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ft.magazine_vol14_CineStill Film 800 Tung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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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4 CINESTIL 800Tungsten



PC에서 전체화면으로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CONTENTS

01. 박영이 @maybe_san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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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박순렬 @4rest_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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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노애경 @ella__gert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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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김태홍 @2ivory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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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김세기 @dandan.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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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김건아 @guna_ill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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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youngi 박영이 @maybe_sanso


박영이 @maybe_sanso

Canon EOS5 / 제주도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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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maybe_sanso

Canon EOS5 / 제주도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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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maybe_sanso

Canon EOS5 / 제주도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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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maybe_sanso

두근두근 첫사랑이 떠오르는 음악이라는 주제로 채 워진 음악 리스트들을 재생시켜두곤고 글을 적기 시 작합니다. ‘영화’라는 타이틀의 글 소재라니 그 단어 만으로도 저는 가슴이 콩닥콩닥 설렙니다.

제 인생에서 영화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있을까요. 누군가가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세상 심각한 표 정으로 고민을 시작합니다. 그러곤 아주 장황하게 그 리고 아주 많은 수의 영화들의 설명을 늘어놓습니다. 네 저는 인생 영화를 고를 수도 없습니다.

이 영화는 이런 면이 좋고 저 영화는 저래서 좋은 걸 어떻게 하나를 꼽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그래도 한 번 지금 생각나는 것 두 가지만 딱 적어볼까요? 저의 영화 인생 이야기는 다소 따분할지도 모를 테니까요 사실 이 목록들을 적어 내려가면서도 전 생각 할 겁 니다. 아 그 영화도 있는데 아 너무 유명한 것들로만 채운 건가라고 또 다른 리스트들을 아쉬워할게. 분명 할 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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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5 / 제주도 서귀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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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maybe_sanso

먼저 이렇게 조금씩 여름이 찾아오면 여름방학의 느 낌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에 작은 떨림을 느 끼게 해주는 영화 ‘ 워터보이즈 ’ 뭐랄까요? 시원한 나 무 거실에서 수박 먹으며 보고 싶은 영화랄까요. 성인 이 되었지만, 여전히 여름방학이 기다려지는 것만 같 고 그때의 제가 생각나게 해줍니다.

두 번째. 콜미바이유어네임, 내가 사랑하는 필름으로 찍어간 그 감성에 그 시절에 내가 겪을 수 있는 사랑 의 감정에 대해서 정말 이만큼 세세해도 될 만큼 묘 사해냄에 절로 눈을 감으며 지어낼 수 있는 그 미소 가 스며드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저처럼 바로 크레마라는 마을로 가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필 름을 사랑하는 우리 구독자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러 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매미 소리가 들리는, 필름 색감이 더더욱 빛을 발하 는 그 계절, 여름이 오기 직전 영화용 필름이라고 불 리는 씨네 스틸로 매거진을 채워나갈 사진들을 찍었 습니다. 설렘이라는 단어로 제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 들고 저의 여행을 결정지었던 영화라는 존재 이번엔 제주의 진짜 일상을 영화 같은 순간으로 만들어보았 습니다.

이 글을 보는 모두가 영화 같은 일상을 담은 제 필름 으로 가슴이 뛰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Canon EOS5 / 제주도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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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maybe_sanso

Canon EOS5 / 제주도 이도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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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maybe_sanso

Canon EOS5 / 제주도 서귀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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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oonyeol 박순렬 @4rest_graphy


박순렬 @4rest_graphy

Hasselblad 503 CXI / 광주광역시 동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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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4rest_graphy

Hasselblad 503 CXI / 광주광역시 운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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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4rest_graphy

Nikon F3 / 광주광역시 두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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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4rest_graphy

살다 보면 안 좋은 날도 있지, 걱정하지 마. 오늘도 행복하게 해줄게. 인사이드아웃

인간이 가진 각각의 감정을 창의적으로 캐릭터화 시 킨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온 대사이다. 이 대사가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다. 살아오며 매사에 다짐 아닌 다짐을 하는 것이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이다.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매 순간 실수를 하고 또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럴 수도 있 다며 나 자신에게 관대하게 대했고, 지금의 나는 큰 스트레스 없이 되도록이면 화내지 않고 지낼 수 있게 해주었다. 아니 솔직히 화도 나고 스트레스도 받고 있 다. 하지만 금방 풀어버리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통하 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언제나 좋을 수는 없다. 힘들 때도, 슬플 때도 그리고 아무 감정 없는 일상이 반복되는 게 사람이 사는 것 이 아닐까? 그래서 언제나 기쁘고 행복할 수는 없지 만 언제나 화가 나 있거나 슬퍼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어느 한 감정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늘 없이 언제나 행복한 사람은 어색하기 마련이다. 슬픔도 내 감정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 기쁨과 행복 만 좇는 사람이 되지 말자. 모든 감정이 제대로 작용 될 때에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다.

