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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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그런사람

2016.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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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누군가 너는 어떤 사람입니까 물었을 때 나는 그런사람 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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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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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을 앞두고 여섯 번째 <월간 그런사람> 입니다.

저는 한국 나이로 서른 두 살이고 직장생활 7년차, 결혼생활 5년차로 대한 민국 표준 아저씨의 삶을 열심히 걷고 있습니다. 요새 회사 사람들과 이야 기를 나누며 신기했던 것은 대부분 비슷한 성장 배경과 비슷한 학교를 졸업 해서인지 인생의 경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십대 후반에서 삼 십대 초반에는 결혼 고민을 하고, 그 이후 아이가 태어나면 제각기 고민을 안고 살아가며 내가 뿌리내릴 집에 대한 걱정을 함께 합니다.

생각보다 제 또래의 많은 사람들은 일찍부터 집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그 래서 청약이니 분양권 매수니 아니면 몇 년 뒤의 재개발 재건축 가능 지역 에 대한 투자수익성 분석과 같은 어려운 개념들을 척척 이해하며 너무다 똑 부러지게 자신의 거주지에 대한 고민을 하나 둘씩 깨트려 나갑니다. 저도 뒤 늦게 그런 고민의 대열에 합류해서 참으로 무더웠던 지난 여름 동안 많은 것 을 배우고 또 수 없이 많은 정보의 세계에서 허우적대고 나니, 이제 간신히 여름의 끝을 알리는 선선한 날씨가 찾아옵니다.

저는 예술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예술을 좋아하는 것과 동시에 항산이 없는 사람은 항심이 없다는 격 언을 믿는 편입니다. 저는 부동산의 깊고 넓은 세계를 잠깐 맛보았고 이토 록 자본이라는 것에 깊게 생각하게 됩니다. 경영학을 전공해서 자본을 거부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그 것을 할 수 있는 물질적인 돈과 그 물질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여유를 얻으 려 합니다. 그것이 제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누 구나 저마다의 항심을 위해 항산하는 9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발행인 황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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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ell my stories with m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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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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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Cover / Meyoungc.JNGB 우리는 모두 결국 서로의 이방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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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향의 그림책산책 / 안개향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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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작은 뜨락 / 이창희 ...... "니가 없는 곳은 기억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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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부부의 좌충우돌 성장기 / 레몬트리 몸, 움직임,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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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용담舞踊談 / 박유미 새로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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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e world’s a stage / 김유란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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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e 나의 키 / 성이호성 타자와의 접속 그리고 Seele 나의 서양미술 순례 / 황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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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youngc.JNGB, <출근길>, 2016, Mixed media on Paper, 15cm x 1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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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On the Cover Meyoungc.JNGB_ 결과가 아닌 노력을 꿈꾸는 중년아줌마

둘째 아이 세 돌 무렵 회사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이어폰 달고 음악들으며 급한 걸음으로 출근하던 일상 일적 책임감을 먹이삼아 바빴던 시절 시야가 오늘 하루에 머물던 시절

무엇에 그렇게 쫓겼던지 왜 그렇게 내버려뒀던지 할머니가 손주를 바라보듯 그렇게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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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 Magritte, <The Lovers>,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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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결국 서로의 이방인이다 안개향의 그림책산책 안개향_ 두 아이의 엄마이자 번역기획가. 읽고 일하고 일궈갑니다

