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0년 10,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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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 200호 2020년 10·11월

이윤보다노동자의몸과삶을 이윤보다노동자의몸과삶을 이윤보다노동자의몸과삶을 이윤보다노동자의몸과삶을 이윤보다노동자의몸과삶을 이윤보다노동자의몸과삶을 이윤보다노동자의몸과삶을 이윤보다노동자의몸과삶을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영우, 경희, 기형, 지안, 혜인, 현석, 채은, 한소, 세은, 승종, 지나, 가을길, 청희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0.10.20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ilsh.or.kr


독자에게

‘일터’를 돌아보며

일터 200호를 자축합니다. 2003년 7월 발행된 ‘일터’는 어느덧 17년이 지나고

2020년 10월로 200호(10,11월 합본)를 발행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답게 일하는 일터

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월간지 ‘일터’는 시작하였습니다. 독자층이 제한된 가운데 모바일 시대에 종이 월간지가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변화와 도전,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200호까지, 17년간 그 맥을 이어온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200호 특집을 준비하면서 그간의 월간지 일터를 돌아보았습니다. 과거에 주요하

게 투쟁했던 노동안전 이슈가 어떻게 진행되었고 현재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

는지, 향후 노동안전보건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면서 일터 200호 지면을 채워보았습니다. 월간지 ‘일터’를 만드는 사람은 바뀌었고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외피 도 달라졌지만, 건강하게 살고 싶은 노동자들이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병들게 하는 역설적인 현실은 대동소이해 보였습니다.

매달 50여 페이지의 일터를 완성하기 위해 선전위원들이 애쓰고 있습니다. 17년

을 꾸준하게 매달 일터를 발행할 수 있었던 힘은 일터에서 안전을 바라는 한국노동안 전보건연구소와 일터 독자 여러분들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 바랍니다. 연구소와

더불어 노동자에게 역사적인 ‘일터’, 내일의 희망을 만들어 주는 ‘일터’가 되도록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 선전위원장

일터 1


사진으로 보는 일터

▲ 2006년 <일터>에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코너에 사진 한장과 한 편의 시를 매호 실었다. 그 중 34~37호에 수록된 네 장의 사진과 네 편의 시를 골랐다. 출처: 선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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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축사 04 ■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입니다. ■ 일터 200호 발간을 축하하며

일터가 걸어온 길 08

[기획] 노동안전보건운동의 발자취 13 ■ 근골격계 직업병과 근골유해요인조사, 노동자가 현장을 바꾸는 무기?! ■ 노동시간과 노동자 건강 ■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노동안전보건운동과의 마주침

38

■ 노동안전보건을 ‘젠더’ 관점으로 바라보기 ■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으로 안전한 현장 만들자! ■ 청소년 노동건강권 활동을 돌아보며

일터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57

■ 일상이 된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 <일터>라는 좋은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 ■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의 완성은?

한노보연 이모저모

63

이백번째

■ 장애운동이 제기하는 과제, 안전보건에서의 ‘정상성’을 바꿔내는 일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일터 3


축사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입니다.

먼저 일터 200호가 나오기까지 애써 주신 창간호부터 현재까지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회 구성원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연구소 선전위원회는 회원들과 상임활동가들이 함께 일궈나가고 있습니다. 매월 60페이지 분량의 잡지를 17년에 걸쳐 매달 발 간한다는 것은 그 일만을 업으로 삼아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빠듯한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그 리고 끊임없이 요구받는 현장 활동에 매진하면서도 200호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훌륭히 수행해 오신 회원과 동지들이 있음은 자랑스럽고도 가슴 벅찬 일입니다. 과거 한때 조직이나 단체를 구성하면 기관지[機關誌]를 내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기관지라는 것이 없어진 곳도 조직 자체가 없어진 곳도 부지기수 입니다. ‘일터’는 선전위원들이 만드는 한노보연만의 기관지가 되는 것보다 현장 노동자와 활동 가, 연구자, 의료인, 법률가, 언론인을 포함해서 ‘노동자 건강권’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고자 했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간 ‘일터’를 통해서 드러냈던 우리 사회의 노동 환경과 실태, 더불어 그것을 바꾸고 극복하 기 위해 분투한 현장의 목소리와 경험은 고스란히 활자로 남아있습니다. 부질없는 현재의 기록 은 금방 지나간 과거사가 되어버리겠지만, 현장성과 시의성 있는 기록은 시대를 뛰어넘어 가치 를 인정받고 역사가 될 것입니다. 누구보다 앞서서 제기했던 노동안전보건 의제들은 바로 지금 현장을 달구고 있기도 합니다. 여전히 정보는 범람하고 매체가 넘쳐납니다.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 매체의 환경이 변화하고 있고 노동자 건강권 운동의 의제와 주체들도 다양하게 변화할 것입니다. 이 속에서 노 동자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자면 ‘일터’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어 떤 방식으로 독자와 노동자들을 만나야 할지 계속 고민해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일터’의 서사 와 기록이 때로는 만인에게 위로와 응원이 되고 때로는 창과 방패가 되어 노동자들의 무기가 되 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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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변화에 대한 고민을 지속할 것을 응원해 주십시오. 그러나 한편으로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라는 점이 변하지 않도록 응원해 주십시오.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는 노동자가 일터와 현장을 만들고 개선하는 주체가 되는 것을 지향합니다. ‘일터’가 200호에 이르기까지 애쓰고 공들여 주 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 2007년 6월 일터 44호 이러쿵 저러쿵에서 익숙한 방식을 경계하며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가고 싶다던 류현철 회원(맨 오른쪽). 그리고 일터 200호 발간을 축하하는 인사를 독자들에게 전한 송홍석 회원(맨 왼쪽). 출처: 선전위원회

일터 5


축사

일터 200호 발간을 축하하며

‘일터’는 2003년 7월 25일에 태어났습니다. 그날은 연구소 창립 준비에 발맞춰 ‘일터’의 창 간을 준비했던 ‘준비 1호’가 발행되던 날이었습니다. 이름은 연구소가 지향하는 3성의 하나인 ‘현장성’의 의미를 담아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로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야말로 ‘노동자가 만드 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울산, 거제, 대전, 광주, 군산, 안성,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15명의 현장 노동자들과 안전보건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당시엔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선 근골 격계질환 집단요양투쟁으로 노동자의 힘이 분출되던 시기라서 그 힘이 ‘일터’의 구성에도 반영 되었습니다. 근골격계직업병투쟁을 다루었던 기획 기사부터 ‘현장은 지금’, ‘투쟁의 현장’, ‘우리 일터, 이 렇게 바꿨다’, ‘직종별 건강장애’, ‘노동자 건강상식’, ‘그것이 알고 싶다’, ‘일터 이야기’, ‘만나고 싶었습니다’, ‘직업병, 노동안전보건역사 되돌아보기’, ‘노동안전보건단체 탐방’, ‘지역 현장통 신’, ‘연구소 리포트’, ‘문화마당’, ‘Photo 현장’, ‘연구소 사람들’, ‘칼럼’에 이르기까지 의욕과 다 양한 읽을거리들이 넘쳐났습니다. 1호, 2호, 3호... 매달 기획회의를 하고, 청탁을 하고, 원고를 받고, 교정하고, 편집자에게 넘 기고, 마지막 검수를 마치면 인쇄소로 넘기고... 그리고 또다시 다음 호 기획회의를 하면서, 그렇 게 쉼 없는 17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100호를 넘어 200호발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일터’ 17년 역사속에는 수많은 노동자의 삶과 건강, 투쟁의 기록들이 있 고,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역사가 ‘일터’의 지면에 담겨있습니다. 그 자체로 노동안전보건운동의 기록물입니다. ‘일터’는 노동자의 삶과 건강을 갉아먹는 자본의 질서와 흐름에 문제를 제기하고, 현실을 바 꾸기 위한 안전보건운동의 과제를 제시하려 연구소와 함께 노력하였습니다. 여러 내외부의 어 려움에도 불구하고,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역량 강화에 보탬이 되기 위해 연구소의 중요 역량을 투여하였습니다. ‘일터’는 200호를 내는 동안 더 나은 잡지로서 발전하였고, 노동안전보건 운동 의 변화를 추동하고 반영해왔습니다. 6

노동자가 만드는


대중 잡지로서 ‘일터’의 외모와 편집 가독성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고, 금속 이외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 건강 문제를 포괄하고 있고, 안전보건 주제의 폭과 깊이도 더해졌고, 필진도 훨 씬 다양해졌음을 느낍니다. 물론 ‘일터’의 내용 생산은 연구소 활동과 그 궤를 같이합니다. 매월 한 호, 한 호. 산파가 아이를 낳듯이, 현장에서 쓰이고 읽히는 잡지를 위해 애쓰신, 창간호 부터 200호까지 선전위원으로 활동했던 수많은 동지가 함께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앞으로 <일터>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연구소도 더 많은 이들에게 열린 조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체 환경도 종이 활자 방식에 서 디지털 매체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일터’도 ‘노동자가 건강할 권리’에 관심 있는 모든 노동자, 시민, 보건 의료인, 법률인, 활동가들에게도 손쉽게 접근하기 쉬운 매체 방식을 고 민하고 시도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그리고 모든 노동자의 시간이 더 여유로운 세상, 모든 이가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이 되었으 면 좋겠습니다. 세상 하나뿐인 안전보건잡지 ‘일터’를 비정규직, 하청, 여성, 이주, 장애 등 모든 노동자가 여 유롭게 읽을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아, 이를 위해선 비정규직, 하청 등 모 든 차별과 억압의 언어가 사라져야 하는 거겠지요. ^0^ 일터에서 노동자가 주인으로 바로 서는, ‘일터’가 모든 이의 손을 움켜잡는 그 날까지 화이팅!

송홍석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일터 7


일터가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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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

일시

특집 제목

1호

2003년 8월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 어디를 향하여 갈 것인가

2호

2003년 9월

직업성 뇌심혈관계 질환의 실태와 문제점

3호

2003년 10월

철도의 안전사고, 노동자 몇 명 구속되면 해결될 수 있을까?

4호

2003년 11월

교대제가 어떻게 건강을 파괴하는가

5호

2003년 12월

교대제의 대안을 위하여

6호

2004년 1월

노동안전보건 현장 활동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7호

2004년 2월

자본의 근골격계 대응, 무엇을 노리고 있나?

8호

2004년 3월

현대자동차 집단요양 투쟁, 그 숨겨진 이야기들

9호

2004년 4월

4.15 총선과 노동자

10호

2004년 5월

조선업종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

11호

2004년 6월

자본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유해요인조사를 뛰어넘자!

12호

2004년 7월

직업성 정신질환 인정을 둘러싼 쟁점

13호

2004년 8월

과로사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

14호

2004년 9월

윤필씨, 산재보험 역경기

15호

2004년 10월

전선을 목표로 한 공동투쟁을 모색하자

16호

2004년 11월

노동법 개악안, 무엇이 문제인가

17호

2004년 12월

2004년 평안하셨습니까?

18호

2005년 1,2월

2004년 노동안전보건투쟁의 과제와 극복방안

19호

2005년 3월

직업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옮겨질 뿐

20호

2005년 4월

요양치료와 복귀, 무엇이 문제인가

21호

2005년 5월

도덕적 해이’를 넘어 ‘산재보험제도의 전면개혁’으로

22호

2005년 6월

반성과 실천의 방향 - 4월 사업을 평가하며

23호

2005년 7월

못된 관행부터 고쳐, 설정을 새롭게 하자

24호

2005년 8월

동맹적 관계의 주체로 거듭나기

25호

2005년 9월

산재보상법 개정안 - 어떻게 보고, 무엇을 해야 하나

26호

2005년 10월

국내기업 작업장에서의 노동자 감시 통제 실태와 대응방향

27호

2005년 11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하여

28호

2005년 12월

노동부의 산재보험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비판적 검토

29호

2006년 1월, 2월

30호

2006년 3월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하여 2006년 노동안전보건투쟁, 이렇게 나아갑시다

31호

2006년 4월

노동자의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한 심야노동철폐

32호

2006년 5월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한 현장 일상활동 - 맨아워투쟁

33호

2006년 6월

유해요인으로부터 벗어나기 - 작업중지권 복원!

34호

2006년 7월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하게 복귀하기

35호

2006년 8월

한미FTA와 노동자 건강

36호

2006년 9월

치료 좀 제대로 받자 - 근로복지공단 3대독소규정 폐기

37호

2006년 10월

산재보험 개악 저지를 위하여

38호

2006년 11월

총파업, 총궐기를 위한 실천단 무엇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39호

2007년 1월

2006 노동안전보건활동을 말한다

40호

2007년 2월

2007년 노동자건강권 투쟁 어떻게 해야 하나

41호

2007년 3월

지하철 지하공기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42호

2007년 4월

특수건강검진, 이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

43호

2007년 5월

산별시대 비정규직 건강권 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44호

2007년 6월

2007 유해요인조사 대응을 위하여

45호

2007년 7월

노동안전보건활동가 간담회 : 2007 상반기 평가와 하반기 전망

노동자가 만드는


권호

일시

특집제목

46호

2007년 8월

47호

2007년 9월

87년 이후 노동안전보건운동의 평가와 전망

48호

2007년 10월

노동자 고용을 위협하는 업무적합성평가, 그 올바른 원칙과 대안은?

무재해 운동, 노동자에게 약인가? 독인가?

49호

2007년 11월

2007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평가와 이후 대응

50호

2007년 12월

철도파업, 구조조정 그리고 노동자, 민중의 건강권

51호

2008년 1,2월

김빠진 산재법 제도개선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

52호

2008년 3월

2008년 노동안전보건투쟁 과제를 말한다

53호

2008년 4월

특수고용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하여

54호

2008년 5월

안전보건의 규제완화는 누구를 위협하는가

55호

2008년 6월

현장안전보건활동 들여다보기 1 - 현장활동조직

56호

2008년 7월

현장안전보건활동 들여다보기 2 - 안전보건교육

57호

2008년 8월

뇌심혈관질환 인정기준은 불승인 기준? - 개정된 산재법 뇌심혈관질환 인정기준 검토

58호

2008년 9월

현장안전보건활동 들여다보기 3 - 건강검진

59호

2008년 10월

아시아 재해노동자 권리를 위한 네트워크회의에 다녀오다

60호

2008년 11월

현장 안전보건 일상활동 들여다보기 - 물질안전보건자료(MSDS)편

61호

2008년 12월, 1월

62호

2009년 2월

특집 없음

63호

2009년 3월

현장 안동안전보건 활동 들여다보기 - 기획을 마치며

64호 65호

2009년 4월 2009년 5월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이대로 좋은가? - 통계와 사례로 보는 판정위원회 문제점1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이대로 좋은가? - 통계와 사례로 보는 판정위원회 문제점2

66호

2009년 6월

특집 없음

67호

2009년 7월

권력기관으로 우뚝 선 근로복지공단, 산재법 개악 1년, 민주노총 토론회 스케치

68호

2009년 8월

특집 없음

69호

2009년 9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70호

2009년 10월

특집 없음

71호

2009년 11월

산재피해자 권리를 위한 아시아 네트워크 회의 참가 후기(1)

2008 노동안전보건 현장연구 나눔 마당

72호

2009년 12월

특집 없음

73호

2010년 1월

산재피해자 권리를 위한 아시아 네트워크 회의 참가 후기(2)

74호

2010년 2월

특집 없음

75호

2010년 3월

반도체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주간

76호

2010년 4월

2010년 전국금속노동조합 사업계획 들여다보기

77호

2010년 5월

노동자, 민중의 눈으로 돌아보는 광주민중항쟁

78호

2010년 6월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빈곤에 맞선 연대투쟁으로

79호

2010년 7월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

80호

2010년 8월

반도체 노동권을 향해 달리다

81호

2010년 9월

특집 없음

82호

2010년 10월

외주출판노동자 권리선언이라는 책의 서문

83호

2010년 11월

아시아의 노동안전보건을 나누다

84호

2010년 12월

산업재해 인정기준 이대로 괜찮은가?

