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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문(黑龍門)의 놈들이 이 산 주위로 몰려 들고 있소." 섬혼도 냉염의 싸늘한 얼굴에 한 가닥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흐흐흐... 흑룡문의 졸개 놈들이 아직도 뜨거운 맛을 덜 본 것 같군. 분풀이로는 제 격이야. 흐흐......." 그에 반해 소면수라는 삼안신군을 향해 심각하게 물었다. "그래, 놈들은 몇 명이나 되는 것 같소?" 삼안신군의 이마에 있는 푸른 눈에서 기이한 빛이 번쩍였다. "으음, 줄잡아도 오십 명은 넘을 것 같소." "무공 정도는?" "십여 명 쯤은 일류고수요." 소면수라의 눈썹이 그답지 않게 잔뜩 찌푸려졌다. "음, 아마 놈들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이군." 섬혼도는 여전히 냉소했다. "흑룡신군(黑龍神君) 위한천(威寒天), 그 놈도 죽을 때가 다 되었나 보군. 감히 우리 천중삼신(天中三神)을 건드리려 하다니." 삼안신군의 가운데 눈에서 청광(靑光)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는 주위를 둘러 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소. 이곳에서 우리가 놈들과 싸운다면, 그것은 한낱 바보 짓에 지나지 않소. 아무리 우리의 무공이 그들을 앞선다고 해도 이 근처의 지세를 보건대 우리 쪽이 불리하오. 또 설사 우리가 이긴다 해도 위험은 계속 따를 것이오." 섬혼도가 눈썹을 불쑥 치켜 올렸다. "그럼 어쩌잔 말이오?" "우선은 피하고 봅시다. 차라리 나중에 흑룡문을 직접 공격하는 편이 백 번 낫소. 냉형도 여기서 무가치하게 다치거나 뼈를 묻고 싶지는 않을 것 아니오?" 소면수라는 물론 섬혼도도 그 이상은 삼안신군의 말에 반대하지 않았다. 다시 걸음을 옮기려던 삼안신군은 문득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것은 영호걸의 존재를 의식해서였다. "아이야, 너는 계속 이곳에서 있을 작정이냐?" 영호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삼안신군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야, 흑룡문은 악랄하기 짝이 없는 집단이다. 거기에 소속된 자들은 누구라도 눈에 거슬리면 살려두지 않는다." 영호걸은 삼안신군의 의도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짐짓 모르는 척 하고 물었다. "제가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삼안신군은 나직이 헛기침을 하더니 어색하게 입을 떼었다. "흠, 너만 불편하지 않다면 우리와 같이 가는 것을 허락하겠다." '역시 그런 뜻이었군.' 영호걸은 이로 미루어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 가지는 그들 세 노인이 결코 악인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삼안신군의 권유가 호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등이었다. 사실 그도 어느새 눈 앞의 세 노인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감쪽같이 그들을 속인 부분에 대해서는 일말의 자책도 있었지만. 아무튼 영호걸은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위험은 피해야 하는데, 집을 비우는 일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석굴에 혼자 남게 될 모용황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머뭇거리자 삼안신군의 권유는 재촉으로 바뀌었다. "아이야, 빨리 결정해라. 시간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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