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THE MIJUCHOSUN E*NEWS











































베트남 북부의 옌뜨산 국립공원은 베트남의 대표적 불 교 성지로 꼽힌다.
700여년 전 베트남 쩐 왕조의 유산과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어우러져 차분하고 아늑한 치유의 시간을 선사 한다.
◇옌뜨산
수많은 베트남 국민이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해 찾는 옌
뜨산 문화유산은 조만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인뿐 아니라 세계에서 더 많은 손님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북부 꽝닌성과 박장성 경계에 해발 고도 1천68 m의 옌뜨산이 자리 잡고 있다.
700여년 전 옌뜨산에서 베트남 쩐 왕조의 세 번째 왕 인 인종(1258∼1308)이 출가한 이후 이곳은 베트남 불교 의 대표적 성지가 됐다.
현지에서는 ‘100년의 덕을 쌓아도 옌뜨에 오르지 않으 면 소용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제는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이 복을 빌려고 옌뜨산
을 찾는다.
박항서 감독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시절 팀과 함
께 이곳을 찾아 좋은 성적을 기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구국의 영웅에서 불교의 큰 스승으로
옌뜨산 곳곳에는 쩐 인종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그는 몽골의 최전성기인 원나라 쿠빌라이 칸 당시 몽골



1 쩐 인종의 황금색 동상 2 옌뜨산의 모습. 멀리 베트남 쩐왕조 인종의 황금색 동상이 보인다. 3 옌뜨산 중턱 절벽 가운데 얹혀 있는 작은 절 ‘쭈어못마이’(一梅寺) 2
군의 2차례 침략을 ‘베트남의 이순신’으로 꼽히는 명장 쩐흥다오(1228∼1300)와 함께 물 리친 구국의 영웅이다. 이후 태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태상왕 신분으로 옌뜨산에서 출 가했다.
자신을 죽림대사(竹林大士)로 칭한 인종은 선종 불교의 일파인 ‘쭉럼’(竹林) 불교를 창 시, 베트남에 선종 불교를 보급했다. 그의 진신사리가 담긴 사리탑과 높이 12.6m의 황금색 동상을 비롯해 ‘쭈어호아옌’(花 燃寺), ‘쭈어못마이’(一梅寺) 등 10개의 절과 500여개의 크고 작은 사리탑이 옌뜨산 곳곳 에서 방문객을 반긴다. ⇬7면으로 이어집니다


⇬6면에서 이어집니다
◇가파른 산을 올라 소원을 빌다
베트남의 최대 명절인 음력설 ‘
뗏’(Tet)을 갓 지난 주말에 옌뜨산
을 찾았다. 베트남 사람들이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해 몰려드는 시기라
고 한다.
소원을 빌려면 산 정상의 작은
사원 ‘쭈어동’까지 올라야 한다. 도
보로 오르려면 비교적 경사가 급한
계단을 정상까지 4시간 정도 걸어
야 한다.
다행히 총길이가 약 2㎞에 달하
는 케이블카 덕분에 그 절반 정도
의 시간에도 오를 수 있다. 다만 케
이블카를 이용해도 계단을 1천개
정도 올라야 하므로 어린이나 노약
자에게는 어려운 길이다.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산등성이
위를 가파른 각도로 날아오르자 옌 뜨산을 뒤덮은 울창한 숲이 한눈 에 들어오면서 상쾌한 기분을 자 아냈다.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니 케이
블카 밑에서도 수많은 인파가 등산
로를 가득 메운 채 걸어서 오르고
있었다.
방문객 대다수가 당연히 케이블 카를 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 다. 옌뜨산을 찾는 사람 다수가 순
례에 의미를 두고 걸어서 오른다고
안내인은 설명했다.
케이블카 구간이 끝나고 등산로
를 따라 순례객들과 합류해서 정상
으로 올라갔다.
각도가 40도는 넘을 듯한 가파
른 계단을 대나무 지팡이를 하나
씩 들고 오르는 이들의 표정은 대
부분 힘들어 보이지 않고 매우 밝
았다.
어린 자녀를 등에 업거나 목말을
태우고 오르는 부모들도 보였다. 저
마다 마음속 소원과 희망 덕분에
힘든 것도 잠시 잊은 듯했다.
정상에 도착하자 쭈어동의 연꽃
모양 청동 지붕이 보였다.
출근길 신도림역처럼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절을 둘러싸고 기도
하는 인파를 바라보며 산에서 내
려왔다.
◇레거시 옌뜨-엠갤러리
옌뜨산 바로 밑에는 이곳의 대표
적인 호텔인 ‘레거시 옌뜨-엠갤러
리(MGallery)’가 자리 잡고 있다.
‘럭셔리 호텔 디자인의 거장’으
로 불리는 유명 건축가 빌 벤슬리
가 쩐 인종 당시의 왕궁·사원을 모 티브로 이곳을 설계했다.


