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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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캠퍼스

학내

사회

005

여는글

006

포토 에세이

014

캠퍼스 옛 모습

028

캠퍼스 마스터플랜

040

캠퍼스에 불이 나면

050

지난 교지 다시 보기

062

15/16주, 그 너머의 이야기

068

미숙한 RC제도 끼워맞춘 장학제도

078

언론, 독립을 외치다

090

대학생이 걸어갔던 거리

104

SPA를 입는다 지구를 벗긴다

114

시국선언과 대학생의 목소리


기고

122

The Island is real. It’s us.

일상

132

인터뷰

136

날적이

143

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84호

146

편집후기



여는글 대학문화의 꽃이라 불리던 MBC 대학가요제가 2012년 제36회 대학가요제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배철수, 임백천, 심수봉, 노사연, 유열, 신해철, 전람회(김동률), 이한철, 김광민……. 음악계를 이끌어가는 수많은 싱어송라이터를 배출한 대회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큽니다만, 더 큰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대학문화의 꽃이 시들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생이 즐길만한 거리가 점점 부족해지는 현실에 서 대학가요제의 폐지는 대학생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듯합니다. 더 공부하라고, 더 열심히 살라고, 더 치열 히 살라고. 한눈팔 시간 없다고. 우리 한양대학교 선배 중 한 분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1981년 제5회 대학가요제 에서 대상을 받은 정오차(상경대 81학번) 선배가 그 주인공입니다. 대상을 받은 노래 <바윗돌>은 대학가요 제 이후 방송에서 줄기차게 흘러나오며 유명세를 떨쳤죠. 하지만 대학가요제가 끝난 한 달쯤 뒤, <바윗돌>은 방송금지곡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결하고 명확했습니다. 불온사상 내포. 방송에 출연한 정오차 선배가 <바윗돌>이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한 노래라고 밝혔기 때문이었죠. 당시 정오차 선배는 "광주에서 죽은 친구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만든 노래고 <바윗돌>은 친구의 묘비를 의미한다."며 <바윗돌>을 만들게 된 이유를 밝혔습니다. 결국 <바윗돌>은 대학가요제 유일한 방송금지곡으로 남게 되었죠. 이렇듯 대학가요제는 대학생의 목소리를 전하는 창구이기도 했습니다. 기성세대에게, 사회에게 소리쳤 습니다. 하지만 대학가요제가 폐지된 지금, 대학생은 무얼 하고 있을까요?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 기 위해 달려가느라 자신을, 사회를 돌아보지 못하고 있지 않을는지요. 『한양』 85호는 ‘캠퍼스’를 기획으로 구성했습니다. 사실, 원래 기획은 ‘한양’이었습니다. ‘한양’을 기획으 로 계획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부끄럽게 고백하자면, 『한양』이 학내 유일의 자치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성언론이 하지 않는, 학내의 권력과 불합리를 견제해야 했을 『한양』이 지만,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한양』 85호는 학교 재단과 등록금 운 용부터 캠퍼스 문제까지 다양한 학내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부끄럽게 고백 하자면, 이번 ‘캠퍼스’ 기획은 처음에 구상한 ‘한양’의 반 토막에 불과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등록 금(우리가 내는 값비싼 등록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관한 기사를 자료 수집과 분석에 따르는 현 실적 이유로 이번 85호에 싣지 못했고, 결국 기획을 ‘캠퍼스’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겠지요. 더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자치언론의 본분을 생각하겠습니다.


사진•편집위원 서기환 happylock93@naver.com

Photo essay

건축학과 13 이우평

한양이 한양에게


경제금융학부 13 김홍순

경제금융학부 12 임승남


법학과 07 최종혁

신소재공학부 12 한세연


영어영문학과 06 최진혁

정책학과 12 정의종


정책학과 13 김민석

중문과 07 이주열


컴퓨터공학과 10 이연실

철학과 11 권수진


캠퍼스 012

campus (대학) 교정[구내]

기획 캠퍼스


캠퍼스

01

부편집장 이준건 / seawhale98@hanyang.ac.kr

캠퍼스에 불이 나면

캠퍼스

03

편집위원 서기환 / happylock93@naver.com 수습위원 배지영 / azaleaee@gmail.com 부편집장 이준건 / seawhale98@hanyang.ac.kr

캠퍼스 마스터플랜

캠퍼스 옛 모습

한양 85

캠퍼스

02

부편집장 이준건 / seawhale98@hanyang.ac.kr

013


부편집장 이준건 / seawhale98@hanyang.ac.kr


캠퍼스 옛 모습


016

기획 캠퍼스

정문에서 애지문까지

9시 43분. 이른 아침에 한창 방학 중인 캠퍼스 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붐빈다. 다른 음역을 가진 두

었어. 지금은 엄청나게 개방적으로 변했지만, 예전 에는 참 폐쇄적이었지.”

여학우가 목소리를 높이며 올라오는가 하면, 귀에

“문이 있었다고요? 상상이 잘 안 가는데요.”

이어폰을 꽂고 제 길을 떠나는 학생들도 있다. 뜨거

“어디 보자. 먼저, 옛날에는 애지문이 아예 없었

운 햇살 때문에 저절로 찡그려지는 얼굴, 땀이 나지

어. 맥도날드 쪽으로 나오는 출구 있지? 거기로 나

않게 조심스레 그러나 바쁘게 재촉하는 발걸음. 그

있는 출구를 따라 정문으로 올라와야만 했지. 여기,

들은 어디까지 가는 걸까?

그러니까 정문 쪽에 있는 분수대가 원래는 아예 없

약속한 시간이 되자, 저기 멀리서 익숙한 얼굴

었어. 거기도 다 산이었지. 그리고 동문회관이 있는

이 보인다. 한양대학교에서 20년 가까이 있어 이곳

저 공간도, 다 녹지였지. 건물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의 옛 모습을 잘 아시는 분. 마침 오늘이 공휴일이라

병원으로 가는 차로가 하나 있었을 뿐이고, 그 외에

어렵게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볍

는 다 숲과 같은 상태였어. 그렇게 왼쪽에도 산, 오

게 악수를 하고, 특별한 목적지 없이 걸어가기 시작

른쪽에도 산이 있으니 자연스레 벽 역할을 하고, 그

했다.

사이로 거대한 철문이 하나 들어서 있었던 거야. 가 로로 2.5m, 세로로도 2.5m쯤? 굉장히 육중한 철문

“그래,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줄까?”

이었고, 시간이 되면 수위가 와서 문을 잠갔지. 옆에

“글쎄요. 일단 조금 걸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을

조그마한 쪽문은 그대로 열어놓고 말이야. 그래서

까요? “그거 좋지.”

한양대가 데모의 1번지였던 거야. 문을 닫아버리면 경찰이 못 들어오니까.” “아, 안 그래도 선배들한테 한양대학교가 예전

일단 만나기는 했다만, 묵묵하게 같이 걸어가려 니 조금 어색하다. 출구로 나와 정문으로 향하니 정 문의 예전 모습이 궁금해진다.

엔 데모의 성지였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무엇보다, 학교가 미로처럼 되어 있으 니 학생들이 숨어버리면 경찰들이 못 찾았지. 그래 서 사복경찰이 돌아다녔고, 그 사람을 보고 프락치

“정문의 모습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나요?” “응, 많이 바뀌었지. 원래는 정문에 큰 문이 있

라고 불렀어. 프락치, 많이 들어봤지?” “관련 기사를 본 것 같아요. 당시 학생들이 어떤


한양 85

017

캠퍼스 옛 모습

1. 1997년 6월 한양대학교 내에서 5기 한총련 출범식을 준비하던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한양대학교 재학생 이석을 프락치로 오인 하여 때려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한총련 출범식장 근처를 지 나가던 이석을 누군가 프락치로 지목하자 끌려가 집단 구타를 당했 다. [출처 위키백과]

학생을 프락치로 오인해서 죽였다고 뉴스에 나왔던 것 같아요”1 “응, 그건 나도 본 것 같네. 아무튼, 동문회관에 서부터 정문까지는 다 녹지공간이었다고 보면 돼. 또, 지하철 입구에서 정문까지도 할머니들이 손수레 를 끌고 와서 장사하고 그랬는데, 분수대를 만들고 정문을 철거하면서 그분들도 다 쫓겨났지. 그래서 그것 때문에 논란이 일고 그랬던 걸로 기억하네.” 노량진에서 컵밥 장사를 하다가 쫓겨나신 분들 이 생각난다. 물론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대 부분 쫓겨나는 게 힘없는 약자라는 점, 소수라는 점 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말씀을 듣다 보니 노량진 컵밥 사태가 생각나 네요.” “맞아, 그런 개념이지. 그렇게 다 쫓겨났어. 병 원이 가까이 있으니 그분들이 음료수나 선물용 물품 도 팔고 그랬는데, 지금은 다 정리된 거야. 터줏대감 같이 대여섯 분 정도가 거기서 장사하고 계셨는데, 철거 명령을 받고 모두 떠났다고 해. 아무튼, 그때부 터 우리 학교의 정문이 개방적으로 변하고 또 애지 문이 생기면서 국내 최초로 학교와 지하철이 바로 연결되는 캠퍼스가 만들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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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기획 캠퍼스

애지문에서 노천극장까지

지금은 구본관과 신본관으로 나뉜 좌우 본관 건

으로 들어가 시간을 보내지만, 그때는 모두 밖에 나

물. 인터뷰하기 위해 신본관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와서 웃고 떠들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애지문에

데, 과연 새로 지어진 본관답게 으리으리하고 깔끔

서 북적이던, 그 많은 학생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 걸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제는 노란색을 띠고 있

까? 건물은 보이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

는 구본관의 모습과 연한 회색빛이 감도는 신본관의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일까.

모습은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건물이라는 묘한 대비 를 이룬다. 사자상은 여전히 고개를 돌려 왕십리를

“대학원 건물은 그대로인가요?”

바라보고 있다.

“음. 대학원 건물은 그대로야. 별로 손댄 게 없지.” “노천극장도 그렇게 많이 변한 건 없죠?”

“신본관이 들어서기 전에는 거기에 어떤 게 있 었나요?” “예전에는 거기도 숲이자 공원이었어. 벤치도 조 금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지금은 158계단 가는 길의

“크게 변한 부분은 없지만, 옛날에는 지붕이 없 었지. 무대를 새로 꾸민 거야. 정말 말 그대로 노천 극장, 덩그러니 잔디와 계단만 깔고, 무대가 있었을 뿐이야.”

목월동산으로 옮겨진 이한열 동상이 거기 있었지.” “저도 인문대에 올라가다 보면 가끔 봅니다. 아 주 초라하던데요.” “초라한 건 그때도 매한가지였어. 초라한 건 똑 같은데, 다만 그때는 거기에 녹지대가 있었을 뿐이 지. 벤치가 네다섯 개 정도 있고, 동상 뒤로는 높은 절벽이 있었어. 아주 높은 절벽이 말이야. 사회대 맞 은편에도 벤치가 있어서, 학생들이 거기서 쉬고 가 곤 했지. 그런데 거기를 신본관이 다 차지한 거야.” “녹지가 많이 사라졌네요.” “그럼. 예전에는 숲이 참 많았었는데.” 문득 옛날에 한양대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은 어 떻게 시간을 보냈을지 궁금해진다. 지금에야 사회대 라운지나 경영대 라운지 등 건물에 있는 휴식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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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85

019

캠퍼스 옛 모습

노천극장에서 ITBT까지

노천극장에는 오늘도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는 없었어. 그래서 지금 걸어가는 길이 많이 답답해.

먹는 학생들이 있다. 여름에는 초록의 활기찬 빛으

FTC 건물이 들어서기 이전에는 야트막한 야산이

로 노천극장이 빛난다면, 가을에는 쓸쓸히 노란색으

하나 있고 그 뒤로 중랑천이 보여서 상쾌했는데.”

로 젖어들어 노천극장이 정말 노랗게 변한다. 그렇

“원래는 거기도 휴식공간이 있었군요.

게 사계절 동안 끊임없이 자기 색깔을 바꿔 보여주

“그렇지. 거기도 공원처럼 휴식공간이 있었지.”

는 노천극장이지만, 그래도 예전의 모습을 상상하게 끔 해주는 건 노천극장이 유일한 것 같다. “날씨가 상당히 덥네요.” “그렇지. 요즘은 또 햇빛이 아주 뜨거워.” “이렇게 더운 날에는 노천극장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겠네요?” “그렇지만 예전에는 이렇게 뜨겁진 않았던 것 같은데. 학생들이 붐비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 도 노는 사람들이 종종 있곤 했지. 요즘도, 있긴 있 잖아?” “그건 그래요. 그런데 여기서부터 ITBT까지는 어떻게 변했나요?” “길이 크게 변한 건 없어. 다만 심히 변한 건 운 동장과 FTC 건물이지. 옛날의 운동장은 그냥 흙바 닥이었어. 안에 깔린 것 하나 없는 딱딱한 흙바닥. 한번 넘어지면 엄청나게 까지고 그랬어. 게다가 바 람이 한번 불면 모래바람이 일어나고 땅바닥이 드러 나니, 그때는 정말 여기서 운동하기 싫었지. 그러다 가 언젠가 대대적으로 공사하면서 자갈과 모래, 성 토를 집어넣어서 만든 게 지금의 운동장이야. 게다 가 지금은 우레탄으로 트랙까지 깔았잖아? 운동하 기 참 좋아졌지. 그리고 원래 FTC 건물도, 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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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기획 캠퍼스

슬슬 ITBT가 보인다. 거대한 건물과 각각 크게 IT·BT라 쓰인 모습을 보면, 어쩐지 위압감이 느껴 진다. 지하도 층층이 내려가 있고 지상으로도 7, 8층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건물.

“저 멀리 HIT가 보이네요. 저는 저곳을 지날 때 마다 입학 초가 생각이 나요.” “그렇지. 요즘 신입생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장소 니까. 그런데 저기도 원래는 다 공원이었던 거, 알아?” “저곳이 다 공원이었다고요?”

“ITBT는 별로 변한 게 없죠?”

“응. 거기도 원래 다 나무가 듬성듬성 심어져 있

“글쎄. 원래 ITBT건물은 저게 아니야. 신축된

는 공터였어. 그런데 HIT 건물이 들어오면서 전부

것이지. 원래는 그 옆에 있는 작은 건물, 저 건물 보

다 밀어버리고, 거기에 잔디를 깔아놓아서 지금처럼

이지? 저 건물이었어. 그러고 보니 중앙도서관 이

된 거야. 나무 대신에 잔디를 깔아놓은 거지.”

야기를 안 했군. ITBT 7층에 가보면 교목실이라고 있지? 그게 예배당이거든. 원래는 지금 중앙도서관 이 있는 자리에 교회가 하나 있었어. 그런데 그걸 철 거하고 새로 중앙도서관을 지으면서, 88체육관으로 그 예배당이 옮겨졌다가 ITBT가 신축하면서 다시 ITBT 7층으로 옮겨졌지. 중앙도서관도 원래는 다 산지였어. 단지 교회가 하나 있을 따름이었지.”


한양 85

021

캠퍼스 옛 모습

ITBT에서 HIT까지

“정말, 남아있는 녹지라곤 얼마 없네요.” “그럼. 옛날에는 지금 경영대학이 있는 공간, 행 원 파크도 전부 숲이었어. 밀림 같이 빽빽할 정도로 깊은 숲은 아니었지만, 나무들, 특히 향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 곳이었지. 공원처럼 가운데는 나무들이 있었고, 둘레에는 벤치가 있었지. 언제 사라졌는지 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경영관이 새로 들어서면서 사라졌으니까 경영관이 들어선 연도를 보면 알 수 있겠지. 뭐, 사실 녹지가 사라진 데에는 두 가지 시 사점이 있어. 하나는 녹지가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 래도 잔디를 깐다든가, 나무를 심는다든가 하면서 조금이라도 녹지를 보존하려고 애쓴 거고, 하나는 학교가 상당히 깨끗해졌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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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깨끗해졌다는 것은 무슨 말씀이신가요?” “처음에 이 학교에 왔을 때, 학교가 마치 쓰레기 장처럼 느껴졌어. 대학교가 뭐 이런가 싶었지. 특히 아까 본 노천극장이 제일 심했어. 축제 같은 걸 하고 나면 어김없이 쓰레기가 가득했거든. 지금이야 아주 머니들을 고용해서 자주 청소하지만, 예전에는 그러 지 않았단 말이야. 몇 달에 한 번씩 학교에서 사람들 을 고용해서 청소시키고 그랬거든. 경영관이 있던 녹지도 그렇고, 녹지대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기고 간 쓰레기들로 가득했지. 치우는 사람도 없었고.” “학교가 그런 이유로 녹지대를 정리한 것도 있 겠네요.” “그렇지. 지금은 아주머니들을 고용해서 깨끗하 지, 그때는 나도 불쾌할 때가 참 많았어.”

* 경영관은 2008년 초에 완공되었다.


022

기획 캠퍼스

HIT에서 인문대까지

언덕을 올라가는 길, 여전히 ‘공사 중’ 표시가 길 을 막는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또 무얼 위해 시 작한 공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도 한양대는 여 전히 공사 중이다. 오래지 않은 세월 동안 그렇게 많 은 건물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사할 곳 이 남은 것일까. 그러고 보니 사범대 앞에서 인문대 까지 이어지는 통로도 새로 공사를 했던데. 편리해 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더는 그 길, 은행나무 아래 벤치에서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 을 수는 없다는 것. 잠시 중앙도서관 밖을 나와 바람을 쐬던 학생 들도 담배 냄새와 음식물 냄새에 충분한 휴식을 취 하지 못하고 다시 익숙한 중앙도서관 안으로 발걸음 을 옮긴다. 예전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학생들은 한양대의 숲을 즐기지 못하고 건물 속으로 들어간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긴 하지만, 향나무 사이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김삿갓은 한 수 시를 지어 노래했다. ‘구만장천 높다 해도 머리 들기 어렵고, 삼천리 땅 넓어도 발 뻗 기 마땅치 않구나.’ 라고. 건물들은 구만장천의 뜻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높이 솟아나고, 녹지대 대신 넓은 부지의 건물이 들어서는데 우리가 갈 만한 공간은 그 다지 많지 않다. 어디쯤 가면 발 뻗고 편하게 누운 뒤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지. 저 멀리에 구 름이 두둥실 떠가지만, 누워서 즐길 여유는커녕 걱정 많은 머리를 들어 쳐다볼 여유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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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옛 모습

인문대에서 의대 앞 정문까지

“사범대나 인문대, 자연대는 그다지 변화한 게 없죠?”

일이야. 그전에는 시멘트로 된 계단만 있을 뿐이었 지.”

“음, 그렇지. 리모델링만 했을 뿐, 그다지 변화

“유일하게 남은 녹지대라, 뭔가 낭만적이네요.

한 건 없어. 특히 인문대 뒤편, 의대로 이어지는 길

그런데 말씀을 듣다 보니까 드는 생각인데, 녹지대

이 주목할 만하지. 아마 거기는 아는 학생이 많지 않

가 있다는 게 꼭 장점은 아니었네요? 딱히 깨끗하지

을 거야. 인문대나 자연대, 의대 학생이라면 모를까,

도 않았고.”

공대 쪽은 모르는 사람이 많을걸? 그런데 거기야말

“깨끗하지도 않았고, 학생들이 거기에 별로 관

로 지금 한양대에 남아 있는 유일한 예전 모습 그대

심이 없었지. 휴식에 관한 관심보다는 국가나 정치

로의 녹지대야. 거기는 거의 변한 게 없더라고. 특

적인 이슈에 더 관심이 많았지. 애국한양이라고 하

히 인문대 뒤편에 테라스 있지? 거기는 새로 만들어

잖아? 그쪽에는 관심이 참 많았지만, 학생 복지에는

진 공간이지만, 그 외의 길들은 거의 변한 게 없지.

별로 관심이 없었던 걸로 기억해. 밥이 잘 나오면 좋

그러고 보니 158계단도 비슷하네. 158계단에 테라

고, 학교에서 리모델링 해주면 좋고. 그런 걸로 데모

스가 생기고 목월동산이 만들어진 건 비교적 최근

를 하진 않았지. 학생들이 많이 단순했었어. 그래서


024

기획 캠퍼스

참 신기했다니까. 자기들의 복지혜택을 위해서는 데 모하지 않는데, 국가적인 이슈를 위해서는 격렬하게 데모했으니.” “이런 모습들이 옛날에 비해서 아쉽지는 않으세 요?” “한편으로는 아쉽고, 한편으로는 발전해 간다는 느낌도 들고. 예전에는 경금대 앞에 매점이 하나 있 었는데, 지금은 매점 주인이 싸이버대 안의 편의점 으로 옮겨갔거든? 그런데 그 매점이 평이 좋지 않았 어. 독과점이 심했거든. 그런 것들이 정리되는 걸 보 면 학교가 점점 공정해진다는 느낌이 들지만, 한편 으로는 삭막해진다고도 느껴. 원래 사회대 앞에, 그 러니까 중식당으로 들어가는 골목 있지? 거기에 부 침개를 파는 할머니 두 분이 계셨어. 부침개 외에도 김밥, 꽈배기 등도 팔았지. 식사한 뒤 간식 삼아 먹 기도 했는데, 학교에서 미관을 해친다고 쫓아냈지. 이런 점은 또 아쉽기도 해.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분들이 축제 때면 오셔. 그래서 가끔 내가 김밥이나 꽈배기 등을 사 드리지. 축제 때 외에도 자주 오시니 까, 한번 찾아가 보게나.” “확실히 그런 점은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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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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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옛 모습

다시, 의대 앞 정문에서 애지문까지

오래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다. 그렇지만 어딘가

는데, 원래 거기에 시민이 운영하던 2층 식당이 있

에 앉아 쉬려고 해도 마땅히 쉴 만한 공간이 없다.

었어. 거기서 자주 밥 먹고 그랬었는데, 생각나네.

다시 애지문 앞까지 오니 멀리 대학원과 그 옆에 빼

학교에서 그 건물을 구매한 뒤 철거해버려서 지금

곡히 들어선 차들이 보인다. 아하, 주차장이로군.

은 공터지. 겨울이면 제설작업을 한 뒤 거기에 눈을 버려. 곧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고 하던데. 마침 해가

“주차장이 많이 생겨서 차들이 학교를 많이 다 니는 건지, 학교에 차들이 많이 다녀서 주차장이 많 이 생긴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차가 학교에서 자주 통행하니까 불편하던데요.” “그렇지. 예전에는 차들이 이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 마침 박물관이 보이네요. 벤치가 있는데,

지는군. 다른 건 변해도 여기서 해가 지는 걸 보는 건 여전하구먼.” “많은 걸 배웠습니다. 참, 이 학교도 많은 변화 를 겪었군요.” “그렇지. 아무튼, 이 정도면 충분한가? 이거 쓸 데없이 많은 말을 한 게 아닐까 걱정되는군.” “아닙니다.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기서 조금 쉬다 갈까요?” “그거 좋지.” 박물관 앞의 벤치들도 역시 리모델링의 과정을 거쳤지만, 그래도 제법 오랜 시간 이곳을 지키고 있 는 것 같다. 멀리는 신록의 색깔을 가진 노천극장이 보이고, 그 뒤로는 거대한 FTC 건물과 높은 ITBT 관이 보인다. 내 눈앞에 보이는 자연이라곤 박물관 곁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이름 모를 정원수들뿐, 눈 을 들어 살펴보아도 오로지 건물만이 시각에 꽉 차 게 들어온다. “이곳은 별로 변화한 게 없나요?” “여기는 그다지. 다만 저기 뒷길이 보이지? 재 성토목관 쪽. 저기로 가다 보면 옆에 공터가 하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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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기획 캠퍼스

사자는 여전히 풀밭을 지키고 있건만

저녁 6시 57분. 이제는 애지문에서 나오는 학생

해도 “죄송합니다.” 한 마디만 남긴 뒤 어깨를 털어

들보다는, 애지문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이 훨씬 많

버리고 제 갈 길을 간다. 우리는 이 건물에서 저 건

다. 그동안 전부 어디 있었는지 몰라도, 많은 학생이

물로 바쁘게 돌아다닐 뿐, 풀밭을 맨발로 걷는 여유

삼삼오오 몰려서 혹은 외로이 애지문 안으로 들어간

나 향나무가 내뿜는 향을 음미할 여유 따위는 없다.

다. 왕십리 쪽으로부터 서서히 붉게 물들어오는 노

어쩌면 학교가 점점 삭막해지는 이유, 학생들이

을은 한양대학교 구석구석을 비춘다. 그런데 오늘따

점점 자기에게만 집중하는 이유는 이와 관련이 있

라 유난히 그 그림자들이 길어 보인다. 높은 건물에

지 않을까? 우리는 숲의 공기를 마시며 멀리 돌아가

의해 비치는 네모난 그림자는 아무런 감정조차 없

는 법이나 나무 밑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법은 배우

어 보인다. 나뭇가지로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는 전

지 않는다. 사실, 그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다. 애초

부 어디 가고 삭막한 그림자만이, 이곳 한양대학교

에 지금의 한양대학교에는 숲이라든지 공원 따위가

에 남게 된 걸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남은 의과대학의

올해로 한양대학교는 개교 74주년이다. 그동안

가파른 녹지대 공간은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의 숲

수많은 숲이 사라졌고, 거기엔 많은 건물로 다시 채

이 되어버렸고, 중랑천이 보였다던 FTC 주위나 향

워졌다. 늘어만 가는 학생 수, 편의시설의 요구 때문

나무가 가득했다던 경영대의 자리는 차가운 건물들

에 건물이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요즘은 그런 이유

로 인해 무색무취의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깔끔하게

보다는 그저 화려한 건물 세우기에 급급한 느낌이

정리된 이 학교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까.

다. 학생들이 길을 가다가 잠깐, 발을 멈추고 먼 곳

숲이 가득했던 그 시절이 좋다고 말하고 싶은

을 바라볼 만한 장소가 학교에 남아 있을까? 높다란

것은 아니다. 적어도 그 시절이 깔끔하지 못했던 건

인문대의 계단을 오르다가 돌아서 둘러보면 보이는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개발을 서두르는 한양대학교

것이라곤 깨끗하게 도배된 건물들뿐, 눈을 편안하게

의 모습은, 건물이 모든 자연을 빠르게 삼키고 있다

쉴 만한 녹색 지대는 없다. 잠깐 쉬어가려고 둘러보

는 듯이 보인다. 마치 선심 쓰듯이 한 뼘의 자연을

아도 도무지 마땅한 곳이 없다.

