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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그런사람

2016.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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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누군가 너는 어떤 사람입니까 물었을 때 나는 그런사람 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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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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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재에 가니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다이어리 새 것 하나가 눈에 들 어옵니다. m사 다이어리인데 가격을 알아 보니 꽤 비싼 것이라 제 돈 주고 살 생각이 쉽게 들지 않을 법한, 그런 다이어리입니다. 저는 아내에게 물어 보았는데, 올해 봄 아이를 낳을 때 다녔던 산부인과에서 출산 기념으로 받 은 선물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것을 내가 내년에 쓸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 고 아내는 그러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그 다이어리의 포장을 채 뜯 지 못하였습니다.

한 해가 지나가며 올 해 내가 어떤 그림을 그렸나 생각해봅니다. 그 그림에 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첫 아이를 맞이하고 하는 다양한 것들이 있었지만 월간 그런사람을 펴내고 잡지로 만들고 또 온라인 미디어로 사람들과 만나 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처음 이 잡지를 구상했을 때, 저는 아내 와 함께 아까의 다이어리를 주었던 그 산부인과에서 주최한 어떤 소모임에 참석하던 차였습니다. 산모만을 위한 세션이 있었고 저를 포함한 남편들은 모두 산부인과 근처 카페로 잠시 피해있었습니다. 나중에서야 그곳이 융드 립커피로 유명한 카페임을 알았지만, 저는 케냐 피베리 커피 한 잔을 마시 며 최초로 나는 어떤사람인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무엇으로 나라 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다고 나의 언어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 그리고 그 생각으로부터 한 달 뒤 아이가 태 어났습니다.

아이는 고귀하고 바르게 자라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한 달 뒤면 새로 운 해가 시작됩니다. 정유년이 시작됩니다. 한 달 뒤 제가 다이어리에 적어 낼 서른 셋의 생각 역시 고귀하고 바른, 그런사람의 그것에 더 가까이 닿아 갈 수 있을까요. 2016년의 마지막, 12월을 앞두고 여덟 번째 <월간 그런사 람> 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보겠습니다. 발행인 황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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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ell my stories with m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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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길라임을 위한 추천 그림책 안개향의 그림책산책 / 안개향 현실과 이상 사이, Jump! 나의 무용담舞踊談 / 박유미 야유회 Connecting the dots / avec 12월 오래된 일기 / 황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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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길라임을 위한 추천 그림책 안개향의 그림책산책 안개향_ 두 아이의 엄마이자 번역기획가. 읽고 일하고 일궈갑니다

월간 그런사람은 2016년 ‘길라임을 위한 추천 그림책’으로 『모자를 보았 어』 등 추천 도서 10종을 선정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권력을 남용해 재산을 축적하고 국정을 농단한 것으로도 모자라 잘못을 전면 부인하고 심지어 무엇 이 잘못인지조차 모르는 길라임 씨를 위해 월간 그런사람은 친절히 이번 그림 책을 선정했습니다. 길라임 씨를 둘러싼 정계, 경제계, 언론계 측근들도 함께 읽으시기를 추천합니다. 특검 대비하느라 다른 여유와 시간이 있는지는 모르 겠으나, 읽는다 한들 깨우치는 바가 무엇 있을까 알 수 없으나, 미운 놈 떡 하 나 더 준다는 마음으로 추천 도서 10종을 보냅니다. 물론, 우리가 함께 읽을 때 더 큰 힘이 됩니다.

* 2016년 ‘길라임을 위한 추천 그림책’ 선정위원(가나다 순) 김주원(드라마 시크릿가든 출연자), 비아그라(고산병 치료제), 순Siri(순 수한 애플 음성인식 서비스), 오방낭(대통령 취임식 참석자), 우유(주사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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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웰트마이어(길라임 측근 소유 명마), 정유라(드라마 밀회 출연자), 촛불 (광화문 광장 집회 참여자), 최태민(드라마 밀회 출연자), 파울로 코엘료(우주 의 도움 최초 유포자)