슬픔이 없으면 기쁨도 없다. Nikon F3 / 광주광역시 동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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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4rest_graphy

Nikon F3 / 광주광역시 운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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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4rest_graphy

Nikon F3 / 광주광역시 두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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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4rest_graphy

Nikon F3 / 광주광역시 충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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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haekyung 노애경 @ella__gertrud


노애경 @ella__gertrud

Nikon F3 / 서울특별시 사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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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경 @ella__gertrud

Nikon F3 / 서울특별시 사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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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경 @ella__gertrud

Nikon F3 / 서울특별시 사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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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경 @ella__gertrud

때때로 일상이 영화 속 한 장면같이 느껴지는 때가 있 습니다. 나는 실은 꽤 자주, 거의 매일 그러는 편입니 다. 이런 말을 들으면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할 수도 있 고 공감 간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비법이라 하기 는 좀 그렇지만 매일 영화 속을 걷는 듯 느끼는 내 일 상 한켠을 적어봅니다.

내게 영화란 음악과 영상의 조화입니다. 무성영화도 즐기지만 음악이 장면에 부여하는 특유의 힘과 매력 을 사랑합니다. 영화음악은 영화를 어떻게 따라가야 하는지 안내하는 나름 친절한 안내자 같기도 합니다.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면 그때 나왔던 음악이 자연히 떠오르고, 특정 음악을 들을 때면 바로 그 영화 속 장 면이 머릿속에서 재연되곤 합니다.

내가 인상 깊게 본 영화에는 주로 클래식 음악이 등장 했나 봅니다. 클래식 음악 중에 몇 가지 곡을 들으면 주변 풍경이 재정렬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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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F3 / 서울특별시 성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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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경 @ella__gertrud

출근길 시작 지점 1분 남짓 걸어 지나는 길은 늘 비 슷한 모습입니다. 아침 태양이 한창 뜨고 있는 중에 그 빛을 받기 시작한 관목들이 줄지어 서있어요. 폭이 좁아 큰길까지 가려면 낮은 나무 덤불을 오른쪽 시야 가득히 두고 때때로 몸을 스치며 걸어야 합니다. 봄 에 올라온 연두색 띤 새 잎들은 여름에 더욱 짙어지 고 가을에는 색을 잃어가다 겨울이 되면 모조리 사라 지고 가지들만 남습니다.

이 길을 걸을 때에 두 가지 곡을 주로 듣습니다. 두 곡 이 매일 영화 속을 걷는 나만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 겠어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독주곡 중 ‘1번의 프렐류 드’와 ‘3번의 프렐류드’. 새로운 시작을 연주하는 듯 한, 햇살과 반짝이는 것들에 무척 잘 어울리는 1번의 서곡. 차분하면서도 조금은 산뜻한 분위기에 아름다 운 선율을 가진 3번의 서곡. 두 곡을 들으며 아침 빛 이 반짝이는 길을 걸으면 아직 보지 않은 영화의 오 프닝 씬에 내가 속해 있는 듯합니다.

서곡이라 그럴까요, 이 곡들을 들으며 걸으면 주변의 것들이 전에 없던 새로운 느낌으로 눈과 마음에 들어 오고, 하늘이며 구름과 바람도 달리 느껴집니다. 겨 울에는 특별히 ‘4번의 프렐류드’를 듣기도 합니다. 차 가운 공기와 텅 비워진 공간에 알맞을 쓸쓸함이 느껴 지는 곡입니다. ‘5번의 사라방드’도 겨울 적막함과 잘 맞아요.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를 추천합니다. 쓸쓸 한 곡은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도 추천해요.

Nikon F3 / 서울특별시 성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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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경 @ella__gertrud

어릴 때 좋아했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오프닝 음 악은 여행을 떠나는 내게 특별함을 선물합니다. 앙리 퍼셀의 ‘디도와 아에네스 오페라 서곡’, 영화의 시작 과 함께 주인공들이 처음 만나게 되는 장소인 기차가 달리는 철로를 따라가며 울렸던 음악입니다.

이 곡은 빠르게 달리는 기차와 스치는 주변 풍경을 떠올리게 하고 조금은 두렵지만 설레는 시작의 느낌 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 음악을 들으며 짧거나 긴 새 여정에 나설 때에는 조금 더 들뜨고 설레게 됩니다. 낭만적인 영화의 시작을 열었던 이 음악은 내 여행 첫 자락을 은근한 즐거움과 소박한 기대감으로 물들 입니다.

한 번쯤 위의 음악과 함께 걸으며 비슷한 느낌이 얼 핏 나는지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플레이리스트에 서 삭제해버리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아마도 개 인적인 이유들이 한껏 담긴 이런 곡들 한두 개 혹은 여럿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끼는 주변인들과 이런 음악을 공유해보는 것도 상대를 새롭게 알아가는 좋 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보며 글을 마칩니다.