내주고 나머지 공간을 모두 회색의 콘크리트로 채

그렇기에 우리는 건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워버리는 모습은, <모모>의 회색 신사들을 떠올리게

에어컨이 나오고 탁자와 의자가 정식으로 갖추어진,

한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을 일터로 보

공식적인 공간. 거기서 생면부지인 우리는 서로 인

내버리며 “시간을 절약하라”고 외치는, 회색 신사들

사를 나눌 일도 없고 마주칠 일도 없다. 행여나 어깨

말이다. 이 건물, 저 건물이 세워질 때마다 학생들은

라도 마주칠까 조심스레 지나가고, 설령 부딪힌다

숲을 거닐며 시간을 만끽하는 법을 배우기보다는 어


한양 85

027

캠퍼스 옛 모습

떻게 하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

을 수 없는 한양대학교 학우들이, 이제 조금이라도

을까 하는 법을 배운다. 말 그대로, 회색 신사들인

풀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

건물이 나타날 때마다 우리는 절약하는 법만 배우지

때쯤엔 학생들도 아껴뒀던 시간을 풀어주며 여유롭

쓰는 법은 배우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아끼고 모아

게 숲을 거닐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만든 시간은 전부 어디로 가 버리는 것일까. 애지문 에서 쏟아지던 학생들이 어디론가 사라지듯이, 우리

* 본 글은 20년간 한양대 UDC동아리에서 활동

가 ‘포털’로 절약한 시간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하신 윤종범 목사와 한양대 04학번 이준호 학우의

그렇게 풀밭을 거니는 여유조차 누리지 못하고 아끼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지면

고 아꼈건만, 왜 지금의 학생들은 예전의 학생들보

을 빌어 윤종범 목사와 이준호 학우께 감사의 말씀

다 여유롭지 못한 걸까. 시간의 여유를 누리지 못하

을 드립니다.

고, 서로 베풀지 못하는 것일까. 사자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서 있다. 그런 데 사자가 서 있는 공간은 학생들은 웬만해선 들어 가면 안 되는 ‘풀밭’이다. 학생들에게 허락된 풀밭은 한 뙈기조차 안 되는 것일까? 한 포기의 풀조차 밟


자료 제공 및 설명 : 건축학부 서현 교수 글 : 부편집장 이준건 / seawhale98@hanyang.ac.kr

※ 이 글은 서현 교수의 <한양대학교 캠퍼스 마스터플랜> 과 그 설명을 토대로 쓴 글입니다. 하지만 『한양』 교지편집 위원회가 작성한 글이므로 서현 교수의 생각과 다른 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 이글은 교양 강의인 ‘인문학적 건축학’ 수강생 100명의 5월 7일-5월 13일까지 캠퍼스 이용 동선을 추적하여 400 개 동선샘플 확보하고, 건축학부 5학년생 15명이 3월 15 일부터 5월 31일까지 캠퍼스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 으로 합니다.


캠퍼스 마스터플랜 한양대학교에 다니는 학우 여러분, 여러분도 학교를 다니며 힘들 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닐 테다. 물론 학교에 다니는 과정이 고난이라고는 하지만, 산을 타는 듯한 피로 때문에 고난을 느낀 다면 이는 분명히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만들어진 한양대학교 캠퍼스 마스터플랜. 마스터플랜은 어떤 내 용을 담고 있으며, 여기에 담겨 있는 목적은 무엇일까? 이제, 확인해보도록 하자.


030

기획 캠퍼스

캠퍼스의 새로운 지도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 잠깐 책을 덮고 생각해

무르는 장소를 표시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의

보라. “한양대학교에 다니면서 떠오르는 추억은?”

동선을 표시하라는 과제가 바로 그것. 예상했던 대

여러 생각이 교차하겠지만, 대부분의 기억은 ‘건물

로 학생들의 동선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고, 마

에서’ 무언가를 한 기억일 테다. 아마 그 ‘무언가’조

침내 학생들의 마스터플랜과 동선을 반영하여 <한

차도 공부만 했던 기억이 다수라면 참 불행한 일일

양대학교 캠퍼스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졌다.

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부터 -어쩌면 중학교 때

학생들이 분석한 한양대학교의 공간 활용의 문

부터- 공부만 하다가 대학교에 와서도 공부만 했다

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인도와

면, 이 얼마나 애통스런 일인가. 하지만 그 점에 대

차도가 혼재되어 있어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학생의

해서는 학교를 탓할 만하다. 애초에 학교에 추억을

안전에 위협이 된다. 둘째, 건물을 기능적으로만 이

쌓을 만한 공간은 없었으니까.

용하여 복지공간이나 휴식공간이 부족하다. 셋째,

그래서 2012년 2학기, <인문학적 건축학> 수업

경사가 급해 학교를 이용하기 불편하다. <캠퍼스 마

을 듣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 주었다. “네들이 직

스터플랜>에서는 이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캠퍼

접 캠퍼스를 구상해 보아라!” 한양대학교의 공간 활

스의 새로운 지도를 그렸다.

용을 분석하여 마스터플랜을 만들어보라는 과제였 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마스터플랜에는 과연 불만 이 한가득했다. 특히, 평소에 산을 타는 듯한 경사에 질린 여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겨울방학이 지나고 2013년도 1학기 <인문학적 건축학> 수업에서도 캠퍼스와 관련하여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 주었다. 등교한 후 본인이 머


한양 85

031

캠퍼스 마스터플랜

문제 하나

보행 동선과 차량 동선의 교차 캠퍼스의 가장 큰 문제를 꼽자면, 인도와 차도

상왕십리역까지에 달하는 거리다. 그렇게 긴 거리를

가 구분 없이 혼재한다는 점이다.(이는 필연적일 수

자동차가 다니는데 아직 큰 교통사고가 없다는 것은

밖에 없는데, 주차장이 캠퍼스 이곳저곳에 산재해

그야말로 한양대학교의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두 개면 모를까, 주차장

을까. 따라서 학교에서도 가장 공감하는 내용이자

의 개수는 무려 23개에 달한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

우선하여 처리해야 할 사안은 학교 여기저기에 산발

실은 정문에서 대학원 주차장까지 차량 평균 이동거

적으로 위치해있는 주차장을 모두 통합하여 차량의

리는 1.5km가 넘는다는 점이다. 이는 한양대역에서

이동 동선을 최대한 줄이는 일이다.


032

기획 캠퍼스

HIT

행원파크

애지문

HIT

애지문

대운동장


한양 85

캠퍼스 마스터플랜

033

해결; 주차장 대통합 차량의 이동 동선을 최대한 줄이는 구체적인

데에 있다. 바로, FTC 앞에 있는 거대한 대운동장

대책이 바로 ‘주차장 대통합’이다. 학교에 자동차를

이 그 해답이다. 대운동장의 지하를 파서 커다란 주

몰고 오는 사람은 대개 하루에 한 번 정도만 자동차

차장을 만들고, 주차장에서 제1공학관까지 엘리베

를 이용하므로, 주차장을 한 곳으로 모은다면 교내

이터를 설치하면 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큰 불

를 활보하는 차량의 숫자가 줄어들 것이다.

만이 없을 것이다. 또한, 건물 사이사이마다 집약적

그렇다면 그 많은 주차장을 모두 없앨 만큼 커 다란 주차용지는 어디 있을까? 답은 뜻밖에 가까운

으로 구름다리를 설치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될 테다.


034

기획 캠퍼스

문제 둘

휴식 공간 및 복지 공간의 부족 학생이 학교에 애정을 가질 때는 언제일까? ‘학

적도 학업 목적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 말은 곧 학

교에서 겪은, 학창시절만의 추억’을 떠올릴 때 애정

교를 기능적인 공간으로만 사용한다는 뜻인데, 학교

이 생겨나지 않을까? 그러나 지금 학교에는 추억을

에 와서 건물에 머물러 공부만 하다 가는 게 학생에

쌓을 만한 장소가 부족하다. 기껏 꼽아봐야 노천극

게 무슨 추억을 남겨 줄까? 고등학교 때처럼 공부만

장에 앉아 짜장면을 먹은 게 다일 뿐, 캠퍼스 내 공

지독하게 한 공간으로 기억된다면, 먼 훗날에 학교를

원에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보거나 나무 사이로 산책

다시 찾을 마음이 들까? 학생의 꿈같은 20대를 추억

하는 일 따위는 사치에 가깝다.

없이 보내게 하지 않으려면 교내의 휴식 공간 및 복

아래 자료[보행동선/건물과 공지이용 밀도]를 보

지 공간 조성은 필수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면, 학생들이 건물을 사용하는 빈도는 외부공간을 사 용하는 빈도보다 훨씬 압도적이며, 건물의 사용 목

HIT

애지문

행원파크


한양 85

035

캠퍼스 마스터플랜

해결; 녹지 공간의 조성 복지 공간과 녹지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앞

따라서 각 단과대학교 앞을 차지하고 있는 주차

에서도 말했듯이 이곳저곳에 산발해 있는 주차장을

장을 모두 걷어내고 거기에 녹지공간과 휴식공간을

모두 없애야 하며 그곳을 녹지공간으로 조성해야 한

설치하면, 학생들도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학교에

다.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인문대와 자연대 사

다닐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잔디밭에 누워서 책을

이의 주차장, 박물관 옆의 주차장, 신소재공학관의

읽고, 때로는 공원을 뛰어다니며 부메랑을 던지고

주차장 등인데,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인문대와 자

논다면, 그것만큼 즐거운 추억도 없을 테다.

연대 사이의 주차장이다. 주차장과 인도, 차도가 섞 여 있어 학생이 지나다니는 길에 자동차도 이동하니 그들이 얼마나 학교를 비난하며 걸어 다닐지 알 만 하다.


036

기획 캠퍼스

문제 셋 가파른 경사로 한양대학교에 여러 가지 별명이 있다지만, 한양

는 동선의 밀도가 가장 높은 지점과 경사로가 가장

대산(漢陽大山)만큼 학교를 잘 나타내주는 별명은

급한 곳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앞에서 제

없을 것이다. 홍대가 산을 깎아서 만들었다면, 한양

기한 차량 이동문제와도 연결이 되는데, 자동차 동

대학교는 산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만들었다는 우스

선이 보행 동선과 일치하며 동시에 그 지점들은 각

갯소리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비록 농담으로 지나

각 최고경사로와도 거의 일치한다. 경사로의 특성상

가는 말이라고 해도, 여기에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코너에 시각적으로 막힌 공간이 있다는 점은 걸어

애환이 담겨 있음을 깊이 체감할 수 있다.

다니는 학생에게 자동차의 위협을 강요한다. 게다가

학교에서 가장 급한 경사로는 어디일까? 분석

만약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고장이라도 나면 매우 커

한 결과, 신본관에서 제2공학관으로 넘어가는 계단

다란 사고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의 동선,

이 경사로가 급하고, 제3캠퍼스라 부르는 법대로 넘

학생들의 보행밀도, 경사로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

어가는 언덕의 경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문제

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이고 일차적인 해결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한양 85

037

캠퍼스 마스터플랜

해결; 건물의 용도를 변경 최고 경사로와 보행밀도가 높은 곳의 중첩은 어

찮을 법하다. 연구와 부속기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떻게 해결할까? 건물을 철거하거나 새로 지을 수도

애초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일도 드물어서 대학교

없으므로 자못 어려운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는 건

입구에서 멀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물용도를 변경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다.

다른 또 하나의 계획은 애지문과 본관 건물, 나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캠퍼스를 새로 나누는

아가 학생회관까지 1층의 높이를 모두 맞추는 것이

일이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1·2공학관의 기능을

다. 정말 재미있는 점은, 건축가가 일부러 노리고 만

본관과 학생복지관, 대학원 건물과 바꾸고, 전공 수

든 것인지 본관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학생회관으로

업은 그보다 더 뒤쪽에, 연구와 부속 기능은 그보다

올라가는 계단의 높이가 정확히 일치한다. 이 계단

더 멀리에 배치하는 것이다. 실제로 1·2공학관의

의 높이는 본관・신본관 1층 높이와 같아서 한마당

수업은 교양수업 때문에 9시 수업이 많으므로, 애지

과 본관 앞을 그 높이로 맞추면 그 밑의 지하를 복지

문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수업에 들어갈 수 있게 해

공간이나 교육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게다

주는 일이 필요하며, 전공수업은 대부분 오전 늦게

가 윗공간은 녹지 공간으로도 이용할 수 있으니 일

혹은 오후에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멀리 배치해도 괜

석이조의 묘수라 할 수 있다.


038

기획 캠퍼스

새로운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

<캠퍼스 마스터 플랜>에 관한 설명은 이 정도다.

백히 학교 측의 과실이라고 할 수 있다. 분리되지 않

그렇다면 이제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이 계획을 실

은 인도와 차도, 가파른 경사로와 부족한 녹지 공간

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돈, 학교의 허락,

등은 학생에게 부족한 복지를 제공했다는 좋은 증

유명한 건축가 등 여러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가

거다. 그러니 이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이제 학생이

장 정확한 답변은 학생 자신이다. 뜬금없이 왜 학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다

을 지칭하느냐고? 학교의 주인은 당연히 학생이므

고 해서 바뀌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학교의 캠퍼

로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사람도 바로 학생

스 문제, 이제 학생이 목소리를 낼 때다.

이기 때문이다. 이 계획을 실행할 때 가장 중요한 사 람은 이사장도 교수도 총장도 아닌 여러분이다. 학 생이 캠퍼스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개 선하기 위해 나설 때, 학교는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학교에 다니며 불편한 점을 겪은 적이 한두 번 이 아닐 테다. 2012년도 2학기 <인문학적 건축학>의 과제에서도 알았지만, 학교에 대한 한양대 학생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그 점에 관해서는 명


한양 85

캠퍼스 마스터플랜

, 다 싶 갖고 력 필 한 촉 촉 그 의 너 수습모집 대상

12-13학번 한양인

특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침대,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과의 선배·동기·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아래 연락처로 연락하기!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Tel. 010.8989.1774 E-mail. HYgyoji@gmail.com 편집장. 김준영

039


편집위원 서기환 / happylock93@naver.com 수습위원 배지영 / azaleaee@gmail.com 부편집장 이준건 / seawhale98@hanyang.ac.kr


캠퍼스에 불이 나면


042

기획 캠퍼스

학생의 사정

‘옥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

한양: 학교 복도에 졸업 작품이 전시되어 있거

가? 누군가는 쏟아지는 달빛 아래서 연인과 커피 한

나, 사물함이 배치된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나요? 그

잔 하던 곳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삶이

리고 대피로에 적재된 사물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이

힘에 겨워 담배 한 대 물기 위해 올라가던 곳으로 생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옥상이 사실은 화재가 일어

광진소방서 양기오 부센터장: 당연히 비상 대피

났을 때 대피하는 곳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

로에 물건을 적재하는 것은 위법행위죠. 적재물이

는가?

방치된 것은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예를 들

한양대 학생 75명을 상대로 “화재와 같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옥상이 대피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어 옥상 계단과 같은 대피로에 캐비닛을 갖다놨던가 의자로 막아놓았던가. 모두 위법 사항이에요.

알고 계셨습니까?”라는 설문조사를 해보니 “아니 오.”라고 대답한 사람이 47명이었다. 즉, 거의 반 이

양기오 부센터장이 말한 바로는, 비상 대피로에

상은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궁

물건을 쌓아두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과학기술관

금해진다. 한양대학교에서 화재와 관련된 대피시설

건물 복도에 진열된 졸업 작품, 생활과학대학 복도

은 잘 관리하고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떤

에 장승처럼 서 있는 사물함들을 보면, 불법이 정말

문제가 있을까?

불법인지조차 인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양대학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이 났을 때 대피와 관련해

교 관재팀에서는 어떤 조치를 하고 있을까?

서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 첫째는 대피로에 적재물 이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옥상문이 늘 닫혀 있다는

한양: 광진소방서에서는 복도나 계단 등에 적재

것이다. 먼저 대피로부터 알아보자. 먼저 한양대학

물들이 쌓여있는 것들이 모두 위법이라고 하던데요.

교의 대피시설을 담당하는 광진소방서와 학내 안전

이 부분도 관재팀에서 관리하는 것인가요?

을 담당하는 관재팀을 인터뷰해 보았다.

관재팀: 예. 저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특히 신경 쓰고 있는 곳은 과학기술관인데요, 과학 기술관을 사용하는 학과에서 밤샘 작업을 하느라 방 에 침구류를 가져다 두는 등 불필요하게 공간을 점


한양 85

043

캠퍼스에 불이 나면

유하여 복도까지 적재물들이 나와 있거든요. 또한,

안전을 위해 불법 적재물을 치워달라는 관재팀

그 건물 출력실에서 작은 화재가 있었는데, 화재가

의 요청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요청 사안을 이행하

발생했는데도 학생들이 졸업작품전이 얼마 안 남았

지 않고 있는 학생들. 학생들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

기 때문에 졸업 작품을 놓고 나가지 못한다고 버텼

할 수 있으나, 화재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습니다. 복도나 계단도 복잡하게 쓰레기들로 막혀있

불의의 사고이다. ‘귀찮으니까.’하고 넘어간다면, 정

고 담배꽁초도 많이 있었고요. 그런 과거가 있어서

작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텐가. 이처럼 우리가

저희가 강력히 조치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사소한 행동들이 위험 을 가중시키는 첫 번째 요인이다.


044

기획 캠퍼스

학교의 사정

이제 대피로 문제에서 넘어가 옥상 문 개폐 여

날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학우들에게 만약 학교 내

부에 관해 생각해 보자. 먼저, 밑에 있는 한양대학교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디로 대피할 것인지에 대해 설

에 관한 기사를 하나 읽어 보자.

문조사를 해본 결과, 44명의 학생 중 20명, 즉 거의 50% 가까이 되는 학생이 ‘건물 밖으로 나간다.’와

한양대학교 공학센터에서 무인실험 도중 화재가 발생해 건물과 실험도구를 태우고 20여분 만에 진화 됐다. 서울 광진 소방서는 2일 오전 7시 15분쯤 한 양대 공학센터 5층 유기나노실험실에서 실험오류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2,000만 원 상당의 재산피 해를 입히고 20여분 만에 진화됐다고 밝혔다. 만약 당신이 이 시간에 한양대학교 공학센터 건 물 내에 있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익명을 요구 한 자원환경공학과의 한 학우는 “불이 나면 화장실 로 가서 창문을 깨고 도망칠 거예요.”라고 답하였으 며, 옥상으로의 대피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 다. 화학공학과의 또 다른 학우는 “특별히 생각나는 대피방법은 없네요.”라고 답하였으며, 역시 옥상 문 이 열리는지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이런 상 황에서 이전과 같은, 혹은 이전보다 심한 화재가 발 생했을 때, 학우들은 안전할 수 있을까? 불과 일 년 전에 일어난 위의 사건은 다행히도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실험실이 많아 화재에 취약한 한양대학교에는 또 다른 화재가 일어

유사한 답변을 했다. 화재 시 무조건 밖으로 대피하 는 것, 정답일까?


한양 85

045

캠퍼스에 불이 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소방방재청의 발표에

상황에 열어주는 방법, 아래 관리실에서 위급상황에

따르면, 자신이 있는 위층에서 불이 난 경우에는 계

열어주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옥상

단을 통하여 밖으로 대피하고, 아래층으로 대피가

을 잠가놓을 수 있게 허용하는 경우지요. 따라서 한

곤란한 경우에는 옥상으로 대피할 것을 권장하고 있

양대학교처럼 세콤을 설치해 옥상을 관리하는 것은

다. 즉 발화지점에 따라 대피지점이 다르게 한다. 만

법적으로는 허용되는 행위지요.

약 4층에서 불이 났다면 4층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 들은 1층이나 출입로로 대피하고, 4층보다 위층에

일단 소방법은 위배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얻었

있는 사람들은 옥상으로 대피하는 것이 인명피해를

다. 그러나 소방법을 위배하지 않는다고, 법적으로

줄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럼 왜 대다수의 학

는 문제 될 게 없다고 위험이 말끔히 해결된 걸까?

생은 건물 밖으로 나간다고 답변한 것일까? 위의 설 문에서 알 수 있듯이, 약 64% 이상의 학생들은 옥상

한양: 그런데 이렇게 옥상 문을 잠가놓으면 옥상

이 대피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을 대피로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말은 위급상황에 학생들이 적합한 대피 방안을 선택

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위급상황에 옥상으로 대피하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는 것이 중요하나요? 광진소방서 양기오 부센터장: 당연히 중요하죠.

한양: 학교에서는 세콤이 설치 되어있어서 평상

소방법에는 앞에서 말한 3가지 경우 외에 옥상문을

시에는 옥상을 잠가두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문이 자

항상 개방하게 되어있어요. 다만, 옥상을 개방해 두

동으로 열린다고 주장했는데요. 이것은 소방법에 어

면 자살이나 사고의 위험이 있고, 범죄의 장소로 악

긋나는 것이 아닌가요?

용될 수도 있어 경찰서 측에서는 옥상 문을 닫아 두

광진소방서 조진성 센터장: 옥상 문을 잠가놓을

라고 계도하는 것입니다.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가 있어요. 현재 한양대학교 가 채택하고 있는 방법인, 감지기가 화재상황을 인

옥상 문을 닫아둔다는 것은 옥상에 대한 학생들

식해 옥상 문을 자동으로 개폐하는 방법과 인근 층

의 접근을 제한함을 의미한다. 그 의도가 ‘학생의 안

의 거주자나 사무실에서 옥상 열쇠를 관리하고 위급

전’이라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말로 그


046

기획 캠퍼스

비상 대피로임을 알리는 초록 불빛과 세콤 으로 잠겨있음을 알리는 빨간 불빛. 어느 장 단에 맞춰야 할까?

것이 학생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걸까? 자살하려고

용하기 때문에 활용성 면에서 훨씬 바람직하다고 볼

마음먹었는데, 옥상이 닫혀있다고 자살을 하지 못할

수 있다. 물론, 휴식공간에 초점을 맞춰 옥상을 언급

까? 옥상을 열어놓는다고 범죄가 특별히 더 많이 발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관재팀도 말했다. 인문대에서

생할까? 또, 이미 캠퍼스 내의 음주는 금지되었는데

불이 난다면, 옥상에 머물렀던 학생의 머릿속에는

음주 사고를 두려워할 까닭은 무엇일까? 오히려 ‘옥

‘1층’과 ‘예전에 자신이 잠시 쉬어갔던 옥상’이 생각

상=닫혀있는 곳’으로 학생들에게 인식시켜 위급상

날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학생의 생존율이 높아지

황에 옥상으로 대피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더 위험

는 일은 당연지사다.

하지 않을까? 그 해답의 실마리는 인문대 옥상에 있다. 인문 대 옥상은 옥상과 대학원이 연결되어 있어 필연적으 로 옥상을 항상 개방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사고 가 난 적은 거의 없다고 한다. 오히려 인문대 학생들 이 휴식을 취하거나 야경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


한양 85

047

캠퍼스에 불이 나면

한양대학교는 안전한양?

한양대학교의 캠퍼스에는 화재와 관련하여 위

보다는 학생의 안전 교육이 훨씬 쓸모 있는 강의가

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기술

아닐까? 진정한 도움이 필요할 때 아무런 도움을 주

도 설비도 아니라 아무런 교육을 하고 있지 않다는

지 못하는 교육은 죽은 교육일 뿐이다.

점이다. 화재가 몇 번이고 났음에도 학교에서는 화

관재팀에서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의 심

재예방과 안전, 탈출 등에 관한 교육을 하지 않고 있

리는 대부분 평소 자기가 다니던 길로 도망가려고

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학교에서 안전교육

한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옥상을 대피소

을 수강한 학우는 많지 않다 못해 희귀하다. 이래서

로 생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안전에 관한 교육

는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받는 초등학생이 대학생

을 받아도 위급한 상황에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보다 대피하는 방법을 더 자세히 알고 있을지도 모

데, 교육조차 시행하지 않는 학교의 정책은 상당히

른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첫 번째 문제인 ‘대피로에 적재물을 쌓아두는

따라서 학교에서는 안전시설을 갖추고 옥상을

것’은 분명히 학생들이 잘못한 일이다. 그러나 두 번

개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안전 교육

째 문제인 ‘옥상문의 개폐’와 더불어 첫 번째 문제의

을 강화해야 한다. HELP처럼 인터넷 강의로 교육

근본적인 문제, 즉 안전 교육의 문제는 명백히 학교

하든 단과대별로 교육하든 방법은 문제 될 게 없다.

의 잘못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안전을 위해 학교가 얼마나 신

사고는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경을 쓰고 있느냐이다. 학교가 진정으로 학생의 안

사고가 벌어진 뒤에는 늦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고

전을 걱정하고 있다면, 혹시 모를 화재의 예방에도

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안전교육이라는 사실

좀 더 신경 써 주길 바란다.

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 가 안전교육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 을 한곳에 모아 교육하기 어려워서? 그러면 HELP 는 무슨 이유로 만들었단 말인가. 인터넷 강의를 들 어서 리더십이 키워지는 것도 아닌데, 리더십 교육


학내 in the school [명사] 학교의 내부.


지난 교지 다시 보기

학내

01

편집위원 구현소 / kooooohs@naver.com

미숙한 RC제도 끼워맞춘 장학제도 학내

02

편집위원 서기환 / happylock93@naver.com 수습위원 안정용 / amrenovater@naver.com

15/16주, 그 너머의 이야기 학내

03

편집위원 구현소 / kooooohs@naver.com


편집위원 구현소 / kooooohs@naver.com


지난 교지 다시 보기 지난 호의 『한양』이 바라봤던 한양대학교의 모습은 시간이 흐 른 지금 어떻게 변하거나, 혹은 변하지 않았을까. 이번에 다시 볼 교지는 5년 전인 2008년 가을의 69호다. 그 중, <학문 융 합 제대로 섞자!> 기사를 통해 여전히 딜레마에 갇혀있는 한양 대학교 학문 융합의 현재를 살펴보고, 대학에서 이루어져야 할 진정한 ‘학문’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052

기획 캠퍼스

통합의 시대

문과

이과

여기 인터넷에서 한 번 쯤 봤을만한 유머가 있 다. 문과와 이과 학생이 같은 단어에 대해 서로 다른

흙토

플마

5!

오!

