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WA ARTIST_디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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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HWANG

ARTWA ARTIST 1


A R T WA A R T I S T

ARTWA ARTIST 2017년 2월

Text by 이선주 Copy-Edit 최유진 Design by 김예은 Published by ARTWA Copyright © ARTWA co., Ltd. All rights reserve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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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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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 밖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었다. 살아오면서 가끔 그럴듯하게 보였던 모든 것들은 그것들의 탐닉이 끝날 즈음 차창 밖의 풍경처럼 언제나 나의 가슴을 비우고 사라져 갔다. 나는 그래서 세상을 허무와 연민의 감정으로, 때론 그 모든 종착역을 처절히 느껴버린 시점에 의하여 아직도 세상 밖에서 무지개를 잡으려 하는 불가능한 꿈을 꾸는 많은 이들에게 어둡고 시니컬하며 염세적으로 비추어진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나의 작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의 작업은 곧, 내 감정 찌꺼기의 이러저러한 나열과 조합이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이 만일 존재한다면, 아니 최소한 고통과 번민을 최소화하고자 한다면, 그것들을 그들이 열중하는 모든 가치와 이념, 사상, 도덕성, 쾌락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 의해 주입되어왔던 내 자신 속에 잔재해 있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떠나 보내며 나를 가벼이... 더더욱 가벼이 만드는 것에 안도하며 휴식한다. 내가 앞으로 무언가를 하고 무언가를 이룩해 나갈 것이 있고 그렇게 보인다면, 그것은 순전히 빚을 갚기 위한 행위일 뿐일 것이다. 누구나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빚을 지고 평생을 살아간다. 내 최소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물리적 여건과 정신적 배려를 해준 이들에 대한 보답……. 그것은 빚이다. 또한 나의 보답은 사랑이며, 그들의 성숙에 일조하고픈 작은 소망일뿐이다. D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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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황

글_이선주

디황 작가를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그의 예술활동이 시작되었던 ‘1990년대의 미국과 한국의 거시경제, 정치 및 문화 트렌드’에 대한 배경을 먼저 짚어보고 자 한다.

1990년대는 구소련의 해체, 서비스업의 발달로 전세계적으로 경제체재의 변화, 세계화, 인터넷의 보급 등 시대의 흐름을 격변시키는 사건들의 연속

이었다. 미국의 1990년대는 역사상 경제가 가장 안정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시기였다. 매년 상승하는 경제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 높은 취업률은 21 세기를 맞이하는 미국인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미국의 90년대 문화코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악’이다. 대중

매체의 보급은 다양한 음악 장르의 흐름에 이름을 남기는 뮤지션들이 탄생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펑크 Punk, 락 Rock, 알앤비 R&B, 일렉트로니카

Electronica 와 같은 장르는 이 시기를 통해 더욱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

하며 그들이 열광할 수 있는 공연, 앨범을 쏟아냈다. 팝음악이 세계를 휩쓸기 전 락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는 하드락 Hard Rock, 얼터너티브락 Alterna-

tive Rock, 소프트락 Soft Rock 과 같이 다장르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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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조비 Bon Jovi, 롤링스톤 Rolling Stone, 스콜피온즈 Scorpions, 레드제플린

Led Zeppelin 등 개성 강한 뮤지션들은 락 세계의 특징을 창조해 나갔다.

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카리스마는 90년대에도 이어졌다. 유투 U2 ,

너바나 Nirvana, 라디오헤드 Radiohead, 레드핫칠리페퍼즈 Red hot Chili

Peppers 등 락의 호황기였다. 특히 너바나의 앨범 네버마인드 Nevermind

(1991) 의 경우, 3천만 장 이상이 팔리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1992년 대중음악 채널 MTV에서 뮤직비디오 시상식에서 공연도 하게 된다. 또한 대중매체는 패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마돈나 Madonna 의

꼬깔콘 모양 브라탑, 노다웃 그웬스테파니 No Doubt, Gwen Stefani 의 펑크

스타일, 스파이스 걸즈 Spice Girls 의 그룹 패션 등의 상징적인 아이콘은

미디어의 발달로 ‘스타일’이 음악과 함께 얼마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지 엿볼 수 있다.