단기 연수를 떠나 미국 시애틀에 머물 때였다. 말하기야 능수능란하지 않 지만 듣기는 대강 눈치로 하던 시절이었는데,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애 셋이 버스에서 내 뒤에 앉아 킬킬거리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내용을 다 이 해할 수는 없었지만, 대강 동양에서 왔다는 사실과 여자라는 사실을 두고 입 에 담기 어려운 말을 해대는 것을 알아차렸다. 힐끗 쳐다봐도 키득거리며 계 속 욕을 이어나간 걸 보면, 아마 내가 전혀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듯 했다. 집에 가까워졌을 때, 나는 “Shut up.” 딱 한 마디만 하고 버스에서 내렸 다. 언어적 한계 때문에 맘껏 갚아줄 수 없다는 사실,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 음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자괴감과 억울함이 밀려왔다. 해외 여행, 단기 연수, 장기 체류, 이민 등 타국을 방문하고 머무는 경험 이 워낙 보편화되었다 할지라도, 이런 류의 경험은 비일비재하다. 내가 이방 인이 되어 겪기도 하지만 나 또한 이방인에게 비슷한 종류의 폭력을 가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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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지도 모른다. 욕이나 물리적 싸움이 아닌 경멸과 무시의 시선도 일종의 폭 력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면서 다른 것에 대한 관용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 우리는 낯선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이고 있을까. 낯선 사람이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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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잘 모르는 곳에 외떨어져 새로운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은 결 코 만만한 경험이 아니다. 숀 탠의 『도착』은 한 남자가 이민간 땅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의 편린을 환상적으로 표현해낸 수작이다. 글 없는 그림책이지만 거대한 대륙 앞에서 왜소한 남자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 를 넘나들며 고스란히 전해진다. 오랜 바다 여행에 지친 얼굴, 눈앞에 펼쳐지 는 도시의 압도적 자태, 이민자에 대한 온갖 조사와 분류, 의사소통의 어려움, 처음 보는 장소와 물건, 계속되는 거절, 거대한 공장 속 부품으로의 전락, 고 향에 대한 그리움……. 그것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복합적 이며 압도적인 경험이다. 나를 구성하던 모든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시공간 에 내던져지는 것이 어찌 쉬운 경험이겠는가. 이방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일단 차갑다. 나에게 해가 될지 득이 될지 몰라 두렵기 때문이다. 토미 웅거러의 『달사람』은 어린아이 같은 귀여운 그림에 재치를 더해, 이방인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심을 풍자한다. 달사람은 그저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에 지구에 왔을 뿐인데, 지구인들은 군인에 소방 대까지 출동하며 난리법석을 떤다. 그리고 이 ‘알 수 없는 방문자를 침입자라 고 생각’한다. 감옥에 갇힌 달사람은 달이 이지러지며 몸이 줄어들자 탈출하 여 자유를 만끽한다. 하지만 주민의 신고 탓에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결국 잊혀진 과학자의 도움을 받아 우주선을 타고 달로 돌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 는다. 이방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어렵다 해도 최소한 질문은 필수 적이다. 달사람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디서 왜 왔는지 묻지도 파악하려 들지 도 않고 다짜고짜 침입자로 규정하는 지구인들의 모습은 황당하고 일면 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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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스럽기까지 하다. 쫓기고 갇히는 일련의 경험을 통해, 지구에서 행복하지 못 할 것이라는 깨달은 달사람은 안쓰럽다. 아민 그레더의 『섬』에서는 이러한 태도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이 그 림책은 이방인에 대한 섬사람들의 폐쇄적이고 맹목적인 적대감을 그려내, 독 자에게 엄청난 충격을 전한다. 뗏목을 탄 한 남자가 섬으로 떠내려온다. 사람 들은 생김새가 다른 그를 경계하며 바다로 돌려보내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 어부가 바다는 위험하다고 반대하자, 결국 사람들은 남자를 염소 우리에 가둬 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어느 날 남자가 배고프다며 우리를 나왔고 이 때 문에 온 마을에 비상이 걸린다. 먹다 남은 음식을 주고 우리를 더 튼튼하게 고 쳤지만 마을 사람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남자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돌 고 경찰, 학교, 언론 할 것 없이 이 공포를 증폭시킨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사 람들은 결국 남자를 붙잡아 뗏목에 태워 바다로 보내버린다. 그러고는 남자를 섬에 두자고 주장했던 어부의 배도 불태우고, 섬 둘레에 높은 장벽을 쌓았다. 바다를 감시하는 탑을 세우고, 섬 바깥 어느 누구도 섬 안 소식을 들을 수 없 도록 섬 근처를 지나가는 새마저 쏘아 죽인다. 이 그림책의 서사는 상당히 초현실적이다. 하지만 그 안에 내재된 이방인 에 대한 공포는 섬뜩하리만큼 현실적이다.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이방인에 대 한 배타적 태도는 『섬』에 등장하는 주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카더라’ 통 신을 타고 특정 집단에 대한 공포가 조장/확대되고, 이방인을 수용하자는 의 견을 묵살하며 최대한 벽을 높여 낯선 자의 입국을 막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최근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슬람 무장세력, 조선족, 정신이상자 등 다 수 이방인 집단에 대한 일반 국민의 적대감이 맹목적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 다. 이들은 실체가 있는 상대이며,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건사고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슬람 무장세력은 끝없이 테러를 일으키고 있고, 장기매매 및 영아납치 등 조선족 관련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으며, 정신이상 자가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프랑수아 플라스의 『마지막 거인』에는 이방인에게 친절을 베풀었다가 커 다란 피해를 입은 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인공 루트모어는 거인들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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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에 갈 수 있는 지도를 발견하고 길고 긴 항해에 오른다. 많은 역경 끝에 포 기할 때쯤, 정말 전설 속 거인들의 나라가 눈앞에 펼쳐진다. 거인들은 루트모 어를 발견하고 돌봐주며 서로 교감한다. 인간세상으로 돌아온 루트모어는 거 인족의 나라에서 있었던 일을 책으로 써내고, 이 책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인간 들은 거인족을 무참히 살육하고 마치 전리품처럼 그 머리를 취한다. 신이 돌 아왔다고 믿고 백인 원정단을 환영하던 남미 원주민들이 어떻게 도륙 당했는 지를 상기해본다면, 이 책의 진실성은 더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단지 거인들 의 실존을 알려 지적 호기심과 자만심을 충족하고 싶었던 루트모어는 이런 상 황에 망연자실해한다. 그런 그에게 잘려진 거인의 머리가 묻는다. “침묵을 지 킬 수는 없었니?” 진실한 교감과 환대가 참담한 결과를 낳은 경우를 종종 보 아왔기에,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개인적 성향이나 신념에 따른 범죄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런 개인 적 상황을 일일이 이해해줄 만큼 여유 있는 사회에 살고 있지 못하다. 끝없는 성과 압박에 시달리는 피로사회에 결박되어 있는 것이다. 입시, 취직, 집 장만, 결혼, 노후 대비 등등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 누군가를 관대하게 받아들이 고 품어줄 여유가 없다시피 하다. 그러다 보니 자꾸 ‘특정 집단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다’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민 그레더의 『 섬』 주민들이 보여주는 지나친 경계심도 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낯선 것이 꼭 두려운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불길하지만 피할 수 없는 매혹이기도 하다. 동화책에서 이웃 나라 왕자와 공주가 사랑에 빠지는 시 간은 불과 10분, 아니 채 10초도 되지 않는다. 한번도 본 적 없던 왕자에 대해 단 10초만에 무엇을 알 수 있겠는가? 재미있는 것은 그 ‘알 수 없음’이 역설적 으로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 때의 사랑이란 남녀의 에로틱한 연 애감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포섭되지 않은 타자에 대한 열망과 그로 인한 삶의 변화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쓴 『나그네의 선물』은 낯선 이가 선물하는 풍성함 과 색다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을의 문턱에 선 늦은 여름날, 베일리 씨 트럭 에 한 남자가 치였다. 집에 데려와 치료해주지만, 나그네를 기억을 잃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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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 나그네는 이 집에 머물며 가족들과 가까워지고 일을 거들어 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나그네가 온 이후 여름날이 끝나지 않았다. 호박은 더 크게 자랐고 베일리 씨 농장에만 단풍이 들지 않았다. 나그 네는 초록으로 남아 있는 잎새를 보며 자신의 정체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 다시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제서야 농장에 가을이 찾아온다. 나그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으나, 그와 마음을 나눈 3 주의 대가로 매년 베일리 씨 농장에는 1주일 더 긴 여름과 가장 아름다운 가 을 단풍이 머물렀다. 만약 베일리 씨 가족이 열린 마음으로 나그네를 품어주 지 않았다면,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더없이 특별 한 기억을 안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이방인이 꼭 다른 몸을 가진 존재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는 성 장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사춘 기 시절, 분명 나의 몸인데 마치 다른 사람인양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보 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여자아이의 왕국』은 월경을 시작한 소녀의 당혹감을 아름다운 콜라주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초경을 통해 소녀는 자기 왕국의 주인 이 되지만, 왕국의 지도에서 발견하는 것은 ‘세찬 강줄기’, ‘아무렇게나 떨어 지는 폭포’, ‘폭발하는 화산’뿐이다. 감시하는 용도 갑갑한 탑도 싫고 무엇이 든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 경험에 익숙해지면서 여자아이 는 서서히 왕국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게 된다. ‘햇볕이 잘 드는 강가’, ‘따뜻한 호수’도 왕국의 지도에서 찾게 된다. 자기 왕국의 진짜 여왕이 되는 것이다. 낯 설게만 느껴졌던 자아를 하나의 사람으로 통합해내고 새롭게 적응하는 데는 이렇듯 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자기 자신의 낯선 모습에 익숙해지기까지 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데, 하물며 타인에 대해서는 오죽하겠는가. 결국 누군가는 손을 낯선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손을 내밀어야 할 일이 다. 앞서 살펴봤던 숀 탠의 『도착』에서는 주인공 남자가 낯선 땅에서 한 가정 의 초대를 받고 거의 처음으로 웃으며 행복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은 남 자가 혈혈단신 내던져진 그 땅에 깊이 뿌리내릴 힘이 되어준다. 훗날 남자의 가족들이 이민 온 후, 딸은 또 다른 이방인에게 친절을 베풀며 하나의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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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들어간다. 처음부터 하나의 집단으로 구성된 부족, 민족, 국가는 없다. 순 혈주의를 고집하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최후, 신 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조 선의 패망을 떠올려 본다면 폐쇄적 태도만을 견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낯선 이는 체제를 앞으로 이끌어나갈 활력이 되어주며, 그 활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기존 사람들의 환대와 관용이 필수적이다. 아 민 그레더의 <섬>에서 “그렇다면 모두 힘을 모아 함께 보살펴 주는 수밖에. 생 각해봐. 어쨌건 그는 우리와 함께 있게 되었어. 비록 우리 섬 사람이 아니라 해 도, 우리에게는 책임이 있어.”라는 어부의 말은, 우리가 직면한 상황과 책임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무조건적으로 이방인을 받아들이자는 말이 아니다. 그러기에는 슬프게 도 세상이 너무 험악해져 버렸다. 아이들에게 모르는 아저씨 아줌마가 도움을 청할 때 도와주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무조건 적으로 경계하지도 말자는 말이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하나의 잣대로만 상대 를 평가하지 말고, 뿌리내릴 충분한 시간을 주고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들어갈 수 있다면 최선이 아닐까.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중남미 이 민자들이 더 이상 몰려오지 못하게 벽을 쌓거나 기존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지만, 물리적으로 이방인을 완벽하게 배제하고 살아갈 수 있 는 사회는 없다. 이방인이라는 규정 자체도 모호하고 말이다. 피할 수 없다면 결국 가장 충돌이 적을 법한 방법을 찾아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어느 한 쪽만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입장도, 새로 진입하는 입장도 동등하게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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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 여행』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인 동시에, 온 갖 시각적 자극에 시달리는 일반인들 위한 책이기도 하다. 책은 온통 검은색 으로 이뤄져 있으며, 단순한 문장으로 색깔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면 빨간색을 표현할 때는 “딸기처럼 새콤하고 수박처럼 달콤해. 그런데 넘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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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에서 피가 날 때처럼 아픈 느낌이기도 해.”라는 문장에 흑백의 딸기 그림 이 그려져 있다. 시각적 자극이 제한되기 때문에 책을 온전히 읽으려면 읽고 보고 상상해야 한다. 상상력이란 가장 고차원적인 두뇌활동이다. 단지 쓰여지 지 않은 것을 구체화하거나, 공상이나 몽상에 빠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 니다.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세상의 색깔을 느끼기 위해서는 텍스트에 기반한 적극적 상상 행위가 필요한 것이다. 낯선 이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사 람이 이국에서 느끼는 감정, 본래 태어나고 자란 곳의 맥락, 문화, 배경을 적 극적으로 상상해볼 때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방인이 꼭 다른 곳 태생이며 다른 언어와 문화의 소유자를 지칭하는 것 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한 땅에 살고 있더라도 나이, 성별, 직업, 경제 적 지위, 출생지, 정치적 성향, 취향 등이 다른 사람은 서로 이방인과 같다. 결 국 우리 모두는 서로의 이방인일 수 밖에 없다. 그 모든 이방인을 배척하며 어 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서로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기에 더 아름다운 존재다. 영화 <클로저>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했던 대사 처럼 “Hello, Stranger.”라고 인사해 관계를 시작하는 순간, 삶에는 창문이 하 나 더 나는 것이다. 창 밖으로 해가 날지 비가 내릴지는 미리 알 수 없는 노릇 이지만 말이다. 사람은 예측 불가능하기에 ‘이방인’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렵다면, 대신 ‘ 낯섦’에 다가가보는 것이다. 한번도 하지 않았던, 보지 않았던, 알려 들지 않 았던 것에 가까이 가기를 반복하다 보면, 낯선 것에 좀더 관대해지는 여유와 용기가 자라날 것이다. 그조차 어렵다면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기’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일상적으로 보고 생각하던 대상을 확대/축소하거나 관점을 바꾸거나 재배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흥미와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이 다. 완결 없이 이어지는 산문 같은 인생에 시와 같은 빛나는 순간을 선사해주 는 것은 바로 그 ‘낯섦’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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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숀 탠 글/그림, 사계절 (‘08) 『달사람』, 토미 웅거러 글/그림, 비룡소 (‘98) 『섬』, 아민 그레더 글/그림, 보림 (‘09) 『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글/그림, 디자인하우스 (’02) 『나그네의 선물』,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그림, 풀빛 (‘03) 『여자아이의 왕국』,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창비 (‘11)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 여행』, 메네나 코틴 글/로사나 파리아 그림,고래이야기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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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내 삶의 작은 뜨락 이창희_ 도토리같은 사내아이의 엄마입니다. 글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매일매일 하루가 다르게 가게는 좋아지고, 손님도 많아지고, 거래처도 많아지고 있지만 남편과 나는 거의 하루걸러 서로 다투기가 일쑤다. 내가 무심히 던지는 말에 남편이 화를 내고 남편이 하는 말에 나도 화가 난다.