85호

2011년 1월

노안활동가들이 뽑은 2010년 뉴스

86호

2011년 2월

모든 이들은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하고 더 편해야 한다

87호

2011년 3월

나를 잊지 마세요

88호

2011년 4월

특집 없음

89호

2011년 5월

김주현씨 장례투쟁을 돌아보다

90호

2011년 6월

특집 없음

일터 9


일터가 걸어온 길

10

권호

일시

특집제목

91호

2011년 7월

진실은 밝혀진다 - 삼성반도체 산업재해

92호

2011년 8월

특집 없음

93호

2011년 9월

다시 반달이 뜬다 - 반달 공동행동

94호

2011년 10월

특집 없음

95호

2011년 11월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 건강권과 환경정의

96호

2011년 12월

저는 14년째 주야 맞교대를 하고 있습니다

97호

2012년 1월

선전위에서 뽑은 ‘2011년 열두가지 뉴스!!’

98호

2012년 2월

우리 지금 만나! 2012 노동자건강권 포럼

99호

2012년 3월

기업살인처벌법, 그것이 알고 싶다!

100호

2012년 4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100호!

101호

2012년 5월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우리의 꿈, 삶, 노동을 찾아서

102호

2012년 6월

“준비된 싸움이었기에!” - 두원정공 노동자들의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이야기

103호

2012년 7월

전자산업의 노동권과 환경정의를 위한 국제회의 - 각 국가의 경험과 사례

104호

2012년 8월

구보타 쇼크로부터 7년, 석면피해 구제와 근절을 위한 아마가사키 집회

105호

2012년 9월

제2회 직업성근골격계질환 한일 공동 심포지엄

106호

2012년 10월

산재보험 개혁 방향과 정책방안과 민주노총 안전보건제도개선 추진현황

107호

2012년 11월

노동시간단축투쟁의 역사와 의미

108호

2012년 12월

이주노동자 건강권 권리선언을 맞이하여

109호

2013년 1월

2012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

110호

2013년 2월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맞이하는 각 주체들의 고민을 담아보고자

111호

2013년 3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집중교육

112호

2013년 4월

2013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끈질기고 침착하게 접근하자

113호

2013년 5월

근로자건강센터 운영의 경험과 과제

114호

2013년 6월

아시아 노동재해·환경재해 피해자 네트워크인 안로브(ANROEV) 회의

115호

2013년 7월

문송면과 원진레이온 집단 직업병 25주기

116호

2013년 8월

반도체 노동권을 향해 달리다, ‘반달’ 공동행동

117호

2013년 9,10월

118호

2013년 11월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된 수만 명의 삶 - 미나마타병, 그 고통의 역사

119호

2013년 12월

2013 현장연구 나눔마당

120호

2014년 1월

2013년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

121호

2014년 2월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변화

122호

2014년 3월

위험성 평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123호

2014년 4월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124호

2014 5월

우리는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있다

125호

2014 6월

노동시간 주인되기,꿈이 아닌 현실로

126호

2014 7월

비 새는 우산 50살 산재보험

127호

2014 8월

쉼, 휴가 이야기

128호

2014 9월

작업중지권의 법리적 쟁점

129호

2014 10월

반올림7년, 한 발 더 나아가기

130호

2014년 11월

그녀의 웃음과 눈물(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웃음과 눈물)

131호

2014년 12월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

132호

2015년 1월

2015 절망보다는 희망을

133호

2015년 2월

여성노동자 그리고 건강권

134호

2015년 3월

노동자가 바라본 산재예방 5개년 계획

135호

2015년 4월

세월호 1년 노동안전 1년 - 돌아온 4.16 우리는 안전해졌나

136호

2015년 5월

경제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건강

137호

2015년 6월

우리가 만드는 416 인권선언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한노보연 10년


권호

일시

특집제목

138호

2015년 7월

학대당하는 노동자

139호

2015년 8월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140호

2015년 9월

노조파괴를 이겨낸 아래로부터의 힘

141호

2015년 10월

산재 은폐를 넘어, 치료받을 권리

142호

2015년 11월

더 이상 석면피해 없어야 한다

143호

2015년 12월

노동자 건강, 지옥문이 열린다

144호

2016년 1월

2016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145호

2016년 2월

응답하라 삼성, 사과와 보상이 남았다

146호

2016년 3월

여성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과제

147호

2016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 안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148호

2016년 5월

노동자의 존엄성 훼손하는 가학적 노무관리

149호

2016년 6월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

150호

2016년 7월

최저임금을 넘어 건강소득으로!

151호

2016년 8월

20대 국회가 풀어야 할 노동자 건강권 과제

152호

2016년 9월

특성화고 현장실습 이대로 괜찮은가

153호

2016년 10월

반올림 노숙농성 1년, 이제 삼성은 답하라!

154호

2016년 11월

화학물질,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다

155호

2016년 12월

2016년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들

156호

2017년 1월

국민안전처 존재 이유를 묻다

157호

2017년 2월

노동조합의 2017 노동안전보건 활동 방향을 묻다

158호

2017년 3월

노동자 건강 정책,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159호

2017년 4월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160호

2017년 5월

4.28과 5.28의 의미

161호

2017년 6월

한국사회 이주노동자의 오늘

162호

2017년 7월

제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톺아보기

163호

2017년 8월

계속되는 노동자 살해, 과연 진상고객만 문제인가?

164호

2017년 9월

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시작으로

165호

2017년 10,11월

166호

2017년 12월

반올림 10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167호

2018년 1월

담을 허물다

168호

2018년 2월

2018년 노동안전보건 행정 달라져야 한다

169호

2018년 3월

이대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가능할까?

170호

2018년 4월

장애인 노동자의 건강권

171호

2018년 5월

성소수자 노동자의 건강권

172호

2018년 6월

문송면, 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173호

2018년 7월

노동자의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174호

2018년 8월

질판위 10년 평가와 과제

175호

2018년 9월

일터괴롭힘 끝낼 수 있을까?

176호

2018년 10월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176호

2018년 10월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177호

2018년 11월

모두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을 만들자

178호

2018년 12월

탄력근로자라 쓰고 고무줄노동시간제로 읽는다

179호

2019년 1월

변화를 맞이한, 2019년 노동안전보건행정

180호

2019년 2월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181호

2019년 3월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182호

2019년 4월

산재 유가족, 슬픔을 안고 연대로 나아가다

183호

2019년 5월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우리에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일터 11


일터가 걸어온 길

권호

일시

특집제목

184호

2019년 6월

노동자의 힘으로 중대재해 없는 일터 만들자

185호

2019년 7월

일터괴롭힘 없는 평등한 일터 만들기

186호

2019년 8월

옥외작업 노동자의 건강, 안녕하신가요

187호

2019년 9월

불법’인 사람은 없다

188호

2019년 10월

국가 간 위험 전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189호

2019년 11월

평등해야 건강하다

190호

2019년 12월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평가

191호

2020년 1월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192호

2020년 2월

반복되는 노동자 자살을 멈추기 위하여

193호

2020년 3월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194호

2020년 4월

방문노동의 위험과 책임의 부재

195호

2020년 5월

코로나19와 K-방역

196호

2020년 6월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

197호

2020년 7월

산재예방정책을 진단한다

198호

2020년 8월

고령노동의 현실과 위험 들추기

199호

2020년 9월

산재치료 후 정지할 것인가, 직장으로 연결할 것인가

▲ <일터> 1호부터 199호에서 특집으로 다룬 주요 주제의 키워드들을 워드크라우드로 이미지화했습니다. 그동안 일터가 사회적으로 알리고자 했던 쟁점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선전위원회

12

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안전보건운동의 발자취

기획

근골격계 직업병과 근골유해요인조사, 노동자가 현장을 바꾸는 무기?! 푸우씨 상임활동가

들어가며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을 끊임없 이 괴롭혀왔던 질환이 있다. 바로 ‘근골격계 질 환’이다. 살아가기 위해 어느 누구든 몸을 사용 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사람의 신체를 구 성하는 근육, 뼈, 인대, 신경조직 등에서 나타 나는 다양한 병증은 그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다. “아이고, 삭신이야”, “젊을 때 너무 고생해서, 일찍 골병이 들어서 그래”와 같이 사람들은 이 질환을 ‘삭신이 아픈 병’, ‘골 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왔다. 이제 포털 사이트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검 색하면 페이지 가득히 다양한 내용이 나열된 다. 뉴스란에는 체중 증가와 비만이 근골격계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건강 상식을 담은 기사도 있고,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에는 도수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법이라며 이를 시행하는 병원을 홍보하는 기사도 눈에 띈다. 이렇듯 ‘근 골격계 질환’은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근골격계 질환이 사회화된 배경에 는 IMF-구조조정을 거치며 분출된 노동자들 의 역사적인 투쟁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근 골격계 질환’이 노동자를 병들게 하는 ‘가장 흔 한 직업병’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동 강도를 낮추기 위한 현장개선이 동반되어야 하 고, 이를 위해 3년에 한번씩 정기 근골격계 유 해요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찾아보 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말이다. 감히 말하자면, ‘근골격계 직업병’은 한국 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창립하게 된 배경이다. 이를 현장에서 제기하며, 노동자의 직업병으로 조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결집하여 연구소가 결성됐다. 그만큼 200호를 맞이하는 <일터>의 현재까지, 주요하게 다뤄지고, 언급 된 노동자의 직업병이기도 하다. 근골격계 질환은 어떻게 직업병이 되었나?

입에 잘 붙지 않고 낯선 질환일 수도 있지만, 포

“지난 2002년 초 비 내리는 새벽 거제 옥

털 사이트에서 누구나 손쉽게 주요 질환, 증상

포 매립지에 허리, 어깨, 팔, 다리가 아파 버스

과 일반적인 특징, 치료방법과 전문 치료기관

에 오르던 노동자들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

을 알 수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질병 중 하

아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판명난 노동자 중 회

나가 되었다.

사의 압력과 회유 속에서도 30% 정도인 76명

일터 13


의 노동자가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집단 산재요

요구하였다. 그리하여 근골격계질환이 주요한

양에 들어갔고, 전원 산재 인정을 받았다. 사측

사회문제로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에서는 노동자들이 심하지 않은 증상을 침소봉 대한다고 하며, 일을 하기 싫으니까 노동조합

1997~1998년 IMF-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의 힘을 빌어 산재에 들어간다는 말이 나돌았

일환으로 대량의 정리해고가 횡행하던 노동현

다. 예전에 유기용제에 의한 직업병이나 망간

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가 ‘산 자’와 ‘죽은 자’

중독증처럼 한 번 스쳐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

로 분류되어 공장 밖으로 밀려나가는 것을 지

고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켜봤던 노동자, 동료들이 잘려나간 그 자리가

2002년 7월에는 한라공조 11명, 카스코 등 32

하청,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로 채워지

명, 11월에는 대우상용차 27명이 집단 산재 요

는 것을 지켜봤던 노동자, 누군가 떠난 몫까지

양에 들어갔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삼호중공

고스란히 할당되어 강화된 노동강도를 감내하

업 33명, 두원정공 21명, 대한이연 10명의 근골

며 생존을 위해 버텨왔던 노동자들. 바로 이들

격계 직업병 집단 요양 투쟁을 시작으로, 풀무

이 당시에는 생소했던 근골격계 질환을 ‘골병’

원, 도시철도, 철도,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에

으로 명명하였다. 나아가 집단요양 투쟁이라는

이르기까지 업종을 초월하여 여러 지역의 사업

방식으로 운동을 조직했고, 근본적인 대책으로

장에서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집단 산재요양

‘노동강도 강화 저지’를 내세웠던 것이다.

및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1)

이러한 금속제조업의 집단요양 투쟁은 조직 노동자들에게 ‘근골격계 질환이 직업병이며, 산

연구소가 창립을 준비하던 시기에 작성된,

재신청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다’라는 걸 널리

위의 <일터>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알리는 계기이자, 이 직업병의 원인이 노동강도

‘근골격계 질환’은 2002년 대우조선 노동자들

강화와 같은 집단적 요인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을 필두로 한 2003년 금속제조업 노동자들의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일하면 아픈 게 당연한

연이은 집단요양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직업

것’, ‘나이 들면 아픈 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

병’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한

을 알게 되었다. 나아가 나이, 키, 몸무게, 취미

국통신 전화교환원, 현대정공 노동자들의 근골

생활 등 개인적 요인이나 중량물 취급, 불안정

격계 질환 집단요양이 없었던 바는 아니지만,

한 작업자세, 진동 등 개별적 작업요인만이 아

2003년을 정점으로 진행된 금속제조업 노동자

니라, 근골격계 질환의 집단적 발생에서 확인할

의 집단요양 투쟁은 그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

수 있듯이 노동과정의 조건(노동강도, 노동조

었다. 특정한 직업군에서 근골격계 질환이 발

건, 노동시간, 직무스트레스 등), 집단적 요인이

견되거나 전문가들에 의해 밝혀진 것이 아니었

가장 밑바탕에 있음을 알게 됐다.

다. 노동자들이 현장조직화를 기반으로 “허리 아파 어깨 아파 사업주가 책임져라”, “노동자가 철인이냐? 근골격계 대책 마련하라!”, “아프나? 치료하자! 힘드나? 쉬었다 하자!”를 외치면서, 자신의 망가진 몸과 훼손된 신체를 ‘증거’로 내 세워 이것이 직업병임을, 문제해결이 필요함을 1) 일터 통권 1호(2003. 08), 기획2, “근골격계 직업병의 현황과 실태”, 고상백(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 연구기 획실), p.18

14

노동자가 만드는

또한, 이 과정을 거치며 노동조합은 ‘현장 조직화’와 ‘현장 개선’의 소중한 경험을 축적하 게 됐다. 당시 집단요양의 목표를 단순히 ‘요양 승인’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요양자만이 아니 라 현장조합원 전체가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 하고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현장 투쟁의 주체가 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노동자들의 투쟁은 ‘근


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의 도입’이라는 성과

내세웠으나, ‘당장 직업병으로 인정받아, 치료

를 이끌어냈다. 국가가 주도하는 근골격계 질

라도 받는 게 어디야’라는 인식들이 도처에 자

환 예방제도인 ‘유해요인 조사’는 세계적으로

리잡고 있는 현실도 존재했다.

도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유해요인조사와 관 련한 법제도적 근거는 2003년 하반기 당시 산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집단요양 투쟁

업안전보건법 제24조(보건조치), 산업보건규칙

을 전개한다는 자체만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

제9장을 신설함으로써 새롭게 마련됐다.