Nikon F3 / 서울특별시 사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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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경 @ella__gertrud

Nikon F3 / 서울특별시 사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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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teahong 김태홍 @2ivorybear


김태홍 @2ivorybear

Pentax MX / 대구광역시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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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2ivorybear

Pentax MX / 대구광역시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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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2ivorybear

Pentax MX / 대구광역시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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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2ivorybear

fiction or nonfiction

취향이 안 맞는 영화를 억지로 보는 일처럼 괴로운 일이 있을까요. 돌이켜 보면 아마 그래서 더 좋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칠색 팔색하는 표정으로라도 함 께 영화관을 가 준 일은. 그렇게나 말이 잘 통하던 사 람이 영화에서만큼은 어쩜 그리 달랐는지, 좁혀질 일 없는 평행선 위에서 서로의 취향을 놀리고 공격하면 서도 무척이나 즐거운 시절이 있었지요. 어찌 되었든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서로가 잠시 마음을 굽혀 줄 만큼의 여유가 있었으니까요. 물론 막상 영화관엘 들어가면 표정 관리가 안 되거나 채 반도 못 보고 잠 드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그래도 같이 이야기를 공 유하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라서.

그러다 한 번씩은 상대가 고른 영화가 취향의 벽을 비 집고 들어와 쿡 찌르고 가는 날도 있었습니다. 지기 싫은 마음에 뭐 그냥 그렇더라 하려다가도 이내 수다 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조잘거리다 보면 ‘나 아니었 으면 이런 영화 알지도 못했겠지’ 하는 그런 의기양 양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꼴이 영 보기 얄미웠지 만, 틀린 말도 아닌 데다 보통 그런 날은 영화가 참 좋 아서 그냥 모른 척 지나가고는 했습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슬쩍 한 대 정도는 때려 봤어도 좋지 않았나 싶어요. 아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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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 MX / 대구광역시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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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2ivorybear

여전히 그때의 버릇이 남아서 아직도 가끔은, 내가 고 르지 않을, 그 사람이 골랐을 것만 같은 영화를 찾아 보고는 합니다. 영화관을 갈 필요도 없이 클릭 몇 번 으로 편하게 골라내지만, 투닥거리며 영화표를 발급 받던 기분은 한없이 소원하기만 하네요. 예전처럼 무 심히 취향을 파고드는 영화도 잘 보이지 않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배려가 숨어있지 는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이제는 물어볼 일도 없겠 지만, 그렇게나 섬세한 사람이었나 생각해봐도 잔뜩 왜곡된 기억은 뿌연 창문 같아서 잘 보이지도 않네요. 그 너머에 있는 게 우리가 맞긴 한가.

여전히 그 시절 당신처럼 말하는 것 같은 얄미운 영화 들을 몇 초씩 휙휙 넘기며 보다가 이내 창을 닫아 버 렸습니다. 어쩐지 청승 떠는 기분이 들어서, 꼬락서니 가 그렇게나 이야기하던 싸구려 감정선 같다는 기분 이 들어서. 주인공도 조연도 아닌 사람들, 결국 우리 이야기는 영화 같지도 않게 끝났으니 이젠 물러나야 하겠습니다. 막 위에서도, 혼자 남은 관객석에서도.

Pentax MX / 대구광역시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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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2ivorybear

Pentax MX / 대구광역시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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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2ivorybear

Pentax MX / 대구광역시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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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egi 김세기 @dandan.foto


김세기 @dandan_foto

Nikon FM2 / 울산광역시 학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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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기 @dandan_foto

Nikon FM2 / 울산광역시 학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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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기 @dandan_foto

그런 추억들이 있어서 살아갑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 팀이 시간 여행을 그만두며 말한 대사입니다. 그동안 아내의 눈은 반짝 입니다. 시간 여행 영화를 유독 좋아하는 아내의 최 애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고 난 이후면 늘 말합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가고 싶어? 나는 가장 행 복했던 그 순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깜짝 놀랐습니다. 저에게 과거란 항상 부끄러운 후회로 가득했고, 고쳐 야 할 순간들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과거로 돌아간다 면 무조건 가장 불행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것으로 생 각했어요. 아내가 또 한 번 저를 변화시키네요. 저에 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잔잔히 떠올려 봅니다. 그 과정만으로도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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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FM2 / 울산광역시 학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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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기 @dandan_foto

신혼여행으로 떠난 4월의 부다페스트. 얇은 카디건 하나 걸치면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살랑거리는 바 람, 따사로운 햇살과 그토록 눈에 담고 싶었던 전구 색으로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이 우리의 곁을 감싸고 있었어요. 부다페스트의 밤공기는 참 몽글거리고 폭 신했습니다. 함께 손잡고 걸으며 이국적인 풍경을 바 라보고 있으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행복했 어요. 아침 해가 고개를 빼꼼 내밀면서 도시가 컬러 풀하게 물드는 순간에 우리는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 을까 고민했죠.

일상에 지칠 때면 이때를 떠올려 봅니다. 비행기 창 밖으로 동화 같은 도시가 펼쳐지는 그 순간의 설렘, 선선한 밤공기 속 터지던 폭죽들과 진한 향이 가득한 흑맥주. 포근하고 푹신한 호텔 이불 속에서 맞이하는 아침 햇살, 강가에 앉아 반짝이는 윤슬에 눈부셔하던 그 순간, 모두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들입니다. 떠올 리는 것만으로도 웃음 짓게 만드는 그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여행했던 순간만이 행복했던 추 억으로 남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함께 한 평범한 하 루도 돌아가고 싶었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즐기려고 해요. 삶의 곳곳에 한평생 껴안고 가 도 좋을 추억들, 그런 추억들이 있어서 오늘도 행복 할 수 있도록.

