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자치와협동(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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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아젠다 2014년 7·8월호 (통권 13호)

2014 사회적경제한마당

특집 사회적경제의 오늘과 내일 - 강원도편 지역에서 희망꽃을 찾다 강원 인제군 인터뷰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순선 강원 인제군수,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이슈&아젠다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 진단

협동조합 탐방

콩나물신문협동조합,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

값 12,000원

7·8

Vol.13



인사의 말씀

『격월간 자치와 협동』으로 새롭게 다르게 시작합니다

『월간 자치와 협동』을 사랑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독자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지난 3ㆍ4월호 합본호를 내고 『월간 아젠다』를 『월 간 자치와 협동』으로 제호를 바꾸면서 “‘협동과 자치’

만 아직도 안정적 경영을 위한 자금이 부족한 상태입 니다. 출자금을 좀 더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 니다. “다음의 어려움은 예상한 것보다 독자가 많지 않았

는 우리시대의 시대정신이며 푯대입니다”라고 인사

기 때문입니다. 저희 책을 보신 독자들은 참 좋은 책

를 드렸습니다.

이고 잘 만든다고 평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매거진

이번에 다시 인사를 드리는 것은 『월간 자치와 협

시장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동』을 『격월간 자치와 협동』으로 바꾸기 때문입니다.

6월호로 12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1년 간의 정

『월간 아젠다』 3월호를 못 내고 3ㆍ4월호 합본을

기구독이 만료되고 재구독과 새로운 독자를 많이 모

<월간 자치와 협동>으로 제호를 바꿔 내면서 그 이유

셔야 되는 시기에 아직 제대로 홍보 선전하지 못하고

와 새로운 다짐을 아래와 같이 말씀 드렸습니다.

있습니다. 정기독자를 더 많이 모실 수 있도록 열심

“먼저, 재정상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시작할 때에

히 뛰겠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3년은 하자라는 마음으로 재정 준비 와 기획 준비를 했지만 특히, 재정에서 초기 어려움을

저희가 월간에서 격월간으로 발행주기를 바꾼 것

극복해 줄 조합원 출자의 부족이 결정적 어려움이었

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과 경영조건에 능동적으로 대

습니다.”

응하면서 『격월간 자치와 협동』을 중장기적으로 발

이후 5월호와 6월호를 내면서 직원 조합원들의 자

전시키려 하기 때문입니다. 잡지 출판과 단행본 출

발적 출자와 투자 조합원들의 헌신적 출자로 일부 부

판, 출판 인쇄 기획 등 사업을 보다 다변화하여 상호

채를 안고 부족하지만 책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

시너지 경영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한 번 지난봄에 한 반성과 다짐을 전합니다. 먼저, 『격월간 자치와 협동』을 몇몇 조합원의 소유 에서 다중의 독자가 소유하고 만드는 매거진으로 거 듭나겠습니다.

습니다. 끝으로, 『격월간 자치와 협동』은 ‘자치와 협동’ 참 여자들의 네트워크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자치와 협동’에 참여하는 현장의 개인이나 소모임

협동조합 출판사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100

과 포럼, 협동조합과 공동체, 사회적경제 기업과 중

만 원(1구좌 10만 원, 10좌 이상 출자) 이상 출자하

간지원조직, 지역에서 주민참여와 주민자치활동을

고 우리의 뜻에 함께하는 많은 분들에게 조합원으로

하는 참여자들이 『격월간 자치와 협동』을 통하여 서

참여할 수 있도록 조합을 개방하고 공개 운영하겠습

로 접속하고 성숙하는 협동 생태장이 되겠습니다.

니다. 또한 10만 원(1구좌 이상 출자) 이상 출자자에 게는 준조합원으로서 조합에 의견개진의 참여와 시

협동조합 5,000개 시대가 됐습니다.

민기자가 될 수 있도록 하여 다중이 소유하고 만드는

경쟁에서 협동의 시대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대중 매거진이 되겠습니다.

생활현장과 생산현장에서 스스로 주인이 되는 자

다음으로, 『격월간 자치와 협동』의 기치와 성격 을 ‘자치와 협동’의 매거진으로 보다 분명히 하겠습 니다. 내용과 형식을 일치시켜 『격월간 자치와 협동』이 라는 제호로 변경하고, 전국 지역과 마을에서 우리

치의 시대입니다. ‘협동과 자치’는 우리시대의 시대정신이며 푯대입 니다. 『격월간 자치와 협동』과 함께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사회를 ‘자치와 협동’의 사회로 일구고 계시는 분들 의 뜻과 생각을 모으고 나누는 매거진 공동체가 되겠

양홍관(본지 발행인)


[이 달의 그림]

1

2

3

1 어머니 비나리. 테라코타 2 어머니의 통곡

5

3 어머니의 기도

● 김봉준 작, 조각, 2014년.


어머니 비나리

김봉준

어머니가 길에서 울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잊힐 리 없는 자식 잃은 슬픔을 견디며 길에서 서명도 받고 노숙하고 급기야는 단식까지 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수십 년 관피아 적폐를 고치겠다며 조사권 기소권도 없는 특별법은 안된다며 350만 국민이 서명한 특별법 세워 달라고 거대한 권력 앞에서 숨죽여 통곡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자식 잃은 어머니는 기도합니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불안사회 오지 말라고 비록 내 자식은 죽었어도 미래는 부디 안전한 나라에서 살게 해달라고 어머니는 국민을 대신해서 기도합니다. 곡기를 끊으며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나를 대신해서 내 가족을 대신해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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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bi-monthly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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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의 말씀 _ 양홍관

4

이달의 그림 _ 김봉준

2014. 7·8. vol.13

자치와협동 포커스 10 사회적경제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_ 남성운 14 사회적경제, 지방자치 민관협력 시대를 열다 _ 황세원

지역에서 희망꽃을 찾다 - 강원 인제군 18 대담 : 세계 유일 생명특별도시, 하늘내린 인제 - 이순선 강원 인제군수 _ 양홍관

23 대한민국 하나뿐인 생명특별도시 - ‘세계산림엑스포’ 유치 예정 _ 남성운

26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레포츠 천국 - 아시아 최고 레초프 관광특구를 향해 _ 남성운

28 “문화와 교육, 그리고 복지를 잡아라” - 살기 좋은 인제 만들기 프로젝트 _ 남성운

특집 : 사회적경제의 오늘과 내일 - 강원도편 38 대담 : “협동과 자치의 시대, 강원도가 앞장서겠습니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 인터뷰 _ 양홍관

44 강원도 사회적경제 돌아보기와 내다보기 _ 이강익 48 강원도 협동조합의 현황과 전망 _ 김선기 52 시ㆍ군 단위 사회적경제 조직이 강원도의 힘 _ 지경배 54 강원도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한 제언 _ 윤정열 56 ‘강원곳간’ 애용을 시민운동으로 펼쳐 나가야 _ 이강익

31 생명과 평화가 강 같이 흐르는 세상 -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이 내딛는 발걸음들 _ 남성운

이슈&아젠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를 진단한다”

59 [강연]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를 진단한다 _ 김호기 64 [기조 연설] 새로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_ 손학규

68 [화두 제시] 국가혁신과 인간국가 건설의 모색 _ 박명림 72 [토론 1] “관료집단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_ 남성운

75 [토론문 1] 세월호와 지방선거, 그리고 진보의 길_ 하승수 78 [토론문 2]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_ 이태호 83 [토론 2] 풀뿌리 공동체가 살아나야 _ 남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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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와협동 인터뷰 86 “새 희망, 새 각오! 민선 6기 출발합니다!” -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_ 양홍관

기획 91 지자체장 의지,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영향 _ 김기태

협동조합 탐방 96 지역 협동조합 신문의 유쾌하고 짜릿한 실험 - 콩나물신문협동조합 _ 김인수

101 길이 없으면 스스로 만든다, 우리 딸들을 위해! -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 _ 황세원

마을이 세계다 116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이어가는 사람 중심의 세계 - ‘일촌공동체’의 마을 이야기(1) _ 정석구

120 도시재생의 새로운 구상 - 전주 도시재생 2.0, 변화의 시나리오 _ 류태희

사회적경제 통신 106 공동체 희망으로 노동자 행복을 만들자 - 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 기업, 우진교통

특별 기고 122 순환경제와 협동조합에 대한 모색 _ 이승무

109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꿈꾸다 -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112 놀이로 배우는 협동조합의 원리 - 렛츠쿱 2 _ 김희태

자치와협동 인문교실

114 학생들을 위한 학교협동조합 교육

126 위험한 언어, 위험한 사상 : 에스페란토와 아나키즘

- 대학생협 멘토링 활동 _ 정미선

- 평화ㆍ평등ㆍ희망의 언어 에스페란토 _ 정지창

자치와협동 건강칼럼 134 여름철, 자외선 차단으로 피부암을 예방하자 - 느티나무 주치의와 함께 무더위 이겨내기 _ 박지선

협동조합 소식 138 협동조합 소식 - 일꿈협동조합, 바른음원협동조합 등 • 2014.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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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monthly magazine

고문

이수영 박종렬 정동익 제정호

자문위원

이강하 임진택 정우량 박철원

2014.7·8. vol.13

발행인 겸 편집인 양홍관 기획위원

김기완 방용승 손훈모 송재영 신광철 신호창 이성수 이순희 임승철

편집위원

김인수 남성운

편집디자인

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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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원고를 받습니다 본지에서 원고에 뜻 있는 분들의 글을 기다립 니다. 자치단체, 협동조합 등 자치와협동 관련 해서 공유하고 싶은 정보 및 함께 하고 싶은 글 이 있다면 이메일을 통해 원고를 보내주세요. 이메일 admin@agenda.or.kr 문의 070-408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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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와협동 포커스

사회적경제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제92회 세계협동조합의 날 맞아 행사 풍성 글 남성운(본지 기자) | 사진 남성운, 배경희(본지 디자인팀장)

청년 여러분 힘내요!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만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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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회 세계협동조합의 날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행 사가 7월 첫 주말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다. 남양주시처 럼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행사를 주최한 곳도 있었으며, 서울시와 경상남도처럼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 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 여러 주체가 공동으로 행사 를 기획, 제법 규모 있게 행사를 치른 곳도 있었다. 다채로운 행사 전국에서 국제협동조합의 날(International Day of Cooperatives) 은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1923년 매년 7월 첫째 주 토요일을 국제협동조합의 날로 지정, 그 때부터 각 국가 에서 이 날을 국제협동조합의 날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2014 남양주시 협동조합의 날 즐거운 협동의 판, FUN!!’이라는 행사를 주관한 남양주시 협동조합협의회 는 관내 전철역 여러 곳에서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를 홍보하는데 힘을 쏟았으며, 협동조합을 통해 생산·유통 되는 생산품을 알리기 위해 남양주시와 더불어 협동조합 장터도 운영했다. 경남은 세미나 등 학술적인 면에 좀 더 무게를 두었다. 도는 7월 4일부터 5일까지 열린 ‘No 1, 경남 사회적경제 한마당’ 행사를 통해 ‘사회적경제 시장 개척 및 내부시장 활성화에 대한 세미나’와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을 위한 특강’ 등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그간 논의 돼 온 여러 의제 를 시민들에게 소개했으며, 도내 사회적경제 분야 30여 개 주체가 참여하는 미니 박람회도 개최했다. 이외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전북, 충북, 거창군, 순 천시, 성남시, 의정부시 등 광역·기초 다수 지자체와 한 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협동조합협의회, 국회협동조 합활성화포럼 등 여러 기관·단체도 세계협동조합의 날 을 맞아 7월 첫 주말을 사회적경제 주간으로 선포하고

‘2014 서울 사회적경제한마당’ 이모저모

이를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서울 사회적경제한마당 특별하게

합한 것이다. 대회 조직위는 행사 기간도 아예 7월 1일부

특히 서울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

터 5일까지 7월 첫 주를 모두 행사 기간으로 잡았다. 행사기간 내내 서울시청 신청사 1층 로비에서는 사회

사회적경제한마당’이라는 연합 행사를 기획했다. 그 동

적경제 분야 전시회와 사회적경제에 참여하고 싶은 시민

안 협동조합 등 각 단위 별로 나눠 행사를 치르던 것을 통

들이 어떻게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지 안내하는 상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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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등 사회적경제의 모든 주체가 의기 투합, ‘2014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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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됐다.

히 해 보자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일감은 쉽게 들어오지

본격적인 행사는 2일부터 진행됐다. 사회적경제 주체

않았다. 조합을 만든 때가 한창 한파가 몰아치던 동절기

들이 서로 교류하고 정보도 나누는 「협동조합, 협동조합

다 보니 집수리 관련 건축경기가 좋을 리가 없었다. 이들

을 만나다」 행사는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렸다. 행사에

은 1인 1표 주의라는 다소 생소한 협동조합 원칙에 적응

참여한 협동조합은 건축그룹협동조합 ‘ARCO’, 한국미

해 가면서 당장 생계를 위해 어떻게 돈을 벌지 고군분투

용건강경영인협동조합, 집수리협동조합, 한국IT개발자

했다.

협동조합 ‘KODEC’, 강북행복한돌봄협동조합, 퀵기사

이들은 열심히 영업도 하면서 지역봉사도 게을리 하지

협동조합, 장례협동조합, 로카피스협동조합, 대한우수

않았다. 사회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과 사회적 목적

소상공인판매협동조합 등으로 이들은 협동조합을 운영

사업에 수익금을 환원한다는 공익정신이 설립취지였기

하면서 느낀 여러 실전 경험을 서로 나누었다.

때문이다. 다행히 1월 중순부터 일감이 들어오기 시작했 다. 조합원들도 힘을 내 더 열심히 집수리를 해 나갔다.

역경 이기고 안정화 궤도, 집수리협동조합

“어르신 댁에 도배, 장판 봉사에서 형광등 갈아주기,

집수리협동조합의 맹만조 대표이사는 협동조합을 만

세면대가 고장이 나면 고쳐주었습니다. 그리고 중앙 자

들기 위해 사람을 모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원봉사센터 내 안심봉사단에도 들어가서도 매달 두 번씩

털어놨다. 협동조합에 대해 설명하면 뜻은 좋은데 그것

저소득층 가정을 돌면서 도배장판에서 페인트, 수도꼭

이 되겠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경우도 있었고, 협

지 고쳐주기 등 집수리 내에서 할 수 있는 봉사를 다 했습

동조합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니다. 지역 내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서 봉사활동을 하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다 보니 여기저기서 일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습니

하지만 맹 대표는 인내심을 가지고 한 사람 한 사람 집 수리 관련 전문가들을 설득해 결국 6명의 조합원을 모집

다.” 이렇게 집수리협동조합은 가장 어렵다는 사업 초기 를 극복하고 있었다.

했다. “창호전문가와 건축사, 도배 부자재 및 안정용품

맹 대표는 “정말 우리 집이라는 생각으로 꼼꼼히 잘 해

을 취급하는 물류 하는 사람, 도배사 그리고 컴퓨터에 능

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청 직원들이 집수리 해 준 사

하고 무슨 일이든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

람들로부터 전화로 칭찬을 들었나 봅니다. 이런 소식을

등 뜻을 같이 하는 사람 6명을 모아 창립총회도 하고 설

들을 때면 정말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더욱 분발해서 내

립신고도 했습니다. 큰일을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

년에는 사회적기업이 되려고 합니다.”라며, 집수리협동

습니다.”

조합이 그동안 걸어 온 길을 담담히 밝혔다.

이들은 사무실에 걸린 사업자등록증을 보고 한번 열심 포럼 등 학술회의 풍성 같은 날 조계사에서는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을 위한 제 34회 포럼’이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주최로 열렸다. 먼저 「영국 코퍼라티브 그룹의 위기와 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보고회가 열렸으며, 이어서 ‘파고르 가전 파산을 어 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이 토론회는 810만 명의 소비자 조합원과 127개의 회 원생협, 직원 규모만도 9만 명에 이르는 역사 150년의 영국 코퍼라티브 그룹이 최근 천문학적인 액수의 적자를 집수리협동조합 맹만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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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며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과 스페인 몬드라곤협동


제92회 세계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에서 박원순 시장이 공동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조합그룹(CM 또는 MCC)의 창설 협동조합인 파고르 가

들은 정부의 탈 스펙 채용정책이 기업 현장에서 제대로

전이 지난해 10월 산세바스티안 상업재판소에 청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겉으로는 정부의 탈 스

산) 절차를 신청한 것에 대한 토론 공간이었다.

펙 정책에 따라 기업이 보조를 맞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3일에는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사회적경제 주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간 기념 민관 토론회가 개최됐으며, 같은 날 은평구청 대

이들은 불분명한 스펙으로 구직자를 평가하는 기업과

회의실에서는 1, 2인 가구 청년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

본인의 적성도 모른 채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청년, 그리

한 주택임대사업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고 실무능력을 검증하는 근본적인 취업정책이 전무한 상

이어 4일과 5일에도 각각 정해진 행사가 열렸다. 4일

태에서 실효 없는 취업정책을 양산하고 있는 정부, 모두

에는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국내외 협동조합교육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이 산출한 자료에

의 현황과 전망을 다루는 토론회가 열렸으며, 5일에는

따르면 청년 1인당 취업 스펙을 갖추기 위해 지출하는

농협중앙회 대강당 로비특설센터에서 협동조합을 위한

돈은 무려 4,269만 원에 달한다.

정책금융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청계광장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계륜 국회 의원,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송경용 이사장, 서울사

요모조모 알뜰한 사회적경제 한마당

회적기업협의회 변형석 공동대표, 서울지역협동조합협

사회적경제 관련 행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홍보체험

의회 임정빈 상임대표, 서울시마을기업연합회 김성섭

부스는 4일부터 5일까지 청계광장에서 운영됐다. 헌 자

대표, 서울지역자활센터협회 이수홍 회장, 일본노동자

전거를 수리해 다시 시중에 판매하는 자활센터 프로그램

협동조합연합회 실행위원회 이이누마 준코 씨 등 내빈이

이 눈길을 끌었으며, 장례협동조합이 기획한 수 분간 실

참석한 가운데 제92회 세계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이 열

제 관에 누워보는 입관 체험도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

렸다.

했다.

‘2014 서울 사회적경제한마당’은 기념식에 이어 펼쳐 진 각종 공연과 일본 노동자협동조합(워커즈 코프)을 소

하는 협동조합 부스에는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

재로한 영화 ‘워커즈’ 상영을 끝으로 이날 밤 대단원의

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청년취업협동조합으로 이

막을 내렸다.

• 2014. 7·8

의류를 재활용해서 만든 가방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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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와협동 포커스

사회적경제, 지방자치 민관협력 시대를 열다 - 7월 3일 사회적경제 주간 기념 민관토론회 현장 글 황세원(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홍보팀장) | 사진 이우기(사진가)

7월 3일 사회적경제 주간 기념 민관토론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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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6기 지방정부에 대한 사회적경제계의 기대가 어 느 때보다 높다. 지방선거 이전에 이미 전국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 실천협의회를 통해 사회적경제 정책 공약 제 시와 실천 약속이 이뤄지기도 했고, 여당에서도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발의하고 있는 등의 정치적인 환경도 긍 정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 문제는 언제나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느냐다. 여건이 좋을 때 내부 마찰과 동력 부족으로 때를 놓치면 실망이 오히려 더 큰 법이기 때문이다. ​ 사회적경제 네 민간 협의회가 주최 이런 가운데 서울 사회적경제 한마당 기간을 맞아 ‘사 회적경제, 지방자치 민관협력시대를 열다’는 주제의 토 론회가 열렸다. 7월3일 오전 10시 서울 정동 환경재단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은애 센터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이 토론회는 사전 서울사회적기 업협의회, 서울마을기업협의회(준), 서울광역자활센터,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등 사회적경제의 네 주체의 서

감액된 예산으로 227% 커진 현장 조직을 지원하면서 이

울 지역 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라는 점에서도

뤄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의미를 가진다.

​2014년 1월 말 기준으로 서울의 사회적경제 조직은

​임정빈 서울지역 협동조합협의회 대표는 “사람이 산

1,871개, 참여 인구는 약 30만 명에 달한다는 점도 소개

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필요 없는 시대를

했다. 특히 자활기업과 사회적기업에서 취약계층 고용 비

우리는 살고 있다”고 화두를 던지면서 “개인이 노력해도

율이 57%로 높은 한편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에는 전문직

스스로의 힘만으로 살 수 없는 이 시대에 국가와 행정은

은퇴자 및 경력단절 여성의 참여가 증가 추세라고 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가치관을 지킬 수 있게 해 줘야

​생활협동조합을 포함한 서울 소재 사회적경제 조직들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를 시혜로 생각할 것이 아니

의 경제적 성과는 2013년 말 기준으로 자본금 1,600억

라 당연한 의무로 여기고 그것이 아니면 존재 의미가 없

여 원, 영업매출 약 6,000억 원 정도에 달한 것으로 추정

다는 생각으로 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되며 사회적기업의 창업 후 3년 생존율도 64.6%로 건전

​ “서울,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이 센터장은 전했다. ​이밖에도 부문ㆍ업종ㆍ섹터 간 협동화 사업, 업종 리

이어서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은애 센터장이

더에 의한 후배기업 피어컨설팅, 사회적경제 기업 간 상

‘사회적경제 도시 서울,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라는 주

호거래 등도 활성화됐으며, 자치구 단위의 사회적경제

제로 첫 발제를 했다.

생태계도 조성돼가고 있다고. 그런 한편 ‘융합형 인재의 부족’, ‘기금과 배송물류망,

협동경제 기반구축 및 민관 협력, 커뮤니티 공유 자산 형

공동생산기지 등 공유형 경제기반 취약’, ‘시민 수요에

성을 주축으로 하는 생태계 조성 전략’을 목표로 협동공

기반한 전략 사업 합의 부족’, ‘중소기업 인프라 연계 등

간 조성, 기본 조례 제정, 공공구매 확대(2013년 507억

활용 부족’, ‘사회투자펀드 운용 미흡’ 등은 민선 6기에

원) 등을 진행해 왔다면서 이 센터장은 “이전보다 31%

개선돼야 할 한계로 꼽았다.

• 2014. 7·8

서울시가 지난 민선 5기 때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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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행복하고 안전과 문화가 있는 서울

면 회의, 교육, 토론회 등이 많다보니 ‘간접지원이 아니

이 센터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난 지방선거 공약을

라 간접괴롭힘’이라는 농담도 나온다”면서 직접지원 없

토대로, 민선 6기 서울시의 비전을 분석했다. ‘사람’과 ‘행 복’을 중심으로 ‘안전’과 ‘창조’, ‘환경’과 ‘문화’를 핵심

또, “특정 제도가 깊이 발전하는 것 같지만 한국 사회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곧 사람(복지ㆍ청년ㆍ여

전체로 보면 아직 ‘듣보잡’인 경우가 많다”면서 “전국적,

성ㆍ베이비부머), 안전(교통ㆍ주거), 친환경(에너지ㆍ환

지역적 확산은 아직도 약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ㆍ공기), 문화(대중화)를 통한 창조경제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설이다.

또 정부 정책들을 보면 사회적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에서 나왔다기보다는 개별 정책 목표에 사회적경제

구체적으로는 창조경제 거점 육성, 4대 경제 특구 도

를 접목하는 방식일 뿐이라는 점도 짚었다. 일자리 창출

입, 전통시장 다살림 프로젝트, 일자리 창출, 햇빛발전소

목표에 사회적기업을, 은퇴자와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

4만호 보급, 도시재생 기금 조성 등 정책마다 사회적경

협동조합을 넣는 식이라는 것이다.

제와의 연관성이 발견되고 있는데, 보다 다양하고 지역

김 소장은 한국 사회 전반의 거버넌스 문제에 이유가

밀착적인 사회적경제 조직의 참여와 활용이 필요하다고

있다면서 “국가의 통치는 과잉이고 비영리법인들과는 관

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계를 맺기 힘들고, 우리가 사회적경제라고 말하는 자활,

공약과 관련해서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 모델을 활

마을,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은 지역과 어떻게 관계를 맺

용하는 식이다.

을지 잘 모르기 때문에 분절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자치구 단위 공약은 2006년 분석과 비교할 때 질적인

사회적경제 예산이 법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고 공무원

향상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민선 5기 때는 총 14개 구

의 재량으로 편성되곤 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시장, 구청

에서 19개의 사회적경제 공약이 제시됐고 사회적기업

장과 만나는 회의에서는 긍정적으로 논의가 되더라도 실

육성 및 활성화 등 양적 확대 정책과 일자리 창출 정책으

제로 예산을 집행할 때는 서류의 문제로 진행이 안 되는

로 나타났었다. 민선 5기 때와 비교해서 이번에는 11개

경우가 그래서 나온다는 것이다.

구에서 18개 공약이 제시돼 양적으로는 줄었지만 자치 구 당 공약 수는 증가하고 내용도 다양해졌다고 이 센터 장은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서울시에 ‘신규 정책 7선’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직 유형에 기초한 지원을 사회혁신 미션 유형에

김 소장은 “이런 거버넌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민사 회를 넘어서는 더 큰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민선 5기 성과, 모범적” 민선 5기 사회적경제 성과에 대해 김 소장은 “모범적”

따른 지원으로 대폭 재편할 것’, ‘사회적경제 특구에 대

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혁신 파크에 많은 외국 기관과 연

한 최소 5년 이상 집중 지원’, ‘커뮤니티 공유자산 조성

구자들이 찾아오는 등 특정 부분에서는 ‘세계적 모범’도

지원’, ‘시민 체감도 높은 전략 과제 사회적경제 집중 육

갖추게 됐다면서 “특히 사회적경제의 민·관 거버넌스는

성’, ‘사회적경제 공제조합 육성’, ‘서울형 창조경제 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했다.

러스터 구축시 사회적경제와 연계’ 등이다.

​그러나 더 발전해가야 하며, 정부와 수평적 파트너십

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간은 열정과 헌신, 경험, 그리고

간접지원이 아니라 간접 괴롭힘?

네트워크 역량을 갖추고 키워 나가야 한다고 김 소장은

​이어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이 ‘사회적경

말했다. 아울러 공무원들도 전 부서와 행정 체계를 통합

제 활성화와 민관 거버넌스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발

해서 사회적경제를 이해하고 협력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제를 했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먼저 “사회적경제 현장 활동가들을 만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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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간접지원만 많은 현 정책 기조를 꼬집었다.

​토론이 진행되기 전, 서울시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송


의회 사무총장 자격으로도 참석했다”고 스스로를 소개 하면서, 이 협의회에 현재는 기초단체 27개가 참여했고 앞으로 여당 단체장 등을 포함해 회원이 대폭 확대될 것 이라고 전했다. ​민선 6기의 비전에 대해 김 구청장은 “이제 ‘마을민주주 의 시대’다”라면서 “정치는 마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에 따라 성 북구는 민선 6기 기간 동안 ‘마을민주주의 4개년 계획’을 실천해 나가겠다면서 “대의제 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가 함께 굴러가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가 확장돼 가는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경용 이사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송 이사장은 “이미 민관

“지역에 뿌리 내리는 방법 고민해야”

협력 시대는 열려 있다”면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

​이밖에 윤연옥 서울광역자활센터장은 “더디더라도

라 쪽문이 될지, 대문이 될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아

지역 역량 발굴이 모자라는 곳을 꾸준히 지원해서 키워

울러 “사회적경제는 공공 영역과의 올바른 협력 없이는

야 한다”, “자치구 단위 통합지원센터 구축은 신중할 필

건강하게 발전하기 어렵다”면서 “창조적 긴장관계를 유

요가 있다” 등 의견을 제시했으며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

지하면서 민과 관이 협력하고 서로를 이끌어주기를 바란

동체종합지원센터는 “마을이 잘 돼야 사회적경제가 잘

다”고 당부했다.

된다”면서 “사회적경제는 공공에서 지원받아 구축한 시

스템으로 지역에 어떻게 뿌리를 내릴지에 대한 문제를

​“새로운 종류의 거버넌스 실험 필요”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 토론자인 변형석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대표는 서

​김종욱 서울시의원은 “관을 바꾸려면 여러분이 구의

울시의 민관 정책협의회 일원으로서 그동안 진행시켜 온

원, 시의원에 적극 출마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구의원,

민관 거버넌스의 성과를 설명했다. 2012년 민간이 관에

시의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정치를 적극 활용해

요청해 구성한 정책기획단이 서울시 사회적경제과와 함

야 사회적경제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께 2013년 사회적경제 정책 설계 및 예산 수립을 했으

​이 토론회는 홍보 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자리가 없

며, 2013년에 와서는 희망경제위원회 산하 사회적경제

어 돌아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을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분과와 같은 공식적인 거버넌스와 민관 정책협의회라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과, 지방정부의 정책 지원에 대

실행 단위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한 관심이 그 정도로 밀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새로운 종류의 거버넌스 실험이 필요한 때”라면

​토론이 끝난 후 이 센터장은 “마을과 계층, 정치의 원

서 변 대표는 “민관정책협의회가 실행력과 실행력을 가

리 등 가운데서 사회적경제가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를

지지는 못한 문제, 서울시 내에서 여러 사회정책들이 맞

만들면서 그 안의 구체적 조직의 성장을 본격적으로 고

물려 돌아가지 않고 부서 간 장벽을 넘지 못 한 문제, 사

민해야 하겠다”고 정리했으며 김 소장도 “다양한 방식을

회적기업과 마을, 자활 중간지원조직 등 민민 거버넌스

고민하되 끝가지 끊을 놓지 말고, 지역으로 더 넓게 나가

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그림을 그리지 못한 한계를

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자리였다”는 소감을 전하며 토론

넘어서야 하겠다”고 말했다.

회를 마무리했다. * ​ ​ 이 글은 서울시사회적경제소식지 <세모편지>에도 실렸습니다.

• 2014. 7·8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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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희망꽃을 찾다] 강원 인제군 - ➊대담

세계 유일 생명특별도시, 하늘내린 인제 - 이순선 강원 인제군수

대담 양홍관(본지 발행인) 사진 남성운(본지 기자), 인제군청 일시 2014년 7월 24일 오후 2시 장소 인제군수 집무실

약력 · 1998년 인제군 기획감사실장, 자치행정과장 · 2010년 민선 5기 인제군수 ·2014년 민선 6기 인제군수 ·www.facebook.com/isun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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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관 : 먼저 재선을 축하드립니다. 군민께 축하인사 바

에서 세계무대로 옮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

랍니다.

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유엔대학 RCE(Regional Center of Expertise, UN 지

이순선 :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민선 6기 군

속가능발전교육센터) 인증, 평생교육도시 인증, 빙어축

정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군민들이 성원을 보내주신 데

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세계겨울도시 시장회의’ 가입

대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등의 성과로 대외적으로 인제군의 입지가 높아졌다고

지난 6. 4 지방선거로 제가 인제군 5번째 군수이며, 16

생각됩니다.

년 만에 재선 군수가 되어 7월 1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

이와 함께 행정 내부적으로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

적인 민선 6기를 시작했습니다. 군민들께서 그동안 추

서 전국 2위, 사회의 질 지수에서 군 단위 5위, 지역문화

진해 왔던 사업을 지속적으로 잘 추진하라고 기회를 주

지수 군 단위 6위 등 모두 10개 군정 성과 지표로 방증

신 것 같아서 군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할 수 있는 군정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민선 5기 군정에

드리며 최선을 다해 군정을 이끌 것을 다짐합니다.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10여 년 동안 추진했던 인제

대한민국 생명특별군

군의 역점 사업이었던 인제 오토테마파크를 지난해 5월

양홍관 : 지난 민선 5기 인제군정을 스스로 어떤 평가를

준공했으나, 인제 스피디움 정상화를 보다 이른 시간에

내리는지요? 자랑스런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나눠서 말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씀해 주십시오.

물론 지금은 모든 문제들이 해결돼 지난 7월 18일부터 3일간 아시안르망시리즈 세계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

이순선 : 무엇보다 우리 인제군정의 공간 범위를 한반도

• 2014. 7·8

인제군청 전경

하는 등 정상화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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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함께하고 나누는 즐거움 - 평생학습 양홍관 : 평생학습도시의 목표와 구체적 사업 계획은 어 떠신지요. 이순선 : 인제군 평생학습도시는 ‘배우는 즐거움, 함께하 는 즐거움, 나누는 즐거움’을 비전으로 삼고, 학습을 통 해 내가 발전하고,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해 마을이 변 화하고,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우리가 변화함으로써 인 제군 발전을 견인하자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014년 사업 계획은 첫째, 작은마을 행복-리 센터 지원 대담하는 이순선 인제군수

사업, 배달강좌제 등 찾아가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통 해 원거리 학습자들도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 써 소외됨 없는 평생학습 여건을 마련하여 언제, 어디서

좀 더 일찍 해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나, 누구나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둘째, 시대적 아픔으로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에게는 성

양홍관 : 세계유일 생명특별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

인 문예교육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시도록 하고, 활기찬

셨습니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말씀해 주십시오.

노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노인 목공예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인문제는 노인 스스로 해결하기

이순선 : 저는 지난 민선 5기 때부터 ‘평화ㆍ생명’을 기본

위한 프로젝트인 웰다잉, 웰빙 교육도 하고 있어요.

철학으로 하는 군정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번 6기에는 그

셋째, 한림성심대학교ㆍ동국대학교ㆍ서울대학교 등 우

부분을 더 업그레이드하고 부분별로 사업을 구체화해서

수 대학과의 협약을 통해 대학의 우수한 강사를 활용한

그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 할 계획입니다.

맞춤형 취ㆍ창업연계 교육을 운영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인제군은 DMZ와 백두대간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군

및 학습형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입니다. 설악산국립공원의 65%가 인제군인데, 점봉

넷째,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습자를 중심으로 학습동아

산ㆍ방태산 등 산림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곳에 있

리를 구성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스스로 학습할 수

는 생태환경이 전국적으로 어느 자치단체에도 뒤지지

있는 학습동아리들을 육성ㆍ지원할 것입니다.

않는 곳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인제군은 우제류(偶蹄類, 발굽이 짝수 개

강원도 사회적경제 선도군

인 동물로, 소ㆍ양ㆍ기린 등) 복원사업, 설악산 생태탐

양홍관 : 사회적기업 및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

방 시설, 국립생물자원관 인제분원 등을 적극적으로 유

제 현황과 전망은 어떠신가요?

치를 해서 생태환경과 관련된 관광을 인제에 와서 보실 수 있고 가족단위로 체험하실 수 있는 제2의 관광산업

이순선 : 2008년부터 12세기 상업자본주의에서 시작하

으로 육성하여 인간과 생태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

여 21세기 신자본주의까지 꾸준히 변화되었던 자본주

한민국의 생명특별군’을 만들도록 할 계획입니다.

의의 경제를 보완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사회적 경제라는 발전 모델이 등장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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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은 삶의 질 증진, 빈곤 소외 극복 등 공공의 이익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협력과 호혜를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생산, 소비, 분 배, 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제시스템을 의미한다고 봅니 다. 사회적기업ㆍ마을기업ㆍ협동조합이 이러한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는 조직이고요. 인제군에는 사회적기업 이 10개, 마을기업이 6개, 협동조합이 11개로 강원도 18개 시ㆍ군 가운데 여섯 번째로, 군 단위에서는 첫 번 째로 조직수가 많은 군입니다. 인제군은 이 같은 사회적경제 실현을 위한 조직들을 제

제16회 인제군 빙어축제

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인제군 사회적 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ㆍ공포했고, 사 회적경제에 대한 군민의 이해를 돕고자 7주 동안 사회 적경제 아카데미 교육과 협동조합 설명회를 개최했습 니다. 올해에는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어 각종 사회적경제 조 직 발굴, 맞춤형 컨설팅 실시, 각종 지원사업 개발 등을 시행하기 위하여 ‘인제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제군은 인적이나 물적으로 타 시ㆍ군에 비해 많이 열 악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사회적경제 실현으로

카약을 즐기는 관광객들

지역 발전을 이루려는 노력을 발 빠르게 해왔으며, 앞으 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그

먼저, 함께하는 희망복지는 진정한 참여와 나눔 복지를

래서 인제군을 사회적경제 시범도시, 사회적경제 발전

실현하기 위하여 사회복지기금 운영확대, 독거노인 응

선도군으로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급안전 돌보미 사업, 교통약자 이동편의를 위한 특별교 통수단 도입, 장애인 종합복지관 건립, 인제읍 청소년

잘살고 행복한 평화생명의 터전

문화의집 설치 등이고요.

양홍관 : 민선 6기 인제군의 중점사업을 사업별로 말씀

둘째, 풍요로운 지역경제는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 주십시오.

모터스포츠 클러스터 육성 등 신성장동력 사업 추진으 로 인제의 미래를 준비하고, 지역맞춤형 일자리사업 지 속창출, 국도 31호선 교통인프라구축, 귀둔농공단지 조

평화생명의 터전, 인제”입니다. 함께하는 희망복지, 풍

성,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상남군인아파트

요로운 지역경제, 살기좋은 생태농촌, 느낌최고 모험관

조기 신축 등을 추진합니다.

광, 주민만족 생활행정을 군정목표로 민선 6기를 이끌

셋째, 살기 좋은 생태농촌은 전국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어 나갈 것입니다.

이름을 얻고 있는 인제군의 이미지를 밝히고, 그곳에서

• 2014. 7·8

이순선 : 인제군 민선 6기 군정 구호는 “잘살고 행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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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되는 먹거리를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고품질 농산

현장 중심의 재난시스템 구축으로 무엇보다도 안전한

물로 생산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하여 「인제

인제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평생교육 지원

군 농업ㆍ농촌 발전에 관한 지원 조례」 제정, 인제 5대

확대(행복-리 센터 운영), 지속가능발전 행복인제 실현,

명품 육성 및 축제 개최, 함께 잘사는 희망마을 만들기,

신규 소각시설 설치, 기린ㆍ상남 통합상수도시설 설치,

선도산림 경영단지 조성, 인제명품오미자 생산클러스

인제문화원 신축 등을 추진할 것입니다.

터 육성 등을 할 것입니다. 넷째, 느낌최고 모험관광사업은 산림과 생태환경 등 천

양홍관 : 세계유일, 생명특별도시 인제! 말씀만 들어도

혜의 자연자원과 관광산업을 융합하여 인제군을 대한

기대가 큽니다. 끝으로 인제군민께 드리고 싶은 말씀을

민국 생명특별군으로 육성하고, 기존 공급자 중심의 관

해주십시오.

