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지 씨는 성곡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함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긴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에 돌
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헛헛함을 느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기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기분이 들었다.
‘이 나이쯤 되면 원래 그런 거겠지’ 하며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맛있
는 음식을 먹기도 했지만 그때뿐이
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속감’이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뿐인
아들은 성인이 됐고, 가정 외에 또 다
른 소속이 필요했던 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계기는 소속감의 부재 “1년 정도는 행복했어요. 허니문 기
간 1) 이라고 할까요. 가족들, 옛 친구
들과 물리적인 거리가 훨씬 가까워 지니 자주 만났어요. 눈에 띄게 발전 한 한국이 신기해서 여기저기 나들
이도 다녔고요. 우리나라 대중교통
이 너무 잘 구축돼 있잖아요. 하지만
편한 생활에 적응하고, 탐색하는 것
도 잠시였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일
상이 무료해지고,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았죠. 문득 미국에서 파트타임으 로 근무하는 시니어들을 만났던 기
억이 떠올랐어요. 그와 비슷하게 뭔
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 어렴 풋이 생각했었죠.”
검색을 통해 우연히 가치동행일자리 사업을 발견한 그는 진흙 속에서 진
1) 꿀 같이 달콤한 달이라는 뜻으로, 결혼 직후 즐겁고 달콤한 시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곳에서 살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
어요. 소망이 현실이 된 듯해 신기해
요. 또한 어떻게 하면 관람객들에게
더 친근하게, 쉽게 작품을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공부도 열심
히 하게 돼요. 어떤 클래스보다 알차
죠. 나만의 전문성이 생기는 느낌이
드네요. 가치동행일자리 사업은 인
생의 정류장 같아요. 잠깐 멈춰서 남
은 인생의 방향을 설정할 계기를 만
들어줬다고 할까요. 기회를 빌려 앞
으로도 스스로를 탐구하고, 탐험해
볼 계획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