다. 무엇보다도 사측의 유무형의 탄압, 건강진 단 감시, 조사요원 사업장 진입방해(진입시 형

발빠른 자본의 대응,

사고발), 요양신청 철회 압력, 잔업특근 불이익,

제도 안에 갇혀버린 노동자의 ‘골병’

계약직의 경우 계약만료, 폭력행사, 교섭 전면

앞서 밝혔듯이, 2003년 당시 ‘근골격계 유

거부 등등은 노동자가 기계 부품만도 못하다는

해요인 조사’의 법제화는 금속제조업 노동자들

것을 뼈 저릴만큼 느끼게 한다. 그런데 집단요

이 전개한 집단요양 투쟁의 성과였다. 하지만

양 투쟁을 하고 그 다음에 해야 할 것을 보자면

동시에 더이상 투쟁이 진전되지 않는 한계 속

이것이 일도 아님을 알게 된다.”2)

에서 형성된 타협의 산물이기도 했다. 자본과 정부는 당시 확산 일로에 있었던 근골격계 투

이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은 2003년 8월호

쟁을 효과적으로 막아서기 위한 제도적 수단이

(통권 1호) <일터>가 당시 분위기를 전하고 있

필요했고, 노동 측에서는 직업병 인정 투쟁을

듯이, 대단한 각오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따

넘어 노동강도 저하 및 현장 통제력의 복원으

라서 치료를 받는 데 있어, 자본과의 마찰을 최

로까지 투쟁을 확장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한

소화하는 것이 노동자에게 유리하다는 현실적

상황이었다.

판단을 하는 경우들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었 다. 이에 따라 법 조항과 노동부의 11개 근골격

당시 자본은 근골격계 투쟁이 ‘아픈 노동자 의 치료’를 넘어 실질적인 ‘구조조정 저지, 노동 강도 강화 저지’ 투쟁으로 나아가는 데 두려움

계 부담작업 고시 등 세세한 부분을 규정하는 데 있어 일부 마찰이 있기는 했으나, 현재 수준 의 ‘절충된 타협안’이 도출되었다.

을 느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 었다. ‘골병’으로 아프지 않은 현장을 만들겠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는 전 세계에서 유

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적정 인력과 생산량 등

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제도였다. 이는 당시의

에 대한 현장통제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진전될

자본과 노동의 힘관계를 반영한 제도적 산물이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자본은 이 투쟁이 이

었으며, 빠른 속도로 법제화되었다. 기존의 산

윤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자신들의 고유영역

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다른 제도와 비교했을

인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임을 재빠르게 간파했

때, 유해요인조사는 (정기 유해요인 조사뿐 아

다.

니라 질환자 발생에 따른 조사, 새로운 공정 도 입에 따른 조사 등에서) 노동조합의 참여와 개 이에 반해, 노동조합은 근골격계 투쟁이 가

지고 있는 ‘노동강도 저지’ 투쟁으로서의 본질 적인 의미를 되새기는데 한 발짝 늦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전면에는 ‘노동강도’의 문제를

입을 상당히 허용하였다. 그렇기에 현장 개선 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력한 기제가 될 수 있었 2) 일터 통권 1호(2003.08), 기획1,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 어디를 향하여 갈 것인가”, 김재광(노동강도강화저지와 현 장투쟁승리를 위한 전국노동자연대), p.15

일터 15


▲ <그림> 연도별 업무상 질병자와 근골격계질환자 수 출처 :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의 발생 현황과 특성, 2010, 김규상·박정근·김대성,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긴장감 있는 절충안’으

이라는 장벽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

로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편 집단요양 투쟁이라는 형태로 제기되

제도화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의 현실

었던 근골격계질환 산재 인정 요구는 승인률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제도가 법제화된

의 변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투쟁 이후,

이후, 총 6회의 정기 유해요인조사(3년마다 실

근골격계질환 승인률은 그 투쟁의 파고만큼이

시하는 정기 유해요인조사는 최초인 2004년,

나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 IMF-신

2007년, 2010년, 2013년, 2016년, 2019년)가

자유주의 구조조정 시기인 1998년에는 업무상

이뤄졌다. 하지만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가

질병자 중 근골격계 질환자는 124명(7%)에 그

사업주의 의무로서 시행됨에 따라, 초기의 취

쳤었다. 집단요양 투쟁이 정점에 이른 2003년

지를 잃어버리고 형식적으로 시행하는 수준에

도에는 업무상 질병의 4,532(49.6%)명에 이르

머물게 되었다. 현장에서 근골격계질환의 직업

며 승인률도 93.7%에 달했다. 이후 근골격계

병 인정을 둘러싼 지형은 법제화 이전과 다른

질환이 정부와 자본의 적극적인 관리하에 들어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가면서 2005년 2,901명(38.7%)까지 하락했으 나, 이후 점차 회복되며 2008년 이후 현재까지 70% 내외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근골 격계질환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그만큼 많 다는 것, 그만큼 산재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근골격계질환 으로 치료를 받는 데 있어서, 여전히 산재 승인 16

노동자가 만드는

아래로부터의 조직화를 바탕으로 거리에서 분출했던 근골격계 투쟁은 개별 사업장의 담 벼락 안으로 갇히고 말았다. 노동자가 주도권 을 갖고 실시했던 현장조사는 회사와 이를 대 행하는 전문기관의 손에 주도권을 내주게 되었


사업장 중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곳이 27,221개소(25.3%)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3 년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곳은 16.3%이며, 표본조사의 경우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한 비율 이 전수조사보다 적은 7.6%로 그쳤다. 물론 이 자료를 통해서 더 자세한 현황을 파악할 수 없 고 유해요인조사 실시 여부만을 확인할 수 있 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 사가 3년마다 실시해야 하는 사업주의 의무로 제도화되었음에도, 시행하는 곳에 비해 실시하 지 않는 곳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 다. 이러한 결과는 초기 취지가 퇴색되었다는 평가와 별개로, 유해요인조사가 제대로 시행되 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현 재 정부 차원에서 실시율 자체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결국 법적 의무로 협소화되면서, 현장에서 유해요인조사를 실시 ▲ 작업대 앞 두원정공 노동자들. 출처: 금속노조 두원정공 지회, 일터 통권 1호(2003.08) 수록.

다. 현장개선과 노동강도의 문제는 예방관리프 로그램으로 봉합되며, 현장개선을 통한 예방의 영역으로부터 질환자 관리 및 치료의 영역으 로 협소화되었다. 요컨대, 법제도의 틀 내로 운 동이 포섭되어가면서, 노동강도 완화, 노동시간 단축, 노동자에 의한 현장 통제 등을 요구했던 정치적 투쟁으로서의 의미가 형해화되는 과정 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할 내적 동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지, 돌아봐 야 할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실시하도록 강제한다고 하더라도, 조사 자체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2019년 고용노동부 의 산재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업무상 질병으 로 치료를 받은 노동자의 67.2%가 근골격계질 환으로 요양을 하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적·경 제적 비용은 상당히 크다. 유해요인조사를 통 해 일차적으로는 산재 실태를 드러내고, 산재 승인율을 높이는 데 일정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유해요인조사는 현재 어떻게 실

그러나 조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이

시되고 있을까? 이를 2019년 안전보건공단이

를 넘어서 작업환경 개선 등 근골격계질환 자

실시한 작업환경실태조사 결과에서 일부 확인

체를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해요인 조사

할 수 있다.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의 실시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 조

조사는 5인 이상 제조업과 5인 미만 제조업 중

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인간공학적 요

산재발생의 가능성과 위험도가 높은 업종 9개

인 개선 외에는 노동시간 단축, 교대제 전환 등

를 표적업종으로 삼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을 통한 작업환경 및 노동강도 개선 논의로 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중 유

어지지 않고 있다.

해·위험인자 다수 보유업종 13개를 표본조사 한 것이다. 이 중 전수조사 대상인 107,665개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근골격계 유해

일터 17


요인 조사’를 활용하여 노동자가 주도권을 가 지고 실시하는 현장조사를 통해 현장을 개선해

첫째, 11개 부담작업으로 제한된 고용노동

가고 있는 금속제조업 현장의 모범사례들이 있

부 고시 기준의 폐기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

다.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져 대행하는 것이 아

사’는 11개 부담작업을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규

니라, 노동자 스스로 진행하는 근골유해요인조

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도입 당시부터 상

사 방식(현장조사 시트 등의 개선)을 끊임없이

당한 비판을 받아왔다. 제조업의 라인 업무나

모색하고 있다. 객관적·과학적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업 등만을 기준삼았기 때문이었다. 다양

수행되는 인간공학적 평가 중심의 조사방식을

한 업종과 작업의 비정형적인 업무는 반영되

넘어, 수차례의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경험을

지 않는 점,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하여 여성이

바탕으로 노동자의 현장 경험을 반영한 주관적

나, 장년 등 일터에서 일하는 성별과 연령 차이

노동강도 평가를 적극도입하고 있다. 또한 노

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 하루 2시간, 5kg 등

동자의 치료·요양 경험을 진단하여 질환자에

시간과 무게를 일률적으로 제시하여 마치 그

대한 조치를 개선하고자 한다. 그리고 조사결

에 해당하지 않으면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하지

과에 근거한 개선조치를 목록화화고 이행현황

않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현장 노

을 점검함으로써 작업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

동자와 전문가들이 지속해서 비판해왔다. 그러

해나가고 있다. 금속제조업 현장에서는 근골격

나 해당 고시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대다

계 문제를 사회화하는 ‘1라운드’를 거쳐, 본격

수 사업장에서는 이를 기초로 본 조사에 앞서

적으로 현장에서 이를 둘러싼 현장개선과 노동

예비조사를 실시하는데, 고시 기준에 부합하지

강도의 문제를 둘러싼 ‘2라운드’를 치루고 있다

않는 상당수의 작업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 제

고 할 수 있다.

외되고 있다. 만약 본 조사에 포함되었다고 하 더라도, 고시에 제시된 시간과 무게 등을 근거

이와 함께 최근 몇 년간의 노동조합 조직률

로 부담이 없는 작업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따

의 증가와 함께 2000년대 초반 금속 제조업을

라서 고시 기준을 폐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두로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사회화한 것처럼, 학교급식, 마트, 청 소, 건설 등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들도 산재신

둘째, 유해요인조사의 내용이 인간공학적

청과 근골격계질환 현황 드러내기를 통해 대책

평가로만 제한되고 있는 현실을 바꿔내는 일

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다른 현장 곳곳에서도

이다. 대다수 현장에서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할

‘1라운드’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때, 작업장 상황이나 작업조건 등 사업장 현실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수행하지 않는

유해요인조사 실효성 증진을 위한 개선과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예방을 위해 도입 되었다는 본래 취지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보완 되어야 할 지점들이 상당히 존재한다. 유해요인 조사가 형식적 조사로 그치도록 하는 현실적 조 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자 투쟁을 통 해 제도변화를 강제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당면한 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8

노동자가 만드는

다. 단지 인간공학평가와 그에 따른 개선만 다 루고 있다. 이는 근골격계질환의 주요 부담요 인, 근본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 로 이어진다. 또한 인간공학평가 중심의 유해 요인조사는 외부전문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 고, 이로 인해 현장 노동자의 참여를 어렵게 만 든다. 그 결과, 노동자가 현장조사의 주체가 아 니라 조사 대상으로만 머물게 될 위험이 있다.


▲ 노동강도 완화 투쟁 중인 풀무원노조 조합원들. 출처: 풀무원 춘천지역 노동조합, 일터 통권 1호(2003.08) 수록

셋째, 유해요인조사가 근골격계질환의 예방

면 누구나 이 병에 노출될 수 있고, 누구든지 이

에 있어 실질적 역할을 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병의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다만, 그 고통의

이는 본래 취지를 되살리는 일이다. 예를 들어,

현실을 노동조합 등 조직적 운동을 통해 세상

유해요인조사가 특정 평가로 제한되고 형식적

에 드러내 ‘직업병’임을 알리고 앞서서 대책을

으로만 시행되면서, 사업주에게 작업환경개선

요구하며 현장을 개선한 노동자들과 뒤늦게 이

조치를 요구해야 할 사항들이 ‘운동범위의 축

를 ‘직업병’으로 자각하고 현장 개선을 고민하

소, 쥐는 힘의 저하, 기능의 손실 등’과 같이 노

기 시작하는 노동자들이 있을 뿐이다. 현재 ‘일

동자 개인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 개별적 조치

하다 보면 아픈 게 당연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

사항으로 협소해지고 있다. 또한 현장개선요구

을 자각한 노동자들이 일부 조직되어 있다면, 여

조차 ‘인간공학적으로 설계된 인력작업 보조설

전히 대다수의 노동자는 ‘일하다 보면, 아픈게

비 및 편의설비를 설치’ 등 인간공학적 개선에

당연하다’는 생각에 머물고 있고, 자본은 이윤

편중되어 있다. 또한 사업장 인력 대비 일정 규

축적을 위해 끊임없이 노동자들을 골병들게 하

모 이상의 근골격계 질환자 발생 및 산업재해

고 있다. 그렇기에, 근골격계질환은 앞으로도 지

인정 여부를 기준 삼아, ‘예방관리프로그램의

속적으로 사회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으며,

시행을 의무화’하고 있기에 배제되는 사업장들

이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 다수 발생하여, 보호·예방에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을 넘어 노동시장, 고 용형태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현실을 반영하여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대책이 적극적으로 수립

근골격계질환은 특정 업무, 특종 직군에게

될 필요성이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의 11개 고

만 나타나는 질병이 아니다. 일하는 사람이라

시를 폐기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적했던 제조 일터 19


▲ 출처: iLabor.org

업 남성노동자에 국한된 범정부적 인식은 노동

마치며

시장과 고용 형태 변화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노출되며, 고통받

없다. 이미 노동시장은 전통적인 제조업으로

을 수 있는 근골격계질환은 한국 사회에서 역

부터 다양한 서비스직군의 출현에 따라 그 중

사적인 금속제조업 노동자의 투쟁을 통해 비로

심이 변화하고 있으며, 여성이나 고령 노동자

소 ‘직업병’으로 등장했다. 이후 이를 둘러싼 투

가 고용시장에 진입하면서 단속적 노동, 비정

쟁과 싸움은 그 진폭은 줄었지만, 다양한 형태

형 노동, 불안정 노동 등이 지배적인 노동형태

로 반복·변주되고 있다. 근골격계질환은 일하

로 등장하고 있다. 이를 반영한 근골격계질환

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당신은 얼마나 인간적

에 대한 ‘보호와 예방’ 대책뿐 아니라, ‘치료와

인 노동을 하느냐’의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우

재활’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리 사회에도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골병 들지 않는 일터’, ‘인간다운 노동을 하는 일터’가 어

한편, 이러한 현실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

떻게 가능하며, 그 기준이 어떻게 설정되어야

사를 진행해 왔던 금속제조업 현장에서도 변화

하느냐고 말이다. 그 기준은, 다른 무엇이 아닌

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신규 고용이

노동자의 몸과 삶이어야 하지 않냐고 말이다.