오팩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

이육사

시인

264

염소

음메

Cl

뜻을 떠올리는 현상을 보고, 내심 동감하면서 웃어 넘겼을 것이다. 비슷한 유머로 같은 상황에 대해서 학과별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댓글을 모아놓은 것도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화학과는 ‘소금을 잔뜩 풀어 놓으면 강물의 밀도가 커져서 사람이 뜬다.’하 고, 철학과는 ‘모든 사람은 죽는다. 그도 사람이다. 고로 그는 죽을 것이니 애써 구할 필요 없다.’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반응들이 유머로 돌아다니고 있을 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학생들이 고등학생 때

정의

justice

definition

는 문과와 이과로 갈라져서 공부하고 대학 가서는 흔히 말하는 ‘전공바보’가 되는 현실이 인터넷 유머

LiFe

철화리튬

probability

가능성

확률

equation

균등화

방정식

frequency

빈번

주파수

로나 취급받는 우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건축가이자 시인, 공학 박사인 뮤지 션, 의학 전문 변호사는 더는 낯선 이들이 아니다. 학문의 경향 역시 그렇다. 2005년, 현 이화여대 에 코과학부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지 식의 대통합’을 소개하면서부터 학제 간 융합이 주 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반짝하고 마는 유행

defferentiation

차별

미분

function

기능

함수

이 아닌 시대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20세기가 전문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통합의 시대다.”라며 이제 어 느 것 하나만 잘하는 것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한양 85

053

지난 교지 다시 보기

1. 「생각의 탄생」, 9p 추천의 글, 에코의 서재,

2. 학문융합 관점에서 본 융합인재교육(STEAM) 연구, 안동순, 2013.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셸 루트번스타인

말했다1. 철학이라는 이름의 큰 덩어리였던 고대의

이에 2008년 가을, 『한양』 69호 <학문융합 제대

학문은 연구자의 관심과 탐구 방법에 따라 점차 나

로 섞자!>기사에서는 한양대학교에서 이루어지고

누어지기 시작했고, 학문의 분화와 전문화는 계속되

있는 학문 융합의 현황과 그 실태에 대해 다루었다.

어왔다. 그리고 19~20세기 들어서면서부터는 인류

이른바 융복합 학과라는 파이낸스경영학과와 정책

가 축적한 지식의 규모와 종류가 너무 방대해져서

학과가 신설되면서 과연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한 기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학문 탐구

대와 우려를 시작으로, 타 대학보다 제대로 이루어

의 방법이 되었다. 이때에는 이 전문가라는 이름으

지지 않고 있는 연계전공 제도에 대한 지적이 이루

로 학문적 성과도 거두고, 물질적 이익도 얻을 수 있

어졌다. 또한, 전체적으로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학

었다. 그러나 학문을 쪼개어 파고들수록 전문가들은

문 융합이 학문 융합이라는 허울을 쓰고 결국에는

좁아지는 학문 영역 안에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되었

취업과 고시를 위한 실용성만 강조된 시스템이 아닌

다. 또한, 복합적인 자연·사회 현상을 다각도로 바

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라보지 못해 학문 분야 간의 충돌을 일으키면서 많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3년 가을, 2009-2012

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과정이 마무리되고 많은 변화를 시도한 2013-

21세기의 새로운 학문 경향으로 등장한 단어가 통

2016 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 한양대학교

섭, 통합, 융합이다. 세 단어의 뜻이 각각 다르고 제

의 학문 융합은 어떻게 되었는지 쫓아가 보자.

시하는 방법 또한 다르지만, 결국 지향하는 바는 같 다. 최재천 교수는 이를 ‘학문 간의 담벼락을 낮추고 구멍도 뚫어서 서로 넘어다니고 의사소통도 되게 하 는 것’이라고 표현했다2.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대학 에도 물길을 냈다. 많은 대학교에서 문ㆍ이과를 넘 나들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를 신설 하였고, 고려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의 학교는 다중 전공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054

기획 캠퍼스

융복합 전문직의 산실

3. 2009년부터 시작된 전략학과 및 특별 인재 육성 프로그램으로 현 재 자연계열에 융합전자공학부, 소프트웨어전공, 에너지공학과, 미래 자동차공학과가 있고, 인문/상경계열에 정책학과, 파이낸스경영학과 가 있다. 2014년부터 인문/상경계열에 행정학과가 포함된다. 이 학 과들은 등록금 감면, 산학연계, 해외어학연수 및 해외공동연구 프로 그램 참여 기회, 각종 고시반 우선권 등 다양한 혜택을 보장받는다.

먼저 올해로 개설한 지 4주년이 된 파이낸스경

럼 다른 학과에 비해 여러 가지 관련 학문을 전공과

영학과와 정책학과의 자취를 뒤따라 가보자. 2008

목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고, 학과 커리큘

년, 의학전문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

럼 안에서 자신의 적성과 관심사를 반영한 진로설계

의 설치를 인가받으면서 의과대학 정원이 축소되고

가 가능하다. 또한, 두 학과 모두 신설과 동시에 다

학부의 법학과가 폐지되어서 입학 정원이 200여 명

이아몬드 프로그램 학과3에 속하면서 등록금 전액의

줄어들게 되었다. 학교는 학문 융합이 막 화두가 되

장학금 지급 등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탄탄대로

던 시점에서 줄어든 입학 정원을 늘릴 학과로 기존

를 걷고 있다.

학문을 융합한 두 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띄는 투자는 수익이 기대될

법학과 폐지와 맞물려 공과대학의 인원을 감축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학교가 이들 학과에

해 만든 파이낸스경영학과는 경영학부의 기틀에 경

바라는 수익은 명확해 보인다. 입학처의 다이아몬드

제·금융 전문 교육과정이 융합된 커리큘럼을 제공

프로그램 소개 페이지를 보면 각 학과 소개마다 대

한다. 1ㆍ2학년 때 상경계열의 여러 학문으로 기초

문짝만 하게 ‘경영·금융 Specialist 양성’, ‘법조인·

를 다지고, 그 이후에는 적성과 희망에 따라 맞춤형

관료 양성’이라고 적혀있다. 융복합 학과라는 이름을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개념이다. 정책학과는 옥스

내건 학과들이 각종 고시 성적의 순위를 도맡을 학과

퍼드대학의 PPE과정과 같이 철학·정치학·경제

들이었다는 현실은 예상했지만 씁쓸하다. 이러한 현

학을 통합하여 가르치며, 여기에 법학까지 접목한

실은 ‘국가경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일명 PPEL과정을 운영한다. 폐지된 법학과 인원의

한 행정학과가 내년부터 사회과학대학에서 정책과

대부분을 받아 법학과의 후신으로 만들어진 정책학

학대학으로 편제되기에 더욱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

과는 인문계열과 상경계열의 학문을 합쳤다는 점에

다. 홈페이지의 학과 소개마다 쓰여 있는 융복합 전

서 파이낸스 경영학과보다 융복합적 특성이 더 잘

문‘가’는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이지만, 한양대학

드러나는 학과다.

교의 학문 융합은 결국 특정 전문‘직’ 배출에 치우쳐

69호 교지에서는 2009년에 새내기를 받을 이 학

있는 듯하다. 시류에 맞는 학문 융합을 끌어들여 만

과들의 커리큘럼이 다 나오지 않았던 시기라 확언하

든 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학과들은 올해도 입시 배

기 어려웠지만, 학문의 경직성을 깰 학교의 새로운

치표 최상위권을 장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도라는 점에서 두 학과의 선전을 기대했다. 현재 안정기에 들어선 두 학과의 커리큘럼은 기대한 것처


한양 85

055

지난 교지 다시 보기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한양도 보게 하라

4. 자유폐지학부 돼버린 자유전공학부, 중앙일보, 2013. 04. 04.

ⓒ 중앙일보

물론 이러한 현상이 한양대학교에서만 나타나

개설되는 전공 강의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의 학생

는 것은 아니다. 많은 학교가 학문 융합을 빙자해 만

들이 전공 수업을 신청해 강의 진행에 어려움이 있

든 자유전공학부에 고시반 우선권과 로스쿨 진학 프

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일부 학교들은 설치한 지

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자유전공학부를 고시대비반이

몇 년 되지도 않은 학부를 무책임하게 폐부시키고

나 프리(pre) 로스쿨처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자

있는 실정이다4. 그리고 폐부된 자유전공학부는 공

유전공학부 학생들의 전공 선택 역시 취업에 유리한

공인재학부(중앙대), 글로벌리더학부(성균관대),

상경계열로 쏠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기

글로벌융합학부(연세대) 등 보다 목적을 분명히 한

존 상경계열 학부에서 학부의 정통성이 훼손되고,

이름의 학부로 개편되거나 흡수된다.


056

기획 캠퍼스

5. [법조인 배출의 산실 한양대 ①] 한양 법대를 말한다 - 한양대 법 대부터 정책학과, 그리고 로스쿨까지, News H 한양뉴스, 2013.07.03 6.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실험' 희망 보인다, 한국경제, 2013.02.14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한양대학교의 선택이 옳 5

출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는 ‘학생설계전공’이라

았다.”라고 말한다 . 로스쿨 인가를 받아 학부 정원

는 것이 있다. 학생설계전공은 2개 이상의 학과를

이 남은 여러 학교가 너도나도 자유전공학부를 만

융합해 자신이 수강하고 싶은 과목으로 새로운 전공

들 때, 한양대학교는 폐지된 법학과 인원에 이름난

을 만드는 학사제도다. 예를 들어 한 졸업생은 농경

‘한양 공대’의 정원까지 감축해가며 인원을 늘려서

제사회학부, 인류학과, 지리학과, 경제학부, 외교학

상경계열에 힘을 보태고 법대의 전통을 이어갈 학

과 등의 수업을 듣고 국제개발협력학 전공의 학위를

부를 신설했다. 다른 학교 자유전공학부들이 결국

인정받았다. 그 외에도 현재 문화예술콘텐츠학, 인

‘공공인재학부’ 등으로 이름을 바꿔 이제 와 본격적

권학, 음악미학, 문화서사학, 범죄학 등의 전공을 만

으로 아웃풋에 신경 쓸 때, 한양대학교는 이미 행정

들어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6. 비록 이곳 역시 경

고시와 로스쿨 진학에 특화한 커리큘럼을 마련해

영·경제학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50%를 넘고 학생

최상위권 학생들을 끌어오는 데 선취점을 따냈다는

설계전공으로 진입하는 학생은 10% 정도에 불과하

것이다.

지만,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충분히 이곳을

그러나 이것은 “반만 옳았다.”라고 말해야 한

보게 할 만하다.

다. 당연히 학교의 아웃풋은 중요하다. 당장 대한민

무려 서울대가 하니까 무조건 잘했고 따라야 한

국 대학 평가의 척도가 되는 것이고, 지금까지 잘해

다는 것이 아니다. 학문 융합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

온 성적을 유지하고 높여 나가는 것 또한 후학들이

의 흐름이라는 대전제 아래에서, 기초 학문을 탄탄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더 나아간 미래에는? ‘학교’

하게 다지고 학부에서부터 융합하는 사고력을 키운

라는 곳이 언제까지 취업률과 아웃풋에만 신경 쓰고

학생들이 사회 곳곳에서 개척자 역할을 하게 될 가

‘학문의 기회’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인가. 아웃풋

능성이 높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기회의 순간을 맞

이 서울대를 넘어서는 날? 그쯤이면 여유롭게 학문

이한 것인지도 모른다. CEO와 법조인 배출도 좋지

에도 신경 써 줄 수 있을까?

만 한 발 더 앞선 다음 날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

실제로 자유전공학부가 실패작임을 선고받은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만이 희망적 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2월 첫 졸업생 24명을 배

지 않을까?


한양 85

057

지난 교지 다시 보기

행방불명된 연계전공과 유명무실한 융합전공

자유전공학부와 학생설계전공제도가 없는 한양

연세대

고려대

대학교에서 학문 융합은 그림의 떡일까? 그렇지는

한국학

통신수학

않다. 융합된 이름의 학위를 받지는 못하지만, 자신

미국학

환경디자인학

일본학

사회복지학

중국학

과학기술학

동아시아학

암호학

유럽지역학

금융공학

벤처학

패션디자인 및 머천다이징

인지과학

공통사회

디지털예술학

파생금융공학

외교통상학

나노바이오정보 기술학

리더십

법과행정

비교문학

PEL*

문화비평학

인문학과 법

과학기술과사회

의과학

의 주전공 외에 다른 전공 공부를 같이 하면서 나름 대로 학문 융합을 이뤄볼 수 있다. 성격이 조금 다른 전과 제도를 제외하고, 한양대학교의 다(多)전공 제 도에는 부전공/다중전공/연계전공/복수전공 네 가 지가 있다. 특히 부전공·다중전공·복수전공은 전 공별로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전공 학위를 각각 주 는 반면, 연계전공은 여러 가지 전공 수업으로 이루 어진 특정 커리큘럼을 이수하면 존재하지 않는 가상 전공의 학위가 제2전공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전자 가 학생이 자신의 적성에 따라 여러 전공을 이수해 스스로 학문의 융합을 실현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학문 융합의 길잡이인 셈이다. 지난 교지에서는 이 연계전공에 대해 가짓수의

문화콘텐츠

부족, 짜깁기식 커리큘럼 운영의 문제와 함께 연계

기후변화

전공제도를 알고 있는 학생 자체가 적다는 점이 지

식품산업관리

적되었다. 2008년 당시 연세대는 한국학·디지털

뇌및인지과학

예술학·인지과학·문화비평학 등 15개에 달하는 다양한 연계전공이 있었으나, 한양대학교는 아태지

공공거버넌스와리더십

역통상전공·공통과학전공·여성학전공·영상산업

디지털매체문화

전공이라는 네 가지 과목뿐이었다. 또한, 개별 학문 을 융합해 운영되는 수업은 없고 각 학과의 전공 수

총 14가지 * Politics, Economics and Law

총 20가지


058

기획 캠퍼스

업을 일정 학점씩 들으면 연계전공이 인정되는 운영

다. 융합전공이란 다중전공제도의 방법으로 이수할

방식은 짜깁기라는 표현 외에는 더 적절한 것이 없

수 전공으로, 기존 학부, 학과 또는 전공으로부터 융

었다. 그리고 연계전공제도가 있다는 것을 아는 학

합하여 만들어진 전공을 제2전공으로 이수하는 것

생이 적다는 사실은 이 제도의 미래를 예고하는 것

이다. 현재 중국경제통상 융합전공(1개 전공)과 수

이나 마찬가지였다.

행인문학 융합전공(6개 전공)이 있다. 연계전공이

5년이 흐른 지금, 결국 연계전공은 폐지된 제도

기존 학과들이 운영하는 전공 수업을 단순 짜깁기해

나 다름없어졌다. 2008년에 네 가지 중 세 가지 연

서 가상의 전공을 이수할 수 있게 한 제도라면, 융합

계전공이 신청 종료됐고, 결국 하나 남은 영상산업

전공은 이수자를 위한 독립 교육 과정이 운영되고

전공마저 2013년 5월을 기점으로 더는 신청자를 받

그곳을 관장하는 개별 사업단과 학부가 실재한다는

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설될 연계전공이 있을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지는 미지수이지만 2001년 이후 있던 과목이 줄줄

그러나 이 역시 지난 교지에서 지적했던 문제

이 없어지기만 한 기록을 보면 가능성은 희박해 보

점이 여전하다. 융합전공 역시 자유로운 학문 융합

인다.

을 위한 기회의 창구라기보다는 ‘취업자 양성’과 ‘시

이에 비해 연세대는 디지털인문학과 전자상거

험 대비반 마련’을 위한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다. 우

래학이 없어지고 과학기술과사회 전공이 새로 생겨

선 중국경제통상 융합전공의 설립 목적은 중국의 경

서 현재 14가지의 연계전공을 운영하고 있다. 내친

제제도, 통상정책, 금융시장, 지적재산법, 세무회계,

김에 고려대도 보자면, 안암 및 세종캠퍼스에 있는

중국어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구비한 ‘실용적 중

학과를 융합한 것을 포함해 20가지의 연계전공이

국경제통상전문가 양성’이라고 소개되어있다. 설립

있다. 이에 비해 한양대학교는 많이 부족해보이지

목적만 보아도 이 전공은 졸업하자마자 대중국 통상

않는가? 서울대를 넘어서기 전에 양대 사학이라는

업계로 취업할 학생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

곳부터 넘어야겠다. 산 넘어 산이다.

보인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연계전공제도 대

그렇다면 수행인문학 융합전공은 어떨까? 애플

신 아직 존재하는 이와 비슷한 제도가 또 하나 있다.

의 스티브 잡스가 “가슴을 울리는 결과를 내는 것은

그 이름도 학문 융합의 향취가 풍기는 융합전공이

인문학과 결합된 기술임을 우리는 믿습니다.”라고 말


한양 85

059

지난 교지 다시 보기

했을 때의 그 인문학일까?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보

2007년 이후 인문과학대학 입학생은 수행인문

면 짐작할 수 있다시피, 물론 아니다. 인문과학대학

학 융합전공 중 하나를 반드시 제2전공으로 이수해

수행인문학부 홈페이지에 있는 융합전공 소개 중, 공

야 했지만, 이는 2013년 입학생부터 인문과학대학

공수행인문학 융합전공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졸업 필수 요건에서 제외되었다. 주로 인문과학대학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이 되는 수업들로 이루어져 있

공공수행인문학은 공직자, 언론인 등 공공영역에

던 수행인문학 융합전공은 새로운 수요자를 찾아야

진출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인문학

할 상황에 처했다. 부실한 커리큘럼과 홍보 부족으

전공 학생들을 위해 개발, 구성된 프로그램 교육과정

로 인한 수요자 감소로 사실상 폐지의 길을 걷게 된

이다. 공공수행과 관련하여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을

연계전공의 뒤를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인문학’의

갖추기 위한 과목들을 새로 개발하고, 나아가 행정학,

본질을 살리면서 ‘과학, 공학의 경계를 가로질러 소

언론정보학, 정치외교학, 사회학 등에서 관련 과목들

통’하기 바랄 뿐이다.

을 교육과정에 채택함으로써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공직자, 언론인, 법률가, 사회활동가 등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나머지 세부전공의 특징들도 비슷비슷하다. ‘수행인문학은 문화, 과학, 공학의 경계를 가로질 러 소통하고 융합학문의 연구와 통합 리터러시 (Literacy) 교육을 주도한다.’는 학교 홈페이지 소개 와는 달리, 전문 인턴십 과정을 제시하거나(STS 과 학기술학), 언론계 등의 분야로 진출할 기회를 제공 하거나(미디어문화), 국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와 통역전문가의 양성을 목표로 하거나(외국어커뮤니 케이션)이다.


060

기획 캠퍼스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교육

New Hanyang 2020 「중기발전 2015 Action Plan」 中

2008년에 비해 나아진 게 없거나 퇴보한 것으로

복합 명품 교과목 개발과 같은 방안이 보인다.

보이는 한양대학교 학문 융합의 실태에 가슴만 치고

그러나 계절 학기에 전공과목을 확대하는 것은

있어야 할까? 다행히 학교는 융복합 교육에 대해 나

학생 수요를 바탕으로 개설 여부가 결정되는 계절

름대로 비전은 마련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기 특성상 다양한 과목 개설을 보장하기 힘들다.

교무처의 학사제도 소개를 보면 2013-16 교육

학교는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른 자본주의 논리를

과정 개편전략 중 두 번째 전략으로 ‘학제 간 융복합

펼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학문의 기회를 다양하게

교육의 강화’가 있다.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총

제공할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융복합

체적 종합적 사유 능력과 통찰력을 함양할 것이 요

교육 및 다전공 이수확대 방안 마련은 현재 진행 중

구됨에 따라 다양한 학문 간 소통과 통섭을 위한 장

으로, 기존에 1년에 한 번, 5월 중에만 신청 가능했

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 소통의 장은

던 다중전공이 11월에도 신청 가능하게 되었다. 복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위의 표, 중기발전 2015

수전공과 융합전공(수행인문학부) 역시 매 학기 신

Action Plan을 보면 학교는 계절학기 전공과목 확

청 가능하므로 관심이 있는 학우는 어느 학기든 신

대, 융복합 교육 및 다전공 이수확대 방안 마련, 융

청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융복합 명품 교과목 개발


한양 85

지난 교지 다시 보기

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학교가 집중해왔던 취업률과 아웃풋 중심에서 벗어나 시각을 넓혔으면 한다. ‘융 복합 교육의 강화’라는 똑같은 이름의 15대 핵심전 략이 두 갈래로 나뉘어 한쪽에는 ‘명품 교과목 개발’ 이 있고, 한쪽에는 ‘취업 교육 활성화’가 있는데, 학 교가 개발하려는 명품 교과목이 취업 교육 활성화를 위한 명품 교과목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모든 논의 위에 있는 발전 방향은 ‘사람의 가 치를 높이는 교육’이다. 우리의 가치는 단지 학교의 대기업 취업률을 높이고, 행정고시 합격자 순위를 높이고, 판검사 임용률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아무리 사회가 대학생에게 취업과 스펙을 강요하더라도 학 교는 사회로부터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다양한 공 부를 할 기회를 주어야지, 오히려 학교가 학생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데로 사회 입맛에 맞춘 커리큘럼들 을 만들어서 가르치고 학생들을 사회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사회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핑계에 대해, 사회 또한 다양한 학문에 능통한 학생을 원하고 있 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삼성전자에서는 인문학과 전공자 중 소프트웨어에 관심 있는 지원자를 뽑아 회사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본 교육을 제공한다. 사회에서의 움직임도 이러한데, 하물며 학교에서 더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인접한 인문학끼리 슬쩍슬쩍 섞어서 형식적으로 융복합 학과처럼 보이게 하기보 다, 좀 더 대범하게 가로지르고 역동적으로 움직이 는 자신감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최소한 고등학교에 서는 이루어지지 못했던 자유로운 공부를 할 수 있 고 그로 인해 우리의 가치를 스스로 높일 환경을 마 련해 주어야 한다. 물론 당장의 아웃풋이 보이지 않 아 인내는 쓰겠지만, 그러한 토양에서 뿌리내린 학 생들은 분명 다른 학생들보다 뿌리의 깊이가 다를 것이다. 그리고 열매 또한 다를 것이다. 열매는 분 명, 인내가 쓴 만큼 달 것이다.

061


편집위원 구현소 / kooooohs@naver.com


15/16주, 그 너머의 이야기

유난히도 고단한 마감기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엎치락뒤치락 노트북과의 씨름 끝에 수업일수 15주+보강 3일에 관한 글을 마무리 짓고 한숨 돌리 려던 날, (기쁘게도) 2014년도부터 수업일수를 16주로 복구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쁨의) 눈물을 머금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064

기획 캠퍼스

돌아온 16주

1. 사라진 1주, 더해진 2주?, 「한양」 81호, 2012.9

2012년 초, 학교는 새로운 교육과정 개편에 발

16주로 환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1년 반 동안

맞추어 한 학기당 수업일수를 15주로 축소했다. 물

끊임없이 이어지던 15주 vs 16주의 논란에 마침표

론 사전의 어떤 논의나 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

를 찍게 되었다. 이번 사태로 학교는 학생 입장에 대

다. 2012학년도 1학기를 시작하면서 등록금을 2%

한 충분한 고려 없이 학사 일정을 멋대로 변경해서

인하함과 동시에 일방적으로 1주 줄어든 학사 일정

는 안 되고, 혹 변경한다 하더라도 체계적인 계획이

을 통보했다. 학생들은 의아해했고, 학교에 대화를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제 모든 논란과

요구했다. 돌아온 대답은 “몇 차례 더 데이터를 누

혼란의 핵심에 있던 문제가 해결된 듯하다. 그러나

적해보고 이 시스템이 가지는 한계가 무엇인지 알

해결되었다고 할 수 없는, 더 핵심적인 문제가 남아

아보겠다. 지금의 체제에서 보완하면 되는 부분인

있다.

지 아니면 다시 16주 수업 체제로 돌아가야 하는

고등교육법 제20조 제2항에 의하면 대학교 수

지에 대해서는 같이 좀 더 논의한 이후에 결정하겠

업은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한다. 즉, 1년 2학기

다.”1였다.

체제인 한양대학교는 한 학기에 15주 이상의 수업

그리고 2013학년도 1학기, 학교는 또다시 변경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한양대학교는 이 법

된 학사 일정을 통보했다. 15주의 정규 수업일과 3

정 수업일수를 지키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일의 보강일로 이루어진 한 학기 일정이었다. 보강

가? 16주 수업 체제로 돌아가면 법정 수업일수보다

일은 2012년도에 15주 수업을 처음 진행하면서 줄

한 주 여유가 있으므로 무리하여 수업을 진행하지

어든 수업일로 인해 촉박한 학기를 보낸 학생과 교

않아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이게 된다. 하지만 첫 주는

원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하는 일종의 해결책이었

오리엔테이션으로, 한두 번은 시험으로, 공휴일이

을 것이다. 그러나 이 보강일에 하라는 보강은 하지

끼면 휴강으로 수업일을 흘려보내다 보면 실질적인

않고 2주에 걸쳐서 시험을 보는 등 결국 안 하느니

수업일수는 15주 미만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한 학

만 못한 것이 되고 말았다. 3일이라는 애매한 일정

기 강의에 대한 수업료를 지급했고, 그에 상응하는

과 함께, 학교와의 소통이 부족했던 교원들이 충분

만큼의 수업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수업일

히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행되었기 때문

수는 명목상으로만 지켜지면 될 일일까?

이었다. 결국, 2014학년도 1학기부터 다시 16주 수업 체 제로 돌아가게 되었다. 수업일수 조정위원회는 4차 례의 회의를 거친 끝에 지난 8월 27일 수업일수를

바로 이것이 15/16주 수업일수의 논란에 마침 표가 찍힌 시점에서도 여전히 끝마쳐지지 않은 수업 일수 이야기다.


한양 85

065

15/16주, 그 너머의 이야기

2. 4630000(원)÷20(총 이수학점)*3(과목 학점)÷16(주)

새어나가는 수업일수를 막아라

=43406.25(원)

갑자기 43,406원이 생긴다면 뭘 하고 싶은가?

주차 이후에 수강이 확정된 학생들을 모아 보강을

아침, 점심, 저녁에 간식까지 만 원어치 씩 음식

진행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방법이겠지만, 현실적

을 사 먹어도 남는 돈이고, 사고 싶던 옷이나 신발

으로 모든 수업이 학생들의 일정을 고려해 보강 수

을 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돈이 하루에도 두세 번

업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1주차에도 수업

씩 매일 생긴다면 어떨까? 적지 않은 액수임이 분명

을 진행하는 것이 차선책인데, 2주차 수업과 이어지

하다. 이 액수가 우리가 지급하는 수업료이다. 수업

는 수업을 할 경우 수강 정정한 학생들이 수업을 듣

이 한 번 빠지면 바로 이 43,406원이 새어나가는 것

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한 학기 강의의 도입

과 마찬가지이다. 이번 학기 공대의 등록금을 기준

부에 해당하거나 강의와 관련된 주제의 특강을 진

으로 20학점을 수강할 시, 일주일에 한 번 진행되는

행하는 것 정도가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다.

2

3학점 전공수업의 1회 수업료는 약 43,406원 이다.