미술 분야도 이처럼 정치적 관념의 혼돈 속에서 밀레니엄, 디지털 문화의 확산이 순수미술 작가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따라서 작가들도 인종, 계층, 성별, 에이즈, 빈곤과 같은 사회정치적 주제를 다루며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페인팅과 같은 장르간의 경계도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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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a-4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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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a-4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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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ATICA-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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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데미안 허스트 Damien Hirst 의 ‘약국 Pharmacy (1992)’ 은 실제 약국처럼 설치된 공간에서 관람객이 돈을 내고 약을 사는 행위를 하는 관객참

여형 전시를 선보였고, 레이첼 화이트리드 Rachel Whiteread 의 ‘집 House

(1992)’은 런던의 노동자의 집을 통째로 캐스팅하여 전시를 했다.

경제호황국인 미국의 경우는 동시대미술의 중심지로 이미 입지를 굳힌 채 다양한 전시들이 소개되었다.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상을 수상한 더그 에이트킨 Doug Aitken 의 ‘전기지구 Electric Earth (1997)’ 는 휘트니 비엔

날레 The Whitney Biennial 에서 1997년 선보인 최초의 다중채널 미디어

아트이다. 매튜 바니 Matthew Barney 의 환상적이면서도 기괴한 ‘크리마 스터 사이클 Cremaster Cycle (1994)’ 작업은 조각, 드로잉, 책을 이용한 필름 작업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이러한 경제호황과 문화융성의 중심이었던 90년대 디황 작가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 Parsons School of Design 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2000년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뉴욕에서 그는 위에서 언급하였던 미국의 문화를 모두 경험한 것이다. 그가 페인트, 조각, 영상, 사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선보이는 것은 장르의 구분 자체가 사라졌던 뉴욕 미술을 접한 그 에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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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MR-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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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uter Drawings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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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전세계가 밀레니엄을 맞이하고 있을 때, 그 중심의 용광로 같은 뉴욕 맨하튼에 나는 있었다. 개인적으로 뉴욕시절 가장 극심한 어려움에 처했던 나는 육체도 정신도 ‘이 환멸의 뉴욕에서 탈출할 생각’ 만을 하고 있었다. 어떠한 기력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의자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끄적이는 것뿐이었다. 1999년 20세기의 끝자락에서 유일하게 작업한 디지털 드로잉이다. 이 작품들은 단 한번도 전시된 적이 없다.” D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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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미국의 경제호황으로 뉴욕은 자본의 유입 및 소비가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제품의 대량생산, 대중매체의 확산으로 존재했던 문화예술

또한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대중매체를 통하여 아이돌 가수들이 쏟아져 나온다. 백스트리트보이즈 Backstreet Boys , 엔싱크 N SYNC ,

브리트니 스피어스 Britney Spears ,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Christina

Aguilera 등 수많은 팀들이 기업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10대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발전하는 새로운 산업이 음악의 새로운 주류로 탄생한다.

대중예술의 발달은 비단 음악계에서만 보인 것은 아니다. 어느 문화 비평가 는 1990년대를 ‘혁신과의 작별 Farewell to Revolution ’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격변하는 시장의 역동성으로 인하여 이데올로기가 상실된 사회 상을 비판하였다. 대중매체의 급속한 확산과 비교할 수 없는 파급력은

예술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작품의 주제나 그 깊이를 사유하기보다는

표현방식과 같은 방법론에 집중하게 된다. 인터넷과 과학기술의 발달은 ‘글로컬 Glocal ’ 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다. 이는 문화차이를 즉각적

으로 체감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었다. 그만큼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증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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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이 시기의 사회를 경험한 개개인은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일환 으로 스스로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본인이 속한 지역에서 그 근원을 찾기 시작한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독창성을 찾아가는 예술가의

여정은 명성을 얻는 여정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디황 작가는 1999년 이후

전자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는 예술가로서 뉴욕에서 자본의 힘을 경험했고 사회적 현실이었던 예술의 무분별한 복제와 깊이 없는 무한생산으로 사라져 가는 예술의 가치를 직면한 후, 스스로를 되찾고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90년대 초 경제적 호황기를 누리던 미국은 문화가 급변하고 성장하고 있는데

반해서 같은 시기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대한민국은 가파른 경제 팽창을 보이다가 1997년에 IMF 외환위기 사건으로 여러 기업들의 파산

과 실업난으로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시기에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바탕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였으나 그 당시 시민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미디어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화

예술과 같은 분야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의미 없는 소비로 치부되는 힘든 상황이었다.

