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ft.magazine_vol13_FUJICOLOR INDERSTRIA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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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3 FUJICOLOR INDUSTRIA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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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01. 김세기 @dandan.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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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노애경 @ella__gert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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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김태홍 @2ivory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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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박순렬 @4rest_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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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박영이 @maybe_san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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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김건아 @guna_ill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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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egi 김세기 @dandan.foto


김세기 @dandan_foto

LEICA CL / 울산광역시 신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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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기 @dandan_foto

LEICA CL / 울산광역시 신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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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기 @dandan_foto

작심삶일 오늘도 하루 일을 마무리 짓고 잠자리에 들면서 생 각합니다. ‘일기를 써야지’, ‘단어 노트를 만들어야 해’, ‘사진마다 필터링 정리하자’ 그리고 ‘읽은 책마다 생각 을 남기자’. 그러면서 노트를 사는 게 좋을까, 휴대폰 어플에 기 록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 잠이 듭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이면 다시 똑같은 다짐과 고민, 후회를 반복합 니다. 꾸준히 기록하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그래서 ‘꾸준히’를 빼기로 했습니다. 조금은 무책임한 말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기록하고는 있는 것이니까. 이번 매거진에서 보여드리는 사진은 이따금 찍는 저 의 작은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호캉스가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호텔에는 일상의 근심이 없다. 집에 가 만히 있다가 세탁기만 봐도 저걸 돌려야 하나라는 생 각이 든다’라고 김영하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듣 고 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집안의 근심, 걱 정이 묻어 나오는 곳을 이따금 찍어오고 있습니다. 사 진을 찍는 것만으로 세탁기를 쳐다보는 저의 깊은 고 뇌를 해결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일상의 상처를 잊지 않고 있다고 기록하는 것만으로 많은 위로가 됩니다. 힘듦을 알고 있다고 알아주는 것 같아서. 그렇기에 기록하는 것은 멈추지는 말아야 합니다. 매 일 하지는 못하더라도, 삶의 조각조각에 생각과 사진, 영상 그리고 자투리 글이라도 남겨야 합니다. 작심삼 일을 되풀이하며, 남기다 보면 어느 한 날에 큰 위로 가 됩니다.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그랬어요. 오늘도 저도 당신도 위로받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LEICA CL / 울산광역시 신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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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기 @dandan_foto

Nikon FM2 / 울산광역시 신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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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기 @dandan_foto

Nikon FM2 / 울산광역시 신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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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기 @dandan_foto

Nikon FM2 / 울산광역시 신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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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기 @dandan_foto

Nikon FM2 / 울산광역시 신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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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hoaekyung 노애경 @ella__gertrud


노애경 @ella__gertrud

Nikon F3 / 서울특별시 상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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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경 @ella__gertrud

Nikon F3 / 서울특별시 사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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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경 @ella__gertrud

Nikon F3 / 서울특별시 상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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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경 @ella__gertrud

이미 묵직한 기억에 꼬리표를 하나 더 달아두지 않아 도 괜찮다. 생각이 많은 편이라 머리 속이건 노트 건 가볍게 하는 데에 꽤 신경을 쓴다. 현재에 집중하고 픈 마음이 큰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의도치 않게 남아있던 기록들이 불쑥 나타 나곤 한다. 가끔 가족이나 친구 혹은 타인의 기록 속 에 내가 등장하는 때가 있는데 언제나 깜짝 선물 같 다. 특별히 유쾌하지 않았거나 꽤 씁쓸한 순간의 기 록이더라도 말이다.

거리의 사물 혹은 사람들과 친구와 가족의 사진을 가 끔 찍는다. 한참 전 찍어두었던 필름을 현상해 사진을 보내주면 다들 즐거워한다. 사진이 멋지게 나왔나 혹 은 어떤 장면이었나 하는 것은 크게 상관이 없다. 함 께한 순간을 같이 되짚어보는 자체로 나도 기쁘고 상 대도 기쁜 것이다. 기록의 공유는 기록하는 행위와는 또 다른 무언가이다. 공유함으로써 기록의 의미는 개 인 하나하나에 가닿아 새롭게 확장된다.

여전히 기록에 열정이 없는 나이지만 가까운 사람들 과 함께하는 시간은 때때로 사진으로 찍어둘 것이다.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자주.

Nikon F3 / 서울특별시 상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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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경 @ella__gertrud

Nikon F3 / 서울특별시 상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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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경 @ella__gertrud

Nikon F3 / 서울특별시 민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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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경 @ella__gertrud

Nikon F3 / 서울특별시 잠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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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teahong 김태홍 @2ivorybear


김태홍 @2ivorybear

Pentax MX / 대구광역시 검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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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2ivorybear

Pentax MX / 대구광역시 검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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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2ivorybear

Pentax MX / 부산광역시 민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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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2ivorybear

수집욕 무언가를 남기는 일에 재미를 들인 것은 그리 오래되 지 않았다. 어릴 땐 겨우 일기 한 장을 채우는 것도 그렇게나 귀찮고 어려워 며칠씩 미루기가 일쑤더니, 어느샌가 나이를 꽤 먹어버린 나는 자갈밭에서 마음 에 드는 돌을 찾아 모으듯 내키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남기고 있다. 때로는 글로, 혹은 사진으로. 그래서 가 끔은 왜 이런 사진과 글이 남아있는지 나조차도 이해 하기 어려운 순간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잠시 그 시절 에 머무르다 보면 이내 머릿속 서랍에서 먼지 뿌옇게 묻어 구겨진 기억을 찾아내고야 만다. 아, 이날은 그 랬었구나- 하고.

