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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았다. 야왕은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뇌천린을 쏘아보았다. "그럴까?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자유고 왜 나를 찾느냐?" 뇌천린은 위풍당당하게 야왕의 눈빛을 맞받았다. 야왕은 조금도 겁먹은 빛을 보이지 않는 뇌천린의 모습을 보고 내심 감탄했다. '제법 기도가 있는 녀석이군. 내 앞에서 이토록 침착할 수가 있다니......' 그는 뇌천린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다. 하지만 그 느낌은 더욱 짙은 살기를 동반할 뿐이었다. "만보장에서 가져간 연화장무전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흥! 연화장무전이 마치 자신의 물건같은 말투군." 뇌천린이 비웃음을 터뜨리자 야왕의 안색이 변했다. "겁이 없는 놈이군." 그는 뇌천린이 자신을 조소하자 화가 난 것이다. "내놓아라!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받으려면......" 야왕은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손을 쑥 내밀었다. 뇌천린이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내저었다. "헛걸음질 한 걸 생각하면 안됐군. 나에겐 연화장무전이 없다." "대답이 너무 쉽다고 생각하지 않나?" 야왕이 더 참지 못하고 싸늘한 노갈을 터뜨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은 번개같이 뇌천린의 마혈(麻穴)을 제압했다. 뇌천린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라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야왕은 지체 없이 뇌천린의 품 속을 뒤졌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감춘 뒤라서 그의 손에 잡히는 물건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야왕은 실망한 얼굴로 뇌천린을 쏘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더욱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어디 있느냐?" "난 모른다고 하지 않았느냐?" "아직 날 모르는군. 나는 인정이라곤 없는 사람이다." "고통이나 죽음 따위가 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뇌천린은 당당한 기세로 야왕의 협박을 무시해 버렸다. 문득, 야왕의 눈빛이 야릇하게 변하며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건 동감이다. 나 역시 너에게 직접 고통을 가하고 싶지는 않다. 허나 간접고통이란 게 있지. 그건 직접 고통보다 더 괴로울 것이다." '간접이라니......? 뭘 뜻하는 거지?' 뇌천린은 언뜻 야왕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흐흐흐...... !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질 것이다. 네가 그걸 보고도 버틴다면 나도 연화장무전을 포기하겠다." 야왕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모옥을 향해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시작해라!" 그의 대갈성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한쪽 모옥(茅屋)의 문이 활짝 열렸다. 순간, 뇌천린의 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이 악독한 놈들.......!' 모옥 안엔 삼십여 명의 아이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아이들의 주위에는 용수혈의 무리들이 섬뜩한 살광(殺光)을 뿌리는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이때, 아이들이 뇌천린을 발견하고 공포에 가득한 음성으로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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