글로컬 Glocal : 세계화의 확산과 함께 지역성의 회복, 지역의 독자성의 요구에 대한 움직임이 강해 졌으며 또한 국가를 대신하는 단위로서의 지역에 관심이 기울여지고 있다. (로컬리즘 Local-

ism, 리저널리즘 Regionalism) 상호의존이 높아지는 와중에 지역의 역할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글로벌 지역주의’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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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2 2009

이 시기에 디황 작가는 그의 작업을 기계산업 영역으로 확장 시킨다. 이는 그가 어릴 적부터 애착을 가졌던 오토바이와 미국 유학시절 채득한 순수예술과의 접목이었다. 그는 서울의 공업 지대 성수동에 터전을 잡고 4년간 오토바이를 예술로 승화 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그의 오토바이 작업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요코하마 핫로드 커스텀쇼 Hot Rod Custom Show 에 한국인 최초로 두 차례 초대된다. 국내 뿐만 아니라 그 분야의 전 세계 마니아들에게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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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orse of Nietzsche 2011

이러한 디황의 커스텀바이크 산업은 그가 예술에 기반을 둔 본질적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을 놓지 않았기에 새로운 작품 ‘GARAT 시리즈’ 로 발전하게 된다. GARAT이란 산업 표 현주의 Industrial Expressionism 를 의미하며 작가가 만들 어낸 ‘창고 Garage’와 ‘예술 Art’의 합성명사이다. 그는 동시 대미술에서 예술가의 표현에 있어 필수요소인 ‘노동의 가치’를 재발견하며 작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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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02 2007

그의 산업 표현주의 첫 시도는 작품 ‘벡진스키 Beksiński’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폴란드 출신 작가 벡진스키 Zdzisław Beksiński 는 디황 작가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벡진스키가 표현한 초현실적인 세상의 종말, 높이 쌓인 해골들로 뒤덮인 광활한 풍경, 그로테스크한 드로잉 등,

디황은 벡진스키가 창조한 환상적인 어둠의 세계를 동경했다. 그러나 디황

은 서서히 ‘반이상향적 초현실주의 Dystopian Surrealism’ 에서 뚜렷한

존재를 보여준 벡진스키로부터 영향 받은 자신을 지우기 시작한다. 벡진

스키의 세계는 벡진스키가 창조한 세계였고, 이를 동경하였던 디황 본인 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은 디황에게 있어서 예술가로의 존재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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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2005년 벡진스키는 본인이 살던 아파트에서 19살 청소년에게 수십 차례 흉기에 찔려 사망한다. 이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 디황은 작품명

‘벡진스키 Beksiński’를 만들고 그와 작별한다. 또한, 작가 자신의 과거로

부터 알을 깨고 나오고자 극도로 염증을 느낀 사회로부터 스스로 고립되어

내면으로의 여행 Inner Vacation 을 하였던 것으로도 해석된다. 여기서 ‘알을 깨고 나온다 The bird fights its way out of the egg ’의 표현은

독일의 소설가 헤르멘 헤세 Hermann Hesse 의 저서 <데미안 Demian>

의 표현을 인용한 것이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은 기존 규범과 결별 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내용을 소설의 인물을 통하여 보여준다. 디황은

그만큼 헤르만 헤세의 ‘나’를 찾아가는 길에 동의하였기에 그의 작가명 디황의 ‘D’는 ‘데미안’에서 차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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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후반부터 디황은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모든 것들을 무덤으로 넣으려 시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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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예술가로서 이러한 행보를 걸었던 2000년대는 ‘자아성찰’, ‘이너 피스 Inner Peace’ 와 같은 키워드가 유행했던 시기이다. 인간은 내면의

평화와 나를 되찾으려는 폭발적인 열망을 갖게 되는데 급변하는 사회

에서 목격되는 부정적인 면에 대하여 개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게 된다. 영국의 경우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회사에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입히고 있었고, 한국은 국민의 20%가 업무상 과로에 의하여 수면장애를 겪고 있었다. 많은 국가가 경제의 발전

으로 기본 생활수준은 높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 정신적 여유는 없어지고

행복지수는 낮아졌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The Shallows > 의 저자

니콜라스 카 Nicholas Carr 에 따르면 인터넷과 과학의 발달은 인간

삶의 균형을 깨트리고 깊은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자아를 잃어갈 것이라는 불편한 미래를 예측하였고 이는 사실로 증명되었다.

