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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에 어린 회의를 눈치 챘는지 주성후는 웃음을 흘렸다. "하하... 아마도 승형으로서는 믿기 힘들 거요. 그러나 그 일은 이미 당시에 전 무림을 경동시킨 바 있소." 영호걸은 한숨과 더불어 짐짓 풀죽은 음성으로 물었다. "그럼 나총관 밑으로는 또 어떤 사람들이 있소이까?" 주성후가 운을 떼었다. "오대당주(五大當主)와 십이향주(十二香主)가 있소." 그러자 오개명이 웃는 얼굴로 그 뒤를 이었다. "우리 세 사람은 모두 마지막인 십이향주, 즉 과강룡(過江龍) 노렴(盧廉) 선배의 지시를 받게 되어 있소이다." 영호걸은 지대한 호기심을 드러내 보였다. "그 분의 무공은 어느 정도요?" "열두 분 향주께서는 하나같이 강호의 일류급 고수들이시오. 물론 노향주께서도 일신에 놀라운 무공을 소지하고 계시오." 영호걸은 갑자기 생각난 듯 불쑥 물어 보았다. "그런데 보주께는 후사나 제자가 없소이까?" 오개명은 고개를 흔들었다. "없소. 다만......." 주성후가 문득 만면에 야릇한 미소를 띈 채 대답했다. "후후...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영애가 한 분 계시오. 유청청(柳晴晴)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저인데, 보기만 해도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미인이오. 더구나 노보주께 무공을 전수받아 절정의 기예를 익히고 있소. 이르자면 재모(才貌)를 겸비한 일대 기녀(奇女)요." 그는 의식적으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있었다. 곁에서 오개명까지도 은근한 어조로 덧붙였다. "어떻소, 구미가 당기지 않소? 승형의 얼굴도 만만치 않은 미남이니 잘 보여서 유소저의 관심을 끌기만 하면......." "출세야 따놓은 당상이지. 크크큭!" 영호걸은 그들로부터 놀림을 당하자 얼굴을 붉혔다. "두 분께서 자꾸 이러시면 이 신참은 대체 어쩌란 말이오?" "핫핫핫... 서로 웃고 즐기자는 것 아니외까? 하하하......." 세 사람은 농담을 통해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영호걸은 천성보 하급자들의 동료애(同僚愛)에 생각보다 쉽게 침잠해 갈 수 있었다. - 다음 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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