Nikon FM2 / 울산광역시 반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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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기 @dandan_foto

Nikon FM2 / 울산광역시 방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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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기 @dandan_foto

Nikon FM2 / 울산광역시 방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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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기 @dandan_foto

Nikon FM2 / 울산광역시 진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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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일러스트레이터의 한장


김건아 @guna_illist

하루를 위해서라도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 며 우린 우리 인생의 하루하루를 이 멋진 여행을 즐 기는 것뿐이다. _ 영화 어바웃 타임 중

현재의 나,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 자 체에 감사함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한 컷이다.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순간을 소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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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기록


INTERVIEW

당신에게 있어 영화는 어떤 것인가요? 혹은 영화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영화의 정의가 궁금합니다.

S

어 릴 적부터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고, 극 중 인물에게 감정이입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저 는 본 시리즈의 제임스 본이 되어보기도 했 고, 8월의 크리스마스의 정원이 되어보기도

A

제가 생각하는 영화란 현실을 영상과 음악 등의 예술적인 수단을 통해 담아낸 것입니

미로도 자주 사용되지만, 저에게 있어 영화

다. 영화 제작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개성과

잘 담아낸 무언가에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매력을 갖추어 현실을 담아 둔 환상의 목록

도 저에게 있어 영화는 도피처와 같아요. 저

같아요. 말도 안 되는 듯 보이는 B급 영화나

의 삶에 속한 현실과는 영 딴판인 것들이 주

어렵고 난해한 영화도 결국 그 속에 있는 메

제인 영화가 주로 제 감상 목록에 들어가요.

시지를 파고들어 보면 현실의 단면 혹은 실 재하는 개념을 담고 있다고 항상 느껴요. 영 화 같다는 표현은 어딘가 비현실적이라는 의

했고 또 그린마일의 존 커피를 만나는 상상 도 해보았습니다. 영화는 전혀 다른 사람 삶 을 살아볼 수 있게 해주었고, 현실에서 느끼 기 힘든 감정과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 습니다. 영화는 저에게 상상이라는 힘을 길 러주었다고 생각해요. T

누 군가 대신 꾸어 준 꿈. 혹은 슬쩍 훔쳐보 는 타인의 꿈 정도.

4

첫 질문부터 어려운 질문이네요. 영화는 관 심사였던 것 같아요. 사실 어릴때는 영화라 는걸 잘 모르고 살았어요. 시골 살아서 그런 지 영화관에 갈 일도 없었고, 티비에서 해주 는 주말의 명화에서 보여주는게 제 인생의 영화의 전부였다가. 대학교입학후에 들었던 교양수업인 “영화의 이해”라는 과목에서 봤 던 “피크닉”, “바그다드카페”등의 영화를 보 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경험 에 비추어 보면 영화는 저에게 신선한 충격 이 아닐까 싶네요.

Y

삶의 방향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도 목 적이 되어주었고 첫 사회생활을 이끌어준 것도 영화였습니다. 여전히 나에게 주는 선 물 같은 시간이 되어주고 여전히 잊지 못할 첫사랑 같은 존재네요. 영화가 없었다면 저 는 무슨 일을 했을지 상상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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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아름답건 끔찍하건 간에 현실을 지독히


영화를 볼 때 팝콘은 필수 혹은 혼자 보는 것이 진리입니다! 등 나만의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Y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저 에게 있어 가장 즐거운 영화관람의 조건들 이라면 햇빛이 환하게 반겨주는 조용한 평 일 낮, 작은 영화관, 혼자 조용히 관람하기입 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평일 연차를 써서 종로의 작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후 여운을 즐기며 교보문고로 향했던 날의 햇살.

T

음식 없이 음료만 그날 기분에 따라 바꿔 가면서 최대한 편한 자세로 봅니다. 코로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괜찮다면 그 이유도 함께 알려주세요. A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두 가지 장르의 영화

영 화는 역시 재난물이나 공포물이죠! 다 부 셔지고 사라지고 죽는 공포속에서 피어나는 생존의 희열!!이랄까…ㅎㅎ어릴때는 약간 드라마장르가 좋았는데 나이가 조금씩 먹다 보니 영화보면서 생각하는 시간도 좋지만 그 저 아무생각없이 부셔지고 사라지고 터지고 하는 것들이 훨씬 좋더라구요. 일하는시간에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이라 그런것도 이유라 면 이유겠네요. 영화보면서까지 스트레스 받

를 좋아합니다.

고 싶지 않다!

