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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1w1 검 객 행 제 2 권 W0w0

고 룡 지음 왕 문 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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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백이 불연듯 머리에 떠올린 것은 그 화려한 옷차림의 귀인이 몸에 걸치고 있는 의상과 옷감이 바로 자기의 삼베로 만들어진 쌈 지속에 있던 그 비단과 무명 베조각과 완전히 똑같은 질이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뜻밖의 발견에 그는 그만 속으로 흠칫했으며 마치 청천 하늘 아래에서 벼락을 맞은 것처럼 하마터면 억제할 수 없는 충동 을 느끼게 되었다. 뜻밖의 일을 발견하게 되자 그의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게 되고 와락 달려가서 죽음을 무릅쓰고 한 번 싸워볼 충동이 이는 것을 가까스로 억누른 것이었다. 그러나 애써 자기 자신을 억누르면서도 속으로는 이를 갈았다. '혹시 저 늙은 도적이 바로 나의 선친을 돌아가시게 한 원수가 아닐까 ? ' 불연듯이 일어나는 의혹 속에 그의 생각은 재빨리 나래를 펴고 서는 무수히 많은 일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선친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몸소 나에게 건네어 준 이 조그마한 쌈지 안에는 한 웅큼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한 토막의 실로 짠 끈,그리고 한 알의 강철 구슬, 한 알의 청동으로 만들어진 단추, 한 매의 청동으로 만들어진 엽전, 그리고 바로 그 옷자락에서 찢 어낸 것같은 비단인데 그로서는 그것이 어떤 뜻인지를 전혀 몰랐 는데 이제보니 그 조각과 이 화려한 옷차림을 한 귀인이 입고 있 는 의상과 옷감이 같구나. 설사 이 화려한 옷차림을 한 귀인이 나 의 선친을 돌아가시게 한 원수가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하나의


유력한 단서는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전백이 이와 같이 의혹에 의해 여러 생각에 사로잡혀서 궁리를 하는 동안 줄곧 모용장주 일행을 따라 가게 되었는데 얼마나 길을 갔는지 또 몇채의 중문이나 외딴채를 가로 질렀는지 몰랐다. 하여튼 최후에 가서 적성수 모용함은 그를 잡아다가 심문하지 않고 얼렁뚱땅 전백을 한 채의 석옥 안에다 가둬버리고 말았다. 전백은 적성수 모용함이 자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서 처음 석옥 안으로 갇히게 되었을 때에 퍽이나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깨닫은 바가 있어서 모든 일에도 순순 히 받아들이자는 마음가짐을 굳게 하고 잠시 참기로 결정을 했다. 뿐만 아니라 외부와 격리되고 단절된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석 옥안에서 쇄골소혼천불비권에 실려있는 고심한 무공을 익혀보자고 단단히 각오를 했다. 처음 전백은 마음이 급한 나머지 무공을 익히는데 있어서 감시 할 사람이 없을 때에는 대낮이라도 쇄골소혼천불비권을 꺼내서 익 히곤 했다. 그러나 책장에 그려져 있는 마녀의 그림과 허연 허벅지, 그리고 풍만한 젖가슴 등은 그로 하여금 마음을 안정시키고 그 가운데 실 려있는 고심한 무공을 익힐 수가 없도록 만들었을 별만 아니라 되 려 수시로 이상야릇한 감응를 일으키게 했다. 더군다나 그는 모용홍의 순수하기 이를데 없는 아름다운 벌거숭 이의 여체를 구경했기 때문에 그림 속의 진짜 인물같은 모습이 줄 곧 그로 하여금 모용홍과 부둥켜 안았을 때에 살갗과 살갗을 마주 치게 되었던 상황을 떠올리도록 만들어 더더욱 그로 하여금 마음 과 정신이 번거롭고 헷갈리게 만들었으며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장 면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었다. 나중에 그는 갑자기 놀라서 깨우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계속 연마하다가는 자기 자신이 반드시 주 화입마되리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그는 다시 캄캄한 동굴 안에서 하던 방법대로 눈을 감고 서 더듬기 시작했다.다행히 이미 오랫동안 더듬어 보았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눈을 대신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한편으로 모색을 하 면서 한편으로는 연마하고 익혔다. 전체적인 심신(湳 s 燐은 전적으로 쇄골소혼천불비권에 실려 있는 무공 비결에 골몰하게 되어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

었고 또한 석옥에서 외롭고 따분함을 잊게 되었다. 그런데 북오성 무림을 영도하고 있는 적성수 모용함은 전백을


석옥 안에 가두어 버리게 되었지만 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이를 결코 마음에 두지 않고 있었다.그는 다만 자기가 엄히 자식 들을 가르치고 다스렸으며 가문의 풍도를 지키려고 애써 왔으며 평소 청백(ㄷ k 死하다 하여 무림에 소문이 자자하게 되었고 추문을 사방에 뿌리고 다니는 강호의 인사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표방하던 차인데 이제 자기의 친딸이 여러 사람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보는 가운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의 몸을 드러내서 날 뛰었으니 만약에 이와 같은 사실이 무림에 소문이 나게 된다면 자 기의 안면은 그야말로 엉망이 될 것이 아닌가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고 또한 한동안 노여움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적성수는 북오성의 무림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인만큼 평소에 냉정하고 침착하며 희노애락을 좀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무림에 소문이 자자한 편이었으며 그야말로 태산이 눈앞에서 무너 져도 얼굴빛 하나 바뀌지 않는다는 기개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 었다. 그런데 이번 만큼은 그도 정말 화가 났던 참이라 부인과 더불어 밀실에서 엄하고도 매섭게 모용홍에게 도대체 무슨 일로 그토록 수치를 모르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다그쳤다. 그러나 모용홍은 줄곧 흐느끼기만 할뿐 부친의 묻는 말에 대해 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밤늦도록 딸로부터 변명이나 대답을 들을 수 없게 되자 모용함 의 노기는 상투끝까지 치밀어 오르게 되었고 펑, 하는 음향과 함 께 일장으로 유명한 장인이 조각을 한 남목(a 抱 으로 만들어진 차탁자를 쳐서 박살을 내고는 획 하니 몸을 일으켰다.그는 벽에서 한 자루의 금을 자르고 옥을 가르는 단검을 내려서는 쨍그랑, 하 니 모용홍의 발밑에다가 내던지고는 매섭게 호통쳤다. "너는 차라리 내 얼굴에 이 이상의 먹칠을 하기 전에 죽도록 해 라 !" 그리고 나서 그는 씩씩거리며 문을 밀치고 나갔다. 모용홍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눈물을 머금은 눈을 쳐들더니 부친이 이미 밖으로 나간 것을 보자 즉시 땅바닥에 떨어진 단검을 집어 들어서는 맹렬히 자기의 목줄기를 찌르려고 들었다. 중년의 미부인, 바로 전씨 부인은 손을 뻗쳐서 딸의 손에 들린 단검을 빼앗아 버리고 냉큼 모용홍을 끌어 안고서는 눈물을 흘렸 다. "홍아 !절대로 죽을 생각은 하지 말아라, 너의 아버님은 다만 일시적으로 치미는 울화에 그러는 것이다만 시간이 좀 흐르게 된 다면 노여움이 가라앉을 것이다." "어머니 !" 모용홍은 그만 울면서 어머니의 품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적성수 모용함은 노기등등해서는 안채에서 걸어나와 동쪽 외딴 채에 가서는 아들 모용승업을 찾으려고 들었다. 그런데 문을 지키던 나이 어린 동자가 문을 여는 것이 그만 조 금 늦게 되자 모용함은 그만 발길로 문짝을 걷어차서 떨어져 나가


게 되었다. 문을 지키던 나이 어린 동자는 그 우직끈 뚝하는 소리 와 함께 와장창하는 소리와 더불어 문짝이 박살나는 기척에 무슨 일인가 하고서는 문간방에서 고개를 내밀고 밖을 살폈다. "퍽 !" 그 순간 화가 잔뜩 치밀어 있던 적성수 모용함은 나이 어린 동 자의 머리통을 후려쳐 박살을 내버리고 말았고 그 동자는 즉시 땅 바닥에 쓰러져 죽어버리고 말았다. 나머지의 남녀 노복들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자 하나같이 놀라 서는 벌벌떨며 담벼락이나 문가에 몸을 붙이고서 잔뜩 웅크린 채 숨도 제대로 한 번 크게 쉬지를 못했다. 공교롭게도 능풍공자는 방에 없었다. 이에 더욱더 노기가 끓어 오르게 된 적성수 모용함은 화풀이 할 대상을 찾아내지 못하게 되 자 손을 들어 다시 객청의 입구쪽을 향하도록 놓아진 탁자 위의 골동품이나 옥그릇을 잡히는대로 내던져 박살을 냈다. "와장창 !" 한차례의 커다란 음향이 바깥까지 들리게 되었고 문밖의 위축되 어서 담벼락이나 문가에 붙어 서 있던 남녀 노복들은 그만 혼비백 산할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두 가지였다. 지금 장주가 잔뜩 화가 나 있는 것 만큼 조금이라도 장주의 마 음에 들지 않게 되었을 때에 파리같은 목숨은 끝장이 나고 마는 것인데 공자가 사용하는 객청에 장식으로 진열이 되어 있는 골동 품이나 그릇들은 모두다 공자가 무척 애지중지하는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남녀 노복들은 모두다 공자가 거처하는 외딴채의 하인들 이었다. 능풍공자 모용승업은 성격이 포악하고 거칠며 냉혹하면서도 무 자비한 점이 그 에비보다 더했다. 그런데 나중에 나으리가 성질을 부리고 떠나간 이후 공자가 돌아오게 되어 자기가 애지중지하는 골동품들이 깨어져 나간 것을 보면 그들 하인들로서는 입이 있어 도 분명히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심지어는 그 원인마져도 감히 입에 담을 수 없게 될 것이니, 그때는 그 무자비한 공자에게 참혹 한 벌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능풍공자 모용승업이 거처하는 외딴채의 남녀 하 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위험해진 것을 느끼고 그만 안색이 창 백해져서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아무소리도 하지 못하고 있었 다. "공자는 어디 갔느냐 ? "


적성수 모용장주는 그렇게 외쳐 부르면서 질풍과 같이 문밖으로 달려나오더니 매섭게 그들을 훑어보았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얼이 빠진 남녀 비복들은 그 어느 누가 감 히 앞으로 나서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너희들은 모두다 벙어리가 됐느냐? 어째서 대답을 하지 못하느 냐." 적성수 모용함은 절로 위엄이 뻗쳐나는 사람이고 평소에 말을 하거나 웃음을 짓는 일이 드물어서 그 문하의 사람들은 모두다 그 를 천살신(뒝相 s 燐처럼 두려워 했으며 똑바로 한 번 감히 쳐다보 지도 못했고 모든 분부에 대해서 오르지 고개를 숙이고 공손히 대 답하는 수밖에 없는 신분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러한 장주가 노발대발하니 하인들로서는 그야말 로 일찌기 보지 못한 일이라 하나같이 겁을 집어먹고 이빨을 딱딱 마주치면서 오금이 저리고 뒤틀려서는 그 어느 누구 하나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공자께서는 앞쪽 대청에....." 끝내 한 십사오 세의 청의를 입은 시녀가 용기를 내서 말을 했 다. "흥 ! " 적성수 모용함은 싸늘히 한 번 코웃음을 치더니 다시 그들에게 노기를 터뜨리지 않고 소매를 떨치며 원문을 나섰다. 남녀 비복들은 그만 길게 한숨을 내쉬며 저승사자에게 끌려갔다 가 집어 돌아오게 되고 버려진 한목숨을 간신히 되찾았다는 느낌 을 받게 되었다. 적성수 모용함은 여전히 노기가 불같이 치밀어 오르는 통에 아 들의 외딴채에서 씩씩거리면서 걸어나와 앞쪽 뜨락에 있는 대청으 로 다가가게 되었을 때는 이미 삼경이 다 되었을 무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넓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는 표돌산장 안의 모든 방에서는 문이나 창으로 등불빛이 새어나오거나 또 어떤 방들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는데 그 숫자들이 너무나 많아 그야말로 하늘 에 총총히 박힌 별들과 같았다. 모든 원문이나 모퉁이, 그리고 통로의 입구에는 곳곳에 알게 모 르게 경계를 서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장주를 보게 되자 하나 같이 공손히 허리를 구부리고 절을 했다. 적성수 모용함은 그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성큼성큼 앞으 로만 나가고 있었다. 별안간 꽃나무가 무성한 곳에 갑자기 세 사람의 검은 그림자가 번갯불보다 더 재빠르게 후딱 나타났다가 꽃덤불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게 누구냐 !" 적성수 모용함은 눈이 날카롭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라 캄캄한 밤중이었지만 그 세 명의 그림자가 기이하도록 빨랐으나 역시 적 성수 모용함의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모용함의 폭갈이 터져나온 것이었다.


그 순간에 바람소리가 휙 하니 일면서 세 명의 검은 수건으로

복면을 한 야행인(u ㅍ?惱들이 손에 각기 시퍼런 날이 선 장검을 가슴 팍 앞에 비켜들고서는 나는 듯이 달려나와 적성수 모용함의 앞에 늘어섰다. 적성수 모용함은 너무나 뜻밖의 사태에 걸음을 멈추고 눈을 커 다랗게 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서는 자기네의 호랑이가 웅크리고 용이 숨어져 있는 듯한 표돌산장에 밤중에 야행인이 출입해 들어오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 자신의 무림에서 누리고 있는 명성이나 지위로 보 더라도 감히 어떻게 야행인들이 나타난 것인지 그로서는 이해가 되지않았고 이 야행인들의 담이 그야말로 하늘도 무색할 정도로 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적성수 모용함은 세 사람의 그림자가 꽃덤불 속에 몸을 숨 기게 되었을 때에 자기의 장원에 와 있는 문객인 줄 알고 그저 한 번성이 나있던 참이라 호통쳐 묻게 된 것인데 기다렸다는 듯이 그 세명의 야행인들이 검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에 장검을 든 채 자기 앞에 나서자 속으로 놀라워 하는 것보다 의아한 생각이 더 컸다. 그로서는 강호의 인물들 가운데 감히 그 누가 밤중에 표돌산장 으로 침입해 들어오겠느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터였다. 뿐만 아니라 자기네 장원에는 알게 모르게 경계를 서고 있는 사 람들이 많은데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기에 야행인들이 자 기네 장원 중심지까지 들어오는데도 발견을 하지 못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디서 온 친구요? 야밤에 표돌산장까지 온 것은 무슨 가르침 이라도 있는 것인가?" 적성수 모용함은 울화가 잔뜩나 있었지만은 그래도 강호의 인사 들과 맞닥뜨리게 되자 여전히 침착하게 성질을 누르고 여유를 보 였다. 이는 그야말로 일파종주(薪伉擬殘) 신분에 어울리는 침착한 행 동이었고 또한 말하는 것도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것이 매우 여 유가 있어 보였다. "이 장원까지 찾아온 사람이야 물론 절친한 친구가 아니겠소 ! " 한복판에 서 있는 복면의 야행인이 그 말을 받아 대꾸를 했다. 곧이어 양쪽에 서 있는 흑의의 복면인들이 번개와 같이 몸을 날


려서는 두 자루의 장검을 세찬 폭우처럼 휘두르며 맹렬히 적성수 모용함의 좌우에 있는 요해를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이들 두 복면인은 무공이 약하지 않았으며 두 자루의 장검은 초 식이 정묘하면서도 기이한 것이 엄연히 무당의 수법이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이 나누어 공격을 하되 손과 팔을 전혀 천의무 봉(뒝嫂?l 藻으로 맞추는 것을 볼 때에 틀림없이 검술의 명가인 것 같았다. 두 자루의 장검은 번개와 같은 순간에 대여섯 송이의 검화([ ㅎ)를 허공에 뿌리며 유성같이 적성수 모용함에게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역시 적성수 모용함의 재간은 높은 편이었다. 두 명의 검술에 조예가 깊은 고수가 갑작스럽게 공격을 해왔고 또한 그 공세가 정말 상대하기에는 매섭기 이를데 없어 보이는데 도 그는 무겁게 코웃음을 한 번 쳤을 뿐 왼손의 두 손가락을 구부 려서는 가볍게 좌우에서 날아드는 두 자루의 검을 퉁겼다. 쩡쩡, 하는 소리가 가볍게 울러퍼지는 가운데 두 복면인의 장검 은 즉시 몇 치 정도 퉁겨났다. 두 복면인은 그 순간 갑자기 검을 쥐고 있는 오른손이 화끈 달 아오르면서 장검이 하마터면 손에서 빠져 달아날 정도로 충격이 와닿는 것을 느끼고 그제서야 검을 일단 거둬들여서는 초식을 바 꾸려고 했다. 그러나 적성수 모용함은 왼손의 두 손가락으로 장검을 퉁겨내는 동시에 오른손을 가슴팍 앞에서 수평으로 반원을 그리면서 뻗쳐내 었다. 그의 장세가 재빠른 것 같지는 않았으나 허공을 가로지르는 예 리한 휘파람 소리를 일으키고 있었고 어느덧 한 번 휘두르는 기세 에 따라 맹렬히 뻗치는데 두 복면인은 그저 엄청나기 이를 데 없 는 힘이 자기네들 가슴팍으로 밀려드는 것을 느끼게 되었을 적에 는 다시 몸을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펑 ! 펑 !" 커다란 음향이 두 번 울러퍼지는 가운에 두 사람은 가슴팍에 만 근이나 되는 강철망치로 세차게 얻어 맞은 것처럼 즉시 일 장 밖 으로 퉁겨나듯 떨어지게 되었고 입으로 선혈을 뿜으면서 죽어갔 다. 다른 한 명의 복면인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자 그만 깜짝 놀라 서는 동료의 죽고 사는 것을 돌보지 못하고 몸을 날려서는 도망을 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복면인이 신형을 미처 솟구치기 전에 갑자기 손목이


바짝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마치 강철집게에 잡힌 듯한 통증과 함께 왼손이 어느덧 적성수 모용함에게 움켜잡히게 된 것이었다. 곧이어 적성수 모용함의 차갑게 코웃음치는 소리와 무겁게 호통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흥 ! 너는 잠자코 누워 있거라 ! " 복면인은 그 즉시 신유혈(s 佚勵燐이 마비되는 것을 느끼고 그만 검을 놓친 채 그 자리에서 푹 쓰러지고 말았다. 적성수 모용함은 북오성 무림의 맹주에 부끄럽지 않았다. 살짝 손을 한 번 뻗쳐냄으로써 세 명의 야행인들은 즉시 두 사 람은 죽고 한 사람은 상처를 입고서 쓰러진 것이었다. 세 사람이 쓰러지면서 털썩 하는 소리가 크게 일었고 세 자루의 검이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가면서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밤 중에 다른 사람들의 귀를 따갑게 했다. 삽시간에 부근에서 알게 모르게 경계를 서고 있던 고수들이 놀 라게 되었고 예닐곱 명의 경장을 한 대한들은 어느덧 나는 듯이 다가들었는데 장주인 적성수 모용함이 몸소 나서서 자객을 막은 것을 보고 모두다 놀라 안색이 흑빛이 되고 말았다. 쫙,하는 소리와 함께 적성수 모용함은 야행인의 복면을 한 검은 수건을 찢어내었다.복면인은 보기에 스무 살이 됨직한 젊은이인데 모르는 사람이 아닌가. 그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 질문을 던지려고 했을 때에 갑자기 젊은이의 몸에 찰싹 붙은 야행의(u ㅍ? 의 왼쪽 가슴팍 위에 한 마리의 기린(ㅎ g 玹이 수놓아져 있는 것을 보고 즉시 안색을 굳히 며 호통쳤다. "번비 ! 너는 번비의 수하로구나 !" 그는 사로잡힌 젊은이가 대답을 하기 전에 갑자기 손을 떨치더 니 사로잡힌 젊은이를 한켠에 서서 놀라 얼떨떨해 있는 장한들의 곁으로 던지며 고함을 쳤다. "묶어라 ! " 호통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적성수 모용함은 두 발로 땅을 가볍 게 차고 신형을 수평으로 쏘듯이 날리더니 매처럼 재빠르게 허공 을 가로 지르며 그 자리에서 떠나갔다. 원래 앞쪽 채에서 은연중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었다. 틀림없이 적지 않은 외부의 적이 장원 안으로 침입해 들어온 것 이 분명하기 때문에 적성수 모용함은 급히 그쪽으로 달려간 것이 었다. 이쪽에 남아 있는 몇 명의 경장을 한 대한들은 가까스로 놀란 가슴을 진정하게 되었고 즉시 사로잡힌 젊은이를 밧줄로 꽁꽁 묶 어서는 질질 끌기도 하고 떠메기도 해서는 그 젊은이를 석옥 안에 가두었다. 전백은 이때 한창 석옥 안에서 토납술로 쇄골소혼천불비권을 익 히느라고 이미 자기 자신을 깡그리 잊어버린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는 다만 정신이 밝고 맑으며 온몸은 쾌적하기 이를데 없을 뿐


만아니라 한 덩어리의 진기가 몸 안에서 거침없이 돌고 도는 것을 분명히 감지되는 것이었다. 갑자기 석옥의 돌문에 채워져 있는 자물통이 철커덕 하는 소리 와 함께 문이 열리고 석옥 밖에서 한 사람이 안으로 던져졌는데 어둠속에 눈을 들어 바라보니 그 사람의 모습이 또렷하게 망막에 들어왔다. '밤에도 사물을 볼 수가 있게 되었구나 !' 전백은 가슴 속에서 미칠듯한 희열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원래 전백이 운기행공을 해서 은소탈혼 장사붕의 음마소법에 대 항을 하게 되고 정히 긴박한 고비길에 놓여 있는데 갑자기 모용홍

이 그를 건드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주화입마 될 뻔했다. 다행히 모용홍이 그와 열렬히 부둥켜 안고 떨어질 줄 모르는 광 경이 능풍공자 모용승업으로 하여금 격노하게 하였고 그리하여 능 풍공자 모용승업이 전백에게 일 장을 가하게 된 것인데 일 장을 얻어맞은 전백은 상처는 입기는 커녕 오히려 그의 몸안의 사맥(ч h 王에 충격을 주어 뚫리도록 만들어 주는 결과가 되었다. 그리하여 전백은 입을 벌려 오장육부의 응어리진 피를 토해내게 되고 임독이맥(|慙ㅼㅍ王을 유통시키게 되었다. 이 임독이맥은 무공을 연마하는 사람이 가장 뚫기가 어려운 관 문이라 하겠다. 그런데 공교로운 일들이 겹쳐져 전백은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 다. 그러니까 잇따른 시련과 타격을 받은 끝에 임독이맥이 유통되었 으니 그야말로 하늘이 내리신 기연(`廳洩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 다. 물론 전백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공을 연마하는 사람이 한 번 죽기보다 더욱더 어려운 임독이맥을 뚫기는 했으나 그가 진기 를 유통시키고 있는 경맥이 정도(雨 d 가 아니었다. 만약에 그가 능풍공자 모용승업에게 일 장을 얻어 맞고 사맥이 충격을 받아 뚫리게 되었을 때에 그 즉시 온몸의 근골을 한차례 활동시켜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전신이 마비되어 꼼짝 못하게 되 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그의 운명마져도 끝 장이 나고마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하필 그러한 때에 적성수 모용함이 달려와 그 를 장원의 안쪽으로 데리고 가면서 상당한 거리를 걷도록 해 주었 다.


그 바람에 전백은 온몸의 근골이 활동을 하게 되었고 반신불수 의 병신이 되는 것을 면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다만 근골을 활동시키고 만약에 곧이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조식을 하지 않는다면 역시 기혈이 허약해지는 사증(чㄴ) 을 얻게 될 판이었으나 공교롭게도 표돌산장의 장주인 적성수 모 용함이 그를 장원으로 데리고 들어가서는 그에게 말을 시키지 않 고 석옥에 가두기만 했던 것인데 전백으로서는 때맞추어 이 기회 에 쉬고 운기조식할 기회를 얻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야말로 이런저런 기연(`廳洩이 얽히고 설켜 극도의 공교로운 일들이 벌어지게 된 것은 아마도 전백과 같은 한 명의 순정(獗雨) 하고 선량한 무림의 기인을 마땅히 탄생시켜야 한다는 하늘의 뜻 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를 해치려는 힘들이 오히려 그의 힘을 더해주는 꼴 이되고 만것이었다. 전백은 이때 운기조식을 막 끝내게 되었는데 어두운 밤중에 사 물을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무공이나 내력이 몇 배나 더 증진 된 상태였다. 다만 그는 지금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 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 아마 그는 이미 천하무적이 되어 있으리라. 그것은 이후의 일이고...... 전백은 어두운 석옥 안이고 또 거기다가 캄캄한 야밤인데도 눈 을뜨고 사물을 살필 수가 있자 속으로 한차례 미칠 듯한 희열을 느꼈다. 그는 자기 자신이 믿어지지 않아 석옥에 있는 철창밖으로 하늘 의 별을 바라보았는데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이빨로 자기의 손가락을 깨물어 보았으나 역시 꿈 이 아닌 것이 증명이 되었고 그는 또한 유쾌히 새로 석옥 안에 갇 히게 된 친구를 살펴보게 되었다. 그 젊은이는 몸에 짝 달라붙는 야행의를 입고 있었는데 몸뚱아 리는 마치 엿가락처럼 밧줄에 꼼짝 없이 묶여 있었는데 하나의 온 옥(x ㅎㅎ과 같은 준수한 얼굴은 정말 이목이 청수하고 입술마져 빨간데다가 치아마져 희어서 정말 뛰어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백은 어떻게 된 노릇인지는 모르지만 그 젊은이를 대하게 되 자 마치 인연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친근 한 감을 불연듯 느끼게 되어 그 젊은이를 향해 흰 이빨을 드러내 며 웃어보였다. 한데 그 사람은 천장쪽으로 얼굴을 쳐든채 멍하니 어느 천장의


한곳을 응시하고 있을 뿐 전백에 대해서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전백은 대뜸 어두운 밤중이고 석옥 안에는 또 등불을 밝혀 놓지 않아서 자기는 상대방을 볼 수가 있으나 상대방은 자기를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확연히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형씨는 어인 일로 이 석옥 안에 갇히게 되었소? " 그 젊은이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멍한 시선으로 전백쪽을 바 라보았다. "누구시오 ? 당신은 누구신가요 ? " 아마도 그는 어둠 속에서 석옥 안의 상황을 살펴볼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전백이라 하오. 친구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오?" 그 사람은 전백이 스스로 이름을 들먹이자 생각을 해보더니 강 호에서 그와 같은 인물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없는지라 경 계하는 마음을 턱 놓고서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이미 남의 계하수(ㅍ黑 q 浦가 되었는데 성명을 들먹여서 무엇을 하겠소. 친구 솔직히 친구에게 말하는데 나와 친구는 이미 용담호 혈속에 빠져들었으니 오로지 죽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또 무슨 할 말이있겠소."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백은 빙그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인명은 재천이라 했소.더군다나 대장부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 고 해서 무엇이 즐거우며 죽는다고 해서 무엇이 두렵겠소.우리들 이 한 소행이 자기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부끄러운 점이 없다면 칼과 창을 코끝에 갖다 댄다 하더라도 무엇이 두려울 것이 있겠 소.더군다나 우리들은 여전히 우리들 자신의 총명이나 재질로 살 기 위해 노력을 할 수가 있지 않겠소.설사 죽는 것을 피할 수 없 다 하더라도우리들이 죽기 전에 한 명이라도 더 친구를 사귀게 된 다면 조금이라도 더 위로를 받을 수가 있지 않겠소.더군다나 생사 의 고비를 같이하는 교분이나 어려운 곤경을 함께 치루어 낸 친구 는 더욱더 한평생을 통해서 만나기가 어려운 법이 아니겠소." 그 사람은 전백의 장황한 말에 대해 일리가 있다는 느낌과 더불 어 전백의 견해가 비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만큼 가슴 속 에 쌓였던 울적함도 적지 않게 가셔지게 되어 인사말을 했다. "여러모로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어 정말 고맙구려. 불초는 번 소...." 본래 이 젊은이의 이름자에는 소(q 밑에 또 한 자가 더 있었 으나 반쯤 이야기하게 되었을 때에 자기에게 남모르는 고충이 있 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즉시 입을 다물어 버리고 더 말하지 않았 다. 전백은 그 젊은이가 성은 번이고 이름은 소라고 하는 줄 알고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 말을 받았다. "알고 보니 번소형이었구려. 불초가 번형을 위해 밧줄을 풀어드


리겠소." 그는 다가가 번소를 위해 번소의 두 손과 팔을 뒤로 해서 꽁꽁 묶어놓은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 그 젊은이는 전백의 손발이 묶여있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고 그의 손가락이 자기의 몸에 와닿게 되었을 때에 이미 피하려 고 하더라도 이미 힘을 쓸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 젊은이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생각했다. '내 자신이 평소 얼마나 콧대 높게 행동했으며 오기를 부렸던 가? 그런데 지금은 두 눈을 멀거니 뜨고서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주물도록 몸을 내맡겨야 하니 정말 한심하구나.'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는 창자가 에이는 듯한 아픔을 느끼 고 그만 두 방울의 눈물을 주르륵 홀렸다. 전백은 이 젊은이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의 밧줄을 풀어 주자 오히려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는 위로의 말을 했다. "번형 이까짓 좌절을 좀 받았다고 해서 그렇게 번뇌할 것이 어 디있겠소. 생각해 보시오. 공자(]碇ㅎ 같은 성인도 진채지액(ㄷ甑 薔 t 玹이 있었지 않소." 그리고 나서 그는 자기가 한평생 겪은 굴욕과 시련들을 약간 들 려주었다. 번소는 전백의 말이 성실하고 간곡할 뿐만 아니라 겸허하면서도 열정적인 성품인 것을 보고는 마음 속으로 전백에 대해서 더욱더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전백이 그 젊은이의 몸뚱아리를 묶었던 밧줄을 다 풀어 주었으나 그 젊은이가 여전히 움직이지를 못하는 것을 보고 그제 서야 그 젊은이가 아직도 혈도를 짚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 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그 젊은이를 위해서 추궁활혈(騶_盛?燐의 수법을 써서 혈 도를 풀어주려고 했으나 번소는 막무가내로 전백이 손 쓰는 것을 마다했다. 전백은 그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 정도로 사양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했지만은 심지가 아직도 순수하고 고결한 편 이라 다른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전백은 번소가 죽자하고 마다하는 데에도 별수없이 능공 불혈(ㅎ]頹們燐의 수법을 써서는 번소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이 능공불혈의 수법 역시 쇄골소혼천불비권을 손가락으로 더듬 어서 익히게 된 것이었다. 전백은 다만 책에 기록돼 있는대로 펼쳤을 뿐이었고 결코 이 수


법이 일단 펼쳐지게 되면 얼마나 세상 사람들이 놀라게 되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반면에 번소는 속으로 여간 놀라지 않았다. '적성수에게 잡혀서 이 석옥에 갇��� 있는 사람이 이와 같이 절 세적인 무공을 지닌 무림의 고수라고는 생각지 못했구나.' 바로 이때 감자기 창문밖에서 불빛이 빛나고 곧이어 사람들이 물끓듯 떠드는 소리와 죽여라 하는 고함 소리가 그들의 고막을 뒤 흔들어 놓았다. 두 사람이 그만 어리벙벙해지게 되었을 때에 갑자기 석옥 문 밖 에서 억 ! 억 ! 하니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 다. 아마도 누가 남에게 혈도를 짚힌 모양이었다. 곧이어 철문이 철커덕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게 되었고 한 키가 훤칠한 그림자가 문앞에서 한 번 흔들하니 신형을 움직이더니 무 거운 어조로 호통을 내질렀다. "빨리 가세 !" 전백은 이제 어둠 속이라도 사물을 환히 내다볼 수 있을 정도로 눈이 예리해진 까닭으로 즉시 그 사람이 머리카락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다니는 뇌대숙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뇌대숙은 석옥의 문입구에서 번쩍하니 어느덧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전백은 더 꼼꼼히 생각을 해볼 여유를 갖지 못하고 번소를 잡아 당기며 호통쳤다. "감시다 ! "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어느덧 몸을 날려서 석옥의 문을 나서게 되었고 번소 역시 그의 뒤를 따라 달려나왔다. 두 사람이 석옥의 문을 나서게 되었을 때에 왼쪽에 있는 여러 상방(嗇 k ㅎ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는데 그 화광이 허공으로 마구 치솟아 있어 주위를 대낮같이 밝혀주고 있었다. 더군다나 불길이 대낮같이 밝혀진 가운데 칼빛과 검의 그림자가 어지럽게 어울러지는가 하면 사람들의 그림자 역시 서로 교차하면 서 어울려져 있었다. 이미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서로 상대를 찾아 목숨을 건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펑펑 ! " "창창 !" 손과 주먹이 엇갈리고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 하고 있었다. 상황이 그만큼 격렬한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상처를 입고 땅바닥에 쓰러진 사람의 신음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잘라진 사지가 허 공으로 쏘아지듯 날아올랐고 칼빛이 번쩍이는 곳에 피빛이 눈부시 게 이는 등 사람들로 하여금 눈이 부시고 간담이 서늘해지도록 만 드는 것이었다. 전백은 이리저리 살폈으나 뇌대숙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


었다. 번소는 대뜸 자기쪽의 사람들이 심한 살상을 입고서 연신 물러 나고 있으나 점점 지탱하지 못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표돌산장쪽의 사람들은 더욱더 갈수록 용감해지는 것 같았으며 그들 가운데 한 명의 묘목도인은 더욱더 그 날쌤을 그 누구도 당 해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묘목도인은 신형을 번개와 같이 어지럽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한 쌍의 무쇠와 같은 손을 비바람 한 점 뚫지 못할 정도로 휘둘러대 고 있었는데 장풍은 사납기 이를 데 없었고 너무나 재빠르게 허공 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돌풍처럼 휘파람 소리를 내었다. 그야말로 그와 맞선 사람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번소는 그 묘목도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다만 자기의 둘째 오라버니인 추풍검(ㄷㄸ[ 번걸과 분우산(m y 幡ㅍ 금(헐)씨 형제들 세 사람의 세 자루 단검이 함께 묘목도인 을 상대로 싸우는데 묘목도인의 한 무쇠와 같은 손에 몰려서 허겁 지겁 돌아가는 것이 마치 주마등을 연상시키는 것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들 세 사람은 묘목도인의 옆에도 가까이 가지 못하고 아슬아 슬한 위기만 연신 맞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이때 추풍검 번걸은 추풍검의 절초인 질풍참경초(덥ㄸㄷ퍼 ㄷ)라는 절초를 펼쳐 몸을 수평으로 쏘아지듯 달려나오면서 손에 들고 있는 검으로 한 가락의 은빛 광채를 빛내면서 곧장 묘목도인 의 등심에 있는 삼초(o ㅍ와 봉안(⑭戴), 신당(s 聿惱 삼대요혈을 뒤덮듯이 하고 찌르려고 했다. 묘목도인은 왼손을 갈고리처럼 짝 펴고서 손가락 끝을 살짝 구 부리더니 맹렬한 기세로 금씨 형제들 가운데 안면을 찍으려고 들 었고 오른손은 비스듬히 칼날처럼 세워서는 금씨 형제들 가운데 동생의 견정혈(ㅍㄴ )을 내려쳤다. 일초이식으로서 동시에 두 사람을 공격하는데 솜씨가 무척 비범 한 편이었다. 금씨 형제들은 즉시 한 가닥 거대한 압력이 맞은 편 에서 부딪쳐 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가슴팍의 기혈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되어 한 번 막아보려고 했으나 손을 쳐들 기운도 없 어지고 말아 그야말로 묘목도인의 손과 손가락 아래에 상처를 입 고 말 것같았다. 추풍검 번걸은 질풍참경초라는 초식이 때맞추어 펼쳐지게 되었 고 싸늘한 검의 끝이 묘목도인의 등심에서 미처 세 치도 되지 못


한 곳에 이르게 되었다. 묘목도인은 두 눈이 멀었지만 등 뒤에 마치 눈이 달린 사람처럼 몸을 와락 돌려버리자 추풍검의 장검은 그만 허공을 찌르게 되었 고 묘목도인의 옷깃을 스칠듯 하면서 지나가게 되었는데 묘목도인 은 이때 백과안(k 褓ㅍ惱인 흰창을 홱 뒤집더니 폭갈을 터뜨렸다. "압 ! " 그리고 번개와 같이 일 장을 들어 추풍검 번걸이 허공으로부터 수평으로 쏘아져 들어오는 몸뚱아리를 향해 맹렬히 후려치는 것이 아닌가. 추풍검 번걸은 너무나 맹렬하게 힘을 쏟았고 본래 일 초로서 묘 목도인을 끝장내려고 했던 것인데 묘목도인이 바람 소리를 듣고 위치를 분간하는 청각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욱더 영민하고 정 확하여 비단 추풍검 번걸의 살수를 피했을 뿐만 아니라 일 장을 되받아 쳐오는데 그 세찬 장력이 휘파람을 일으키며 허공을 가리 키는 것이 도저히 맞설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추풍검 번걸은 몸뚱아리가 허공에 있었기 때문에 초식을 바꿀 수도 없어 그만 속으로 부르짖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목숨이 끝장이로구나 ! " 별안간 한 명의 검은 그림자가 번개같이 미끄러지듯 들이닥치게 되었고 허공에서 묘목도인의 일 장을 맞받았다. 펑, 하는 소리가 커다랗게 이는 가운데 달려와 일 장을 맞받아 친 묘목도인의 손아귀에서 추풍검 번걸의 한 목숨을 구하는데 성 공을 한 셈이었다. 그러나 달려와 일 장을 맞받은 사람은 묘목도인의 엄청난 장풍 에 허공에서 퉁기듯 이 장이나 뒤로 밀려나게 되었고 허공에서 잇 따라 세 번이나 재주를 넘고서야 가까스로 땅 위에 내려서게 되었 는데 땅위에 내려서게 되었을 때에 이미 휘청하니 몇 걸음을 옮기 고도 자세를 가다듬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전백은 그와 같은 광경을 똑똑히 보고 있었는데 추풍검 번걸의 한 목숨을 살려준 사람은 바로 자기와 함께 서 있던 번소였다. 추풍검 번걸은 죽음에서 목숨을 건지게 되어 몸뚱아리가 곧장

일장 밖으로 날려 나가서야 가까스로 두 발을 땅에 대고 내려설 수 있었는데 가까스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게 되자 검을 가슴팍 앞에 비켜들고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서는 사방을 살폈다. 번소는 억지로 묘목도인의 일 장을 맞받아 치기는 했으나 손과 팔이 온통 저려오고 가슴 속의 기혈은 마구 끓어올라 두 발로 땅 을 딛고 서기는 했으나 몇 번 휘청거렸다.그리하여 정히 입술을


꼭 다물며 억지로 목구멍까지 끓어 올라온 한 모금의 선혈을 억누 르게 되었는데 초롱초롱하니 별빛처럼 빛나던 눈동자의 눈빛은 어 느덧 흩어져 있었고 빼어나게 준수한 얼굴은 창백하기만 했다. "이 녀석 봐라." 묘목도인은 광소를 터뜨리며 소리쳤다. "하하하, 너희들은 도대체 몇 사람이나 있느냐? 모조리 덤비도 록 해라. 이 도사나으리께서 함께 너희들을 서쪽의 하늘 나라로 보내주도록 하마.!" 그는 그와 같이 입으로 큰소리를 치면서 왼손을 수평으로 뻗쳐 일장을 후려쳤다. 허공을 가르는 광풍이 분우산 이의(諡詩)와 추풍검 번걸에게로 세찬 파도처럼 밀려가게 되었다.동시에 그는 오른손을 머리 위까 지 쳐들어서는 두 번 흔들자 팔의 뼈마디에서 우두둑 우두둑 하는 소리가 크게 이는 가운데 손바 닥이 즉시 청색으로 변하면서 태산이 머리 위로 무너질 것 같은 세찬 기운이 허공을 가르는 휘파람 소리를 내며 번소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묘목도인은 아예 번소를 일 장으로 격살하리라고 작정을 한 모 양으로써 그 일 장에는 전신의 공력이 끌어올려진 상태였다. 번소는 깜짝 놀라 두 눈을 휘둥그래 뜨게 되었을 때에 묘목도인 의 장풍은 마치 광풍노도와 같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데 그 위력이 놀랍게도 이 장 둘레 안을 완전히 뒤덮고 있어 피할래야 피할 수 가 없었다. 별수 없이 번소는 이빨을 깨물며 패왕거정(ㄸ伐ㅌ鈗)이라는 일 식을 펼쳐 두 손에다가 온몸에 퍼져 있는 힘을 끌어모아서는 위로 쳐들어 상대방의 엄청난 장력을 맞았다. 분우산 금씨 형제들과 추풍검 번걸은 묘목도인의 왼손으로 뻗쳐 낸 세찬 장력에 밀려 그만 놀란 소리를 내지르며 급히 뒤로 물러 서야 했고 번소는 억지로 묘목도인의 일 장을 맞받았던 나머지 내 장이 이미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은 터에 어찌 묘목도인의 전신 공력이 모인 일 격을 감당해 낼 수가 있겠는가? 따라서 번소는 두 손에다가 전신의 진력을 돋구고 위로 향해 장 력을 뻗쳐 냈지만은 즉각적으로 묘목도인의 장세가 마치 천 근이 나 되는 거대한 갑문([ㅍㅍ처럼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그만 눈앞이 캄캄해지게 되었고 다시는 목구멍까지 끓어올라온 선 혈을 억누르지 못하고 왁, 하니 입을 벌리면서 선혈을 뿜어내면서 뒤로 벌렁 쓰러졌다. "손을 멈추어라 !" 한소리 폭갈과 더불어 위기일발의 요긴한 순간에 전백이 질풍과 같이 달려들면서 쌍당장(t ㅎ遁王으로 맹렬히 묘목도인의 앞가슴을 후려치려고 들었다. 묘목도인은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없으나 청각 만큼은 눈이 있는 사람보다 더 뛰어난 편이었다. 전백이 소리를 치면서 반격을 시도해오자 묘목도인은 백과안을


홱 뒤집더니 얼굴에 한 가닥 독한 살기를 떠올렸다. 틀림없이 그는 여러 사람에게 포위공격을 당하게 되자 가슴 가 득히 노여움을 억제하기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포위공격이나 암산을 그는 가장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했다. 왜냐하면 그의 두 눈은 바로 여러 사람들의 포위공격과 암산 아 래에 멀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의 굳건한 의지력으로 두 눈이 완전히 멀게 된 이후에 도 비단 자신의 고강한 무공을 방치하지 않고 더욱더 고생을 하면 서 갈고 닦기 위해 삼십 여년 동안 황량한 산 속의 동굴에서 성과 이름을 감추고 살아왔던 것인데 그 결과 그는 귀로 눈을 대신하는 목적을 이루게 되었고 오히려 눈이 있는 사람보다 더욱더 영민한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동시에 삼십 여년 간에 걸친 고된 수련은 그의 무공이 또 얼마 나 증진되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가 두 번째로 다시 강호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을 때에 강호 는 그야말로 벽해가 쌍전이 된다고 이미 사람들이나 상태가 옛날 과는 전혀 면모를 일신하고 있었고 그를 포위공격하여 암산을 했 던 사람들도 대부분이 죽고 살아남지 않았으며 한두 명이 남아서 여생을 보내고 있던 사람들도 살해를 당하고 말았다. 그 이후에 그는 적성수 모용함에게 망라되어 표돌산장에서 세월 을 보내는 표돌산장 십대 고수의 한 사람이 된 것이었다. 오늘밤 적이 대거 침범해 오자 묘목도인은 모용장주가 자기를 알아봐 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움에 임했던 것 인데 그의 무공이 고강하여 삼사 초에 몇 명의 적을 죽인 것이었 다. 그런데 번씨 문중의 삼걸(o 玹 가운데 둘째인 추풍검 번걸은 표돌산장을 침범해 온 사람들 가운데 손꼽히는 고수의 한 사람이 라 할수 있었다. 그는 묘목도인의 위세가 무척 사납고 맹렬해서 감히 맞서는 사 람이 없는 것을 보고 즉시 장검을 꼬나쥐고는 고봉출소(ㅍ⑭朮哭) 라는 일 초를 펼쳐서는 묘목도인을 공격하기에 이르렀던 것이었 다. 그러나 삼십육로의 추풍검을 펼쳤으나 무림에서 추풍검으로 알 려진 번걸은 여전히 묘목도인의 적수가 되지 못하게 되었고 십여 초를 겨루게 되었을 때에 이미 위험한 상태가 백출하게 되었다. 번걸이 장검으로 디미는 초식은 매번 묘목도인의 강경한 장풍에 밀려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곤 했다.


분우산의 금씨 형제들은 소장주(q 琶ㅎ가 혹시라도 어떤 실수 가 있을까 해서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휘두르며 추풍검 번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묘목도인을 공격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묘목도인은 백과안을 어지럽게 번득이고 매서운 휘파람 소리를 불 어내는 가운데 한 쌍의 무쇠와 같은 손을 나는 듯이 움직여 손가 락으로 찍고 손으로 후려치는 등 막강한 장풍을 쏟아내 허공의 구 름을 휘젖듯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막강한 공세를 펼쳤던 것이었 는데 한 쌍의 맨손인데도 세 명의 검술명가를 상대로 싸웠지만 여 전히 은연중 우세를 차지할 수가 있었다. 추풍검 번걸은 너무나 빨리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한 끝에 점차 열세에 몰리게 되었을 때에 위험을 무릅쓰고 추풍검의 살초 인 질풍참경초를 펼쳐내 열세를 만회하고자 묘목도인이 손과 손가 락을 함께 써서 금씨 형제들을 공격할 때에 등심의 문호가 활짝 열리게 되었을 때에 검과 몸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는 맹렬한 기세 로 묘목도인의 등심에 있는 상대요혈을 찌르려고 들었던 것이었 다. 그런데 뜻밖에도 묘목도인의 무공은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 고 바람 소리를 듣고 방위를 구분하는 고수인지라 몸을 번개같이 회전시키므로써 추풍검 번걸의 매서운 살수를 피했을 뿐만 아니라 추풍과 같이 일 장을 쪼개내어 추풍검 번걸을 즉시 죽음으로 몰아 넣으려고 했던 것이었으나 번소가 때맞추어 달려와 묘목도인의 일 장을 맞받게 됨으로써 추풍검 번걸이 묘모도인의 무쇠와 같은 손 아래에 시체가 되어 쓰러지는 액운을 면할 수가 있게 된 것이었 다. 하지만 번소는 묘목도인의 일 장을 맞받아 쳤기 때문에 이미 내장에 상처를 입게 되었다. 묘목도인으로 말하면 가장 적이 많은 사람의 수로 이길려고 하 는것을 가장 증오했는데 적수가 싸우면 싸울수록 많아지는 것을 보고 그만 살기를 일으키게 되었고 세찬 노여움이 끓어오른 나머 지 그가 강호에서 크게 명성을 떨친 강기흑살장(ㅌ a ㅍ竗ㅎ王을 펼 쳐 내었던 것이었다. 묘목도인은 일손을 수평으로 뿌려내 먼저 추풍검과 분우산 금씨 형제들을 물러나게 하고 오른손으로 강기흑살장을 돋구고서 맹렬 히 번소의 머리를 내려쳤던 것이었다. 물론 번소는 추풍검 번걸을 구하려고 했을 적에 묘목도인의 일 장을 얻어맞아 내장에 이미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묘 목도인의 강기흑살장 일 격을 받아낼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번소는 억지로 두 손을 돌고서는 마주쳐 나갔으나 즉 시 묘목도인의 장력이 태산이 무너질듯한 기세로 억누르는 것을 보고 그만 눈앞이 캄캄해지게 되었으며 가슴팍의 기혈이 마구 끌 어올라 다시는 더 뻗쳐내지 못하고 입을 빌리고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한 이후에 그 자신은 그만 뒤로 벌렁 쓰러졌던 것이었다.


묘목도인의 장세는 허공을 가로지르며 소용돌이를 치는듯 했고 맹렬하게 후려치는 그 기세로 미루어 보아 일 장이 적중된다면 번 소는 그만 한 무더기의 곤죽으로 화하지 않으면 이상한 노릇이 될 것같았다. 한데 전백은 무서움을 모르고 맹렬히 호통 소리를 내지르며 두 손을 뻗쳐내며 달려들게 되었고 무슨 초식이니 하는 것을 따질 사 이도없이 천불권의 불문진력을 십성이나 끌어올렸던 것이었다. "우르릉, 펑 ! " 우뢰와 같은 소리가 벼락같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전백의 두 손 이 묘목도인의 장력과 정통으로 마주치게 되었고 세찬 기류가 사 방으로 소용돌이치면서 회오리 바람처럼 사방으로 쏘아져 나가는 바람에 흙모래와 돌이 사방으로 튀는 등 위세가 놀라웠다. 전백은 휘청거리며 묘목도인의 강기흑살장력에 충격을 받은 나 머지 맹렬히 대여섯 걸음 뒷걸음질을 하게 되었고 눈앞이 캄캄해 지면서 귀에는 우뢰 소리가 들려 음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장력이로구나 !" 한데 이는 그가 천불권의 공력에 힘입은 바가 컸던 것이었다. 만약에 그가 청불권에 실려있는 내공을 연마하기 전에 묘목도인 의 그와 같은 일 장을 얻어 맞게 된다면 어찌 목숨을 부지할 수가 있었겠는가. 묘목도인은 몸을 마구 흔들었으며 넓다란 도포자락이 마구 허공 으로 펄럭이며 날아오른 것 같아 속으로 역시 놀람을 금치 못하게 되었다. '이 사람의 장력이 어떻게 이토록 심후한가? 은연중에 불문의 항마장력(ㄹ h ㅎ煙鍼이 서려 있구나. 기세가 위맹한 것은 그야말로 내 한평생 보기 드문 것이로구나.' 이때 폭갈소리 속에 추풍검 번걸과 분우산 금씨 형제의 세 자루 장검이 마치 은빛 무지개가 허공을 가로 지르듯 다시 일제히 묘목 도인에게로 뻗쳤다. 전백은 묘목도인의 장력에 충격을 받고 약간 머리가 띵 하고 빠 개지는 것 같았으나 그 자리에 서서 잠시 쉬게 되자 가까스로 정 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그러자 그의 눈에는 땅바닥에 맥없이 쓰러져 있는 번소가 눈에 띄었는데 번소의 안색이 종이장처럼 창백하고 입가에는 피가 새어 나오고 있지 않은가. 거기다가 추풍검 번걸과 분우산 금씨 형제 세 사람의 장검이 어느덧 다시 묘목도인을 에워싸듯 하고서 싸우 고 있는것을 보고 전백은 싸움에 연연할 생각도 없었고 먼저 사람 을 구하는 것이 더 급하다고 생각하고서는 땅바닥에 쓰러진 번소 를 안아 일으켜서는 몸을 날려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이 녀석, 거기 서지 못해 ! " 폭갈 소리와 더불어 한 사람의 그림자가 쏘아지듯 달려들면서 허공에서 이미 일 장을 후려치는데 그 허공을 가로지르는 휘파람 소리와 기세가 여간 놀랍지 않았다.전백은 손에 한 사람을 안고 있었고 나타난 사람의 기세가 흉악하고 맹렬한지라 감히 맞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천근추의 수법을 써서는 재빨리 신형을 땅바 닥에 떨구었다. 그러나 공격해 온 사람의 솜씨는 민첩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자는 허공에서 일 장이 허공을 후려치게 되자 몸뚱아리를 폭 우처럼 날려서는 휙, 하니 어느덧 전백의 머리 위로 다가들어서는 손을 뻗치고 운룡현조(桑 ㄹㄴ)라는 일식으로 변화시켜 손가락으 로 갈고리처럼 해서는 다섯 손가락에서 휙휙, 하는 휘파람 소리를 일으키며 전백의 정수리를 박살내려고 들었다. 이 신법과 초식은 번개와 같이 빨랐고 또 그 사람이 허공에 뛰 어올라 움켜잡으려고 하는 바람에 그 위력이 이 장 둘레의 바닥을 뒤덮듯 하고 있어 전백으로서는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었고 그렇 다고 맞받아 치자니 공력이 부족했다. 더군다나 그는 두 손으로 안고 있는 번소가 상해를 입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망설이게 되자 즉시 머리 위에서 다섯 가락의 지풍 이 세차게 뻗쳐오는데 살갛에 닿자 샅갖이 먼저 통증을 일으키는 가운데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전백은 속으로 흠칫 놀라 생각했다. '야단났구나 ! ......'