시험기간 역시 대부분의 수업이 비슷한 기간에

액수로 알아볼 수 있듯, 수업일수가 부족한 것은 그

시험을 진행하는 만큼, 저마다 다른 날에 보강을 계

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하지 만 구렁이 담 넘는 것보다 더 어물쩍 수업시간을 흘 려보내게 만드는 날들이 있다. 첫 주의 수업 오리엔 테이션, 시험 기간, 공휴일, 다른 사유에 의한 휴강 일이 바로 그런 날이다. 수업일수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 런 날들에 대해서 보강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 다. 먼저, 많은 수업이 개강 첫 주에 강의와 관련된 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수업 계획이나 평가 방법을 설명하는 오리엔테이션으로 수업을 대신한다. 매 학기 첫 주가 수강 정정기간이기 때문에 이 기간에 수강 신청을 한 학생은 2주차 강의부터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강 정정기간에 수강 신청 한 학생들의 진도를 배려하는 만큼 정정기간 전에 수강 신청한 학생들의 수업일수도 배려해야 한다. 2


066

기획 캠퍼스

획하기 어렵다. 게다가 수업 오리엔테이션과 달리

야 해?”하는 의문이 드는 학우들이 많을 것이다. 이

시험기간에는 정해진 수업시간에 시험을 보고 나면

어지는 과제와 퀴즈 등의 평가로 팍팍해진 학기 중

남는 시간이 없어서 수업을 못 하는 경우도 생기기

에 교수님이 휴강을 알리는 문자는 가뭄에 단비같

마련이다. 이때에는 16주 수업 체제로 돌아가도 중

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 15주의 수업은 법

간고사 기간이 없는 것이 계속 유지된다는 점을 이

으로 정한 대학의 의무이며 ‘갑’인 학생이 ‘을’인 학

용하면 된다. 따로 공식적으로 중간고사 기간이 정

교에 지급한 수업료에 대한 권리이다. 한 주의 수업

해진 것이 아니므로 중간 평가를 두 번 정도로 나누

결손도 아쉬운 시점에서 휴강에 대한 바람은 방학

어 수업시간을 확보하거나, 과제 등의 방법으로 자

까지 조금만 미뤄두는 게 어떨까?

율적으로 중간 평가를 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방 법이 있다. 이 말은 곧 중간고사 기간에도 수업한다는 말로 들릴 수 있지만, 공식적인 중간고사 기간이 ‘없다’ 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규칙적 인 간격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는 것이 익 숙한 우리에게 다소 낯설고 불편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전공마다 특성이 다르고 교수마다 나름대로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짜야 한다는 점 에서 일률적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을 정하 는 것은 대학 교육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시 험 기간에도 시험을 보는 기분에 약간 혼란스럽고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수업일수를 지키고 교육 환 경의 개선하기 위해 좀 더 지켜보자. 마지막으로 공휴일과 다른 사유에 의한 휴강이 남아있다. 공휴일과 교수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한 휴 강은 학생들과 일정을 조절해 보강을 진행해야 한 다. 글을 읽으면서 “한 번 쉴 수도 있지, 꼭 보강해


한양 85

067

15/16주, 그 너머의 이야기

끝나지 않은 수업일수 서사시

3. 15주 강의의 성공을 위한 실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단대신문, 2010.03.16.

물론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오리엔테이션, 공휴

이고, 학교는 그것을 제공할 입장이다. 보강에 대한

일, 시험기간에 쉬지 않고 모두 수업을 진행하는 수

문제를 오로지 교원의 재량에 달린 문제라고 말하

업은 거의 없다. 또한 학교 역시 기껏해야 강의평

는 것은 1만 6천 명의 학생을 교육해야 할 학교로서

가에 있는 ‘교수는 결강하지 않았으며, 휴강 시에는

무책임한 일이다. 단국대학교에서는 2010년에 한

보강을 철저히 하였다.’ 항목으로 수업이 잘 이루어

학기당 15주로 축소하면서 수업일수의 결손을 최소

졌는지 어림짐작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급

화하기 위해 학사지원 실무진들이 수업 현장을 관

한 대가에 대한 권리는 누가 지켜주는 것일까?

리 점검을 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3. 15주 수업 체

단순히 생각하면 일단 수업을 진행하는 교원이

제뿐만 아니라 16주 수업 체제에서도 수업일수가

휴강에 대한 보강을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 예를

부족할 수 있다면 학교에서는 기꺼이 학생들의 수

들어 국문학과의 정민 교수는 주중에 수업을 쉬어

업일수를 지키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우선

야 할 경우, 그 주 토요일 오전에 보강수업을 진행

으로는 공휴일 등으로 인한 휴강에 대해서 보강을

한다. 또한 교양수업 <인문학적 건축학>을 담당하고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보강의 방식이나 보

있는 건축학부의 서현 교수 역시 토요일 오전에 보

강으로 인정될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강을 진행한다. 교양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보강 수

규정이 필요하다. 보강하더라도 평일이나 주말에

업을 진행하는 것은 학생들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따로 시간을 정할 경우 강의를 듣는 모든 학생의 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정을 맞추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6주

수업에 책임을 지고 토요일에라도 보강하려는

체제더라도 공식 보강기간을 두거나 수업으로 인정

교원이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모든 교

될 만한 활동을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원이 이렇게 보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15주 수업 체제에서 16주 수업 체제로 돌아가

렇다면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학교 차

면서 보다 여유 있는 학기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은

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현실적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의 수업일수가 온전히 지켜

으로 모든 수업이 휴강에 대한 보강이 이루어지고

질 수 있게 된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16주 수업이

있는지 감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강의 평가의

복구된 것에 축배를 들기 전에, 알게 모르게 어디론

내용이 교수 평가에 반영되므로 휴강에 대한 보강

가 새어나가고 있는 우리의 수업일수에 대한 지속

은 교수 재량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명백히 학생은 교육서비스를 받는 입장


편집위원 서기환 / happylock93@naver.com 수습위원 안정용 / amrenovater@naver.com


미숙한 RC제도 끼워맞춘 장학제도 현재의 한양대학교의 장학시스템은 RC(Responsibility Center) 제도 의 도입으로 과거와는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중앙에서 모든 단과대를 관리하며, 일률적으로 장학시스템을 운영했다면, 지 금은 책임 단과제의 도입에 따라 RC 별로 자율적인 장학시스템 운 영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학우들은 대부분 이런 변화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정작 장학시스템의 변화는 알 수 없는 상황. 과연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볼 수 있을까? 또 이런 상 황에서 과연 장학금 운영,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070

기획 캠퍼스

한양, 장학금의 현주소.

중앙

RC(Responsibility Center)

책임 단위

중앙 장학위원회

단과대학 학부, 대학원 등으로 구성된 단일 또는 복수의 학사조직으로 자율 책임경영 단위

각 부서에서 관리하는 장학금의 종류

신입학 장학금, 리더쉽 장학금, 특기자 장학금, 보훈 장학금, 고시반 장학금, 외국인 장학금, 근로 장학금, 모범 장학금, 기여 장학금, 내부 장학금, 생활 장학금

한양브레인 장학금, 실용인재 장학금, 사랑의 실천 장학금, 단과대학 리더쉽 장학금

장학금의 성격

단과대학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분야의 장학금을 관리

단과대학 특성에 따른 장학금 운영

한양대학교의 장학금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과거의 장학제도는 RC라는 책임단위를 사용하

수 있다. 하나는 중앙 장학위원회에서 관리하는 중

지 않았다. 2008년도 장학제도를 살펴보면 장학금

앙장학금, 또 다른 하나는 각 단과대학 장학위원회

에 대한 기본 규정은 학교에서 결정하고 세부적인

에서 관리하는 RC(Responsibility Center) 장학금

부분을 각 단과대에서 결정했다. 여기에 세부적인

이다.

부분이란 학생의 품행이나 가정형편 등의 기준을 가

RC 장학금은 기본적으로 각 단과대학 행정팀

지고 장학생을 선발하는 규정을 말하는데, 단과대에

이 관리한다. RC 장학금의 시행세칙은 단과대학에

서 가지는 이 권한은 학교에서 정한 범주를 벗어날

관계없이 같지만, 자세한 선발기준 및 장학금액은

수 없었다.

단과대별로 다르다. 각 단과대에 배당된 한양브레인

반면 2013년 현재의 장학 규정은 RC에 더 큰 권

장학금의 경우, 학생들이 면제받는 장학금의 총합이

한을 주고 있다. 전체 장학금 지급 금액과 같이 큰

해당 RC 등록금의 200%를 넘지 못하도록 시행세

틀은 중앙 장학위원회에서 정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칙에 정해져 있다. 하지만 몇 등에게 얼마만큼의 장

학생들을 뽑을 것인지’, ‘각 장학생에게 얼마를 분배

학금을 분배할 것인가는 각 단과대학 RC가 정한다.

할 것인지’ 등의 세부 사안은 RC에서 결정한다. 때

RC 장학은 각 단과대에서 관리하므로 관련 사항은

문에 중앙 장학위원회가 이전까지 장학에 관한 전반

한양in 포털에 있는 교내 장학 신청안내에서 단과대

적 업무를 관장하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RC 장학금

학별 규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의 장학금에 관해서만 관장한다고 할 수 있다.


한양 85

미숙한 RC제도 끼워맞춘 장학제도

071

주먹구구식 장학금 운영

학생처 장학복지팀과의 인터뷰에서 한양대학교

에 따르면 RC는 등록금의 10%를 장학금으로 써야

가 가진 현 장학금 제도의 문제 몇 가지를 찾을 수

한다. 또한 장학금으로 할당받은 예산을 모두 해당

있었다. 한양대학교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등록금

학기에 RC 장학금으로 소모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수입의 10%를 장학금으로 지급하며, 권고에 따라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가계곤란 장학금을 70% 이

총 장학금액의 30%를 가계곤란자를 위한 장학금으

상, 성적우수장학금을 30% 이하로 분배해야 한다는

로 배당해야 한다는 제약을 받는다. 이에 따라 한양

규정은 장학금 배분에 있어서 학기마다 형평성의 문

대학교는 RC 장학금(가계곤란장학금, 성적우수장

제를 야기한다. 가계곤란자의 수가 달라질 경우, 정

학금)에서 가계곤란장학금을 70% 이상, 성적우수장

해진 단과대별 장학금 총액을 1/n로 나누어 가져가

학금을 30% 이하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장학금 운영이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에 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에 문제는 발생한다. 규정


072

기획 캠퍼스

1. 정해진 RC 장학금 총액에서 70% 이상은 가계곤란자를 위한 장학

2. RC 장학금은 해당 단과대학의 한 학생의 등록금의 2배(200%)로

금으로, 30% 이하는 성적우수자를 위한 장학금으로 분배한다. 때문

책정한다. 단, 반이 존재하는 단과대는 반을 기준으로 하여 장학금을

에 가계곤란자를 우선하거나 가계곤란자가 많은 단과대의 경우 상대

책정한다. 예를 들어 등록금이 350만 원이며, 총 3개 반이 있는 단과

적으로 성적우수자를 위한 장학금 비율이 낮아지는 문제가 나타난

대의 경우 3×350×2=2,100으로 계산되어 2,100만 원이 해당 단과

다. 또 반대의 경우또한 문제는 발생한다. 성적우수자를 30% 꽉 채워

대의 장학금으로 책정된다.

서 장학금을 주려 할 때 가계곤란자에게 돌아갈 장학금 수혜액이 낮 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에서 RC에 장학금을 분배할 때 해당 단과대의 가계곤란자 수를 파악해 장 학금을 분배한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RC의 장학금 운영 정책에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형평성의 문제는 해소하기 어렵다.

야 하기에, 해당 학기 학과의 가계곤란 학생 수에 따

많은 국어국문학과에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

라 또는 해당 학기 해당 학과의 장학금 운영 정책에

와 같은 인원 비례의 문제에 대해 장학복지팀은 제

따라 가계곤란 학생이 받을 장학금 수혜액은 차이가

도를 개편하는 과도기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라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일부 해소

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답변이 불평등한 처우를

하고자 장학금 운영 정책에 변화를 준다면 이번에는

받은 학생들에게 위로가 될 수는 없다. 한편으로는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을 일반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

사소한 문제라고도 생각할 수 있으나, 단체의 운영

1

을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단과대별 장학금 지급액을 설정하 는 데도 문제는 있다. 현행 체제에서는 장학금을 (해 당 RC에 소속된 반의 수)×(해당 RC 등록금의 2 배)로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2 물론 RC를 기준으 로 하지 않고 해당 RC에 소속된 반의 수만큼 배당하 는 장학금액을 가중하는 계산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인원에 비례한 장학금 책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또한 완벽하게 인원에 비례 한 장학금 분배는 아니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인문 대 국어국문학과의 정원은 45명이고, 국어국문학과 는 등록금의 두 배를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철학과 는 정원이 22명이다. 마찬가지로 철학과 또한 등록 금의 두 배를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국어국문학과와 철학과는 23명의 인원차이가 나는데도 학과당 장학 금 수혜비율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는 인원이

에서는 사소한 부분에서의 조율도 중요하다. 때문에 정확한 인원 비례 방식의 장학금 책정이 필요하다.


한양 85

073

미숙한 RC제도 끼워맞춘 장학제도

장학금,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인 ‘위한’에 들어가 ‘장학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제한된 인원으로

금’이란 검색어로 글을 검색해보면 많은 질문이 올

운영되는 장학복지팀의 사정상 당장 세세한 정보를

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관련 기관의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은 한편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

안내가 아니라 학생들 사이의 ‘카더라 통신’으로 공

다. 하지만 가장 최근 자료의 업데이트조차 이루어

유되고 받아들여지는 정보들. 이러한 정보들이 만연

지지 않는 점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하게 된 데에는 장학시스템에 학우들이 쉽게 다가가

각 단과대의 이전 학기 장학내용과 고시반의 최근

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학시스템은 정작

장학 운영 자료조차 중앙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수혜자인 학생들과는 멀어도 너무 멀다.

점은 장학금의 수혜자인 학생의 입장에서 우려스럽

학내에서 중앙 장학금을 관리하는 장학복지팀에

기 까지 했다. 물론 RC 제도 자체가 최대한 각 책임

장학금 관련 자료를 받으러 갔을 때, 장학복지팀은

단과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제도라고는 하지만, 중앙

중앙에서 관리하는 내용만 전달해 줄 수 있다고 했

이 각 RC의 장학 과정의 전반적인 부분조차 파악하

다. RC 제도가 도입되면서 각 단과대에 장학금 설정

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변명할 수 없다.

자율권이 생겼기 때문에 중앙에서 모든 것을 세세히


074

기획 캠퍼스

부실한 RC 장학 제도, 우리는 아쉽다.

앞서 말한 장학복지팀과 RC의 업무 분담으로

브레인 장학(성적우수 장학)에서 등수별로 몇 퍼센

인한 소통의 문제가 현 장학금 문제의 전부라면 현

트의 장학금을 지원할 것인지, 전체 RC 장학금에서

장학제도는 그래도 잘 운영되고 있는 편이라고 말할

몇 퍼센트를 한양브레인 장학으로 정할 것인가에 대

수 있다. 연계가 잘 안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이

한 것밖에 없다. 이 정도의 권한 이양은 자율이 아

제부터라도 제대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닌, 분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RC 제도로의 개편이 장학금

각 단과대의 1등이 몇 퍼센트의 장학금을 받는

제도를 고려하지 않고 추진된 새로운 시스템이라는

것이 해당 단과대의 특성을 반영한 장학 운영이라고

것은 큰 문제다. 장학복지팀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의

볼 수 있을까? 1등부터 몇 등까지 장학을 받는다는

큰 정책에서 장학금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논의사

범위의 설정이 단과대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항이 아니며, 그저 흐름에 따라 끼워 맞춰지는 하나

것일까? 그렇다고 확실히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

의 분야일 뿐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장학

려 단과대별로 이렇게 다른 장학금 퍼센트의 설정은

정책이 대학 운영에 있어 크게 여겨지는 부분이 아

교내에서의 학생 간 분란의 여지만 더할 뿐이다. 진

니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씁쓸해도 받아들일 수밖

정으로 RC 제도의 이점을 활용하려면 이런 근본적

에 없지만, 큰 정책 흐름에 따라 가벼이 여겨지는 데

인 부분부터 고쳐 나가야한다. RC 제도를 들여오기

에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위한 명목상의 장학제도 변경보다는, 근본적인 부분

RC 제도는 취지만 놓고 보면 선진적인 시스템 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중앙집권적 수직 통제에서 벗어나 단과대의 특성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이니 말 이다. 하지만 이 RC 제도가, 아니 현재 한양대학교 장학제도에 적용되고 있는 RC 제도가 RC 제도 본 연의 의미와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각 단과대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자율권을 주었지만, 그 자율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단과대에서 자 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장학에 대한 권한은 한양

에서 검토하여 장학제도에 어울리는 RC 제도를 적 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양 85

075

미숙한 RC제도 끼워맞춘 장학제도

학생을 위한 장학금이 되길…….

현재 한양대학교의 장학시스템은 사소한 문제로

있다. 작은 구멍 하나가 거대한 댐을 무너뜨릴 수 있

삐거덕거리고 있다. 학내 장학금제도의 문제를 느끼

다. 지금의 장학제도가 어찌어찌 정상적으로 굴러가

고 인터뷰를 하기 전, 예상했던 것보다 문제가 적었

고 있다고 안심하고 성공적인 RC 제도의 도입이라고

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RC 제도라는 새

샴페인을 터뜨린다면, 어느 순간 RC 제도체제하의

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장학제도의

장학제도는 점점 더 학생들의 불만을 만드는 제도가

불협화음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다. 현행 장학제

되어버릴 수도 있다. 학생의 형편에 꼭 알맞게 장학

도에 도입된 RC 제도는 이름만 RC인 제도라 볼 수

복지를 펼치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있다. 각 단과대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중앙 장학복 지팀은 소 닭 보듯 RC를 방관하기만 하며, 실질적인 부분에서의 자율성은 주지도 않는다. 지금의 장학제 도는 제도의 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사회 社會 076

society, community 같은 무리끼리 모여 이루는 집단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

기획 캠퍼스


한양 85

01

02

언론, 독립을 외치다

대학생이 걸어갔던 거리

수습위원 안재혁 /

부편집장 이준건 /

crowquill01@gmail.com

seawhale98@hanyang.ac.kr 수습위원 배지영 / azaleaee@gmail.com

03

04

SPA를 입는다 지구를 벗긴다

시국선언과 대학생의 목소리

편집위원 서기환 /

수습위원 안정용/

happylock93@naver.com

amrenovater@naver.com

수습위원 배지영 / azaleaee@gmail.com

077


078

수습위원 안재혁 / crowquill01@gmail.com

언론, 독립을 외치다 우리 20대는 독립을 원한다.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 경제적 사정으로부터의 독립, 재수강으로부터의 독 립…….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젊은 언론들도 독립 생 각이 강한 모양이다. 이들은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며, 자신을 스스로 ‘독립 언론’이라 부른다. 지금부 터 독립 언론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기획 캠퍼스


079

한양 85

01 미국 드라마 ‘뉴스룸’ 뉴스보도국을 배경으로 유명 앵커가 시민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뉴스를 중립적인 관점에서 보도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080

기획 캠퍼스

베테랑 언론인들의 젊은 도전

지난 5월, 몇몇 기업 대표들이 정당한 세금 납부

이들의 도전은 새로운 매체를 만든 것에서 멈추

를 피하려고 수입의 일부를 해외로 빼돌린 ‘조세 피

지 않았다. 2012년 7월부터 <뉴스타파>는 광고자본

난처’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를 최초로 보도한

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시민들의 후원금으

매체는 독립 언론 <뉴스타파>였다.

로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재정이 크게 악화되지

<뉴스타파>는 2012년 1월, ‘공정한 언론을 만

않겠느냐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뉴스타파>

들자’는 표어를 내걸고 첫 방송을 시작했다. KBS,

는 급속도로 불어나는 후원자들 덕분에 ‘여론조사의

MBC, YTN의 전·현직 중견 언론인들이 대거 참

허점’, ‘다카키 마사오와 6억 원’ 그리고 최근의 ‘조

여해 시작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이들은 부족한 인

세 피난처 사건’까지 굵직한 특종 보도들을 쏟아내

력과 설비에 따른 문제들을 베테랑다운 노련함으로

며 오히려 전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그

극복해냈다. 기획 후 불과 두 달 만에 방송의 준비를

결과 <뉴스타파>는 한국의 독립 언론을 대표하는 매

마쳤고, 첫회부터 ‘재보궐 선거 투표소 변경 사건’을

체로 자리 잡았다.

폭로함으로써 유튜브 조회 수 100만 건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다면 베테랑 언론인들이 굳이 새로운 매체 를 만들고, 광고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이유 는 무엇일까?


한양 85

081

언론, 독립을 외치다

신뢰를 잃어가는 기성언론

그 이유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낮은 신뢰를 받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기성언론의 현주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조 사에서 1위는 기성언론의 하나인 <조선일보>였다. 또한, 같은 해에 한국 기자협회가 주관한 언론인 대 상 여론조사에서도 영향력이 가장 큰 신문은 <조선 일보>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언 론사’ 항목에서 <조선일보>는 전체 7개 중 6위를 차 1

지했다 .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사람들이 현 기성언론, 특히 조선·중앙·동아일보와 같은 기성 신문사2들이 사회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성신문은 현대사를 거치면서 수많은 ‘거대광고자본’과 조우했고, 이것이 경영진과 재계 의 유착 등 폐단을 초래하여 공정한 보도를 하지 못 하고 있다. 물론 외부 기업의 광고를 받는 일은 운영 을 위한 언론계의 관행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자금 마련에 만족하지 않고 사기업적 확장을 추구하 며 ‘자본권력’과 동맹관계를 맺는 일을 적극적으로

1.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조사, 조선일보, 2009년 3월 5 일. / 한국 기자협회 주관 언론인 대상 여론조사 원 도표 제시. 2. ‘기성’이 오래전부터 존재해옴’이라는 뜻이 있다는 점 에서 비추어 볼 때, 기성신문은 ‘조중동’ 뿐만 아니라 ‘경 한’(경향신문, 한겨레신문)을 포함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 지만 <경향신문>은 1998년 한화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사 원들이 신문사 주식을 소유한 완전사원 주주회사로 탈바꿈 했고, <한겨레신문>은 수만 명의 소액주주가 창간기금을 쾌 척하여 신문사를 설립해 지금도 지분 대부분이 일반 시민 들과 사원들에게 있다. 이 소유구조의 차이는 조중동과 전 혀 다른 노선을 걷는 결과로 이어졌고,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쳐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 조사 항목에서 8.7%, 15.4% 로 각각 4위와 1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필자가 상정하고 있는 기성신문은 조중동임을 밝힌다.

추진했다. 경영진들은 대기업 고위 간부들과 사돈지 간이 되었다3. 기성신문은 혈연관계를 맺은 기업들 에게 유리한 기사는 대서특필하고 불리한 기사는 축 소하거나 없애는 등의 추태를 부렸다. 대표적인 예

3.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혼맥도> 제시.


082

기획 캠퍼스

4. ABC 협회의 조사에서 발행 부수 중 56,000여 부가 부풀 려져 1,756,193부로 수치를 조작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로 <중앙일보>는 삼성 그룹 초대 총수 이병철 씨의 자금을 받아 홍진기 씨가 창간했다. 현재 삼성 그룹 이건희 씨 회장의 처조카이자 홍진기 씨의 아들인 홍석현 씨가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한 <중앙일보 >는 실제로 삼성의 편법 경영 승계, X-파일, 비자금 폭로 사건 등 삼성에 불리한 기사를 축소 보도했다. 이처럼 <중앙일보>를 위시한 기성신문들은 자본권 력의 영향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들 의 마음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기성신문의 유료부수(실제 구독률 지표에 해당) 감소 폭을 살펴보면 이 같은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2002년 조선일보는 유료부수 175만 부로 나타났지만4 10년 만에 135만 부로 감소했다. 동아 일보는 10여 년 전 유료부수 153만 부를 자랑했으나 현재 절반 수준인 75만 부로 급감하였다. 또한 <시 사IN>의 여론조사에서 어느 매체를 가장 불신하느 냐는 질문에 대해 성인 1,000명 중 34.2%가 <조선 일보>를, 20.8%가 <중앙일보>를 18.9%가 <동아일 보〉를 택했다(중복선택 포함). 이러한 현상은 기성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음을 방증 한다. 시민들은 점점 새로운 언론에 대한 갈증을 느 끼기 시작했다.

ⓒ 한겨레


한양 85

083

언론, 독립을 외치다

새로운 언론이 등장하다

새로운 언론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매체가 디지 털화되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리면서 여러 대안적 성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기 위해 독립 언론 에서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 기자 두 분을 만났다.

격을 가진 매체들이 출현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 다. 하지만 이들조차 거대광고자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대안 매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한양 : 독립언론의 수가 앞으로도 늘어날 거라고 보십니까?

때 아예 광고자본의 입김을 원천 봉쇄하는 실험을 하려는 매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바로

노종면 기자 : 지금보다는 늘어날 것으로 봅니

독립 언론이다. 독립 언론은 시민들이 자본금을 마

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뉴스타파

련해 운영진에게 위탁하거나 구독료를 지급하는 방

>, <국민TV>를 비롯한 독립 언론의 모델들이 사람들

식으로 운영되어 광고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정도를

의 신뢰를 받으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

여주면 조금씩 그 수는 많아질 것입니다.

독립 언론의 이러한 장점 때문에 대안적 성격을

요즘 새롭게 등장하는 매체들은 기존의 것과는

가진 기존의 인터넷 매체 일부는 ‘독립 언론’으로 전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모델들이 ‘텍

환하는 길을 택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프레시안>

스트 매체’가 주를 이루었던 데 반해, 최근의 ‘뉴미

의 경우 지난 7월 언론의 공공성 강화를 내걸고 주

디어’ 모델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을

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독립 언론으로

주요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사진과 영상은 텍스

탈바꿈해 벌써 수천 명의 조합원을 확보했다. 그리

트보다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 파급력이 매우 크기

고 2007년부터 독립 언론으로 전환한 <시사IN>은

때문에 그것들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매체와 함께

지난 6월 한국 ABC 협회의 유가 부수 매출 검증에

독립 언론의 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서 시사 주간지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현상들은 새로운 형태의 언론, 즉 독립 언론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상호 기자 : 계속해서 늘어나지는 않을 거라 고 봅니다. 일단 기성언론의 급여라든가 근무 여건,

이처럼 언론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독립

사회적 평판 등이 더 좋아서 그곳에서 나오려고 하

언론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수 있을지, 저널리즘

는 사람들이 없어요. 언론의 자유가 땅에 떨어졌다


084

기획 캠퍼스

노종면 기자는 YTN에서 기자, PD, 앵커를 지낸 언론인이 다. 지난 2008년 10월, 정치권 낙하산인사가 YTN 사장직 에 임명되는 것을 앞장서서 반대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되었다. 이후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제작에 참여하 여 초대 앵커를 지냈다. 현재 독립언론 <국민TV>에서 라 디오방송 <노종면의 뉴스바>를 진행하고 있다.

