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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룡의 비웃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해룡은 이제 막 40 줄에 접어든 별 6 개의 사나이였다. 본 이름은 아무도 몰랐고 해룡살롱의 영업부장이었기 때문에 해룡이라고 불리웠다. "김희수, 독불장군 시대는 끝났어! 내 밑으로 들어온다면 신분보장은 해주지. 장성로를 떼주겠다! 그러나 오지 않는다면 살아도 산 것 같지 않게 만들어 주겠어." "개수작 말아!" 희수가 맞받아쳤다. "아악!" 다시 효미의 비명이 들렸다. "자기 여자도 지키지 못한 독불장군이라면 누가 너를 신뢰할까?" 해룡의 목소리 뒤로 킬킬대는 음란한 소리가 깔렸다. 희수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부모를 잃고 헤매며 크는 동안 그가 보고 느낀 것은 혼자라는 것이었다. 남의 밑에 있어야 단물만 다 빨리면 내팽개쳐지는 것을 그는 너무나 많이 보았다. 우선 자기자신부터 그랬다. 여자들에게 신선한 맛이 떨어지면 등을 돌렸다. 그런데 날 보고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희수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해룡! 날 모욕주는 것은 어렵지 않아! 그러나 분명히 말하겠다! 그 아가씨 몸에 생채기 하나 날 때마다 네 몸에 칼자국이 하나씩 생길 거다! 알았냐!" "내봐라, 임마!" 해룡의 비웃음 뒤로 효미의 비명이 들렸다. 희수로서는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그는 맨손이었다. 칼 하나 갖고 있는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대로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정말 죽을 각오를 하고 듬직하게 느껴지는 돌멩이를 양손아귀에 쥐었다. "야아아아!" 희수는 괴성을 지르며 해룡이 있는 곳으로 뛰어내려갔다. 닥치는 대로 두셋을 때려 눕히기는 했으나 중과부적이었다. 뒤통수에 묵직한 충격을 느끼며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차츰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는 판이었는데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 했다. 희수는 구원을 바라는 자신의 환청이 아닐까 하며 깜박 정신을 잃었다. "희수 씨, 희수 씨!" 효미의 목소리가 들리며 희수의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다. 금방이라도 다시 정신이 깊은 어둠의 나락에 떨어질 것 같았다. "정신이 드나봐요." "워낙 신체가 튼튼하니까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도 따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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