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9-3

Page 27

혈매지주의 벌거벗은 몸뚱이가 한차례 부르르 떨렸다. (와…… 완전히 당했어!) 그때 백리강의 손이 혈매지주의 풍만한 가슴을 지긋하게 움켜잡았다. "흐흐흐…… 어떠냐? 또 한 번 즐겨볼까?" 혈매지주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멀뚱한 눈으로 그를 마주보았다. 하나 생각은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 그녀의 몸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느끼는 순간 그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혈마고가 아니더라도…… 어쩌면 영원히 이자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자신의 욕정을 만족시켜주는 사람은 전 생애를 통틀어 눈 앞의 사내가 처음인 까닭이었다. "으음……" 여체(女體)가 침상에 뉘여지며 사내를 부르고 사내는 또다시 여인의 궁 속으로 깊이 진입해 들어갔다. 끈적끈적한 그날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2 <주군께 아뢰옵니다. 적한청, 그 자는 천첩이 섭혼술로 조사한 결과 분명한 장한문(長恨門)의 후예임이 밝혀졌습니다. 이미 춘고(春蠱)를 주입하여 그자를 영원히 천첩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였으니 염려치 마옵소서 혈매지주 상예화.> 음무극은 다 읽고 난 서찰을 손 안에 움켜 쥐었다. 지금 그의 입가엔 극히 사이하며 음침한 괴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흐흐흐…… 좋다, 좋아. 이것으로 포섭은 완전한 성공을 보았다." 그는 두 눈에 일순 비수처럼 섬뜩한 살광을 담았다. "이제…… 남은 것은 금사후…… 놈을 제거하는 일 뿐이다. 그리고 지옥부의 손길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천금마옥을 송두리째 장악하는 것이다." 다음 순간 자신감에 넘치는 엄청난 대소성이 그의 입을 떠났다. "으하하하하……!" 3 백리강은 침상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이미 밤도 깊고 불을 끈 지 오래이건만 왠지 잠이 오질 않았다. 그는 어둠을 응시하며 이리저리 상념만 이어가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음무극…… 그 자가 조만간 어떤 음모를 드러낼 것 같다!) 그도 눈치채고 있었던가? 하나 백리강은 씨익 어둠 속에서 밝은 미소를 떠올렸다. (놈의 음모를 역이용해서…… 나 백리강이 천금마옥을 장악한다. 후후……) 한데 바로 그때였다. 불현듯 그의 고막 속으로 극히 미세한 인기척이 파고 들었다. 백리강은 멈칫했다. (경공으로 미루어 대단한 고수같은데 천금마옥에서 이 정도의 경공을 가진 자라면 대체 누구일까?) 그는 문득 경공의 일인자인 산영묘수 허관백을 떠올렸다. 산영묘수 허관백. 그는 과거 소서시란 어린 소녀와 경공대결을 벌인 인물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백리강이 알기로 그의 경공은 천금마옥 내에서 으뜸이었다. 하나 백리강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허관백이라 해도 이 정도의 경공을 발휘하진 못한다. 그럼 누가……?) 이때 지극히 미세한 음향은 바로 백리강이 머문 전각 위에서 멈 추었다. 실로 웬만한 고수라면 눈치채지 못할 절륜무비의 경공이었다.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