디황 작가는 2014년 공개된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자신을 외부와

차단하고 홀로 독존하는 모습을 소개하였다. 희망을 외부로부터 찾으려는

인간, 그리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시스템 등으로부터 떨어져 세상을 관조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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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ting in Zen in Disappearing Earth : Philosophers Eckhart Tolle 2010 UG Krishnamurti 2011 Kahlil Gibran 2011 Herman Hesse 2010 Jiddu Krishnamurti 2011 Friedrich Nietzsche 2011 Osho Rajneesh 2011 Rainer Maria Rilke 20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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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거의 자신을 내려놓는 일환으로 영향을 받았던

7명의 철학자의 초상화를 그리고 완성된 작품 표면에 다른 색을 덮음으로써 그들로부터 영향 받았던 시기에

대한 작별을 고한다. 위의 작품들은 ‘지구가 꺼질 때의 좌선’ 시리즈의 일부분이다. <지구가 꺼질 때의 좌선> 은

일본의 ‘무묘앙에오02’가 쓴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존재

성에 집중하고 완벽히 내가 되는 방법은 오로지 무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무가 되었을 때

바로 여기에 존재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삶은 무엇이고, 그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과 직면하는 것이 혼자 남겨진 ‘독존 獨存’ 이라 말하던 디황에게 무묘앙에요의

글은 작품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에 필연성을 부여 했다. 20대부터 바이크를 몰며 여러 번 큰 사고를 당한

디황은 속도를 느끼는 흥분과 함께 정 반대 지점의 생사 경계를 경험하였다.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을 찾는 길은

절대고독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이 과정은 지금의 작품언어를 만들어 가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무묘앙에오 無明庵回小 (1957~1994) : 일본에서 태어나 인문, 교육작가

이자 철학자였던 그는 종교에 입문하거나 절을 짓거나 제자도 들이지 않고 자신의 거처를 '무명암 無明庵' 이라 이름 짓고 찾아오는 소수의

사람들만 만났으며, 특유의 독설과 날카로우면서 서정적인 필치로 다수의 책을 펴냈다. 지은 책으로 <폐허의 붓다들>, <속 폐허의 붓다들>, <경련하면 읽는 정신세계>, <지구가 꺼질 때의 좌선>, <폐허의 붓다들 외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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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저히 자신에 대한 고찰로부터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에 대한 표현 방식으로 다양한 장르를 차용하고 또 이를 서로 ‘믹스’한다. 가장 우선은 내 자신의 현재 상태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 이다. 그리고 정해지면 거기에 맞는 기법을 사용한다.” D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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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언급된 바와 같이 작가의 강력한 주관을 기저로 현실에 보이는 풍경, 인물이 아닌 작가 내면의 생각 혹은 감정을 작품에 담으려는 시도는 20세기 부터 시작되었다. 이 변화의 중심에서 탄생한 사조는 ‘표현주의 Expression-

ism’ 이다. 전통 회화에서 벗어나서 작품활동을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

하며 개인이 경험한 감정의 의미를 중요시 하였다.

독일에서 특히 많은 표현주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세기 독일은 산업화의 급속한 성장으로 영국을 넘어 세계 1위 경제

국가로 자리매김 하였고, 1918년까지 진행된 세계 1차 대전을 이끈 주역 이었으며 1918년 11월에 벌어진 시민혁명은 정치적으로 제국 제정의 붕괴를

야기하며 의회민주주의적 공화국이 탄생하였다. 과거의 전통과 규범에 반대

하고 기존을 답습하지 않는 혁명으로 보다 나은 사회를 기대하는 사회적 현상이 경제, 정치, 과학 등 수많은 분야에서 만연하였고, 예술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미술의 개념을 철저히 버리고 변혁하려는 표현주의가 독일 예술가들에게 보다 많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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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de am 3:26-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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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주의가 기존에 정립된 미술이론에 큰 충격을 주며 보다 세세하게 세 분화된 사조들 이 탄 생 하 는 데 이 중 작 가 가 영향 받은 또 다른 사조는

