 아주 많은 ‘최초’를 달성하셨는데요.

<컴포트 우먼(Comfort Women: A New Musical)>은 대학생 때 만든 작품입니다. 극작 수

업 시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글을 글

을 썼는데, 그때 ‘이건 뮤지컬로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우리나라 뉴스는 물론 뉴욕타임스,

CNN에서도 다뤄지는 주제였지만, 정작 현지 사람

들 중엔 전혀 모르거나 오해하는 이들이 많았습니

다. ‘Comfort Women’이라는 단어를 ‘편안한 여성

들’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거나, 인도네시아를 배 경으로 한다는 제 기획을 두고 “자카르타 해변이

예뻐서 설정한 거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어요.

충격적이었죠. 그래서 단순한 피해의 재현이 아니 라, 인류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시키고자 했습니다. 운 좋게도 그 당시 제가

학과 대표를 맡고 있어서 학교 연습실과 네트워크

를 활용할 수 있었고, 함께한 스태프만 150명이 넘

었어요. 배우는 모두 아시안으로 캐스팅했는데, 미

국 내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을 기회가 거의

없었던 시기였기에 지원자가 엄청 몰렸죠. 그때부

터 많은 관심이 이어졌고, 그 덕분에 브로드웨이에

서도 주목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Note!

컴포트 우먼 자세히 알기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한국인 창작 뮤지컬 최초 오프 브로드웨이 진출

우리나라 뮤지컬 최초 플레이빌(Playbill) 발행

주연 배우 ‘에드워드 이케구치’의 위안부 소녀상 제작

2016 최우수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2위

2019 브로드웨이월드 로스앤젤레스 어워드 3관왕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 모습

첫 작품이 크게 성공하면서 많은 점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뒤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는 않으셨나요?

사실 ‘최초’라는 수식어는 제가 일부러 만들었습니

다.(웃음) 그때의 저는 경험도 부족했고 재정적으

로도 여유롭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연출가 김현준

이라는 사람을 먼저 만들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굉장히 전략적으로 접근했

습니다. 운이 좋았던 건, 그 이후로 ‘최초’라는 타이

틀이 자연스럽게 붙게 되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는 점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수식어들이 어깨를 누르기 시작하더라고요. 작품

마다 또 다른 ‘최초’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고요. 연출가로서 집중해야 할 건 작품 그 자체

인데, 자꾸 외부적인 시선과 기대에 신경을 쓰게 되

니까 흐트러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실패를 겪

으면서 작품 자체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더 절실 히 깨달았습니다. <컴포트 우먼>이 살아남을 수 있

었던 것도,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어떤 수식어

보다 ‘작품의 메시지’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수식어는 따라오는 것이지,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고 믿어요.

작품을 제작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한 문장으로 설명 가능한 강렬한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줄거리든 캐스팅이

든, 단 10초 안에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어야 해

요. 지금 준비 중인 신작 <쉐도우: 더 비기닝>도 그

런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

힌 순간, 영조의 어린 시절로 타임슬립해 그를 이해

해가는 이야기예요. 전통 사극처럼 보이지만, 완전

히 새로운 감성과 장르적 실험을 담고 있죠. 이 아

이디어 하나만으로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정체성’을 지켜내고 싶어요. 창

작 뮤지컬은 수많은 사람들과 협업하는 과정을 거

치기 때문에 처음 기획이 흐려질 수 있어요. 그래

서 저는 언제나 작품의 DNA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것을 끝까지 지키려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왜 이 이야기를 지금 해야하는지를 처음부

터 끝까지 붙잡고있어야 해요. 그래야 관객들도 흔

들림 없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유럽

이나 미국의 이야기만 다루는 게 아니라 우리 이야

기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요. 미국에서 활동할 때는 아시아인의 이야기를 세

상에 전하는 데 집중했다면, 한국에서는 ‘창작 뮤

지컬은 별로’라는 편견을 깨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

다. 이 시간 동안 아시아의 이야기를 세계 무대에

올리는 구조를 확립하고, 5년쯤 뒤에 다시 브로드

웨이에 도전하고 싶어요. 저는 뮤지컬이 단순한 오

락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시대를

관통하는 언어라고 믿습니다. 그걸 전 세계에 증명

해 보이고 싶습니다.

뮤지컬 ‘쉐도우 더 비기닝’ 공연 모습

는 이곳에서도 당연히 인정받을 사람”이라는 태도

를 가지면 그 당당함이 상대의 시선도 바꾸더라고

어릴 적 미국에서 지낸 경험이 제 사고방식에 큰 영

향을 줬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1년간 외삼촌 댁

에 있었는데, 그땐 운동도 잘하고 단어도 잘 외워

서 ‘역시 한국인은 우월하다’는 착각을 하며 살았

죠. 그런데 나중에 보니 제가 다녔던 반은 또래 반

이 아니라 유치원 수준이었고, 저는 다섯 살짜리들

과 어울리고 있었던 거예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

고 스스로 최고라고 믿고 있었고, 그 믿음이 오히려

자신감을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건, 자신을 ‘이방인’이라고 생

각하는 순간 주눅이 든다는 거예요. 반면에, “나

요. 실제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알았지? 다음 달에 한국 가는데!”라고 웃으며 넘긴 적도 있어요. 진짜 차별보다, ‘내가 차 별당하고 있다’는 감정이 더 무서울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세계 무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자기 객관화도 필요하지만, 자기 확신이 반 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단단한 주관과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거든요. 영어 실력이 나 배경보다 훨씬 중요한 건, “나는 이 자리에서 충 분히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는 확신이에요. 세계 무

대는 그 확신을 가진 사람에게 더 열려 있다고 생 각합니다.

대한민국 고교 교육의 변화를 이끌며 학생들을

세계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힘써온

박하식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 교장을 만났다.

그가 실현하고자 했던 교육 철학과 변화의 여정이 궁금하다.

K-세계인을 키워내는 교육자로

우리나라 공교육을 위해

힘써오셨는데요. 교육 철학이 궁금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공교육 중 고등학교 교육의 변화와

발전을 고민해 왔습니다. 고등학생을 바라보는 관

점을 달리 해야 한다는 것이 그 출발점이었죠. 벅찬

꿈을 품고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할 시기

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3년’으로

여겨지는 현실을 너무 많이 봐왔어요. 자기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스스로 결

정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힘을 길러주는 것, 그것이 교육의 역할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는 자신의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설계

하려는 학생들이 모인 곳입니다. 인생의 다음 단계

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가장 아름

답고 보람된 시간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

을 늘 품고 있죠.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고교학점제 또한 자신의 꿈과 진로에 맞추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로, 이러한 교

육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STORY from GLOBAL CITIZENS

Note! 고등학교는 자신의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설계하려는 학생들이 모인 곳

고교학점제 in KMLA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민사고는 개교 2년차인 1997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선도적으로 운영해오며 ‘고교학점제 롤모델’로 불리 기도 합니다. 고교학점제란 학년별로 미리 짜여진 교육과정을 일률적으로 따르기보다는, 학생들이 자 신의 진로와 흥미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 하여 자신만의 시간표를 구성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요. 같은 반에 속해있더라도 서로 수강하는 과목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이 교과별로 특성화된 교실을 찾아가 수업에 참여하는 ‘교과교실제’와 함께 운영

되는 경우가 많답니다. 이러한 학생 주도형 교육과

정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러

시아, 몽골, 마카오, 카자흐스탄, 태국 등 세계 각국

의 교육 관계자들이 민사고를 찾아오고 있어요.

충남삼성고등학교

초대 교장 퇴임식에서(2022)

우리나라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6위의 수출 대국, 세계인이 주목 하는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교육의 힘’이 있습니다. 국제사회로부터 원조를 받

던 나라가 이제는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가 되었다

는 사실, 그리고 한류(Korean Wave)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 변화의 이면에는 모든

국민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온 역사가 있죠. 하지만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창의성 중심

의 교육이나 분야별 영재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

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고등학교 교육의 경우, 공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국제적인 미래 인재를 양

성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영국의 이튼 칼

리지(Eton College)나 미국의 필립스 액서터 아카

데미(Phillips Exeter Academy)처럼 오랜 전통을

가진 명문 사학들은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 분야

의 지도자를 길러내는 요람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

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딥시

크(DeepSeek)라는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성공

한 것도, 오래전부터 분야별 영재 교육을 강조해 온 결과입니다. 모든 학생이 균등하게 기회를 얻는 교

육 시스템과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세계 무대

를 목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과정이라는

두 축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하겠죠. 저는 우리나라 교육이 충분히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

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학생들의 활

동 무대 역시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세

계를 무대로 공부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하고요.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교육 시

스템을 도입하고 그것을 가까이 두고 관찰하고, 실 현하고, 배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철학이

AP나 IB 디플로마와 같은 혁신적인

시도들로 이어진 거네요.

AP나 IB 디플로마의 가장 큰 특징은 ‘집어넣는 교

육’이 아니라 ‘끌어내는 교육’이라는 점입니다. 지식

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학습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할 기회

가 생기죠.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가능

성을 마음껏 발휘하고, 국제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이러한 시스

템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1998년에

는 민사고에 미국의 AP (Advanced Placement)

과정을 도입했고, 2010년에는 경기외국어고등

학교에 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

램을 도입하는 데도 함께했습니다. 충남삼성고

등학교에서 자체 졸업 인증제인 CNSA Diploma

를 운영했던 것처럼, 올해부터는 민사고 신입생

을 대상으로 K-Diploma를 전면 적용하고 있습니

다. 이 K-Diploma는 단지 내부 시스템에 머무는 것

이 아니라, IB처럼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교육 인증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세계에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실현 가능한가를 먼

저 경험하고, 우리 교육의 우수성과 체계성을 세계

에 보여주고 싶죠.

교육과정뿐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과 품격 교육에

도 깊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늘 학생들에게 이렇

게 말해요. “글로벌 마인드를 갖되, 단지 영어만 잘

해서는 안 된다.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글로벌 매

너와 에티켓을 갖춘 품격 있는 인재가 되어야 한

다.” 그래서 민사고에서는 1학년 전교생이 참여하는

10일간의 비전트립(Vision Trip)을 지난 20여 년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개교 초기부터 학생들에게

글로벌 리더로서의 꿈을 심어주기 위해 준비한 프

로그램으로, 미국 동부와 서부의 명문 대학, 세계적

기업, 외교·금융 기관 등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현

장 중심의 리더십 프로그램입니다. 한복을 곱게 입

고 두루마기를 휘날리며 세계 최고의 현장을 경험

하는 전통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답니다. 초 창기에는 방문하는 장소에서 대학 교수님이나 관계

자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졸업생들이 직 접 재학생들을 맞이하고 안내해 주는 모습으로 바 뀌었습니다. 구글이나 메타(META) 등 세계 유수 기업에서 연구하고 있는 졸업생들이 자신의 이야기 를 들려주는 시간으로 변화한 거예요. 단순한 진학 결과를 넘어서, 후배들이 ‘내가 만난 이 선배처럼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자신의 꿈을 다시 생각 해 보는 계기가 됩니다. 저는 이런 순간들이 교육의 진정한 가치가 실현되는 현장이라고 믿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27기 졸업식 단체사진(2025)

제4회 민족사관고등학교 사진공모전 대상작 ‘우주와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으로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세계시민교육의 핵심은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이 해하고, 교류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세계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누구인지’

를 명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

다. 특히 K-Culture가 세계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금, 우리 고유의 문화와 가치에 대

이해와 자긍심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과거에

세계시민교육이 외국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

데 중심을 두었다면, 이제는 ‘우리의 것을 세 계에 알리고 세계화하는 과정’ 또한 세계시민교육

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다문화와 국제 교류의 시대일수록, 나의 뿌리와 정 체성을 기반으로 타문화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 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자신의 문화에 대한 이해 를 바탕으로 타인과 소통한다면, 진정한 세계시민 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K-Diploma란?

민족사관고등학교 27기 졸업식에서 대표학생과 함께 (2025)

덧붙여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는 요

즘의 청소년들이 이미 세계시민으로서의 감각과

역량을 자연스럽게 갖추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 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어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교육은 지금까지 많은 성과

를 이뤄왔지만, 여전히 성적 중심의 구조 속에 머물

러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내신’이라는 상대평가 시

스템은 학생들로 하여금 친구를 경쟁자로 보게 만

들고, 협력보다는 경쟁에 익숙해지게 만들고 있습

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들은 ‘경쟁자’ 가 아니라,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여야 합니 다.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자신과 다른 사람

을 존중하고 배려하려는 각별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것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첫걸음 입니다.

른들의 인식입니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더 이상 과 거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세대가 아닙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을 훌쩍 넘고, 세계 6위 수출 대 국의 주역이 될 세대입니다. 그들을 과거의 시선으 로 바라보고 판단하려 해서는 안 돼요. 지금 필요 한 것은 기성세대가 청소년 세대의 가능성을 신뢰 하고 존중하며, 더 많은 기회와 자유를 제공하는 태도 변화입니다. 청소년이 세계 무대에서 주도적 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의 책임이자 세계시민교육의 완성이라 고 믿습니다.

