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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선거본부 본부장답게 김철을 형으로 대하지 않고 입후보자로 깍듯이 모시고 있었다. "홍보실장은 어떻게 할까? 적임자를 골라서 빨리 일을 맡겨야 할 텐데, 그 아가씨말고 다른 사람은 없을까?" 김철이 회전 의자를 돌려 잠시 창 밖으로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사람이 귀할 때인데, 갑자기 어디서 적임자를 구하겠습니까? 먼 데서 구할 필요없이 가까운 데서 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조민혁이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김철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역시 류미란인가 하는 그 아가씨밖에 적임자가 없단 말인가?" "제 생각에도 류미란이 적임자일 것 같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류미란(劉美蘭)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류정현의 여동생이었다. 아까부터 선거본부장과 기획실장이 류미란을 오빠대신 홍보실장으로 기용하자고 하였으나 김철 후보는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었다. 말괄량이로 소문난 류미란을 새 홍보실장으로 기용해도 될까? 김철 자신도 그랬지만, 그의 아내 오세정(吳細晶)도 류미란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어머님만 아니었으면 애당초 류정현도 홍보실장으로 기용하지 않았을 텐데....... 그건 사실이었다. 류정현의 부친 류상규(劉相奎)와 김철의 모친 김인희(金仁希)는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류정현이 홍보실장에 기용된 것이었다. "김 후보님." 침묵을 깨뜨린 사람은 기획실장 조민혁이었다. 차갑게 반짝이는 그의 눈동자에 비장한 각오가 서려 있는 듯했다. "부담없이 말해 봐."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으려면 류미란을 앞장 세우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다고?" 김철이 호기심을 나타내 보였다. 오늘날 모든 사업의 승패가 홍보에 달렸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것처럼 선거에 있어서도 홍보는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김 후보가 관심을 보일 만도 했다. "빨리 말해 봐." "류미란을 내세워 여당 후보 쪽에서 우리 홍보실장을 제거시켰다는 식으로 소문을 퍼뜨리는 겁니다." "그건 흑색선전이거나 유언비어 아닌가?" "그렇잖아도 이미 온갖 흑색선전과 유언비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하긴 그래. 선거가 무서운 것인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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