어쩌면 그런 과정 탓에 더욱 남기는 일에 매달리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잊고 있었던, 혹은 잊고 싶 었던 기억이 살아나는 경험이란 씁쓸하면서도 자꾸 만 당기는 뒷맛이 있어서 내심 다음을 기대하게 만 든다. 그날의 공기, 날씨, 어쩌면 잊고 싶었던 대화 의 재현까지도.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찾아낸 기억이 의미 있는 순간이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쑥스럽고 부끄러운 기억도, 어쩌면 그대가 보기 에 아무 이유 없어 보이는 장면도 모두가 내게는 소중 한 인연이었을 테니.

Pentax MX / 대구광역시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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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2ivorybear

Pentax MX / 대구광역시 지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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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2ivorybear

Pentax MX / 대구광역시 지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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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2ivorybear

Pentax MX / 대구광역시 대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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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oonyeol 박순렬 @4rest_graphy


박순렬 @4rest_graphy

LEICA M3 / 광주광역시 운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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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4rest_graphy

LEICA M3 / 나주시 영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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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4rest_graphy

LEICA M3 / 광주광역시 운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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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4rest_graphy

LEICA M3 / 광주광역시 월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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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4rest_graphy

LEICA M3 / 나주시 영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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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4rest_graphy

LEICA M3 / 광주광역시 두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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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4rest_graphy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을 하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 자필로 쓰는 메모를 좋아하는 편이다.

메모하는 습관은 중요하다. 굳이 메모가 아닌 어떤 형태로든 기록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활동이다.

나의 메모는 낙서와 비슷하다. 문장의 구조를 가지지 않은 짧은 단어들이 노트 위 에 흩어져 있다. 이런 낙서 같은 메모는 쓸모를 찾기 엔 너무나도 약하고 얕지만 나에게 가끔 신선한 방향 으로 이끌어주는 지시등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시대에 쓸모가 한참이나 부족한 아날로그 기기들, 예를 들면 느리고 불편한 필름 사진이나 vinyl, 라디 오 등의 지진대고 흘러나오는 음악들을 찾아주는 사 람이 있고 두터운 마니아 층이 있으며 그 안에서 나온 결과물에게 많은 영향력을 받듯이 말이다.

기록을 하는 행위는 현재를 위함이 아닌 미래의 나를 위함이다. 현재의 내가 보고 듣고 행했던 것을 남겨 두는 행위가 미래의 나에게 어떤 영향력이나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나는 철저하게 눈에 띄지도 않고, 잘난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일반인일 뿐이지만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쓸모를 위해서 그리고 평범함이 전부인 나를 위해서 나를 위해 계속 기록을 할 것이다.

나는 지금도 열심히 기록을 하고 있다.

LEICA M3 / 광주광역시 두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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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r k y o u n g i 박영이 @maybe_sanso


박영이 @maybe_sanso

Minolta X-300 / 제주특별자치도 구좌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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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maybe_sanso

Minolta X-300 / 제주특별자치도 한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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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maybe_sanso

Minolta X-300 / 제주특별자치도 한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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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maybe_sanso

어릴적 우정편지를 발견했다. [ 은진아 토요일 오후 3시에 경비실앞에서 보자 ]

참 많이도 썼었다. 책장 가장 윗칸에 보관된 박스를 열면 어린 나와 친구들이 주고받은 편지들이 가득 담 겨있다. 어쩜 이리도 알록달록한 편지지들을 고이 상 자속에 보관해두었을까

굵직한 글씨로 써내려간 문장 속에는 그리 특별하거 나 중요한 문장들은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방과후 약속장소를 정하는 아이들의 연락수단 혹은 방학을 잘 보내라는 둥의 내용들이었다. 참 사소했다. 흘러 가는 시간을 붙잡기위해 부던히도 애를 쓰고 안달내 하며 쓰는 어른이 된 내가 적는 일기장과는 달랐던 기록들이었다.

가방 속 자리잡은 딱딱한 다이어리의 표지를 손에 쥐 어본다. 군데 군데 비어있는 자리들부터 아주 작은 글 씨로 빼곡하게 적혀진 칸도 보인다. 그런데 그 빈칸 들엔 시작을 했지만 끝을 맺지못한 날짜들의 수도 하 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창대하게 시작한 일을 끝맺지 못한 듯 검은색 펜으로 가득 채워진 다섯 문 장 뒤의 끝은 마침표는커녕 문장조차 완성되지 못한 채 날짜가 넘어간 곳들이 군데군데였다.

다음 페이지에-

Minolta X-300 / 제주특별자치도 구좌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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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maybe_sanso

[ 글자를 크게 적으면 오늘 할 생각들을 다 적지 못 하겠지 ]

넘쳐나는 생각을 주체못하고 그 속도를 따라가고자 남들은 알아보지도 못할 깨알 같은 글자 크기로 시작 했던 일기장을 미처 완성하지 못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난 모든 생각을 남기지 못했고 오히려 이 러니저러니 해도 완성했던 굵은 글씨들의 일기보다 못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다이어리의 왼쪽에 놓인 상자 속 편지들로 시선을 다 시 돌렸다. 간략한 문장들 속에서 느껴지는 그 너머 의 수많은 어린 내 생각들. 구구절절하지 않아도 기 록되어질 수 있다는 것의 의미.

