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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던가?" 엽고운은 마치 스쳐지나는 투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별 말은 없었습니다." 영제는 쓴 입맛을 다셨다. "아마도 자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의 체면 때문이겠지. 좋아, 나도 더 이상은 묻지 않겠네." 엽고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영제가 이번에는 꽤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노부가 있으니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게. 그가 자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던 노부가 이렇게 곁에 있는 한 감히 건드릴 수는 없을 것이네." '후후... 자고로 손뼉이란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지. 영제, 당신도 음험하기가 신공과 다를 바가 없구려.' 엽고운은 내심 고소를 짓는 한편 짐짓 난색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영제가 즉각 반응을 보였다. "흐음! 그가 필경 자네에게 무엇인가 당부한 모양이군." '후후... 매우 마음에 드는 추측이오.' 엽고운은 내심 야유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당혹을 가장했다. "그렇습니다." "그래, 무엇을 당부하던가?" "금마궁을 벗어나는 사관(四關)에 관해......." 엽고운은 일부러 말 끝을 흐렸다. "사관이라고?" "네." 영제는 만면에 은은한 살기를 드리웠다. "놈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이번에도 아마 자네를 이용해 자신의 세력만 몰래 이곳에서 빼내려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그는 이어 차갑게 덧붙였다. "놈의 비열함에 대해서는 노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놈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도 역시 나 영제 뿐이다." 엽고운은 그 말에 어떤 토도 달지 않았다. 영제는 힐끗 그의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물었다. "물론 해천사신은 자네에게 그 사관을 뚫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겠지?" "그렇습니다." "노부에게 그것을 알려줄 수 없겠나?" 엽고운은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영제는 그와의 거리를 좁혀 가까이 다가왔다. "왜? 곤란한 점이라도 있나?" 엽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우선 사관은 너무도 복잡하여 말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신공께선 이미 제게......." 그는 말하다 말고 갑자기 입을 닫았다. 영제의 안색이 일변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신공이 자네에게 무엇을 어찌 했단 말인가?" "아, 아닙니다. 아무 것도......." 영제의 눈꼬리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더 말하지 않아도 알겠네. 분명 놈은 신공부의 보물로 자네의 환심을 사려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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