그런데 갑자기 한 사람의 그림자가 더욱더 재빠르게 비스듬히 쏘아지듯 날아들더니 허공에서 하나의 원을 그리며 허공으로 뛰어 올라 전백에게 덮쳐드는 사람과 서로 교차했다. 퍽, 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그림자는 신속하게 유 성처럼 땅바닥에 떨어지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나누어져 양쪽 이 장쯤 떨어진 곳에 내려서는 것이었다. "뇌진원(b 蕣凹 ! ' 먼저 전백에게 허공으로 뛰어올라 공격을 했던 사람의 그림자는 바로 안색이 희다 못해 푸르스름한 외팔이의 대머리 노인이었다. 그리고 비스듬히 옆에서 날아들어 그 사람의 무서운 공세를 막 은 사람은 바로 머리카락이 덥수룩하고 헝클어진 뇌대숙이 아닌 가. 이때 대머리 노인 독정로인은 안색이 치미는 울화에 창백해져서


는 노기띤 눈을 부릅뜨고 뇌대숙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설마하니 자네가 배신자는 아니겠지 ? " "사마경(о ㅍ) !" 뇌대숙은 불어오는 밤바람에 헝클어지고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마구 나부끼며 무거운 어조로 호통을 내질렀다. "터무니 없는 소리 작작하게 l!" "이 뇌모가 어떤 사람인가 ? " 전백은 그 소리를 듣고서야 이 외팔이에 대머리를 한 노인이 바 로 이십 년 전 이름만 듣고도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추혼령(ㄷ f 사마경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속으로 그만 섬칫해짐을 금하지 못했다. 원래 추혼령 사마경은 서북도상에서 이름이 알려진 마두로 독각 비마(d▧мㅎㅎ 이거(|ㅎ菽와 더불어 새외쌍잔(笙 x 楯ㅎ惱으로 일 컬어지고 있을 정도였으며 그의 무공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 도로 고심했다. 거기다가 일을 처리하는 것이 괴팍하기 이를 데 없고 수단이 너 무나 참혹한데다가 일단 이 사람에게 걸려들었다 하면 죽을 때까 지 끝을 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자기에게 충돌을 일으킨 상대를 모조리 죽여버려야만 일을 끌내 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강호에서는 흑백이도를 막론하고 이 두 명의 마두들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사갈처럼 무서워 하고 피하는 등 그 누구도 감 히건드리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그 역시 모용장주인 적성수 모용함 에 위해 망라되어 이 표돌산장에서 기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추혼령 사마경은 여전히 뇌대숙을 향해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 었다. "어째서 장원에서 도망가는 자를 사로잡으려는 노부를 저지하는 가 ? " "사마형은 아마도 오해한 것 같네." 그리고 뇌대숙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젊은이는 이 뇌모의 후배라네. 그 누가 장원에서 도망치는 사람이라고 하던가 ? " "흐흐흐......" 추혼령 사마경은 냉소를 한차례 흘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노부와 장주가 몸소 그를 사로잡아서 뇌옥 안에 가두어 두었는 데 거짓일 리가 있겠는가? 뇌진원 자네는 분명히 장주를 배신한 것이 틀림이 없어......" "닥쳐 ! " 뇌대숙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지러운 머리카락을 곤두세우 듯 하고서 두 눈에서 번갯불과 같은 안광을 쏘아내며 외쳤다.


w1 남장여인 번소란 w0

"설사 이 뇌진원이 배신했다 해도 자네와 같은 대머리가 이러쿵 저러쿵 말할 것이 못 돼 ! " "뇌풍자 ! " 추혼령 사마경은 자기를 대머리라고 부르는 것을 가장 꺼려하는 사람이었는데 뇌대숙이 그를 대머리라고 욕을 하니 그만 눈에 흉 칙한 광채를 내쏘며 음흉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은 자네를 두려워 할지 모르지만은 이 사마경은 자네 를 두려워하지 않네. 자네의 그 칠십이로천불장(ㄸ t ㅍㅍ冕 儡王 이 천하무적인 줄 아는가? 노부가 볼 때는 일고의 가치조차 없 네." 뇌대숙은 두 손을 세우고는 오만하게 말했다. "믿기지 않는다면 달려나와 시험을 해보실까? " 추혼령 사마경은 그 대머리를 살짝 숙여 보였다. "좋아 노부는 너 뇌풍자의 천불절학을 한 번 가르침받아 보도록 하지." 그러더니 외팔을 쭉 뻗어내며 신형을 번개와 같이 쏘듯이 날려 서 뇌대숙의 가슴팍을 향해 일 장을 찍으려 했다. 장풍이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이는 가운데 세 찬기류가 산사태처럼 들이닥치는데 추혼령 사마경의 장력이 정말 놀라웠다. 뇌대숙은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고 태산과 같이 우뚝 버티고 서 서 추혼령 사마경의 위세가 엄청난 일 장을 보고도 못본 척하는 것이아닌가. 추혼령 사마경의 엄청난 장풍은 마치 유성이 흐르듯 뇌대숙의 가슴팍에 적중할 것 같았다. 그 순간 갑자기 그는 손을 갈고리처럼 만들어 다섯 손가락을 짝 펴서 온 허공에 손 그림자를 드리워 뇌대숙의 가슴팍과 배에 있는 급소를 맹렬히 찍으려고 했다. 전백은 옆에서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 속으로 가슴이 여간 두근 거리지 않았다. 독정로인의 한쪽 팔이 그토록 위맹하고 신속하며, 변화를 헤아 릴길이 없는 신기한 초식을 펼치리라 생각지 못했던 바였다. 실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이 어지러워지고 간담이 서늘하도록 만들 었다. 뇌대숙은 추혼령 사마경의 그 기묘한 초식에 대해서 조금도 서


두르지 않고 여유있게 여전히 우뚝 선 자리에 버티고 서서는 허공 을 가득 뒤덮는 듯한 손가락의 그림자가 어느덧 가슴팍 앞까지 뻗 쳐오자 그제서야 신형을 번개같이 선회시키며 그 테두리에서 벗어 나는 것이 아닌가. 전백은 뇌대숙이 도대체 어떤 신법을 사용했는지 미처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눈앞이 번쩍 하는 순간 뇌대숙이 이미 갈고리 같은 손가락 그림 자 밖으로 벗어난 것을 알 수 있었을 뿐이었다. 밖으로 일단 벗어난 뇌대숙은 오른손을 칼날처럼 세워 비스듬히 독정로인의 뒷통수에 있는 풍부중혈(ㄸ m ㅍ澐燐을 노렸고 왼발로는 맹렬한 기세로 독정로인의 미추(ㅢㄷ)를 노리는데 일초이식이 기 묘하기 이를 데 없었다. 뇌대숙은 상대방의 초식을 보고 초식으로 반격을 했으며 손과 발을 함께 썼는데 그 재빠름이 전광석화와 같았고 또한 적이 반드 시 막아야 할 부위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전백은 처음으로 고수들이 초식을 겨루는 것을 보고 속이 근질 근질 하는 호기심을 잔뜩 느끼게 되었고 뇌리에는 영감이 번쩍이 게 되었다. 추혼령 사마경은 신형을 한 번 뒤집었다 한 번 웅크리며 비스듬 히 이 장 밖으로 쏘아져 나가 가까스로 뇌대숙의 한 손과 한 다리 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으나 이미 치밀어오른 노여움에 두 눈에서는 불을 뿜을 것 같았다. 그는 더 말을 걸어오지 않고 재차 맹렬히 몸을 날려서는 덮쳐들

었다. 두 사람은 벼락같이 나누어졌다가 다시 어울러지게 되었는데 신 법은 똑같이 기이할 정도로 빨랐으며 초식은 더욱더 정묘하기 이 를데 없어 전백은 눈이 어지러워질 지경이었다. 그는 속으로 미칠 듯이 기뻐했으며 사람을 데리고 도망을 쳐야 한다는 사실마저도 깜박 잊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사람이 교환하는 일초일식을 주의깊게 주시했다. 고수들이 초식들을 겨루는 것을 볼 수 있으면 사부를 삼 년 동 안 모시고 있는 것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었다. 전백은 아버님의 원수를 갚아야 하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서 무공 을 익히는데 심취하여서는 노력을 한 바가 있으나 일찌기 한 번도 명사(☏n 鹵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운 것이 쓸데없는 몸놀림에 불과했다. 그와 같은 초식은 몸을 건강하게 다진다거나 근골을 튼튼히 한


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나 무림고수와 한 번 승부를 겨루기 에는 있었다. 너무나 뒤떨어지는 무공이라 할 수 뇌대숙은 온갖 애를 써서 그 를 동굴 속에 가두어 두고 천하제일기서인 쇄골소혼천불비권을 주 어 어둠 속에서 전백으로 하여금 그 비결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알 아내고 정통 심법의 문경(j ㅍ董을 엿볼수 있게 하고 토납연기지술 (ㄸㅎ裏 a ㅍ悔匯을 익히게 한 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은소탈혼 장사붕의 음마소법에 의한 시련을 겪게 되고 능풍공자 모용승업의 무자비한 타격이 오히려 그의 온몸에 널려있는 기경팔맥을 뒤흔들어 뚫리도록 했지만, 진정으로 손을 써서 초식을 겨룰 때의 기묘한 변화라든가 임기응변은 여전히 아 무것도 모르는 형편이었다. 뇌대숙과 대머리에 외팔이의 노인인 추혼령 사마경으로 말하면 모두 다 당금 무림의 일류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고수들이고 표돌산장의 십대 고수의 대열에 끼어있는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의 내공수위(b ㅎ奬瘡董는 똑같이 노화순청(b?欠妊積의 경지에 도달했으며 몸에는 절세적이면서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고심한 무학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 모용장주에게 똑같이 중시를 받았고 똑같이 융숭한 대접을 받은 셈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가 속으로 승복 하지 않고 있었다. 모두다 무림에서의 신분이나 지위가 지극히 존귀한 몸들인지라 무단히 까닭없이 맞대면을 해서 무공을 겨룰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두 사람이 일단 손을 쓰게 되자 똑같은 표 돌산장에 속하는 사람들인데도 적과 손을 써서 겨루는 것보다 더 욱더 악독했으며 더욱더 맹렬하다 할 수 있었다. 야밤에 모용장으로 쳐들어왔던 적들의 수가 적지는 않았으나 모 용장주인 적성수 모용함이 거느리고 있는 무림의 고수와 장주 본 인이 모두다 나서서 침범해 온 적을 맞아 싸우고 있었다. 거기다가 침범해 온 적들이 불을 질러 산장을 태우고자 했기 때 문에 전체 표돌산장에는 사람을 죽여라 하는 고함 소리가 천하를 진동시키고 있었고 불꽃은 하늘을 불태울 것처럼 이는 가운데 수 십 수백명이 서로 어울려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뇌대숙과 추혼령 사마경 두 사람이 맹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광경을 다른 사람이 좀처럼 발견할 수가 없었다. 뇌대숙과 추혼령 사마경은 어느덧 속공을 펼치더니 눈 깜짝할 사 이에 이십여 초를 교환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갈수록 빨리 움직였고 손놀림이 매서워졌으며 초식은 더욱더 이상야릇하여 기묘함을 거듭 보여주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신법 또한 돌개바람이나 번개같이 재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가 운데 세찬 장풍으로 커다란 기류를 소용돌이 치듯 사방으로 뻗쳐 나게 만들어 그 여파가 이 장 둘레의 범위를 뒤덮듯 했으며 그 바 람에 모래와 작은 돌들이 마구 튀고 날으는가 하면 정원의 꽃나무


들의 가지와 낙엽들이 사방으로 날아가는 등 그 기세가 정말 놀라 웠다. 전백은 그만 그와 같은 광경에 넋을 빠뜨리게 되었고 두 손에는 부상을 입고 혼미해진 번소를 안은 채 한켠에 서서는 두 눈을 한 번 깜박이지도 않고 두 사람이 뻗쳐내고 있는 일초일식을 시켜보 고 있었다.

눈앞과 주위에 화광이 충천하고 죽여라 하는 소리가 귀를 가득 메우는 혼전의 장면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었으나 그는 여전히 보지를 못한 듯 했으며 심지어 자기 자신이 지금 어디에 와 있는 지도 잊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대단하군요. 빨리 가지 않고 거기서 무엇을 기다리는 것 이죠 ? " 한소리 나직한 호통 소리와 더불어 그 누가 소매자락을 잡아당 기지 않는가. 전백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한 간드 러지고 가날픈 인영이 어느덧 나는 듯이 어둠 속으로 몸을 날리는 것이 보였다. 그제서야 전백은 자기가 용담호혈에 들어있는 셈이고 품 속에는 아직도 부상을 입고 혼미 속에 빠져있는 새 친구가 안겨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고 또한 자기에게 경고를 해준 사람이 친구 이지 적은 아닌 것 같아 우선 이 위험한 곳에서 벗어나 번소를 위 해 상처를 치료해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일이든 이후에 다시 논하기로 작정했다. 그는 즉시 몸을 날리게 되었으며 그 가날프고도 조그마한 검은 그림자를 따라 몸을 날렸다. 앞서서 달려가고 있는 검은 그림자는 산장의 길이나 형세에 무 척 익숙한 것 같았다.집을 가로지르고 낭하를 따라가는가 하면 때 로는 몸을 솟구쳐 지붕을 타고 넘어가기도 하는 등 오로지 어둡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만 줄달음을 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신법 역시 무척이나 빨라 때로는 걸음을 멈추고 전백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질주를 했고 모퉁이를 돌게 되었을 때에는 어두운 곳에서 손짓을 하거나 작은 소리로 불 러 줄곧 전백을 산장 밖으로 인도를 했으며 어느 숲이 무성한 조 그마한 산 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걸음을 멈추는 것이었다. 전백은 시력이 이미 밤에도 사물을 살펴 볼 수 있는 경지에 이 르렀기 때문에 줄달음을 쳐서 오는 동안에 이미 앞에서 길을 안내 하는 검은 그림자가 천진난만한 완아인 것을 알아 볼 수가 있었


다. 그런데 이제 그 검은 그림자가 조그마한 산 위에 올라서게 되자 즉시 걸음을 멈추는 바람에 똑똑히 바라보았다. 살랑살랑 불어오 는 밤바람에 옷자락을 펄럭이는 것과 구름채같은 머리카락이 살짝 나부끼며 하늘에 총총 박힌 별빛 아래 말없이 산등성이에 서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완아 그녀였다. "그대가 품 속에 안고 있는 사람은 누구지요 ? " 완아는 신형을 세우고 전백이 달려오기를 기다려서 손으로 한 번 밤바람에 흩어지게 된 귀밑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는 전백에게 물었다. "내가 새로이 사권 친구로써 이름은 번소라고 하오." 전백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 "번가라구요...." 완아의 음성이 약간 높아지면서 전백의 말을 가로챘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우리 집안과 원수지간인 사람이군요.어디누 군지 봐요." 미풍이 살랑하니 얼굴에 덮쳐들게 되었을 때에 완아 는 그와 같은 말을 하면서 어느덧 솜처럼 바람 따라 두둥실 전백 의 앞으로 다가가 서게 되었고 동시에 손을 뻗쳐서는 번소의 안면 을 잡으려고 들었다. 전백은 완아의 솜씨가 이토록 빠르고 민첩하리라고는 생각지 못 했던 터였다. 그녀의 재빠름은 그야말로 그녀의 언니에 비해 조금 도 손색이 없었다. 그런데 완아가 손을 쓰는 것이 그토록 빠른데다가 번소가 바로 자기네 집안과는 커다란 원수지간이라는 말을 하는지라 전백은 완 아가 살수를 펼쳐 인사불성이 되어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번소롤 헤치려는 줄로 오해하게 되었다. 전백은 번소와는 비록 사권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 하던 터였고 또한 석옥 속에서 무척 의기투합 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터라 완아가 번소를 해칠까봐 더럭 겁이 났다. 그는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완아가 손을 뻗쳐 잡으려 들자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한쪽으로 피했다. "쫙 !"

전백이 피한다고 빨리 피했으나 완아의 손이 그 보다 더 빠르게 되었고 전백이 번쩍 피할려고 하는 그 순간에 완아의 손끌에 번소 의 머리 위에 이마팍까지 살짝 가린 푸른 빛의 무사건(?п[藻이 찢겨져 떨어지게 되었다.


"어마 !" "아 ! " 완아와 전백은 동시에 놀라서 탄성을 발했다. 원래 번소의 수건이 떨어지게 되자 구름채같은 머리카락이 드러 나는 것이 아닌가. 번소는 바로 남장을 한 절색의 소녀였다. "흥 !" 완아는 일순 어리둥절해졌으나 곧 조그만 입술을 삐죽하고 고운 얼굴에 질투의 빛을 드러내고 싸늘히 코웃음치며 입을 열었다. "알고 보니 여자였군요. 어째서 그대가 죽자사자 그녀를 구하나 했지요." "나는...나는 모르는 일이오." 전백은 어리둥절해져서는 말했다. "정말.... 이 사람이 여자인 줄은 몰랐소." "시치미떼지 말아요." 질투는 여인의 천성이라 했다.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질투는 더욱더 심해진다고 했다. 완아는 순결하고 천진난만하며 마음 속에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소녀였으나 역시 여인으로서 태어날 때부터 타고 나게 되는 질투 심은 역시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전백과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상대를 해왔던 그녀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는 이미 전백의 모습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전백이 죽자사자 구원한 것이 바로 한 명의 절세적인 소녀 이고 또한 가슴에 안고서 알뜰살뜰 보살피는 것을 보고 완아는 속 으로 즉시 질투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그리하여 볼멘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제 그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예요." 그 말뜻은 당장에 전백이 번소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얄궂게도 전백은 여자애들의 심사를 잘 모르는 순진하고 강직한 젊은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혼미상태에 빠져서 자기 품 속에 안겨있는 번소를 내려다 보고 다시 고개를 쳐들게 되었을 때에 지금 자기네 들이 와있는 산등성이에는 뇌대숙이 그를 데리고 왔던 곳이고 자 기 자신이 거처했던 동굴도 바로 앞쪽 얼마되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입으로 걱정스러운듯 중얼거렸다. "이 아가씨는 매우 심한 부상을 입어서 내가 상처를 치료해 주 어야 하겠소." 말이 끝나자 그는 완아가 한켠에 서서 입술을 쑥 내밀고 여간 못마땅해 하는 표정도 아랑곳 하지 않고 번소를 안은 채 성큼성큼 동굴쪽으로 걸어갔다. "그대는......" 전백의 그와 같은 행동은 완아에게는 뜻밖이었다. 그녀는 전백이 품 속에 있는 소녀를 안고서 곧장 동굴 안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자 안색이 크게 변해서는 손을 쳐들고 저지하려 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입으로 그저 한 번 그대 라는 말을 입에 담았을 뿐 즉시 말을 멈추고 약간 순간적으로 생 각을 해보는 것 같더니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서는 발을 한 번 굴 렀을 뿐 못마땅한 얼굴로 그곳에서 떠나갔다. 완아의 신형은 마치 한 가닥 가벼운 연기처럼 산등성이 아래쪽 의 숲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전백은 번소의 상처에 대해서 관심을 쏟고 있었기 때문에 완아 가 성이 나서 떠나간 것을 주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번소를 안고서 동굴 안으로 데리고 가 자기가 잠을 잤던 침대 위에다가 台히고 손을 뻗쳐서 그녀가 아직도 숨을 쉬는가를 살펴보았다. 숨이 미약해서 거의 끊어질 듯 말 듯 했다. 전백은 남녀의 혐의를 돌보지 못하고 먼저 사람을 구하는 것이 급하다고 생각했다.

사실상 그는 이때에 남녀간의 문제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번소는 이미 추혼령 사마경의 장력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오장 이 제위치에서 이탈해 있었던 것이었다. 전백은 먼저 그녀의 오장을 본래의 위치로 되돌려 놓고 난 이후 에 손을 번소의 명문혈에 갖다대고 그녀를 위해 추궁활혈의 수법 을 썼다. 쇄골소혼천불비권은 아니나 다를까 광세(ㅍ q ㅍ의 절학이라 할 수 있었다. 전백은 짧은 시간에 비권에 수록된 요결에 따라 펼치고 추궁활 혈의 수법을 써주게 되자 잠시 이후에 번소는 놀랍게도 신음 소리 를 내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전백은 처음으로 남을 위해 운기행공을 해서 상처를 치 료해 보는 까닭에 진력을 무척이나 크게 소모시키게 되어 번소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났을 적에 그 자신이 그만 지쳐서 파김치가 되고 말았다. 번소는 길게 숨을 내쉬더니 눈을 떠보니 눈앞이 캄캄하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고 자기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도 알 수가 없 었다. 어렴풋이 그녀는 자기가 묘목도인의 장력에 내상을 입게 되고 불빛 속에 자기와 함께 갇혔던 젊은이가 그녀를 구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을 뿐 그 이후에는 혼미상태가 지속되어 있었기 때


문에 어떻게 된 것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것일까? 그녀는 가볍게 한 번 몸을 움직여 보았다. 그러고 보니 가슴팍과 뱃속의 고통이 이미 사라진 것이 상처도 치유된 것 같았다. 다시 그녀는 그 누가 자기를 위해서 상처를 치료해 주었을까 하 는 의문 등이 떠올랐다. 많은 의문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손을 뻗쳤으나 다섯 손가락을 분간할 수 없는 동굴 안이라 번소는 그만 혹시 이것이 꿈 속이 아 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녀가 정신을 완전히 차리게 되고 자기가 이미 꿈 속 에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었을 때에 그녀는 무심코 자 기의 이마팍에 드리워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한 번 쓰다듬고서야 자기가 남장을 하고 사사로이 세 분 오라버니를 따라 장원의 문객 들을 거느리고 표돌산장으로 쳐들어와 어머님을 죽게 한 원한을 앙갚음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이번 일은 그녀의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모르도록 한 것이라는 사실도 떠올리게 되었다. 따라서 자기의 상처가 다 낫게 되었으니 빨리 이곳을 떠나면 모 르되 그렇지 않고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잘못 될 수 있 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생각이 떠올라서 그녀는 급히 돌아가고 심은 마음이 일어 앞과 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옆에 있는 전백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입구에서 약간의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원래 전백은 정히 쇄골소혼천불비권에 기재된대로 따라 무상의 정종심법(雨擬湳 k 浦인 반본귀원(ㆆ l 豺獪ㅎ이라는 대법(c 査浦을 펼 치고 있었다. 이 반본귀원대법이라는 것은 한 가닥의 진기를 끌어올리고 숨을 쉬지 않은 채 몸 속을 돌아 자궁(圄_菽과 단전(ㅎ于) 지나 곧장 심이중루(t ㅍ폡箴ㅍ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전백이 지척지간에 있었지만 동굴이 너무나 어두웠기 때문에 번소로서는 발견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번소는 동굴 입구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몸을 일으켜 더듬거리며 동굴입구 쪽으로 걸어나가려고 했을 때에 전백은 어느덧 운기조식을 끝내며 물었다. "번형.... 아니 번소저, 어디로 가려는 것이오 !" 캄캄한 어둠 속에서 번소는 갑자기 들려오는 사람의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일순 어리둥절해지기는 했으나 그녀는 맹렬한 기세로 동 굴 밖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녀는 역시 일개 소녀에 지나지 않아 몸에 절세의 무공을 지니 고 있다고 하나 어두운 동굴 안에서 갑자기 사람의 말을 듣게 되


자 두려움과 더불어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일었던 것이었 다. 전백은 그러한 사정을 모르고 그저 번소의 상처가 가까스로 치 유되어 함부로 진기를 끌어올려서도 안 되지만 또한 동굴 밖으로 달려나가게 되었을 때에 표돌산장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싸울 힘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즉시 번소의 모습을 따라 동굴 밖으 로 쫓아나갔다. 달빛은 이미 기울어지고 별빛마저도 희미한데 산바람이 살랑살 랑 불어오고 있는 가운데 동녁의 하늘가에는 어느덧 희부옇게 밝 아오고 있었다. 이미 날이 밝을 때가 가까워진 것이었다. 전백은 동굴 밖으로 달려나가게 되자 번소는 그렇게 멀리 가지 는 않고 산등성이 위에 서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바람에 따라 살랑거리고 있었고 검 은 야행의는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는데 여자의 몸으로 남장을 하 고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아름다우면서도 빼어난 자태가 여지없이 드러나 있었다. "아 ! " 번소는 나직이 탄성을 발하더니 얼굴을 사늘히 굳히고 조금도 소녀 특유의 겸연쩍어 하는 티가 없이 냉랭히 입을 열었다. "알고 보니 전형이 구해주었군요. 삼가 사의를 표하는 바이오이 다 !" 그러면서 그녀는 포권을 하고 읍을 했다. 전백은 그녀가 갑작스럽게 이토록 차갑고 무뚝뚝하게 대해오리 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있다가 그녀가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역시 재빨리 반례를 하고 입을 열었다. "번...... 번소저 상처가 이제 가까스로 치유되었기 때문에 몸 을 움직이는 것은 좋지 못할 것.... " 번소는 아름다운 얼굴을 쳐들고 그 말을 가로챘다. "그건 뭐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이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소저 잠깐만 !" 전백은 한두 걸음 재빨리 다가서며 불렀다. 번소는 와락 몸을 돌리며 눈에 노기를 띄우고 말했다. "혹시 전형은 나에게 은혜를 베풀었다고 해서 어떤 요구를 하심 이 아닌가요 ? " 이 두 마디의 말은 그야말로 차갑고도 준엄하기 이를 데 없었 다.


전백은 그와 같은 말을 듣고 그만 일순 어리둥절해졌다. "내���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어째서 단번에 태도가 이처 럼 차갑고 무뚝뚝하게 변하는 것이람...." 바로 전백이 약간 어이가 없어 하고 있는데 숲 속 깊숙한 곳에 서 휙휙 하니 세 사람의 그림자가 달려나왔다. 세 사람의 신법은 무척이나 빨라 몸을 흔들하는 사이 전백의 앞 으로 다가서는데 검은 경장을 했다. 그들 세 사람은 세 자루의 수정과 같이 시퍼런 장검을 번쩍이며 검의 끝으로 비스듬히 전백의 가슴팍에 있는 요혈을 겨누고서 노 려보았다. 전백으로서는 자세히 생각할 여유도 없이 어느덧 세 사람의 장 검에 포위를 당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그는 세 사람을 살펴보았는데 나이는 모두 스무살 에서 서른 살 정도이고 하나같이 영기발랄하고 준수한 얼굴들인데 세쌍의 별빛과 같은 눈동자는 새벽별같이 형형한 안광을 번개같이 쏘아내며 전백을 바라보는 눈에는 짙은 살기가 떠올라 있었다. 전백은 이들 세 사람이 무척 눈에 낯설었으나 오직 한복판에 선 젊은 무사만이 어젯밤 불빛 속에 묘목도인을 상대로 싸우던 사람 같았다. 그래서 전백은 이들 세 사람이 표돌산장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을 알 수가 있었다. "오라버니 !" 번소가 옆에서 외쳤다. "그는 표돌산장의 앞잡이가 아니예요." 세 사람 가운데 나이가 비교적 들어 보이는 젊은이가 눈살을 찌 푸리더니 전백에게 나직이 호통쳤다.

"네 녀석은 사문이 어떻게 되는 사람이냐? 어째서 우리 누이동 생을 잡아왔지 ? 사실대로 일찌감치 실토를 해야 억울하게 죽은 귀신이 되는 것을 면할 수가 있을 것이다. " 전백은 그와 같은 말을 듣게 되자 그만 울화가 치밀었다. 자기는 자기의 진원(ㄷ z ㅎ 지기를 소모하면서까지 번소의 목숨 을 구해 주었는데 번소의 오라버니라는 사람이 이토록 사람을 무 사하고 위압적으로 겁을 주려고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본래 그는 성격이 오기가 많은 사람이라 어찌 위압적인 태도에 고개를 숙이겠는가? 더군다나 이와 같은 상황하에서는 더더욱 그의 오기를 불러일으 키게 된 그는 가슴팍 앞까지 거의 들이닥친 세 자루의 예리한 검


을 전혀 무시하고 그저 세 명의 흑의의 야행의를 걸치고 있는 젊 은이들에게 멸시의 눈길을 한 번 던지고 입을 삐죽 했을 뿐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세 사람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은 성질이 또한 가장 급 한 편이었다. 그는 전백의 오만한 기색을 보게 되자 그만 참을 수가 없는 듯 즉시 부르짖었다. "큰형 이 녀석이 입고 있는 옷을 보면 분명히 원수의 졸개이오. 그와 쓸데없는 잔소리를 늘어놓을 필요없이 일찌감치 요절을 내고 빨리 떠나도록 합시다." 입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손목에 힘을 주어 앞으로 장검을 디밀었는데 검의 끝이 흔들리듯 하는 가운데 와락 전백의 가슴팍 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원래 전백이 입고 있는 것은 표돌산장의 표기가 수놓아진 검은 바람막이었던 것이었다. 검의 끝이 예리하기 이를 데 없는 데다가 거리가 가까워서 그 젊은이가 손목을 살짝만 뻗쳐내자 어느덧 전백의 앞가슴쪽의 앞성 자락을 꿰뚫어 버리고 말았다. 전백은 가슴팍에 약간의 통증을 느꼈으나 역시 열화와 같은 성 질인지라 대뜸 일 장을 휘둘러 검신([欽妾을 내려쳤다. 싹, 하는 미미한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전백이 입고 있던 표범이 수놓아진 바람막이의 앞성이 검끝에 의해서 한 자 가량이 찢어지 게 되고 살갗에 상처가 난듯 피가 흘렀다. 다행히도 근골을 상하지 않았고 하마터면 가슴팍을 관통할 뻔했 던 장검은 어느덧 전백의 장력에 의해 퉁겨지듯 옆으로 석 자나 밑려나게 되었다. 그 젊은이는 나이가 새파랗게 젊은 전백이 그토록 장후한 장력 을 지니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터였다. 더군다나 맨손으로 감히 검을 밀어내는데 자기의 손아귀가 화끈 달아오르면서 장검이 하마터면 손에서 빠져 달아날 뻔하지 않는 가. "이 녀석이 제법 재간이 있는가 보구나. 다시 이걸 받아보아라 !" 그러면서 그 젊은이는 폭갈소리를 터뜨리며 장검을 바깥쪽을 향 해 옆으로 비스듬히 발초심사(j 鐄횹吃藻라는 일식을 펼쳐 검의 끝 으로 한 폭의 금빛 광채를 뻗쳤다 움츠렸다 하면서 전백의 허리께 로 날아들었다. 전백은 일 장으로 가슴팍의 검을 밀어내는 동시에 두 손을 나누 어 발운현일(j 僖ㅍ嶼疵ㅁ a 는 일식으로 맹렬히 좌우 양쪽에 선 검 수의 앞가슴팍에 있는 요해를 노리고 후려치려고 들었다. 장검으로 전백의 좌우 양쪽의 늑골을 겨누고 있던 두 명의 젊은 이는 전백이 맨손으로 세 자루의 예리한 검이 겨누고 있는데도 반 항하여 벼락같이 손을 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터라 그만 즉시 앞가슴에 무거운 압력이 가해지는 것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게 가


슴을 움켜쥐면서 뒤로 일 장이나 물러났다. 이때에 먼저 검을 뻗쳤던 그 젊은이가 두 번째로 다시 검을 휘 둘러서는 전백의 허리께를 베어 왔다. 전백은 갑작스럽게 공세를 취해서 세 명의 검수 가운데 두 명을 물러서게 만들었는데 그 젊은이가 싸늘한 검날을 두 번째로 휘두 르며 가슴팍을 공격해 오자 두 손을 일제히 휘둘러 왼손으로는 밀 어내고 오른손은 막으면서 강경한 장풍으로 그 젊은이의 장검을 후려치는 동시에 진보료음(ㄷ lе穴筵이라는 수법을 써서는 한 발 을 들어 맹렬히 그 젊은이의 배 아래쪽에 있는 단전을 걷어 차려

들었다. 그 젊은이는 슬쩍 뒤로 몸을 젖혀서는 전백의 발길질을 피했다. 그러나 전백은 공격을 하면서 뒤로 물러서는 수법을 써서 한 발 로 그 젊은이를 물러서게 하고 후딱 몸을 날려서는 일 장 밖으로 물러났다. 동시에 그는 입으로 호통을 내질렀다. "당신들은 좋고 그른 것을 모르고 망령되이 많은 사람의 수로 이기려고 하니 불초는 이만 실례를 하겠소." 그리고는 몸을 솟구쳐서는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세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젊은 협사( п)는 진강(碇[ㅎ 일대에 서 이름이 알려진 검술의 명가(♨ㅌ)였으며 강호의 도상에서 진강 번씨삼걸을 들먹이면 대강(c 嗣ㅎ의 양쪽 물에 샅고 있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들은 오늘밤 자기네들의 장원의 문객들을 데리고 표돌산장으 로 앙갚음을 하러 온 것인데 불을 질러 장원의 집들을 태우고 무 림에서 금지구역으로 보고 있는 표돌산장을 발칵 뒤집어 놓다시피 했지만 결코 득을 본 것은 아니었다. 형제 세 사람은 이십 삼 명이나 되는 일류고수들을 데리고 왔으 나 표돌산장의 사람들의 포위공격에 막중한 살상을 입고 만 것이 었다. 거기다가 어느덧 날이 밝아오려는 것을 보고 번씨네 집안의 삼 걸은 더 싸워봤자 이롭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물러가자는 명령 을 내린 것이었다. 그러나 번씨삼걸 가운데 둘째인 추풍검 번결은 묘목도인을 상대 로 고전을 펴고 있을 때에 누이동생이 한 젊은이에게 잡혀가는 것 을 보고서는 큰형인 착정검(ㄷ迂[ 번준(k 衰鹵과 세째인 마운검 (h ㅍㅍ 번영(k 暹 에게 사실을 알리고 장원의 뒤쪽에 있는 별로 높지않은 산 위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마침 공교롭게도 그들의 누이동생이 전백과 함께 있는 것을 보게 되자 하나같이 노여움을 품고 재빠르고 민첩한 신법에 다가 검술이 고강하기로 무림에 이름이 알려져 있는 만큼 단번에 세 자루의 검을 번뜩이며 전백을 검으로 제압하려고 했던 것인데 천만 뜻밖에도 전백의 세 사람의 검 아래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아 닌가. 번씨네 일족(薪倚)과 모용성을 가진 사람들은 원래 사돈지간 이 었다. 다만 한차례의 도색분규(d ㅌ禦契ㅎ로 인해서 반목을 하게 되고 충돌을 빚게 되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말이 너무나 무서워서 번씨 부인은 그만 수 치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결을 해 버림으로써 두 집안이 큰 원한을 맺게 된 것이었다. 번씨네 일족의 주인나리는 그들 사이의 원한을 화해코자 노력을 했고 부인을 잃게 되었어도 그와 같은 일을 묻어 두고자 했으며 다시는 죽어버린 애처(塗擦)의 복수를 들먹이지 않도록 했으나 그 의 아들 딸들은 어머니가 모욕을 당하고 어머니로 하여금 자살토 록 한 원한을 영원히 잊지 못하고 수시로 기회만 있으면 보복을 하려고 들었다. 최근에 번씨네의 큰나으리가 볼 일이 있어서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었는데 번씨삼걸 형제 자매들 네 사람은 부친이 집에 없는 틈을 타서 문하고수들을 이끌고 표돌산장으로 달려와 원한을 갚고자 한 것인데 뜻밖에도 중과부적으로 원수를 갚기는 커녕 되려 많은 손 실만 있고 물러가게 될 판이었다. 그런데 이때 전백이 몸에 표돌산장의 표기를 단 겉옷을 입고 나 서게 되자 번씨삼걸은 그만 살기를 벼락같이 일으키게 되었던 것 인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이가 그들 세 형제의 검 아래에서 벗어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전백이 몸을 날려서 떠나려고 할 때에 번씨 형제 세 사람은 다 투어 폭갈을 터뜨리면서 일제히 신형을 솟구치게 되었고 허공에서 초식을 펼쳐내 세 자루의 장검이 마치 세 가닥의 해를 뚫는 하얀 빛 무지개처럼 세 다른 방향에서 전백의 머리 위로 뒤덮듯이 내려 치게 되었다. 전백은 가까스로 천불절학(뒝 m 牢y 의 문경(j ㅍ董을 엿보게 되 었고 온몸에 퍼져 있는 기경팔맥을 이미 유통시켰기 때문에 시일 이 좀 흐르게 되거나 고수의 지도를 받게 된다면 초범입성(皺?實

蠱)의 경지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역시 경험이 부족했고 일신에 고강한 내공 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민활하게 응용할 줄을 몰랐다. 그리하여 신형을 막 솟구치게 되었을 적에 벼락같이 세 가닥의 시퍼런 장검이 눈부신 검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마치 허공을 가로 지르는 용처럼 온 허공에다가 검막([胸ㅎ을 빚어내며 머리 위로 덮치듯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 즉시 싸늘하기 이를데 없는 검기가 맞은편 쪽에서 압박해 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바로 이때 그의 귀에 갑자기 간드러진 부르짖음이 들려 왔다. "세 분 오라버니, 잠깐만...." 번씨가문의 삼걸은 누이동생이 부르짖는 소리를 듣고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모두다 흠칫하니 순간적으로 멈칫하게 되었다. 그 순간에 전백은 세 자루의 검이 협공하는 위급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마음을 모질게 가다듬고서는 풍타고하(ㄸㄸㅍ痕) 표 은남산(鴻送횃衛) 등의 초식을 펼쳐 잇따라 애써 공력을 끌어올리 고는 삼 장을 펼쳐 반격했다. 이때 전백의 공력이 예전보다 무척 증진되었기 때문에 다급해진 나머지 목숨을 내건 상태하에서 온 힘을 기울여 삼 장을 후려치게 되자 놀랍게도 그 위력은 감당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순간적으로 산이라도 무너뜨리고 바다라도 뒤엎어 놓을 것 같은 세찬 장풍과 세찬 기운이 허공을 쪼개며 뻗쳐나는데 번씨가문의 삼걸들은 눈 앞의 조금도 두드러진데가 없는 무뚝뚝한 젊은이에게 이토록 고강한 내가장력이 있으리라고는 만에 하나도 생각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각자 공세를 거두고 물러서면서 검을 거두고 자기 자신을 지키고자 했다. 번씨가문의 삼걸들은 각자 몸을 날려 다섯 자 밖으로 물러나 땅 위에 내려서며 세 자루의 장검으로 여전히 자기네들을 엄밀히 지 키는 상태하에서 전백을 가운데 두고 은연중 포위지세(ㄸ z 恭訖ㅍ 를 취했다. "이 녀석 정말 재간이 있구나." 번씨삼걸 가운데 첫째인 착정검 번준이 검미를 꿈틀하더니 전백 을 향해 다시 무거운 어조로 꾸짖듯 물었다. "나는 네녀석이 어떻게 해서 이토록 감히 건방지게 구느냐고 묻 고싶은 것이다." 번씨삼걸 가운데 셋째인 마운검 번영은 냉소를 흘리며 검의 끝으로 전백의 미간을 겨누며 말했다. "으하하하, 네녀석이 번씨 집안의 세 자루 검 아래서 빠져나가 목숨을 건져보겠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네녀석의 잠꼬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전백이 미처 뭐라고 대답을 하기 전에 번소란(k 褻ㄴ : 남장을 했기 때문에 조금전 석옥에서 전백과 서로 통성명을 하게 되었을 적에는 번소까지 말했다가 아직도 이름에 란자를 말하지 않았지만 때늦지 않게 말을 멈추고 말하지 않았음)이 어느덧 앞으로 달려 나와 손으로 귀밑의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간들 어진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세 분 오라버니 이... 전소협은 석옥에서 나를 도와 위험에서


벗어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조금 전에는 나를 위해서 상처를 치료해 주기까지 했어요." 여자의 몸이지만 평소에 남자의 기개가 넘치던 그녀였는데 오늘 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갑자기 말을 하게 되었을 적에 우물쭈물하 며 말을 더듬거리게 되었고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번씨 집안의 삼형제인 삼걸은 눈을 들어 누이동생을 한 번 바라 보았으나 두 볼에는 한 가닥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떠올렸다. 첫째인 착정검 번준은 물었다. "그 말이 사실이냐 ? " 착정검 번준은 냉혹하고 매정하기로 유명했다. 그는 눈을 들어 전백을 바라보는데 그 말이 사실인지 전백에게 묻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누이동생에게 묻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했다. 전백은 열심히 사람을 구해 주었는데 뜻밖에도 상대방으로부터 꾸지람을 받게 되었을 뿐만아니라 다짜고짜 공격까지 받게 되리라 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에 이르러 정의에 어긋난 일을 너무나 많이 보 아왔기 때문에 여전히 억지로 참고서 그 자리에 선 채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오라버니......" 번소란은 나직이 말했다. "이 누이동생이 거짓말을 하리라고 생각하나요 ? " 번씨삼걸은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여전히 매섭게 전백 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핏가에 들려 오는 누이동생의 원망이 가득 서린듯한 음성을 듣게 되자 거짓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첫째인 착정검 번준은 조금전에 자기가 너무나 많은 의심을 하게 된 것이 어쩌면 누이동생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켰 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착정검 번준은 개성이 괴팍하고 차가우며 매정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누이동생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애지중지 알뜰하게 보살펴온 터라 누이동생의 원망이 서린 듯한 음성을 듣게 되자 즉시 수중에 들고 있던 검을 비켜들고 자세를 거두고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들은 그를 놓아���어야겠군." 번씨의 삼형제 가운데 다른 두 사람은 큰형님이 그와 같이 말을 하자 모두다 검을 거두고 자세를 풀었다. 착정검 번준은 곧이어 나직이 호통을 쳤다. "가자."


삼검일란(o 喜豌 은 즉시 몸을 솟구치더니 산 아래쪽을 향해 달려 내려갔다. 전백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게 되자 속으로 무척 많은 감개를 느꼈다. '나는 정말로 운이 꽉 막히고 기구한 것 같구나. 만나는 사람마 다 그야말로 억지만 부리는 사람들이고 호의로 상대방을 구해 주 었는데도 되려 욕만 잔뜩 얻어 먹게 되는구나. ' 그러나 번소란의 그 아릿따운 뒷모습, 구름채같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세 오라비를 따라 떠나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다시 한 가닥 허전함과 미련이 솟아올랐다. 그는 꼭 꼬집어서 어떻다고 말할 수야 없었으나 석옥에서 번소 란 말을 주고 받은 것이 무척 서로가 마음을 통하게 되었다고 느 껴지기도 했다. 물론 그때 그녀가 남장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그녀와 헤어지고 실지 않은 미련과 아쉬움이 가슴 속에서 가득 끓 어오른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떠나가는 것을 보자 일시에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있었는데 그의 마음과 정신은 멀리 그의 육체에서 떠나 너울너울 나래를 펴고 그녀의 뒤를 쫓고 있다고나 할까? 심지어 그는 번씨 삼걸의 도리에 닿지 않은 말에 대해서도 변명할 말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또한 삼검일란이 아직도 멀리 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 갑자기 몇 장 밖의 숲 속에 서 한 마디의 차갑게 코웃음치는 소리와 더불어 음침한 음성이 들 려왔다. '홍 떠나겠다고 그렇게 쉽지는 않을걸 표돌산장이 어찌 너희들 마음대로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인 줄로 아느냐? ' 그 음침한 음성과 더불어 바람 소리가 휙 하니 들리더니 사방의 숲 속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어지럽게 어른거리는 가운데 잇따라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달려나왔다. 그 수십 명이나 되는 무림의 인물들은 모두다 칼을 들거나 지팡 이를 손에 들고 있었고 벌떼처럼 몰려들어 알맞게 삼검일란의 퇴 로를 차단해 버리는 것이었다. 삼검일란은 걸음을 멈추고 장검을 가슴팍 앞에 비켜든 채 눈을 들어 사방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한 가닥의 놀람과 당혹한 빛이 반짝 하고 빛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엿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 세 사람은 신속하게 세 자루의 검을 비스듬히 치켜 들고 자세를 취했는데 맨손의 번소란을 한복판에 두고 세 방위에 서 그녀를 지키려는 형세를 보였다. 그들이 하는 양으로 미루어 다급해진 나머지 죽음을 걸고 한 번 맞서보겠다는 생각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전백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람들을 바라보는 순간에 정신이 번


쩍 들게 되었고 숲 속에서 달려나온 한 떼의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에 그만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며 두 눈에서는 거의 불을

내뿜듯 했다. 원래 그 한 떼의 무림인물들 가운데 앞장을 선 한 사람은 허우 대가 크고 체구가 건장했으며 비싸기 이를 데 없는 비단장포를 걸 치고 있었다. 붉그레 하면서도 윤기가 나는 얼굴에 칠흑같은 머리카락은 검은 비단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고 양쪽 귀밑에는 몇 대의 백발이 자라 있었다. 호랑이 눈에 누에의 눈썹, 사자코에 메기같이 큰 입, 그 리고 두 눈에는 형형한 안광이 사람을 압도하는 빛이 서려있었다. 진정 의태({棕 가 삼엄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엄을 느끼 게 만들었다. 나타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표돌산장의 장주이며 중원무 림에서 그 누구도 감히 그의 능력을 시험해 보겠다고 가볍게 맞서 려고 하지 않는 적성수 모용함이었다. 기실에 있어서 전백은 이 천하를 뒤덮을 것 같은 적성수 모용함 의 내력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다만 그가 장주라는 것 과 적성수 모용함이 몸에 걸치고 있는 그 화려하고 값비싼 주단 장포가 옷감에 있어서 전백의 선친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전백에게 넘겨준 유물 가운데 들어 있던 그 한 조각의 색이 바랜 비단조각 과 똑같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격동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전백은 결코 확실하게 적성수 모용함이 바로 그의 선친을 해하 려했던 원수라는 것을 단정지어 말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 그러나 그 한 벌의 세상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고귀한 비단장포 는 그가 부친을 살해하게 된 자들의 성명을 알아내는데 있어서 유 일한 단서가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전백은 적성수 모용함이 입고 있는 그 주단장포가 떠오르는 햇 살의 밝은 빛을 받아 번쩍번쩍 빛을 발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는 별안간 부친이 돌아가시기 전의 참혹한 모습을 떠올렸고 또한 자기가 강호에 나서서 표화물을 호송하게 되었을 때 연운오 폐천이 달려나와 화물을 노략질 하려는 것과 맞닥뜨리게 되었던 일, 안락공자가 의협심을 발동해서는 자기를 도와주던 일, 그리고 추풍무영 화청천이 검을 빼앗던 일, 그리고 전백에게 무정벽검의 내력을 다그쳐 묻던 일 그런가 하면 자기가 선친의 유물을 내보이


게 되자 추풍무영 화청천은 갑자기 검으로 자기의 목을 찌르고 죽 어버린 일....등을 떠올리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모든 사람들에 얽힌 일들이 갑자기 모조리 전백 의 머리에 펼쳐지게 되었다. 그러나 전백이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서서 머리 속으로 번개같 이 생각을 굴리게 되었을 때에 무림에 위세를 떨친 적성수 모용함 은 어느덧 삼검일란에게 호통쳐 물었다. "대담한 녀석들, 감히 밤중에 표돌산장을 침범하다니. 그래도 검을 버리고 포박을 받지 못할까? 설마하니 너희들은 본장주가 손 을 쓰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냐? "노적 (ㅎ~筵......" 착정검 번준은 노해서 부르짖었다. "잘났다고 거들먹거리지 말아라. 당신네들은 사람와 많은 수를 믿고 자기집에서 큰소리 치는 것밖에 안 된다. 우리 번씨삼걸로 말하면 감히 이곳까지 온 이상 아무것도 두렵지 않소. 어떤 재간 이 있는지 한 번 써 보시오." 이 몇 마디의 말을 하는 착정검 번준은 겉으로는 강경하게 나온 것이지만은 사실에 있어서는 속으로 겁을 집어먹고 있는 상태였 다. 적성수 모용함은 빙그레 웃더니 입을 열었다. "이 녀석아,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큰소리를 치며 부끄러워 하 지 않다니 만약에 너희들이 검을 버리고 포박을 받게 된다면 본장 주는 과거 너희 부친과의 교분으로 봐서서라도 너희들에게 한 가 닥 살길을 열어주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거기까지 말하더니 적성수 모용함은 싸늘히 코웃음을 치고 두 눈에서 형형한 안광을 폭사했다. 적성수 모용함은 본래 위엄이 있는 얼굴이었고 노하지 않는데도 사람을 압도하는 면이 있는데 이제 노기를 띄우게 되자 더욱더 대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해지게 되고 몸이 떨려오는 것 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 산이 바로 너희들이 뼈를 묻히게 되는 곳이 될게다. " 적성수 모용함은 다시 입을 열고 내뱉듯 말하는데 살기가 진정 기세등등했다. 번씨네 삼검일란은 평소부터 적성수 모용함이 반드시 자기가 한 말에 실천을 하는 성미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일단 명령을 내리게 된다면 반드시 받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적성수 모용함이 호랑이의 눈에 번개불과 같은 안 광을 폭사하고 얼굴에 잔뜩 살기를 띄우고 서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등 뒤로 표돌산장의 십대 고수와 수십 명이나 되는 문하의 식객들이 식객들이 하나같이 살기등등하게 눈썹을 곤두세우고 눈 알을 부라리며 그들네 사람을 노려보고 있는지라 결코 무사히 이 곳에서 빠져나가기는 틀렸다는 생각과 더불어 어쩌면 시체가 되어 이 자리에 고꾸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한 가닥 소름 이 끼쳤다. 그러나 그들은 번씨 집안이 무림에서 누리고 있는 문벌이나 지 위 그리고 번씨 집안의 주모(殘♭)격인 자기 어머니가 모용장의 모멸을 받고 굴욕을 참다 못해 자살을 한 치욕적인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자니 자연 뜨거운 피가 끓어올라 죽고 사는 문제도 도외시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격한 심정이 되었다. 번걸이 노기를 띄우고 소리쳤다. "쏠데없는 잔소리는 작작하시오. 재간이 있으면 사로잡아 보시 지." 적성수 모용함은 얼굴을 굳히며 다시는 말을 하지 않고 손을 들 어 앞을 향해 뻗쳐내더니 좌우로 흔들었다. 바람소리가 휙 하니 일더니 적성수 모용함의 등 뒤에 서 있던 십대 고수 가운데 뜻밖에도 대여섯 명이나 되는 사람이 일제히 몸 을 날려서는 여러 사람들을 헤집고서는 앞으로 나섰다. 표돌산장의 십대 고수들은 무림에서 모두다 한 곳을 주름잡던 절정의 고수들이었으며 아무렇게 어떤 한 사람을 내민다 하더라도 모두다 강호에서 쟁쟁한 인물이라 자기가 이 장원에 있는 이상 그 누구도 감히 표돌산장을 침범하지 못하리라고 생각들을 해온 터였 다. 그런데 오늘밤 사람들이 대거 침범을 했을 뿐만 아니라 불을 질 러 산장을 불태우려고 했으니 그들 열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것은 자기 개인에 있어서도 아주 용납할 수 없는 엄청난 치욕으로 여겼 다. 따라서 장주가 뜻을 표하자 즉시 서둘러서 앞으로 나선 것이었 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여러 사람들을 헤치고 나오기 는 했으나 각자의 무림에서 누리고 있는 신분과 지위를 볼 때에 결코 손을 합해서 포위공격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노릇이 었다. 그리하여 가장 먼저 은소탈혼 장사붕이 포권을 하고 다른 몇 사 람들에게 입을 열었다. "여러 아우님들 이 늙은 형이 나이 먹은 것을 내세우지 않을 수 가 없구려. 그러니 이번 만큼은 이 늙은 형에게 한 번 양보를 해 주시오."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소매자락 안에서 은빛 광채가 찬란한 은 으로 만들어진 퉁소를 꺼내서는 앞으로 나서 손을 쓰려고 했다. 온몸에 호화스러운 옷을 입고 얼굴이 희며 수염도 전혀 없어 마 치 중년의 부호같은 은소탈혼이 대여섯 명이나 되는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허옇게 되고 주름살이 잡힌 얼굴 등 이미 늙어버린 티가