박 하 식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이자 한국IB 교육학회 부회장으로, 30년 이상 고 등학교 교육의 방향을 설계해온 교육자이다. 경기외국어고와 충남삼성고 재직 당시 국 내 최초로 IB 과정을 도입하며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의 국제화에 기여해왔다.

단 24분의 1초, 승부의 순간을 지휘하다

인터뷰. 조 종 형 대한펜싱협회 부회장

파리올림픽(2024)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준우승한 대한민국 대표팀 ⓒ 대한펜싱협회

펜싱은 어떤 스포츠인가요? 펜싱만의

매력을 소개해주세요.

펜싱은 에페, 플뢰레, 사브르 세 종목으로 구성된 스포츠입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칼로 찌르고 막

는 운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눈, 손, 발, 머리가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고도의 집중력과 빠 른 판단력을 요구하는 종목입니다. 외나무 다리처

럼 느껴지는 좁은 경기장(폭 2m, 길이 14m)에서 1m에 가까운 칼을 상대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휘둘

러야 하죠. 실제로 세계 펜싱 선수권대회나 올림픽

과 같은 국제 대회에서는 단 한 점, 불과 24분의 1 초 차이로 승패가 뒤바뀌는 극적인 사례들이 나타 납니다. 한 순간의 집중력과 결단력, 수천 번의 연

손끝에서 본능적으로 나오는 한 동작이 승 부를 결정합니다.

지난 여름, 파리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묵묵히 자리를 지킨

사람이 있다. 조종형 감독은 끈질긴 도전과 전략, 그리고 ‘단 24분의 1초’의 승부를 지배하는 리더십으로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새로 쓰며 세계적으로도 존경받고 있다.

올림픽 3연패의 강국으로 만든 그는 지도자로서

어떤 신념을 갖고 있을까.

선수에서 지도자로 전환하게 된 계기와

지도 철학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지도자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서

울시체육회에서 펜싱팀 창단 제안을 받았을 때도

“내가 합류한다고 무엇이 바뀌겠는가?”라는 회의감

에 단호하게 거절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선수 시

절 국제 대회에서 당했던 억울한 판정과 아시아인

에 대한 차별, 황당한 오심들이 떠올랐습니다. “내

가 지도자가 된다면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결

국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더욱 명확한 철칙을

가지고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 같

아요. “선수들이 판정 때문에 경기장에서 울지 않게

하자.”고 늘 다짐합니다. 명백한 오심에 끝까지 항의

하다 블랙카드를 받아 퇴장당한 적도 있어요. 그런

데 시간이 지나면서 국제 심판들도 저의 소신과 열

정을 인정하게 되었고, 지금은 ‘코리안 보스’라는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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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있는 별명이 생겨 서로 인사하는 관계로 발전했 습니다.

펜싱은 단순히 기술만으로 승부하는 종목이 아닙니

다. 저는 ‘멘탈 스포츠’라고도 하거든요. 실력을 연마

하는 것만큼이나 경기 중 실수나 억울한 상황을 빠

르게 극복하고 흔들림 없이 마지막 포인트까지 집중 력을 유지하는 것이 승리의 열쇠입니다. 선수들에게 는 공격권 우선 규칙 등과 같이 세부적인 룰을 머리

로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몸과 정신에 체화하

라고 강조하고, 오판조차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자신을 잃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

으면 좋겠지만, 찰나로 인해 멘탈이 무너진다면 그 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으니까요. 국제무대

에서 활동하려는 청년들에게도 어떤 역경이나 실패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다시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

니다. 저 역시 선수 시절 오판과 차별에 좌절하며 은 퇴를 고민했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고, 지 금은 후배들에게 그런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포상식에서 ⓒ 대한펜싱협회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펜싱의 역사와 매력

Note!

펜싱의 기원은 중세 유럽의 귀족들이 명예와 생명을 걸고 행했던 결투에서 시작됩니다. 이후 화약 무기의 등장으로 실전에서

의 검술은 점차 스포츠로 발전했습니다. 16세기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규칙과 기술이 체계화되었고, 아테네올림픽(1896) 에서 남자 플뢰레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이후 에페(1900), 사브르(1900) 종목이 추가되며 현대 펜싱의 기틀이 완성되었고, 파리올림픽(1924)부터 여자 플뢰레가 포함되어 여성 선수들도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 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등이 오랜 기간 세계 최강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아시아 선수들은 한동안 국제 대회에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시드니올림픽(2000) 플뢰레 개인전에서 김영호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초로 정상에 올 랐습니다. 이후 한국 펜싱은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 정상권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런던올림픽(2012) 여자 에 페 준결승에서 신아람 선수가 오심으로 패배한 사건은 국제 스포츠 판정 공정성 논의의 대표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피스트(Piste): 펜싱의 전장

펜싱 경기는 ‘피스트’라 불리는 좁고 긴 금속 스트립 위에서 진행됩니다. 피스트는 금속 재질로 되어 있어, 선수들의 검 끝이

접촉하면 전기 신호를 통해 득점 여부를 판단합니다. 특히, 24분의 1초 이내의 오차를 감지할 수 있어 매우 빠른 속도의 경

기에서도 정확한 판정이 가능합니다.

ⓒ 대한펜싱협회

1 점수판

빨간등과 녹색등은 득점 표시

백색등은 공격이 빗나갔음을 표시 . 개인전에서는 15점을 먼저 얻는 쪽이 승리

2 중앙선

3 양 가르드선

자세를 취하는 선

펜싱의 세 종목

플뢰레 (Fleuret)

현대 펜싱의 기초가 된 종목으로, 18세

기에 훈련용으로 개발된 무기를 기반으 로 합니다. 검 끝으로 상대의 몸통을 찔러 야만 득점할 수 있으며, 공격권(right of way) 개념이 적용됩니다. 즉, 공격을 먼

저 시작한 선수가 우선권을 가지며, 상대 가 이를 방어하거나 회피해야 반격 기회 가 주어집니다. 민첩성과 정확성이 중요 한 종목입니다.

4 2미터선 주의 표시

5 최종 경계선 이 선을 넘어 뒤로 밀리면 점수를 뺏김

6 피스트 너비 1.5m~2m, 길이 14m의 금속성 마루

7 몸통연결선 검을 각 심판기와 연결시킴

에페 (Épée)

결투용 검에서 유래된 종목으로, 검 전

체를 사용해 전신 어디를 찔러도 득점이

인정됩니다. 플뢰레와 달리 공격권 개념 이 없으며, 동시에 찌르면 두 선수 모두

점수를 얻습니다. 공격보다는 신중한 견

제와 심리전이 중요한 전략이 되며, 검 의 무게가 가장 무겁고 길이가 길기 때

문에 거리 유지와 순간 반응 속도가 요 구됩니다.

8 도복 방탄성과 신축성을 가진 첨단 섬유인 케블라 (Kevlar)로 만들어진 재질. 마스크 철망밑의 펄겟과 함께 100뉴턴(NW)의 힘을 견뎌야 국제 규격 통과

9 마스크 투명마스크와 스테인리스 철로 막힌 마스크 가 있음. 국제연맹이 정한 기구로 찔러 봤을 때 변형이 없어야 함.

사브르 (Sabre)

기병 검에서 발전한 종목으로, 검 끝으로 찌르는 것뿐만 아니라 날로 베는 공격도 허용됩니다. 허리 위 상반신(머리, 팔 포 함)이 유효 타깃이며, 플뢰레와 마찬가지

로 공격권 개념이 있습니다. 경기의 속도

가 가장 속도가 빠르고 역동적이기 때문

에, 시작 후 2초 이내에 득점이 발생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2019 부다페스트세계펜싱선수권대회

단체전 3연패를 기념하며 ⓒ 대한펜싱협회

지도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단연코 파리올림픽(2024)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

승전이죠. 당시 상대팀은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헝

가리였는데, 제 인생에서 가장 극적이고 잊을 수

없는 순간입니다.

펜싱 단체전에서는 세 명의 선수가 번갈아가며 9

개의 바우트를 치르고, 총 45점을 먼저 획득하는

팀이 승리합니다. 이때 ‘히든 카드’라는 전략을 펼

칠 수 있어요. 예비로 등록된 네 번째 선수를 경기

중 특정한 시점에 교체 투입할 수 있는데, 상대의

예측을 깨고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

을 할 수 있죠.적인 역습의 기회를 만들어낼 줄 아

는 감각을 가졌다고 생각했어요. 경력이 훨씬 오래

된 선수들도 가지고 싶어하는 특별한 재능입니다.

도경동 선수를 처음 투입했을 때, 상대는 헝가리의 마지막 주자, 세계 랭킹 1위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

트인 아론 실라지(Áron Szilágyi)였어요. 실라지 선

수는 세계 펜싱 역사상 손꼽히는 강자이자 오상욱, 구본길 등 우리 대표팀 주축 선수들과도 자주 맞붙

었던 전설적인 선수입니다. 강력한 파워와 안정적 인 기술로 상대를 압박하는 스타일인데, 도경동 선

수는 이를 한 발 앞서는 감각으로 완벽히 대응했습

니다. 실제로 경기 투입 직후 5점을 연속으로 따내

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고, 우리 대표팀은 금메달

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 전략을 밀어붙이면서 “실패하면 모든 책임을 지

고 총감독직을 내려놓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속으 로는 수십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보며 불안해했어

요.(웃음) 우리가 고집한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타

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저 희가 수개월간 축적한 상대팀 분석과 시뮬레이션,

선수단과의 신뢰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고 생각합니다. 그날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펜

싱 단체전의 승리는 한 사람의 활약이 아닌, 철저

한 준비와 전략, 상호 믿음이 모여야만 가능한 일이

에요. 도경동 선수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과 스태프

가 하나가 되었기에 불가능해 보였던 올림픽 3연패

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훈련 때부터 벤치에서 외치고 응원하도록 지도합

니다. “혼자가 아닌 팀으로 싸운다”는 인식으로 치

열하게 임하기를 바라요.

2018 우시세계펜싱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과 함께

ⓒ 대한펜싱협회

제3회 대한펜싱협회장배

전국 남여 클럽 동호인 펜싱선수권대회

ⓒ 대한펜싱협회

펜싱 단체전의 승리는 한 사람의 활약이 아닌, 철저한 준비와 전략, 상호 믿음이 모여야만 가능한 일

최근 펜싱에 대한 인기를 실감하시나

요? 대중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진행되

고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네, 정말 많이 느끼죠. 과거에는 펜싱이 생소한 종

목으로 여겨졌고, 입문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펜

싱장도 찾기 어려웠고요. 그런데 리우올림픽(2016)

이후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좋은 성적이 이어지면

서 대중적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걸 실감합

니다. 심지어는 초·중등학교 학생들이 부모님 손을

잡고 찾아오기도 해요.

2005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우

승한 남현희 선수를 중심으로 한 서울시청 펜싱팀

을 창단하게 되었을 때, 국내 최초로 동호인 대회

를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한참 전이죠. 당시 펜싱

계 내부에서도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이 많았어

요. 그러나 “국민이 사랑하지 않는 종목은 도태된

다”는 소신으로 추진했습니다. 현재는 전국에 150

개 이상의 펜싱 클럽이 활동하고 있고, 등록된 동호

인은 약 1만 명 정도예요. 그 외에도 취미로 배우는

인원을 포함하면 더 많죠. 저는 특히 어린 학생들

에게 펜싱을 체험할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서울

시 초·중·고등학교와 협력해 찾아가는 펜싱 재능기

부, 클럽 활성화, 재능 있는 유망주 발굴 등을 꾸준

히 진행해왔습니다. 소외지역 학교에도 장비와 강

사를 지원해 누구나 쉽게 펜싱을 접할 수 있게 했

죠. 그 결과, 펜싱은 더 이상 엘리트 선수들만의 전

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스포츠로 자

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생활체육과 엘리

트 체육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를 통해 엘리트와 동

호인이 함께 성장하는 펜싱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물론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체육관 환

경이나 입지를 개선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 전문 지

도자를 양성하는 것 등이 저희에게 남은 숙제죠.

하지만 지금의 성장세를 보면 펜싱은 충분히 전 세 계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

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조종형 대한펜싱협회 부회장이 운영하는 ‘올림픽 펜싱 아카데미’

조 종 형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와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도자로 서 서울시청 펜싱팀 감독과 서울시 펜싱협회 전무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펜싱협 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아테네올림픽(2004)부터 파리올림픽(2024)까지 6회의 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 감독 및 총감독으로 참가했다. 국내 펜싱 발전에 기여한 공로 로 체육훈장 기린장(1986) 등을 수상했다.

생태계 지킴이, 꿀벌을 돌보는 수의사의 사명

양봉농가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로 불리는 수의사가 있다.