광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시켜 관광객이 머무르는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오토테마

이순선 : 이제 대망의 민선 6기 인제군정 출범을 했습니

파크 본격 운영 및 아이윈(I Win) 프로젝트 추진(모터

다. 그동안 이런저런 갈등 때문에 반목하고 있었다면 이

스포츠 클러스터 조성 및 메이저 국제자동차대회 개최

기회에 다 털어 버리고 새로운 인제군 발전을 위해 함께

등), 산림복지단지 조성, 멸종위기 우제류 복원사업 추

노력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진(우제류 복원 종합센터 설치), 국립생물자원관 유치,

우리 군민들이 힘을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

홀로세생태연구소 이전 등을 추진할 것입니다.

을 다해서 우리 인제군이 정말 잘 살고 발전하는 곳이 될

끝으로, 주민만족 생활행정은 주민을 기초로 하는 지방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자치에서 행정의 최대 고객인 주민이 만족할 수 있도록

인제군은 하나가 돼서 새로운 인제, 살기 좋은 인제를 함

신뢰행정을 펼침으로써 행정과 주민이 통합되는 개념,

께 만들어 가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하나 되는 개념을 도입하여 지방자치 기본에 충실하고,

인제 스피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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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희망꽃을 찾다] 강원 인제군 - ➋

인제의 자작나무 숲

대한민국 하나뿐인 생명특별도시 ‘세계산림엑스포’ 유치 예정 글 남성운(본지 기자) | 사진 인제군

“인제군을 세계에서 유일한 생명특별도시로 만들겠습

까? 이런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니다.” 민선 6기에 당선된 이순선 인제군수가 취임식 때 선언한 말이다.

산림·생태·환경 어우러지는 특별관광도시 하지만 이 군수는 취임사에서 생명특별도시를 아주 명

는 단어가 관념적인 데다 ‘특별’이라는 꾸밈말도 생명이

쾌하게 정리했다. “산림과 생태 그리고 환경이 어우러지

란 말에 붙을 경우 철학적인 사유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는 관광산업을 육성해서 대한민국의 하나뿐인 생명특별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이 특별한 도시란 어떤 도시일

군을 만들겠습니다.”

• 2014. 7·8

생명특별도시? 한 번에 와 닿는 말은 아니다. 생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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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인제군이 가지고 있는 자연자원을 최대한 활

런 시각이 반영된 것이 생명특별도시라고 할 수 있다.

용해 인제군이 잘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청옥

인제군은 원래 한반도에 서식했지만, 지금은 멸종된

빛 계곡 물, 수려한 산세, 우거진 수풀 등 인제가 자랑하

대륙 꽃사슴을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10년 동안 추

는 천혜의 환경은 DMZ 등 분단의 영향으로 보존된 것들

진하고 있다. 몸집이 크고 빼어난 한국형 꽃사슴을 설악

이다.

산 기슭과 백두대간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

그러나 인제군은 이런 지리적 한계 때문에 그동안 수

부를 가진 것이다.

많은 고충을 겪어 왔다. 자연환경보전지역, 국립공원보

그리고 인제군은 우리나라 동식물의 종과 표본, 유전

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법 등 개발제

자를 보관하는 국립생물자원관도 인제에 유치한다는 계

한구역이 넓게 퍼져 있어서 지역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획을 세워 놓았다. 또 곤충복원을 위한 서식지 외 보전기

않았다.

관으로는 세계최초인 환경부 산하 (사)홀로세생태보존 연구소도 유치할 계획을 하고 있다.

백두대간·DMZ 모두 인제의 소중한 자원 하지만 인제군은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래 주어 진 환경이 이렇다면 오히려 이것을 십분 활용해 남들보

인제군의 생명특별도시는 자연자원을 활용해 인제의

다 더 큰 성과를 내어보자! 분단 조국의 현주소가 인제에

살림살이를 좀 더 나아지게 한다는 궁극적 목적을 가지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이것도 의미 있게 활용해보자.’ 이

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이라는 부분에도 무게를 두고 있

겨울철 구조된 멸종위기 산양을 방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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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은 기본으로


소양강 둘레길을 걷고 있는 청년들

다. 자연자원을 활용해 관광산업을 한다는 것도 자연이

태양광 주택·사회적경제도 인제의 비전

훼손된 상태에선 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제군은 인제군 전 주택에 태양광 시설을 하겠

2012년 인제군은 UN 산하 UN대학으로부터 유엔지

다는 지속가능발전 실천방안도 마련했다. 예산확보 등

속가능발전교육지역전문센터(RCE)로 지정됐는데, 그

해결해야 할 요소들이 많지만 화석연료를 적게 쓰는 일

동안 평화와 생명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지속해 왔던 인

자체가 청정 인제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

제군 서화면 소재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을 RCE센터로

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정했다.

인제군은 지속가능 개념이 내재된 사회적경제 분야에

그동안 자연자원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에만 주안

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인제군에는 강원도 내

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사회, 경제, 환경 등 제반분야에서

18개 시군 가운데 6번째로 사회적경제 단체가 많다. 군

지속가능한 삶이 무엇인지, 각 지역 주체들과 연계해서

단위에서는 단연 으뜸이다. 인구 약 3만 3천 명의 인제군

인제의 20년 미래를 도모하겠다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에 무려 10개의 사회적기업과 6개의 마을기업, 11개의

인제군은 먼저 학교에서부터 이런 지속가능성을 타진

협동조합이 있다.

하고 있다. 교과교육과 재량교육에서 지속가능 개념의

한편 인제군은 산림복지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특별법

수업이 가능한지, 잔반 줄이기와 재활용품 분리수거, 자

이 제정되면, 인제군만의 특별한 산림복지단지를 조성

연환경 관리 등 학교생활 가운데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

해 세계적인 힐링 명소로 이름을 세계에 떨치겠다는 포

능한 노력이 어떤 것인지 일선 학교에 제안하고 있다.

부도 갖고 있다. 그리고 당장은 어려울 수 있지만 ‘세계 • 2014. 7·8

산림엑스포’도 유치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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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희망꽃을 찾다] 강원 인제군 - ➌

스릴넘치는 래프팅 장면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레포츠 천국 아시아 최고 레포츠 관광특구를 향해 글 남성운(본지 기자) | 사진 인제군

“와! 신난다!” 국내 최고 청정 하천에서 즐기는 짜릿한

변을 달려볼 수 있는 사륜오토바이 타기를 비롯하여 나

래프팅! 울퉁불퉁 얼음폭포 빙벽을 타고 오르는 스릴만

무와 계곡사이 설치된 와이어에 안전장구를 걸고 영화

점 암벽타기! 사시사철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인제

에서처럼 아래로 짜릿하게 활강하는 ‘짚-와이어’, 세계

군은 가히 모험 레포츠의 천국이다.

적으로 유명한 호주의 ‘번지빅’사로부터 기술이전을 받 아 국내 최대 높이로 만든 지상 63m 높이 번지점프,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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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레포츠의 천국

이 50m 지상에서 맨몸으로 그물망을 향해 수직낙하 하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힘차게 내린천(內麟川)

는 줄 없는 번지 점프 ‘스캐드 다이빙’, 쇠공을 타고 지상


에서 하늘로 갑자기 튀어 오르는 ‘슬링샷’ 등 인제군에는 국내 최초, 아시아 최초 수식어가 붙어 있는 신개념 레포 츠가 한 가득이다. 인제군이 이렇게 레저 스포츠 분야 관광산업에 집중하 2

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인제군 면적은 1,646km

로 서울시 면적의 1.7배다. 이 가운데 DMZ가 23km포 함돼 있고 향로봉, 전봉산, 곰배령, 방태산 등 백두대간 이 87km에 이른다. 흔히 설악산 국립공원이라고 하면 인제군과 인접해 있는 다른 시군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인제 오토테마파크 국제자동차경주장

기실 설악산 국립공원 면적의 65%가 인제군에 속해 있 다. 산림 면적은 인제군이 국내에서 가장 넓다. 이게 대

인트 볼 서바이벌 게임’은 페인트가 들어 있는 공을 총알

부분 국유림이고 보호·보존 지역이다. 게다가 인제군

삼아 상대에게 쏘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산악에서 진행되

은 소양호 최상류에 위치한 까닭에 수질 보호를 위해 규

는 게임과 지상에서 진행되는 게임으로 나눠져 있다. 특

제를 받고 있다. 그리고 군사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히 산악에서 즐기는 페인트 볼 게임은 청소년과 회사원

받는 제약도 만만치 않다. 산술적으로 규제 면적을 모두

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합하면 인제군 면적의 230%에 이를 정도다.

인제에서 제일 유명한 내린천 래프팅은 이제 모르는

인제군과 군민은 주어진 환경에 의기소침해 하기보다

국민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인제군은 여기에 한 단계

주어진 여건을 십분 활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무리 중

더 업그레이드된 ‘리버버깅’이라는, 새로운 급류 레포츠

복 규제로 묶여 있다고 하더라도 잘 먹고 잘 살아야 하지

관광상품을 출시했다. 뉴질랜드에서 개발한 ‘리버버그’

않겠는가라는 절실함과 이에 따른 의지가 군민을 단합

라는 기구를 몸에 착용한 뒤 래프팅을 즐기는 상품으로

하게 했다. 인제군과 군민들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

일반 래프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노 대신 팔과 다리를 활

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잘 활용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용해 래프팅을 한다는 점이다.

했다. 레포츠 전문가들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내놨고 군 민들도 이런 아이디어가 현장에 접목될 수 있도록 생각

국제규모 자동차경주 서킷 완비

을 보탰다. 물론 생각이 다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워

인제군은 레포츠 분야에서 가장 강력하고 화려한 스피

낙 오랫동안 각종규제로 경제활동이 어려웠던 터라 주민

드레이싱도 관광상품으로 내어 놓았다. 가족단위 관광

간 이해가 맞지 않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인제군과 군민

객들이 모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국제규모의 자동차

들은 화합의 길을 모색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국내 최

경주장은 물론 숙박시설까지 갖춰 놨다. 그리고 지난해

고, 아시아 최고의 새로운 레포츠 프로그램들이다.

에 이어 올해에도 ‘아시아 르망 시리즈’ 국제대회를 유치

인제군에는 ‘서든어택’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그대로

해 최근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예전에 인제군 하면 연상되는 것이 빙어축제와 래프팅

서든어택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게임 캐릭터 대신 내가

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외 최고의 모험 레포츠 프로

직접 들어가서 게임을 하는 색다른 밀리터리 서바이벌

그램들이 즐비하게 떠오른다. 세계 최고의 관광 천국을

게임이다. 인제군에 가면 또 다른 서바이벌 게임도 즐길

꿈꾸는 인제군은 오늘도 ‘거위의 꿈’을 위해 힘찬 날개

수 있다. 회사동료들과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페

짓을 하고 있다.

• 2014. 7·8

재현 해 놓은 세트가 있다. 가로세로 수 십 미터 공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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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희망꽃을 찾다] 강원 인제군 - ➍

인제군 평생학습축제, 주민자치박람회

“문화와 교육 그리고 복지를 잡아라” 살기 좋은 인제 만들기 프로젝트 글 남성운(본지 기자) | 사진 인제군

인제군 청사에는 “잘 살고 행복한 평화생명의 터전, 인

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회적으로는 치안이 제일 중요하

제”라는 표어가 붙어있다. 말대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며, 개인적으로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행

인류 공통의 소망이다. 천혜의 자연 조건 속에서 인제는

복한 삶의 조건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열심히 일한 뒤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했고 이 덕분에 경제적 도움을

얻어진 휴식을 되도록 유쾌하게 누리는 것일 것이다.

얻고 있다. 그리고 이런 방면에서 더욱 노력하고 있기 때 문에 경제적 상황은 날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문제가 해결됐다는 전제 하에 그 다음으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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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유치 등 문화 인프라 총력 먼저 인제군의 치안은 매우 안정적인 편이다. 「2012


년 인제군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인제군의 치안방

린과 최신형 7.1채널 돌비 서라운드 음향시스템이 갖춰

범환경에 보통 이상의 만족을 보이는 비율이 무려 80%

져 있다.

에 달했다. 그리고 건강에 대한 부분은 세대 간, 연령별 편차가 컸다. 다양한 의료기관이 절실하다는 의견은 연

청소년 예술교육·장학제도 으뜸

령대에 상관없이 공통된 바람으로 조사됐다.

인제군은 이외에도 학생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문화

인제의 인구는 약 3만3천으로 지리적 특성상 도회지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2011년에는 동아일보사가 농촌

인구 보다 현저히 적은 편이다. 여기에 군인 인구까지 합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마련한 ‘친구야 문화예술과 놀자,

치면 6만에 가까운 인구인데, 임지 이동을 하지 않는 부

나도 뮤지컬 스타’ 프로그램에 응모, ‘로미오와 줄리엣’

사관의 경우 가족과 함께 인제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다.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 한편을 보더라도 인근도시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이들을 답답하게 했다.

인제군은 상급학교 진학 시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농 촌지역의 전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선학교 지원

인제군은 군민 전체를 위해 영화관을 유치하기로 했

과 장학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학력신장 등 학

다. 하지만 영화관을 유치하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습환경 개선을 위해 인제군이 2012년 쏟아 부은 예산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인제군은 소위 눈물겨운 노력을 기

40억 원에 달한다. 인제군 자체 수입이 110여억 원인 것

울여 ‘CGV 찾아가는 영화관’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액수를 학교지원에 쓰고 있는

2012년 10월 개관한 ‘인제 하늘내린센터 Cinema by

것이다.

CGV’에는 3D입체영상을 상영할 수 있는 3D 실버스크

• 2014. 7·8

인제군 중국어 어학연수 수료식

인제의 장학제도는 두 가지로 구분 된다. 민간 재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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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하는 장학기금과 군이 마련하는 장학금이 그것이

제일 먼저 노인복지조례를 개정, 노인회 관계자들에게

다. 인제군은 아예 10여 년 전부터 「인제군장학회 설치

일정액의 경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노인회 관계자는 이

및 특별회계 운용 조례」를 제정, 장학금을 공식적으로 지

런 인제군의 결정이 관내 노인들의 사기를 크게 향상시

원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인제군장학회(이사장 이순

켰다면서, 노인이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해진다고 소회

선)와 재단법인 인제군장학회(이사장 이승호)는 관내 고

를 밝히기도 했다.

등학교, 대학교 230명 학생들에게 전체 3억 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런 인제군의 세심한 정책 덕분인지 인제군 노인들의 활동은 사뭇 왕성하다. 하늘내린녹색사업단, 스쿨존 교 통지원, 급식도우미, 한문지도, 할매식당사업단, 폐품수

평생학습도시, 여성·노인 만족도 높아

거, 노인학대예방, 휴경지 영농지원 등 인제군 노인들은

인제군은 또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평생학습도시’로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경제적 유익을 위해서 하루하루 보

지정됐다. 특히 이를 반기는 계층은 여성과 노인 계층으 로, 취미, 스포츠, 취업, 직업 등 여가 분야와 일자리 분야 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문화와 교육에 힘쓰고 있는 인제군은 노인복 지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제군은 2011년

람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인제군은 경제는 물론 문화와 복지,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 다. 잘 사는 인제, 행복한 인제, 이미 곁에 와 있다면 과언 일까.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전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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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심리 교육을 받고 있는 인제군 학생들

노인 목공예 프로그램 개강식

인제군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는 시민과 아이들

주부들이 베이비 마사지 모임을 갖고 있다.


[지역에서 희망꽃을 찾다] 강원 인제군 - ➎

시민들이 휴전선을 상징하는 DMZ평화생명동산 철벽 구조물에 자석조각으로 평화를 염원하는 표식을 하고 있다.

생명과 평화가 강 같이 흐르는 세상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이 내딛는 발걸음들 글 한국DMZ평화생명동산 | 사진 남성운(본지 기자)

한국DMZ평화생명동산 교육마을을 시작하다

건과 형편에 맞게 DMZ동산을 지구촌 형제들과 함께 만

DMZ를 어떻게 해야 하나? 제일 좋은 것은 ‘함께 사는

드는 것 또한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것’이다.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여럿이 고민하다 만들

활동과 사업에는 몇 가지 방침이 있다. 먼저 「DMZ 일

어진 것이 사단법인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이하 ‘DMZ

원의 이용과 활용에 대한 원칙」에는 ‘DMZ 지역은 필수

동산’)이고, 그 첫 결실은 DMZ동산의 교육마을이다.

불가결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보전한다.’는 내용

그리고 민통선 이북지역(민북지역)에 지뢰생태공원·

와 ‘접경지역은 생명에 이로운 방향으로 개발하여 이용

• 2014. 7·8

생명연구동산을 만드는 것과 북한지역 내금강에 그곳 조

이 있고, ‘민북지역은 연구와 탐방 목적 외에는 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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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는 원칙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조직과 조직운영에 대한 방침」에는 ‘지역특성 상 민·관·군의 협력과 역할 분담을 중시해야 한다.’는 내

하는 공간이며 조직이다. DMZ동산은 모든 갈라짐, 사 람과 사람, 남과 북, 사람과 자연의 갈라짐을 극복하여 하나 됨을 지향한다.

용이 있고, ‘운영조직은 민·관이 함께 참여함을 원칙으

DMZ동산의 목표는 ‘통일된 새로운 문명사회’를 건설

로 하고 운영은 민간 측이 맡는다.’와 ‘주민교육과 참여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DMZ 일원의 생태계와 역사 문

를 제대로 조직하여 밑으로부터의 운동과 사업토대를 구

화를 올바르게 보전하면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드높

축한다.’는 원칙도 중요하게 제시되고 있다. DMZ동산

이는, 바람직한 발전의 ’전형‘을 창출한다.’는 것이 바로

을 운영하는 원칙과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목표다.

중요하게 강조될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DMZ의 가치와 그 역사성, 역설성, 다중성을

DMZ동산 교육마을은 환경부, 강원도, 인제군이 재정

전국화, 한반도화, 세계화한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이

을 지원하고 있으며, 강원도와 인제군은 사단법인의 이

를 위해 DMZ 일원을 우리 겨레와 한반도는 물론 인류와

사로 참여하고 있으나 운영은 사단법인 DMZ동산 측이

지구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곳으로 바꾸어 나간다는 포부

도맡아 하고 있다.

도 갖고 있다. 이런 목표와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두말할 것도

통일된 새로운 문명사회 목표

없이 현장에 있는 주민들이 이를 실천해야 한다. 지금까

DMZ동산은 DMZ 일원에서 그곳 주민 그리고 국내외

지 DMZ의 가치가 훼손되고 왜곡된 것은 잘못된 판단과

의 형제들과 함께 평화운동, 생명운동, 통일운동을 전개

돈벌이 욕심이 큰 탓이지만 ‘현장주민’이 주인이 되지 못

정전60년(2013년), 화합과평화를 위한 위령제 및 평화통일 기원 60배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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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소외된 것이 큰 이유이다. 우리는 주민이 중심이 되 고 주체가 되어 보람과 이익을 통합하도록 해야만 한다. 평화·생명 배우는 프로그램 풍성 DMZ동산의 주요사업은 교육사업, 조사홍보사업, 생 활건강사업 등이 있는데 교육사업으로 실행되고 있는 평 화교육, 생명교육, 통일교육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종 합 이해력을 높이고 실천력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교육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명상·수련 등 자 기를 되돌아보는 시간과 강의·토론 등 이해력과 판단 력을 향상시키는 강의, DMZ 생태계 탐방, 농업체험· 약초재배 등 노동체험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정은 1박 2 일, 2박 3일 그 이상의 기간 등으로 구분돼 있다. 그 외 교육과정으로는 DMZ 일원의 주민, 군인, 여러 사회단체를 위한 현장교육과 초중고와 대학생을 위한 교 육과정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나 기업 임·직원을 위한 각 종과정, 외국인을 위한 지구촌 평화교육 등이 있다. 주요사업 가운데 조사·홍보사업도 있는데 이것은 DMZ 일원을 어떻게 하면 더욱 종합적이고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DMZ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좀 더 평화롭고 생명에 이로운 세상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이런 부분에 대한 노력이라 고 할 수 있다. 특히 조사·홍보사업에서 역점을 두는 부분은 주민들 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능력을 향상시킬 것인가 에 대한 것이다. 전문가들의 학술조사 연구의 중요성도

정전 60주년 기념행사를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년

이해하지만 현장 주민들의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주민이 주체가 되어 자기의

의 ‘치유활동’이 긴급하고도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에 만

미래를 설계하고 개척하여 자연히 DMZ의 제반 가치를

들어진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병든 개인, 병든 사

보전하기 때문이다.

회, 병든 지구는 단순한 사회구조 변혁으로만 구원될 수

그리고 DMZ동산이 역점을 두는 또 다른 사업은 생활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교육마을에서는 올바른 생각, 생활습관,

가지 부작용을 생활개선으로 치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운동, 섭생 그리고 여러 가지 보완책을 통합하여 심신이

현대문명이 풍요롭고 편안한 생활을 제공한 반면 수많은

지친 경우나 질병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 이들을 교육하

질병 등 불건강 요소를 양산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차원

여 스스로 일어서도록 생활건강 교육과정을 월 1회 이상

• 2014. 7·8

건강 사업인데 현대 물질문명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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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생명살림 오행동산에서는 오행순환실과 해맞이 방에서의 휴식, 건강식단, 여러 가지 실습 등 개

고장으로 변모시킬 것인가에 대한 노력인데, 생명사회 (바이오사회, 제4의 물결)에 제대로 진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지향점이다.

선된 환경을 통해 심신의 치유를 돕는다고 할 수 있고,

오늘날의 대량생산, 유통, 소비, 폐기의 순환 구조를

이를 위해 한의사, 양의사, 대체의학 전문가 등 전문가들

갖는 문명이 인간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의

의 지도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이다. 금융자본이 거대화되면서 전 지구를 하나의 시 장으로 포섭하여 경쟁력 지상주의의 깃발을 높이 내건

지속가능한 평화·생명 운동

오늘의 자본 중심, 과학기술중심 체제는 인간의 행복을

이렇게 DMZ동산이 진행하는 사업은 궁극적으로 인

담보할 수 없다.

제군 현장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평화롭고 생명에 이로운

이런 상황에서 DMZ동산은 인제군이라는 지역에서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인간과 자연의 공존, 적정생산· 소비·최소폐기의 생활방식을 건설해 보고자 한다. 예 를 들어 소비활동에서 쓰레기를 최소화하거나 재활용을 구조화 하는 것, 그리고 생활에서 에너지를 절약 하는 것 등이 생산 활동을 생명에 이로운 산업 활동으로 바꾸는 것이다. ‘자치와 협동’의 원리로 이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 러나 이 일은 우리 모두가, 지구생명이 함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우리는 이 길을 가야만 하는 것이다. DMZ동산은 지역현장에서 깨어 일어난 소수와 함께 공 부하고 계획을 세워가며 마을현장에서 역량에 맞게 ‘생 명사회 건설 10개년 계획’을 실천하려고 한다. 물론 우리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 즉 좀 더 평화 롭고 생명에 이로운 통일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지향하는 생명·평화 가치를 위해 자치 와 협동이라는 사회운영 원리로 다양성의 존중, 관계성 의 강화, 순환성의 구조화를 이뤄 생명을 풍성하게 하고 자 한다. 그리고 나와 너의 평화, 자연과의 평화가 뭇 생 명을 평화롭게 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한반도와 아시아 를 포함한 지구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것이다. 이것이 DMZ동산이 꾸는 꿈이다.

정전0주년 행사에 참석한 국내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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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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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사회적 경제의 오늘과 내일 - 강원도편

<격월간 자치와협동> 특집은 전국 광역 자치단체별로 사회적경제의 현황 과 과제를 살펴보고 있다. 이번 호는 강원도편으로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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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협동과 자치의 시대, 강원도가 앞장서겠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인터뷰 _ 양홍관

강원도 사회적경제 돌아보기와 내다보기 이강익(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기업지원팀장)

강원도 협동조합의 현황과 전망 김선기(원주협동사회네트워크 사무국장)

시ㆍ군 단위 사회적경제 조직이 강원도의 힘 지경배(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강원도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한 제언 윤정열(북동아리영농조합법인 대표)

‘강원곳간’ 애용을 시민운동으로 펼쳐 나가야 이강익(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기업지원팀장) • 2014.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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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협동과 자치의 시대, 강원도가 앞장서겠습니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 인터뷰

인터뷰 양홍관(본지 기획주간) 사진 강원도

약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졸업

·2011년 : 제36대 강원도지사

·1984~1997 : MBC 보도국 기자

·2014년 : 제37대 강원도지사

·2000년 : 전국언론노동조합 초대위원장

·저서 : 『감자의 꿈』 외

·2005년 : MBC 대표이사

·www.facebook.com/moonsooncne

·2008년 : 제18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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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관 : 민선 6기가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민선 6기 도 정 운영방향,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둘째, 첨단 의료기기, 나노바이오, 플라즈마, 비철금속 등 신성장 동력을 중점 육성하고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 고, 민간투자를 통한 체류형 관광시설 확충, 글로벌 랜드

최문순 : 영광스러운 임무를 다시 맡겨주신 도민 여러 분 감사드립니다.

마크 조성, 문화예술 콘텐츠산업 육성 등 일자리 창출에 있어 중요한 관광산업에도 매진하겠습니다.

먼저, 정파와 이념,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도민의 목소리

그 외에도 농수축산물 유통본부 설립, 강원 마크 런칭,

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에서 답을 구하겠으며 앞으로의 4

지역통화, 강원사랑카드, 공제조합 설립 등 농어업 6차

년은 오직 강원도와 강원도민을 위해서 일하겠습니다.

산업 육성, 지역 자본의 역외 유출 방지 시책 등을 시행하

다음으로, 민선 6기 도정 비전, 민선 5기에 이어 “소득 2

고, 특히, 복지예산 비율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배 행복 2배, 하나 된 강원도”를 동일하게 사용하겠습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미 추진 중인 도민들과 의 약속사항을 반드시 완성시키겠다는 의지로, 그리고 민

양홍관 : 민선 6기 최문순 강원도정 2기 목표를 알기 쉽 게 수치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선 5기를 통해 잘 준비한 토대를 기반으로, 도민에게 실질 적인 이익이 되는 성과를 이뤄나가겠습니다. 각 분야별로 크게 살펴보면 첫째, 동계올림픽 및 특구, 양양공항, 레고랜드,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알펜시아, 수도권 연결 교통망 등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사업들은 단절 없이 지속 추진하겠습니다.

최문순 : 민선 6기 강원도정의 목표를 수치화해서 말씀 드리면 “도민소득 3만 달러, 복지재정 비율 33% 달성”으 로 정했습니다. 먼저, 경제 활성화를 위해 1인당 GRDP를 32,000달 러로 잡고 있습니다. 이는 2010년도에 비해 2배 높은 수

강원도청 전경 • 2014. 7·8

39


특집

전환적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성공개최 방안을 구체적으 로 말씀해주십시오. 최문순 : 먼저, 동계올림픽 대회를 위한 경기장 등 인 프라 구축 분야의 준비는, 경기장(신설 6, 보완 2)과 진 입도로(9개)는 본격 공사에 착수했고요(2016년 12월 준공 예정),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사후 활용을 고려 해 재설계 검토 중 있습니다. 제2영동고속도로, 동홍천 ~양양고속도로(2016년 12월 준공 예정), 원주~강릉철 도 (2017년 12월 준공) 등 계획 기한 내 준공 목표로 정 상 추진 중입니다. 아울러, 민생ㆍ흑자ㆍ균형ㆍ환경ㆍ평화ㆍ문화ㆍ휴먼 최문순 지사가 ‘왁자지껄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웨어의 7대 원칙 아래 올림픽 연계사업도 차근차근 준비 하고 있고요. 문화도민운동 활성화 및 시군별 응원국가 지 정 및 서포터즈 운영, 향토음식 육성 지원, 문화예술공연

치입니다. 그리고 반듯한 일자리 10만 개 이상을 창출

지원, 올림픽 관광상품 개발 등 전 시ㆍ군의 참여 활성화

하고 고용률 60% 이상을 달성하겠습니다. 수출 50억

를 위해 동계올림픽 준비단계부터 18개 시군과 도민 모두

달러 및 관광수입 4조 5,000억 원(관광객 1억 5,000만

의 자발적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ㆍ운영하고 있습니다.

명) 달성, 인구는 25년간 150만 명대의 벽을 깨고 160 만 명 돌파로 잡고 있습니다.

2017년 프레 대회(본 대회가 열리기 전에 경기 시설 이나 운영 등을 미리 점검하기 위해 열리는 비공식 대

다음으로, 체감복지 활성화를 위해 도 예산의 33%인

회)까지 실제 준비기간은 앞으로 3년입니다. 각종 현안

1조 3천억 원 이상(4조 원 기준)까지 확대, 도시가스 보

의 조속한 해결 등을 위해 정부, 조직위원회, 베뉴도시

급률 52%까지 증가(LPG 소형저장탱크 포함), 자살률

(Venue City, 경기가 열리는 도시) 도시 등 유관기관과

을 10만 명당 15명으로 대폭 감소(현재 10만 명당 31.4

의 긴밀한 협력을 통하여 대회개최 준비에 만전을 기하

명), 원격 건강관리서비스 2배 이상 확대 및 의료원 경

고 있습니다.

영 정상화로 이용자수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레

양홍관 : 도지사께서 직접복지ㆍ보편복지를 강조하셨

거시(Legacy, 유산) 프로젝트를 추진, 대회 인프라 건

는데 이런 정책을 펴게 된 배경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설, 특구개발, 대회시설 사후활용 등을 차질 없이 준비,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들을 펼 계획이십니까?

18개 시군이 다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합 니다.

최문순 : ‘행복 2배 강원도’는 강원도형 복지정책으로 실현될 것입니다.

양홍관 :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가 강원도 발전의

40

우선, 직접복지는 대학생등록금 지원, 어르신 건강카


드 지급 등 도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복지수요를

8만 원 이용가능한 건강카드를 발급하는 것입니다.

도민들에게 직접 도달하게 하는 복지고요. 보편복지는 복잡한 복지체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행정비용, 분

양홍관 : 소득 3만 달러 돌파와 어르신 건강카드 지급,

쟁,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해 복지정책을 단순화하여 행

대학생 등록금 지원 등 복지예산 33% 확대에 대한 기

정비용을 줄이고 도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복지입니다.

대가 큽니다. 재원 조달 등 실현의 구체적 방안을 듣고

그동안의 복지가 일방적 분배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

싶습니다.

로의 복지는 복지예산의 투명성을 높여 도달의 효율성 을 제고하고, 행복 지수를 높이는 쪽으로 전개하여 도

최문순 : 강원도가 맞이할 앞으로의 4년은 너무나 중요

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복지수요에 직접 도달하

하며 강원도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인 시기라고 생각합니

게 하여 소비로 바로 연결되고, 이러한 소비가 늘어나

다. 소득 3만 달러로 소득 2배, 복지 예산 33%로 행복 2배

면 생산으로 연결되는 파급효과가 큰 정책입니다. 예를

를 4년 내에 달성하기 위해 매년 5%로 이상의 성장을 해

들면 대학생 등록금을 1년에 20만 원(학기당 10만 원

야 하는 매우 버거운 목표이지만 반드시 해내야 합니다.

씩) 직접 지급한다든지, 65세 이상 노인에게 1인당 연

• 2014. 7·8

추암바다 풍경(최성일. 입선)

앞으로 4년간 동계올림픽을 비롯한 대형 프로젝트를

41


특집

통해 44조 9천억 원이 투자되도록 하겠으며, 이미 진행

정이 보조자로 남아야 합니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주민

중인 민자 관광 시설들, 즉 레고랜드를 비롯하여 17개

이 앞장서고 주민이 지방의 주인이 되어 자치를 하는 것

관광시설 4조 2천억 원의 투자도 빨리 이루어지도록 하

입니다. 주인인 도민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역

겠습니다. 또 양양공항을 더 크게 살려서 투자의 수요를

현안을 논의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며 공동체를 형성할

만들고, 양양공항을 통해 사람과 투자가 유입되도록 하

때 진정한 민주주의와 양극화 해소가 실현될 것이며 지

겠으며, 최첨단 에너지 산업, 의료기기, 플라즈마, 나노

역의 가치가 상승될 것입니다.

바이오, 비철금속 산업 등 경제 전 분야가 고르게 성장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한편,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

양홍관 : 평소 직원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 요? 또 공무원들이 주민 자치에 부응한 변화가 있는지요?

분야가 고르게 성장하도록 전통시장을 비롯한 서민경 제ㆍ중소기업ㆍ건설ㆍ관광ㆍ농업ㆍ어업ㆍ서비스업을 조직하여 고도화하겠고, 2015년부터 매년 복지예산 비

최문순 : 강원도청 조직 혁신에 주력하고 도민의 이익 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중을 1%씩 증가하여 직접 복지정책(대학생등록금 지

실국장 순환시스템 정착, 갈등 없는 도-시ㆍ군간 인

원, 어르신 건강카드 지급 등)을 통해 복지에 대한 투자

사교류 방안을 강구하고, 실국장 등 간부공무원에게 많

가 소비로 바로 연결되고 이러한 소비가 늘어나 생산으

은 권한과 책임 위임했습니다. 특별승급 및 희망보직제,

로 연결되는 순환구조를 만들 것입니다.

근평제도 개선 및 인사고충 상담을 내실화하여,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이제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양홍관 : 신자유주의 국가시스템은 빈부 양극화를 극

이외에도 활력 넘치는 도청 만들기 노력으로 잘못된

한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지역의 삶터가 이것을

공직문화 혁신, 경직된 공직관행 개선 등 탈권위적 상하

보완하고 극복해야 하는 역할까지 그 중요성이 강조되

관계 개선, 부서 이기주의 근절, 부서 간 벽 허물기 등 부

고 있습니다. 지역 자치의 필요성과 어떻게 강화할 수

서 간 소통강화 노력, 선례답습 업무행태 개선, 도민 감

있을까요?

동의 행사문화 정립 등 행정변화 추구하여 앞으로도 도 민을 하늘처럼 모시기 위해, 도민을 섬기는 유연하면서

최문순 :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저는 단지 강원

도 강한 조직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도민들이 주시는 월급을 받아 도민 여러분들의 심부름 을 하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강 원도의 주인은 강원도민입니다.

양홍관 : 강원도 여당 국회의원과 여당 위주 도의회, 기초자치단체장과의 소통 방안은요?

그렇기 때문에 주인인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 자기 마 을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주민자치는 지극히

최문순 : 지난 대선, 총선,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껏 우리 사회는 이처럼 당연히 실

강원도민은 대부분 여당인 새누리당을 선택했습니다.

현되어야 할 주민자치를 무시한 채 중앙 집권적이고 행

국회의원 9명, 시장ㆍ군수 15명, 도의원 36명(44명 중)

정 중심적이었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등 대부분이 여당에서 차지(85%)했고요. 반면 도지사

주민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주민에게 맡겨야 하고 행

42

와 삼척시장 선거에서는 인물, 정책적 측면을 판단기준


으로 선거했다고 봅니다. 정당은 다르지만 모두 강원도의 발전과 강원도민을 위한 한마음을 갖고 있어 큰 걱정은 없지요. 지난 민선 5기와 상황이 조금 악화되었을 뿐 같은 상 황이고요. 무상급식 등에 일부분에서 이견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잘 추진될 것입니다.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이지요. 양보할 부분은 먼 저 양보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방법밖에 없겠죠. 동시에 정책 수립 및 결정 과정의 투명성 제고 및 도민 들의 참여를 높여 행정 신뢰성 확보에 주력할 것입니다. 각계각층의 도민을 폭넓게 만나고 다양한 방법으로 도 민의 의견을 듣고, 시장ㆍ군수, 도의원 충분한 협의를

2014 피서철 맞이 강원도 관광 홍보 서울 명동 캠페인

거쳐 추진하겠습니다. 특히 재정집행, 정책수립 결정 과 정에서 지역대결 구도가 나타나지 않도록 도정을 공정

가계부채의 심각, 자살률 1위, 이혼율 1위 등이 대한민

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겠습니다.

국의 현주소입니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인구감소,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과 소비 동시 감소,

양홍관 : 대한민국 국가 혁신이 화두입니다. 대한민국

복지ㆍ경제 민주화 실패, 종신 고용 붕괴, 성장산업(조

을 발전시키기 위해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

선, 철강) 한계, 재정 적자(부채 증가), 국민국가의 권력

셨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전해주십시오. 끝으로 국민과

상실, 사회적 갈등과 정치의 무능, 북한 리스크 등에 있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도 해 주십시오.

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동력 및 제

최문순 : 나라 전체의 틀이 잘못되어 있어서 개헌해야

도마련이 필요하여 제7공화국을 제시하였습니다.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헌법 체계는 1987년 민주

철학은 인간의 존엄, 적극적 복지국가, 대통령 권력은

화 시대에 기초한 것이죠. 이제는 변화된 상황에서 걸림

4년 연임 및 부통령제, 통일은 남북경제공동체, 복지는

돌로 작용하고 있고, 따라서 시대에 맞는 헌법 개정이

적극적 복지, 노사정 협약 폴더(간척지) 모델로 일명 ‘튤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립 모델’이라고 하며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 통합사회

7공화국에서는 인간의 존엄과 적극적인 복지국가의 철학 속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부대통령제, 적극적인 복지국가, 자치분권, 양원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남 북 경제공동체 등 담아야 합니다.

정치제도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자치분권을 위한 양 원제 등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도민 여러분! 사는 게 어렵습니 다. 이것은 나라를 총체적으로 혁신해야 하는 때를 역설

현재 대한민국의 불편한 현실을 바로 봐야 합니다. 경

적으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차분한 변화도 중요하지만

제성장률 하락, 국가경쟁력 하락, GDP 하락, 노동생산

변화의 때를 놓치면 안 되는 때인 것 같습니다. 강한 변

성 28위, 잠재성장률 1%, 고령화율 2위, 빈부격차 2위,

화, 강한 혁신에 함께하기를 요청드립니다. • 2014. 7·8

43


특집

강원도 사회적경제 돌아보기와 내다보기 글, 사진 이강익(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기업지원팀장)

1. 들어가며

신적인 대안이자 내발적 지역발전의 축으로서 사회적

강원 지역은 지속적인 부의 역외유출과 내수침체, 고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 주목을

용불안과 양극화, 고령화, 지역공동체의 해체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다. 최근 이러한 사회문제 해결의 혁

받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여 강원도는 사회적경제과를 신 설하였고, 「강원도 사회적경제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 (2014.1.3)를 제정하였다. 이 조례에서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삶의 질 증진, 빈곤, 소외극복 등 공공의 이익이 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협력과 호혜를 바탕으로 사회적경제조직의 생산, 분배, 교환, 소비가 이루어지 는 경제시스템”으로 정의하면서 그 세부적인 조직형태 로 (예비)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기 본법상의 협동조합(연합회) 등을 열거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 다. 사회적경제 조직의 정부의존성이 심하고 지속가능 성이 약하기 때문에,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지 못한다면, 사회적경제 는 잠시 반짝하던 하나의 유행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수용 하면서 강원도 사회적경제 기업의 성과와 한계를 정리 하면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안고 있는 장애물들을 극 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진지하게 찾아보아야 한다.