그도 막내고 나도 막내다. 오늘 친구가 '우린 모두 나름의 성에서 살던 공주였다'고 말했다. 남편도 '나름의 성에서 살던 왕자'였다.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나처럼 굴지 않았다. 그는 귀한 아들이었고 나도 귀한 딸이었다. 그는 나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으며 나도 그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가 없는 곳으로 멀리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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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 싶어졌다. 그도 아마 내가 없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리라.

나는 7시 반에 집으로 왔다. 아침에 두 번 세 번 닦아놓고 간 마룻바닥에 더러운 발자국이 가득하고 본 적 없는 아들의 친구가 거실을 어지럽히고 앉아 있다. 7시반이다. 나는 냉장고를 뒤져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껍질을 벗 기고 아들 친구의 손에 아이스크림을 쥐어준다. 엄마 걱정하신다. 어서 집에 가라. 하고 다정하게

말하지만 어서 녀석을 보내고 마룻바닥을 닦고 싶다. 아이친구가 돌아 간다. 아이를 샤워시키고 마룻바닥을 닦는다. 저녁을 무얼 먹어야 하나. 다행 히 밥이 있다. 다행히 어머님이 한통 가득 담아주신 물김치가 있다. 다행히 계란이 한판이나 있다. 부엌에 가서 계란 두개를 굽고 밥을 양푼이에 담고 열무김치를 가득 넣어 (어머님. 감사합니다) 씻고 나온 아이와 둘이서 밥을 먹는다.

화가 녹아 내린다. 슬픔도 어디론가 사라진다. 마음이 풀린다. 웃음이 나온다. 아이와 그 때부터 뒹군다.

9시에 아직도 화가 난 남편이 돌아온다. 소주 한병과 족발 한 팩이 검은 비닐봉지에 담겨 그를 따라 들어온다. 식탁위에 밥이 있다. 남편의 밥에는 양파와 김치를 볶아서 넣고 참기름도 모처럼 한 숟갈 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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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깨도 좀 많이 넣었다.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주라는 말을 누가 했던가)

남편은 반항한다. 맛없는 족발팩을 꺼내고 소주를 꺼낸다. 비벼놓은 밥을 입에 한 숟갈 넣어준다. 반항하는 척 하며 한 숟갈 받아 먹는다. 또 넣어준다. 앙탈을 부리며 또 받아먹는다. (이럴 때는 남편이 꼭 말 안 듣는 아들같아 머리를 한대 쥐어 박고 싶기 도 하다.) 세 번째 숟가락 까지 떠먹여 주자 그 때부턴 순순히 수저를 받아 자기 가 알아서 먹는다.

그에게서 떨어져 나온다. 아이와 나는 자러 가 버린다. 혼자 남은 그가 tv를 켜고 천천히 밥을 먹 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아침에 어제 밥 잘 먹었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정말 맛있었다. 고 그가 대답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밥을 먹고 나자 마음이 다 풀렸다고 했다. 하룻동안의 화가. 피곤이. 노여움이. 미움이 다 없어져 버렸다고 했다.

아침에는 양파와 두부뿐이지만 된장찌게를 끓이고 고등어를 구웠다. 새 밥이 그릇에 가득 담겼다. 아이에게는 양파를 많이 다져넣은 계란전 을 구워 밥위에 올려 주었다. 얼음이 든 물도 한 컵씩 준다. 밥을 먹는다. 밥이 보약이다. 밥이 어쩌면 그런 힘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화가 다 풀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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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한테도 밥을 해 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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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기억이 지워지기 전 조엘이 클레멘타인에서 마지막으로 속삭였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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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밖에 없는 텅텅 비어버린 과거. "니가 없는 곳은 기억나지 않아." 유학생 부부의 좌충우돌 성장기 레몬트리_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이들이라고 생각하는 유학생, 남편, 딸 바보 아빠