수십만 마리가 살아가는 벌통 하나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꿀벌 전문 수의사, 허주행 병원장이다.

인류가 체감할 만큼 심각한 기후변화로 꿀벌 개체 수가

급감하는 시대, 이 작은 곤충을 지키기 위한

그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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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수의사의 길과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한국양봉농협 동물병원에서 양봉 농가들이

사육하는 꿀벌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수의사입

니다. 처음부터 꿀벌에 대한 관심으로 수의학을 공

부한 것은 아니었어요. 대학 시절 강아지,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 소, 돼지, 닭과 같은 산업동물을 비

롯해 야생동물, 수생동물 등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동물을 접해보았어요. 그런데 졸업을 앞두고 우연

히 ‘꿀벌을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의사가 필요하다’

는 이야기를 들었고, 호기심과 도전 정신으로 시작

하게 되었습니다.

꿀벌은 다른 동물과 달리 군집을 이루어 살아갑니

다. 벌통 하나에 수만 마리의 꿀벌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살아가기 때문에, 꿀벌 진료의 가장 큰

특징은 ‘군집 치료’입니다. 개체 단위로 치료하는 것

이 아니라 벌통 단위로 진료하고, 벌통 내부와 외부

상태, 꿀벌 애벌레, 번데기, 성충 꿀벌들의 행동을

살펴야 해요. 필요 시 가검물을 채취해 유전자 검

사나 병원체 검사도 실시하고요. 환경, 기후, 먹이

조건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점에서 일반 동물 진료와 차별화됩니다. 꿀벌이 산

업동물로 분류된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대부분 고기나 부산물을 식량으로 제공하는데요. 꿀벌도

벌꿀이나 프로폴리스와 같은 양봉산물을 만들어내

지만, 그보다 더 큰 가치로 여겨지는 것이 화분 매 개 작용입니다. 꿀벌을 진료하며 생태계 유지에 함 께 기여한다고 생각하니 늘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군집 치료는 꿀벌 수의학의 가장 독특한 진료 방식입니다. 하나의 벌통 안에 함께 살아가는 수십만 마리 꿀벌 전체의 건강을 고려하는 거예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집단 곤충에만 적 용되는 진료법이죠. 건강한 꿀벌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상적인 꿀벌의 행동과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여왕벌의 산란량, 꿀벌 애벌레의 성장 단계와 색깔, 일벌과 외부

채집 벌의 비율, 벌통 내외의 작업 패턴 등을 면밀히 관찰해야 해요. 비정상적인 외형(수축된 외골격, 비정상 날개 등), 이상 행동(날지 못하고 기어다니거나, 직진하지 못하고 원을 그리며 도는 행동 등), 벌통 주변에서 발견되는 사체의 상태(노화에 의한 자연사인지, 질병·농약 중독 에 의한 급사인지 구별) 등을 통해 건강 문제를 조기에 식별할 수 있답니다.

기후변화나 질병 문제 등 꿀벌 진료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계신가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문 꿀벌 수의사가 매우 부족

합니다. 저를 포함해 몇몇 분들이 전국 현장을 담당

하다 보니 신속 대응에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산업동물 분야의 수의사분들이 꿀벌 진

료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시면서 조금씩 상황이 나

아지고 있지만 종종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곤 해요.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꿀벌 건강과 진료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상기온으로 밀원식물 개

화 시기가 불규칙해지고 꿀벌들의 먹이가 줄어 면

역력이 약화되었으며, 그 결과 응애, 바이러스, 곰

팡이성 질병 등 병원체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

습니다. 과거에는 11월 중순부터 꿀벌들이 월동 준

비를 시작했지만, 최근 몇 년은 따뜻한 날씨로 인

해 월동 시기가 늦어지고 꿀벌들이 겨울을 건강하

게 넘기지 못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여름은 여름

답게, 겨울은 겨울답게 기후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최근 봄과 가을이 사라진 것처럼 계절

변화가 뚜렷하지 않아 꿀벌 생애주기에 영향을 미

치고 있죠.

지난 2021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꿀벌들이 온데간

데없이 사라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겨울이 끝나고

봄벌 번식을 위해 벌통을 열어보았더니 흔적도 없

이 사라져 버린 거예요. 그리고 2022~2023년에

도 전국에서 약 60%의 사육 꿀벌이 실종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은 이상기후, 병해충 급증, 네오니

코티노이드 계열 농약 오남용, 외래 말벌의 피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며, 무엇보다

기후변화라는 인간이 당장 조절하기 힘든 요인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군집붕괴현상(CCD)은 한때 북미와 유럽,

그리고 최근 한국에서도 큰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킨 꿀벌 집단 실종 사태를 말해

요. 벌통 안의 일벌들이 갑자기 모두 사라

져 여왕벌과 어린 벌들만 남게 되는 현상이

에요. 꿀벌의 집단 실종은 농업 생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답니다.

꿀벌의 생태계 내 역할과 식량 생산에 서의

꿀벌은 양봉산물을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식탁에서 접하는 다양한 농작물의 화분 수정을 매 개합니다. 이를 통해 딸기, 참외, 수박, 멜론, 아몬 드, 사과 등 다양한 작물들의 결실이 가능해지죠. 유

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약 35%가 동물 매개 수분에 의존하며, 그 중 상당 부분

이 꿀벌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이

소비하는 주요 작물 중 약 71종이 꿀벌의 수분에 의 존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와

꿀벌 개체 수 감소는 심각한 경제적·생태적 영향을

미치고 있죠. 1차적으로는 양봉농가의 수익 감소와

벌꿀 생산의 불규칙성을 초래하고, 2차적으로는 꿀

벌의 화분 매개 감소로 인해 작물 생산량이 줄어들

고 있습니다. 최근 사과와 딸기의 생산량이 줄어들

고, 일부 과일과 채소 가격이 급등하는 등 우리 모두

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 한 변화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기후변화와 밀

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꿀벌 보호와 지속 가능한 사

육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실천이 필수적입니다.

꿀벌 보호와 양봉산업의 지속을 위한 연구와 노력을 소개해주세요.

꿀벌 보호를 위해 다양한 요소가 중요하지만, 가

장 핵심은 꿀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병원체와

기생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법 개발 입니다. 기존에는 농가의 경험에 의존한 자가 진료 가 많았지만,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다발하는 꿀벌

질병의 계절적·지역적 발생 분포를 체계적으로 분

석하고, 이에 맞춘 맞춤형 치료 솔루션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양봉 농가의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작업 효

율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 양봉 프로젝트

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벌통 내부와 외부 상태, 꿀

벌의 행동을 AI가 학습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농가에 이상 징후를 알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입 니다. 실제로 2023년에 전라북도 지역 양봉 농가

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농장주의 평균 연

령이 64세로 나타났을 만큼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 에, 노동력을 절감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사육하는 방법을 찾아야죠.

이 외에도 꿀벌의 먹이원이 되는 밀원식물 식재 활

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아까시나무, 밤 나무, 헛개나무 등 다양한 밀원수종을 심고 가꾸며

꿀벌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고, 동시에 산림녹 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기여 하고 있습니다.

양봉장 모습(2023)

마지막으로 <세계시민> 청년 독자들

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생태계는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에요. 사소해보

이는 관심이 큰 도움이 될 때도 많습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꽃과 나무, 그리고 그 속에서 일하는 꿀

벌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세요. 작은 나무  한 그루

를 심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요. 물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러

한 사소한 실천이 결국 지속 가능한 지구와 다음

세대를 위한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

이라고 믿습니다.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Note!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꿀벌

꿀벌은 단순한 꿀 생산자를 넘어, 인류의 식량 안보

와 생태계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

다. 특히 시설재배 작물과 야외재배 작물 모두에 걸

쳐 꿀벌의 화분 매개 작용은 광범위하게 작용하며, 꿀벌이 없다면 이러한 작물의 수확량과 품질 모두

크게 저하되어 전 세계 식량 위기가 가속화될 수 있 습니다.꿀벌의 화분 매개 활동은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달성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SDG 2 번 ‘기아 종식(Zero Hunger),’ SDG 12번 ‘책임감 있

는 소비와 생산(Responsible Consumption and Production),’ SDG 15번 ‘육상 생태계 보전(Life on Land)’ 등에서 꿀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죠. 이는 안정적인 농업 생산과 생물다양성 유지에 필수적이

며, 이는 결국 전 세계 인구의 건강한 식생활과 지

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집니다.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BeeVive: 기후변화 속 청소년 꿀벌 연구 활동

Note!

두혜린, 이다영, 장준혁, 이은규, 이윤서

팀명 BeeVive는 Revive(다시 살아나다)와 Thrive(번영하다)의 의미를 담아,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한 꿀벌 생태계를 되

살리고 지속가능한 환경 속에서 번영하게 하겠다는 청소년들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Step 1. 연구 활동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하여, 기후변화, 과학기술, 농업, 생태계 보전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다양 한 학문과 주제를 넘나들며 연구 설계 능력과 문제 해결 역량을 키웠고, 현장의 실제 문제에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개념을 적용하는 방법을 학습하였습니다.

Step 2. 교육 활동 연구에 그치지 않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력연락사무소, 한국양봉농협, 이화여자대학교 등 관련 기관 전문가와 학계, 지역사회 멘토들과 협력해 이론 학습, 연구 논문 작성, 시각 자료 제작, 현장 방문, 실험을 병행하였습니다.

Step 3. 실천 활동 지하철역 전시회

시민 앙케이트 조사

국제 학술 논문 작성

4호선 혜화역에서 꿀벌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 지속가능한 양봉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 리기 위한 전시회를 운영하였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인포그래픽과 패널, 포스터 등이 전시되어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1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과학기술과 스마트 양봉의 필요성’을 주제로 시민 인식과 의견을 수집하였 습니다.

설문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양봉 기술을 활용한 꿀벌 생태계 보전을 주제로 논 문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국내외 청소년 환경 연구 활동의 우수 사례로 활용될 예정 입니다.

허 주 행 대한민국 제2대 꿀벌 수의사로서, 한국양봉농협 동물병원 병원장이다. 충 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한수의사회 꿀벌질병특별위원회 위원, 농림축산검역본부 꿀벌질병 분야별 협의체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의 양봉산업과 꿀벌살리기 운동』(공저, 2020)을 발행하는 등 꿀벌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건전지로 밝히는 지속가능한 미래

인터뷰. 황 현 성 에너자이저 코리아 대표

에너자이저는 어떤 회사이며, 대표님께서는 어떤 경로로

이곳에 오시게 되었나요?

에너자이저는 1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

벌 건전지 제조 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원통형 건

전지를 개발하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건전지

의 표준을 만들어 온, 그야말로 ‘건전지 역사 그 자

체’라고 자부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현재는 150개

국 이상의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제공하며 건전지

업계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고 있고, 한국에서는

25년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8년에 에너자이저에 합류해 마케팅 임원

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에서 영업 마케팅을 총괄했고, 아시아 11개국 마케

팅을 이끄는 역할을 맡은 뒤, 2018년부터 에너자이

저 코리아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장에

서 활동하면서 글로벌 마인드와 현장 경험을 동시

에 쌓을 수 있었던 것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

각합니다.

무려 25년 연속 국내 1위, 세계 150여 개국에서 쓰이는

건전지를 만든 에너자이저.

그 중심에 있는 황현성 대표는 소모품 그 이상을 고민한다.

건전지 업계의 글로벌 리더로서 그가 그리는

지속가능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수십 년간 현장을 누벼 온 그를 만나 리더십과

성장의 철학을 들어보았다.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지속가능한 Energizer

STORY from GLOBAL CITIZENS

Note!

1. 기후 대응과 에너지 효율화 에너자이저는 2030년까지 Scope 1 및 Scope 2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1년 대비 3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 니다. 2023년까지 25,000MTCO2e 이상의 배출량을 줄였으며, 벨기에에 풍력 발전 시설을 갖춘 공장을 인수하여 친환 경 에너지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요 배터리 공장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통해 연간 90만 kWh 이상의 에너 지 사용을 절감하였으며, 글로벌 에너지 절감 노력의 확장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였습니다.

