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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전라북도 농촌유학생활 이렇게 했다.

내 아이들에게 나는 우리 인생에 있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자연과 벗하며 행복하게 지낸 유년시절의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

장려상 이현정 덕치유학센터(학부모글)


전라북도 농촌유학생활수기공모 _ 장려상

느리더라도 행복하게 키우고 싶어요! 이현정 _ 덕치유학센터

“따르릉, 따르릉”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새 관사가 완공되었습니다.”라는 교감선생님의 전화 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2년간 기다림에 지쳐 농촌 유학을 포기한 상태였기에 선뜻 내려가겠다고 말씀을 못 드렸다. 그리 길지 않은 생각 끝에 내려가기로 결정을 하니 일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12월 말에 전화를 받고 1월 한 달간 짐을 꾸리고 가구, 가전, 옷가지 등...... 7평 작은 관사에 들어갈 최소한의 것들만 준 비했다. 2월 셋째 주에 짐을 옮기고 마지막 주에 애들과 내 려왔다. 그렇게 덕치초 관사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농촌유학생활의 훈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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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이 느린 우리 딸 소은이 늘 잔소리를 듣곤 했다. “늦지 않게 준비해!”,“뭐해? 빨리 씻어!”, “수업 안에 마무리 지어!”등 매일 반복되는 얘기로 아이는 엄마는 나를 미워한 다 생각하고 나는 앵무새처럼 짜증 섞인 얘기들을 매일 반복 했다. 날이 갈수록 우리 소은이와 나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


2013 전라북도 농촌유학생활 이렇게 했다.

작했다. 아이는 내 얘길 건성으로 듣고 나는 악에 받쳐 야단치는 악순환 이 반복되던 어느 날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을 했고, 더 빨리 더 먼저 교육을 선호하는 현 교육에서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고 싶어 하는 우리 아이가 힘들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히 도시교육을 접고 농촌유학을 결심했다.

우리 덕치초등학교 관사를 먼저 설명하면 학교 안에 모두 8가구가 산다. 옆 마을회관 2층에 사는 가족까지 하면 총 9가구이다. 평수도 다 르고 구조도 개성있게 다르다. 15평, 10평, 9평, 7평 등...... 지금은 사 는 가족 수에 따라 넓은 평수가 배정되고 있다. 내가 사는 관사는 7평 방 도 하나라 불편한 점도 사실 많다. 하지만 문 열면 넓은 운동장과 앞에 있는 텃밭이 애들의 놀이터이기에 여기가 다 우리 집 마당이려니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관사에는 개성 있는 집 구조 못지 않게 집집마다 개들도 개성이 있 다. 관사 안방마님 깽깽이-살아온 세월이 있어선지 동 네에 돌아다니는 개들 중 깽깽이의 새끼가 많다. 그 옆 집에 이오- 지금껏 한 번도 풀린 적이 없지만 이 오와 깽깽이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가 많다는 얘기 를 전해 들었다. 그 옆집에 몽군이- 사냥개 쉽독 종이지만 듣질 못한다. 세상 소음과 담 쌓고 늘 평 안하게 자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랫집에 아롱이,


느리더라도 행복하게 키우고 싶어요!

다롱이-6개월 전 새끼 때 왔는데 새끼 때도 일반 개만 했다. 아롱이, 다롱이가 한번 풀리면 이들을 잡기위해 관사에 비상 이 걸린다. 먹는 걸 좋아해도 너무 좋아하는 우리집 뽁이와 그 옆에 새끼강아지 덕치가 있다.

TV와의 단절, 달달한 먹거리들과의 단절, 그리고 칠흑 같은 어둠 덕에 해만지면 자야 하는 일들이 우선적으로 겪어 야 하는 일차적 문제였다. 문화시설, 편의시설 등은 고사하고라도 작은 마트를 가더라도 10키로 떨어진 강진면까지 밟아야했다. 처음 왔을 땐 소위 말하는 멘붕 상태였다.

그렇게 덕치에서의 봄이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관사 앞 텃밭에서 냉이를 캤고, 주말에 섬진 강 주변에 쑥 캐러 나갔다가 지나가는 교회 봉고차를 얼떨결 에 얻어 타고 바로 교회로 가 마을 교회 새 신자가 됐고 관사 농촌유학생활의 훈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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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과 생전 처음 취나물도 뜯고 찾기 힘들다는 국산 고사 리도 캐 보고, 그걸 잘 말려 명절 때 친정, 시댁, 가까운 사람 들에게 소박한 인심도 나눴다. 덕치초등학교는 봄에 활짝 벚꽃이 필 시기에 운동회 를 한다. 활짝 핀 벚꽃 아래서 아이들과 신나게 운동회도 하


2013 전라북도 농촌유학생활 이렇게 했다.