창출되지 않는 제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고 령화는 매우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장년 노동 자에게 적합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더이상 미뤄져선 안된다. 20

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안전보건운동의 발자취

기획

노동시간과 노동자 건강 –노동시간센터 활동을 돌아보며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총 200권에 달하는 <일터>를 발간하며, 한

무 스트레스와 과로로 사망한 학습지 교사, 인

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자신의

력감축으로 노동시간이 증가하고, 노동강도가

활동을 그곳에 담아냈다. 노동운동이자 노동

증가하여 사고로 이어졌던 철도 노동자의 죽음

안전보건운동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을 이야기했다.2) 우리나라는 1953년에 근로기

연구소가 노동시간에 대한 투쟁과 과제를 다

준법을 제정하면서부터 1일 8시간 노동제가 도

룬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장시간 노동, 노

입되었고, 주당 기준 노동시간은 1953년에 48

동강도, 심야노동, 과로사, 임금과 노동시간 등

시간으로 정한 이후, 1989년에 44시간, 2004

노동시간을 둘러싼 현장의 이야기와 변화, 법

년에 대기업부터 40시간으로 단축되어, 2011

제도 개선을 위한 요구와 실천을 해왔다. 이번

년에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에게 주당 40시간

200호에서는 연구소와 노동시간센터, 그리고

이 적용되었다. 그럼에도 법에 존재하는 1일 8

<일터>를 통해 담아왔던 문제의식, 실천과 과

시간, 주 40시간 노동은 노동시간특례제도와

제를 정리해 보고자 하였다.

같이 수많은 예외조항을 담아 다수의 노동자에 게 이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과로, 삶과 죽음 사이의 줄타기 연구소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접근은 과로

밤에는 집에 가서 자야 한다

사 사례와 현장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초창기

밤에는 집에 가서 자야 한다. 병원, 경찰, 소

<일터>에서는 완성차 공장에서 12시간 맞교

방 같은 야간에 불가피하게 일해야 하는 공공

대, 한 달에 하루 쉬며 일하는 노동자, 야간조

영역을 제외하고 생산을 목적으로 반드시 야

근무 때 주당 64시간 노동이 이루어졌고, 1년

간에 노동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 야간노동이

에 4일 쉬고 361일 일한 노동자의 사례를 소개

심장질환, 수면장애, 소화기 장애, 심지어 호르

하였다. 한 회사에서 1998년부터 2002년 사이

몬 교란을 일으켜,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

에 59명의 노동자가 과로사에 해당하는 뇌혈

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노동자 건강을 위

관, 심장질환으로 진단을 받거나 사망한 통계 를 제시하였다.1) 부당영업을 강요하는 등의 직

p.14-18

1) 일터 통권 2호(2003.09), 기획1, “노동강도 강화, 그 삶 과 죽음 사이의 줄타기 - 현대자동차 생산공장 사례를 중심으로.”, 김봉길(현대자동차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

2) 일터 통권 3호(2003.10), 기획2, “철도의 안전사고, 노 동자 몇 명 구속되면 해결될 수 있을까?”, 손미아(한국노동 안전보건연구소 준)연구위원/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예방 의학교실), p.16-19

일터 21


▲ 전국학습지산업노조(위원장 이소영) 주최로 6월 26일(토) 오후 2시 울산대공원 동문에서 열린 ‘고 이정연 교사 추모제’. 일 터 통권 13호(2004.08) 특집 <과로사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다룬 바 있다. 출처: 참세상

협하는 야간노동을 생산을 목적으로 꼭 수행해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며, 그것이 곧바로 노동

야 한다는 것은 반인권적이다. <일터> 통권 30

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보장해 주거나 자본의

호에서는 “노동안전보건투쟁, 이렇게 나아집니

이윤율에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다. 4대 실천의제를 중심으로”라는 특집 기사

심야노동 철폐는 교대제 문제의 근본 해결이

를 실었다. 4가지 실천의제 중, “교대제로부터

나 완벽한 대안일 수는 없지만, 중요한 시작임

생명 지키기 – 심야노동 철폐”를 첫 번째 실천

은 분명하다. 특히 완성차와 조선을 중심으로

의제로 제시하였다. 당시의 문제의식은 교대제

구성되어 있는 한국의 제조업 체계를 고려한다

를 없애는 것까지는 어려우나, 생산을 이유로

면, 앞으로 상당한 범위의 파급력을 가질 것으

24시간 운영하는 제조업의 질서를 노동자 건강

로 예상된다. 나아가 서비스업에서도 심야노동

권을 근거로 심야노동을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을 확대시키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본다면, 심

이러한 시도는 여러 완성차, 부품사들의 심야

야노동 철폐는 24시간 노동하는 사회를 구축

노동을 줄이는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으로 이

하려는 자본의 시도에 맞서는 투쟁의제로 적극

어졌다.

발전시킬 문제라 하겠다.”3)

“심야노동 철폐는 교대제로부터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첫 발걸음일 수 있다. 물론 심야 노동 철폐는 노동자의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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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3) 일터 통권 30호(2006.03), 특집. “노동안전보건투쟁, 이 렇게 나아집니다 - 4대 실천의제를 중심으로.”,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p.12


70%, 78%로,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 는 횟수와 시간이 늘어났다”라는 노동자들은 64.5%, 67.8%로, “퇴근 후 집안일을 하는 경우 가 늘어났다”라는 대답은 75.9%, 82.8%로, “가 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라는 대답은 57.2, 66.9%로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변화 가 확대되었다. 대표적인 완성차 회사들은 2012년부터 주 간연속2교대 근무로 전환이 이루어졌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연구소는 노동시간 연장 없고, 실질임금 삭감 없고, 노동강도 강화 없는 교대 제 변화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시간제 임금체 계로 인해 발생하였던 장시간 노동으로 유지되 던 실제 임금의 감소가 있었고 자동화와 비정 규직 확대, 라인의 재배치 등이 이뤄졌다. 명확 한 정량화는 어려웠으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노동강도가 강화되었다. 주간연속2교대로 전환 되었지만, 야근과 특근 또한 여전히 남아있음 ▲ 일터 통권 32호(2006.05)에 수록된 만평. 당시 제조업 현장에서는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한 일상활동으로 맨아 워(M/H) 투쟁이 진행되었다. 출처: 선전위원회

을 확인하였다. 이에 노동시간센터에서는 2015년 8월호 <

반쯤의 성공, 주간연속2교대 전환 심야노동을 없애기 위한 현장의 투쟁이 진 행되었다. “노동시간 연장 없는,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강도강화 없는 주간연속2교대”를 주 장하였고, 실제 “두원정공”은 이를 실현시켰다. 점심시간이 포함된 하루 8시간 노동, 오전 8시 부터 오후 4시,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근 무하는 주간연속2교대를 2010년에 실시하였 다. 주간연속2교대와 함께 월급제도 시행하였 다. 교대제 변화 이후 노동자들의 건강 수준의 개선이 보고되었다. 교대제 개선 6개월 후와 1 년 6개월 후에 두 차례 설문조사를 했다. 삶의 질과 노동의 질이 좋아졌다는 노동자가 많았 다. “교대제 개선 전에 비해 수면의 질이 좋아 졌다”라고 응답한 노동자들이 6개월 후 60.4% 에서 1년 6개월 후 69.6%로, “노동시간 단축으 로 근무 피로도가 줄어들었다”라는 노동자들은

일터> 특집 기사를 통해 부품사들의 교대제 전 환 문제를 다뤘다. 임금삭감 없고 노동시간 연 장이 없는 교대제 변화를 만드는 대신, 실질적 인 노동강도 증가를 받아들였던 완성차 방식 의 교대제 전환을 다른 사업장에도 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자동차 부품사의 경우에는 이미 상당한 노동강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그런 상황에서 완성차 회사에서의 교대 제 전환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은 아 닐지, 적정한 수준에서 노동강도 증가를 제한 할 수 있을지 등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

“야간노동의 단축 효과가 예상했던 것보 다 미미하고, 토요일, 일요일 특근이 다시 시작 되는 등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가 크지 않은 불 완전한 변화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사업장에서 교대제 변경과 함께 노동 강

일터 23


도의 증가가 있거나 예측되는 상황이 벌어졌

절대적인 노동시간의 감소는 그 자체로 긍정적

고,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었

일 수 있었고, 이로 인한 건강 수준의 향상도 일

고, 임금 감소에 따른 조합원들의 반발도 있었

부 가져왔다. 다만, 자본의 공세 역시 거셌다.

다. 완성차 공장의 교대제 변화 과정에서 발생

숨은 여유율을 찾아내어 실제 노동강도를 높였

한 이와 같은 문제는 예측했던 문제이거나 얻

고, 현장에서 ‘물량과 임금의 연동’이라는 이데

은 성과의 크기에 비해 작은 문제라고 판단하

올로기를 계속해서 심었다. 교대제 전환을 통

는 관점이 있다. 또 한 측면으로는 이러한 문제

해 노동의 몫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되찾는

와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음을 깨닫는 계기였다. 생

과 야간노동 철폐를 만들어나갈 기획과 현장

산력의 발전만큼 노동시간, 노동밀도를 감소시

통제력이 충분치 않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존재

키는 싸움을 해내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한계

한다.

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장의 주

교대제 개선이 가져온 일부 긍정적인 변화

간 연속 2교대로의 전환은 임금, 노동 강도, 고

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현장 대응

용(비정규직 확대)의 문제와 연동되어 몇 가지

의 문제를 짚어내고자 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

를 양보하거나 맞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

과 심야 노동의 철폐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성이 있다. 임금의 유지를 위해 생산물량을 더

할 과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과제를 해

늘리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일어날

결하기 위한 현장의 힘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변화가 단위 사업장에

면, 더이상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서 고립되어 진행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이

어려울 것이라는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 부품사들의 주간연속2교대 이행 실태를 파 악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이행 과정에 대해 구

노동시간센터 만들어지다

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2012년 연구소 창립 10주년 준비를 하며, < 노동시간센터>를 만들기로 결의하였다. 연구

즉, 이행의 과정에서 임금, 노동강도, 고용

소 초기부터 가졌던 노동시간, 심야노동, 노동

의 문제가 어떻게 논의되고 결정되었는지, 조

강도의 문제를 노동보건운동의 주요한 문제

합원을 설득하는 과정은 어떠했고, 사측의 대

라고 인식하였기에, 현장에 기반을 둔 실천적

응과 투쟁 방향을 설정해 가는 과정은 어떠했

인 연구와 정책대안을 만들고, 현장에서 실천

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이러한 확인과 평가를

과 연대를 하고자 하였다. 조직 형식은 연구소

통해, 향후 주간연속2교대뿐 아니라 이후에 벌

내에 위치하지만, 노동시간센터 회원은 개방된

어질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형태로 연구소 회원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

나가기 위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초 자료

람들의 참여를 보장하였다. 현장 노동조합 활

를 만들고자 하였다.”4)

동가, 학계(사회학, 직업환경의학, 사회복지학 등), 사회단체 활동가, 학생 등 다양한 분들의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은 부품사에게도 노

참여가 이어졌다. 앞서 언급한 부품사 교대제

동시간 단축의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냈다.

전환 관련 연구, 책 발간 사업(『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굴뚝속으로 들어간 의

4) 일터 통권 132호(2015.08), 특집. <노동시간을 둘러싸 고 계속되는 싸움>,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김형렬(노동시간센터(준) 회원, 가톨릭대학 교 직업환경의학과),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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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사들』, 『보이지 않는 고통』), 정책연구활동(산 재보험연구, 최저임금제, 직업성정신질환연구,


과로사 기준 마련), 현장 연구(택시노동조건 실

(노동강도), 직무스트레스, 교대제 등이 과로를

태연구, 사무금융 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연구)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등을 실시하였다. 매월 공개토론회를 통해 다

직무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사례로 갑자기 업

양한 노동시간 관련 주제를 다뤘다.

무량이 늘어나는 상황, 일은 그대로라고 해도 일을 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경우, 과도한 책임

제대로 된 과로(사) 인정기준을 마련해야

을 부여 받는 경우, 새로운 부서로 옮겨 직장 적

노동시간센터에서는 과로의 인정기준, 질적

응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 직장에서 집단

인 기준의 예시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

따돌림을 경험, 직장 내 구조조정에 의해 심한

다. 법원판례, 질병판정위원회 사례검토를 통해,

고용불안을 경험, 잦은 지방 출장, 기한이 정해

과로의 기준이 되는 노동시간 길이를 낮추고,

진 프로젝트의 참여, 회사 내 과도한 경쟁구조

과로의 질적 기준을 다양하게 제시할 것을 요구

등을 들 수 있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근무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대법원에서 업

를 하는 것도 과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직

무상 이유로 고객과 잦은 술을 마셔야 했던 노

업병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그 원인을 찾아 예

동자의 사망을 직업병으로 인정한 것이 최초의

방하려 하지 않는다. 과로에 의해 사망하는 노

과로사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이와 유사한 사

동자들이 직업병으로 인정되기 위한 연구와 기

례가 늘어나자, 1995년에 노동부에서 산업재해

준마련이 중요한 이유다.

보상보험법의 직업병 목록에 뇌혈관 심장질환 을 포함시키게 되었다. 2004년에 2천건 이상이

또, 다시 과로의 현장이

직업병으로 산재승인을 받게 되었다.

기술 및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노동의 형 식과 내용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직업병 인정기준의 변

시 과로를 이야기해야 하는 현장이 넘쳐나고

화가 생겼다. 2007년 이전에는 “업무수행성”이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장

라고 해서 일을 하던 중에 뇌출혈이나 심근경

시간 노동과 과로사 문제는 주요한 이슈로 떠

색증으로 쓰러질 경우에 자동으로 직업병으로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인정하는 기준이 있었으나, 2007년 이후로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작업 중 발생한 사고라도 업무관련성이 없다면

있다. 플랫폼 노동은 전통적인 임노동 관계만

직업병으로 인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새로운

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는 법제도에서 배제

기준의 적용은 객관성, 과학성, 근거 중심 등을

되어 있다. 이처럼 법제도가 변화하는 현실을

강조하며 산재승인이 더욱 어려워지는 현상을

담아내지 못하면서, 노동권과 사회보장의 사각

낳았다. 그 결과, 2007년 이후 직업병으로 인정

지대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되는 과로사의 사례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시

주류 산업으로 급속히 등장하고 있는 IT, 게임

작하였다. 이후 만성과로를 발병 12주 평균 60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과로 또한 앞으로

시간으로 정하는 변화와 2018년 이후 12주 평

드러내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균 주당 평균 52시간으로 과로의 기준을 정하 는 변화가 있었다.

“넷마블 설문에서는 흥미로운 질문이 포함 돼 있었는데, 한번 출근해서 회사에 머물렀던

과로라고 하면 노동시간 길이만 생각하는

최장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놀랍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에 더해, 단위 시간 내

게도 전체 응답자의 30%가 36시간 이상 회사

에 이루어지는 노동의 양을 나타내는 노동밀도

에 머물러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퇴직자의

일터 25


40.1%였고, 현재 재직중이라는 응답자 중에도

보건의료 노동자들과 같은 공공서비스 노동자

21.4%로, 현재 재직 중이라는 응답자로만 좁혀

들의 공공지원 부재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 현

봐도 5명 중 한 명은 회사에 36시간 이상 머물

장에 기반한 대안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러봤다는 얘기다.”

5)

노동시간 단축, 노동강도 저지 투쟁은 나아가 버스 노동자의 과로는 노동자 건강

노동자 생존과 건강권의 문제

과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여전히

연구소는 지속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일

우리 주변에 놓여 있는 문제이다(근로시간특

자리 창출 프레임으로 보는 것의 문제를 지적

례제도에서 노선버스가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해 왔다. 노동시간을 일자리 창출로 연결 짓는

장시간 운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집배

‘노동 경제학’이 아니라 노동시간의 사각지대

노동자의 과로와 이로 인한 사망 또한 아직까

에서 허덕이고 있는 이들을 바라볼 ‘노동 인간

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강도를 통해 무한 이윤을 축적하려는 자본의 시도를 비판하는 실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

천들이 요구된다.