2. 지속가능한 포장재 개발 에너자이저는 포장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5년 3월부터 북미 시장에서 100% 재활용 가 능한 플라스틱 프리 종이 기반 포장재를 도입하였으며, 2030년까지 포장재의 30%를 소비자 재활용 소재로 구성하는 것

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 지속가능한 설계와 제품 혁신 에너자이저는 제품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Energizer Ultimate Lithium’ 배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는 AA 배터리로, 최대 20년의 유효기간을 자랑합니다. 2021년에는 AA 및 AAA 충전식 배터리 의 재활용 콘텐츠를 15%로 증가시켰으며, 2030년까지 모든 신제품에 대해 지속가능성 평가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에너자이저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나 ESG 경영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에너자이저는 ‘소비자 편의성’, ‘제품 성능 및 안정 성’, ‘친환경 및 자원 재활용’이라는 세 가지 기준

을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

어, 1980년대에는 기존 대비 성능이 3배 향상된 알

카라인 건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소비자들

의 건전지 교체 빈도를 줄여주고 결과적으로 폐 건

전지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2000년대에는 기존의 건전지에 포함되어 있던 유 해 중금속인 수은과 카드뮴을 완전히 제거한 무수

은·무카드뮴 건전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여 인

체와 환경에 유해한 물질의 노출을 원천적으로 차 단하려고 했죠. 최근에는 건전지 업계 최초로 재활

용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며 ESG 경

영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 고 있습니다. 에너자이저 코리아는 지난 10여 년간

50억 원 이상의 재활용 기금을 한국배터리순환자

원협회에 납부하며 자원 선순환을 위한 책임을 다 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 재활용 기금은 폐건전

지 수거 체계를 마련하고 재활용 인프라를 구축하 는 데 사용되며, 기업 차원의 사회적 기여로 이어지 고 있습니다. 폐건전지에는 니켈, 리튬, 코발트 등

STORY

‘전략 금속’으로 불리는 중요한 자원이 포함되어 있

어 이를 제대로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 요한데요. 에너자이저 코리아를 비롯해 LG유플러

스, 한국전지재활용협회, 고려대학교, 한국청소년

재단 등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배리

원(Battery Recycle One Team)’ 프로젝트도 그 사

례입니다.

또한 전국적으로 폐건전지를 효율적으로 수거하

기 위한 대규모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운영함으로

써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이외에도 다른 기업, 지자체, 협회들

과 협력하여 다 쓴 1, 2차 전지의 수거율과 자원 재

활율을 동시에 높이는 구조를 정립시키기 위해 앞

장서고 있습니다. 전기가 닿지 않는 오지 지역에는

‘One Million Lights’와 ‘그린라이트 희망 전등 사업’

을 통해 태양광 랜턴을 기부하며, 아이들이 밤에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등 국제적인 사회

공헌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Note!

배리원과 자원 순환 생태계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배리원(Battery Recycle One Team)’은 폐건전지 와 충전식 배터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거하고, 그 안에 포함된 희귀 금속을 재활용해 환경을 보호하 고자 2024년 4월에 출범한 민관 협력 프로젝트입 니다. 에너자이저 코리아를 비롯해 LG유플러스, 한 국전지재활용협회, 고려대학교, 한국청소년재단 등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은 수거 캠페인, 청소년 대상 인식 개선 활동, 지역 사회 협력 사업 등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폐건전지에는 니켈, 리튬, 코발트 등 ‘전략 금속’으 로 불리는 중요한 자원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제대

로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배 리원은 단순한 폐건전지 수거를 넘어서, 탄소 저감, 자원 절약, 토양·수질 오염 방지에 이르는 자원 순 환의 선순환 구조를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게 하고자 한답니다.

성장하는 기업에는 나름의 기업문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에너자이저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나 경영방식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에너자이저 코리아는 매우 단순하고 효율적인 의

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보고라인이 담당-부

서장-대표로 이어지는 2단계 구조이며, 이로 인해

의사소통이 빠르고 신속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또

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누구나 자유롭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또한, 내부에

는 핵심조직만 두고, 부가 업무는 외부 전문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직원 모두가

각자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서

로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

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인 만큼, 세계 여러 국가의 시

장과 조직이 실시간으로 연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

는 것도 특징입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함께

성공하고, 서로 도와주며, 담대하게 도전하되, 항

상 올바르게 실행한다’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는 Passion(열정), Initiative(주도성), Teamwork(협업), Respect(존중), Integrity(정직), Challenge(도전)이

라는 5+1 기본 가치에 기반하고 있으며, 모든 임직

원들이 업무를 기획하고 실행하며 의사결정을 내

릴 때 기준으로 삼는 경영의 철학입니다. 특히, 시

간과 장소를 초월한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보

다 효율적인 경영 방식을 찾아왔습니다. 이에 따라

주 3일 사무실 근무, 6시간 집중근무제와 같은 파

격적이고 유연한 근무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직원

들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임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스탠다

드에 부합하는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 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죠. 이것이 기반이

Energizer D1-45

되어 회사와 직원 간의 높은 신뢰가 자연스럽게 형

성되었고, 각자가 전문성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

도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습니다. 이는 단

일 국가 내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우상향 성장 곡선을 그리기 위해 반드

시 필요한 다국적 기업의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합

니다.

저 역시 이러한 기업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소 통 강화(Communication), 권한과 책임의 위임 (Empowerment), 경청과 존중(Respect)을 중

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아무리 가까운 동료라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말하지 않

아도 알겠지”라는 사고방식은 이상적인 상상일 뿐

이에요. 모두가 하나의 팀으로서 동일한 방향을 항 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더 자주, 더 다 양한 방식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죠. 또 한, 변화의 속도가 빠른 경영 환경에서는 점점 더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해졌습니다. 의견을 내고 승

인받기를 기다리는 동안 기회는 이미 지나갈 수 있 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권한과 책임을 현장에 과감히 위임하고, 각자가 스스로의 판단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두려움

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에서 새로운 아이디

어를 내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어야 진정한 혁신이

나온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어제의 성공 공식이

오늘도 통할 것이라고 믿는 시대는 지났죠. 리더는

이들의 목소리를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더 나은

방향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니다. 저는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어떤 일을 시작 하기 전에는 항상 3~5년 뒤의 미래를 그려보고, 그

미래와 현재의 나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려고 노

저는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현실과

타협하려는 자아, 성과에 도취된 자아와 자주 마

주치게 됩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자기합리화

와 자만심일 거예요. 누구나 무언가를 시작할 때에

는 열정과 다짐, 그리고 목표를 가지고 출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

고 결국 현실과 타협하면서 초심을 잃기 쉬운 것이

현실입니다. 반대로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에는 지나친 자신감에 빠지거나, 내 방식만이 정

답이라는 자만에 빠지기 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작

심삼일’, ‘용두사미’,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는 표현들이 괜히 생긴 게 아닐 거예요. 저의 좌우

명은 바로 그런 순간마다 저를 되돌아보게 하고, 현

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러한 좌우명과 함께, 저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만든 구체적인 원동력으로는 세 가지를 말씀드리 고 싶습니다. 바로 목표의식, 오너십, 지적 호기심입

력했어요. 그러다 장애물을 만나면 남이 해결해주

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제가 직접 나서서 풀려고 했

죠. 심지어 제 일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제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면 기꺼이 도와 해결의 실마

리를 찾고자 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며칠 밤

을 새워서라도 끝까지 파고들어 알아내려고 했고, 그런 노력이 반복되다 보니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 라왔습니다. 그러면서 ‘황현성에게 맡기면 반드시

결과가 나온다’는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그것이

저를 오늘의 자리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50여 년 인생을 살며 저는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

했습니다. 계획 없이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사람,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 입사 이후 성장을 멈추는

사람은 결국 인생의 말미에 많은 후회를 하게 된다

는 점입니다. 청년 여러분께도 늘 말씀드리고 싶습

니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며,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는 삶이야말 로 진정한 성장과 성취를 만들어낸답니다.

마지막으로 청년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저를 이끌어준 원동력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고 자신합니다.

먼저, 꿈을 가지세요. 인생은 정말로 생각한 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고 원대한 꿈일 필요

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까운 3~5년 후의 미래를 그

려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 목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향성이 생기

고,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명확해집니다. 작은

꿈이 이뤄지면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고,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꿈을 실현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스

스로도 놀랄 만한 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여러분의 인생에 주인공으로 살아가세

요. 나의 인생에 조연으로 남기엔 너무 슬프잖아요.

주연이 되기 위해선 단순히 무대 위에 서는 것이 아

니라, 스스로의 인생을 기획하고 선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어떤 일에도 객체가 아닌 주체로 반응하는

자세를 갖추게 될 것이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스

스로 책임을 지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거예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이고, 진정한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호기심을 가지세요. 그리고 그 끝을 알

아내기 위한 노력을 하세요. 세상은 끊임없이 변

화하고 있고, 그 속도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

만 준비는 할 수 있죠.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는 없으

니, 독서와 여행, 사람과의 대화, 다양한 간접 경험

을 통해 꾸준히 습득해나가기를 바라요. 아는 것이

늘수록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고, 그만큼 삶의 선택지도 넓어집니다.

여러분 앞에는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캔버스가 놓여 있습니다.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리

고 싶은가요? 조금씩, 천천히 그려 나가다 보면 나

만의 멋진 인생 작품이 완성될 거예요. 저는 그것이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방식이라고 생각 합니다. 첫 붓을 쥐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때예요.

황 현 성 CJ제일제당, 유니레버 한국, 오비맥주에서 대중 브랜드의 성장을 이끈 경 험을 바탕으로 2008년 에너자이저에 마케팅 임원으로 합류했다. 이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11개국 마케팅 총괄을 거쳐, 2018년부터 에너자이저 코리 아 대표로 재직 중이다. 오랜 기간 글로벌 소비재 및 에너지 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ESG 경영을 실천해왔다.

과학과 여성, 그리고

경계를 넘어선 도전

글. 임 은 주 아밀로이드솔루션 글로벌사업개발 수석매니저

과학자의 꿈을 향한 여정

어린 시절, 나는 교사가 되어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

하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사람

이 되고 싶었다.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가

능성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교육자의

역할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

르며 내 관심은 자연스레 과학으로 향하게 되었

다. 과학은 단순한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학문이 아

니었다. 오히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질문들을

마주하고, 그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이었다. 익숙한 현상을 낯설게 바라보고, 당연하다 고 여겼던 지식에 의문을 품으며, 새로운 원리와 가

능성을 발견하는 여정은 내게 큰 설렘과 동기를 안 겨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점차 과학자의

삶을 진지하게 그리게 되었다.

대학교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며 가장 깊은 인상

을 받은 분야는 바로 인간의 뇌와 신경계였다. 단

지 복잡함을 넘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기억, 감

‘과학과 여성’, 이 두 단어 사이에는 아직도 많은 격차와 질문이 존재한다.

하지만 임은주 박사는 그 틈을 하나씩 메우며 실험실과 세계, 과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일을 계속해왔다.

다음 세대 여성 연구자들을 위한 길을 열고 있는 그녀의 기고를 전한다.

정, 판단, 행동을 관장하는 신경 시스템은 말 그대

로 경이로웠다. 그러던 중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

경퇴행성 질환에 대해 배우게 되었고, 이 질병이 단

순히 기억력이 저하되는 병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

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한 개인의 정체성과 인간관계를 무너뜨리

는 이 질병을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고, 자

연스럽게 신경과학과 뇌 질환 연구에 더욱 깊이 몰

입하게 되었다. 이후 15년 넘는 시간 동안 파킨슨병

과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병 원인

과 작용 기전을 파악하고, 치료 가능성을 모색하는

연구에 매진했다. 그렇게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

발을 중심으로 한 한국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사업

개발팀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실에서의 나와

지금의 나는, 그 역할이 다르다. 예전에는 과학자로

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논문을 쓰는 것이 주요 임무

였다면, 지금은 신약 연구개발의 전 과정을 시장, 투자, 기술, 규제 환경 등과 연결하여 전략적으로

조율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처럼 실험실 밖에서도

과학자의 역량은 계속 확장될 수 있다. 연구자 시절

쌓은 통찰과 질문은 여전히 나의 길을 이끄는 나침

반이 되어주고 있으며, 과학이 사람의 삶을 바꾸는

데 실질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체감하

며 일하고 있다.

STORY from GLOBAL CITIZENS

신경과학,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열쇠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신경과학(Neuroscience)은 인간의 뇌와 신경계 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감 정, 기억, 사고, 운동 기능 등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 은 뇌에서 비롯되죠. 그런데 뇌세포는 손상되면 회 복이 어렵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은 한번 발병하면 점차 악 화되며 환자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 다. 이러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려면, 뇌의 구 조와 기능, 그리고 뇌세포 간 신호 전달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신경과학은 과학 을 넘어 의학, 약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와 긴밀 하게 연결되어 있는 학문입니다.

Note!

신경과학 연구자의 길: 글로벌 연구 환경과 도전

연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뒤, 나는 미국

으로 건너가 뉴욕대학교와 네이선 클라인 연구소

(Nathan Kline Institute; NKI)에서 포스트닥(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글로벌 연구 환경을 직접 경

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이곳에서 나

는 신경과학 분야의 최전선에 있는 다양한 연구자

들과 함께 일하며, 세계적인 연구 시스템과 과학 문

화의 차이를 몸소 체감했다. 우리나라의 연구 환

경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특성이 강하지만, 미국

의 연구실은 연구자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된

다. 연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 역량과 아이디어

를 존중하고,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고 방법을 설계

하며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한

다. 다양한 재단과 정부 기관에서 연구비를 지원해

주기도 하고, 공동 연구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나는 알츠하이머

병,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병리 기전,

즉 왜 뇌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며 질병이 진행되는

지에 대한 원인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 국제 학회에

서의 발표 경험도 내 연구 여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AD/PD(Alzheimer’s & Parkinson’s Diseases Conference), Gordon Research Conference, Keystone Symposia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회

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지식을 공유

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연구자들과 최

신 연구 트렌드를 공유하고, 서로의 실험 설계나 해

석 방식에 대해 깊이 있는 피드백을 주고받는 중요한

자리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발병 기전을 이해하고, 이를 회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 논문을 통해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

료법 개발에 대한 과학적 기여를 인정받았고,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Note!