완연한 무림의 고수들 앞에서 스스로 늙은 형님이라 칭하는 것을 보면 그가 틀림없이 다른 대여섯 명의 노인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 을 알수가 있었으나 겉으로 볼 때는 아무리 요모조모 뜯어보아도 그런 것 같지가 않았다. 별안간 묘목도인이 한 쌍의 백과안을 희번덕거리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장형의 탈혼소법은 천하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으니 만큼 저 몇 마리 쥐새끼같은 녀석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장형이 직접 손을 쓸 만한 가치가 어디 있겠소이까 ?" "내가 보기에 첫 번째는 역시 이 눈이 멀고 늙은 도사에게 양보 해 주셔야 하겠소이다. " 그러나 묘목도인이 손을 쓰기도 전에 다른 외팔이에 대머리의

늙은이가 입을 열었다. "도형도 잠시 쉬도록 하시구려. 노부가 먼저 한 번 나서보아야 겠소." 외팔이에 대머리인 노인은 바로 추혼령 사마경이었다.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초식을 펼쳐서는 외팔로 횡소천군(륏斛ㄷ _覆이라는 일 초를 휘둘렀는데 손의 가장자리에 한 가닥의 날카로 운 휘파람과 세찬 바람을 실고서는 맹렬히 삼검일란이 서 있는 곳 으로 일 장을 쪼개내었다. 번소란은 몸을 잽싸게 움직이고 손을 휘둘러서는 둘째 오라버니 인 추풍검 번걸의 겨드랑이 아래로 간격을 두고서 이 장을 후려쳤 고, 추풍검 번걸은 장검으로 한 폭의 담벼락을 만들어서는 추혼령 사마경의 엄청난 장풍을 막으려 했으며 착정검 번준과 마운검 번 영의 신형을 번쩍이면서 두 자루의 시퍼런 날이 선 장검을 휘둘러 마치 영이 통하는 뱀이 동굴에서 달려나오는 것처럼 한 사람은 왼 쪽에서 한 사람은 오른쪽에서 나누어 추혼령 사마경의 양 옆을 공 격해 들어갔다. 삼검일란이 동시에 초식을 펼쳐서 적을 맞아 싸우는데 배합이 그야말로 천의무봉(뒝嫂?l 藻이라고 할 정도로 꼭 맞았다. 원래 이 세 자루의 검과 두 손이 펼친 것은 바로 번씨 집안의 검권진식([畦攸軟董에서 가장 유명한 혼원삼재진(ㄹ z ㅎ ㅍ王이었 으며 삼검일란이 평소에도 끊이지 않고 훈련을 쌓아왔던 까닭에 이제만 부득이 해서 펼치게 되자 상당한 위력을 보였다. 추혼령 사마경으로 말하면 서북 도상에서 유명한 고수이며 무공 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고강했고 성정(鍵迂) 또한 이를 데 없 이 잔인하고 포악한데 독각비마(d▧мㅎㅎ 이거(|ㅎ菽와 더불어


새외쌍잔(笙 x 楯ㅎ惱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었다. 이제 장주와 십대 고수들이 보는 앞에서 서둘러 나서서 손을 쓰 게 된 것은 원래 사람들 틈에서 자기의 재간을 높여 보자는 것인 데 뜻밖에도 너무나 소홀하게 생각하고 적을 무시한 나머지 그만 순간적으로 난처해지는 것을 금할 수가 없었다. 눈앞의 네 명의 후생만배( o 濊 鹵가 손을 합치게 되자 그토록 오묘한 초식을 펼치게 되었던 것이었다. 추혼령 사마경은 일 장을 쪼개내자마자 즉시 자기의 장력이 마 치 돌멩이가 큰바다에 떨어진 듯 했고 도시에 두 가닥의 차갑고도 싸늘한 검의 광채가 어느덧 세찬 기운을 싣고서 자기의 좌우 양쪽 으로 찔러 들어오는지라 즉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행히도 그는 대적의 경험이 풍부해서 형세가 좀 묘하게 돌아 간다고 느끼자 즉시 몸을 움츠리고 발로 땅을 차며 뒤로 일 장이 나 물러났다. 간신히 그와 같이 하여 좌우 양쪽에서 찔러 들어오는 두 자루의 검이 펼쳐내는 살초(相蔡)를 피한 것이었다. 추혼령 사마경은 그만 울화가 치밀어 엉성한 눈썹을 곤두세우게 되었고 괴상하게 생긴 두 눈을 부릅떴다. 곧이어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품 속에서 하나의 싯누런 구리방 울을 꺼내들었다. 이 구리방울은 별로 특이한 점이 없었고 둥근 주둥이에 나무자 루를 박아놓았는데 마치 강호에서 떠돌며 약을 파는 돌팔이 의원 들이 사용하는 구리방울과 거의 비슷했지만 다만 좀 큰 것이 다를 뿐이었다. 그러나 추혼령 사마경이 구리방울을 손에 쥐게 되고 곧이어 어 깨죽지와 수평을 이루도록 쳐들고서는 딸랑딸랑 하고 손으로 흔들 자 그 소리가 카랑카랑하게 울려퍼지는 것이 그야말로 금조각으로 옥을 두드리는 듯 고막이 금방 터져나갈 것처럼 충격을 주어 그 방울소리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신(湳 s 燐이 마구 떨리고 요동 치는 것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많은 표돌산장의 무림고수들이 다투어 뒤로 물러서고 있 었다. 이로 미루어 그 조그만 구리방울에는 틀림없이 사람을 놀라게하 는 점이 있으리라고 보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별호가 추혼령인 것을 보면 이 조그마한 구리방 울이 결코 단순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쉽게 짐작할 수가 있었 다. 번씨삼검은 추혼령 사마경이 구리방울을 꺼내 드는 순간 뇌리 에 번개같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순간 그만 갑자기 안색이 변하고 말았다.


w1 전설적인 기인 w0

추혼령 사마경은 그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추혼령을 딸랑딸랑 하 고 잇따라 혼백을 앗아가는 예리한 소리를 내었으며 동시에 번개 같이 신형을 날려서는 어느덧 삼검일란에게로 덮쳐들었다. 번씨삼검은 놀람과 두려움 속에 검으로 삼성재혹(o 瀑ㅍ 라는 일 초를 펼쳐서는 세 자루의 장검을 일직선으로 나란히 세워서는 검끝을 파르르 떨도록 하면서 세 송이의 은빛 별모양을 그려내며 일제히 추혼령 사마경을 맞았다. 번소란은 추혼령의 무서운 점을 모르고 세 오라비가 세 자루의 검을 뻗쳐내게 되었을 때에 삼재검진의 변화에 발을 맞추기 위해 서 수평으로 이 장을 뻗쳐내었다. 이 일 초는 검림옥접([洶鋪ㅎ 이라고 하는데 곱고 흰 손바닥은 정말 두 마리의 옥으로 만들어진 나비가 세 자루의 검이 얽혀서 쏟아내는 광채 속으로 장력을 쏟아내어서는 곧장 추혼령 사마경의 가슴쪽의 요해를 노렸다. 추혼령 사마경은 허공에서 길게 휘파람을 내불더니 몸을 번개같 이 쏘아지듯 움직이며 손에 들고 있는 추혼령을 휘둘러 하나의 고 리모양의 금빛 광채를 쏟아내었다. "딸랑딸랑 !" 세 번의 카랑카랑한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쏘아 지면서 번씨삼검의 세 자루 장검을 동시에 밀어내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번씨삼검은 그 충격에 몸을 휘청거리면서 비스듬히 대 여섯 걸음 달려나가서야 가까스로 자세를 바로 세우고 설 수 있었 다. 그러나 번씨삼검은 모두다 고운 얼굴이 창백하게 되었으며 두 눈의 형형한 안광마저 흐려지는 것이 아닌가. 바로 이때 번씨삼검이 추혼령 사마경의 추혼령에 의해 밀려나게 되고 사마경의 몸뚱아리가 땅바닥에 떨어지기 전이었다. "하하하..." 그가 손목을 떨치자 추혼령은 요란스럽게 그 방울 안에서 흔들 리는데도 뾰족하게 딸랑거리는 소리가 허공 가득히 울려퍼지게 되 었고, 그와 같은 상태하에서 추혼령 사마경은 맹렬한 기세로 번소 란의 안면을 내려찍으려고 들었다. 번소란의 심신은 이미 추혼령의 딸랑거리는 소리에 마구 흩어지 게 되었고 한 쌍의 옥으로 만든 듯한 손에서 뻗쳐나는 힘은 이미 어느 쪽으로 쏟아내었는지도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그저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신이 오락가락 했을 뿐만 아 니라 한 무리의 황색 빛그림자가 마치 따가운 햇살의 둥근 테처럼


맞은편에서 압박해 오는데 딸랑딸랑 하는 날카로운 방을소리가 정 신을 마구 뒤흔들어 놓고 몸 속을 꽉 메우다시피 함에 따라 그만 온몸에 맥이 쭉 빠지면서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눈이 가물가물 해 지게 되었다. 속으로 그녀는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만 아이 쿠 하는 간드러 진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뒤로 벌렁 쓰러지려고 했다. 추혼령 사마경의 추혼령은 아니나 다를까 정말 무서웠다. 단 추혼탈백(ㄷ ㄸ k 洩이라는 일 초에 삼검일란의 혼원삼재검진 을 깨뜨렸을 뿐만 아니라 번소란은 금방이라도 추혼령 아래에 중 상을 입고 말 것 같았다. 별안간 폭갈이 터져 나왔다. "손을 멈추시오.!" 장풍이 산이 밀려오듯 세차게 들어닥쳤고 방울은 웅 하니 미칠 듯이 거칠은 소리를 내었다. 추혼령 사마경은 그만 깜짝 놀라 이 장이나 물러나게 되었고 그 순간에 그의 눈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흔들하더니 쌍방이 대치하고 있는 한복판에 이미 한 명의 순박하면서도 무뚝뚝한 젊은이가 모 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순박한 젊은이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즉시 적지 않은 사람 들이 놀라 부르짖었다. "어 ! 그로군 ! "

원래 이 순박한 젊은이는 바로 전백이었다. 전백은 표돌산장의 장주인 적성수 모용함이 입고 있는 호사스러 운 비단 장포의 옷감이 자기의 부친이 남긴 유물 가운데 그 한 조 각의 비단과 질이 같은 것을 보고 전신에 뜨거운 피가 끓어올라 일시에 그만 그 자리에 선 채 넋을 빠뜨리게 되어 눈 앞에서 벌어 지는 격렬한 싸움에도 전혀 의식치 못하고 있었다. 별안간 추혼령의 방울소리가 그로 하여금 깊은 생각과 흐리멍텅 한 상태에서 놀라 정신을 차리게 하였는데 고개를 쳐들게 되었을 때에 마침 사마경이 세 자루의 장검을 밀어내고 번소란을 생사의 고비길에 몰아넣는 광경이 눈에 띄게 되었다. 전백은 본래 의협심이 강한 사람인데 어찌 다른 사람이 죽어가 는 것을 보고 구원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번소란으로 말하면 그가 마음 속으로 인정하고 있는 지기가 아닌가. 이때 그는 번소란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을 보고서는 그녀의 오라비로부터 놀림을 당한 일을 그만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저 사


람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그 역시 자기가 추혼령을 이길 수 있을런지에 대해서 도 고려해 보지 않았다. 그야말로 의(垂)를 보고 자기의 생사를 돌보지 않는 셈이었다. 더군다나 자기 자신의 지기를 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그로서는 의리상으로서도 도저히 사양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전백 역시 급한 성질인지라 즉시 일성을 대갈하여 손을 멈추라 고 소리를 지르면서 그 자신은 어느덧 허공으로 몸을 솟구치게 되 었고 허공에서 진력을 심성이나 돋구어서는 두 손을 함께 밀어 세 찬 장력을 뻗쳐 내었다. 추혼령 사마경은 명성을 떨치게 된 자기의 무기인 추혼령을 꺼 내들어 펼치게 되자 일 초 만에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을 보 고 크게 흡족하게 생각이 되었던 것인데 갑자기 세찬 바람이 산이 라도 무너뜨리듯 자기 앞으로 뻗쳐오는지라 흠칫하게 된 그는 적 에게 해꼬지 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몸을 흔들하니 이 장밖으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추혼령 사마경은 몸을 날려 테두리 밖으로 물러나는 순간 원래 또 무슨 무림의 고수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고 여겼던 것인데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니 바로 자기와 뇌풍자 사이에 오해를 빚게 했던 젊은이인지라 그만 놀람과 분노에 얽혀들게 되었다. 분노를 하게 된 것은 자기가 감히 싸우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중도에서 끼어들었다는 그 자체이고 놀란 것은 보기에 별로 비범 한데가 없어 보이는 젊은이에게 그토록 장후한 장력이 있다는 것 이 진정 불가사의 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 추혼령 사마경은 노갈을 터뜨리더니 싸늘하기 이를 데 없는 어 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녀석은 뇌진원의 후배라는데 어째서 자꾸만 본 장의 사람과 맞서는 것이냐?" 전백은 사람들 틈을 한 번 훑어보았으나 뇌대숙 이 함께 온 것을 볼 수가 없었다. 그는 본래 무뚝뚝하고 성실한 편이었지만은 추혼령 사마경의 말 속에는 화를 전가하려는 사마경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뇌대숙을 모른다고 딱 잡아떼자니 뇌대숙은 그야말로 그에게는 태산과 같이 무거운 은혜를 베풀었을 뿐만 아니라 두 번이나 그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했고 쇄골소혼천불비권까지 그에게 전수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만약에 뇌대숙의 후배라고 인정을 하게 된다면 뇌대숙이 표돌산장에 머물러 있으면서 누차에 걸쳐 장원의 사람들과 맞섰다 는 것은 반드시 뇌대숙에게 설명을 할래야 할 수 없는 번거로운 일을 안겨주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두 개의 밝고 빛나는 커다란 눈망울을 뜨고서 이 사람을 한 번 쳐다보고 저 사람을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일시에 아 무말도 하지를 못했다.


번씨네의 삼걸은 휘청거리며 몸을 가누어 설 수 있게 되자 검을 가슴팍 앞에 비켜 들고서는 놀람과 당황하여 사방을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다시 그 젊은이가 자기네들의 누이동생을 구하는 것을 보고 그

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한 가닥의 부끄러운 빛을 띄웠다. 번소란은 가까스로 놀란 가슴을 진정하게 되자 한 쌍의 추수와 같이 맑고도 아름다운 눈동자를 들어 전백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희고 고운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지만 마음 속으로 어떤 생 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적성수 모용함은 눈썸을 찌푸리더니 전백을 향해 말했다. "소형제는 재간이 비범하구먼...." 은소탈혼 장사붕이 뭇 사람들을 헤치며 나서더니 전백을 향해 환희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어느 누구의 문하인지 잘 모르겠으며,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어떻게 되는지 노부에게 알려 줄 수가 없겠는가? " 전백이 미처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갑자기 한소리 매서운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장형, 그와 쓸데없는 잔말을 할 필요가 어디 있소. 먼저 저 녀 석을 사로잡게 된다면 그가 어떤 사실을 알고 있다면 대답을 해줄 것이 아니겠소." 그렇게 말을 한 사람은 무척 신법이 빨랐다. 마치 흔들하니 한 가닥의 검은 연기처럼 말이 끝나자마자 한복 판으로 내달았으며 몸뚱아리가 아직도 허공에 떠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리더니 맹렬히 전백의 오른쪽 팔에 있는 경중혈(₩尿藏燐을 잡으러 들었다. 전백은 갑자기 눈 앞이 어두워지면서 자기에게 덮쳐들려는 사람 의 손가락이 미처 닿기도 전에 오른쪽 어깨의 살갗에 먼저 일진의 싸늘한 바람이 뼈를 에이듯 뻗쳐오는 것을 느끼고 자기에게 덤벼 들고 있는 이 사람의 무공이 고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감히 맞받을 엄두를 내지 못해 팔을 젖히며 어깨를 내려뜨리면서 그대 로 왼손을 들어 일 장을 쪼개내었다. 그 사람은 껄껄 소리 내어 웃으며 호통쳤다. "네 녀석은 거기에 쓰러져 ! " 그러면서 그는 신형을 허공에서 번개같이 회전시키더니 벼락같 이 다시 전백의 왼쪽으로 바짝 다가들며 왼손을 뻗쳐서는 전백이 뻗쳐낸 왼쪽 손목을 움켜잡으려고 들었다. 달려든 사람은 초식이 기이하면서도 신속하기 이를 데 없었고


변화를 헤아릴 수 없어 전백은 재빨리 손을 거두고 뒤로 물러나며 발걸음을 교차시켜 옆으로 다섯 자 정도 피해 서게 되었다. 하마터면 왼쪽 손목과 오른팔이 그 사람에게 잡힐 뻔하게 되었 고,무사히 빠져나오기는 했으나 전백의 왼쪽 손목이 약간 늦어 여 전히 그 사람의 지풍에 스치게 되었는데 왼쪽 손목이 얼음구덩이 에 담그는 듯한 한기와 더불어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느꼈고 반쪽 몸뚱아리가 모두다 찌릿헤지는 것이 아닌가. 전백은 깜짝 놀라서는 눈을 들어 바라보니 달려든 사람은 바로 구렛나루의 얼굴에 구리빛을 한 흉칙하기 이를 데 없는 외다리의 노인이었다. 이 얼굴이 흉칙한 외다리의 노마두는 바로 추혼령 사마경과 같 이 명성을 날리며 서북도상에서 새외쌍잔(笙 x 楯ㅎ惱이라고 일컬어 지는 독각비마(d▧мㅎㅎ 이거(|ㅎ菽였다. 이 노마두는 성격이 잔인하고 포악할 뿐만 아니라 간사한 꾀를 잘쓰는 사람이었다. 그는 장주의 등 뒤에서 전백이 자기의 단짝인 추혼령 사마경을 일장으로 후려쳐 테두리 밖으로 밀어내는 것을 보고 그 즉시 어리 둥절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과 같이 너무나 뜻밖의 일을 당하게 되자 놀라고 어리벙벙해지면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별로 두드러진데 가 없는 젊은이의 내력과 출신에 대해서 이런 억측 저런 억측을 하는 사람들과 달리 첫눈에 어떻게 된 영문인가를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눈앞의 젊은이는 그저 내력이 장후하나 그 어떤 특이한 수법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그는 내다본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눈망울을 한 번 굴리자 좋은 생각이 떠올라 자기가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강호의 독문수법인 섬전추풍금나수 (p 獐 飯ㅍ綠半ㅍ를 써서 이 젊은이를 제압해야겠다고 생각을 했 다. 노괴물은 생각을 하자마자 즉시 실천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은소 탈혼 장사붕이 나서서 전백과 말을 주고 받는 그 순간에 한소리

폭갈을 터뜨리고는 번개같이 몸을 솟구쳐서는 허공에서 금표로조 (헐鴻 f 盼惱의 일식을 펼쳐 맹렬히 전백의 경중혈을 움켜잡으러 들 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전백이 벼락같이 물러서는 것을 보자 독각비마 는 외다리로 땅바닥을 한 번 딛고 왼손을 벼락같이 뻗쳐서는 번개 와 같이 다시 분원렬호(m④≒ㅎ覆라는 일 초를 펼쳐내었다.


독각비마는 이 초를 잇따라 펼쳐내면서 눈 앞의 이 젊은이는 결 코 자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입으 로는 호통 소리까지 내질렀다. "네 녀석은 순순히 그 곳에 누워 있거라 ! " 그러나 천만 뜻밖에도 이 젊은이는 보기에 매우 느릿하고 우둔 한것 같았지만은 사실에 있어서 동작은 맹렬하면서도 신속하기 이 를데 없어 여전히 가볍게 번쩍 하니 몸을 날려 피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독각비마는 호기가 크게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끼고 사관점원 (ч^??ㅎ, 단근절맥(c ㅍ感 王, 아귀확혼(螳ㅎㅎ )이라는 초식 을 펼쳐 손가락과 손을 함께 써서는 잇따라 삼대살초(o 賽ㅎ 를 펼쳐내었다. 노괴물에게는 한쪽 다리 밖에는 없었지만 신법은 그 야말로 정말 기이하도록 빨랐다. 그렇지 않을 때 그가 어떻게 독각비마라는 이름을 얻었겠는가. 더군다나 그의 금나수법은 섬전추풍이라 하는 만큼 일단 펼쳐지 게 되었을 때는 정말 회오리 바람이 불어오고 번개와 우뢰가 치는 것처럼 신속하기 이를 데 없을 뿐만 아니라 손을 뻗쳐내는 것이 기묘하기 이를 데 없었다. 독각비마 이거의 이와 같은 기묘한 금나수법은 바로 일반 무림 의 고수들이 볼 때도 모두다 눈 앞이 어질어질해지면서 정신이 오 락가락할 정도였다. 그러나 보기에 별로 두드러지지 못하고 순박하기만 한 젊은이가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일일이 피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뭇 사람들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 속으로 매우 희한한 일이라 고 혀를 차게 되었다. 독각비마 이거��� 기묘한 금나수법은 번개와 같이 잇따라 공격을 퍼붓는데도 그 순박한 젊은이는 지풍과 손그림자 사이에 그저 살 짝 몸을 한 번 날리든가 슬쩍 발걸음을 교차시키므로써 보기에 위 험하기 짝이 없는 살초를 피해버리곤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그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분명히 어떤 기묘한 신법으로 피한 것 같지는 않고 다만 임기웅변의 초식 과 신법을 펼쳐 간신히 그의 일 격을 피해내는 것 같았다. 그런가 하면 그 젊은이는 한 쌍의 밝고 맑은 커다란 눈망울을 떠서는 온 정신을 가다듬고서 독각비마 이거가 손을 뻗쳐내고 초 식을 변화시키는 수법에 주의를 몽땅 기울이게 되었다. 그리고 상대방의 공격을 시도하는 초식을 피하고 반격하려는 일 도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그 모양은 마치 사부와 더불어 대련을 하는 광경과 거의 비슷했 다. 제자가 사용하는 초식은 모두다 사부가 가르친 것 같기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빠르다 하더라도 사부의 몸에 그의 손이 미칠 수가 없었고 사부는 일부러 피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면서도 수월하게 제자의 초식을 피해 버리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가 어떻게 싸우든 방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처럼 그저 제자가 초식을 뻗쳐내고 초식을 변화시키는 수 법과 보위(l リ 가 맞는지 안맞는지 지켜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이 눈 앞의 별로 두드러지지 못한 젊은이는 그야말 로 무림에서 수심 년간 명성을 누려온 독각비마 이거의 무공보다 더더욱 높은 것이 아닐까? 이는 정말 불가사의한 노릇이었다. 따라서 그 자리에는 그토록 많은 무림의 절정고수들은 모두다 그만 멍청한 빛을 띄우고서 온 정신을 모아 한복판에서 어울러져 돌아가고 있는 두 사람을 지켜 보고 있었다. 독각비마 이거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더 놀라워 하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손을 써서 상대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속으로 번 개같이 생각을 굴리고 있었다. '정말 도깨비를 만난 것인가? 노부가 무림을 주름잡던 금나수법 으로서도 이 젊은이를 제압하지 못하다니 이것이야말로 창피한 일

이 아니겠는가 !' 독각비마 이거는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손에다가 더더욱 악 독함을 더해 일제히 수법을 펼쳐냈는데 초식마다 하나같이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사실에 있어 전백은 때늦지 않게 독각비마 이거의 매서운 살수 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이는 전적으로 그가 무심코 내지르는 반응이었으며 속으로는 그 가운데의 오묘한 점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이는 전백이 애시당초 기틀을 닦는 무공에 고된 수련을 쌓 은 공으로 돌려야 할 것이며 동시에 전백이 어둠 속에서 쇄골소혼 천불비권에 실려있는 정통의 심법을 연마하여 내력이 크게 중대된 나머지 귀가 밝아지고 눈썰미가 여느 사람보다 휠씬 날카로워진 탓이기도 하고 또한 그가 무심코 온몸의 기경팔맥을 유통시키게 된 나머지 반응이 특별히 빨라지게 되고 마음이 뜻에 따라 움직이 는가 하면 뜻이 신(s 燐을 앞지르기 때문에 독각비마 이거의 번개 같이 매서운 공세하에서도 여전히 상대방의 초식을 보고 그 초식 들을 일일이 피할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전백은 그만 반격할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그는 한편으로 어깨를 흔들거리고 몸을 교차시키며 독각비마 이 거의 매서운 초식에 따라 섬(p 積, 전(寓), 등( ), 나(ㅎ)의 요결 을 구사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눈망울을 커다랗게 뜨고 독 각비마 이거의 기묘한 살수를 게을리 하지 않고 계속 유의하고 있 었다.


누가 그를 바보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 그는 바로 손을 써서 서로 싸우고 있는 사이에도 적으로부터 교 묘하기 이를 데 없는 초식을 훔쳐 배우고 있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하여 독각비마 이거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태 하에서 전백에게 초식을 절취당하게 되었는데도 까맣게 모르는 채 그저 속공을 펼쳐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삼십 초를 공격하는 것 이었다. 눈 앞에는 그토록 많은 무림의 고수들이 있었고 모두다 이들은 남북을 오락가락 하며 견문과 견식을 크게 넓힌 사람들이었지만 이와같은 타법(ㄸ k 浦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하나같이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두 사람이 손을 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마치 자기와 관계없는 일에 구경이나 하는 사람처럼 이 목숨을 건 생사의 대결이라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그러나 추혼령 사마경은 정말 늙어서 교활할대로 교활해진 사람 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는 뭇 고수들 가운데서 서둘러 다른 사람들을 헤치고 서둘러 나서게 되었고 치혼탈백이라는 일 초로써 삼검일란을 제압하려는 마당에 갑자기 불쑥 멍청한 녀석이 나타나서 일 장으로 자기를 물 러나게 만든 것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로 하여금 곤두박질치 게 한것과 다를 바가 없는 모욕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새삼 그 노괴물은 서북도상에 오랫동안 명성을 떨쳐왔으며 그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는데 오늘날 그런 꼴을 당했으니 어찌 그와 같이 좌절을 당하고 치욕적인 장면을 그만 덮어 둘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넋을 잃고 독각비마 이거와 전백 이 목숨을 걸고서 서로 겨루고 있을 적에 그는 속으로 암암리에 자기의 체면을 되찾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추혼령 사마경이 강호에서 누리고 있는 명망이나 지위로 볼 때 에 물론 독각비마 이거와 함께 전백을 상대하여 싸운다는 것은 그 야말로 창피한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전백이 독각비마 이거를 상대로 이삼십 초를 겨루었으 나 여전히 승부를 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싸움을 이끌어가게 되고 자기로서는 끼어들 여지가 없게 되자 즉시 눈길을 들어 사방을 한 번 살펴보게 되었다. 마침 이때 삼검일란은 멍하니 한켠에 서서 네 쌍의 눈동자를 동 그랗게 부릅뜨고 얼굴에 놀람과 의아한 빛을 띄우고서 일제히 전 백이 독각비마 이거를 상대로 힘써 싸우는 광경을 주시하느라고 마치 자기 자신들이 어디에 와 있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있는 것 같았다. 추혼령 사마경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기회에 먼저 저 애숭이 녀석들을 처치해 버리고 나서 다 시 방법을 강구해서 저 멍청이 녀석을 요절낼 방도를 강구해 내기 로 하자.' 이와 같이 작정을 한 추혼령 사마경은 천천히 삼검일란의 앞으 로 다가서며 잇따라 냉소를 흘리면서 호통을 내질렀다. "흐흐흐 ! 너희들 네 명의 쥐새끼같은 애숭이들이 아직도 이 어 르신께서 번거롭게 손 쓰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냐? " 그러면서 그는 딸랑딸랑 하니 손에 들고 있는 추혼령을 흔들어 맑고도 고막을 울리는 소리를 냈다. 번씨삼걸은 갑자기 놀라서는 즉시 얼굴을 돌렸다. 그들은 추혼령 사마경이 자기네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자 기도 모르게 각자 장검을 들게 되었다. 추혼령 사마경은 두 개의 잘라진듯 엉성한 눈썹을 곤두세우고 한쌍의 괴상하게 생긴 눈을 부릅뜨고 있었으며 외팔로 추혼령을 높이 쳐들었는데 그 모습은 그야말로 흉신악귀(ㄹ s 兪ⓓㅍ 같았다. 번씨삼걸은 그만 속으로 치미는 한기에 자기도 모르게 각기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번소란은 한 쌍의 맑고도 밝은 눈동자로 전백을 똑바로 바라보았으며 추혼령 사마경이 한 걸음 한걸음 옆으로 다가오는 것을 전혀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추혼령 사마경은 그런 것을 상관하지 않고 갑자기 손에 들고 있 던 추혼령을 한 번 떨치며 입으로 '왁' 하는 괴성을 내지르면서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번씨삼걸은 얼굴에 다시 놀란 빛을 띄우며 흠칫하니 다시 또 각 기 한 걸음씩 물러섰다. 그러나 추혼령 사마경은 결코 손을 쓰지 않고 다만 괴성을 내질 러 위협을 준 것에 불과한지라 번씨삼걸의 놀란 모양을 보고는 그 만 기분이 좋아져서 고개를 쳐들고 껄껄 광소를 터뜨렸다. "우하하하...." 그 표정과 태도는 극도의 득의에 차 있었다. 번씨삼걸은 자기네들이 그 노괴물에게 그토록 희롱을 당하게 되 자 불연듯 수치와 분노가 끓어오르게 되었다. 자기네들 세 형제와 부친이 무림에서 높은 명망이나 지위를 누 리고 있는데 오늘에 이르러서는 남에게 이토록 희롱을 당하자 그 야말로 분노가 가슴 가득히 끓어올라 형제들끼리 서로 눈짓을 한 이후에 추혼령 사마경이 앙천대소를 할 때에 세 검을 일제히 뻗쳐 내어서는 맹렬히 추혼령의 목 아래에 있는 선기(p パㅍ와 가슴팍의 삼양(oσ鹵과 아랫배에 있는 기해(a ㅍㅎ 등 삼대요혈을 노리고 찔 러 들어갔다.진강의 번씨삼걸은 가전의 추풍검법(ㄷㄸ[隍浦으로 무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고 검초는 신기함과 신속함으로 장점


을 삼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들 삼형제는 이번에 손과 발을 맞추어서 삼검교휘 (o 烋朔 라는 초식을 펼쳐냈던 것이었다. 당금 무림에서 이들 세 형제가 마음과 뜻을 합하고 몸놀림에 마 치 묵계를 한 것처럼 세 자루의 싸늘하기 이를 데 없는 장검을 나 누어서 상대방의 각기 다른 부위를 공격하되 함께 손을 쓰는 것을 좀처럼 막아내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와 같은 절초를 세 형제가 함께 펄쳐서 사마경의 아래 위와 중간에 있는 세 곳의 요 해를 노리고 공격을 한 것이었다. "애숭이들 같으니라구. 너희들은 죽음을 자초하는군." 추혼령 사마경은 폭갈을 터뜨리더니 어깨를 흔들며 다리를 쳐들 고 아래 위의 두 자루 검을 피해 버리더니 외팔로 휘둘러 손에 있 는 추혼령으로 딸랑딸랑 하니 날카로운 소리가 나도록 했다. 둘째인 추풍검 번걸이 사마경의 추혼령에 충격을 받은 듯 휘청 거리며 대여섯 걸음이나 곧장 뒤로 물러서고도 신형을 제대로 바 로잡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지금 손아귀가 불에 타는 듯 따끔거리는 것 을 느끼고 하마터면 장검마져 놓칠 뻔했던 것이었다. 추혼령 사마경은 다시 껄껄 광소를 터뜨렸다. "우하하하....." 웃으면서 진령경룡(ㄷ f㉻站ㅍ이라는 사람의 마음과 혼에 충격을 주고 억누르는 날카로운 소리를 추혼령을 흔들어 울려퍼뜨리면서 추풍검 번걸을 뒤따라 달려드니 맹렬히 휘청거리며 쓰러지려는 추 풍검 번걸의 뒤통수를 후려치려고 들었다.

추풍검 번걸은 그야말로 추혼령 아래 목숨을 잃게 될 순간이었 다. 번소란은 힐긋하니 고개를 돌리다가 둘째 오라버니가 일발의 위 기에 몰린 것을 보고는 놀란 소리를 내지르며 몸을 돌보지 않고 한 쌍의 옥과 같은 손을 쳐들어서는 맹렬히 추혼령 사마경에게로 달려들었다. 동시에 착정검 번준과 마운검 번영도 둘째가 초식을 맞닥뜨리게 된 결과, 위기에 몰린 것을 보고 일성을 대갈하며 두 자루의 장검 을 일제히 휘둘러 한 사람은 사마경의 왼쪽 늑골을 노렸고 한 사 람은 사마경의 등심을 노리고 동시에 공격을 해왔다. 사마경은 추혼령으로 비스듬히 아래를 내려쳤는데 추풍검 번걸 이 나직이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천만다행히도 그가 촉망중에 고개를 숙였기 때문에 요해


를 피한 나머지 사마경의 추혼령에 오른쪽 어깨죽지를 얻어 맞게 되었다. 추풍검 번걸은 오른쪽 어깨가 마치 천 근의 무거운 망치로 내려 친듯한 통중에 간이 후들후들 떨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푹 숙이 면서 땅바닥으로 쓰러지게 되었고 곧장 저만치 굴러 나가게 되었 다. 쩡쩡 하는 두 마디의 카랑카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추혼령 사마경은 추풍검 번걸을 후려치는 그 순간에 때늦지 않 게 손을 돌려서는 등 뒤와 옆에서 뻗쳐오는 두 자루의 장검을 밀 어내었다. 착정검 번준과 마운검 번영 두 사람은 추혼령에 충격을 받고 역 시 신형을 마구 휘청거렸다. 추혼령 사마경은 마치 질풍처럼 번쩍하니 몸을 날려 추혼령으로 번씨삼걸 가운데 둘째를 중상 업히고 난 이후 손을 돌려서는 추혼 령을 흔들며 삼걸 가운데 첫째와 셋째의 뒷쪽과 비스듬히 옆에서 찔러 들어오는 두 자루의 장검을 왈칵 밀어낸 이후 신형을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대로 맴을 돌리듯 해서는 번소란의 두 손을 피 하고 추혼령으로 고리와 같은 금빛 광채를 뻗쳐내었다. "우하하하...." 미친듯한 웃음소리와 더불어 예리하기 이를 데 없는 방울소리가 고막을 마구 찢어 놓을 것처럼 뒤흔들어 놓는 가운데 사마경은 맹 렬히 번소란의 불룩한 가슴팍을 치려고 들었다. 추혼령 사마경은 역시 서북도상에서 이름이 알려진 일대고수에 부끄럽지 않은 자였다. 네 사람을 상대로 싸우는데 초식을 잇따라 뻗쳐내는 것이 마치 단숨에 뿌려 놓는 것 같았다. 번소란은 무공에 있어서 그녀의 세 오라비보다 못했다. 그런데 그녀의 세 오라비가 손을 합쳐서 상대를 해도 추혼령의 전력을 쓴 일 격을 감당해 낼 수 없었는데 이제 그녀의 두 오라비 가 추혼령에 의해 와락 뒤로 밀려나게 되고 한 오라비는 상처를 입고 말았으니, 추혼령 사마경의 위맹하기 이를 데 없으며 신속하 기 질풍과 같고 번개와 같은 초식을 더더욱 막아낼 방도가 없었 다.그녀는 두 손이 빗나가게 되자 즉시 눈 앞에 번쩍하니 세찬 바 람이 몸으로 엄습해 오는 동시에 추혼령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어 놓는 예리한 소리를 내면서 태산이 무너지듯 자기의 가슴팍을 뒤덮듯하고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만 고운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자기도 모르게 간드러진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바로 이때였다. "사마 애숭이야 감히 흉폭하게 사람을 죽이려는 것이냐? 빨리손 을 멈추지 못할까? " 별안간 멀리서 무거운 호통소리가 돌려왔다. 그 소리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으나 마치 수은이 땅에 떨어지듯 한자 한 자 또박하게 추혼령 사마경의 핏속으로 파고들었다. 추혼령 사마경은 그 소리를 듣고 그만 간담이 서늘해져 벼락같


이 손을 거두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선채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턱 ! 턱 ! 턱 ! " 한 우람한 그림자가 뒤뚱거리며 사마경의 앞으로 부딪쳐왔다. 추혼령 사마경은 급히 추혼령으로 그 사람을 막았는데 그 사람 을 막고서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니 원래 자기와는 옛날부터 단 짝인 독각비마 이거가 아닌가. 이렇게 되자 추혼령 사마경은 그만 멍청해지고 말았다.

더군다나 독각비마 이거의 안색은 창백해져 있었으며 이빨을 꼭 깨물고 있는 것이 무척 지극히 심한 내상을 입��� 있는 것이 분명 해 보였다. '혹시 내 단짝은 그 젖비린내 나는 젊은이가 한 짓이 아닐까?' 추혼령 사마경은 속으로 놀라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니 전백은 바로 그 자리에 서서 한 쌍의 맑고도 밝은 커다란 눈망울에 형형 히 안광을 빛내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눈초리에 추혼령 사마경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때서야 그는 눈 앞의 이 대수롭게 보이지 않는 젊은이의 내공 이 그토록 정순하지 않다면 결코 이와 같이 눈초리가 충만돼서 쏟 아져 나오는 눈빛을 쏟아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나이로 미루어 볼 때에 오랜 세월에 걸쳐 명성을 누려온 독각비마 이거를 대패시킨다는 것은 추혼령 사마경으로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에 있어 서북도상에서 감히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무 림의 절정고수인 독각비마 이거는 정말로 전백의 일 장에 충격을 받고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원래 전백을 독각비마 이거의 초식이 기묘한데 빠져서는 무공을 보고 익히는 농후한 흥미를 촉발시키게 되어 손을 쓰고 있는 가운 데 그저 독각비마 이거의 일초일식을 열심히 보고 신법이나 발걸 음의 위치 등을 욕심내어 보느라고 되려 적과 싸우고 있으며 초식 을 펼쳐서 적에게 상처를 입혀야 한다는 사실마저 잊고 있었다. 줄곧 독각비마 이거를 따라 돌아가며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독각비마 이거가 초식을 펼치고 변화시키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는 데 독각비마 이거는 전백이 그의 무공을 훔쳐 배우고 있다는 사실 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만은 전백이 그와 같이 그를 따라 손짓을 하는 타법이야말로 그가 강호를 떠돌아 다닌지 사오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일찌기 한 번도 당해보지 못한 괴이한 일이었다. 노괴물은 전백이 그저 반격을 하지 않고 자기만 잇따라 살초를 펼치는데도 젊은이가 멍한 표정으로 간신히 피해 버리곤 하는 것


을 보고 그만 싸우면 싸울수록 속으로 이상한 감이 들었다. 역시 노괴물은 강호의 경험에 노련한 편이었다. 일시적으로 그는 전백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가 없었으나 나중에 손을 쓰는 시간이 일단 길어지게 되자 눈 앞의 이 젊은이가 다만 그가 손을 써서 초식을 펼치는 것만 주시하는 것이, 분명히 자기 의 초식이나 수법을 훔쳐 배우고 익히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 다. 독각비마 이거는 그야말로 속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런 녀석을 보았나? 되려 이 어르신 앞에서 이 어르신으로부 터 득을 보려고 하는구나. 흥 ! 흥 ! 나는 네 녀석에게 매서운 맛 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네 녀석은 이 어르신을 아마도 반등신으로 알게 되겠지.' 이와 같은 생각이 들게 되자 독각비마 이거는 개문견산([聾ㅍ 衛)이라는 일 초를 펼쳐 두 손으로 전백의 안면을 찍으려고 들었 다. 서로 가깝게 위치한 자리에서 두 사람이 붙어 있었고 독각비마 이거의 두 손이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하게 빨랐기 때 문에 전백은 어깨를 흔들하며 급히 피해야 했고 하마터면 노괴물 의 두 손에 안면을 찍힐 뻔했다. 그렇지만 손바닥의 가장자리가 일으키는 세찬 바람이 전백의 왼 쪽 뺨을 스쳐 바늘로 콕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끼게 되었고 그 순간에 전백은 약간이나마 순간적으로 어리벙벙해지게 되었다. 한데 그 일 초는 바로 노마두의 허초(ㄹ蔡)에 지나지 않았다. 바로 전백이 어깨를 흔들하고 왼쪽으로 피하게 되었을 때에 노 마두는 신형을 빙글 돌리면서 정말 번개보다도 더욱 빠르게 한 손 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맹렬히 전백의 왼쪽 귀밑에 있는 장혈혈(嶪 럼 )을 움켜쥐려고 들었다. 이 일 초의 변화는 너무나 느닷없이 펼쳐졌고 또한 신속해서 전 백을 거의 피할 수가 없어 촉망중에 그만 목을 움츠리고 머리를 양쪽어깨로 감싸는 듯한 시늉을 하게 되었다. " 이 흐 흐 흐 ...." 독각비마 이거는 헤벌쭉 웃으며 호통을 내질렀다. "녀석아 쓰러...." 한데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독각비마 이거는 오른손을 칼

날 처럼 세워서는 맹렬히 전백의 가슴팍을 찍으러 들었다. 비단 독각비마 이거 본인 뿐만 아니라 그토록 많은 무림의 고수 들도 그와 같은 광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고, 그리하여 이 눈 앞


의 젊은이가 틀림없이 다시는 그의 일 장을 피하지 못하리라고 생 각했었다. 아닌게 아니라 전백 역시 마음 속으로 흠칫해져서는 고개를 숙 이게 되었는데 그 순간에 휙 하는 소리와 더불어 위쪽의 일 장이 머리를 스칠 듯이 하면서 지나쳐 지나가게 되었고 가슴팍을 노리 고 들어오는 일 장이 잇따라 거칠기 이를 데 없는 휘파람 소리를 일으키며 들어닥치고 있었다. 전백 역시 다급하기 이를 데 없어 촉망중에 두 손을 들어 와락 뻗쳐내었다. 천불장의 절학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제대로 펼쳐 낸 것인데 그가 펼친 이 일 초는 바로 불조참선(m 吝塗邏 이라는 것이었다. 펑,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전백은 몸을 두 번 흔 들 흔들 했으나 놀랍게도 서북 지방을 주름잡던 독각비마 이거는 그만 예닐곱 걸음을 크게 뒤뚱거리며 물러나는 것이 아닌가. 독각비마 이거는 한쪽 다리밖에 없었다. 그런데 성격이 괴팍해 서 외다리인데도 지팡이나 막대기를 사용하지 않고 걸을 때에는 외다리로 땅을 짚듯이 하면서 앞으로 뛰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백의 두 손에 와락 떠밀려서 밀려나게 되었을 때에 외다리로는 그만 자세를 가다듬을 수가 없게 되어 줄곧 사마 경의 곁에까지 물러서게 되었을 때에야 사마경의 손에 들려있는 추혼령에 막혀 가까스로 걸음을 멈추게 된 것이었다. 이토록 많은 무림의 고수들 앞에서, 더군다나 장주의 면전에서 독각비마 이거는 그만 체면이 도저히 세워지지 않았고 그리하여 폭갈을 터뜨리며 다급해진 나머지 전백과 목숨을 걸고서 싸우려고 했었다. 그러나 추혼령 사마경은 팔을 뻗쳐 그를 막으며 눈을 들어 십 장쯤 밖에 있는 숲을 바라보는데 안색이 참담하게 일그러져 있었 으며 온 얼굴 가득히 공포의 빛을 띄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독각비마 이거 역시 자기도 모르게 사마경의 시선을 따라 눈길 을 옮겨가게 되었는데 눈길을 옮기고 보니 숲 속에서 한 명의 나 귀를 탄 비단장수가 슬슬 나귀를 몰아 나오고 있었다. 이 비단장수는 나이가 매우 지긋해 보였으며 하얀 머리카락에 하안 눈썹을 하고 있었으며 턱아래는 한 줌의 눈처럼 흰 염소수염 을 기르고 있어 보기에도 팔구십 세는 충분히 될 것 같았다. 체구는 비쩍 마르고 왜소한데다가 마른 몸매에 얼굴에 잡힌 주 름살은 무척 깊이 파여 있었지만은 두 눈의 신광은 가득했고 눈을 한번 감았다 뜰 때마다 형형한 안광이 뻗쳐나와 사람을 절로 움츠 러들게 만들었다. 이 비단장수는 몸에 하안 무명으로 만든 바지저고리를 업고 있 었으며 비단신에 하얀 버선을 신었고 바지가랭이에는 연뿌리 빛의 행전을 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성성한 백발을 뒤통수로 돌려서 는 붉은 끈으로 하나의 조그마한 변발을 만들어 묶어 놓고 있었 다. 노인은 안정된 자세로 조그마한 나귀등에 타고 있었는데 나귀의


등에는 노인 이외에도 십여 필이나 되는 비단들이 실려 있었다. 노인은 손으로 조그만 채찍을 휘두르며 입으로 외치고 있었다. "이러 ! 이러 !" 그는 나귀를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조그마한 나귀는 앞으로 나가려 하지 않으려 할뿐만 아니라 네 발굽을 땅바닥에 꽉 밟고는 뒤로 몸을 당기는 것이었 다. 어쩌면 나귀는 산비탈 길에 많은 낯선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듯 늙은이가 급히 재촉을 하자 히히힝 히히힝 하고 마구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나귀의 몸뚱아리는 유난히 적어 좀더 큰 누렁이보다 별로 더 크지를 않는 편이었는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자 목청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커서 사방이 쩌렁쩌렁 울릴 지경이었다. "이 녀석봐라. 네 녀석은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그만 겁을 집 어 먹었단 말이냐 ? " 비단장수 늙은이는 나귀 위에 타고서는 소리소리 지르고 있었 다.

