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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번스턴-과거를 꾸며낼 때 사용했던 도시-을 알고 있는 것처럼 이곳도 눈에 훤했다. 그는 천천히 주의깊게 운전해다. 지금은 사고를 일으키거나, 오마하의 교통 경찰의 주의를 받을 때가 아니다. 빗방울이 프런트 유리에 닿기 시작하자 갑자기 그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연료계를 체크했다. 가득 차 있다. 여기서 머무는 동안 이 이상의 가솔린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라디오의 스위치를 눌렀다. 농사 정보에 대한 뉴스가 나오자 그는 다이얼을 돌렸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50 년대 노래 <사랑과 결혼>이 흘러나오자 향수에 젖어들었다. 지금의 기분과 딱 들어맞았다. 마티는 그 음악을 동행자로 삼아 그리운 추억이 담긴 곳까지 차를 달렸다. 그리운 추억이 있는 곳. 벽이 판자로 된 집들. 어떤 것은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고 어떤 것은 고립되어 있는 마을. 정말로 시골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마하 중심부에서 겨우 11 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바둑판 눈금처럼 반듯한 도로와 상점가가 있고 몇 블록씩 주택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그곳은 마음의 상태와 같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는 마을이었다. 큰길 하나에 몇 개의 뒷골목, 가로등이 설치된 곳은 없다. 한 곳의 슈퍼와 철물점과 일과를 끝낸 비행기 부품 공장의 남자들이 많이 모이는 정해진 술집을 포함해 몇 군데의 가게가 있을 뿐이다. 그곳은 성실하고 야심적인 사람들이 도시로 나갔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아주 외진 곳 중의 하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은 결코 변하지도 않고, 시대의 흐름을 타지도 않고, 현대적인 삶과 어우러질 수도 없는 시골의 한구석이기 때문이다. 이름없는 땅. 마티는 어떤 집을 보았다. 딴 집들과 떨어져 민둥산의 작은 언덕 위에 우뚝 선, 핑크빛을 띤 녹색의 기묘한 판잣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집에 색을 칠했다. 버려진 집. 여기저기 판자를 댄 집. 우리 집. [돌아왔다, 지금 돌아왔어, 프랭키.] 마티는 그 목소리를 생각해 냈다. 그는 집 옆에 잠시 멈춰 섰다. 그때도 아버지는 버스로 돌아왔다. 차가 고장났는데도 그것을 수리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프랭키, 어디에 있니?] 아버지의 목소리는 밝았다. 아물 가난했어도 그 목소리는 언제나 밝았다. 지금 마티는 집 앞으로 향해 뛰어갔다. 마치 저 12 월 5 일에 그렇게 했듯이. [다녀오셨어요, 아버지?] 그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아버지는 커다란 종이 상자를 두 팔로 안고 있었다. [생일을 축하한다, 프랭키.]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프랭키는 금방 알았다. 그는 언제나 그것이 갖고 싶다고 말해 왔던 것이다. 기차, 기차, 기차라고. 그래서 아버지는 약속했다. [이다음 네 생일에 사주마. 만약 여유가 생긴다면.] 여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상관하지 않고 나가서 모형 기차를 사주었다. 망가진 자동차를 차고에 넣고 최신형 전기 기차를 두 팔에 안고 있었다. 그래, 확실히 아버지는 몽상가였다. 비현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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