포스트닥(Postdoctoral Researcher)이란?

포스트닥은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대학이나 연

구 기관에서 일정 기간 동안 연구에 집중하는 연구

원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2~3

년을 의미하나, 연구 성과에 따라 연장되기도 하죠.

독립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로, 학계

에서는 교수직이나 연구직으로 진출하기 위한 필수

적인 과정으로 여겨진답니다.

학문적 경로: 학부부터 포스트닥까지

학부(4년): 전공 분야의 기초 지식을 습득하는 단계

석사(2년): 특정 분야에 대한 심화 학습과 연구를 수행

박사(3~7년): 독창적인 연구를 통해 학위 논문을 작성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

포스트닥(2~3년): 박사 과정에서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연구를 진행

제임스 D. 왓슨을 아시나요?

왓슨은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15세에 시카고 대

학교에 입학, 22세에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박테리

오파지(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연구하여

세균유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죠. 이 시기 동

안 X선을 이용한 박테리오파지의 불활성화 연구를

통해 유전 물질의 본질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고 합 니다. 박사 학위 취득 후에는 DNA의 구조를 규명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유럽으로 건너가 케임브리

지 대학의 캐번디시 연구소에 포스트닥으로 자리

잡았죠. 12살 연상의 박사과정 동료 프랜시스 크릭 과 함께 합동 연구를 진행하여 『네이처(Nature)』지

에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제안하는 논문을 발 표하게 돼요. 이 논문이 출판된 1953년 4월 25일을

분자 생물학의 탄생일이라 할 정도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로 불립니다.

여성 과학자로서의 도전과 리더십

미국에서의 연구 활동은 단순히 실험실에 머무

는 시간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나는 연구자로서

의 성장과 더불어, 과학이라는 세계 안에서 소통

하고 협력하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전환점 중 하나는 재미한인과학 기술자협회(KSEA)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부 회장

으로 활동하게 된 경험이었다. 미국 내 한인 과학

자와 엔지니어들이 교류하며 서로의 전문성과 리

더십을 높이고, 한미 과학기술 협력을 증진하기 위 한 노력이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구자 간 협업을 지속 할 수 있는 구조를 재정비하고, 특히 매년 오프라인 으로 진행되던 수학·과학 경시대회(KMSO)를 성공 적으로 온라인으로 전환함으로써 교육의 지속 가 능성을 확보했다. 또한, 나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 워크(KOWIN)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KOWIN은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글로 벌 네트워크로,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인 여성 리더들이 모여 상호 교류하고, 차세대 여성 리더 양

성을 위한 교육 및 네트워킹을 도모하는 조직이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다

양한 배경의 여성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STEM 분

야에서의 한인 여성의 진출 가능성과 역할에 대해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나는 과학자라는 정체성 너머의 역할에 눈을 뜨게 되었 다. 실제로 미래희망기구와 함께 진행한 청소년 대

상 멘토링 세션에서도 과학자의 길, 글로벌 커리어, 그리고 연구 외에도 과학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에 기여하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멘토링 이후 한

학생이 직접 연락을 주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

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고 전했을

때, 나는 그 말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미래를 향한 도전: 과학은 경계를 넘는다

과학자의 길은 언제나 정해진 답이 있는 여정은 아 니다. 실험이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을 때도 많고, 수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견디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과학은 단지 현상을 분석하 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실질

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과학과 기술은 국경이나 언어, 문화의 장벽을 초월 한다. 인류가 직면한 많은 문제는 단일 국가의 노력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과 학자들은 끊임없이 세계와 협력하여 각자의 전문성 을 나누고 공통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나 역시 신경

퇴행성 질환 연구를 넘어, 글로벌 신약 개발 전략과 협업, 투자 유치, 기술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다학제

적 협력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나는 더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이 변화의 흐

름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여

성 과학자로서의 여정은 때로 고립감 속에서 흔들

릴 수 있고, 여전히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

하는 분야도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나와 같은 길

을 걷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후배에게 작은 조언을

전하고, 누군가의 용기를 북돋는 순간들이 모여 길

은 더욱 단단해지고 넓어진다. 나는 이 과정을 통 해 ‘과학은 혼자 완성하는 길이 아니라 함께 만들

어가는 공동의 여정’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

다. 앞으로도 나는 과학과 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

을 하며, 특히 더 많은 여성들이 STEM 분야에 진

출해 단순히 연구를 넘어서 정책 결정, 리더십, 투

자,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 있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과학자는 더 이상

실험실 안에만 머무는 존재가 아니다. 새로운 지식

을 창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

해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것이 바로 과학의 본질이

며, 내가 이 길을 계속 걷고자 하는 이유다.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Note!

SDG 5: 성평등(Gender Equality)과 STEM 분야의 여성 참여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5번 목표는 성평 등 실현과 모든 여성과 소녀의 역량 강화를 핵심 과 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권리 보장을 넘어 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과학기술 등 모든 영역에 서 동등한 기회를 확보하고 차별을 해소하는 데 중 점을 둡니다. 특히 과학기술, 공학, 수학 등 STEM 분야는 오랜 기간 남성 중심적 문화와 구조적 장벽 이 존재해왔기에,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지속적 인 제도 개선과 문화 변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유네스코의 『Women in Science』 보고서에 따르 면, 전 세계 과학 연구 분야에서 여성의 비율은 약 30%에 불과합니다. 고위 연구직이나 주요 저널의 제1 저자, 특허 출원 등 핵심 지표에서는 이보다 낮 은 수치를 보이죠. 과학연구에서 다양한 관점을 더 하는 여성의 과학분야 참여 필요성은 점점 높아지 고 있지만, 여성들이 과학계에 진입해 커리어를 키 워나가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이에, 유엔은 과학과 기술 분야 여성들의 성취를 기념하고 여성 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매년 2월 11일을 ‘세계 여성 과학인의 날’로 지정했답니다.

임 은 주 신경과학자로서 바이오텍 기업인 아밀로이드솔루션에서 일하고 있다. 연 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뉴욕대학교 의과대학과 네 이선 클라인 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신 경퇴행성 질환의 병리 기전을 연구해왔다.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뉴욕 메트 로폴리탄 지부 제46대 회장을 역임하였다.

불확실성의 시대, 세계시민으로 산다는 것

글. 유 현 승 퍼시픽 포럼 인터내셔널 펠로우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일 북한인권 3자회의에서(2024)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제49차 G7 정상회의에서(2023)

국제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외신 보도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의 정치·경제·외교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 북러 관계의 급격한 밀착, 미중 간의

전략 경쟁 격화, 국내 정치의 혼란 등은 우리 사회

를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이

처럼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 청년 세

대가 어떤 시각과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는 매우 중

요한 질문이며, 그 답을 ‘세계시민의식’이라는 개념

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제

47대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했다. 그의 재집권은 미 국 사회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파장

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집 권 시절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 기조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그는 모든 수입 제품에 대해 10~20%

수준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공식적으

로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체

제를 기반으로 한 자유무역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

하는 조치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특히 큰 위협이 된다.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 우리나라의 핵심 수

출 산업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가

능성이 커지며, 이는 곧 기업의 매출 하락, 생산 축

소,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산

업은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패권의 중심에 있는 분

야이기 때문에, 미중 간의 디커플링이 심화될수록

우리나라의 산업 전략도 더욱 복잡한 선택지를 마

주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동맹 정책

에서도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NATO를 비롯 한 전 세계의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

국제무대에서 동아시아의 역할을 균형 있게 이해하고 전하고자

조용히 단단한 길을 걸어온 청년이 있다.

일본과 미국, 아시아와 태평양을 넘나들며

동아시아 정세를 냉철하게 바라보며

우리가 품어야 할 국제적 가치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을 요구해왔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그

는 과거 집권 시절,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놓고 우

리 정부에 대해 공공연히 불만을 표출하며, 협상 과

정에서 전례 없는 액수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재집

권 이후에도 비슷한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

며, 이에 따라 한미 간의 외교적 마찰이 재현될 가

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단순한 방위비 협상의 문제

를 넘어서, 대미 외교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

안이다. 만약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으며, 이는 한반도 안보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2022년 러시아-우

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례 없이 가까워졌다.

2024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

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

졌고, 양국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

결했다. 이 조약은 단순한 우호적 협력을 넘어 안

보·경제·기술 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동맹으로 해

석될 수 있는 수준의 협력 구조를 공식화한 것이

다.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 탄약 등 군수물자를 제

공하고 있으며, 일부 언론은 북한이 러시아군에 병

력을 파병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북한에 식량, 에너지, 원자재,

심지어 첨단 군사 기술까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북러 밀착은 한반도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요소로 작용하며, 특히 한국과

미국이 추진해온 대북 제재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STORY from GLOBAL CITIZENS

미중 전략 경쟁 또한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이상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다. 양

국의 관세 전쟁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기술·

금융·군사 분야로까지 확산되며 글로벌 디커플링 (decoupling)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애플, 테슬라,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내 생산기지 를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 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글로벌 공 급망의 재편 과정에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 다. 안보 영역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러

우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 간의 종전 협상에 서 우크라이나가 실질적으로 배제되면서, 이른바 ‘우크라이나 패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는 미국이 과연 자국의 안보 공약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낳았고,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경고 신호로 작용하고 있

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코

리아 패싱’의 가능성과 마주하고 있으며, 외교 전략

의 정교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정치 상황도 국제 정세 못지않게 혼란스럽다.

장기화된 탄핵 정국과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은 정

부의 정책 추진력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외교 정책

의 일관성 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내정 불

안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처럼 양자 협상을 중시하는 상

대에게는 불리한 협상 지형을 초래할 수 있다. 정치

리더십의 부재는 외교적 기민함과 전략적 대응

편집자가 전하는 세계시민 노트

Note!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충돌의 역사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전면에 내세우며 미국 행정부의 문을 다시 연 순간, 세 계는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변화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통치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전략으로, 미국이 오 랫동안 주도해 온 국제 규범과 다자 협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죠. 특히 유엔을 중심으로 구축된 국제 협력 체계 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는 여러 측면에서 충돌을 빚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은 자국의 이익을 모든 국제 협력보다 우선시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서 누

려온 영향력을 줄이는 대신,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자국민 중심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 책 방향은 기후위기 대응, 빈곤 감축, 인권 보호, 평화와 정의 확대 등 유엔이 추구하는 가치들과 충돌했죠.

주요 충돌 사례

2017. 01 트럼프 대통령 취임

2017. 06 파리협정 탈퇴 선언

2017. 10 유네스코(UNESCO) 탈퇴

2018. 06 유엔인권이사회(UNHRC) 탈퇴

2020. 04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및 자금 지원 중단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SDGs는 2015년 유엔이 전 세계 국가들과 함께 채택한 공동의 목표입니다. 2030년까지 빈곤을 줄이고, 건강과 교육을 보

장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죠. 그러나 미국의 이탈은 이러한 목표 달

성에 큰 차질을 가져왔습니다.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이자, 기술 및 자금 측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인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빠지면서 국제사회의 온

실가스 감축 노력이 동력을 잃었고, 한때는 이탈을 따라가려는 국가들도 있었을 정도로 혼란스러웠죠. 이외에도 국제기구 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하고, 국제 공공선을 책임지는 데서 한 발 물러서는 여러 결정을 하면서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이 뤄가던 SDGs.의 추진력이 약화되었습니다.

편집자 한마디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미국 우선주의’는 강대국이 국제협력에서 발을 뺐을 때 어떤 파장이 일어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죠. 단지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공동의 가치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었습니다. 우리는 세계시민으로서 연결된 세상의 일원이라 는 점을 잊지 마세요. 앞으로 어떤 리더가 등장하더라도, 여러분만큼은 연대와 협력, 공존의 가치를 잊 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익과 세계 공동체의 이익은 정말 따로일까요?

력을 떨어뜨리며, 결국 국민 경제와 외교 안보에 직

간접적 피해를 줄 수 있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가치 중 하

나는 ‘세계시민의식’이다. 세계시민이란 단순히 지리적

개념으로 국경을 넘는 존재가 아니라, 인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보편적 인권, 평화, 연대, 지속가능성이라

는 가치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을 뜻한다. 나와 다

른 인종, 문화, 종교, 언어, 정치적 신념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다양성 속의 공존을 추구하는 태

도이기도 하다.