"그러나 이 어르신께서는 아직도 급한 일이 있단 말이다. 빨리 가지 않으면 늦고 말아 이 녀석아 ! " 그러면서 다시 조그만 채찍을 들고서는 나귀의 뒷다리를 철썩철 썩 하니 마구 때렸다. 나이가 많은 비단장수가 얼굴을 내밀자마자 새외쌍잔이라는 서 북도상의 이대 절정고수가 그만 안색이 참담하게 일그러지게 되었 고 얼굴에는 극도의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을 떠올리는 것이 아닌 가..... 추혼령 사마경은 놀라서 이마에 식은 땀까지 맺혀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쩐지 그 말하는 소리가 귀에 무척 익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나 다를까 저 늙은이로군. 아 ! 오늘 이 사마경은 그야말로 정말 로 운수에 몸이 붙었구나. 어째서 저 늙은이를 만나게 되었지...' 독각비마 이거가 마음 속으로 느끼는 것은 추혼령 사마경보다 더욱되, 심해 마음이 흔들리고 정신이 다 달아날 지경으로 떨고 있었다. '끝장이다 ! 오늘 정말 창피막심한 꼴을 보이게 되었구나.' 비단 새외쌍잔이 마음 속으로 놀라고 두려워 할뿐만 아니라 표 돌산장의 십대 고수들은 말할 것 없고 심지어 장주인 적성수 모용 함도 그 늙은 비단장수가 갑자기 나타난 것을 보자 그만 안색이


미미하게 변하고 말았다. 더군다나 적성수 모용함은 무림의 일대호문(薪 c 筮柶ㅍ의 주인이 고 문하에 고수들이 수백을 헤아리고 있었으며 자기 자신의 무공 또한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고귀한 지위와 위엄이 있는 의표({淙匯는 은은히 일대종주(薪ㅎ 擬殘)의 신분인데 이제 그 비쩍 마르고 왜소한 늙은 비단장수를 발견하게 되자 그만 그 표정에 두려운 빛을 드러내게 되었으니 이 야말로 정말 백 번 생각하더라도 해답을 얻을 수 없는 괴상한 일 이 아닐 수 없었다. 전백은 속으로 무척 궁금하게 생각했다. '저 비단을 팔러 다니는 노인은 내가 표국에서 표화물을 호송하 여 길을 떠나게 되었을 때부터 몇 차례나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종종 비단을 가지고 무림인물들이 출몰하거나 모이는 장소에 비단을 팔겠다고 나타나는 것은 단순히 장사를 하기 위한 것 같지 는 않구나 !' 바로 전백이 이와 같이 궁리를 하고 있을 때에 그 비단장수의 조그만 나귀가 갑자기 네 발굽으로 땅을 차며 질풍과 같이 표돌산 장의 뭇 무림고수들이 서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워 ! 워 !" 베를 팔러 다니는 노인은 얼굴에 놀람과 당혹한 빛을 띄우고 아 래턱의 염소수염을 치켜세우며 한편으로는 손발이 어지러워져서는 고삐를 잡아당기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입으로 급히 소리쳐 나귀 에게 멈추라고 야단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여러 양반님네 좀 도와 주시오. 야단났소. 나의 조그마한 나귀 가 놀란 모양이니 빨리 좀 막아주시오. 아이쿠 ! 아이쿠 ! 야단났 군. 야단났어. 이 어르신께서는 이제 끝장이로구나 !" 그는 그와 같이 나귀등에 타고서는 마구 소리를 쳤으며 손과 발 을 휘젖기도 하는 것이 정말 놀라서 줄달음 치는 나귀의 등에서 떨어지고 말 것 같았다. 후다닥 하니 달려가는 나귀는 달리지 않을 때는 정말 게으름을 잘도 피우더니 한 번 달리기 시작하자 진정으로 빠르기 이를 데 없어 네 발굽을 어지럽게 놀리며 모래와 먼지를 일으키면서 십여 장이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휙 하니 번개처럼 후딱 하니 뭇 사람 들 앞에 달려오는 것이었다. 그토록 많은 무림의 절정고수 가운데서 감히 그 누구도 나서서 나귀의 고삐를 잡으려 하지 않고 다투어 사방으로 피하기만 할 뿐 이었다. "아이쿠 ! 아이쿠....." 노인은 놀라 부르짖었다. "당신들은 어째서 좀 도와주지 않소. 설마하니 죽는 것을 보고 도 구해주지 않겠다는 것이오? 아, 아, 요새는 인심이 크게 나빠 졌단 말이야. 인심이 크게 나빠졌어...... " 그러다가 다시 어이쿠 하는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는데 달려가고 있는 나귀의 등에서 몸뚱아리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고 정말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질 것같았다. 적성수 모용함은 갑자기 앞으로 두 걸음이나 나가 허리를 구부 리고 포권을 하더니 온 얼굴 가득히 공손한 빛을 띄우고 입을 열 었다. "어르신께서는 바로 신려철담(s 緯曾儺 동노선배님이시지요. 후배인 모용함이 인사를 드리옵니다." 적성수 모용함이 나서서 이와 같이 말을 하게 되자 노인은 갑자 기 히히덕 거리고 웃었다. 그리고 매우 희한하게도 그 놀라서 달려가던 그 조그마한 나귀 가 즉시 걸음을 멈추고 서는데 바로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똑바로 적성수 모용함의 앞쪽 다섯 자쯤 되는 곳에서 우뚝 서는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노인은 편안하게 나귀의 등에 올라타고 있었으며 근본적으로 조금전 그렇게 어쩔 줄 모르던 일이 언제 있었느냐 하 는 표정이었다. 한데 적성수 모용함의 그와 같은 한 마디가 떨어지게 되자 그곳 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섬칫한 듯 안색이 변했다. 처음에 비단장수 같아 보이는 노인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을 때에 오르지 한 배분 높은 늙은 무림의 고수들만이 와락 겁을 집 어먹었던 것이었고 나이가 비교적 젊은 축들은 여전히 어떻게 된 영문인 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모용장주가 그와 같이 외치는 소리하며 나타난 이 노인이 바로 사오십 년 전에 천하에 명성을 떨쳤던 신려철담 동천 리(d 登 積라고 밝히게 되자 하나같이 섬칫하니 질린 표정들을 떠 올렸다. 사실 신려철담 동천리는 사오십 년 전에 무림에서 그 이름만 듣 고도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인물이었다. 그의 사적은 그야말로 전설적인 색채로 가득 차 있었으며 무공 의 고강함은 더욱더 귀신도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의 기이한 일들과 소문에 대해서 무림은 마치 신화처럼 여기 며 이야기를 퍼뜨리는데 그것은 사오십 년 이전에 강호에서 그가 종적을 감추었고 무림에서 그를 만났던 사람이 무척이나 적었기 때문이었다. 서북쌍잔이라는 사마경의 필팔과 이거의 오른쪽 다리도 소문에 는 바로 신려철담 동천리가 잘라버린 것이라고들 했다. 그당시 추혼령 사마경과 독각비마 이거 두 사람은 불구의 몸이


되자 각자 사문으로 되돌아가 장문사부에게 울면서 신려철담 동천 리���게 당해 수족이 잘려나간 경과를 호소하게 되었다. 물론 그들은 결코 자기네들 두 사람이 서북 도상에서 자기네들 의 억센 힘만 믿고서 약한 자들에게 가한 잔폭한 행동은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만 어떻게 해서 신려철담 동천리에게 살상을 입었는가 그리고 신려철담 동천리가 어떻게 사부님을 모욕하던가 하는 것을 그야말로 있는 것 없는 것 다 보태서 퍼뜨리는 바람에 두 사람의 사부들은 즉시 격노를 하게 되었고 그 즉시 어깨를 나란히 해서는 중원으로 들어와 신려철담 동천리를 찾아서는 제자의 원수를 갚으 려고 했다. 물론 그 당시 그들 두 사람의 사부로 말하면 이미 당시 무림에 서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는 으뜸가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단지 자기네들 두 사람으로 신려철담 동천리 를 상대로 싸우게 되었을 때에 자기네들이 이길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자신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시 그 당시 강호의 몇 명 흑도에 몸을 담고 있는 절정의 고수들을 초청해서 모았다. 그리하여 모두 심여 명의 무림의 마두들이 구구 중양절(ㄴ呂牛) 날 태행산(ㄸㄹ衛) 길고봉(a 胱粱王에서 신려철담 동천리와 만나서 무공을 겨루게 되었다. 이 길고봉의 무술대회는 그 당시 무림의 일대 승거(喫ㅌ)로 중 원 무림고수들이 거의 모두 왔고 사해팔황(n 串ㅎㅍ薄의 기인이사 (`蹙其 肱들까지도 모여들게 되었다. 그러나 추혼령 사마경과 독각비마 이거의 은사들 및 심여 명의 그 당시 흑도에서 절정의 고수라고 하는 마두들이 하나하나 모두 다 신려철담 동천리의 세 알 밖에 되지 않는 철담(昌ㅎ)과 팔팔

육십사식의 기형장(`衷ㅍ王 아래에 죽지 않으면 상처를 입게 되었 을 뿐만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심 초를 견디어 내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신려철담 동천리의 위명은 크게 떨쳐지게 되었고 그야말로 무림을 진동시켰으나 그 이후 강호에서는 신려철담 동천 리의 종적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이 신화 속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신려철담 동천리가 다시 이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으니 어찌 뭇 고수들이 깜짝 놀라지 않겠는가 ? "하하하..." 비단장수 노인은 한소리 길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가는 두 눈을


한번 부릅떴다. 그러자 눈동자에서는 기이한 광채가 사방으로 뻗쳤다. 그리고 그는 적성수 모용함에게 천천히 말했다. "당신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구려. 이 늙은 것이 나귀를 타고 있다고 해서 이 늙은이를 신려(s 緯臻라고 여기지 마시오. 그리고 이 늙은 것은 더더욱 철담도 아니오 ! 하하하 이 늙은 것은 두부 담(∈びㅎ)으로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을 가장 보기 두려워한 다오...." 노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조그마한 나귀를 다시 몰아 번씨 집안 의 삼검일란 곁으로 다가갔다. 이때 번씨삼검 가운데 첫째와 셋째 그리고 번소란 세 사람은 정 히 사마경의 추혼령에 상처를 입은 둘째인 추풍검 번걸의 상처를 치료하느라고 부산을 떨고 있었다. 그러니까 셋째인 마운검 번영은 번걸을 부축했고 첫째인 착정검 번준은 정히 번걸을 위해 추궁활혈(騶_盛?燐의 수법을 쓰고 있었 으며 번소란은 번씨 집안의 비밀리에 전해져 내려오는 질타성약 (덥ㄸ蠱兩)을 꺼내서는 번걸에게 먹이고 있었다. "당신네들은 이 광경을 보고 두렵지 않소. 이것이야말로 또 서 로죽고 죽이는 싸움질이 아니고 무엇이냔 말이오." 노인은 나귀의 등 위에서 번걸을 한 번 바라보더니 사방을 둘러 보고 사마경과 이거 두 사람까지 한 번 슬쩍 쳐다본 이후에 다시 말을이었다. "누가 손을 써서 때린 것이지 ? " 거칠고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잔인한 새외쌍잔이라 일컫어지는 사마경과 이거 두 사람은 그만 안색이 겁을 집어먹는 바람에 잿빛 으로 변해서는 두려운 듯이 노인을 바라볼 뿐 감히 인정하지도 부 인하지도 못하는 것이 마치 귀머거리나 벙어리로 변하고 만 것 같 았다. 이때 노인의 눈길이 마침 전백에게로 옮겨지게 되었을 때에 그 는 전백을 향해 흰 이를 드러내 보이며 씩 웃어보였다. 전백은 이 노인이 어째서 자꾸만 자기에게 웃어 보이는지 이해 가 되지 않았다. 표화물을 운송하는 길에서 매번 노인을 만나게 되었을 때에 노 인은 언제나 그를 향해 씩 웃었고 전백 역시 망연히 그를 따라 빙 그레 웃었던 것이었다. "도령...." 노인은 놀랍게도 전백을 향해 입을 열고 말을 했다. "우리 늙고 젊은 두 사람은 퍽이나 인연이 있어서 다시 만난 것 같네 !" "정말 공교롭군요...." 전백은 깊은 뜻이 담긴 듯한 어조로 대답을 했다. "소생이 어디로 가면 노인장께서도 꼭 그곳에 나타나시니 말입 니다..." " 쳇..."


노인은 웃더니 한 다리를 들고서는 그 조그마한 나귀에서 내려 섰다. 그리고 번씨 집안의 삼검일란 앞으로 다가가서는 손으로 번걸의 오른쪽 어깨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오른쪽 어깨의 병풍혈(l⊃ㅍ燐이 좌상(棧賞)을 입었군. 빨리 치료하지 않는다면 반신불수가 되겠는걸 ! " 착정검 번준은 지쳐서 온 머리 위에서 비지땀을 뻘뻘 흘리고 있 었고 추궁활혈의 수법을 써서는 상처 입은 혈도를 풀려고 혼신의 힘을 다 쓰고 있었으나 그 혈도를 풀지 못해 정히 초조하게 여기 던 차에 갑자기 노인이 손을 들어 한 번 가리키는 순간 가장 가까

이에 있던 그는 노인의 손가락질 하는 곳에 한 가닥 미풍이 불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그만 깜짝 놀라는 한편 깨우치는 바가 있었다. "이것은 분명히 강호에서 전설로만 전해지기만 했을 뿐 본바가 없는 능공불혈(ㅎ]鍼淋燐의 수법이 아닌가." 착정검 번준은 나귀를 타고 나타난 노인의 뜻을 몰라 둘째가 상 처를 입은 이후에 다시 암산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어 그만 어리둥절하니 놀라고 말았다. 바로 이때 추풍검 번걸은 한차례 부르르 진저리를 치더니 어느 덧 정신을 차린 모양으로 천천히 두 눈을 뜨는 것이 아닌가. 착정검 번준은 그제서야 노인이 자기를 도와 둘째의 혈도를 풀 어 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자신으로 말하면 그야말로 반나절이나 걸리도록 혼신의 힘을 써서 손으로 만지고 손바닥으로 미는 등 지금껏 쌓아올린 진기를 끌어올리고 애를 썼으나 풀지 못했던 것인데 노인은 그저 허공을 격하고 손가락을 한 번 가리켰을 뿐인데 그 혈도를 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하마터면 손을 써서 막으려고 한 사실을 떠올리고 그만 속으로 부르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부끄럽구나...' 그러나 노인이 나귀에서 내려오게 되었을 때에 전백은 대뜸 나 귀의 안장을 맨 끝의 구리로 만들어진 고리 위에 비스듬히 한 자 루의 보검이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조금전에는 노인이 나귀의 등에 타고 있었고 또한 다리로 그 보 검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인데 노인이 그 와같이 나귀의 등에서 내려서게 되자 그 보검이 확 하니 불을 켜 듯 전백의 망막에 비치게 된 것이었다. 보검의 형상이 전백의 망막에 와락 포착되는 순간 전백은 그만


가슴이 미친 듯이 크게 뛰노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원래 그 보검은 녹색의 고기껍질을 검집으로 만들었고 자루에 황금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또한 하나의 수정과 같이 맑고 투명한 벽옥(㉻x ㅎ이 박혀 있었는데 황색의 수실이 바람따라 미미하게 나 부끼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안락공자의 손에서 잃어버린 선친께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자기에게 넘긴 것이며 또한 자기에게 그 보검으로 선친의 원수를 갚아 달라던 정정벽검이 아니겠는가. w1 최초의 살인 w0

전백은 갑자기 잃어버리게 되었다가 다시 찾게 된 보검을 대하 게되자 속으로 크게 격동해서는 후딱 몸을 날려 손을 뻗쳐 나귀 등의 고리에 메달려 있는 무정벽검을 집으려고 들었다. 동시에 그는 입으로 크게 소리쳤다. "이것은 나의 벽검이 아닌가요 ? " "노인장...." 전백이 심적으로 크게 격동되어 있는 만큼 몸놀림이 빠르다 하 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가 빠르다고 하지만 노인은 그보다 더욱더 빨랐다. 전백의 몸이 미처 나귀의 앞에 이르기 전에 노인은 나중에 몸을

날렸으나 먼저 나귀 옆으로 다가와서는 후딱 나귀의 등에 타고는 입으로 재빨리 부르짖는 것이었다. "어, 도령! 자네는 어떻게 된 것인가? 이 어르신의 보검을 빼앗 겠다는 것인가?" "흥 !" 전백은 극도로 끓어오르는 분노에 싸늘히 코웃음을 치고서는 입 을 열고 외쳤다. "누가 누구의 보검을 훔쳤는지 모르겠군요? 우리들과 같은 사람 들의 눈에는 한 알의 모래도 들어갈 수가 없지요. 노인장이 줄곧 나의 뒤를 따라오더니만 나의 보검을 빼앗고, 그러고도 모자라서 내앞에서 자랑을 하겠다는 것인가요...." 한편으로 노갈을 터뜨리면서 한편으로는 재빨리 뒤쫓았으나 이 때 노인은 이미 나귀를 타고 이 장 밖에서 달려가고 있었다. 전백은 그와의 간격이 더 멀어지게 될까봐 팔보간선(ㄸ l ナ薛 의 신법을 펼쳐서는 급히 뒤를 쫓아갔다.


동시에 몸뚱아리가 허공으로 솟아오르게 되었을 때에 맹렬히 노 인의 등심을 해 일 장을 쪼개내었다. "아이쿠 ! " 노인은 뾰족한 소리로 급히 소리쳤으며 동시에 나귀의 등에 태 워져 있는 그의 몸뚱아리가 마구 어지럽게 흔들거렸다. 어느덧 전백이 쪼개낸 일 장은 허공을 가로지르게 되었고 노인 은 여전히 부르짖고 있었다. "도령 재물을 보고 노략질을 하겠다는 것인가? 자네들쪽의 사람 들이 많으니 누구든 이곳으로 와서 이 도령을 좀 막아주구려." "늙은이 ! 일부러 미친척 시치미 떼지 마시오 ! " 전백은 뒤에서 화가 나서는 욕을 하며 급히 뒤를 쫓으면서 또다 시 이 장을 쪼개내는 동시에 외쳤다. "어째서 이 도령의 보검을 내려놓지 않소. 당신이 설사 하늘가 까지 도망친다 하더라도 이 도령은 당신을 뒤쫓아가 보검을 받아 낼것이오." "아이쿠 ! 아이쿠...." 노인은 나귀의 등에 타고 고개도 한 번 돌리지 않은 채 질풍과 같이 앞으로 달려가면서 입으로 연신 비명을 질렀다. "아이쿠 ! 아이쿠....." 마구 숨이 넘어갈듯이 소리소리 지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백이 잇따라 노인의 등심에 있는 요해를 향해 쏟아낸 몇장은 하나같이 노인의 몸뚱아리가 어지럽게 흔들거리는 사이에 모두다 빗나가게 되었다. 더군다나 전백이 조그마한 나귀의 등을 향해 쪼개낸 일 장과 두 대의 주먹질도 그 조그마한 나귀가 마구 깡충거리면서 피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한 사람과 한 필의 나귀는 모두다 그야말로 나는 듯이 줄달음을 놓았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덧 십여 장 밖에까지 달려가고 있 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숲 속으로 모습을 감추려 하고 있는 것이었 다. 표돌산장의 고수들은 전백이 노인의 뒤를 쫓아가자 몇 사람이 한번 뒤쫓아가 볼 뜻이 있는 듯 몸을 추스리자 장주인 적성수 모 용함은 손을 들어 흔들었다. 그들은 한 사람과 한 필의 말이 점점 더 멀리 도망가더니 점차 모습을 울창한 숲 속으로 감추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호통치는 나 귀의 발자국 소리도 점차적으로 멀어지더니 들리지 않았다. 전백은 표돌산장 뒤의 소고산에서 그 노인을 뒤쫓아 사오십 리 길을 달려가게 되었고 우거진 소나무 밭에 이르게 되었을 때에 갑 자기 나귀를 탄 노인의 종적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 나귀를 탄 노인이 종적을 감추기는 했으 나 그의 그 무정벽검은 바로 커다란 한 그루의 나무 위에 걸려있 는 것이 아닌가. 전백은 거의 자기의 눈을 믿을 수가 없는 심정이었다.


"이 세상에 어떻게 이와 같은 기이한 일이 있는가? " 잃어버렸던 보검이 무단히 나무 위에 걸려서는 전백이 와서 가 져가라는 듯이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사실이 눈 앞에 놓여 있었다. 황금의 손잡이와 녹색의 고기껍질로 만들어진 검집, 그리고 황 색의 금수가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는 것이 분명 무정벽검은 그곳

에 걸려 있는 것이었다. 전백은 처음에 자기의 눈이 잘못 되었는가 하고 생각했다. 온종일 그 잃어버린 검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눈 앞에 그와 같은 환상이 보인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그는 눈을 비비고 다시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니 무정 벽검은 여전히 멀쩡하게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검이 걸려있는 가지는 땅바닥에서 충분히 사 장도 더 되는 것 같았다. 달포 전에 날수동심 비일동이 전백의 쌈지를 낚아채 가서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조리 내던져 버린 이후에 그 쌈지를 삼 장이나 되는 높이의 나뭇가지 끝에 매달아 놓아 전백이 끌어내릴 수 없도 록 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검을 매단 나뭇가지는 땅바닥에서 사 장도 더 되 니 이러한 이치로 볼 때에 전백이 결코 뛰어오를 수 없는 거리이 기도 했다. 그러나 전백은 너무나 빨리 보검을 찾고 싶은 심정에 그러한 점 들을 고려해 보지 않았다. 무정벽검이 확실히 그 나뭇가지 위에 걸려 있다는 것을 확인하 게되자 즉시 몸을 솟구쳐 올랐다. 획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단번에 사 장도 더 되는 허공으로 몸 을 솟구쳐 올랐고 허공에서 신형을 꺾으면서 청정저주(ㄷ迂ㄷㄴ) 라는 신법을 펼쳐서는 손을 뻗쳐 검자루를 거머쥐고 그 자신도 둥 실하니 아래로 내려섰다. "훌륭한 신법이군 ! " 전백은 검을 되찾아야겠다는 마음이 급해서 자기의 경신제종술 (₩淀債ㅎ悔匯이 갑자기 이토록 많이 증진된데 대해서 결코 유의하 지 못하고 있던 참인데 등 뒤에서 갑자기 갈채 소리가 들려오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전백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두 번이나 빼앗긴 경험이 있었 다. 그 경험이야말로 실로 사람으로 하여금 살고 싫지 않을 정도로


괴로운 좌절감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던 터라 잃어버린 검 을 막 되찾게 되었을 때에 갑자기 등 뒤에서 다시 적의 종적이 나 타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만큼 전백은 화살에 놀란 새 꼴이 되어 발이 땅바닥에 닿게 되었을 때에 손에 쥐고 있던 검자루의 용수철을 눌러서는 쩡 하는 용음(y 公菽과 더불어 무정벽검을 검집에서 뽑아내었으며 한 줄기 의 파란 광채를 번쩍이면서 그대로 뒤를 향해 야전팔방(u ㅍ莢팖ㅎ 이라는 일식을 펼쳐내 무정벽검으로 등뒤에 한 가닥 호선의 빛무 리를 긋고는 그 이후에 자신이 몸을 돌려서 눈을 들어 살폈다. 그 순간 전백은 자기도 모르게 한 가닥 찬기운을 들어마시지 않 을수가 없었다. 원래 전백의 등 뒤쪽에 서 있는 사람은 몸에 하얀 삼베 옷을 입 고 허리에 새끼줄을 둘렀으며 기다란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드리웠 을 뿐만 아니라 얼굴이 무뚝뚝 하니 한 점의 표정도 찾아 볼 수 없었고 안색마져 창백해서 한 방울의 피빛조차 보이지 않는 두 명 의 괴인이었다. 이 두 명의 괴인은 아무런 기척도 없이 전백의 등뒤에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마치 두 구의 유령과 같았다. 더군다나 두 명의 괴인의 몸에서는 일종의 귀기(ㅎ a ㅍ가 서려 있었다. 그 두 명의 유령과 같은 괴인이 나타난 이후에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울창한 소나무 숲 속 역시 한 겹의 음산한 기운으로 뒤덮이 고 만것이었다. 따가운 해가 중천에 떠 있었지만 전백으로서는 공포와 음산한 감을 느끼게 되었고 마치 자기가 지옥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 는 생각에 온몸의 솜털이 모조리 터져나갈 것처럼 팽팽히 곤두섰 다. 더군다나 이상한 것은 그 두 명의 괴인들은 옷차림이나 얼굴형 상등 어느 것 하나 다른 점이 없어 거의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 나누어진 것처럼 보였다. 바로 전백이 공포와 두려움에 넋을 잃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명의 괴인이 흰 이빨을 드러내고 씩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웃지 않는 것보다 더욱더 끔찍했다.

얼굴의 살점은 꿈쩍도 하지 않고 다만 두 줄의 허연 이빨만 드 러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또다른 괴인은 전백에게 손을 뻗치면서 음산한 어조로 외쳤다.


"가져오게 !" 전백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검을 가슴팍 앞에 비켜들고 속으 로 단단히 여미었다. "이번에야말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다시는 아버님이 남기신 검을 잃어버릴 수는 없다.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빼앗길 수는 없는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불초는 두 분과 평소에 일면지식도 없는 사이이오. 두 분이 불 초에게 가져오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구려....." "낄낄낄..." 두 괴인은 일제히 괴소를 터뜨리는데 그 소리는 마치 닭이 울부 짖는 것 같아 전백은 온몸에 그만 소름이 끼치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첫째 자네는 검을 가져오게 ! " 두 명의 괴인은 웃음을 그치자 여전히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먼 저 입을 열었다. "둘째로 너는 다시 목숨을 가져오도록 해라. 두 가지 일은 하나 이지만 내가 보기에 너는 역시 먼저 검을 바치는 것이 좀더 수월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네가 죽고 난 이후에 이 어르신께서는 허리를 구부리고 검을 줍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니겠는 가." 이 말은 너무나 오만무례하기 짝이 없었으며 그야말로 전백을 자기 주머니 안에 든 물건처럼 생각하는 투였다. 전백은 그와 같은 말을 듣자 검미를 꿈틀하니 치켜올리게 되고 가슴 속으로부터는 불길같은 노여움이 불끈 치솟아 어느덧 생사를 도외시 하게 되었고 냉소로써 맞서게 되었다. "홍 ! 두 분은 큰소리를 치고도 전혀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군. 어서 이름을 대시오. 이 전백의 검은 무명지귀(?♨薔ㅎ)는 죽이 지 않소." 두 귀인은 전백이 스스로 자기의 이름을 밝히자 서로 한 번 쳐 다 보았으며 전혀 표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에 한 가닥의 표정이 움직이는가 하더니 일제히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아니 자네 역시 전가란 말인가? 거짓은 아니겠지 ? " 전백은 속으로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어처구니가 없군. 성씨에도 가짜가 있나? '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는 말했다. "혹시 두 분이 사용하는 것은 가짜 성명이라서 감히 밝히지 못 하는 것이 아니오 ? " 한데 그와 같은 말은 바로 두 괴인의 남모르는 아픈 상처를 건 드리게 되었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이 꾸짖었다. "나는 활사인(ㄹч娠)이라고 한다 !" 그러자 다른 한 사람 역시 날카롭게 외쳤다. "나는 사활인(чㄹ娠)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은 다시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은 정말로 이름도 없고 성도 없다. 그러나 명호 (♨ㄹ)를 이야기하게 되었을 때에는 바로 너에게 죽음이 내릴 때 이니라." 두 괴인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동시에 몸을 솟구치더니 손과 갈 고리처럼 만든 손가락을 함께 뻗치면서 전백에게 맹렬히 덮쳐 들 었다. 전백은 손에 들고 있던 검에 힘을 주어 꼬나쥐고는 좌로 막고 우로 맞받아 치는데 잇따라 오육 초를 펼쳐서야 가까스로 두 명의 괴인을 뒤로 물러서게 할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전백은 잇따라 무림의 절정고수들을 상대해 보았지만 은 한 번도 이와 같이 이상야릇한 초식과 맞닥뜨린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두 괴인의 초식이 펼쳐지게 되었을 때에 느린듯 하면서도 무척 빨랐다. 괴인들의 손과 손가락이 천천히 뻗쳐나는 것을 보고 느끼게 되

었을 때에 느닷없이 광풍폭우가 몰아치 듯 들이닥치는 것이었고 홀연 또 재빠름에서 느려졌다가 그야말로 번개와 질풍처럼 덮쳐왔 으며 갑자기 또 눈 앞에서 얼어붙는 듯 정지상태에 빠지는가 하면 그 다음 순간에는 다시 손과 손가락이 천천히 허공을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괴인이 매번 일 초를 펼쳐내게 되었을 때에 전백은 반드시 잇따 라 삼사 초 내지 사오 초를 펼쳐내야 가까스로 막아낼 수가 있었 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서로 이삼심 초를 펼쳐내서 공격을 하 게 되자 전백은 그만 손발이 어지러워지게 되었다. 이때 전백은 완전히 독각비마 이거와 손을 쓰게 되었을 때의 여 유와 침착함을 상실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독각비마 이거의 초식이 아무리 빠르다 하더라도 어쨌 든 간에 어느 정도 그 맥락(h 叡ㅎ을 쫓아가 볼 수가 있었으나 이 제 이 두 괴인이 펼쳐내는 수법은 그야말로 전혀 비추어 볼 흔적 을 남기지 않았다. 전백의 무공은 원래 매우 복잡한 편이었다. 애시당초 그가 무학의 길에 들어서서 심여 년 간의 고된 수련을 쌓기는 했으나 명사(☏n 鹵의 지도를 받지 못해 배운 것이 지극히 보편적인 무공초식에 지나지 않았다. 나중에 그가 애써서 쇄골소혼천불비권이라는 불문의 정통심법을


익히므로써 내공이 크게 불어나게 되고 이목이 예민해져 여느 사 람과는 크게 달라지므로써 상승의 무공을 닦는 문경(j ㅍ董에 도달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기묘한 검장의 초식을 여전히 잘 알지 못했 다. 그런 연후에 잇따라 고수들과 초식을 겨루게 되고 하나같이 다 른사람의 기묘한 초식으로 그의 영감을 촉발시키게 되어 가까스로 삼사 초 내지 사오 식을 배우게 되었으나 그 가운데 연결되지 않 는 부분은 역시 자기 자신이 임기웅변으로 대처해 나가야 했다. 따라서 그는 다른 사람들과 손을 쓰게 되었을 때에 그의 내공장 력이 상대방보다도 훨씬 고강하면서도 가까스로 상대방과 막상막 하의 싸움을 벌이거나 상대방을 제압하지 못했다. 바로 초식에 익 숙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두 괴인의 기인한 수법에다가 협공까지 받게 되자 그는 즉 시 그의 짬은 밑천이 드러나게 되어 양면으로 허둥지둥 하게 되었 다. 십여 초를 어느덧 겨루게 되었을 때에 전백은 그만 거의 수세를 취하게 되고 공격을 하는 기회가 적어지게 되었고 장검은 매번 제 대로 노리는 부위쪽으로 디밀지를 못하고 두 명의 괴인의 강경한 장풍에 밀려나곤 했다. 전백은 싸우면 싸울수록 간담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눈을 들어 사면팔방을 바라보면 하나같이 얼굴이 음산한 하얀 인영이 늘어서 있는 것이었다. 물론 어떤 것은 질풍과 같이 빨라 번쩍 하는 순간에 눈 앞으로 달려들었고 어떤 것은 앞에 똑바로 서서는 꼼짝도 하지 않은 상태 에서 손가락을 구부리고 손을 뻗쳐서는 자기를 움켜잡으려고 하기 도 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빠르든 늦든 간에 '쉭쉭' 하는 세찬 바람은 뼈 를 에일 듯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데 그 차가움이 얼음보다 더했고 주먹마다 그리고 손그림자마다 살갗에 찌르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 었을뿐만 아니라 자기를 에워싸고 있는 하얀 괴인들이 가면 갈수 록 많아지게 되어 두 사람이 네 사람으로 변하고 네 사람이 여덟 사람으로 변하는가 하면 여덟 사람이 열여섯 사람으로 변화하는 것이었고 그 리고서는 더욱더 불어나는 것이었다. 전백은 물론 눈 앞의 환상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괴인이 펼치는 신법이 변환(l ㅍ 으로 비롯된 것임을 알 수가 있었으나 어느 것 이 실체이고 어느 것이 허상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오로지 무정벽검을 그야말로 비바람 한 점 샐틈 없이 휘둘러 자기 자신을 지키고자 했다. 전백의 삼재검법은 지극히 평범했지만 전백의 손에서 펼쳐지게 되자 그야말로 범상치 않은 위력이 나타났다. 첫째는 무정벽검이 무림의 지보이고 둘째는 전백의 내공과 진력


이 급격히 증대되었기 때문이었다. 무림에서 흔히 보는 삼재검법이었지만 전백이 펼치게 되자 놀랍 게도 싸늘한 광채가 구불텅거리며 뻗쳐나는 것이 마치 노한 용이 바다를 마구 뒤흔들어 놓는 것 같았고 싸늘하기 이를 데 없는 검 기가 얼굴에 닿게 되었을 때에 싸늘한 느낌을 갖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재빠르게 휘두르게 되었을 때에는 우르릉우르릉 하니 놀랍 게도 은연중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지기도 했다. 두 명의 괴인들이 놀라워 하는 점도 역시 전백 못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 형제 두 사람이 손을 합쳐서 펼치는 태극양의리 혼장(ㄸㅎ梁{窕鋌悠王 아래에 좀처럼 그 누구든 십 초를 견디어 내지를 못했으나 지금 눈앞의 대수롭게 보이지 않는 젊은이가 그 들을 상대로 십여 초를 싸워서도 대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로 수 월하거나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였기 때문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오육 초를 겨루게 되었다. 활사인은 그런대로 성질을 누르고 조금도 서두르거나 느리게 움 직이지도 않고 일초일식을 계속해서 펼쳐내고 있었다. 사활인 성질이 무척 급하고 사나워서 오랫동안 전백을 상대로 싸웠으나 좀처럼 전백을 꺾을 수 없게 되자 매섭게 휘파람을 내불 며 왼손으로 비스듬히 베어왔고 오른손으로는 세워서 음양이로({ 呂| 薄라는 일 식을 펼쳐서는 전백의 아래와 가운데 부분에 있는 다섯 곳의 요혈을 뒤덮듯 하고 맹렬히 공격을 해왔다. 그 일 초는 날카롭기 이를 데 없어 전백은 두 명의 괴인에게 에 워싸인 채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어질어질 하고 눈이 가물가물 하 던 판이라 벌써부터 적의 초식이 어디서 어디로 들어오는지 분간 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애써서 무정벽검을 비바람 한 점 샐틈 없이 휘둘러 적에게 상처를 입힐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저 자기 자신을 지키는 데에만 급급해져 있었으며 적의 매서운 살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러니까 맹인이 눈먼 말을 탄 것처럼 위험한 절벽의 가장자리 에 이르러서도 모르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활사인은 갑자기 전백의 검수에 한 가지의 물건이 데롱 데롱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는 갑자기 흠칫하더니 일부러 그러는 지 아니면 모르고 그러는지 손을 뻗치는 부위가 꼭 알맞게 사활인 이 전백에게 뻗쳐가는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살초를 순간적으로 저 지할 수있는 곳에 내밀었다. 그러니까 정히 사활인이 발을 구르며 성질을 내게 되었을 때에 활사인은 질풍과 같이 손을 움직여서 어느덧 전백의 검수에 데롱


데롱 매달려 있는 물건을 낚아채고는 잇따라 몸을 날려서는 뒤로 물러섰다. 사활인은 물론 활사인의 그와 같은 행동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 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언제나 함께 나가고 함께 물러섰던 터라, 활사인이 싸움의 테두리 밖으로 훌쩍 물러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는 불만이 잔뜩 끓어올랐으나 역시 덩달아 뒤로 몸을 날려 물러나 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백은 대뜸 압력이 감소되는 것을 느꼈다. 사방의 하얀 그림자들이 벼락같이 쓰러지고 없는지라 그 역시도 재빨리 자세를 가다듬고 몸을 세우고서는 검을 비켜든 채 상대방 을 노려보았다. 두 명의 괴인들은 어느덧 하나의 비단으로 만든 쌈지를 열고 손 에 잡히는대로 한 무더기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꺼냈다. 두 사람의 괴인은 서로 한 번 쳐다보더니 전백의 앞으로 내밀며 호통쳐 물었다. "이게 뭔가?" 전백은 첫눈에 그들 두 괴인의 손에 들려있는 그 한 묶음의 헝 클어진 머리카락을 보고 그만 뜨거운 피가 끓어올라 두 눈마져 새 빨갛게 물들어지고 말았다. 그것이야말로 날수동심 비일동이 자기의 손에서 낚아채 가서는 버렸던 것인데 그 자신이 애써 찾으려고 했으나 찾지 못한 부친의 유물이 아닌가. "되돌려 주시오 ! " 전백은 매섭게 호통을 내질렀다. "당신은 그 물건을 어디서 주어왔소 ?" 두 명의 괴인은 전백이 갑자기 그토록 흉악하게 변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터라 입을 한 번 삐죽하더니 그 한 묶음의 헝클어

진 머리카락을 전백의 앞으로 내던지며 동시에 냉랭한 어조로 입 을 열었다. "달라면 되돌려 주지 그게 무슨 대단한 물건이라고." 그러면서 그는 다시 쌈지 안에서 한 토막의 실날같은 끈을 꺼내 더니 서로 다시 한 번 시선을 교환했는데 무표정한 얼굴에도 한 가닥 의혹의 빛이 떠오르는가 했는데 곧이어 전백에게 얼굴을 돌 리고는 질문을 던져왔다. "이것은 또 무엇인가 ? " "빨리 되돌려 주시오." 전백은 활사인이 그 비단 쌈지를 자기의 검수에서 낚아채간 사 실을 모르고 다만 두 괴인이 어디서 자기 부친의 유물을 손에 넣


었을까 하고 이상하게만 생각했다. 동시에 마음 속이 매우 격동되어서는 연신 부르짖었다. "그 쌈지의 물건은 모두 내 것이오." 두 괴인은 전백이 소리치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그 실로 닿은 끈을 전백에게 던져주고 다시 쌈지 안에서 잇따라 한 알의 강철구 슬과 하나의 청동으로 만들어진 단추를 일일이 꺼내서는 전백에게 꺼내주었다. 최후로 두 괴인은 비단 쌈지 안에서 한 매의 청동으로 만들어진 엽전을 꺼내자 그 즉시 마치 사갈(?ㅌ)을 만지기라도 한 사람처 럼 후다닥 놀라 펄쩍 뛰며 미친 듯이 휘파람을 내불며 매서운 호 통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두 손으로 자기의 어깨 위에 드리워진 기다란 머리카락 을 마구 쥐어뜯으면서 허공에다 뿌리니 온 천지에 머리카락이 날 리게 되었다. 이번에는 전백이 그만 놀라고 말았다. 그로서는 그 두 괴인이 어째서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날뛰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두 명의 괴인은 발을 구르며 가슴을 치고 자기의 머리통을 두드 리는가 하면 자기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면서 슬픔과 목이 메어 처참한 소리를 내지르는데 그야말로 귀신이 곡을 하고 늑대가 울 부짖는 듯했다. 그와 같이 반나절 동안 실성한 사람처럼 날뛰더니 다시 두 괴인 은 서로 얼싸안고서 서로 머리를 부딪쳤다. 퍽퍽 하는 소리가 났으며 그들의 얼굴은 죽고 싶도록 괴로운 표 정이 아닌가. 전백은 마치 오리무중에 떨어진 것 같이 멍하니 두 미친 사람처 럼 날뛰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몰랐다. 갑자기 그 두 명의 괴인은 질풍과 같이 손을 움직여 한쪽에 하 나씩 전백의 왼팔과 오른팔을 잡았다. 첫째로 전백이 방비를 하지 않고 있었고 둘째로 두 괴인의 손을 쓰는 것이 너무나 빨라 엉겁결에 잡히고 만 것이었다. 전백은 그만 깜짝 놀랐으나 그것은 고사하고 두 팔의 움켜잡힌 곳이 뼈가 부러지는 것처럼 아파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이빨을 깨물고 버티어 내면서 아무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무정벽검인가? " 전백의 오른팔을 잡은 활사인이 슬픈 음성으로 물었다. 전백은 항의하듯 고함쳤다. "나를 놓으시오 ! " "자네는 전운천 전대협의 아들인가 ? " 전백의 왼팔을 잡은 사활인이 처참한 음성으로 물었다. 전백은 그만 슬픔이 끓어올라 처연해져서는 미처 대답을 하지 못했다. 두 괴인은 갑자기 다시 전백을 놓더니 일제히 허리를 구부려 전


백에게 절을 했다. 그리고 나서 활사인이 슬픈 소리로 부르짖었다. 하늘에 눈이 있어 은인에게 후손이 있었구나. 사활인은 슬픈 소리로 부르짖었다. "하늘이 무심해 은인의 억울한 죽음이 아직도 바다 속에 깊숙히 파묻혀 있듯 하더라." "그렇지 않아." 활사인이 사활인을 잡아당기며 손에 들고 있던 그 구리로 만들 어진 엽전을 손바닥을 펼쳐서는 보이며 처참한 음성으로 다시 말

을 이었다. "아우, 이걸 보게. 이게 무엇이지 ? " "응...... 응...... " 사활인을 하늘을 향해 길게 소리 내어 슬피 소리를 지르는데 그 울부짖는 소리가 비장하면서도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고 또한 너 무나 우렁차 그야말로 바위라도 뚫고 구름이라도 찔러 놓을 것 같 았다. "우리 형제들이 은인이 영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당하게 되고 또 일시에 원수를 찾아내지 못하게 되자......" 사활인은 슬피 한 번 울부짖더니 이후에 침통한 어조로 말을 이 어갔다. "은혜를 입고도 보답을 하지 않으면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 다는 말이 있듯이 차마 이 세상에 살아남기가 창피했기 때문에 성 명을 감추고서 활사인과 사활인으로 자처하지 않았소. 그런데 이 제 이 물건을 발견했으니...." 사활인은 그러면서 사활인의 손바닥에 들려있는 청동으로 만들 어진 엽전을 가리키며 더욱더 비통한 얼굴이 되어 온 얼굴에 눈물 자국으로 뒤범벅이 되도록 하고서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미 원수가 누구인지 알았지만 은인을 위해서 복수를 하지 못 하니 우리 형제들이 무슨 면목으로 이 세상에서 남 몰래라도 살아 갈수가 있겠소 ?" "그렇네 ! " 사활인 역시 슬피 통곡을 하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되물었다. "아우 우리들이 또 무슨 면목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 " 두 괴인은 그리고서는 머리를 서로 얼싸안고 엉엉 통곡하기 시 작했다. 전백은 두 유령과 같이 생긴 괴인들이 보기에는 음산하고 냉혹 한데도 그토록 열렬한 감정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터라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는 두 괴인의 말 속에 서려있는 뜻으로 미루어 볼 때에 분명히 역시 선친과는 옛날부터 잘 지내는 것 같지 않은가. 이때 전백은 이미 처음 두 괴인을 발견했을 때의 반감과 혐오감 같은 것은 깡그리 사라져버리고 되려 두 사람이 매우 다정하게 느 껴졌다. 그것은 마치 아버지님의 친구분을 만나보게 된 감정과 흡사했 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그토록 슬피 우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 어 옆에서 권했다. "두 분은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군자가 원수를 갚는데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두 분이 그런 마음 만 있으면 이 전백은 말할 것도 없고 바로 세상을 떠나신 선친께 서도 구천지하에서 감격해 마지 않을 것이외다." 한데 전백이 두 사람을 위로하지 않을 때에는 그저 서로 비통해 하기만 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데 전백이 이와 같 이 두 사람을 위로하는 말을 막 끝내게 되자 그들 두 사람은 갑자 기 손을 놓고서 떨어지더니 눈물을 비오듯 흘리면서 부르짖었다. "정말 옛사람 보기가 창피하구나, 정말 옛사람 보기가 창피하구 나...." 그렇게 소리소리 지르면서 활사인은 맹렬히 고개를 숙이고 한 그루의 두 아름드리의 커다란 소나무를 향해 머리를 부딪쳐 가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그는 너무나 지나친 슬픔으로 인해서 머리를 소나무 몸 통에 박아서는 자결을 결심한 모양이었다. 전백이 미처 손 쓸 사이가 없었고 또 막을려고 하더라도 막을 수가 없었다. 이쪽에서는 사활인 역시 똑같이 머리를 떨군채 다른 한 커다란 소나무 몸통쪽으로 부딪쳐 가는 것이 아닌가. "우직끈 뚝 ! " "우직끈 뚝 ! " 차례로 잇따라 두 커다란 음향이 울려퍼지게 되고 곧이어 우르 릉 꽝 팡 우르릉꽝 하는 소리가 일면서 대지를 진동시켰다. 그리고 나뭇잎과 나뭇가지들이 마구 날면서 흙먼지가 뾰얗게 일 었다. 두 괴인이 머리를 나무에 박아서 자살하려고 했으나 비단 성공

하기는 커녕 두 그루의 두 아름드리도 더 되는,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거대한 소나무만 머리를 받아서는 쓰러뜨린 것이었다. 전백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 속으로 혀를 내둘렀으며 그들 두 괴인이 머리를 숙이고 받는 힘은 아무래도 천 근은 더 될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두 괴인은 한 번 받아서 자기가 죽지 않자 여전히 달갑 지 않은 듯 잇따라 머리를 푹 숙이고는 나무쪽으로 돌진해 갔다. "우직끈 뚝 !" "우르릉 꽝 ! " "우직끈 뚝 ! " "우르릉 꽝 ! " 잇따라 커다란 음향이 울려퍼지고 두 괴인은 한 번 받고는 또 한번 받곤 했다. 그리하여 한 그루, 한 그루의 커다란 소나무들이 박치기를 하는 대로 쓰러지게 되었고 전체의 소나무 밭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 져 천지개벽을 하는 것 같았고 먼지는 뿌옇게 허공을 가리게 되었 다. 만약에 그 누가 있어 멀리서 이와 같은 기세를 보았더라면 이 소나무 밭의 산이 무너져 내려앉는 줄 알았으리라. 아마도 두 괴인은 그저 머리로 나무를 받아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전백을 그만 내버려 두고 슬픔에 잠겨 통곡과 비명을 내지르면서 달려갔다. 두 명의 괴인들의 신형이 나는 듯이 달려가게 되고 기다란 머리 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면서 소리소리 비단폭을 찢는 듯한 처참한 통곡소리와 슬픔에 찬 휘파람 소리 속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종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다만 그 소리소리 슬프게 부르짖는 고함과 휘파람 소리만이 저 하늘가에서 가물가물 들려오면서 황량한 들판을 마구 뒤흔들어 놓 는것 같았다. 전백은 멍하니 두 괴인이 멀리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서도 넋을 잃은 채 한참동안 움직이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가까스 로 심신(湳 s 燐을 가다듬었다. '유령같이 생긴 두 괴인이 정말 정이 깊고 의협심이 있는 사람 들일 줄은 몰랐구나....' 그러다가 전백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아 ! 그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건데 아마도 부친을 죽인 원 수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어째서 또 선친을 위해서 원수를 갚을 수 없다는 것일까? ' 전백은 갑자기 깨닫는 바가 있어 그만 발을 구르며 자기도 모르 게 소리를 내질렀다. "아이구, 내가 어째서 물어보지 않았을까? " "애숭이야 ! 너는 누구에게 물어보는 것을 잊었다는 것이냐? " 갑자기 등 뒤에서 그 누가 응수를 해 왔다.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냐? "


전백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등 뒤에는 바로 놀랍게도 날수동 심 비일동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전백은 그만 가슴 속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이 늙은이가 가장 억지를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 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그만 눈살이 찌푸려 졌다. 날수동심 비일동은 껄껄 소리 내어 웃는 것이 무척이나 기쁜 듯 실눈을 가늘게 뜨고는 말을 이었다. "헤헤헤, 이 녀석아, 너는 이 어르신을 만나보고 싶지 않은 모 양이지 ?" 전백은 그를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구나. 이 녀석아, 너는 우리 두 사람에게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 전백은 그제서야 황연히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이 소나무 밭은 원래 자기가 연운오패천을 만나게 된 곳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지난번에 왔던 곳을 다시 찾아오게 되자 자기가 이 한 달동안 겪은 기이한 일들이 정말로 격세지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우리 젊고 늙은 두 사람이 인연이 있다면......." 날수동심 비일동은 전백이 감개무량함에 젖어 있는 것을 상관하

지 않고 여전히 히히덕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 물건을 이리 가져오도록 하게나" 전백은 그 소리를 듣고는 혀를 찼다. "또 시작이로구나. " 그리고 그는 재빨리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쓰디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노선배님 노선배님이 이 후배의 물건을 모조리 내버려서 이 후 배를 실컷 골탕먹이셨어도 부족하다는 것인가요? 이제 또다시 달 라니 도대체 무엇을 달라는 것이지요? 이 후배에게는 별다른 물건 이....." "어찌됐든 간에 이번에 노부는 네 녀석의 똥오줌을 달라고 하지 는 않을 것이다..." 날수동심 비일동은 여전히 히히덕거리면서 손가락을 들어 전백 의 손에 들린 무정벽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의 그 검을 이리 가져와서 노부에 한 번 보여라 ! " 전백은 그 소리를 듣자 크게 분노가 치밀었다. "설마하니 이 전백이 바로 이토록 남들이 물건을 가져가고 싶거 나 빼앗고 싫으면 빼앗아 갈 수 있는 사람이란 말인가?"


이와 같은 생각이 들자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서는 늠름히 말했 다. "무림에 몸을 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무기가 바로 무공을 익 히는 사람의 두 번째 목숨이라는 것쯤은 모두다 알고 있는 일이외 다. 노선배님이 그와 같은 말을 하다니 너무나 지나치다고 생각지 않으시오 ? " 날수동심 비일동은 안색을 와락 굳히더니 웃음빛을 모조리 거두 고 무거운 어조로 호통쳐 물었다. "노부는 다만 너에게 묻는 것이다. 내놓을 것이냐? 내놓지 못 하겠는냐?" 전백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거야 이 한 자루의 검에게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물어봐야 할 것이오." 비일동은 두 눈에 살기를 벼락같이 드러내었다. 전백은 그가 손을 써서 빼앗으려 하는 줄 알고 즉시 암암리에 운기행공을 하고 경계를 했다. 갑자기 비일동은 눈길읕 돌리더니 다시 사방에 어지럽게 분질러 져서 쓰러져 있는 커다란 소나무들을 바라보더니 안색을 또 와락 누그러뜨리며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사방을 가리켜 보이고는 물었 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이 커다란 나무들이 어떻게 해서 허리 께로부터 분질러지게 되었는가?" 전백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신은 그야말로 긴장돼서 바짝 애를 태우고 있는데 날수동 심 비일동이 슬쩍 화제를 바꾸어 그 부러진 나무들에 관해서 질문 을 던져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동시에 그는 이 늙은이는 상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억지를 부 리는 사람이니 이 사람과 괜히 쓸데없이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 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 전백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역시 노선배님이 스스로 연구를 해보는 것이 좋겠구려. 이 후 배는 아직도 급한 볼 일이 있어서 이만 작별을 하겠소이다." 그리고 전백은 말을 끝내고 고개를 돌려서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귓가에 차갑게 코웃음치는 소리가 돌리더니 눈 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흔들했다. 그러고 보니 날수동심 비일동은 다시 전백의 앞을 가로막고 날 카롭게 외치는 것이 아닌가. "애숭이야, 너는 또 도망을 치려는 것이냐? 이 어르신 앞에서 그와 같은 수작을 부리다가는 그야말로 네 스스로 고통을 불러들 이는 꼴이 될 것이다. " 전백은 손에 들고 있던 무정벽검을 한 번 떨치며 냉냉히 그 말 을 받았다.


"그렇다면 노선배님은 조건을 말해보시오. 불초가 얼마든지 받 아 들이도록 하겠소."

"흥 ! " 날수동심 비일동은 콧방귀를 뀌더니 온 얼굴 가득히 비읏는 빛 을 띄우고는 말했다. "이 녀석, 네 녀석이 감히 이 어르신에게 손을 쓰겠다는 것이냐 ? " 전백은 가슴을 내밀며 조금도 두려움 없이 말했다. "부득이 노선배님의 몇 수 고초(]力 를 가르침 받아야겠소이 다." 날수동심 비일동은 얼굴에 그늘이 졌다 밝아졌다 했고 그의 눈 동자는 연신 좌우로 이리 구르고 저리 굴렀다. 전백은 날수동심 비일동이 겉으로는 횡설수설하니 제정신이 아 닌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에 있어서 그의 속은 가장 음흉하고 간 사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어떤 암산 을 쓸까봐 즉시 온 정신을 끌어모으고 경계를 했으며 언제라도 위 험을 무릅쓰고 일 격을 받아낼 채비를 단단히 차리고 있었다. 날수동심 비일동은 그야말로 괴팍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었 다. 그는 쌍방의 일촉즉발의 격전을 벌이고 있는 이때에 갑자기 또 눈길을 다시 수 장 밖에 있는 땅바닥으로 옮기는데 마치 또 전백 과 손을 쓴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얼굴에 호기심 어린 빛을 띄우고는 걸음을 옮겨 자 기가 바라보는 쪽으로 다가가면서 입으로는 혼자서 중얼거리듯 말 했다. "어 ! 이 땅바닥에 누가 글을 써놓았지." 날수동심 비일동이 이와 같이 한 차례 긴장됨을 보였다가 또 한 차례 느슨한 태도를 보이곤 하자 전백의 심정 역시 한때는 바짝 긴장되었다가 또 한때는 마음 가짐이 느슨해지곤 했다. 전백으로서는 정말 웃자니 웃을 수가 없고 울자니 눈물이 나오 지 않는 그런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날수동심 비일동이 호기심을 잔뜩 일으켜서 달려가 는 쪽에 시선 한 번 옮기도 않고 고개를 들고 검을 든 채 성큼성 큼 숲밖을 향해 걸음을 옮겨 놓았다. 동시에 전백은 속으로 매섭게 결심을 하고 있었다. 날수동심 비일동이 다시 자기를 막는다면 틀림없이 전신의 공력 을 끌어 올려서는 그의 가슴팍에다가 일 검을 꽂겠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일 검이 그 노괴물의 가슴팍에 구멍을 벙 뚫어놓는 일이 있더라도 그 자신은 결코 눈썹 한 번 찡그리지 않겠다고 단 단히 마음을 굳혔다. 한데 전백의 모진 마음은 다시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그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그 자리를 떠나는데도 날수동심 비 일동은 이번만큼은 다시 그를 저지하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날수동심 비일동은 전백의 등뒤에서 띄엄띄엄 땅바닥에 쓰여져 있는 글을 읽고 있었다. 이때 비일동은 그쪽에서 문장이 되지 않는 말투로 글을 얹고 있 었다. "부친을 죽인 원수....금릉(헐 )에 웅크리고...... 세력이.... 하늘에....경거망동... 하지 말라....노(f 董..... 담...." 그러더니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말도 되지 않는군 말도 되지 않아...... " 그러면서 그는 그쪽에서 발로 땅바닥에 쓰여져 있는 글을 문지 르며 투덜거렸다. "정말 개방귀같이 뜻이 통하지 않는 말이군." 전백은 그와 같은 내용이 고막에 울려퍼지게 되자 속으로 크게 흠칫했다. '아이구 ! 저것은 나귀를 탄 노인이 글을 남겨 나에게 선친을 돌아가시게 한 원수들에 관한 단서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닌 가?' 그리하여 그는 맹렬한 기세로 몸을 돌이켜서는 급히 날수동심 비일동이 서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날수동심 비일동은 이미 그곳에서 투덜거리면서 뛰고 굴렀고 그 러면서 다른 한 발의 신발 밑바닥으로는 그 글자들을 마구 짓뭉개 고 있었던 것이었다. "노선배님 ! 그 글자들을 지우지 마시오 !"

