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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오빠, 제가 버릇없이 굴어 화났어요?" 혁련소천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오. 조금도 화나지 않았소." 그 말에 자하공주의 안색이 활짝 밝아졌다. 그녀는 운학대사를 향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것 봐요. 영호오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데 백부님은 괜히 야단이셔?" "쯧쯧......." 운학대사는 질렸다는 듯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이때 문득 자하공주는 바둑판을 응시하며 손뼉을 탁 쳤다. "어머! 이제 보니 바둑을 두고 계셨군요?" 운학대사는 짐짓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너 때문에 더 이상 두지 못하겠다." "피! 제 핑계를 대는 걸 보니 백부님이 지셨군요?" 일순 운학대사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험! 험! 글쎄 그게......." "호호호...... 말씀 안 해도 알겠어요. 백부님이 지셨던 거예요. 그렇죠?" 운학대사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그래 백부가 졌다. 이제 속이 시원하느냐?" 자하공주는 감탄한 표정으로 혁련소천을 바라보았다. "어쩜......! 백부님의 바둑 솜씨는 천하가 인정하는 것인데......." "허허...... 허나 이 백부는 미처 손도 써 보지 못하고 대패(大 敗)했다. 영호공자의 기예는 이미 신(神)의 경지에 도달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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