초현실주의 Surrealism 이다. 1924년에서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프랑스 파리 앙드레 브르통 André Breton 을 시작으로 초현실주의가 퍼져

나갔다. 브르통에 따르면 ‘수세기 동안 이어진 합리주의의 부정적 효과인 사고의 결핍과 불감증을 맹렬히 거부해야 기적과 같이 훌륭한 상위의 진실세계 Super Reality 에 도달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초

현실주의란 존재하는 미학이나 도덕적 관념으로부터 벗어난 순수한 상태

Pure State 라고 정의 내린다.

디황 작가가 걸어온 삶을 돌아보면 문화의 격변이 이루어지던 90년대 미국 뉴욕과 그와 정반대로 문화라는 개념조차 희미하던 그 당시 한국을

함께 겪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문화충격과 같은 외부요인의 변화로 심 리적 불안 혹은 그 반 대 로 희 열 도 느 꼈 을 것 이다. 삶과 연관된 요소 들인 의•식•주, 사람, 사회 그 모든 것이 바뀌는 커다란 변화 속에 작가는

홀로 끊임없이 무엇을 어떻게 표출하는 것이 참된 ‘나’인지를 자문하고

공부하였다. 깊은 사유를 통해 진리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님을 알아 차렸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짚어보면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운동에 영향을 받았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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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De am 3:26-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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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De am 3:26-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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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_Down-1 2015 (Digital Print) down_ Down-8 2015 (Digital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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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셀 수 없이 많은 미술 사조와 스타일이 성립된 지금, 작가로써 독창적

이며 특정한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불필요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가 작품의 표현적인 면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어떠한 구속 으로부터도 벗어나 인간의 근원적인 정신과 내적 감흥을 일으키는 색면 추상 Color-Field Abstract, 붓 터치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밀하게 그려

극단적인 사실주의로 오히려 주관성이 드러나는 극사실주의 Hyperrealism 같이 극명히 다른 언어를 차용한다.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포함하여 많은 회화 작가들이 고민하는

주제는 우리가 살아가고 경험하는 실존적 측면들 이외의 것이다.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 사라진 후의 흔적은 누구도 예측

할 수 없다. 이 맥락은 회화가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 존재하는 형상을 창조 하는 조각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디황 작가가 선택하고 고수하는 예술가의

길이 이 회화의 정신과 통하는 부분이 있으나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작품은

다장르이다. 회화 실험을 진행하며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같은 활동은 여러 작가들에게서 보여진다.

다양한 방식의 언어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 중 독일의 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 는 1960년대 사진의 초점이 맞지 않는 듯한 사진 회화

작품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현재 그는 추상과 구상, 채색화와 단색화 와 같은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에게 회화의 본질적 이유를 끊임없이 질문 하며 순수회화가 우리에게 주는 가치를 강조한다. 1966년 리히터의 ‘성직자나

철학자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기에 예술가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존재이다.’ 라는 메시지는 디황이 예술가로써의 삶을 다짐하는 점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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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ory black-1/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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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을 고수하는 작가들 또한 끊임없는 실험과 파격으로 자신을 깨부수고 정통을 무시하고 점프해버린 자들의 방법을 습득하고 연구하는 것 또한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모든 것에 있어 전방위로 자신을 완성 해나가는 자가 진짜 직업으로서의 예술가이다.” D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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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 Flow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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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Man in the Hospital Be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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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디황 작가의 작업 배경과 그가 사회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수년 동안

스스로를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짚어보았다. 또한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보여주려 하는 주제와 디황 작가가 표현한 회화적 실험이 맞닿아 있는 지점도 살펴보았다. 그는 스스로를 고립한 상태에서 모든 것으로부터 관조적인 삶을 선택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도시에서 벗어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가로등조차 희미하여 밤이 되면 철저하게 ‘나’와 직면하게 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존재성을 확인하기 위한 회화, 영상, 시나리오 등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고 있다.