상 운전하는 경우가 전체의 95.7%나 차지하였 다. 또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주당 운전시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 나누기가 아닌 노

간은 56시간 이상이 76.3%였고, 72시간 이상

동자 삶의 문제, 생존과 건강권의 문제다. 주간

도 4.9%나 됐다. 경기 광역버스도 장시간 운전

연속2교대제의 문제를 건강권 중심으로 파악

에서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경기 시내와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분만큼

경기 광역버스 노동자들은 격일제 운전이 기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연장근무, 특별근무 비

본이나 한 차량당 2명의 기사가 배치되어 있지

중을 높이고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강도를

않아, 실제 하루 15시간 이상씩 3일 연속 근무

높이는 방향이 전개되었다. 지난 투쟁을 돌이

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기본임금이 적어, 적정

켜 볼 때, 완성차에서부터 기형적인 주간연속

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이런 장시간

2교대제를 막아내지 못하면서, 부품사로 내려

노동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용하고 있었다.6)

가면 갈수록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를 견디 며 일하게 되었고, 이제 부품사 노동자들에게

플랫폼 노동, IT,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노 동자들 뿐 아니라 버스, 택시, 집배, 보건의료,

는 자본에 더 양보할 노동강도가 남아있지 않 은 상태에 이르기도 했지 않았는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 이르는 전통적인 산 업의 노동자들에게도 장시간 노동, 과로 문제

노동안전보건운동은 지난 노동운동이 생산

가 지속되고 있다. 노동시간이 일부 줄었다고

력의 발전만큼 노동시간 단축을 노동자의 권리

하지만, 기술의 발달에 힙입어 자본은 노동자

로서 쟁취하지 못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들의 노동밀도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노동과

결과, 노동강도는 올라가고 고용은 이뤄지지

정을 통제·관리하고 있다. 택시노동의 사납금

않는 구조가 재생산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

제도, 버스 노동자들의 저임금 민영 구조, 집배,

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리고 앞으로도 노

5) 일터 통권 158호(2017.03), 연구 리포트, “게임개발 노 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최민(상임활동가), p.25 6) 일터 통권 144호(2016.01), 연구 리포트. “장시간 버 스 운전, 운전노동자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 이이령(회 원,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직업환경의학과), p.25

26

노동자가 만드는

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평등하고 자유로운 노동 의 출발점이자 지향으로 삼아야 한다. 그럴 때 에야 비로소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이 우 선되는 세상으로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우정사업본부

앞으로의 과제 노동 유연화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유연화

심야노동, 교대제, 장시간 노동은 앞으로도

도 심화되고 있다. 이는 산업구조의 측면에서

지속해서 대응해나가야 할 과제다. 동시에 저

플랫폼 노동의 등장과 연관된다. 사회적 측면

임금 (초)단시간 노동, 과로 자살, 플랫폼 노동

에서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이뤄

등은 새롭게 쟁점을 만들어가야 할 주요 의제

지면서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등 주춤했던 노동

들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보건의료 노동자,

유연화 논의가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다. 심지

운송업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법적으로 허

어 코로나19로 경기침체, 고용불안까지 촉발되

용하는 노동시간 특례제도(근로기준법 제59

었다. 현 상황을 돌이켜 볼 때, 앞으로 세워나가

조)의 폐지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권 및 건

야 할 노동안전보건운동, 노동시간센터의 전망

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은 긴급하게

은 다음과 같다.

개입해야 할 사안이다.

시간제 저임금 구조에서 비롯된 생활임금

이러한 장단기적 과제를 놓고서, 날카롭게

유지를 위한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문제 제기를 하고 사안별 대응을 이어나가야

한다. 현장의 노동강도를 평가하여 과도한 노

한다. 노동자들이 자기 노동의 주인으로 바로

동을 막아야 한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휴게

설 수 있도록 다양한 현장연구와 노동강도 저

시간을 확대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노동과정의

지 투쟁이 더욱 힘차게 이뤄져야 한다.

통제권과 여유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 음과 같다. 일터 27


노동안전보건운동의 발자취

기획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 <일터> 200호로 살펴본 한국 사회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 최민 상임활동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창립 초기부터

발해야 할 것 같다. 일터 초기에 소개된 노동자

‘노동자 정신건강’이라는 주제에 주목해왔다. 도

자살은 주로 산재 요양과 관련된 것이었다. 다

시철도 기관사 공황장애 및 자살 사건, 청구성

쳤지만 산재를 신청하지 못하거나 승인을 받

심병원과 하이텍알씨디 집단 정신질환 산재신

아도 불충분한 요양으로 요양 중, 혹은 회복되

청, 요양 중인 산재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등으

지 못한 채 일터에 복귀한 후의 자살을 꾸준히

로부터 시작된 고민은, 일터괴롭힘과 가학적

소개했다. 사실 일터 발간이 시작되기도 전인

노무관리, 자살 대국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는

1999년 이상관 투쟁이 있었다. 1999년 대우국

노동자 자살 문제, 감정노동과 작업거부권 등

민차 창원공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산재로

으로 확장되어 왔다.

요양하던 20대 청년 노동자 이상관은,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그 사이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도 요양을 종결하라는 근로복지공단 직원의 종

정신질환 산재 신청 건수와 승인율이 증가하는

용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IMF 사태에

등 사회적 변화도 있었다. 최근에는 직장내괴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예산 절감 방편으로 세워

롭힘과 감정노동과 관련된 중요한 노동법상의

진 ‘산재보험급여 거품 제거 대책’의 희생양 중

변화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적으로 높

하나였다.

은 수준의 노동자 자살을 반복하게 하는 구조 적 요인은 변화가 없고, 치료, 심리상담, 산재신

당시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155일간의 농성

청 등 개별적인 대응만 활발해진 것은 아닌가

투쟁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 시민사회단체와

하는 우려도 든다. 200호까지 <일터>가 다뤄

현장 노동자, 의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연대했

왔던 노동자 주요 이슈를 훑어보면서, 노동자

다. 이 연대투쟁 과정에서 ‘산업재해’, ‘산업안

정신건강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돌아보고,

전보건’, ‘산재추방운동’이라는 말 대신 ‘노동재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해’, ‘노동안전보건’, ‘노동안전보건운동’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

산재 요양 중인 노동자의 정신건강

도 이상관의 죽음은 끝내 산재로 인정되지 않

노동자 정신건강과 관련한 문제의식은 ‘산

았고, 책임자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도 자리를

재 요양 중인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에서 출

28

노동자가 만드는

보전했다.


▲ 열차를 운영 중인 지하철 기관사. 출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실. 일터 통권 12호(2004.07) "스크린 도어로 기관사 정신건강을 보장할 수는 없다" 수록.

하지만 이 투쟁으로 산재 요양 중인 노동자

2015년 사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 산

의 정신건강 문제가 위기라는 것이 알려지게

재 노동자의 자살 사망률은 전체 경제활동인구

되었고, 산재 요양 중 이와 관련하여 발생한 정

에 비해 2.21배 높게 나타났다. 사고 당시 임시

신질환이나 자살의 경우 산재로 인정되는 건이

직에 종사한 노동자는 상용직보다 자살 사망률

늘었다. 2005년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요양 중

이 더 높았고, 특히 남성 산재 사고 노동자의 경

발생한 우울증은 업무상 재해와는 무관한 것이

우, 장해가 발생하지 않은 노동자가 중증 장해

라는 일관된 판단을 내리고 있었는데, <일터>

를 앓는 노동자보다 자살 사망률이 더 높은 역

에서는 산재요양 과정 중 발생한 우울증이 산

설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장해가 없는 산재 사

재라고 인정한 법원 판결을 소개하기도 했다.

고 노동자는 장해등급 1~3급의 중증 장해 노동 자에게 지급되는 연금을 받지 못하고 계속해서

최근에도 산재 요양 노동자 자살이 지속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처지에 놓이기 때문으로

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논문 에 따르면, 2003

보인다. 산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 개입

년에서 2014년 사이 업무상 사고를 당해 산

뿐 아니라, 산재 사고 노동자들이 신체적, 정신

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를 수급한 15~79세

적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노동자 약 77만 명 중 2,796명이 2003년에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1)

1) Hye-Eun Lee, Inah Kim, Myoung-Hee Kim, Ichiro Kawachi. 2020.“Increased risk of suicide after occupational injury in Korea.” Occupational & Environmental Medicine, BMJ Journals.

논문의 주저자인 이혜은 직업환경의학전문 의는 이메일을 통해 “산재 요양 중 자살이 산재

일터 29


로 인정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렇지만 정

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가 만들어져 있었

작 산재 노동자의 자살을 예방하는 노력은 부

다. 거기에 혼자 전철을 운전하며, 서비스까지

족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향후 산재노동자 자

담당해야 하는 기관사들은 책임감과 서비스 강

살의 구체적인 경로 파악과 예방 대책이 필요

요에, 자주 혼나고 억눌려 있었다. 연달아 발생

하다”라고 말했다. 또, “장해 수준과 상관없이,

한 자살이 노동환경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얘기

오히려 장해가 없는 산재노동자들의 자살률이

하자 주변에서 그동안 참고 있던 울분을 터뜨

더 유의하게 높았다는 점”이 연구의 중요 결과

렸다. 윤성호 기관사는 정신건강 문제는 조합

라며, “산재요양이 종결되어 산재보험의 경제

원들에게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고 기억한

적 지원이 끝나고 산재 이전보다 소득이 줄어

다. 다들 공감하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든 경우에 대해 특별히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개별 사건의 산재 보상을 청구 했을 뿐 아니라, 서울도시철도공사 내 모든 기

정신질환도 직업병이예요,

관사에 대해 직무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실태조

도시철도 기관사 이야기

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정신건강 상태가 매우

일상적 노동환경의 문제로 발생한 최초의

좋지 않은 기관사가 다수 발견되었고, 먼저 공

집단적인 정신질환 직업병 사례로 「일터」가 주

황장애를 진단받은 기관사들이 연달아 업무관

목한 것이 도시철도 기관사들의 공황장애와 자

련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살이었다. 2003년 당시 서울 지하철 5~8호선 을 운영하던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기관사 2 명이 연달아 자살했다.

정신건강과 관련이 높은 요인으로, 운전 중 사상사고 경험 여부뿐만 아니라, 도시철도에서 운영 중인 1인 승무제도와 권위적인 인사노무관

당시 도시철도노동조합 승무본부 사묵국장

리도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사상사고를 줄이

이었던 윤성호 기관사는 “처음부터 정신건강

기 위한 안전문 도입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던 건 아니었

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지 않도록 하

다”라고 기억한다. 처음으로 자살이 연달아 발

는 등 대책에만 합의할 수 있었다. 2인 승무 제

생한 2003년은 노동조합 집행부가 대폭 물갈

도 도입은 결국 합의되지 못했다. 사상사고와

이가 있던 해였다. 선거운동하던 중 기관사 한

같은 극적인 단일 사건에 의한 정신질환 발생은

명이 자살했고, 당선되고 새로운 임기를 준비

산재로 인정해도, ‘1인 승무’ 등과 같은 일상적

하던 중 다른 한 명이 연달아 자살했다. 두 명이

인 스트레스 요인에 따른 정신건강 영향은 좀처

연달아 이런 일을 당하자, 뭔가 있는 게 아닌가

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여전한 관행이다.

하는 생각을 했다. 1~4호선을 운영하는 1기 지 하철에서는 자살하는 노동자가 없는데, 도시철

그래도 안전문 설치는 인명 사고 발생 가능

도에서만 기관사가 자살한다면, 노동환경에 원

성 때문에 운전 내내 긴장할 수밖에 없던 기관

인이 있는 것이 아닐까? 당시 한노보연의 공유

사들의 압박감을 상당히 낮춰주었고, 승객 안

정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정신질환도 직업

전 측면에서도 진일보한 정책이었다. 그 후 일

병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해줬다. 새로운

상적인 개선결과 평가와 피드백이 잘 이루어

노동조합 집행부의 첫 활동이 되었다.

지지는 않던 차에, 2011년 다시 기관사 자살 사 건이 발생했다. 2013년 다시 기관사 전체를 대

도시철도는 지하철공사에서 분사하면서 권

30

노동자가 만드는

상으로 실태조사에서, 사상사고 이외에도 아차


사고, 권위적 조직문화 등이 직무스트레스에

신질환, 직장 내 따돌림 등 관련된 이슈가 간헐

중요한 원인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고위험

적으로 있었다. 여기에 ’직장갑질‘, ’일터괴롭

군 노동자들을 잘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힘‘이라는 이름이 붙여지면서, 지난 3~4년 사

또한 확인하였다. 이를 교훈 삼아, 작업장 기반

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노동 인권 이슈

의 노동자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도시철도 힐

가 되었다. 노동인권 의식이 매우 낮은 한국 사

링센터’가 문을 열었다. 의사, 간호사, 임상심리

회 일터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가 ‘직장갑질’

사 등이 상주하며 개별 노동자 혹은 노동자 가

이라는 말에 열렬히 호응했고, 그동안 인식되

족의 심리상담과 치료 지원, 조직 차원의 정기

지 않았던 다양한 인격 침해를 ‘일터 괴롭힘’이

적인 직무스트레스 검사와 작업복귀 프로그램,

라고 명명함으로써 각자의 고통을 얘기하기 시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

작했다. 억압적인 일터로부터 겪은 각자 경험 이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서사로 묶이면서, 한

도시철도공사의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

국의 노동현실을 드러냈다. 물론 처음에는 일

도입 과정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필요

부 자극적인 사건들을 중심으로만 화제가 되기

가 있다. 우선 정신건강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

도 했다. 하지만 직장갑질119 등에서 지속적으

기 전에 일찍이 종합적 접근의 중요성을 깨닫

로 문제제기가 이뤄지면서 해당 사업장에서 노

고, 체계적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하였다. 다음

동조합을 결성하는 조직적 움직임이 나타났다.

으로 긴 시간에 걸쳐 노동자 당사자들의 요구

그리고 각 기관에서 일터괴롭힘 예방 가이드라

와 참여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 마련했다. 노동

인을 제정했을 뿐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직장

자 정신건강의 예방 및 치료에서 개별적이고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도입하는 등 유의미한

단편적 접근이 아닌 집단적이고 총체적인 접근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다. 이 중 특별히 연구소가 주목해 온 부분은 조 윤성호 기관사는 특히 “그전까지 노사는 항

직적 괴롭힘이다. 조직적 괴롭힘은 일터괴롭

상 대립하는 상대였는데, 힐링센터가 세워지면

힘을 실적이나 성과 향상 수단, 노무관리의 수

서, 직무스트레스를 줄이고, 기관사를 보호해야

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적 괴롭힘

한다는 같은 방향의 고민을 노사가 함께 한다

이 중요한 이유는 집단적 노사관계, 자본의 착

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었다”라고 회상한다. 회

취 구조와 형태 등이 노동자 정신건강에 매우

사로부터 독립적이고, 단순히 심리상담뿐 아니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가학적 노무

라 전직이나 업무 복귀 상담까지 포괄하고. 직

관리’라는 말에서도 드러나듯, 회사가 최고의

무스트레스 관리와 노동환경 평가까지 다면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또는 자본이 이윤을 내

으로 접근하는 힐링센터의 경험은 “왠만한 규

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노동자의 인격과 정신

모가 있는 회사에서는 다 했으면 좋겠다”라고

을 파괴할 수 있다. 조직적 괴롭힘에 주목할 때,

추천한다.