4

스토리나 대사가 거의 없다고 느낄만치 잔잔 한 영화와 긴장감이 큰 스릴러 영화를 좋아 해요. 복잡하고 정신없는 제 일상과 조금 거 리가 먼 것이 좋아요. 앞서 말했듯 저는 영 화를 일상에서의 도피처로 애용해요. 아무

Y

T

나 이후로는 집에서 보는 경우가 더 많다 보 니 정말 할 수 있는 만큼 편하게 쭉 퍼질러 져서 봐요. 자세가 불편하면 내용에 집중 도 잘 안 되고. S

2번 이상, 가능하면 많이 보는 것이 저만의 영 화를 즐기는 방법입니다. 저는 좋다고 생각했 던 영화는 하루에도 여러 번 보기도 하고, 생 각날 때마다 다시 봐요. 어떨 때는 생각나는 장면만 다시 보기도 하고요. 저는 책이든 영 화든 여러 번 볼 때 가장 잘 이해하게 되고, 가 장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볼 때마

고 보는 건지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그때그

장 르를 가려가면서 영화를 보지는 않아요. 그래도 하나만 고른다면 액션. 그중에 과거

때의 기분에 따라서 영화 자체를 선택해서

를 숨기고 조용히 살고 있는 주인공을 악당

는 것 같아요.

봅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선택에 있어 배우

들이 참을 수 없는 시련을 안겨주고, 그 악당

도 딱히 큰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들에게 복수를 하는 스토리. ‘힘숨찐’ 주인공

내용을 가려서 보고 있어요.

이 한 사건을 통해 각성하는 그런 먼치킨 주

언 젠가부터 꼭 혼자서 영화를 보는 습관이 들었어요. 그리고 선호하는 영화관 좌석이

인공이 나오는 스토리를 정말 좋아해요. 예

있어요. D~F 열 즈음 정중앙에서 살짝 비낀

를 들면 아저씨, 존 윅, 더 이퀄라이저 등. 현

자리를 좋아해요. 꽤 스크린과 가까운 자리

실은 ‘힘을 숨긴 찐따’가 아닌 ‘그냥 찐따’이지

에서 화면에 푹 빠져 혼자 감상하는 것이 저

만, 대리만족하는 그런 재미가 있어요.

에게 최고의 감상법이에요. 머릿속과 시야에

우유부단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가리지 않

깊게 빠져들 수 있는 로맨스나 드라마를 좋 아합니다. 액션이나 판타지도 좋아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깊게 빠져서 곱씹어 보게 되 는 장르는 대부분 그런 쪽의 영화더라고요.

S

다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생각도 달라지

A

영화만이 가득한 느낌이 좋아요.


INTERVIEW

4

저 도 혼자보는 영화가 좋아요. 특히 집에 편 하게 누워서 그냥 보다가 잠들기도 하고,

못해요. 감정적으로 격양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굳이 슬퍼지고 싶지 않아 슬픈 영화

어 릴때 “시월애”라는 영화를 참 좋아했어 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미장센과 더불어 영

일하는 중간에 답답할때면 영화를 틀고 한

는 웬만하면 선택하지 않습니다.

화음악이 너무 좋았었어요. 김현철이 불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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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보기도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한번에 보

“must say good-bay”라는 음악인데 그

같아요. 최근에 봤던 영화들은 한번에 다

저 는 뮤지컬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약간 오글거린달까.. 뮤지컬을 무대

본 영화가 없을정도네요. 호불호가 있는 방

에서 보는건 좋은데 영화로 보는건 생각보다

법이겠죠?

흥미가 가지 않더라구요.

는 것 보다는 끊어서 보는 일이 더 많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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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그노래만 엄청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A

’ 비포 선라이즈’의 음악감상실 씬과 ‘샤이닝’ 의 도끼로 문을 찍어내는 장면이요. 첫 번째 장면은 청춘과 낭만이 그대로 담겼고, 두 번 째는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는 씬이었는데 잊히지 않네요.

아무리 시도해도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 영화 장르가 있다면 그것도 알려주세요. T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혹은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치 정 관계 복잡하게 엮인 영화, 잔인하기만 한 스플래터 무비, 점프 스케어로 가득한 공 포 영화.

Y

모두가 입을 모아 전율 넘친다며 좋아하는 그 장르, 좀비 영화를 저는 참 못 봅니다. 세 상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에 대해 잘 흥미 가 돋지 않는 것 같습니다.

S

깜 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공포영화는 정말 싫 더라고요. 아, 그렇다고 제가 무서움을 많이 타 는 게 아니라 깜짝 놀라고 머리가 쭈뼛 서는 듯 한 그런 느낌이 싫다는 거예요. 웰메이드 공포 영화는 가끔 보긴 합니다. 아주 가끔.

A

감 성을 많이 자극하는 슬픈 영화는 즐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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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정 말 많아요.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가 갈대밭을 손으로 쓸고 지나가는 장면,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가 아버지 앞에서 처음 진 심으로 춤을 추는 장면 그리고 피아니스트에 서 스필만이 독일 장교 앞에서 쇼팽 발라드

영화와 관련한 가장 오래된 기억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처음 본 영화 혹은 오래되었지 만 잊을 수 없는 영화와 관련된 추억 등이요.