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일각에서 사회적인 지탄

구하는 것, 이를테면 공정보도, 진상규명 같은 가치

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냥 다니는 겁니다. 그러다가

에 최대한 맞춰가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사실 언

또 다른 권력집단이 득세하면 그들의 입맛에 맞춰

론에 거대자본이 스며들고 정치권력이 개입하면서,

뉴스를 내보냅니다.

오랫동안 언론은 시민들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

이렇듯 그때마다 강한 권력에 빌붙어 지위를 지

만 그만큼 최근의 변화들, 특히 시민들이 참여하는

키려는 성향이 기성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독립 언론의 출현은 언론의 주인이 시민임을 아주

널리 퍼져 있습니다. 기성언론에서 스스로 멀어지려

강렬하게 상기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 하는, 이른바 ‘원심력’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가

또한 기사를 광고와 맞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점

하면 독립 언론이 그들을 기성언론 밖으로 끌어내는

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돈을 대

‘구심력’도 약합니다. 왜냐하면, 저희 같은 독립 언

주는 기업의 눈치를 보며 써야 하는, 쓰고 싶은 기사

론들은 현실적으로 넉넉하게 급여를 줄 수가 없고

를 쓰지 못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겁니

아직 매체 간의 상호 인력 이동이 활성화되기 어려

다. 한편, 운영진이 자금관리를 잘못한다면 시민들

운 단계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의 실망이 대단할 거라는 생각에 약간 우려가 되기

지금 있는 매체들이 유지되면서 발전해 나갈 것 같

도 합니다. 그래서 속도가 늦더라도 철저하고 투명

습니다.

하게 운영하면서 매체의 힘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 람입니다.

한양 : 현재 독립 언론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 금, 조합원들의 출자금, 시청자들의 정기시청료를 받 아 운영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이상호 기자 : 시민들의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언론이 가장 이상적인 언론의 형태이기 때문에 적극 찬성합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언론은 ‘공공재’의 성

노종면 기자 : 언론의 진정한 주인이 시민임을

격을 띠므로 시민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

확인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현상이라

습니다. 그런데 어떤 매체가, 이를테면 조중동 같은

고 생각합니다. 저희 언론인들은 언론의 소비자인

기성 언론이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버리면, 그 언론

시민들을 위해 복무해야 하고, 그 때문에 그들이 요

은 상업적인 트랙에서 생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


한양 85

085

언론, 독립을 외치다

이상호 기자는 MBC 보도국에서 정치부 기자를 지냈다. 이상호 기자는 언론과 정치권의 불법거래 의혹이 담긴 삼 성 X파일 사건을 취재하여 권력의 집중견제를 받았다. 2012년 대선 직후 김정남 씨 인터뷰를 SNS에 예고한 것 이 기자 품위 유지 위반에 적용되어 부당하게 해고되었다. 현재 독립언론 <go발뉴스>를 대표하는 기자로서 종횡무 진 활약하고 있다.

다 보면 그 언론사는 광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결

면서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권력화될 여지가 있는

국에는 광고와 기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점까지

부분은 많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치닫게 됩니다. 이 현상은 작금의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

노종면 기자 : 어떤 조직이든 권한을 행사하는

본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늦추지 않는 것이 현

힘이 존재하는 한 권력화될 위험성은 있다고 봅니

대 언론의 중요한 사명임에도 불구하고, 언론 운영

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하다못해

진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협동조합도 권력화될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 내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광고에 크게 의존하는 상업매

이사회를 장악하고 대의원들을 포섭하는 식으로 말

체보다 자발적 정기 구독이라는 형식의 후원제도에

입니다. 다만, 족벌신문이나 정권이 개입하고 있는

입각한 독립 언론이 더욱 더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공영언론처럼 쉽게 권력화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언론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운영에 참여해 초기부터 감시하고 있고, 언론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 독립 언론 모델을 만들

한양 : 먼 미래에 독립 언론이 계속 성장해서 지

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일반적인 언론보

금의 기성언론만큼의 영향력을 갖게 된다면, 독립 언

다 권력을 견제하는 힘이 훨씬 강할 것으로 생각됩

론도 ‘권력화’될 위험성은 없다고 보시는지요?

니다. 덧붙이자면 저는 독립 언론이 기성언론만큼의

이상호 기자 : 언론이 ‘권력화’될 위험성은 항상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누구보다 철

있습니다. 모든 권력은 스스로 정화될 줄 모르기 때

저하게 생존법을 연구해오고 있는 것이 기성언론입

문에 고인 물이 썩듯 권력은 오래갈수록 부패하게

니다. 신문을 뛰어넘어 인터넷 매체, 방송 등지에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독립 언론은 본질적으로 시

이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기성

민이 주인인 매체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후원해주

언론이라고 표현하는 덩어리는 계속 그대로 유지되

시는 시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시민

는 것입니다. ‘언론재벌’은 쉽게 축소되지 않습니다.

들을 보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를 비롯한 독립 언

마치 삼성처럼 말입니다. 현 언론계는 우리나라 기

론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가 시청자들을 두려워하

업 생태계의 축소판입니다. 거대자본들이 족벌경영


086

기획 캠퍼스

을 하듯, 조선일보는 방씨, 중앙일보는 홍씨, SBS는

오가는 가운데 여당과 야당이 공방을 벌였습니다’고

윤씨가 대대손손 사장을 물려받으면서 철옹성 같은

만 보도한다든지, 여당 발언을 30초 내보내면 야당

단일 권력체제를 구축해 버렸습니다. 그런 맥락으로

발언 내용도 30초로 제한하는 등 누가 옳은지 그른

정리하자면 독립언론의 외부 환경이 부정적으로 권

지 알 수 없이 상황 소개만 하는 보도입니다. 저는 이

력화될 수 있는 여지조차 남기지 않은 셈입니다.

것을 깨고 누가 진실을 밝히려는지, 누가 사실관계를 호도하는지 언론인이 판단할 수 있으면 망설임 없이

한양 : 기자님이 생각하는 올바른 저널리즘은 무 엇인가요? 이상호 기자 : 민주주의가 결핍된 상황에서 민 주주의를 회복하는 것. 인간성이 상실된 상황에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상황을 일으킨 것은 무엇이냐, 더 잘 살기 위해 시장 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권력에 길들여진 기성언론입 니다. 부와 권력을 축적하려는 욕망이 ‘언론부재’의 야만적이고 위태로운 상황을 몰고 온 것입니다. 저희 <go발뉴스>를 비롯한 독립 언론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실, 숨겨진 비인간적인 일들을 시 민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기성언론이 걸었던 길과는 다른 길을 걸으려고 합니다. 그것의 실행을 위한 뉴 미디어의 활용은 대단히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 을 것입니다. 기성언론에 의해 비호받는 기득권 세 력의 비인간적이고 추악한 진실을 끄집어내어 폭로 하는 것도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저널리즘을 실현하 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종면 기자 :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를 버리고 중립을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PD, 앵커 등 모두 자기만의 철학, 신념, 취향을 갖고 있 습니다. 그런데 언론 활동을 하면서 사물이나 현상 을 바라볼 때 그것들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안 됩니 다. 언론인이라면 그것들을 기꺼이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중립을 지킨다’는 말 속에서의 중립은 기계 적 중립을 뜻하지 않습니다. 기계적 중립은 ‘고성이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진정한 중립유지이고, 이것이 올바른 저널리즘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 독립을 외치다

087

독립 언론의 길

5. 홍세화 씨의 발언 차용, “지키고자 하는 가치(緊)와 현실 적인 문제(張) 사이의 치열한 갈등”

한양 85

6. 슬로우 뉴스, <딴지일보 원종우 씨 인터뷰> 참고.

자본과의 긴장(緊張)5 인터뷰를 통해 독립 언론의 현재 모습과 미래를 진단한 결과, 독립 언론이 앞으로도 발전해 나갈 것 이라는 긍정적인 예측을 얻었다. 그렇다면 독립 언 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성공에 이를 수 있을 까? 그 실마리는 자본권력(거대광고주)과의 긴장관

실제로 <국민TV>는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계에서 찾을 수 있다. 상업화된 언론이 출현한 이래

지난 3월 3일, <국민TV 미디어협동조합> 주최로

저널리즘과 이익추구는 언제나 동전의 양면과 같았

1,009명의 발기인이 참석한 가운데 ‘자본과 권력으

다. 언론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입이 필

로부터 독립된 언론’을 표방하는 <국민TV> 창립총

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영리 추구가 지나치면 반대

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국민TV>는 조합원들이

6

로 언론의 소명에 소홀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 독립

출자금을 마련하고, 조합비로 방송사를 운영하는 협

언론도 취재와 보도를 위해 자금이 있어야 하는 것

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면서 출자금과 상관없이 조합

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 자본권력과 타

원 각자가 동등한 지분을 갖기로 하였다. 또한, 주주

협하여 영리를 추구하게 된다면 독립 언론의 정체성

의 이익이 아닌 조합원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수

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고 높은 사회적 가치도 희

평구조의 조직문화를 갖출 것을 다짐했다. 현재 <국

석되어버릴 것이다.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민TV>는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방

태생적인 장점과 공정 보도의 숭고한 가치를 스스로

송’, ‘국민이 주인이 되는 방송’을 표방하며 창립 당

포기하는 셈이다. 자본과의 긴장관계를 절대 포기하

시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1만 5000여

지 않고 수호함으로써,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더디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합에 가입했으

더라도 차근차근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 그

며, 그들이 낸 조합비는 <국민TV>가 라디오 방송과

것이 독립 언론의 성공을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것이다.

있다.


088

기획 캠퍼스

민주주의 국가의 새로운 저널리즘 7. ‘이상호 기자 X파일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에서 발췌.

독립 언론은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

속에서 본질적인 실체인 ‘진실’의 조각들을 찾아내

하는, 시민들의 힘이 만들어낸 언론이다. 그 힘을 위

어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대화가 중추

임받는 언론인들은 시민들이 알고 싶어하고 알아야

적인 역할을 담당할 때, 소통과 참여를 지향하는 현

할 것들을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최대한 중립적

대의 참된 저널리즘이 구현되고 민주주의의 성숙으

으로 보도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에서 보도의 ‘중립’

로 나아갈 수 있다.

은 앞선 인터뷰에서 노종면 기자가 언급한 기계적 중

단순한 사실이 아닌 그 너머의 진실을 알고 있

립도, 주관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는 시민들이 많아야 참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진

여러 주관이 상호작용하여 검증을 거치면서 객관에

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7, 언론은 깊이 파고

이르는 것이 중립이다. 따라서 다수의 시민이 경영의

들어 취재한 후 어느 사람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시민

간접, 직접적 주체가 되는 독립 언론은 재계와 유착

들에게 그 내용을 가감 없이 보도해야 한다. 그렇게

된 소수의 기득권 세력이 지배하는 기성언론보다 결

함으로써 시민들은 현명한 주권행사를 할 수 있게

과적으로 더 중립적인 보도를 할 수 있게 된다.

된다.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언

이러한 독립 언론의 장점과 더불어, 독립 언론 의 태생적 특징 또한 저널리즘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독립 언론은 거대자본이 제공하려는 광고 를 일절 싣지 않고, 시민들로부터 받는 운영 자금을 언론 활동에 대량으로 투입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은 그만큼 양질의 기사와 뉴스를 생산해내며 저널리 즘 전반에 발전을 가져다준다. 저널리즘의 발전은 민주주의의 성숙으로 이어 진다. 현대의 저널리즘은 언론인들이 일방적으로 사 실을 선포하는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시민들 스스 로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결과적인 사실들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 사건의 실체인 ‘사실’

론이 무엇인지 다시 되짚어볼 때다.


089

한양 85

, 다 싶 갖고 력 필 한 촉 촉 그 의 너 수습모집 대상

12-13학번 한양인

특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침대,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과의 선배·동기·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아래 연락처로 연락하기!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Tel. 010.8989.1774 E-mail. HYgyoji@gmail.com 편집장.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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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편집장 이준건 / seawhale98@hanyang.ac.kr 수습위원 배지영 / azaleaee@gmail.com

대학생이 걸어갔던 거리 한 번이라도 학생운동에 참여해본 적이 있는가? 하다 못해 환경운동이라도 참여해 본 적은? 물론 그러한 일 들이 자신의 사상과 전혀 맞지 않아 참여하지 않는 사 람도 있겠지만, 자기 할 일에 치여 참여하지 않은 경우 가 대부분일 테다. 그러나 떠올려보자. 대학을 다니는 지성인으로서 사회의 문제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80년대 대학생들이 독재 타도를 위해 화염 병을 들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짱돌을 들어야 하 나. 지금은 부모님이 되었을 대학생들의 고민과 투쟁을 살펴보며, 현대를 살아가는 대학생으로서 가져야할 자 세를 생각해보자.

기획 캠퍼스


한양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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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1980년 봄, 자유와 민주주의의 바람이 거세게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지나간다. 빨

불었다. 마침내 서울의 봄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간 가방을 멘 청년도 보이고, 연인인 듯 손을 잡고

기쁨도 잠시, 민주주의의 열풍은 독재와 탄압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다시 가라앉았다. 그때,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쏟아져

즐거운 것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거리

나왔다. 독재 타도를 위해, 평범한 학생들은 민주주

를 지나다니는 대학생 대부분의 얼굴에서 미소가 보

의의 열사가 되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났다. 신촌의

이지 않는다. 그들은 무슨 걱정거리를 가진 걸까?

거리에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날의 햇볕은 그때나 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공동체 간의 유대감이 끈끈하고,

금이나 똑같지 않을까. 1960년에 문을 열어 50년이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싸웠다던 30년 전의 대

넘게 그 자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홍익문고를 지나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 시절에 대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오거리로 진입하면, 경마장의

학생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은 얼마나

말이 쏟아져 나오듯 사람들이 빠르게 거리를 지나가

다를까. 또, 이곳에서 목소리 내던 학생들을 바라보

는 모습이 보인다.

던 주변 사람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먼저 지금 이 거 리를 지나가는 대학생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한양 85

대학생이 걸어갔던 거리

“따질 것 없이 취업이 가장 큰 걱정거리죠.”

한양: 지금 가장 큰 걱정거리가 뭐에요? 대학생: 제가 하고 있는 공부가 정말 내게 맞는 공부인지 모르는 게 걱정이에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는 이런 걸 따질 여유도 없이, 취업이 가장 큰 걱정 거리죠. 인터뷰를 짧게 마친 뒤 학생은 유유히 길을 따 라 지나쳐 가버렸다. 바쁜 탓이겠지. 이전 세대 혹은 이후 세대에도 문제와 걱정은 늘 존재하겠지만, 당 장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 어 보인다.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자식까지 부양해야 하는 세대가 바로 우리 의 세대다. 그렇기에 현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 를 위한 돈. 그러나 그 돈을 벌게 해 줄 직업, 곧 취 업의 문제는 가장 어려운 문제다. 정부는 16조 원 이 상의 금액을 투입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하 지만, 제대로 운용될지는 미지수다. 우리 세대는 점 점 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나아갈 것 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한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어쩌면, 이미 도래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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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공부하러 독수리 다방에 왔어요.”

눈에 익은 커피 전문점들 사이로 ‘독수리 다방’ 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카페가 아닌 이 다방은 간판 에 큼지막하게 ‘since 1971’ 문구를 내세우며 신촌 의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0년이면 금수강산도 변한다던데 40년이 넘도록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독수리 다방의 세월 앞에서 왠 지 모를 경건함이 느껴진다. 원목으로 된 테이블과 의자에는 하얀 이어폰을 낀 남학생이 책장을 넘기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눈에 익숙한 토익 책을 펴고 열심히 단어를 외우는 여학생도 보인다. 한양: 독수리 다방에 왜 온 거에요? 대학생: 분위기가 조용하면서 좀 옛날 느낌이 나잖아요? 그래서 공부하러 왔어요. 과연 30년 전인 1980년대 독수리 다방의 청춘 들은 과연 무엇을 했을까?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서 볼 법한 소설가 성석제와 시인 기형도 등 연세대 출신의 문인들이 이곳에 틀어박혀 글을 쓰거나, 신 촌 대학생들의 아지트가 되어 많은 학생이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청춘을 보내곤 했단다. 신촌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을 수소문한 끝에, 80년대 후 반 학생운동의 마지막 세대라고 자신을 소개하신 권 용화 씨를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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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걸어갔던 거리

한양: 그 당시 학생운동에 참여한 분으로서

요? 그건 아니라는 거죠. 요즘 대학생들의 대부분은

70~80년대 학생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어떠했나요?

70~80년대 대학생들이 심각하게 생각했던 정치적

권용화: 아무래도 우리 시대에는 학생운동에 대

억압 등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고 나만 잘살면 된

한 관심이 매우 컸죠. 그 당시에는 학교에 신입생이

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 같아요. 즉, 민주의식이라든

들어오면 의식화 운동이라고 해서 동아리 선배나 학

지 참여의식 자체가 없다는 거에요. 점점 그런 식으

과 선배들이 일종의 포섭을 했어요. 그렇게 포섭된

로 흘러간다면 우리가 사는, 또 당장 여러분 세대가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다시 세 부류로 나누어졌는데,

꾸려 나가야 할 사회가 위험해지게 되겠죠.

한 5~10% 정도는 학생운동에 강성으로 참가하는 사람이고 40%는 학생운동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사

한양: 정치적으로 우리 사회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람, 나머지 50%는 학생운동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

권용화: 정치적인 문제도 될 수 있겠지만, 제일

들이었죠. 그런데 요즘 세태와 다른 점은 그 당시 학

큰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의 현상에 대한 대화의 장

생 중 아무리 학생운동에 무관심한 학생들조차도 어

자체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느 정도는 사회에 관심을 가졌다는 거에요. 절반 정

있는 게 환경문제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문제,

도는 학생운동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학생운

하우스 푸어 문제 등 우리 사회에 대해 고민해야 할

동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조성되어 있었어요.

것들이 많은데, 지금 고민하지 않으면 미래의 세상

한양: 그럼 요즘 학생들은 그런 분위기가 없다

은 어떻게 될까요.

는 건가요? 권용화: 아마 대학생들은 학교에 다녀서 더 잘

누구나 문제와 마주치기 마련이고, 거기에는

알 테지만, 제가 볼 때는 그런 분위기가 있고 없고를

신경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에 어떻게 반응

떠나서 학생들이 모이질 않는 것 같네요. 학생들이

할 것인가?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알베르 카뮈는 이

이야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없다는 거죠. 예를 들

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린다. 인간은 반항하는 방법

면, 요즘 축제할 때는 연예인들 공연만 구경하고 말

외에는 달리 다른 수가 없다고 말이다. “부조리의

잖아요? 그런데 우리 때에는 학생들이 민중 공연이

경험에 있어 고통이란 개인적인 것이다. 반항 운동

나 예술 공연 같은 것들을 준비하면서 거의 매일 모

을 기점으로 하여 고통은 집단적인 것이라는 의식을

였어요. 매일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토론도 하게

띠게 되고, 또 그것은 만인의 모험이 된다.” 한 사람

되고 그러는 사이에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사회에

에게 부조리한 일, 고통스러운 일-예컨대 과도한 등

대해 의식을 가지곤 했죠.

록금 책정 따위-은 개인적인 문제다. 그러나 누군가

한양: 아, 지금 학생들은 점점 사회에 무관심해 지고 더 개인화되어 간다는 말씀이시군요.

거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반항하면 그것은 곧 모두의 고통이었음이 드러나고, 모두가 힘을 합쳐 그 부조

권용화: 그럼. 물론, 사회의 시류 변화에 따라 사

리에 대항한다는 것이다. 카뮈는 결국 이렇게 결론

람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변하긴 합니다. 그러나

을 내린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

문제는 사람이 자기 혼자만 살아갈 수가 있느냐는

한다.” 개인의 고통은 필연적이며 분명 모두가 경험

거에요. 서로서로 존중하지 않는 사회가, 제대로 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여기에 반항함으로써 '

민주화 사회 혹은 성숙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우리는 연대하여 문제


096

기획 캠퍼스

에 대항할 수 있다.

낼 것이다'라는 말을 했어요. 자기들 권력의 논리를

카뮈의 말을 숙고해보며 80년대의 대학생이 가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적을 만들어낸 다음 사회질서

지고 있었던 것과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떠올

를 유지한다는 명분 하에 이걸 기득권 유지에 이용

려 보자. 그 당시에 대학생이 갖고 있던 것은 민주주

합니다.”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학

의의 명백한 적과 그에 대한 반항심이었다. 우리에

교 폭력에 희생되는 중·고등학생부터 천정부지로

게는 아쉽게도 그러한 명백한 적이 없으니 반항심을

솟아나는 대학교 등록금, 부당해고로 자살한 노동자

잃어버린 걸까. 그러니 고통도 부조리도 없는 것일

들. 당장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까. 아니다. 세상에는 아직도 부조리와 고통이 많이

은 우리가 운이 좋아서 경험하지 않았을 뿐이지 누

남아 있다. 80년대의 대학생들이 국가의 폭력을 맛

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병에 걸려 한순간

보았다면, 우리는 명백한 사회의 폭력을 맛보고 있

나락으로 떨어질 줄, 갑자기 아버지가 해고당해 집

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과 모든 재산을 잃어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럼

는 요즘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폭력 문제에

에도 내 일이 아니라고 고개를 돌릴 것인가?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르트르는 '반유대주의는 만약에 유대인이 한 사람도 없다면 유대인을 만들어


한양 85

대학생이 걸어갔던 거리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빨간 벽돌이 인상적인 신촌의 파출소. 차들이 쌩 쌩 달리는 대로를 앞에 두고 있다. 아마 80년대를 기 억하던 경찰은 모두 다른 곳으로 발령나지 않았을까. 한때는 이곳도 거세게 데모하던 학생들로 붐볐을 듯 하지만, 지금 이곳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쓸쓸 한 잡초만이 빨간 벽돌 사이로 피어나고 있다. 회칠 한 벽돌과 벽돌 사이로 머리를 빼꼼 내민 민들레는 잔디 가운데 뿌리를 내린 다른 민들레들보다 훨씬 아 름다워 보인다. 대학생들은 좀 더 북적거리는 곳으로 가기 위해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는 신촌이 학생운동으로 유명했으니 이곳도 대학생들 때문에 성할 날이 없었을 텐데, 지금의 대학생은 현재의 문 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신호등을 기다 리는 한 학생에게 올해 상반기 정치면의 가장 큰 이 슈였던 국정원 사건에 관해 질문해 보았다. 한양: 올해 들어서 큰 쟁점이 되었던 국정원 선 거 개입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학생: 글쎄요, 들어는 봤는데 별로 관심이 없 어서 잘 모르겠네요. 80~90년대 이후 민주주의가 크게 발전했다고 하지만, 올해 들어서 커다란 논란거리가 되었던 국 정원 사건이 터진 건, 과연 민주주의가 성숙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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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정원 사건에 대한 시시비비는 일단 넘어간다고 해도, 80년대 학

한양: 집회나 시위 때문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자주 모였나 봐요.

생들과의 차이점이 확연히 눈에 띈다. 앞의 인터뷰

권용화: 그럼,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결국 개인

에도 나왔지만, 참여하지 않은 50%의 학생들도 민

이 모인 집단이거든. 다른 사람이 무관심한데 내가

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학생들에게 심정적으로나

아무리 선행을 펼쳐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마 동조하고 있었다. 한 발짝 물러서 있었을 뿐, 그

비슷한 사람이 한 명 한 명 생기다 보면 동료의식

들도 사회참여에 어느 정도 의무감을 갖고 있었다.

이 생기게 되고, 그때부턴 힘이 생기게 되겠죠. 그런

그러나 현재 대학생의 대부분은 민주주의를 비롯한

데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없다 보니까 국정원 사건

여러 사회문제에 별 의무감을 느끼지 못한다. 조금

이 터지든 말든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야.

과장해서 말하면,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우리 세대

지금은 딱히 표면적인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을 수

가 가진 관심거리는 우리 자신에게만 있는 듯 보인

도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민주주의나 자유

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 자신’이 아니

가 억압되고, 알아야 할 지식이 다 통제된다면 어떻

라 ‘나 자신’이다. 만약에 예전에 이와 비슷한 일이

게 될까요? 물론 ‘나는 이런 세상이 좋아’라고 한다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권용화 씨에게 찾아가 다시

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과연 그런 세상이 올바른

물어보자, 예상했던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세상입니까?

한양: 요즘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소설 <1984>의 빅 브라더를 순수하게 신봉하는

일고 있는데 만약 그 사건이 그 당시에 일어났다면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정해진 일을 하고, 정해

과연 학생들의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진 시간에 밥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잔다. 일

권용화: 만약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 당시

체의 기록과 탐구는 허락되지 않는다. 그런 삶을 살

연세대학교 학생들만 해도 2~3천 명 이상이 참여

아가며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할 말이 없지마는, 역

했을 가능성이 크죠. 특히 학교 앞 큰 도로 알죠? 그

사를 돌이켜보나 인간의 본성을 살펴보나 부조리한

길을 사람들이 다 채웠거든.

상황, 부자유한 상황은 늘 타개의 대상이었다. 그것

한양: 예전에 신촌에 갔을 때 40년 정도 장사하

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

신 분들 말씀을 들어보니깐 그 시절을 꽤 안 좋게 기

다. 어쩌면 우리 세대는 점점, 거기에 녹아들고 있는

억하시던데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없고 전체라는 이름의 무리가

권용화: 그 당시 장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있을 뿐인 그 ‘멋진 신세계’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겠죠. 큰 도로변을 매일 막고 있으니

아닐까? 권용화 씨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1984>에

차들이 지나다닐 수도 없지, 또 가게 근처에서는 최

서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에게 했던 한 마디 일갈이

루탄 냄새가 나서 사람들이 오지 않으니, 그 사람들

귀에 아른거렸다.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얼마나 얄밉겠어요. 그런데 그 런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식당에서 자주 술을 먹기도 하고 토론을 하기도 했으니, 돈도 그만 큼 벌었을 겁니다.