전백은 급히 외쳤으며 그 자신도 질풍과 같이 그쪽으로 달려갔 다. 그러나 날수동심 비일동은 이미 땅바닥에 남아있던 모든 글자들 을 깨끗이 지워버리고 되려 한 쌍의 조그마한 눈을 커다랗게 부릅 뜨고는 전백을 노려보며 물었다. "왜 그러는가? 이 녀석아 이 땅바닥의 글자는 네 녀석이 쓴 것 이란 말이냐?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구나." "설마하니 네 녀석은 이렇게 클 때까지도 글공부를 하지 않았더


란 말이냐 ?" 전백은 그와 쓸데없는 말을 나누고 싶은 심적인 여유가 없어 재 빨리 고개를 숙이고는 바라보았다. 땅바닥에는 이미 흙모래로 뒤덮여 있었으며 전혀 글자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전백은 발을 구르며 급히 말했다. "노선배님 이렇게 할 필요가 어디 있소 ? 여러모로 불초를 골탕 먹이려고 하다니 ! " "정말... 정말..." 전백은 정말 정말 하고 뇌까리면서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진정 그를 어떻게 욕해 주어야 속이 시원할지 알수가 없었던 것 이었다. 날수동심 비일동은 전백이 이와 같이 다급해 하는 양을 보고 퍽 이나 재미있다는 듯이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혜혜혜...." 전백은 하늘을 우러러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자와 상대로 똑같이 행동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역시 빨리 이곳을 떠나는 것이 좋겠구나. 그 나귀를 탄 노인이 검을 나 뭇가지 위에 걸어 놓고 글자를 쓴 것을 보면 어쩌면 몰래 나를 도 와 주시는지도 모르겠구나. 글자 가운데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금 릉에 웅크리고 어쩌고 하는 글귀가 있는 양으로 보아 비록 뜻이 완전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선친을 해친 원수가 어쩌면 남경(횃 ₩ 에 있을지도 모르니 차라리 내가 남경으로 한 번 가봐야겠다. 남경에서 원수의 종적을 캐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전백은 이와 같은 생각이 들자 즉시 몸을 돌려서는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날수동심 비일동은 갑자기 또 몸을 흔들하더니 전백의 앞길을 가로막고 호통쳤다. "이 녀석, 너는 검을 남겨 놓지도 않고 떠날 작정이냐? 네 녀석 이 떠나려고 한다고 떠날 수가 있겠는가? " 전백은 그의 이와 같은 트집에 울화가 치밀었다. 그는 더 말하지 않고 검으로 검지천남([獲ㅍ 鍼이라는 일 초를 펼쳐 일 검을 거침없이 날수동심 비일동의 미간에 있는 미심혈(j 湳 )을 내찌르려고 들었다. "훌륭하군." 날수동심 비일동은 갑자기 호통을 치더니 윗몸을 한켠으로 기울 여 전백의 검을 피하더니 어깨를 흔들하며 성큼 앞으로 나서면서 왼손을 와락 뻗쳐서는 전백의 오른손 맥문을 움켜잡으려고 하는데 놀랍게도 공수입백인(]他ㅍ隍斐董의 수법이었다.동시에 그는 오른 손을 번개와 같이 왼손의 팔꿈치 밑으로 불쑥 뻗쳐내며 바람을 일 으키면서 맹렬히 전백의 왼쪽 가슴팍의 요혈을 찍으려고 하지 않 는가. 날수동심 비일동은 정말 헛된 명성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 아니 라 펼쳐내는 초식이 이상야릇하기 이를 데 없어 진정 비범하다 할


수있었다. 전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날수동심 비일동이 맨손으로 자기의 매서운 검초를 상대로 하는 데도 물러서기는 커녕 오히려 몸을 바짝 날려 곧장 자기쪽으로 몸 을 붙이듯 가까이 다가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터였다. 그리하여 전백은 너무나 울화가 치밀어 세차게 힘을 썼던 까닭 에 이미 장검으로 뻗쳐낸 초식을 끝까지 펼쳐내게 된 상태에서 날 수동심 비일동이 바짝 자기 앞으로 달려들게 되었을 때에 다시 검 을 거두고 초식을 바꾸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전백은 그래서 재빨리 오른쪽 손목에 힘을 더 가해 내려뜨렸으 나 오른쪽 손목이 어느덧 날수동심 비일동의 지풍(ㄷㄸ)에 스치게 되고 그 순간 전백은 뼈가 부러지는 듯한 통증과 더불어 반쪽 몸

뚱아리가 시큰해서 하마터면 무정벽검을 놓칠 뻔했다.다행히 오른 쪽 손목을 비일동에게 잡히지 않았지만 날수동심 비일동이 자기의 왼쪽 가슴팍을 향해 내지른 일 장은 피할래야 피할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성질이 급한 전백은 울컥 하는 성미에 왼손을 들 어 바깥을 향해 봉쇄하면서 뻗쳐내었다. '펑' 하는 소리가 크게 이는 가운데 두 사람은 동시에 뒤뚱거리 며 뒤로 세 걸음을 물러섰다. 근신(`窮妾 접전 두 사람은 똑같이 전력을 모조리 돋굴 수가 없 었고 또 그 누구도 상대방으로부터 득을 볼 수가 없었다. 전백은 촉망중에 일 장을 들어 봉쇄를 함으로써 아슬아슬한 고 비를 무사히 넘기게 되자 속으로 느끼는 바가 남다른 것이 없었지 만 날수동심 비일동은 전백이 자기와 일 장을 맞받았다는 것이 여 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니였다. 평소에 그는 퍽이나 자기의 무공에 대해서 자부를 가지고 있었 던 심정으로 말할 때 일개 전백...... 젖비린내가 가시지 않는 애 숭이 녀석이 감히 자기의 일 장을 맞받아 쳤다는 것은, 또한 자기 와 막상막하의 공력을 보였다는데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전혀 불가 능한 일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녀석을 보았나 ! 제법이로구나 !" 날수동심 비일동은 두 눈썹을 꿈틀하더니 두 눈을 더욱더 동그 랗게 부릅뜨고는 날카롭게 외쳤다. "다시 노부의 일 장을 받아보아라 !" 그러면서 그는 팔을 둥글게 해서 손바닥을 세우더니 팔성의 공 경(ㅍ퍼))을 끌어올려서는 맹렬히 가슴팍 앞에서부터 수평으로 왈 칵 뻗쳐내었다.


장풍은 산이라도 밀어낼 것처럼 획 하는 바람소리를 일으키며 들이닥치는데 정녕 날수동심 비일동의 장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전백은 무심코 날수동심 비일동과 일 장을 맞받은 결과 막상막 하의 형세를 이루게 되자 그 만큼 믿는 마음이 크게 일어나게 되 었고 날수동심 비일동이 다시 일 장을 후려치자 그 즉시 검을 필 손으로 옮기고 날수동심 비일동의 강경한 장풍을 맞아 오른손에 전력을 돋구고서는 마주쳐 나갔다. "평 !" 커다란 소리가 주위를 진동시켰고 두 사람의 장력은 정통으로 맞닥뜨리게 되면서 세찬 기운이 사방으로 왈칵 뻗치면서 모래와 먼지를 뿌옇게 일으켰다. 전백은 신형을 한두 번 흔들거렸을 뿐 여전히 원위치에 서서 움 직이지 않았으나 날수동심 비일동은 휘청거리며 잇따라 대여섯 걸 음을 물러서서야 가까스로 신형을 바로잡을 수가 있었다. 이번에는 날수동심 비일동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강호에서 수십 년이나 명성을 떨쳐 왔으며 좀처럼 적수를 만난 적이 없는데 어째서 이 눈 앞의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애숭이 가 일 장으로 나를 진퇴(ㄷㄸ)시킬 수 있었을까? ' 더군다나 달포전에 이곳에서 전백과 만나게 되었을 때에 분명히 전백은 무공이 평범했는데 어떻게 해서 달포 사이에 공력이 갑자 기 그토록 많이 불어났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게 되었다. 사실 날수동심 비일동은 지극히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며 평소에 는 안하무인격으로 행동을 했다. 한데 오늘날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젊은이가 일 장으로 그 를 진퇴시켰다는 사실이 만약에 강호에 퍼지게 된다면 이후 자기 는 강호에서 뽑낼 수 없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은 생각이 들게 되자 그는 놀람과 더불어 분노가 치밀어 올라 이상야릇하게 생긴 눈을 동그랗게 부릅뜨게 되었고 머리 위 의 허연 머리카락을 남김없이 곤두세웠다. 이 늙은이가 역관발초(陵ㅍ┧ㄷ)의 경지에 오른 것으로 미루어 볼때에 그의 내공수위가 이미 노화순청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엿볼 수가 있었다. "이 녀석 정말 제법이구나 ! " 날수동심 비일동은 이빨이 딱딱 마주치는 소리를 내면서 내뱉듯 말하더니 폭갈을 터뜨렸다. "먼저 다시 노부의 일 장을 받아보아라 !"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날수동심 비일동은 이번에는 놀랍게도 와락 손을 뻗쳐내면서 앞으로 몇 걸음 내딛는 것이 아니라 말을 타듯 무릎팍을 살짝 구부리면서 등을 빳빳이 하고서는 아랫배의 단전에


모인 진기를 힘주어 끌어올리는 동시에 두 눈을 감듯 눈썹을 내려 뜨리고 먼저 두 팔을 수평으로 쭉 뻗어 낸 이후에 천천히 두 손을 안으로 거둬들여서는 칼날처럼 손바닥을 가슴팍 앞에 세웠다. 그가 이와 같은 동작을 취하게 되었을 때에 뼛 속의 진기는 흐 르고 또 흐르게 되었고 살갗 아래의 힘살은 쥐새끼처럼 둥글둥글 부풀어올라서는 진기가 흐르는대로 마구 뛰노는 듯 했을 뿐만 아 니라 온몸의 뼈마디에서 우두둑,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 정말 지극히 흉악한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전백은 그의 그와 같은 표정과 태도를 보자 한 마리의 격노한 수닭처럼 전신의 공력을 모조리 돋구고 기회를 보아 적을 덮치려 는 그 기세에 이 늙은이가 틀림없이 자기와 전력을 다 기울여서 이번 단판에 승부를 결정지으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 다. '이 늙은이와 전력을 기울여 한 번 생사를 건 격돌을 시도해 봄 으로써 내 자신의 내력수위가 도대체 어느 경지에까지 진전이 되 었는지 두고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는 즉시 검을 천천히 등에 메고 있 는 검집에 꽂게 되었다. 그리고 난 이후 그 역시 자세를 가다듬고 똑바로 서서는 마음을 맑게 하고 생각을 비게 한 후 포원수일(昏 z 함忽謂의 신법으로 천 불절학을 십성이나 돋구게 되었다. 전백이 운기행공을 하고 경계를 잔뜩 하게 되었을 때에 날수동 심 비일동 역시 이미 혼신의 공력을 두 손에 끌어모을 수 있었다. 따라서 그는 천천히 눈을 떴는데 두 눈에서는 놀랍게도 형형한 안광이 번개처럼 번쩍이고 샅기는 사람을 핍박하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전백 역시 공력을 잔뜩 돋구고 있는 것을 보 고는 헤벌쭉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애숭아, 준비가 다 되었느냐 ? " "노선배는 이 일 장을 펼쳐 보이시구려." 전백은 날수동심 비일동이 엄청난 잔꾀를 부린다는 것을 알아차 리지 못하고 즉시 대답을 하고서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 후배는 준비가..." 한데 전백이 입을 열고 말하느라고 진기가 슬쩍 밖으로 흘러 나 오게 되었을 때에 날수동심 비일동은 우뢰와 같은 소리를 터뜨렸 다. "압 !" 그러면서 두 손으로 산이라도 밀어내고 바다라도 뒤엎을 것 같 은 기세로 전백에게 맹렬히 뻗쳐 보내는 것이 아닌가. 전백은 깜짝 놀라서는 재빨리 진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을 다물고 전신의 공력을 돋구어서는 두 손으로 엄습해 오는 강경한 장풍을 맞았다. 펑 !


한소리 지극히 짧으면서도 찢어질 것 같은 카랑카랑한 된소리가 크게 일었다. 순간적으로 전백은 두 귀에서 우뢰소리가 들려오고 눈 앞에서는 금빛 별이 마구 튈 뿐만 아니라 강풍노도와 같은 거대한 충력(ㄷ e 鍼이 밀어닥치는 것을 느끼고 거의 자기 자신을 그 자리에 꽂꽂 이 세워두기가 어려워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엄청나고 형체없는 압력은 마치 장강(~ㅌㅎ의 커다란 물결처럼 자기에게로 거세게 휘몰아치듯 밀어닥치고 있었 다. 전백은 자기가 위기일발의 순간에 놓여 있어서 혼신의 힘을 다 해 막아내지 않는다면 자기의 한 목숨은 끝장이 나고 만다는 것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재빨리 머리를 번개같이 쓴 그는 진기를 단전에 끌어모으고 그 즉시 천근추의 수법을 써서는 억지로 신형을 그 자리에 꼿꼿이 세 운 채 전신의 공력을 두 팔에 끌어 올려서는 손바닥 밖으로 벼락 같이 쏟아내는 동시에 이빨을 깨물며 억지로 버티었다. 놀랍게도 위기일발의 위험한 형세에서 그는 억지로 버티어 낼 수가 있었다. 날수동심 비일동은 전백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으나 잇따라 두 번이나 맞바로 교환을 해본 끝에 눈 앞의 이 젊은이가 결코 얕 보아서는 안될 상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세 번째 장력을 맞받아 치게 되었을 때 농간을

부려 속임수로 전백에게 말을 하도록 유도했고 그리하여 전백이 입을 열고 말을 하므로써 진기가 새어나오는 그 순간에 맹렬히 두 손에 끌어모았던 장력을 왈칵 쏟아내 전백을 즉시 손으로 쳐 죽이 므로서 자기의 체면을 살리고자 했다. 그리하여 그는 사오십 년 간에 걸쳐서 갈고 닦은 공력을 두 손 으로 전력을 다해 왈칵 뻗쳐내게 되었는데 전백이 공력을 돋구고 자기를 맞는 장력이 약간 새어나온 것을 느끼게 되고 속으로 그만 우쭐해지고 말았다. "이 녀석 이번에야말로 네 녀석은 정말 끝장이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한데 전백의 장력이 새어나가는 듯 했으나 다시 갑작스럽게 자 기의 장력을 맞받아 뻗쳐내는 동시에 한 가닥 위맹하기 이를 데 없는 힘이 되려 상대방쪽으로부터 자기쪽으로 왈칵 되돌아 오는 것이 아닌가. 날수동심 비일동은 깜짝 놀라 재빨��� 심신을 가다듬고 나머지의


힘을 다시 두 손에다가 돋구었다. 전백 역시 혼신의 공력을 돋구고 끌어 모아서는 이에 대항을 했 다. 이렇게 되자 두 사람은 서로 진력을 겨루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때 두 사람은 하나같이 말을 탄 채 말뚝을 박은 것처럼 꼿꼿 이 서 있었는데 서로의 간격은 겨우 다섯 자 정도 밖에 되지 않았 다. 거기다가 두 팔을 일직선으로 앞을 향해 쭉 뻗어 네 개의 손바 닥이 서로 마주보도록 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먼 발치에서 이들을 볼 때 한 늙은이와 한 젊은이가 숲 속에서 무슨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 여기리 라.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보았을 때에는 두 사람의 표정이 무척 긴 장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의 머리 위에 허연 백발은 모조리 곤두서게 되고 기이하게 생긴 두 눈은 동그랗게 부릅떠져 있었으며 온몸의 힘살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 전백은 쇄골소혼천불비권의 정통심법을 습득한 젊은이었 다. 쇄골소혼천불비권으로 말하면 선배이인이신 척안랑군이 남긴 천 하의 제일기서이며, 이 책에 수록된 것은 그야말로 이 속세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상승의 무공이며 불문의 항마(ㄹ h ㅎ적인 무엇에 견줄 수 없는 위력을 갖추고 있었다. 거기다가 전백이 잇따라 기우를 만나게 되어 먼저 은소탈혼 장 사붕의 은마대법에 의한 시련을 겪어서는 귀진반박(ㅍㄷㆆ j 董하게 되었고, 다시 능풍공자가 무심코 가한 일 장에 의해 그의 온 몸에 퍼져 있는 기경팔맥이 충격을 받고 뚫려서, 짧은 달포만에 무공의 내력이 크게 증진되어 정상적으로 일반적인 수련을 쌓아 오육십 년 내공을 수련한 사람들이 쌓은 공력에 못지 않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실력은 엇비슷해서 그만 호적수끼리 만나 대결을 하는 국면을 이루게 된 것이었다. 두 사람의 장력이 막 맞닿게 되었을 때에 전백은 날수동심 비일 동이 간교하고 얄팍한 속임수에 넘어가 하마터면 비일동의 내력에 충격을 받고 상처를 입을 뻔 했었지만 가까스로 버티어 내게 되었 을 때에 진기를 단전으로 모아들이고 한 가닥의 진기를 뱃 속에서 흐르도록 한 결과 즉시 날수동심 비일동의 압력이 크게 약화되는 반면에 자기의 내력은 끊임없이 생겨나게 되자 마음이 크게 안정 이 되었고 ,그리하여 그는 다시 이성의 힘을 더 보태서는 날수동 심 비일동에게 반격을 가한 것이었다. 날수동심 비일동은 다만 두 손바닥에서 공력을 내쏟게 되었을 때에 전백의 내력이 새어 나가는 것을 느꼈을 뿐이고, 그 즉시 전 백이 버티어 내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이는 비일동의 의표를 완전 히 찌른 것이었다. 거기다가 계속해서 전백의 내력이 마치 장강의 커다란 물결처럼


두 손바닥에서 끊임없이 밀려오자 마음 속으로 놀람과 분노에 얽 히게 되었으나 별 수 없이 이빨을 깨물며 억지로 버티어내는 수밖 에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한 잔의 뜨거운 차를 마실 시간이 흐르게 되었 고,황량한 숲 속은 정말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다.

붉은 해는 이미 서산으로 살짝 기울어지게 되었고 미풍은 나뭇 가지를 살랑살랑 흔들어 놓으며, 불어가고 있었는데 오르지 숲의 으슥한 곳에서 때때로 한두 마디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올 뿐이었 다. 그 이외에 사방은 죽은 듯 조용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 누가 있어서 이 조용한 숲 속에 정히 한바탕 생사를 건 결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 누가 짐작이라도 하겠는가. 전백은 형세를 안정시킨 이후에 심적으로 여유를 가지게 되자 뇌리에 영감이 번개같이 떠올랐다. 그는 감자기 쇄골소혼천불비권에 있는 두 마디의 비결을 떠올린 것이었다. 그것은 허(ㄹ)하면서도 허하지 않고 약(u ㅎ하면서도 약하지 않 은 것인데 이를 설명하면 바로 흡( )자 요결이 되는 것이었다. 전백은 급히 남경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날수동심 비일동을 상대로 이곳에서 자꾸만 겨루기가 싫었다. '이곳에서 자꾸만 겨루고 있을 수만은 없다. 차라리 흡자결을 한번 시험해 보자. 만약에 이 늙은이가 귀찮게 구는 것을 떨쳐버 릴 수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곳에서 떠나갈 수가 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 전백은 젊은이의 심성이 결코 그와 같은 거동이 생사에 관계된 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지 못했고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실천으로 옮겼다. 즉시 그는 진기를 조절하고 손바닥을 안쪽으로 살짝 움츠리듯 들이키자 갑자기 비일동의 장력이 마치 황하의 둑이 무너진 것처 럼 그에게 거세게 소용돌이치면서 밀려드는 것이 아닌가. 전백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날수동심 비일동은 뜻밖에 기세를 올리게 되자 속으로 미칠 듯 이 기뻐했다. 갑자기 전백의 장력이 새어 나가듯 약해지는지라 전백의 내력이 다 소모되어 지탱을 하지 못한 것이라 느꼈다. 그는 대뜸 소리쳤다. "쓰러....." 그러나 그 한 마디의 말을 다 내뱉기도 전에 갑자기 전백의 내


력이 다시 와락 되퉁겨져 자기 자신을 후려치는 것을 느끼게 되었 다. 날수동심 비일동은 즉시 천 근이나 되는 거대한 갑문이 몸위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고 눈 앞이 캄캄해지면서 핏 속에서는 우뢰와 같은 소리가 울려오는 것을 느끼고 더는 지탱을 하지 못하고서 소리쳤다. "악 !" 한소리 슬프고도 참담한 비명소리가 길게 물려퍼지는 가운데 그 자신은 뒤로 퉁겨지듯 날아가게 되었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일 장 밖으로 날아가서는 네 활개를 짝 펴고서 땅바닥에 패대기 치듯 이 떨어지고 말았다. 원래 전백은 흡자결을 막 펼치게 되었을 때에 즉시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다시 천불권에서 본 글귀를 떠올리는 동시에 그 글귀 대로 실천에 옮겼던 것이었다. 그 글귀는 실(枏)하면서도 실하고 강(ㅌ)하면서도 또 강하다라 는 탄(寒)자결을 의미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천불권의 탄자결을 와락 펼쳐 낸 끝에 즉시 날수 동심 비일동에게 충격을 주어 쓰러뜨리는데 성공을 할 수가 있었 던 것이었다. 하지만 전백으로서는 이와 같은 결과를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 었다. 그는 날수동심 비일동이 처참한 비명소리를 내고서 나가 떨어지 게 된 이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먼저 한차례 운기조식을 한 이후 에서야 천천히 걸음을 옮겨서 날수동심 비일동의 곁으로 다가갔 다. 억지투성이에 포악하면서도 괴팍하게 이를 데 없는 날수동심 비 일동은 땅바닥에 사지를 쭉 뻗고 드러누워 있었는데 눈과 코 그리 고 입과 핏 속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사람은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 전백은 강호에서 떠돌아 다닌 것은 상당히 오래 되었으나 이번 에는 역시 처음 사람을 죽인 것이라 날수동심 비일동의 일곱 구멍 에서 피가 흘러내리게 되고 두 눈이 위로 까뒤집어져서는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참담한 모습에 그만 두 눈이 휘둥그래지고 놀란 나 머지 가슴이 벌렁벌렁 뛰놀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두 번 세 번 그를 잡아먹지 못해 언제나 못살 게 굴던 늙은이를 자기가 죽였다는데 마음 속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암암리에 묵도를 올렸다.


"노선배 이럴 필요가 어디 있소? 당신이 두 번 세 번 나에게 생 트집을 걸고 시비를 걸어야 하다니......" "아 ! 내가 실수를 해서 당신을 이같이 때려 죽이리라고는 생각 지도 못했소" 전백은 묵도를 올린 이후에 이 자리에서 떠나 빨리 남경으로 달 려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체를 그대로 남겨두고 떠날 수는 차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 사람을 묻어 주어 그의 시체가 들판에 그대로 나뒹굴 다가 늑대나 독수리의 밥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 이윽고 그는 무정벽검을 꺼내서는 바로 그 숲 속에서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막 비일동의 시체를 골어서는 막 구덩이 안으로 던 져 넣으려고 했을 때에 갑자기 숲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쉭 ! 쉭 ! 쉭 ! " 잇따라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세 명의 경장을 한 대한이 달려 들어왔다. "잘한다 ! " 한 명의 표두(鴻∩)에 고리눈을 가진 대한이 입을 열었다. "대명천지에 사람을 죽이고서도 흔적을 없애려 하는가? 네 녀석 은 이 여기에서 벗어날 생각은 하지 말아라 ! " 전백은 그만 다시 얼떨떨해지고 말았다. 그러자 다시 한 명의 온 얼굴이 다부지게 생긴 사내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 "흐 흐 흐, 친구는 어디서 무엇하는 사람인가? 국물이 생겼으면 혼자서 독차지할 생각은 말아야지." 이번에는 세 번째의 경장을 한 대한이 나섰다. 안색이 시퍼래서 그야말로 재수 더럽게 생긴 얼굴인데 그 역시 냉랭한 어조로 한 마디를 했다. "본 사람도 몫이 있는 게야. 큰 저울로는 금을 달고 작은 저울 로는 은을 다는 법이지. 그러니까 무게를 달아볼 수 있도록 내놓 아 보라구." 전백은 강호도상에 빌어 먹은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지금 이 장 정들이 눈 앞에 나타나 강호의 밑바닥 언어는 역시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세 명의 경장을 한 대한들이 놀랍게도 그를 노략질이나 하는 날 강도로 여기고 그들과 함께 국물을 나누자는 말에 마음 속은 여간 착잡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역시도 반쯤밖에 모르는 강호의 밑바닥 언어로 대답 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세 분 역시 친구였구려. 그러나 애석하게도 초자(蔡 諒)가 밝지 못하구려. !" "이곳에는 나누어 마실만한 국물이 없소. 다만 불초는 동료가 도중에 앓다가 숨을 거두었기 때문에 그의 시체를 거두어 주려는


것뿐이외다." 전백의 말을 듣자 세 명의 경장을 한 대한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일제히 다가와 살펴보았다. 그 다부지게 생긴 사내는 즉시 날수동심 비일동의 죽은 모습을 살펴보더니 그 즉시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냉랭히 웃 음을 흘렀다. "흐흐흐, 잘 알고 있는 사람 앞에서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 법이 오. 친구 당신의 동료는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겠지 ? " 전백이 미처 뭐라고 대답을 하기 전에 안색이 푸르죽죽하니 재 수 옴붙게 생긴 사내가 놀라 부르짖었다. "아이쿠......" 비명부터 내지른 그 사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다시 말을 이 었다. "죽은 분은 날수동심 비노선배님이 아닌가? " 두 명의 다른 장정들도 그 말을 듣고는 눈을 커다랗게 뜨게 되

고 날수동심 비일동을 한두 번 눈여겨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죽은 사람이 날수동심 비일동인 것을 보자 즉시 몸을 솟구쳐 뒤로 두 결음 물러서며 각기 등 뒤로 뻗쳤으며 쨍그 랑 쨍그랑 하니 칼들을 뽑아들었다. 세 명의 경장을 한 대한들은 세 자루의 강철로 만들어진 귀두도 를 치켜들고 즉시 전백을 포위하는 태세를 취했다. "네 녀석은 어째서 비노선배님을 헤쳐서 죽였느냐? " 그리고 그 표두에 고리눈을 한 대한은 전백을 손가락질하며 꾸 짖었다. "그래도 실토하지 못해 " "노대(ㅎ c 洩!" 다른 두 명의 장정이 동시에 부르짖었다. "더 물어볼 것이 뭐가 있겠소? 그 녀석보고 비노선배님의 목숨 값을 하라고 하시오 ! " 그리고 그들은 손에 귀두도를 들고서는 살기등등하게 전백에게 칼을 겨누고는 가까이 다가왔다. "세 분 잠깐만..." 전백은 호통을 내질렀다. "불초는 비노선배님과 무공을 겨루다가 일시에 실수를 해서 잘 못상처를 입힌 결과....." "이 녀석아! 큰소리치다가 혓바닥이 삐게 될까봐 겁나지도 않느 냐 ! "


안색이 푸르죽죽한 사내는 음산하게 말했다. "네 녀석이 광명정대하게 싸우는데 비노선배님의 적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냐?" "틀림없이 네 녀석은 어떤 암산의 수단을 써서 비노선배님을 헤쳐 죽인 것일게다." "이 녀석아 ! " "목숨을 받쳐라 ! " 다부진 얼굴의 사내가 벌떡 몸을 솟구치듯 하면서 외쳤다. 그러면서 그는 냅다 허공으로 뛰어 오르는 동시에 전백의 정수 리를 향해서 귀두도를 내려치려고 들었다. 전백은 몸을 흔들하니 그 한 칼을 피했다. 그러자 다른 두 명의 사내들은 한 사람은 왼쪽에서 한 사람은 오른쪽에서 두 자루의 귀두도로 한 사람은 전백의 늑골을 찔러왔 고 한 사람은 전백의 등심을 찔러오는 드 일제히 전백에게 공격을 퍼붓는 것이 아닌가. 전백은 몸을 돌려서는 손을 뻗쳐 등뒤에서 날아드는 귀두도를 피했고 그 바람으로 손을 뻗쳐 다시 왼쪽 늑골을 향해 찔러 들어 오는 귀두도를 밀어내었다. 세 명의 대한 둘은 신형을 교차하더니 다시 일제히 칼을 들고 공격을 해왔다. 전백은 세 장정들의 도법이 매섭고 또한 자기가 사리를 따져서 분명하게 설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신형을 번개와 같이 맴 돌고 날리는 순간에 손을 뒤로 뻗쳐서는 뒷등에 메고 있던 무정벽 검을 뽑아들었다. 쨍그랑 하니 용음과 같은 소리와 더불어 한 가닥의 파란 광채가 뻗쳐났다. 무정벽검이 어느덧 검집에서 뽑혀진 것이었다. 전백은 검을 검집에서 뽑아내자마자 교강단류(ㅍ[ㅎㅍ 라는 일 초를 펼쳐내었다. "쨍그랑 ! " "쨍그랑 ! " 잇따라 두 번 쇠와 쇠가 가볍게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서 두 자 루의 귀두도는 전백의 무정벽검에 의해 동강이 나고 말았다. 세 명의 대한들은 놀라 소리치며 급히 뒤로 물러섰으며 각기 일 장 밖으로 달려나가서야 일제히 놀란 시선을 하고서는 전백을 바 라보았다. 이때 그들로서는 감히 전백을 다시는 더 얕볼 수가 없게 되었 다. 전백이 일 검으로 그들 두 사람의 무기를 잘라버리고 태산처럼 그 자리에 우뚝 버티고 서 있는 것을 볼 때에 은연중 위풍당당한 대장부의 기개가 엿보였던 것이었다. 세 명의 대한들은 놀람과 분노에 휩싸인 눈으로 전백을 노려보 더니 두 명의 무기가 잘라진 대한들은 이빨을 깨물며 손에 들고


있던 부러진 칼을 전백을 향해 던졌다. "윙 ! 윙 ! " 두 자루의 부러진 칼은 세찬 바람소리를 내고 하나는 전백의 안 면으로 하나는 전백의 가슴쪽으로 날아들었다. 보기에 세차게 날아드는 부러진 칼의 기세가 퍽이나 맹렬해서 전백은 감히 손을 뻗쳐 그 부러진 칼을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신형을 낮추어 백로와파(k 復峰?藻의 신법을 써서는 두 자루의 날 아드는 칼을 피해 버렸다. 그러나 전백이 신형을 낮추는 그 순간에 다른 한 명의 대한은 전백이 두 자루의 칼을 피하는 순간을 포착해서 현조획사(럴ㄴ n 洩라는 초식을 펼쳐서는 맹렬히 전백을 내리찍으려고 들었다. 전백은 세 명의 장한들이 이토록 사납게 날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터라 가까스로 몸을 움츠려 두 자루의 부러진 칼을 피하게 되었을 때에 다른 한 명의 대한이 다시 귀두도를 휘두르며 공격해 오는 것을 보자 즉시 검으로 살짝 땅바닥을 딛고서는 신형을 수평 으로 쏘아올려 허공에서 발을 뻗쳐내 발끝으로 그 장한의 요안(y 戴)을 걷어찼다. 그 장정은 즉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바닥에 몸을 뒹굴어서 저 만치 피해가서야 가까스로 몸을 벌떡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세 명의 대한들은 그야말로 머쓱해지지 않을 수 없 었고 투지를 깡그리 상실해서는 온 얼굴 가득히 놀람과 공포의 빛 을 띄우고 전백을 바라보았다. 전백이 그들을 추살하게 될까봐 발결음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 설 뿐 감히 또 머리를 돌리고 도망을 치지를 못했다. 그러다가 전백이 결코 그들을 추살할 뜻이 없음을 보자 용기가 약간 나게 된 모양으로 안색이 푸르죽죽한 사내가 속으로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체 주눅이 들어서는 말했다. "친구, 사내라면 만아( t ㅎ를 대보시게 !" "불초는 전백이라 하오 ! " 전백은 자기의 무공 진도가 무척이나 빨라서 신법이나 초식이 마음대로 손이 움직여 주는 것을 느끼고 속으로 또한 한 가닥의 우쭐해지는 마음이 끓어올라 그 말을 듣고는 되려 반문을 했다. "세 분은 또 무슨 가르침이라도 있으신가?" "귀하는 잘난척 하지 마시오." 온 얼굴에 다부진 모습을 하고 있는 대한이 퉁명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리 형제들 세 사람이 졌소." "하지만 어디 두고 봅시다 ! " 말이 끝나자마자 세 명의 대한들은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서


는 떠나갔다. 전백은 세 명의 대한들이 떠나가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웃었다. "이 전백도 이제는 기염을 토할 때가 되었다." 그는 날수동심 비일동의 시체를 묻어주고 즉시 길을 떠나 곧장 남경을 향헤 걸음을 재촉했다. 날이 어두워지게 되었을 때에 그는 한 대처(c 暑ㅍ에 이르게 되 었다. 전백은 이 고장의 이름이 무엇인지 몰랐으나 거리에 등불이 휠 황 찬란하고 사람들이 꽤나 오락가락 번화할 뿐만 아니라 가게들 이 즐비하게 늘어선 것이 거리가 꽤나 흥청거리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볼수가 있었다. 전백은 총총히 길을 떠나왔기 때문에 뱃 속에서는 이미 쪼르륵 하는 소리가 난지 오래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한편으로 걸음을 옮겨 놓으면서 사방을 살피며 끼니를 때우고 잠을 잘 수 있는 주루 같은 곳을 찾았다. 이미 밤이니 내일 떠나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거리를 따라 걸으면서 전백은 좌우를 두리번거리게 되었고 그저 주루의 초패(蔡瑚)가 있는 곳만 주의했을 뿐이지 적지 않은 짧막 한 옷차림의 사내들 역시 그를 끊임없이 요모조모로 뜯어보고 있 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 가다가 보니까 멀리 한 집의 주루가 보이는데 금칠글자에 대편액에는 군영주루(_貊?懦ㅍ라고 쓰여 있었는데 위이고 아래할 것없이 등불빛이 휘황찬란하게 밝혀져 대낮을 방불하게 했다. 그리고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고 있었고 술을 권하기 위해 서 주먹내기 하는 소리가 바깥까지 들려오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바람결에 그윽한 술향기와 구수한 음식 맛이 연신 코로 스며들어 오고 있어서 전백은 얼씨구 하고는 큰걸음으로 군영주루 쪽을 향 해 걸어갔다. w1 위엄을 떨치다 w0

전백이 문 안으로 들어서자 한 명의 짧막하고 가별한 옷차림을 한 사내가 마주나오더니 전백의 앞에 버티고 서서 물었다. "당신은 술을 마시려는 것이오? 아니면 주무시려는 것이오? " 전백은 그가 주보(ㄴⓟ)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으나 입으로는 역


시 솔직히 대답했다. "술도 마셔야겠고 잠도 자야겠소." 짧막하고 간편한 차림을 한 대한은 전백을 아래 위로 몇 번 훑 어보더니 냉랭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미안하게 되었소만 우리 가게에서는 손님들이 만원이 되어서 방들이 나가고 빈 방이 없구려. 다른 집으로 가 보시오." 전백은 이 대한이 이 주루를 열고 있는 사람같지 않았고 또한 장탁(諺罷)옆에 몇 명의 주보들이 얼굴에 놀라고 당황한 빛을 띄 우고 있을 뿐 그저 먼 발치에 서서 감히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의문을 느끼게 되었으나 상대방쪽에서 손님이 꽉 찼다고 하니 그냥 밀고 들어가기도 머쓱해서 그만 발걸음을 돌 려 그 주루에서 나오고 말았다. 한데 전백이 잇따라 대여섯 집의 주루나 반관(ㆇㅍ)을 찾아들었 으나 하나같이 문에서 저지를 당했다. 손님이 가득 찼으니 다른 곳으로 가보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어느 반점 앞에 이르게 되었다. 이때는 이미 고을의 가장자리에 있었고 다시 더 나가게 된다면 칠흑과 같이 어둠만이 휩싸인 들판이라 인가는 커녕 등불빛 하나 찾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전백은 이렇게 되자 속으로 의심이 더럭 떠올랐을 뿐만 아니라 점차 성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나? 한 집이 만원이라더니 집집마다 만원이구나. 내가 보기에 다시 더 나가게 된다면 이 고을에서 벗 어나게 된다. 설마하니 이와 같이 커다란 고을에서 밥먹고 잠을 잘 곳도 찾을 수 없단 말인가?'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는 성큼성큼 한 주점의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이번에는 좀 요령을 피우기 위해서 먼저 창문을 통해서 안쪽을 살펴 보았다. 손님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술이나 밥을 먹고 있 었으나 태반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는 형편을 다 확인해 본 이 후에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안쪽으로 통하는 통로쪽에서 다시 한 명의 경장 대한이 걸어 나오더니 허리에 손을 턱 짚고는 전백의 앞을 가로막 고 호통쳤다. "친구 왜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오? 무슨 볼 일이 있는 것이오? " 전백은 좋은 생각이 떠올라 대답을 했다. "사람을 찾으러 왔소 !" 이번에 그는 술이나 밥을 먹고 잠자리를 구하러 들어왔다는 소


리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매번 길을 막는 장정들이 반점이나 주루를 열고 있는 사람같지가 않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는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주보를 찾아낸 이후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한 것이었다. 한데 그 경장을 한 대한은 놓아주지 않고 여전히 그의 앞을 가 로 막고서는 냉랭히 물었다. "당신은 누굴 찾는 것이오 ? " 전백은 일순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누구를 찾든 간에 당신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단 말이오? " 그 대한은 싸늘히 코웃음쳤다. "사람을 찾으려면 그 사람의 이름을 대주어야 내가 사람을 보내 불러 올 것이 아니겠소 ? 당신이 직접 함부로 안으로 들어가서 돌 아다니도록 할 수는 없지 않겠소. " 전백은 속으로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언제부터 그와 같은 규칙이 생겼더란 말인가? " 이윽고 그 역시 시치미 딱 때고 어리벙벙한 얼굴을 했다. "나는 주보를 찾는 것이오? " 그 사람은 일순 어리둥절해졌으며 전백이 이와 같은 반응이 나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곧 자기가 전백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는 즉시 눈을 부릅뜨고 호통을 쳤다. "당신이 주보는 왜 찾는 것이오 ? " 전백은 이때 오히려 성질을 누르고서는 느릿한 어조로 입을 열 었다. "내가 주보를 찾는 것은 물론 밥을 먹고 유숙하기 위한 것이 오." "친구 ! 솔직히 당신에게 말해주지 !" 경장의 대한을 한차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흐흐흐, 이곳에서는 당신에게 먹여 줄 밥은 없소. 그리고 당신 에게 잠을 재워 줄 방도 없으니 내가 보기에 역시 다른 곳으로 가 보는 것이 좋겠소." 전백은 배에서 꼬록꼬록 하는 소리가 날 지경이었고 여러 차례 에 걸쳐 문전박대를 받고 보니 끓어오르는 노여움을 벌써부터 참 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에 그 말을 듣고 역시 냉소를 했다. "내가 밥을 먹고 돈을 줄 것이고 방에서 잠을 잤으면 방값을 지 불할 것인데 당신이 왜 나서서 상관을 하는 것이오? "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대한을 비켜서 곧장 객점 안으로 걸어 들 어갔다.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아시오 !" 경장의 대한은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뻗쳐서는 전백을 잡으려고 들었다.


전백이 어찌 그에게 잡힐 수가 있겠는가? 그는 몸을 흔들하니 어느덧 그 손길을 피했다. 그러나 그 대한은 왼손이 허공을 움켜잡게 되자 오른손을 구부 려서는 전백의 가슴팍을 향해 주먹을 내뻗쳤다. 경장 대한의 한 주먹은 꽤 세찬 편으로 획 하는 바람소리가 날 뿐만 아니라 재빠르기 이를 데 없었다. 전백은 경장을 한 대한의 주먹이 이미 가슴팍 가까이에 뻗쳐오 기를 기다려서는 벼락같이 왼손을 뻗쳐 되려 경장대한의 손목을 움켜잡고 가볍게 앞으로 젖히면서 입으로 말했다. "꺼져 !" 그 경장을 한 대한은 정말 말도 잘 들었다. 데구르르 굴러서는 곧장 주점 문밖으로 굴러 나가는 것이 아닌 가. 경장의 대한은 밖으로 몸이 굴러 나가게 되었을 때에야 땅바닥 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전백을 손가락질 하며 욕을 했다. "좋아. 이 녀석, 사내라면 도망치지 말아라 ! " 소리를 지르고 난 후에 총총히 그 자리에서 떠나갔다. 전백은 담담히 웃으며 성큼성큼 한 자리에 가 앉았다. 원래 주점에서 술이나 밥을 먹고 있던 손님들은 일제히 눈을 커 다랗게 뜨고 전백을 바라보고 있었고 점원은 주눅이 들어서 한켠 에 움츠리고 있었는데 전백이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도 감히 다가

와 인사를 하지 못했다. "이봐요 ! " 전백은 잠시 앉았다가 여전히 다가오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는 불렀다. "술과 밥을 갖다 주구려 ! " 주보는 장방선생(諺 k ㅎ◆王과 더불어 시선을 교환하고 잠시 머 뭇거리더니 크게 용기를 낸듯이 가까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손님, 다른 곳으로 가서 술을 드시고 밥을 드시도록 하시지요. 저의 가게에서는 정말 접대를 할 수가 었군요." "자네는 안심하게나 !" 전백은 좋은 말로 달랬다. "얼마든지 술과 밥을 가져오게. 만약에 어떤 화근이 빚어지게 된다면 내 한 사람이 맞도록 할 것이며 결코 자네들에게 누를 끼 치지는 않겠네. " 주보는 쓰디쓰게 웃었다. "손님, 손님의 말씀을 옳습니다만 우리들이 만약에 손님을 모시


고 술과 방을 대접해 드리게 된다면 우리의 이 가게는 다시 문을 열지 못할 것입니다." "조금전의 그 녀석은 무엇하는 자인데 당신들은 이렇게 그 자를 두려워하지..." 그러면서 전백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설마하니 이곳에는 왕법(伐 k 浦도 없다는 말인가? " "왕법은 있지요...." 점소이는 쉽게 대답을 하고는 되물었다. "손님 혹시 안락풍류(t 鼓ㅍㅍ 라는 말씀은 들으신 적이 있으신 지요 ?" 전백은 속으로 흠칫하니 약간 어리둥절해지기는 했으나 곧 깨닫 는 바가 있었다. '오 ! 그렇구나 ! 이 가게에서 어째서 그토록 겁을 집어먹는가 했더니 원래 그 녀석이 안락공자의 문하였구나.....' 그는 다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달포 전에 안락공자를 만나본 적이 있었다. 그는 사람이 광명정대하고 의협심이 깊은 것 같았으며 의표 또한 속되지 않았 다. 설마하니 그의 수하들이 이토록 망나니 짓을 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데도 안락공자는 조금도 모른다는 말인가?'전백은 이와 같 은 생각이 들게 되자 즉시 입을 열고 물었다. "자네는 혹시 안락공자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안락공자는 이 고을에 살고 계신가 ? " 주보는 전백이 안락공자의 자(}ㅎ를 단번에 입에 담는 곳을 보 고 즉시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전백에게 허리를 구부려 보였다. "손님, 손님 나으리께서 알고 계시면 됩니다. 안락공자께서는 이곳에 살지는 않지만 이 고을은 대부분이 공자의 재산으로서 안 락공자는 바로 우리 이 지방 소민(鼓ㅮ)의 의식부모가 된답니다. 그러니 누가 그 분의 분부를 거역할 수가 있겠습니까? 생각해 보 십시오 손님...." 전백은 한편으로 주보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재빨리 궁리를 했다. '이 경장을 한 대한들은 어쩌면 안락공자의 명망(♨h 惱을 빌어 이곳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호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주 보는 안락공자가 이곳에 살고 있지 않다고 하니 이쪽에서 옳다고 하더라도 하소연 할 곳이 없다. 내가 설사 안락공자를 알고 있다 고 말하더라도 그들이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래도 오늘은 정말 배를 곯게 생겼구나....' 먼저 그의 눈길에 찬장 안에 만들어져 있는 닭과 오리, 그리고 소금에 절인 육포가 보여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주보, 그렇게 말하니 나 역시도 당신네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네. 내가 길에서 먹을 테니까 주보는 이미 만들어져 있 는 육포를 한두 근만 썰어서 주고 거기다가 만두나 화권(ㅎㅍ)을 좀 싸서 주게나." 주보는 얼굴에 난처한 빛을 띄우고 전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


고 허리를 구부리며 연신 쓰디쓰게 웃었다. "너무 사람을 핍박하지 마십시오. " 전백은 두 눈을 부릅뜨고 형형한 안광을 내쏟았다. "음식을 가져오게. 만약에 그렇지 않을 때 나는 더이상 참고 있

지않겠네..." "참고 있지 않겠다면 어떻게 하겠소 ? " 전백의 주보에 대한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객당의 촛 불이 어두워지면서 미풍이 휙 하니 일었다. 그리고 촛불이 다시 밝아지게 되었을 때에 방 안에는 이미 두 명의 경장을 한 사내들이 더 불어나 있었다. 나타난 사람 가운데 하나는 늙었고 하나는 젊은 사람인데 늙은 사람은 나이가 육십 정도 돼 보였으며 온 머리 위에는 짧디 짧은 백발이 고슴도치처럼 서 있었고 얼굴은 붉그레 했으며 짙은 눈썹 에 고리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에서는 형형한 안광이 횃불처럼 번쩍이는 것이 무 척이나 위맹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늙은이는 몸에 우아한 푸른 빛의 무명 바지저고리를 입고 있었 으며 허리에는 손바닥 굵기의 띠를 둘렀으나 앞쪽에서 열십 자로 매듭을 매어놓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깨 위에는 비스듬히 한 자루의 손바닥 크기의 이 상하게 생긴 무기를 메고 있었고 비단띠에 달린 강철고리가 번쩍 번쩍 빛을 발하는 것이 더욱더 이 늙은이의 눈에서 뻗쳐나는 살기 를 몇푼 더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젊은이는 나이가 약 스물을 갓 넘은 것처럼 보였고 훤칠한 키에 칼날같은 눈썹,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빛 등 얼핏 볼 때에 준수하 고 빼어난 인물인 것 같았지만 허연 얼굴에 살기를 띄우고 있었을 변만 아니라 입가가 아래로 쳐져 있는 것이 비단 음흉하고 악랄할 별 아니라 꽤나 건방지고 오만한 자인 것 같았다. 이 젊은이 역시 짧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어깨 위로 메고 있 는 장검의 수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젊은이는 우뚝 선 자세로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전백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온 얼굴 가득히 비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자 주보는 그만 놀라 안색이 창백해지게 되었고 뭇 손님들은 다투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뒷걸 음질을 쳤다. 전백이 그들을 향해 몸을 일으켰으나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얼 굴이 붉은 늙은이는 무거운 어조로 호통을 내질렀다.


"네가 바로 갑작스럽게 암산을 해서 날수동심 비일동을 해쳐 죽 인 사람인가 ?" 붉은 얼굴의 노인의 어조에는 중기(獐 a ㅍ가 충만하고 웅웅거리 는 것이 사람의 고막을 마구 뒤흔들어 윙윙 소리가 날 정도로 우 렁찼다. 전백은 그와 같은 말을 듣고 이 사람들이 억지로 자기 머리 위 에 검은 모자를 눌러 씌우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 다. 분명히 싸우다가 죽은 것인데 자기가 암산을 해서 날수동심 비 일동을 해쳐 죽게 했다니 정말 그는 입맛이 쓰디써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그 일에는 아무래도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군. 불초는 안락 공자와 일면지식이 있소. 만약에 공자를 만나게 된다면...." 한 옆에 우뚝 버티고 셨던 젊은이가 싸늘히 코웃음치면서 업을 열었다. "안락공자께서 어찌 너 같은 무명지배를 알겠느냐? 쓸데없는 잔 소리는 하지 말아라. 네 녀석은 먼저 비노선배님의 목숨이나 바치 도록 해라 !" 그러면서 다섯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세우더니 맹렬히 전백의 오 른쪽 맥문을 움켜잡으려고 들었다. 전백은 그의 손을 쓰는 수법이 약하지 않은 것을 보고 발걸음을 교차시키며 몸을 선회시켰고 오른쪽 손목을 쓱 내려뜨리면서 어느 덧 오만하게 생긴 젊은이의 다섯 손가락 밖으로 물러났다. 오만하고 건방지게 생긴 젊은이는 그 즉시 갈고리 같은 손가락 을 모아서는 전백이 피하는 기세를 따라 맹렬히 전백의 늑골 아래 쪽을 찌르려고 들었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금삽수(ㅎ o ㅍ 수법이 었다. 동시에 그는 한 결음 내딛으며 오른손을 칼날처럼 세워서는 맹 렬히 전백의 견정혈을 치려고 들었다. 이 일초이식은 비단 변화가 전광석화같이 빨랐을 뿐만 아니라 손의 가장자리에서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내는

것으로 미루어 이 오만하고 건방진 젊은이의 내공이나 경력(퍼 e 鍼 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만약에 한 달 전이었더라면 이 이 초만으로도 전백은 그만 그 자리에서 패배를 당하고 말았을 것이었지만 오늘의 전백은 이미 옛날의 형편없는 무공의 소유자가 아니였다. 그는 오만하게 생긴 젊은이가 갑자기 살수를 펼쳐오자 즉시 두


손을 일제히 뻗쳐 내었다. 휙 ! 휙 !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음 순간 시건방진 젊은이의 손목 은 전백의 두 손에 움켜잡히고 말았다. 전백이 두 손에 약간 힘을 주게 되자 시건방진 젊은이는 즉시 고통에 안색이 참담하게 일그러져서는 이마팍에 콩알과 같은 땀방 울이 맺혀서는 흘러 내렸다. 그러나 차마 신음소리는 내지 못했다. 이 일 초는 교투쌍쇄(ㅍ合 t 함臻라는 일 초로써 바로 전백이 독 각비마 이거에게 훔쳐 배운 절초였는데 뜻밖에도 오늘밤 제때에 써먹게 된 것이었다. 단 한 번에 손을 써서 제노라고 하는 시건방지게 굴던 젊은이를 제압한 것이었다.이 일 초에 전백이 두 손으로 시건방진 젊은이의 두 손목 관절을 움켜잡게 되었음으로 시건방진 젊은이는 두 손목 의 뼈가 부러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게 되었고 온몸이 축 늘어지면 서 찌릿하고 시큰거리는 것이 꼼짝할 수가 없어 헛되이 일신의 고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을 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전백은 그렇게 심하게 다루지 않고 그저 몇 마디의 인사치레의 말을 하고는 시건방진 젊은이의 손을 놓아주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한 가닥 세찬 기운이 그의 등뒤로 와락 뻗쳐 오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그 붉은 얼굴의 노인이 호통치는 소리도 들렸다. "손을 놓아라 !" 붉은 노인의 호통소리도 들을 필요도 없이 전백은 그 늙은이가 자기에게 손을 쓴다는 것을 알고 즉시 시건방진 젊은이의 두 손을 놓고 몸을 훌쩍 날려서는 옆으로 다섯 자 정도 피해 버렸다. '펑' 하는 커다란 음향이 울려퍼지면서 붉은 얼굴의 노인은 너 무나 사납게 힘을 쓴 나머지 그만 손을 미처 거두지 못하게 되었 고, 전백이 때늦지 않게 피해버림으로써 그 강경하기 이를 데 었 는 장력은 정확하게 시건방진 젊은이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이 일 장에 그 시건방진 젊은이는 그만 둥실하니 허공으로 떠올 라 일 장 밖으로 날아가서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담벼락에 부 딪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건방진 젊은이는 즉시 축 늘어져서는 땅바닥에 미 끄러지듯 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미 들어가는 숨이 적고 나오는 숨 이 많은 것 같았다. 반점의 주인이나 손님들은 크게 우왕좌왕 했으며 소리 높혀 외 쳤다. "사람을 때려 죽였다 !" 붉은 얼굴의 노인은 자기가 일 장으로 전백에게 상처를 입히기 커녕 오히려 자기의 사랑하는 제자에게 부상을 입히는 결과를 가 져오게 되자 그만 울화가 치밀어 얼굴이 새빨개지게 되었고 머리 카락과 눈썹이 모조리 탁탁 터져서 사방으로 쏟아지려지는 듯한 현상을 보였다. 더군다나 노인은 살기등등한 기세로 두 손을 들더니 전백을 향


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전백은 붉은 얼굴의 노인이 자기가 피한 것을 보고도 미처 손을 거두지 못하여 그만 그 시건방진 젊은이를 때려서 거의 죽게 만들 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터였는데 이제 또 붉은 얼굴의 노인이 그 야말로 번개와 천둥을 부리는 뇌신처럼 노발대발한 것은 물론, 마 치 강이라도 뒤집어 엎고 바다라도 밀어낼 것 같은 장력을 쏟아 공격해 오는 것을 보고 즉시 몸을 흔들하며 피해버렸다. 그러나 붉은 얼굴의 노인은 마치 미친 호랑이처럼 전백이 피하 자마자 폭갈을 터뜨렸다. "어디로 가느냐? 받아라 !" 그리고 두 손을 옆으로 쓸듯이 다시 맹렬한 기세로 전백의 허리 께를 노리고서 손을 뻗쳐왔다. 객당 안이 좁은 데다가 또 탁자와 의자, 그리고 병풍 등 가구들 이 걸리적거렸고 붉은 얼굴의 노인이 두 손을 휘두르는 기세가 맹

렬하면서도 빠른데다가 그 위력이 일 장 둘레를 뒤덮고 있어서 전 백이 도저히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오직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이 이 장을 억지로 맞받을 수밖에 없었다. "펑 ! 펑 !" "와장창 와르르 !" 한차례 커다란 음향이 요란스럽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두 사람의 네 손이 맞닥뜨리게 되자 그 여력이 사방으로 튀듯이 쏘아졌으며 탁자 위의 쟁반이나 그릇과 접시 그리고 술잔이 사방으로 마구 날 으고 음식물들이 튀었다. 와르르 하는 가운데 아이구머니나 하는 비명 소리가 이곳저곳에 서 터져나왔다. 객당의 손님들과 주보들이 급히 문밖으로 머리통을 얼싸안듯 하 고서는 쥐새끼처럼 도망질을 쳤으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장력의 여파에 옆으로 튀듯이 날으는 쟁반이나 그릇에 얻어맞아 상처를 입고서는 비명 소리를 내지르는 등 그야말로 한바탕 크게 소란이 빚어지게 되었다. 이때 전백은 붉은 얼굴의 노인이 뻗쳐낸 장력이 무척 웅후하여 쌍방의 네 손바닥이 맞닿게 되었을 때에 손바닥이 화끈 달아오르 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고 속으로 붉은 얼굴의 늙은이가 엄청난 장력이 있었구나 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 붉은 얼굴의 늙은이 머리 위에 얹혀 있는 짧은 백발들이 모조리 곤두서게 되고 두 눈이 노기로 부릅떠져 거 의 눈구멍 밖으로 불거질 것 같았고 두 손의 손바닥은 마치 피로


물들어 놓은 듯 새빨갛게 변해서는 자기를 향해 덮쳐들려는 자세 를 취하고 있는데 그 모양이 지극히 공포스러웠다. 따라서 전백은 후다닥 무림에 떠돌고 있는 일종의 절독(ㄴ d 한 장법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이름은 홍사혈형장(ㄹъ럼 }王으로써 이 장력에 얻어맞는 사람은 마치 불에 타는 것처럼 오장육부가 메마르고 불에 타듯 해 서는 죽게 되는데 악독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만 소문만 들었지 일찌기 본 바가 없었던 것인데 갑자 기 붉은 얼굴의 노인이 쳐든 두 손의 손바닥이 불처럼 붉게 물들 어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금전 노인의 이 장을 맞받게 되었을 때에 손바닥이 화끈거리는 느낌도 일찌기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라 불연 듯 머리에 떠올리게 된 것이고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자 전 백은 그만 가슴 속이 서늘해지는 것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런가 하면 또 한편으로 재빨리 위급시에 안락공자가 의협심을 발휘하여 도움의 손길을 뻗쳐 주었으니 자기에게는 어찌됐든 간에 은혜를 베푼 셈인데 그의 수하에 있는 사람들과 오해를 빚게 되었 을 뿐만 아니라 그 오해가 점점 시일이 흐를수록 더 깊어지게 되 었으니 이후에 안락공자를 대할 면목이 서지 않을 것 같다고 재빨 리 생각을했다. 거기다가 지금의 형세로서는 무엇을 어떻게 상황을 설명해도 먹 혀 들어갈 것 같지 않으니 먼저 이곳에서 떠나 이후에 다시 어떻 게 설명을 해야겠다고 작정을 했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은 그야말로 번개같이 머리를 굴린 것이 라 단지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붉은 얼굴의 노인은 이미 홍사혈형장의 공력을 절정에까 지 끌어올려서는 호통 소리를 내지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두 손을 마치 광풍노도와 같이 맹렬히 전백에게로 와락 밀어내는 것이었다. 전백은 한 손을 들어 막을 듯이 또는 그 초식을 막을 밀듯이 가 볍게 상대방의 세차게 밀려드는 장력을 맞받는 척 하면서 상대방 의 장력을 오히려 빌어서 몸을 솟구치며 외쳤다. "이만 실례하오 " 그는 곧장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어디로 가 ? " 등 뒤에서는 붉은 얼굴을 한 노인의 폭갈 소리가 버럭 외쳤다. "받아라." 전백이 창문 밖으로 달려나가게 되었을 때에 세 점의 싸늘한 광 채가 바로 맞은편에서 지르는 호통 소리와 더불어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별수가 없어 전백은 허공에서 운리번(桑 g 衛謂의 신법을 펼쳐 신 형을 다시 석 자 정도 허공으로 끌어올렸다.