필름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추억, 나의 시선에 고정되 어버린 추억 그럴 때면 망설임 없이 필름 소진의 아 쉬움 없이 눌러버리는 버튼은 어린 시절 그 짤막한 문장을 위해 소진한 예쁜 편지지처럼 더 채우지 못 한 아쉬움이 없다.

구구절절하지 않아도 기록되어질 수 있다는 것의 의 미 더불어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자생능력을 심 어둔다는 것의 의미

많은 장면이 담기지 않을지라도 오래도록 그리고 끝 맺음을 할 수 있는 필름 사진과 함께 앞으로 내게 기록은 그런 의미로 남아질 것 같다. 나는 그래서 필름이 좋은 가 보다. Minolta X-300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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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maybe_sanso

Minolta X-300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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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maybe_sanso

Minolta X-300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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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일러스트레이터의 한장


김건아 @guna_illist

차가 나가고 난 자리에 눈이 쌓이지 않은 모양새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레고를 떼어낸 양 네모 반듯 하게 남은 모양이 귀엽게 느껴졌다.

따뜻한 무채색으로 채워진 사진이였기 때문에 다른 색을 덜어내고 그려보고 싶어 색을 배제하고 그려 본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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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기록


INTERVIEW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T

대구 북구에 살고 있는 김태홍입니다.

Y

제주 시골마을에서 사진을 담고 있는 박영이입니다.

S

안 녕하세요! 울산에서 사진찍는 김세기 입니다.

4

광 주에서 사진찍고 디자인도 하고있는 박순렬입니다. T

A

서 울에서 활동하는 노애경입니다.

필름 사진을 언제부터 찍어왔나요, 그리고 필름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Y

그러니까 교토여행을 떠났을때가 직접 제 돈으로 산 카메라였으니 그때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후 배낭여행을 떠나기 전 날, 품안에 가져온 미놀타와 함께 본격적 으로 필름라이프를 시작했어요. 어릴적 앨 범을 둘러보던 날 그 사진들속에서 풍겨져 나오는 시간의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어요. 아 여행을 필름으로 기록하면 시간까지 같

4

대 략 2009년 초 즈음에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실 처음에는 사진을 찍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필름 카메라가 예쁘니 악 세서리처럼 들고 다녀볼까 하는 힙스터 같 은 속셈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막상 찍 어보니 생각보다 재미 있어서 몰입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옆에서 친구가 부추기기도 했구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가 아주 나쁜 친구입니다. 대 학생 1학년즘? 한창 토이카메라가 유행할 때였어요. 그때 로모에서나온 LC-A라는 카 메라가 너무나도 유행이었고 저 또한 가지 고 싶었던 카메라지만 비싼 가격때문에 넘 볼 수없었던 카메라였죠. 그러는 와중에 스 메나라는 목측식 카메라를 알게되었고 제 첫 카메라가 되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필름사

이 간직할 수 있겠다라는 막역한 생각을 품 은게 아마도 관심의 계기가 아닌가 싶네요. A

어 린 시절 부모님의 자동 필름 카메라를 만 져본 이후로 직접 필름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는 10년이 조금 넘었어요. 여행을 갈 때, 혹은 사진이 찍고 싶을 때 가끔씩 찍어 왔어 요. 필름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 덕분에 매 력에 빠지게 됐는데 몇몇 개의 라이카 카 메라와 여러 종류의 흑백 필름, 칼라 필름 을 사용해볼 수 있었어요. 특유의 질감과 색 감, 그 결과물의 매력은 비할 것이 없더라구 요. 또 작은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정 말 좋았어요.

S

아 내와 만나기 얼마전부터니까 17년 늦은 가을부터 필름 사진을 찍어오고 있습니다. 벌써 햇수로는 5년차네요. 사실 전 사진찍는 행위에 대해서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휴 대폰으로도 사진을 잘 찍지 않았어요. 그러 다 퇴직을 앞두신 선배님과 얘기 중 사진을 취미로 한 번 가져보라는 권유를 받게 되었 고, 그 선배님께서 카메라를 저에게 선물해 주셨습니다. 손에 카메라를 쥐게되니 찍어보 고, 자연스레 제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 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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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필 름을 시작하고서 몇년정도 찍다보니 자연스 레 필름사진에 대해서도 더 깊게 알고 싶어 졌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찍었던 필름사진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4

제 첫 필름에 들어있던 사진은 제 고향의 사 진이었어요. 바닷가가 있었고, 정박해있던 배와 갈매기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그리 고 동네친구까지 한롤에 들어있었어요. 정말 로 아무것도 몰랐던때에 찍었던 사진이지만 아직도 가끔 꺼내서 보는 사진들이에요.


T

모 처럼 사진기를 샀으니 우선 가까운 곳이 나 찍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그 당시 살던 동

여기저기 고장난곳들도 많지만 이리저리 만

네를 한 바퀴 쭉 돌면서 찍었습니다. 날도

익혀낸 이 카메라의 손때를 놓을수가 없어

흐리고 노출도 엉망이었지만 처음으로 혼자

기종변경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 최근

서 마음대로 찍어본 사진이라 사진관에서

인물사진을 위하여 미놀타와 병행하여 사용

사진을 받아 나오는 길이 엄청 떨렸던 기억

할 캐논의 eos5를 영입하였습니다.

