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토(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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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17년 11월 4일 토요일

조선일보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토요 기고 <197>

밤하늘 전령이 내게로

조정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어둠이 내린 바다는 아늑하고 고 요하다. 밀물에 출렁이던 통나무들 의 부딪힘도 사라지고 사방은 번잡 과 소요에서 벗어나 있다. 바쁘게 주 변을 살피던 불루제이들은 벌써 자 취를 감추었고 바람에 너울대는 노 란 플라타너스 잎새들만 적막을 깨 우고 있다. 오늘 밤, 은하수 길이 남 서쪽으로 빗겨 흐르는 밤하늘은 별 들의 들판이다. 외로움을 견디는 달 님이 살포시 웃고 구름속에 박힌 별 들은 보석처럼 빛난다. 하늘을 향한 나무들과 바닷속 고래들 모두 소망 을 키우기 좋은 고즈넉한 가을밤이 다. 밴쿠버에서 38Km 북쪽에 위치한

폴튜 코브 캠핑장은 두 달 전 예약 이 되어 있었다. 하우 해협의 바닷가, 56에이커 주립 공원에 자리한 이곳 은 두 개의 통나무 집과 화덕, 바베 큐 테이블, 전기 충전기를 갖춘 44개 의 캠핑장 그리고 화덕과 바베큐 테 이블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16개의 캠핑장이 있다. 연중무휴의 폴튜 코 브 캠핑장은 스콰미시, 위슬러와 가 까워 많은 RV 캠퍼들이 장기간 머물 며 등산, 산악 자전거 타기, 카약킹, 카누잉을 즐기는 곳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이곳에서 남편 과 함께 때로는 친지들과 연례행사 처럼 캠핑을 하고 있다. 멀리 섬들 사 이로 해가 기울고 붉은 노을이 하늘 을 물들일 때면 사람들은 잔잔한 바 다 위에 카약을 띄운다. 이때쯤 청둥 오리와 기러기들은 줄지어 바닷가 를 오가고 새끼를 거느린 바다 사자 들이 가까이서 얼굴을 내민다. 간단 하게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음식물과 조리 기구는 곰과 레쿤을 유인할 수 있기에 차 안에 넣는다. 지난번 캠핑 때는 레쿤들이 텐트 옆 틈으로 음식물 가방을 끌어내 포 식을 하고 주변에 지저분한 흔적을 남겨 놓았었다. 드디어 캠프파이어

의 불꽃이 주위의 어둠을 밝힐 때면 마주 앉은 이의 말에 귀 기 울이며 감자가 포실하게 익기를 기다린다. 긴 세월 함께 살며 겪 어낸 고통과 기쁨을 담담히 나누 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 주위 의 RV 실내 등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한다. 나는 숨을 멈추고, 인간의 이해 를 넘어선 저 먼 공간에서 빛나는 별들을 바라본다. 밤하늘이 이렇 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별들이 총총히 빛나는 밤하늘에서 별 중 의 별 시리우스와 아득히 먼 북극 성을 찾아본다. 밤하늘의 여왕 시 리우스는 오늘 밤 검푸른 바다의 고깃배와 연어들의 나침반이 되 고 있겠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 고 있는 북두칠성은 서로 다른 밝 기의 빛으로 북쪽 하늘에서 반짝 인다.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 별자 리 옆 알코르도 보일 듯 말듯 희 미하게 빛난다. ‘100여 년 전 ‘별이 빛나는 밤’ 을 그린 반 고흐도 이런 밤하늘 을 보았을까! 구심점을 향해 원 을 그리는 구름 속 별 하나 하나 와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밤하늘

은 그의 고뇌 어린 영혼의 표현이 었겠지. ‘라마르틴느 광장의 밤의 카페’에서 밝게 빛나는 큰 별들은 그가 그리던 가족과 고향의 상징 이었을까….’ 세상으로부터의 고립을 영혼 이 담긴 예술로 승화시킨 반 고 흐를 생각한다.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며 가난과 자기 존재의 공허함이 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 의 내면 세계를 예술혼으로 극대 화 시켰다. ‘별이 빛나는 밤’, ‘라 마르틴느 광장의 밤의 카페’, ‘편 백나무와 별이 있는 길’, ‘까마귀 가 나는 밀 밭’…, 나는 고흐 그림 의 따뜻하고 강렬한 색감, 생동감 넘치는 화법에서 예술과 삶에 대 한 그의 열정과 자유로운 영혼을 만난다. 국가 간의 전쟁, 종교 극단주 의자들의 갈등과 테러, 지진, 산 불 등의 자연 재해, 방사능 유출, 다양한 범죄로 인한 살상…, 근래 세상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속 에 벼랑 끝으로 질주해 가고 있 는 듯하다. 매일 접하는 뉴스 속 세상엔 탐욕과 분노, 무지로 인한