세계시민의식은 다음 세 가지 실천적 자세를 통해

구체화될 수 있다.

1. 공감의 자세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를 단순한 외

신 뉴스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와 연 결된 공동의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난민 위기,

기후변화, 분쟁 지역의 인권 문제는 모두 전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공감은 그 출발점이다.

2. 이해의 자세

각기 다른 문화, 신념, 역사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

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

다.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는 편협한 시각을 넘

어서는 것이 세계시민의 기본 자세다.

3. 협력의 자세

갈등과 대결이 아닌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오늘날의 문제들은 어느 한 국가나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공동의 목표를 위한 연대와 협력이 절실하다.

세계시민의식은 단지 외교적 이상이 아니라, 불확

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실질적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국제 질서가 요동치고, 국내외 리더십이 흔들

리는 이 시대 속에서, 공감과 이해, 협력의 자세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평화에 기여하는 가장 현

실적인 방법이다. 특히 청년 세대가 이러한 가치를

내면화하고 실천해나갈 때, 우리는 단지 시대를 견

디는 것을 넘어,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 교육 수료를 계기로 국제 이슈를 보다 입 체적으로 이해하고자 리츠메이칸 아시아 태평양 대학에서 국제관계 및 평화학을 전공 하였다. 이후 조지타운대학교 아시아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재단법인 세종연구 소, 우드로윌슨 센터,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등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대한무역 투자진흥공사와 퍼시픽 포럼에서 일하고 있다.

1장. 한 점의 그림, 삶의 좌표가 되다

유화 한 점

한 점

30대 중반, 마을 도서관의 취미 교실에서 동네 엄마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1학년 미술 숙제로 그렸던 운동화 그림이다. 일요일 아침, 책상 앞에 앉아 내 운동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날이 저물어 있었다.

월요일, 미술 시간. 내 그림을 본 선생님은 놀라며 말씀하셨다. “너, 그림 잘 그리는구 나! 그런데 가는 붓 하나로만 그리면 어떡하니?” 하지만 그 칭찬에도 나는 다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림을 신나게 그렸던 순간은 그때 딱 한 장뿐이었다. 수채화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안동 솔밤 작가촌(현 송강미술관)의 그림 교실에 발

을 들이게 되었다. 그림을 배우러 간 것은 아니었다. 들판을 거닐며 자연과 교감하고, 마음

껏 숨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이원희 화가가 말했다. “이은경 씨 그림을 보 고 좀 배우세요.” 교실 안의 분위기는 갑자기 냉랭해졌다. 젊은 작가들은 나를 탐탁지 않

게 여겼고, 나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이은경 씨, 앞으로 교실에서 배울 거 아니면 나오지 마세요!”

한 젊은 작가가 얼굴을 붉힌 채 눈화살을 쏘았다. 그들은 이미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고 있었고, 주부 학생들 중 일부도 공모전에서 입상한 이들이었기에, 다섯 살배기 아들을 데 리고 들판을 쏘다니던 나 같은 ‘날건달’ 학생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불편했을 것이다.

나는 원경도 근경도 없이 단색 녹색 배경 위에 거칠게 그려진 씀바귀꽃 두 송이를 바라보 았다. 그림은 말없이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감정이 그 꽃 속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이다. 여뀌꽃 무리 앞에서 그림을 그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너댓 시간이 지나 있 었다. 나는 시간을 잊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공간도, 나도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냇가 떡버들 한 그루 앞에서 둥지 색을 내려던 중이었다. 밤색 계열 물감을 팔레트 위

에 잔뜩 짜놓고 나이프로 덧칠하며 끙끙대고 있을 때, “번트 시엔나* 안 써봤어요?” 지

나가던 이원희 화가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나는 화

가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파리 미술관 투어를 간다고 했을 때, 이원희 화

가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 작가를 소개해 주었다. 그 작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취

미든 직업이든, 중요한 건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그 말은 마음 깊이 새겨졌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그림 그리는 것을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나는 그렇게 화가와도, 그렇지 않은 사람과도 가까운 자리에서 그림을 그려 나갔

다. 그림은 언제나 내 안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 번트 시엔나(Burnt Sienna): 불에 구운 붉은 흙으로 만든 전통 안료이다. 밤색 계열이지만

붉은 기가 감돌아, 나무껍질이나 새 둥지처럼 자연의 갈색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인다.

그림을 보러 다니는 일은 늘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붓을 내려놓은 지 10년이 넘도

록,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유화 물감의 기름기는 거북하게 느 껴졌고, 그려야 할 대상도 떠오르지 않았다.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는 생각에 몇 달 동안 미술 학원에서 수채화를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안의

불씨를 다시 지펴주지는 못했다. 그 대신 전시장을 틈틈이 다니며 좋은 작품을 감상했 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작품을 보아도 감탄으로 끝날 뿐, 나를 다시 붓 앞에 세우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통도사 서운암에 들렀다가 한 송이 목단꽃 그림과 마주하게 되었다. 어 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색과 광채였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쳤다. 나는 한달음에 종무

소로 달려가 그림을 그린 이를 찾았지만, 큰스님은 출타 중이었다. 기다릴 수 없어 집으 로 돌아왔지만, 그 그림은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다. 홀린 게 분명했다.

일주일 후, 다시 그 그림 앞에 섰다. 그리고 그 순간, 멈춰 있던 무언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꿈틀대고 있었다. 그날부터, 나의 옻칠화 여정이 시작되었다.

2장.

내면 여행을

시작하다

내 안에 거북이가 살고 있었어요.

“왜 거북이를 그렸어요?”

옻칠화를 지도하던 박명희 선생님이 물으셨다. 그날, 편찮으신 친정아버지께 몇 시간째 연락이 닿지 않아 불안한 마음으로 붓을 들었다. 무사하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린 그림이었다.

“왜 하필 거북이였을까요?”

그 질문에, 오래전 읽었던 신문 기사가 떠올랐다. 바다에서 조난당한 한 사람이 몇 백 년을 산 거북이 등 위에 올라타 생명을 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 기사를 읽으며, 그 사람의 절박한 심정을 생생히 느꼈던 기 억이 무의식 저편에서 살아나고 있었다. 내 안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북이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거북이 날다1 아크릴판에 옻칠 13x18cm, 2017

거북이 날다 7 목판에 옻칠, 나전 45x53cm, 2017

수면 위로 떠오른 거북이

이 그림을 그리고 나서, 나는 살 것 같았다. 등껍질 같은 무언가가 내등을 짓누르 고 있었음을, 쉰이 넘도록 소설가도 시인도 되지 못한 채표류하고 있었음을 그제서

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거북이도 물속에서는 날아다녀. 너도 이제 훨훨 날아봐.”

이 거북이를 그린 후, 사람들은 나를 ‘거북이 작가’라고 불렀다. 이 작품은 진부령 미

술관 전시에서 한 의사 부부의 눈에 들었고, 그들의 소장품이 되었다. 몇 년 후, 그 부부의 초대를 받아 그 집을 찾았을 때, 나는 그 거북이와 다시 재회할 수 있었다. 그 날, 나도 다시 떠오른 기분이었다.

시간의 무늬 목판에 옻칠, 나전 100x75cm, 2025

삶은 죽음과 한 몸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에게는 오직 사랑할 시간밖에 없다.

우리 집 반려견, 재롱이는 10년 동안 부모님 곁을 지켜주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던 재롱이. 어머니를 끝까지 지켜주던 그 아이가, 우 리가 잠든 사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재롱이를 잃고서야, 우리는 그가 가족이었음을, 우리 모두를 얼마나 사랑하고 보호해주었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나는 그에게 더 많 이 웃어주지 못했고, 더 자주 함께 걷지 못했으며, 더 충분히 안아주지 못했다. 개들 의 시간은 인간보다 여섯 배 이상 빠르게 흐른다. 죽음의 그림자가 훨씬 일찍 드리워져 있음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나는 그의 작은 이빨의 감촉을 자개 조각으로 형상화하고, 뛰어놀던 모습을 꿈틀거리 는 몸짓으로 담았다. 그림 속의 보라색은 상실과 후회의 감정, 죽음과 함께하는 삶을 상징한다. 흰색 바탕은 애도하는 마음과 동시에, 영원성을 의미한다.

죽음이 곧 새로운 출발임을 알기에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으리라.

언젠가는 또 만날 것을 믿기에 더 이상 슬퍼하지 않으리라.

나는 재롱이가 남기고 간 시간의 무늬를 기억할 것이다. 이 작품은 나의 사랑과 이별, 애도의 기록이며, 2025년 파리 ART CAPITAL 꽁파레종 그룹전에 들고 간다. 예술 의 심장부, 그랑팔레에서 수십만 명의 심장을 조용히 흔들고자 한다.

나는 나무 같은 개가 되고 싶어

자화상 목판에 옻칠, 은분 180x122cm, 2020

4년간의 옻칠 작업이 내면의 불길을 어느 정도 가라앉혔을 무렵, 이 작품이 나왔다. 더 이상 숲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평온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내 안에서 자란 나무 그늘 밑, 뿌리내린 달마시안 한 마리가 되어 있었다. 그 달마시안은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새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현대인은 마치 달마시안 처럼 분주하다. 일하느라 바쁘고, 쉼을 찾아다니느라 더 바쁘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기 자신이 누구인 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가만히 쉬기만 해도 되는데, 쉴 줄 모르고, 쉴 수 없고, 쉴 새도 없 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이 이 그림을 좋아해 주었다. 어느 날, 작업실 근처에 사는 한 아저씨가 말했다.

“이 그림을 집에 걸어두면 그냥 좋을 것 같아서요.”

그는 작은 판화를 사 갔고, 박지영 도자 작가와

콜라보로 만든 물컵도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다.

이 작품은 나의 자화상이자 나의 기도이다.

“부디, 고요하시기를.”

우리는 지구 공동체 나는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스스로에게 물을 때마다 늘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이 보 이지 않았다면, 삶은 얼마나 막막했을까. 별들이 없었 다면, 삶은 또 얼마나 답답했을까. 우리가 지구별을 여 행하는 동안, 수많은 별들이 말없이 빛으로 응원해 주 고 있었다. 그 빛을 기억하는 사람은 지구별을 떠날 때 에도, 그 별빛의 기억을 따라 자신의 고향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별을 바라본다. 그리 고 지구별의 여행자들을 위하여 그림을 그린다.

지구별 여행자를 위하여 목판에 옻칠, 나전 37x45cm, 2022

왜 옻칠인가

옻칠의 광택은 사람을 매혹시키고

안정시키는 파장을 가집니다.

하필이면 왜 옻칠로 그림을 그리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옻칠 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이며 생명이고, 시간을 견디는 힘을 가진 존재이다. 옻칠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그 깊이에 압도되었다. 옻칠 은 한 번 칠하고 바로 덧칠할 수 없다. 스스로 마를 시간을 줘야 한다. 재 촉하면 안 된다. 나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옻칠 작업 과정을 겪으며 차분 해졌고, 자연스럽게 순응하는 법을 배워갔다.

어느 날, 한 화학자가 말했다. “옻칠의 광택은 사람을 매혹시키고 안정시키는 파장을 가집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깨달았다. ‘옻칠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나를 치유하는 힘을 가진 존재였다.’

만약 내가 옻칠화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산속에 집을 짓고 꽃을 심으 며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옻칠 작업을 할 때 나는 숲 속 에 있는 것처럼 숨이 편해졌다. 숲과 옻칠. 어느 쪽이 더 좋으냐고 묻는다 면,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것이다. 숲이다. 그러나 놀이로서는 옻칠이 최고이다. 만약 숲 속에 옻칠 작업실을 만들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옻칠 작업을 하지 않아도, 햇살이 스며드는 숲에 담겨 숨 쉬고 있기만 해 도 충분할 때쯤, 더 이상 놀 수 없을 때쯤, 나는 지구별을 떠나 별빛 여행 길에 오를 것이다.”

이 은 경 옻칠과 자개를 활용해 내면의 감정과 시간을 표현하는 옻칠 아티스트 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회관, 신풍 미술관, 갤러리 카페 801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일본 오사카 갤러리 우수 작가상 (2017), 원주시 한국옻칠공예대전 장려상(2020) 등을 수상했으며, 『이은경 옻칠 작품 집 BLACK OCEAN』을 펴낸 바 있다.

EDUCATION

공존과 다양성 속에서 성장하는 인재를 기르고 싶습니다

인터뷰. 김 원 균 한국글로벌학교 이사장

서울과 러시아, 베트남을 오가며 공교육과 국제학교 모두에서 다양한 교 육 실무를 경험해온 김원균 이사장. 그는 지금, 다문화 사회 속에서 학생 개개인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살리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 교육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김 이사장의 경험 속에서 그 해답의 실마 리를 찾아본다.