져보고 다양한 필름들을 끼워서 사용하며

이 있습니다. 아직도 그 느낌을 잊지 못해요. A S

2 018년도 1월에 아내와 함께 강원도 자작나 무숲으로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이 처음 찍은

부모님의 펜탁스와 제 토이카메라를 제외하 고 가장 처음 사용해본 필름 카메라는 라이 카 m4입니다. 하지만 제 것이 아니었죠. 이 후 니콘 F3를 구매해 쭈욱 사용하고 있어요.

사진이네요. 아내와 떠난 첫 번째 여행, 처음 마주해본 새하얀 눈이 덮힌 하얀 자작나무 그 들 속에 저의 사진을 인화해서 받아들었을 때 ‘

앞서 말했지만 스메나8M이라는 목측식, 완 전 수동 카메라에요. 렌즈도 플라스틱으로

우와’하는 감탄사를 절로 내뱉게 되었어요. 지

된 토이카메라류 인데 생각보다 사진도 잘

금보아도 이쁘지만, 그 당시에는 처음이라는

만들어주는 카메라였죠. 물론 예쁘기도 예쁘

설렘과 행복했던 추억 필터가 입혀져 더 이쁘

답니다. 초점맞추기도 힘들고 노출도 다 계

게 느껴졌어요. 이 기억은 지금도 사진을 계속

산해가면서 찍었어야 했지만 그때문에 사진

찍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찍는 행위에 대해서 더 재미를 느끼고 배울

리고 첫 번째 사진.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기억

4

때도 더 빨리 배울 수 있었던것 같아요. A

곰 곰이 생각해 보니 한 장에 세 컷이 담겨 나 오는 토이카메라로 유럽여행지를 찍은 것이 처음으로 찍은 필름 사진이네요. 당시에는

선배님께 받았던 카메라는 Nikon사의 FM2 입니다. Nikkor 50mm 렌즈가 물려있구요.

디지털카메라가 조금씩 카메라 시장에 자리

특히 노출계를 제외하고는 배터리를 사용하

잡아가던 때라 필름을 구하기도 쉬웠고 현

지 않는 수동 기계식 카메라여서 잔고장이 거

상도 근처 어디서건 가능했어요. 코스트코에

의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현재도 저의 메

필름을 맡겼던 기억이 나네요.

인 카메라입니다. 아마 사진을 찍는 마지막 순

S

간까지 FM2를 사용할 것 같네요. 이 외에는 Y

비가 내리는 교토를 담아왔던게 첫 필름사

Canon의 eos5와 Hasselblad 500cm을

진이었습니다. 첫 혼자여행의 신기기하고

잠깐 사용해보았구요, 현재는 서브로 Leica

즐거운 마음에 아름다운 피사체라고 표현

CL(Leitz Minolta CL)을 사용 중입니다.

될 것들보단 순간순간의 그곳 사람들의 모 습을 담아왔었습니다. 아직도 36장으로 현 상되어 나온 그 매끈한 사진의 감촉을 잊을 수 가 없습니다.

가장 처음 사용해 본 필름카메라와 현재 사용중인 카메라를 알려주세요. T

제 일 처음 사용했던 카메라는 소련 Fed 사의 Fed Micron 이었습니다. 하프 프레임에 셀레 늄 노출계를 쓰는 목측식 카메라였는데 아무래 도 수명도 수명이고 불편한 점이 많다 보니 넘 어 온 카메라가 지금까지 메인으로 쓰고 있는 PENTAX MX 입니다. 곁다리로는 Smena 8m, Canon AF35M 정도가 있겠네요.

Y

찍어온 필름사진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놀타X-300 이 처음이자 지금까지 도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입니다. 중고인 아 이가 또 한번 저와 세월을 보내고 있는만큼


INTERVIEW

특별히 선호하는 필름이 있나요? 있다면 이유를 말해주세요.

력이라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보정을 어떻 게 해보지 라는 디지털사진과 달리 여행 시 작 전, 그공간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표현

A

해낼 색감을 상상하며 필름을 고르는 과정

아 직 사용해보지 못한 필름이 워낙 많아 꼽 기 어렵지만, 최근 5ft 매거진 덕분에 한 가

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지 않나 싶네요

지 선호하는 필름이 생겼어요. 코닥 포트라 을 주는 필름들도 있는데 포트라는 개성을

모 르겠는것? 같은 상황에서 찍어도 찍을 때마다 다 모르겠는 사진의 상태에요. 분

가진 듯해요. 아름다운 질감과 표현력이 참

명 이렇게 나오겠지? 하고 찍던것들과 이

마음에 듭니다.

렇게 찍을거야! 라고 했던 사진들이 다 다

입니다. 큰 특색이 없거나 서로 비슷한 느낌

4

르게 나왓을때도 있구요. 생각했던 대로 나 S

올때도 있어서 정말 모르겠어요. 그게 매력

개 인적으로 Kodak Portra 400을 선호 합니다. Portra 400으로 찍은 사진을 보

인것 같아요.

면, 제가 상상하던 필름 사진의 모습을 담고 낌. 이 필름이라면 제가 셔터를 누르는 모

여 러가지 이유가 있죠. 처음은 흔히 말하는 색감과 입자감이에요. 아마 필름 사진을 찍

든 곳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만 같아서 좋

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할 것 같은 매력

아합니다.

중 하나인데, 디지털 사진에서 느낄 수 없

있다고 생각해요. 따뜻하면서도 차분한 느

S

는 특유의 색감이 있어요. 입자감도 보정하 T

후 지 기록용 필름. 우연히 선물로 받았었는 데 그 첫 롤이 너무나도 기억에 남아서 여전

며 그레인을 올려준다해도 온전히 이 느낌을

히 좋아하는 필름입니다. 이름 그대로 기록

은 어릴 적 우리 부모님들께서 찍어주신 사

에 충실한 형태인 것도 마음에 들고.

