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와협동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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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교사회의 ‘혁신학교’라고 알려진 학교들 중에도 일반 학교들과 별로 차별화되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한두 가지 눈 에 띄는 프로그램은 있는 것 같은데, 학교 운영방식이나 학교 분위기가 일반 학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진짜 혁신학교인지 아닌지는 두 가지를 보면 압니다. 하나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고 환한지 여부고, 또 하나는 교사회의가 살아 있는지 여부예요.” 두 가지 기준 중에서 아이들의 환한 표정은 혁신교육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일 터. 그렇다면 혁신학교인지 아닌 지를 가르는 진짜 기준은 ‘교사회의’가 될 것이다. 부영샘 이 가장 강조하는 것도 바로 ‘살아있는 교사회의’다. “사실 교사들도 회의를 잘 못해요. 위로부터의 지시만 강명초교 교사회의 장면

전달받을 뿐, 그것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한다거나 비판 하지를 잘 못하는 거예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교사 들도 그런 민주적인 토론을 배우면서 자란 게 아니잖아 요? 그러다보니 교사회의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학교

는데 처리해야 할 서류가 왜 그렇게 많죠? 서류 하나 끝

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잘 하려고 노력해요. 책임

내고 돌아서면 또 보고서, 그거 처리하고 돌아서면 또

있게 준비하고, 끈질기게 토론해요. 저희 학교가 혁신학

무슨 공문, 아주 정신이 없거든요. 근데 저희 혁신학교

교로서 잘 하는 게 있다면, 그건 교사회의가 잘 되기 때

는 그걸 없앴어요. 행정 전담인력을 따로 배치하고, 담

문일 거예요.”

임교사는 오직 아이들과 수업에만 전념해요. 그러니까

실제로 교사회의를 ‘참관’하러 오는 학교들이 있을 만

교사들한테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아이들을 한번 더 바

큼, 강명초교의 교사회의는 하나의 ‘모델’로서 자리잡아

라보고 한번 더 안아줄 수 있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아

가고 있다.

이들에게 더 재미있고 효과적인 수업을 할까, 이 고민만 하니 교사들이 행복해지는 거죠. 전에는 그런 행복이 전

비교육적인 것 없애기

혀 없었어요. 그러니 보람도 없었고요. 그런데 이제 그

강명초교 교사들은 혁신학교를 준비하면서, 뭔가 새

걸 찾았습니다. 혁신학교는 교사들이 진짜 교육을 할 여

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아닌 것’ ‘비교육적인 것’부터

건들을 만들어가는 학교입니다. 교사들의 그 행복이 어

없애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 강명초교에

디로 가겠어요? 바로 아이들한테 가죠. 그러니까 아이들

는 아무도 듣지도 않고 효과도 없는 방송 조회라든가 아

도 더불어 행복해 하는 거예요.”

이들을 옥죄기만 하는 스티커 제도가 없다. 그리고 남발

실제로 부영샘은 3년 전, 교직 30년의 좌절을 정리하

하는 상, 뽑을 때만 요란하고 뽑고 나서 하는 일이 없는

며 명예퇴직 신청을 했었다. 그만큼 부영샘에게 학교현

전교어린이회 임원과 학급 임원, 청소년 단체, 문제 많

장은 견고한 보수의 성(城)처럼 느껴졌고, 따라서 보람도

은 일제고사, 별 효과 없이 실적용으로 진행하는 독서장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 곽노현 교육감 당선과 함께

도 없다. 뿐만 아니라 결과에만 매달리는 각종 인증제,

혁신학교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부영샘은 교육과 아이들

경시대회, 전시성 행사, 실적용 보고성 대회, 체벌, 촌

에 대한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었다.

지, 일방적인 훈화 등등도 이 학교에는 없다. 이런 비교육적인 것을 없애고 나니, 그런 일에 시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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