라는 곳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참 뜻깊게도 생애 처음으로 극장의 냄새와 그 폭신한 소파와 함께 한 영화는 타이타닉이 었습니다. 일곱 살이었던가요. 학교를 들어

1번을 연주하는 장면. 수많은 장면들이 머릿

가기 전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엄마와 함

는 장면은 뷰티 인사이드에서 김주혁 배우가

아 마 중학생 때가 아니었나 싶은데, 토요명 화에서 ‘인생은 아름다워’를 봤던 기억이 아

연기한 우진과 이수가 헤어지는 장면이 기

직도 나네요. 마지막 영화가 끝나갈 무렵 아

습니다. 그 수 많은 좌석을 가득 채운 사람

억에 남아요. 이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

들 조슈아는 창고에 숨어있고, 아버지 귀도

들과 작은 두 팔로는 모두 감싸 쥘 수 없을

고 이따금 생각이 나서 다시 영화를 찾아보

는 윙크를 하고 우스꽝스럽게 걸어요. 그 장

것 같았던 큰 스크린 앞에서 어리둥절했던

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아름다운 구도와 장

면을 보고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던 기억이

기억이 아직도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재생

면 그리고 음악이 정말 잘 어우러진 영화라

나요. 사춘기 때라 누나들 앞에서 우는 게 부

할 때면 떠오르곤 합니다.

고 생각해요.

끄러워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 같다며 핑계

속을 지나가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기억에 남

S

를 댔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T

최근 본 영화 중에선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가 생각이 납니다. 용서를 구하고 대화를 청 하는 아내 앞에서 아무렇지 않다, 가야겠다 는 말밖에 할 수 없는 남자. 지극한 슬픔 앞 에선 화도 눈물도 나오질 않고. 그저 어쩔 줄 몰라 허우적거릴 뿐. 차마 가늠도 할 수 없는 고통이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면이었어요.

Y

어차피 한 장면만 고르라고 하면 못 고를 테 니 지금 딱 떠오르는 장면은 영화 ‘초콜릿 도 넛’에서 마지막 장면이었던 아이가 다리 위 를 걸어가는 씬이 생각납니다. 그 장면을 떠 올릴 때면 반성해봅니다. 오늘 나는 어떠한 편견으로 누군가를 대하지는 않았는지

Y

가장 오래된 기억이라고 하니 처음 극장이

께 들어간 극장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

4

처음 극장에서 봤던 영화는 “킬러들의 수다” 였어요. 코믹이었는데 처음 사귄 여자친구랑 봤던 기억이 있네요.ㅎ


INTERVIEW

T

세 살? 네 살? 즈음에 막내삼촌이 삼촌 여 자친구와 함께 절 데리고 극장에 놀러 갔었

리데이의 주인공들처럼 즉흥적인 면이 보일

어요. 지금은 보기도 힘든 2, 3차 개봉관 같

의 주인공처럼 지내고 있는 모습이 보일 것

은 작은 극장에서 그 당시 한창 많이 나오던

도 같아요. 이왕이면 마무리는 감동 드라마

아동용 영화를 보여주셨었는데 극장이 어둡

였으면 좋겠네요.

수도 있을 것 같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기도 하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설픈 분장 의 악당들이 그땐 얼마나 무서웠는지 크게 울어버리는 바람에 채 반도 보지 못하고 급 하게 뛰어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영화 제 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슈퍼베타맨

내가 주인공인 그 영화의 첫 장면은 어떤 것이 될까요? 편안히 떠올려 보고 알려주세요.

과 마징가 V. 나중에 다시 봤는데 그 당시 양 산형 아동 영화답게 정말 여기저기 다 어설

T

A

아주 어릴 때 ‘쥬라기 공원’을 처음으로 영화 관에서 본 후에 충격을 받았어요. 큰 화면과

시원하게 자빠지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일 어서는 안 아픈 척, 절뚝절뚝 걸어가는 장면.

프게 베껴 만들어 오히려 흥미롭더라구요. Y

한낮, 햇살이 깊게 쏟아지는 책상에서 반팔 반바지에 책이나 조용히 읽고 있었으며 좋

그 속의 공룡들,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사운

겠네요. 이왕이면 매미 소리가 들리는 여

드의 합이 잘 맞아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름, 더 이왕이면 얼음 소리가 들리는 아이스

에 마음이 벅찼고 영화라는 건 참 멋지구나

커피랑 더 구체적 이자면 그 장면의 시대는

했던 기억이 납니다.

90년대 정도. 이 정도면 보는 이도 편안한 영화가 될까요?

우리는 각자 삶의 주인공입니다. 만약 내 삶이 나를 주연으로 한 한 편의 영화라 면 어떤 영화와 비슷할 것 같나요? 혹은 어떤 장르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4

음 .. 재미없는 무성영화? 사실 별다를거 없 이 지금껏 살아왔고 앞으로도 별 특별함 없 이 살거 같은 이유에서요..ㅎ그나마 매거진 하면서 조금은 나에게 신선한 자극을 받는 중이긴 합니다.