사회적경제 허브센터와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44


2. 강원도 사회적경제의 역사와 현황

이외에도 2000년대 초반부터 도내의 여러 지역에서

강원도 사회적경제 운동의 시작은 1960년대에 원주

자활운동을 기반으로 사회적경제의 틀이 만들어지기

에서 시작된 신협운동이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1972

시작하였고,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사회적기업, 마

년 원주밝음신협이 창립되었고, 이후 1970년대 원주

을기업, 협동조합기본법상의 협동조합의 제도적 기반

캠프를 중심으로 민주화운동과 남한강대홍수를 계기

이 마련되면서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등장하게

로 강원남부권 농촌 및 광산지역 협동운동(신협/소협)

되었다. 아래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4년 6월

이 전개되었다. 이후 생명사상에 관한 관심을 계기로

기준 강원지역 (예비)사회적기업의 수는 444개이며, 전

1985년 원주소비자협동조합(1993년 원주한살림)이

국대비 비중 4.9%를 차지하고 있다(사회적경제조직 전

창립되었고, 이후 다양한 생활협동조합이 등장하였다.

국대비 비중은 인구 대비 비중의 1.6배).

협동조합과 함께 1990년대 말 실업극복운동을 주도한 성공회 원주나눔의 집(1999년 설립)과 지역자활센터를 운영하는 천주교원주교구 사회복지회 등이 사회적경제

<표> 강원도 (예비)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현황

활성화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사회적경제

(2014년 6월 기준) (단위 : 개, %)

운동의 다양한 축을 묶어 내어 협동운동의 네트워크로

전국

강원

비중(%)

인구(1,000명)

51,141

1,542

3.0

인증사회적기업

1,124

53

4.7

예비사회적기업

1,600

86

5.4

춘천의 사회적경제운동은 1990년대 초 시작된 지역

마을기업

1,162

87

7.5

농민 중심의 유기농 운동(새땅공동체 등), 한살림 매장

협동조합

5,120

218

4.3

설립, 봄내생협 창립 등에서 찾을 수 있으나 이 운동들

9,006

444

4.9

서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가 2003년 6월에 창립되었 고, 2009년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로 명칭을 변경 하고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참여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은 대체로 1990년대 중반에 실패하였다. 예외적으로

자료 :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부 자료(2014.6)

지역에 기반한 생협운동의 사례는 춘천생협이다. 춘천 생협은 1995년 춘천/화천지역 유기농가와 시민의 직 거래(방주공동체)를 시작으로 2001년에 창립하였고, 1998년에는 자회사 형태로 봄내살림을 인큐베이팅 하

3. 강원도 사회적경제의 성과와 한계 : 인증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

는 등 사회적경제의 주요 축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춘

지금까지 살펴 본 강원도 사회적경제 조직은 성공했

천 사회적경제의 또 다른 축은 1998년 시작된 실업극복

는가, 실패했는가? 사회적경제 조직이 본격 등장한 것

운동이며, 이를 바탕으로 춘천성공회 나눔의집, 춘천지

이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시

역자활센터, 춘천노동복지센터, 춘천시니어클럽 등이

기상조이고, 자료의 제약으로 평가가 쉽지 않다. 이러한

생겨났다. 이상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협력하여 2008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증사회적기업의 성과와 한계를

년 6월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창립하여 지속적으

중심으로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려 보고자 한다.

로 발전하고 있다.

2014년 5월말 기준 강원도에서 인증된 사회적기업은 • 2014. 7·8

45


특집

로자수는 21.1개이다. 이 중 일자리사업 참여근로자 는 4.2명이고, 자체고용 근로자는 16.9명이고, 취약계 층근로자는 12.7명이다. 기업당 매출액은 11억 4,000 만 원이고, 매출총이익은 5억 8,000만 원, 영업손실은 9,000만 원이다.

<표> 강원도 인증사회적기업 기업당 고용 및 영업실적 (2011년, 2013년) (단위 : 개, %)

구분

기업당 고용실적

기업당 영업실적

주민들이 사회적경제 물품을 매장에서구매하고 있다.

총 53개이다. 53개 인증 사회적기업 중 5개(9.4%)의 기 업이 폐업하거나 인증서를 반납하였고, 현재에도 존속 사업을 받지 않는 기업(종료 또는 미참여)은 36개이고, 일자리지원사업 참여기업을 제외한 41개 기업 중 폐업 이나 반납을 한 기업(5개)의 비중은 12.2%이다. 2013년 기준 강원도 인증사회적기업의 평균 유급근

46

유급근로자수

23.5

21.1

일자리사업

8.3

4.2

자체고용

15.2

16.9

취약계층

14.4

12.7

비취약계층

9.1

8.4

매출액

853,771

1,140,563

매출원가

534,165

560,785

매출총이익

319,606

579,778

노무비

302,079

347,213

영업이익

-104,521

-93,026

영업외수익

128,408

137,042

당기순이익

14,276

16,112

매출총이익률

37.4%

50.8%

영업이익률

-12.2%

-8.2%

영업외 수익 비율

15.0%

12.0%

당기순이익률

1.7%

1.4%

매출액 비율

267.1%

328.5%

매출총이익 비율

105.8%

167.0%

매출액 대비 비율

하고 있는 기업은 48개이다. 존속 기업 중 일자리 지원 일자리지원사업 참여기업은 12개이다. 이렇게 본다면,

2011(35개) 2013(42개)

노무비 대비 비율

자료 :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부 자료(2014.6)


전체적으로 볼 때, 강원도 인증사회적기업은 기업당

및 노력 미흡, 전략경영 및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

평균 21.1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고, 특히 자체고용 근

미흡, 사회적경제 친화적 공공시장 및 윤리적 소비시장

로자 16.9명과 취약계층근로자 12.7명의 고용을 유지

취약, 지역사회와의 생산적 관계 형성 미흡, 네트워크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활동의 어려움, 사회적경제에 대한 행정과 지역사회의

아직도 기업당 9천만원의 영업손실이 있고, 이를 영업

이해부족, 보조금 사용 등에서의 제도적 경직성 문제 등

외수익(보조금 등)에서 메우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

이 있다.

러나고 있다. 결국 사회적기업은 지역의 취약계층 고용

이상의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가

및 사회서비스 확대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들의 창조적인 전략’, ‘창조적인 전략에 대한 사회적경

있지만, 여전히 기업으로서 자립기반을 확고히 하는 데

제 조직내부의 공유와 실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에서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 행정, 네트워크, 중간지원조 직 차원에서 아래의 <표>에서와 같이 사회적경제 생태

4. 강원도 사회적경제, ‘장애물 극복하기’

계 조성과 관련하여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고,

사회적경제 조직 운영 과정에서 겪는 장애물로는 물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사업들이 서서히 만들어지고

적 자원(자본, 시설, 장비) 확보의 어려움, 기업가적 마

있다. 이러한 생태계 조성에 발맞추어 사회적기업가들

인드와 공동체적 마인드를 겸비한 사회적기업가 부족,

스스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창조적인 전략을 개발

전문기술인력의 확보의 어려움, 종업원들의 적극적인

해야 하고, 이러한 비전과 전략을 조직 차원에서 공유하

동기부여 미흡 및 공공근로 관성, 기업가들의 인적자원

면서 실천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개발/조직문화개발/조직의 민주적 운영에 대한 이해 <표> 사회적경제조직의 장애물과 극복방안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구분

장애물 행정

물적 자원

인적 자원/ 조직 문화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자본조달 어려움 - 출자구조 취약 - 투자유인 부족 - 금융권 제도적 한계 ·시설, 장비확보 어려움

·자본조달지원(융자/기금 등) ·시설지원

·협동 금융 ·시설 및 장비 공동활용

·사회적기업가 부족 (기업가적+공동체적마인드) ·기술인력 확보 어려움 ·공공근로 관성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의 운영 및 활 용 능력 취약 - 참여 효과를 살리지 못함 ·인적자원/조직문화 개발에 대한 이해 및 노력 미흡

·인건비 지원 ·인력양성/매칭 지원 ·인적자원/조직문화 개발 지원

·공동교육 ·공동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 2014. 7·8

47


특집

강원도 협동조합의 현황과 전망 글, 사진 김선기(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하 「기본법」)

「기본법」 시행으로 민간 진영에서는 다양한 협동조합

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강원도에는 250여 개에 달하

을 만들고 있고, 관에서는 이를 활성화하겠다며 나서고

는 협동조합(사회적협동조합 포함)이 설립됐다.

있는 게 현재의 모습이다.

강원도에서는 지난해 8월 ‘강원도 사회적경제 발전 5 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5월 「강원도 사회적경제 육

‘식물조합’이라고 평가하는 외부시선

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

협동조합이 활발히 설립되고 있고 강원도 역시 협동

적경제 조직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또 ‘강원도 사회

조합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

적경제 지원센터’를 설치,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다.

협동조합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국제심포지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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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는 2011년부터 해마다 원주지역 협동조합 관련 단체와 심포지엄을 개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본법」을 근거로 설립된 협동조합이 강원도에 100 여 개가 됐을 때쯤, 강원도 모 일간지에 “협동조합 10곳

율적 결사체”이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정의 안에는 협동 조합의 목적과 수단, 주체와 본질이 다 담겨 있다.

중 4곳 식물조합으로 전락”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

협동조합을 하려는 목적이, 수단이, 주체가, 본질이

다. 96개의 조합을 전수 조사했는데, 정상 활동을 하는

이 정의에 부합해야만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고, 이래

곳은 58곳뿐이라는 내용이다.

야만 협동조합은 성공할 수 있다. 이것이 일반 영리기업

물론 기사의 내용이 정확치 않은 측면도 없지 않지만

과는 다른 협동조합의 범주이다.

이것이 강원도 협동조합의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

그러나 요즘 “협동조합을 한다” 하면 「기본법」을 근거

닐까 한다. 이는 강원도의 상황만은 아니다. 협동조합

로 협동조합 법인을 설립하는 것으로 잘못 오해하는 경우

5,000개 시대에 전국 어디서나 나오는 지적이다. 이러

가 대부분이다. 법인을 만드는 것은 협동조합을 제도화시

한 지적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키는 것이지, 협동조합의 주체가 사업체라는 수단을 활용 해 목적을 이루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협동조합’과 ‘협동조합 법인’

‘식물조합’이라는 평가는 물론 사업이 잘 이뤄지지 않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

는다는 평가지만, 이러한 평가가 나오게 되는 근본 원인

는 사업체를 통해 그들 공통의 사회, 경제, 문화적 필요

또한 협동조합의 정의에 부합하게 협동조합을 만들고

와 염원을 해결하고자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

운영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단지, 법인격만을 취득하려 • 2014. 7·8

49


특집

는 경향 때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통의 필요와 염원을 해결하며 지속될 수 있다. 또 각 종 정치적ㆍ사회적ㆍ경제적ㆍ문화적 문제에 노출된 많

‘부실의 본질은 결사의 부실’

은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국가와 시장이 하

5,000여 개가 되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후 협동조합

지 못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있어야 진정

의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러면서 협동조합이

으로 협동조합이 희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현재 협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자치단체의 행정적ㆍ재정적

동조합의 실패는 지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부의 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이를 접한 많은

제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회적기업처럼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 지원 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부실의 본질을 ‘결사의 부실’에서 찾는 경우는

강원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자치단체가 협동조합

찾아보기 힘들다. 공통의 필요와 염원을 해결하고자 자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

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 결사체가 협동조합

나 무척 궁금한 것은 자치단체가 협동조합을 바라보는

이고, 사업은 협동조합의 수단임에도 사업에 대한 지원

시선이다.

이 협동조합 활성화의 지름길처럼 비쳐지고 있다. 「기본법」 시대에 만연한 협동조합 결사의 부실을 넘 어서야 한다. 이래야만 협동조합이 결사체로서 조합원

「기본법」 제정 이후 원주에서 처음 개최된 기본법 워크숍(2012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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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을 바라보는 자치단체의 시선

김기섭 박사는 저서 『깨어나라! 협동조합』에서 “시장 이나 국가와는 전혀 다른 경제 주체, 그것이 바로 협동 조합을 위시로 한 사회적 경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레이들로 박사는 1980년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이라는 보고 서를 통해 “협동조합은 거대정부 가 거대기업 사이에서 일반 주민 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또 “무서울 정도의 기업권력 시대에 일반 시민이 법인격을 획 득하고 다종ㆍ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은 협동조합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협동조합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자치단체의 시선 역시 이와 같을까? 아니면 사회적 약자들의 자구책 마련을 위해 하는 것이고

2014년 7월 2일 원주에서 개최된 강원도 협동조합 한마당 행사

그렇기 때문에 지원해야 한다는 시선을 갖고 있을까? 각 자치단체마다 시선을 조금 다

실이 이어지고 또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외부 자원을

를 수 있어도 후자 쪽이 더 강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

이용하고, 자치단체에서는 주체가 아닌 지원의 대상으

면 이는 주체로서 인정하고 주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정

로 보는 현상들이 계속 이어질 경우 현재의 협동조합은

책을 펴는 게 아니라 대상화 또는 도구화하는 것은 아닐

참으로 부끄러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까?

협동조합 법인을 만드는 것을 떠나, 협동조합을 깊게

협동조합 활성화 정책을 펼치는 움직임은 대단히 고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존귀한 개개인들이 결사했을

운 일이나, 주체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대상화 또는 도구

때 협동조합은 희망이 될 수 있다. 또 자치단체는 기업

화하는 것이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치와 자본유치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지역개발 전략

‘주민의 행복’ 없는 전통적인 지역개발 전략을 아직까

에 목메는 게 아니라 협동조합을 주체로 인식, 전통적인

지 ‘대의’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협동조합이 주체화되지

지역개발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고 협동조합의 발전이

않으면 또 갈 길을 잃지 않을까?

진정한 주민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 고 협동조합을 대해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이 희망이 되려면

협동조합의 역사는 주민 스스로가 삶에서 대두되는

우리는 협동조합을 통해 많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온 역사다. 협동조합 역사를 보

러나 이는 협동조합 정의에 부합하는 협동조합이 만개

더라도, 또 그 역사 과정에서 만들어진 협동조합 정의를

할 때, 그리고 협동조합이 희망을 만드는 데 주체가 될

보더라도, 협동조합은 범주가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하

때 가능한 일이다.

고 그 다름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과 기획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결사의 부실로 인한 사업의 부

이 있어야 할 것이다. • 2014.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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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시ㆍ군 단위 사회적경제 조직이 강원도의 힘 글 지경배(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사진 강원도

“1인당 국민소득 82달러, UN이 인정한 125개 국가 중 101번째로 가난한 나라.” 남의 얘기가 아니다. 1961년 우리의 모습이었다. 하

체 생산율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그야말 로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는 이제 부자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행복한가?

지만 5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

최근 언론에 보도된 자료를 보자. “한국 자살률 7년째

소득 2만 3,000달러, 국내총생산 세계 15위, 수출 세계

OECD 국가 중 최고, 하루 평균 42명 자살!”, “한국 행

8위, 조선ㆍ철강산업 세계 1위, 인터넷 보급률 및 반도

복지수 32위 너무 낮아, OECD 국가 중 꼴찌!”, “세계 노 동시간 1위, 대한민국은 피로한가!” 세계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들이다. 이뿐만 아니다. 사 회불평등 지수 세계 1위, 저출산율 및 이 혼율 세계 1위, 심지어 1인당 술소비량과 흡연율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주목받는 사회적경제 최근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다 양한 학자가 다양한 학설로 사회적경제 를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그분들의 한 가 지 공통점은 “부를 최대한 잘 분배함으로 써 시장자본주의의 폐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 분배의 방식과 보 호의 차원에 다소간의 견해차가 있을 뿐 이다. 즉, 사회적경제는 그야말로 “인간

강원도 사회적경제 인재육성센터 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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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아주 인간적인 경제”이다. 경제적 부는 이루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 국,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 부가 어딘가에 집중되 었기 때문이다. 경제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지 않았 기 때문이다. 서울 수도권에 인구를 포함해서 우리나라 국부의 과반수가 몰려 있다. 국내 10대 기업에 국내기 업 순이익의 30%가 몰려 있다. 정보기술, 석유화학, 철 강 등 4대 주력 업종에 국내 순이익의 45.6%가 몰려 있 다. 개인 간, 지역 간 그리고 도농 간 소득격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빈부격차, 양극화로 대변되는 부의 집중 현상

강원도 사회적경제 선도기업 현판식

은 고용 없는 성장과 맞물려 국민을 힘들게 하고 또 불신 의 사회를 조장하고 있다. 이것이 진정 경제대국 대한민 국이 추구하는 미래 모습인가? 강원도에는 생산ㆍ소비ㆍ호혜ㆍ분배 영역에 걸쳐서 모두 642개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 회적기업ㆍ마을기업ㆍ자활기업ㆍ협동조합(소비자ㆍ의 료ㆍ신용ㆍ육아 등) 등이 그것이다. 이들이 강원도에 서 차지하는 일자리 비중은 약 0.5%, 매출액 비중은 약 0.24% 정도로 추산된다. 아직 미약한 수치지만 이들은 그야말로 ‘인간적인 경제’를 추구하며 현장에서 고군분

제1회 강원도 풀뿌리기업 페스티벌

투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메카’ 원주

으며 시ㆍ군 단위 네트워크로 확산되고 있다. 이밖에도

‘협동조합의 메카’ 원주에서는 전통과 진정성을 바탕

강원도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활동

으로 원주 사회적경제 블록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하고 있으며, 이들 현장의 주체들이 강원도 사회적경제

그 중심에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있다. 농촌지

의 힘이다.

역 마을기업은 경영 고도화를 통한 자립화를 실현하기

이들의 중지를 모아 얼마 전 ‘강원도 사회적경제 종합

위해 올해 초 현장 협의체인 ‘(사)강원도마을기업협의회’

발전 계획’의 초안이 마련되었다. 행정 계획이나 연구

를 만들었다. 복지의 대상을 넘어서 번듯한 사회적기업

자들이 만든 사회적경제 발전계획은 나와 있다. 하지만

으로 거듭나기 위해 ‘강원도광역자활센터’가 중심이 되

현장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특별팀을 구성하고

어 자활기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있다. 강원도 사회적기

또 실제 집필진으로 참여하여 ‘사회적경제 종합발전 계획’

업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사)강원도

을 만든 것은 전국에서 강원도가 처음이다. 이들이 있기

사회적기업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현장을 지원하고 있

에 강원도 사회적경제의 미래는 밝다. • 2014.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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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강원도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한 제언 글 윤정열(복동아리영농조합법인 대표) | 사진 강원도

강원도의 사회적경제과 신설과 더불어 사회적경제의 밑거름이 되고 인력 육성의 장이 될 ‘강원도 사회적경제

그동안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여전히 취약한 조직 역

인재육성센터’가 설립되면서 강원도의 사회적경제는

량과 원활한 기업운영을 위한 운영자금의 문제로 애로

더 탄탄하고 체계적인 구조로 성장할 기반을 준비하였

를 겪어 온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대표들은 봉사와 희

다. 여러 적극적인 활동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고, 희

생의 마루 위에서 기업을 살리기 위해 갖은 고심을 다해

망적인 내일을 기대하면서 그동안의 소중했던 시간들

왔다. 하지만 문제들은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았고, 제

을 되짚어본다.

품이나 서비스의 수익성을 좀 더 향상시키는 문제와 홍

강원도 협동조합 아카데미 수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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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성패 연대·상생 관건


최문순 지사가 사회적경제 물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역자립경제 구축을위한 강원도 지역통화 유통방안 공청회

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기술적인 문제도

세심한 컨설턴트 필요

개선해야 할 과제로 안고 있다.

한편, 컨설턴트들은 기업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

행정지원 기관은 기업들이 양적으로 증가하면서 고

여 기업 현장에서 겪는 고민들을 함께 고민하며, 말 못

도화된 질적 접근의 평준화가 어려워지고 있는 반면, 지

할 고민들까지도 서로 나눌 수 있는 현장 중심형 컨설팅

원조직의 전문성과 역할은 더 크게 요구받고 있다. 하여

활동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장에 답이 있지만 현장

지원센터의 몸집 부풀리기라는 일각의 비난에도 불구

과의 접촉을 자주 할 수 없음에 더욱 세심한 관찰과 문제

하고 지원센터는 적정 규모의 조직을 유지해야 하고, 경

해결을 위한 방법론적 고민을 깊이 있게 해야만 하며,

험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지원활

기업과 불편하지 않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가 노

동을 하면서 강원도의 사회적경제를 뒷받침해야 할 것

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다.

컨설팅을 위한 컨설턴트의 방문을 귀찮게 생각하는

협의회는 회원 기업과 발전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함께

기업이 있다면 컨설턴트가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불

나누고, ‘공통으로 겪고 있는 애로사항들에 대한 대처와

편한 컨설턴트의 방향 제시는 기업 입장에서는 받아들

공동의 정책 제안 및 정보 공유를 통해 연대의 길로 발전

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리더의 자질과도 연계되겠

적으로 가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고, 많은 회원사들

지만, 일단은 컨설턴트의 1차적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협의회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보아야 할 것이다.

자칫 소수의 기업들만 정보를 공유하고 이권을 나누

전체적인 강원도 사회적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

는 구조로 흐르고 있다면 이는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이

적경제 기업들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고 주인답게 제

다. 협의회의 활동 여하에 따라 사회적경제의 연대와 상

품 및 서비스에 최선을 다한, 영혼을 담은 제품을 만드

생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연대

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 바탕 위에서 모든 활

를 통한 상생의 구조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가지고 있

동들은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한 발

는 취약한 유통ㆍ판매 구조까지도 변화를 시킬 수 있는

전이 곧 우리가 가야할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힘이 되기 때문이다. • 2014.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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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강원곳간’ 애용을 시민운동으로 펼쳐 나가야 글 이강익(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기업지원팀장) | 사진 강원도

최근 강원도 내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의 이익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협력과 호혜를

지고 있다. 강원도에 사회적경제과가 신설되었고, 「사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조직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제

회적경제 지원 조례」가 통과되었다.

시스템을 말한다. 사회적경제 조직으로는 사회적 목적

사회적경제란 삶의 질 증진, 빈곤, 소외 극복 등 공공

을 추구하면서 재화ㆍ서비스를 생산ㆍ교환ㆍ분배ㆍ소 비하는 사회적기업ㆍ마을기업ㆍ협동조합ㆍ자활기업 등이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 도 존재한다. 우려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 문제이다. 사 회적경제 조직들의 지속 가능성이 취약한 이유는 사회 적 목적 실현을 위한 추가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취 약계층의 고용 비중이 높아 생산성을 제고하기 어렵고, 수익배분에 제약이 있어 영리기업처럼 자본투자를 하 기도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기에 정부는 사회적경 제 조직에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굿 아이디어 ‘강원곳간’ 강원도와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풀뿌리기업지원센 터)은 지역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협력하여 춘천과 강릉에 ‘강원곳간’이라는 숍인숍(Shop in shop)을 내 놓았다. 강원곳간을 구상할 때 주요하게 고려한 점은, 무리하게 행정이 나서서 유통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숍인숍 형태의 ‘강원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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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통사업으로 자리를 잡은 민간의 역량과 경험을


강원도 풀뿌리기업지원센터 개소

최대한 활용하고 공공자원의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사

사회적경제 민관 모두 노력해야

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민관협력의 방식으로 사업

이런 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ㆍ지역기업

을 풀자는 것이었다.

과 지역주민 그리고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적극적인 노

강원곳간은 이제 막 시작된 작은 실험이지만 향후 도

력이 필요하다. 공공기관과 지역기업들은 강원곳간을

내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는 작은 기폭제가 될 것으로

통해 공익성이 높은 사회적경제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

기대한다. 먼저, 강원곳간은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매하고 강원곳간이 확대되어 사회적경제 시장 환경이

사회적경제 조직의 유통채널을 다양화하고 윤리적 소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역주민들은 가족의

비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둘째, 생협의 입점 요건을 충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과 지역사회를 고려한 윤리적 소

족하고 생협 조합원들의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

비의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을 받으면서 사회적경제 제품의 시장경쟁력을 제고하

마지막으로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지역 소비자들이 적

는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 생협의 숍인숍은 향후 공공

정가격으로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고품질 제품과 서

기관ㆍ일반기업ㆍ지역의 윤리적 소비자들이 사회적경

비스를 생산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좋은 기업으로

제 기업 물품을 손쉽게 구매하고 사회적경제 조직 간 상

자리 잡아야 한다. 이런 노력이 어우러질 때 강원곳간은

호거래를 촉진하는 지역별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18개 시ㆍ군 곳곳에서 지역순환 경제를 활성화하는 거

마지막으로, 생협과 사회적경제 조직 간의 공동신상품

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꿈을 꾸며 필자

개발과 생협 전국 유통망 공급을 촉진하는 역할도 기대

는 오늘도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하러 강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원곳간에 간다. • 2014.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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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아젠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를 진단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개월이 지났 다. 희생자 유가족은 물론 대다수의 국민이 바라는 것은 단지 하나,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지부진 시 간이 흘러가다보면 어느 때 이런 모두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 가늠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국내 저명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세월호 관련 최근 토론회와 강연을 취재, 원인분석과 대안을 독자께 소개할까 한다. ‘강연’은 2014년 6월 26일 남양주 YMCA에서 있었던 김호기 교수의 강연이 다. ‘토론 I’은 2014년 6월 17일 동아시아미래재단에서 개최한 ‘세월호 참사 두 달,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찾는다’ 토론회 내용이다. ‘토론 II’는 2014년 6월 10일 참여연대에서 있었던 ‘세월호와 지방선거, 그리고 진보의 길’ 토론회내용이다. [편집자 주]

한 시민이 노란리본 하나하나를 만지며 합동분양소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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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아젠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를 진단한다 ① 강연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를 진단한다 - 남양주YMCA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강연

강연 김호기(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정리, 사진 남성운(본지 기자)

잊지 못할 충격

에서 바라보면 규제완화, 비정규직 증대 등 경제·사회구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충격과 슬픔, 그리

조를 신자유주의로 재편해 온 ‘97년 체제’ 지속이 참사

고 분노가 대단히 크다. 서해 페리호 사고와 삼풍백화점

를 키운 면이 있다. 나아가서 구조사적 시간에서 이 사건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사고 등 국민에게 충

을 조망해 보면, 그동안 성장지상주의에 매진해 온 결과

격을 준 사고가 많이 있지만,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민이

가 ‘이중적 위험사회’로 선명하게 나타난다.

느끼는 슬픔과 분노는 더욱 깊고 크다. 실종자 수색 작업 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현재, 구조를 기다리던 어린 학생

커다란 불신과 상처

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귀에 선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좀 더 세부적으로 되짚어 보자. 정부는 세월호에 남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국민들은 어린 아이들을 구

있는 사람들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었음에도

해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움과 미안함, 이런 나라에서 살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고, 안전행정부 역시 재난 총괄 컨

아가기가 정말 두렵고 화가 난다는 분노, 이런 국가가 우

트롤타워로서의 역량도 보여주지 못했으며, 청와대 국

리가 소망한 국가인가라는 회의감에 젖어 절망스럽고 우

가안보실은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함으로써 국

울한 날들을 보냈다.

민들에게 불신과 상처를 줬다.

세월호 참사는 여러 요인이 중첩돼 일어난 결과인데, 프랑

국정운영의 양대 축인 청와대와 내각이 이러니 정부에

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은 역

대한 비판과 분노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수밖에 없었

사적 시간을 ‘사건사적 시간’, ‘국

다. 실종자를 단 한 명도 구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부

면사적 시간’, ‘구조사적 시간’으

는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 원인은 1차적으로 청해진해운에

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사전 예방

있다. 무리한 증축 등 선박개조, 화물 적재량 초과, 허술

을 제대로 하지 못한 청해진해운

한 고박, 평형수 부족 등의 관리 부재, 미숙한 선박 운항,

의 잘못이 드러난다.

운항에 대한 해경과의 소통 미비, 선장 등 승무원들의 책

그리고 국면사적 시간의 관점

임의식 실종 등이 그 원인인데, 선박 안전관리를 담당하

• 2014. 7·8

김호기 교수

로 나눴다. 세월호 참사를 사건사

59


[이슈&아젠다]

는 한국선급과 한국해운조합 등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해운법 시행규칙 5조를 개정, 선박의 운항 수명을 20년 에서 30년으로 완화한 것이 이번 사고 원인의 하나라고

‘신자유주의’의 그늘

한다.

그리고 세월호 안전을 책임질 핵심 위치인 세월호 선

실제 세월호는 2012년 10월 일본에서 18년간 운항하

박직 선원 15명 중 9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선장도 1년

고 퇴역한 여객선을 인수한 후 리모델링 해서 사용한 것

계약으로 고용되어 있었다. 세월호 참사에서 분노한 것

이다. 노후된 선박의 경우 고장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

의 하나가 선장과 선박직 승무원이 보여준 무책임이다.

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은 채 탈출한 승무원들이 법적·도 덕적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비도덕적 책임윤리가 비정규직이 라는 고용상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고

물론 규제완화를 모두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문 제는 그 결과인데 규제완화의 목표가 안전을 도외시한 이윤추구에만 있다면, 그런 규제완화는 결코 바람직하 지 않다.

용이 안정되어 있고 임금수준이 높다고 해서 선박직 승

주목해야 할 점은 신자유주의의 그늘이다. 97년 체제

무원들이 승객의 안전을 언제나 우선시 하는 것은 아닐

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신자유주의는 ‘경쟁을 위한, 경

지도 모른다.

쟁에 의한 경쟁의 체제’이다. 무한경쟁, 적자생존, 약육

왜냐하면 비정규직이 그리 많지 않은 1997년 외환위

강식의 이 체제는 미국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이 말한 ‘인

기 이전에도 대형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간성의 부식(corrosion of character)’, 다시 말해 ‘만

안전을 담당해야 할 사람들의 불안한 고용상태가 승객들

인대 만인의 투쟁’으로서의 책임윤리의 실종을 가져온다.

의 안전보다 자기생명을 우선시하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규제완화 문제도 많이 거론된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으로 정부의 재난대처 시스

다. 일각에서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토해양부가

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있다. 돌아보면, ‘압축적 발전’의

안산 단원고 정문 추모터

60

반복되는 대형안전사고


과정에서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서해페리호사고

또한 공존한다. 이런 오래된 위험과 새로운 위험이 함께

(1993), 성수대교붕괴(1994), 삼풍백화점붕괴(1995),

존재하는 ‘이중적 위험사회(double risk society)’가 바

대구지하철사고(2003)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경주

로 우리 사회의 현주소인 것이다.

마리나 리조트 사고가 있었다.

우리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동시에 목격한 것은 ‘국

문제는 이러한 대형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에

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 이라는 윤리의 침몰’이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범정부차원에서 재난대처 시스템

다. 제도와 윤리라는 ‘이중의 침몰’이 우리 사회의 자화

을 만들어 왔지만,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는

상인 것이다. 바로 이런 침몰은 우리가 일궈온 산업화와

데 문제가 있다. 그 원인으로는 관료주의로 인해 사문화

민주화의 성과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되고 현장성을 고려하지 않은 매뉴얼, 전문성 부족, 부처 간 조정능력이 떨어지는 시스템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안

다시 대한민국에 태어나고 싶지 않다

전이 정권적 과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이 다수의 국민들

안전에 관한 빈번한 조직개편은 결국 지속가능한 재난대

이 소망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점이다. 한 모바일 여론조

처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게 했다.

사에 따르면 ‘다시 태어난다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그리고 국민은 언론의 보도 태도 때문에 또 분노했다. 재난보도의 경우 희생자의 관점에서 사려 깊게 보도해야

싶지 않다(57%)’는 응답이 ‘태어나고 싶다(43%)’는 응답 을 추월 했다.

함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언론들의 부정확하고 비윤

그 이유로 지목된 것이 과도한 경쟁, 치열한 입시 등이

리적인 보도 태도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이번

었다. 진정 안타까운 것은, 공동체가 이런 이중의 위기에

참사에 대한 국민적 여론 형성에는 일부 신문 및 방송 매

직면해 있다면 이 위기의 공동체를 구출하는 데 정부의

체, 그리고 SNS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일차적 역할이 놓여 있음에도 정부가 그러한 믿음과 신 뢰를 국민다수에게 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중 위험에 노출된 사회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서 있는 자리를 생생하게

한국은 ‘이중적 위험’에 노출된 사회다. 위험사회(risk

증거하고 있는데, 국민 다수는 ‘국민 없는 국가’, ‘국가

society)는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제시한 개념인

없는 국민’을 느끼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1997년 ‘경

데, 위험이 사회의 중심적 현상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제위기(economic crisis)’에 비견될 수 있는 ‘사회위기

그 핵심은 측정 가능한 위험과 측정 불가능한 불확실성

(social crisis)’다.

간의 경계, 객관적 위험분석과 사회적 위험인식간의 경

세월호 참사를 보고 ‘하인리히 법칙’을 이야기하는 이

계가 불분명해진다는 데 있다. 벡은 이런 위험사회를 ‘제

들이 적지 않다. 하인리히 법칙이란 1번의 큰 재난이 일

2 현대성(second modernity)’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파

어나기 전에는 29번의 작은 재난이 발생하고, 그 전에

악했다.

300번의 사소한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려스러

벡의 논리를 우리 사회에 적용하면 한국 사회는 ‘압축

운 것은 세월호 참사가 ‘1대 29대 300’으로 표현되는 하

적 발전’의 초기부터 위험사회였으며, 산업화된 국가들

인리히 법칙에서 ‘1’이 아니라 ‘29’ 중 하나일지도 모른

을 추격하기 위해 성장에 모든 것을 걸었고, 이런 성장

다는 점이다.

지상주의는 정치적 민주주의, 사회적 안전, 문화적 신뢰 등의 가치를 소홀히 하게 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여러 개다. 과연

하는 것은 아니다. 벡이 말하는 현대성이 가져온 결과로

무엇이 가장 소중한 가치인가? 생명인가? 사랑인가? 이윤

서의 위험, 즉 생태위기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위험’

추구인가? 권력유지인가? 그리고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 2014. 7·8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오래된 위험’만이 존재

61


[이슈&아젠다]

정부는 국민의 대리인임에도 왜 주인으로 군림하는가? 여

은가? 대한민국은 침몰하는 세월호가 아니었던가? 우리

당은 물론 야당을 포함한 정당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모두는 실종자가 아니었던가? 미래가 우리에게 정말 있

우리 정치사회는 왜 시민들을 대표하지 못하는가?

는 것인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하는가? 누가

그리고 언론에 대해서는 이런 질문이 나올 법 하다. 공

주체가 되고 어떤 프로그램으로 열어가야 하는가?

론장은 왜 존재하는가? 사실을 사실대로 알리지 않고 왜

그리고 침몰 과정에서 승객을 버리고 떠난 선장과 선

감추거나 왜곡하는가? 언론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

원들에 대해 경악하면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이란

는가, 아니면 장애가 되고 있는가?

대체 어떤 존재이고,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그리고 교육에 대한 질문도 국민은 쏟아 내고 있다. 우

가? 침몰 이후 공동체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반사회

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왔는가? 인간적

적인 군상들에 대한 분노까지, 우리 국민은 세월호 참사

가치를 도외시한 채 학벌의 사다리만을 오르도록 강요해

이후 참으로 많은 질문을 정부에 그리고 나 자신에게 그

오지 않았는가? 이런 교육시스템을 언제까지 지속시킬

리고 우리 이웃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것인가? 역사적 관점의 질문으로는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 가 이뤄온 것은 무엇인가? 생명경시, 양극화, 부정부패,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국민적 결심

그리고 국민 다수가 이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

은 설령 시간 속에 서서히 풍화되어갈지 모르지만, 우리

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게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과이지 않

사회의 기본구조에 대한 성찰적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

단원고 정문 추모터에서 한 시민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62

정경유착 등 부정부패


며, 이러한 흐름은 향후 우리 사회 변동에 큰 영향을 미 칠 것이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 가 거듭나기 위해서 ‘생명, 정의, 노동, 복지 그리고 국민 의 가치를 사회 발전의 중심에 놓아두고, 정부-시장-시 민사회의 새로운 판짜기를 모색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해경 해체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과 공직사회 혁신을 내걸었지만, 세월호 참사에 담긴 국면 사적·구조사적 의미를 돌아보면 이런 해법으로 우리 사 회의 판짜기를 얼마나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효 율·성과·자본·성장 그리고 권위’만을 중시하는 프로그 램은 미봉적 해법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생명경시, 정경유착, 부정부패, 감시사회 그리고 결과 중심주의는 ‘돌진적 근대화’의 그늘인데, 이런 그늘을 올 바로 극복하지 않고서는 인간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또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 하기 위해서는 제도개혁과 주체혁신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재난대처 시스템도 구축해야한다. 사후 대처만이 아니라 사전 예방에도 주력해야 하고, 범정부 적 차원에서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재난

‘아이들아 잊지않을게’

컨트롤타워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여기에 시민사회의 거버넌스가 접목돼야 함은 물론 이다. 그리고 위험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치세력의 형성,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생산적 결합, ‘제

‘위험의 외주화’를 제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안전을 경

도의 정치’와 ‘정체성의 정치’의 결합 등도 꼭 필요하다.

제적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삶의 기본조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한다. 먼저

건으로 인식하는 ‘안전의 시민문화’가 정착돼야 하는 것

질문을 던져보자. ‘인간이란 누구인가 ’, ‘사회란 무엇인

이다.