비로소 우리는 이와 같은 사실들을 드러내보일 수 있다.

일터괴롭힘에서 조직은 ‘중재자’가 아닌 ‘반성의 대상’

조직적 괴롭힘의 역사는 면면히 이어지고

200호까지 발간되는 동안, <일터>가 꾸준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청구성심병원, 하이

히 다뤘던 문제 중 하나가 ‘일터괴롭힘’이다.

텍알씨디코리아 등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억누

2000년대 중후반부터 상사의 폭언에 의한 정

르기 위해 일터괴롭힘이 활용된 사례들이 <일

일터 31


터>에 소개됐다. 2010년대 들어서는 KT와 유

적 괴롭힘은 비가시성 때문에 잘 조명되지 않

성기업의 노조탄압, 증권사의 저성과자 퇴출

는다. 사내 규칙과 규율 또는 제도, 경영자의 암

프로그램 등의 사례가 부각되었다. 이러한 조

묵적 메시지는 괴롭힘을 행사하는 도구이자 은

직적 괴롭힘 또한, 한국에서 일터괴롭힘이 본

폐하는 장치”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조직

격적으로 논의되는 데 있어 중요한 계기 중 하

적’ 괴롭힘과 ‘개인 간’ 괴롭힘이 따로 있다고

나였다.

얘기하는 것도 또 다른 은폐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노동자 개인들 사이의 폭력(괴

조직적 괴롭힘은 개인 간의 괴롭힘보다 대

롭힘) 역시, 그 배후에는 조직이 있다는 것이다.

규모로 이뤄질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분명하고

피해자를 위한 연단은 확대되어야 하지만, 괴

악의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롭힘을 “개인 일탈로의 치부, 방관하면 괴롭힘

하지만 이런 조직적 괴롭힘은 멀리 있는 일처

은 재생산”된다는 것이 장경희 활동가의 주장

럼 느껴지기 쉽다. 개인 사이에 발생한 괴롭힘

이다. “조직이 더이상 중재자가 아닌 반성과 변

에 비해 개선이 어렵고,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화의 대상임을 제기”하고 조직 자체를 변화의

여겨지기도 한다. 더욱이 문제로 인식되더라도,

대상으로 삼을 때, 일터괴롭힘을 줄여나갈 수

‘노동자 정신건강 침해’라는 관점보다 ‘노사갈

있다.

등’, ‘공격적 경영’ 등의 틀로 설명되기 쉽다. 노동자 자살, 죽음 너머 노동환경을 보라 예를 들어, 경비원에게 막말을 한 입주자는

이런 다양한 이슈들이 우리의 시야로 들어

손쉽게 가해자로 지목되지만, 은근하게 모멸감

오는 과정에 대부분 ‘노동자 자살’이 있었다. 노

을 주면서 마치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것처럼 노

동자들은 일터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적대적

동자들을 해고하는 회사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

인 노동환경에 적응하려 애쓰다가, 아픈 몸을

않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조직적 괴롭힘의 양

이끌고 일해 보려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산

상은 모호하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제기를

재 요양 중 목숨을 끊은 이상관 노동자를 통해,

어렵게 한다. 오히려 자본과 기업은 이를 빌미

경제적 동기에 따른 산재요양 관리가 산재 노

삼아 피해자와 그에 연대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동자를 얼마나 압박하는지 드러났다. 도시철

왜곡 또는 희석시킨다. 지난 2005년 하이텍알

도 기관사의 잇따른 자살로 과도한 책임, 억압

씨디코리아 노동자들의 집단 우울증을 둘러싼

적인 조직문화 등이 집단적인 직업적 정신질환

말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노사갈등으로 인한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쌍용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 질병이 아니지 않느냐는

차 정리해고 이후 스스로 세상을 등진 노동자

반문과 아프다면서 어떻게 농성할 수 있냐는 비

들을 통해, 정리해고가 노동자에게 얼마나 큰

아냥거림 등등. 이러한 공격은 2016년 유성기업

상처이며, 그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 폭력이 이

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광호 조합원의 산재

트라우마를 어떻게 확대하는지 알게 되었다.

승인 후 회사가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 소 송을 거는 방식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과 관련한 자살은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노동환경으로 인한 침해

이에 대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일터괴롭

를 드러내는 여러 징후 중 하나로 봐야 한다. 자

힘 대응과 심리상담을 오랫동안 지원해 온 충

살이 하나의 극단적이거나 이례적인 사건이 아

남 노동인권센터 노동자심리치유사업단 두리

니라, ‘자살 정도는 돼야 주목하는 한국사회’가

공감의 장경희 활동가는 “‘조직’에 의한 구조

극단적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32

노동자가 만드는


다.2) 직장 내 대인관계, 퇴직 및 해고, 이직 또는 업무량 변화 등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자살 경로의 시작점인 첫 번째 위험 요인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았던 것이 업무부담이었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자살 동기는 정신적 건강 때 문일지라도, 그 정신적 건강 문제가 시작되는 요인이 업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자살 예방 정 책에서 일터와 직무스트레스를 반드시 고려해 야 하는 이유다. 한노보연 <업무상 정신질환 연구모임>에 함께 하고 있는 류한소 사회학 연구자는 그래 도 노동자 자살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 긍정적 인 변화가 크다고 본다. “경비노동자 자살 사건 을 보면서 사람들이 공분하거나 아이돌 가수가 자살로 사망했을 때 ‘이것도 산재’라는 기사들 이 뜨는 것”을 보면서 이를 느꼈다고 한다. 그 ▲ 일터 148호(2016.05) 표지 사진. 당시 <일터>는 유성기 업 고 한광호 열사 투쟁을 '가학적 노무관리' 측면에서 바 라보고자 했다. 출처: 선전위원회

러나 아직 노동자 자살은 구체적인 규모와 원 인도 공백으로 남아 있다. “일단은 노동자 자살 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들이 생겨야 한 다. 심리부검 수준의 세부적인 통계가 생겨서

오히려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자살’의 경우

일단 이 사람이 왜 자살을 했는지 추정이라도

에도 죽음 너머 노동환경을 제대로 들여다보

해볼 수 있는 국가통계가 있어야” 예방을 위한

지 못했다. 한 해에 13,000여 명이 자살하고,

활동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2003년부터 자살예방대책을 운영하면서도, 그 동안 정부의 자살예방대책에서 노동자는 빠져

감정노동은 ‘고객’의 문제가 아니라

있다시피 했다. 1, 2차 자살예방정책에서는 ‘직

‘사업주’의 책임

업’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매년 발간하는 <

일터가 200호까지 발행되는 동안, 노동자

자살예방백서>에서도 직업군에 대한 분석은

정신건강 분야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가 있었

매우 단순하여, 직업군별 사망자수만 제시될

던 주제가 감정노동이 아닐까 싶다. 2006년 3

뿐, 사망률도 분석되지 않는다. 2019년에야 정

월 서비스연맹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진행

부가 심리부검을 실시하고 경찰청 조사 기록

한 감정노동 연구를 소개한 단신 기사로 <일터

을 확보하는 등 자살의 원인에 대해 심층적인

>에 처음 등장했던 감정노동은 콜센터 노동자,

접근을 시작하면서, 노동환경에서의 스트레스

판매 노동자, 교사, 금융노동자 등 다양한 노동

가 자살 경로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드러

자들의 문제제기로 이어졌고, 다양한 개선책도

났다.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

제안되었다. 감정노동수당, 감정노동휴가 등의

르면, 자살사망자의 사망 전 스트레스 사건 중

보상 방법이 개별 사업장마다 시도되었다. 무

정신건강 관련 문제가 84.5%로 가장 많았지만, 직업 관련 스트레스 사건이 68%로 뒤를 이었

2) 중앙자살예방센터, 2019,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

일터 33


엇보다 노동자가 고객의 과도한 요구에 시달리

또한, 감정노동에 대한 문제제기는 여성 노

지 않도록 예방과 지지체계를 사업주가 만들

동자가 처한 특수한 위험 요인을 드러내는 데

어야 한다는 내용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도입되

에도 기여했다. ‘타인의 감정을 맞추기 위해 자

기도 했다. 감정노동을 수행하던 노동자에게서

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

발생한 정신질환도 산재로 보상받게 되었다.

로 수행’하는 역할은 꼭 임노동에서만이 아니 라 많은 여성이 가족, 일터, 사회관계에서 일상

특히 콜센터 노동자가 먼저 통화를 끊을 수

적으로 수행하던 일이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

있는 권리를 얻어낸 것은 서비스 노동, 감정노

서 감정노동에서 흔히 문제가 되는 ‘친절과 미

동에서 작업중지권이 어떻게 노동자를 보호할

소’ 요구는 대부분 여성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수 있는지 잘 드러내는 사례였다. 희망연대노

이런 요구는 업무에 성별화된 역할과 지위를

조 다산콜센터지부 투쟁의 성과로, 2014년 2월

부여하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 노동자

콜센터 상담사들의 인권실태조사 이후 원스트

를 성적 괴롭힘에 취약하게 만든다. 특히 야간

라이크아웃 제도가 도입됐다. 성희롱, 언어폭

에 안내하는 여성 상담원들의 경우, 더 자주 성

력, 무의미한 통화 등의 악성 민원에 대해 상담

폭력에 노출되는 것처럼 보인다. 석소연 분회

사들이 안내 후 전화를 끊을 수 있게 하고, 곧

장의 동료 중에도 심한 성폭력 발언을 들은 뒤,

바로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자살 충동을 느껴 옥상에 올라가기까지 한 사

조치가 중요한 이유는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

례도 있었다.

한 정책 마련과는 달리, 노동자에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힘과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

고객을 상대하는 모든 업무가 노동자를 소

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사례를 통해 작업중지

진시키는 것은 아니다. 감정노동은 노동자의

권이 반드시 재래식 사고 위험이 임박했을 때

감정조차 자본에 의해 어떻게 이윤 추구의 도

에만 활용되는 권리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

구로 활용되는지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이를

기도 했다.

염두에 둬야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을 놓 치지 않을 수 있다. 회사와 자본은 노동자의 감

물론 여전히 콜센터 노동자들의 전화 끊을

정을 어떻게 착취하는가? 반대로 노동자의 권

권리 보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 마

리와 주체성을 보장하기 위한 체계를 가지고

스크공급, 방역수칙, 재난지원금 등 정부 문의

있는가? 고객 응대 등의 업무를 하는 노동자에

가 폭주하면서, 업무량이 엄청나게 증가한 정

게 노동과정에 내재된 감정노동이 노동자에게

부민원안내콜센터의 석소연 분회장은 “끊을 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는 업무 자체에 더해,

리가 있다고 하지만, ‘차단하겠다’는 멘트를 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 작업환경은 어떠한가에

면서 팀장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끊을 수 있다.

따라 달라진다. 감정노동과 관련된 과제가 ‘감

결국 허락받을 때까지, 욕설이나 고성을 다 들

정노동’ 그 자체로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는 이

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감정노동자에 대한

유다.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졌다고 해도, 콜센터 업 무의 특성상 결국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

석소연 분회장에 따르면, 코로나로 문의 전

하면 악성 민원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 필요한

화가 폭주하고, 이 때문에 쉬는 시간을 지키지

것은 이럴 때 스스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노

못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매달 통화품질평가

동자의 자율권이다.

(QA)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더 높아질 수밖

34

노동자가 만드는


에 없다. 감정노동을 진상 고객과 서비스 노동 자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주의 관리 책임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마음 다치지 않고 일하는 일터는 가능한가? 노동자의 정신질환과 자살은 이윤축적 과 정에서 노동자를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안전할 수 없는 상태에 빠뜨리는 자본주의 자체로부 터 비롯된다. 어떻게 마음 다치지 않고, 인간답 게 일할 수 있을 것인가. ILO 산업보건서비스 의 원칙 중 ‘적응의 원칙’이 있다. 일터의 속도 와 질서에 노동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노동 자의 몸과 삶에 일터를 맞춰가야 한다. 예를 들 어,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량물을 줄 이고,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정신건강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각자가 더 참고 견디는 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유리멘 탈인 사람도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일터를 바꾸는 데 있어, 노동자 참여

▲ KT 직장내 괴롭힘 보고서 표지 사진. 해당 사안과 관련 해서는 일터 138호(2015.07)에서 "이것은 '학대'다 - 사 례로 본 가학적 노무관리" 기사로 다룬 바 있다. 출처: KT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

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신체건강이나 정 신건강 모두 마찬가지다. 노동자가 참여할 때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인

에야 제대로 문제제기할 수 있으며, 실효성 있

식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노동자 건강 영역

는 개선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

에서도 정신건강과 관련된 관심과 요구는 증가

서 노동자들 스스로도 일터를 변화시키는 주체

할 것이다. 하지만 류한소 연구자가 지적하듯

로 설 수 있다. 이를 위해 도시철도에서 노동자,

이, 일과 관련된 정신질환이나 자살에 대한 관

노동조합이 시도했던 것과 같은 다양한 경험이

심이 “여러 방식의 심리치료, 다양한 힐링문화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나 서비스 상품들, 하다 못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충동구매를 하는 ‘시발비용’에 대한 유행

산재보상과 관련해, 그동안 주로 정신질환

까지 또 다른 힐링상품에 대한 소비로 끝나지

산재 승인률을 높이는 데에 관심의 초점이 맞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자 참아내거나,

춰져 왔다. 앞으로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산재

각자 다른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함

요양의 질과 재활 과정, 노동자와 사업장 양 측

께 일터를 바꿔내기 위한 시도를 월간 <일터>

면에서 업무 복귀를 위해 필요한 지원, 다른 질

가 지속적으로 알리고 엮어나가기를 기대한다.

환 요양 중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정신질환 문 제 등이 폭넓게 다뤄져야 한다. 아직 연 200건 이 채 되지 않는 정신질환 산재 신청 자체가 늘 어나고,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받는 것도 중요 한 과제다.

일터 35


36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일터

☞ <일터>가 우리 사회 곳곳에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 으로 꾸준히 구독자를 모집해왔다. <일터>에 대한 애정을 담아, 홍보모델로 활약해준 동지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출처: 선전위원회

일터 37


노동안전보건운동과의 마주침①

장애 운동이 제기하는 과제, 안전보건에서의 ‘정상성’을 바꿔내는 일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정창조 노동위원회 간사, 정다운 활동가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일터> 200호를 맞아, [노동안전보건, 사회 운동과 만나다]라는 코너를 기획하였다. 이 코너를 통해, 연구소가 그간 만났던, 또는 앞으로 만나갈 사회운동의 이야기를 다뤄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노동안전보건운동 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전망을 확대함으로 써, 운동의 과제를 도출하고 다른 사회운동 들과 공동전선을 만들어가기 위한 고민을 담아보고자 했다.

장애인 노동권의 현주소 장애인 노동권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바 로 고용이다. 전반적으로 고용률이 낮으며, 일 자리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2019년 장애인 고 용률은 34.9%로 전체 고용률 60.9%의 절반 수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 의무고 용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의무고용률 미준수 시의 부담금 수준이 높지 않아 부담금을 내고 서 고용하지 않는 게 대다수다. 노동조건 또한 열악하다. 2019년에는 임금근로자 중 43.9%가 임시 일용직으로서 전체 인구의 임시 일용직

첫 번째 인터뷰에서는 장애운동과 노동안전 보건운동과의 접점을 찾아보려 했다. 전국장애

비중 31.4%보다 높다. 전문직, 사무직 숫자 적 고 단순노무직(청소, 환경미화 등)이 많다.

