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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성제일도(江西省第一都)이며 강남천하 문물(文物)의 집산지(集散地), 그 규모는 필설이 따르지 못할 정도였다. 남창의 남쪽 교외(郊外), 그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보는 데만 꼬박 사흘이 걸린다는 어마어마한 대장원(大莊院)이 우뚝 서 있다. 황금대장원! 달리 황금만적세가(黃金萬積世家)라고도 칭한다. 무공의 강함보다는 천하의 절반을 사고도 남는다는 엄청난 재력(財力)으로 당당 천하십대세가(天下十大世家)의 일석(一席)을 차지한 곳이다. 그 웅장화려함은 능히 황궁을 압도했고, 세가가 거느린 가솔(家率)의 숫자는 무려 삼만(三萬)에 달한다 했다. 황금대인(黃金對人) 금위천(金威天). 그는 천하 상계(商界)의 대부(代父)이자 살아있는 재황(財皇)이었다. 때문에 그의 신변과 황금만적세가에 어떤 변고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곧 천하의 전 상계(商界)가 흔들림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천하 상계의 흔들림은 바로 천하라는 거목(巨木)의 뿌리가 흔들리는 위난이 아니겠는가? 악마의 혈보(血步)는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먼동이 뿌옇게 움터오르는 이른 새벽에…… <황금대장원(黃金大莊院).> 어슴푸레한 미명(未明)을 받으며 그 웅대한 경관(景觀)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황금참마도(黃金斬魔刀) 형천후(荊天吼). 황금만적세가의 수석무장(首席武將)이며 오천(五千)의 호천무사대(護天武士隊)를 이끌고 있는 인물인 그의 황금참마구검(黃金斬魔九劍)은 이미 도신(刀神)의 경지에 들었다는 절정고수였다. "……!" 그는 지금 횃불처럼 타오르는 시선으로 뿌옇게 밝아오는 동편 하늘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가 서있는 곳은 황금대장원의 망루(望樓), 그의 뒤에는 이십여 명의 건장한 금의무사(金衣武士)들이 버티고 서 있었고, 망루 밑에는 수천 명의 무사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호천무사대(護天武士隊)의 눈빛은 하나같이 임전(臨戰)의 결의와 투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임전(臨戰)의 태세였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무서운 적을 맞이하려 하고 있음인가? 고요한 파양평야( 陽平野)의 새벽 공기는 더없이 맑고 신선했다. 허나 황금대장원은 터질 듯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 황금참마도 형천후는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그의 뇌리에는 어제 밤 황금만적세가에 날아들었던 혈지(血紙)의 글귀가 어지럽게 떠오르고 있었다. <악마의 뜻으로 황금만적세가를 접수한다.> 혈지에 쓰인 글귀는 단지 그 뿐이었다. 허나, 그것으로 몰아닥친 공포는 너무도 컸다. 그것은 혈지가 내전밀실(內戰密室)에 있던 황금대인의 금지옥엽 금예랑(金 娘)의 가슴에 틀어박혀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근래에 들어 연속적으로 발생한 괴사! 철혈패천세가…… 천풍여의세가…… 북해사자성…… 소림사…… 악마(惡魔)의 행위라고밖에 판단할 수 없는 참사의 공포가 아직 도 세인들의 뇌리에 생생한 까닭이었다. 허나, 황금참마도 형천후는 죽음(死)으로 본가를 지키겠노라 황금대인에게 외쳤다. 문득, 동천(東天)을 노려보던 형천후의 입술이 떼어지며 묵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녹검풍(綠劍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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