한양 85

“자네는 ‘자유는 예속’이라는 당의 슬로건을 알고 있지? 그것을 뒤집어서 생각해본 적이 있나? 예속은 자유라고. 혼자는, 즉 자유로운 인간은 늘 패배하지. 모든 인간은 죽게 마련이고, 죽음은 바로 가장 커다란 패배니까. 그러나 인간이 철저하게 완전히 복종을 할 때, 그리하여 자신의 존재를 버리고 스스로 당이 될 만큼 당의 일에 발 벗고 나서게 되면 그는 불멸의 전능한 존재가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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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생계가 달린 문제니까”

자, 이번에는 당시의 상황을 함께 경험한 주변 사람으로 눈을 돌려보자. 길고 넓게 뻗어진 대로가 화염병을 든 학생들의 중심지라면, 대로 옆으로 갈 라진 골목은 당시의 풍경을 직접 경험한, 그러나 앞 장서진 않았던 사람들의 거주지다. 검은색 아스팔트 가 길게 깔린 도로변에는 보기에도 제법 오래된 것 같은 쌀집과 순댓국밥 집이 있다. 사람들이 붐비는 오후의 시간임에도 여전히 이곳의 거리는 한적하다. 모두가 각목과 화염병을 들고 일어날 때 생계를 걱 정하며 서둘러 문을 닫아야만 했던 신촌의 상인들은 그때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한양: 30년 전쯤인 1980년대에도 여기가 많이 붐볐나요? 쌀집 사장님: 그럼, 학생들이 매일 나와서 데모 했지. 그때는 아주 울고 지냈어. 최루탄이 터지면 바 로 문을 닫아야 하고, 근처에서 터지기라도 하면 가 게 안으로 가스가 모두 들어오니까. 참 힘들었지. 한양: 많은 사람이 그때를 민주주의의 전성기라 는 아름다운 시절로 기억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 은가 봐요? 쌀집 사장님: 여기 사는 사람들은 그때를 그렇 게 좋게 기억하지 않아. 어떤 임산부는 학생들이 데 모하느라 정신없으니까 여기서 애를 못 낳고 다른 지역에 가서 낳았어. 이러니 여기 살던 사람들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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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걸어갔던 거리

른 동네로 떠나고 싶어 했지. 학생들이 민주화를 위 해서 운동한 것은 좋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당장 생계가 달린 문제니까. 필연적으로 사람은 먹고살아야만 한다. 그런 면 에서 이곳의 상인들은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서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계에 관한 문제나 북 한과의 전쟁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그들을 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은, 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지금의 우리 세대와 참 닮은 것 같다 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우리 세대는 이기적인 어린 아이가 되었거나, 혹은 애늙은이가 되었는지도 모르 겠다. 당장 내가 먹고살 일은 걱정하지만, ‘우리’의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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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신촌역에서

신촌은 여전히 붐비지만, 이곳을 찾는 학생 대

았다는 뜻이다. 시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

부분은 공동체 토론의 장 따위를 열기 위함이 아니

해 노력했던 사람도 살아가고 있고, 당장 살 일만을

다. 약속이 있어서, 술을 마시러, 혹은 스터디를 하

걱정했던 사람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

거나 맛집을 찾아서, 소리 지를 수 있는 노래방을 찾

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몹시 어려운 시절

아서, 혹은 사고 싶었던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이곳

을 보냈던, 먹고살 일들을 고민했던 지금의 어르신들

에 온다. 그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처럼 나의 생계문제만을 고민하며 시대를 보낼 것인

시대는 당연히 이런 것을 즐길만한 경제력을 갖춘

가? 이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일이겠

시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전과 달리 충분

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한 경제력을 갖춘 세대임에도 여전히 우리는, 아니 나는 자기 자신만을 생각한다는 점이다. 80년대의 대학생도 독재 정권에만 맞서 싸운 것이 아니었다. 통일과 노동자, 농민을 위해서도 싸웠다. 그 문제는 여전히 갈등 속에 있건만, 우리 세대는 거기에 관해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고 오늘도 신촌의 거리를 활 보하고 있다. 시대의 문제에 대한 아무런 고민도 없 이, 그저 오늘을 즐기며 내일 일어날 자신의 문제만 을 생각하며 옛 대학생들이 걸어갔던 거리를 걸어가 고 있다. 이제는 대학생들의 놀이 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한 신촌. 최루탄이 사방에서 터지고 학생들의 함성이 울 리던 그때를 아름답게만 기억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 러나 그때도 여전히 생계문제는 모든 사람의 문제였 다. 지금 우리가 미래의 ‘먹고 살 일’에 대해서 걱정했 던 것처럼, 그때의 그 사람들도 그런 걱정을 하며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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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걸어갔던 거리

Epilogue

한양: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은? 대학생: 글쎄요, 뭘 하며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른 다는 것? 한양: 그 외에 다른 고민은 없나요? 사회문제라 든지…. 대학생: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사회문제 에 신경 쓸 틈이 있나요. 취업할 수 있을까도 걱정인 데요. 인터뷰를 마치고 지하철 역사로 걸어가는 그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2호선 신촌역 역사 안으로 전 동차가 들어온다. 노인과 어른과 아이들이, 그리고 많은 대학생이 신촌역에서 내린다. 그리고 무수히 많 은 대학생이 그 지하철 안으로 들어간다. 지하철이, 미끄러지듯이 떠나간다. 어둠 속으로 들어간 전동차 는 꽁무니조차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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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서기환 / happylock93@naver.com 수습위원 배지영 / azaleaee@gmail.com

SPA를 입는다 지구를 벗긴다 이미 대학생 패션 문화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SPA브 랜드. SPA브랜드는 기성브랜드 한 벌에 해당하는 가격 이면 여러 벌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소비층, 특히 대학생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당신은 SPA브랜 드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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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11

스산한 겨울바람이 우리의 몸을 한 바퀴 휘돌고 지나갈 때, 유독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겨울바람 때문일 까? 길거리를 지나는 커플들은 더욱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걷고 있었고, 솔로들은 그런 커플들에게 지지 않겠다 는 듯이 몸을 한껏 움츠리며 스스로 몸온도를 높였다. 겨울바람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했고, 커플 솔로 할 것 없이 모두의 발걸음은 한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항상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던 건물이지만, 오늘만큼은 더욱 많은 인파가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목적지에서는 사람들이 한 브랜드의 옷을 꼭 쥐고 있다. 유니클로 히트텍. 오늘 사람들이 이 건물에 모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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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를 입는다 지구를 벗긴다

SPA를 소개합니다

1. 2011. 11. 25 머니투데이 뉴스 「싼 게 비지떡?…‘루이뷔통 대접’받는 SPA」 2. 국내에는 SPA로 잘 알려졌지만, 외국에서는 ‘Fast Fashion’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3. 일반 패션업체가 디자인-생산-유통, 이 세 요소에 있어 느슨한 수직구조나 일정 부분 수평 관계의 생산 분업을 이 루어왔다면, SPA브랜드 패션업체는 하나의 기업 속에서 강력한 수직구조를 구축해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완성하 여 엄청난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작년 겨울 우리의 시린 옆구리를 따뜻하게 지켜

패션업체보다 하나의 회사에서 모든 과정을 총괄하

준 것은 다름 아닌 유니클로의 히트텍이었다. 또한

는 SPA브랜드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비교우위를 점

유니클로, H&M, ZARA, Forever21, SPAO 등으

한다.

로 대표되는 SPA브랜드는 우리나라의 패션산업의

SPA브랜드가 아니라도 패션업체들은 살아남기

대세로 떠오르며 항상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대학생

위해 적지 않은 옷을 시장에 쏟아냈는데, SPA브랜

들 지갑의 옆구리를 한결 여유롭게 만들어주었다.

드는 이런 패션업체들의 패션 유행주기도 길다고 느

대한민국 쇼핑의 메카인 명동에만 가도 다양

꼈는지 수십 배는 짧은 출시주기를 전략으로 내걸었

한 SPA 브랜드들이 즐비해 있다. 심지어 신세계

다. 특히 SPA브랜드의 특징인 ‘하나의 기업 안에서

백화점은 주로 명품들만 입점하는 1층에 루이비통

이뤄지는 수직구조 생산3’을 통해 저렴한 가격의 의

(Louis vuitton)보다 더 넓은 자리를 H&M에게 제

류를 찍어냈고, SPA브랜드들은 이러한 시스템의 장

1

공했다 . 뿐만 아니라 다른 백화점들도 SPA브랜드

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박리다매 전략을 채

를 앞다투어 유치하고 있다. 도대체 SPA브랜드가

택했다. 박리다매 전략. 낮은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무엇이기에 루이비통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는 것

접할 수 있다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전

일까?

략이다. 하지만 SPA브랜드의 박리다매 전략은 양의

일반 패션업체는 하나의 티셔츠를 만들기 위해

탈을 쓴 늑대다. 유행을 잘 반영하고도 저렴한 SPA

서 내부적으로 의류를 기획하고.,디자인한다. 그 후

브랜드 의류는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이끌어낸다. 그

생산, 제조부문은 하청업체에 위탁을 하고 유통, 판

리고 충동구매한 옷의 상당수는 버려진다.

매 부문 백화점과 같은 고비용유통망을 통해 소비자 들에게 공급한다. 반면 SPA(Special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2업체들은 의류 기획 단계부 터 시작하여 디자인, 생산, 제조, 유통, 판매까지 이 르는 모든 과정을 진행한다. 다시 말해 옷감 선정부 터 완성된 옷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제조회사가 전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다. 중간단계가 많은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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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를 입는다 지구를 벗긴다

아낌없이 주는 지구 염치없이 받는 우리

값싼 의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재료가

그래서 SPA브랜드는 더욱 많은 의류폐기물을 배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저렴한’ 재료들이 정말로

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일반 패션브랜드의 경

‘저렴한’ 것은 아니다. 저렴한 재료의 대표주자로는

우 SPA브랜드와 다르게 꽤 비싼 가격을 옷에 책정

화학섬유가 있다. 휘발유와 같은 연료를 생산하는

하고 있기에, 조금 더 친환경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원유의 조각들로부터 뽑

는 점에서 SPA브랜드의 치명적인 약점이 나타난

아내는 섬유가 바로 화학섬유다. 다들 잘 알고 있다

다. 예를 들어 리바이스의 워터리스진(Waterless-

시피 석유화합물은 가공하는 순간부터 폐기까지 엄

Jean)은 특별한 방법을 통해 청바지 하나 생산에 들

청나게 환경을 오염시킨다. 면과 같은 재료는 자연

어가는 60L 물의 양을 평균 28%, 최대 96%까지 절

적으로 분해될 수 있기에 폐기 과정에서 비교적 적

감하였다. 또, 아디다스의 경우 물 없이 염색하는 드

은 환경오염이 발생하지만, 석유화합물로 만들어진

라이 공법을 개발했다. 하지만 싼값에 대량생산할

화학섬유는 썩지 않기에 태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밖에 없는 SPA브랜드에서는 이러한 고급 기술이

이 과정에서 엄청난 공해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러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한 환경오염의 암묵적 비용은 옷의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리가 싼 의류를 많 이 구매하면 할수록, 보이지 않는 비용이 사회에 부 과된다. 생산 재료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있지만, 생산방법에 따라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SPA는 많은 의류를 빠르게 생산해야 하기에 일반 패션브랜드나, 명품 브랜드보다 많은 의류폐기물을 만들 수밖에 없 는 구조다. 일반 패션브랜드나, 명품 브랜드는 상대 적으로 적은 생산량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생산 구 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의류를 생산하고 남는 자투 리 재료를 이용해 부수적인 제품을 만들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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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말라요

4. 청바지 하나를 만드는데 60L가 들어간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가상수 이론의 11,000L와 어긋나 보이지만, 사실 가상수 이론이 보여주는 물의 소비량은 청바지의 원료 생 산단계부터 사용된 물의 양을 모두 가산해 계산한 것이기 에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가상수 이론에 의하면 옷을 한 벌 만드는데 목화가 들어가면, 이 목화를 기르는데 들어가는 물의 총량이 옷 한 벌 만드는데 들어간 물로 계산된다.

Show me the money? Please Show me the water. Show me the water: Online Focus(www.focus.de)

버려지는 옷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전부라면 좋

청바지의 원단 생산부터, 염색하는데 사용되는 물까

으련만 SPA브랜드의 환경오염은 다차원적이다.

지 모두 11,000L4의 물이 소모됨을 의미한다. 우리

「보이지 않는 물 가상수」의 저자 토니 앨런(Tony

가 아무렇지도 않게 구매해 입는 청바지 한 장에 2L

Allan)의 가상수(Virtual Water) 이론에 의하면,

짜리 생수 5,500개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의류 생산

많은 사람이 즐겨 입는 청바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으로 인한 지구의 목마름은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무려 11,000L의 물이 소모된다고 한다. 여기서 가상

아랄 해의 비극은 그 목마름을 느끼게 한다.

수 이론이란, 특정 물건의 생산에 들어가는 원료에

우즈베키스탄의 학생들은 가을마다 목화를 학

서부터 사용된 물의 총량을 계산한 것을 말한다. 즉,

교가 아닌 목화밭에 등교한다. 정부에서 할당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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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를 입는다 지구를 벗긴다

1964 / 100%

2001 / 32.5%

화 수확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이런 학생들이 일하

2009 / 13.5%

는 옷들. 이 옷들이 재앙의 불씨를 당겼다.

는 목화밭은 근처에 있는 아랄 해로부터 물을 공급

우즈베키스탄은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 무리한

받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랄 해 근처의 모랫바

개발이라도 서슴지 않는다. SPA브랜드는 자신들의

닥 위에는 녹슨 배들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아랄 해

성장을 위해 옷을 만드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

의 수면을 노닐고 있다면 그리 이상스러울 것 없는

리고 우리 소비자들은 싸기 때문에 사기를 주저하지

배의 모습이었겠지만, 배가 떠 있는 곳이 모랫바닥

않는다. 그 사이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할 수 없

위라는 것이 기묘하다.

는 존재들은 말라가는 물기를 바라보며 소금 폭풍

이 기묘함은 목화밭이 생기면서부터 시작되었

을 견디고 있다. 동물들은 갑자기 사라진 물에 당혹

다. 풍부한 수자원으로 주변 지역 주민들의 소중한

해하며 사막에 몸을 누인다. 식물들은 모래 속에 섞

생활터전이 되어야 했을 아랄 해가, 죽어가고 있다.

인 물기를 흡수하며 버티고, 동시에 사막화를 가속

세계 4대 호수라는 명성까지 가지고 있는 아랄 해는

화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자리를 죽은 땅으로 판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1964년에 비해 2009년 아랄

단하고 떠나간다. 아니, 떠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해는 13.5%의 수자원밖에 남지 않았다.

있는 사람들만이 죽음의 땅을 떠나간다. 우리가 입

이런 아랄해의 비극은 아름다운 호수가 하나 사 라진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물이 모두 사라지기도 전에 아랄해의 주변은 거대한 사막으로 변했다. 그 리고 그 사막에서는 끊임없이 소금과 모래가 뒤섞인 폭풍이 휘몰아치며 그 지역에 사는 사람과 동물 그 리고 식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스트 레스를 해소하고, 유행을 좇기 위해 구매하고, 버리

고 있는 ‘저렴한’ 옷에는 그들의 비극이 방울방울 맺 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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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입지 마세요 지구에 양보하세요

H&M이나 유니클로와 같이 큰 SPA브랜드는 헌 옷을 거둬들여 제3세계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옷 을 재활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H&M은 친환경 면을 가장 많이 소비한다는 것을 근거로 SPA가 꼭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광고한다. 하 지만 그것은 환경오염 일부를 줄여주는 역할밖에 하 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진정한 친환경, 지 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부분에서의 혁신이 필요하다. 소비자 의 눈을 흐리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해결방식은, 종 양 덩어리는 그대로 두고 그 종양 덩어리가 야기한 부차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셔츠 하나를 집어 들 고, 새로운 유행이 생겼다고 청바지 하나를 집어 들 고, 입을만한 것이 없다고 블라우스를 하나 집어 드 는 순간마다, 지구의 호수는 하나씩 줄어든다. 그래 도 ‘저렴한’ 옷을 ‘저렴하게’ 구매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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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를 입는다 지구를 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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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위원 안정용/ amrenovater@naver.com

시국선언과 대학생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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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시국선언, 그 논란의 시작

6월 말, 방학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

서 민주주의적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대학생들의

렵, 광화문과 대학가 여기저기에서 국정원의 선거개

열망과 함께 일어났다. 그렇지만 요즈음의 시국선언

입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시위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은 대학생들 대부분이 동조하던 과거의 시국선언과

있었다. 국정원에 대한 검찰 조사결과, 국정원이 특

는 달리 여러 논란거리를 불러일으킨다. 논란의 핵

정 정당의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계획적으로 댓글을

심은 ‘총학생회의 시국선언은 과연 정당하냐?’이다.

통해 상대 정당의 후보를 공격하는 발언을 했다는

총학생회 시국선언의 정당성에 관한 논란은 크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검찰 조사와 별도로 국회

게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시국선언은 편향

에서는 국정조사를 했으나 큰 소득은 없었다.

적인가? 둘째, 총학생회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 2가

이번 국정원 사태는 ‘국가안보에 신경을 써야 할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포기하고 특정정당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문 제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여러 대학총학생회는 각각 시국선언과 입장표명 등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국정원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사회에 냈다. 이렇듯 대학생 집단이나 학계, 종교계 등의 특 정집단이 문제시되는 현 사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 고 해결을 촉구하는 행위를 시국선언이라고 한다. 대학생의 시국선언은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상황에

지 사안을 하나씩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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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과 대학생의 목소리

시국선언은 편향적인가?

학교와 총학생회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사람

한양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이 그 사안의 심각

들은 시국선언이 특정정당에 편향적이라고 주장하

성을 말하는 것뿐이며, 중립적이라는 입장이다. 총

며 반대한다. 그러나 한양대 총학생회 중앙 집행 위

학생회의 의견처럼 시국선언은 민주주의의 위기 같

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이 편향

은 좀 더 본질적이고 명확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

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력의 일환이다. 일면 시국선언이 진보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여

한양 : ‘시국선언이 특정 정당에 편향적이어서 문제다.’ 라고 비판하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기는 학생들도 있다. 그 점을 우려하여 한양대 학생 회도 시국선언을 하기보다는 입장표명으로 그 수 위를 낮추었다. 그러나 시국선언이 진보적인 성격 을 가진다는 생각은 단지 시국선언에 관한 이미지일

총학생회 중앙 집행 위원장 :

뿐, 본질은 아니다. 시국선언은 사회 문제를 인식하

총학생회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이념적(특정

고 해결을 촉구하는 행위일 뿐이다. 시국선언을 하

정당에 편향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이루고

는 근본적인 동기는 올바른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있는 근간, 뿌리를 뒤흔드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

다. 여기에 이념적인 대립은 없다. 과거 6월 민주항

문에 시국선언을 발표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

쟁에서의 대학생 시국선언과 시위가 그러했고, 요즈

로는 우리를 지지해주고 우리에게 한 표를 행사해

음의 국정원 사태 또한, 어떤 이념적인 문제나 정당

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의 문제보다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의 공공기관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

선거에 개입했다는 문제 때문에 시국선언으로 번진

로 시국선언으로 발표하진 않고 정치적 입장을 줄

것이다.

인 입장표명의 형식을 취했습니다.

이처럼 시국선언은 특정 정당에 편향적이지 않 다. 따라서 ‘총학생회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므 로 시국선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힘을 잃는 다. 그러나 아직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시국선언의 주체인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을 할 권한이 있는가? 좀 더 본질적으로, 총학생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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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총학생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시국선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총학생

이렇게 반대자들은 학생회칙에 대외적인 권한이

회의 진정한 역할은 정치적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한양대 학생회칙을 보

다.”, “우리가 투표한 이유는 학교 내부의 일을 잘할

면 대외적인 권한에 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있다. 학

사람을 뽑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주장한다. 시국선

생회칙이 열거주의 형식이라 권한이 매우 줄어든 것

언과 같은 대외적인 일은 하지 말고 학교 내부복지에

처럼 느낄 수 있지만, 포괄적인 성격을 지닌 학생회

만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학생회의 역할

칙이 있기 때문이다.

은 무엇일까? 대외적인 일은 그 목적에 없는 것일까? 연세대학교 시국선언 반대 대표 또한 학생회가 대외적인 활동에 대하여 강한 의구심을 품었다.

한양대학교 학생회칙 中

한양 :

제2조(목적)

학생회가 대외적인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

총학생회는 한양대학교의 건학정신인 사랑의 실천을 통하여 진리를 탐구하고 진정한 민주시민으로서의

떻게 생각하십니까?

인격을 도야하고 자질을 함양하며 민주주의 실천을 연대 시국선언 반대 대표 :

위한 비판 기능을 다 하기 위하여 자유롭고 창의적으

그것은 대학생들이 총학생회에 투표할 때 얼마

로 학문을 연마하고 나아가서 진취적인 대학문화를

나 권한을 위임할 것이냐와 관계가 있습니다. 각 학

창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1

교의 학칙을 보면 대부분 열거주의 형식인데 학생 회의 권한이 대내적으로 되어 있죠. 그리고 총학생

제5장 중앙운영위원회

회의 역할에 관련한 연세대학교 학칙을 보면 대학

제24조(지위 및 구성)

과 대학생들의 알력을 조정하는 역할, 대학생들의

① 중앙운영위원회는 총학생회 업무 운영의 공정과

목소리를 대변하여 학교와 싸우는 역할로만 이루어

민주성을 기하기 위한 전체학생대표자회의, 확대운

져 있어요. 그런데도 자격 없이 왜 시국선언을 하는

영위원회 다음의 총학생회의결기구로서 총학생회 및

건지 모르겠습니다.

각 단과대학학생회 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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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과 대학생의 목소리

1. 문서는 크게 열거주의와 포괄주의로 분류되는데 열거주 의는 그 문서에 열거된 사항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고, 포 괄주의는 금지사항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는 것이다.

학생회칙에 제시된 학생회의 목적에는 민주시민

인터뷰의 답변처럼, 학생회는 학생들을 대표하

으로서의 자세를 갖도록 그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 있

여 편의와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는

다. 이런 학생회칙은 학생회가 꼭 내부적인 일이 아

대외적, 정치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작은 틀

니더라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에서는 학생들의 이익이 단순히 학생회와 학교의 권

한 학생회칙에서 대외적인 권한을 특별히 언급하고

력 싸움으로 얻어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

있진 않지만, 대내적인 권한의 예에 대해서도 특별히

나 국가나 사회에 학생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고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회의의 절차와 의결방

서는 이익을 얻을 수 없다. 시국선언도 마찬가지다.

식 정도만 나타나 있을 뿐이다.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학생들의 이익을 위한 일종의 업무이며 총학생회의

대내적인 권한에 다양한 행동을 요구하듯이, 대외적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인 권한에 대해서도 응당 다양한 행동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아니, 도리어 대외적인 일을 하지 않는 것은 학생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한양 : 학생회는 대외적인 일을 하지 말고 내부적인 일 을 하라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장 : 총학생회가 첫 번째로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당 연히 학생들의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양대 학생도 한양대를 벗어나면 다른 조직에 속하기 때 문에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한양대 학생들에게도 필요한 일이고 궁극적으로는 학생들 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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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이제는 어떻게 선언할지를 생각해 봐야 할 때 2. 여러 학교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을 통상 시국 선언이라고 하지만 학교마다 시국선언, 성명, 입장표명 등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3. 확대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위원은 중앙운 영위원회 위원, 각 단과대학운영위원회 위원, 동아리운영 위원회 위원, 총여학생회운영위원회 위원, 직선으로 선출된 특별위원회 위원장, 애국한양문학예술학생연합 의장 및 갈 래 의장으로 한다.

4. 전체학생대표자회의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대의원은 총학생회 정·부학생회장, 각 단과대학학생회 정·부학생 회장, 총여학생회 정·부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 정·부 학생회장 및 각 분과장, 애국한양문학예술학생연합 의장 및 각 갈래의 의장, 각 학부 정·부학생회장, 각 학과(전공) 정·부학생회장, 각 학부/학과/반 학년별 정학생회장, 각 단과대학여학생회 정학생회장, 각 단과대학운영위원회 위 원으로 한다. 5. 연세대 시국선언 반대 대자보 문구


한양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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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과 대학생의 목소리

앞선 두 가지 관점에서 시국선언 자체는 정당하

총학생회는 단과대의 의견을 물은 것이 학생들의

다. 그러나 시국선언을 하는 행위에서의 정당성에 대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으나, 이것으로는 학

한 논의는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시국선언을 해야

생들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만일 시국선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남아있는 것이다. 시국

언을 하려했다면 학생들의 의견을 더 모으기 위해 확

선언을 하자고 결정할 때까지 학생들의 의견은 어떻

대운영위원회의3와 전체학생대표자회의4라는 조금

게 모아야 할까?2

더 큰 틀의 회의를 주최하거나 직접 의견을 물어보는

한양대학교 총학생회는 입장표명을 했다. 그러나

시도가 있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총학생회가 시국

대표성의 문제에 대해 학생들에게 직접 설문조사나

선언이 아닌 입장표명을 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다.

투표를 하지는 않고 대의제의 측면에서 해결하려고

학생회가 대의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정당성을 얻

시도했다.

은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대의 민주주의로 처리하는 안건은 한계가 있다. 많은 의견을 수렴할 수가 없기

한양 :

때문이다. 시국선언을 위해선 절차상으로 총투표가

한양대 총학생회에서는 어떤 절차를 통해 입장

필요하다. 연세대 시국선언 반대대표는 “시국선언은

표명을 하게 되었나요?

대학생의 의견을 표현하는 비폭력적인 수단 중에 가 장 수위가 높은 수단이다. 그럼에도 총투표를 진행하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장 :

지 않는다면 총투표가 필요한 행위는 없는 거나 다름

먼저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시국선언을 하자.”라

없다.”라고 주장한다.