어느 공간을 봐도 줄줄이 늘어 선 나무 기둥, 서까래, 난간, 돌바닥, 습기를 흡수하는 쌀알로 마무리된 외벽 등이 700여년 전 고궁이나 절 에 와 있는 기분을 자아낸다.
전체 외관을 나무, 돌, 청동 같은
자연 재료로만 구성했고 호텔 어디 서도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섀시
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빌 벤슬리 특유의 ‘지독할 정도 로 콘셉트에 충실한’ 건축 철학을 시종일관 관철해 고객 짐을 나르는 손수레나 화장실 표지 등 소품 하 나하나까지 전통적이면서도 세련 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여기에 곳곳에 배치된 풍경과 바 람이 만나 울리는 맑고 은은한 소 리까지 더해지면 템플 스테이에 온 듯한 착각까지 든다.
호텔 측이 2018년 문을 열면서 객실에서 TV를 빼는 파격적인 결 정을 한 것도 일상에서 벗어나 고 요한 휴식과 심신의 치유에 집중하 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떠들썩한 클럽이나 술집 대신 요 가, 명상, 약초 치유법 같은 웰니스 중심의 서비스를 갖춘 것도 같은 의도다. 호텔 안팎 어디서 어느 각도로 찍어도 잘 보존된 고궁처럼 인스 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예쁜 사진 이 나오는 것은 덤으로 얹히는 즐 거움이다.
◇옌뜨 빌리지 호텔 밖으로 나가면 역시 쩐 왕 조 당시 전통 마을을 연상시키는 상점가가 펼쳐진다. 레거시 옌뜨 호텔이 옛 왕의 거 처라면 이 마을은
광복 이후 근대 산업화의 흔적을 간직한 곳이다.
1921년부터 1972년까지 금, 은, 동, 아연 등을 채굴하다가 폐광이
된 뒤 새우젓 보관 장소로 사용되
던 ‘가학광산’을 2011년 광명시가
동굴 및 주변 토지를 매입, 동굴 테
마파크로 개발했다. 깊이 275m의
광명동굴에는 7.8㎞의 갱도와 3만1
천400㎡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현
재 개방된 갱도는 2.4㎞로, 광명동 굴 8레벨 가운데 2레벨까지

거듭났다. 3D 홀로그램,
레이저를 이용한 블랙라이트 쇼 등 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진다. 동굴 지하수를




제주도를 배경으로 평범하면서도 감동
적인 한 가족의 서사를 담아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가 막을 내렸다.
최종화는 평생 시인의 꿈을 품고 산 ‘문
학소녀’ 오애순(아이유·문소리 분)이 노인
이 되고서 시집을 내고, 인생이 사계절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때로
는 봄, 때로는 겨울이었다고 깨닫는 모습으
로 16부작에 걸친 서사를 마무리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우리 엄마, 아빠를 떠
올리게 하는 이야기에 생동감 있는 인물들
의 감칠맛 나는 연기, 가슴을 울리는 문학
적인 대사가 버무려지며 ‘인생 드라마’라는
호평과 글로벌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
◇우리 엄마·아빠, 그리고 내 이야기…보
편적인 가족 서사
‘폭싹 속았수다’가 사랑받은 가장 큰 이
유는 평범한 가족을 중심으로 누구나 공
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극의 중심에는 1951년생 오애순이 있다.
애순이는 가난한 가정 형편에도 꿈을 잃지
않는 소녀다. 새침한 문학소녀를 자처하다
가도 첫사랑 양관식(박보검·박해준)과 야
반도주하고, 시댁살이와 생활고에 눈물지
으면서도 세 아이 엄마가 되면서 자식에 헌신하며 울고 웃는다.
대단한 성공도, 짜릿한 복수도 없는 평
범한 삶이지만 그렇기에 ‘내 이야기’처럼 감정을 이입했다는 시청평이 쏟아졌다.
애순이와 관식이는 그저 성실한 것 하
나로 버텨온 조부모·부모 세대를 떠올리게 하고, 딸 금명(아이유)과 아들 은명(강유
석)을 통해서는 마냥 어린아이였다가 어른
이 되어가는 우리 자신을 비춰보게 한다.
특히 광례(염혜란)와 딸 애순, 손녀 금명 으로 이어지는 3대의 애틋한 모녀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감의 크기를 키웠다.
10살 딸을 둔 40대 오 모씨는 극 중 잠녀 (해녀) 광례가 전복을 구워 어린 애순의 입
에 넣어주던 장면을 언급하며 “’네 입에 들
어가면 꼭 천환 같아’라고 하는 대사가 있
는데, 내가 실제로 딸에게 했던 말과 비슷
해서 놀랐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다정한
양관식과 권위적인 부상길(최대훈) 중 어
디에 가깝냐는 투표가 등장한 것도 ‘폭싹
속았수다’를 우리 삶에 대입해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곳곳에서 ‘깨알같이’ 엿보이는 시대상도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서 내걸던 옛날 영화관 등이 대표적이다.
굵직한 정치·사회 사건들이 신문과 TV
방송, 벽보 등을 통해 스쳐 지나가고, 88 서
울올림픽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2002년 월드컵 등은 이야기의 흐름
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소재로 등장했다.
◇“모두가 주인공”…생동감 있는 캐릭터
의 명품 연기
애순뿐 아니라 일가족, 마을 이웃들이 통째로 주인공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다 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 점도 재미를 더 했다.
애순의 든든한 지원군인 잠녀 이모 삼인 방, ‘아내 바라기’ 아들 관식이 못마땅해 투
덜대는 시어머니, 가부장적인 시할머니, 사 글셋방 주인이자 도동 만물센터를 운영하 던 하르방·할망, 난봉꾼 ‘학씨 아저씨’ 부상 길, 애순의 한량 새아버지 등이 각자 존재 감을 뽐냈다.