진을 보며 느끼는 추억의 향수가 덧대어져

담아 내기는 참 어려워요. 이 색감이라는 것

더욱 빠져드는 것 같아요. 또 촬영을 하고 필 Y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오피트와 함께 작

름 현상을 맡기고 스캔 또는 인화를 하기까

업을 시작하기전엔 주로 코닥의 color 200

지의 시간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사나흘

를 많이 사용해왔었습니다. 칼라감이 가장

정도가 걸려요. 지방에서는 더 걸리는 일도

부드럽게 나온다고 느껴졌기 때문인데요 최

허다하구요. 그 기다림의 시간동안 나의 시

근 11호에 사용되었던 저스트필름의 은은

선들이 어떻게 기록되었을지 기대가 되고 설

하면서도 소프트한 색감에 반해 선호하는

렙니다. 이 기다림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또

필름 중 하나가 추가되었네요.

기다림 덕분에 설렘의 크기를 더욱 키워주 는 것 같아요.

4

사 진을 찍으면서 제일 많이 찍었던 사진은 흑백사진이었어요. 필름도 여러가지를 많 이 써봤지만 그중에는 일포드에서 나오는

사 람이 고민을 하게 만드는 점이라고 생각 합니다. 컷 수도 늘 제한되어 있고, 현상하

HP5 인것 같아요. 적당한 부드러움도 보이

기 전 까진 결과물을 알 수도 없고, 현상 방

고 딱 좋아하는 검정색을 만들어주는 것 같

법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달라지기도 하고

아요. 컬러필름은 후지필름 C200이요. 솔직

작은 실수 하나로 사진이 이상하게 나오기

히 아무것도 모를때 제일 싼 필름중에 골라

도 하니 어느 것 하나하나 허투루 넘어갈 수

서 썻었어요, 제일 많이 썻던 필름이어서 그

없으니까요. 그렇게 고민 끝에 나온 사진 한

런지 익숙해서 그런지 아직도 제일 괜찮아보

장이 마음에 들 때. 그 기분은 어떻게 표현

이는 것 같아요.

하기 힘들만큼 좋습니다.

T

A

필름사진만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필 름을 사용한다는 것이요. 필름만이 보여 주는 색감, 질감과 촬영에서 현상까지 전 과정이 가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디지 털로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자 매력이라 고 생각해요.

Y

처음 필름을 찍을때만해도 필름의 매력은 입자감과 색감이라고 여겼었습니다. 사실 사진을 찍는 시간들이 흐르는 만큼, 더 크게 느껴지는건 내가 선택한 필름과 나의 카메 라가 이루는 조화 그것이 주는 사진의 분위 기. 그것을 조절해나가는 재미가 가장 큰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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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때 셔터를 누르나요? 그리고 셔터를 누를 때 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요. S 4

저 는 움직일때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걸을때 허리를 굽힐때, 무언가 주고받을

찍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보는 일도 재

같지는 않습니다. 허락되는 한 디지털과 병

미있습니다.

행해서라도 계속 찍고 싶네요.

무 엇을 찍어야겠다라는 생각없이 찍는 편입 니다. 그래서 걷다가 눈길이 머무는 곳이나

Y

농담처럼 말하고 다닙니다. 필름을 찍지 않 으면 사진을 찍지는 않을 것 같다고요. 살면

것. 그럴 때 셔터를 누릅니다. 로모그래피사

서 나의 생각과 일상을 담아내는 일을 하지

때, 인사할때, 어딘가 바라볼때, 그리고 동물

의 “Don’t think, just shoot”을 제법 잘 지

않을때까지는 열심히 필름값 생각안하고 찍

들이 달려갈때, 나랑 눈마주칠때 등등, 움직

키고 있네요.

을 생각이에요.

임이 있는 사진을 좋아해요. 그런 상황들이 일기장에 기록해두고싶은 장면이나 이야

네. 찍어야죠. 찍다보면 불타는 순간도 있을 것 이고, 한순간 잊어버리고 살 때도 있겠지만 계

기가 펼쳐질 때 망설임없이 셔터를 누릅니

속 찍을 것 같아요. 빈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보일때 빨리 찍고싶어서 허둥지둥 하며 놓칠 때도 많아서 항상 지나가지말아라 놓지지 말

S Y

자 지금이다! 이러면서 찍어요.ㅎㅎ

다. 아직은 작품성보다는 저 자신을 위해 남 A

T

참 심플한데 담고 싶은 장면이 보일 때 셔터 를 눌러요. 일상생활을 하며 눈에 보이는 장

겨두는 기록적인 순간들이 더 좋은 것 같아 요 그리고 그 장면을 누르면서 일기의 한문

필름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찍을 거예요. 필름 사진 참 예쁘잖아요. 자연스러

면의 일부를 잘라 작은 프레임으로 보는 습

장정도가 함께 떠오르죠 이를테면 이런것이

운 상태인 무언가를 담는 것을 좋아하는 편

관이 있어요. 그 모든 장면을 담을 수는 없지

겠죠 “ 따뜻한 티 한 잔에 온몸이 노곤노곤

이에요. 이런 저에게 필름들의 개성은 그 자

만 가끔 필름 카메라로 담아봐요. 셔터를 누

했던 날이었다 ”

연스러운 장면에 일종의 마법을 부려주는

A

를 때 이 장면은 필름 위에서 어떻게 표현될

듯해요. 이 매력적인 도구를 평생 놓지 못

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할 것 같아요.

