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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삼청년은 천무영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음성마저도 억양이 없어 무심을 내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청년의 얼굴에는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던 그의 표정이 몹시도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 현상은 가느다란 신음성으로 이어졌다. "으음!" 흑삼청년의 시선은 탑신에 찍힌 장인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눈에 경악과 회의를 담은 채 나직이 읊조렸다. "이렇듯 높은 공력을 지닌 자가 있다니......." 그의 미간에는 언뜻 두려움이 스치기도 했다. 철자구가 경영하던 병기점(兵器店) 앞이다. 그곳에서 천무영은 또 다시 멍해지고 말았다. 병기점은 이미 헐려서 자취가 없어져 버린 지 오래였고, 거기에는 대신 엉뚱하게도 잡화점이 들어서 있었다. 그는 잡화점의 주인으로부터 철자구가 한때 미쳤었으며, 그 바람 에 자신이 만든 검을 들고 뛰쳐나가 사람들을 마구 베었다는 것, 그러다 애꾸눈의 사내에게 죽음을 당하고 검을 빼앗겼다는 사실 등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천무영은 대번에 애꾸눈의 사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그는 분명 무흔(無痕)일 것이다.' 그는 가슴 한곳에서 써늘한 기운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일이 그리 되었다면 철노인이 만든 검은 신검이 아닐 것이다. 예 전에도 얼핏 느꼈었지만 그 검은 필경 귀검(鬼劍)이나 광검(狂劍) 이리라. 그리고 무흔은......!' 불안한 그의 뇌리에 그려지는 광경이 있었다. 그것은 통한을 되씹 으며 미친 듯이 괴검을 휘두르는 무흔의 모습이었다. '내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한 번 그를 찾아가 봐야겠다. 천일야 화원에 가면 만날 수 있을지? 금모란이 아직도 있다면 그도 떠나 지는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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