인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정창조 노동위원회 간사, 정다운 활동가를 만났다. 장애운동에서 다

정창조 장애인에게 노동권은 역사적 맥락

시금 또는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장애인 노동권

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장애인이라는 용어

이 안전보건 영역에서의 건강하고 안전할 권리

자체가 노동할 수 없다는 개념으로부터 출

를 급진적으로 확장시키는 데 어떤 함의를 던져

발하기 때문이죠. 자본주의가 형성되면서

줄 수 있을지, 반대로 장애인의 노동권을 실현하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과 노동할 수 있는

는 과정에서 안전보건의 쟁점들이 어떤 고민을

사람이 구분되기 시작해요. 하층민들을 대

안겨줄 수 있을지 얘기를 나눠보았다.

량 수용했던 구빈원에서도 중요하게 이뤄 졌던 일이에요. 결국 장애인은 (임금)노동 을 할 수 없는 자라는 관점 자체가 근본적

38

노동자가 만드는


▲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퍼포먼스 중인 정다운 활동가(사진 맨 좌측). 출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윤 창출을

임금과 관련해 최저임금 적용 제외가 특히 문

할 수 없는 활동 전반을 비생산적 활동으로

제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서 ‘정신장애나 신체

규정하고, 생산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일들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를 규정

을 배제하는 현 사회의 구조를 문제삼아야

하고 있다. 평균적인 생산성에 얼마나 부합하

합니다.

는지 작업능력평가를 한다. 이를 근거로 2018 년 기준 9,413명이 제외되었다. 최저임금 적용

정다운 이른바 ‘정상성’이라고 하는 것을

제외 장애인 대다수는 직업재활시설 노동자,

바꿔내는 일이죠. 특정 기준에 부합하지 못

중증장애인이다. 이렇듯 노동할 능력, 신체에

하는 것은 배제해버리는 것 말입니다. 무엇

대한 정상성 기준에 따라 장애인들이 노동권을

이 정상이고 비정상이냐를 가르는 기준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규범을 새롭게 정립하는 게 중요합니다. 임 금노동,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는 활동만을

장애인 노동자의 산업재해

노동으로 규정하고, 이 노동을 할 수 있는

노동시장에서 장애인들이 배제되면서, ‘산

신체만을 노동력으로 인정하는 것으로부

재는 우리에게 사치다’, ‘산재라도 당해봤으면

터 벗어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좋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장애인

장애인 일자리는 시혜적인 성격을 띨 수밖

노동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불안정한

에 없어요. 아무리 고용되더라도, ‘어차피

일자리에만 들어가게 되고, 이로 인해 위험한

일 못 할 텐데’라는 식의 태도로 인해 부수

노동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그러나 그 실태는

적인 일밖에 받지 못하면서 주변으로 밀려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날 수밖에 없어요. 일터 39


정창조 장애인의 일자리 마련 자체가 핵심

정다운 산재보상제도에서 보상기준을 살

적인 이슈다 보니, 산재 사망사고 등에 집

펴보면서, 장애인 등급제를 떠올렸어요. 둘

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고용촉

다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특정 척도를 기

진법 제26조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매년

준 삼아 등급을 매기고 제도지원을 받을 대

장애인 노동자 산재 통계를 조사하도록 규

상자를 선정하는 걸로 보였습니다. 이 과정

정하고 있어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장애

에서 빠지게 되는 것은 결국 정책을 필요로

인 노동자 산재 비율은 0.8%, 장애인 노동

하는 사람들의 관점과 필요가 아닐까요?

자의 산업재해 승인율은 33.1%로 나타났

장애인의 경우 사회참여 욕구를 실현하기

어요. 그러나 장애 노동자의 유형별 분석

위한 요구가, 산재노동자의 경우 직장복귀

등 구체적 사항은 빠져있어요. 굉장히 형식

등의 다양한 회복을 위한 요구가 있을 거잖

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현황 파악 자체가

아요. 이들이 단순히 평가대상으로 남아있

쉽지 않고, 산재 예방 활동에도 적극적이지

다면, 그건 불평등한 권력 구조라고 할 수

않은 상황입니다.

있지 않을까 싶어요. 대상이 아닌 주체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는 주체의 상태

정다운 더 중요한 것은 취약한 이들일수록

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그 상태를 우선 인

불안정한 일자리, 그로 인해 계속해서 위험

정하고 필요한 것을 묻는 것으로부터 출발

하고 유해한 노동환경에 노출되고 있다는

할 것입니다. 산재보상제도에서도 노동자

점입니다. 결국 사회전반적으로 노동권이

의 필요와 욕구, 나아가 참여에 기반한 정

제대로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장애인

책이 지향해야 할 바라고 봐요.

이동권 투쟁하면서 이런 얘기를 자주했어 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엘리베이

정창조 산재보상제도에서 얘기하는 회복

터를 만들고 저상버스를 도입하면, 모두에

에 이런 의미도 있을까요? 노동자들의 신

게도 이동권이 더 잘 보장된다라고요. 산업

체와 정신을 치료하여 기존의 생산성에 부

재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장애인이

합하도록 회복시키는 것. 그렇다고 해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라면,

재활과 직장복귀 등 산재보상제도 자체가

모두에게도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이지 않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노동자가

을까요?

입장에서도 자기 삶과 일터에서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욕구가 있으니까. 그럼에도

장애운동에서 제기하는 산재보상제도의

재활 개념에 대해서는 달리 접근해볼 수 있

지향점

을 것 같아요. 장애 운동에서 재활은 주요

정다운 활동가의 질문에 비춰볼 때, 일터

쟁점 중 하나인 데요. 재활이라는 게 개인

에서 ‘안전’과 ‘건강’이, 우리가 주장하는 안전

한테 많은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닐까요?

할 권리와 건강할 권리가 무엇을 기준으로 삼

또는 재활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고 있는지 되물어 볼 수 있었다. 산재보상제도

요? 그러면 사회와 일터에서 배제되는 게

를 중심으로 보상·재활·치료에서 정상성이 작

아닌가요? 선천적 장애가 있든, 사후적 손

동하는 방식, 건강할 권리에서 한 발짝 더 나아

상을 겪게 되든, 모두 그 자체의 현 상태를

가 ‘잘 아플 권리’를 얘기하는 것의 의미에 관

존중받지 못하는 거 아닌가요? 여전히 개

해 얘기를 나눠보았다.

인의 기능 회복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여 요. 이때 우리는 재활이 충분한지 아닌지를

40

노동자가 만드는


정창조 예를 들어, 만성질환자는 건강한 신 체가 아닌가요? 건강하다 아니다를 무엇으 로 판단할 수 있나요? 100% 건강한 상태 가 있기나 할까요? 그렇다면, 병을 안고 살 면서 사회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일테죠. 그럼에도 건강을 지향하는 게 의 미 없다는 게 아니에요. 건강할 권리와 잘 아플 권리는 오히려 양립가능할 수 있다고 봐요. 정다운 건강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다양하 ▲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요구하는 집회에서의 정창조 간사 출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게 생각하잖아요. 안 아프고 안 다치는 게 우선 중요하지만, 아픈 상태가 지속된다고

누구의 기준, 어떤 기준에서 판단하는지를

한다면 의료 서비스를 계속해서 잘 보장받

문제삼아야 한다고 봐요. 자본이나 기업이

을 수 있는 게 중요하겠죠. 이렇듯 각자의

요구하는 노동력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그

조건에 따라 다른 규정과 지원이 필요합니

존재 자체의 역량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다. 장애인이나 산재 노동자처럼 정상적인

를 물어야 합니다. 장판에서는 이러한 관점

수준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 상태로도

에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형 일자리 확장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을 주장하고 있어요. 그 주장의 핵심은 어

이를 사회적으로 마련해주는 것 말입니다.

떤 신체적, 정신적 상태인지 관계없이, 각 자의 상태를 인정하고 다양한 삶의 영역에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정창조 간사는 장

서 활동들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

애인 노동권이 추구하는 방향은 일반 노동시장

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산재보상과

에의 편입만으로는 안 되고, 기존 노동체계 바

관련해서 보면, 단지 개인의 기능 회복을

꿀 수 있도록 다양한 노동형태, 방식, 과정을 바

넘어서, 사회와 일터에서의 관계변화와 노

꿔내는 계기들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이나 건강, 안전에 대한 개념 변화를 중

이는 결국 기존의 노동 개념, 정상 신체 등 정상

심에 두는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성을 뒤흔드는 운동이다. 장애인과 산재 노동 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일하고 활동할 수 있

‘잘 아플 권리’가 제기하는 질문

는, 그럼으로써 각자의 조건에 맞게 최대한 자

노동안전보건운동에서는 ‘건강할 권리’를

기 삶의 역량을 발휘하는 세상. 이를 위한 구체

주장한다. 이때 늘 부딪히는 고민은 우리가 주

적 실천을 장판과 노동현장에서, 부문과 전체

장하는 건강과 안전이 ‘정상적인 신체와 정신’,

가 교차하며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평균적인 생산성을 제공할 수 있는 노동력’으 로 규정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다. 이를 풀어가 기 위해, 최근 ‘잘 아플 권리’라는 개념에 주목 하고 있다. 장판에서도 건강을 새롭게 바라보 는 관점에 관한 얘기가 활발하다고 한다.

일터 41


노동안전보건운동과의 마주침②

노동안전보건을 ‘젠더’ 관점으로 바라보기 권영은 반올림 상임활동가,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우리가 ‘노동자의 건강’을 노동자의 조직적인 힘과 역량을 통해서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사

성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 또는 노동안 전보건의 의제로써 쟁점화될 수 있을까?

고할 때, 건강한 일터란 단순히 주어진 노동조건 이 아니라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을 통해 쟁취한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본 글의 기획을

‘권리’가 된다. 일터의 건강이 노동자의 권리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구성했다. 먼저 2007년부터

메시지는, 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의 몸과 작업환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산재 피해 활동을 해온 반

경, 그리고 생산 속도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

올림의 상임활동가 권영은 님과 함께 기존의 노

다는 점에서 특히나 중요하다.

동안전보건 활동을 젠더의 관점에서 돌아보고 읽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나눴다. 두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노동자의 건강을

번째로는 한림대 사회학과 신경아 선생님을 만

보는 방식이 구체적인 ‘조직’을 전제한다는 점에

나 현재 한국의 여성노동자가 처한 다양한 문제

서, 앞으로 우리는 더 소수적인 영역에서의 노동

점들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짚어보았다.

안전보건 문제를 다룰 다른 관점과 역량을 발굴 해야하지 않을까? 특히나 갈수록 고용형태가 다

여성 노동자의 관점에서 ‘산재’ 다시 읽기

양화되고, 일 자체가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반올림의 꾸준한 투쟁을 통해서 전자산업

사회에서 노동자의 건강 문제가 개별화되지 않

반도체 공장에서의 산재 피해는 사회적으로 잘

기 위해 필요한 틀은 무엇일지 고민이 필요한 시

알려지게 되었다. 이 활동을 통해서 반도체 공

점이다.

장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가 조명 받았지만 한 편에서는 피해자 중 많은 수가 여성이기도 했

이런 점에서 ‘젠더’는 우리가 ‘노동자의 건강’

다는 점은 특별히 사건의 중요한 측면으로 부

문제를 다룰 때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이나 정체성

각되지 못했다. 지난 투쟁을 돌아보며 우리가

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여성이 당

‘젠더’의 눈으로 산재 피해를 읽어낼 부분은 없

면하고 있는 현실적 조건들은 어떻게 개별적 여

을지 물었다.

42

노동자가 만드는


권영은 반도체 공장 클린룸에서 일하는 대

클린룸 엔지니어 직종의 경우 남성이 대부분이

부분의 오퍼레이터가 여성인데도 불구하

다. 하지만 피해자의 집단적 특성이 존재하고,

고, 이 활동이 ‘여성’에 방점이 찍히지는 않

특별히 여성의 재생산 건강과 관련된 문제점들

았습니다.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 상 유해

이 초기부터 발견되었다면 이를 ‘여성 노동자’

성이나 직업병 자체에 집중된 측면이 있는

의 문제로 문제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조명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여성 노동자의

지 못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 때문이었을까.

비율이 높다는 점 외에도 생리불순 등 재생 산 건강 문제에 대한 제보도 초기부터 많이

권영은 사실 해외에서는 반도체 공장의 유

들어오는 등 여성에게 특수하게 발생하는

해성이 입증되기 시작한 단계에서, 먼저 유

문제점들이 초기부터 많이 보였어요. 대다

산, 불임, 기형아 출산 등 생식독성 문제가

수의 오퍼레이터가 여성이었던 배경에도

중요하게 이야기가 되었어요. 한국의 경우

성역할의 고정관념이 존재한다는 것도 중

는 2017년 불임으로 첫 산재 승인을 받게

요해요. 여성들이 꼼꼼하니 더 세밀하고 빠

되었습니다. 한편 이런 문제들이 비교적 조

르게 작업을 할 것이다, 라는 생각에서 기

명이 덜 된 이유는 생식독성 문제, 또는 여

인한 결과였죠.

성의 재생산과 관련된 건강 문제가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쉽게 연결될 수 있다는

그렇다면 실제 전자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점과도 연결된다고 봐요. 이전 상담기록을

여성노동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직업병

살펴보면, 피해자 중에서 본인 뿐 아니라

피해자 중 여성 노동자의 숫자, 그리고 반도체

아이도 질병에 걸리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공장 여성 노동자 중에서도 사업장 규모에 따

이 경우 본인은 산재인정을 신청할 자격이

른 집단적 특성은 없을까? 반올림은 이렇게 구

주어지는데 아이는 그렇지 않아 제보 기록

체적인 수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을 한계로

으로만 남아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2세 질

지적했다.

환 문제를 ‘산재’로 인정하고 인식하는 변 화도 필요합니다. 한편 이런 경우에 ‘어머

권영은 전자산업에 어느 정도의 노동자가

니’에게 가해질 주변의 비난도 쉽게 상상할

있는지 세세한 수치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

수 있어요. 산재인정투쟁뿐만 아니라 이런

운 상황이에요. 산업별 국가 통계에서도 별

사회문화적 인식과도 싸워나가야 할 것입

도로 조사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제조

니다.

업’ 분류에 묶여있어 알고 싶은 만큼 자료 가 확보되지는 않는 상황이죠. 반올림이 함

산재 피해 노동자의 2세 질환 문제는 특히

께 하고 있는 안산지역네트워크에서 안산

최근 10년 만에 대법원에서 제주의료원 태아

지역의 반도체 공장 중에서 소규모 사업장

산재 인정 판결이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

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보려고 하는

게 되었다. 이 판결이 유사한 피해 사례들을 드

중인데, 작게나마 통계로 확인하기 어려운

러내는 유의미한 시작점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실제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현실을 파악하

적으로 관련 법제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2세

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어요.

질환의 산재 인정기준을 낮추고, 보상체계를 제대로 만듦으로써 피해자를 돕고 다양한 산업

물론 반도체 산업의 산재 피해는 ‘여성 문 제’로만 국한시켜 볼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에서 유해요인과 직업병의 연관성이 제대로 밝 혀질 수 있어야 한다.