는 안건이 나왔습니다. 그 뒤 회의를 통해 가결되었

시국선언이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안건이라는 현

고 시국선언을 하려고 했지만, 회의 도중에 학생들

실적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학생들의 직접적인 의

의 의견을 더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

견을 들어야 정당성과 영향력을 동시에 얻을 수 있

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직접조사를 하지는

다. 또 만일 총투표를 실시하지 못했다면 한양대학교

못했지만, 학생들의 목소리를 더 반영시키기 위해

총학생회처럼 시국선언을 단행하지 않는 것이 민주

단과대별로 회의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에 다시

적인 단계를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이다. 특히 시국선

중앙운영위에서 회의하고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언의 주제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경고나 우려를 표명하는 것일 때는, 비판하는 명분이 사라지지 않도 록 절차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저항하는 방법이 지배 하는 방법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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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寄稿 contribution 신문이나 잡지 등에 싣기 위하여 원고를 써서 보냄

기획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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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sland is real. It’s us.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을 통해 본 영화 아일랜드 국어국문학과 11 김호연

한 때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황우석 박사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TV, 신문을 비롯한 매체들은 우 리나라에 이런 ‘위대한 과학자’가 나온 것은 세계에 자 랑할 만한 일이며, 박사의 줄기세포연구로 드디어 생명 연장의 꿈에 근접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가 우리 나라에 몰고 온 신드롬 때문에 좋은 성과를 거둔 할리 우드 영화가 하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글에서 <아일랜드>의 생명윤리나 과 학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이 영화를 라캉의 이론을 통해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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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줄거리

주인공 링컨(이완 맥그리거 분)과 조던(스칼렛 요한슨 분)은 먼 미래, 환경오염 때문에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터전(에덴동산)에 살고 있다. 모든 생활이 엄격한 통제 아래 이루어지고 환경오염으로부터 보호되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지구에 유일하게 남아있다고 하는 지상낙원, 아 일랜드에 가기를 희망하며 산다. 하지만 링컨은 ‘완벽하게 오염되어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믿어지는’ 에덴 동산 외부에서 날아든 살아있는 곤충을 발견하면서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링컨은 우연히 아일랜드로 가는 추첨에서 당첨된 사람들이 장기를 적출당하고 죽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아일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링컨은 아일랜드행 추첨에 당첨 된 자신의 친구 조던을 데리고, 자신이 살고 있던 곳을 빠져나와 실제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인공장기를 판매하고 아기를 대신 낳아주는 불법적 사업을 하는 메릭은 자신의 불법행위가 외부로 노 출될 것을 염려해, 사설경호업체에 이 둘을 사살할 것을 의뢰한다. 링컨은 시설 안에서 자신의 친구였던 인 간 맥을 만나, 자신은 인공장기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클론(복제인간)이었고, 자신들이 살던 에덴동산 은 복제인간들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거대한 시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링컨은 자신과 똑같은 DNA를 가 진 실제 인간(톰 링컨)을 만나 도움을 청하지만 톰은 도와주는 척하며 업체에 그들을 신고한다. 사설경호업 체는 다시 그들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원본 톰이 사살된다. 후에 이미 생산된 클론 중 지능이 뛰어난 ‘에 코 세대의 클론’들이 전부 살해될 음모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링컨은 다시 에덴동산으로 들어가, 클론 들을 시설 바깥으로 구출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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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sland is real. It’s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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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want to go to the island. 주입되는 욕망,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클론은 완벽하게 제 모습을 형성하기 전 ‘너는 아일랜드에 가고 싶어한다’는 말을 계속 듣는다. 이 말은 메릭의 육성으로 직접 클론들에게 들려지게 된다. 클론들에게 있어 욕망은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것이다. 욕 망을 갖도록 설득하는 어떤 과정도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아일랜드에 가고 싶다는 욕망이 누군가의 영상이 아닌 ‘목소리’를 통해 주입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장면은 욕망은 항상 타자의 욕망(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실제로 우리가 가지고 싶어 하 는 것이 아니라, 타자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다.)이라는 라캉의 이론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이 이론에 의하 면 주체는 큰 타자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어떤 것을 욕망하게 된다고 했다(큰 타자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 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주체가 상징계에 진입하면서 갖게 되는 타자에 대한 인식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큰 타자가 ‘즐겨라.’ 라고 말하는 음성을 들으면, 그는 즐기기를 욕망하고, 큰 타자가 ‘더 높은 곳에 올라라.’ 하고 말하면 그는 더 높은 지위를 향한 욕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클론들은 ‘아일랜드에 가고 싶다’는 생각 을 스스로 갖지 못한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아일랜드에 가기를 바라는 존재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다른 클론들과 지내면서 그 생각은 더욱 강화된다. 클론들의 세계인 에덴동산을 유지하도록 해 주는 것은 바로 아일랜드에 가고 싶다는 클론들의 주입된 욕 망이며 자신들은 오염으로부터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다. 이것은 현재 우리의 세계인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무언가를 더 가져야 한다는 욕망과, 지금 가진 것이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보다 많다는 안도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상징계인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더 높은 위치에 오르고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고 주체에게 끊임없이 명령하는 것은 자기 내부에 형성된 ‘큰 타자’다. 주체는 욕망 이 촉발되는 원인조차 모른 채 인식에게 끌려다니며 욕망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즉 끊임없는 욕망과 내가 그들보다 많이 가졌다는 안도감은 체제 전복의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요소가 된다. 에덴동산에 있는 이 두 요소, 아일랜드로 가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오염된 지구에서 자신이 살아남았다 는 안도감은 영화 곳곳에 드러나는 에덴동산의 터무니없는 통제들을 수용 가능한 것으로 만든다. 남자와 여 자 사이의 거리가 가까우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다가와 그들을 떼어놓고, 성인인 링컨에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베이컨을 못 먹게 하지만, 링컨을 포함한 어떤 클론도 그것에 특별한 불만을 품지 않는다. 자 신들은 아일랜드에서 인류의 위대한 시작을 열 특별한 존재이므로 그것에 감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릭 박 사는 에덴동산에 대한 의구심을 털어놓는 링컨에게 말한다. “너는 오염에서 살아남았고, 인류의 새로운 시 작을 위해 선택받은 존재다.” 라고 말이다. 링컨은 그의 말에 더 이상 대꾸하지 못한다. 이러한 장면은 하나 의 세계가 어떻게 유지되고 통제되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타자의 목소리에 의해 주입된 욕 망, 그리고 안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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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Run! Move! Go! ‘나’라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혹자는 이 영화를 보고, ‘run!’을 명대사로 꼽기도 한다. 에덴동산을 빠져나와 도망치는 링컨과 조던은 정말 끊임없이 소리친다. ‘달려!’ 아마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할지도 모르겠다(개 인적으로 뒤쫓아 오는 적들을 보며 절박하게 소리치는 스칼렛 요한슨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정말 압권이라 생각한다.). 링컨과 조던이 자신들이 살던 에덴동산을 탈출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인공장기를 공급하기 위한 ‘제품’이 아니다. 그들은 현 세계의 체제 유지를 위해 없어져야 할 존재가 된다. 이러한 자신들을 죽이 려고 달려드는 위협 앞에 그녀는 소리친다. run! move! go! 그런데 방금 전 우리는 분명 하나의 상징계가 자신을 유지하고, 주체가 거기에 종속되도록 하는 과정을 보았다. 그렇다면 링컨과 조던은 도대체 어떻게 그 세계를 탈출하고 도망칠 수 있었을까. 더구나 이들이 속 해있는 상징계는 이들에게 ‘정체성’까지 부여해주는데 말이다. 라캉의 이론에 따르면 주체는 ‘너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듣는 것과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리고 그 안에서 만족과 안정감을 느낀다.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접하게 되는 공허감, 알 수 없는 불안을 피하고자 인간은 정체성을 인위적으로 형성하고 그것을 지탱해줄 기억을 선택한다. 필자는 앞서 주체가 상징계에 진입하면서 주체의 내면에 생기는 것이 큰 타자임을 말한 바 있다. 상징계는 쉽게 말하 자면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를 가리킨다. 모든 주체는 상징계에 둘러싸여 있고, 그 상징계에서 언어를 통해 존 재의 의미를 부여받는다. 영화 속의 링컨은 자신이 살고 있던 에덴동산을 빠져나온다. 그곳은 자신에게 무엇 보다 소중한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상징계이자 큰 타자가 존재하는 공간이며, 나아가 자기 자신에 해당한다. 이때 상징계를 빠져나오는 그의 행위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새로 태어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 다. 링컨이 그린 배 옆에 쓰인 말 ‘renovation’, 영어로 rebirth는 이러한 독법을 지지해준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체는 결코 자신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버릴 수 없으므로 위의 해석은 옳지 않다. 자신을 지탱해 주는 정체성의 소멸은 주체의 존재 포기 선언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링컨이 자신이 살던 상징계를 버 리는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링컨은 자신이 속해있던 상징계의 치명적인 균열을 발견했다. 아기를 낳고 행복해하는 산모를 죽이고, 죽기 싫다고 울부짖는 사람을 총으로 쏘며, 자신들을 product, 제품이라고 부르는 상징계는 더 이상 그에게 ‘상징계’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형성되었던 자기 정체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대상이 되 어버린다. 링컨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속해있던 상징계를 떠나야만 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에게 상징계보다도 중요한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해준 큰 타자 역시 메릭 공단(인 공장기 매매업체), 즉 링컨이 속해서 정체성을 부여받던 상징계라는 점이다. 클론들은 생산되기에 앞서, 계 속 다음과 같은 말을 듣는다. “너는 특별하다. 너는 삶에서 특별한 목적을 갖고 태어났다. 너는 선택받았다. 아일랜드는 너를 기다린다. 너는 아일랜드에 가길 원한다. 너는 인류의 새로운 시작을 담당할 사람이다.” 클 론들은 이런 말을 들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간다. 링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제 클론들에게 형성해 준 ‘인간’이라는 이 정체성 때문에 에덴동산은 처참히 무너져 내린다.


한양 85

The Island is real. It’s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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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run! move! go!”와 같은, 간단하다 못해 초라한 1음절 대사들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한 의미를 지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인간으로 살기 위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상징계로부터 도망치며 외친 다 : run! move! go!

The Island is real. It’s us. 새로운 큰 타자의 생성 원본 톰이 죽고,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난 복제 인간 링컨과 조던은 서로의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조던은 말한다. ‘아일랜드는 정말로 있는 것이었어. 그건 우리야.’ 아일랜드는 이들이 평생 갈구하도록 만들어진 욕망의 대상이었다. 아일랜드에만 가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고, 아일랜드에만 갈 수 있다면 당장 일상의 지루함 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아일랜드는 이들의 가치관과 의식구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그 아일랜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차저차해서 자신들이 속한 시설을 탈출하긴 했다. 그런데 이제 닉을 만나면서, 링컨과 조던은 자신들은 자 기와 똑같은 DNA를 가진 사람들에게 간을 제공하고, 심장을 제공하고, 아기를 대신 낳아주기 위해 제조된 존재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도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이들은, “아 그렇구나. 나는 ‘톰 링컨’이라는 실제 사람에게 신체 일부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구나.” 라고 말하며 맥없이 시설로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살기 위해 더 몸부림친다. 링컨은 자신이 클론이라는 말을 들은 후, 실제 인간인 톰 링컨에게 가서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생각에는 자신과 같은 클론들도 인간이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하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끝까지 자신들이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지켜낸 것이 다. 하지만 이렇게 정체성을 지켜내긴 했지만, 주체에겐 정체성을 유지할 새로운 큰 타자가 필요하다. 그래 서 조던은 말한다. 아일랜드는 정말 있다고, 그것은 우리라고 말이다. 새로운 아일랜드를 설정하는 것은, 새 로운 가치체계, 즉 새로운 큰 타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이렇게 모든 것을 쉽게 해나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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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톰 링컨과 링컨의 대화에서 톰 링컨이 했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살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체는 온갖 역경에 도전하고 비합리적인 일도 불사한다. 사실 정체성을 유지 하기 위해 주체가 하는 행위들은 비합리적인 면이 많다. 주체는 정확히 자신의 정체성에 위반되는 기억들을 지우고, 억압하며 그 주위를 건드리지 않은 채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나간다. 예를 들면 ‘나는 외향적이다.’ 라는 정체성을 가진 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자신에게 실제로 얼마나 내향적인 모습이 있는지는 전혀 고 려하지 않고,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은 외향적인 사람일 뿐이고, 그 정체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억들만 저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체의 성격을 통해 봤을 때 링컨과 조던의 이와 같은 대응방식은 매우 자연스럽다. 이들은 살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했다. 이제는 그들만의 큰 타자와 이상향도 만들었다. 영화 의 마지막 부분에서 링컨과 조던은 배를 타고 아무도 모르는 섬으로 사라지기를 꿈꾸는데, 이것은 새롭게 맞 닥뜨리게 된 원본들의 세계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대응 방식은 하나다. 그 상징계를 떠나고 자신들이 만든 큰 타자와 상징계에서 사는 것이다.

맺으며 거울을 보다. 이처럼 영화 <아일랜드>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주체들의 갈등을 다룬 영화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사건들을 따라가면서 욕망이 실제로 어떻게 주체에게 주입되는지, 그리고 하나의 상징계가 어떻게 유지되고 통제되는지를 보았다. 또한,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응방식을 펼치는지도 알 아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링컨처럼 새로운 상징계로 이행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 는 우리가 속한 상징계 속에 몸을 담고 살 것이고, 이미 가진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살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은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설 명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다. 색다른 시각으로 나를 바라보고, 또 내가 속한 세상을 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오목렌즈를 통해 본 사물의 모습을 보고 재밌어했던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우리가 느꼈던 그 신기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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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을 향한 한양인의 시선 『한양』에 대한 한양인의 평가 『한양』을 위한 한양인의 비판

지금 『한양』에게는 한양인이 필요합니다. 『한양』과 함께 해주실 독자위원을 모십니다.

대상 : 우리 학교 학부생 모두 활동 : 『한양』이 배포된 후 해당 『한양』에 대한 좌담회 참석 『한양』 독자위원에게는 소정의 사은품을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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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만화 등 자유 분량: 자유 문의: 편집장 김준영 010-8989-1774 접수: HYgyoji@gmail.com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일상 日常 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이번 일상의 주제는 ‘한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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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일상

2달여간의 길지만 짧게 느껴진 방학을 마치고, 학교에 오니

신소재 공학부 08 손수인

15주 수업에서 다시 16주 수업으로 바뀐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5주 16주 수업시간 문제. 학 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신소재공학부 08 학번 손수인 학우와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수습위원 안정용 / amrenovater@naver.com

1. 15주에서 16주로 바뀌었는데 알고 계셨나요?

4. 15주 정책에 대한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알고 있었어요.

일단 16주 수업을 겪었던 3,4학년 학생들은 기존에 다니던 것과 바뀌면서 생기는 착오에서 문제가 있을 것 같고요. 등

2. 15주, 16주 관련한 논란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알게 되

록금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이, 등록금 인상 폭을 줄인다고

었나요?

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15주 시간을 줄이면서 시간당 수업

동기들 통해서 접하고 학교에 대자보를 통하거나 수강신

료는 올랐다고 하니까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 것이 학생들

청 할 때 나오는 수업 진도 정보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학

을 속이는 것 같아서 기분도 나쁘고요.

교 측에서 홍보를 통해 알려준 정보는 없었던 거 같아요. 5. 16주로 다시 바뀐 것은 결과적으로 잘된 것이라고 보시 3. 15주 16주 수업에 관련해서 본인이 불편했던 게 어떤 것

나요?

이 있나요?

저는 이미 16주 체제에서 3년이나 다녀서 그전 체제가 더 좋

16주에서 15주로 바뀌면서 불편했던 것은 교수님들의 강

기는 한데, 15주라고 해서 15주 자체에서 주는 불편함은 한

의 자료나 커리큘럼이 기존에16주에 다 맞추어져 있었다

가지밖에 없으니까. 크게 잘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는 점이에요. 기간이 바뀌면서 한 학기에 다 해야 할 과정

그냥 자주 바뀌지 않았으면 해요.

이 약간 압축 돼서 교수님도 불편하시고 따라가는 저도 힘 들었어요. 15주여서 불편했던 점은 중간고사까지의 기간 과 기말고사까지의 기간이 다른 것이었어요. 기존에는 기 간이 같아서 편한 점이 있었는데 기간이 다르니까 계획성 이 살짝 무너지고요. 그 외에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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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85

가을학기가 개강했지만, 캠퍼스에는 아직도 여름의 기운이 물씬

경영대학 경영학부 13 최민희

풍긴다. 바쁘게 강의실을 찾아 캠퍼스 곳곳을 누비는 학우들. 오 랜만에 찾은 캠퍼스를 거니는 학우들. 오랜만이지만 여전히 학 우들은 복잡한 캠퍼스를 등반하고 있었다. 그 분주함 속에서 경 영관을 향해 가는 경영학부 13학번 최민희 학우를 만나보았다!

편집위원 서기환 / happylock93@naver.com

1. 오랜만에 찾은 학교일 텐데, 경영대까지 가는 길은 어떠세요?

벤치만 있는 것보다도 테이블이 있고 한 것이 좋으니까요.

방학 중에는 경영대까지 가는 길이 조금 그리웠어요. 학기 중에 항상 다니던 길이었는데, 방학이 되어 갑자기 그 길을

5. 학교에 차들이 많이 다니는데, 차들 많이 다니는 게 불편

지나다니지 않게 되자 어색했다고 할까요? 그런데 개강하

하지 않으세요?

고 나니까. 여전하더라고요. 멀고 험해서 방학 중의 그리움

가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한양 사이버대학

은 생각도 나지 않네요. (웃음)

교 안에 있는 아이카페를 나오면 옆 언덕으로 차가 내려오 고, 경영대나 경금대에서 학생들이 건물에서 나올 때 차들

2. 전공이나, 교양수업을 위해 다양한 건물들을 이동해 다

이 지나다녀서 사고가 날까 위험해 보인 적이 있어요.

녀야 하는데 불편한 점 없으셨나요? 전공 수업 건물이랑 교양 수업 건물이 너무 멀어서 시간표

6. 고등학교 때, 대학 캠퍼스 하면 떠오르는 낭만이 있잖아

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요. 특히 제3캠퍼스라고 부르는

요. 실제로 대학을 경험해 보니까 캠퍼스에서 이런 낭만이

경영관에서 교양 수업이 있는 건물로 가려면 기본적으로 가

있는 것 같나요?

파른 언덕을 넘어야 하자나요. 한양대생이라면 모두 다 공

우리 학교는 낭만을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다른 학교, 이

감하지 않나요? (웃음) 기본적으로 건물들의 배치가 너무

화여대 같은 경우에는 휴식을 취하기 위한 산책로도 잘 되

중구난방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이번 학기에는

어있고 해서, 부러웠어요. 특히 그 산책로는 이대 친구들이

2연강, 3연강으로 다 연강이거든요. 그런데 건물들이 띄엄

다른 학교 친구들을 데려와서 소개해 줄 만큼 잘 되어 있어

띄엄 있어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뛰어다녀야 할 것 같아요.

서요. 일단 캠퍼스가 예쁘기도 하고요. (웃음) 서강대도 저 희보다 캠퍼스는 작아도, 나무도 많고 해서 캠퍼스 분위기

3. 휴식을 취할 때, 보통 어디서 쉬세요?

자체가 녹색으로 가득한 느낌이라 편안함을 주는데, 우리

휴식을 취할 때는 보통 경영관 여자 사물함 실에 있는 휴게

학교는 나무도, 잔디도 별로 없잖아요. 거의 콘크리트, 대

시설을 이용해요. 아니면 가끔 학생회관에 있는 여자 휴게

리석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학교 전체 분위기가 좀 삭막

실에 가기도 하는데, 여기는 경영관이랑은 너무 멀어서 자

한 것 같아요.

주 가지는 않아요. 음, 가끔 아이카페에 가기도 하고요. 7. 마지막으로 본인이 추천하는 학교 내 데이트 장소로 괜 4. 대부분 건물 안에서 쉬시네요. 건물 밖보다 안에서 쉬시

찮은 곳이 있다면?

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봄에 벚꽃 좀 피었을 때, 경영대 앞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일단 외부에서는 딱히 휴식을 취할 만한 공간이 많지 않아서

곳에 좀 사람들 눈에 잘 안 보이는 장소가 있거든요. 그런

요. 벤치가 길가 중간마다 있는데, 길가에는 사람들이 지나다

공간이 데이트하기 좋은 것 같아요. 너무 개방된 장소면 괜

니고 하니까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 별로 안 드는 것 같아서

히 염장 지르는 것 같고, 좀 부끄럽잖아요. (웃음)

요. 무엇보다도 내부 시설이 좋기 때문이죠. 그냥 덩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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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약 2만 명의 학생들이 하루 24시간 중 1/4이상을 보내는

경제금융대학 11학번 강민경

학교 내 캠퍼스와 건물들. 과연 그곳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 해 잘 관리되고 있을까? 학우들이 겪는 안전에 대한 문제는 없을까? 학교의 안전에 대해 경제금융대학 강민경 학우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수습위원 배지영 / azaleaee@gmail.com

1. 캠퍼스 내에 위험한 장소나 위험한 시설이 있다고 생각

3.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한양대학교는 학생들이 생활하기

하세요?

에 안전하다고 생각하세요?

음, 경영대 뒤쪽에 나무로 임시로 만든 통로가 언제 부서질

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는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모

지 몰라서 다니기가 무서워요. 제 주변 친구 중에 몇 명은

든 건물을 가본 적이 없어서 시설의 위험성은 잘 모르겠지

아예 그쪽으로 안가고 다른 길로 돌아서 가기도 해요. 공사

만 모든 학생의 치안 문제는 대체로 안전하다고 봐요. 건물

로 인해 임시로 만든 통로이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학생이

마다 경비아저씨께서 상주해 계시잖아요.

다니는 만큼 좀 더 튼튼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 어요. 또 다른 위험한 곳은 대운동장이요. 낮에는 별로 위

4. 한양대학교 안전에 관해 한 말씀 해주세요.

험하지 않은데 밤에는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좀 무

아무래도 큰 사고가 일어나면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학교

서웠어요. 특히 여학생들이 다니기에는 아무래도 좀 위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히잖아요. 그런 사고를 예방하기

하지 않을까요?

위해 치안뿐만 아니라 학교 시설에 대해서도 항상 점검했 으면 좋겠어요. 학생들 또한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조금이

2. 재학 중에 위험한 상황을 겪으신 적 혹은 들으신 적이 있

나마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고라는 것은 예고하고 오는 게

으신가요?

아니잖아요. 그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 쪽 관재

딱히 위험한 상황을 겪은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학

팀 학생 모든 분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교 건물 몇 군데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었다 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는 정말 깜짝 놀랐어 요. 왠지 모르게 학교 내 모든 화장실이 가기 꺼려지더라고 요. 제가 여학생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학생들의 치안 문제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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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85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학업이나 연구 성과가 뛰어난 사람에게, 배움을 장려 하는 목적으로 지급되는 돈’. 바로 장학금입니다. 학우 분들은 한양대학교의

국어교육과 10학번 김수지

장학금 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실까요? 받고 있는 장학금에 만족 하고 계실까요? 이런 의문이 들 무렵, 김수지 학우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답변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합니다.

수습위원 안재혁 / crowquill01@gmail.com

1. 한양대학교가 교내, 교외 장학금 제도를 학생들에게 잘 홍보

3. 혹시 받고 계시는 장학금이 있으신가요? 그것에 만족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시나요?

교내 장학금의 경우에 단과대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

네, 저는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고 있습니다. 사범대의 경

만, 제가 다니는 사범대는 학생회와 교학과의 연계가 매끄

우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는 사람은 2명에 불과해요. 1등

럽게 이루어지고 있어 홍보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 전액, 2등은 반액 장학금을 받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학생들은 문자를 통해 장학금에 관련된 소식을 제때에 접

가 들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고, 가족들에게 부

할 수 있고, 각 과의 클럽에 올려진 공지를 보고 정보를다

담을 주지 않으니 만족합니다. 하지만 성적 우수 장학금을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받는 사람이 매우 적다는 점이 항상 마음에 걸립니다. 제

교외 장학금을 살펴보면 학교는 홈페이지 공지 게시판에

가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6명까지 성적 우

장학금을 충실하게 설명해 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점은

수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장학금 제도가 변화하면

칭찬할 만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단순히 정보가 누적

서 등록금의 30%를 주는 장학금이 없어지고 전액과 반액

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학생들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만이 남았어요. 장학금 수혜자들의 수를 좀 더 늘린

장학금이 무엇인지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다면 학생들에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

아쉽게 느껴져요. 그래서 게시판에 말머리를 다는 기능을

해 줄 수도 있고, 과의 분위기도 향상시킬 수 있을 거라 생

추가하거나 장학금의 종류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등 게

각합니다.

시판을 개편하는 작업을 학교에서 추진해주길 바랍니다. 2. 그렇다면 장학금 제도의 체계는 잘 정비되어 있다고 보 시는 건가요? 최근에 국가장학금이 도입되어 장학금 제도가 크게 변화해 학생들이 장학금을 알아보는 데 약간의 혼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장학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확실하게 마련되면서 현재의 전반적인 장학금 체계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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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길 바라

부편집장 이준건 / seawhale93@hanyang.ac.kr

가끔 선배들과 모이는 날이면 이런 말들이 오간다. "

말하고 왔지만 흔들리는 이 마음을 어떻게 주체하리오? 끝

야, 생각보다 그렇게 취업이 안 된대." 그렇다. 사실 나도

없이 달려온 것 같은데 아직도 더 달려야 한다는 사실에,

그렇지마는, 취업에 관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

아니 다른 사람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를 뗀 것에 불과하다

다. 열심히 살면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는 생각으로 살고

는 사실에 한숨이 나온다.

있었는데 다른 사람에 비하면 너무 안일했던 게 아닐까. "

그러나 이제는, 이제는 남과 비교하는 일 좀 그만하

누구는 취업하기 위해 성형까지 한다고 그러더라." 성형까

자. 비교하는 습관은 수능을 준비하던 시기부터 체질화된

지, 라는 말인즉슨 그 외 노력도 많이 했다는 뜻이겠다. 그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제 더는 남과 나를 가르고 싶지 않

렇게 준비하고도 부족한 것 같으니 '성형까지' 했겠지. 그

다. 끝없는 비교 끝에 남는 것은 허무뿐, 어떤 위로도 되지

런 말을 듣고 있노라면 어쩐지 내 인생이 한심해 보인다.

않는다. 물론 도전정신이나 이겨내겠다는 열정이 생기긴

나는 지금까지 무얼 했나, 뭐라도 했던 것 같은데 꼽아보면

하겠지만, 그것도 잠시 후면 자기비판으로 이어질 뿐이다.

한 손가락으로도 꼽힌다.

남들처럼 앞에 나서지 못하는 성격인데도 대외활동을 하

군대 간 친구를 위해 경기도 일동까지 면회를 갔다. 처 음에는 '일동이 멀어봐야 얼마나 멀겠어?' 했는데 정말 멀

지 못한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누구였나? 솔직히 생각해 보 자. 그건 나였다. 결국, 끝없이 비난하는 사람은 나였다.