1970년대 ‘동시대미술 Contemporary Art ’ 이라는 용어의 출현과 함께 순수미술은 경계가 허물어졌고, 그 어떤 이즘으로도 구분될 수 없는 모습

으로 변했다. 수 세기 동안 존재하던 미술의 핵심인 심미적 기능은 더 이상

작품을 평가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 현상은 인상파 이후 망막에 비치는 시각예술 Retinal art 그 이상의 가치를 작품에서

발견하고자 노력했던 뒤샹 Marcel Duchamp 이 세계 미술계를 뒤흔들며

출발하였다. 하지만 지금도 순수미술의 정의는 심미성과 지적 가치를 목적 으로하며 회화, 조각, 드로잉 등과 같은 시각예술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움과 의미의 유무로 가치를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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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구상, 추상 구분하지 않고 작품을 ‘창조’하는 그 순간의 지점이 중요 하다고 한다. 완전하게 색면추상과 같은 모습으로, 혹은 손에 잡힐 것만 같은

극사실로 그 지점을 표현하는 것이 어느 누구는 변덕이라 말하겠지만 디황은 한 지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유니버설 Universal 하게 통용되는

삶의 지점 앞에서 개인이 처해있는 사회적 환경과 물질적 풍요와 빈곤의

상태에 따른 심리적 변화에는 상관없이 작품 앞에서 잠시 주변을 벗어나 진정한 나를 직면할 수 있는 순간과 만난다.

디황의 자아성찰과 진리의 탐구는 ‘인간사회의 환멸’ 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러나 그는 근원적으로 인간애를 가진 사람이기에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 에게 다가가는지도 모른다. 그는 사회구조 및 자본의 힘으로 만들어진 불 평등이 부질없음을 이야기한다. 현대사회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을

잃고 기계의 부품으로써 수동적일 수 밖에 없는 삶에 빠져들기 쉽다. 이러한 ‘중독된 삶’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디황은 ‘죽음’이란 모두가 공평하게 한 번씩 경험하게 되는 것이며 죽음 이후에는 끝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사람들은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 그들이 직면한 강력한 경험을 통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거의 삶에서 독이 되었던 부분들은

쉽사리 정리하고 경쾌한 삶의 자세로 인생을 재정비한다. 필자는 이러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디황의 작품을 통해서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고 생각 한다. 그렇기에 디황은 죽음을 매개로 희망을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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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a-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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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슨스 디자인 스쿨_순수미술 개인전 2011

《교향곡 7번 2악장, 알레그레토》, 한국 미술관, 용인, 한국

2008

《FROM GARAGE》, 2x13 갤러리, 서울

2011 2008 2008 2002 1996

《교향곡 7번 2악장, 알레그레토》, 본프라운버그 아트 갤러리, 듀셀돌프, 독일 《소각》,유코보 아트스페이스, 도쿄

《LK LOTUS 어워드》,호두 갤러리, 서울 《DARK FACE》,헬로아트 갤러리, 서울 《ONE》,플리아디스 갤러리, 뉴욕

단체전 2016

《내 안의 또 다른 나》, 가일 미술관, 가평, 한국

2013

《한국 현대회화 33인 전》, 강동아트센터, 서울

2015 2010 2009 2008 2008 2008 2004 2003 1999 1997 1995

《SeMA》, 서울시립 미술관, 서울

《Very christmas》, 본프라운버그 아트 갤러리, 듀셀돌프, 독일 《원죄》, 펠리니 갤러리, 상하이, 중국

《CARNIVORA》, C POP 갤러리, 디트로이트, 미국

《CARNIVORA》, 리메쥬리 갤러리 로스엔젤레스, 미국

《FANTASTIC CONTRAPTION》, 디바이스 갤러리, 로스엔젤레스, 미국 《요코하마 핫로드 커스텀쇼》, 요코하마, 일본 《요코하마 핫로드 커스텀쇼》, 요코하마, 일본 《주차장 프로젝트》, 아트선재센터, 서울

《HOME MADE AIR》, 톰킨 스퀘어 갤러리, 뉴욕, 미국 《RANDOM ORDER》, 플리아디스 갤러리, 뉴욕, 미국

아트페어 2009 2008

《KOSID 디자인 페어》, 코엑스, 서울 《퀠른 아트페어 21》, 퀠른, 독일

소장 영동제약

프리마 호텔

태성고무화학 한국미술관

Von fraunberg art gallery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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