"딱 ! 딱 ! 딱 ! " 세 대의 투골정(ㄸㅍ暈)이 허공을 가르고 창틀에 박히게 되었고 전백은 몸을 꼿꼿이 세운 채 땅 위로 내려서는 투골정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바로 이때 새까만 것이 획획 하며 세찬 바람을 일으키며 마치 태산이라도 무너뜨리는 기세로 바람을 가르며 그의 머리 위로 떨 어지는 것이 아닌가. 전백은 깜짝 놀라게 되었다. 맞은편에서 억누르듯 떨어지는 물건이 어떤 것인지 헤아릴 겨를 이 없었다. 촉망중에 그는 벽검을 뻗쳐내 사냥발천근(n 袞★橫 이라는 수 법을 써서 검의 끝을 슬쩍 머리 위로 쳐들었다. 그러자 그 시꺼먼 물체는 획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정수리 위 를 지나쳐 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야 고개를 돌리고 바라보니 원래 한 명의 뚱뚱한 화 상이 울퉁불퉁한 힘살이 돋아있는 굵은 팔에 하나의 문짝 크기 정 도의 철패(昌瓠)를 거머잡은 채 그의 등 뒤의 땅 위로 내려서는 것이 아닌가. 이 화상은 허우대가 크고 거칠면서도 건장하여 표정이나 자태가 무척 위맹(z 群積해 보였다. 그리고 표두(鴻∩)에 고리눈을 하고 있었으며 구렛나루의 수염 은 그야말로 이마까지 자라 있었는데 민둥산같은 정수리 위에 여 덟 개의 콩알 정도 크기의 계(₩ 의를 받은 흔적이 나 있었다. 그와 같이 허우대가 크고 위맹한 뚱보 화상은 정히 한 쌍의 고 리 눈을 무릅뜨고는 전백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온 얼굴 가득히 놀 람과 경이로워 하는 빛이 서려 있었다. 전백은 불연듯 강호에 철패화상(昌瑚ㄹ o 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손에는 천 근이나 나가는 철패를 들고 있으며 공격을 하게 되었을 때에 한 번 덮쳐들면서 누르는 그 기세는 만 근의 힘도 더 된다는 소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한데 그는 전혀 얼떨떨한 상태에서 부지불각시 검의 끝으로 그 토록 무겁게 내려누르는 압력을 막아내었으니 철패화상이 놀라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마져도 감히 믿어지지가 않는 형편 이었다. 그런데 창밖의 거리에는 이미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 주 점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고 전백이 약간 어리둥절해지게 되었을 때에 두 가닥의 광채가 마치 유성처럼 허공에서 두 줄기의 빛을 그으며 맹렬히 전백의 머리에 있는 좌우 태양혈을 향해 쏘아지듯 날아갔다. 전백은 몸을 움츠리고 손에 들고 있던 벽검을 들어 거화소천(ㅌ


ㅉ qυ 이라는 일 초를 써서 위로 쳐들어 막았다. "쩡 !" 두 미미한 소리가 울려퍼지게 되었고 달려왔던 사람은 한 쌍의 연자류성추(裏諒 p 巷洩의 끝에 달려있는 쇠망치가 전백의 일 검 에 잘려져서는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더불어 청석판 위에 떨어져 서는 저만치 굴러가는 것이었다. 곧이어 노기에 찬 호통 소리가 울려퍼지게 되었고 세 가닥의 싸 늘한 광채가 잇따라 번쩍이는 가운데 두 자루의 검과 한 자루의 칼이 일제히 전백을 향해 찍고 찌르러 했다. 전백은 검과 한 덩어리가 되어서 움직였고 무정벽검으로 몸 앞 에다가 한 가닥의 파란 광채를 일으키며 맹렬히 세 가지의 무기를 베려고 들었다. 나타난 사람들은 이미 전백의 무정벽검이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초식을 중도까지 펼치게 되었을 때에 급히 거두워 들이면 서 몸을 뒤로 솟구쳐서는 물러났다.바로 이때 휙 하는 소리와 함 께 세찬 바람이 맹렬한 기세로 다시전백에게 엄습해 왔다. 전백은 검초를 펼쳤던 상태인지라 미처 검을 거둬들이지 못하여 왼손을 가슴팍 앞에서 바깥쪽으로 휙 뿌리듯 곧장 엄습해 온 세찬 바람을 맞았다. '펑'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전백의 상반신이 약간 흔들거리 게 되었고 그 한 쌍은 전백을 맹렬히 공격해 왔던 반백의 노인은 뒤뚱거리며 뒤로 세 걸음 물러서더니 어안이 벙벙해진 시선으로 전백을 바라보았다. 이 반백의 늙은이는 바로 이 한 쌍의 철장(昌}王으로 노남(휘

횃)땅에서 이름이 날리고 있는 철장(昌}王 여륙순(礫 櫃)이라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철사장을 고되게 연마해서 이미 근 삼십 년이나 되는 공력을 쌓게 되었고 또한 평소에도 언제나 철장에 자부심을 느끼 고 있었다. 그는 전백이 나이가 새파란데도 다섯 사람을 잇따라 상대한 것 은 보검의 예리함에 힘입은 것이고 장법이나 공력에 있어서는 결 코 그렇게 깊은 화후(ㅉㅋ)를 쌓지 못하리라고 보았다.그리하여 그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맹렬히 전백에 게 일 장을 후려쳤던 것이었다. 그는 시기적으로 적절하게 손을 썼으며 전백이 검초를 펼쳐내게 되어 도저히 검을 거두어 들였다가 다시 반격을 하지 못할 순간에 팔성의 공력을 돋군 일 장을 쏟아냈던 것이었다.


뜻밖에도 전백은 그의 일 장을 맞받았을 뿐만 아니라 더군다나 왼손을 휘둘렀던 것인데 수월하게 그를 세 걸음이나 진퇴(ㄷㄸ)시 킨 것이었다. 그는 그만 얼이 빠진 사람처럼 전백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전백의 나이로 따지고 볼 때 설사 어머니 뱃속에서 무 공을 연마했다 하더라도 공력에 있어서는 결코 자기보다 심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뜻밖의 결과를 맞게 되자, 자부하 고 오만함을 잘 떨며 또한 가장 남에게 나서기를 좋아하던 성격이 었던 만큼 철장 여륙순이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전백의 뱃속에서는 이미 쪼르륵 소리가 연신 들려오고 있었다. 밥은 얻어먹지 못하고 남에게 잇따라 습격을 받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혀 숨 한 번 돌릴 겨를도 주지 않는지라 배도 고프거니 와 울화가 치밀어 올라 그만 정말 분노가 끓어오르게 되었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신광을 사방으로 쏟아내며 그의 주위에 서있는 수심 명이나 되는 무림의 인물들을 노려보며 무정벽검을 한 번 떨쳤다. 그렇다고 해서 전백이 손을 쓴 것이 아니었는데도 그를 에워싸 고 있던 사방의 무림인물들은 전백이 손을 써서 공격을 해오리라 고 오해를 한 모양으로 각기 흠칫하니 뒤로 한 걸음씩 물러섰으며 얼굴에 두려운 빛을 떠올렸다. 전백은 그만 껄껄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 그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달려들기는 했으나 자기가 한 번 공 격하는 시늉을 했을 뿐 초식을 펼치지도 않았는데 그토록 두려워 하는 꼴이 우스웠던 것이다. 하지만 전백이 소리 내어 웃는 바람에 뭇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놀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이들 무림인물 역시 칼끝에서 피를 묻 이며 살아온 굳센 사나이들이었는데 적을 대하는 마당에 어찌 자 기가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겠는가 ? 불연듯 그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자격지심에 빠져들게 되었다. 몇몇 사람은 전백의 웃음소리에 격노하여 폭갈 소리를 터뜨리는 가운데 사람의 그림자가 어지럽게 움직이게 되었고 칼과 검, 망 치,쇠갈고리 등 몇 가지의 무기들이 광풍폭우처럼 일제히 전백을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얼떨결에 전백은 질풍참경초(덥ㄸㄷ퍼ㄷ)라는 검초를 펼쳐 무정 벽검으로 한 폭의 파란 빛으로 이루어진 담장을 이루어 막았다. "창 ! 창 ! 창 ! " 잇따라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몇 명의 공격을 했던 무림인물들이 미처 초식을 거두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무기가 전백의 무정벽검에 의해 잘려져서는 쨍그랑거리며 땅 바닥에 떨어지게 되었다. 뭇 사람들은 일제히 놀란 소리를 내지르며 몸을 솟구쳐서는 뒤 로 물러갔다.


전백의 이 질풍참경초는 바로 표돌산장에서 추풍검 번걸이 두 번이나 펼치는 것을 보고 훔쳐 배운 것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완전하게 그 가운데의 오묘한 점을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수법은 그런대로 비슷하게 펼칠 수가 있었다. 그 결과 뜻밖에도 그와 같은 위력을 낳게 된 것이었다. 전백은 일 초에 성공하자 기세를 몰아 충살(ㄷ相)코자 했는데

갑자기 커다란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손을 멈추어라 !" 그 소리는 우렁찬 종소리와 같이 귀를 진동시켜 고막이 웅웅 울 리도록 만들었다. 전백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객점의 대문으로 성큼성큼 걸어나 오고 있는 사람은 바로 붉은 얼굴의 노인이었고 그의 등 뒤에서 따라서 나오는 사람은 바로 그 준수하게 생겼으나 오만해 보이는 젊은이었다. "자네는 어느 누구의 문하인가 ? " 붉은 얼굴의 노인은 전백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턱 버티고 서 서는 손으로 전백을 가리키며 질문을 던져왔다. "진강(碇[ㅎ의 번 나으리와는 어떤 연원(v 亂 이 있는가? 서로 오해가 없도록 분명히 밝혀 주게나." "불초는 무슨 진강의 번 나으리와 일면지식도 없소." 전백은 솔직히 대답했다. "그리고 사문에 관해서는 미안하지만 말씀을 드릴 수가 없소." 전백은 사실 성실한 젊은이라 강호의 음모이나 간교한 수단에 대해서 잘 파악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속으로 느끼고 있거나 있는 그대로를 입으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본래 그는 무예를 익히는 데에 흠뻑 빠지게 되었으나 시종 사부 를 모신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 사람에게 한두 수 가르침을 받 고 저 사람에게 무공을 한두 수 훔쳐 배우는 식이었으니 당연히 사승(n 儷ㅎ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붉은 얼굴의 노인은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w1 혈장화룡과의 싸움 w0

"하하하 젊은 녀석이 꽤 건방지군. 자네는 노부가 누구인지 아


는가 ?" "불초의 눈이 어두워서 노...... 귀하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가 없구려." 전백은 본래 그를 노선배님이라고 부르려고 했으나 그가 자기를 얕보는 듯한 안색을 보게 되자 슬쩍 말투를 바꾸게 되었고 어조 역시 매우 퉁명스러워지게 되었다. "처음으로 강호에 발을 내딛은 젖비린내 나는 풋내기군." 붉은 얼굴의 노인은 다시 껄껄 소리내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하하하, 노부는 정말 날수동심이 자네의 손에 꺾어졌으리라고 는 믿을 수가 없네.!" "다른 것은 그만두고라도 노부는 자네를 삼 장으로 시험해봐야 겠네." "만약에 자네가 노부의 삼 장을 받아낸다면 강소([흠肱성이나 산동성 경내에서 자네 마음대로 돌아다니도록 해주며 결코 자네의 앞을 막을 사람이 없을 것이네. 젊은이 ! 자네가 보기에 이 방법 이 어떤가 ?" 전백은 이 붉은 얼굴의 노인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에 있어 이 붉은 얼굴의 노인은 바로 강소와 산동 일대의 강호상에서 이름만 들으면 간담이 서늘해 진다는 유명한 인물이었 다. 성은 요(糞)이고 이름은 병혼(ⓛㄹ)이며 별호는 혈장화룡(럼} ㅉ )으로 일컬어지고 있었다. 이 사람은 비단 홍사혈형장을 연마하여 십성의 화후를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신에 지니고 있는 화약암기는 강호에서 독 보적이었다.

더군다나 그의 어깨 위에 비스듬히 메어있는 그 한 자루의 외문 병기(x 琡ㅍ┸藻는 사람의 손바닥을 닮았는데 모양은 사람의 손바 닥 끝이지만 다른 손바닥보다 약간 큰 편이고 또한 정강(稶[ 을 백 번이나 달구어서 만든 것이다. 그 이름은 추풍팔타(ㄷㄸㄸㄸ)라고 했다. 이 무기로 혈도를 짚는데에 뛰어난 재간을 지니고 있는 그는 이 무기로 혈도를 짚는데 사용하는 이외에도 또한 만자매화탈( }ㅎ ㅎㄸ)로 사용하여 적의 무기를 걸어서 빼앗았다. 또 그 병기의 쭉 뻗은 중지에는 또한 지극히 무서운 화약암기가 숨겨져 있어 적과 초식으로 겨루게 되고 초식이 펼쳐지게 된 이후에 자루에 있는 용 수철을 누르게 된다면 암기가 즉시 손가락 끝을 따라서 쏘아지기 때문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방비할래야 방비할 수가 없고 피할래야


피할 수없게 만드는 위력이 있었다. 그야말로 무섭기 이를 데 없으며 지극히 패되폼쳔)적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는 이 독특한 외문의 무기를 선인장(羹娠}王이라고 불렀는데 적지 않은 강호의 고수들이 그의 이 외문병기 아래에 참패를 당한 바가 있었다. 그는 강소성과 산동성 일대를 주름잡듯 하고 거의 적수를 만나 지 못하여 그야말로 눈이 정수리에 달려있을 정도로 거만을 떨었 다. 이 혈장화룡 요병혼은 소로(q 哭覆 일대에서 엄연히 한 지방의 패주(ㄸㄴ) 노릇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역시 안락공 자에게 망라되어서는 이 흥륭진( g 拱筵에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소주(q 頃 운몽산장(桑㏘衛}浦의 바람벽으로 한쪽을 홀로 담당하 고 있었다. 오늘 그는 속하들이 한 명의 검을 지니고 있는 젊은이가 고을의 북쪽에 있는 소나무밭 안에서 날수동심 비일동을 때려 죽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날수동심 비일동은 바로 안락공자 문하의 식객 가운데서 일류의 고수라 할 수 있었으며 무림에 있어서 명성이 자자한 편이었으며 설사 자기 자신이라 하더라도 감히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자신있 게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반신반의 했으며 한편으로는 속하들에게 검 을 지니고 있는 젊은이의 행지를 주의하도록 당부했고 또다른 한 편으로는 일부러 사람을 소주에 있는 안락공자에게 전갈을 보내기 도 한 것이었다. 나중에 그는 검을 지닌 그 젊은이가 곧장 흥륭진으로 들어왔다 는 전갈을 듣고서는 자기의 제자인 옥면나즐 송소비(q 詣 ㅎ 및 수하에서 거행하는 고수들을 거느리고는 주점으로 전백을 만나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전백이 진강 번씨 문중의 추풍검법을 펼치는 것을 보고 안락공자와 진강 번씨 집안과는 지극히 깊은 교분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전백이 진강 번씨 집안쪽의 사람이라면 두 집 안의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될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에서 그와 같 이 나서서는 호통쳐 물은 것이었다. 한데 전백은 단연코 부인했으며 그 어조마져 무척 건방진지라 그만 혈장화룡은 노기가 끓어오르게 되었고, 그래서 한사코 전백 과 삼장을 교환하여 이기고 지는 것을 결정짓자고 한 것이었다. 전백은 태어날 때부터 오기가 많은 사람이었고 또한 하늘이 얼 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두려운지 모른다고 할 수가 있었다. 그는 붉은 얼굴의 노인이 자기를 업수이 여기는 듯한 표정이나 태도를 짓고 있는 것을 보자 태연하게 응했다. "당신이 어떠한 조건을 내걸든 간에 불초는 당신의 조건을 받아 주기로 하겠소." 그는 검을 검집에 꽂고는 자세를 가다듬었다. "이런 녀석 보았나. 네 녀석에게 용기가 있다고 해두자 ! "


혈장화룡 요병혼은 폭갈을 터뜨리며 두 어깨를 위로 으쓱하고 치켜올리더니 몸을 앞쪽으로 구부려서 활모양을 취했다. 그런가 하면 그의 머리 위에 고슴도치처럼 짤막한 백발들이 모 조리 곤두서게 되었고 원래 붉그레 하니 윤기가 돌던 얼굴은 더더 욱 새빨개졌다. 그런가 하면 팔을 구부리고 손목을 세웠으며 두 손을 칼날처럼 쳐들게 되었을 때에 손바닥은 더욱더 불처럼 주홍빛을 띄우는 것 이었다.

그와 같이 그는 무서운 형상을 하고는 둔탁한 음성으로 호통을 내질렀다. "조심하게. 이것은 노부의 첫 번째의 일 장이다 ! " 폭갈소리와 더불어 혈장화룡 요병혼은 두 손을 움츠렸다가 강호 를 놀라게 하고 진동시킨 바가 있는 흥사혈형장의 공력을 오성이 나 끌어올리고 획 하니 오른손으로 한 줄기 세찬 바람을 뻗쳐내 맹렬한 기세로 전백의 가슴팍 쪽으로 와락 밀어 보냈다. 펑 하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쌍방의 손은 정통으로 맞 닥뜨리게 되었고 세찬 바람이 소용돌이 치면서 모래가 날으고 조 약돌이 튀는 가운데 희부옇게 먼지가 피어올라 두 사람의 모습이 먼지에 휩싸이도록 만들었다. 희부옇게 피어오른 먼지 속에 전백은 상반신을 한두 번 흔들흔 들 했으나 그대로 서 있었다. 하지만 한 줄기의 뜨거운 기운이 손바닥을 뚫고 들어왔으며 온 몸이 불에 타는 듯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화끈거리게 되었고 입은 바짝말라 혓바닥은 타들어가는 듯 했으며 머리는 어지러운 것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혈장화룡은 그 자리에서 두 걸음을 진퇴(ㄷㄸ) 당하고 말았다. 이는 물론 그가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다만 오성의 공력으로 응 수를 했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전백은 장력을 십성이나 돋구었었다. 이에 더욱더 격노하게 된 혈장화룡 요병혼은 두 눈을 부릅뜨고 서는 큰소리로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이런 녀석 다시 노부의 일 장을 받아보아라 ! " 혈장화룡은 폭갈소리와 더불어 오른손을 맹렬히 거둬들이고 둥 글게 가슴팍 앞에 세웠던 왼손을 그 바람으로 와락 밀어내었는데 돋구어진 공력이 이미 팔성이나 되었기 때문에 밀어낸 장풍은 첫 번째의 장풍보다 더욱더 억세고 맹렬했다.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강호의 인사들은 상대방의 실력을 잘


모르는데도 초식을 겨루어야 할 때 처음 손을 쓰게 되었을 때에 태반이 전력을 다 기울이기를 거부하고 먼저 사오성의 공력으로 적수의 강약을 시험해 보는 것이 상례였다. 그런 연후에 재차 점차적으로 기운을 더 돋구는 것이었다. 따라서 혈장화룡 요병혼의 제이장은 제일장에 비해서 위력이 엄 청나게 커졌다 할 수 있었다. 사실 또 이래야만 싸우면 싸울수록 더욱더 용감해지게 되고 북 소리 한 번에 승리한 듯 기세를 올리게 되나 두 번째 북소리에 그 만 쇠퇴의 기운을 보이는 현상을 낳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백은 이와 같은 도리를 몰랐기 때문에 제일장에 전력 을 다 기울였던 것이고 혈장화룡 요병혼의 두 번째 장력이 그야말 로 거센 파도처럼 밀려들고 위력이 엄청나게 증대된 것을 보게 되 자 그는 오히려 힘을 쓸래야 쓸 수 없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차라리 꺾였으면 꺾였지 굴복을 하지 않는 심성이 라 여전히 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똑같이 왼손을 들어 마주쳐 오는 적의 장세를 맞아 장력을 와락 쏟아내었다. '펑' 하니 다시 커다란 음향이 울려퍼지게 되고 두 줄기의 강경 한 장풍은 서로 부딪치게 되어 나머지의 기운이 사방으로 쏘아지 면서 회오리와 같은 돌풍을 일으켜 옆에서 에워싸고 있던 심여 명 의 고수들이 제자리에 서 있지를 못하고 다투어 뒤로 물러서야 했 다. 혈장화룡 요병혼의 커다란 몸뚱아리는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았으나 전백은 충격을 받은 듯 뒤로 두 걸음이나 물러섰 다. 뿐만 아니라 장풍에서 뻗쳐온 뜨거운 기운이 전백의 왼손을 불 로지지는 듯한 감을 안겨주게 되었고 온몸에서는 비지와 같은 땀 을 내쏟게 되었으며 머리가 띵하고 어질어질한 것이 하마터면 뒤 로 고꾸라질 뻔하게 되었다. 전백은 억지로 혈장���룡 요병혼의 이 장을 맞받았지만은 내장은 이미 혈장화룡의 순양장공(獗呂}零積에 작상(馭賞)을 입게 되었지 만 여전히 태산처럼 우뚝 버티고 서 있었다. 이렇게 되자 사방에 늘어서 있던 수십 명의 무림고수들은 그만 놀라 멍청해지게 되었고 서로 혀를 내둘러야 했다. "저 녀석은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소로(q 哭覆 일대에서 명성을 떨쳐온 혈장화룡의 이 장을 맞받

아 치다니...." 그러나 혈장화룡 본인은 이미 전백의 뒷기운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더군다나 그 자신은 먼저 삼 장으로 눈 앞의 젊은이를 쓰러뜨리 지 못하게 된다면 자기가 한 번 나가떨어진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 지 않았던가. 이제 그는 전백의 장력이 이미 모조리 소모되다시피 한 것을 보 고는 더더욱 전백에게 운기조식하여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두번째의 장력을 쏟아낸 이후에 곧이어 다시 한 소리 호통을 내질 렀다. "세 번째의 장력이다. 이 녀석아 너는 순순히 쓰러지도록해 라..." "너는....." 혈장화룡 요병혼은 호통소리와 더불어 두 손을 교차시키며 혼신 의 공력을 돋구어서는 두 손을 일제히 뻗쳐내 맹렬히 전백의 가슴 팍을 노리고 격출해 내었다. 이때서야 혈장화룡 요병혼의 장력이 과연 억센 것을 알 수가 있 었다. 그의 장풍은 마치 산이 몰려드는 듯 했고 날카롭게 허공을 가로 지르는 휘파람 소리는 마치 산이라도 밀어내고 바다라도 뒤엎어 놓을 것처럼 전백의 가슴팍으로 뻗쳐가는 것이 아닌가. 장풍이 이르기도 전에 전백은 이미 뜨거운 열기가 얼굴에 훅 끼 치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숨마져 쉬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는 자기가 세 번째의 일 장을 다시 맞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은 천성이 남에게 굴할 줄 모르는 성미인지라 대적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의 약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두 손에 힘을 돋구어 똑같이 두 손 을 수평으로 가슴팍 앞에서부터 와락 밀어내었다. 펑 하는 커다란 음향이 울려퍼지게 되고 우직끈 뚝뚝 하는 소리 와 함께 다섯 자 밖의 창틀과 창호지들이 장풍의 여세에 모조리 박살이 나고 말았다. 그 반점의 창문에 발라놓은 그 창호지는 질이 좋은데다가 동백 기름마져 칠해 놓고 있어서 광풍폭우라 하더라도 그 창호지를 망 가뜨릴 수 없는데 두 사람이 마구 쏟아낸 장풍의 여세에 모조리 찢어지고 말았으니 이로 미루어 그들 두 사람의 장풍이 얼마나 강 렬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길바닥의 흙먼지도 장풍에 휩쓸려 휙휙 하는 소리와 함께 무더 기로 약 이삼 장쯤 되는 허공으로 곧장 치솟아 올라 뭇 사람들은 일시에 한복판에서 대결하고 있는 두 사람의 참된 상황을 알아볼 수 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삽시간에 바람이 멎게 되고 먼지가 가 라앉아 뭇 사람들은 그제서야 똑똑히 살펴볼 수가 있었다. 혈장화룡 요병혼과 젊은이인 전백 두 사람은 여전히 얼굴을 마 주본 채 서 있었으며 그 누구도 쓰러지지 않았다. 뭇 사람들은 그만 서로 놀라고 어리벙벙한 얼굴표정이 되었고 참을 수 없어 서로 수근덕거리게 되었다. "저 젊은이는 무공을 어떻게 연마한 것인지 ? "


"요노영웅의 삼 장을 놀랍게도 맞받아 치다니 !" 뭇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야단들이었다. 사실 강호바닥에서 그들은 한 번도 이와 같이 맞바로 부딪쳐 격 돌을 하고 또한 그토록 강맹한 장풍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더군다나 혈장화룡 요병혼은 수심 년 명성을 누려온 무림의 고 수라 할 수 있지만 상대방은 겨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이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다시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을 때에 젊은이 전백의 표정 이 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의 얼굴은 그야말로 불타는 것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두눈의 신광은 흩어져 있었다. 아직도 두 눈을 똑바로 뜨고서 혈장화룡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눈초리에는 이미 어떤 지각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혈장화룡 요병혼은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 젊은이는 이미 자기의 장력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내장을 다 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각을 잃은 것인데 몸이 쓰러지지 않는 원인은 젊은이의 등뒤 일 장쯤 되는 곳에 하나의 넓고 두터운 바 람벽이 세워져 있어서 그 자신이 쏟아낸 장풍이 무척 맹렬하여 바

람벽쪽으로 뻗쳐갔다가 다시 되퉁기듯 돌아오게 됨으로써 전백이 하나의 교묘한 균형을 얻게 된 나머지 몸뚱아리가 아직도 쓰러지 지 않고서 있는 것이라고 판단을 내릴 수가 있었다. "이봐 젊은이, 노부가 후려친 삼 장의 맛이 어떤가? " 전백은 그저 우뚝 서 있을 별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 다. 혈장화룡 요병혼은 앙천대소를 했다. "우하하하....." 그리고 그는 매우 득의에 찬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아마도 네 녀석은 노부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네 녀석이 무슨 충신열사도 아닌데 어째서 죽은시체가 쓰러지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혈장화룡 요병혼은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가더니 벼락 같이 손가락을 뻗쳐서는 전백의 미심혈을 찌르려고 들었다. 그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는 두 가지의 의도가 있었다. 만약에 전백이 이미 죽은 것이고 죽은 시체가 쓰러지지 않는다 면 어찌되었든 간에 자기의 체면이 구겨지리라고 생각한 나머지 전백을 손가락으로 찔러 쓰러지게 하여서는 부하들에게 전백을 위 해 시체를 거두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전백이 만약에 죽지 않고 다만 내장에 중상을 입은 것이라면 그 의 이와 같은 일지로서 전백의 목숨을 앗아버리자는 것이었다. 사실 혈장화룡 요병혼은 강호도상에서 마음이 악랄하고 손이 매 섭기로 유명했으며 한 번 적을 맺어 격돌을 하게 된다면 언제나 적에게 목숨을 남겨두지 않고 반드시 사지로 몰아넣고야 성이 차 는 자였다. 그는 이와 같은 자기의 행동을 합리적인 변명을 하고 있는데 그 것은 적에게 대해 인정을 베푼다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대해 서 잔인한 것이고 또한 풀을 자를 때 뿌리마져 뽑지 않는다면 봄 바람에 다시 소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남과 적이 되지 않으면 모르되 만약에 적이 되어 손을 쓰게 된 다면 적을 죽일 때까지는 절대 손을 거두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일 시적인 인정에 끌려서 자기 자신에게 후환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러나 그의 몸이 앞으로 쏜살같이 내닫게 되고 뻗어낸 손가락 이 아직도 전백의 미심중혈에 닿기 전에 갑자기 날카로운 호통소 리가 들려왔다. "노귀(ㅎㅎ), 어딜 감히 ?" 날카로운 호통소리 속에 한 가닥의 세찬 바람이 허공을 가로지 르는가 하면 한 검은 그림자가 맹렬히 혈장화룡 요병혼의 앞으로 뻗쳐낸 오른팔의 음도혈({顔 燐을 짚으려고 했다. 혈장화룡의 재간은 아니나 다를까 비범한데가 있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변화인데도 조금도 자세가 흩뜨러짐 이 없이 앞으로 내닫던 신형(捺 )을 벼락같이 허공에서 꺾어 돌 며 운리번의 신법을 써서는 억지로 앞으로 달려나가던 신형을 뒤 집어 돌아가도록 만들었고 허공에서 한 번 재주를 넘더니 두 발로 다시 자기가 원래 섰던 곳에 내려서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쉭', 어이쿠, 탁, 하는 소리들이 잇따라 울려퍼지게 되었고 미풍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가운데 뭇 사람들은 눈 앞 이 번쩍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을 때에 혈장화룡 요병혼과 젊은이 전백의 한가운데에 어느덧 간드러지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금 의(`壻 의 소녀가 서 있었다. 조금전에 잇따라 들려온 그 소리는 바로 한 자루 석자 길이의 이무기 가죽으로 만들어진 채찍인데 말채찍은 소녀의 손에서 번개 와 같이 던져졌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채찍은 원래 혈장화룡 요병혼의 오른쪽 손목을 겨냥 하고 음도혈을 후려쳐 짚으려던 것인데 혈장화룡 요병혼이 허공에 서 다시 교묘한 신법을 펼쳐 방향을 되꺾어서는 피해 버리는 바람 에 싹하는 소리와 함께 말채찍은 철패화상의 귀를 관통하면서 일 어난 소리였다. 철패화상은 본래 뚝심이 굉장한 사람이었으나 약간 모자라는 사 람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가 정히 두 눈을 부릅뜨고서 혈장화룡 요병혼과 전 백이 삼 장을 교환하고 있는 것을 구경하고 있느라고 넋을 빠뜨리


고 있는데 갑자기 귀가 따끔한 것을 느끼게 되어 재빨리 손으로

만져보니 귀가 어느덧 반쪽이 달아나고 없을 뿐만 아니라 손에 묻 는 것은 흥건한 핏물이 아닌가. 그리하여 그는 자기도 모르게 놀라 비명을 지르게 되었던 것이 었다. 그런가 하면 바로 그 순간에 '탁' 하는 소리가 나면서 발채찍은 다시 담벼락에 가 꽂히게 되었는데 그 깊이가 삼사 치는 되어 보 였다. 이때서야 두 자 남짓한 길이의 채찍이 기운이 떨어져서는 축 늘 어져서 담벼락에 매달린 채 좌우로 흔들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금의소녀의 팔힘이 엄청난 데에 대해서 뭇 사람들은 그만 혀를 내둘러야 했다. 이무기 가죽으로 만들어진 말채찍은 부드러운 물건인데도 그 소 녀가 손을 한 번 떨치면서 던지게 되었을 때에 그야말로 일직선이 되어 예리한 화살처럼 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도 여전히 쏜살 같이 날아가 딱딱한 담벼락에 서너 치 깊이로 박힌 것을 볼 때 금 의소녀의 손목 힘이 엄청나고 무공이 고강한 것은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뭇 사람들은 불연듯 충격을 받고 놀라 두 눈을 부릅뜨 고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서 그 금의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금의의 소녀는 밝은 눈동자에 하얀 치아에 살결은 눈처럼 회였 으며 몸매는 아담하면서도 영롱하였다. 몸에는 운금현의(桑`麝批 을 걸치고 있었으며 머리 위의 구름 채 같은 머리카락은 높이 닿아 올려놓고 있었는데 나이는 바로 십 육칠세 정도였다. 그녀의 표정이나 얼굴모습은 간드러지면서 예뼜고 아름답기 이 를데 없었다. 그러나 간드러지고 예쁜 가운데도 일종의 청아하고 고귀한 기상 이 넘쳐 흐르고 있어 그야말로 꽃보다도 아름답고 옥보다도 더 향 기롭다고 할 수가 있었다. 더군다나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도 삼 푼의 치기(頹 a ㅍ가 서려 있어 보기에도 순결하고 천진하면서도 아주 귀여운데가 있었다. 성을 냈다 하더라도 그녀의 입가에는 여전히 웃음빛이 감도는 것이 그야말로 정녕 지극히 사랑스러운 아가씨라 할 수 있겠다. "너는 어느 집의 말괄량인가? " 혈장화룡 요병혼은 나타난 사람이 일개의 나이 어리고 가날프며 아리따운 소녀이고, 그 소녀가 자기를 그야말로 황급히 움직이도


록 한 장본인일 뿐 아니라 자기의 부하인 고수에게 상처까지 입힌 것을 보고는 그만 얼굴을 굳히며 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감히 이 혈장화룡의 일에 나서서 시비를 가로막겠다는 것인가 ? " "붉은 얼굴의 늙은이, 당신은 거드름을 피울 필요가 없어요." 금의의 소녀는 한 손으로 양반손을 짚고 한 손으로 혈장화룡 요 병혼의 코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내가 먼저 당신에게 묻겠는데 당신은 이토록 많은 연세를 먹었 는데도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나요. 책임을 지지 않나요? " 혈장화룡 요병혼은 사늘히 코웃음쳤다. "흥 ! 집에서 가르침을 제대로 받지 못한 말괄량이 아가씨군 !" 네가 감히 노부의 앞에서 터무니 없는 말을 함부로 지껄일 별만 아니라 윗어른을 공경할 줄을 모르니 내가 너를 단 일 장에 죽여 도 아무도 말을 못할걸...." "흥 !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 졸렬한 영감탱이군 ! " 금의의 소녀는 놀랍게도 혈장화룡 요병혼의 말투를 빌어서는 말 을 계속 이었다. "당신이 단 일 장에 나를 쳐 죽이지 못할 뿜만 아니라 당신은 나의 일 장마져도 받아내지 못할걸. 당신이 만약에 이 아가씨의 일 장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남칠북륙(횃ㄸぼ ) 십삼성(t ㅍ 玹 을 어디로 간다 하더라도 결코 그 누가 당신을 막지 않을걸 !" "닥쳐라 !" 혈장화룡 요병혼은 듣고 보니 금의소녀가 완전히 자기가 한 말 을 흉내내서 하고 있는지라 그만 노여움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 른 것을 느끼고 일성을 대갈하며 그 말을 가로채고는 앞으로 나서 며 손쓸 채비를 차렸다. 바로 이때 철패도인이 일갈을 터뜨렸다. "당돌한 계집애같으니, 감히 이 부처님 나으리의 귀를 망가뜨리

다니 이 부처님 나으리께서는 너의 목숨을 앗아서 빚을 갚도록 하 겠다." 그는 한 팔로 천 근이나 나가는 철패를 휘두르며 곧장 금의소녀 의 머리 위 정수리를 내려치려고 들었다. 금의소녀는 그곳에 서 있었으며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철패화상의 천 근이나 되는 무거운 철패는 태산이 정수리 위로 떨어지듯 떨어지게 되는 것을 여전히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는 철패가 그녀의 머리 위 두 치도 되지 않은 곳에 이르게 되었을 때에 갑자기 몸을 움츠리며 도대체 어떤 신법을 썼는지 모


르지 만은 철패 아래에서 살짝 빠져 나왔고 허공에서 몸을 한 번 뒤집어 요자번신 수법을 써서는 온전하게 두 발로 철패 위에 서는 데 그 몸놀림이 날렵하고 멋진 것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지경이 었다. 그리고 난 이후에 그녀는 입으로 외쳤다. "당신 이 우둔한 화상아, 들고 싸울 무기가 없어서 절간 안의 문짝마져 옮겨 내었는가 ? " 철패화상은 치미는 울화에 버럭버럭 괴성을 내지르며 한편으로 한쪽의 철패를 풍차처럼 마구 휘둘러대며 금의소녀를 땅바닥에 내 동댕이치려고 날뛰었다. 금의소녀는 비(а),등( ), 도(┖),약(u 등의 요결을 써서 철 패 위에서 춤을 추는 듯 했는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입으로 깔깔 거리고 웃어대었다. "호호호, 재미있네요." "정말 재미있어요......" 이 광경은 정말 보기에도 멋이 있었다. 거리에는 등불빛이 휘황하게 밝혀있고 한 명의 허우대가 크고 뚱뚱한 화상이 손에 문짝과 같은 철패를 휘두르고 있는데 철패 위 에는 한 금의의 아리따운 소녀가 풍차와 같이 돌아가는 철패 위에 서 이리날으고 저리 뛰는 것이었으며 또 한편으로 깔깔대고 웃으 면서 조롱을 하고 있었는데 사연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들 이 강호에서 재주를 하며 밥을 빌어먹는 사람들이 무슨 특별한 놀 이를 보여주고 있는 줄로 여길만 했다. 이때 비단 혈장화룡 요병혼이 데리고 온 수십 ���이나 되는 경장 의 대한들이 사방에서 겹겹이 에워싸고 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주민들이나 길손들도 처음에는 강호바닥에서 무림의 인물들 이 서로 원한이 있어 죽고 죽이는 싸움인 줄 알고 모두 멀찌감치 피했던 것인데 이제 이와 같은 광경을 보게 되자 오히려 모두다 달려나와 먼발치에서 신나게 구경들을 하고 있었다. 철패화상은 조금 멍청한데가 있었지만 반나절을 날뛰어도 여전 히 금의소녀를 철패 위에서 내동댕이 칠 수 없게 되자 마음 속으 로 역시 자기 나름대로의 꾀가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해서는 금의소녀를 철패 위에서 내동댕이칠 수 없 다는 것을 알고 한 손으로 철패를 잡고 다른 한 손을 내밀어서는 말만한 커다란 주먹으로 금의의 소녀 아랫배를 치려고 들면서는 입으로 욕을 했다. "제기랄, 너는 이 부처님 나으리를 갖고 놀려고 하는구나. 내려 와 ! " 한 명의 젊디 젊은 소녀에게 쓴 철패화상의 이 일 초는 그야말 로 비열하다고 할 수가 있었다. 금의소녀는 그만 고운 얼굴이 빨개져서는 웃지를 못하고 장비편 마(孼а胡 )라는 수법으로 다리를 들어 화상이 그녀의 아랫배를 노리고 내지른 한 대의 주먹을 피하고는 천근추(ㄷ]ㅎ雛)의 수법 을 써서 조그마한 발끝으로 힘주어 철패를 딛는 동시에 그녀 자신


은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서는 재주를 한 번 넘더니 이 장 밖으로 날아갔다. 이렇게 되자 철패화상의 꼴이 그만 사납게 되었다. 한 손으로 철패를 들고 있었던 것인데 금의소녀가 힘주어 밟아 버리자 제대로 철패를 잡지 못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철패를 놓 치게 되었는데 철패는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으로 떨어 지면서 공교롭게도 그의 발을 후려치고 말았다. 철패는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데다가 금의소녀가 각법(ㅌ k 浦으로 무겁게 밟아버렸으니 비록 다이승혜(ㅎ|▲ㅎ 를 격하고 있었다고 하지만은 철패화상의 두 발의 열 개의 발가락은 박살이 나고 말지 않겠는가.

철패화상은 그만 아픔에 허리를 구부리고서는 늑대의 울음소리 와 같은 기이한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금의의 소녀는 어느덧 혈장화룡 요병혼의 앞으로 내려섰으며 한 손으로 흩으러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입을 열었다. "붉은 얼굴의 늙은이! 보기에 당신은 강호에서도 성이 알려진 인물인 것 같은데 조금전에 전소협에게 한 말은 책임져야 할 것이 아니겠어요?" 혈장화룡 요병혼은 금의소녀가 철패화상을 희롱하는 신법이나 보법이 접공환영(ㄴ]販 ㅎ의 수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 고 그 순간에 불쑥 무림의 일대호문(薪 c 筮柶ㅍ을 떠을리게 되었 다. 이와 같은 접공환영의 신법으로 말하면 그 호문( j ㅍ의 비전지 학이었다. 금의소녀가 그와 같은 신법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그 일대호문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자기인 혈장 화룡은 말할 것 없고 바로 자기의 거정주인([蓬獗ㅎ惱 안락공자마 저도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와 가슴 가득히 끓어 오르던 노여움을 모조리 거두고 따로이 온화한 얼굴과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웃음띤 어조로 입을 열었다. "소저 ! 노부가 강호에서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만 있으면 되네 우선 소저는 내가 한 무슨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 한번 말이나 해 보실까? " 혈장화룡 요병혼은 늙어서 교활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었다. 속으로는 이미 이 금의소녀의 얼굴을 봐서라도 이번 일에서 순 순히 물러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었지만 입으로는


여전히 자기 자신의 신가(捺 Z ㅍ를 높이고 있는 것이었다. 금의의 소녀는 우뚝 선 콧날끝에 붙은 아름다운 코를 찡긋하더 니 코웃음을 쳤다. "흥 ! 쭈그랑 영감탱이. 당신은 자기의 얼굴에 금칠을 할 생각 을 하지 말아요. " "그리고 시치미도 뗄 것 없어요. 조금전에 당신은 전소협에게 무공을 겨루기로 약속을 했으며 전소협이 당신의 삼 장만 받아낸 다면 강소성이나 산동성에서 전소협이 돌아다녀도 다시는 저지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전소협이 당신의 삼 장을 받았는데 이제는 뭐라고 할 거예요 ?" w1 사인거(ч娠[死에 들어가다 w0

혈장화룡 요병혼은 껄껄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 "나와 이 도령의 말을 소저는 모두다 들었구먼." "그렇다면 소저의 말에 따라 즉시 이 도령이 길을 떠날 수 있도 록 물러가지 !"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군요 !" 금의소녀는 그제서야 약간 정색을 했다. "그렇다면 아무쪼록 당신네들 사람들에게 길을 틔워 달라고 해 요 !" 그런가 하면 그녀는 입술을 모아 휙하니 휘파람을 불었다.

갑자기 말발굽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사람들이 겹겹이 서 있 는 바깥쪽에서 한 필의 대추빛의 붉은 큰말이 달려 들어왔다. 이 대추빛의 커다란 말은 정말 신준(s 宜王하기 이를 데 없었는 데 금의소녀의 곁으로 다가오자 그 기다란 주둥이로 소녀의 몸에 갖다대고 마구 문질러 대는 것이 지극히 다정해 보였다. 수십 명의 경장을 한 대한들 가운데는 적지 않은 호색한들이 있 어서 금의소녀의 자색이 하늘의 선녀보다 더 뛰어나고 또한 천진 난만하면서도 앙칼스럽기 이를 데 없어 그들의 두령겪인 혈장화룡 요병혼마저도 상대방의 안면을 사지 않을 수 없는 것을 보고 속으 로 약간 자기 분수에 맞지 않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은 감히 앞 으로 나와 한 번쯤 그녀와 가까이 하려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모두들 스스로 고통을 자처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이제 그 대추빛 붉은 준마가 달려와 금의소녀와 그토록 다정하 게 구는 것을 보고는 사람이 말보다 못하다는 개탄을 하며 한숨들 을 푹푹 내쉬어야 했다. 금의소녀는 백옥과 같은 하얀 손으로 말의 목을 또닥거려 주더 니 나는 듯 몸을 날려 담벼락가에 이르러서 담벼락에 꽂혀진 말채 찍을 뽑더니 다시 몸을 뒤집어서는 말곁으로 되돌아왔다. 그와 같이 한 번 갔다가 돌아오는 것은 그야말로 번개와 같이 빨랐고 그녀가 발로 땅바닥을 딛는 것도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 라 그녀의 손가락이 담벼락에 닿는 것도 포착할 수가 없었다. 이와 같은 경신법을 보고 그토록 많은 무림의 호걸들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탄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금의소녀는 수십 쌍의 눈초리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매우 여유있게 조금도 수줍어 하거나 불안한 티를 보이지 않고 말채찍 을 쥐고서 말을 끌고 전백의 곁으로 다가갔다. 전백은 여전히 우둑커니 그곳에 서 있었으며 얼굴은 불타는 듯 이 붉게 빛나고 있었고 눈초리는 멍하니 촛점을 잃고 있었다. 금의소녀는 그만 눈에 고통과 아쉬워하는 빛을 띄우며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전오라버니 ! " "상처를 입었나요 ? " 전백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몸을 한 번 움직이지도 않았다. "전오라버니, 상처가 매우 심하신가요? 어째서 말씀을 하지 않 나요 ? " 전백은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미동도 하지 않았으며 눈 망울조차 한 번 움직이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금의소녀는 그와 같은 광경을 보자 그만 눈가를 붉히며 몇 방울 의 진주와 같이 고운 눈물방울을 주르르 흘러내리며 가시가 돋힌 음성으로 매섭게 말했다. "흥, 틀림없이 저 쭈그렁 영감탱이가 그대에게 상처를 입힌 모 양이군요. 나중에 이 누이가 그대를 집으로 모셔서 조섭을 하도록 하고는 다시 돌아와 저 영감탱이에게 오라버니의 원수를 갚아드릴 깨요. ?"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매섭게 혈장화룡 요병혼을 한 번 바라보았다. 이어 그녀는 몸을 날려 말 위에 오르더니 한 손을 움직여 간편 하게 전백을 말안장까지 잡고서 들어올리는 것이 아닌가. 금의소녀는 한 손으로 전백을 품에다 안고 한 손으로는 채찍을 들고 떠나려고 했다. "소저 잠깐만 ! " 혈장화룡 요병혼이 한 걸음 나서며 입으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 "왜 그래요 ? " 금의소녀는 온 얼굴 가득히 못마땅한 빛을 띄우며 아미를 찡그 리더니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쪼그랑 영감탱이, 당신이 또 약속을 저버리겠다는 거예요? !" 혈장화룡 요병혼은 쓰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소저, 쪼그랑 영감탱이 영감탱이라고 마구 부른다면 어른에 대 해서 불경스러운 것이 아니겠는가 ? " "그리고 또 무슨 할 말이 남아 있나요? " 금의소녀는 마상에서 혈장화룡의 말은 불쑥 가로채는 것이 퍽이 나 지루해서 견딜 수 없다는 태도였다. "대담한 계집애같으니, 봐준다고 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 뛰려고 하는구나!" 옥면나즐 송소비는 사부가 평소와의 태도가 싹

바뀐 것을 보고 이미 속으로 못마땅하게 생각했으나 사부의 얼굴 을 봐서 감히 앞으로 나와 끼어들지를 못했는데 이제 금의소녀가 떠나려 하는 마당에 있어서도 자기의 사부에 대해서 더더욱 불경 스러운 태도를 취하게 되자 그만 노기가 끓어오르게 되어서는 앞 으로 쓱 한 걸음 나서며 호령을 하는 것이었다. "이 도련님께서는 오늘날....." "너는 끼어들 것 없다 !" 혈장화룡 요병혼은 그야말로 길길이 뛰다시피 하는 송소비를 저 지하고 다시 금의소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소저, 나는 소저의 집안 어른의 얼굴을 보아서 양보를 하는 것 이라네." "그러나 듣기 싫다면 나 역시도 더 말하지 않지 이 젊은이는 노 부의 홍사혈형장에 적중되었으니 만약에 해약이 없다면 사흘을 넘 기지 못하고 반드시 오장육부가 모조리 메말라 타듯이 해서는 죽 게 된다네. 이제 노부로서는 끝까지 좋은 사람이 되는 셈 치고 소 저에게 한 알의 해약을 주지." "돌아가거든 그 해약을 이 젊은이에게 먹이고 며칠동안 조섭을 시키게 된다면 완전히 치유 될 것이네." 말이 끝나자 그는 품 속에서 하나의 양지소병(侶情鼓 l 을 꺼내 더니 양지소병에서 한 알의 엷은 녹색의 알약을 꺼내어 손가락 끝 으로 탁 퉁겼다. 그 알약은 곧장 금의소녀의 가슴팍 쪽으로 쏜살같이 금의소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두 봄철의 새로이 파릇파릇 나는 파의 뿌리같이 희고 옥같은 손가락을 내밀어 가볍고도 교묘하게 쏜살같이 날아드 는 한 알의 알약을 잡는 것이었다. 물론 받는 것은 한 알의 알약에 불과했지만 혈장화룡의 손가락 에서 퉁겨진 만큼 그 세찬 힘은 역시 얕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 알약이 그렇게 적은 데다가 쏜살같이 날아가는데도 금의소녀


가 두 손가락으로 알약을 끼어 잡는다는 것은 그만큼 눈썰미가 뛰 어나고 내공이 순후하며 수법이 교묘할 뿐더러 순간적으로 포착하 는 기인성이 정확했기 때문이었다. 혈장화룡 요병혼은 그제서야 진심으로 금의소녀에 대해서 탄복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속으로 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서는 자기의 제자인 옥면나즐 송소비를 바라보았다. 옥면나즐 송소비는 금의소녀가 보여준 그 한 수에 역시 좌절감 이 일어나는 것을 금치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한데 금의소녀는 말 위에 탄채 알약을 손바닥에 받아쥐고서는 손바닥에 놓고 한 번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이 준 이 알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내가 어떻게 알지요? 만약에 당신이 나에게 한 알의 독약을 주었다면......" 혈장화룡 요병혼은 결코 인자한 마음이 생겨 전백의 한 목숨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고 금의소녀의 가문이 누리고 있는 세력이 엄 청난데다가 금의소녀가 또한 전백에 대해서 그토록 다정하게 구는 것을 보고는 두 젊은 남녀의 관계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고 짐작을 하기에 이르렀고, 만약에 전백이 구원을 받지 못하게 되고 어떤 불상사라도 일게 된다면 이 금의소녀가 틀림없이 자기를 찾아와 원수를 갚으리라고 내다보았기 때문에 내친 김에 물길을 따라 배 를 밀어붙인다고 한 번 인정을 베풀어 후환을 없애고자 한 것이었 다. 그러니까 일부러 은혜를 베풀어서 이후에 금의소녀가 다시는 자 기를 찾아 앙가픔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써 놓겠다는 것이었 다. 그가 이토록 체면을 생각하지 않고 일을 좋게 마무리 하려고 하 는데도 금의소녀가 그와 같이 울화통이 터질 말을 하자 그만 부엉 이가 파먹다 남긴 듯한 눈썹을 곤두세우며 냉소를 했다. "흐흐흐, 노부가 만약에 성심성의로 구해주려고 하지 않았더라 면 그에게 독약을 먹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살아남지 못할걸 ! " "그렇다면 오히려 당신에게 사의를 표해야 하겠군. 그렇지 않나 요 ? " "쪼그랑 영감탱이 !" 금의소녀는 이미 헐장화룡 요병혼이 내놓은 것이 틀림없는 해약 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혈장화룡 요병혼의 말이 끝 나기도 전에 어느덧 채찍을 들어 말을 재촉하며 한 마디를 던진 것이었다.