었다. 200쪽짜리 책을 버스 타고 가다가 다 봐서 처음부터

어쩌면 나는, 아니 우리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지

다시 읽을 정도였다. 한 2챕터쯤 읽었을까, 일동 터미널에

도 모른다. "네 인생은 그래도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하

도착했다. 곳곳에 군인들이 많이 보인다. 애초에 친구 녀석

고 말해줄 누군가를 말이다. 그런 탓에 '힐링 프로그램'을

이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부대로 오면 기본요금이 나온

보며 대리만족하거나 여자 혹은 남자 친구를 찾으며 외로

다고 그랬는데 5km가 찍혔다. 9,200원이 나왔는데 아저씨

워하는 거겠지. 그러나 사실 그런 사람은 없다. 굳이 찾자

가 자애로운 눈빛으로 9,000원만 받으셨다. 만 원을 내니

면 엄마나 아빠 정도가 말해줄 수 있겠지만, 그분들도 여태

남은 돈 달랑 천 원. 사기를 치다니, 망할 자식. 부대로 들

껏 그런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 내게 "잘

어가서 친구와 면회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런 이야기가 나왔다. "야, 너도 늦게 올 거면 뭐라도 이뤄놓 고 와. 보이지 않는 거 말고, 인격 수양이나 신앙 성숙 같은 거 말고 말이야. 우리 부대에 임용 고시 합격하고 1년 동안 근무하고 온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여기서도 인정받더 라. 군대도 사회랑 똑같아." 군대 간 놈이 아직 대학에 있는 놈을 걱정한다. 짜식, 난 잘하고 갈 거니 걱정 마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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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85

하고 있어,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절대로 오지 않 는다.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주인공들이 끝없이 고도를 기다리지만, 결국 막이 내릴 때까지도 오지 않는 것처럼 말 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절망밖에 없는 것일까? 오지 않 는 고도를 기다리다가 인생을 종결해야만 하나? 글쎄, 나 는 고도가 이미 왔다고 생각한다. 고도란 다름없는 나 자신 이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으면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다. 물론 내가 정말 나태한 삶을 살고 있다면 숙고해봐야겠 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굳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기 자 신을 비참의 구덩이로 몰아넣을 까닭은 무엇인가. 외국으 로 날아가는 비행기에서의 짜릿함을 어디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끝내주는 친구들과 콜라 한 잔하며 느끼는 경쾌 함 역시 비할 데가 없을 것이다. 솔직히 내 인생에 자신감 이 없지만, 어떻게 경영해야 할 지 딱 떨어지는 답이 없지 만, 그건 그거대로 놔두련다. 어차피 내가 인생 전부를 경 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천천히 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뒤로는 가지 않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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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2년간 안녕. 정신없이 흘러지나 간 한 학기. 어느새 2학년도 반이

편집위원 서기환 / happylock93@naver.com

이란 미증유의 감정을 느낀다.

지나버렸다. ‘1학년 새내기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라는

또다시 종강, 잔잔하지만 짜릿한 감정의 파문. 어색함

생각을 하는 것도 잠깐. 조금은 멀 수도 또, 생각보다 가까

이 이제는 익숙함이란 감정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시점. 그

울 수도 있는 친구로부터 소개팅을 제의받았다. 기분전환

녀와 나는 청계천 변을 말없이 걷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

이나 할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친구의 제의를 받아들

아래서 발그레해진 그녀의 볼이 보인다. 그녀와 맞잡은 손

였다.

에서 그녀의 온도가 느껴진다.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 조

보강일, 인식 그리고 설렘.

금은 가로등 불빛이 미치지 않는 그 간격. 멈춰 섰다. 그리

기분전환이나 할까 했던 처음의 마음은 어디로 갔는

고 조심스레 그녀에게 한발 다가갔다. 그녀는 발그레해진

지 떨리는 마음에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조금 더 옷에 신경

얼굴을 한 채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은

쓸까? 머리스타일은 이상하지 않겠지? 사소한 부분까지도

촉촉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신경에 거슬렸지만, 어느새 나는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 있

듯했다. 가벼운 부딪침. 좋다.

었다. 그리고 만난 그녀. 첫 만남의 기억은 오로지 하나 뿐

진정한 방학, 역설적으로 학기보다 바빠진 그때. 그녀

이었다. 산뜻한 그녀의 함박웃음과 청량감이 가득한 그녀

는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그녀의 상징은 여전히 함박웃음

의 목소리. 심장이 두근두근 박동 수를 높였고, 나의 눈동

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함박웃음이 조금 옅어져 있었

자는 그녀의 깊고 맑은 눈동자에 맞춰져 떨어질 줄을 몰랐

다. “오늘도 바빠?” 그녀의 간결한 질문. “응.” 그보다 더

다. 처음 만난 사람. 특출 나게 아름답지는 않은 그녀. 하지

간결한 나의 답변.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처음의 설렘은

만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 하나의 인상. 이것이 바로 사랑인

사라졌지만, 아직 그녀만 보면 떨린다. 하지만 바쁜 일정을

것일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포기할 수도 없었다.

종강, 만남 그리고 퐁당. 숨 가쁜 시험일정도 끝났다.

MT, 검은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의 꼬리가 인상적이던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했

그때. 항상 바쁘다는 말로 그녀를 실망하게 했던 아침. “여

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잡힌다. 잠시

행 가지 않을래?”라는 나의 말 한마디가 그녀의 마음을 설

의 망설임. 곧 그녀가 나를 발견했는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레게 했었단다. 그리고 여행 당일. 그녀는 첫 만남 때의 보

빠른 걸음으로 내게 온다. “안녕?” 담백한 안부 인사지만

라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좋다.” 백사장을 사박사박 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니 청량함이 가득하다. 나는 그저 실없

로지르며 그녀가 내게 살며시 기대왔다. 해수면을 따라 무

이 웃었다. 학기 중의 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

작정 걷는다. 왼편에서는 그녀의 무게감이 따스한 체온과

의 웃음 한 조각에 내 몸 피로가 싹 가셔버렸다. 마주 웃는

함께 기분 좋게 전해져왔다. 오른편에는 조용히 허밍을 하

다. 이상하게 웃음이 많아졌다.

며 속삭이는 바다가 있었다. 왼편의 아름다움과 대비되는

계절학기, 어색하지만 설레는 한 때. 두 번째 만남에서

어둠의 바다. 어둠 속이기에 더 그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에

그녀는 나의 고백을 함박웃음으로 받아들여 주었었다. 카

마음이 잔잔해지고, 옆에서 들리는 그녀의 청량한 목소리

톡을 하면서도 설레고, 전화를 할 때면 손이 부들부들 떨리

에 즐거움이란 감정이 가슴 속에서 끊임없이 치민다. -피

며 긴장감마저 주는 지금의 관계에 실없는 웃음이 나온다.

잉. 날카로운 소리가 밤바다를 울리더니 이내 ‘펑’하고 터

아직은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이지만 그 작은

진다. 불꽃놀이. 그녀와 나의 밤은 달콤하게 깊어갔다.

어색함이 가져다주는 짜릿한 즐거움은 그 어떤 것보다 나

방학의 마지막 한 주, 어느 때보다 달콤하고, 어느 때보

의 마음을 떨리게 한다. 살며시 붙잡은 손. 그녀에게서 은

다 정열적이라 불안했던 그때. 둘만의 여행을 이후로 우리

은하게 떠내려 오는 달콤한 향기. 잠깐잠깐 마주 볼 때면

는 다시 첫 만남의 설렘을 되찾았다. 어색함은 없지만, 익

눈에 밟히는 붉은 입술. 그녀의 모든 부분에서 사랑스러움

숙함 속에 보이는 낯섦에 더 설레었고, 익숙한 그녀의 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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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85

입술은 언제나 새로운 감정을 내 가슴 속에 깃들게 했다.

드라마가 울려 퍼진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서로에게 충실했던 일주일. 그녀의 함박

「…그리워 더 그리워 미칠 듯이 난 그리워, 너의 기억

웃음에는 불안함 한 조각이 걸려있었고, 나의 떨리는 가슴

만 가득 남아서 이렇게 네가 그리워, 사랑해 널 사랑해 미

은 약속된 미래를 준비했다.

칠 듯 너를 사랑해, 난 괜찮아 나는 괜찮아 속삭이는 고백,

개강, 약속된 미래 그리고 보라색 장미. 그녀와 만나는 이 날이 정말 힘들었다. 아련함이 한 조각 걸려있던 그녀 의 함박웃음. 그리고 첫 만남 때의 그 보라색 원피스. 그 어

밤하늘을 보며 너를 추억해 지울 수도 없는 너를.」 “그래 안녕. 2년간 안녕. 한 여름 밤의 꿈같던 여름방 학아!”

느 때보다 즐거운 듯 이야기를 하고, 함께 걸었다. 그녀는

그녀, 아니 여름방학이 내게 주고 간 보라색 장미의 꽃

여전히 나에게 기대어 왔고, 나 역시 여느 때처럼 그녀에게

말은 영원한 사랑, 불완전한 사랑이었다. 방학이 내게 하고

웃음 지어 보였다. 하염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가로등이 켜

싶은 말이 둘 중 어떤 의미였는지는 2년 후에야 알 수 있겠

졌다. 사위는 내려앉은 어둠에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수많

지! 안녕.

은 사람이 스쳐 지나가고 있지만, 이 거리 위에는 그녀와 나만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잠시 멈춰 선다. “여기서 잠 시만 기다려. 아주, 아주 잠깐이면 되니까.” 무언가 불안함 이 깃든 물기가 살짝 묻어나는 그녀의 목소리. 하지만 나는 그저 실없는 미소를 보여주며 그녀에게 끄덕여 주었다. 그 녀가 막 닫을 준비를 하는 꽃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꽃 한 송이를 사서 나온다. 그리고 내게 건넨다. “보라색 장미?” 나의 목소리에 그녀가 처연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처음 으로 내 입술에 먼저 입을 맞춰온다. 짧지만 강렬한 순간 이 지나갔다. 그리고 내 볼에 뜨거운 물방울이 방울져 내 림을 느꼈다. “잠깐만, 잠깐만 이대로 있자.” 내가 고개를 들려고 하자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뜨거 운 물방울이 주르륵 미끄러져 운동화의 발등을 때린다. 얼 마나 지났을까? 그녀가 나를 살짝 밀어내며, 내 품을 빠져 나왔다. “2년, 짧지는 않지만 길지도 않은 시간일 거야. 그 치?” 내게 말을 하는 것인지 그녀 스스로 다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이 공허히 흩어질 때 나는 그녀와 마주 웃었 다. 그녀는 여전히 함박웃음을 매달고 있고, 보라색 원피스 를 입고 있었지만, 처음 그때와는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2년간 안녕.” 내 입에서 그 한마디가 나옴과 동시에 그녀 는 일그러진 함박웃음을 얼굴 가득 머금으며 정류장에 온 버스를 잡아타고 떠났다. ‘그 버스 아닐 텐데.’ 그런 마음도 잠시.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든다. 그리고 그녀가 타고 간 버스를 잠시 돌아본다. [2016]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버스의 번호는 내게 처연한 느낌만을 전해준다. 내 볼을 타고 다시 뜨거운 무언가가 방울져 미끄러진다. 아까 와는 조금 다른 온도의 물방울. 내 귓가에서는 허각의 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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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시 그리고 나

수습위원 안정용 / amrenovater@naver.com

눈봄

자화상

고독은

나날이 멀어지는

걸작을 그려내는 화가인가

나의 시야

슬픔은

또 어렴풋이 잊게 되는

그대를 마주할 겨울나무

날 저버린 나 하릴없이 먹게 되는 술과

잊혀진 슬픔의 고백은

또 한번의 타이핑

그 다짐은

그리고

언뜻, 보이는 눈꽃처럼 다, 녹아지는지...

어디론가 빠지지 못해도 허우적대는

이제는 봄이 도래하네

아니

눈꽃을 만발하며

빠지고 싶어서 허우적대는

재수를 시작하고 나는 항상 집안에 박혀있었다. 노력

에 대한 믿음은 사라지고, 자격지심, 날카로워진 성격, 오 해와 싸움은 나에게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

다시 어렴풋이 시작되려는 삶과

겨주었다. 길가를 걸으면 몇몇의 사람들이 “저 놈 못났다.”

연결되지 않는 이미지들

조소를 보냈고 어느 순간부터 모든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

연습되지 않은 삶을 사는 나를

다는 망상에 사로잡혔었다. 그렇게 1월부터 시험보기 전인

보여주는 시

11월까지 고독에 빠져 집밖에도 나오지 않은 채 시나브로 내 마음을 스스로 썩게 하였다. 고독 속에서 인생을 지속하게끔 해준 것은 나 스스로

그리고 시, 한 구절을 쉬이 마치지 못하는 나와

를 위로하기 위해 쓴 ‘시’였다. 고독이란 것은 쌓이고 쌓이

그저 매일 이런 밤을 보내며

면 ‘내리고 싶다’라고 발버둥치는 구름인건지, 나는 ‘슬프

방황, 아니 방황이란 이름표를 가진 안식

다, 고독하다.’라고 생각하면 시를 쓰게 되었다, 항상 그 시 는 눈이 되었고 내 슬픔은 눈 녹듯이 사라지곤 했었다. 녹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시와

은 눈들은 또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 봄을 기

노력하지 않는 나

대 할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생명수가 되어주었다.


한양 85

이제는 시 덕분에, 한양대에 와서 사귄 많은 감사한 사람들 덕분에 고독도 사라지고, 모든 이들이 나를 싫어한 다는 망상도 사라져서, 슬픈 시는 잘 나오지 않게 되었지 만, 지금도 예전에 시를 쓰던 게 버릇이 되었는지 아주 가 끔 시를 쓰게 된다. 새벽 3시쯤에 “아 오늘도 놀았구나.” 하고 후회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얼마나 실망스러운지, 이런 게으른 자신을 바라보며 드는 감정도 시의 일부가 되고, 시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었다. 가끔은 위에 쓴 시를 들여다보 며 오늘은 제대로 알차게 보냈는가 하며 반성하게 된다. 나 는 오늘을 잘 살았는가? 이미지 없는 시처럼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멋진 창작물은 아니지만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고 표 현한 거울이기에 소중이 여기며, 지금 쓴 이 글, 또 한편의 시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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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캠퍼스

존재의 이유

돈, 명예뿐 아니라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수습위원 배지영 / azaleaee@gmail.com

Cause it′s a bittersweet symphony, this life

그는 ‘나는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의 물음에 대

이것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교향곡, 그게 바로 인생이야.

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스라엘로 3년간 떠났다.

Try to make ends meet

나 또한 나 자신의 존재와 이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

돈을 벌려 애를 쓰다가

민해왔다. 내 삶을 완전하게 채워줄 무언가를 찾지 못했기

Your a slave to money then you die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자유를 갈망했던 나는 자유를 얻자

결국 돈의 노예가 되어버리고 마는 거지.

물질적인 것에 눈을 뜨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내 눈

I′ll take you down the only road I′ve ever been down

에도 보이는 그런 것을 말이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갖

내가 가보았던 유일한 길로 너를 데려다 줄게.

추게 된 나는 물질적인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물

You know the one that takes you to the places

질로 인해서 얻는 만족감은 잠시뿐이었다. 내가 정말 원하

where all the things meet yeah

던 가방을 갖기 전에는 기대와 욕망이 존재하고, 가방이 내

너도 알고 있는 곳,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게

손에 들어온 순간에는 만족감을 느끼지만, 결국 그 만족감

No change, I can change

의 효력은 금방 떨어져 버린다. 그리고 또다시 만족감을 느

변화는 없지만 난 변할 수 있어

끼기 위해 다른 물건에 욕망을 가지기 시작하고 그 끝을 멈

I can change, I can change

추기가 힘들다. 얻는 순간은 달콤했지만 가질수록 무의미

난 할 수 있어, 변할 수 있다고.

하거나 씁쓸한 것이었다.

But I′m here in my mold

자유도, 물질도 아니라면 과연 내 존재를 완전하게 채 워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한 나에게 불현듯 떠오른 노래다.

하지만 내 틀에 갇혀버렸어. I am here in my mold 내 틀에 갇혀있다고. But I′m a million different people 하지만 난 늘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 from one day to the next 매일매일 말이야 I can′t change my mold 하지만 나의 틀은 바꿀 수 없어 No, no, no, no, no 안돼….

The Verve - Bitter Sweet S


143

한양 85

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84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이 코너

<인턴십 의무화>

에 본인의 의견이 실린 학우께서는 찾아와 주세요! 5천원

· 학생과 관련된 글이라 좋은 글이었다.

상당의 도서상품권을 드립니다.^^

(임정완 국어국문학 12)

『한양』84호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주세요!

<총여학생회와 나눈 밀담>

1. 이번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 생리대 무상 지원에 대해 남학생도 내는 등록금을 이용

85.3

해야 하는 지 궁금합니다.(백준원 원자력공학 13)

2. 학내 및 사회 이슈와의 연관성 90.1 3.표지와 내지 디자인, 레이아웃 등 93

<10년 전 교지 다시보기>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었으면 좋겠다. (김시은 국어국문학 12) ·무슨 말을 전달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서지민 도시공학 10)

개별 기사 평가 <대학생 혜택>

<다큐 24시 남문시장>

· 대학생으로서 우리의 권리만 늘리려고 했던 모습을 반

· 하루 종일 시장을 관찰한 취재방식과 생생한 취재내용

성하게 하는 기사였습니다. 의사, 변호사 모임 같은 이

이 인상 깊다.(박다솜 사회학 09)

익 집단처럼 행동했던 것은 아닌가 되짚어 볼 수 있었습 니다.(박다솜 사회학 09) · 내가 당연하게 받아온 혜택들을 돌아볼 기회가 되었고, 청소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서지민 도시공학 10) · 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일깨워주는 기사였다. (백준원 원자력공학 13) · 글이 와 닿지 않고 괴리감이 느껴져서 별로였다. (임정완 국어국문학 12)

[한양] 84호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생각보다 글이 짧고, 사안 및 기사에 대해 소개 수준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분석이 들어갔으면 한다. (김시은 국어국문학 12) · 글을 읽으면서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함이 느껴진다. (임정완 국어국문학 12) · 기사의 끝마무리가 애매모호하다. 다양한 의견을 보여 주면 좋겠다.(임승남 경제금융학 12)

<족보> · 강의를 열심히 듣는다면 어떤 족보보다 확실한 족보가 된다고 생각해요. 근본적인 문제는 수업에 임하는 태도 가 아닐까요.(박다솜 사회학 09)

· 학교 주변이나 캠퍼스 내의 알짜 정보들을 실어도 괜찮 을 것 같다.(박다솜 사회학 09) ·겉표지가 외부 자극에 약하다.(서지민 도시공학 10)


이름

학번

연락처

한양교지 낱말퍼즐

1

1

교지를 열심히 읽으면 풀 수 있는 퍼즐! 퍼즐을 완성해서 학

3 4 2

생회관 5층 교지편집실 앞 엽서함에 넣어주세요. 정답자 중 총 10분께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3

2 4

5 5 6

지난 호 낱말퍼즐 당첨자 고성민 백준원 박다솜 이경륜

가로

세로

1. 대학생 집단이나 학계, 종교계 등의 특정집단이 문제시되는 현 사안에 대

1. ○○○○는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마련하고, 조합비로 방송사를 운영하는

해 우려를 표명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행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면서 출자금과 상관없이 조합원 각자가 동등한 지

<시국선언과 대학생의 목소리>

분을 가짐.

2. 1971년에 생겨 신촌의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학생이 걸어갔던 거리> 3. 가파른 경사로와 관련해서 학교를 잘 나타내주는 별명. <캠퍼스 마스터플랜> 4. 감지기가 화재상황을 인식해 옥상 문을 자동으로 개폐할 수 있다면 옥상 문을 잠가놓아도 ○○○에 위배되지 않는다. <캠퍼스에 불이 나면> 5. 단과대학 학부, 대학원 등으로 구성된 단일 또는 복수의 학사조직으로 자율 책임경영 단위는? <미숙한 RC제도 끼워맞춘 장학제도> 6. ○○○○○○들은 이러한 시스템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박 리다매 전략을 채택했다. <SPA를 입는다 지구를 벗긴다>

<언론, 독립을 외치다> 공직자, 언론인 등 공공영역에 진출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희망하 는 인문학전공 학생들을 위해 개발, 구성된 프로그램 교육과정은? <지난교지 다시보기> 3. 인문대 뒤편, 의대로 이어지는 길은 예전 그대로의 ○○○이다. <캠퍼스 옛 모습> 4. ○○○○○ 제20조 제2항에 의하면 대학교 수업은 매 학년도 30주 이상 으로 한다. <15/16주, 그 너머의 이야기> 5. 클론들의 세계인 에덴동산을 유지하기 위해 클론들에게 주입한 이상적인 공간 <기고 : The Island is real. It’s us.>


한양교지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5·6·7·8월)

84호 내부 원고료 : 1,177,500원 84호 외부 원고료 : 150,000원 취재비 : 13,000원 비품 구입비 : 247,580원 구독료 : 0원 기타 : 295,500원 합계 : 1,883,580원

금액 사용 기준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구입 및 수리비 ●구독료 :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겨례 21, 기타서적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지 발송비, 송금 수수료, 워크샵 지원비, 교통비 등

※ 2013년 5월 16일부터 2013년 8월 31일까지의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85호 교지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86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후기 김준영

어느새 자기 몸도 거기에 묻혀 있고 그런 자신을 볼 적마다

-

한심한 한숨이 튀어나온다 이번 여름은 편하게 쉬어야지, 그러나

반성하게 하는 교지였습니다. 제 능력과 태도에 있어서 말이죠.

막상 시간이 지나고 다시 돌아 보니 밤이 어느새, 그리고

제가 조금 더 글을 잘 봤다면, 조금 더 힘내서 글을 봤다면 더 좋은

보름달이 밝구나. . . 밤이 깊어갈수록 마음도 어두워진다.

글이 나왔을텐데요. 제가 글을 조금 더 잘 봐줬다면 우리 아가들도 더 좋은 글을 완성해

2. 어려운 상황 속에도 주님께 감사합니다.

냈겠죠.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더 좋은 기자가 되어갈테구요.

않았는데. 어쩔 땐 그런 사실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

여러 경험을 겪고난 뒤 모든 일이 선하게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 가을호입니다. 정말 잘 해보고 싶었는데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성에는 30%도 차지 않네요. 한양대 등록금운용에 관한 글이 엎어진 게 너무 아쉽네요. 조금 더 부지런히 했으면 글로 쓸 수 있지

Special thanks to. 수빈이 누나!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번호에 큰 도움을 주신 서현 교수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서기환

말씀을 드립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다.

-

이정도면 될까?

낭만공작소에서 마감 작업을 하는 날, 항상 비가 옵니다.

부질없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밤에 빗소리와 함께 들리는 턴테이블의 LP 음악소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오늘도 이 비는 그치지 않아 모두 어디서 흘러오는 건지

이름이 가지는 무게에 짓눌리고,

창밖으로 출렁이던 헤드라이트 강물도

그림자가 만든 나의 형상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을 때.

갈 곳을 잃은 채 울먹이고

어른이 되어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체념한다.

자동응답기의 공허한 시간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건지 기다림은 방 한 구석 잊혀진 화초처럼

싫증나고, 지칠 때, 마음 속 별이 저물어 감을 느낄 때.

조금씩 시들어 고개 숙여가고

떠나가고, 지나가고, 부딪히는 사람들이 타인으로 보일 때. 나와 마주한 내가 더 이상 눈에 사무치지 않을 때.

이적 – Rain 中

나를 직시한다.

다 같이 헤쳐 나갔고,

이준건

다 같이 떠나갔는데,

0. 직분이 올라갈수록 능력도 같이 향상되면 좋으련만,

여전히 다 같이 있다 느낀다.

아쉽게도 능력이 직분에 따라오질 않는 것 같아 아쉽다. 그래도 충분히 열심을 다한 뒤 노트북 앞에 앉아

2년간 안녕.

쓰기 시작하는 가을호 편집후기. 끝이자, 시작이다.

군대로 곧 떠나갈 사람이기에. 여름방학이 그리워짐이 사무친다.

1. 어려운 일들이 많이 있지만 거기에 항상 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렵게 피하고 피하고 피하고 피하다 보면

익숙함이 낯섦이 될 때, 이제는 떠나갈 때.


구현소

머물러 있었다.

1. 언제나 그렇듯,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1살의 여름날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때에는 웃으며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기를.

지나갔습니다. 사인 함수나, 심장 박동을 보여주는 기계의 파동같이 잘도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상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오르막의 기울기와 내리막의 기울기만 느껴졌지만, 지금 돌아보면

안정용

구불구불한 선이 되고, 더 먼 날에 돌아보면 그저 직선으로

교수가 되기 위해 글을 잘 써보자! 당찬 포부로 시작했던 교지 입문이

보일 뿐이겠지요. 장단점이 있겠지만, 일단은 지금 이 순간의

었지만 내 한계를 통감하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경사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글이 어떤 것 인지, 어떤 목적으로 글을 쓰는지 결정하지도 못한 체.

21살의 가을날이 다가왔습니다.

그저 인터뷰하는 대로 글을 바꾸고, 막상 쓰고 나니 근거도 부족해 보이고, 독자가 읽을 수 없을 만큼 문장을 난해하게 만들어

2. 스스로에게 준 일 년의 휴가가 앞으로의 20년도 행복하게

놓기도 했습니다.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휴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으로

그래도 이런 멋진 글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교지 식구들 정말

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정신만은 자유로운 날들이 되길.

감사하고, 성실치 못하거나, 여러모로 반성할 것이 많은 성격이

그래서 다시 만났을 때는 더 좋은 사람이 되어있길 바라봅니다.

겨울 호 까지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사람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 푸른 가슴의 그 꼬마 아이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니.

교지를 통해 사회, 문화, 사람을 이해하는 안목을 늘려서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

독자여러분께도 더 멋진 글을 보이고 대학 졸업 전에 책을

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내겠다는 제 목표도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물어 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더 늦지 않도록. <이승환 – 물어 본다>

정치외교학과 최고! 장군 최고! ^^

안재혁

배지영

드디어 가을호가 늦게나마 세상에 나왔네요. 먼저 교지 식구들한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긴 여름방학 동안 주요 기사를

잘 써야겠다는 생각에 한 문장 한 문장 써내려가기가 힘들었고,

한 편밖에 쓰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마감회의를 하는 동안 계속해서

오히려 글 쓰는 거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 마음을 쿡쿡 쑤셨습니다. 미안합니다.

한 문장을 한 시간 가까이 붙잡으며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맞는 첫 여름방학. 느지막이 일어나 도서관과

결국은 마감일까지 글을 완성하지 못했고, 편집부원과 편집장님의

편집실에서 책을 읽는 지루한 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도움을 얻어 간신히 글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글을 잘 써야겠다

하지만 그 생활에 갇혀 있는 저의 손을 잡고 힘차게 흔드는 사람들

는 저의 욕심이 오히려 교지를 좀 더 불편하게 만든 건 아닐까

이 있었습니다. 교지 YB식구들, 재훈 형, 보성 형, 자민 누나를 비롯한

생각해봅니다.

OB식구들,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삶의 끝자락을 잡고 버틸 수

다음 겨울호 때는 잘 써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는

있었습니다.

않을 것입니다. 조금은 담백하게, 잘 쓰고 싶다는 저의 욕심을

상욱아, 지금 네가 처해 있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내길 바란다.

내려놓고 학우 분의 입장에서 쓰고 싶습니다.

우섭아, 모든 이에게는 날아오를 기회가 있다. 네 자신을 잃지 않으면 그 기회는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그럼 겨울호도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글도 제때

은비야, 고맙다. 네가 나를 위해 흘린 눈물은 내 볼에 오랫동안

써오지 않은 수습위원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도와주신 편집부원들에게 감사를 전해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만화 등 자유 분량: 자유 문의: 편집장 김준영 010-8989-1774 접수: HYgyoji@gmail.com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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