S

영화 ‘소울’과 같은 애니메이션 장르였으면 좋겠어요. 간간이 유머가 곁들여지면 더욱 좋겠습니다. 다시 돌아보게되는 순간에 다큐 멘터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T

아 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한 번씩 피 식거리게 만드는 B급 코미디 영화. 진지해 보이는 사건도 여차여차 맥락도 없고 의미 도 없지만, 꾸역꾸역 우당탕거리면서 지나 가는, 어이없음에 피식거리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으면 좋겠네요.

A

제가 주연인 한편의 영화라면 산으로 가지만 결국은 무언가는 해내고 끝나는 B급 드라마 영화 정도가 될 것 같아요.

Y

어쩌면 나의 산티아고라는 영화와 비슷한 장면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로맨틱 홀

96

96


S

아 내와 함께 스튜디오 의자에 나란히 앉아 사 진을 찍는 장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매 년 같은 날에 같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어 오고 있어요. 해마다 찍는 사진은 일 년을 갈 무리하는 사진이자, 새로운 일 년을 맞이하는 사진이기도 해요. 우리의 일 년의 시작과 끝 을 의미하는 사진을 찍는 장면은 저와 아내 가 함께하는 인생의 시작과 끝을 나타내어 준 다고 생각해요.

A

잔잔한 파도가 치는 조용한 해변을 한 사람 이 천천히 걷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 화일 것 같아요. 저는 바닷가에서 태어났는 데 기억에도 없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매일 해변을 산책하며 보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언제나 바다가 머릿속 한 켠에 있어요. 엔딩 의 배경도 바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4

멍한 눈동자가 클로즈업 되고, 그안에 보이 는 초록색 숲이 크로스로 화면전환되는 장면 이었으면 좋겠어요. 컴퓨터좀 그만 보고싶네 요..(hate 직업병)

이번에는 내 삶의 한순간 혹은 모든 순간이 꼭 이 영화와 같았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특정한 장면이 있다면 자세히 알려주 셔도 좋습니다. Y

처음 이 질문지를 받아들고 머리를 쥐어짜 게 만들었던 질문이 나왔네요. 내 삶이 영화 같았으면 하는 순간들을 생각한다면 역시나 행복하고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장면들을 꿈꾸게 되겠지만 무슨 일인지 그렇게만 적 으면 인생이 너무나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 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순간부 터 꼭 이런 장면은 인생에서 만들어봐야지 했던 것들을 생각해봤습니다.

그건 바로 러브액츄얼리의 결혼식장면이었 어요 수많은 낭만적인 순간들이 존재하는 영화들 중에서도 유난히도 그 장면을 마음 에 품고 살았습니다. 나의 결혼을 다 함께 축하해주는 그런 자리. 인생을 살면서 역시 나 형식적인 것을 피하고 즐기는 자리에선 신나게 즐기기 아마도 그걸 꿈꾸어서이지 않나 싶어요. 꼭 그런 로망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네요. A

‘줄리 앤 줄리아’라는 영화의 일부가 내 삶의 한순간에 자리했으면 해요. 두 주인공이 요 리를 통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찾아 가는 영화입니다. 인생에서 사랑하는 무언가


INTERVIEW

를 발견하고 또 그로 인해 나를 알아갈 수 있 다면 행운일 것 같아요. T

어 바웃 타임. 아버지와 마지막 순간을 보내 는 장면. 살아가면서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 을 떠나보내야 할 순간이 오겠지요. 그 순간 에 후회하지 않도록 충실하게 여기고 싶은 데 쉽지 않네요.

4

어 릴때 주말의 명화에서 해줬던 “프리윌리” 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주인공인 남자아이 와 범고래가 교감을 하고 우정을 나누는 영 화인데 마지막에 주인공인 제시가 윌리를 바 다에 풀어주며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계속 떠올라서 비디오를 몇 번이나 빌려서 봤던 기억이 잇어요. 뭔가 자유를 위 한? 자유를 얻은 윌리에게 어떤 온정을 느꼈 던 것 같아요.

S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되다’라는 영화를 생 각했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월 터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평범한 사람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야말로 평범함 이라는 범주 안에서 벗어난 선택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에요. 제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이런 모험을 하 게 되길 오늘도 바라고 있네요.

감독이 되어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담아보고 싶나요? A

지 루한 영화를 찍고 싶어요. 지금 떠오르는 소재는 한 출근길 많은 이들의 비슷비슷한 모습을 담고 그들 각각의 스토리를 간략히 보여주고 싶어요. 출근길 같은 표정의 사람 들이 실제로는 언제 웃는 사람들인지를 담아 보고 싶네요. 수요가 있을지는 몰라도 영화 를 만드는 저는 재미있을 것 같아요.

4

동 물영화요. “내 어깨위의 고양이 밥”이라는 영화를 최근에 봤는데 너무 따듯하고 좋은 영화였어요. 물론 실화여서 더욱 더 충격이 었고, 고양이역할이 CG가 아니었다는데 또 충격을 받았죠. 실화의 주인공이 실제 고양 이 역할로 나왔다는 것도 신기했구요. 뭔가 그런 동물과의 연대를 쌓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S

소 중한 사람과 함께 보고싶은 마음이 싹트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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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이 별, 헤어짐의 징조. 누구에게나 오는 그 불안하고 꽁기꽁기한, 우울한 기분 공기 감

해보니 그걸로 찍으며 눈이 많이 아플 수도 있

정도는 이렇게 좋은 날에 봐도 좋을 것 같아

겠다 싶은데요.