가’, ‘어떤 삶이 소망스런 삶인가’. 그리고 이런 질문에 답 변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면해야 하고, 사회를 올

‘살림의 사회’ 돼야

바르게 이해해야한다. 그리고 자기의 가치와 의미를 찾

‘살림의 사회’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생명 없는

아야 한다.

물질추구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정의 없는 기업지

하지만 이렇게 마음이 변하고 여러 가치와 의미를 찾

배에서 경제민주화로, 노동 없는 경제성장에서 노동시

아도 실행하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참여와 실천에 있어

장개혁으로, 복지 없는 사회통합에서 복지국가 구축으

서 우리는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해야한

로, 국민 없는 정부 운영에서 시민민주주의로 전화돼야

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해야한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정체성의 정치를 일구고 제도의 정치에도 참여해야 한다.

• 2014. 7·8

이를 위해서는 살림사회를 위한 정치 리더십 구축, 시민

63


[이슈&아젠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를 진단한다 ② 토론Ⅰ

새로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 동아시아미래재단 「세월호 참사 두 달,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찾는다」 토론회 기조연설 손학규(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 사진 남성운(본지 기자)

세월호 참사, 죄책감 느껴

정부의 무책임이라면, 그 뿌리에는 무능력한 정치, 무책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임한 정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종자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었습

저는 지금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참사에 대

니다. ‘가만있으라’는 말만 믿고 선실을 지키고 있던 어

해 크나큰 죄책감을 느낍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책임지

린 학생들을 놔두고 자기들만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의

겠다고 나선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반인륜적 행태, 이런 사고를 접하고도 적극적으로 인명

통감하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 국가의 무능과

구조에 나서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은 우리 사 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안전불감증과 안 전시스템의 부재는 물론 부패유착 구조의 진면목을 유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반면,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 전반을 다시 한 번 깊이 들여다보는 성찰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생명을 존중하 고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 인간의 존엄성이 최고의 가치 로 존중받는 사회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은 가장 높은 수 준의 처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묻고 싶습 니다. 저임금에다 비정규직 신분인 선장에게 배를 버리 지 말고 마지막 승객까지 구출한다는 자부심과 명예를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불법적인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손학규 고문

64

선박 개조와 과적, 그리고 평형수 부족은 공개된 비밀입


니다. 관의 묵인과 방조, 그리고 유착관계가 일상화되어

오갔지만 우리 사회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고를 겪으면서 국가는 국민에게

간에도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떤 책임을 지고 있으며, 국가는 왜 존재하는지 심각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실망스런 정부대처

입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말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

대통령은 ‘국가 개조’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세월호 참

대통령의 국가개조론은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사 이전이 있고 세월호 참사 이후가 있다고. 맞습니다.

국가 개조를 말하면서 지금까지 내놓은 것이 무엇이었

국민 모두의 뼈저린 반성의 결과였고, 간절한 소망이기

습니까? 해경의 해체와 해수부 안행부의 조직 축소, 소

도 했습니다.

방방재청의 해체, 그리고 국가 안전처의 신설, 그것이 다

하지만 두 달이 흐른 지금, 우리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명과 안전을 강조했지만 장성

였습니다. 천하를 바꿀 것 같았던 국가 개조가 기껏 일부 정부조직의 개편으로 끝난단 말입니까?

요양병원 화재로 스물 한 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

실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

다. 고양시 버스터미널에서는 작은 화재로 여덟 명이 귀

진 개편은 권위주의적 오만함과 불통의 극치였습니다.

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반성과 참회의 말들이 무수히

대통령에게서 시대의 흐름을 보는 혜안은커녕 역사에 대

• 2014. 7·8

한 시민단체가 세월호 참사 관련 시위를 하고 있다.

65


단원고 앞을 지나고 있는 시민들이 무능한 정부를 잘타하고 있다 .

한 성실한 인식도 찾을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기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퇴보와 퇴행은 국민에게 좌절과

본적 인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민족공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경제민주화는 실종되었고, 규

동체의 눈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사를 총리로

제개혁이라는 이름의 시장만능주의가 다시 판을 치게 되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대다수 국민은 절망을 넘

었습니다. 권위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났습니다. 정치는

어서 분노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사라지고 일방통행식 지시와 받아쓰기가 세상을 짓누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의 변화에 대한 욕

고 있습니다. 국민통합의 구호는 국론분열적인 인사정

구가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요구도

책에 의해 실종되고, 통일대박론은 극단적인 남북대결

한층 거세졌습니다, 인간중심의 사회, 공동체가 살아있

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는 사회, 정의가 숨 쉬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강렬한 요 구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사회로의

진보와 보수, 지역과 지역, 세대와 세대가 적대하는 대

변화에 대한 요구가 팽배해 있었습니다. 수년전부터 이

결의 정치는 분열의 정치를 넘어 증오의 정치로 치닫고

미 정의사회에 대한 요구가 커졌습니다. 미국 교수의 “정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기대도 이

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한해에 100만부가 팔려나갔

내 구태 정치의 재현으로 좌절을 맞게 되었습니다.

습니다.

66

구태정치로 국민 좌절

이제 우리는 정말로 변해야 합니다. 빈곤의 심화와 사

“2013년 체제” 담론이 힘을 얻었습니다. 분단체제

회적 양극화를 이겨내고 사회통합의 길로 가야 합니다.

를 극복하고 평화체제로, 탐욕의 양극화를 지양하고 정

분열과 대결의 정치를 뛰어넘어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의로운 복지국가로 정치를 바꾸자는 운동이었습니다.

합니다. 남북 대결의 분단구조를 극복하고 평화체제로

2012년 대선에서는 여당 후보까지 ‘복지사회’와 ‘경제

나아가야 합니다.

민주화’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이겼습니

이것은 단지 몇몇 정부부처의 조직개편으로 이루어 질

다. 대선 후에는 복지국가로 번영과 통일을 이룩한 독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지 쇄신 차원의 인사개편으

을 배우자는 열풍이 휘몰아쳤습니다.

로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통일대박론’


의 현란한 구호로 만들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분단체제의 극복이야말로 사회통합과 정치통합의 기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일이요, 역사의식을 새롭게 하

본적 환경을 제공할 것입니다. 남북갈등은 우리 사회의

는 일입니다. 정치 문화를 바꾸는 일입니다. 지도자의 철

모든 분열과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일

학을 새로이 하고 확고히 하는 일인 것입니다.

대박론’은 평화체제 구축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결

인간의 존엄성을 국정철학의 최우선으로 하고, 공동체 의 가치를 기초로 한 사회통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갑을

구도를 되레 악화시킬 뿐입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에 따른 교류와 협력이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간의 탐욕과 횡포가 없고 빈부의 격차가 없는 정의로운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은 새롭게 형성되는 동아시아

복지국가의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협동조합을 사회적

신질서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동아시아 중심의 세계 신

약자를 위한 경제운용의 중요한 한 틀로 삼을 필요가 있

질서는 동아시아 신문명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습니다.

통일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접점에서 동아시

교육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교육감 선거에서 나타난

아 신문명의 구심점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새로

민심을 바로 보아야 합니다. 입시 지옥의 경쟁 일변도 교

운 사회의 구축은 바로 이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육에서 인간의 회복을 목표로 하는 교육으로 바꿔야 합 니다.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인성교육이 회복되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고 아이들의 인격이 존중받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세월호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는 새로운 사회를 창조해

권력의 집중을 막고 사회 각 세력이 연대하여 정치를

야 할 역사적 사명을 안게 되었습니다. 변화는 시대의 흐

도모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합니다. 지역 간, 이념

름입니다. 희망은 정치의 과제입니다. 정치는 이제 국민

간 분열구도를 극복할 독일식 다당제 연립정부 체제를

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정치의 자세는

적극 도입하여 통합의 정치를 구현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세종대왕의 공적은 민유방본(民惟邦本), 백성이 오직 나라의 근본이라고 하는 국정철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맹자는 여민동락(與民同樂), 백성과 기쁨을 함께하는 정 치를 설파했습니다.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존엄 성을 지키는 데서 민주주의가 시작합니다.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의 구현입니다. ‘국가개조’는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데서 시 작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 로부터 세월호 참사 이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 야당 도 스스로 민주주의의 길을 걷는 데서부터 새로운 사회 를 열어 갈 대안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여·야 할 것 없이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서, 세종의 리더십으 로, 통합의 정치를 펼쳐나가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인간성의 회복이고 사랑의 위대 함입니다. 사랑의 힘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최고의 가치 로 존중받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국민 모두가 • 2014. 7·8

함께 잘사는 나라, 통합의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세월호 추모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오열하고 있다.

67


[이슈&아젠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를 진단한다 ③ 토론Ⅰ

국가혁신과 인간국가 건설의 모색 - 동아시아미래재단 「세월호 참사 두 달,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찾는다」 토론회

화두제시 박명림(연세대학교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 정리, 사진 남성운(본지 기자)

한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청와대부터 총리실 등 수많은 정부기구가 내려왔지만

장관이 아니라 그 시대에 가장 아픈 사람 그 시대에 가장

어느 한 곳도 중심이 없었고 어느 누구도 결정을 하지 않

눈물 흘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치료하지 않

는 현실을 보고 정말 많이 놀랐다. 그래서 이게 진정한

으면 사회가 망한다.

나라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게 됐다. 이 발표는 궁극적으로 경제발전지표(EDI), 국가역할

국가의 역할 부재

지표(SRI), 사회형평지표(SEI), 인간존엄지표(HDI) 사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저기 사람이 있다! 저기 목

이의 보편적 상관관계를 밝혀 한국사회의 인간화, 즉 인

숨이 있는데 왜 안 들어가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우리 사회 생명감수성이 이렇게 낮아졌는지 경악했다. 바로 팽목항으로 내려갔다.

간국가의 건설을 희구해보려는데 목적이 있다. 현재 한국의 경제발전지표는 어떠한가? GDP 세계 15 위, 무역 8위, 수출 7위, 외환보유고 8위, 군사력 8위, 국 방비 12위, 인구 100명당 무선인터넷 가입 건수 1위, 전 자정부지수 1위 등 이상의 주요 통계와 지표가 보여주는 바는 분명하다. 세계화와 민주화는 한국기업과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경제성장 했지만 반생명적 한마디로 전쟁의 참화를 치른, 원조 없이는 생존조차 불투명했던 세계의 빈국이었던 한국의 초고속 경제성장 은 20세기 후반 세계경제발전의 한 기적적 표징이 되기 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는 아마도 19세기 후반 이래 독일과 일본의 압축발

박명림 교수 화두제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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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비견될 수 있을지 모른다. 식민경험 국가 및 분단국


가로서의 빠른 압축성장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독일과 일 본의 사례보다도 훨씬 더 극적일 수 있다. 필자의 견해로 는, 한국의 발전 사례가 양적 측면에 관한한 독일과 일본 보다 더욱 극적이고 더욱 빨랐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경 제발전은 세계문명사적 함의를 띠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공공지출, 복지, 평등, 자살, 출산, 산업재해, 비정규직, 자영업, 삶의 안전, 여성, 임금격차를 포함한 국가지표, 사회지표, 인간지표들의 상세하고도 구체적 인 진단과 비교는 한국의 놀랄 정도로 빠른 산업화와 민 주화가 명백히 세계 보편성과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일탈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니 거의 반인간적 반생명 적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 자살률 최고

고양시 생명사랑 자살예방 캠페인

지난 20년 동안 자살률을 살펴보면 세계평균 7.8%가 줄어들지만 한국은 280% 급증했다. 33분에 한 명씩 자

갖는 공동체가 이토록 반생명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은

살을 하고 매년 울릉군의 두 배 인구가 자살을 하고 있

없기 때문이다.

다. 10대, 20대, 30대 암, 교통사고, 산업재해, 간질환 사망 등 모든 것을 제치고 자살이 사망 항목 중 1위다.

지나친 권력집중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직계존속 부모를 죽이는 비율이

막스 베버는 관료국가에서 의회국가로 변화되지 않으

세계 평균의 다섯 배다. 직계존속 살인비율과 직계비속

면 현대국가는 기업국가를 넘어설 길이 없다고 했다. 한

살인 비율은 우리 사회에 이것을 공개해야할지 말아야할

국은 의회국가라기 보다는 전적으로 관료국가 경향이 있

지 망설일 만큼 매우 고민하는 내용이다. 걸핏하면 부모

다. 정말 우리 사회는 관료와 대통령이 헌법에 확정된 굉

죽이고 걸핏하면 자식 죽이는 이런 나라가 실제로 없다.

장한 힘을 많이 갖고 있다.

이러한 인간지표들에서 한국은 거의 모두 세계 최악,

의회민주주의에서 특히 대통령제에서 위원 면책특권

또는 OECD 최악을 노정하고 있다. 현재 OECD가 강력

과 불체포특권이 없어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대통령이

하게 경고하고 있다. 이런 자살률과 출산율이 지속될 경

거의 반 독제로 가지 않겠는가?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 면

우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없어질 것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의회민주주의의 핵심이기 때문

한국 민주주의의 결과와 질은, 시간이 갈수록 OECD

에 세비나 이런 특권을 제거해야지 의원의 민주적 활동

선진민주국가들이 일반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보편적 지

을 보장하는 제도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평과 글로벌 스탠다드, 세계적 경로와는 크게 거리가 멀

대통령은 너무 강하고 의회는 너무 약하다. 대통령과

다. 이제 이념논쟁을 접어야 한다는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의회는 1대 1이 아니다. 거대한 관료와 여당, 재벌이 공

민주정부들 아래에서의 경제성장, 무역, GDP, 국가경

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여야가 1대 1 구도를 이루기 상

쟁력, 외환보유고와 같은 양적 측면의 급속한 발전에 비

당히 어렵다. 4권 분립이 아니고서는 권력 견제와 균형

해 한국사회 민주화의 질적 인간적 측면을 심층 검토해

을 이루기 어렵다고 본다. 현재는 행정이 입법성 행정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기

를 매우 놀라게 한다. 역사상 이토록 발전된 기술수준을

존의 입법, 사법, 행정부 체제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 정

• 2014. 7·8

보면 세계적 경험으로부터의 명백한 일탈과 역진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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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국민, 시장, 금융, 선거를 감시, 감독, 관리, 보호하는

5.5배의 세비를 받고 있다. 이것은 입법활동비 등을 제

부서를 대통령만의 관료기구로 두는 것은 안 되는 것이

외한 개인 세비만을 나타낸 것인데, 한국의 의원세비와

다. 감사원, 검찰, 국가인권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공

국민 1인당 GDP 간 격차는 세계 1위인 일본 다음으로

정거래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의 등을 독립시켜서 시민

높다.

통제 하에 배치, 제4부 기구로 두지 않으면 이상적인 민 주정부를 만들기 어렵다고 본다.

민주주의 잘하는 나라의 의원 세비를 보자. 스웨덴의 경우 의원세비는 1인당 GDP하고 거의 같으며, 1인당 GDP에 거의 그대로다. 많이 받는다는 독일도 2.8배 정

의원 세비 높은 나라

도다. 국민소득의 평균 2.8배가 의원세비인 것이다.

예산 문제도 한번 짚어보자.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지

그런데 국회의원 숫자는 인구대비 세계평균 보다 너무

방정부 간 예산 수준이 OECD 꼴찌 수준이다. 공무원 숫

적다. 이러니 정부와 여당, 재벌이 하는 일을 비판과 반

자라든가 예산이 그렇다. 국가별 GDP대비 공공지출 비

대만 하지 의회가 적극적 정치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의

율을 보면 OECD 평균 19.9%인데 한국은 8.4%에 불과

회가 거의 예산 편성권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다. 중앙정부 및 공공부문 고용비중에서도 OECD 평 균은 15%지만 한국은 5.7%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선진국일수록 정당의 종류도 다양하고 의원 수 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세계 최고 수준일

예전에는 10만 명당 국회의원이 1명이었는데 이제는

뿐만 아니라 너무 높다. 워낙 높기 때문에 50% 정도를

16만 명당 국회의원은 1명이다. 박정희 정권 때 의회가

감축해도 세계 평균 보다 높을 정도다. 최신 자료를 기준

축소된 것이다.

으로 볼 때 한국, 미국, 일본이 GDP대비 의원세비가 세

현재 양원제 국가는 11만 명당 1명의 국회의원이 있

계에서 가장 높다. 게 중 한국의 국회의원은 GDP대비

고, 단원제 국가는 평균 약 6만2천여 명당 1명의 국회의 원이 있다. 그리고 OECD 평균 9만7천 명 당 1명의 국회 의원 있다. 5만~6만4천 명 당 1명의 국회의원이 적정함 을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국회의원 의석수가 최소 779명에서 최대 997명 정도가 돼야 의회민주주의 국가 평균이 되는 것이다. 공직에서 여성 비율 높여야 또한 공권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 비율도 한국은 낮다. 민주국가나 복지국가는 여성국회의원이 30~40% 돼야 하고 여성각료도 30~40% 돼야한다. 특히 외교, 통일, 검 찰, 국방, 국가정보원, 재정경제부, 법무부 장관은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50% 이상이 여성이 그 직을 맡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4.7%에 그친다. 짐바브웨나 가나 수준이다. 심지어 여성이 공권에 진출하 는 비율이 비교적 낮은 이슬람권보다도 비율이 낮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전관예우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자. MB정부 때 1급 이상 996명이 낙하산으 로 취업했다. 전관예우 한 명당 급료와 사무실, 비서, 차

한 청년이 정부의 채용시장 왜곡에 대해 시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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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 등에 1~2억이 소요되는데 이 돈이면 정규직 대졸 10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70~80%가 대학을 다닌다. 그런

명을 채용할 수 있다. 전관예우 천 명이면 1만 명을 취업

데 대학 진학률 30~40% 안 되는 해외 사례를 보면 다 공

못 시킨다. 끔찍한 일이다. 이것은 막아야 한다. 아무리

짜다. 대학등록금을 내는 나라 OECD에서 얼마 안 된다.

인력이 필요해도 선출직으로 가야하는 것이지 전관예우 는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를 위한 공적자금 투입인가

그리고 정부구성의 원리에 임명과 선출 두 가지 방식

그런데 은행하고 저축은행을 살리는 데는 막대한 공

밖에 없는데 여기에 추첨·호선의 원리를 추가해야 한

적자금을 투입했다. 주주가 얼마나 될까? 대학생의 10

다. 임명은 군주제의 전통이고 선출은 민주제의 전통이

분의 1 아니 100분의 1도 안 된다. 이것을 살리려고 168

다. 검찰총장이나 공정거래위원장이나 금융감독원장 등

조7천억을 투입했는데 105조 밖에 거둬들이지 못 했다.

특히 4권 분립 제도에서 감독직을 맡게 될 책임자들, 즉

63조가 공중에 떴는데 예산법률주의가 아니니까 국회의

유자격자에 대해 추첨·호선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원 장관 그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국민 세금

줄서기하고 부패하는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이다.

63조를 공적자금으로 날렸다.

전면적 지방자치제도 실시도 중요한 문제다. 기초공화

또 4대강에 22조가 들어갔다. 대학교육 공공지출(대

국 개념인데 가장 낮은 지점의 인간관계가 평등화 돼야

학등록금)에는 얼마가 소요될까? OECD 평균 해봤자 우

면도 군도 도도 국가도 민주화된다는 개념이다. 외국의

리는 14조 밖에 안 들어가고 실제는 8조9천억이 소요된

예를 들면 연방보다는 주가 주 보다는 카운티가 카운티

다. GDP 대비 전체 교육지출을 보면 한국이 꼴찌다. 개

보다는 타운이 우리로 치면 맨 밑에 리(里)가 가장 중요

인부담이 많은 나라는 다섯 나라 밖에 안 되는데 이 모두

하다는 말이다.

신자유주의 국가다. 영국, 미국, 일본, 칠레, 한국 밖에 없다.

투표율 낮은 대한민국

공적자금으로 연평균 10.8조를 지출했다. 그런데 연

그 외 다른 지표도 보자.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평균 미회수율이 4조다. 국회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

영남에서 55.9% 득표했고, 의석은 98.4%를 얻었다. 민

다. 반값등록금 하려면 3조5천억 밖에 안 들어간다. 더

주당은 호남에서 66% 득표에 의석의 86%를 가져갔다.

욱 놀라운 것은 재벌로 규제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 집단

30~40% 의석은 공짜로 가져간 것이다. 어쩔 때는 50%

에 대한 감세율이 9초3천억이다.

도 공짜로 가져간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 법인세율은 형편없이 낮다. 국

게다가 우리나라는 투표율도 저조한 편이다. 최근 네

가 역할지표에서 우리나라 감세율은 꼴찌다. 감세율과

번 선거 우리나라 투표율은 OECD 꼴찌 수준이다. 덴마

세전, 세후 지니계수는 정치, 경제, 사회학자들이 국가의

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투표율이 제일 높은 나

역할을 가늠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는다. 그런데 우

라다. 이들은 사회 갈등지수가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리나라는 세전소득과 세후소득 격차가 2.4% 밖에 차이

런데 투표율이 낮은 하위 4개국인 슬로바키아, 터키, 폴

나지 않는다. OECD 평균이 18%인 것에 견줘보면 턱 없

란드, 한국은 갈등지수가 높다. 투표율이 높은 나라는 사

이 낮은 수치다.

회갈등도 낮은 편이다. 그리고 독일과 스웨덴, 노르웨이

노자는 가장 좋은 정치는 정치가 보이지 않는 것이고,

등 선진국을 보면 교육, 직종, 남녀, 정규와 비정규직 간

그 다음으로 좋은 정치는 사랑과 존경을 받는 정치고, 그

임금격차도 크지 않다.

다음은 두려움을 일으키는 정치고, 가장 나쁜 정치는 멸 시를 받는 정치라고 말했다. 직접민주주의냐 간접민주

있다.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반값 등록금 제도를 주장하면

주의냐의 문제가 아니다. 간접민주주의를 하더라도 가

빨갱이라고 비판을 받는다. 대학 다니는 당사자가 내야

장 작은 곳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 2014. 7·8

복지나 반값등록금을 왜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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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아젠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를 진단한다 ④ 토론Ⅰ

“관료집단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 동아시아미래재단 토론회 글, 사진 남성운(본지 기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다며 원인진단과 대안제시에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건국 이래 최대의 해양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100일

이에 동아시아미래재단 또한 세월호 참사를 진단하고 대

이 지났다. 아직 희생자들의 주검이 다 수습되지 않았는

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지난 6월 여의

데도 석 달이 지난 것이다. 국민은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

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바 있다.

지 신속하고 명확하게 밝히라고 정치권과 경찰, 검찰, 사

이 토론회에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번 참사

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국민들의 바람과는

에서 인상적인 것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달리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원인규명에

해수부가 책임지는 것도 아니고 안행부가 책임지는 것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고 직접 관장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해경도 책임지지

그러나 학계와 시민단체 등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다

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누구도 결정하지 않았습니

시는 한국사회에서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

다. 이렇게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도….”라며 탄식해 마지 않았다. 통제 불능 관료집단이 문제 최 교수는 관료집단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제대로 이뤄 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화가 되고 다른 한편으로 경제발전과 산업수준이 높아지면서 관료기구 가 엄청나게 팽창했지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나 방 법이 그동안 없었다는 것이다. “중앙부처 산하의 공기업, 공사 등이 290여 개 설치 돼 있고 최근 만들어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41의 하부기 관이 있습니다. 이런 하부기관이 엄청나게 팽창하는 동안

최장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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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우리는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곧장 알지 못했습니다.” 일례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천공항철도 매각 관 련, 매각 대금이 1조 8천억 원에 달하는데도 이사회가 왜 팔려고 하는지 국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파는 것이 좋은 것인지 어떤지 이런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아는 것이 없 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결국 이와 같은 문제와 관련이 있다 고 말했다. 공공기관으로 분류할 수 있는 각종 정부 산하 기관들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름의 결정에 따라 시민 견제 없이 행정을 집행하게 되면 세월호 참사 같은 공공 대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시각인 것이다. 동아시아미래재단 5차 토론회 모습

정부가 할 일을 민간이 대신 구체적으로 최 교수는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원리에 의 해 운영되는 정부 산하기관에 우려를 나타냈다. 기실 이

돼 있기 때문에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자율적 결사체가 만 들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번 세월호 참사의 경우 특정 민간업체가 사고 현장에 나 타나 인양 등 해경이 해야 할 일을 일부 대신하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처럼 청렴해야

최 교수는 선박 개·보수 관련 인허가 역할을 맡은 기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은 부패한 사람들이 관료로

관도 위탁을 받은 민간기관이라고 밝혔다. 이는 민간선박

등용되는 비정상의 정상화 시스템이야말로 문제라고 토

뿐만 아니라 해군선박도 특정 민간업체가 설계, 개조, 보

론회서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관이 된다든가 높은

수, 검사 등 선박 인허가 관련 심사를 했다는 것이다.

자리로 올라간다든가 사회적으로 세력을 펼 수 있는 지위

최 교수는 이렇게 외주를 주다보면 공적영역과 사적영

에 올라가려면 최소한 다섯 개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며,

역에 대한 경계가 불투명해지고 그 결과 책임 소재가 상

그 첫째로 위장전입을 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자리에 올

당히 희미해지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같이

라갈 수 없다고 비꼬았다.

박봉의 비정규직 인력이 고용된 경우 사건이 발생하면 남

“둘째 세금을 제대로 낸 사람은 절대로 높은 자리에 올

을 구하려는 공공의식 보다 자신을 우선 생각하는 무책임

라갈 수 없습니다. 셋째 군대를 정상으로 마친 사람은 거

함, 즉 도덕적 파탄에 까지 이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 높은 자리에 못 올라갑니다. 네 번째는 논문을 표절하

최 교수는 부패의 고리를 이루고 있는 세력들을 견제를

지 않고는 절대 높은 자리에 올라 갈 수 없습니다. 다섯 번

할 수 있는 자율적인 결사체가 기능적 계층적 각 부분에

째는 거짓말을 잘해야 합니다. 아무리 했던 일도 했다고

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는 여러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가지 양극화라 그럴까 노동시장 이원화랄까 너무나 일방

한국 정치권에 던지는 통렬한 풍자가 이어졌다. “일반

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자율적 결사체만 해도 그렇습니

사람들은 한 일을 안 한다고 하면 얼굴이 빨개져서 들켜

다. 해운업체의 경우 기업이익 결사체가 여러 군데 있습

버립니다. 그런데 정말 가슴에 털이 난 사람들은 거짓말

니다. 퇴직 고위 관리가 거기 임원으로 들어가 부패나 비

했다고 누군가 따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한국

리의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료기구만 개혁

사회는 이런 사람들만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박 이사장은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공직자들이 공정하

고리라고 할까, 이것이 여러 형태로 민간기업들과 연결이

고 청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산이 사헌부 관료

• 2014. 7·8

해서는 안 됩니다. 관료기구가 거느리고 있는 관료기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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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아젠다]

었다. 마지막 토론 주자로 나선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은 세 모녀 자살사건이나 고양터미널 화재사건, 현대중공 업 하청노동자들이 작업하다가 사망한 사건 모두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건이라며, 사회양극화, 사회안전망부재 등 사람들이 벼랑 끝에 몰린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 했다. “현대중공업 정규직은 그렇게 죽지 않습니다. 하청노 동자들은 저임금에 힘든 노동을 하다가 죽어가고 죽은 뒤 에도 아무런 조명을 받지 못합니다. 이렇게 벼랑 끝에 내 몰려 죽어가는 상황은 세월호 참사와 구별할 수 없는 똑 토론회 참석한 방청객들

같은 사건입니다.” 이 위원은 한국사회가 이와 같은 사건에 무뎌지고 있다

로 일할 때 펼친 행정을 예로 들었다. 당시 다산은 한성 출

고 우려를 나타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은 큰 위협

신 장군들 자제들만 무예에 상관없이 무과에 합격하는 것

을 느끼면서 몹시 고통스러워하고 있지만, 벼랑 끝으로부

을 보고, 무예 실력이 뛰어나지만 합격 기준이 없어 번번

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이들을 외면한 채 자신의

이 낙방하던 시골출신 응시자들을 위해 제도를 대대적으

생존만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 뜯어 고쳤다.

이 위원은 이렇게 자신만의 생존을 위해 애쓰는 것이

다산은 또 33세 암행어사 때 공정하고 청렴하지 않으

성장주의 신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적으로 한국

면 혹독하게 비판하고 엄벌해야 한다고 임금께 아뢰기도

처럼 물질주의가 강한 나라가 없습니다. 돈이면 모든 것

했다. 박 이사장은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이 다산의 저서를

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다 돈이고 세상 사

읽고 그것을 지키려고만 해도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은 일

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겠거니 생각합니다.”

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신이 지배하는 사회 교육개혁만이 문제해결 열쇄 토론에 참여한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정성헌 이사장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별나다고 말했다. 그리

은 세월초 참사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결국 교

고 이러한 물질만능주의가 어느덧 한국사회의 고유한 특

육개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대입을 어떻

징이 되어, 이제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

게 바꾸고 사교육을 어떻게 줄이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다고 지적했다.

천지를 바꾸듯이 교육 내용을 바꿔야 한다며, 사람은 누

이 위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어서 더욱 절

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독자적 존재라는 것을 어렸을 때

망스럽다고 탄식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정부

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는 물론 야당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국가나

“저는 20년 전에 교육개혁을 해야 한다는 용어를 썼습 니다. 그리고 15년 전에는 교육혁명이라는 단어를 썼습 니다. 그런데 이제 안 되겠습니다. 천지를 바꾸듯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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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의 물질만능주의가 국제사회와 비교해 봐도

정부는 물론 야당도 국민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날 토론은 대체적으로 공직사회에 대한 준열한 꾸짖

을 개벽하지 않는 한 뭐도 안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과 정치권에 대한 통렬한 비판, 시민사회에 대한 성찰

정 이사장의 발언에는 절실함에 더해 비장함마저 담겨있

로 채워졌다.


[이슈&아젠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를 진단한다 ⑤ 토론Ⅱ

세월호와 지방선거, 그리고 진보의 길 - 참여연대 토론회 토론문

글 하승수(녹색당 운영위원장) | 사진 남성운

최대 수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참사’ 직후에 지방선거가 치러졌고, 세월호 참 사에 분노한 일부 유권자들이 여당심판이라는 생각에 투 표에 참여했다. 그 최대 수혜자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 연합이었다. 그러나 경기, 인천의 선거결과가 보여주듯이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견고한 지지가 이어진 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어느 정도로 투표 로 이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반면 소수정당 후보들의 경우에는 ‘사표심리의 발동’, 세월호 참사 직후 한 달 가까이 선거운동이 중지될 수밖 에 없었던 사정 등으로 매우 어려운 선거를 치러야 했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

세월호 참사의 라는 거대한 사건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투영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각 정당과 후보들

각한다. 거대 기득권 양당 중심의 정치는 대한민국 정치

이 안전문제를 들고 나왔지만, 그것이 선거의 핵심쟁점이

에서 다양성과 함께 건강성을 박탈해갔다고 생각한다.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결과 경제성장주의, 무분별한 규제완화론이 판치게

오히려 박근혜 정권의 무능, 무책임에 대한 분노가 선거

되었다. 부패, 이권, 무능, 무책임이라는 단어가 정치를

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월호 참

지배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런 측면

사 이후에 한국사회가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해 논의가

의 논의가 이뤄지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되고 그것이 선거쟁점화 되어 투표로 반영되기에는 시간 이 없었다. 그것은 이후의 과제로 넘겨진 셈이라고 본다.

‘이민이라도 가야 하나’ 세월호가 고장 난 한국 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

‘다른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생

라면, 기존의 정치권, 사회세력 특히 진보적 시민사회운

• 2014. 7·8

정치의 측면에서 보면, 세월호 참사는 이제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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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아젠다]

혜를 유지하고, 그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복지재원에 쓰겠다는 사고가 진보인가? 이런 물음에 대해 이제는 답 을 내릴 때가 되었다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 진보·보수라는 프레임 자체에서 벗어 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이 보수 인지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진보·보수 프레임이 유지되 는 것은 바람직한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토론회 모습

한국 사회를 바꾸기 위해 결국 시민사회를 활성화해야 한다거나 시민사회가 답이라는 주장이 있다. 오구마 에이 지라는 일본 학자가 쓴 ‘사회를 바꾸려면’이라는 책을 보

동, 정당운동이 성찰해야 할 부분이 많다.

면, 일본 사회운동에서도 여러 가지 고민들이 있었다. 특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도 많은 시민들은 시민단

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자발성에 기초한 시민들이 총리

체나 정당운동이 자신들의 분노를 담아내거나 대변할 주

관저를 둘러싸는 사건들이 있으면서 운동의 주체에 대해

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논의한 부분이 있었다.

한국사회의 근본문제에 대해 기존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

‘시민사회를 활성화’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봐

회나 정당운동이 제대로 진단해 오지도 못했고, 제대로

야 한다. 시민사회=시민단체가 아니다. 시민단체에 회원

대처해 오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가입해서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이민이라도 가야 하나’를 생각

런 방식으로 시민들의 자발성을 담아낼 수 없다고 본다.

한다. 대안이 보이지 않으니까 ‘탈출’을 생각하는 것이다. 운동의 기본적인 역할은 분노를 조직하고 행동을 조직

작은 모임 많아져야

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운동은

시민들 소수가 모이는 다양한 모임이 많아져야 한다고

시민사회든 정당이든 터지는 이슈를 따라가기에 바쁜 상

생각한다. 얼마 전에 어린 영·유아를 둔 엄마들의 모임

황이다.

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었다. 돌 전후의 아기들을 데리고

녹색당 같은 경우에도 세월호 참사의 근본원인이라고

엄마들이 10여명 모여서 세월호에 대해 얘기하고, 무엇

할 수 있는 ‘생명보다 돈’이 중요하다고 하는 물신주의,

을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이런 모임들이 많

경제성장주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 왔지만, 아직까지는

아지는 것이 시민사회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찻잔속의 미풍’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기득권 정치시스

시민단체나 정당운동의 역할은 이런 모임들을 연결하

템은 견고하고, 그것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가로막

여 시민행동을 조직하고 정치참여를 조직하는 것이다. 마

고 있다. 그리고 녹색당, 진보정당, 시민사회운동 모두 시

당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마당의 주인은 분노

민들의 분노를 조직화하는 역량은 취약하다.

한 시민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 다양한 행위 주체와 활동영역의 발굴 등 진

76

무엇이 진보인가?

보개혁적 운동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집중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무엇이 진보인지도 논의가 되

야 할, 혹은 개척해야 할 활동영역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진

활동방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많다.

보인가? 그 복지를 늘리기 위해 규제완화에 동조하고, 복

질문 자체를 바꾸면 좋겠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

지재원 마련을 위해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리 조직은 무엇을 할 것인가?로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고

이 진보인가? 그 경제성장을 위해 수출대기업에 대한 특

본다.


모호한 프레임은 지양해야

업활동에 일정정도 지장을 초래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

‘진보’도 모호한데, ‘진보개혁’은 더 모호한 것 같다. 그

지더라도 원전, 초미세먼지,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 대해

냥 ‘운동’이라고 하면 좋겠다. 사회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동이고, 어떤 방향을 바꾸려고 하는지에 따라 운동도 나눠질 것이다. 그냥 뭉뚱그려서 ‘진보개혁’이라고 하는

‘삶이 곧 정치’

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그것을 위해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조직하는 것이 녹색

앞서 말한 것처럼 시민사회운동이든 정당운동이든 ‘참

당의 역할이다. 시민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이어

여의 통로’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방향이나 초

야 하고, 풀뿌리에 기반 해야 하고,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

점은 다양할 것이다. 다양한 운동이 존재하는 것이 바람

가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녹색당이 만들려고 하

직하다. 영역뿐만 아니라 방식도 다양하면 좋겠다.

는 새로운 정치문화이다.

운동이 다양하게 발전할 때, 누가 그것을 총괄하거나

정책이 바뀌기 전에 시민들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실천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

들도 많다. 자신의 삶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녹색당원들

회를 바꾸려고 진정성 있게 노력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

은 협동조합도 만들고 태양광발전도 시도하고 텃밭도 가

한다.

꾼다. ‘삶이 정치’라는 것을 직접 실천하려고 한다.

그게 중요하다. 녹색당은 한국사회가 탈성장의 길로 들

이런 식으로 각자가 그리고 각각의 조직이 한국 사회를

어서야 한다고 믿는다. 경제성장주의가 세월호 참사를 낳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지, 그것을 위해 어떻게 실천하려고

은 근본원인이라고 믿는다. 탈성장은 탈핵, 탈토건, 탈위

하는지를 꺼내놓고 얘기하는 게 생산적이다.

험 사회로 가기 위한 기본전제이다. 그래서 녹색당은 ‘경제성장을 국가의 목표’에서 지우고 1인당 GDP에 관계없이 시민들의 ‘좋은 삶’을 보장하기

그렇지 않고 이래야한다 저래야 한다라고 얘기하는 것 은 너무 추상적이다. 그것은 평론을 하는 것이다. 이제는 토론을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한 정책을 과감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 기존의 산

• 2014. 7·8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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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아젠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를 진단한다 ⑥ 토론Ⅱ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 참여연대 토론회 토론문

글 이태호(참여연대 사무처장) | 사진 남성운(본지 기자)

카트리나 참사와 세월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004년 재선에 성공한 것 은 적지 않은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부시 미 대통령과 네오콘 주도의 공화당은 2000년 대선에서 가 까스로 신승을 거두었지만 곧 911라는 안보위기를 대테 러 전쟁으로 연결시키면서 안정적 지지층을 확보했다. 그리고 2003년 이라크 침공을 계기로 비판적 여론이 강해졌다. 하지만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에게 기회가 돌아오지는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멘붕’이었다. 침공 후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라크엔 대량살상무기 가 없고 후세인 정권과 테러세력과의 연계 흔적도 없다고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

인정했지만 당시 여론조사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과반수 가 여전히 후세인이 핵을 개발하고 테러와 협력했다고 믿

지킨다는 명목으로 소모적이고 비인도적인 전쟁을 지속

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미국의 크게 두 개의 진영으

하는데 인력과 재정을 소모한 결과 정부가 정작 재난을

로 나뉘어져 있었고 보수진영은 철옹성 같아 보였다.