로 특별출연했다.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하다 보니 외려
주연인 박보검의 분량이 너무 적다는 지적
이 나오기도 했다.
인 배우들뿐 아니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연기자들의 활약도 빛났다.
애순의 시어머니로 등장한 오민애와 부 산 여관 안주인을 연기한 강말금의 기 싸 움, 금명이가 불법과외로 가르치던 학생
의 엄마로 등장한 김금순과 가정부 역할
남권아의 흉금을 터놓는 대화, 금명의 남
자친구 영범 엄마로 분한 고(故) 강명주
의 고상하면서도 아집에 찬 연기가 화제
였다.
임상춘 작가의 전작에 나온 배우들을 찾
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염혜란과 오정세는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이번에도 부부로 등장해 생활력 강한
아내와 한량 남편의 조합을 보여줬다.
하숙집 주인 역할을 맡은 전배수는 ‘백
희가 돌아왔다’,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네 번째로 임 작가 드라마에
박보검은 최근 인터뷰에서 “관식과 애 순뿐만 아니라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하 는 모든 배우가 주인공”이라며 작품에 함 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제주 풍광에 흐른 문학적 대 사 드라마는 한 사람 인생을 봄·여름·가을· 겨울 사계절에 빗대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도 아낌없이 담아냈다.
노란 유채꽃밭, 낮은 현무암 돌담과 정 낭(나무를 가로로 걸쳐놓은 대문을 뜻하
는 제주 방언), 애순의 엄마가 물질을 하 던 에메랄드빛 바다 등이 이야기의 배경 이 됐다.
이곳에 심어놓은 임 작가 특유의 문학적 인 대사가 빛을 발했다.
의 시를 통해 마치 한 편의 시집을 펼친 듯 한 느낌을 자아냈다. 애순이 쓴 시에서는 엄마에 대한 짙은 그리움, 관식을 향한 설레는 풋사랑의 맛 이 느껴졌다.
엄마에서 딸로 이어지는 꿈과 사랑은 금명 의 내레이션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됐다. “나는 그들의 꿈을 먹고 날아올랐다. 엄 마의 꿈을 씨앗처럼 품고. 엄마의 꿈은 나 에게로 와 아주 무겁고, 아주 뜨겁게 기어 이 날갯소리를 냈다.” 극중 어렵고 고된 순간마다 등장한 “살 민 살아진다”(살면 살아진다), “살아보니 또 괜찮아요. 살만해요”라는 대사는 따뜻 한 위로였고, 편집장 클로이 리(염혜란)가 애순의 시에 감동하며 말한 “너무 장하다” 라는 대사는 묵묵히 살아가는 모두를 위 한 격려였다.
짚을 엮어 얼음을 팔던 시장통 풍경, 아 이들이 초를 먹여 반질반질하게 만든 국민 학교(초등학교) 바닥, 상영작 간판을 그려
등장했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필구 역할을 맡은
마무리까지 울림으로 채운 드라마는 인 기와 화제성을 놓치지 않았다. ‘폭싹 속았수다’와 주인공 아이유는 굿데 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3월 3주차 TVOTT 화제성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지극히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등을 중 심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아낌없이
나문희, 김용림, 염혜란 등 연기 베테랑
김강훈은 이번에는 애순의 첫 손자 양제일



에피소드마다 ‘호로록 봄’, ‘꽈랑꽈랑 여 름’, ‘자락자락 가을’, ‘팰롱팰롱 겨울’ 등 제 주 방언의 운율이 느껴지는 소제목을 달았 고, 시인을 꿈꾼 애순이 써 내려간 여러 편

“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