1. 『빈 화분』, 데미 글/그림 : “정직하고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꽃을 사랑하는 핑이라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이 나라 임금님과 백성들 모 두 꽃을 사랑했습니다. 임금님은 꽃으로 후계자를 고르기로 결심하고, 나라 안 아이들을 모두 궁으로 불러 꽃씨를 나눠줍니다. 그리고 한 해 동안 가장 정 성스럽게 꽃씨를 가꾼 아이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했죠. 핑은 가장 예쁜 꽃 을 피울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쓰고 정성을 기울여도, 화분 에서는 싹이 돋지 않았습니다. 한 달, 두 달, 이윽고 한 해가 흘렀지만 핑은 꽃 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아름다운 꽃 화분을 들고 궁으로 향했지요. 핑의 아버지는 “네가 쏟은 정성을 임금님께 바쳐라.”라고 말씀하셨 습니다. 핑은 빈 화분을 끌어안고 궁으로 갔습니다. 어쩐 일인지 임금님은 아 름다운 꽃들을 살펴보며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핑에게 임금님은 왜 빈 화분을 가져왔냐고 물었죠. 핑은 울먹이며, 꼬박 한 해를 돌보았지만 아무 것도 나지 않아서 빈 화분을 자신의 정성이라 생각하고 가져왔다 말합니다. 임금님은 흡 족해 하며 핑을 후계자로 삼았습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나눠줬던 씨앗은 익힌 씨앗이라 꽃을 피울 수 없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거짓말을 한 것이죠. 임금님은 빈 화분에 진실을 담아 온 핑의 용기를 크게 칭찬했습니다. 길라임 씨에게 부족한 것 중 첫째를 꼽으라면 ‘정직함’을 들겠습니다. 합 리적인 의혹 제기에 대해 늘 괴담 유포라느니 엄벌에 처한다더니 으름장을 놓 더니, 이제는 드러나는 사실에 대해서도 계속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거짓은 거듭된 거짓을 낳고, 시간이 흐르면 거짓을 수습할 수 없는 단계에 이 릅니다. 단 한번만이라도 스스로에게, 측근들에게, 국민들에게 솔직해질 수 없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정직의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 유, 주사 아닌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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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글/ 제인 다이어 그 림 : “이 책으로 인성 교육 다시 받고 오세요.” “쿠키 한 입의 ~수업 시리즈”는 쿠키를 만들고 먹고 나누는 과정에 빗대 어 우리가 인생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개념들을 설명합니다. 특히 『쿠키 한 입 의 인생 수업』 에는 길라임 씨가 되새겨봐야 할 가치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공평하다는 건 이런 거야. “너 한 입, 나 한 입.” “너 크게 한 입, 나도 크게 한 입.” 불공평하다는 건 이런 거야. “너 한 입, 나머지는 다 내 것.” 정직하다는 건 이런 거야.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실은 그 쿠키, 나비가 가져간 게 아니라 제가 가져갔어요.” 용감하다는 건 이런 거야. “제가 쿠키를 가져갔다고 말씀 드리는 게 쉽진 않았어요. 그래도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사실대로 얘기한 거예요.”

정작 인성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정유 라, 드라마 밀회 출연자)

3. 『모자를 보았어』, 존 클라센 글/그림 : “혼자만 가지려 들지 마세요” 존 클라센 모자 3부작의 완결작입니다. 두 마리 거북이가 모자 한 개를 발 견하게 됩니다. 누가 가질까요? 둘 다 하나씩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모자를 못 본 척 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한 마리는 미련을 놓지 못하고 계속 모자를 흘 끔거립니다. 친구가 꾸벅꾸벅 조는 틈을 타 슬금슬금 모자 쪽으로 가지요. 하 지만 친구가 졸면서 ‘둘 다 모자가 있는 꿈’을 꾸고 있다고 하자, 거북이는 모 자를 포기하고 친구 곁으로 돌아와 함께 꿈을 꿉니다. 혼자만 행복하려고, 혼자만 가지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특히 국정을 살피는 사람이라면 국민 모두가 다같이 행복하도록, 골고루 나눠 주도록 고민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서로를 배려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입니다. (최태민, 드라마 밀회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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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 : “시크릿 가든의 문을 활짝 여세요.” 『모자를 보았어』와 유사한 맥락에서 추천합니다. 어느 날 애너벨 손에 들 어온 신기한 상자. 상자 안에는 떠도 떠도 떨어지지 않는 색실이 들어 있었습 니다. 애너벨은 가족, 온 마을 사람, 동물, 물건에까지 스웨터를 떠줬습니다. 흑백의 추운 도시에 어느덧 색색의 따뜻함이 깃들었죠. 하지만 먼 나라의 높 은 귀족이 이 상자를 탐냅니다. 애너벨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상자를 사려 하지만 애너벨은 단호히 거절하지요. 결국 귀족은 도둑을 매수해 상자를 훔쳐 갑니다. 기대에 부풀어 상자를 열었지만,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애너벨의 상자에서 아름다운 털실이 끝없이 나온 건, 애너벨이 그 실을 자기 하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 마을을 위해 썼기 때문입니다. 나 혼자만 보려고 부당하게 가져간 귀족은 결국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죠. 나만 행복 하고 나만 즐기려는 시크릿 가든은 이제 그만! 길라임 씨가 닫힌 문을 활짝 열 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합니다. (김주원, 시크릿 가든 출연자)

