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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그 자들의 뒤를 밟되 절대로 그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해 두었습니다." "좌빙심과 신구음(申九音)은 무공은 비록 고강하지만 지략은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하지만 양만리(楊萬里)는 꾀가 많고 눈치가 빠르니 조심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이번에 본불(本佛)이 다시 무림에 나온 것은 그 놈들의 행방을 찾아 과거의 일을 매듭지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 세 놈을 없애 보았자 고월헌을 죽이지 않으면 말짱 헛일이다." "......" "다행인지 불행인지 엽단풍이란 놈이 나타나 설치고 다니는 바람에 어쩌면 고월헌의 행방을 의외로 쉽게 알게될지도 모른다." 담중업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때 불상이 다시 그를 향해 물었다. "그리고 너는 그 계집의 행방을 알아냈느냐?" 불상은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 지 지칭하지 않았지만 담중업은 짐작한 듯 즉시 입을 열었다.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강소성으로 온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 일은 누구에게 맡겼느냐?" "흑백상문신(黑白喪門神)입니다." 불상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어찌보면 말만 하는 것이 다를 뿐 일반 나무로 만든 불상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요인도(妖人島)의 일이 잘 진행되려는 찰나에 그 계집이 동해(東海)를 빠져나오는 바람에 일이 꼬이게 되었다. 하루속히 그 계집을 잡아 요인도의 일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고월헌의 행방이 알려지면 다시 본불에게 연락을 하거라." 그 말을 끝으로 불상은 눈을 감았다. 담중업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엎드려 절을 했다. 그런 다음 몸을 일으켜 조심스럽게 사당을 벗어났다. 그의 몸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도 불상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담중업이 떠난 사당에는 정적(靜寂)만이 감돌고 있었다. 휘잉! 한 차례 더운 바람이 불어와 불상을 스치고 지나갔으나 불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정말 하나의 완벽한 목각불상(木刻佛像)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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