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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젊은이가 틀림없이 다시는 그의 일 장을 피하지 못하리라고 생 각했었다. 아닌게 아니라 전백 역시 마음 속으로 흠칫해져서는 고개를 숙 이게 되었는데 그 순간에 휙 하는 소리와 더불어 위쪽의 일 장이 머리를 스칠 듯이 하면서 지나쳐 지나가게 되었고 가슴팍을 노리 고 들어오는 일 장이 잇따라 거칠기 이를 데 없는 휘파람 소리를 일으키며 들어닥치고 있었다. 전백 역시 다급하기 이를 데 없어 촉망중에 두 손을 들어 와락 뻗쳐내었다. 천불장의 절학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제대로 펼쳐 낸 것인데 그가 펼친 이 일 초는 바로 불조참선(m 吝塗邏 이라는 것이었다. 펑,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전백은 몸을 두 번 흔 들 흔들 했으나 놀랍게도 서북 지방을 주름잡던 독각비마 이거는 그만 예닐곱 걸음을 크게 뒤뚱거리며 물러나는 것이 아닌가. 독각비마 이거는 한쪽 다리밖에 없었다. 그런데 성격이 괴팍해 서 외다리인데도 지팡이나 막대기를 사용하지 않고 걸을 때에는 외다리로 땅을 짚듯이 하면서 앞으로 뛰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백의 두 손에 와락 떠밀려서 밀려나게 되었을 때에 외다리로는 그만 자세를 가다듬을 수가 없게 되어 줄곧 사마 경의 곁에까지 물러서게 되었을 때에야 사마경의 손에 들려있는 추혼령에 막혀 가까스로 걸음을 멈추게 된 것이었다. 이토록 많은 무림의 고수들 앞에서, 더군다나 장주의 면전에서 독각비마 이거는 그만 체면이 도저히 세워지지 않았고 그리하여 폭갈을 터뜨리며 다급해진 나머지 전백과 목숨을 걸고서 싸우려고 했었다. 그러나 추혼령 사마경은 팔을 뻗쳐 그를 막으며 눈을 들어 십 장쯤 밖에 있는 숲을 바라보는데 안색이 참담하게 일그러져 있었 으며 온 얼굴 가득히 공포의 빛을 띄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독각비마 이거 역시 자기도 모르게 사마경의 시선을 따라 눈길 을 옮겨가게 되었는데 눈길을 옮기고 보니 숲 속에서 한 명의 나 귀를 탄 비단장수가 슬슬 나귀를 몰아 나오고 있었다. 이 비단장수는 나이가 매우 지긋해 보였으며 하얀 머리카락에 하안 눈썹을 하고 있었으며 턱아래는 한 줌의 눈처럼 흰 염소수염 을 기르고 있어 보기에도 팔구십 세는 충분히 될 것 같았다. 체구는 비쩍 마르고 왜소한데다가 마른 몸매에 얼굴에 잡힌 주 름살은 무척 깊이 파여 있었지만은 두 눈의 신광은 가득했고 눈을 한번 감았다 뜰 때마다 형형한 안광이 뻗쳐나와 사람을 절로 움츠 러들게 만들었다. 이 비단장수는 몸에 하안 무명으로 만든 바지저고리를 업고 있 었으며 비단신에 하얀 버선을 신었고 바지가랭이에는 연뿌리 빛의 행전을 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성성한 백발을 뒤통수로 돌려서 는 붉은 끈으로 하나의 조그마한 변발을 만들어 묶어 놓고 있었 다. 노인은 안정된 자세로 조그마한 나귀등에 타고 있었는데 나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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