예방하거나 자국민을 지켜내는데 무관심하고 무능력했

그러나 2기 부시 행정부는 집권 직후 대테러 전쟁 과정

음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911과 테러와의 전쟁 이후

에서의 국내외 인권침해 논란, 천문학적인 전비와 경제

미국민들은 한층 심화된 자유에 대한 통제와 인권의 후

침체,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의 반전시위 등에 의해 공격

퇴 그리고 경제적 불안정을 감내해야만 했다.

받다가 2006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뉴올리언스

하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계기로 적지 않은 미국민

침수사태를 계기로 중간선거에서 패배하고 이후 사실상

들은 알기 힘든 전쟁을 치르거나 시장의 자유를 지켜주

레임덕에 가까운 추락을 경험한다.

는 것 말고도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있음을 새삼 깨달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외부의 위협에 맞서 국가안보를

78

았다. 미국민들은 안전하지 않은 안보국가의 모습, 시민


들이 궁핍으로부터도 공포로부터도 전혀 자유롭지 않은

다. 안전을 강조하여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고쳐

신자유주의 국가의 모습을 발견했다.

부른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있어 무관심하고,

세월호 참사 전후의 한국사회는 여러 면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 전후의 미국 상황과 유사한 점이 있다. 한국의 보수정부는 한편에서는 강력한 안보논리와 국 정원 등 국가기간의 대선개입 같은 불법적 수단을 총동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거의 모든 사고예방 체계, 구조구난체계가 약속이나 한 듯이 작동하지 않았 고, 혼란에 휩싸였다. 뒤늦게 가동되고 동원되기 시작한 조직과 장비도 형편없이 낙후한 것이었다.

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민주화, 복지와 안전 같은

반면, 전 국민들은 첨단통신장비를 통해 수많은 목숨

현실타개적 정책공약을 내세우면서 2012년 대선에서

들이 시시각각으로 속절없이 스러지는 광경을 목격해야

정권재창출에 성공한다. 대선 이후 보수정부는 국정원

했다.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연 34조를 세금으로 지출하

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는 나라의 납세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구조구난 작업에서

보수언론과 진영화 그리고 이전 보수정부보다는 덜 거칠

잠수사들이 쇠작대기 하나만 들고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지만 여전히 지속되는 군사안보 위주의 대외정책 등에

보아야 했다.

힘입어 그럭저럭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헌신적인 소수를 제외한 선장과 다수의 선박직 선원

이 과정에서 대선시기 강조했던 경제민주화는 경제활

들은 배를 버리고 탈출하면서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

성화와 경제혁신으로, 복지와 안전은 규제개혁과 민영

라’고 거듭 지시하여 구할 수 있는 많은 목숨을 잃게 했다.

화·영리화로 그 성격이 변화되어 갔다. ‘비정상화의 정

비용절감과 이윤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업체는 선장마저

상화’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나 이념편향적 집체안보

도 비정규직을 고용했고, 정부 정책으로 보장된 각종 규

교육에는 적용되지 않았고 주로 국제기준에 반하는 노조

제완화와 안전관리업무의 외주화가 업체의 이러한 부도

파괴의 논리로 악용되곤 했다.

덕한 이윤추구를 용인하고 사실상 권장하고 있었다. 이 사건이 특정 종교집단에 기반을 둔 특정 기업의 비정상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 이 과정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

적인 행위의 산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방선거 기간 중

• 2014. 7·8

어지럽게 붙어 있는 지방선거 현수막

79


[이슈&아젠다]

마땅한 처방 나오지 않아 하지만 가장 중요한 대책 중 하나는 시민이 스스로 공 권력과 기업의 횡포와 부정부패에 대항할 수 있도록 공 익신고자를 보호하고, 공직자들과 시민들의 양심과 표 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전혀 언 급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경 해체, 국가안전처 신설 등 정부조 직개편 방안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지금 당장 대 통령에 의해 일방적으로 선포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이 참사의 직접적 구조적 원인을 범국가적으로 성찰하는 과 정에서 신중하게 검토되고 토론되어야 마땅한 것들이다. 이는 ‘땜질식 처방’은 하지 않겠다던 자신의 다짐과도 상반된다.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를 마친 대통령은 노 후 원전 폐쇄 공약을 밝히는 대신 해외원전수출 기념식 에 참석했다. 특이할만한 것은 담화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규 제개혁의 강력한 추진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이번 사 건의 또 다른 구조적인 원인 중 하나가 무분별한 규제완 화였음을 고려한다면 이에 대한 집요한 추구가 소름끼칠 정도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약 한 달 전인 지난 3월 한 행위 예술가가 세월호 참사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

19일 부처 업무 보고에서 박 대통령은 국토 해양환경 분 야 산업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를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 었다.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세월호 사건 구조구난 실패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들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

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고, 마지막에는 눈물을 흘리기

하여 피해자보상특별법, 여야민간참여 진상조사위원회

도 했다. 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최종책임은 저에게

특별법, 특검 등도 수용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사

있다’, ‘컨트롤 타워의 문제도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고의 직접적 원인이 ‘선장, 일부승무원, 업체’ 등에 있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컨트롤 타워에는 여전히 자신

고 대통령 스스로 정죄한 후에, 각종 재발방지대책들을

과 청와대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해경, 해수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장황하게 발표하는 것과 국민참여

안전행정부의 문제점을 비교적 상세히 지적했지만 사고

형 진상조사기구를 만들어 국민과 유가족의 참여 아래

당일 대통령 자신과 청와대의 무관심과 콘트롤 타워로서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는 것은 양립하기 힘들 것으로 보

의 무능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청탁금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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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등의 공직사회 혁신방안과 탐욕적 사익추구

권력층의 스탠스

행위 배상책임 방안 등 제시했다. 몇몇 반부패 대안들은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청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장해왔고 사회적으로 공

와대는 콘트롤 타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말끝마다 국

론화되어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안보를 내세우는 정부, 언론을 장악하고 국민을 통제


하고 콘트롤하는 데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국가

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

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을 통제하고 콘트롤하는 데

르겠다.”고 말했다가 지탄을 받았다.

는 철저히 무능하고 무책임한 것으로 비쳐졌다. 나라사랑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국가보훈처장은 “이렇

규제완화·민영화, 진보 자유로울 수 없어

게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어려울 때 미국 국민들은 단결

하지만 박근혜 정권과 여당은 세월호 참사 내내 쏟아

한다!”고 말하면서 국민들을 비난했다. 하지만 보훈처장

진 비판과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에 비추어 볼 때 지방선

은 세월호 재난구조를 위해 정부기관이 단결하지 못한

거에서 비교적 양호한 결과를 얻었다.

것, 정작 위기 시에 단결하여 선장의 지시에 다라 제자리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이 보수층을 어느 정도 응집시켰

를 지킨 어린 아이들을 정부는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진보정당

는 함구했다.

을 포함한 야권의 한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

911 당시 미국 소방대원 300여명이 희생당한 것에 비

실상 야당 집권 시절 규제완화와 민영화가 국시처럼 받아

해 해경은 단 한명이라도 침몰하는 배에 들어가지 않았

들여졌었다. 현재와 같은 비인간적이고 경제효율 중심의

다. 한편, 911 이후 미국에는 수많은 반전시위가 있었

사회구조를 고착시킨 책임에서 과거 이른바 민주정부가

고, 테러의 위협 때문에 헌법정신과 민주주의가 후퇴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재난 등 위기

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사회운동이 이어졌었다.

관리체제가 현재보다 상대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었다는

재벌가문인 정몽준 의원의 아들은 “국민이 미개하니 국가가 미개한 것”이라고 SNS에 글을 올렸다. 아직 고등 학생이니 그런 글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연한 말실 수라고 볼 수만은 없다.

평가도 있지만 당시에도 대구지하철 참사, 태풍 매미 등 대형재난에 효과적으로 작동했다고 보기 힘들다. 박근혜 정권과 보수 특권층이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 고 추구하는 지향은 비교적 명확하고 집요하다. 문제는

한국기독교총연합의 조광작 부회장은 “가난한 집 아

야당이 복지나 안전, 구성원 모두의 존엄과 행복 같은 새

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어째

로운 사회적 우선순위의 신뢰할 만한 대변자가 아니라는

• 2014. 7·8

단원고 앞을 지나는 추모객들

81


[이슈&아젠다]

점에 있다.

결과라고 볼 여지도 적지 않다.

진보정당의 한계 역시 지방선거를 통해 확연해졌다.

내용과 주체 그리고 그동안의 행적으로 뒷받침되지 않

통합진보당의 낙후한 자주노선과 일부 당원들의 시대착

는 야권의 정권책임론 혹은 심판론은 선거에서 유권자들

오적 경향에 대해 충분한 성찰을 거치지 않은 채 박근혜

의 신뢰를 얻지 못해왔고 결과적으로도 실망스러운 실적

책임론을 주장했으나 설득력을 갖지 못했고, 다른 진보

으로 드러났었다. 반면, 조용한 선거 그리고 실질적인 우

정당들은 진보당만한 조직력을 갖지 못했으며 진보당의

선순위의 변화를 일부나마 실천한 후보의 경우 좋은 반

그것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사회조직 위에 뿌리내리지도

응을 얻었다. 서울시장 선거결과도 그 예이다.

못하고 있다. 국가 공공성의 위기 지방선거 결과 주목해야 할 부분

박근혜 정부 식의 일방적 독주, 국민과의 소통 없는 공

지난 6·4지방선거 결과 중 눈에 띄는 것은 삼척시장

작적 통치행태가 큰 변함없이 지속될 경우 보수정부도

선거결과다. 삼척시장 당선자는 주요 공약으로 ‘원전건

집권기간 내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이번 지방

설 백지화’를 내세웠던 무소속 김양호 당선자다. 언론보

선거를 거치면서 범여권 내에 박근혜 정부의 한계를 넘

도에 따르면 그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현직, 원전 찬성

어설 ‘보수적 개혁’의 리더십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파 시장에게 14% 이상 열세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

대체로 자신들만의 낙후한 특권의식과 편견에 휩싸여 있

핵’을 내세운 선거운동 결과 현 시장을 9,000표 이상의

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

큰 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지 않다.

17개 광역 중 13개를 민주진보 계열이 휩쓴 교육감 선

하지만 민주진보 진영도 자만할 수 없다. 나오미 클라

거결과도 눈에 띈다. 보수의 자만과 분열로 인한 어부지

인은 그의 저서 ‘쇼크 독트린’에서 재난과 위기를 계기로

리로 설명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정해진

도리어 새로운 자본 지배질서가 들어서곤 한다는 분석적

질서에 순응하도록 군사주의적으로 훈육되는 교육시스

주장을 폈다. 세월호 참사는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

템에 대한 이른바 앵그리맘들의 가치관의 변화가 반영된

하는 국가, 시민의 존엄과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극단적 인 이윤추구 사회의 현실을 드러내보였다. 세월호 참사 로 인해 국가는 신뢰를 잃었고, 우리 사회의 신뢰적자는 더욱 심화되었다. 역설적으로 시민들이 국가를 통해 공공적 가치나 복지 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과거보다 더 회의를 가지 게 될 수도 있다. 요컨대 위기가 단지 현 정부의 위기만 이 아니라 국가공공성의 위기일 수 있다. 더욱이 거대자 본과 특권층이 규제완화, 민영화, 영리화를 일관되고 집 요하게 요구하는 조건에서 이후의 상황이 반드시 진보에 게 유리하게 전개되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민주진보 세력은 어깨에 힘을 빼고 권력과 자본에 대 한 민주적 통제를 통한 공공성의 실현, 일상과 마을로부 터 인간의 존엄과 안전, 행복에 확고한 우선순위를 두는 새로운 사회계약, 새로운 사회조직을 차근차근 집요하 게 건설해 나가야 한다.

김양호 삼척시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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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아젠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를 진단한다 ⑦ 토론Ⅱ

풀뿌리 공동체가 살아나야 - 참여연대 「세월호와 지방선거 그리고 진보의 길」 토론회

글, 사진 남성운(본지 기자)

6.4 지방선거 결과가 절묘한 여야 반반 구도를 이룬 가

과 “교육감에 진보성향 교육감이 다수 당선된 것을 두고

운데 이를 평가하고 향후 한국진보가 나아갈 방향을 제

진보진영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누구도 심

시하는 ‘세월호와 지방선거 그리고 진보의 길’ 토론회가

판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진단하면서 토론의 문

지난 6월 10일 서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렸다.

을 열었다.

홍윤기 참여사회연구소 소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 이태호 참여연대

올해 지선 야권 패배

사무처장,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이철희 두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지난 선거에 대한 평가가 이뤄

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백해영 사단법인 마을 이사장

졌는데 그야말로 쓰디 쓴 평가가 줄을 이었다. 은수미 의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원은 “초상 치를 줄 알았는데 환갑잔치 하게 생겼다”는

사회를 맡은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 결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

은수미 새정치연합 의원

김명신 씨(시민)

• 2014. 7·8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새누리당 모 당직자의 말처럼 정부여당은 선방했고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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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아젠다]

은 사실상 실패한 선거라고 혹평했다.

시마 원전사고가 2011년 3월에 났지만 2012년 12월 원

6.4 지선 결과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17석 가운데 8석

전을 지지하는 아베 자민당이 압승했고, 거기다가 2014

을 차지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9석을 차지했다. 그리고

년 2월에 있었던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도 탈핵을 주장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226석 가운데 새누리가 117석을

는 후보보다 자민당 후보가 앞섰다며, 세월호 참사가 박

차지했으며 새정치는 80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진보

근혜 정권 때 일어났다고 해서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정당은 광역과 기초 어디에서도 단체장을 내지 못했다.

것이라는 전망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은 의원은 이어 여권이 대통령의 눈물을 통해 집결하

이어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20~30대 유권자 만나보

는 동안 새정치는 감정에 호소하기는커녕 어떤 청사진도

니 현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분노가 강했다며, 이

제시하지 못했고 무너진 일상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는

때문에 새정치가 사실상 반사이익을 얻었고 반면 녹색당

정책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과 같은 소수정당은 젊은 유권자로 부터도 표를 얻기기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보수층을 결집시킨 것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선거 결과가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야권의 한계 때문에 선거에

야당 지지도는 별로 후보 지지도는 높아

서 진 것이라고 야권의 무능을 지적했다.

은수미 의원은 새누리가 정당선거를 한 반면 새정치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또한 야권의 무능함

후보 중심의 선거를 했다며, 후보 지지율이 정당 지지율에

을 비판했다. 그는 자본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보수는 무

이어지지 않은 이번 선거 결과를 볼 때 향후 총선과 대선

너져도 살 길이 있지만 진보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며,

또한 이와 같은 기제가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야당의 실력이 드러났다고 뼈 있는 소

실제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는 해당지역 새정치 정당득표

리를 남겼다.

율이 33.6%였지만 본인은 49.8%를 얻었고, 충남 안희정 후보

이 소장은 또 이번 선거에서 먹고 사는 문제 등 피부에

는 새정치 정당지지율이 36.9%였지만 이 보다 높은 52.2%를

와 닿는 쉽고 간명한 문제를 야당이 이슈화하지 못한 것

득표했다. 서울의 박원순 후보도 당 지지율은 44.6%인데 후보

때문에 진보성향의 교육감에 시민들이 의식적 투표를 했

자신에 대한 지지율은 무려 56.1%에 달했다.

다며, 새정치뿐만 아니라 진보 전체가 무능하다고 쓴 소 리를 했다.

반면 낙선자의 경우 울산은 야권 전체 정당지지율이 43.7%였지만 조승수 후보는 26.4%를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경남의 김경수 후보는 해당지역 새정치 정당득표

보수층 결집 반반 구도 이뤄

율이 28%에 머물렀지만 후보 자신은 36.1%를 득표했다.

이 소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

그리고 부산의 오거돈 후보도 새정치 정당지지도가 32%

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여권에서 대통령 이외 부각된 인

에 그쳤지만 후보자신의 지지도는 49.3%에 달했다.

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젠다가 생긴 것도 아니

하지만 방청객으로 참석한 시민 김명신 씨는 야당의

라며, 대통령의 눈물을 통해 그저 처절하게 살려달라고

패배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는 안보 문제와 국정원 사건

외친 덕에 보수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등 야당에 유리한 사건이 너무도 많았음에도 야당이 처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김경미 정치연구소 정책

절하게 패배한 것이라며, 왜 국민들이 야당에 권력을 줄

실장은 토론질의 시간에 여권은 골목을 누비고 있는 상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야당은 아전인수 격 당위론 말고

황에서 야권은 자꾸 촛불집회에 모이라고 했다며, 이번

솔직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지방선거에서 여권은 정치적 선거를 한 반면 야권은 마 치 운동하는 것처럼 선거를 치렀다고 지적했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일본을 예로 들면서 후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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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마 투표 여전 백해영 사단법인 마을 이사장은 이번 선거에서도 변함


사단법인 ‘마을’ 백해영 이사장

녹색당 당원 민철식 씨

정치연구소 김경미 정책실장

사회를 맡은 윤홍식 인하대 교수

없이 1번, 2번 묻지 마 투표를 했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더 나은 매래? 뭘 더 낫게 한다는 말입니까? 정말 한심하

하면 시민사회의 다양성을 들어내게 할 것인지 정당들이

다고 생각합니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

고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당들이 자기 권력을 유지하

다.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하는 겁니다.” 당

기 위해 수십 년간 정당공천제 등 낡아빠진 특권을 고치

내에서 꼼지락거리지 말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실제 성

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

과를 내야 한다는 이철희 소장의 주문은 매섭기까지 했다.

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소장은 또 선거제도를 바꾸기 힘들다면 정치가 좀

이어 백 이사장은 민주당이 진정으로 야당이고 진보개

열릴 수 있도록 선거운동 기간을 풀어버린 다든지, 선거

혁세력이라면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들이 다양한 색깔로

운동 제한을 연다든지, 누구나 정치활동을 순조롭게 그

나오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해야 한다며, 국민의 주권

리고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적정하게 관련법을 개정해

인 권력을 정당이 독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야 한다며, 참신하고 젊은 세력이 성장할 수 있는 풀뿌리

백 이사장은 지역 주민들이 마을 공동체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적 역량에 주목했다. 그는 마

민주 조직이 되살아나려면 관련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고 덧붙였다.

을공동체 운동을 하다보면 참으로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

방청객으로 참여한 녹색당 당원 민철식 씨는 이번 선

이디어들이 많이 나온다며, 노는 것 자체가 권력에 대한

거에서 새정치가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같은 좋은 아이

감시 기능이 되고 비판과 견제기능도 가능한 소규모 지역

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으며, 정

커뮤니티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치연구소 김경미 정책실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똑똑한 누군가에게 위임하는 것 이제는 재미없습니

서울시장 팬이나 충남지사 팬 등 비교적 정당색이 옅은

다. 똑똑한 반장을 뽑는 것 이제는 재미가 없습니다.” 여

시민들을 어떻게 야권으로 흡수할지 야권이 고민해야 한

야가 공천제 폐지 공약을 지키지 않는 등 도무지 개선의

다고 지적했다.

여지가 없는 정치권에 대해 백 이사장은 이렇게 의미 있 는 말을 남겼다.

이렇게 이날 토론회는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야권이 보여준 선거 무능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으며, 이를 개선 하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 폐지 등 시민들이 직접 생활

대중 속으로 들어가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기반제도를

“당대표 바꾸면 달라집니까? 당내에서 당권 투쟁하는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 2014. 7·8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누가돼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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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약력 ·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 1995년 노원구의회 의원 · 1998년 서울시의회 의원 · 2003년 대통령비서실 정책관리비서관실 행정관 · 2006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비서관 · 2008년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 · 2010년 민선 5기 서울 노원구청장 · 2013년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경진대회 공약이행분야 최우수상 · 2014년 민선 6기 서울 노원구청장 · 저서 : 『진보의 미래를 위한 대한민국 국가전략』, 『나비효과 1, 2』 외 - facebook.com/no1nowon

“새 희망, 새 각오! 민선 6기 출발합니다!”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인터뷰 양홍관(본지 발행인)│사진 배경희(본지 디자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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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관 : 먼저 민선 6기 서울 노원구청장에 재선되신 것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양홍관 : 의회의 협조라는 좋은 조건이 마련된 것 같은 데, 그렇다면 민선 6기의 노원은 크게 어떤 정책 방향으 로 끌고 가실 계획이신지 들려주시지요. 지난 5기 때 말

김성환 : 네, 감사합니다. 지지해주신 노원구민들께도 거듭 감사드립니다.

씀하신 ‘노발대발’(노원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 다)이 기억나는데 말이죠.

양홍관 : 이번 6. 4 지방선거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격

김성환 : 지난 민선 5기 동안 노원구에서는 대한민국

월간 : 자치와협동>이 사회적경제 영역의 주요 리더로 소

이 가야 할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정책들을 선도

개했던 약 스무 분이 거의 모두 다시 당선되셨는데요, 물

적으로 많이 시행했었습니다. 우선 주민들의 생명(건강)

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사회적경제 정책에

과 관련된 일들을 했는데요, 자살예방 사업을 비롯해서,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성원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

심폐소생 교육 사업, 평생건강관리 센터 사업 등이 그런

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예입니다. 노원구의 자살률은 이제 IMF 이전 수준까지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김 청장께서는 기호 ‘나’번 후보 들과 선거운동을 같이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 떤 사연인지 소개를 좀 해주시지요.

떨어졌고요,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은 세계 최고로 높 아졌습니다. 또 환경과 관련된 사업들이 있는데, 화석연료 제로를 위한 환경교육 센터 운영이라든가, 실제 거주하는 주택

김성환 : 네. 제가 지난 2010년 민선 5기 노원구청장에 당선되고 보니까 22명 구의회 의원들의 당별 비율(당시 한나라당 대 민주당)이 11대 11 동수(同數)였습니다. 회 의에서 가부동수면 부결이잖습니까? 초반에 한나라당 (현 새누리당) 의원 분들이 저에 대해서 ‘군기잡기식’ 반 대를 많이 하시는 바람에 몇 가지 사업들이 좀 더디게 시 작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민선 6기에는, 저의 당선도 중요하지만 의회 구성도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같은 경 우 6개 선거구가 있는데 전부 다 3인 선거구이거든요. 그 래서 각 선거구마다 저와 같은 당의 후보가 2명씩은 당 선이 되어야 사업 추진에 차질이 없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구청장 캠프는 모두 ‘나’번 후보들과 함께 선거운 동을 한 것입니다. 이번 선거가 ‘조용한 선거’의 기조로 치러져서 선거용 차량을 많이 안 쓰기는 했습니다만 막판에는 제가 ‘나’번 후보를 차량에 태우고 직접 선거운동을 같이 했습니다. 결국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7개 선거구에서 모두 ‘나’번 후보까지 당선되는 초유의 일이 생겼죠. 의회의 당별 비 율(새정치민주연합 대 새누리당)이 14대 7이 됐습니다. • 2014. 5

노원구청내 설치된 햇빛과 바람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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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에너지 제로로 만드는 사업이 그 예입니다. 그밖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생활임금 제도를 도 입해서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일, 마을의 각종 사고와 범

구가 강남 3구처럼 부자동네가 되긴 어렵겠지만, 행복지 수나 삶의 질의 면에서는 그 어느 지역에도 뒤지지 않는 곳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죄를 예방하는 일 등을 쭉 해왔습니다. 그런 정책들이 진행되는 중에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인

양홍관 : 삶의 질과 관련해서 볼 때 두 가지가 중요한 것

데요, 지난 4월의 세월호 참사로 인해서 우리 사회에서

같습니다. 하나는 노원구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람ㆍ생명ㆍ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는

일자리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또 하나는

지난 시기 동안 해왔던 일들을 제대로 정착시키는 것이

공동체를 어떻게 촘촘하게 살려낼 것인가 하는 것이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노원구에서

이 맥락에서 김 청장께서 ‘텐텐(10ㆍ10) 계획’을 가지고

만이라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께서 말씀하셨던 ‘저녁

계시다면서요?

이 있는 삶’이 가능해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당장 노원 김성환 : 노원구뿐 아니라 서울 동북권이 대체로 일자 리가 취약하고 자족성이 매우 낮은 지역입니다. 생활하 긴 좋으나 일자리가 없다는 게 문제인데, 그런 베드타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 당면 과제입니다. 마침 창동 차량기지도 이전하게 되고, 광운대 역사 개발을 가로막 았던 시멘트 공장 부지도 완전 폐쇄를 하고, 또 한전 연 수원 안에 있는 방산 폐기물도 조만간 경주 방폐장으로 옮겨 가는데요, 이 세 공간을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의 전진기지로 만들어내면 전반적으로 상황이 나아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민선 6기 4년 이내에 다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 기틀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향후 10년 정도면 아마 상당히 좋 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지킴이 활동 출범식(2011.7월)

공동체 문제는 노원구의 과제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우 리 사회 전체의 과제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가 과도하게 신자유주의화되어 있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 마을공동체 복원은 연속적인 캠페인 겸 실천운동으로 계속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가 ‘이웃끼리 서로 인사하기’, 두 번째가 ‘이웃끼 리 나누기’, 세 번째가 ‘마을이 학교다’까지를 진행했습 니다. 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우선 세월호 참사를 되새긴다는 차원에서 ‘사람이 우선 이다’ 캠페인을 하고, 그 다음에는 환경과 관련하여 ‘녹 색이 행복이다’라는 주제로 가보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 문화를 주제로 한 가지를 더 진행할 겁니다. 사실 공동체

노원구, 자원 재활용 가게‘녹색장터 되살림’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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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거의 모든 행정 요소들의 종합체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의 생각, 자기 텃밭,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 협 동조합 등등이 다 결합해야 되는 것이라서, 전체적인 방 향 속에서 잘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양홍관 : 일자리와 공동체가 같이 만들어지는 영역이 사회적경제 영역 아닌가 합니다. 지난 민선 5기 노원의 사회적경제 분야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6기의 계획 은 어떠한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성환 : 그동안의 경제가 무한성장을 전제로 하는 신자 유주의 경제였다면, 이제 우리 경제는 유한한 지구를 전

노원 마을공동체, 공릉허브사랑방

제로 하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실천으로 옮 겨가야 한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즉 사회적경제 영역만 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영역, 즉 시장경제 영역과 공공경

이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상당

제 영역까지를 포괄하여 전체 경제가 그런 관점을 견지해

히 규모도 커져 있고, 상당한 자생성을 가지고 있는 협동

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대전제 위에서 각 경제 영역들

조합이나 기업도 있습니다.

이 상호 협력하면서 갈 수 있도록 해볼 계획입니다.

그런데 마치 사회적경제 영역이 전체인 것처럼 접근하

사회적경제를 고민하면서 우리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는 것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 등과 같은 시장경제 영역

부분이 있는데요, 그것은 ‘시장경제는 나쁜 것, 사회적경

에 대한 ‘역차별’의 성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

제는 좋은 것’ 이런 식으로 대별하는 것입니다. 시장경제

을 전체적으로 잘 살피면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가 이윤을 가장 목표로 하긴 하지만 그 이윤 추구가 유한 한 지구 경제 범위 안으로 들어올 때는 그 자체를 나쁘다

양홍관 : 구청장님께서 생태ㆍ생명ㆍ환경, 이런 말씀을

고 평가할 순 없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시장경제 영

많이 하셨고, 지역에서 세계의 문제를 고민하시는 모습도

역을 포함한 전체 경제 영역이 ‘지구의 유한성’을 전제로

많이 보았습니다. 세계의 문제와 지역의 문제를 함께 풀

한 경제 범위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있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지금은 시장경제 영역이 과잉이라서 문제인 것이죠. 시장경제 영역의 일부가 사회적경제로 치환되고, 또 공

김성환 : 어느 책에서 우리 인류가 출현한 뒤 생겨난 가

공이 책임져야 될 부분도 좀더 책임성 있게 하고, 전체적

장 큰 변화의 첫째가 ‘농업혁명’, 둘째가 ‘산업혁명’인데,

으로 조화로운 경제 시스템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할 필

앞으로 그 셋째는 ‘지속가능 혁명’이어야 한다고 쓴 것을

요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 맹아적 상태에 있는 사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지속가능성 혁명이 대부분 기후변

회적경제 영역도 좀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화를 둘러싼 국가간의 협상으로 치환되면서 우리 같은 지역에서 별로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국가

양홍관 : 현재 노원에서 그런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작 동되고 있습니까?

는 국가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또 개인은 개인대로 모든 차원에서 지구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 이 모색되고 실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가 다 정해놓고 지방은 그저 중앙의 지시에 따라

회’를 3년 전에 만들었고, 그 자체의 메카니즘으로 움직

만 가는 그런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지구의 종말을 막기

• 2014. 5

김성환 : 그렇습니다. 저희가 ‘노원구 사회적경제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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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서는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실천양식과 문화 모두를

김성환 : 우리의 최근 역사를 돌아보면 1960~70년대

바꾸는 게 필요한데, 이 일에는 중앙과 지방이라든가 선

의 산업화와 80년대 중후반의 민주화의 계기를 쭉 거쳐

후 좌우가 따로 없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노원구도 구

왔는데요, 그 이후 기간에 우리 사회의 변화에서 두드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교육ㆍ실천 사업들을 해

진 변곡점은 1997년 외환 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

볼 생각입니다.

한민국에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된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문화를 바꾸는 일은 몇 세대에 걸쳐 일어나는 일이지

그런 것인데요, 이 시기를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양극화가

요. 그래서 급하게 하지는 않되, 그렇다고 게으르거나 쉬

심해졌고, 사회적으로 출산율 저하와 자살률 증가가 심해

지도 않아야 합니다. 마을의 순환성을 높이는 일, 에너지

졌으며, 정신적으로 탐욕과 이기주의와 물신주의가 대폭

의 자립,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 등을 모두 지속가

확대됐습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가 이렇게 과도하게 신자

능성의 관점에서 변화시키는 일을 가장 모범적으로 해나

유주의 쪽으로 기울었던 우리 사회 시스템을 바로잡는 또

가는 자치구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4년간 최선을 다할

다른 변곡점이 되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생각입니다.

저는 우리가 만들어야 될 새로운 시스템의 키워드는 ‘공존의 시대’라고 봅니다. 여기서 공존은 두 가지 차원

양홍관 : 그 모든 일의 주체가 사람이라고 할 때, 현재 노원주민들의 참여도는 어떤 정도라고 보십니까?

을 함께 말하는데요, 인간과 인간의 공존,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그것입니다. 이 시스템을 국가 차원, 지방 정부 차원, 그리고 개인의 차원에서 함께 일으켜 가야 하

김성환 : 그런 ‘정도’를 가늠하기는 참 쉽지 않은데요, 행정에서 마을공동체 복원 사업의 첫 번째 걸음으로 시

는 것이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 던져진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작한 ‘인사하기’ 같은 경우, 그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6

그런 방향 속에서,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작지

개월에 한 번씩 정량 평가를 해 보았습니다. 조사자가 일

만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놓치지 않고 해 나가는 것, 이것

반 주택이나 아파트, 버스정류장 등에서 마을 주민들에

이 지방자치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게 먼저 인사를 건네서 주민이 그 인사를 받아주는 정도 를 조사해본 것인데요, 그 지수가 조금씩이나마 향상된

양홍관 : 김 청장님의 그런 좋은 생각과 비전이 많은 사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지표일 수 있겠다

람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아서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싶습니다.

기대합니다. 끝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해 주

또 자살률을 줄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것도

십시오.

10~20% 정도 줄었고요, 자원봉사자 수도 대폭 늘었습니 다. 노원 복지재단의 경우 한 달에 1천 원씩 내는 자원봉

김성환 : 자기가 태어난 고향이나 지역을 사랑하는 마

사자가 현재 2만 명 정도 됩니다. 이런 정도의 지표가 지

음을 ‘애향심’이라고 하고,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사랑하

역의 공동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닐까 합니다.

는 마음을 ‘애국심’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그만큼 소중한 게 바로 ‘애구심(愛球心)’인 것 같습니다.

양홍관 :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총체

바로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죠.

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

보통 애향심과 애국심은 많은 분들이 가지고 계십니

서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에 큰 화두를 던져주었다고

다. 그런데 애구심을 가진 분들은 아직 드문 것 같습니

볼 수 있는데요, 앞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우리

다. 앞으로 많은 교육 과정과 활동을 통해서 더 많은 사

사회가 성숙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람들이 애구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했으면 좋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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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92회 세계협동조합의 날-발표

지자체장 의지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영향 -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민관협력 방안 글 김기태(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 사진 한국협동조합연구소

협동조합 활성화 포럼에 참석한 시민들 • 2014.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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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92회 세계협동조합의 날-발표

협동조합은 주식회사보다 지역사회에 친근하다. 국제

점에서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민과 관이 어떤 관계를

협동조합연맹의 7번째 원칙인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맺어야 하며, 최소한의 행정의 역할과 과제를 제시하려

굳이 다시 말하지 않더라도,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곧

한다.

이용자이기 때문에 조합원의 분포가 공간적으로 가까울 수록 다른 조건이 같다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지

민관 상호 성찰은 기본

역은 협동조합이 기여해야 할 공간이면서 동시에 협동조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민간의 인적인 결사를 바탕으

합이 싹터고 발전해야 할 토양이나 환경과 같다. 토양이

로 사업을 통해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율적인

나 환경이 척박하면 협동조합의 성공이나 발전은 그만큼

운동이다. 민간의 역할을 최대한 수행하면서 지방정부

힘들게 될 것이다.

의 협력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다른 어떤 때보다 ‘협동조합을 포함

따라서 각자의 협동조합이 모범사례가 되도록 최선의

한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새누리당과 새정

노력을 다하면서 민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활동을 기

치민주연합, 정의당 모두에서 당의 공식기구로 사회적

반으로 지방정부의 지역발전, 지역사회문제 해결을 위

경제 관련 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사회적경제 민간 조

해 협력한다는 관점을 명확히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직과 지방 자치단체장 및 의회 후보들이 ‘사회적경제 매

이런 ‘민간이 참여하는 공공성(公共性)’의 관점에서 민

니패스토 실천협의회’를 만들고 관련 공약을 합의하고

간의 자원으로 부족한 부분을 지방정부가 협력하는 부분

실천할 것을 약속했다. 지방선거 결과 60여 명의 매니패

이 지원정책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관점이 있을 때

스토 실천선언을 한 광역 및 기초지자체장이 당선되어,

당당하면서 수평적인 관계를 요구할 수 있다.

향후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방정부의 실천이 기대된다. 하지만 의욕에 넘쳐 효과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지방정 부의 정책이 진행된다면 오히려 아니함만 못 하다. 이런

민간의 적극적인 활동이 전제되지 않은 지방정부의 정 책과 제도에 의한 협동조합 활성화는 가능하지도 않을뿐 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협동조합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지방정부의 협동조합정책 수립도 마찬가지다. 지방정 부의 단체장이나 의원, 공무원들은 먼저 자신이 얼마나 협동조합을 이해하고 있는지, 현재의 지방정부가 협동 조합의 원리와 사회경제적 기여를 활성화시키는데 얼마 나 구체적인 행정의 체계가 정비되어 있는지에 대해 성 찰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민간에 비해 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 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능 력이 있고, 전담실무자를 배치할 수 있다고 해서 지방정 부가 협동조합에 행정의 관점에서 무엇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협동조합 담당 공무원이 자기 지 역 협동조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실무적인 부분에 있어서만 관심이 있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다. ‘민간은 공적인 관심이 낮으며 하위파트너’라는 기본적 인 프레임이 깔려 있는 이런 자세로는, 민관협력 방안이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발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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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이 나오고 많은 예산을 배정한다고 해도 진정한


의미의 민관의 수평적 파트너십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지방정부의 협동조합활성화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민 간의 건강한 협동조합운동을 옆에서 도와주고, 관행에 의한 저해요인을 제거해 주고, 다른 사업체보다 불이익 이 없도록 세심하게 행정의 제도적 여건을 성찰하고 개 선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민과 관은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양해를 추구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상대방의 여건에 서 말미암은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는 자세가 먼저 있 어야 한다. 그래야 상생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 다. 다만 인정이 곧 방치가 아니기 때문에 제도적이고 구 조적인 변화에 대한 상호 간의 건설적인 요구와 수용, 실

협동조합 활성화 포럼에 참석한 시민들

행을 반복하면서 민관 거버넌스 구조가 활성화될 수 있 을 것이다. 현장은 모범사례 창출, 광역은 프레임 정비 기초지자체와 광역지자체, 중앙정부가 협동조합을 활 성화하는 정책을 펼치는 데 똑같은 방법을 가지고 접근 하면 그만큼 효과가 줄어들 것이다. 협동조합 운동이나 사회적경제 운동은 기본적으로 ‘모 범사례’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는 경제활 동 베이스의 운동이다. 담론이나 권력을 통한 사회개선 이 아니라 구체적인 생활인의 일상적인 삶에 사업을 통 해 구체적인 영향을 미쳐 스스로 주체로서 ‘당연히 실천

협동조합 활성화 포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시민들

하게 하는 것’이 성공한 협동조합의 운동이다. 마치 콜롬 버스의 달걀과 같이 성공한 협동조합은 누구에게나 당연 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구는 공무원의 인큐베이팅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의 협동

따라서 민간의 현장과 가까이 있는 기초지자체는 모든

조합을 만들어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민관 거

과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자기 지역의 환경분석에

버넌스의 주요 의제를 설정할 때 이런 점에 대해 상호 간

입각하여 모범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하고, 광역

의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자체는 이들 기초지자체가 협동조합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정책과 예산, 광역지자체의 방향을

협동조합 미션에 서로 합의해야

설정해 주는 것에 집중하며, 기초지자체의 모범사례에

협동조합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명함을 받아보면 ‘일자

의미를 부여하고 확산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리 창출’ 관련 과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다.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담당하는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과 비슷한

을 제시함으로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지만, 시민과

성격을 가진 협동조합의 행정적 사고의 흐름이 협동조합

자치구에 강력한 영향을 주게 되었다. 광주광역시 광산

담당 공무원의 소속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겠다.

• 2014. 7·8

민선 5기 서울시는 ‘협동조합 도시, 서울’이라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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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92회 세계협동조합의 날-발표

전라북도는 ‘지역순환경제’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지

체 지방자치 정책과 연계되어 있는 부

역경제 활성화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협동조합을 맡았다.

