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한 나뭇잎들이 흔들리며 햇볕을 만끽하는, 불어오는 바람마저 후 덥지근한 여름이었다.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와 함께 교실 안은 순식간 에 삼삼오오 모여들어 떠드는 아이들의 소음으로 가득 찼다. 8월의 햇 볕은 따사롭다 못해 뜨거워서, 창가에 앉아있으면 이대로 녹아버릴 것 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락, 팔락. 흐느적 책상 위로 들러붙은 채로 부채로 삼은 노트가 느릿하게 왕복한다. 하필 이렇게 더운 여름날 고장 나버린 에어컨을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낡아빠진 벽걸이 선풍기가 그 나마 탈탈탈 맥빠진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지만, 어쩐지 그 모습에 더욱더 진이 빠지는 것만 같았다. 차라리 이대로 녹아내려 물이 되어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