5. 『사자가 작아졌어!』, 정성훈 글/그림 : “진짜 사과를 배우세요.” 어느 날 초원의 왕 사자가 낮잠 자는 사이 몸집이 줄어듭니다. 개울을 건 너려던 사자는 몸집이 작아진 통에 물에 빠지고 맙니다. 근처에 있던 아기 가 젤이 사자를 구해주죠. 그런데 문제는, 어제 이 사자가 아기 가젤의 엄마를 잡 아 먹었다는 겁니다. 분노한 가젤은 사자를 다시 물에 빠뜨려 버리려 하죠. 사 자는 가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꽃도 선물해주고 노래도 불러 주고 털도 빗어주고 발도 닦아주고 이런저런 노력을 하지요. 하지만 엄마를 잃 은 슬픔이 그렇게 쉽게 달래질까요? 사자는 체념하고 자신을 잡아먹으라고 합 니다. 하지만 가젤은 사자를 잡아 먹을 수도 없고, 먹는다 한들 엄마 잃은 슬 픔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가젤이 눈물을 흘리자 사자는 가 젤의 얼굴로 올라가 눈물을 닦아주며 따스하게 안아줍니다. 그리고 “널 슬프 게 해서 미안해.”라고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을 건넸죠. 몇 마디 말로 풀어질 분노는 아니지만, 반성에 기초한 진심 어린 사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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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글/제인 다이어 그림,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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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가 됩니다. 첫 단추조차 제대로 잠그지 못하니 옷을 잘 여밀 수가 없습니다.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 같은’ 사과 말고, 진짜 사과 를 배울 수 있도록 이 책을 추천해 봅니다. (순Siri, 순수한 애플 음성인식 서비 스)

6. 『검은 점』, 왈리드 따히르 글/그림 : “우리는 지치지 않을 거예요.”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마을 한가운데 엄청나게 큰 검은 점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유성이나 밤하늘의 조각일까? 화가의 펜에서 떨어진 잉크일까? 아이들은 골똘히 생각하지만, 결국 검은 점이 무엇인지는 알아내지 못합니다. 놀이터가 없어져 화가 난 아이들은 검은 점을 어떻게 없앨지 궁리하게 되지요. 하지만 소리치고 바늘로 찌르고 물을 뿌려대도 검은 점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 다. 결국 아이들은 검은 점을 이용할 방법을 찾습니다. 여러 논의 끝에 술래잡 기의 기준점으로 삼지요. 검은 점이 놀이터를 꽉 차지한 통에, 다른 놀이는 못 하고 술래잡기만 겨우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들 중 미르완은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너무 화가 나서 뻥 찼더니 점이 아주 조금 부서져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이 상황에 익숙해져 버렸다며, 점 없애기에 동참하지 않습니다. 마르완 은 쉬지 않고 점을 부숩니다. 술래잡기가 지겨워진 아이들도 하나씩 동참하면 서, 결국 검은 점은 다섯 달 만에 부스러기가 되고 맙니다. 길라임 이하 이 상황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이용했던 사람들이 바로 이 검 은 점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검은 점의 정체를 모르던 사람들도 그 검은 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없앨지 고민하지 않고 이용해 먹으려고 듭니다. 그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그건 결국 우리 손해입니다. 검은 점이 뺏어가고 남은 아주 적은 몫을 나눠먹어야 하니까요. 검은 점을 부수려는 노 력이 바로 요즘의 백만 촛불이 아닐까요. 검은 점 하나 부수는 데 다섯 달 걸 렸으니, 우리에게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것입니다.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 불면 꺼진다고 말씀하신 분께 이 책을 추천 합니다. (촛불, 광화문 집회 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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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섭, 『감기 걸린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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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벨 미뇨스 마르티스 글/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 『아무도 지나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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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그림 : “입장 은 언제나 바뀔 수 있어요.” 치과 의사 비보 씨는 까다롭고 환자들에게 불친절한 데다가, 애완견 마르 셀을 너무 함부로 대합니다. 마르셀은 마음대로 짖지도 못하죠. 비보 씨는 마 르셀의 다리가 짧아 쫓아오기 힘들다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오직 흰 개털 이 자신의 파란 옷에 묻는 것만 신경 씁니다.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라고 규정하고 지지도나 신경 쓰던 길라임 씨와 비슷한 인물이니 깊은 동질감을 느 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날 이를 치료받은 할머니가 돈 대신 무화과 두 개 를 줍니다. 화가 난 비보 씨는 할머니를 내쫓죠. 하지만 이 무화과는 꿈을 실 제로 만들어 주는 마법의 무화과입니다. 한 개를 무심코 먹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비보 씨는, 원하는 대로 꿈을 꾸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합니다. 매일 부 자 꿈을 꾸게 되자 드디어 비보 씨는 무화과를 먹기로 결심합니다. 내일이면 제일 큰 부자가 되겠지요, 저 작고 볼품 없는 개 대신 크고 멋진 사냥개와 산 책을 나갈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런! 마르셀이 무화과를 먹어버리고 맙니다. 비보 씨는 잔뜩 화 가 난 채 잠이 들죠. 그런데 다음 날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내가 왜 침대 밑 에서 자고 있지? 왜 내 얼굴이 눈 앞에 있지? 왜 목소리가 안 나오고 개 짖는 소리만 나지? 마르셀이 무화과를 먹고 꿈을 꾼 덕에, 마르셀은 비보 씨가 비보 씨는 마르셀이 된 것입니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유쾌 통쾌한 책입니다만, 길라임 씨는 어떻 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위치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꿈은 헛된 것이라 는 깨달음을 주기에 좋은 책입니다. (오방낭,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

