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4-2

Page 12

리겠소." 그는 다가가 번소를 위해 번소의 두 손과 팔을 뒤로 해서 꽁꽁 묶어놓은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 그 젊은이는 전백의 손발이 묶여있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고 그의 손가락이 자기의 몸에 와닿게 되었을 때에 이미 피하려 고 하더라도 이미 힘을 쓸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 젊은이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생각했다. '내 자신이 평소 얼마나 콧대 높게 행동했으며 오기를 부렸던 가? 그런데 지금은 두 눈을 멀거니 뜨고서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주물도록 몸을 내맡겨야 하니 정말 한심하구나.' 이와 같은 생각과 더불어 그는 창자가 에이는 듯한 아픔을 느끼 고 그만 두 방울의 눈물을 주르륵 홀렸다. 전백은 이 젊은이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의 밧줄을 풀어 주자 오히려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는 위로의 말을 했다. "번형 이까짓 좌절을 좀 받았다고 해서 그렇게 번뇌할 것이 어 디있겠소. 생각해 보시오. 공자(]碇ㅎ 같은 성인도 진채지액(ㄷ甑 薔 t 玹이 있었지 않소." 그리고 나서 그는 자기가 한평생 겪은 굴욕과 시련들을 약간 들 려주었다. 번소는 전백의 말이 성실하고 간곡할 뿐만 아니라 겸허하면서도 열정적인 성품인 것을 보고는 마음 속으로 전백에 대해서 더욱더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전백이 그 젊은이의 몸뚱아리를 묶었던 밧줄을 다 풀어 주었으나 그 젊은이가 여전히 움직이지를 못하는 것을 보고 그제 서야 그 젊은이가 아직도 혈도를 짚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 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그 젊은이를 위해서 추궁활혈(騶_盛?燐의 수법을 써서 혈 도를 풀어주려고 했으나 번소는 막무가내로 전백이 손 쓰는 것을 마다했다. 전백은 그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 정도로 사양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했지만은 심지가 아직도 순수하고 고결한 편 이라 다른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전백은 번소가 죽자하고 마다하는 데에도 별수없이 능공 불혈(ㅎ]頹們燐의 수법을 써서는 번소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이 능공불혈의 수법 역시 쇄골소혼천불비권을 손가락으로 더듬 어서 익히게 된 것이었다. 전백은 다만 책에 기록돼 있는대로 펼쳤을 뿐이었고 결코 이 수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