서에 배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다양한 협동조

서울의 마을공동체 사업은 혁신정책관이 별도로 담당했

합의 사업연계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전담팀을 중심으

으며, 협동조합은 사회적경제과에 소속돼 있었다. 부서

로 각 지역의 협동조합 발전 계획이 수립된 결과 주요한

배치가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지만, 어떻게 지

관계 부서의 정책조정을 위한 태스크 포스팀이 시기별

방정부가 편제되어 있는가가 사실은 협동조합과 사회적

과제를 명확히 하여 운영되도록 기구개편 시 정리해 두

경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을 가장 잘 보여준다.

어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민간의 협동조합 운동이 지역에 어떤

협동조합팀이 만들어지더라도 공무원 TO에 따라 충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합의가 도출되

분한 인원 배정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외부에

지 않으면, 지방정부는 관행에 따르거나 상위 부처의 배

협동조합 지원조직을 설치하거나, 협동조합 협의회나

치에 따라 협동조합 담당공무원을 배정하게 된다.

연합회 등에 포괄적으로 업무를 위탁하는 지원기관을 두

따라서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민관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우리 지역의 발전 혹은 문제해결을 위해 협

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등 통합적인 기 구를 둘 필요가 있다.

동조합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를 범위로 하는

다만 민간 협동조합의 설립 및 운영 현황을 보면서 시

가? 현재의 분포는 어떠한가?’에 대한 미션과 현황에 대

기는 조정 가능하다. 수원시는 사회적경제 지원센터를

한 폭넓은 합의가 필요하다. 상호간의 지향점이 다른 상

이미 설치하고 있고, 많은 다른 기초지자체에서 협동조

황에서는 아무리 만나도 효과적인 합의도출과 협력을 위

합 지원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한 정책이 구체적으로 설계되기 어렵다. 이런 민관 거버넌스의 원칙을 바탕으로 반드시 민선 6

사회적경제 성패, 지자체장 의지 관건

기에 이뤄져야 할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이미

협동조합 민간 대표들이 개별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에서도 제안된 내용이 있지만,

로 지방정부에 협동조합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위한 지방

어떤 부분은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정부의 역할과 민관협력방안 제시하는 것보다 공식적인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담팀이 주도하여

사회적경제 통합추진팀 절실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동조합 활성화 위원회를 구성하

최소한 팀(계) 혹은 사회적경제과를 설치하는 것부터

여 정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시작되어야 한다.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만이 목표가

공무원 사회 전체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수준이 그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이므

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협동조합 관련 제도개선

로 통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행정을 수행해야 한다.

이 완료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지자체장의 관심과 의

이를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고민하는 부서가 설치될 필요가 있다. 강원도 원주는 이미 4년 전에 협동 조합팀이 설립되었고, 서울시도 사회적경제과 내에 협 동조합팀이 있다. 전라북도 전주시 김승주 시장은 시청 내 사회적경제를 담당할 사회적경제국을 신설하고 외부전문가를 영입하 여 전문성을 강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낼 지속가능 한 정책을 개발 지원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 최소한 팀을 만들더라도 협동조합을 담당하는 팀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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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활동 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협동조합 활성화를 추구하는 지자체장은 분기 1회 정도로 협동조합 민관 지도자들과 함께 하는 협동조 합 활성화위원회에 반드시 참석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관 심을 보여주는 것이 초기에는 필요하다. 협동조합에 대해 아직도 공무원들의 이해가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업무와 협동 조합이 어떻게 연계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다양


협동조합 활성화 포럼 토론회

한 현장의 민원들이 해결되거나 아니면 제도적 개선을

2015년 전반기에 계획 수립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

공무원들의 전문적 역량을 가지고 판단하거나 지원할 수

다. 다만 계획수립 시 민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 활성화위원회가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협의회

서울시는 2012년 한국협동조합연구소와 협력하여 국 별 혹은 과별로 협동조합 교육을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협동조합 혹은 사회적경제와 관련 된 정책들이 발굴되고 집행되고 있다.

를 운영하면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현장의 의견을 가 장 잘 반영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행정이 조직과 예산을 동원하는 측면에서 민간 보다 역량이 우월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주거환경과의 도시주거환경 정책은 공동 이용 시설의

수평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민간이 그에 걸맞

운영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협동조합과 사회적

은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민간이 우월할 수 있는 역량은

경제에 대한 정책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

공무원보다 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한다는 전문

공무원 전체에 대한 기초교육과 함께 협동조합과 관련이

성과 네트워크 역량과 민간의 집합지성, 열정과 헌신일

깊은 부서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교육이 설계되고 진행되

것이다.

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우월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체적 인 노력이 필요하며, 네트워크의 과정이 학습조직으로

지자체별 협동조합 발전계획 수립해야

서 작동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에서는 기본계획의 수립을 중앙부처

이 발표에서는 민관의 수평적 파트너십에 의한 협력

는 의무화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계획수립은 의무적으

을 위한 일종의 민과 관이 각자 혹은 공동으로 만들어가

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체계적인 활성화를 위해

야 관점과 플랫폼에 대해서만 짚었다. 구체적인 정책은

서는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계획수립은 필수적이다.

이런 인프라들이 구축되면 국내외 선진사례나 기존의 연

이미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추진하는 서울시, 전라북

구, 개발된 정책들을 참고해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

도, 강원도, 경기도 등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경제를 아

다. 민선 6기가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단계로

우르는 발전계획들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기초

도약하는 시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자체들도 수원시 등이 진행하고 있다. 민선 6기 지자체 초기에 계획이 수립되지 않으면 어렵

• 2014. 7·8

기 때문에 추경예산의 편성을 통해서나 아니면 늦어도

* 이 글은 올해 7월 5일 NH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협동조합 활성화 포럼」 토론회에 발표된 발제문임.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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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협동조합 신문의 유쾌하고 짜릿한 실험 콩나물신문협동조합 글, 사진 김인수(본지 편집주간)

창간식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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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의 한 협동조합에서 <콩나물신문>이라는 신문을 발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보았다. 위치는 부 천시 오정구 삼정동에 있는 담쟁이문화원. 한효석 상무이 사를 만나 신문의 이모저모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 한 달에 두 번씩 지금까지 약 반 년 쯤 발행을 해 오셨는 데, 독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저희 신문을 보는 분들이 아직 많지 않아서요, 특별히 ‘반응’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죠. 다만 ‘콩나물’이라는 제호가 그다지 긴장감을 주지는 않으니까 첫 반응은 ‘피

- 우선, 제호가 재미있습니다. 왜 <콩나물신문>인가요?

식’ 웃는 정도랄까요.(웃음) 그만큼 쉽게 접근이 된다는

저희가 제호를 정할 때 이런저런 고민을 했는데요, 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령 ‘시민’이라는 글자를 넣는다고 했을 때, 부천 같은 경

다만 ‘성역 없이 다루는 협동조합 신문’이라는 점 때문

우는 그렇지 않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 ‘시민’과는 동떨어

에 지역의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좀 불편해 할 겁니다.

진, 아주 좋지 못한 신문도 많거든요. 직원들이 관청이나

1인 사주가 지배하는 신문의 경우 그 사주만 잘 ‘관리’하

기업들 협박해서 광고 장사하고 그럽니다. 그래서 독자

면 기사 내용도 관리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협동조합 신

들이 볼 적에 건강한 신문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쉽지

문은 조합원들이 동의하면 어떤 것도 다 기사로 다루는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희는 ‘시민’이라든가 ‘민주’, ‘행

것이 가능하잖아요? 그러니까 공무원들이 보기에는 ‘골

복’ 같은 추상적인 단어는 배제하자는 원칙을 정했습니

치 아픈 신문이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다. 그보다는 구체적인 사물 위주로 정하기로 했죠. 그래서 <벼룩신문>이 있으니 <메뚜기신문>도 가능하

- 신문을 발행하는 주체가 협동조합이라고 하셨죠?

다는 의견도 있었고, 그렇다면 <까치신문>도 가능하다

네, ‘콩나물신문협동조합’입니다.

는 의견도 있었죠. 동물만 아니라 식물이나 사물 이름

발행사의 명칭을 정할 때도, 처음 나온 의견은 ‘부천

도 있었어요. <느티나무신문>이나 <지게신문>, <시루

언론협동조합’이라고 좀 넓게 잡았더랬어요. 그런데

신문>, <무지개신문> 등이 그런 예입니다. 그런데 그런

회의 과정에서 “신문만 만들면 되는데 굳이 ‘언론’이라

이름들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많이 갈리더 라고요. 각자의 생활 근거를 어느 지역에 두느냐에 따 라 의견이 갈리기도 하고, 경험에 따라, 또 나이에 따라 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이름들을 검토하는 중에 ‘콩나물’이 라는 이름이 나왔는데, 이게 조합원들 마음에 쏙 들었습 니다. 지역이나 나이, 경험에 따라 한쪽으로 쏠리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콩나물이 주는 ‘의미’는 나중에 찾아 서 붙인 거죠. 서로 기대어서 함께 자란다든가, 물만 주 면 언제 자랐는지도 모르게 쑥쑥 잘 자란다든가 하는 의 미 말이죠. 어쨌든 전국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거부감을 주지 않는 그런 단어를 고르다 보니까 <콩나물신문>이 된 겁니다. - 발행 주기와 발행 부수는 어떻게 됩니까? 주간지인데, 아직은 돈이 없어서 한 달에 두 번씩 격 콩나물신문사가 있는 부천 담쟁이문화원

• 2014. 7·8

주간으로 찍습니다. 부수는 5천 부 찍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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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을 어떤 방식으로 만듭니까? 저희가 알아보니까 전남 순천에 <순천광장신문>이라 는 협동조합 신문이 있더군요. 그것이 협동조합에서 만 든 종이신문 1호이고, 우리가 2호입니다. 그런데 <순천 광장신문>은 조합원이 따로 있고, 신문을 만드는 사람 들이 따로 있더라고요. 하지만 우리는 신문을 조합원들 이 만듭니다. - 조합원들이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콩나물신문 한효석 상무이사(오른쪽)와 최현철 씨

말 그대로입니다. 편집장도 조합원 중에서 하고 싶은 사람이 하고, 기사도 조합원들이 씁니다. - 편집장을 하고 싶은 사람이 한다고요? 네! 우리는 신문 만드는 게 직업인 사람들이 아닙니 다. 자기 일터가 따로 있고, 다만 신문 만들 때 모여서 같 이 만드는 거죠. 그래서 편집장이 3명입니다. 돌아가면 서 만드는 거죠. 그것도 임기가 3개월이고요. 세 분 다 신문을 만들어 본 적이 전혀 없는 분들입니다. - 하고 싶은 사람이 편집장을 한다는 건, 아무리 지역 신 문이라 하더라도 아마 유례가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데, 하고 싶은 사람이 계속 하면 될 텐데, 임기를 정하는 이

콩나물신문사 모습

유는 뭐죠? 한 사람이 1년, 2년 오래 하다 보면 그 사람만 그 일의

고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견이 나왔습니

전문가가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사람만큼 못하게 될

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죠. 범위를 필요 이상으로 넓

가능성이 많죠. 한 사람만 그 일을 잘 하게 되는 건 우리가

게 잡으면 이상한 ‘권력 욕심’ 같은 것이 생겨나는 경우

바라는 게 아닙니다. 전문성보다도 누구나 하고 싶은 사

를 흔히 보잖아요? 그러다 보면 관청이나 취재 대상과

람은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한테는 더 중요합니다.

밀월 관계, 나아가 유착 관계가 되기 쉽고, 그것은 곧 건

사실 저희가 신문을 시작하면서 기자 경험이 있는 사

강하지 못한 신문이 되는 외길이죠. 신문의 입에 재갈이

람은 되도록 배제하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우리는 우

물려지는 거니까요. 꼭 필요하면 그때 가서 하면 될 것

리가 만들고 싶은 신문을 만들고 싶은 거지, 기존 신문

이니, 지금은 신문에 집중해서 해 보자, 이런 의미로 발

을 따라가는 신문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행사 이름을 그렇게 정했습니다. - 그러시군요. 편집장 선임은 이사회에서 하나요? - 조합비는 얼마고 현재 조합원들은 몇 명 정도입니까? 조합비는 3만 원, 조합원은 현재 140명이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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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이사 14명이 모인 이사회에서 정합니다. 그 것도 뭐 직접 모여서 정하지도 않아요. 카카오톡 대화방


에 편집장 선임에 관한 안건을 올리면 이사들이 온라인

습니다. 가령 지난번 같은 경우, 부천의 아무개 대학병

으로 찬반 의견을 주고요, 그걸로 정합니다.

원에서 노동 강도가 너무 세서 일주일 내지 열흘 이상을 버티는 사람이 없다는 투고가 들어와 그걸 실었죠. 그게

- 구체적인 신문제작 과정에 대해 좀더 설명해 주시죠.

지역에서 이슈가 됐고, 결국 병원에서 노동 조건을 개선

편집장 중심으로 기획회의를 여는데, 거기서 기사방

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런 얘기는 물론 부천 지역에

향이나 내용이 정해지죠. 그러면 각 기사에 대해 조합원

국한된 얘기입니다만, 사실은 어느 지역에나 해당되는

이 서로 취재 및 기사작성의 역할을 맡습니다. 그렇게

얘기가 아닐까 합니다.

해서 기사가 만들어지면 지면 회의를 합니다. 가편집안

사실, 다른 지역 신문 같은 경우 관(官)에서 예산을 지

을 놓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게 되는데, 이렇게도 앉혀보

원받는다든가 하는 관계로 지역의 좋은 얘기만 싣는 경

고 저렇게도 앉혀보면서 제일 마음에 드는 방안을 찾는

우가 있는데, 그런 것은 좋지 않죠. 저희는 기사를 쓸 때

거죠. 어느 한 사람이 독단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여

성역을 두지 않습니다. <콩나물신문>은 그런 점에서 ‘좋

럿이 함께, 요즘 말로 ‘다중지성’이 완성을 하는 겁니다.

은 지역 신문이란 이래야 하지 않는가’라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지면 구성을 할 때 광고면은 어떻게 하시나요?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저희는 ‘목에 힘주고 다니는’

편집하다가 빈 공간이 나오면 광고도 한두 개씩 넣게

사람들의 얘기는 거의 싣지 않습니다. 무슨무슨 단체의

됩니다. 서로 상의를 해서 조합원 모집 광고를 넣기도

대표라든지 정계에 속한 인물이라든지 하는 사람 얘기

하고,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돈 받는 광고를 싣기도 합

는 저희 신문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니다. 그렇다고 다른 신문들처럼 큰 기업의 광고를 싣는 건 아니고, 주로 조합원 업체 광고가 많습니다. 이것도 조합원들이 무슨 광고효과를 기대한다기보다 발행비 보탠다는 의미로 싣는 게 대부분입니다.

-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으면 부수 확 장에도 도움이 많이 될 텐데요. 저희는 그런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앞으로 그 단체에 대해서는 바른 소리를 못하는 신문이 되고 맙

- 신문 제작 경비는 어떻게 마련하시나요?

니다.

140명 조합원이 매달 1만 원 이상씩 내는 돈과, 정기 구독료(1년 6만 원), 그리고 일부 광고수입 등으로 충당

- 앞으로 어떤 내용을 주로 다룰 계획이신가요?

하고 있지요. 아직은 쪼들리며 근근이 내고 있는 형편입

사건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다룬다, 어느 한쪽으로 기

니다.

울지 않는다, 부천 시민에게 절실한 내용을 다룬다, 이 런 정도의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보니 보수니 이런

- 부천 이외 지역 독자들도 읽을 만한 내용인가요?

건 저희는 특별히 구별하지 않습니다. 추상적이고 이론

글쎄요,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비슷할 거라는 점에서

적인 담론도 저희는 추구하지 않습니다. 부천 시민의 삶

타 지역 독자들도 충분히 읽을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

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니다. 저희가 지역 신문이긴 하지만 부천 얘기만 하는

만든 사람이 만족하는 신문이 아니라 주민이 만족하

건 아니거든요. 게다가 저희 신문이 일반 신문들처럼 신

는 신문, 건강한 상식을 가진 부천 사람들의 가장 보편

속한 보도를 추구하는 게 아니고 여러 측면을 깊이 있게

적인 시각과 이야깃거리를 담는 신문, 이 정도가 저희

다루기 때문에 약간 잡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지향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두고두고 읽어도 괜찮을 만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걸 저희는 경계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역신문은 역시 협동조합이 딱

• 2014. 7·8

물론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지역 얘기도 당연히 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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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축하 메시지

맞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의 원리에 따라야 지역을

런 적이 많습니다. 몇 달 뒤에 망할지도 몰라요.(웃음) 흥

제대로 반영하고 대변하는 신문이 될 수 있다고 봐요.

할지 망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즐겁게 가보려고 합니다.

-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된 시대에 굳이 종이신문을 고 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끝으로, 전국의 협동조합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들려주시지요.

인터넷신문은 독자에게 다가가는 데 한계가 있습니

전국의 적지 않은 분들이 마을 신문을 만들고 있는 것

다. 부천에만 인터넷 매체가 25개가 있는데, 들어가서

으로 압니다. 아마 고민은 우리와 비슷할 텐데요, 마을

읽는 사람도 없고, 다 비슷비슷해서 시민들이 거의 모

신문에 그치지 말고 시야를 조금 더 넓혀서 지역 신문으

릅니다. 하지만 이제 만들어진 지 몇 개월 안 된 <콩나물

로 해보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하

신문>은 많은 분들이 기억합니다. 인지도 면에서 그만

면, 덜 힘들고 훨씬 행복하게 신문을 만들 수 있다고 봅

큼 차이가 납니다. 그게 종이신문의 힘인 것 같습니다.

니다.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열고, 서로를 믿

시정을 비판한 기사가 실린 우리 신문이 시청, 주민센터

는 마음이면 된다고 봅니다.

이런 곳에 놓여 있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신문은 구독료를 못 받잖습니까? 이렇 게 종이신문으로 나와야 구독료를 받을 수 있지요.

부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쾌하고 짜릿한 신문 실험, <콩나물신문>이 이름처럼 쑥쑥 자라서 건강한 협 동조합 신문의 좋은 모델이 되어주길 바란다.

- 신문을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역할 모델로 생각하신 신 문이 있는 건가요? 없어요. 다른 곳에서 나오는 신문을 참조하기는 했지

주소 :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 318-13

만, 우리 같은 신문은 지금껏 없었어요. 우리가 모델을

문의 및 구독 안내 : 032-672-7472

만드는 중인 것 같습니다.

카페 : cafe.daum.net/20130806

그래서 매일 좌충우돌합니다. 어제는 이 생각이 제일 좋은 줄 알았는데,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아닌 거예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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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신문협동조합

페이스북 : www.facebook.com/groups/kongpaper


길이 없으면 스스로 만든다, 우리 딸들을 위해!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 글 황세원(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홍보팀장) | 사진 이우기

• 2014. 7·8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 멤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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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딸아이를 위해 틀어놓은 TV 교육방송에서

는 일이다. 물론 그렇게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도

유아용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그 사이 한숨 돌리

많지만, 추씨처럼 육아에 전념해 온 입장에서는 아이에

고 집안을 정리하면서 저녁 상 차릴 생각을 하던 추명자

게 그런 갑작스런 변화를 감당하게 할 만큼 직장에 다녀

(40) 씨는 멈칫했다.

야 이유가 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 저거 내가 참여했던 건데?” 초등학생 대상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시작된다는 캠페

일하고 싶다고 해요. 살림만 하고 싶다는 사람은 한 명

인 광고였다. 아이를 임신하면서 그만둔 연구원에서 추

도 못 봤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경력이 단절되고 나면

씨가 소속된 팀이 진행했던 정책 연구 내용이다. “아, 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돼 버려요.”

정책이 채택돼서 시행이 되는구나….” 그 즈음 했던 다른 연구도 떠올랐다. 국내 여성 교수

​ 생물정보학, 화학, 행정학 등 석ㆍ박사가 13명

들의 근속기간과 보수가 얼마나 되나, 어떤 전공을 한

​그러나 추씨는 현재 ‘경력단절 여성’이 아니다. 2014

여성 교수가 더 오래 일을 지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

년 2월 이후로 추씨의 직함은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

였다. 그 연구를 마친 얼마 후에 정작 자신의 경력은 단

합(KOWORC)’ 이사장이다.

절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추씨는 씁쓸하다.

​약어 KOWORC(Korea Original Woman's Research

그가 직접 경험한 현실에선, 친정이나 시댁이 얼마나

Cooperative)의 발음이 ‘협동(co-work)’의 영어 발음과

가까운지, 아이 할머니가 육아를 감당할 정도의 체력이

같다는 점부터 재미있는 이 협동조합은 석ㆍ박사 학위를

되는지, 그리고 월급이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 총액보다

가진 여성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얼마나 많은지가 경력이 단절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관건이었다. 비교적 늦게 결혼해서 얻은 아이라 직접 키우고 싶은

생물정보학, 신경생리학, 신경생물학, 화학, 물리 등 이과 계열도 있고, 행정학, 사회복지학, 정책학을 전공 한 문과 계열도 있다.

마음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딸아이가 예쁜 짓을

​이들이 뭉친 것은 힘을 합쳐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하

할 때면 “아빠는 이걸 못 봐서 안됐네” 싶고, 한살 한살

기 위해서다. 정부 부처 및 산하 기관들이 외부 기관에

커가도 엄마와 함께 있고자 하는 마음이 줄지 않는 아이

연구 용역을 주는 일은 늘 있고,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에

를 볼 때면 잘 한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

서는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과

학기술분야 협동조합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물리학 석사도 할 일은 마트 계산원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만둘 당시 예상 못 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 연구원

이 협동조합을 찾아가 보고 싶어서 박준연(39) 사무

으로는 돌아오지 못 하리라, 아예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국장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를 걸었을 때, 깜짝 놀랄

수도 있다, 각오했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이 이 정도

수밖에 없었다. 남자였기 때문이다. ‘경력단절 남성’인

로 없을 줄은 몰랐다. 이화여대에서 물리학 석사 학위를

것일까?

받았고, 생체의공학연구소, 과학기술평가원 등에서 연 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은 아무데서도 인정해 주지 않았 다. “마트 계산원 한 군데는 취직할 수 있겠구나.” 여러 군데 이력서를 내본 후 추씨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다고 풀타임 직장에 취직하는 게 최상의 답도 아 니다. 아침마다 잠도 덜 깬 아이를 닦달해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저녁까지 어린이집에 두는 것도 내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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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엄마 누구에게 물어봐도 다시

“저희 협동조합은 정관상 여성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조합원이 아니고 상근 직원입니다.” 올해 설립된 협동조합이 별도의 상근 직원을 둔 것도 놀랄 일이다. 게다가 박 사무국장은 지난해까지 공무원 이었는데 이 협동조합 설립을 위해 그만뒀다고 한다. 선 뜻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어찌 보면 KOWORC의 소개에 있어서는 부차적인


의문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이 의문을 풀어야 KOWORC

원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한참 이어

가 설립될 수 있었던 배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졌다. KOWORC는 총 조합원 13명 중 4명이 수도권 이

외 지역에, 2명이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 아직 서로 얼

​“서로를 모르면 배려해 줄 수도 없다”

굴도 보지 못한 조합원들도 있다. 연구 프로젝트에서 현

지난 6월 27일, 서울 역삼동의 한 브런치 카페에서

황 조사를 할 때 지역 및 해외 사례를 쉽게 찾는 점은 좋

KOWORC 이사회가 열렸다. 추 이사장과 박 사무국장, 생물정보학 박사인 배세은(34) 이사, 행정학 석사인 제 보은(34) 이사가 참석했다. 양재동에 사무실이 있는데도 다른 장소에서 이사회를 연 것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참석자들이 모이기 에 동선이 가장 짧은 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회의를 하기 로 한 것. 이 날 안건은 총 3가지였는데 조합원 가입 승인 여부,

지만 소속감을 높이는 데는 부정적인 구성이다. ​“지금도 이사장하고 사무국장만 너무 바쁜데, 다른 조 합원이 어떤 일을 얼마나 하는지도 모르고 지낸다는 것 은 문제가 있다”, “최소한 월 1회, 정 안 되면 화상으로 라도 회의를 하자” 등 얘기가 이어졌다. “우리는 다 배려 받으며 일하고 싶어서 이 조합에 들 어온 셈인데, 서로를 모르면 배려하기도 배려 받기도 어 려워진다”는 의견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정책제안서 작성에 따른 보수 지급 문제, 총회 개최 관

​​

련이었다.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은 사회적 약자?

그 중에서 “총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자주 조합

• 2014. 7·8

왼쪽부터 추명자 이사장, 배세은 이사, 박준연 사무국장, 제보은 이사

안건 처리가 끝나고 식사를 주문할 즈음 이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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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과학기술인 협동조합포럼에서 발제하는 추명자 이사장(사진=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

의 의의를 물었다. 이야기는 자연히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의 애환’으로 이어졌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임신이 잘 안 되는 ‘난임 여성’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이 무슨 사회적 약자야? 자기가

의 경우도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인공수정 등

좋아서 회사 그만둔 거 아니야?’라는 시선을 받곤 한다

시술을 위해서는 회사를 자주 빠질 수밖에 없는데, 이

는 추 이사장은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다른 선택지

기간이 길어지면 하는 수 없이 사직을 하게 되는 것이

가 전혀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 언제쯤 임신이 될지 기약이 없기 때문에 휴직 제도

​“기업과 연구소들 입장이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에

를 쓰기도 어렵다. 다시 취직을 하려고 해도 경력이 단

요. 박사급은 몰라도 석사급은 거의 계약직이고 정확하

절된 이유에 대해 공감을 얻기도 힘들다. “육아 때문에

게 그 전공 지식을 쓰는 업무를 맡길 것도 아닌데 굳이

경력단절된 것보다 더 답답한 경우”라고 조합원들은 입

경력자를 쓸 필요가 없거든요. 연구책임자와 잘 맞춰가

을 모아 말했다.

며 일할 사람을 주로 뽑으니까 아무래도 갓 졸업한 젊은

사람을 쓰게 되죠.”

“연구개발 프로젝트 수주하는 것이 꿈”

​추 이사장이 마지막으로 같이 일했던 연구책임자(박

​배 이사는 경력단절 여성이 아니다. 현재 KAIST 세포

사)는 석사급 연구원일 때 아이를 낳고도 시댁과 친정에

벤치연구소에 연구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직 신혼으

번갈아 맡기면서 악착같이 출근했고, 그러면서 박사과정

로 출산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KOWORC에 합류하

까지 마친 덕분에 계속 연구자로 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게 된 이유를 묻자 “경력단절 여성의 어려움을 잘 알기

“저도 후배들한테는 꼭 그렇게 하라고 말해요.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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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 경력단절을 면할 수 없는 거죠.”

때문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만 저는 여러 가지 여건 상 그럴 수가 없었어요. 부모님

​“승무원인 제 여동생이 임신 중인데, 출산휴가와 육아

이 멀리 사신다거나, 건강이 안 좋으시거나, 그런 상황

휴직이 가능하긴 하지만 본래 예정돼 있던 승진에서는


누락됐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밖에도 주위에 안타까운

된 연구소와 정부 부처 등에서 일한 경력을 가진 그는 그

사례는 너무 많죠. 저도 아기를 낳고 경력단절이 되지

당시부터 여성 경력단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졌었고,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이 협동조합을 시작으로 우리

특히 아내가 딸을 키우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문제를

사회에 대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해결할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KOWORC에게 배 이사는 큰 동력이다. 연구 프로젝

어찌 보면 아내의 경력을 이어주기 위해 남편이 직장

트를 받으려면 박사급이 책임연구원을 맡아줘야 하기

을 그만둔 셈이다. 아직 재정이 안정되지 않아 급여도

때문이다. 배 이사는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빅데이터 분

일정치 않은데 말이다. 그럼에도 박 사무국장은 주위에

석이 가능한 연구자이기도 해 향후 협동조합이 연구개

서 놀랄 만큼 신나게 일하고 있다.

발(R&D)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제게는 꿈이 있어요. 저희 협동조합이 커지고, 다른 협동조합도 생기고, 전공 별 컨소시엄을 만들기도 하면

KOWORC는 그동안 미래창조과학부, 고용노동부 등

서 연구자 그룹들이 수십 개 생겨났으면 해요. 그러면

에서 3건의 연구 과제를 받았고, 한국협동조합연구소와

남자들도 혜택을 볼 거예요. 꼭 한 직장에 매여 있지 않

함께 서울 노원구에서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협동조합

아도, 인생의 중요한 고비들을 잘 넘기면서도, 자기 전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에 맞는 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것이

박 사무국장은 “아직은 연구개발 프로젝트보다는 그

니까요.”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정책 연구, 조사 연구 수준을 하

​​

고 있다”면서 “좀 더 인적, 물적 자원을 갖춰서 앞으로는

KOWORC의 꿈, 세상을 바꾸는 일

실험이 포함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게 우리

또 하나의 이유도 있다. 바로 두 사람의 딸이다. “우리

의 꿈”이라고 말했다.

서우가 커서 아이 봐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하는 대 화를 자주 하게 된다는 부부는, “최고로 잘 키우고 싶은

“경력단절 문제 해결되면 모두 혜택 본다” ​

우리 딸이 불과 서른 안팎에 절망하게 되는 일을 막으려

설립된 지 불과 반년여 된 협동조합이라는 점에서 볼

면 그 전에 우리가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때 의미 있는 실적을 내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이

​점심 식사를 마칠 쯤 둘러보니 카페 안의 다른 손님은

가 아파버리면 외출도 할 수 없는” 경력단절 여성, 그것

거의 여성이다. 얼핏 KOWORC 구성원들도 그저 한가

도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여성들이 어떻게 단기간에 이

하게 수다를 떠는 여성들로 보일 수 있다. 겉으로만 봐

런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서는 알 수 없다. 이들이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

​이는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재택으로 얼마든지

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이 달라진 후에야 예전 세상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

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혜택

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아무리 일하고 싶은 열망이 크

은 함께 누린다. 앞서 가는 사람들이 소중한 이유다.

다지만 한동안 일을 안 했던 여성들이 동호회 하듯이 가

​“다음에 뵐 때는 저희 사옥에서 차를 대접할게요”라는

끔 모이기만 했다면 제대로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박 사무국장의 배웅 인사가 그저 농담같이 들리지 않았던

고 이들은 말한다. 연구 공모 정보를 모니터하고, 조합

것은, 꼭 그렇게 됐으면 하는 기대 때문이었던 듯하다.

원들의 전공과 능력에 맞게 배분하고,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내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상근자, 박 사무국장이 있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

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전화 : 02-6215-1222

​그럼 이제, 박 사무국장이 누구인지 밝혀 보자. 그는

* 이 글은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 소식지 <세모편지>에도 실렸습니다.

• 2014. 7·8

추 이사장의 남편이다. 행정학 석사로 여성 정책과 관련

홈페이지 : www.koworc.kr(개설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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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희망으로 노동자 행복을 만들자 - 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글, 사진 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주) 자주관리실

2013년 자주관리위원회 워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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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교통은 일반시내버스업체처럼 대중교통의 다양

시내버스업체다. 이후 체불임금 청산, 악덕사업주 구속,

화에 따른 수익감소와 고질적인 부실 경영이라는 운수업

공영제 실시, 경영정상화 방안요구 투쟁은 171일간 지

체가 처한 경영의 악순환선상에서 임금체불(2개월치 임

속되었고 전 경영진과 시청을 상대로 협상한 결과 2005

금과 5개월치 상여금)까지 더해져 결국 2004년 7월 24

년 1월10일 전 경영진으로부터 50% 주식의 무상양도와

일 노동조합의 생존권사수를 위한 파업투쟁을 하게 된

부채(150억 원) 승계를 내용으로 합의하게 되었다.


노동조합의 인수 후 새로운 시작 노동조합의 인수로 새롭게 출발 한 우진교통은 소유, 노동, 경영의 분리원칙으로 먼저 50% 주식 소 유는 집단적 소유의 의미로 지역 의 인사 1인에게 무상양도하여 사 회화하는 형태를 가졌고 노동과 경영을 분리하여 각각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체계를 갖추며 생산수단 의 사회화와 민주적 의사결정제도 를 지향하는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으로 출범하였다. 투명경영의 정립시기인 초기에 는 월1회 경영설명회 개최, 임금삭

2007년 자주관리기업 문화 정립 프로젝트, 가족 참여 문화 마당

감 없이 진행되는 경영정상화, 재 무구조의 장단기적 계획 수립(부 채탕감원칙 포함), 비정규직의 정 규직화라는 경영원칙에 따라 운영하였다.

영 정상화의 형식은 갖출 수 있었지만, 공동체 정신에 입

출범 이후 2년여 동안은 출범 초의 경영원칙을 수행

각한 민주집중제의 실현은 이루지 못한 것이다. 60여 명

하면서 영역별 역할 분배된 체계에서 각종 외부채권에

의 압류와 이로 인한 임금체불, 이에 영향을 받은 퇴직

대한 대응, 현장조직의 책임 있는 자율을 통한 생산관리

자들의 속출로 우진교통이 떠안고 해결해야하는 피해금

의 모색(분임조 운영 등), 각종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에

액은 45억 원에 이르렀다. 우진교통은 출범 이후 최대의

주력하였다. 그러나 이 시기에 나타난 자주관리에 대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의 고통을 포함한

이해의 편차는 현장 내 발생하는 각종 사안들에 대해 경

45억 원의 피해금액을 기회비용이라 생각하고 냉정한

영, 구성원, 노동조합 간의 갈등관계로 악화되기도 했

평가와 함께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을 마련하였다. 바로

다. 그리고 자주관리기업 탄생의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자주관리기업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4대 과제>의 수립

노동조합은 상급단체 경영간섭의 문제로 인한 의견 대

이었다.

립으로 상급단체 탈퇴를 하는 등 혼란을 겪지만, 자주관 리기업 안정화를 위한 주력부대로서의 역할을 하며 정

<자주관리기업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4대 과제> 수립

체성 정립을 마련해나갔다.

가장 먼저 자주관리기업의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도록 정관을 비롯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장기적 측면에서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한 대안 마련과 자주관리기업의 핵

2008년이 시작되면서 출범 초기의 경영원칙에 따라

심인 현장 구성원의 역할 강화를 위한 현장조직 강화방

추진한 3년여 경영의 결과로 외부채권을 정리해내는 쾌

안을 마련하였다. 자주관리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거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주관리기업 내

본격적인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전제조건으로 검토한

권리이해의 문제나 현장 내 만연해 있던 갈등의 고리는

것은 바로 자주관리기업의 정신을 표현하는 형식을 내용

결국 ‘마이비카드 압류사태’라는 결과로 표출되었다. 경

과 같이 통일시키는 <용어정리> 작업이었다. 이미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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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관리기업 내 만연해 있던 갈등의 고리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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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은빛 청춘들의 역사 문화 기행

관계의 변화로 일반기업의 노사관계를 탈피한 우진교통

탕으로 대안을 마련해 왔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또한 해

의 경우 단체협약은 노동협약, 취업규칙은 경영협약 등

마다 추진한 전체 구성원 1박2일 워크샵, 교육 및 문화

으로 바뀌었으며 현장의 경영참가를 통한 현장민주주의

행사 등은 자주관리기업 정체성을 구현해나가는 각종

의 실현을 위한 각종 위원회를 정비하였다.

시스템과 함께 중요한 영역이었다고 생각된다.

2010년에 이르면서부터 운수업체로서의 사회적 역할 에 대한 평가가 되면서 <교통안전관리위원회>를 시작으

공동체 정신의 실현으로 노동자 행복을 위한 발걸음

로 노동의 직무자치를 구현해나가기 시작했다. 더불어 경

우진교통의 자주관리운영 사례를 되돌아보면 먼저 노

영과 노동의 측면에서 직무자치 구조를 통한 노동의 가치

동자 생존의 필연성으로 자주관리기업을 선택하고 경영

실현을 구체화하였다. 그리고 노동복지의 장기적인 측면

정상화를 통해 안정과 발전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이었음

에서 <우진공제회>라는 운전자 보험을 자체적으로 운영

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자주관리기업의 존재가 무엇을

하며 소비 영역에서 자주관리기업의 공동체 정신과 신뢰

위한 것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이 과정이 행복

를 기반으로 한 운영시스템을 경험하고 있다.

하냐는 가치적 측면으로 변화하는 단계였다. 지금 우진

망망대해에 외로이 떠 있는 섬 하나같은 노동자자주

교통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소유구조의 문제 등을 정

관리기업 우진교통이 내외부의 요인으로 인한 여러 위

비하며 노동자가 전체 구성원인 기업으로 더 행복해지고

기를 극복하고 현재의 안정적인 면모를 갖출 수 있었던

또한 그 행복을 지역과 나누며 공동체 정신을 실현해나

것은 변화하는 정책과 각종 사안들을 가지고 주저앉지

가기 위해 모두 함께하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않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공유하며 공동체의 정신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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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꿈꾸다 -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글, 사진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멤버들

강서구 송정역 근처에 한국의 몬드라곤이라 불리는

‘을’의 서러움 속에서 탄생한 직원협동조합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의 김희범 이사장은 ‘갑’의 횡

이 있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의 비전은 “행복한 회

포에 눈물을 흘리던 직장인, 즉 ‘을’이었다. 과거 김 이사

사, 이상적인 회사를 만들자.”이다. 이상적인 말로 들리

장은 한 건실한 중소기업에서 부장으로 근무하였다. 회

지만, 현재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이 걷고 있는 길을 살

사사정이 어려워진 회사는 직원들의 인센티브와 수당

펴보면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이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부터 없애버렸다. 당시 건설업계는 잔업을 밥 먹듯이 하

든다.

고 비수기인 겨울철에는 교육·정비·휴식 시간으로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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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이고 감동적인 이웃회사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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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의 사업 분야는 냉각탑, 환기 시설, 보일러 등의 유지보수로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사업이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의 가장 큰 장점이 바 로 전문성이다. 창립 멤버 모두가 유지보수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팀장급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협력 관계가 매우 중유한 분야인 만큼 협력업체 에서 12명의 전문가를 기술위원으로 위촉하여 업무 관 련 운영회의도 갖고 있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은 이 닥트 교제 작업 모습

러한 협력을 통해 전문성이 강화된 작업 환경을 갖출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지보수업체들은 영세성과 비전문 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유지보수의 표준 및 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 업체들은 과도한 이윤을 추구로 가격이 높고 편차도 심하다. 이에 한국유지보수협동조 합은 최고의 전문성과 규모화를 통해 최소 이윤만을 추 구하며 투명 정직한 견적서와 제안서, 정품정량 시공,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김희범 이사장

깔끔한 공사 마무리, 공사완료보고서 제출 의무화, 확실 한 A/S 보장을 위한 보증보험증권을 발행하는 등 유지 보수산업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유지보

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회사는 겨울철 절반 동

수협동조합은 설립한지 1년도 채 안되어 업계에서 선도

안 무급휴가를 실시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었

기업으로 인정받아 현대, 쌍용, 경동, 삼양식품 등 대기

다. 당시 최고참 실무 부장으로 책임감을 느낀 김 이사

업과 세종문화회관, 청와대 사랑채, 남부지방검찰청 등

장은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하여 직언을 했고 그 결과 회

관공서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사에서 퇴사 조치를 받았다. 마흔아홉 나이에 다시 직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모두가 행복한 회사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협동조합 설립지원 광고를 보고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은 직원이 주인인 직원협동조

을의 서러움과 샐러리맨의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협

합이다. 직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며 운영한다.