걸 으면서 늘 주변을 살피는 편입니다. 그러 다가 무슨 이유에서든 다른 곳 보다 조금

앞으로도 계속해서 필름사진을 찍을 것 같나요?

4

필름사진은 제가 필름을 사지 못하는 상황 이 생길 때 까지 찍을 것 같아요. 그지가 되 서 필름살돈이 없거나. 전부 단종되어서 이

더 오래 눈을 두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제 더이상 구하지 못하거나 할때까지요. 제

니다. 무언가 의미를 생각하기 보다는 단순

고 민중입니다만 확실한 것은 예전보다는 많 이 줄어들 것 같기는 합니다. 확실히 필름이

히 기계적인, 노 출이나 구도같은 것을 먼

사양사업이라 자꾸 단종되는 필름은 많아지

래봅니다.

저 고민하고 찍습니다. 의미를 찾는 것은 보

고 가격도 오르다 보니 예전처럼 편하게 찍

통 그 다음 과정이더라구요. 내가 여길 왜

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포기할 것

은 그런 상황에서 주로 셔터를 누르고는 합

T

가 죽기전에는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


INTERVIEW

필름과 필름카메라로 미래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Y

마치 어릴적 그림일기장을 작성하듯 작은 순간순간 하나마저도 필름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필름사진들 도, 앞으로 찍을 필름사진들도 모두 현상을 하여 계속해서 앨범을 채워나가는 일. 생각 만해도 돈도 많이들고 부피도 클 것 같네요.

A

두 가지가 있어요. 한 가지는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주거공간을 비슷한 포맷으로 담는 것 이에요. 특히 아파트나 집합주거 건물을 스 칠 때면 그 속 한 집 한 집의 삶과 형태가 늘 궁금하거든요. 필름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 어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동물 사진입니다. 동물의 움직임이나 형태를 담기보다는 감정 을 담아보고 싶어요. 이 두 가지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어요.

4

결 혼하면..둘의 모습을 자주 남기고 싶어요. 사실 찍는걸 좋아하지만 찍히는걸 좋아하지 는 않거든요. 하지만 함께 있는 모습이 조금 은 남아있으면 좋을것 같아요. 정해두고 찍 는 것 보단 가끔 생각날때마다 함께 있는 모 습을 남겨놓을까 합니다.

S

전 몽각 선생님의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책이 있어요. 정말 유명한 책인데, 저 또한 앞으로 태어날 저의 아이를 위해 한 권의 책을 만들 어보고 싶습니다. 실수 또는 개인적인 이유 로 휘발될 수 있는 디지털 파일로 남겨두기 보다는 한 권의 책으로 선물해주고 싶습니 다. 휴대폰으로도 디지털 카메라로도 찍겠지 만, 필름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어요.

T

예 전에 사진을 찍었던 곳에 가서 똑같은 구 도로 다시 사진을 찍어보고 싶습니다. 그때 의 나와는 세상을 어떻게 다르게 보고 있는 지, 세상은 어떻게 변했는지 조금은 감이 오 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호의 주제는 ‘기록’ 입니다. 단순한 행위이 지만 개개인의 삶에서 기록이 갖는 의미는 저 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기록이란 본인에게 어 떤 의미인가요? 큰 비중을 차지하나요? A

일 할 때를 제외하고 기록은 거의 하지 않는 편임에도 기록을 무척 중요시합니다. 정확한 것이 좋아요. 제게 있어 기록은 무언가를 확 인하는 수단, 지난 장면을 기억하는 데에 도 움을 주는 것이에요. 예전에 비하면 따로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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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기록되고 남는 것들 이 참 많아졌어요. 이메일, 통화목록, 영수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알려주세요.

증, cctv 등등. 이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 하는 편이에요. 4

S

익 명의 누군가의 뒷모습을 자주 담고 있어 요.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예전에 찍었던 사

저 에게 기록은 추억하기 인거같아요. 어릴 때부터 찍어온 사진들을 가끔 열어볼때면

진들을 보다보면 뒷모습 사진이 참 많더라구

생각나는 그때의 추억들 때문에 기분좋아

것 같아요. 앞모습의 경우에는 표정을 위장

지기도 하고 뜬금없이 슬퍼지기도 하고 그

할 수 있고, 숨길 수 있죠. 뒷모습은 숨길 수

런거 같아요.

없는 것 같아요. 그 누군가의 모습을 가장 솔

요. 유독 제가 끌리는 장면이기에 많이 담은

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뒷모습 같아요.

기록에 대한 공통된 경험을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서 일기쓰기라는 과제를 내어 주어 기록하는 습관을 권장하고 또 경험하도 록 하는데요. 여러 장점이 있으니 모든 어린이 들에게 권하는 것이겠죠.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기록의 장점은 잠시 접 어두고 나 자신에게 기록이 보여준 힘, 쓸모 혹은 장점 등 직접 경험한 사례가 있다면 공 유해주세요. Y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기록의 장점은 잠시 접어두고 나 자신에게 기록이 보여준 힘, 쓸 모 혹은 장점 등 직접 경험한 사례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T

어 떤 날, 아주 힘든 날이 있을 때, 예전에 써 놓은 글을 읽다 보면 그 중엔 분명 지금의 나 와 비슷한 상황의 내가 있습니다. 그때 내가 남긴 글을 읽고 나면 아 나는 이런 상황도 어 떻게든 잘 지나 왔구나 하는 마음에 잔뜩 기죽 어 있던 마음이 편안해지고는 합니다. 이번에 도 잘 해낼 수 있겠지 하고. 그리곤 다시 지금 의 마음을 더해서 남겨놓습니다. 훗날의 내가 다시 이겨낼 수 있도록.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말은 머리로는 이해를 해도 마음으로 온 전히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 다 찾아보게 되는 그 날의 기록들은 나를 외 롭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나도 당신도 언젠가 겪었거나 겪을 일임을 알아서.