8. 『감기 걸린 물고기』, 박정섭 글/그림 : “헛소문도, 편가르기도 그만 두 세요.” 배고픈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 먹고 싶습니다. 그런데 색색의 작은 물고기들은 항상 무리를 지어 다닙니다. 너무 커서 공격할 수가 없죠. 그 러자 배고픈 물고기는 헛소문을 내기 시작합니다. “얘들아~ 빨간 물고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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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렸대. 감기 걸리면 열이 펄펄 나잖아. 그래서 빨간 거야! 그런 것도 몰랐어?” 라고 말입니다. 작은 물고기 무리 내에서는 분열이 생기죠. 같은 색 끼리만 뭉치고 빨간 물고기는 무리에서 내쫓습니다. 배고픈 물고기는 손쉽게 빨간 물고기들을 잡아 먹습니다. 이후 똑 같은 방식으로 소문을 내 노랑, 파랑 물고기들을 잡아 먹습니다. 마지막 남은 검정, 회색 물고기는 서로를 탓하며 싸웁니다. 그렇게 싸우다 보니 결국 모두가 배고픈 물고기에게 잡아 먹히고 말 죠. 하지만 마지막에 큰 물고기가 재채기하는 바람에 다행히 모두가 빠져나옵 니다. 진짜 감기에 걸린 건 바로 배고픈 물고기였습니다. 작은 물고기 무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싸움은, 길라임 씨 패거리가 모든 논란을 종북 좌파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것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한 쪽은 “소 문은 누가 내는 거지? 믿어도 되는 거야?”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다른 한 쪽에 서는 “감기 걸린 물고기 편드는 거야? 너희들 의심스러워. 우리 목숨이 달렸 는데…….”라고 하죠. 이렇게 되어서는 생산적인 논의가 불가능해집니다. 위 기 속에서 늘 구사했던 전략, 이제는 그만 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추 천합니다. 이 책 읽은 5살짜리도 이미 다 알게 되었으니까요. (비아그라, 고산 병 치료제)