동조합을 설립하기로 결심하였다.

주요 안건은 회의를 통해 결정하지만, 작은 범위에서는

이후 협동조합 설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함께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책

일하던 팀장들이 합류하였고, 10여 개 협력회사 대표의

임자에게 일정부분 재량권을 주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지원 약속이 이어졌다. 김 이사장을 비롯하여 오랜 기간

있도록 보장한다. 불필요한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

유지보수 전문가로 일하던 7명이 힘을 합해 출자금을

복한 직장생활을 하는 게 바로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모아 유지보수조합을 설립했다. 그리고 설립 2개월 만

의 목적이다. 회사와 업체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에 손익분기를 넘어섰다.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낸 자랑

개인적인 일을 먼저 볼 수 있도록 권한다. 회사도 중요

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집안에서의 가장 역할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최대한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조합원의 여가

최고의 전문성으로 투명한 ‘최소 이윤’을 추구

110

활동 역시 다른 직장에 비해서 여유롭고 활기차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냉각탑 공사 모습

조합원들의 성과에 따른 급여수준도 이전 직장에서

호협동을 통해 목표를 성취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모

받던 수준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 일부 우려의 소리도

두가 고루 행복한 회사,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봉사하

있었지만, 김 이사장은 꿋꿋하게 목표를 잡고 전 조합원

는 회사, 모두가 존경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질주할

과 공유하면서 어렵지 않게 목표를 이루었다. 이 부분에

것.”이라고 피력했다.

있어서는 주식회사의 목표지향형 성과주의 장점을 조 합했다고 김 이사장은 설명했다.

세 번째는 외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첨단 기술과 능 력을 갖추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지사까지 만들어 세계 에 우리나라를 알리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이 세

사회적기업, 행복한 직장,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

가지는 단순한 꿈이 아니라 목표다. 2개월 만에 손익분

한국유지보수조합은 미래에 대한 목표를 세 가지로

기점을 넘어선 저력으로 3년 안에 가장 행복한 직장을

잡고 있다. 첫 번째는 돈만 버는 회사가 아닌 사회적기 업으로서의 역할이다. 조합은 ‘생명의전화 사회복지관’

만들겠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2012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협동조합 기본법에 의해

과 같은 복지 시설의 보수 공사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원

서울시 승인으로 설립한 협동조합은 전국 3,000개가

가만 받고 공사를 진행한다. 협동조합의 사회적기업으

넘는다. 그 중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및

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서울시 등에서 우수 협동조합으로 선정되어 사회적 관

로 김희범 이사장은 최근 ‘강서구 명예 지역아동센터장’

심을 받고 있다. 전 직원이 항상 웃으며, 매일 즐겁게 회

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사에 출근하는 행복한 회사인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은

두 번째는 바로 행복한 직장 만들기다. 김 이사장은 “나오고 싶은 기분 좋은 회사, 스트레스 없는 회사, 그리

직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진취적으로 ‘행복한 회사, 이상적인 회사’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조합원들은 앞으로도 정직한

모든 직원들은 업무에 열정을 갖고 고객이 감동할 때까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으로서 더욱 최선을 다 할

지 임하며, 의사결정은 창의적,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상

것을 다짐한다.

• 2014. 7·8

고 ‘을’의 서러움이 없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111


놀이로 배우는 협동조합의 원리 - 엑투스협동조합, 협동조합 보드게임 ‘렛츠쿱 2’ 출시 글, 사진 김희태(엑투스협동조합 교육팀장)

협동조합 교육과 학습에 도움 되는 ‘렛츠쿱 2’

행착오를 겪었었다. 보드게임의 개발을 너무 쉽게 생각한

엑투스협동조합이 7월 16일 협동조합 보드게임 ‘렛츠

결과였다. 실수를 경험 삼아 렛츠쿱 2는 보드게임 개발자

쿱(Let’s Coop) 2’를 출시했다. 렛츠쿱 1의 경우, 돈을 아끼겠다고 경험도 없이 직접 인 쇄에 뛰어들었다가 전량 폐기하기도 하는 등 몇 가지 시

112

인 김건희 씨와 함께 준비했다. 올해 초부터 렛츠쿱 1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게임의 기본안을 만들고 난 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게


임의 디자인과 방식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게임에 대한

이렇게 5팀이 신청하였다. 남은 한 팀은 행사 당일 일반

피드백을 얻기 위해 근 한 달 동안 한살림과 아이쿱생협

인 그룹으로 조성, 총 6개 팀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등을 방문했다. 거기서 얻은 내용을 토대로 내용 보완이

행사 당일, 9시부터 청계광장 무대 위에서 게임 설치

이루어졌고, 게임 디자인이 구체화되면서 시험 버전을

와 리허설을 꼼꼼히 진행했다. 더불어 행사 성공을 위해

만들었다.

행사 홍보지를 청계천 인근 설치하고 일반인들에게 홍보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진 시험판을 들고 여러 협동조합

를 시작했다. 준비를 마치고 오전 11시, 드디어 청계광

과 중간지원기관, 대학교 등을 돌아다니며 사용자들로

장 공연무대에서 ‘2014 협동조합 보드게임 경연대회’를

하여금 직접 게임을 해보게 하였다. 평가는 해당기관별

시작했다. 사회자는 안내 멘트로 행사 시작을 알렸고, 엑

로 달랐지만, 대체로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투스 협동조합 최예준 이사장의 인사말과 함께 협동조합

이렇게 게임의 시험 평가도 마친 후, 우리는 6월 초 게

보드게임 경연대회가 시작되었다.

임 제작 업체를 선정했다. 여러 업체와 미팅도 하고 견적

정식으로 참석한 팀은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행

도 받는 과정을 통해 한 업체를 선정하여 제작에 들어갔

복중심 생협, 한살림 서울, 인문학 협동조합, 신협, 총 5

다. 우리는 7월 초로 잡혀 있는 ‘협동조합의 날’ 행사 전

팀이었다. 새로운 버전의 보드게임이 시작되었다. 게임

에 게임이 완성ㆍ발매될 수 있도록 계약을 했다.

은 40분의 시간제한으로 교육받은 스텝이 보조하는 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협동조합 보드게임 ‘렛츠쿱 2’가

운데 이뤄졌는데, 게임 시간 내내 열띤 토론이 이어졌

만들어졌다. 이전 게임이 주사위를 굴리는 일반적인 형

다. 보드게임 방식이 토론이어서 그런지 게임에 참여한

태의 게임이었던 데 비해, 이번 게임은 토론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보인 열정은 사회를 보는 필자 역시 깜짝 놀

운영을 경험하는 형태로, 보다 쉽게 조합원 교육 및 학

랄 정도였다.

생들의 학습을 병행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아울러

40분간 열띤 토론 끝에 게임은 끝이 났다. 결과는 798

‘렛츠쿱 2’ 출시 기념으로 협동조합의 날 행사를 맞이하

점의 높은 점수를 획득한 인문학협동조합이 1위, 523점

여 협동조합 보드게임 경연대회도 준비했다.

을 획득한 행복중심이 2위,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가 3위를 차지했다. 게임 시연 과정에서도 600점이 넘는 경

협동조합 보드게임 경연대회 이모저모

우는 거의 없었기에 인문학협동조합의 높은 점수는 큰

- 2014 사회적경제 한마당 청계광장 공연무대

박수를 받았다. ‘역시 토론과 잘 어울리는 팀이구나!’ 하 는 생각이 들었다. 경연대회 결과 발표 후 최우수팀에 대

‘렛츠쿱 2’ 출시를 앞두고 엑투스협동조합에서는 7월 4일 협동조합의 날 행사를 맞이하여 ‘2014 협동조합 보

한 시상이 진행되었으며, 소정의 상금과 상품이 지급되 고, 기념촬영을 끝으로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드게임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보드게임 경연대회는 종

처음 진행하는 협동조합 보드게임 경연대회, 그리고

종 있었지만, 협동조합 보드게임 경연대회는 아마도 최

무더운 날씨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신 참가자 분들

초일 것이다.

과 스탭, 자원봉사자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경연대회를 위해 6월 중순부터 사회적경제 사이트, 페

드린다.

이스북 등을 통해 행사에 대한 웹자보와 행사 스텝을 구 하는 공고를 올렸다. 6월 말까지 협동조합 보드게임 경연

엑투스협동조합

대회에 참석할 팀을 모집하고 스텝 교육 등을 실시하면서

블로그 : blog.naver.com/actus1004

협동조합 보드게임 경연대회를 하나씩 준비했다. 최종적

‘렛츠쿱 2’ 문의 및 구입안내 :

으로 참석 의사를 밝힌 팀은 한살림서울, 아이쿱 협동조

02-564-8418, bogirang@naver.com • 2014. 7·8

합지원센터, 행복중심 생협, 인문학협동조합, 일과미래,

113


학생들을 위한 학교협동조합 교육 - 대학생협 멘토링 활동 글, 사진 정미선(대학생협연합회 학생이사)

대학생협 활동가들이 멘토링 활동을 준비하는 모습

지역과 대학교가 아닌 고등학교에 협동조합이 생긴다 면 어떨까 궁금하여 필자가 한번 가 보았다.

114

해서 정한 방법은 마인드맵! 각자 협동조합의 7원칙을 하 나씩 맡아서 학생들과 조별로 마인드맵을 완성해가기로

지난 7월 19일, 서울대학교에서 진행된 참가자 교육에

결정했다. 아직은 생소한 7원칙을 학생들에게 설명해주

서 협동조합의 의미, 운영원리, 협동조합의 7원칙에 대

고 마인드맵을 완성하도록 도와줘야 하다니! 두근두근 설

한 강연을 듣고, 고등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쉬운 설명

렘과 두려움을 안고 긴 회의를 끝냈다.

을 할 수 있을지 아이엠그라운드 게임을 응용한 7원칙 게

드디어 7월 22일 아침 10시. 아침 일찍부터 학생들을

임을 배워보는 시간도 가졌다. 각자 어떻게 고등학생들과

만나기 위해 모인 우리는 학교협동조합 설립에 열정을 갖

협동조합을 공부할까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고 계신 독산고 학부모님들께서 준비하신 김밥과 간식들

22일, 23일에 독산고등학교에서 교육보조를 하는 참가

을 먹었다.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활동가 두 분과

자들과 함께 어떤 프로그램으로 협동조합 7원칙을 설명

대학생 멘토가 한 자리에 모여 글과 그림으로 돌아가며

해줄지 긴 회의를 했다. 7원칙 게임을 하면 시간이 부족

별명, 좋아하는 색깔, 참가 목적에 대해 자기소개를 했다.

하진 않을까, 협동조합을 처음 접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뜬

그리고 본격적으로 학교협동조합지원센터(준)의 박주희

구름잡는 이야기로만 비치진 않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

연구원이 협동조합에 대한 강연을 사례 중심으로 설명해


주었다. 캐나다의 산악장비협동조합, 한국의 허클베리

신 점심을 나눠 먹으며 든든하게 이틀간의 멘토 활동을

핀협동조합의 이야기를 통해 협동조합으로 다양한 형태

마무리했다.

의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딱딱하게 협동

대학생협도 처음에는 대학생들이 학내 복지를 위해 모

조합은 뭐고, 어떻게 설립하고 하는 이야기보다는 사례를

여서 논의하고 고민해서 필요한 사업들을 꾸려나가며 발

통해 좀 더 친근하고, 학생들 스스로 ‘우리도 협동조합 만

전해왔다. 지금은 무려 33개 대학교에 대학생협이 있다.

들어볼까?’라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대학생협이 있는 대학의 학생들도 입학하고 한참이 지나

2교시에는 우리가 직접 협동조합을 만든다면, 그 협

서야 대학생협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협동조합에 대

동조합의 목표, 사업,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포스트잇

해 궁금해 하는 상황이다. 고등학교에도 협동조합이 생

에 써붙여 커다란 그림으로 완성하는 활동을 했다. 고등

기고, ‘협동’, ‘협동조합’을 가르치는 수업이 늘어난다면

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은 평소 학교생활 중에서 느낀 불

어떻게 될까? 대학생협과 고등학교 협동조합이 다양한

편이나 문제점들이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해결되었으면

멘토활동을 펼쳐나간다면 어떨까? 아마도 지금보다 다

좋겠다는 바람을 주로 담았다. 각자가 모두 의견을 내고,

양하고 튼튼한 협동조합들을 이끌어나가는 조합원들이

서로 그 의견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규칙에 따르면서 하

더 많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나의 큰 그림으로 완성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직 독산고에 학교협동조합이 설립된 것은 아니고,

둘째날은 학교협동조합지원센터(준) 주수원 씨가 아

많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협동조합을 꾸려나가는 것은

주 쉽게 ‘협동조합은 우리들의 필요를 사업으로 만든 규

아니지만, 독산고 학생들과 학부모님들뿐만 아니라, 이

칙 있는 모임이다’라는 말로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풀어

교육에 참여한 대학생 멘토들 각자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서 설명해주었다. 아주 이해가 쏙쏙 잘 되는 강의였다.

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협동조합이 ‘낡고 오래된 사업

국제협동조합(ICA)에서 정한 협동조합의 7대 원칙을 배

모델’로 인식되기보다는, 많은 고민들 속에서 함께 배우

우고, 마인드맵을 통해 학생들의 언어로 7대원칙을 풀어

고 성장해나가는 곳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더 많은 사람

서 설명해보고 관련된 사업들도 적어보았다. 대학생 멘

들이 협동조합의 가치와 의의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조

토들이 학생들과 함께 1:1로 도와주며 마인드맵을 완성

합원으로 출자하고 스스로 협동조합의 운영과정에 참여

했다. 오히려 학생들이 쉽게 풀어 설명하고 톡톡 튀는 사

해보았으면 한다. 이 멘토 활동을 계기로 학교협동조합

업아이디어도 제시해 모두 깜짝 놀랐다. 활동이 모두 끝

과 대학생협의 교류,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교류가 꾸준

나고 남은 학생들과 멘토들은 학부모님들께서 준비해주

히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필자 역시 앞으로 대학생 협 조합원이나 학생임원, 위원들에게도 꾸준히 홍보해 멘토로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고등학교에서도 협동조합을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직접 멘토 활동을 해보면서 협동 조합에 대해 다시금 공부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고, 대학생협에만 갇혀 있던 사고를 확장하는 계기도 되었 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학교 협동조합을 꿈꾸었던 시간이야말로 기쁜 일이다. 앞으로도 고등학 생들과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다듬어 이 멘토 활동이 잘 꾸려지기를 바란다. * 이 글은 <학교협동조합 뉴스레터>에도 실렸습니다. ·facebook.com/schoolcoop

• 2014. 7·8

대학생 멘토들과 학생들이 완성한 마인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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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세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이어 가는 사람중심의 세계 - ‘일촌공동체’의 마을 이야기 (1) 글, 사진 정석구(사단법인 일촌공동체 상임이사)

제11기 복지아카데미 수료생

116


산하기관 법인연수

참여정부 시대가 저물던 시기, 이

한 일이며 빈곤 가정의 다섯 살 어린

는 거였다. ‘칸막이 복지’나 ‘시혜적

젠 고인이 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가 장롱 안에서 혼자 굶어죽은 채

복지’ 서비스를 넘어 ‘함께 함의 관계’

어느 행사장에서 “무엇보다도 복지

로 발견된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했

를 우선하는 공동체적 복지운동을

를 위해 5년 내내 노력했다”고 했다.

다.

실천하자고 했다.

집권 직전인 2002년 정부예산 중

그래서 우리와 뜻을 함께 하는 지 일촌공동체의 모색

역복지활동가들과 함께 ‘복지아카

19.9%였 는 데 2006년 에 는 27.9%

난데없이 참여정부 시절 이야기

데미’라는 강좌를 열었고, 서울 도

로 대폭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를 하는 것은, 당시 상황이 지금부

봉구와 광주 등 몇 개 지역에서 주민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부

터 3회에 걸쳐 이 지면에 소개하려

들과 함께 하는 활동조직을 결성했

족하겠지만 그나마 야당이나 경제

는 사단법인 일촌공동체의 결성과

다. 그리고 그런 활동들을 함께 뒷받

관료들을 비롯한 많은 집단의 반대

관계가 있어서다. 2006년 여름, 그

침하기 위한 회원단체로 사단법인

를 무릅쓰고 어렵게 이룬 성과”라고

러니까 8년 전 이맘때였다. 여러 분

인가도 받았다. 지금 일촌공동체가

도 했다. 그 수치의 사실관계를 포함

야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화ㆍ인간화

표방하고 있는 ‘사람중심ㆍ지역중

하여 참여정부의 복지 확대 정책 전

를 위해 나름 애써 온 사람들 몇이서

심ㆍ관계중심 사회적 가족 운동’의

반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렸다.

‘현실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기

시작이었다.

복지예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IMF

엔 좀 그렇다’며 대화 모임을 시작했

‘사회적 가족’ 운동이라는 말이 좀

관리체제 이후 가속화된 사회 양극

다. 거창한 또는 헐렁한 대화가 반복

생소할 수 있겠다. 사회적경제, 사

화 현상을 정책적으로 관리하지 못

되면서 이제 구체적인 이야기를 좀

회적기업 등은 최근 몇 년 새 익숙하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구체적인 사

해보자 했고, 결론은 ‘이 상황에서

게 쓰인다. 경제라는 말 속에 이미

건들도 잇따랐다. 30대 주부가 지독

우리 자신들부터 이웃들과 함께 좀

경세제민이라는 사회적 성격이 들

한 생활고를 견디기 힘들어 세 자녀

더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구체적

어가 있지만 현실에서 경제는 돈벌

와 함께 고층 아파트에서 동반투신

인 실천의 근거지를 스스로 만들자

이 경제의 줄임말처럼 통용되기 때

• 2014. 7·8

사회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117


사회적가족운동의 내용을 이렇게 정리한 바 있다. 사회적 가족 운동 “사회적 가족 운동은 삶의 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운동이다. 개별화된 삶의 방식을 극복하고, 지역에서 상 부상조ㆍ협동ㆍ연대하는 삶의 방식 을 복원함으로써 함께 행복하게 살 아가는 공동체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자 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사회적 가 족 운동은 무엇보다도 지역에서 주 민들 상호간에 얼굴을 아는 가운데

산하기관 법인연수

신뢰관계를 만들며 이를 확장해 가 는 운동이다. 옛날 우리 농촌마을에 서 두레ㆍ품앗이ㆍ계 등이 가능하 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도 울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사람들 모두 가 서로 잘 알고,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와 환경이 달라졌지 만 여전히, 지역의 공동체적 삶의 관 계 복원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 사 이에 ‘얼굴을 아는 신뢰관계’를 만 들어 가야 한다. 사실 지역공동체 운 동의 핵심은 이것이라 말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 서로 잘 알고,

지역복지활동가대회

신뢰관계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상 부상조·협동ㆍ연대의 방식으로 살

118

문에 사회적 목적을 우선하는 경제

사회적 관계, 공동체적 관계를 바라

아가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따라

활동 주체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사

보며, 사회적경제가 ‘돈벌이 경제’의

서 사회적 가족 운동은 지역주민들

회적경제로 별도 명명한 것 같다. 그

경계를 넘어서듯 사회적 가족 또한

의 일상생활 속에서 가능한 실천을

와는 좀 다르게, 가족을 포함한 혈연

‘피붙이 가족’의 경계를 넘어서려 한

강조한다. 이는 한사람의 열 걸음보

적ㆍ지역적 공동체의 기반이 급속

다는 점에서 양자는 상통하는 사회

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을 더 중요하

히 와해된 우리 시대에, 사회적 가족

조직론이기도 하다. 사단법인 일촌

게 생각하는 관점이다. 테레사 수녀

운동은 사람들 사이의 공동체적 관

공동체의 초기 사무처장이었던, 지

의 삶과 실천은 참으로 위대하고 보

계를 어떻게 다시 이어갈 수 있을까

금은 고인이 된 최홍순 님은 일촌공

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지만, 문

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종의 화두다.

동체 회원들이 토론하며 이름붙인

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


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평범한

는 수준을 넘어 ‘사람중심ㆍ지역중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심ㆍ관계중심’의 가치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형태를 찾고 제시해야

사회적 가족 운동의 좋은 동반자들

한다.”

로 함께 손잡고 가고 있다.

그가 법인 사무처장 역할을 하면 서 한편으로 자신의 거주 지역에서

사람, 지역, 관계 중심

이웃들과 함께 일궈온 일촌공동체

지역현장에서의 활동 외에 일촌공

도봉센터는 사무실과 상근자가 없

동체가 주력하고 있는 지역복지활

다. 200여 명의 회원들이 열 몇 개

동가 양성 활동에 대해서도 좀 더 소

팀을 꾸려 지역 내 독거노인, 시설장

개하려 한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 가

애인, 다문화가정 및 조손가정의 아

족 운동이 사람(당사자) 중심의 사

이들과 사회적 가족 관계를 맺고 일

회적 관계성을 이어냄으로써 복지

상적으로 나눔과 소통이 있는 소공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라 할 때, 이것

동체로 살아간다. 팀 구성원들 간의

은 일촌공동체라는 한 단체를 넘어

대화모임이나 팀장들 간의 회의, 전

확장되고 일반화될 수 있는 것이라

체 회원 모임 등을 통해 일상활동의

생각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공

내실을 점검하며 부족했던 부분을

부를 함께 해보자고 복지기관이나

보완한다. 지역공동체 형성을 지향

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을 공개모집,

하는 기초 단위로 나아가자는 일부

2007년부터 매년 한두 차례씩 ‘복지

회원들의 ‘선진적인’ 의견도 간간이

아카데미’라는 시리즈 강좌를 열어

과 만나 좀 더 큰 마을을 이루기도

나오지만 그런 ‘큰’ 얘기가 회원 한

왔다. 그리고 사회적 가족 운동의 취

한다. 그 마을들의 연방이 일촌공동

사람 한 사람의 입에 자연스럽게 오

지에 내용적으로 부합하는 활동들

체 산하의 지역조직이고 또 사단법

르내릴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

을 지지하고 뒷받침하기 위해 활동

인 일촌공동체인 셈이다. 마을 차원

요한 것 같다고 한다. 시간이 필요하

계획 공모를 통한 지원활동을 병행

의 삶에서는 주민들 스스로의 자치

면 시간을 더 들여야 하는 법. 일상

했고 사회복지 활동가들의 네트워

(상부상조)가 중요하고 마을 차원을

적 삶을 통한 지속적인 관계의 질이

킹과 지역복지 실천사례 학습 및 연

넘어서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협동

사회적 가족 운동 내면의 무게중심

구활동 지원사업 등을 계속해왔다.

과 연대가 중요할 것이다. 사람(당사

을 잡아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봄

제도적 복지기관이나 자선단체 등

자)의 삶의 문제가 국가적인 제도나

직하다.

의 일정한 복지서비스 제공(전달)기

정책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는 지

일촌공동체 회원조직으로서 사

능을 넘어, ‘더불어 삶’의 장을 넓혀

점에서 우리는 당연히 협동과 연대

회적 가족 운동을 추구하는 지역주

가고자 하는 운동주체들을 일으켜

의 가치를 좇을 것이다. 그렇게 협동

민활동은 현재 전국 여덟 개 지역에

세우고자 함이다.

하고 연대할 수 있는 마을자치의 힘

학습여행-여민동락

김봉준 화백과 함께한 전시회

서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로 진

‘마을이 세계다’라는 이 지면의 이

을 키우고 성숙시켜가는 것이 주민

행되고 있고, 사단법인 일촌공동체

름대로 보자면 현재 일촌공동체에

과 함께 하는 사회적 가족 운동의 일

가 수탁운영하는 복지관ㆍ자활센

서는 사람(당사자)를 중심으로 형성

상이라 볼 수 있겠다.

터ㆍ영유아통합지원센터 세 곳 역시

한 사회적 가족 하나하나가 다 마을

제도나 위탁관청의 지침을 준수하

이고 세계다. 한 마을은 다른 마을

다음호에는 도봉지역과 마포지역 • 2014. 7·8

현장의 이야기로 이어보려 한다.

119


[마을이 세계다]

도시재생의 새로운 구상 - 전주 도시재생 2.0, 변화의 시나리오 글, 사진 류태희(한국마을만들기지원센터협의회 정책국장)

‘마을만들기 전국네트워크’에서

켜봐온 전주 지역 활동가와 연구자

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목

는 ‘마을발전소 맥’과 함께 ‘전주 도

들은 전주시 도시재생이 또 한 번 도

소리를 모아 높이고 있습니다. 지역

시재생 2 .0’ 이라는 주제로 대화 모

약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변화

의 가치를, 주민의 아픔을 들어달라

임을 열었다. 전국에서 온 많은 사람

의 시나리오를 적어가고 있었다. 그

고…”(채성태)

들이 한옥마을과 도시재생 테스트

들이 구상하고 있는 ‘전주 도시재생

“아이들도 지역의 주인입니다. 삶

베드 사업지구로 익히 알려진 전주

2.0’ 은 행정과 전문가 주도의 기존

의 터에서 배운 아이들, 그들도 지역

에 모여 현장으로부터의 경험과 생

도시재생을 탈피하고 주민 주도성이

의 주인으로 말하고 행할 수 있었습

각을 공유하고, 지역중심ㆍ주민주

복원된 마을재생이다. 이는 주민들

니다. 어찌 보면 그것은 미래에 대한

도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에 대해

이 지역의 주인임을 스스로 알 수 있

투자이며,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성

서 토론했다.

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

장할 수 있는 길입니다.”(채성태)

테스트베드 사업의 진행과정을 지

삼천도시대학협의회 마을신문 ‘삼천이야기’

120

로 지원사업의 의의가 되는 것이며, 그들이 지역에 관해 자유롭게 말하

도시재생의 새로운 구상

고 무언가를 행할 수 있도록 장애를

한편 전주에서 말하는 ‘도시재생

두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의 새로운 구상’이 기존의 것들과 애

동안 ‘주민’ 속에 개입하기 어려웠던

써 구분지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목소리에도 귀

체계적이고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

기울여 보듬어가는 방법을 뜻한다.

지만 주민들이 직접 가꿔온 작은 사

“마을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례에도 주목하고 이것이 지속될 수

모두가 귀한 삶, 가치의 삶이죠. 하

있도록 보듬어가자는 것이다. 작은

지만 지역의 다름이 외부인들에게

화단 만들기가 유발한 지역의 큰 변

는 목적이 되고 수단이 되어 일시적

화를, 재활용품을 판 수익금 10%가

흐름으로 끝나지 않을까 염려스러

가져다준 공동체의 행복을, 지역에


는 언제라도 힘을 보탤 재주꾼들이

이제는 주민 주도의 마을재생으로

많음을, 마을만들기에는 교육이 필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권대환)

수적이었다는 주민들의 말을 허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

로 듣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주민

야 할 문제는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들이 참여의 경험 속에서 느꼈던 예

이를 위해서 행정의 혁신이 필요하

산집행 체계, 행정의 태도, 시설물의

고 지역에 맞는 제도 운영이 필요하

사후 유지관리 등에 대한 아쉬움과

다고 한다. 그리고 민간 영역에서는

시행착오를 그들의 지혜를 빌려 수

이러한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 지역

정해나가자는 것이다.

내 민간 네트워크를 보다 촘촘히 해

“꽃심기에는 동네주민, 부녀회, 통

나가면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공

장, 어린이집 등 많은 분들이 참여하

유하고 지역자원을 연계할 필요가

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마을에서 일

있다고 강조했다.

어나는 일들을 잘 알리기 위해 마을

“마을재생 코디네이터들은 도시

신문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더라고

곳곳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고 있

요!”(임정례)

습니다. 그러나 코디네이터들의 활

마을만들기 전국네트워크 기념촬영

지역주민들은 재생에 관한 논의가

동비 지원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

일시적 흐름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

죠. 그들은 여전히 ‘동동동 마을재생

는 염려 속에서 지역의 다름이 외부

학교’와 ‘특화마을사업’을 힘겹게 운

인들에게는 수단과 목적으로 소비

영하고 있습니다. 지속적 활동을 연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함을 강조했다.

계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합니

그리고 지역 스스로 쌓아왔던 마을

다. 지역의 인적 자원을 단순 소비하

만들기의 경험과 그 궤적을 곱씹고

는 이런 모습은 새로운 활동가를 양

교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기능 위

성과와 의의를 확산해야 할 필요성

성하고 그들에게 전문성을 기대하

주에서 주민과의 만남과 소통, 아이

이 있음을 전했다. 실제로 전주에서

며 마을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활

들의 감성 위주로 진행되어야 합니

는 지역활동가들 사이의 공감대를

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을 무너뜨

다.”(양미라)

형성하기 위해 포럼을 운영하고, 활

릴지도 모를 위험한 운영방식이 아

도시재생 지원제도의 틀이 갖춰졌

동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코디네이

닐까요. 행정과 주민 사이에서 마을

고, 제2기 도시재생 R&D 사업도 막

터 그룹을 인큐베이팅하여 현장 경

만들기 중간지원자로서의 역할이

진행되었다. 도시재생 선도지역으

험과 토론의 과정을 거쳐 왔다. 마을

부여되고 있는 코디네이터에 대한

로 지정된 서울시 창신ㆍ숭인동에서

의 가치와 의미를 확인하고 공감대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

도 근린재생형 사업이 진행되고 있

를 넓혀가기 위해 지역 스스로 노력

련해야 하며, 그분들의 위상을 정립

다. ‘보이지 않는’ 지역의 경험을 통

하고 오랜 기다림의 과정을 거침으

하려는 노력 역시 반드시 필요합니

해 불필요한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로써 이제는 민간의 경험과 사례를

다.”(고남수)

않고, 현장으로부터의 작은 생각과

“아이들의 행복, 다양성 있는 교육

해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을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변화가 중

“도시재생 1.0은 행정주도의 도시

요하고 이를 지속하기 위한 지역사

재생이었습니다. 한계를 극복하고

회가 필요합니다. 교육공동체는 학

지혜가 잘 반영되기를 희망한다.

* 이 글은 <서울마을이야기>(www.seoulmaeul.org)에 도 실렸습니다.

• 2014. 7·8

바탕으로 공공정책 및 제도를 설계

전주 원도심 교육공동체

121


[특별기고]

순환경제와 협동조합에 대한 모색 - 경쟁·효율 넘어 협동·연대 경제로

글 이승무(돌고돌아다살림연구소 소장,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 사진 편집부

슈마허(E. F. Schumacher), 사티쉬 쿠마르(S. Kumar),

다. 만약 진정한 의미의 신이 있다면, 그 신은 인간에게

유진 오덤(E. Odum), 크로포트킨(P. A. Kropotkin),

자유를 주기 위하여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엘리자벳 사투리스(E. Sahtouris), 벨라미 포스터(B. Foster)…….

무소불위 권력 ‘자본주의’

위에 열거한 인물들은 필자가 순환경제에 매달리게

신 없이, 그리고 어떠한 외적 권위에도 매달리지 않고

된 정신적인 힘을 직접적으로 제공한 책의 저자들이다.

자신의 생각과 지각 능력으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인간

그 외에 쓰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종교관이

들의 사회. 인간도 목숨을 가진 존재인지라 생존을 염려 하는 끝없는 근심과 공포가 있지만, 벗어날 수 없는 그 근심과 공포가 타인의 힘에서 비롯된 것일 때 인간은 굴 욕을 느낀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무소불위의 권위를 가 진 것은 자본주의 경제이고, 이것이 국가권력과 종교보 다도 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경제로부터 타 의에 의해서건 자의에 의해서건 이탈하고 있다. 전에 필 자가 번역한 책 중에 더글라스 믹스의 『하느님의 경제학 (God the Economist)』이란 책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은 조물주의 경제학이고, 우주만물의 존재질서 속 의 인간의 생존질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저서 『상호부조론』에서 경쟁이 아닌 협동을 강조한 표트르 크로포트킨

122

러한 우주적인 경제(oikonomia tou theou)를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 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을 부속품으로 하여 이루어진 조직사회에서 이탈 할 때 인간은 생명체로서의 본원적인 근심에 부닥친다. 또 희망도 함께 있다. 자연 속에 처한 인간의 근심과 공 포,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며, 인간 사이를 결 속시켜 주는 공감대를 가능하게 합니다. 자연의 힘에 대 한 탐구와 인식은 그러므로 우주 속에서의 나의 위치를 찾는 데 필수적이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절대적인 불멸의 존재가 아니다. 대우주의 순환경제 속을 지나가는 물체의 한 형태일 뿐 이다. 인간이 직면한 대자연의 순환경제는 인간이 거스 르려고 노력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 될 절대적 실체라 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종교관이다. 공동체가 따라야 할 평화의 질서 ‘순환경제’ 순환경제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유한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자연에 맞게 경험하고 실천해 가는 것이야말로 개인과 인간 사회에 적용된 순환경제의 대원칙이 될 것

도시농업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

이다. 인간 사이의 우애와 평화, 궁핍과 풍요의 나눔이 순환경제 속의 온당한 인간의 모습이다. 자연과 인간을 착취하고 협박하고 고통을 주는 것은 인간의 잠재력을

따라서 순환경제를 의식하는 인간은 누구를 미워하고

크게 잠식하는 행위이고 이 우주자연의 원칙에 대한 인

그의 생각을 바꾸어 놓으려고 특별히 애를 쓸 필요는 없

식을 방해하여 인간 사회를 추하게 망쳐놓는 행위이다.

으며, 다른 사람들이 언제가 같은 질서를 깨달을 때까지

인간은 폭력과 돈의 사용에 의해 그렇게 타락한다. 순환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이처럼 순환경제는 사회주의

경제란 대 우주적 존재 공동체 안의 인간 공동체가 따라

경제처럼 인간이 계획하는 인공적인 경제가 아니며, 다

야 할 평화의 질서일 뿐이다.

만 인간이 깨닫고 존중해야 할 이미 존재하는 대우주의

우주 안에 그 자리에 영원히 있는 물질은 없으며 모든

경제인 것이다.

것이 유전(流轉)한다는 우주적 순환경제를 생각한다면,

그 안에서 인간이 노력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인간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막기 위해 별로 노력할

과 같이 국가나 공동체가 법적으로 규정해야 할 경제 질

것은 없다. 지금 되어 가고 있는 그대로가 우주적인 경

서가 과연 존재할 것인가,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어떤

제과정의 일부이고, 인간 자체는 그 촉매 역할을 하도록

것인가 하는 것이 인간 사회에서 순환경제를 생각하는

조성된 물질일 것이기 때문이다. 되어 가고 있는 거대한

사람들의 질문이다. 인간이 동력원으로 핵분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우주적인 섭리에

순환경제의 관점에서 허용되며 타당한 일인가 하는 질

의한 것이고, 인간은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촉매제일 것

문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판정은 자연 질서에 대한 인

이다.

간의 인지능력에서 나오는 과학적 추론이 밝혀주는 사

• 2014. 7·8

흐름을 인간들이 각성하여 바꾸어 놓는다면, 그것 역시

123


를 바라보는 개념이다. 이 물질흐름과 깊이 연계되어 있 는 것이 에너지 사용형태, 노동형태 그리고 화폐금융 조 달형태이다. 물질흐름의 관점에서 효율이 낮고 낭비가 심한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에너지의 사용, 노동, 금융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일반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전형적인 회사 형태인 주식회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식회사는 주식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며, 주식 을 소유한 주주들이 그 회사의 주인이 되어 회사의 운영 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한다. 그런데 주식의 가격을 높 공정무역을 홍보하고 있는 아이쿱 생협 활동가들

이려면 금융권에서 그 회사가 희망적인 평가를 받는 것 이 중요하다. 금융권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기업은 과감 한 혁신을 단행하여 경쟁력을 다른 기업보다 월등히 높

실과 그 사실에 기초한 도덕과 감정에 의해서 내려지게

이는 기업이다. 그것도 빠른 시간 안에 주식가격을 높이

된다.

는 것이 관심이기 때문에 주주들은 해당 기업이 노동자

인간 개체가 노화하여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지

들을 극도로 긴장하게 만들고 과로하게 만들며, 단시간

못하고 부주의에 의해 사고나 질병으로 일찍 죽거나 불

내에 최고의 성과를 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의사결

구가 된다면 이는 본인에게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이나

정을 하기가 쉽다.

사회에도 불행을 더해 주는 일이 되는 것처럼, 인류라는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심신은 피폐하게 되고, 노동자

종(種)이 지구상에서 생태계와 물리적 환경이 인간을 그

들의 피곤에 지친 정신 상태에서 시간에 쫓기며 일을 하

동안 키워주었는데도 그 존재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

는 과정에서 많은 실수가 발생하고, 물자를 낭비적으로

고 사고나 인위적 재난에 의해 일찍 지구상에서 사라지

사용하여 많은 폐기물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할 수 있

거나 퇴화한다면, 이는 인류의 불행일 뿐 아니라 우주적

다. 뿐만 아니라 만들어내는 상품이 고객의 눈길을 끌

순환경제 질서에서도 뭔가 불길한 일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종교적 믿음에 속하는 생각일 뿐이지만, 인간 이란 생명체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항상 그 의미를 찾도 록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사실상 불투명한 근거에 기초한 믿음에서 인간이 노력해야 할 사항과 인 간이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 도출될 수 있다. 순환경제 는 인간사회에서는 그런 근거 위에서 세워 나가야 할 질 서이다. 인간이 그럴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믿음이다. 협동조합에 관심 가져야 다음으로 순환경제는 물질흐름이라는 관점에서 경제

124

자전거를 재활용해서 타는 것이 바로 순환경제


자원순환·나눔경제를 모토로 출범한 전국고물상연합회

고 시장경쟁에서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서는 계속 새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비인격적 방식으로 금융을 조달하

운 콘셉트를 적용하여 상품을 설계해야 하고, 각광을 받

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다수 조합원의

지 못하는 것으로 판명되는 상품은 신속히 반품시켜 폐

소액출자를 받기 때문에 채무를 갚기 위해 무리한 매출

기ㆍ해체해야 한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발

신장 정책을 쓰지 않게 되고,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주체

생하는 물질자원의 낭비를 주식회사 체제에서는 고려

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게

하기가 어렵다.