얼마 전이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아내가 내게 묻는다. "오빠, 오빠는 지금까지 오빠의 삶 중에서 언제 가장 행복했어?" 뜬금없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했다. "글쎄, 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한 것 같은데.."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는 나의 대답이 영 시원찮은 지 아내가 질문을 이 해시켜주려 한다. "아니, 그게 아니고, 살면서 추억처럼 생각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 런 때가 있잖아. 다시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그런 때 말이야. 나는 필리핀에서 잠시 있을 때가 참 평화롭고 좋았단 말이야. 지금도 가끔 생각 이 난다고." 다시 한참을 생각했다. 이번엔 더욱 진지하게. 내 삶도 그리 단조로운 삶은 아니었지 않은가. 20살부터 지금의 32살까지, 십 년이란 세월 동안 내 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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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때 아프리카로 떠나 일 년간 선교봉사활동을 했던 기억부터, 대 학생 때는 비영리단체의 학생회장 일을 한다고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함 께 일하고 매번 새로운 일들을 경험했던 일부터, 갑자기 학교 전공을 바꾸 었던 일까지, 그 후엔 장교로 복무한다고 열혈 청춘 20대 후반의 대부분을 군에서 보냈던 일, 그리고 아내를 만나고 미국으로 함께 유학을 나와, 생각 지도 않게 지금까지 이곳에 남아 박사공부를 하고 있는 일까지, 참 다이나 믹한 십 년이었다. 특히, 아프리카를 다녀오면서 내 삶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가 장 큰 변화는 남들 앞에서 서면 항상 쭈뼛하고 어쩔 줄 몰라 했던 내성적인 나의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다리가 후덜덜 떨리고, 발꼬락을 비트는 등 그 순간들이 부담스러웠지만 나중에는 이내 익숙해지고 즐길 수 있게까지 되었다. 또, 늘 음지에서 혼자 고민하기를 좋아했던 사람에서, 사람들과 대 화를 나누며 함께 공감하고 고민하는 모임이 훨씬 즐겁고 가치 있는 일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느덧 늘 주목 받기를 좋아하고, 늘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과 동료들과 있다가 외떨어진 군대에 가니, 고독한 순간들을 참기가 힘들었다. 무엇보다 밤이면, 내가 맡은 위치로 주변 동료들에게 함부로 대했던 부끄러 운 기억들이-그 당시에는 인지조차 하지 못했지만- 하나 하나 떠올라, 나라 는 사람의 내면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모든 기억들이, 내 삶의 크고 작은 변곡점들이, 내가 맛보았던 변화 들이 그 당시 내게는 너무도 컸었다.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하지만 아내를 만나고, 그 기억들은 내게서 다 사라졌다. 좋았던 기억 들, 부끄러웠던 기억들, 그리웠던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텅텅 빈 방처럼 내 마음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과거의 순간들을 추억해본 적이 없는 것 이다. 그 기점은 정확히 아내를 만난 이후부터였다. "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해. 정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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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답한다. "진짜 지금 어지간히 행복한가 보네. 나랑 지수 (딸) 때 문에?" 왜 나는 과거가 전혀 그립지 않을까. 아니, 이제 그것들은 마음 저 한편 안 쓰는 방으로 이동되어, 떠오르지 조차 않을까. 14개월이 되고 있는 우리 딸을 낳고 가장이 되어 어깨에 책임이 지어져 그럴까. 아니면 지금 다니고 있는 박사과정 이후 미래가 불안해서 그럴까. 아니다. 생각해보니, 아내를 만나고 우리는 항상 함께 해 왔다. 어떤 일 을 하든지 말이다. 무모하게 보이는 도전일지라도, 또는 사소한 일이라도 우리는 함께 계획하고 함께 이동하고, 함께 그 계획을 실행해왔다. 지금도 아침이면 함께 같은 대학교로 출근 및 등교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퇴 근도 항상 함께 한다. 이국만리 타향 땅에서 가족도 없이, 우린 늘 함께 하 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존재가 내 마음의 방을 채워가기 시작한 것 같다. 단지 결혼을 해서 우리가 한 몸이 된 것이 아니라, "함께"라는 기억 과 시간이 마음도 하나로 결합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과거의 어떤 기억도 떠오를 틈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루는 지수가 없고 아내가 없는 삶을 상상해 보았다. 나 홀로 있는 삶 말이다. 생각을 전개해보니,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내 마음을 채워줄 수가 없 었다. 아내와 지수 없이 내가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고, 사업을 하고, 정치를 하면 그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 다. 그 삶은 현재까지 텅텅 비어버린 슬픈 하루일 뿐이었다. 얼마 전 밤에 아내와 함께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 순수한 영혼의 영원한 햇빛)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케이트 윈슬릿 (클 레멘타인 역)과 짐 캐리 (조엘 역)이 주연한 영화로 2004년에 개봉되었는 데, 스물 살이 막 넘었던 그 당시에는 밤에 불을 끄고, 헤드폰을 끼고 혼자 적적하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십 년이 지나, 이번에는 소파에서 아내와 다 리를 포개고 보았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나와 아내의 만남이 꼭 영화 속의 주인공들의 인연과 같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영화 속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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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변치 않은, 속되게 표현하자면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다. 머무는 집도, 차도 허름하고 인생에 커다란 비전도 없다. 그저 하루 하루를 살아갈 뿐이 다. 그런 둘이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클레멘타인은 너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반면, 조엘은 소 심하고 매사 조심스러운 스타일로 둘은 성격 차이를 겪는다. 결국 둘은 헤 어지고,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싶어, 기억을 지워주는 시술소를 찾는 다. 기억을 지워주는 치료를 받는 도중, 조엘은 자신의 앞에서 사라지는 클 레멘타인의 기억을 보며, "제발 이 기억만은 남겨주세요.."라고 외쳐댄다.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의 손을 잡고 도망을 친다. 결국 그녀에 관한 기억 은 다 지워지고 말지만, 영화의 끝은 서로에 대한 기억이 지워진 둘이 다시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지금까지의 여정을 반추해보는 대목이 있었 다. 조엘과 클레멘타인, 이 둘은 누가 봐도 형편 없는 사람들인데, 서로가 서로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존재이다. 영원한 햇빛처럼, 서로의 존재만으 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그런 관계이다. 나와 아내가 그러하다는 생각 이 들었다. 아내와 결혼하고 지난 3년간, 수 없이 싸우면서 나는 내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고 이기적이며 가엾은 인생인지 자주 볼 수 있었다. 괜찮고, 잘난 줄 알았던 나는, 나 홀로는 불쌍한 인생일 뿐이었다. 아내 역시 마찬가 지이다. 그녀 스스로는 부족하고 모난 것이 참 많은 사람이다. 그러니까 둘 다 서로가 없으면 형편없고 볼품없이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데,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에게 영원한 햇빛이 되어주었다. 그것을 영화 속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삶을 통해서 비추어볼 수 있었다. 다른 공간은, 다른 시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애써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아내와 지수가 없었던 그것들은 더 이상 떠오르지가 않는다. 현 재 밖에 없는 텅텅 비어버린 과거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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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 your heart Look around you Change your heart It will astound you I need your lovin' Like the sunshine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된 이터널 션샤인의 OST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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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C Dance Project ( Dancer: Chase Finlay, Lauren Lov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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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움직임, 리듬 나의 무용담舞踊談 박유미_ 무용을 사랑하는 심리학자