9. 『꼬마 임금님의 전쟁 놀이』, 미헬 스트라이히 글/그림 : “숨지 말고 당 당히 나오세요.” 조그만 나라의 꼬마 임금님은 늘 화가 나 있습니다. 조그만 나라의 왕인 게 싫었던 거지요. 큰 나라를 다스리는 유명한 왕이 되고 싶다는 말에, 신하들 은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라고 왕을 부추깁니다. 꼬마 임금님은 이웃나라 키 다리 임금님과 전쟁하기로 마음 먹고 전쟁 준비에 돌입합니다. 병사들을 훈련 하고 엄청나게 많은 무기도 사들였죠. 그런데 막상 전쟁이 시작되니 아무리 찾 아도 꼬마 임금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웃 나라 군인들도 키다리 임금님을 찾 아 나섰지만, 어디에도 없습니다. 군인들은 “왜 우리가 임금님을 대신해서 싸 우는 거지?”라며 투덜댑니다. 마침내 한 군인이 꼬마 임금님을 찾아냈습니다. 뭘 하고 계셨냐고요? 관저에서, 아니 왕궁에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며 편히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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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었지요. “우리는 목숨 걸고 싸우는데 한가하게 차나 마시고 있다니!”라며 군인들의 분노가 폭발합니다. 이웃 나라 키다리 임금님도 군인들에게 끌려 나 왔습니다. 군인들은 두 임금님에게 총을 주며 군인들이 싸우듯 둘이서 싸워보 라고 합니다. 두 임금님은 무서워서 벌벌 떨기만 합니다. 임금님이 겁쟁이라 는 사실을 알게 된 군인들은 실망해서 집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꼬마 임금 님은 여전히 조그만 나라의 왕이라는 사실 때문에 심통이 나 있었습니다. 그 런데 아세요? 이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일상을 견디고 나라가 실제 돌아가도록 만드는 건 다름아닌 국민입니다. 우아하게 관저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닌, 실제로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회사 에 가고 아이를 돌보고 허겁지겁 밥을 먹고 지친 몸으로 돌아와 맥주 한 잔으 로 시름을 달래며 내일을 준비하는 평범한 우리들 말입니다. 숨어 있는 자는 지도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잘 해도 못 해도 맨 앞에 나서는 것이 지도자의 덕 목입니다. 그 덕목을 깨우치기에 적합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파울로 코엘료, 우주의 도움 최초 유포자)

10. 『아무도 지나가지 마!』, 이자벨 미뇨스 마르티스 글/베르나르두 카르 발류 그림 : “숨지 말고 당당히 나오세요.” 주인공이 되고 싶은 장군이 있습니다. 자기가 제일 먼저 지나가면 주인공 이 될 거라는 생각에, 아무도 지나가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지요. 명령을 받은 부하는 책 한 가운데서 아무도 지나가지 못하게 막습니다. 사람들이 이유를 묻 자, 이 책은 장군님 책이라 오른쪽을 비워둬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오죠. 사람 들은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책 왼쪽에는 오른쪽으로 건너가야 하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때,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공 하나가 오른쪽으로 통통 굴 러갑니다. 아이들이 공을 잡으러 뛰어가자 뒤에 있던 사람들도 부하를 제치고 건너갑니다. 장군의 명령은 무시되죠. 화가 난 장군은 계속해서 자신이 이야 기의 주인공이라고 우기지만, 등장인물들은 들은 체 만 체입니다. 62명의 등 장인물들이 각자 사연을 가진 주인공이니까요. 같은 말로서, 저런 장군을 태운 동료 말이 불쌍할 따름입니다. 하긴 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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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별 다를 바가 없지요. 부당한 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협박 하고, 사람들에게 모두 외면당한 뒤에도 잘못을 뉘우칠 줄 모릅니다. 독선적 인 명령에 항거하는 유쾌한 에너지가 인상적인 책입니다. 부디 우리 둘 다 다 음 번에는 더 멋진 주인을 만나기를 기원하며, 이 나라의 권력자들에게 이 책 을 추천합니다. (웰트마이어, 길라임 측근 소유 명마) /

『빈 화분』, 데미 글/그림, 사계절 (‘06)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글/제인 다이어 그림, 책읽는곰(‘08) 『모자를 보았어』, 존 클라센 글/그림, 시공주니어(‘16)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맥 버넷 글/존 클라센 그림, 홍연미(’13) 『사자가 작아졌어!』, 정성훈 글/그림, 비룡소(‘15) 『검은 점』, 왈리드 따히르 글/그림, 여유당(‘12)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그림, 미래아이(‘03) 『감기 걸린 물고기』, 박정섭 글/그림, 사계절(‘16) 『꼬마 임금님의 전쟁놀이』, 미헬 스트라이히, 풀빛(‘14) 『아무도 지나가지 마!』, 이자벨 미뇨스 마르티스 글/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 비룡 소(‘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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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C DANCE PROJECT. Dancer: Daniil Sim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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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 사이, Jump! 나의 무용담舞踊談 박유미_ 무용을 사랑하는 심리학자

이상理想 1. 생각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 2. <철학>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상태. 절대적인 지성이나 감정 의 최고 형태로 실현 가능한 상대적 이상과 도달 불가능한 절대적 이상으로 구별할 수 있다. [네이버 사전]

이상理想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상태이며, 인생의 길이 어 두워질 때 바라보며 따라갈 수 있는 북극성이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울 때 ‘ 그래, 그래도 결국에 다다르고 싶은 곳이 있지.’ ‘내가 진짜 원하는 나의 모 습은 이거야.’ ‘우리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이런 관계지’ 하는 이상 향이 있다는 것은 목표이자 위안이며 또한 희망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상에만 몰입해서 현실을 직시하는 눈마저 흐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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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이상은 독이 된다. 이상 때문에 현실의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지 금 여기 내 곁에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관계, 자산, 건강, 그리고 나 자신까 지.