되어 잘되면 상당히 튼튼한 입지를 굳힐 수가 있다.

경제활동의 가장 중요한 단위는 기업인데, 기업의 가 장 보편적인 형태가 물자를 낭비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

협동조합은 새로운 가능성

다면, 이런 기업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결코 순환형태 경

현재로서는 물론 주식회사에 비해 좋은 점만을 추정

제를 이루어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주식회사가

하여 낙관적으로 기대하는 것이겠지만, 주식회사와는

아닌 새로운 기업 형태로서 협동조합에 깊은 관심을 가

철학이 다르고 방향이 다르고 그래서 주식회사가 가질

지고 있다.

수 없는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협동조합은 모든 출자자들이 평등한 투표

순환경제연구소는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권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도 조

물질흐름 위에 경제생활을 영위해 가는 것이 어떤 것이

합원으로서 회사의 의사결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되겠는가를 연구하면서 이러한 협동조합 회사가 줄 수

가 있다. 이런 구조를 가진 기업은 회사의 단기적인 경

있는 가능성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주어

쟁력 향상을 노동자 자신의 건강상의 필요 충족과 조화

진 일과시간의 일정 부분을 내어서 자유로운 입장에서

를 이루어 가면서 달성해 나갈 수 있는 의사결정 경향을

협동조합이 순환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가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회사의

연구하려고 한다.

장기적인 질적 수준의 향상을 이루어 갈 수가 있다.

이러한 모색을 통해 그것이 협동조합이든 아니면 또 다른 기업형태이든 지금까지의 노동자와 생태환경 모

식을 쉽게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출자한 회사에 상당한

두를 피폐하게 만든 주식회사를 대체하는 건전하고 지

책임감을 가지고 필요할 때는 희생을 감수하면서 자본

속 가능한 회사 형태가 확립되어서 21세기의 경제생활

의 조달에도 기여해야 한다. 즉 협동조합은 은행을 통해

을 담당해 가기를 기대한다.

• 2014. 7·8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또 주식회사의 주주들처럼 주

125


[자치와협동 인문교실]

위험한 언어, 위험한 사상 : 에스페란토와 아나키즘 - 평화·평등·희망의 언어 에스페란토

글 정지창(민예총 이사장, 전 영남대 교수) | 사진 다산연구소, 위키백과

* 이 글은 ‘다산연구소’ 「다산미디어」 ‘책과 차와 사람’ 코너에 게재된 글을 지면에 맞게 일부 편집한 글이다. [편집자주]

벽초 홍명희 처음 배우다

소월의 스승인 안서(岸曙) 김억이 1916년 조선 최초로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1888~1968)의 호가 벽초

에스페란토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벽초가

(碧初)인데 이것은 ‘최초의 청록인’(Verdulo Unua), 즉

그보다 먼저 에스페란토를 익힌 선배로서 1923년에 발

조선 최초의 에스페란토인을 뜻한다. 청록색은 에스페

간된 김억의 「에스페란토 독습」에 에스페란토로 서문을

란토를 상징하는 색으로 에스페란토 단체들은 청록색

썼다.

바탕에 왼쪽 귀퉁이에 청록색 별이 그려진 깃발을 사용

벽초는 1924년 동아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 있을

한다. 청록색은 평화를, 별은 희망을 나타낸다. 벽초는

때 매주 월요일 지면에 에스페란토 고정란을 만들어 국

1910년 중국 상해에서 에스페란토를 배웠다. 흔히 김

내외 필자들의 글을 에스페란토로 실었다. 기고자 가운 데는 Verda Kim(김억), Unu Esperantujano(‘한 에스 페란토 회원’. 박헌영으로 추정) 등 조선인과 함께 러시 아인 예로셍코(V. Erosenko), 세리세프(I. Serisev), 일 본인 K. Osaka도 끼어 있었다. 같은 시기에 조선일보 에도 에스페란토 원문들이 실렸다. 1920년 창간된 문학동인지 「폐허」의 표지에는 ‘廢 墟’라는 한자와 함께 에스페란토로 ‘La Ruino’라고 표 기했다. 1922년 천도교에서 발행한 「개벽」도 ‘開闢’이 라는 한자와 함께 ‘La Kreado’라는 에스페란토 제호 를 붙였다. 1925년에 창립된 ‘조선 프롤레타리아예술

정지창 민예총 이사장

126

가동맹’ 즉 ‘카프(KAPF)’는 ‘Korea Artista Proleta


Federatio’라는 에스페란토 표기의 약자이다. 이처럼 1920년대에 에스페란토가 식민지 조선에서 널리 사용 된 것은 한글이라는 민족어를 말살하고 일본어를 강제 하는 상황에서 에스페란토 보급운동이 일종의 문화운 동이자 민족해방운동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조선 에스페란토 운동, 한글 지키려는 문화운동 1924년 11월 ‘조선 에스페란티스토연맹’의 창립선 언문은 조선어 대신 일본어를 강요하는 언어 제국주의 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이 선언문에는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 2명도 같이 서명했다. 이들은 자국민 은 자국어를 사용하고 다른 민족과의 소통에는 중립적 인 국제어인 에스페란토를 사용하자는 에스페란토 창 안자 자멘호프의 보편적 사해동포주의(코스모폴리타니 즘)에 공감하였기에 국적과 민족의 장벽을 넘어 에스페 란토 동지로 연대하였다. 당시 일제 식민 당국은 일본인이 에스페란토를 배우 는 것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대만인이나 조선인이 에스페란토를 배우는 것은 ‘위험한 사상’에 빠져드는 첫

에스페란토 어를 지지한 톨스토이

걸음으로 보았다. 일본인은 미래 인류의 평화를 위해 단 순히 세계공용어로서 에스페란토를 배우는 것이지만, 대만인이나 조선인이 에스페란토를 배우는 것은 일본 어를 배척하고 일본의 식민 지배를 거부한다는 것을 의

미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에스페란토는 ‘위험한 언어’로 낙인찍혔 으며, 만주사변 이후에는 에스페란토 활동이 금지되었 다. 한편, 중일전쟁 다음 해인 1938년 일제는 학교에서 조선어 교육을 폐지시키고 1942년에는 조선어학회의 핵심 인사들을 체포, 길거리에서도 조선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처벌했다. 평화·평등·희망의 언어 에스페란토 에스페란토(Esperanto)란 ‘희망하는 사람’이라는 뜻 이다. 1887년 러시아 지배하의 폴란드에 살고 있던 유 대인 안과의사 자멘호프가 모음 5개, 자음 23개로 구성 된 에스페란토를 만들어 발표하면서 ‘에스페란토’라는 필명을 사용했는데, 어느새 그 언어의 이름이 ‘에스페란 토’로 굳어진 것이다. 에스페란토는 이후 급속하게 보급 되어 널리 사용되었으나 거의 언제나 ‘위험한 언어’로

• 2014. 7·8

1948년 8월 황해도 해주에서 열린 ‘인민대표자대회’ 왼쪽부터 백남운, 허헌, 박헌영, 홍명희

127


[자치와협동 인문교실]

에스페란토어 창시자 클라라 자멘호프

에스페란토 어를 지지한 프랑스 문호 로맹 롤랑

취급되어 감시와 탄압의 대상이 됐다.

에스페란토 어를 지지한 마하트마 간디

에스페란토를 발표한 직후 자멘호프는 제정 러시아

특히 제정 러시아와 나치 독일,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

의 히브리어와 이디쉬어 검열관이었던 아버지의 도움

서 에스페란토는 금기의 언어였고 에스페란토 사용자

으로 에스페란토를 소개하는 책자들과 함께 「햄릿」의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정당한 이유 없이 체포와 감금,

에스페란토 번역본을 발간할 수 있었고 곧 의사, 교사,

처형을 감수해야 했다.

작가 등 교양 있는 도시지식인들이 에스페란토에 매료 되었다. 어떤 정치적 견해도 표현하지 못하던 짜르 독재 치하의 러시아 지식인들은 에스페란토에서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이상주의의 안식처를 찾았다. 톨스토이가 에스페란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자기 작품의 무상번역을 허락한 것은 에스페란토 보급에 도 움을 주었지만, 톨스토이 지지자들과 에스페란티스토 들의 협력을 두려워한 러시아 당국은 곧바로 국내의 에 스페란토 출판을 금지시키고 독일에서 발간되는 에스 페란토 기관지 반입도 금지시켰다. 러시아의 사정이 악화되면서 에스페란토는 1900년 대 초반에 프랑스 등 서유럽으로 확산되었는데, 이를 받 아들인 사람들은 이상주의적 목표를 가진 동구권 수용 층과는 달리 과학과 상업, 여행 등 주로 실용적인 목적 으로 에스페란토를 활용했다. 에스페란토 확산일로 강대국 저지

에스페란티스토와 아나키스트는 유토피아를 꿈꿨다('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모어)

128

자멘호프를 비롯한 초기의 에스페란토 운동가들도 언


어민족주의와 각국 정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정치나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한 순수한 인도주의적 언어운동임 을 강조했다. 1905년의 제1차 세계에스페란토 대회에 서는 에스페란토주의가 “전 세계에 중립어 사용을 확대 학기 위한 노력”이라고 정의됐다. 자멘호프도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인간 대 인간의 교류 와 공존을 표방한 이른바 ‘인류인주의’(Homaranismo) 를 주창하면서 상호적인 우애, 평등, 정의의 원칙 위에 서 모든 사람들과 종교가 각각의 특성을 간직한 채 서로 만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포그롬’이라 불리는 유대인 대량 학살이 벌어지자 자멘호프는 에스페란토가 편의적 목 적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인간의 기본 적인 자유와 인권에 대해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침묵하 기보다는 상호 연대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모든 인간의 평등과 평화, 공존을 추구하는 평화주의자와 사회주의자, 아나키스트들이 에스페란토 운동에 점점 더 많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벨기에, 브라질, 체코, 중화민국, 아이티, 인 도, 이탈리아, 콜롬비아, 페르시아, 남아공화국 등 11개 국은 1920년 1차 국제연맹 총회에서 “모든 나라의 어린 이들이 적어도 두 개의 언어, 즉 모국어와 국제적 소통 을 위한 방법으로서의 에스페란토를 배우도록 하자.”는

제국주의의 전형 세실 로즈의 ‘케이프-카이로 철도’ 계획을 풍자한 그림

내용의 결의안을 국제연맹 사무총장에게 제출하는 등 각 회원국들이 공립학교의 에스페란토 교육 결과를 보 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에스페란토에 우호적인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프랑스어가 외교무대에서 영어에 밀릴 것을 우려한 프 랑스의 완강한 반대로 이 결의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 무렵 에스페란토는 로맹 롤랑, 마하트마 간디, 에드바르 트 베네시 체코 대통령 등의 지지를 받았으나, 다른 한 편으로는 에스페란토가 “전통도, 문학도, 지적인 가치 도 없는, 가난뱅이들과 공산주의자들의 언어”라는 근거 없는 이데올로기적 비난도 받았다. 특히 독재정권이 지배하는 유럽의 남동부 국가들에서 에스페란토는 볼셰비키와 아나키스트의 언어라는 근거 없는 이유로 탄압을 받았는데, 그 진짜 이유는 첫째 에

• 2014. 7·8

『아Q정전』을 지은 노신도 아나키스트였다.

129


[자치와협동 인문교실]

스페란토가 시민들에게 박제화된 교육과정에 대한 혼 란을 초래하고, 둘째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이 외국에 대 해 알게 되면서 독재자들의 자국 통제를 어렵게 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였다. 히틀러·스탈린 에스페란토 탄압 극심 에스페란토에 대해 가장 극렬한 비난을 퍼붓고 탄압 에 나선 것은 히틀러였다. 그는 집권하기 전부터 에스페 란토가 유태인과 공산주의자의 언어라고 낙인을 찍었 다.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한 이후 독일과 독일 점령지 에서 에스페란토 사용은 금지되고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체포되거나 처형되었다. 독일군이 폴란드에 침공한 직 후 자멘호프의 남아 있는 가족들도 총살되거나 수용소

제1 인터내셔널에서 마르크스와 정면 대립한 아나키스트 ‘바쿠닌’

로 끌려가서 죽었다. 살라자르와 프랑코의 파시스트 독 재정권이 장기 집권한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도 에스 페란토는 독일에서처럼 탄압을 받았다.

한 검열과 탄압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소련의 저명한

나치가 에스페란토를 유태인과 공산주의자의 언어라

작가 막심 고리끼도 에스페란토를 학교의 선택과목으

는 이유로 단죄했다면, 공산혁명 이후의 소련에서 에스

로 채택하는 것을 찬성했고 당국도 에스페란토에 호의

페란토는 크게 환영받고 장려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적이었다.

실제로 1917년의 러시아 혁명 이후에 에스페란토에 대

1925년에는 에스페란토 기념우표가 발행되고 에스 페란토를 이용하여 사회주의 체제를 해외 에 홍보하기 위한 대대적인 펜팔 운동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거의 같은 시기에 에 스페란토를 사용하는 무정부주의자들이 투옥되고 해외에 소련 노동 현장의 부정 적인 실상이 새어나가자 에스페란토에 대 한 호의는 의혹과 경계로 바뀌었다. 스탈린이 절대 권력을 장악한 다음 1937년부터 에스페란티스토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과 처형이 벌어졌다. 에스 페란티스토들은 ‘소련 에스페란티스토동 맹’ 회원으로 위장하여 암약한 국제 간첩 이라는 혐의로 처형되었다. 당시 소련 당 국이 작성한 숙청대상자 명부에는 반정부 활동가나 교회, 종교 분야의 활동가, 외국 에 친구나 친척이 있거나 그들과 편지를

1905년 프랑스 불로뉴쉬르메르에서 제1차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가 열렸다.

130

주고받는 사람들, 우표수집가들과 에스페


란티스토들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숙청대상자를 지정 하고 숙청을 지시한 것은 바로 스탈린 자신이었다. 아나키즘의 언어 에스페란토 에스페란토는 1905년 이후 국제주의를 강조하는 아 나키스트와 공산주의자에 의해 적극적으로 수용되었 다. 그러나 아나키즘과 공산주의는 사유재산제 폐지, 무 계급·무착취 사회의 건설이라는 목표는 공유했으나 아 나키즘이 개인의 자율성과 상호간의 자유연합체제를 중시하였으므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강조하는 공산주 의 볼셰비즘과 언제나 부딪치게 되어 있었다. 안종수가 지은 「에스페란토, 아나키즘, 그리고 평화」 에는 “제1 인터내셔날에서 아나키스트 바쿠닌은 마르 크스와 정면으로 대립하였고, 볼셰비키는 아나키스트 서양은 디오게네스 등 견유학파를 아나키즘의 원류로 보고 있다.

를 민족주의자보다 더 위험한 적으로 간주하고 일차적 인 제거 대상으로 삼았다. 그래서 러시아 혁명기간에 볼 셰비키들과 협력하여 누구보다도 열심히 싸운 아나키 스트들은 혁명 이후에 가혹하게 숙청되었다. 스탈린 시

의 무소유 정신을 실천한 그리스의 견유(犬儒)학파를 아

대에 아나키스트이면서 에스페란티스토라면 일차적인

나키즘의 원류로 본다. 동양에서는 노자의 ‘무위의 정

숙청 대상이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치’나 소국과민(小國寡民)론을 아나키즘의 원류라고 주

아나키즘은 그리스어 anarchie(통치권력이 존재하

장하면서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을 추구하는 최소국가정

지 않는 상태)에서 파생한 말로 서양에서는 디오게네스

치론이나 지역공동체적인 지역자치와 직접민주주의의 정신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국가주의, 민족주의, 중앙집중식 독재 권력에 대한 거부 때문에 아나키즘은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모 두에게 혐오와 탄압의 대상이 되었고, ‘무정부주의나 무 질서주의, 실현 불가능한 낭만적 유토피아주의’로 매도 되었다. 20세기 초 동북아, 아나키즘 유행해 아나키즘의 대표적 사상가인 크로포트킨의 저작들 (「상호부조론」, 「빵의 정복」 등)이 소개된 20세기 초에 일본과 중국, 조선 등 동북아에도 아나키즘이 진보적 지 식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수용되었다. ‘무정부주의’라는 용어는 1932년 일본에서 아나키즘 의 번역어로 사용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사용 되었지만 정확한 번역어는 아니라는 주장이 많다. 스페

• 2014. 7·8

동양은 노자를 아나키즘의 원류로 보고 있다.

131


[자치와협동 인문교실]

그리고 신채호, 이회영, 김원봉 등 중국에 망명한 조 선의 아나키스트들은 테러와 폭탄투척 등 일제에 대한 무장 독립 투쟁과 함께 자본가 계급에 대한 민중혁명을 주장하였다. 러시아 혁명 이후에는 공산주의도 거부하 여 두 세력 사이의 반목이 깊어갔다. 이른바 아나·볼(아 나키스트·볼셰비키) 논쟁이 그것이다. 결국 1930년대 에는 만주 지역의 공산주의 세력에 의해 김좌진 장군과 아나키스트인 그의 육촌 동생 김종진이 암살되기도 하 였다. 일제의 경찰은 조선의 항일인사들을 사찰할 때, 민족 주의자, 아나키스트, 공산주의자의 세 부류로 나누었다 고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위험한 극렬분자로 찍힌 것은 테러와 무장투쟁을 감행하는 아나키스트였다. 1920년 대 초 조선의 독립운동 진영에서 대세를 이루었던 아나 키스트 세력이 점차 공산주의 세력에게 밀린 것은 소련 이 조직적으로 공산주의 세력을 지원했기 때문이지만, 일본 경찰이 ‘테러분자’인 아나키스트들을 일차적으로 탄압, 검거하고 사상투쟁에 치중하는 공산주의자들에 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인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김성국, 「한국의 아나키스트, 자유와 해방의 전 서울 종로 천도교 수운회관

사」 이학사) 1920년대 중국을 무대로 독립운동을 하던 이회영, 신채호 등 독립투사들은 임시정부의 내분과 이승만의

인 내전 당시 아나키스트들이 인민전선 정부에 참여했 고, 우리나라에서도 아나키스트인 유자명과 유림이 상 해 임시정부에 참여하였다. 해방 후에는 유림, 정화암, 하기락 등이 독립노동당을 결성했으나 5·16 쿠데타로 해산되었고 1972년 정치활 동 해금 이후에 양일동, 정화암, 하기락 등이 민주통일 당을 결성하여 총선에서 10%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요즘에는 무정부주의라는 용어 대신 아 나키즘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오스기 사카에(大杉榮) 등 일본의 아나키스트들은 천황 제와 군국주의에 반대하고 저항했다. 1925년 조선의 아 나키스트 박열과 그의 일본인 처 가네코 후미코(金子文 子)는 천황 암살을 기도하다 체포되었고 1935년 이후에 는 수백 명의 일본인 아나키스트들도 검거, 투옥되었다.

132

구한말 대표적 아나키스트 단재 신채호


일본의 사토(佐藤)내각에 항의하는 에스페란토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한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왜 평화를 위해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소신공양했을까? 에스페란티스토들은 근본적 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보다 인간적이고 평등한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이상주의자, 즉 아나키스트들이었기 때 문이다. “아나키스트들은 현실의 대세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 가의 횡포와 제국주의화에 (중략) 투쟁했으며 그 유토피 아 건설을 위해 타인들이 보기에 무모하기까지 한 개인 IWW의 기관지 「산업 노동자」에 게재된 자본주의 비판

들의 삶을 언제나 최전선에서 불살랐다. 민족주의가 판 치는 세상에서는 민족주의의 가장 신랄한 공격자였으 며, 공산주의의 볼셰비즘 앞에서도 권력의 집중을 인정

외교론, 안창호, 이광수 등의 준비론에 실망하고 무장투

하지 않았다. 영어가 판치는 현실 속의 세상을 에스페란

쟁을 추구하는 아나키즘을 받아들였다. 특이한 것은 조

토로서 유토피아의 꿈의 연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나

선의 아나키스트들이 중국, 일본, 대만, 러시아인들과

키스트이어야 가능하다. 아나키스트는 에스페란토를

의 에스페란토 학습을 통해 아니키즘을 수용하고 교류

하여야 하며 에스페란티스토는 아나키스트여야 하는

했다는 점이다.

것이다.” 이는 앞서 인용한 김성국의 「한국의 아나키스

러시아의 에스페란티스토 아나키스트인 예로셍코,

트, 자유와 해방의 전사」에 쓰여 있는 내용이다.

일본의 오스기 사카에(大杉榮), 야마가 타이지(山鹿泰

治)와 중국의 스푸(師復), 루쉰(魯迅), 바진(巴金) 그리고

21세기의 아나키즘

한국의 이정규, 이을규, 정화암, 유림, 심여추 등 많은

국가의 이름으로 온갖 야만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

아나키스트들이 국적을 넘어서 아나키즘이라는 신념에

는 요즘 “국가가 야만을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

의해 끈끈한 동지애로 묶여 이미 국제주의자로서 세계

냐하면 국가는 야만의 발생을 토대로 형성되었기 때문

의 모든 인간은 형제라는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제국주

이다”라고 갈파한 폴 발레리는 설득력을 가진다. 아울

의 언어가 아닌 에스페란토로서 소통하고 연대하였다.

러 발레리처럼 “아나키즘이란 자신의 이상이 납득할 수 없는 명령이나 규율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태도”라고

에스페란토와 아나키즘: 현실을 부정하고 유토피아 건설 을 꿈꾸는 이상주의

좀 폭넓게 해석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디오게네스와 노자 같은 고대의 현자들

1963년 6월 11일 남베트남의 틱꽝득(釋廣德) 스님이

과 푸르동, 바쿠닌, 크로포트킨 같은 19세기의 아니키

정부의 불교탄압에 항의하여 사이공 미대사관 앞에서 분

스트 박열, 신채호, 이회영, 오스기 사카에, 예르셍코,

신자살하는 장면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

루쉰 등 20세기 아나키스트 계보에 21세기의 반항아

나 미국에 사는 유태계 독일인 에스페란티스토 알리스

들, 이를테면 존 레넌, 사파티스타의 마르코스, 노암 촘

하즈 여사가 1965년 3월 16일 디트로이트 시내에서 82

스키, 권정생 등의 이름을 덧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따

세의 나이로 미국의 베트남 침략에 항의하여 분신자살하

지고 보면 조르바와 같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은 모두 근

고, 2년 후인 1967년 11월 11일 일본의 에스페란티스토

본적으로 아나키스트가 아닌가. • 2014. 7·8

유이 추우노신(由比忠之進) 씨도 미국의 베트남 침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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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컬럼

여름철, 자외선 차단으로 피부암을 예방하자 - 느티나무 주치의와 함께 무더위 이겨내기 글 박지선(느티나무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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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유난히 빨리 시작된 올

피부노화를 일으키는 자외선

여름은 시작부터 태양의 뜨거움이 예사롭지 않다. 강렬

해가 쨍쨍한 날, 땡볕에서 정신없이 놀다보면 피부가

한 자외선은 피부노화의 주범으로 기미, 주근깨, 주름 등

벌겋게 달아오른다. 이 현상은 UVB 때문이다. UVB는

의 원인이 된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늘어나고 있

파장이 짧고 강해서 단시간에 피부에 화상을 일으킨다.

는 피부암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면 무더위를 건강하

여름 한 철 까맣게 그을린 피부는 건강의 상징 또는 바캉

게 이겨내기 위한 첫 번째 시간으로 피부노화와 피부암

스의 징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현상이 반복되

의 원인이 되는 자외선이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면 피부노화의 지름길로 들어서게 된다.

하자. 자외선은 영어로 Ultraviolet rays라고 한다. 자외선

사람들은 누구나 20세 이후부터 피부노화가 진행된 다. 피부노화에는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피부

의 종류는 A, B, C 세 가지가 있는데, 약자로 UVA, UVB, UVC라로 쓴다. UVC은 오존층에 모두 흡수되기 때문에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UVA와 UVB도 사람에 게 닿기 전에 오존층에서 일부 걸러지는데, 잘 알려진 바 와 같이 환경오염으로 인한 오존층 파괴가 심각해지면서 점점 많은 자외선이 피부에 직접 닿고 있어 문제시 되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대기 중의 오존층이 1% 감소함 에 따라 피부암의 일종인 편평상피세포암의 발생빈도가 2% 증가한다고 한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이상 피할 수 없 는 자외선! 크게 UVA와 UVB로 나눌 수 있는 자외선이 장시간 땡볕에 노출되어 피부가 화상을 입은 경우

• 2014. 7·8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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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노화가 진행되어 깊은 주름이 생긴 손

노화와 자외선에 반복적인 노출로 생기는 피부노화가 있

피부암의 주원인으로서의 자외선

다. 후자의 경우 광노화라고 해서 전자의 내인성 노화와

최근 야외활동을 취미생활로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

구분된다. 광노화가 진행된 피부에서는 전반적으로 모

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드물었던 피부암 발생이 점차

세혈관 확장이 관찰되고 깊은 주름, 색소 이상, 심한 건

증가하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1년

조증 등이 발생한다. 광노화는 피부탄력도도 떨어뜨리

을 기준으로 피부암은 3,678건 발생하였으며 전체 암발

기 때문에 실제보다 나이가 더 들어보이게 만들기도 한

생의 1.68%를 차지한다고 한다. 아직 피부암이 전체 암

다. 평생 농사일에 전념하신 어르신들의 피부를 떠올려

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지만 증가 속도가 만만치

보라. 그 분들 덕분에 이 땅에서 난 귀한 음식들을 먹고

않다.

살 수 있지만, 쪼글쪼글한 어르신들 피부를 보면 안타까 운 생각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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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은 각질세포에 있는 암 발생 유전자의 DNA를 변형시킴으로서 암 생성을 유발한다. 암 억제 유전자의

반면 UVA는 UVB와 달리 파장이 길어서 단시간에 피

기능이 마비된 채 더 많

부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피부 깊숙이 침투하

은 양의 자외선을 쬐게

여 기미, 주근깨, 검버섯 등 깨끗한 피부를 위협하는 원

되면 표피 세포에 광선

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UVA의 특징은 비오고 흐린 날에

각화증이 발생하고, 지

도 존재하며, 유리도 투과하는 아주 골치 아픈 존재이다.

속적인 자외선 노출은

직사광선 아래에서 UVB의 관리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각화증을 편평상피세포

운전 중이나 실내에서 노출되는 UVA로 인해 서서히 피

암으로 전환시킬 수 있

부노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 특징적으로 자외선


을 쪼였을 때 태닝이 잘 되지 않으면서 일광화상을 많이 입는 사람에게서 피부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한다. 피부암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기저세포암 은 간헐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자외선에 과다 노출되는 것과 연관되어 있고, 편평상피세포암의 발생은 자외선 의 노출량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 자외선, 나쁘기만 한건가요? 아니다. 자외선은 피부를 통해 비타민D의 합성을 돕 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D는 칼슘과 함께 우 리 뼈를 튼튼하게 해줘서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실내 생 활만 하는 직장인의 경우 혈액검사를 하면 의외로 비타

러면 SPF 수치가 두 배이면 자외선 차단 효과도 두 배일

민D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비타민D는 일반 음식섭취로

까? 아니다. 가격은 꽤 차이 나는데도 그 효과는 두 배가

는 합성이 어려우므로 적절히 햇빛에 노출되는 것이 필

아니라니, 무조건 높은 SPF 수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요하다. 뭐든 과하면 좋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제품에 적힌 SPF의 효과를 100% 발휘하려면 우 리가 흔히 사용하는 양 보다 훨씬 많은 양의 차단제를 써

자외선을 피하는 방법, 자외선 차단제!

야 한다. 정석대로 바르면 얼굴이 허옇게 떠서, 외출하기

피부노화와 피부암의 원인이 되는 자외선. 시중에는

어려울 정도가 될 것이다. SPF15 제품도 제대로만 바르

이로부터 우리 피부를 보호해주는 자외선 차단제가 많이

면 UVB를 90% 이상 막아준다고 한다. 문제는 지속력이

나와 있다. 하지만 막상 사러 가면 종류가 너무 많아서

다. 아침에 SPF50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나왔다고 해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서 하루 종일 UVB를 막아주지 못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자외선 차단제를 선택하기 위해 먼저 UVB를 막아주 는 척도로 알려

줘야 그 기능이 유지된다.

진 SPF에 대 해

이번에는 UVA를 차단하는 척도로 사용하고 있는 PA

알아보자. 자외

를 살펴보자.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UVA는 피부 깊숙이

선 차단제 용기

침투해서 장기간에 문제를 일으키므로 UVA가 피부에

를 들여다보면

미치는 영향을 UVB만큼 정량화해서 표기하기가 쉽지

대부분 SPF라는

않다. 따라서 PA+, ++, +++ 이렇게 플러스의 개수로 차

글 자 뒤 에 15,

단력을 대략 가늠한다. 화상보다 기미, 주근깨가 걱정되

30, 50 등 숫자

는 분들은 높은 PA 지수를 선택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가 적 혀 있 다.

끈끈해서, 허옇게 들떠서, 귀찮아서 그 동안 자외선 차

SPF는 이 제 품

단제 사용에 소홀했던 분들. 자꾸만 까매지고 탄력을 잃

이 피부에 와 닿

어가는 피부를 나이 탓으로 돌리지 말고 앞서 배운 내용

는 UVB의 양을

을 숙지하여 지금이라도 적절한 자외선 차단제를 하나

얼마나 줄여주

마련하길 권한다.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쟁

는 가를 알려주

력 있는 노년기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자외선으로부터 소

는 단위이다. 그

중한 피부를 지켜주자.

• 2014. 7·8

자외선은 피부를 통해 비타민D 합성을 돕는다.

땀과 피지에 녹아 내리기 때문에 2~3시간마다 덧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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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 소식 ● 글 주수원(한국협동조합 연구소 기획팀장)

7월부터 적용되는 개정된 「협동조합 기본법」 7월 22일부터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비조합원이 원칙적으로 사

자금이나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으로 가입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업 이용이 가능하고, 협동조합 연합회의 공제사업이 가능해졌다.

인 만큼 ‘비조합원 이용금지’ 원칙에서 예외로 두겠다는 것이 이번

작년 12월 26일 「협동조합 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

개정안의 취지로 보인다.

고 지난 1월 21일 개정안이 공포됐다. 후속 시행령 개정 등으로 인

다음으로 협동조합 연합회도 공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개정되면서

해 조문에 따라 ① 1월 21일부터 바로 시행하는 경우, ② 공포 후 6

기획재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했는데, 이번 입법 예고된 시행령에서

개월 뒤인 7월 22일부터 시행하는 경우, ③ 12월 1일부터 시행하

는 인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제시된 기준은 ① 회원수가

는 경우로 나뉘어 적용되었다.

10개 이상일 것, ② 출자금 납입 총액이 1억 원 이상이다. 협동조합

7월 2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조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의 공제사업 제한 규정은 현장에서 완화 요청이 강했던 부분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의 비조합원 이용가능 원칙 전환이 눈에 띈다. 지난

이 부분이 일부라도 완화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여전히 사회적협

4월 21일 입법 예고된 시행령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소액

동조합과 연합회만, 그것도 기재부의 인가를 받아서만 가능하도록

대출상호부조 사업, 의료기관 개설’을 제외하고는 비조합원도 협

한 것은 충분한 조치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특히 출자금 납입 총

동조합 사업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협동조합기본법에

액이 ‘1억 원 이상’인 것은 현장에서 체감하기에 지나치게 높은 기

따르면 협동조합의 사업은 원칙적으로 조합원만 이용할 수 있다.

준인 것도 사실이다.

즉, 소비자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제품을 구입할 수

이 밖에도 협동조합이 흡수합병할 수 있는 법인의 종류의 변화, 주소지

있는 셈이다. 다만,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를 이전으로 인한 정관 변경시 신고 절차 등 여러 부분이 변경 적용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많기에 이용자를 조합원으로만 한정할

입법예고된 시행령, 시행규칙의 자세한 내용은 기획재정부( http://

경우 시장이 지나치게 작아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취약계층이 출

www.mosf.go.kr) 입법예고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춘천, 일용 건설 노동자들이 만든 ‘일꿈협동조합’ 창립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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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지역의 일용 건설 노동자들이 건강한 일자리와 조합원의

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배정되었기 때문이다.

권익 보호를 위해 만든 ‘일꿈협동조합(이사장 이남호)’이 18일 오

일꿈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출자로 이루어지며 창립 후 조합원. 건

후 7시 춘천 동내면 거두리 성당 한삶의 집에서 창립총회를 가졌

축일용노동자들의 공동체적 삶을 누리는 데 일조하겠다고 기대감

다. 이들은 현재 춘천의 건설 노동자들이 외부 인력에 밀려 많은 일

을 밝혔다. 또한 협동조합을 통해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하고 더 나

자리를 잃고 있는 현실에서 안정적 일자리 확보가 어려워 불안정한

아가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안정된 생활을 추구하겠다고 창립 의지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를 나타냈다. 이날 창립식에는 이재수 전 춘천시장 후보를 비롯해

지금까지 건설일용노동자는 도 내 지역에 일자리가 있다 하더라도

배정호 신부, 이천식 강원도사회적기업 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하였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을 나온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놓치는 현상

다. 일꿈협동조합이 건설 노동자들의 지역내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

이 나타났다. 이는 노동자 연고지 중심이 아닌 직업소개소 연고지

어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 협동조합 소식 ●

바른음원협동조합 창립총회

사진 출처 : 최민희국회위원 블로그

바른음원협동조합(이하 바음협)이 7월 16일 국회의사당 헌정기념

접 협동조합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려 나선 것이다.

관 2층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추진하고 있

또한 주류 가요 위주에서 탈피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한다는

는 음원협동조합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공개됐다. 바음협은 왜곡된

것도 차별점이다. 아이돌 음악과 인디, 장르 음악을 한데 묶는 종합

음원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음악 생산자와 이를 후원하는 음원 소

차트 대신 장르별 차트를 각각 운영한다. 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비자가 함께 만드는 협동조합이다. 음원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유

고루 노출되고 발매한 후 시간이 지난 음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

통되는 음원 수익의 70~80%까지 음악 생산자(제작사, 작곡·작

록 구성된다.

사·편곡자, 가수·연주자)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또한 음원의 정가

문제는 플랫폼 개발 등에 필요한 비용 조달과 유료회원 확보이다.

개념을 무색하게 만드는 무제한 스트리밍 상품은 아예 내놓지 않는

바음협은 늦어도 다음달부터 조합원을 모집해 올해 말까지 1만 명

다. 기존에는 서비스 사업자 40%, 제작사 44%, 저작권자 10%,

이상을 모아 플랫폼 개발에 필요한 15억 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실연자 6%로 분배되며 저작권자에는 작곡·작사·편곡자가 포함되

한 디지털 음원 서비스 플랫폼 운영과 함께 콘텐츠 사업, 음원 유통,

어 음악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극히 적었다. 2012년 싸이의

캐스트 사업 등을 계획 중이다. 공연 사업, 해외 음원 유치 사업 등

‘강남 스타일’이 국내 2,732만건 스트리밍으로 546만원, 360만건

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에는 약 51억 원의 수입,

의 다운로드로 6,600만원 음원 수입이 돌아간데 반해 미국에서는

약 39억 원의 지출을 예상하고 있다. 바음협이 음악계의 새로운 대

290만 건의 다운로드로 28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그동안 여러차

안적 플랫폼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 2014. 7·8

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음악 생산자들이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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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 소식 ●

서울, 경기도 방학을 맞이해 학교협동조합 교육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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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도에서 방학을 맞이해 다양한 학교협동조합 교육이 이

화영상고, 용인 기흥고, 고양 덕이고, 용인 흥덕고, 이천 도예고 등

뤄지고 있다. 먼저 구로구와 구로사회적경제 특화사업단에서 서울

경기도의 6개 학교와 서울시의 독산고에 시행되는 학교협동조합 멘

시 최초 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인 구로5동 영림중학교의 사례를 확

토 활동은 학생, 학부모, 교사 조합원 교육을 목표로 한다. 이들 학교

산·발전시키기 위해 7월 10일부터 24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사회적

는 모두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학교다.

경제 학부모 강사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매점, 협동조합

현재 이들 학교 외에도 부산의 국제중고등학교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에 빠지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교육은 이론과 현장 탐방을 결합

학교협동조합을 준비 중이다. 협동조합 전문강사와 함께 대학생협

한 참여형으로 진행된다. 이론 교육과 함께 ‘아름다운사람들 협동조

등 협동조합을 경험한 대학생들이 학생들에게 쉽게 협동조합을 이

합’에서 운영하는 성북구 마을 탐방, 성남 복정고 친환경 학교 매점

해할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협동조합이 보다 튼튼하게 자

탐방 등이 이뤄진다.

리 잡기 위해선 중고등학교 학생 때부터 협동조합을 체험하고 교육

또한 학교협동조합지원센터가 주관하는 학교협동조합 멘토 활동도

받는 것이 중요하기에 방학 중에 이뤄지는 학교협동조합 교육이 일

7월~8월 시행된다. 7월 21일 성남시 복정고를 시작으로 동두천 문

회성으로 머무르지 않고, 제도적으로 안착화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서울을 바꿉니다!

2014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 2014.7 > 2015.2

서울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www.wikiseoul.com에 등록하세요. 선정된 팀은 자신의 프로젝트를 실행해 볼 수 있습니다. 참가대상 : 사회적경제 프로젝트 아이디어와 실행의지를 가진 개인 또는 단체 지원사항 : 팀당 500만원 이내의 프로젝트 실행비 지원 문의 : 이메일 wikiseoul@sehub.net | 전화 070-4905-4694 (또는 120 다산콜센터)

위키서울이란?

www.wikiseoul.com 주최 : 서울특별시 주관 : 위키서울 조직위원회, 서울특별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 2014. 7·8

서울의 문제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에 기반해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가는 아이디어 대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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