요. 모든 일을 아무렇지 않게 견디어 낼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살아있으니까요. 어

정 같은 것들.

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 Y

쩌면 이렇게 화사한 봄이라서 더 와 닿을지

필름적인 색감을 담는 여러 영화를 떠올렸 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게 아닌 것 같아요. 머리로 꿈꾸는 장면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라면 저는 제가 가장 궁금해하였 던 일제 강점기 그 시대를 한번 표현해보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 이 아름다운 시작의 계절에 떠오르는 영화 혹은 다음 주말엔 이 영 화 꼭 봐야겠다 싶은 게 있다면 추천 부탁드리 며 이 인터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도 모르겠네요. S

선한 영화에요.

싶어요. 참 뜬금없지만 제가 그 시대를 상상 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정확하게 전달해서

Y

만물이 소생하는 봄, 아름다운 장면들로 가

그 시대의 슬픔을 표현해보고 싶네요. 참 이

득한 영화를 추천해주면 좋겠지만 저는 시

상한 답변이네요.

작하는 계절에 좋은 에너지로 다짐을 할 수

대학생시절에는(04학번) 일본영화들이 대 세였던 것 같아요. 그 중 추천 하자면 그 시

있게 해주는 영화를 추천해 드릴게요. 바로

절 모든 남학우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오

영화 ‘나의 산티아고’입니다. 너무 진지하게

이 유우 주연의 “하나와 앨리스”입니다. 위에

만 인생을 대하기보단 그의 참 재미난 일정

언급했던 포트라와 느낌이 비슷한 톤이 아

을 통해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을

닐까 싶어요. 장면 하나하나 버릴 것 없는 컷

가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올해

들이고, 물론 우리 아오이유우가 제일 큰 역

의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영화를 통해 조금

할을 하지만요.

사용해왔던 필름 카메라용 필름 중에서 가능 하다면 영화를 촬영해보고픈 것이 있나요? 그 필름의 어떤 면이 그런 생각을 하게 했는지도 알려주세요.

름이 예쁘게 담긴 영화인 ‘최악의 하루’를 보 면서 여름을 기다리려 해요. 서울 여름의 녹

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실 아름답거나 밝

음과 뜨거움이 잘 담겨있어요. 다들 행복한

금씩 다른 건 알아요. 주로 코닥에서 나온 필

은 봄에 어울리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번

봄 보내고 계시기를 바라요.

낌을 주었습니다. 이번에 써 본 씨네스틸 800이 참 좋았습니 다. 영화용 필름이 괜히 다른 게 아니더라 구요. 특히나 어두운 곳에서의 표현력이 기 대 이상이라. 컬러필름 중에서는 포트라 160, 흑백필름 중에서는 롤라이 레트로 100이나 400으로 찍어보고 싶네요. 포트라의 색감과 질감이 영화 중에서도 더 영화 같은 느낌을 낼 것 같 아 단편영화를 담으면 좋겠어요. 대비가 강 하지 않고 부드러운 흑백영화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롤라이 레트로를 골라봤습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포트라160을 정말 좋 아해요. 코닥에서 아직도 영화용 필름이 나오 고는 있지만 포트라 같은 느낌의 필름은 없는 거 같아요. 사진을 찍을때 다른걸 다 제쳐두고 서라도 포트라의 색감과 느낌자체만으로도 영 화 같은 장면을 연출 할 수 있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었거든요. Y

어느덧 봄이 한창입니다. 초여름을 향해 시 간이 빠르게 흐르네요. 주말에는 서울의 여

더라고요. 그래도 필름마다 주는 느낌이 조

엑타100이 저에게는 참 따뜻하고 차분한 느

4

A

위 에서도 이야기했던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름이 주는 느낌들이 참 좋은데, 그중에서도

A

되새겨 보아야겠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필름인 코닥 엑타100 으로 촬영해보고 싶어요. 사실 선예도나 입 상성 같은 것에 둔감한 편이에요. 잘 모르겠

T

4

이나마 설정해보았으면 합니다. 저도 이번 주말에 다시 한번 보면서 여행의 추억들도

S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인 ‘어바웃 타임’ 을 추천드립니다.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아 씨네스틸로 화양연화 같은 색감의 영화를 찍어보면 멋있겠다 싶었는데 다시 한번 생각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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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 2021.04 참여작가 박순렬 노애경 김세기 김태홍 박영이 일러스트 김건아 (instagram @guna_illust) 발행처 포레스트 스튜디오 디자인 및 편집 포레스트 스튜디오 (instagram @4rest_studio, 010 4931 3298) E-book www.issuu.com/5ft.magazine E-mail 5ft.magazine@gmail.com instagram @5ft.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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