그녀의 그 말이 떨어지게 되었을 때에 말은 어느덧 질풍과 같이


앞으로 달려가게 되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거의 입구쪽의 어둠 속 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고 말았다. 이 바람에 혈장화룡 요병혼은 그만 울화가 치밀어 두 눈을 부릅 뜨고 수염을 와들와들 떨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그 쪼그랑 영감탱 이라는 말은.... 파란 하늘에 두둥실하니 하안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고 붉은 해 는 바로 머리위 중천에 떠 있었다. 관도 저쪽에서 질풍노도와 같이 한 필의 대추빛 붉은 준마가 달 려왔다. 마상에는 한 명의 아리따운 금의소녀가 앉아 있었고 소녀는 품 속에 한 명의 인사불성이 된 젊은이를 안고 있었다. 이 간드러지고 아름다운 금의소녀는 대낮에 한 젊은이를 품 속 에 안은 채 남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달리고 있었으므 로 길을 오고 가는 길손들은 모두다 그녀를 힐끔거리는 것이었다. 그 준마는 너무 빨리 달려서 길가는 길손들이 겨우 한 명의 소 녀가 마상에 앉아 한 젊은이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 을때에 대추빛 붉은 말은 마치 바람처럼 네 발굽을 마구 옮겨 놓 으면서 달려가 버렸고 겨우 말꽁무니로 이는 희뿌연 먼지만을 볼 수 있었을 별이었다. 금의소녀는 한편으로 채찍을 휘둘러 말을 나는 듯이 달려가게 만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고개를 숙이고 품 속의 젊은이 를 내려다 보는데 그 얼굴에는 관심과 애정의 빛이 가득 서려 있 었다. 만약에 이 인사불성이 된 젊은이가 정신을 차리게 되었을 때에 이 아리따운 소녀의 그에 대한 그토록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 고 있는데에 대해 어쩌면 그는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낄 것이 틀림없으리라. 그 젊은이는 혼미상태에 빠져 있어 금의소녀의 수천 수만 가닥 의 부드러운 정에 대해서 전혀 알아차리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불타는 것처럼 붉었으며 콧김은 굵고 거세고 가슴 팍을 급격하게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목숨이 이 미 죽음의 가장자리에 이르러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금의소녀는 말을 급히 재촉해서 달려가고 있으나 연신 품 속의 젊은이를 주의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상태가 좋지 못하게 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사실 젊은이의 몸에서 뿜어나오는 열기는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품 속에 안고 있는 것은 한 무더기의 불덩이를 안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그만 속으로 초조해지게 되었고 길을 달려갈수록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끝내 그녀는 말을 멈추고 사방을 살폈다. '이 모양을 보건데 결코 집까지 되돌아갈 수가 없겠구나. 그러 나 이 황량한 들판에서 또 어디로 가서 의원을 찾아 전오라버니의 병을 치료해야 하는 것일까 ?'


그러다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불쑥 내뱉듯 입을 열었다. "이런 망할 것 !" 그리고 그녀는 자기 자신을 나무라는듯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쯧쯧, 만약에 집안 대대로 전해내려 오던 금창의 성약(蠱兩)인 대환단(c 絮ㅣㅍ을 몇 알만 가지고 나왔더라면 이렇게 죽자사자 달 려가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러다가 그녀는 또다시 나직이 비명을 질렀다. "아구머니나......" 그녀는 조상대대로 전해오는 성약을 떠올리다보니 갑자기 그 붉 은 얼굴의 쪼그랑 영감탱이가 떠나 올 때에 자기에게 준 한 알의 해약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녀는 너무나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내려 온 금창의 성약이 탁 월한 공효가 있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고 그쪽에만 정신을 쏟 고있었기 때문에 되려 그 한 알의 해약을 전백에게 먹일 것을 깜 박 잊고 말았던 것이었다. 따라서 그녀는 먼저 해약이라도 전백에게 먹여서 전백의 목숨을 부지시켜 보자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을 때에 그만 놀라서 비명을 지르게 되었고 속으로 자기가 멍청했다고 자책을 하는 한 편 물기가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깜박이며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

작했다. 그녀는 부근에 인가가 있나 없나를 살펴보려는 것이었다. 인가가 있다면 끓인 물을 한 잔만이라도 얻어서 전백에게 해약 을 복용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방은 까마득하니 끝을 모르는 땅이 뻗쳐 있을 뿐이었 으며 하늘가와 맞닿는 듯한 방초와 농가에서 곡식을 심고 간 밭 이외에 인가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눈길을 돌리게 되었을 때에 왼켠의 약 대여섯 장 밖에 하나의 높다란 등성이가 눈에 띠었다. 금의소녀는 좀처럼 먼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또 집안에서는 그 야말로 호사스러운 생활만 해온 천금(ㄷ헐)의 소저였지만은 마음 의 눈 즉 심안(湳戴)은 영롱하면서도 밝기 이를 데 없고 또한 그 누구 못지 않게 앙증스러우면서도 슬기로웠다. 그녀는 즉시 그 등성이 위로 올라간다면 어떤 쪽에 인가가 있으 리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을 한 것이었다. 어찌됐든 간에 이곳에서 맹목적으로 찾고 있는 것보다 어떤 쪽 에 인가가 있다면 그곳으로 다시 말을 몰아 달려가는 것이 상책이 라고 판단을 한 것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즉시 말머리를 돌려서는 그 등성이쪽으로 말을 질풍과 같이 몰았다. 금의소녀가 타고 있는 이 한 필의 대추빚 붉은 큰말은 바로 천 리명구(ㄷ g 蠶ㅍ 로써 적화류(午ㅉ )라고 일컬어지고 있었다. 이 말의 걸음은 나는 듯이 재빨라 들판을 가로지르게 되어 있는 대여섯 마장의 노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금의소녀는 말을 몰아 등성이 위에 올라서서는 눈을 들어 사방 을 살펴보니 높다란 등성이 뒤쪽에 푸른 산과 파란 계곡이 자리잡 고 있는데 산허리께의 녹음이 우거진 곳에 한 모서리의 홍루(ㄹ )가 삐쭉 드러난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 한쪽 모서리를 드러내고 있는 홍루는 이 높은 산등성이와는 아직도 십여 마장의 간격을 두고 있었으나 그곳 이외에 사방을 아 무리 둘러보아도 다시는 하나의 인가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말을 몰아 곧장 그 산허리께의 홍루가 자리잡 고있는 숲 속으로 말을 몰았다. 석화류는 진정 한 필의 보마(l へㅎ였다. 비단 평지에서 나는 듯이 달려갈 뿐만 아니라 험한 산길에도 나 는 듯이 달리는데 등성이나 산으로 오르고 넘는 것은 전혀 문제시 될것이 없었다. 그리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그 홍루가 있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금의소녀는 말 위에서 인사불성이 된 젊은이를 안고서 내려와 그 홍루의 대문 앞으로 다가간 순간 그만 어리벙벙해지고 말았다. 이 한 채의 누각은 무척 특이하게 지어져 있었다. 붉고 둥근 지붕에 하안 돌로 만들어진 담장을 쌓아놓고 있었는 데 나무문마져도 하얀 것이었다. 하안 나무로 된 대들보에는 검은 먹물로 다음과 같은 세 개의 말대만한 글자가 쓰여 있었다. "사인거(ч娠[死 ! " 금의소녀는 무공이 무척 고강한 편이었으나 강호에서 좀처럼 떠 돌아다닌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와 같이 특이하고 야릇한 곳을 일 찌기 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 한 채의 누각은 산을 등지고 세워져 있어 절간이라 고 하기에는 절간 같지가 않았고 무덤이라고 하기에는 무덤 같지 않았는데 문 위의 들보에 쓰인 사인거란 세 글자가 있는 것이었 다. 그리하여 금의소녀는 일시 문앞에서 어리둥절해져서는 진정 들 어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는 처지에 빠져서는 그 저 한쌍의 아름다운 커다란 눈망울을 부릅뜨고 멍하니 넋을 잃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총명하고 슬기롭기 이를 데 없다 하더라도 눈 앞에 보이 는 이 괴상한 곳에 대해서 그녀의 슬기나 총기로 가득찬 조그마한 머리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되지 않아 그만 멍청해진 것이었다. 세상에 이와 같이 이상한 곳이 있을까? 그 누가 자기의 문 위에 사인거라는 이름을 지어 놓는단 말인가?


설사 무덤이라 하더라도 설마하니 그와 같은 이름을 지어 부르 게 하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사실이 눈앞에 벌어져 있는 것이고 이 세상에 똑바로 이 와같이 괴이한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그야말로 이 세상이 넓어서 별희한한 일이 다 있는 셈이었다. 그녀가 정히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을 적에 갑자기 품 속의 젊은이가 온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으며 인사불성의 혼미상태에서 도 기다란 눈썹을 찡그리는 것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 이렇게 되자 소녀는 넋을 빠뜨리고 있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 게 되었고 자세히 생각해 보니 사람을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 급을 요하는 일인지라 이집 주인이 살아있는 사람이든 죽은 사람 이든 먼저 안으로 들어가 보고 난 이후에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 사랑의 힘이라는 것은 정말 위대하다고 할 수가 있겠다. 금의의 소녀는 천금의 몸이었지만 마음 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이전씨 성을 가진 젊은이를 사랑하게 되었고 두려움과 위험같은 것은 깡그리 저 높은 하늘 밖으로 던져버리고 홀로 사인거 안으로 뛰어들기로 결심을 한 것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며 얼굴에 굳건한 빛을 띄우고 말이 마음 대로 집가에서 풀을 뜯어먹도록 매지도 않고 혼미상태에 빠져있는 전씨 성을 가진 젊은이를 안고서는 대문 앞에서 큰소리로 부르짖 었다. "아무도 없나요 ?" 그녀가 잇따라 몇 번이나 불렀으나 조용한 산허리께는 그 소리 가 메아리 되어 올뿐 사람의 대답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서는 발끝으로 문을 가볍게 밀었다. 그러자 두 짝의 하얀 나무문이 드르륵 열렸다. 문을 열고 보니 그 안쪽은 바로 조그마한 뜨락이었고 마당에는 꽃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것이 매우 우아하면서도 그윽했다. 그런데 조용한 가운데 은연중 일종의 음산한 공포스러운 느낌이 감돌고 있었다. 뜨락의 한복판에는 하나의 하얀돌로 깐 통로가 곧장 붉은 천장 의 조그마한 누각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그 조그마한 누각의 문과 창은 꼭 닫혀 있었고 안쪽에는 무수한 신비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기도했다. 그러나 나이 어린 소저는 담이 하늘보다 큰 모양으로 혼미상태 에 빠진 젊은이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씩 신비하고 공포스러운 누각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누각의 문 앞에 이르게 되었을 때에 보니 누각의 문 역시 하얀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었으며 칠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하얀 나무문 위에는 놀랍게도 다시 먹물로 다음과 같이 커다란 글자가 쓰여있었다. "사인지거(ч娠薔[死, 활인면진(ㄹ娠 ㄷ) ! " 나이 어린 소저는 이빨을 한 번 깨물더니 한 번 소리쳐 불렀다. "죽은 사람은 들으세요." "살아있는 사람이 찾아왔어요 !" 그러자 '푸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마리의 괴상하게 생긴 새 가 꾸르륵꾸르륵 두 번 소리를 내더니 누각의 지붕 위에서 날아올 라 나래를 활짝 펴고는 산뒤쪽의 짙은 그늘 속으로 날아갔다. 느닷없이 들려오는 괴상한 새소리에 나이 어린 소저는 그만 깜 짝놀라 하마터면 심장이 거의 목구멍으로 튀어 나을 뻔 크게 뛰노 는것을 가까스로 안정을 시켰다. 그러나 잠시 기다려도 여전히 아무런 인기척이 있자 나이 어린 아가씨는 다시 용기를 내어서는 발끝으로 살짝 누각의 문을 밀어 보았다. 누각의 문 역시 빗장을 지르거나 자물쇠를 채워놓지 않아서 나 이 어린 아가씨가 발끝으로 밀자마자 슬쩍 열리게 되었는데 그 안 은 바로 하나의 넓다란 객청이었다. 객청 안의 가구는 간단했으나 티끌 하나 묻지 않을 정도로 깨끗 이 청소가 되어 있어 물어볼 것도 없이 이 죽은 사람이 손발을 움 직일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금의의 소녀는 긴장되어 심장이 거의 목구멍 바로 밑에까지 올 라온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한편으로 온 정신을 모아 경계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두 커다란 눈망울을 찢어져라 부릅뜨고서는 사방을 살폈다. 객청 안 문을 바라보는 곳에 한 기다란 백목으로 만들어진 궤와 하나의 기다란 백목으로 만들어진 네모는 탁자 그리고 백목으로

만들어진 탁자 양쪽에는 각기 하나의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역시 백목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아마도 이 문이나 창, 그리고 탁자 및 의자 등은 모두다 이 산 의 나무를 베어서 만든 것처럼 보였으며 칠을 하지 않고 목재의 본래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방 안에 또한 더더욱 나무진 의 향긋하고 싱그러운 냄새가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냄새는 더더욱 이 객청으로 들어선 사람으로 하여금 나무로 만들어진 관을 연상시켰다.


왜냐하면 관을 팔고 있는 집에 들어서면 바로 이와 같은 냄새로 가득차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의의 소녀는 사방을 한참동안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 자 그제서야 혼미상태에 빠져있는 젊은이를 하얀 백목으로 만들어 진 의자 위에 놓았다. 그녀가 반나절 동안 젊은이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무공이 무척 고강하다고 하지만 역시 두 팔이 약간 시큰거 리고 마비되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혼미상태에 빠져있는 젊은이를 내려놓고 소년이 맥없이 의자 위에 걸터앉도록 한 후에야 길게 숨을 내쉬며 속으로 중얼거 렸다. '이 도깨비가 나을 것 같은 사인거(ч娠[死라는 곳에 어째서 죽 은 사람마져 하나 볼 수 없을까? ' 자기도 모르게 그녀는 사방을 살펴보았다. 객청의 한복판에 있는 벽에는 휘장이 걸려 있었는데 문밖에서 불어 들어오는 미풍에 그 휘장이 약간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휘장 뒤쪽에는 무슨 물건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크게 호기심을 일으키게 되어 용기를 내어 다가가 손을 뻗쳐서 휘장을 들춰 보았다. 휘장 뒤쪽에는 바로 같은 것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불감 안에는 하나의 위패(z 慊ㅎ가 놓여 있었는데 역시 백목을 새겨서 만든 것 인데 위패의 네 가장자리에는 구름과 용이 새겨져 있는 등 무척이 나 정교하고 멋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위패의 한복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은공({盃燐 벽력검(?e 櫶 전대협(悟 c 瑞藻 운천지신위(桑뒝薔 s幼 " w1 밝혀지는 비밀 w0

"전운천 !" 금의소녀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녀는 똑똑히 자기집에서 전오라버니가 구원을 받아 정신을 차 리게 되고 자기와 서로의 신세를 털어놓게 되었을 때의 일을 떠올 렸다. 그녀의 오라버니가 자기는 전백이며 부모님을 일찌기 여의게 되 었다고 말하게 되었을 때에 느닷없이 대숙이 창문밖에서 안으로 달려들어와 전오라버니의 손을 잡고서 다급하게 전오라버니에게 묻지 않았던가? "전운천은 너와 어떤 관계이냐? "


그런데 이 사인거에는 전운천의 신위가 모셔져 있으니 혹시 전 백과 전운천은 어떤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지 ? 원래 이 금의소녀는 바로 전완아였다. 그녀는 전백을 속으로 좋 아하게 되었고 또한 전백이 번소란과 가까워진 것에 화가 나서는 소고산에서 단숨에 규방으로 되돌아왔던 것이나 나중에 전백이 신 려철담 동천리를 따라 떠났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부 모님 모르게 몰래 아버지의 천리명구인 적하류를 타고 집을 떠나 전백을 찾아 나섰던 것이었다. 그녀는 가전문학에 깊은 조예를 쌓고 있었고 또 어릴적부터 총 애를 받아 일신에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지만 한 번도 강호에 떠돌아다닌 적이 없었다. 그녀는 처음 집을 떠나게 되었을 때에 원래 전백이 어디로 갔는 지 몰랐던 것이나 어쩌다가 보니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그리하여 흥륭진( g 拱筵에서 전백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녀 역시 그 주루에서 음식을 들고 있었으나 한 사람은 누상에 있었고 한 사람은 아래층에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 던 것이었다. 그후에 그녀는 아래층에서 사람돌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무기 와 무기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와 더불어 누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서야 달려나와 본 것인데 전백이 한 자루의 벽검을 들고 십여 명 의 고수들을 상대로 은연중 우세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동안 얼굴을 내밀지 않았으나 전백이 혐장화룡 요병혼과 삼 장을 서로 맞받아 친 끝에 상처를 입게 되었는데도 혈장화룡이 여전히 전백을 해치려 하는 것을 보게 되자 손에 있던 채찍을 수전(r ㅍㅎ 으로 사용하여 전백을 구하게 된 것이었다. 이제 그녀는 다시 전백을 구해야겠다는 마음에서 서두르다가 그 만 이 사인거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객청에 모셔져 있는 전운천의 신위를 보게 되자 마음 속으로 전오라버니와 전운천이 틀림없이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만큼 그녀로서는 관심을 가 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사당을 한 번 살펴보았다. 문을 찾아서 전백에서 해약을 먹여야 한다는 것도 깜박 잊고 있 었다. 그녀는 신위 앞에 몇 접시의 신선한 꽃과 과일들이 놓여 있었고 구리로 만들어진 향료가 놓여 있었는데 싱싱한 꽃들은 아직 이슬 이 맺혀 있고 향료에는 아직도 따뜻한 재가 남아있는 것으로 미루 어 수시로 그 누가 있어 전운천의 신위에 절을 한다는 것을 짐작 할 수 가있었다. 신위 앞에는 하나의 넓이가 다섯 자 되는 옆으로 뻗쳐 있는 통 로가 있었고 좌우 양쪽에는 각기 방이 달려 있었는데 방문 역시 백목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가장 왼쪽켠의 문에는 하나의 하얀 종이가 붙여 있었는데 그 종 이위에 붓으로 활사인이라 쓰여 있었고 오른쪽의 방문 위에는 크 게 사활인이라 쓰여 있었다. 양쪽의 문에는 각기 대련(ㅎ f ㅍ 한 구절씩 쓰여 있었는데 역시 백지에다가 먹글씨로 쓰여 있었다. "은혜를 입고도 보답하지 못하면 살아 있어도 죽는 것만 못하더 라... 원한이 있어도 갚지를 못하여 죽음을 참고서 구차하게 살아 가노라...... " 그런가 하면 그 몇으로는 설구보은(p 糧號⑸覆이라는 네 글자가 쓰여 있기도 했다. 이 대련과 이 객청의 상황을 살펴보고 난 이후 완아는 속으로 어느정도 깨닫게 되었다. 사인거에 살고 있는 사람이 결코 어떤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인데 전대협에게 은혜를 입었으나 전대협이 억울하게 죽 었건만 전대협을 위해서 원한을 갚아주지 못하고 커다란 은혜에 대해 보답을 하지 못한 자기 자신들에 대한 자격심이 스스로 죽은 사람이라 자처하도록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완아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자 어째서 활사인이나 사활인 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고 궁금하게 생각했다. 즉시 그녀는 왼쪽에 있는 방문 앞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 밀어보 니 방문이 열리게 되었다. 그 방 안에는 하나의 탁자와 하나의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매우 간결하게 꾸며져 있어 침대도 없고 모리장도 없었다.

다만 한모퉁이에 하나의 백목으로 만들어진 관이 놓여 있을 뿐 이었다. 백목으로 만들어진 관의 뚜껑은 자로 정확히 재어서 만든 모양 인지 꼭 닫혀져 실오라기같은 빈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전완아는 그 방 안을 한참동안 살펴보았으나 다른 물건이 없는 것을 보고는 다시 그 방 안에서 나와 오른쪽 방 안으로 들어가 보 았다. 한데 오른쪽에 있는 방 안 역시 왼쪽에 있는 방 안과 모양이 똑 같이 하나의 탁자에 하나의 의자, 그리고 벽에 한 구의 백목으로 만들어진 관이 놓여 있는 것이었다. 넓다란 한 채의 집 안에 사람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고 방 안에 두 구의 하얀 나무로 만들어진 관만 놓여 있을 별만 아니라 집의 이름마져도 사인거라는 그토록 괴상한 이름을 붙이고 있으니 일종의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느낌이 찾아들


었다. 따라서 한 번도 멀리 바깥출입을 해보지 못한 완아는 그만 겁을 집어먹게 되어 제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하개 되고 가슴만 그저 '쿵쾅쿵쾅' 하며 크게 뛰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전완아가 정히 오른쪽 방 안에서 가슴을 조이며 넋을 잃고 있을 때에 갑자기 방 밖에서 '쿵' 하는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전완아는 펄쩍 뛸듯이 몸을 도사리며 즉시 필손으로 가슴팍을 보호한 채 오른손으로 적을 상대할 자세를 취하고서는 나는듯이 그 방 안에서 달려나왔다. 그러고 보니 전오라버니가 의자 위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져 쭉 뻗은 채로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완아는 모든 것을 돌보지 않고 몸을 날려 전백 앞으로 달려가서 는 몸을 구부리고 살펴보았다. 전백의 얼굴은 이미 불타는 것처럼 새빨개졌으며 거칠고 무거운 숨소리를 이미 알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약해져 있었을 뿐만 아 니라 눈썹은 잔뜩 찡그러지고 입가로는 한 가닥의 새빨간 피가 흘 러내리고 있었다. 완아는 깜짝 놀란 나머지 자세히 전백의 몸에 별다른 새로운 상 처 가 없는지 살펴보았으나 새로운 상처같은 것은 발견할 수가 없 었다. 그녀는 자기가 방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고자 했을 적에 돌보는 사람이 없게 되자 전오라버니가 고통에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용 을 쓰다가 바닥으로 떨어진 모양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가 빨리 돌보아야 할 일을 하지 않고는 이 집안 안 을 돌아다니며 두리번거린데 대해 자책감을 느꼈다. 그녀는 재빨리 전백을 다시 안아서는 의자 위에 앉히고 붉은 얼 굴의 늙은이가 준 그 녹색의 알약을 꺼냈다. 하지만 이 다급한 상황에서 끓인 물이 또 어디 있는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완아는 고운 눈썹을 찡그리고 있다가 그만 앵두같은 입술을 벌 리고 입 안에 고인 침을 이용하기로 하고 입을 전백의 입으로 가 져가 알약을 침과 함께 전백의 입 안으로 넣어 주었다. 완아는 심지가 순결하여 남녀 간의 일에 있어서 부부 이외에는 그와 같이 친밀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해 볼 여 유도 없었지만 그런 점에 생각이 미치지도 않았다. 그리고 완아가 너무나 그녀의 전오라버니를 사랑했고 사태가 너 무나 다급했던 나머지 조금도 꺼리낌없이 입 안에 고인 침으로 전 백에게 약을 삼킬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었다. 완아는 전오라버니가 지각을 잃고 있는 나머지 순조롭게 알약을 삼키지 못하게 될까봐 즉시 공력을 손바닥에다 돋구고 전백을 위 해 가슴팍을 문질러 주기 시작했다. 완아의 희디흰 손이 이르는 곳에 전백의 가슴팍 안이 불룩한 물 건이 있어서 그녀의 손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전백의 품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 어떤 물건인가 하고 즉시 손을 뻗쳐서는 그 물건을 꺼내고 보니 한 권의 화려한 겉장 을 가지고 있는 책이었다. 완아는 방긋이 웃었다. "이 전오라버니 여기 어린애같이 이렇게 컸는데도 여전히 화서 (ㅎ o 浦 같은 것을 보다니...."

무심코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며 그녀는 책장을 들췄다. 뜻밖에도 책에 그려진 것은 모두다 벌거숭이의 여자들인데 그 자태가 요염하기 이를 데 없고 또한 음탕하면서도 매력적이 아닌 가. "아이 흉칙해. " "그대가......" 완아는 그만 고운 얼굴을 붉히며 나직이 한 마디 흉을 보며 전 백이 지금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는 사실마져 잊고 그 책을 곧장 전백의 가슴팍에다가 던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 화서는 전백의 가슴팍에 맞고 땅바닥 에 떨어지게 되었다. 갑자기 문밖에서 폭갈 소리가 들려왔다. "그 누가 대담하게 사인거 안으로 들었느냐? " 그 소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타난 사람은 이미 객청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완아가 이미 몸을 돌리기도 전에 한 줄기의 세찬 바람이 어느덧 그녀의 등 뒤로 엄습해 왔다. 완아는 혹시나 나타난 사람이 전오라버니를 해꼬지 하게 될까봐 몸을 날리거나 피하지 않고 도전음양(c 全ㅎ檍鹵이라는 일식을 펼 쳐서 신형이 선회하는 기세를 빌어서 두 손을 일제히 뻗쳐 맹렬히 등뒤의 세찬 장력을 맞았다. "엇 ! 소은공(鼓{盃燐이다...." 완아가 몸을 돌리게 되었을 때에 나타난 사람은 어느덧 완아의 등뒤에서 전백의 얼굴을 똑똑히 보고는 즉시 놀란 소리를 내지르 고는 재빨리 손을 거두고 자세를 풀더니 억지로 뻗쳐냈던 장력을 거두어 들였다. 그러나 역시 때가 늦어 '펑펑' 하는 소리가 잇따라 카랑카랑하 게 울려퍼지게 되었고 완아의 두 손을 그 사람의 뻗쳐보낸 장력의 여세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간드러진 몸뚱아리를 잇따라 흔들거리 게 되었고 두 팔마져 짜릿해져 왔다. 완아는 속으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장력이로구나 !" 그러면서 그녀는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니 나타난 사람은 두 명 의 괴인이었다. 이들 두 명의 괴인은 똑같이 몸에 하안 갈의(ㅌ嫂)를 걸치고 있 었는데 허리께는 하나의 삼으로 꼬은 새끼줄을 두르고 있었으며 또 똑같이 얼굴이 창백하고 음산한 것이 전혀 표정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죽은 사람의 얼굴을 한채 한 사람은 왼쪽에서 한 사람 은 오른쪽에서 완아를 마주보며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죽은 두 구 의 강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완아는 그만 한 가닥의 찬기운을 들이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명의 괴인은 네 개의 냉전(e 刀 과 같은 시선으로 완아의 얼 굴에서 전백의 얼굴로 옮기더니 다시 전백의 얼굴에 완아의 얼굴 로 시선을 옮기곤 했다. 완아는 두 명의 괴인이 음산하고 공포스러울 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하면서 눈빛이 번쩍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혹시라도 전오라버니에 대해 어떤 불리한 기도가 있을까봐 두려워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두 괴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오라버니를 지키기 위해서 암암리에 운기행공하고 잔뜩 몸을 도 사린 채 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서는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위축되는 빛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그녀는 만약에 두 명의 괴인이 그녀의 전오라버니에 대해 서 어떤 불리한 행동을 할 때에 즉시 전력을 다해 반격을 가할 결 심을 속으로 다지고 있었다. "소은공이 입은 상처가 가벼지 않군. !" 왼쪽의 괴인이 한 말은 누구에게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죽을 수 없으며 잔명(憶 i ㅍ이라도 남겨서 더많은 쓸모있는 일에 쓰자고 말한 것이야." 오른쪽의 괴인이 그 말을 받아 중얼거렸다. 완아는 그들 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도 냉전과 같은 시선으로 자기와 전오라버니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속 으로 두 사람의 이상한 행동을 무척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이 조그마한 말괄량이야." "네가 소은공에게 상처를 입혔느냐? " 왼쪽의 괴인이 갑자기 완아에게 다그치듯 날카롭게 질문을 던져 왔다.


"당신네들 두 사람은 뭣 하는 사람이에요 ? " 완아는 되물었다. 그리고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내가 왜 우리 전오라버니를 때려서 상처를 입히겠어요? " "탓 !" 오른쪽의 괴인이 갑자기 한소리 폭갈을 터뜨리더니 몸을 수평으 로 쏘듯이 움직이듯 달려오며 왼손을 들어 완아를 밀어젖히고 곧 장 혼미상태에 빠져있는 전백에게 덮쳐들었다. "당신은 무엇하는 거예요 ? " 완아는 괴인이 혹시나 그녀의 전오라버니를 해치게 될까봐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역발천균(陵 j 橫 이라는 수법을 써서 오른손으 로 맹렬히 달려드는 괴인의 팔을 막으려고 들었다. 완아는 다급해서 손을 쓴 나머지 이 일 장에 전력을 다 기울이 고 있어 사람의 팔은 말할 것 없고 철조각이라고 하더라도 후려쳐 서 구부러뜨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괴인이 완아의 전력을 기울인 일 장을 전혀 보지 못한듯 피하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여전히 수평으로 몸을 쏘듯이 전 백에게로 달려갔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완아의 일 장이 정히 괴인의 왼팔을 후려 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강철을 후려친 듯이 되려 자기의 안쪽 몸이 찌릿해지게 되었고 손바닥 안 가장자리가 한 차례 격렬한 통증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충격을 받은 나머지 제대로 서 있지를 못하 고 줄곧 대여섯 결음을 밀려나서야 가까스로 자를 가다듬고 똑바 로 설수가 있었다. 이때 그 괴인은 이미 전백의 앞으로 달려가서는 털이 부승부승 한 커다란 손을 내밀어 전백의 가슴팍 요해를 거침없이 누르려고 들었다. 완아는 놀랍고도 다급해진 나머지 소리를 쳤다. "노괴물아 ! " "감히 우리 전오라버니를 건드리기만 한다면 이 아가씨는 너와 사생결단을 내고 말겠다." 호통소리와 더불어 황앵출곡(륄郞朮ㅍ)이라는 일 초를 펼쳐서는 두 손을 일제히 뻗쳐내는 동시에 온 몸을 추스려서는 맹렬히 전백 에게 달려드는 괴인을 후려치려고 들었다. "이 말괄량이야, 얌전하게 있어. " "너..." 다른 한 명의 괴인이 한 손을 홱 뿌렸다. 완아는 그 바람에 앞으로 달려가던 몸뚱아리가 마치 무형의 한 가닥 담벼락에 부딪친듯 그만 몸뚱아리가 되퉁기듯 밀려나게 되었 을 뿐만 아니라 그 밀어내는 힘이 너무나 세차서 쿵하니 벽에 부 딪치고 말았다. 벽에 부딪치는 충격에 완아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고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녀는 재빨리 등을 벽에 대고서는 운기조식을 하며 눈을 떠서 바라보니 앞서 달려간 괴인의 두 손은 어느덧 전오라버니의 명문 요혈(i ㅍ퓔ㅎ燐을 누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명문요혈은 사람의 사혈(ч )이라 괴인의 손바닥으로 조금만 공력을 내쏟는다 하더라도 전오라버니는 목숨을 잃게 될 판이었 다. 완아는 너무나 다급해진 나머지 눈물마져 글썽였다. 그러나 그녀가 다시 자세히 살펴보게 되자 그제서야 괴인이 결 코 전오라버니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진력을 돋구어 서 전오라버니를 위해 추궁활혈(騶_盛?燐의 수법을 쓰고 있는 것 을 알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전백의 얼굴에 새빨갛게 물들었던 붉은 빛이 어느덧 물러가면서 천천히 그의 눈이 뜨여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완아는 그만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부르짖었다. "정말 부끄럽구나 !" 그녀는 그대로 벽에 등을 기댄 채 그 기회를 빌어 운기조식을

했다. 다른 한 명의 괴인은 전백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는데 첫눈 에 전백의 발밑에 그 화려한 겉장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구 !" 그 괴인은 그 책을 집어들고 한 번 보더니 놀라서 부르짖었다. "쇄골소혼천불비권 !" "형, 이것 보시오." "이것 보시오 !" 그는 놀라서 부르짖었고 고개를 쳐들고 그의 형을 바라보았다. 그의 형은 머리 위에 뿌연 김같은 것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 었다. 전백을 위해 추궁활력의 수법을 썼는데 지금 한창 고비길에 이 른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즉시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집어삼키고 말았 다. 그는 냉랭하며 사늘하고 무표정한 얼굴에 그 뭐라고 말할 수 없 는 격동의 빛을 띄웠다. 그의 두 눈에서도 광채가 번쩍이고 있었고 그 책을 들고 있는 두손마져도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벽에 기댄 채 운기조식을 하고 있던 전완아는 그 괴인이 쇄골소 혼천불비권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되자 속으로 크게 흠칫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언젠가 우연히 아버지와 문하의 식객들과 무림장고(? }沿 를 주고 받을 때에 이백 년 전에 한 분의 무림기인인 척안랑 군이라는 사람이 쇄골소혼천불비권이라는 한 권의 책을 남겼는데 그책이 무림에서는 천하의 제일기서로 일컬어지고 있었고 그 누구 든 그 책자를 얻게 되어 책에 있는 요결에 따라 수련을 하게 된다 면 천하 제일가는 무공을 지니게 되리라고 말하던 것을 들은 바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와 같은 기억을 떠올리게 되자 완아는 약간 미혹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금전에 그녀는 본 바가 있지만 그 책에는 모두다 벌거숭이의 여자들 그림만 그려져 있었으며 결코 무공요결 같은 것은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벌거숭이 여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갖가지의 요염한 모습이 바로 무공의 초식이란 말인가? 완아는 속으로 이와 같이 어림짐작의 생각을 하면서 그 책을 받 쳐들고 있는 괴인을 바라보았다. 그 괴인은 두 손을 벌벌 떨면서 책자를 열어젖혔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넘겨서 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그 괴인의 얼굴 표정이 더욱더 유별스 럽게 변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눈과 눈썹을 한두 번 깜박이고 꿈틀이는가 하면 이번에 는 입가를 한 두 번 삐죽하는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두 눈에서는 기이한 광채를 내쏟고 있었고 그 음산 하고 창백하며 핏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얼굴에는 놀랍게 도 붉은 빛이 복사꽃처럼 피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점차적으로 괴인은 온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이미 마음 속으로부터 거세게 소용돌이 치는 격정(ㅍ迂)이 넘쳐 나는 것을 감당할 수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끝내 두 눈을 감는 것이 아닌가..... 전백을 위해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던 괴인은 머리 위로 무럭무 럭 뜨거운 김을 몰아내고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그 뜨거운 김이 짙어져갔다. 그리고 끝내에 그의 머리 위에는 세 송이의 하얀 구름과 같은 것이 형성이 되어 멀리서 볼 적에 마치 머리 위에 세 송이의 하얀 연꽃이 피어난 것 같았다. 벽에 기댄채 운기조식을 하고 있던 완아는 그만 두 눈을 커다닿 게 떠서는 두 괴인을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쇄골소혼천불비천을 뒤적거리는 괴인의 괴상한 모습이 이미 사 람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데 전오라버니를 위해 내공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사람의 머리 위에 하얀 김으로 뭉쳐져 있는 세 송 이의 하안 구름과 같은 꽃송이를 보고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것이 바로 삼화취정(oⁿㅍㅎㅍ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 다. 그야말로 내가의 무공이 절정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을 때에 나 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유령과 같은 괴인들에게 이토록 고심한 공력이 있으리라 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터였다. 따라서 일시에 그녀는 그와 같은 광경에 그만 넋을 잃게 되 고...... 별안간 그녀는 두 가닥의 예리하기 비수와 같은 광채가 자기의 몸에 와 꽂히는 것을 느끼고 슬쩍 시선을 옮기니 쇄골소혼천불비 권을 뒤적이고 있던 괴인이 격정에 도저히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는 듯 다시 눈을 뜨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온몸은 벌벌 떨고 있었으 며 그의 두 눈은 죽어라 하고 그녀의 가슴팍과 아랫배에 못박혀 있었다. 아니 그는 갑자기 몸을 움직여서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완아는 아직도 천진난만하며 철이 없는 소녀라 할 수 있기 때문 에 남자들이 이성에 대하여 갈구하는 정관(稶^ 인 욕화(賁ㅉ)가 그토록 풍광조야(携^憾懋ㅎ 한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 괴인 역시 본래는 한 분의 무림괴걸이었으며 수십 년의 고된 수 련을 쌓아 무공의 고강함과 정력(ㄴ e 鍼의 억제는 담금 무림에서 이미 다섯 손가락에 꼽힐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쇄골소혼천불비권에 그는 그만 평소의 태도를 상실하고 만 것이었다. 이때 그는 정념이 높다랗게 부풀어 오름에 수십 년간 고생을 하 면서 쌓은 정관(稶^ 이 이미 깨뜨려져 다시는 그 불길처럼 요원 하게 번지는 만강( ㅌ)의 욕화(賁ㅉ)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간드러지고 청신한 묘령의 소녀 완아를 바라보는 순간 그는 자기의 신분을 잊었고 또한 자기가 한평생 쌓아올린 명성도 잊었으며 더더욱 자기 옆에는 자기와는 한씨에 한배의 형님과 은 공이 아들이 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이때 높다랗게 부풀어 오른 그의 욕화는 이미 그로 하여금 이지 를 상실하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굶주린 호랑이가 순한 양에게 달려들듯이 맹렬한 기세로 완아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완아는 놀라 소리를 내지르며 폐문사객(頀 j ㅍ晉鹵이라는 펼쳐서 는 두 손으로 온몸의 공력을 끌어올리고 명렬히 미친듯이 달려드 는 괴인의 가슴팍을 향해 장력을 쏟아내었다. 펑,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지면서 완아가 뻗쳐낸 두 손이 피


하려고 하지 않은 괴인의 가슴팍에 정통으로 꽂히게 되었다. 완아는 전력을 다해서 이 장을 밀어내었으니 만큼 그 장력에는 적어도 오육백 근의 힘이 실려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가슴팍에 이 장을 얻어 맞은 괴인은 그저 한두 번 몸을 흔들 했을 뿐 달려들던 기세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되려 더욱더 빠르게 두 팔을 활짝 벌리고는 어느덧 완아의 몸뚱아리를 부등켜 안은 것이 아닌가. 완아는 온몸이 마치 강철테에 묵인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고 가 슴을 짖누르는 무게에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녀는 놀람과 당황, 그리고 다급해졌으나 손발을 제대로 움직 일 수가 없게 된 터라 그만 자기 정신을 이기지 못하고서 까무라 치고 말았다. 욕화에 들뜬 괴인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손을 써서는 완아의 몸 에 걸쳐진 비단옷들을 마구 찢어내면서 한편으로는 입으로 무거운 숨을 성질이 난 황소처럼 가쁘게 몰아쉬는 것이었다. 쫙, 하는 소리와 함께 천금도 더 될 것 같은 비단옷이 괴인의 강철보다도 더욱더 튼튼해 보이는 손가락에 대뜸 한 자 남짓하게 찢어지면서 완아의 눈보다도 더 흰 동체가 드러나게 되었다. 완아의 막 피어날 것 같은 꽃봉우리처럼 간드러지고 부드러운 살결은 혼수상태에서 광풍폭우와 같은 유린을 당할 것 같았고 꽃 이져 흐르는 물마져 붉게 물들일 것 같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 벌어지려고 하는데....... 갑자기 차갑게 코웃음치는 소리와 더불어 전백의 상처를 치료하 고 있던 괴인이 나는 듯이 달려들어 한 손가락을 명렬히 뻗치더니 완아를 꼭 껴안고 있는 괴인의 등 뒤에 있는 정촉혈(稶芻 )을 짚 어 버렸다.

"억 ! " 한소리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나며 완아를 꼭 부퉁켜 안았던 괴인은 손가락에 찔리자마자 쓰러지고 말았다. 전백을 치료하던 그 괴인은 제빨리 다시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괴인의 장강(~ㅌㅎ과 영대(務閒), 그리고 신문(s 引ㅍ 삼대요혈을 후려치더니 땅바닥에 쓰러진 그 괴인을 들어 올려서는 나는 듯이 왼쪽에 있는 방 안으로 달려 들어가 관의 뚜껑을 열어젖히고 그 괴인을 관속에다가 재빠르고도 거칠게 눕히는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그 괴인은 다시 질풍과 같이 몸을 움직여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완아를 안아서는 오른쪽 방 안에 있는 관 속에다 넣고 땅바닥에 떨어진 쇄골소혼천불비천을 집어서는 품 속에 집어


넣어버렸다. 이렇게 되자 객청 안은 어떠한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 연후에 그는 맹렬한 기세로 전백의 열두 곳 혈도를 후려치 자 전백은 천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전백은 정신을 차리고 난 이후에 눈을 뜨게 되었을 때에 유령과 같은 그 괴인을 발견하게 되자 일시에 그만 어리둥절해졌다. "전소협, 노부를 아시겠는가? " 전백은 숲 속에서 먼저 자기의 검을 빼앗으려고 들었다가 나중 에는 소나무에 머리를 부딪쳐 목숨을 끊으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 지 못한 두 명의 괴인을 떠올리고는 멍하니 질문을 던졌다. "내가 왜 이곳에 와 있지요? 당신의 그 동료는 어떻게 되었소 ?" 괴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 동료는 아직 외출을 하고서 돌아오지 않았다네. 자네가 이 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는 자네 자신에게 물어봐야 하겠네.'' 전백은 마치 오리무중에 빠져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의 기억으로는 그 조그만 고을에서 붉은 얼굴의 노인과 삼 장을 맞받아 친 결과 뜨겁기 이를 데 없는 열기에 그만 정신을 잃 어버렸던 것인데 어떻게 해서 이 괴인의 집에 와 있는 것일까 하 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그는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질문을 던졌다. "노선배님이 저를 구한 것입니까? " "노부 역시 누가 자네를 구했는지 모른다네......" 괴인은 고개를 가로저어 보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방 안에서 노부는 자네에게 한 팔의 힘이 되어 주었 네. !" "전소협 우선 우리가 헤어진 이후 자네는 또 어떤 곳에 갔었는 지 한 번 말해 보게나." 이윽고 전백은 자기가 겪었던 일들을 모조리 털어놓았다. 괴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이야말로 정녕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 것 같네. 노부는 몇 번이나 자살하려다가 죽지 못하고 구차한 목숨을 남겨 놓았던 것 인데 되려 은인의 후손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줄 수 있 었으니까 말일세. !" 그는 몸을 일으켜서는 전백을 전운천의 신위를 모셔놓고 있는 신감 앞으로 안내하고서 입을 열었다. "노부의 이 은공께서는 아마도 자네의 부친이시겠지 ? " 전백은 부친의 신위를 보자 그만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두 무릎을 꿇고 잇따라 세 번 큰절을 올렸다. 자기가 몇 년 동안 겪은 시련과 굴욕을 떠올리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그만 땅바닥에 엎드린체 대성통곡을 했다. 괴인은 전백이 구슬피 통곡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이름이나 성 명을 감추고 그야말로 해를 보기 부끄러워 하듯 사인거에 거처를 당하 고관을 침대 삼아 잠을잤으나 은공을 위해 원수를갚지 못한


데 대해 억장이 무너질 것 같은 쓰라림을 느끼고 역시 전백과 더 불어 발을 구르고 가슴을 치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두 사람이 반나절 동안 대성통곡을 한 이후에 괴인은 갑자기 얼 굴을 쳐들고 길게 휘파람을 내불었다. 그는 마치 가슴 가득히 끓어오르는 비분을 모조리 휘파람 소리 에 섞여서 토해낸 듯 울음을 그치고 손으로 얼굴의 눈물자국을 훔 치더니 격앙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영웅은 눈물을 가볍게 뿌리지 않는다고 했네." "소은공! 울지 말게나. 이 활사인은 몇 마디 중요한 말을 소은

공에게 말씀드려야겠네. " 전백은 한동안 통곡을 하고 나니까 가슴 속에 쌓였던 울분이 어 느 정도 가라앉은 것을 느끼던 참이라 그 말을 듣고는 울던 것을 멈추고 몸을 일으켜서는 입을 열었다. "노선배님은 너무 예의를 차릴 것 없소이다. 무슨 말씀이 있으 신지 분부를 하시지요. !" "부끄럽네 ! " 활사인은 머리를 쳐들게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 다. "우리 형제들은 은공에게 커다란 은혜를 입었으며 그 은혜는 아 마도 한평생 보답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은공께서 그 토록 참혹한 죽음을 당하시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었네. 우리 형제 들은 은공을 살해한 원수가 누구인지도 모르니 또 무슨 면목으로 이세상에 살아갈 수가 있겠는가? 본래는 스스로 머리를 쳐 은공을 따라 구천으로 달려가 은공을 모시고 싫었지만 은공을 살해한 원 수를 찾아서 은공을 위해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에 욕됨을 참고서 구차한 삶을 이어왔던 것이네. 그러 나 우리 두 사람은 그때부터 명호를 버리고 활사인과 사활인으로 자처했으며 하루라도 은공을 위해서 원한을 갚지 못한다면 하루도 자기의 이름을 대고 성을 밝히지 않겠다고 맹세를 한 것일세. 그 러나 은공을 살해한 원수는 수단이 지극히 악독하고 또 지극히 은 밀하게 일을 꾸몄기 때문에 우리 형제들이 심 년 동안 알게 모르 게 쫓아다니며 살펴보았지만 가까스로 은공을 살해한 사람이 바로 강호에서 여섯 명의 명성이 혁혁한 무림의 고수들 소행이라는 것 을 대강 어림짐작할 수 있었을 뿐이라네....." 활사인은 거기까지 이야기를 하더니 말을 멈추었다. 전백은 곧 선친을 돌아가시게 한 원수의 이름 석자를 듣게 되리 라고 생각하니까? 그만 격동되어 온몸을 벌벌 떨었으며 한편으로


는 목쉰 어조로 부르짖듯 재촉했다. "말씀을 하십시오." "노선배님 말씀을 계속 하십시오..." 활사인은 길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 그 여섯 사람들은 본래 자네 선친과는 의형제를 맺은 사 이였으며 강호에서는 자네의 선친과 그 여섯 사람을 합해서 중원 칠협(獐牀ㄸ )이라고 칭했다네. 그런데 뜻밖에도 동정호(μㄴ ) 호반의 한 성을 살 수도 있는 가치의 숨겨진 보물 때문에 그만 음 모를 꾸며서 자네의 선친을 함정에 빠뜨려서는 암산해서 돌아가시 게 한것이네..." "노선배님 말씀하세요. 그들이 누구이지요? 그들의 이름은 뭐라 고 하지요? " 전백은 활사인의 거기까지 말하고나서는 그저 길게 슬프고도 처 량한 한숨만 불어낼 뿐 다시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보자 그만 초 초해서 급히 부르짖었다. 괴인은 고개를 푹 떨군 채 가까스로 격동되는 가슴을 진정하고 는 입을 열었다. "그들 여섯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멀리 해외로 도망을 쳐 어떻 게 되었는지 모르고 나머지의 다섯 사람은 모두 다 당금 무림에서 가장 큰 호문( j ㅍ을 이루게 되었네. 창천(增뒝)이시여 ! 어째서 좋은 사람은 좋은 보답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나별 사람들이 그야 말로 기세등등해서 살게 하오십니까? " "노선배님 빨리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전백은 활사인이 줄곧 비탄과 감개에 젖어 한참동안 이야기를 했으나 선친을 돌아가시게 한 원수들이 누구인지 말을 하지 않자 그만 자기도 모르게 빨리 말하도록 재촉을 성화같이 해대었다. "한 사람은 진강의 패왕편(ㄸ���蒿) 번비일세." 활사인은 두 눈을 부릅뜨고서는 무한히 비분에 차 말했다. "네 명은 당금 무림에서 명성이 자자한 무림의 사공자(n 袴鷹ㅎ 의...." "무림사공자요? " 전백은 그만 날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머리가 띵해지면서 윙윙거 려 자기도 모르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만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쳐서는 활사인의 활을 잡고서 는 두 눈을 찢어져라 하고 부릅뜨고는 활사인을 노려보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바로 무림의 사대공자란 말인지요?"