고 학교에서 뷔페로 준비해 주신 음식을 식구들과 먹는 즐거움을 누렸 다. 덕치에서의 여름은 새까맣게 그을릴 때까지 물놀이에 또 물놀이를 했다. 회문산 계곡에서 다슬기 바구니를 물에 넣고 울 아이들과 시간가 는 줄 모르고 다슬기를 잡고 또 잡았다. 다슬기 탕을 끓여 먹고 남은 다 슬기는 인천 집 수족관에 넣었는데 수족관 청소를 이녀석들이 다 해주 어 따로 청소할 일이 없어졌다. 그리고 관사 앞 텃밭에 실컷 먹고도 남 을 만큼 심은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피망 쌈 채소 등을 식사 때마다 아 이들과 뜯는 재미도 누렸고, 저녁 먹고 운동장에 나가 메뚜기 방아깨비 등 잡아 서로들 누가 더 많이 잡았나 자랑도 했다.

덕치의 가을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의 별들을 눈 시리게 볼 수 있다. 아이들과 매일 밤 별을 보는 기쁨과 별자리에 대해 아는 게 없어 해줄 얘기가 없는 아쉬움을 뒤로 하더라도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았다. (올 해는 별자리에 대해서 공부를 해 보리라! 다짐을 해 본다.) 가을엔 어른들이 참여해야 하는 축제, 행사들이 많아 바쁘다. 임실면민의 날 행 사, 섬진강 민속놀이체험...... 맛있는 점심과 선물은 보너스! 덕치의 가 을은 여러모로 풍요롭다. 눈, 눈을 원없이 구경한 덕치의 겨울은 사방 이 천연 눈썰매장이다. 눈 많이 오는 날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운동장 에 나와 눈사람도 만들고, 자동차 뒤에 눈썰매를 이어 아이들을 태워주 는 정겨운 모습도 가까이에서 구경도 하고 학교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 간 후엔 하루종일 아이들이 잘 다져 논 비탈진 곳에서 책받침 비료포대


느리더라도 행복하게 키우고 싶어요!

등을 들고 관사 아이들은 눈썰매를 즐겼다. 이렇게 일년을 보낸 지금 내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늘 불면증에 시달리던 내가 무섭도록 조용하고 어두운 이곳 에서 숙면을 취하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관사 창문을 열면 바로 앞에 흐르는 섬진강과 건너편에 월파정 그리고 그 건너 천담길 등......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가면 학교 전경과 70년 넘은 벚꽃나무.....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매일 구경한 다는 것이 행복했다.

도시에서 아토피와 경도비만으로 힘들어했던 소은이, 모세기관지염으로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찬준이, 좋다 는 보약 좋은 먹거리 등 부족하지 않게 늘 신경을 써야만했 다. 그런데 여기와 맑은 공기와 너른 운동장에서 해질 때까 지 흙 뒤집어 쓰고 뛰어 놀더니 큰아이 아토피와 작은아들 모세기관지염이 일년 동안 병원을 잊고 살 정도로 놀랍게 호 전되었다. 큰 아이 살도 일년 동안 6키로나 빠져 지금은 슬림 은 좀 과장이고 보통 아이들처럼 가볍게 생활하고 있다. 농촌유학생활의 훈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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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학원 다니는 아이들이 없다. 솔직히 얘기하면 근 처에 학원이 없다. 학원에서 배워야하는 바이올린, 기타, 농 악, 태권도, 미술, 영어, 그리고 마술, 댄스스포츠 등 알찬 방 과 후 교육이 학교에서 모두 이루어진다. 이 모든 것이 무료


2013 전라북도 농촌유학생활 이렇게 했다.

다. 사교육비 걱정 여기서는 생각 안해도 된다. 학교가 끝나면 너나없이 운동장으로 모여 아이들은 지칠 때까지 논다. 매일 노는데도 뭐가 그리 신나는지 쉬지 않고 운동장을 누비고 다닌다. 날이 포근해진 요즘엔 해 질 때까지 놀고 저녁 먹고 씻은 후 주변이 어두워지면 손전등을 하나씩 들고 운동장으로 나가 학교 주변을 도는 공포체험에 푹 빠져있다.

몇 년 후에는 도시로 다시 올라가야 하고, 우리 아이들은 다시 도 시에서 학교에 학원에 치열한 경쟁을 하며 지낼 것이다. 그런 내 아이들 에게 나는 우리 인생에 있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자연과 벗하며 행복 하게 지낸 유년시절의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 이 덕치에서의 시간들 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행복함으로 자리하길 바라며....

나 또한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지낸 지난 일년은 나 의 모든 걸 내려놓고 욕심 없이 아이들만 바라보며 같이 한 시간이었기 에 후회 없다.


농촌유학생활의 훈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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