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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강 오빠, 저 별들이 보이나요? 저 나란히 빛나는 두 별 말이에요." "으음." 자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별에는 전설이 담겨 있지요." "전설?" 아랑은 자강의 품에 살풋이 기대며 취한 듯 얘기했다. "원래는 두 별이 붙어 있었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서로 떨어지게 되었다나 봐요." "후후... 전설은 전설인가 보군." "한 별은 용성(龍星), 또 한 별은 봉성(鳳星)이라고 해요. 봉성은 항상 용성을 쫓고 있는데 일단 떨어진 그 거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어요." 자강은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랑의 음성이 촉촉하게 젖어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봉성에는 늘 눈물처럼 물기가 번져 있죠. 봐요, 그렇지 않나요? 저 음울한 빛은 차라리 처절해요. 스스로를 태워서라도 빛을 내 용성의 눈에 띄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용성은 언제나 저렇게 엉뚱한 쪽으로 향해져 있어요." 그녀의 고개가 툭 떨구어졌다. "마치... 오빠는 용성이고 나는 봉성인 것 같아요." 이쯤 되면 뭐라 할 말도 있으련만은 자강의 입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아랑은 마침내 그가 자신의 말을 들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하지만 성격상 아랑은 오래 절망하지 못하는 소녀였다. 몽고인의 피를 이어받아 직선적이고 정열적인 그녀의 기질은 기어이 스스로에게 오기를 유발시켰다. 그녀는 볼이 퉁퉁 부어오른 채 뾰족하게 외쳤다. "오빠! 지금 내 말을 듣고 있기나 한 거예요?" 밤하늘에 시선을 두고 있던 자강이 아랑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놀란 눈은 그녀를 더욱 화나게 했다. "흥!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오빠란 사람은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거죠?" 아랑은 그 자리에서 발딱 일어섰다. "좋아요! 난 가겠어요. 흥!" 그녀는 코웃음을 치더니 무작정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랑! 잠깐......." 자강이 당황하여 외쳤으나 소용없었다. 아랑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다. 그러나 그녀는 채 얼마 가지 못했다. 탁! "아얏!" 어둠 속에서 돌뿌리에라도 걸렸는지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아랑!" 자강이 황망히 외치며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아랑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상이 되어 있었다. 무릎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에게 자강은 미안한 얼굴로 물었다. "아랑, 많이 다쳤느냐?" "아야....... 아... 아파!" 아랑이 이마를 찌푸리며 신음하자 자강은 당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얼떨결에 손으로 그녀의 치마를 헤쳐보려 했다. "어디 보자." 하지만 그의 손이 치마 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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