활사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림사공자의 부친들일세......" "능풍공자의 부친인 적성수 모용함이란 말인가요 ?" 전백은 한 자 한 자 또렷하게 호통쳐 물었다. 활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백은 다시 한 자 한 자 또렷이 질문을 던졌다. "안락공자의 부친인 건곤장(ㅌ]莎王 운종룡(桑擬 )인가요?" 활사인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여전히 말은 하지 않았다. 전백은 곧이어서 질문을 던졌다. "단방공자(c ㅎㅎ鷹ㅎ의 부친인 혼원지(ㄹ z ㅎㅍ 사공진(о]啄肱 도 맞는지요 ?" 그리고 재차 물었다. "그리고 인공자의 부친인 청부신 금구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지요 ? " 활사인은 무거운 얼굴빛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전백의 질문이 끝나자 그는 다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또 한 명이 있는데 그는 멀리 해외로 도주를 한 이후 행방불명 이된 은선자({嗇?ㅎ 유숭후(書軌ㅋ)일세." "아이구." 활사인의 말이 끌나기도 전에 전백은 어느덧 크게 한소리 부르 짖더니 벌렁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일시에 기가 막혀서는 까무라치고 만 것이었다. 활사인은 한 손으로 다시 전백은 붙잡아 일으키고 또다른 한 손 으로는 진력을 돋구어서는 전백의 등심에 있는 명문혈을 한차례 주물러 주었다. 전백은 다시 천천히 정신을 차렸으나 초롱초롱하니 별과 같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는 맥없이 말했다. "노선배님, 아무쪼록 이 후배의 선친을 죽인 원수는 갚을 수가 없다는 것인가요 ? " "아 ! " 활사인은 길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소은공 ! 그 사람들의 이름을 들으니 소은공이 맥빠지는 것을 느끼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 형제 두 사람도 그와 같은 사실을 알 아낸 이후에 역시 은공을 위해서 원수를 갚는 것은 가망이 없구나 하는 것을 느꼈던 것일세." "그렇지 않으면 그 소나무 밭에서 우리 형제들이 어찌하여 나무 에 머리를 박고 자결을 하려고 했겠는가? " 활사인의 이 몇 마디의 말은 정말 또한 전백에게 얼마간의 용기 를 복돋아 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내가 어째서 이토록 오기가 없더란 말이냐? 어려운 일을 당해 서는 자라처럼 옴츠라들다니. 쓸모있는 몸뚱아리를 가지고 있으니 내 스스로 고된 무공을 쌓아 어느정도의 성취를 이루게 된다면 선 친을 돌아가시에 한 원수들을 모조리 베어서 다 죽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서 달려가 죽일 수 있는데까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씩 죽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천하 무림동도들에게 선친에게는 이와 같은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 것이란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을 때에 전백은 문득 떠오르는 생 각이 있어서 털썩 하니 활사인에게 무릎을 끊고 무척 성실하고도 간곡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선배님의 가르쳐주신 덕택으로 이 후배는 어둠 속에서 불빛을 보듯 모든 것을 깨닫게 되었소이다. 노선배님께서는 선친과 교분 이 있으시다면 이 후배를 제자로 거두어 주시지요. 이 후배는 선 배님에게 무공을 배워야만이 선친을 위해 원수를 갚을 수 있지 않 겠습니까 ? " 활사인은 전백이 자기에게 무릎을 꿇자 그만 손발이 어지러워져 서는 전백을 붙잡아 일으키려고 했으나 전백이 여전히 꼼짝하지 않자 그 자신이 전백을 향해 무릎을 같이 꿇고는 재빨리 입을 열 었다. "소은공 ! 빨리 일어나시게. " "자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그야말로 이 늙은 것은 몸둘 바를 모 르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전백은 활사인이 자기를 제자로 받아 들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더더욱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끝내 활사인은 억지로 전백을 얼싸안고서 강제로 일으켜서는 의 자에 앉히고서 가까스로 정색을 하고 입을 열었다. "이 늙은 것이 거절하고 사양하는 것도 아니고 가르쳐 주고 싶 지 않은 것도 아니라네. 여기에는 실로 중대한 이유가 있다네. 이 늙은이의 무공으로 말하면 상대방의 이삼류의 고수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쓸모가 있을런지는 모르지만은 결코 그 사람들 일류 고수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네. 속담에도 방법을 강구해서 윗길에 있는 사람에게 배워야만이 중간쯤은 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늙은이가 밑천까지 깡그리 지니고 있는 재간을 쏟아내서 자네를 가르친다 하더라도 역시 소용이 없네. 천하 무림에서는 한 번 사부님으로 모시게 된다면 다른 더 뛰어난 분을 만난다 하더라도 사문을 바꿀 생각으로 다시 다른 분을 사부로 모실 수는 없는 것이라네. 그런 데도 이 늙은 것이 소은공을 제자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소은공의 전도를 그르치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 그 이외에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늙은 형제 두 사람으로 말하면 은공이신 전대협과는 주 복(殘 l 董의 명분이 없다네. 엄격히 말한다면 소은공은 역시 이 늙


은이의 작은 주인이란 말일세. 노복(ㅎ l 董이 어찌 주인의 사부가 될 수가 있겠는가 ?" 전백은 활사인의 말이 무척 옳다고 여겨졌으며 억지로 요구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만 잠자코 입은 다물지 않을 수가 없었고 얼굴에는 실망 의 빛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모양을 보고 활사인은 힘을 복돋아 주려는 듯 다시 입을 열 었다. "기실 소은공도 실망할 것은 없네." "소은공의 몸에는 명사보다도 더 고명(]梁ㅍ한 무공비록을 지니 고 있지 않은가?" 전백은 갑자기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는 품 속 에 쇄골소혼천불비권을 떠올린 것이었다. 그는 즉시 손을 뻗쳐서 만져보았다. 한데 한 번 만져보자 가슴팍 앞쪽에 있어야 할 천불비권이 없지 않은가 ? 그만 깜짝 놀라 가슴 속이 서늘해지려는데....... 활사인은 그 모양을 보더니 품 속에서 쇄골소혼천불비권을 꺼내 면서 입을 열었다. "이 천하제일기서를 소은공은 어디서 얻었는가? " 전백은 쇄골소혼천불비권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 것을 알고서는 그제서야 안심을 하게 되었다. "뇌대숙이라는 분이 나에게 선물한 것이죠 ! " 두 사람이 말하고 있는 사이에 활사인은 책장을 들춰보았다 가까스로 두 번 보더니 재빨리 책장을 덮으면서 눈을 감고 운기 조식을 한 이후에야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정말 무서운 일이군 ! " "이 책은 어쩌면 가장 사람으로 하여금 주화입마(殘ㅉ實 h ㅎ토록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 소은공은 나이가 젊은데 어떻게 볼 수 있었던가 ? " 전백은 전혀 심기(湳 a ㅍ를 느끼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일에 대해서도 곧이곧대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이 후배는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서 알아낸 것이죠" 활사인은 전백이 손으로 더듬어서 내용을 알아보았다는 말에 믿 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으나 손가락은 한 번 뻗쳐 즉시 만져본 이 후 즉시 황연히 깨닫는 바가 있는 듯 얼굴에 한 가닥의 탐욕스로 운 빛을 반짝하고 빛냈다. 전백 역시 활사인의 탐욕스러워 하는 빛을 보고 또 활사인의 말 하는 소리를 상기해 볼 때에 그만 온몸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속으로 외쳤다. "정말 아슬아슬했구나.!" 활사인은 책을 전백에게 건너주더니 고개를 쳐들고 한참동안 생 각을 해보고 난 이후 다시 질문을 던졌다. "뇌대숙은 어떤 사람인가? 그토록 호탕하다니 말일세 ! " 전백은 뇌대숙의 얼굴모습을 묘사해서 들려주었다.


"오 ! " 활사인은 황연히 깨닫은 듯 탄성부터 발하더니 되뇌었다.

"뇌진원(b 蕣凹 이로구나 !" 전백은 물었다. "노선배님은 그를 아심니까 ? " 활사인은 대번에 싱글벙글 신명이 나서는 말했다. "어찌 모르겠는가? " 그는 설명해 주었다. "그는 자네의 선친과는 가장 절친한 친구였네. 과거 우리 형제 들이 은공을 곁에서 모시고 강호에서 떠돌아다니게 되었을 때에 그는 우리와 종종 행동을 같이 하기도 했다네. " 전백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노선배님은 누구시지요 ? " 그는 간곡한 어조로 다시 한 마디로 덧붙였다. "존성대명을 이 후배에게 알려주실 수 없는지요. 그러면 이와 같이 우리가 한 번 만나게 된 것도 보람이 있으리라고 생각이 드 는군요." 활사인은 안색이 그만 다시 암담해지면서 기다란 한숨이 그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아.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쪼록 소은공이 용서를 하시게 왜냐 하면 우리 형제들은 무척 심한 맹세를 했다네. 그러니까 은공의 원한을 갚기 전에 영원히 이름이나 성을 들먹이지 않기로 했다네. 그러니 이후 소은공은 우리 형제들을 활사인과 사활인으로 부르면 될 것이네." 전백은 그가 자기의 성명을 대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억지로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노선배님은 어떻게 이 후배의 선친을 돌아가시게 한 원수들을 알아내셨는지...... " 활사인은 전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말을 받았다. "그것은 신려철담 종노선배님에게 알아봐야 할 일일세. 우리 형 제 두 사람은 먼저 그 소식을 듣고 감히 믿으려고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종노선배님께서 찾아오시어 실증을 하셨네. 그러니까 이틀 전 우리 형제 두 사람이 다시 소은공을 만나보게 되었을 때에 소 은공의 금수에 달려있던 그 청부표(ㄷ m , 바로 그 청동으로 만 들어진 엽전을 본 것이지 그 청부신 김구(헐^匯의 독문암기라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우리가 들은 말들이 정말이라는 사실을 믿


지 않을 수가 없었네." 전백은 기억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신려철담이라구요 ?" "동노선배님은 혹시 비단장수 모양을 한 나귀를 타고 다니는 노 인이 아닌가요?" 활사인은 대답했다. "바로 그 어르신이라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감탄하듯 소리를 내었다. "아 !" 그는 마치 중요한 일을 떠올린 사람처럼 언성을 높이고 말했다. "신려철담 동노선배님으로 말한다면 선배 이인(| 惱들 가운데 가까스로 남아 계신 한 분일세. 나이는 아마도 백여 세도 더 되었 을것이네. 세 알의 철담(昌ㅎ)과 팔팔육십사수의 기형추장(`衷팽 }王으로 펼치는 무공의 고절함은 담금 무림에서 아마 버금가는 사 람을 다시 찾아볼 수도 없을 것이네. 조금전에 소은공이 사부님을 모시고자 했는데 어째서 그 어르신에게 찾아가서 거두어 달라고 청을 해보지 않는가 ? " 전백은 자기 앞길에 밝은 길이 나타난 것을 알고는 즉시 흥분이 되어서는 물었다. "그 어르신께서는 어느 고장에 살고 계신지요 ? " 활사인은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말했다. "그 어른신께서는 정처없이 떠돌아다니시느라고 행선지를 파악 할수는 없네...." 그렇게 전제를 하고 난 이후 그는 다시 덧붙여 설명을 했다. "그러나 종종 남경 연자기(v 無효 강변에 있는 암산십이동(貸 衛 t ㅍㅍ枚에 유하곤 하신다네. " "소은공이 그곳으로 간다면 어쩌면 그 어르신을 찾을 수 있을런 지도 모르겠네......" 전백은 활사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활 사인에게 허리를 구부리고 읍을 했다.

"그렇다면 이 후배는 이만 작별을 고할까 하오이다. 어렵고 위 험할 때 노선배님께서 구원의 손길을 뻗쳐주시고 또한 밝은 길을 가르쳐 주시니 정말 고맙군요." "모든 은혜는 이 전백이 결코 잊 지 않고 마음 속에 새겨두기로 하겠소이다." 그는 몸을 솟구쳐서는 문밖으로 달려나갔고 그 말이 미처 끝나 기도 전에 어느덧 그는 사인거 문밖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소은공..." 활사인은 등 뒤에서 급히 불렀다.


전백에게 같이 온 소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한 것이 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는 약간 거북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벌리던 입을 그만 다물고서 우물쭈물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와 같이 순간적으로 망설이는 사이에 전백은 이미 외쳐도 잘 들 리지 않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전백은 그야말로 마음이 급해서 쏟살같이 사인거의 대문을 나서 게 되었으며 고개 한 번 돌려서 되돌아 보지도 않았다. 샨비탈 길에서 그는 그 대추빛 붉은 준마가 풀을 뜯고 있는 것 을 보았으나 활사인의 말인줄만 알았지 활사인과 같은 그 괴상한 몰골을 하고서 어떻게 이와 같이 안장과 고삐가 화려하고 선명한 천리마를 탈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을 유심히 생각해 보지를 않았 다. 남경은 옛날 금릉(헐 )이라 했으며 옛날의 여섯 왕조가 이곳에 다가 도읍을 정한 만큼 산천의 경치가 뛰어나고 뛰어난 인물들이 배출하는가 하면 중원 천하의 사물이 모조리 이곳으로 보내지기도 했던, 전국(~險惱 시대에 있어서 가장 큰 성이기도 했다. w1 사부를 찾아서 w0

남경성의 고적명승(ㅍ吾♨喫)은 무수하여 헤아릴 수가 없을 지 경인데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수서문(國 p ㅍㅍ 밖의 막수호(h ㅎ ),성북(p 唱 강변의 연자기(v 無효 , 성의 동쪽에 있는 종산 (雀衛),남쪽 기슭의 명효릉(☏륑 ), 물결이 맑고 화사하려 아름 다운 현무호(럴? ), 그리고 성안에 자리잡고 있는 북극각(ぼㅎ Z 과 청량산(ㄷ e 竗ㅍ 등을 꼽을 수가 있었다. 어떤 것은 장엄하고 위대한가 하면 어떤 것은 아늑하고 아름다 우면서도 장려(}銑妾한 멋이 있는 등 어떠한 곳이라 하더라도 많 은 사람들이 한 번 와 보면 그저 아쉬움에 좀처럼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곳이라 할 수가 있었다. 비록 가을빛이 한창 무르익은 때이지만 하늘의 따가운 해는 불 길처럼 정녕 금방이라도 바위에 불꽃을 튀길 것 같고 금이 녹아 흐를 지경이었다. 남경에서 보내는 여름철의 더위는 온 나라를 통털어서도 유명한 곳이었다. 그러니 추노호(畜ㅎ )라고 일컫는 가을철의 더위가 한 번 위세 를 발휘하게 되면 그야말로 오월보다 더더욱 더워서 성 안의 여느 선남선녀들은 태반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성북의 강변에 있는 연 자기로 와서 바람을 쏘이곤 하는 것이었다. 연자기는 강변에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나르는 제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무척 장려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부근에는 암산십이동이라는 경치 좋은 곳이 있어 여름


철��� 피서를 보내기에 알맞은 승지(喫ㄷ)라고 할 수가 있었다. 강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게 되고, 버들가지로 이루어진 그늘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연자기 부근의 암산십이동 일대에는 적 지않은 찻집이나 주막들이 강을 끼고 세워져 있는데 언제나 피서

를 하고 시원한 바람을 쏘이고자 하는 알록달록한 옷의 남녀들이 항상 자리를 메워 놓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손님들은 하나같이 가벼운 옷차림을 말할 것 없 고, 비단옷에 손에는 견선(ㅍ去)까지 쥐고서 산과 물 사이의 아름 다운 곳을 가리켜가며 웃음띤 얼굴로 주고 받는 말들이 바람곁에 멀리까지 들려오기도 하는 등 사람으로 하여금 강남에서 가장 부 유한 고장이며 여섯 번이나 왕조의 옛도읍지였던 금분지승(헐も薔 喫)이 과연 비범하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바로 이때 강변 저쪽에 서성거리며 한 명의 초라한 젊은이가 걸 어왔다. 그는 몸에 검은 비단의 바람막이를 결치고 있었고 옷감이 그렇 게 나쁜 것은 아니였으나 곳곳이 찢어진데다가 아랫자락마져도 제 대로 끼우지를 못해 바람에 따라 펄럭이고 있었다.더군다나 신발 에는 흙먼지가 잔뜩 붙어 있었고 몸에는 땀으로 젖어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 눈에 그가 아주 먼곳에서 길을 걸어 이곳까지 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이 초라한 젊은이는 얼굴에 연신 땀을 줄줄이 흘리고 있었고 또 한 가닥가닥 땀과 때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며칠 동안 세수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이 젊은이의 눈썹 끝이나 눈꼬리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준수하고 발랄하며 영특한 기개는 감춰지지 않았다. 초라한 젊은이는 옷자락이 더러워지고 모습이 초췌했지만 등에 는 한 자루의 오색이 찬란한 장검을 메고 있었다. 그 장검이 푸른빛의 물고기 가죽으로 검집을 만들었을 뿐만 아 니라 황금으로 자루를 장식하고 황색의 검수가 살랑거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이 한 자루의 아주 훌륭한 보검이라는 것도 알아볼 수 가 있었다. 그는 이때에 고개를 숙인채 망연히 걸음을 옮겨놓고 있었는데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것이 무한한 심사에 잠겨 있어서 눈 앞의 산천경치와 녹음하에 바람을 쏘이면서 담소하고 있는 알록달 록한 남녀들을 마치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런데도 이때 그 누가 젊은이를 상대로 시비를 걸려는 사람이 있었다.


그 젊은이가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옮겨 놓고 있는데 갑자기 하 나의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난석(ㅎ p 이 불쑥 날아들어서는 '탁 ' 하는 소리와 함께 젊은이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난석에 얻어 맞은 젊은이는 그만 펄쩍 높다랗게 뛰어올랐으며 후다락 고개를 돌리고 사방을 살펴보았으나 사방에 더위를 식히고 있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와' 하니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고 있어서 도대체 누가 돌팔매질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 다. 이 한 알의 돌이 날아든 것도 무척 이상했다. 젊은이는 상처를 입을 정도는 아니였지만은 무척이나 아팠다. 초라하고 뜨내기같은 젊은이는 눈을 들어 사방을 한 번 돌아보 았다. 녹음이 우거진 자리에 마련된 찻집의 유람객들이 모두다 얼굴에 야유의 웃음을 띄우고 그를 바라보면서 웃고 있지 않는가. 그는 다시 손을 돌려서 뒤통수를 만져보니 툭 불거진 것이 커다 랗게 혹이 달려 있었다. 물론 여러 사람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돌을 던진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화를 터뜨릴 수 없는 노릇이기도 했 다. 한데 젊은이가 고개를 다시 돌리고 앞서 가던 길을 나가려고 했 을적에 다시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알의 돌이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이번에는 조금전보다 더욱더 심해 젊은이는 석 자 정도나 높이 뛰어올랐다가 후다닥 고개를 돌리고 두 눈을 부릅뜨고서 온 얼굴 가득히 노기의 빛을 띄우고 돌팔매질을 한 사람을 찾았다. 그 바람에 주위의 바람을 쏘이려 나왔던 사람들은 모두다 웃음 을 터뜨리게 되었고..... 그러나 이번 만큼은 젊은이도 어떻게 된 노릇인가를 짐작할 수 가 있었다. 원래 두 명의 어린 아이가 눈에 띄었는데 한 애는 머슴애고 한 애는 계집애였다.

머슴에는 약 칠팔 세 정도이고 계집아이는 예닐곱 살 되어 보이 는데 머슴애는 몸에 엷은 색의 비단바지와 적삼을 걸치고 있었고 여자애는 몸에 엷은 분홍색의 의상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분을 바르고 옥으로 깎아놓은 듯 귀엽기 이를 데 없었다. 두 어린에는 하나의 백자석류화분(k 枇ㅎ ㅍ金을 등지고 서 있었으며 둘이 똑같이 등을 돌리고 있었으나 그 화분 안에 쌓여있


는 것은 바로 젊은이의 뒤통수를 후려친 조그마한 난석들이었다. 두 명의 어린애들은 젊은이가 겸연쩍하는 것을 보고 조그만 눈 을 동그랗게 뜨고서 입을 꼭 다물고 있었는데 그 모습으로 미루어 억지로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국 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두 명의 어린애 옆에는 약간 고아(]竇 한 찻집이 있었고 커다 란 둥근 탁자에 하얀 보를 씌워놓고 또한 그 위에는 한 병의 생화 를 갖다 놓았고 몇 가지 신선한 과일들 및 몇 잔의 차가운 마실 것들이 놓여 있는가 하면 탁자의 주위에 놓여있는 몇 개의 등이 높다란 등나무 의자 위에 한가롭게 대여섯 명의 옷차림이 선명한 남녀들이 앉아 있었다. 겉으로 볼 때 그들은 귀티가 나는 사람들로써 어느 대가집 공자 (ㅍ諒)나 소저들인 것처럼 보였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같이 정 신이 충만하고 태영혈이 높다랗게 불룩하니 솟아있으면서 두 눈에 서 형형한 광채가 쏟아지는 것으로 미루어 분명히 몸에 고강하기 이를데 없는 무림의 인사들인 것 같았다. 그중에도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한 명의 이십 세 정도의 젊은 이로 그야말로 옥과 같이 하얀 살결에 준수하기는 정녕 옛날의 반 안(ㆀ t 肱을 연상시켰다. 그는 몸에 한 벌의 하얀 무명장삼을 걸치고서 단정히 윗자리에 앉아 있었다. 늘씬하니 멋이 있어 보이는 풍채에 귀티마져 흐르는가 하면 귀 티 가운데 다시 영기발랄한 기상마져 나타나고 있었다. 진정 옛날의 소교(鼓^庵가 영기발랄하고 준수한 신랑에게 시집 을 갔다는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이에 조 조(隱誾)의 팔십삼만이나 되는 대군을 그야말로 연기나 재처럼 사 그라지고 부서지게 만든 주유의 영준(w 抒鹵한 기개를 연상시켰다. 고귀하고 준수한 젊은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있는 사람은 용모가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답고 화사한 소녀인데 나이는 대략 십 팔세 정도 되었으며 청신(ㄷ s 王하면서도 전혀 속되지 않아 고사선 자(] 岱 ㅎ와 같았는데 매미껍질과 같은 운라우의(桑 e ㅌ應 를 걸치고 있었으며 아름답게 꽃과 같은 얼굴에는 미소마져 떠올라 있었다. 그녀는 흘깃 겸연쩍어 하는 떠돌이 젊은이를 한 번 바라본 이후 에 다시 약간 노기를 띤듯 아니면 짐짓 뾰루통해 하는 듯한 모습 과 눈초리로 두 어린애를 노려보는데 그 눈초리의 빛은 두 어린애 가 그토록 짖궂은 장난을 한데 대해서 나무라고 있는 것 같았다. 초라하고 떠돌이같은 젊은이는 잇따라 돌팔매질에 두 번이나 얻 어 맞게 되고 놀러 온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당하게 되자 가슴 가 득히 끓어오르는 노기를 느꼈으나 두 어린애의 장난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에 속으로 그 어린애를 상대로 해서 싸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끓어오르는 노기를 반쯤 억눌렀으나 입으로 는 나무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형제 무단히 사람을 때리는 것은 좋지 못해, 나를 골려주는


것은 별 관계가 없지만은 만약에 성질이 난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 머슴애는 눈망울을 한 번 빙글 돌리더니 짖궂은 웃음빛을 띄 우고 조그마한 얼굴을 쳐들고서는 되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나별 사람은 아니겠군 ? " 계집애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훗 ! " 그러나 한 번 웃음을 터뜨렸으나 역시 미안하게 느꼈는지 재빨 리 몸을 돌려 강물쪽을 바라보았다. 마침 계집애가 얼굴을 돌리게 되었을 때에 강변의 바위 위에 겨 우 올라왔던 한 마리의 쳇바퀴만한 자라가 정히 몸을 움츠리고서 따사롭게 햇살을 받고 있었다. 나이 어린 계집애는 크게 동심이 치밀어 조그마한 손가락을 한 번 구부렸다가 퉁겼다.

그러자 손바닥에 숨겨져 있던 또다른 하나의 돌이 곧이어 퉁겨 지게 되었고,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도 빗나가지 않고 정확 히 자라의 머리통에 적중이 되었다. 그 자라는 그만 그 충격에 몸이 뒤집어지게 되었는데 이것이야 말로 자라가 뒤집어지니 손발이 어지러워지더라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 자라는 하늘을 향해 네 발을 마구 허우적거리고 있었으나 잡 을 곳이 없어서 다시는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헤헤헤...." 나이 어린 계집에는 손뼉을 치며 환호를 했다. "오라버니 내가 자라의 머리를 맞추었어요. " 찻집의 의자에 앉아있던 고귀한 멋을 풍기는 젊은이와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소녀가 동시에 호통을 내질렀다. "난란(a 租 , 너무 까불면 못써. " 그러나 고귀하고 멋이 있는 젊은이와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소 녀 의 호통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머슴애가 이번에는 똑같은 수법으로 조그마한 손가락을 구부렸다가 탁 퉁겼다. 그의 손바닥에 숨겨져 있던 한 알의 돌이 똑같이 자라의 머리통 에 가서 맞게 되었다. 머슴애의 이 한 수는 나이 어린 계집애의 수법보다 더 매서워 네발을 허공에 대고 허우적거리던 자라는 그만 그 충격에 네 발을 허우적거리면서 데구르르 굴러 강물 속으로 풍덩하니 빠지고 말았


고 물보라가 사방으로 튀는 가운데 자라는 그 바람에 물 속으로 들어가서는 나타나지를 않았다. 강변의 차를 마시고 있던 손님들은 수백이나 되었는데 그와 같 은 광경을 보고는 모두다 왁자하니 소리 내어 웃었다. 머슴애가 입을 삐죽하고 입을 열었다. "그게 뭐가 대수로워...." 그는 나이 어린 계집애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나 역시 똑같이 자라의 머리통을 적중시키지 않았는가 ! " 머슴애의 그 말에 수십 명이나 되는 찻집의 손님들은 다시 한바 탕 요란한 웃음을 터뜨렸다. 두 어린애는 나이가 어려 별 생각없이 지껄인 것이지만은 그 한 마디는 두 가지의 뜻이 서려 있다 할 수가 있었다. 거기다가 차를 마시고 바람을 씌러 나온 사람들이 한차례 우렁 찬 웃음을 터뜨리게 되자 떠돌아다니는 것 같은 초라한 떠돌이인 젊은이는 그만 성이 나서 얼굴이 붉어졌다, 창백해졌다, 했으며 두 눈망울이 크게 부릅떠져서는 데굴데굴 구르는 것이 금방이라도 화를 터뜨리고 말 것 같았다. 하지만 그로서는 겨우 철이 들지 못한 어린애들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자기가 화를 낸다는 것이 뭣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윽고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속으로 자기 자신을 달랬다. "운명이 이토록 기구하고 수시로 도깨비와 같은 자들에게 조롱 을 당하는구나." "내가 사실 어떤 조롱도 다 받아보지 않았는가 그런데 굳이 저 두명의 어린을 상대로 해서...... " 초라하고 떠돌이인 젊은이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자 고개 를 숙이고서는 몸을 돌려서 발걸음을 빨리 해서는 재빨리 그 겸염 쩍은 장소에서 떠나려고 했다. 한데 공교롭게도 이때 또 그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그 젊은이가 재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떠나려고 했을 적에 갑자기 한 마리 염소울음 소리와 같은 목청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하 ! 노이(노이), 자네는 조금전에 사내대장부로서는 머리가 갈라지고 피가 흘러 냇물을 이루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결코 욕됨 을 참고 구차한 목숨을 부지하려고 후한무치하게 이 세상에 살아 갈 수는 없다고 했지만 이제 이 어르신께서 보니 세상에는 자라새 끼처럼 목을 움츠리고 있는 자들이 얼마든지 있는 것 같데. 젊으 면서도 뜻을 품지 못한 사람들은 남에게 모욕을 당하고서도 개방 귀 한 번 감히 꿔보지 못하지 않는가 말일세." 염소의 목청처럼 높고 뾰족하여 각별히 귀를 자극하는 음성일 뿐만 아니라 또 그 음성이 무척이나 거슬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초라하고 떠돌이인 젊은이는 그 들과 무척 가까운 거리에서 걸음을 옮겨 놓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돌려서는 그 쪽을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강변의 나무그늘 아래에 조그만 찻집이 있었고 그 찻집에 두 늙 은이와 한 젊은이가 앉아서는 정히 지극히 멸시하는 눈초리로 떠 돌이 젊은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 노인의 나이는 모두다 상당한 편이었으며 얼굴 모습도 무척 생긴 것이 특이했다. 한 사람은 온 머리 위에 붉은 머리카락이 자라나 있었으며 온몸 의 살결은 거칠면서도 거무틱틱했고 오로지 눈과 코가 바짝 붙어 있는 곳에 희고 부드러운 살결을 볼 수가 있었는데 한 쌍의 형형 히 안광이 돋는 조그마하고 둥근 눈동자에, 몸에는 여러 곳을 기 운 마궤를 걸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어깨를 움츠리고 등을 구부정하게 하고 앉아 있었 기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정말 한 마리의 그물 안의 잔나비를 연 상시켰다. 이 잔나비와 같이 생긴 늙은이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늙은이는 그렇게 형편없는 몰골은 아니었지만은 비쩍 마른데다가 왜소한 편 이었으며 머리에는 커다란 점모(ㄴ i 를 쓰고 있었고 몸에는 두터 운 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이와 같이 햇살이 뜨거운 날씨에 그와 같은 옷차림만 하더라도 대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 이었다. 그러니까 여름철에 겨울옷을 입고 있는 깡마르고 조그마한 늙은 이는 두손을 두 소멧자락 속에 집어넣고 초라한 젊은이를 바라보 고 있는 것이었다. 그 깡마르고 조그마한 왜소한 늙은이는 입술가에 조그마한 두 가닥의 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젊은이의 시선을 받게 되자 커다 란 딸기코를 찡긋하더니 고개를 흔들면서 입으로는 매우 시큼하게 문자를 써서 읊었다. "오형(w 戰 의 말씀이 틀리지 않는 바이오이다. " 그 모양은 정말 어느 시골의 훈장을 연상시켰다. 초라하고 떠돌이인 젊은이는 한 가닥 노기가 가슴 속으로부터 곧장 머리끝까지 치미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가 미처 화를 내기도 전에 그 훈장선생같은 모양의 늙 은이는 그를 향해 손짓을 하고 불렀다. "이리 오너라 ! " 초라하고 떠돌이인 젊은이는 억지로 가슴 가득히 끓어오르는 노 기를 억누르고는 짐짓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노선생은 나를 부르신 것이오 ? " "쳇 ! 정녕 대갈통이 돌과 같이 굳어서 통하지가 않는구만."


그리고 그 훈장선생의 모양을 한 늙은이는 호통을 치더니 꾸짖 듯 입을 열었다. "노부가 여(勒)를 부르지 않고 설마하니 견(ㅍ)을 불렀더란 말 이냐 ?" 훈장선생은 너라는 말대신에 여자를 썼고, 개라고 하지 않고 견 이라고 하는 바람에 주위에 있던 남녀가 다시 또 한바탕 커다란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이렇게 되자 떠돌이인 젊은이는 더 참을 수 없게 된 나머지 노 기띤 어조로 입을 열었다. "노선생은 입으로는 점잖은 척 하면서 뱉어내는 언사는 불손하 군요." "아마도 틀림없이 무슨 올바른 선비인 것 같지는 않구려. 소생 이 만약 그토록 많은 연세를 보지 않았더라면 흥 ! " 떠돌이처럼 보이는 젊은이의 말 속에 서린 뜻은 분명하게 밝혀 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 한 마디의 차가운 코웃음에서 알마든지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한데 떠돌이처럼 보이는 젊은이의 그와 같은 한 마디가 떨어지 게 되자 옆에 있던 적발노인(午┧ 娠)이 그만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웃느라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가 뒤로 젖히는가 하면 손뼉 을 치고 발장구를 치며 껄껄 소리 내어 웃는가 하면 그 특유의 숫 염소의 웃음소리와 같은 목청으로 입을 열었다. "우하하하...." "문노이 (j ㅌ槌ㅍ ! 하하하......"

"오늘은 그만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군 그래...." "헤헤헤..... 이제는 그야말로 의젖한 선비의 태도가 완전히 땅 에 떨어지게 된 셈이군." "헤헤헤...... 저 녀석은 자네를 올바른 선비가 아니라고 하니 헤헤....." 훈장선생님은 적발노인의 웃음소리에 그만 수염을 벌벌 떨면서 두 눈을 부릅뜨고 두 뺨을 독이 오른 독사처럼 부풀게 하고서는 떠돌이인 것처럼 보이는 젊은이에게 호통을 내질렀다. "노부가 여를 부르는데 여가 이쪽으로 건너오지 않고 언감생심 노부에게 욕을 하다니 흥 ! " 싸늘히 코웃음을 치면서 그는 두 손으로 탁자를 딛고 몸을 일으 킬 자세를 취했다. "사부님 잠깐만 ! "


바로 이때 두 노인의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어린동자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훈장선생에게 입을 열었다. "일이 있으면 제자가 대신 수고를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닭 을 잡는데 어찌 소잡는 칼이 필요하겠습니까? 저 녀석을 처지하는 것쯤이야 어르신께서 몸소 손을 쓰실 것 없이 이 제자로 하여금 버릇을 가르쳐 놓도록 해 주시지요. 훈장선생은 무겁고도 뻣뻣한 자세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다 시 주저앉았다. 그 조그만 동자는 대나무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리더니 두 안골 다리를 뒤뚱거리며 떠돌이처럼 보이는 젊은이에게로 가까이 다가 왔다. 어째서 그 나이 어린 동자는 대나무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왔 다고 하는 것일까? 원래 나이 어린 동자의 몸은 기이할 정도로 작은 난장이라 대나 무 의자에 앉아 있게 되었을 때에 두 다리가 땅에 닿지 않았다. 거기다가 찻집의 대나무 의자가 높았기 때문에 이 키가 기이할 정도로 작은 나이 어린 동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적에 몸 을 한 번 뻣대지 않을 수 없었고 엉덩이를 의자의 좌석에 따라 아 래쪽으로 미끄러져야만이 두 발이 바닥에 닿게 되는 것이었다. 떠돌이처럼 보이는 젊은이는 그 나이 어린 동자의 키가 석 자도 되지 않으나 그야말로 여느 사람보다도 훨씬 큰 머리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커다란 대갈통에 커다란 얼굴, 그리고 조그마한 코에 조그마한 눈동자는 한 곳에 모여있는 듯 했고 더군다나 동자는 안짱다리를 하고있었을 뿐만 아니라 위쪽 입술 위에 두 줄의 콧물이 흘러나와 있는 등 더럽고도 기이할 정도로 추악하게 생긴 녀석이었다. 상방의 차를 마시고 있던 사람들은 그 동자가 그와 같은 얼굴모 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모두다 참지 못하고서는 킥킥대며 웃고 들 있었다. 그 동자는 의젖이 안짱다리를 뒤뚱거리면서 떠돌이처럼 보이는 젊은이의 앞으로 오더니 턱 가슴을 편채 버티고 서서는 한 손으로 떠돌이처럼 보이는 젊음이의 코를 가르키며 부르짖었다. "야! 네 녀석은 우리 사부이신 큰나으리에게 죄를 지은 것을 아 느냐, 이 작은 나으리에게 한 번 큰절만 올리기만 한다면 이 작은 나으리께는 너를 대신해서 사부이신 나으리에게 사정을 봐달라고 빌어보겠다. 사부 나으리께서도 어쩌면 너를 용서하실지도 모른 다. 만약에 그렇지 않을 때, 사부 나으리께서는 노여움을 터뜨리 게 될 뿐만 아니라 바로 이 작은 나으리께서도 네 녀석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 " 세 치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은 동자는 매우 의젖하게 우뚝 버티 고 서서 떠돌이처럼 보이는 젊은이에게 도전을 한 셈이었고, 거기 다가 말끝마다 나으리 작은 나으리 하고 주어 섬기면서 끊임없이 소맷자락으로 콧물을 훔치고 있었는데 그 모양에 사방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사람들은 더더욱 왁자하니 웃음을 터뜨렸다.


떠돌이처럼 보이는 젊은이는 그야말로 크게 울화가 치미는 것 같았다. 그는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녀석아 너는 어째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냐? " 어린 난장이의 녹두알 같은 두 눈이 부릅떠지면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혹시 정말로 맞아봐야 알간 ! "

떠돌이처럼 보이는 젊은이는 그저 냉소만 흘렸다. 그렇다고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 난장이를 때리려고 하는 자 세도 취하지 않았다. 실제에 있어서 그는 속으로 이삼 푼 정도 사람을 닮지 않은 나 이어린 난장이와 싸워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별로 영광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고 있는 유랑객들이 자기네들이 곰의 재주 보듯 구경을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 으리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나이 어린 동자는 떠돌이로 보이는 젊은이가 속으로 어 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상관하지 않는 듯 했으며 대답을 하지 않 는 것을 보고는 떠돌이로 보이는 젊은이가 자기를 업수이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따라서 그는 갑자기 왼손을 쳐들어 떠돌이로 보이는 젊은이의 눈길을 끌어당긴 이후에 오른손을 질풍과 같이 뻗쳐 내었고, 동시 에 손을 따라 몸을 움직이며 번개같이 떠돌이로 보이는 젊은이의 가슴팍 앞으로 바짝 다가들더니 오른손의 다섯 손가락을 갈고리처 럼 만들어서는 떠돌이 젊은이의 완맥을 움겨쥐려고 들었다. 펼쳐질 수법은 놀랍게도 무림에서 보기 드문 대금나(c 爽綠覆의 수법 가운데의 일식인 사관점원(n 鷺??ㅎ이었는데 비단 손 씀씀 이가 빠를 뿐만 아니라 초식이 기이하여 당금 무림일류의 고수에 못지 않았다. 떠돌이 젊은이는 흠칫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긴 것이 한 점도 취할 것이 없는 세 치의 잔목같은 주유가 이 와 같은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 었다. 그는 상대방이 초식을 펼쳐서 공격을 해오자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여기고 비스듬히 발걸음을 옆으로 돌리며 팔을 떨치고 팔굽을 구부려서는 단근절맥(c ㅍ感 王이라는 일 초를 펼쳐내었 다. 그 역시 대금나 수법 가운데의 절초로써 다섯 손가락을 갈고리


처럼 해서는 아래에서 위로 돌려 동자의 오른손에 있는 맥문을 움 겨잡으려는 것이었다. "훌륭하군 ! " 동자는 뾰족한 소리로 한 번 내뱉더니 몸을 질풍처럼 뱅글뱅글 돌리면서 오른손을 한쪽으로 미끄러뜨리면서 떠돌이 젊은이의 다 섯손가락을 피하고는 맹렬히 떠돌이 젊은이의 가슴팍에 있는 요해 (糞ㄹ)를 노리고 들어왔다. 동시에 그는 왼손을 다시 갈고리처럼 해서는 떠돌이 젊은이의 인후혈(|霖ㅎ燐을 움켜잡으려고 들었는데 역시 대금나수법의 포초 대절(惚蔡ㅎㄴ)이라는 일 초였다. 떠돌이 젊은이는 볼 것 없는 난장이의 공격하는 초식은 비범한 것을 보고 즉시 상대방을 얕보았던 마음을 거둬들이고 오만한 생 각을 떨쳐버렸다. 다섯 손가락을 함께 모아 금사전완(헐 n 倚ㅎ董이라는 수법을 써 서는 되려 동자의 목을 움켜잡으려는 왼손의 손목에 있는 관절을 움켜쥐려고 들었고 일손으로는 비스듬히 손칼을 만들어 난장이의 오른팔에 있는 경거혈(₩浣秘燐을 치려고 들었다. 난장이는 뾰족한 휘파람 소리를 내면서 번쩍 하니 몸을 날려 피 했다. 두 사람은 서로 잽싸게 움직이면서 싸우게 되었는데 이들이 사 용하는 수법은 모두다 무림에서 보기 드문 대금나수법이라 기묘하 기 이를 데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삼은 육칠 초를 서로 겨루게 되었다. 연자기의 강변에 늘어져 있는 횟집들에는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 고 용이 숨어 있듯이 적지 않은 무림의 명수들이 그 속에 섞여 있 었다. 그들은 먼저 떠돌이 젊은이와 조금도 쓸만한데가 없이 생긴 난 장이가 충돌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는 그저 개싸움의 구경거리가 난 정도로 여기고 하나같이 중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일단 손을 쓰게 되자 그들은 그만 눈망울을 크게 뜨고 암암리에 두 사람의 정묘한 수법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 끼게 되었다. 그들 가운데 가장 두 사람이 손을 쓰는 수법에 대해 유심히 살 펴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 두 명의 특이하게 생긴 늙은이와 그

고귀하고 멋이 있는 젊은이 및 빼어나게 아름다운 소저였다. 두 명의 특이하게 생긴 늙은이들은 사실은 바로 대강(c 嗣ㅎ의 남쪽 일대에서 흑백이도를 막론하고 이름만 듣고도 간담이 서늘해


진다는 강남이기([ㅎ蹙ㅍ鍼라는 사람들이었다. 온 머리 위에 붉은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고, 온몸의 살결이 칠 흑같이 검지만은 얼굴 한복판만이 잔나비처럼 흰 염소 목청을 가 진 늙은이는 강남이기 가운데 노대(ㅎ c 洩이며 강호의 사람들이 적 발노인(午┧ 娠)이라고 일컫는 상거악(o 廂叛 이었다. 그리고 이 무더운 날씨에도 겨울옷을 입고서 딸기코에 입으로는 조우만 빼고 마치 어느 궁핍한 마을의 훈장선생같은 비쩍 마르고 왜소한 늙은 이는 바로 강남이기 가운데 노이(ㅎ諡)로 성은 문(j ㅌ씨이고 이름 은 정기(雨`鍼이며 강호의 사람들은 그를 귀곡은수(ㅎㅍ送 r ㅍ라고 했다. 이들 두 사람은 무림에 수십 년간 명성을 쌓아왔으며 무공은 독 특한 면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내외(b ㅎ庵의 재간에 하나같이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 있 는데다가 생긴 것이나 성격이 괴팍하여 남들과 사귀는 것을 좋아 하지 않고 일 년 내내 귀곡(ㅎㅍ)에서 처박혀 있다고들 소문이 전 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귀곡의 확실한 장소를 모르고 있었으며 그리 고 그곳에 가 보았다는 사람들도 좀처럼 보기가 드물었다. 다만 소문에는 안탕산(t 嶋 ㅍ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 두 사람은 좀처럼 골짜기에서 빠져나오는 일이 없는데 이 들 두 사람이 일단 골짜기에서 빠져나와서 강호바닥에 얼굴을 디 밀었다 하면 반드시 몇 가지 무림을 진동시키는 커다란 사건이 터 지곤했다. 떠돌이처럼 보이는 젊은이와 손을 쓰고 있는 난장이는 바로 두 사람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z 傲旴漿ㅍ의 직계자였다. 원래 강남이기는 산길에서 주운 누가 버린 갓난아기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본래 낮선 사람을 좋아하지 않던 두 사람이었지만은 어 떻게 둔 것인지 그 갓난아기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에 자비심을 일 으켜서는 길에 버려진 그 아이를 데리고 와 키우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무예까지 전수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키가 너무나 작고 또한 이름이나 성씨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삼촌정(o ? 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삼촌정 에게는 소상문(鼓塞 j ㅍ이라는 별호가 붙어 있었다. 소상문 삼촌정은 생긴 것이 사람같지 않고 도깨비같다면 도깨비 같이 않지만은 강남이기의 진전(ㄷ~藻을 이어받아 이기의 사오성 이나 되는 공력을 지니게 되어 비록 천하무적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으나 무림일류 고수의 대열에 끼일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이제 이 떠돌이 젊은이가 이 삼촌정과 막상막하의 싸움을 벌이 게 되자 강남이기가 어찌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강남이기의 네 눈은 동그랗게 뜨여져서는 떠돌이 젊은이의 일초 일식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가 운용하는 대금나수법은 놀랍게도 노이인 귀곡은수 문정기가 삼촌정에게 전수한 도룡십팔수(ㅎ t ㄸ r ㅍ와 약간 유사한 것을 발견하게 되어 비단 이상하게 생각할


뿐만아니라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차탁자 주위에 앉아있는 그 고귀한 티가 나고 멋이 있는 젊은이는 더욱더 당금 무림에서 명성이 쟁쟁한 인물로써 명호를 한 번 들먹이기만 하면 그야말로 천하 무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 을 정도였다. 당금 무림에서 위명(z 裙ㅍ이 가장 혁혁한 사람은 바로 무림의 사공자라 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안락풍류(t 鼓ㅍㅍ 에 표령단방(化 c ㅎㅎ, 능풍무정 (ㅎㄸ?迂),상린열장(o 洞褒卽妾이라는 말이 무림에 알려져 있듯이 무림사공자의 명성은 그야말로 무림에서 그 무게를 당할 사람이 없을 정도였고 그 집안은 당금의 무림에서 가장 큰 사대호문(n 徑 j ㅍ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만큼 사대호문에서는 천하 무림의 고수들을 망라하여 문 하에는 식객이나 기인이사를 수백에서 천 명까지 거느리고 있는 판이었으며 지난번에 등장한 안락공자, 능풍공자와 더불어 지금 이 탁자곁에 앉아서 지겨보고 있는 고귀하고 멋이 있어 보이는 젊 은이야말로 바로 강호에서 옛날사람처럼 인정이 많고 의협심이 넘

친다는 상린공자(o 洞鶴鷹ㅎ 금채환(헐ㄷㄹ) 그 사람이었다. 상린공자 금채환은 가산이 엄청난데다가 어릴적부터 이인의 전 수를 물려받아 무공의 고강함은 물론이요. 거느리고 있는 문하의 식객이 천 명이나 되었고, 심지어는 그들 가운데 무림의 일류고수 들이 부지기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세 공자와 무림에서 일제히 명성을 날리고 있는 것으로, 그야말로 남경에서 한 번 발을 구르게 된다면 전체 중원의 무림이 모두 다 마구 흔들릴 정도의 인물이라 할 수가 있 었다. 상린공자와 나란히 앉아있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소저는 바로 ��� 린공자의 친누이 동생으로 규명(ㅎ♨)은 금채봉(헐ㄷ⑭)이라 했 다. 그녀는 귀밑머리에 비스듬히 매화 한 송이를 꽂기를 좋아하고 또한 사람이 생긴 것이 청신하면서도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을 것처 럼 아름답기 이를 데 없기 때문에 매영선(h 甥ㅎ 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었다. 이날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참기가 힘들어 상린공자 남매는 몇 명의 문객들과 이미 출가를 한 누님의 자식인 한 쌍의 나이 어린 생질들인 명명(☏☏)과 난란(a 璪臻을 데리고서 연자기의 찻집으로 와 차를 마시면서 바람을 씌고자 했던 것인데 뜻밖에도 지극히 눈


에 거슬리는 강남이기와 삼촌정 소상문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강남이기는 이번에 유일무이의 제자인 삼촌정을 데리고 골짜기 를 떠나 산을 내려오게 되었고 강호바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상 린공자에게 험담을 일으키자는 것이었다. 강남이기는 상린공자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비아냥거리는 말로 써 시큰둥하니 약을 살살 올리려고 했지만 상린공자의 세력이 천 하를 뒤덮을 만한데도 수양을 깊이 쌓은 사람이라 강남이기의 내 력을 분명히 알아내기 전에는 강남이기가 조롱과 야유를 보냈지만 은 그 시비를 받아 들이려고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 기가 데리고 온 문객들에게도 성질을 참고 견디라고 당부했다. 물론 문객들 가운데는 몇 번이나 몸을 일으켜서 상대를 해 주려 고 했지만은 상린공자가 암암리에 저지를 한 것도 사실이었다. 강남이기는 좀처럼 골짜기에서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상린 공자가 중원 무림에서 뻗치고 있는 세력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 였다. 이번에 골짜기를 나서서 상린공자를 찾아와 한 번 짧고 긴 것을 맞서 보려고 한 것은 역시 소인의 이간질을 당한 것이었다. 조소와 야유를 상린공자에게 보냈지만 상린공자가 조금도 동하 는 빛이 없게 되자 일시에 그만 겸연쩍게 되어 험담을 할 빌미를 찾지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쌍방의 사람들은 모두다 일시에 대치상태로 빠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때 공교롭게도 떠돌이로 보이는 젊은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오고 있었는데 시름에 가득 잠긴 그는 망연히 걸음을 옮겨놓고 있다가 무심코 난란이 가지고 있던 여치 한 마리를 밟아 버린 것이었다. "이것 봐요 ! " 난란은 크게 소리쳐서는 부르면서 여치의 다리에 감아놓은 가는 실을 끌어당기게 되었는데 그 순간 이미 여치는 떠돌이의 젊은이 게게 밟혀서 죽고 만 것을 보고는 다시 소리를 쳤다. "당신은 나의 여치를 밟아 죽였어요. 그러니 물어내요 ! " 한데 떠돌이 젊은이는 정히 시름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아예 난 란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고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걸음을 옮겨 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난란은 예닐곱 살의 나이 어린 소녀에 불과했지만은 무학세가에 태어난 만큼 무공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한 기틀을 쌓고 있었는데 떠돌이 젊은이가 자기의 여치를 밟아 죽였고, 그래서 그녀가 아무 리 불러도 젊은이가 고개를 돌리지 않자 그만 성이 나서는 손을 뻗쳐 화분 안에서 한 알의 난석을 집어서는 조그마한 손가락으로 한 번 구부렸다가 퉁겼다. 그 난석은 마치 탄지은환(寒ㄷ{絮ㅎ이라는 수법에 의해서 쏘아 져 나가게 된 암기처럼 날아가 떠돌이 젊은이의 뒤통수에 적중되 고 말았다. 첫째로 떠돌이 젊은이가 가슴 가득히 심사를 끌어안고 있었고


또한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곳에 그 누가 암산을 해오리라고 생각 을 못했으며 둘째로 난란의 탄지은환 수법이 정확하기 이를 데 없 었으나 역시 기운이 떨어지기 때문에 손가락에서 퉁겨 날아가게 되었을 때에도 전혀 파공성을 일으키지를 않았다. 그리하여 그만 그 난석은 정통으로 머리에 맞게 되었고, 아무래 도 어린애라 얼굴가죽이 엷은 탓으로 떠돌이 젊은이가 아픔을 느 끼고 고개를 돌리게 되었을 때에 난란은 그만 시치미를 딱 떼고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던 것이었다. 떠돌이 젊은이는 뒤를 돌아서서는 한참동안 살폈으나 그 누가 던진 돌인지를 알 수 없게 되자 다시 고개를 돌리고 자기가 가던 길을 가려고 했다. 난란은 그제서야 명명을 향해 혀를 낼름 내보 이며 웃어 보였다. 한데 명명은 난란이 자기에 약을 올리고 한 번 겨뤄보자고 도전 을 하는 짓이라고 여긴 나머지 역시 화분 안에서 한 알의 난석을 꺼내서는 퉁기게 되었고 두 번째로 떠돌이 젊은이의 뒤통수에 적 중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와 같은 일이 빌미가 되어서 강남이기에게 약점이 잡히는 꼴이 되고 만 것이었다. 귀곡은수 문정기는 먼저 떠돌이 젊은이를 불렀던 것은 이번 일 을 계기로 선동을 하자는 것이며 떠돌이 젊은이로 하여금 상린공 자에게 따지려고 만들려는 의사였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 강남이기와 소상문 삼촌정은 이에 구실을 붙여서는 상린공자와 손을 쓸 수가 있게 되는 것이었다. 한데 서로 오가는 말이 곱지 못하게 되고 강남이기가 되려 떠돌 이 젊은이와 충돌을 일으키게 되었으며 소상문 삼촌정이 떠돌이 젊은이와 어울러지게 되었을 때에야 자기네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를 못했지만은 떠돌이의 젊은이가 몸에 절세의 무공을 가지고 있 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상린공자 남매는 강남이기보다 더욱더 놀라고 이상하게 생각했 다. '우리 세력의 범위 이내로 그 누가 찾아와서 험담을 벌이다니. 이것이야말로 너무나 뜻밖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떠돌이 젊 은이에게까지 고강한 무공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세력범위 안에 모습을 드러냈는데도 문하인들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정녕 불가사이한 일이구나.' 그렇기 때문에 상린공자 남매와 문하의 식객 가운데 무예에 뛰 어난 고수들도 모두다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서는 길 한복판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지켜보기에 이른 것이었다. 떠돌이 젊은이는 소상문 삼촌정과 속공을 벌려 눈 깜짝할 사이 에 다시 심여 초를 겨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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