그럴 때 이상理想은 이상異常이 된다.

이상異常 1. 정상적인 상태와 다름. 2.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름. [네이버 사전]

현실도 이상異常의 상태가 된다. 북극성의 빛은 흐려져 더 이상 방향 을 알려주지 못하고, 어둑어둑하던 길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고, 정 돈되어있던 집에는 먼지가 쌓인다. 곁을 지키던 이들도 지쳐서 혹은 실망해 서 혹은 상처받고 외로워져서, 떠난다. 그러니, 우리는 냉정하고 냉철하게 현실적으로 살아야겠다. 꿈도 꾸지 말고, 상상도 하지 말고, 하늘은 쳐다보지도 않고, 현실에 만족하며, 지금 가 진 것이나마 잃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면서,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는 것에 연연해하며 그렇게 살아야겠다. 그렇게 살아도 현실은 이상異常의 상태가 된다. 일상이 서걱거리고 관 계는 스산해지며 나는 차디찬 얼음장이 된다. 무엇에도 감동하지 않으며 ‘ 다 의미없다.’만 중얼거리는, 살아있으되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상태가 된 다. 그래서, 현실에서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뛰어오르는 점프(jump)가 필 요하다. 무작정 나를 공중으로 내던져 다치게 되는 점프가 아니라, 제대로 된 뛰어오름을 연습해야 한다. 현실이라는 바닥(floor)을 발바닥으로 온전 히 느끼며 서있을 줄도 알아야 하고,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 충분히 무릎을 구부려(plie) 준비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가볍게 날아오른 후에는 몸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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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을 잃지 않아야 하며, 온 몸이 공중에 떠있는 그 짧고도 가벼운 순간 의 짜릿함을 즐길 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순간이 어떠한 도구에도 의존하지 않고 인간의 몸 하나만으로 맛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공간과 시 간이며 그래서 더 황홀하고 아름답다. 공중에서의 황홀함을 충분히 맛보았 다면, 바닥으로 착지할 때 다시 충분히 무릎을 구부려(plie) 부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법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번의 잘된 점프로 만족하거나 한번의 잘못된 점프로 좌절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뛰어오르고 바닥으로 내려오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때 제대로 점프(jump)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은 이상으로 현실은 현실로 구분할 줄 알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반복되는 뛰어오름 과 내려옴을 즐길 줄 안다면, 삶은 더 재미있어지리라. 태어나 처음으로 트 램펄린(trampoline)을 타본 어린 아이처럼 마냥 행복한 그 뛰어오름을 멈 추지 못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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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회 Connecting the dots / avec avec_ 공대언니의 세상읽기

