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5-2

Page 15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노운량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것은 아주 미약한 것이었다. 순간, 괴청년은 흠칫 놀랐다. "아…… 아니……?" 그는 황급히 노운량의 코 끝에 손가락을 대 보았다. 그러나, 곧 실망을 금치못했다. 노운량의 숨은 이미 멎어 있었다. 일순 그의 머리 속을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괴청년은 재빨리 노운량의 맥문을 잡아보았다. 과연 노운량의 맥박은 미약하지만 아직까지 실날같이 가늘게 뛰고 있었다. 괴청년은 큰 흥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서둘러 자신의 한쪽 손을 노운량의 앞가슴에 대고 내공을 주입시키기 시작했다. 얼마나 그렇게 했을까? 잠시 후, 노운량의 얼굴에 약간의 홍조가 돌았다. 곧 이어 노운량은 힘겹게 두 눈을 뜨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몸에 내공을 주입시키고 있는 괴청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내 노운량의 가물거리는 두 눈에는 감격의 빛이 떠올랐다. "소…… 소협…… 수…… 수고 할 필요는 없소…… 이미…… 나는 틀렸소……" 그는 떠듬떠듬 말을 이어 가며 괴청년에게 감사를 표했다. 괴청년은 그의 가슴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큰소리로 외쳐댔다. "노운량! 정신 차리시오!" 허나, 노운량은 허탈한 눈빛을 띤 채 고개를 흔들었다. "그…… 그들은…… 이미…… 내가 필요 없다고…… 생각…… 했기…… 때문에…… 나를 암습한 것이오……" 괴청년이 다시 큰소리로 외쳐대며 노운량에게 물었다. "그자는 누구요?" "그…… 그것은……노부도…… 모르오……" 바로 이때 노운량의 그나마 미약했던 숨결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노부는…… 어려서부터 나습포찰에서…… 자라왔소……" 노운량은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 힘겹게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나습포찰 천륭사(天隆寺)의 천마십이성들은 노…… 노부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며…… 수많은…… 지시를 내렸소……" 문득 말을 끊은 그의 안색이 돌연 새하얗게 변했다. 괴청년은 바짝 긴장한 채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노운량은 마지막인 듯이 안간힘을 쓰며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그…… 그들이…… 노부를 죽이려 한…… 이상…… 노부도…… 그냥…… 이대로…… 있을 수는…… 없소." 괴청년은 힘겹게 말을 뱉아내는 노운량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 소협, 워…… 원래 천마십이성은…… 이 무림에…… 십 명의…… 고수를 파견…… 시켰소……" "뭐…… 뭐이라고?" 괴청년은 흠칫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노부는…… 그 중에…… 한 명에 불과하오. 허나…… 노부는 그들 아홉 명이…… 누군지는 전혀…… 모르오……" 노운량은 무척이나 호흡이 가빠오는지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죽어가는 순간의 이 대마두의 눈빛에는 회한과 후회의 빛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다. "단지…… 그 중 한 명이 자의신검(紫衣神劍)이라는 것 외에는……"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