4

저는 기억력이 딱히 좋지 않는데, 기록해둔 메모와 낙서안에서 무언가를 떠올리는걸 좋 아하는거 같아요. 그래서 습관적으로 낙서

S

아 마 사람은 기록하기 위해 살고 있는지 도 모르겠습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

같은걸 많이 하기도 하고 쓰잘데기 없는 단 T

지니까요. T

숨 쉬듯 하게 되는 일입니다. 따로 시간을 두지 않아도 하게 되는 일. 따로 비중을 계

단 순히 기억해야 할 것들부터 그때그때의 감정이나 떠오르는 추억 같은 것들을 모두

어들을 자꾸 적어내놓았다가 그 안에서 어

기록합니다. 그냥 내가 보고싶기도 하고, 누

시키고 있어요.

떤 이야기들이나 영감을 떠올려서 일에 접목

군가 비슷한 감정이 있었다면 공감할 수 있 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해서.

A

산하기도 어려운 일. 기 록에 큰 열정이 없는 편임에도 꾸준히 기 록하는 것은 키우는 강아지들의 모습이에요.

히 그래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친구

지나가는 생각들을 모두 붙잡고 있지 못해 참 안달했었습니다. 일기장엔 일상적인 기

모든 장면이 사랑스러워 비슷비슷한 모습이

아주 어릴 적 친구들 중 여럿이 지금 무얼

록보다는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는 생각들의

어도 사진으로 담아 기록하게 돼요.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게 됐지만 당

A Y

모아두는 것만으로 기록과 같아지는 것들이 있어요. 추억이 담긴 편지들이 저에게는 특 들에게 받은 편지와 카드를 모아두었어요.

문장으로 가득할 정도 였죠. 제게 기록이란 인생을 모두 기억하고자하는 노력입니다.

시 즐거웠던 시간으로 돌아가 추억할 수 있

그 비중이라면 삶을 사랑하는 제 마음만큼

잘 몰랐었는데 작년에 작은 디지털 전시를 기 획하면서 찍어뒀던 사진들을 들춰보면서 알게

이니 엄청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된 사실이 있었어요. 저는 우산을 엄청 많이 남

4

음에 감사해요.

겨두었더라구요. 양산을 쓰고있는 어머님들이

행복했을 때 기록했던 글과 사진, 영상을 이 따금 다시 꺼내볼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

나 우산쓰고 걸어가는 아이들 그리고 햇볓이나

것을 보는 순간도 그 행복감으로 채워져요.

비를 막아주는 파라솔까지 다양한 우산을 무의

지금이 힘들어도, 그때를 생각하면 이 힘듦

식적으로 많이 남겨두고있는거 같아요.

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도 생기구요. 자

S


INTERVIEW

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도 나는 저때처 럼 행복함을 영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라

주 로 달력에 그 날의 이벤트를 기록해두는 방식 을 써요. 하루를 요약한 단어와 문장 사이 사이

고 생각이 들게되요. 그게 살아가는데 큰 힘

에 사진과 영상이 곁들여지면 온전한 하루가 기

고 싶어요. 말로는 표현 안되지만, 느낄 수 있

이 됩니다.

록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날마다 느꼈던 느낌

는 것들을 사진으로 남겨 그 분들께 선물로

들을 감정적으로 남깁니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S

S

3 0년 이상 한 곳에 자리 잡고 무언가를 하고 계신 분들의 눈과 손, 그 분들의 아우라를 담

이때는 이렇게 느꼈구나 하고 알 수 있도록. 4

모든 사람들이 같은 것을 기록하지는 않아요. 저마다 기록하고 싶은 것이 다르고, 기록 방식 도 각기 다릅니다. 그래서 타인의 기록은 어떤 지 조금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주로 사용하는 기록의 방법을 알려주세요. A

어떨까 하고 있어요. 아직은 실천은 못하고

어떤 때, 어떠한 것을 기록하나요?

있지만 저희 부모님도 나이가 많이 드셔서 빠른시일 안에 시도 해보려고 합니다.

T

기 쁠 때, 슬플 때, 기억해야 할 때에 대화와 공기, 온도, 가게의 상호, 간판, 친구의 버릇,

메 모하기와 사진으로 남기는 방식을 주로 사 용해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할 때에

날씨, 마시는 음료의 이름 등등. 내키는 모든

조 금 뜬금없을 수 있지만 제 식단과 몸 상태 등에 관련된 것들을 기록하고 싶어요. 건강

것들을 기록합니다. 이유는 없어요. 단지 남

관리 차원에서요. 몇 번 시도해보았는데 작

는 사진을 자주 활용하고, 제 감정이나 생각

기고 싶은 마음이 들면.

심삼일에 그치곤 했어요.

등은 메모로 남겨요. T

Y

S

삶 의 순간 순간을 기록합니다.