첫 마음, A 정신병원

대학원에서 무용/동작심리치료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9년. 1 학기 생으로서 우리는 무용/동작심리치료 이론은 물론 심리치료, 정신병리, 진단 등 심리학 전반에 대한 공부도 필수 과목으로 이수해야 했다. 매주 읽 어야 할 자료, 제출해야 할 과제, 준비해야 할 발표 스케줄이 끝없이 밀려오 는 가운데 일주일이 가고 한 학기가 금방 지나갔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는 A 정신병원으로 임상 실습을 나가서 환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이 시간을 통해 정신병리를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 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실습은 대부분 폐쇄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들과 하루를 생활하는 것이 었는데, 그 시간 동안 온전히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랜 입 원 생활을 해야 할 정도로 만성인 환자들과 생전 처음 같은 공간에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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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보내는 것이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초심자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큰 마음의 부대낌 없이 잘 적응했던 것 같다. 오히려 실습 시간을 일 주일 중 가장 기다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사연 있는 환자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자든 사례 하나하나에 마음을 깊이 빼앗겼던 나는 내 삶과 지인 들의 삶을 담담하게 돌아보곤 하였다. 예를 들어, 가까운 이 중 누군가가 어 느 날 갑자기 조현병(예전에는 정신분열병이라고 명명되던 스키조프레니아 Schizophrenia) 환자가 된다면 난 어떨까?! 상상해보면서. 그 당시에는 스 스로에 대해 자만했었다. ‘그래, 당뇨병처럼 약 잘 챙겨먹으면서 평생 관리 만 잘해주면 된다잖아. 몸 아프면 병원 가고 약 챙겨먹듯이 마음 아픈 것도 마찬가지지. 심리치료 공부도 한 내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 어. 사랑하는 사람이 조현병 환자가 되더라도 나는 전혀 흔들림 없이 더 사 랑할거야!’ ‘자만’이라고 회고하는 것은, 그로부터 몇 년 후 가까운 이가 공황장애 를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을 때, 누구보다 더 당황하고 허둥댔기 때문이다. ‘정신질환과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아직 우리 사회엔 너무 많다.’고 늘 지적 해왔건만, 그러한 편견은 내 안에도 있었다. 또, 무용/동작치료사로서 온 몸 으로 공감하는 훈련을 한 덕분인지 내 몸 세포 하나하나까지 그 사람의 아 픔과 불안을 같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 치료사인 내가 차분하게 프로답 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자책하고, 그 동안 자신의 상태를 암시하며 도움을 청하던 농담 반 진담 반 말들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했던 것이 미 안하여 또 자책했다. 어찌됐든 처음 실습을 나갔던 A 정신병원에서의 시간을 떠올리면, 가 장 순수했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호기심 많고, 의욕에 차 있고, 심지어 다소 낭만적이기도 했던 나. 철컹!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저마다 다른 이야 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 속에서 그들과 하나가 되어있는 내가 있고, 그 렇게 잠시나마 ‘우리’였던 시간들. 첫 마음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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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탱해준 힘, B 정신과 세션

석사 2학기 때부터 시작하게 된 B 병원 정신과. A 병원에서의 임상 실 습 대부분이 관찰이었다면, B병원에서는 매주 한 시간씩 무용/동작치료 세 션을 직접 진행해야 했다. 어떤 음악을 가져가야 할까? 어떤 움직임들로 같 이 움직여야 할까? 오늘은 어떤 진단명의 환자들이 있을까? 훨씬 더 부담스 럽고 막막했다. 하지만, 결국엔 B병원에서 4년 가까이 실습을 한 것이 내게는 두고두 고 큰 힘이다. 하나의 일을 정기적으로 수년 동안 해낸 것에 대한 자긍심(참 고로 나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일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에 많은 어려 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매일 어떠한 분들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 채로 세션 을 시작하는 경험, 그 속에서 길러진 순발력과 창의력, 그리고 한 시간 동안 점점 표정이 편안하고 밝아지는 분들을 볼 때의 보람.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B병원 무 용/동작치료 세션을 진행해야 했던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힘이 되었다. 공 부도 일상도 정말 다 내려놓고 싶던 순간에도 차마 그만두지 못했고, 한 주 쉬는 것조차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밤을 꼬박 지새우고 눈물 젖은 마음으 로도 어떻게든 병원에 나가 내 자리를 지켰고,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힘든 마음의 사람들과 함께인 것에 위안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말보다는 음악 과 움직임으로 서로 교감하던 그 시간들이 더없이 큰 위로가 되고 지지가 되 었다. 그래서, 지금도 B병원을 지나갈 때면 마음이 뭉클하고 애틋해진다. 그 누구에게도 내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이 없고 그들 또한 나에게 자신의 이야 기를 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저 일주일 중 한 시간 음악에 맞추어 같이 춤 추던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하나로, 다소 어색하게 혹은 딱딱하게 굳 은 마음으로 시작했더라도 끝날 때에는 웃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던 같은 경험이 있다는 것 하나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애틋하다. 백마디 말보다 따뜻한 토닥거림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시시콜콜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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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고 그저 같이 시간을 보내주는 것만으로 힘이 될 때가 있다. 쉽고 빠 르게 해결되기 힘든 문제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더더욱 그러하다. 그들에 게는 어떻게든 견뎌내야 하는 시간, 흘려버려야 할 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선택지들 가운데 나는 ‘몸’과 ‘움직임’에 가장 높은 점 수를 준다. 내 ‘몸’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따라가주는 것. 나에게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을 수 있고 심지어 즐거워질 수 도 있는 ‘움직임’을 탐색해가는 것. 그거 하나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내 몸과 움직임에 리듬을 주면 어지럽던 일상에도 리듬 이 생긴다. 숨어있던 길이 떠오르기도 한다. 같은 리듬의 조력자가 나타나 기도 한다. 그 때부터는 그저 손 붙잡고 함께 춤추기만 하면 된다. 행복해도 되고, 사랑해도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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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C Dance Project ( Dancer: Ken Brower, Deborah 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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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의 의미 All the world’s a stage 김유란_ 장래희망 : 세계여행