TOEFL

IELETS MUN

봉사활동 수행 정도 교내 학생회 활동 참여도 국제화

SUCCESS

창의성 / 성실성

전공적성 적합성 여부

창의적 재량활동 각종대회참여 및 수상경력

동아리 및 교내외 행사

교육 슬로건

미래를 설계하고 세계를 창조하자

경영 방침

자율, 창의, 융합의 학습 전문가 글로벌 인재육성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학교경영

도전·창의·협력이 일상이 되는 교육활동

인간상

학생상 교사상 학부모상

복합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는 학생

교육 목표

학생의 잠재적 능력을 개발하고

정성으로 가르치는 교사

1. 창의융합적 사고 역량 육성

2. 공감소통 역량 육성

3. 자기관리 역량 육성

4. 공동체 역량 육성

5. 세계시민 역량 육성

학교 발전에 함께하며

학생의 능력을

믿는 학부모

교육 중점

내신성적 및 변화 추이 심화교과 이수 여부 학업성취도 (SAT, iB) 및 성장 가능성

1. 참여와 소통의 교육 공동체 조성

2. 배움이 즐거운 학생참여 중심의 협력학습 및 과정 평가

3. 창의융합 인재교육 활성화

4 .독서 인문교육 활성화

5. 다양한 언어능력을 가진 글로벌 인재 육성

중점 과제 초등

•기본학력 향상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독서 교육 활성화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 및 행사 참여

•독서 마라톤 시행 (영어 독서 50% 이상)

중등

•기초·기본 교육 강화 (학습부진학생 ZERO)

•정체성 확립을 위한 특색 있는 역사교육 프로그램 운영

•글로벌 리더 자질 함양을 위한 생활교육 강화

•조별 탐구 프로젝트 진행 고등

•국제교류 내실화

•글로벌 리더 네트워킹 프로젝트(KGS 글로벌 포럼) 운영

•개인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진학지도 관리

•개인 탐구 프로젝트 진행

우리나라의 공교육 현장에서 오랜 경력을 쌓으신 후, 베트남에서 새로운 교육적

도전을 시작하셨습니다. 이사장님께서 한국글로벌학교에서 가장 기대하고 계

시는 부분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교육자로서 다양한 현장을 경험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원으로 일하며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을 깊이 있게 체험했고, 이후에는 해외에서 한국 교육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도 맡

았습니다.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는 한국교육원장으로 4년간 근무했고, 2015년부터는 4년 동안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하며 동남아시아 교육 환경을 직접 체감했죠. 이런 경험들이 제 게는 큰 자산이 되었고, 동시에 앞으로의 교육 방향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한국글로

벌학교(Korea Global School; KGS)를 만나게 되었고, 새로운 교육적 도전의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특히

DNT사의 김지은 대표께서 “KGS는 Dream Society를 이끌어갈 주역을 키우는 학교”라는 비전을 말씀하

셨을 때, 저는 이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단지 한국 교민 자녀를 위한 학교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언

어를 가진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

서, 저는 KGS가 앞으로 베트남 현지 학생들에게도 매력적인 교육 기관이 되기를 바랍니다.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세계무대에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이 학교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장기적으로는 국제 교육 경쟁력과 교육철학을

모두 갖춘 학교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 재직 시절에도 교육 수용 능력 확대나 국제 교류 활성화

등 여러 굵직한 성과를 이루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의 경험이 현재 KGS

운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Korean International School HCMC)에서 보낸 시간은 제게 있어 매우 의미 있 는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당시 급증하는 한국 교민 자녀들의 교육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의 시설

과 규모를 대대적으로 확장해야 했습니다. 체육관과 교사동을 새로 건립하고,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각 각 6학급을 추가 개설함으로써 교육 수용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습니다. 행정과 재정 면에서도 중요한 진전을 이뤘습니다. 현지 베트남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사회화 교육기관’ 승인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30년간 부지 임차료가 면제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는 국가 예산으로 환산했을 때 약 870억 원이 절감되는 규모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운영 전반, 특히 행정 시스템과 재정 운영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KIS는 단순히 교민 자녀들만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현지 사회와 소통하며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인재를 키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다양한 국제 교류 프로그 램을 추진했습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대표적인 명문학교인 Lawrence S. Ting School, 응우옌반또 중 학교, RMIT 대학 등과 협력하여 학생들에게 글로벌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학생들의 발표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학예 발표회도 적극 운영해 교육 구성원 모두가 학교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지금 KGS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학교를 설계하고 커 리큘럼을 만들 때, KIS에서 얻은 시행착오와 성공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 교류 의 중요성, 유연한 교육 인프라의 설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생 중심’이라는 행정 철학은 KGS의 핵심 운 영 가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 교육을 설계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KGS의 커리큘럼에도 이사장님의 교육 철학과 그간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 다고 느껴집니다. 특별히 중점을 두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KGS는 2021년에 개교한 신생 국제학교이지만, 개교 초기부터 분명한 교육 철학과 운영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학교의 비전인 ‘올바른 인성을 갖춘 건강하고 능력 있는 글로벌 인재 육성’을 실현하기 위 해 저는 크게 네 가지 측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언어 교육입니다.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어 역량이 핵심입니다. KGS 는 영어, 베트남어, 한국어 세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특히 영어 교육 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입학 전에는 영어 면접을 통해 학생들의 실력을 면밀히 파악하고, 영 어 구사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Catch Up Progra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총 3학기, 120시간 동안 운영되며, 특히 한국에서 전학 오는 학생들에게 효과적입니다. 프로그램 이수 후에는 정규 영어 수업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으며, 방학 중에도 운영되길 바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있을 정도 로 호응이 높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에게는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습니다. 초등학

생들에게는 Fun English, Digital Literacy, 영어 독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조기 영어 역량 강화를 도모하 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진로 기반 교육과 선택형 커리큘럼입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주도적으로 탐색하고 준비 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11학년부터는 문·이과 구분 없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과목 구성을 유 연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Student-Led Career Club(SLCC)을 통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진로 관

련 동아리를 만들고 활동하며, 매 학기마다 발표회를 열어 결과를 공유합니다. 현재는 고등학생 중심으

로 11개의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 주도의 탐구와 협업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글로벌 수준의 학업 역량 강화입니다. KGS는 영국 캠브리지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하되, 국어· 수학 등 일부 한국 교육과정도 접목해 이중 언어와 이중 학력 체계를 동시에 갖춘 교육을 지향합니다. 여

기에 ICT 교육도 강화하고 있어, 중등 과정에서는 아두이노 기반 프로그래밍 수업을, 고등 과정에서는 AI,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을 다루는 ‘Data Management’, ‘Research’ 과목을 필수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기술과 사고력을 자연스럽게 갖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네 번째는 대학 진학과 입시 지원 체계입니다. KGS는 최근 미국대학 입학을 위한 AP 시험장으로 정식 승

인받아 2023년 5월 첫 시험을 치렀으며, 타교생에게도 응시 기회를 제공해 총 70여 명이 139과목에 응 시하는 등 호응이 높았습니다. 한국 대학 입시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변화하는 한국 특례 입 시 제도에 맞춰 선택 과목을 다양화하고 탐구 기능을 강화하며, 매년 3회 이상 입시설명회를 통해 학생 과 학부모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cafe.naver.com/kgsschool)를 통해서

도 수시로 입시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이 모든 프로그램과 시스템은 단순히 성적 향상이 아닌,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진로와 삶의 방향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가

능성을 키워주는 ‘플랫폼’이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교육 철학이며, 이는 현재 KGS의 모든 교육과정과 운

영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최근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정체성’ 교육도 중 요한 교육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이 두 가지 가치를 KGS에서는 어떻게 균형 있게 접근하고 계신가요?

저는 진정한 세계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정체성’에 대한 자각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 다. 세계와 소통하는 사람, 세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누구인지, 어디 서 왔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자부심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체성 교육’을 세계시 민교육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KIS에서 근무하던 시절, 저는 ‘찾아가는 독립기념관’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독립운동의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해외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뿌리와 역사, 언어, 문화에 대 한 긍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 니라, 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힘은 곧 자기 문화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는 믿음에서였습니다. KGS에서도 이러한 교육 철학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KGS는 한국의 교민 자녀와 베트남 현지 학생 들이 함께 배우는 공간입니다. 이 다문화 환경은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기도 합니 다. 하지만 그만큼 학생 각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한국어, 한국사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 명절이나 기념일을 함께 기념하고, 문화 체험 수업 등을 통해 ‘나의 문화에 대한 존중’과 ‘타문화에 대한 이해’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 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영어, 베트남어, 한국어 3개 국어를 활용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권의 사고방식과 표현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고, 협력과 소통의 감각도 함께 키워가고 있습니다. 세계시민교육이란 단지 국제 문제에 대한 지식을 아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과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태도와 책임의식,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실천의지를 갖춘 사람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세계시민교육과 정체성 교육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욱 풍부하 게 해주는 교육의 두 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KGS는 앞으로도 이러한 균형 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학생 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세계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건강한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 준히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EDUCATION

편집자가 전하 는 세계시민 노트

Note!

해외 한인 학교에서 펼쳐진 특별한 역사 체험, ‘찾아가는 독립기념관’

‘찾아가는 독립기념관’은 독립기념관 선생님들이 직접 해외 한인학교로 찾아가 한국의 역사와 문화 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호치민시한 국국제학교에서는 2016년, 김원균 교장 선생님 재 직 당시 이 프로그램을 학교에 도입하면서 많은 학

생들이 아주 특별한 정체성 교육을 경험할 수 있었 답니다. 이 행사는 그냥 앉아서 듣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에요. 독립운동사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은 물

론이고, 독립운동 관련 자료 전시를 둘러보기도 하

고, OX 퀴즈나 릴레이 퀴즈로 즐겁게 배우기도 해

요. 발표 활동까지 이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는 누구일까?”, “어떤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왔을

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처럼 ‘찾아가는 독립

기념관’은 단지 과거를 배우는 시간이 아니에요. 해

외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

성과 동시에 ‘세계시민’으로서의 감각을 함께 길러

주는 소중한 기회였답니다. 나의 뿌리를 이해하고

자긍심을 갖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진짜 시작이 아닐까요?

학생들이 앞으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태도나

역량은 무엇일까요?

세계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해외에 나

가거나 외국어를 잘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저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다른 문화를 존중

하며, 협력할 수 있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글로벌 사회에서 더불

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핵심 역량입니다.

KGS에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함께 생활

하고 있습니다. 국제학교 경험이 있는 학생, 한국에

서 막 전학 온 학생,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학생까

지, 정말 다채로운 구성이죠. 이런 문화적 다양성

은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저는 이 다양

성이 단지 서로 다른 환경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배려와 존중, 그리고 협력의 의미를 실제

로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 환경이라 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KGS는 경쟁보다는 공존과

다양성을 강조합니다. 학생들이 똑같은 기준에 맞

춰 평가받기보다는, 각자의 배경과 강점을 살려 스

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이런 교

육 철학이 바로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학생 중심’의 가치이기도 합니다.

또한 현재 KGS는 하노이 빈홈 오션파크와 호치민 7군에 새로운 캠퍼스를 건립 중에 있습니다. 이 캠퍼스

들은 단순히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AI 시대에 걸맞은 첨단 교육 인프라를 바탕으로 학생 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만 배우 는 것이 아니라, 진짜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 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더 나은 세 상을 만들어가는 주역으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KGS가 그러한 성장의 든든한 발판이 되 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 원 균 한국글로벌학교 이사장으로, 국내외 교육 현장에서 30년 이상 고등학교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온 교육자다.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도선고등학교 교장, 러 시아 로스토프나도누 한국교육원장,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 교장을 역임하며 한국 공 교육과 재외한국학교 양쪽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교육 인프라 확장과 미래형 커리 큘럼 개발을 통해 글로벌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컨선월드와이드가 특별한 5가지 이유

지난 50여 년 동안 활동 원칙들을 준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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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thungerhilfe)가 함께 공동으로 발표하는 데이터입니다. 매년

후원으로 열리는 행사 ‘세계기아리포트’는 전 세계 기아문제의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심을 촉구합니다.

CIVIL SOCIETY

생계자립사업

내전, 자연재해, 불평등과 같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기아 상황에 놓인 가족들에게 자연재해에

도 키우기 쉬운 가축을 지원하고, 지역과 거주

환경에 적합한 농업 및 사업 기술을 교육하여

스스로 극빈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안전한 생

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기아종식사업

영양실조 상태의 아동과 임산부에게 치료식

을 지원하고, 영양실조 예방을 위해 정기적

인 상담과 고른 영양섭취를 위한 요리법 및

농사기술을 교육합니다.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도움이 필요한 많

은 사람들이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

가 차원의 보건 시스템을 개선합니다.

긴급구호사업

자연재해와 내전으로 인해 당장 삶의 터전

을 잃고 몸과 마음을 다친 아동과 가족들에

게 구호물품 및 영양·의료 서비스를 지원하

는 단기적인 긴급대응부터 새로운 곳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장기

적인 지역사회 개발사업까지 실행합니다.

