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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대지 대사요. 그가 만일 처음부터 마지막과 같은 초식을 사용했다면 난 막을 수가 없었을 것이오." 대지 대사 역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추 소협이 승리하시었소. 난 다급하여 세심주를 분리하여 사용했으니... 다수로 하나를 상대한 형상이 되니 빈승의 패배가 확실하오." 대지 대사와 추운행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뒤에 서 있는 창허와 황무 역시 감탄의 빛을 띠고 추운행을 쳐다보았다. 승리를 주장하는 일은 무척 쉽지만, 패배를 시인하기란 무척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한동안 서로만 쳐다보고 활낙신을 주목하지 않자 그녀는 짤막한 웃음으로 주의를 환기시켰다. "호호, 대단하군요. 과연 서로 넋을 잃고 감탄할 만한 무공이요, 도량(度量)이에요. 해서 제가 진정한 승자를 가릴 방법 한 가지를 제시하겠어요." 그녀는 손을 흔들어 반월선과 세심주를 원주인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어떤 방법이 있소?" 추운행이 나직이 묻자 활낙신은 그를 보며 웃었다. "당장 알려 드리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저를 따라오시면 진짜 승자를 가릴 방도를 말씀드리겠어요." 황무가 돌연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나와 창허 도장도 함께 갈 수 있겠소? 난 당신이 허락할 것으로 믿고 있소만." 그가 갑작스럽게 나타나 말했기 때문에 활낙신은 머리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말이군요.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하죠? 전 분명 종을 울리신 분만을 청하고 있어요. 혹 당신도 충천검에 욕심이 생겼나요?" 황무는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믿어 줄지 모르겠소만 난 전혀 관심이 없소. 다만 그 검의 배후에 숨은 의미에 관심이 있을 따름이오. 활낙신이 비웃듯 웃었다. "숨은 의미라... 그런 게 과연 있나요?" "당연히 있을 것이오." "모두 그런 식으로 말을 돌리죠. 하지만 당신이 나를 따라오려는 것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면 어떡하지요? 난 허용(許容)하지 않겠어요." 황무는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허용할 것이오. 게다가 나뿐만 아니라 창허 도장이 같이 가는 것마저 허용할 것이오." 활낙신의 아미가 위로 올라섰다. 화가 난 표정. "이상한 말이군요. 나는 이미 안 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도 당신은 끝까지 우길 셈인가요?" "우기는 것이 아니오. 난 그저 내가 당신의 부탁을 들어줄 의향이 있다는 말을 하려 했을 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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