불의의 악순환이 끝없이 되풀이 되 고 있다. 이 절망적인 세상을 사는 나는 어떻게 내 안의 분노와 두려 움에서 벗어나 평온한 마음을 유지 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늘 밤, 모든 생명이 살아 숨 쉬 는 고요 속에 밤하늘을 볼 수 있음 은 큰 축복이다. 434 광년 거리에서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는 북극성…, 이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 나는 얼 마나 작은 존재인가! 무한한 우주 공간의 불가사의한 신비 앞에 나는

깊은 경외심을 갖는다. 밤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은 온 천지를 고루 비 추어 사방은 그지없이 아늑하고 평 화롭다. 포근한 우주에 안겨 살아 있음을 실감하며 다른 존재들과 연 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두려움을 직시하라, 내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며 더불어 함께하라, 과거와 미래가 아닌 오직 지금 이 순간에 머물라…. ’ 태양과 달, 별빛이 내려오는 대 지 위에서 맑은 공기로 숨을 쉬며

다른 이들의 노고로 내 생명이 지 탱 되고 있음을 자각한다. 언제나 자연과의 교감은 삶의 단순한 진리 를 일깨운다. 저 멀리서 나타난 별똥별 하나가 하늘의 전령 되어 손에 잡힐 듯 내 게 다가온다. “삶의 축복은 당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축복이 라는 큰 선물을 받은 당신, 이제는 누군가를 축복하며 삶의 기쁨을 나 눌 때다.”

게티이미지뱅크

11월의 우리 비어가는 11월 햇살이 짧은 그림자를 거두면 한 뼘 멀어진 나무와 나무 사이 바람이 밀고 당긴다

멀어진 만큼 따스함이 그리운 계절 임현숙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바람 든 무속처럼 한여름 정오의 사랑이 지고 있으므로 슬퍼하지는 말자

치기공사 (Dental Technician) 프로그램!

꽃이 져야 씨앗이 영글 듯 우리 사랑도 가슴 깊은 곳에 단단히 여물었다

Korean Heritage 장학금 $3,000불 지원! (원서 마감일: 11월 20일)

한여름 광기의 사랑이 저물어감으로 더욱 간절한 우리 마음의 더운 손 부여잡고 가까이 이마가 닿을 만큼 가까이

심장과 심장이 교차하는 거기

지난 40여년간 수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해낸,

치기공사 과정을 개강합니다. CDI College의 치기공사 과정은

한 그루의 나무로 서자.

CDI College에서

College of Dental Technicians of BC (BC주 치기공사 관리기관) 의 엄격한 기준에 인가를 받은 과정이며, 최신식 장비와 기기들로 캐나다 최고의 실험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치기공사는 안정된 직업인 동시에, 기술력과 경력에 따라 고액의 수입까지 받을 수 있는 직업입니다.

가슴으로 읽는 동시

착한 세상 착한 오리 착한 빵 착한 낙지 착한 양파 착한 설탕 착한 꽃배달 착한 말 착한 아들 착한 영어 착한 과외

CDI College에서 치기공사의 길을 열어보십시요!

착한 기름 착한 강아지 착한 커피 더 착한 음료 정말요?

—유은경(1969~ )

프로그램 및 입학문의  전화: 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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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융자 (student loan) 및 정부보조금 (grant) 신청가능!

시가 착한 것으로 꽉 차 있다. 14 가지나! 정말 착한 세상이네. 이러면 살맛 나겠다, 신나겠다. 그런데 ‘정말요?’ 물음에 맞닥뜨 리니 어리둥절해진다. 자신 없다. 아, 그러고 보니 거짓 착한 것 들을 비꼬려고 내다 걸었구나. 세상이 착한 것만은 아니구나. 거 리에 ‘착한’ 것을 판다는 가게는 많은데, 정말 착한 건 아니라는 거다. 착하지 않은 가게가 이름만 착하다고 포장해 물건을 판다 는 이야기이다. 가짜 착한 것들이 빨래처럼 펄럭인다. 요즘은 진짜를 찾는 게 바보라는 말도 떠돈다. 그러면 안 돼, 그러지 말고 ‘착한 세상’ 만 들자, 이런 뜻이 시속에서 얼굴을내민다. ‘착한 세상’말만 들어 도 몸이 훈훈해 온다. 시인은 어린이들이 정말로 착한 세상에서 살기를 꿈꾼다. 한해가 슬슬 저물어가는 때에.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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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토(2017년) by Vanchosun - Iss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