분명 나는 9월호 기고문을 쓰고 있는데 이 더위가 계속되면 과연 가을 은 올까 싶은 날들의 연속이다. 지독하다. 뜨거움에 질린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모두에게 같은 여름이지만 누군가는 요즘 핫하다는 양양해변에 나가 서핑을 하면서 보내고,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나오는 에어컨에 감사하면서 보내며, 누군가는 전기요금 누진세가 무서워 선풍기 앞에 보낸다. 나는 자 취방에 에어컨이 없어 노트북을 이고 나와 카페에서 글을 쓰며 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어찌나 시원한지 옆에 놓인 음료는 따뜻한 홍차이다. 내가 TV드라마를 볼 때 재미를 느끼는 지점을 굳이 분리하자면 두 가 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지독하게 더운 이번 여름처럼 자극적이고 새로 운 소재, 또 다른 하나는 같은 소재라도 다르게 풀어내는 힘. 이 두 가지에 대해 고민한 건 꽤 옛날로 기억한다. 내가 엄청 감성적인 줄 알고 소설가를 꿈꾸던 10대 시절 나는 첫 소설은 세상에 본 적 없는 소재로 써내리라 다짐 했다. 내가 읽었던 소설책들과는 전혀 다른 소재를 찾겠다고 고민에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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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했으나 나의 상상력은 ‘어디서 본 듯한 것’에 머물러 있었다. 스스로의 상상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할 때 ‘아, 나는 재능이 없어.’라며 문학 작가의 꿈을 굉장히 단기간에 접었다. 아마 그 때 드라마를 좀 덜 보고 책을 더 많이 읽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꽤나 현명한 선택이었 다고 위로한다. 그리고 좀 더 자란 후 ‘어디서 본 듯한 것’도 어떻게 풀어내 느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방식의 재미가 더 나은 재미인가라는 작품에 대한 평가나 가치판 단이 내 관심사는 아니고, 나는 일단 재미있으면 된다. 요 근래 새로운 소재 에 열광하며 봤던 드라마는 송재정 작가의 작품들이다. “인현왕후의 남자 (2012)”나 “나인(2013)”은 시간여행을 드라마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작품 들이다. 시간여행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소재이지만 대중 드라마에서는 다루기 꽤나 까다로운 소재일 것 같다. 비현실적인 소재의 이 야기는 보통 2시간 정도는 지겹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나 영화는 드라마 보다 비현실적인 소재를 많이 다뤄왔기에 타임머신을 타고 1만년 전으로 이동해도 영화려니 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저녁시간 대 TV에서 16시간동안, 아니 “나인”은 20시간동안 시간여행 이야기를 본다면 어떨까. 지루하기도 하고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그래서인지 송재정 작가의 작품은 케이블에서 먼저 시작했다. “인현왕 후의 남자”는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시간여행을 한다. 역사 속 인물이 시간여행을 해서 과거가 바뀌면 실록의 내용이 바뀐다. 시간여행을 하기도 바빠 보이는 남자주인공은 그 와 중에 현재의 여자와 연애를 한다. 인현황 후 배역을 맡은 여배우와. 그리고 미래의 여자는 아이패드로 조선왕조실록 을 찾아보며 그 남자의 변화하는 기록에 따라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로맨스 드라마로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두 회에 한번은 과거 때문에 현재가 바뀌는 흥미진진함이 있었다. 시간여행이 드라마로도 충분히 재미 있다는 사실이 전작에서 증명되면서 “나인”은 그 다음 해에 엄청난 인기몰 이를 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하고 싶을 만큼 재미있게 본 드라마인데 글을 쓰려고 작품에 대해 다시 찾아보니 “나인”이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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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과 표절시비가 있단다. 논란이라도 ‘참신한 소재’라고 글을 쓰기 곤란한 부분이 생겨버렸다. 표절논란이 아쉬운 작품이지만 “나인”은 시간여행을 전면에 내세우고 20부작 드라마로 만들어도 시청자들이 쉬지 않고 긴장감 을 안고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재미있는 드라마는 모두 자기만의 풀어내는 힘이 있다. “인현왕후의 남자”나 “나인”도 풀어내는 힘이 없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 에도 요즘 유독 풀어내는 힘에 대해 생각한다. 특히 김영현 작가의 “육룡이 나르샤(2016)”의 영향이 컸다. 전국민이 아는 이성계, 이방원, 정도전으로 만든 드라마가 “용의 눈물(1998)”과도 다르고 당시 동시에 방영되던 “정도 전(2016)”과도 다르다.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 건국에 민중들의 바람이 개 입되었다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개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궁궐에서 회 의하는 장면보다 등장인물들이 시장이며 산을 뛰어다니는 장면이 많다. 그 리고 이방원에 집중한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익숙히 본 태종이 아니라 그냥 소년 이방원이 형제를 죽여서라도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이방원으로 변해가 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정몽주와 정도전을 죽이는 장면도 극 적이기는 하나 이방원의 인생에 하나의 사건 정도로 묘사되며, ‘왕자의 난’ 또한 역사적 의미보다는 권력지향적인 이방원의 선택과 그로 인해 그의 인 생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집중한다. 대본도 신선했지만, 이방원 역을 맡은 유아인은 그야말로 틀을 깨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 전에는 “공주의 남자(2011)”도 재미있게 봤다. 이 드라마는 이야기 의 설정부터 허구이다. 김종서의 아들과 수양대군의 딸의 사랑이야기로 한 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홍보했던 기억이 난다. 역사적으로는 그 둘의 나 이차이를 봤을 때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하는데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전개이다. 사실 퓨전사극의 로맨스라고 한다면 옷만 한복을 입고, 배경만 한옥에서 찍은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공주의 남자” 수줍음이 많고 담장너 머로 훔쳐볼 것 같은 고전 로맨스로 시작한다. 그러나 22부작 전체가 둘의 사랑에만 치중했다면 그냥 밋밋한 드라마로 남았겠지만 역사적 사건들을 계기로 변화하는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역사고증을 위한 정통사극과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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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다르다. 수양대군과 단종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아버지로서의 수양대군 과 왕이 되고자 하는 수양대군 사이의 갈등, 사촌지간이였을 수양대군의 딸 과 단종의 누나 경혜공주의 우정과 갈등이 드러난다. 갈등이 풀리기를 기대 하는 것은 바랄 수 없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고, 그러기에 더 비극적인 드라마였다. 이야기를 만들 때 참신한 소재를 탓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재미있는 사극을 볼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소재로 각 각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지겹도록 본 역사는 ‘ 만약’이라는 상상력의 옷을 입고 익숙하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드라마 를 즐겨보는 나에게 사극은 주력분야는 아니지만 요 근래 하나의 역사적 사 건을 다르게 풀어낸 드라마들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드라마를 보며 즐거움을 찾는 나의 일상은 새로움을 쫓아다니는 나의 본능의 발현인 듯하다. 그 새로움이 난생 처음 보는 새로운 무엇이든 늘 보 던 것을 뒤집어 보는 각도의 차이이든 일단 신선한 새로움이면 즐겁다. 지 독하게 더운 여름 회사에 매인 몸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나에게 난생 처음 보는 무언가를 찾아 다니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상당한 비용이 수반된다. 시 간도 돈도 부족한 나에게 좀더 효율적인 방법은 각도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터득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육룡이 나르샤”를 정주행하고 “ 뿌리깊은 나무(2011)”를 다시 보려고 했는데 재미있는 신작들이 한참 막 쏟 아져 나오는 시기이다. 즐거운 가을개편의 시즌. 일단은 난생 처음 보는 무 언가가 있는지 리모콘을 돌려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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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미북동부 BMW 투어와 시카고 코스타 집회 참여 이후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에 남긴 물튀김 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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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Do It Nike 나의 키 성이호성_World Bank @ D.C. 지구촌에 / 숨어있는 / 그런사람 / 찾아낸다

나이키 브랜드 슬로건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 세 단어 굳이 한글로 번역을 한다면 ‘그냥해라’ 아님 ‘하고봐라’ 정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싶은건 많은데, 정작 삶에 치여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

Why

6월말 한달 간 출장을 다녀오고 회사 회계연도가 끝나는 시기에 맞추 어 조금 이른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평소 자전거타는 것이 취미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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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지인들이 알지만, 내가 DC에서부터 보스턴까지 (거리로 약 511 mile, 822 km)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여름휴가를 보내겠다고 했을 때 가 장 많은 사람들이 내가 했던 질문은 “왜?” 였다.

Precedent

4년전 코넬 졸업을 앞두고 있던 현재와 Facebook 메신저 대화를 통 해 얼떨결에 Upstate New York Bike Tour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자전거 취미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4년전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동기 는 유학 몇 년 전 보았던 뉴욕시에 관한 다큐멘터리 때문이다. 400년 전 미 대륙과 유럽을 잇는 상업을 위한 작은 포구로 시작한 뉴욕이 미국의 최대 경제 중심지가 된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상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 록 만든 가장 중요한 인프라로 이리운하를 꼽는 학자들의 견해가 많다. 지 정학적으로 따지자면, 미국 대륙을 관통하는 미시시피강 하구에 자리잡은 뉴올리언스가 최대 상업 중심지, 경제수도가 되는게 자연스러울 일이다. 하 지만 이리운하는 미대평원의 풍부한 물자가 미시시피강 하구가 아닌 (지금 뉴올리언스 위치) 미시간호에 자리잡은 시카고에 모여 선박으로 오대호를 지나 이리운하와 허드슨강을 통해 뉴욕에 모이게 만들었다. 이렇게 이리운 하는 뉴욕이 미국 대륙의 대유럽수출 거점으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나는 고등학교시절까지 가장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과목이 국사(역사) 였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은 대학 첫 학기 인문지리학자 최영준 교수의 책 제목이자 강의 제목이었던 ‘국토와 민족생활사’를 통해 깨지게 되었다. 이 수업을 통해 나는 역사가 어떻게 내가 살아가는 곳의 사회,경제,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특히 기말고사 기간 개항기 인천의 외국인 거주 조계지역에 대한 부분은 도저히 책으로만 읽고 넘길 수 없어 다른 걸 다 재껴두고 인천으로 향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아마 이 때부터 책 혹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한 세상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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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자전거 탑승을 허용해준 기관사님과 내 자전거 그리고 Nike Presto GPX Green Glow Pixels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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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발로 찾아다니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다. 잘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난 더욱 신발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BMW