참여방법

기아와 극빈을 끝내는 글로벌 기업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어주세요.

컨선은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필립스 재단, 케리 그룹 등 세계적인 기업과 함께합니다. 기업 및 단체에 어울리는 방법으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용기와 희망을 주는 **‘아주 특별한 관심(Concern)’**을 보여주세요.

외교부 및 주한아일랜드대사관의 후원으로 열리는 컨선의 세계기아리 포트 행사를 후원할 수 있습니다.

특정 상품의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거나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방법으로 컨선의 활동을 알리고, 후원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간다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간다.”

나이지리아 비아프라에서

MISSION

의료 지원이 절실한 곳이라 면, 어디든지 국경 없이 달 려갑니다.

핵심 수치로 보는 MSF

에서 활동

이상 치료

VISION

누구도 치료받을 권리에서

소외되지 않는 세상

환자가 우선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윤리’를 준수합니다.

환자 개개인에게 질 높은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인도적 목표의 핵심입니다. 국경없는의사

회는 양질의 치료를 제공하고, 항상 환자의 이익 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환자의 비밀을 존중합니

다. 환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권리를 보장하며, 무엇보다 환자에게 그 어떤 해도 끼치지 않도록 합니다. 의료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국경

없는의사회는 보호소, 식수위생, 식량 및 기타 서

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공정성

우리는 환자의 필요에 따라 도움

을 제공합니다. 그들이 어느 나

라 출신이든, 어떤 종교를 믿든,

정치적 성향이 무엇이든 상관없

습니다. 우리는 가장 심각하고

긴급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우

선적으로 돕습니다.

증언

중립은 침묵이 아닙니다. 우리는

고통 받는 이들의 상황을 알리고

개선에 기여할 의무가 있습니다.

의료 접근 방해, 폭력, 인도적 위

기 방치 시 이를 알리고 관심을

촉구합니다.

활동 원칙 활동 과정

독립성

우리는 의료적 필요에 따라 정

치·경제·종교적 이해와 무관하게

지원합니다. 수익의 98%는 개인

과 민간기업 후원으로 이루어지

며, 독립적으로 평가해 제한 없 이 의료를 직접 제공합니다.

중립성

우리는 무력 분쟁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며, 전쟁 당사자의 입장 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모든 분쟁

지역에 머무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접근이 어려웠거나 현지

상황이 불안정했거나, 또는 이미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진 경우가 그렇습니다.

투명성과 책무성

우리는 환자와 후원자에게 활동

에 대한 보고의 책임을 다하며,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대해 투명

하게 공개합니다. 우리는 끊임없

이 현장 활동과 공개 입장 표명,

더 넓은 인도주의 사안에 대한

평가, 비판적 검토와 논의를 실행 합니다.

1. 프로젝트 개시

2. 평가와 현장 조사

3. 긴급구호팀

4. 제안

5. 프로젝트 시작

6. 현장에 있는 팀

7. 프로젝트 기금 마련

8. 프로젝트 운영

9. 프로젝트 종료

CIVIL SOCIETY

활동 분야

긴급구호/위기대응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어디든 긴급한 상황에 72시

간 내에 대응하며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쓰나미와 같

은 대규모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전염병, 분쟁과 같이

의료지원이 즉시 제공되지 않으면 죽음의 위험에 처하

는 긴급한 상황에 놓인 전 세계의 수많은 환자들을 치

료합니다.

의료사각지대

국경없는의사회는 소외된 이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

하며, ‘액세스 캠페인(Access Campaign)을 통해 의약

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활동합니다.

※ 액세스 캠페인은 1999년 시작되어, 필수 의약품·백신·진단기

술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활

동을 해왔습니다.

고가 약품에 대한 대체제 도입 촉구

지식재산권 개혁과 제네릭 의약품 보장

소외질병 연구개발 촉진

백신 형평성 요구

무력분쟁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지역에서 수술, 진료, 산과 치료

등 긴급 의료를 제공합니다. 분쟁은 생존을 위협하고 기본 의료 접근조차 어렵게 만듭니다.

자연재해

자연재해는 단시간에 수많은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며, 의료, 식수 접근을 어렵게 만듭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각 상황에 맞춘 신속 대응을 위해 긴급 키트를 준비하

고, 필요 시 추가 인력을 투입합니다.

질병

국경없는의사회는 콜레라, 홍역, 에

볼라, HIV, 결핵 등 전염병으로부터

취약한 지역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예방과 치료를 제공합니다. 전염병

은 주로 빈곤과 분쟁 지역에 집중되

며, 빠른 대응과 의료 접근성이 생

명을 좌우합니다.

정신 건강

국경없는의사회는 전쟁, 재난 등으

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상

담과 치료를 제공합니다. 불안, 우

울, 외상 후 스트레스, 중증 질환에

따른 심리적 고통까지 폭넓게 지원 합니다.

여성 및 아동건강

저소득국 여성과 아동은 예방 가

능한 건강 문제로도 높은 사망률을

보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성, 생

식 보건과 아동 치료를 긴급 상황에

서도 지원합니다.

난민 및 이주민

전 세계 강제 이주자는 1억 명을 넘 으며, 대부분은 국내실향민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들을 위해 의 료, 식수, 위생, 거처 등 필수 지원을 제공합니다.

영양실조

전 세계 아동 영샹실조는 5세 미만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국경없는의

사회는 치료식과 진단법을 통해 이 를 대응합니다. 취약 지역에선 예방

프로젝트도 운영하며, 치료율 향상

과 사망률 감소에 힘쓰고 있습니다.

소외열대질환

소외질병은 빈곤층에 집중되며 치료

접근이 어려운 치명적인 질환들입니 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노마병, 수면 병, 뱀독 등 방치된 질병 치료와 지원 에 힘쓰고 있습니다.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기업·단체 후원: 기업 및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구호 활동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홍보 캠페인 참여: MSF 활동을 알리고 인도주의적 가치를 전파하는 데 함께할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방법

SDGSTOON for Global Citizens

본 만화의 저작권은 (사)미래희망기구에 있으나 개인, 가정, 기관 등 상업적 활용을 제외한 모든 비영리적 목적으로 별도의 이용허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 채 원 비주얼 스토리텔링과 콘텐츠 기획에 관심을 가지고 디자인을 학습하는 전 공생이다. 한세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

제23기 UN 전문가 교육

2024년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5일 간 제

23기 UN 전문가 교육이 Zoom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뉴욕, 방콕, 카트만 두, 멕시코시티, 제네바, 나이로비 등 세계 각국 에 위치한 UN 및 국제기구 출신 전문가들이 실

시간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함께하였습니다. 인터

뷰를 거쳐 선발된 대표단은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소그룹 발표회에도 참여하였으며, 글로 벌 아젠다를 심도 있게 이해하고 공유하는 시 간을 가졌습니다.

2024 국제기구 인재양성 캠프

2024 인천세계로배움학교 국제기구 인재양성 캠프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국제기구에 대

한 이해를 높이고, 글로벌 이슈에 대한 문제 해 결 능력을 기르기 위해 기획된 교육 프로그램 입니다. 참가 학생들은 국제기구 전문가 강연을

통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학습하고, 위

원회 활동을 글로벌 의제 모의유엔 활동, 결의

안 발표회 등의 교육과정을 직접 경험하였습니

다. 캠프 종료 후에는 연구 결과 발표와 보고서

발간을 통해 활동 성과를 공유하였으며, 우수

학생들은 인천국제교육포럼에서 발표자로 참

여해 실제적인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역할을 수행해오며 유엔 공보 국(DGC) 협력 지위, 유엔아카데믹임팩트(UNAI) 한국협의회 회원 지위, 유엔 경제사회 이사회(ECOSOC) 특별 협력 지위를 획득하였습니다.

미래희망기구는 2024년 8월 12일부터 12월 9

일까지 인천하늘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 114명을

대상으로 총 12차시에 걸친 세계시민교육 프로

그램을 운영하였습니다. 참가 학생들은 UN 및

국제기구, NGO, 그리고 전직 대사들의 특강을

통해 국제 이슈와 대한민국의 외교·국제관계에

대한 이해를 함께 넓혔습니다. 소그룹 원탁토론

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한 청소년 실천 방안을 논

의하였고, SDG 1번과 7번을 주제로 희망나눔 운

동화 그리기, 휴대용 LED 전등 그린라이트 만들 기 봉사활동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서류와 인터뷰 전형을 거쳐 선발된 미래희망기

구 YMUN 대표단은 국제적으로 2,000명 이상

의 청소년이 참여하는 제51회 예일대학교 국제

모의유엔대회(Yale Model UN)에 참가하였습 니다. 대회에 앞서 뉴욕 UN 본부에서 진행된

현직자 브리핑을 통해 유엔의 설립 목적과 국제

사회의 공동 과제에 대해서도 학습하였습니다.

본 대회에서는 인권, 교육, 환경, 군축 등 다양 한 글로벌 의제를 주제로 각국 대표단으로 활동 하며, 발제와 협상, 결의문 작성 과정을 경험하 였습니다.

HFA UPCOMING NEWS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력지위

UN에서는 헌장 제71조와 경제사회이사회 결의

안 1996/31를 근거로 비정부기구(NGO)를 선

정하여 협력 지위를 부여합니다. 올해 6월, 미

래희망기구는 국제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과 지

속가능한 청소년 성장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ECOSOC 특별협력지위를 승인받았습니다. 이

는 국내 지자체와 교육기관과의 협력뿐만 아니

라,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청소년 역량 강화를 위 한 수 년간의 노력의 결과로, 앞으로도 전 지구

인의 공동 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이 나가아는 계기 가 될 것입니다.

주도형 국제교류 아카데미

인천광역시교육청 동아시아국제교육원과 함께

진행하는 ‘읽걷쓰’ 기반 국제기구 연계 국제교

류 프로그램으로, 국내 연구 활동을 거쳐 SDGs

실천 제안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참가 학생들은

UN 본부에서 열리는 고위급정치포럼(HLPF)의

본 회의에 참석하며, 현지에서 국제 전문가와

함께 부대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주유엔 대한민국 대표부 방문, 외교관 간담회, 아이비리그 캠퍼스 견학, 현지 문화탐방 등이 함께 진행됩니다.

발행일 2024. 12. 2 발행 서적 소개

물은 생명이고, 물은 식량이다

Water is life, water is food

ISBN 979-11-986792-2-2(43300)

발행일 2024. 9. 6

마리아의 이야기 - 기후 행동

Maria’s story - Climate action

ISBN 979-11-986792-4-6(43300)

제24기 UN 전문가 교육 2025 Global

Pathways Forum

2025년 8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 간 진행 예

정인 제24기 UN 전문가 교육은 국제 현안 전문

가 및 국제기구 실무자의 실시간 강의를 중심

으로 구성된 온라인 교육 과정입니다. 전 과정

영어로 진행되며, 대표단은 인권, 빈곤, 교육, 기

후변화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깊이 있

는 지식을 함양하고, 소그룹 연구 및 결과물 발

표회를 통해 문제 분석력을 키우게 됩니다. 특

히, 뉴욕 UN 본부를 중심으로 전 세계 국제기

구 전·현직 인사와 함께하는 과정으로, 수료생

에게는 성과 포트폴리오와 SDGs 실천 봉사실

적, 수료증이 발급됩니다.

우리의 실천이 미래를 바꿔요 Our actions are our future

ISBN 979-11-986792-6-0(43300)

발행일 2025. 2. 1

2025년 8월 27일, 서울대학교 학부생 50명을 대상으로 국제기구 진출과 사회 공헌을 주제 로 한 진로 탐색 포럼 「2025 Global Pathways Forum」이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개최 됩니다.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경영대학 등 다양한 분야 전공생이 국제 분야의 전문가와 의 만남을 통해 국제 무대 진출에 대한 방향성 을 모색하게 됩니다. 오준 전 UN 대사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국내외 국제기구 실무자들의 강연, 질의 및 응답, 국제사회 기여를 위한 재능 나눔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될 예정입 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 Leave no one behind

ISBN 979-11-986792-8-4(43300)

발행일 2025. 5. 1

다음 호를 위해 독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1. 이번 호에서 유익하거나 흥미로운 기사 제목과 그 이유

2. 다음 호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인물 혹은 기사와 그 이유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기념품을 보내드리며, 독자의 목소리는 아래 주소로 보내주시거나 홈페이지 ‘독자 투고’ 게시판에 작성해주세요.

06125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176(역삼동), 다나빌딩 4층 (사)미래희망기구 『세계시민』 편집인 앞

E outreach@hopetofuture.org

H www.theglobalcitizen.co.kr

T 02-6952-1616 F 02-538-5928

보내실 곳 『세계시민』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엔 #국제기구 #지속가능발전목표 #청소년 #세계시민 독자 여러분의 세계시민 이야기와 제보 내용을 기다립니다. 그 외 『세계시민』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줄 추천 내용들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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