약 열 학번 가까이 차이 나는 대학 후배를 우연히 알게 되어 학교에서 만나 식사를 했었다. 대학시절 항상 학교에는 당 시대의 문제점, 학사 운영의 부조리함, 교수/교 직원의 행태 등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붙어있었다. 대자보를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한 우 리세대는 사안이 심각한 경우엔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지 6년차 인 나는 요즘은 어떤 내용의 대자보가 붙는지 궁금했다. “수야, 요즘 학교에서 가장 이슈는 뭐야?” “언니, 요즘은 페미니즘이 가장 이슈에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대답이었는데, 나에게 크게 와닿지 않던 분야여 서 짐짓 놀랬다. 후배의 대답을 듣고 난 후, 나는 왜 페미니즘에 대해 공론화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남자여서 여자여서가 아닌 동등한 개 인으로 평가 받고 기회를 얻고 싶었는데, 그 생각의 출발점은 페미니즘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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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왜 난 페미니즘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과 거리낌이 있었을까? 내가 자라온 80년대생들의 세대와, 90년대 급속 경제 성장과 밀레니엄을 맞이하던 세대간에도 유의미한 차이들이 존재했던 것 같다. 나는 흔히 말하는 가 방 끈이 짧은 부모님 밑에서, 여자가 공부 많이 하면 시집 못 간다며 무의식적으 로 남녀차별을 겪으며 자라났다. 하지만 친 오빠보다 더 학업이 뛰어났고, 부모 님의 성격을 닮아 부모님과의 대화에도 무리 없이 어울리며 참여했다. 아버지와 성격이 비슷해서 아버지와 사회, 경제, 문화, 역사 등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누었 고 아버지의 통찰력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부모님은 나를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 는 개인으로 키우셨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고, 사고 싶 은 것이 있으면 다른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으니까 라는 이유가 아닌 왜 그 물건 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득이 필요했다. 나는 내가 독립적이고 동등한 대우를 받으 며 자랐다고 느꼈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보고 나니 나도 ‘여자라면 이래야지’ 하 는 선입관과 여성성을 강요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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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아직도 생각하면 실망스럽다. 아마 내가 가장 좋아하고 부서 내에서 존경하던 거의 유일한 상사였기에, 실망감도 컸던 것 같다. 이 부장 님은 매우 젠틀하시다. 질문을 하면, 으레 윽박부터 지르는 다른 상사들과 는 달리 최대한 내 시선에서 설명해 주려고 노력해 주신다. 설사 본인이 확 실치 않은 내용이라도 있으시면, 최대한 정보를 찾고 어디에서 정보를 찾으 면 정확한 자료가 나올 것이라고 일러 주시는 분이시다. 항상 샤넬 향수를 뿌리시는 이 부장님을, 내가 입사했을 시절엔 차장님이셔서 더 친근하기도 했다. 가장 좋아했다. 꼭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 이 부장님은 절대 다 른 사람들 앞에서 함께 일하는 부하 직원들을 나무라지 않으신다. 옳건 틀 렸건 일단 같은 팀원을 지지해주고 옹호해 주신 후에, 나중에 따로 불러 부 하 직원이 어디가 틀렸는지, 어디가 부족했는지 일러주시곤 하셨다. 배려심 이 깊고 참으로 사람을 잘 다루는 관리자라고 생각했었다. 이 일화는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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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야유회에서 생긴 이 부장님과 관련된 일화다. 회사 야유회에 여자 후배 한 명이 오지 않았다. 그 후배를 데리고 일하 시는 친한 부장님께 누구누구는 왜 안 왔어요? 물으니 시아버지 생신이셔 서 시댁행사가 있어서 못 왔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그래서 회사에서 여자를 안 뽑는거야. 라는 코멘트를 그 후배에게 하셨다며 불필요한 코멘트를 자랑 스럽게 말씀하신다. 신랑은 우리 부서 출신으로, 최근 옆 회사로 전출간 선배다. 난 듣자 마 자 생글 생글 웃으며 콧소리도 섞어가며 "어머~부장님 그거 너무 성차별적 인 발언인데요. 남자들한테 그래서 어디 대학 출신을 안 뽑는거야. 이런 말 안 하잖아요~ 뭐에요 너무해요~ 걔보다도 회사 사정 뻔히 잘 아는 신랑이 가족 행사를 그렇게 잡은 게 더 별로구만.." 하니 "내가 남의 신랑까지 어찌 컨트롤 해" 하시며 그냥 살그머니 자리를 피하신다. 그 후배는 매년 업무 시험에서 일등을 하고 전년도 고과는 최상위를 받았으며 사원/대리급 중에서 최고 스펙을 자랑한다. 회사에서는 영어 실 력과 학벌, 전공 기준으로 신입사원을 뽑아왔었다. 그녀는 외국인과의 업무 가 많아서 영어가 최고 스펙으로 치부 받는 환경에서 미국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 대학 재학 중 고대로 편입한 실력자였다. 학벌이 중요한 채용 요소 인 회사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우리부서 최고학벌의 엘리트이기도 했다. 현재 업무도 연차에 비해 최고 난이도의 과장급 이상의 업무를 수행 중 이며 부장님 스스로도 솔직히 걔가 뭘 해서 가져오면 항상 맘에 쏙 든다고 술자리에서 종종 말씀하시곤 하셨었다. 업무 능력과 별개로 야유회 빠졌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여자를 안 뽑는 다는게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건지 집에 오는 두 시간 내내 고민해도 이해 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 같은 양의 이익을 가지고 오는 여자 하나를 멍청하고 말 잘 듣는 남자 여러 명으로 대체하겠다는 이런 비효율적인 발상 은 팀원 한 명 한 명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 이 업계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거지? 