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명일유치원입니다.”
아이를 등원시키는 학부모와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는 정현주 씨. 밝게 웃
으며 아이와 눈을 맞추는 모습에서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묻어난 다. 그는 명일유치원(서울시 강동구
소재)에서 이정희 특수교사를 도와
장애아동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평
범한 가정주부였던 그가 어떻게 유
치원에서 활동할 수 있었을까.
“국가유공자 가족으로 혜택을 많이
받았고,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환원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연년생
손주들 육아를 하던 중에 딸이 가치
동행일자리에 알려줘서 지원하게 됐
죠.”
그는 젊은 날엔 내 아이를 키우고, 자
식이 장성한 후엔 손주를 보느라 시
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라도 하면서 나
라로부터 받은 혜택을 보답하고 싶
었다고 한다.
사랑 가득한 시선으로
정현주 씨는 처음 가치동행일자리를
할 때에만 해도 ‘장애 아동이라고 뭐
가 다를까. 아이들은 다 똑같지. 내가
아이를 본 경력이 몇 년인데...’ 하는
마음이 컸다며 너무 쉽게 생각하고
안일한 마음을 가졌던 것이 부끄럽
다고 밝혔다.
“장애아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
어요. 그저 내 손주를 보는 것 마냥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어 주면 되겠
다고 생각했고, 진짜할머니처럼무
한한사랑으로대했어요.이것이오
히려아이들에게독이될수있다는
걸전혀몰랐던거죠. 무지에서 오는
용감함이랄까. 이제와 돌이켜보면
창피한 일이에요.”
아이를 보육하고 교육하는 데 있어
당연히 사랑이 최우선이지만 사랑이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무한한 사
랑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금세 경계
를 풀고 그와 유대관계를 쌓을 수는
있었으나, 교육적인 방향으로 이끌
기는 어려웠다. “아이들이위험한행동을해도,안 된다는말을하지않았어요.사랑스 러운 아이들에게 어떻게 안 된다고
하겠어요.다할수있게도와주고싶
죠.근데그럴수록선생님께서더힘
들어지더라고요. 제가 생각이 짧았
던거예요.”
‘아차’하는 마음이 들어 그날부터 장
애아동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전
문 서적을 사서 읽고, 선생님께 궁금
한 것을 물어가며 익혔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이면서 이정희
교사와 손발이 더 잘 맞아가고 아이
들도 더 잘 이해하게 이르렀다.
이 교사는 “유치원에 4명의 장애아
동이 있다. 아이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을 때가 많지만 혼자라 버거울 때
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혼자였다면
채우지 못했을 영역을 정현주 선생


님이 사랑과 연륜으로 보완해주신
다”라며 정현주 씨가 있어 힘이 된다
고 강조했다. 현행 특수교육법상 유
아특수교사 1명이 4명의 장애를 맡
게 되어 있다. 1명의 교사가 완벽하
게 케어하기란 쉽지 않는 것이 현실
이다. 하지만 이 교사와 정현주 씨는
서로의 빈 자리를 채워주며 완벽한
케미를 자랑하고 있다.
같이가치, 오래도록 함께
정현주 씨는 일주일에 3~4번 명일유
치원에서 중증장애아동 활동을 보조
한다. 그가 전담하는 7세 아동은 의
사소통은 물론, 혼자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이 있는 편이어서 처음에는
상호작용이 어려웠다. 그래도 정 씨
의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이며 교류
한 덕분에 조금씩 나아져 지금은 어
느 정도 혼자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는 등 일상이 가능해졌다. 유아교
육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지속적으
로 관심과 사랑을 베풀며 작은 변화
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는 그의 마
음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는 “아이가 점차 경계를 풀고 다
가오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늘
보던 선생님이 아닌 낯선 저를 기다
리고, 좋아해준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라
며 “가치동행일자리를 시작하고 나
서 주변에서 예뻐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고 밝혔다.



“밝고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
다보니 저도 모르게 많이 웃는 것 같
아요.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요. 아이들이 너무 귀하고 좋아서
요. 이렇게 많이 웃으니까 표정도 바
뀌고 예뻐보이는 게 아닐까요? 진짜
예뻐진 건 아니고요.”(웃음)
아이들, 특히 장애아동들은 낯선 사
람에 대한 경계심도 크고, 불안도가
높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일유
치원에서 오래 가치동행일자리 활동
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수줍게 웃
는 정현주 씨.
“가치동행일자리는 이름을 참 잘 지
은 것 같아요. 이름처럼 ‘가치’있는
일자리이면서 나라는 개인이 사회
를 위해 동행할 수 있다는 보람을 주
거든요.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살아있
다는 생동감도 느끼고요. 자존감도
엄청 올라갔어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고요. 평생을 가
정주부로 살았고, 연년생 손주를 10
년 동안 양육했어요. 계속 애기들하
고만 있어서 주변을 돌아볼 틈이 없
었는데 이제는 시야가 트인 기분입
니다. 저는 아마 가치동행일자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집에서 TV보면 서 시간을 보냈을 거에요. 가치동행
일자리를 하면서 일상의 루틴이 생
겼어요. 저처럼 많은 중장년들이 가
치동행일자리를 통해서 보람을 느끼 고 활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치동행일자리는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아요. 이름처럼
‘가치’있는 일자리이면서
나라는 개인이 사회를
위해 동행할 수 있다는
보람을 주거든요.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살아있다는 생동감도
느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