4년전 첫 장거리 자전거 여행은 이리운하를 바탕으로 한 뉴욕시와 뉴 욕주의 역사와 자연의 정취를 만끽하고자 했다면, 올 여름 자전거 여행은 DC부터 보스턴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 이었던 것 같다. 잦은 출장으로 평소 마음껏 타지 못한 자전거를 충분히 즐 기면서, 작년부터 서서히 시작한 신발 사진 찍기, 그리고 각 도시의 건축물 구경까지 겸할 수 있는 나에게는 완벽한 여행이었다. 여행을 떠난 시기가 워낙 더웠고, 장기 출장으로 오랫동안 운동을 못했던 이유 때문에도 모든 구간을 자전거로 가는건 무리 판단했다. 길지 않은 휴가 일정 때문에 자전 거만으로 이동할 경우 내가 머무르는 도시들을 충분치 즐기지 못할 것 같기 도해, 미 북동부 BMW (Bike Metro Walk) 투어를 떠났다. 자전거를 타면서 각 주 별로 자전거 도로 정책과 현황이 어떤지도 직접 체험할 수 있었고, 또한 각 지역의 철도 자전거 탑승 정책을 경험했다. 이 번 여행을 통해 얻은 작은 부수입 중 하나는 MARC, SEPTA, NJ Transit, MTA Metro North, T, Amtrak (내가 살아가고 있는DC지역의 WMATA 는 여행이후)의 자전거 정책을 찾아보고 왜 그럴지 생각 할 볼 기회가 였 다.

Action 첫째날 목사님 댁에서 늦게 잠들어 둘째날 볼티모어에 점심 때 도착했 다. 볼티모어 Inner Harbor의 유명식당인Phillips에서 점심을 먹으며, 당 일 예약한 숙소까지 오후 6시경 예정된 소나기를 피해 당도하기 위해서는 일부 구간은 MARC 기차를 이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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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다 찾아보니 기차는1시 25분 이후 4시간 뒤인 5시 30에나 있었 다. 자전거를 반드시 가져가야했던 터라 자전거 정책을 찾아보니, offpeak (출퇴근 시간 제외)에도 접이식 자전거만 허용한다고 적혀 있었다. 점 심을 먹고 있던 터라 기차역까지 갈지말지 잠시 고민 끝에 평일 낮이라 기 관사분께 잘 이야기 하면 자전거 탑승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먹던 점심을 싸들고 기차역으로 달려가서 표를 사고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기관 사 두명이 나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보스턴까지 가는 길에 일부 구간만 기차를 타려고 한다 점을 부각했고 다행이도 손님이 별로 없는 낮이라 승객들이 잘 안타는 곳으로 안내 받아서 자전거를 기차에 실을 수 있었다. 4년전 뉴욕 맨하튼 거주시절 New Jersey 친구집까지 자전거를 타 고 갔다가 NJ Transit의 자전거 정책에 따라 주말/공휴일 자전거 탑승이 불 가해 한번 크게 낭패를 보고, 내가 주선한 저녁 약속에 매우 늦었던 경험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기관사 아저씨의 배려로 이날 고생을 덜 하고, 예상 보다 일찍 숙소에 도착해서 비도 피할 수 있었다.

그런사람

미북동부 BMW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은, 각자의 자리에서 살 아가고 있는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냈다. 때로는 내 일에만 너무 매 몰되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고 살아 가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만났던 지인들의 고민은 개인의 부귀 영화만을 쫒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이라도 밝은 곳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 많았다. 이런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개인적으로는 심신의 회복과 긍정 적인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 초 정운이네 회사 4층에서 대화를 통해 ‘그런사람’이라는 이 월간 지의 이름이 지어졌다.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인 “성 이호성은 무슨 의미냐” 질문 만큼 요새는 “그런사람은 무슨 잡지냐” 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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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성을 많이 질문 받는다. 사실 나는 ‘그런사람’이 지금 정확히 규정되어져 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그런사람’이라는 이름이 많은 것 을 내포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가능성은 행동으로 지속적으로 만들어나 가고 바뀌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를 규정하는 것은 내가 생각해서 이루어진 것들이 아니라 내 가 행동으로 옮기고 쌓인것들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귀중한 여름 휴가를 딱 히 깊이있게 왜 자전거 여행으로 할지 고민하진 않았지만, 재미있을 것이라 는 생각과 행동으로 옮기는데 필요한 계획을 통해 여행을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나도 때로는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상상속에만 그치고 있는 것들이 많아 답답한데, 이번 여름휴가를 통해 다시금 실행의 중요성을 느꼈 다. 아직 찾잔속의 태풍 같이 미약한 움직임으로 느껴질 수 있는 ‘그런사람’ 의 꾸준함이 어떻게 성장하고 규정되어질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글의 기 고를 통해 나는 누구인지 그리고 ‘그런사람’을 함께 만들어가게 되어 즐겁 고 감사하다. 아직도 많은 질문에 대답은 할 수 없지만, 일단은 계속하고 봐 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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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4 시카고 나이키 매장에서 씌여진 문구, 또 풀이해 본다면 '열심히 살면서, 크게 꿈꾸라' 아닐까? 보통 계획을 먼저 세우고 실행으로 옮기는게 순리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 문구는 ‘항상 최선을 다하되, 끊임없이 상상하며 더욱 크게 꿈꾸라’로 다가온다 그냥 해야겠다 머릿속에 두지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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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Dance inachevee>, 1909, Matisse, Muse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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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의 접속 그리고 Seele 나의 서양미술 순례 황정운_1985년생. 7년차 직장인. 월간 그런사람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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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나는 공간과 음악의 이종교배를 시도한 적이 있다. 2010년부 터 서울시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도시갤러리프로젝트를 들여다보기 시작 한 뒤의 일이다. 나 자신이 서울시민임에도 서울에 대해 아는 것은 극히 드 물었고, 그래서 도시갤러리프로젝트 작품이 놓인 곳과 그 공간을 찾아가는 과정의 모든 공간이 새롭게 느껴졌는데 사실 서울이라는 공간 자체가 새롭 게 기억되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서울이 정말 아름다운 브랜 드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 일전에 언급했던 경희궁의 PRADA Transformer를 경험하 고 나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다른 것들의 교합이 클리셰의 공간을 아주 신선한 경험으로 바꿀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서울의 고궁을 다니며 그 고궁에 어울리는 서양 클래식 음악, 그것도 교향곡만을 골라 서로 매칭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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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되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심포니 meets 서 울” 이었다. 2012년 6월의 일이다. 프로젝트 시작으로 선택한 고궁은 종로 창덕궁이었는데 이 곳에 어울 리는 교향곡은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창덕궁은 경복궁과는 조금 다른 느 낌이다. 광화문 아래의 넓은 광장을 지나 압도적인 사이즈로 위압감을 주는 경복궁과 달리 창덕궁은 동선이 일직선에 놓여있지 않아 전체적인 규모가 한눈에 체감되지 않는다. 그나마의 규모도 넓은 후원에 가려 밖으로 뻗어나 가지 못하고 안으로 다시 수렴되는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생각한 연결고리 는 베토벤의 7번 교향곡이었다. 9번 교향곡의 타나토스를 경복궁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위압적으로 발산하지 않고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고야 마는 7번만의 아름다움이 창덕궁의 그것과 제법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그런데 조금은 의외였다. 1악장부터 4악장이 끝날 때까지 천천히 창덕 궁을 걸어 다녔는데, 처음 생각했던 심포니와 서울이 교접한다는 느낌이 전 혀 들지 않았다. 단지 서양과 조선의 간극만은 아니었다. 하나의 느낌, 하나 의 목표를 두고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요소를 잠시나마 붙여놨지만 손을 떼자 삽시간에 떨어져나가는 이질적인 느낌 그 자체였다. 들뢰즈의 생각처럼 잠시 그들은 서로에게 접속되어 있었 기는 했지만 결국 예술기계로 승화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베토벤의 7번 교 향곡은 창덕궁으로부터 생성된 것이 아니었다. 예술의 창조라는 필요에 의 해 서로에게 연결되었을 뿐 그들은 각자에게 타자였을 뿐이다. 타자끼리의 접속은 하나로 내재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 프로젝트를 더 이 상 계속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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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적으로 칸딘스키의 예술론을 신뢰하는 편이었다. 예술에서 심미감을 발현되기 위한 씨앗은 외부와의 접속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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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이미 작가가 그 작품에 심어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사유와 정신이 그 작품의 모든 방향을 이미 결정해 버린 것이며, 예술로서 의 작품은 작가와 작품과의 최초의 접속 때 이미 운명된 것이다. 예술작품 에 있어 타자란 작가라는 최초의 아담 한 명으로 충분했다.