A

빌린 것처럼 기록을 합니다. 격해지는 마음

잊 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거나 감정을 느낄 때 기록을 해요. 바쁠 때에는 생각을 할 겨를

에 휩쓸리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감정

도 없어지곤 해 최근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을 남기기 위해서. 한 걸음 떨어져서 보다

지 오래되었어요. 하지만 여행을 떠나면 꼭

보면 가끔은 보이 지 않던 것도 보이는 법이

기록을 남겨요. 매일매일 그날 있었던 일과

고, 시간이 지나 다르게 받아들여 지는 것들

생각, 감정들을 기록해요. 오래오래 기억하

도 있기 마련이라.

고 싶은 것을 남깁니다.

주 로 픽션의 형식을 빌립니다. 나에게 있었 던 일도 타인의 일처럼, 혹은 타인의 입을

어디를 가던, 항상 가방에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볼펜하나와 다이어리

항 상 어떤일이든 어떤상황이든 그게 무엇이 든 사진으로 움직이는 상황을 기록하고, 연

휴대폰 메모장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긴 하

필로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합니다. 매우

지만 아직은 볼펜을 들고 직접 적어내려가

산발적이고 정리되지 않은 기록이라 때로는

는게 감수성을 좀 더 풍부하게 해주는 듯 하

찾기어려울 때도 있어요.

4

여 감정적인 부분을 아날로그로 언제든 펼 쳐서 기록해둡니다. 4

시 골에 살아서 그런지 요즘 떠오르는 생각에 시골 동네 어르신들 사진을 좀 찍어드리면

저 는 샤프나 연필을 이용한 낙서를 좋아해 요. 어릴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매우 좋아

지금 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하다면 기록하 고픈 무언가가 있나요? 있다면 알려주세요.

했었는데 이상하게 연필이나 샤프가 아닌 다 른걸로는 그림을 잘 그리질 못했던 것 같아 요. 연필의 그 사각사각 대는 느낌을 느끼며

그 많은 기록중에서 이상하게 가족의 이야 기는 자주 다루지 않게 됩니다. 자꾸 줄어드

낙서를 하면 그 낙서에 제 감정이 매우 잘 실

는 엄마와 아빠의 시간을 자식의 입장에서

려서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아서 좋았고 그

보고 기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

게 습관처럼 자리 잡은것 같아요.

니다. 빠른 시일 내에 시작해야 겠지요.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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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다섯명의 작가가 5ft매거진을 통해 함께 사 진기록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도 시에서 저마다의 시선을 필름사진을 통해 남 기고 있습니다. 2021년 새해의 기록을 모아 내는 첫 호를 기념하며 소감 한마디씩 부탁 드립니다.

저 마음 가는 대로 찍던 사진에 더욱 애정이 생겼고, 사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좋은 작 가님들과 시선을 함께 기록해나갈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함께 성장하 며 따스한 걸음 나아가는 5피트 매거진이 되 기를 기원합니다.

T

늘 무언가 새로 시작할 때면 겁부터 내는 편 이라 그렇게 그냥 흘려보낸 것들이 수도 없

Y

작년 여름부터 함께하게 된 오피트매거진

이 많을겁니다. 올해는 최대한 허투루 흘려

과 함께 새해를 맞이 하게 되었습니다. 단순

보내는 일 없이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기억

하게 필름을 찍는 것을 넘어 함께 공유하고,

하고 싶습니다. 그 길을 5ft매거진의 여러

발전할 수 있는 일들을 머리 맞대고 도모하

작가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하고

는 작업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벅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좋

찹니다. 2021년에 담아낼 필름들이 오피트

은 사진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와 함께 얼마나 더 발전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아주 큽니다

4

벌 써 1년이라는 시간을 오피트매거진에 쏟 아부었어요.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함 께해주신 작가분들 덕에 지금껏 할 수 있었

5 ft매거진에 다들 대단하신 작가님들이 참여 하셨어요. 개성도 뚜렷하시고, 사진안에 담

던 것 같아요. 21년 올해는 조금 더 볼거리

아내는 감성도 너무 좋은 분들이에요. 덕분

많은 매거진을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될 지

에 저는 같이 참여하면서도 많이 배우고, 경

모르겠지만 봐주시는 구독자분들이 생각보

험하고 있습니다. 또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다 꽤 있는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좋은 말씀 해주셔서

습니다. 함께 해주신 분들 감사하고 앞으로

꾸준히 해올 수 있었어요. 늘 그렇듯, 전 운

더 화이팅해요!

이 좋네요. 많은 분들의 도움 속에 새로운 경

S

험을 하고 있으니. 이 운이 오래도록 이어졌 A

같 은 필름으로 작가님들과 시선을 공유하 고 나누는 것이 이리도 즐거울 줄 몰랐습니 다. 서로 다른 도시에서 찍어 올리는 사진들 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볼 때면 참 벅차요. 그

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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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_ng_film

RICHO FF9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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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 2021.02 참여작가 박순렬 노애경 김세기 김태홍 박영이 일러스트 김건아 (instagram @guna_illust) 발행처 포레스트 스튜디오 디자인 및 편집 포레스트 스튜디오 (instagram @4rest_studio, 010 4931 3298) E-book www.issuu.com/5ft.magazine E-mail 5ft.magazine@gmail.com instagram @5ft.magazine

모든 사진과 글은 각 작가에게 있으며 무단으로 복제 및 도용은 금지하며 사용을 원할 경우 반드시 작가와의 시전 협의가 필요합니다. Copyright 2020. 5ft.magazine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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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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