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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적어 꽂 아둔 것들이다. 2000년 이곳을 찾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평화의 기도문을 적

특집 A4 THURSDAY,DECEMBER 8, 2022 뉴욕일보 THE KOREAN NEW YORK DAILY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에게 서 십자가형을 선고받은 예수는 온갖 조롱과 모욕 속에 십자가를 지고 일어선다. 약 800m에 이르는 길 위에 세 번 쓰러지고서야 골고타 언덕에 다다른 그는‘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가 적힌 십자가에 못 박히고 매달렸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 니?(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 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그는 고통 속에 하늘을 향해 이 렇게 절규한다. 다시 한번 크게 소 리를 지른 예수는 이내 숨이 멎는 다. 그의 죽음에 성전의 휘장이 위 에서 아래로 찢어지고, 땅이 흔들 리며 바위가 갈라졌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서 죽음 을 향해 걸었던‘고난의 길’(Via Dolorosa)은 이스라엘 수도 예루 살렘의 동부 지역에 있는 유대 성 전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2일 찾은 고난의 길은 그 과정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경 건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고난의 길은 모두 14개 지점으 로 이어진다. 빌라도가 사형을 선 고한 법정인 제1지점부터 예수의 무덤이 있는
소에는
도를
예수 당대의 복장을 하고서 온종일 고 난의 길을 오가는 이까지, 그 길 위에 선 이들은 저만의 방식으로 예수 수난의 의미를 되새기는듯했 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골고타 언덕 위로는 둥근 원형 지 붕의‘무덤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가 서 있다. 로마 병사들이 예수에게 입힌 홍포(紅布)를 벗겨(제10지점) 십 자가에 못 박고(11지점), 세운 곳 (12지점), 이를 지켜보던 마리아의 슬픈 모습을 형상화한 흉상(13지 점)과 예수가 사흘간 묻혔다는 무 덤(14지점)이 모두 이 교회 안에 자리하고 있다. 순례 행렬은 골고타 언덕에 오 르는 계단부터 예수 무덤까지 이 어졌다. 십자가가 섰던 곳으로 추 정되는 장소에는 마치 십자가가 꽂혀있었던 듯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이곳에서는 무릎을 꿇고서 일시 묵상에 잠기는 순례객들을 볼 수 있다. 고난의 길 마지막 지점인 예수 무덤은 건물 안에 동굴 형태로 남 아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천사가 무덤 을 찾은 여인들에게 예수 부활을 전한 곳으로 전승돼온 첫 번째 방 이 나오고 그 뒤로 예수가 안치됐 다는 두 번째 방이 나온다. 대리석 판이 관을 덮고 있는 방 은 촛불 여러 개가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예수의 시신이 놓였을 좁 은 공간은 엄숙한 분위기가
최고의 성지이자 최대 기도처로 꼽히는 곳이다. 유대인들은 과거 솔로몬 왕이 세운 성전이 로마군에 파괴돼 서 쪽 성벽만이 남게 되자 벽 앞에서 애통해하며 성전이 있던 자리를 향해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이곳은 오스만튀르크 제국 때 인 1453년부터 이슬람의 통치 영 역에 놓이면서 유대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곳이기도 하다. 요르 단 영토에 속했던 성전 지역은 1967년 이스라엘-중동 전쟁 이후 이스라엘로 다시 편입됐다. 길이 50m, 높이 18m가량의 통 곡의 벽 앞에는 오후 늦은 시간에 도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모습이 었다. 벽에 이마와 손바닥을 대고 서 기도하는 이들 사이로 검은 전 통 복장을 한 랍비들이 경전을 암 송하듯 말을 되풀이했다.
적어 벽돌 사이로 밀어 넣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종이 위에 적은 자신의 기도가 신에게 닿아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인간의 작은 몸짓처럼 느 껴졌다. 예수 수난 현장… 십자가형 선고부터 골고타 언덕·무덤까지‘십자가의 길’14처 대림절 특집…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순례객 행렬 이어져… 유대인 최고 성지‘통곡의 벽’벽돌 틈에 끼어 있는 무수한 소원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에 있는 예수‘무덤교회’내부 모습이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와 이를 지켜보며 슬픔 에 빠진 마리아의 모습이 재연돼 있다. 두 곳은‘십자가의 길’로 불리는‘고난의 길’(ViaDolorosa) 제12, 13지점이다. 예수의 무덤 … 지난 2일 찾은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의 예수 무덤교회 내부 모습. 건물 안에 동굴형태로 보존된 예수 무덤을 보기 위 해 많은 순례객이 줄을 서 있다. 유대인 최고 성지‘통곡의 벽’…지난 2일 찾은 이스라엘 동예루살림 성전의‘통곡의 벽’ . 유대인 최고 성지로 꼽힌다.
제14지점까지, 각 처
수난 과정이 기록돼 있다. 고난의 길에서는 무리 지어 기
올리고 성가를 부르는 순례 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예수처럼 커다란 십자가를 지고서 신도들을 이끄는 성직자부터
지배 했다. 현장 탐방에 함께한 성지순례 전문가 이강근 박사는“예수 무덤 은 거대한 바위를 파낸 굴이었으 나, 이후 바위 주변을 깎아 건물 형태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고난의 길과 함께 예루살렘 성 전 지역을 대표하는 유적지는‘통 곡의 벽’(wailing wall)이다. 이곳 은 성전의 서쪽 성벽을 말한다. 유 대인에게는
성벽을 차곡차곡 채운 벽돌 틈 에는 꼬깃꼬깃하게 접힌 종이들이 무수히 꽂혀 있었다. 종이는 성벽 을 찾는 사람들이
은 종이를 접어 성벽 벽돌 틈에 꽂 았다고 한다. 벽을 향해 기도를 올 리는 이들 사이로 종이에 무언가 를 열심히
A11 2022년 12월 8일(목요일)
A12 THURSDAY, DECEMBER 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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