“칸딘스키는 회화는 자연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의 사고, 감정, 진실, 즉 ‘내적 필연성’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살아있는 자 연의 모든 형태가 영혼을 가지고 있듯이 추상형태는 내적 필연성이라 는 영혼을 부여받으면서 존재의 권리를 갖게 된다” - 20세기 미술사, 김현화 지음, 한길아트 펴냄

​ 이런 생각에 보면 베토벤 교향곡과 창덕궁을 교배하려는 생각은 잘못 된 것이었다. 동양과 서양의 이질감 때문이 아니라 창덕궁이 전달하는 소리 로서의 예술은 창덕궁 내부에 이미 심어져 있어 거기에서부터 흘러나와야 하는데 나는 외부(타자)와의 접속을 통해 인위적으로 소통시키려 했던 것이 다. 그 생각은 작년 파리에 잠시 들릴 일이 있을 때 재확인할 수 있었다. 파 리에서의 가장 큰 기대 중 하나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마네의 올랭피아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환상적인 경험은 오르셰 에서가 아니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센 강을 걷다가 팔레 드 도쿄 바로 옆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에 들리게 되었다. 마침 관람요금도 무료여서 가방을 맡기고 전시되어 있는 작품을 보다가 어느 큰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북소리가 들려왔다. 행진곡에서 들릴법한 경쾌한 북소리가 아니라 타 이티의 이국적인 청년들이 늦은 밤 제식행사에서 울릴 법한 깊고 두려운 북 소리였다. 내 눈 앞에 놓인 건 마티스의 <La Dance inachevee>… inachevee라는 말 답게 색채가 희미하고 듬성듬성 구멍이 나 있는 미완성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생 뻬떼르부르끄의 완성작 <La Dance>에 근접한 거 대한 몸짓, 힘, 생명이 눈 앞 가득 펼쳐져 있었다. 마티스의 군상은 시각적 으로 표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역동성은 소리로 환원되었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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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자동적으로 소리로 환원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완성되지 않았지만 마 티스는 이 그림 안에 압도적인 생명과 힘을 시각, 청각, 촉각으로 그려 넣었 던 것이다. 외부의 다른 매체로부터의 접속과 도움은 필요 없었다. 침묵으 로 포효하는 군상이 마티스의 영혼이었고 북소리는 단순히 귀로만 들리진 않았다. ​춤이라도 출 일이었다. 그 작품은 복합적이면서도 대단히 순수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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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것은 결국 현대예술 앞에서 나의 한계를 다시 깨닫는 자기 고 백의 그것이다. 자기반성을 해보면, 타자와의 접속이 필요 없는 예술의 내 재성은 결국 예술의 순수성을 지향하는 나의 한계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직까지 현대예술은 다양한 매체의 조합을 통해 작가정신을 인위 적으로 구현하는 것이었고 여전히 그런 현대예술 앞에서 추의 감정을 숨길 수 없는 나의 감정을 재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현대예술에서의 다양한 시도들. 물성적으로 서로 다른 것들을 단순히 교합시켜놓으면서 이것은 무엇이다라고 뒤샹 식으로 명명하는 그것들에게 서 나는 솔직히 환멸을 느꼈다. 그들의 예술성은 작가와의 접속 순간에 내 재된 것이 아니라 타자, 다른 사물과의 접속 그 순간을 통해 생성되는 것이 기 때문에 영속적이지 못하고 일시적이며 또한 작가과 작품과 관객 모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얼마 전 서울역에서 열린 ASYAAF에서도 비슷 한 감정을 느꼈다. 젊은 작가들이기에 주제뿐만 아니라 표현의 소재와 방법 에 있어서도 대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작품에서는 Seele가 잘 보이지 않 았다. 동시에 그 부재는 현대예술과 나 사이의 현재 시점의 한계일 것이다. 마티스의 미완성 작품을 보며 느꼈던 희열도 거기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며, 창덕궁에서 들었던 교향곡은 그러한 관습을 깨보려고 했던 보기 좋은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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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을 뿐이다. ​​‘그러나 아직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나는 내 눈앞을 가득 메운 수화 선생의 그림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언제나처럼 하얗고 조용한 부 암동 환기미술관을 거닐고 있으면 캔버스가 복합적으로 발산하는 점과 색 과 선과 소리에 우두커니 압도당한다. 1970년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 랴>의 명멸하는 점들에서는 우주의 소리가 들린다. 우주의 냄새가 흘러나 온다. 1938년작 <론도>에서는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보인다. Chopin의 Polonaise라도 연주하는 것일까, 경쾌한 웃음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2층 을 가득 메운 거대한 거인들.. 이름도 없는 거인들이다. 사람의 조형이 아니 라 직선, 곡선, 청색, 적색, 흑색으로 그려진 그림들이지만 일련의 <Air and Sound> 작품은 정지한 채 호흡하고 소리 내는 거대한 군상들이었다. 그 힘 과 몸짓과 생명력은 파리에서 보았던 마티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뒤샹이기 보다는 마티스였다. 뒤샹과 마티스는 20세기 초 동시대인이었는데 Contemporary Art에 대해 믿고 생각하는 바가 그들을 전혀 다른 예술세계로 접속시켰다. 그 차 이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 나와 현대예술 사이의 간극도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지간히 두꺼운 종이 한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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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그런사람 2016년 9월호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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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및 발행 황정운

발행일 2016. 8. 31.

기고 문의 : 전자우편 aboutexpression@gmail.com 페이스북 /aboutexpression 블로그 marill00.blog.me

월간 그런사람은 : 월간 그런사람은 "i tell my stories with my ……” 를 슬로건으로 ‘나’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고민하고 표현하려는 그런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2016년 4월 창간한 월간 문화잡지입니다. 개인 기고자들의 글을 중심으로 매월 만들어집니다. 저희는 글 속에 투영되어 있는 사람의 흔적에 좀 더 다가가려 합니다. 나에 대한 성실하며 지속가능한 고민과 표현,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것뿐입니다.

* 본지는 한국도서잡지윤리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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