하는 질문으로 머릿속이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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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본인들 스스로가 우리의 역할은 기쁨조 그 이상 이하도 아님을 증 명해 버리는 발언이었고 나의 논리적 접근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시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시며 혀를 차셨다.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는 성차별 과 성추행, 성희롱적 발언들에 무감각해지는 모습이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온갖 성차별 성희롱 성추행과 기본적인 안전에 대한 보장이 없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우리에게 "여자가 다니기 진짜 좋은 회사" 라고 말하는 동료 또래 남자 직원들과, 회사 로비에 붙어있는 여성가족부에서 인증한 "가족친화기 업" 인증은 날 더 절망하게 했다. 그 날 나는 기쁨조가 되어 여자 후배와 팔씨름 해서 백화점 상품권을 타왔다. 전 부서원이 참여하던 게임에서 여 후배와 나만 남은 상황에서, 생존자 가 남자 두 명 이었어도 팔씨름을 시켰을까? 올해는 여자 씨름, 여자들 닭 싸움 등을 시키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쓰다듬어야 했을까? 그래서 난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구두를 신고 향수를 뿌리고 활 짝 웃어가며 "여자" 가 있음을 어필하며 업무는 남들에게 욕먹지 않을 만큼 만 하며 게을리했다. 그게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바임을 입사 몇 개월 만 에 간파했으니까. 이제 내가 점점 늙어가고 점점 안 예뻐지면 나는 업무 역 량과 관계없이 조직에서 필요 없는 구성원이 되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응 되어가는 듯 하다가도 적응하는 내 모습이 참 무서웠다. 애초에 잘못된 환경과 잘못된 조직을 선택한 내 잘못을 탓하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다짐하며 그렇게 나는 회사를 떠났다. 내 딸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렇게 나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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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오래된 일기 황정운_ 1985년생. 7년차 직장인. 월간 그런사람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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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호성이 대학원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제 둘 다 사회인이 될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성이는 대학 동 아리에서 만나 닮은 구석 없이 지금껏 좋은 친구가 되어 많은 이야기를 나 눈다. 괴짜 건축학과 학생인 이 친구를 만나며 느낀게 있다면 디자인이나 건 축학이나 광고나 이러한 것들이 산업의 차이만 있을뿐 결국 크리에이티브 한 장르라는 것이다. 그럼 크리에이티브한게 뭘까 고민을 해봤다. 유근이처 럼 천재적인 번뜩임? 그런것 보다는 아닌것들을 묶어서 있게 만드는 것, 없 었던 것들을 있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제품도 다른 디자인을 만나면 전혀 다른 메시지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 도시도 마 찬가지였다. 죽어가던 도시를 재생하였을 때 도시는 스스로 말을 건다, 그 것 역시 하나의 유기체임을. 때문에 내가 하고 싶었으나 여러 이유로 손을 놓아야 했던 디자인, 건 축, 광고는 말하여지지 않는 애정이 내 안에 있었다. 글 쓰는 것은 어떠한 가? 중학교 때 아빠는 나를 세워놓고 글써서 대학가는 거 아니면 공부를 하 라고 이야기하셨다. 문자를 열거하고 글을 쓰는 것 역시 내가 하고싶으나 깊게 천착할 수 없음을 나는 잘 안다. 해서 나 대신 그 꿈을 걷는 젊은이들 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 정들었던 교정을 떠나 사회로 나아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안타까운 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남의 꿈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지 희를 보며 평론의 꿈을 엿보고, 보람이를 보며 광고의 꿈을 꾸고, 호성이와 대화하며 건축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내게 남은 건 무엇인가? 그걸 찾아내는 것이 대학생활이었던 것 같다. 졸업을 앞두고 지난 몇 년을 돌아 보니 나는 어렴풋이 내 나름대로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겨울이 되었고 오랫만에 얼굴 볼 이들이 많을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길을 열심히 걷는다. 생각보다 우리들은 잘 이겨내고 잘 웃는, 그런 사람들이다. / - 200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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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그런사람 2016년 12월호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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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및 발행 황정운

발행일 2016. 11. 30.

기고 문의 : 전자우편 aboutexpression@gmail.com 페이스북 /aboutexpression 블로그 marill00.blog.me

월간 그런사람은 : 월간 그런사람은 "i tell my stories with my ……” 를 슬로건으로 ‘나’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고민하고 표현하려는 그런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2016년 4월 창간한 월간 문화잡지입니다. 개인 기고자들의 글을 중심으로 매월 만들어집니다. 저희는 글 속에 투영되어 있는 사람의 흔적에 좀 더 다가가려 합니다. 나에 대한 성실하며 지속가능한 고민과 표현,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것뿐입니다.

* 본지는 한국도서잡지윤리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2016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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