일터 43


권영은 앞으로 2세 질환의 산재 신청을 준

자 개인의 보상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비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제주의료원 판

는 점이 부각되었으면 해요. 2세의 건강, 나

결을 계기로 여성노동자들의 생식질환, 2

아가 노동자의 삶과 가족들에게도 큰 영향

세 질환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인터뷰집을 내

을 주는 사건이라는 점, 그래서 사회의 안

려고 해요. 한국뿐 아니라 대만, 베트남 등

전과도 연결이 된다는 인식으로 확장되어

아시아 지역에서도 여러 피해 사례들이 있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는데, 단순히 화학물질 등 노동환경의 유해 성에 대한 지적을 넘어서, 여성 노동자의

여성노동 의제, 면밀한 현황 조사부터

몸의 문제를 드러낼 수 있도록 그간 국내외

다양한 의제 발굴해야

연구에서 제기 되어왔던 전자산업에서의 2

‘여성 노동자’의 노동, 그리고 노동안전보건

세 질환 문제가 더 많이 제기되고 조사되어

문제에는 어떤 주제가 있고 무엇에 주목해야하

예방까지 이어지길 바랍니다.

는지 구체화해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여 성노동자가 딛고 선 현실을 진단해야할 것이

한편, 반올림은 이전부터 젠더와 노동자의

다. 여러 가지 연관된 주제 중에서도 ‘노동시간’

건강 문제라는 주제를 고민한 바 있다. 2014년

은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여성이 시간제

전자산업여성노동자모임은 직업성 암 등 질병

일자리 등 저임금 인력으로 활용되어온 노동의

의 문제를 넘어서 전자산업의 노동환경이 노동

역사나, 보조 인력으로 상상되고 주변화 되어

자의 건강에 미치는 여러 수준의 유해성을 살

온 맥락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돌봄·가사노동

펴보고자 했다. 이 시기에는 그동안 상대적으

이 여성 개인의 부담으로 맡겨진 사회에서 여

로 등한시된 여성 재생산 건강 문제도 고민하

성의 ‘일하는 시간’ 문제는 단순히 임금 노동시

기 시작했다.

간만의 문제를 넘어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여성’ 그리고 ‘노동

권영은 성인지적 관점에서 반올림 사건을

시간’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최근 몇 년간의

‘여성 노동자’의 문제로 다루려는 시도는

노동정책을 봤을 때 어떤 변화점이 있는지 물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관심이 있는 다양한

었다.

연구자, 활동가, 피해자들이 모여 여성 건 강권 문제를 공부하기도 하고, 산재 피해

신경아 시간제 일자리 정책은 초기부터 대

를 단순히 ‘피해’ 그 자체로 다루기보다 여

단히 비판받았어요. 공공일자리 등 시간제

성 노동자들의 생애사적인 측면에서 다뤄

일자리가 대거 양산되었죠. 그러나 노동자

보자는 이야기도 했어요. 즉 여성 노동자의

의 자율성 측면에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삶 차원에서 문제를 다시 보려는 시도라고

것이 아니라 아예 ‘시간제 일자리’로 노동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 진입하도록 하는 정책은 저임금, 고 용차별 문제를 낳을 뿐입니다. 이를 반증하

다시 ‘여성 노동’의 관점에서 반올림 활동을

는 것이 최근 정부 조사에서 80%에 가까

돌아보고, 앞으로 문제의식을 이어간다고 할

운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하지 않

때 어떤 것들이 조명되어야 한다고 보는지 물

는다는 응답이 나왔다는 점이에요. 한편 문

었다.

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집중하는 것은 ‘노 동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52시간제

권영은 산재라는 것이 단순히 일하는 노동

44

노동자가 만드는

도 대단히 제한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


심 주제로 다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또 하 나의 차별이죠. 이런 점에서 한국사회를 지 탱해오던 전통적인 노사관계를 바꾸어나 갈 필요가 있어요. 성별임금격차뿐 아니라, 저임금·비정규직 등의 사안은 IMF 이후 뿌리 깊은 여성 노동 현 안이며 그만큼 여전히 유효한 문제이기도 하 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노동운동에 있어 주 요한 변화가 있다면, 어떤 문제나 경향일지 궁 금했다. 신경아 가장 큰 변화는 여성노동자들이 자 기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물론 비정규직, 저임금, 경력단절 ▲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7년간 일했던 여성 노동 자 박민숙님의 모습이다. 추후 유방암으로 집단산재신 청을 진행하기도 했다.

는 상황에서 여성 노동정책은 정말 ‘안 보 인다’고 할 수 있어요. 고용노동부에 양성 평등정책과는 신설되었지만, 그 외 미미한 수준에서 돌봄 관련 규정들이 남녀고용평 등법 개정에서 마련된 것에 불과합니다. 제 대로 된 여성 노동 정책이 있다고 보기 어 렵죠. 그렇다면 향후 어떤 정책적 방향이 필요하 다고 보는지 물었다. 신경아 예를 들어, 비정규직 일자리 중에서 도 특수고용 노동자, 초단시간 일자리 등에 여성이 더 많습니다. 이들은 이중적 차별에 직면하고 있어요. 하나는 현재의 고용제도 안에서 여러 법적 보호의 밖에 밀려나 있다 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노동법 체계의 근본적 변화, ‘노동자’ 개념 정의를 재구성 하는 문제 등이 과제입니다. 한편, 노동운 동 역시 정규직 남성 노동자 중심으로 구성 되어왔기 때문에 이들의 의제가 운동의 핵

등의 문제는 여전히 큰 문제죠. 그러나 시 민사회단체, 연구자들이 문제를 드러내 왔던 방식을 넘어서 2015년 강남역 사건, 2018년 미투운동 등 이후 시기에서 여성 개개인의 주체가 굉장히 변화했어요. 그에 따른 실천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차후 이 런 것들이 개인적 저항 수준을 넘어서 사회 적, 운동적 차원으로 끌어올려져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심이 증 가한 만큼 노동 의제가 부각이 되진 못했어 요. 예를 들어 미투 운동 역시 여성 노동자 들이 어떤 노동환경 속에서 일 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볼 수 있죠. 그렇지만 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 두 가지 문제가 떨어질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젠더와 노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 는 문제에 대해 개인적 수준의 저항을 넘어 서 노동의제로 확장시켜 다뤄나갈 필요가 있죠. 한편, 현재 여성노동운동에게 무엇보다 중 요한 이슈는 코로나19일 것이다. 코로나19 위 기가 특히 여성 노동자에게 집중되었다는 통계 가 드러났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을

일터 45


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전망합니다. 이런 변 화가 과거의 해결책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큰 변수이자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나 갈 수 있는 기반이라고 봐요. 한편, 여성 노동자의 구체적인 현실은, ‘여 성’에 대한 시선과 인식, 나아가 근본적 차원의 젠더 불평등 문제 등 여러 층위의 문제들과도 복합적으로 이어진다. 이런 점에서 여성 노동 운동과 연구가 가야할 길은 다양한 층위에 있 는 문제들 간의 연관성을 밝히고 드러내는 일 일 것이다. 신경아 여전히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특 히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은 중요한 비판 대 상입니다. 이런 인식 속에서 같은 일에서의 ▲ 전시 상황에서 어떻게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노동력 으로 동원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포스터 이미 지다. 차후 이 시기의 이미지들은 여성운동을 상징하 는 이미지로 의미화되었다. 출처: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성별임금격차, 직무의 성별분리 등 결과가 만들어져요. 의식의 차원에서 혁명이 필요 해요. 또한 노동자의 정체성, 인권과 관련 된 다양한 의제들을 노동운동의 과제로 가

독립적인 사건으로 보기보다는 한국사회가 이

져가면서 교차하는 지점들을 보려는 노력

미 경험한 두 번의 경제위기와의 연관성 속에

역시 필요합니다.

서 주목하고 있다. 1997년 IMF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노동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수많

이번에 진행한 두 가지 인터뷰를 통해서 ‘젠

은 여성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차후 더

더’와 노동자 건강의 관련성을 지속적으로 고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로 밀려났다. 이런 사회

찰해나가기 위해, 그리고 ‘여성 노동’의 문제의

적 맥락에서 현재 많은 여성단체들이 코로나19

식을 가지고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나가기 위

를 ‘여성 노동자의 위기’로써 선제적으로 명명

한 관점들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노동안전보

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의 활동을 ‘젠더’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되짚 어보는 것, 그리고 노동안전보건 운동이 향후

신경아 자본주의,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경

고민해야 하는 다양한 의제들을 발견하는 작업

제위기가 있을 때 어떤 집단을 희생시키는

을 연구소의 집중사업인 ‘여성노동자 건강권’

방식으로 해결해나갔어요. 희생의 대표적

활동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후속 과제로 남겨

인 집단은 ‘여성 노동자’였죠. IMF의 경우,

두며 글을 마친다.

대기업 생산직, 사무직 중간관리자 여성들 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어요. 현재는 서비스 직·임시직 여성 노동자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어요. 그러나 여성이 위기 국면에서 도 구화되는 것을 초기부터 문제제기하고 있

46

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안전보건운동과의 마주침③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으로 안전한 현장 만들자!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대표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노동안전보건 운동은

동안전보건 운동은 무엇일지, 이주노동자들이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 산업재해 피해자와 사

운동의 주체로서 서기 위해서는 노동안전보건

망자의 유가족들의 기나긴 싸움이 만들어냈

운동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연대할 수 있

다. 많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

을지, 법의 사각지대를 어떻게 메꿀 수 있을지

법 조항이 이들의 싸움으로 바뀌고 개선되었다

를 묻기 위해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

고도 할 수 있다. 자본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노조’)의 우다야 라이 위원장과 포천 이주노동

은 나 몰라라 한 채 이윤만을 좇으며 노동자의

자센터의 김달성 대표를 만나보았다.

죽음까지도 비용으로 처리할 뿐 현장을 바꾸 는 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끈질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사업장 변

긴 싸움으로 안전과 보건 관련 제도가 조금씩

경 자유를 위해, 또 이주민 차별을 막기 위해 싸

나아지고 있는 가운데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워왔다. 2014년부터 노조 위원장직을 맡아 이

있어 현장 변화가 너무나도 더딘 곳이 있다. 바

주노동자 처우 개선과 조직화를 위해 노력 중

로 이주노동자들의 일터다.

이다. 김달성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과 거 노동운동 활동 후 일반 교회 목회 활동을 이

이주노동자들의 산재 발생률은 한국인의 7

어가다가 3년 전부터 영세 소규모 제조업 사업

배로 수치 면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또 하나의

장과 농업 사업장이 분포해있는 포천 지역에서

심각한 문제는 이주노동자들이 산재신청에 대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해 잘 모르거나 사업주가 승인하지 않아서, 또 는 미등록 신분이 불안해 많은 경우 산업재해

이주노동자 병들게 하는 사업장 변경 제한

신청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최초 3년간

사업장에서 일상적으로 듣고 겪는 고성, 인종

의 노동 시간을 준다. 사업주가 승인한다면 1년

차별 발언, 폭행은 이들의 정신 건강을 갉아먹

10개월간 더 일을 할 수 있고, 또 한 번의 승인

기도 한다. 이런 이주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노

이 있으면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재입국 할 기 일터 47


회가 생긴다. 사업장 변경은 온전히 사업주의

신청조차 이주노동자가 포기하게 만드는

권한이기 때문에 사업주가 근로계약 해지를 원

거예요. 법과 제도적 문제가 노동자의 건강

할 경우, 사업장의 휴업, 폐업, 사용자의 근로조

을 심각하게 위협 하는 거죠. 고용허가제가

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가 있을 경우 사업장

산재를 조장하기도 합니다. 올해 1월, 양주

을 옮길 수 있다. 그 외에는 사업주 승인이 있어

에 있는 회사에서 보일러가 폭발해서 노동

야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직장에서 한국인

자 2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대재해를 당했

관리자에게 폭행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한다 해

는데 사망자 중 1명이 이주노동자였습니다.

도 사업주가 승인하지 않으면 다른 사업장으로

재해자 중 절반이 이주노동자였고요. 재해

이동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산업재해로 신체적,

당한 이주노동자가 사고 충격이 심해서 불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더라도 사업주 승인 없이

안해 일을 못 하겠다고 하면서 사업장 변경

직장을 옮길 수 없는 이들에게 강제노동은 먼

을 신청했는데 사업주가 수락하지 않았습

얘기가 아니라 매일 맞닥뜨리는 현실이다.

니다. 세 노동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를 심 각하게 앓았고 담당 의사도 사고로 인한 것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노동

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거든요. 사업장 변경

자로 들어와 있는데 직장 변경 권리가 보

하려고 5개월 넘게 요구하다가 겨우 승인

장되지 않습니다. 강제노동에 노출 되는 거

받았습니다.

죠. 육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 고 한계를 넘어서면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한국인의 7배 산재 발생율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런 건 전혀 고려가

2018년 이주노동자의 산재발생률은 1.42%

되질 않아요. 사업장에서 산재 사고, 또 산

로, 0.18%인 한국인 노동자보다 7배가 높다. 그

재 사망도 일어나는데 열악한 근로조건이

만큼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 한다는 것

개선되지를 않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저

이다. 영세 사업장이 대다수이다보니 사업주

임금, 장시간 노동을 계속 하고 있어요. 사

역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사용

업주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개

하는 화학물질이 유해하다고 지적하니 어떤 사

선 노력을 하지 않아요. 권리가 인정되어야

업주는 “30년간 내가 썼지만 아무 문제 없었

사업주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데 이

다”고 했다는 우다야 라이 위원장의 말이 씁쓸

런 상황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할 수가 없

하다.

죠.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하는 이주노동 자도 있습니다. 사업장 이탈해서 미등록 상 태가 되는 노동자도 있고요.” 김달성 “산재보상신청 하는데 거기서부터 걸려요. 사업주 동의가 없어도 산재 신청할 수 있지만 방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 법적인 것인데도 못 하는 거죠. 고용허가 제 첫 기간은 3년이고 1년 10개월 연장하 기 위해서 사업주 승인이 필요하고, 그 후 본국에 돌아갔다가 재입국을 할 때도 사업 주 승인이 필요합니다. 그런 법과 제도 하 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산재 보상보험 48

노동자가 만드는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단기간 머물다 가지만 유해 물질을 취급한 후 당장 나타나지 않을 질환이 나중에 나타날 수 있어 그 위험 정 도를 알기 어렵다. 이런 위험을 알고 제대로 대 처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안전장치가 필수적이겠지만, 그런 사업장 에서 일 한다는 이주노동자는 극히 소수에 불 과하다. 김달성 “3년간 만나 본 이주노동자 중 안전 교육을 받았다는 사람은 한, 두 명 정도 뿐


이예요. 99%가 받지 못 했다고 했습니다.

었는데, 산재 보상도 안 되고 근기법으로도

거의 없는 거죠. 공장에 안전장치도 설치되

보상을 못 받았습니다. 1년간 1억 넘는 비

어있지 않고요. 올해 초 양주 가죽공장 사

용이 들었는데 네팔 공동체, 일반 시민들

고를 보면 폭발이 엄청 크게 나서 주변 공

이 기금 모아서 병원비를 지원해줬습니다.

장들이 파편 맞을 정도였습니다. 가죽공장

5인 이상 농어촌 사업장은 산재보험법 적

은 안전관리사가 있어야 하는 업종인데, 안

용 대상이지만 이주노동자와 사업주가 주

전 관리사를 두지 않고 안전조사를 실시하

종관계나 마찬가지라서 산재보상 신청 못

지 않아 기소됐거든요. 큰 보일러를 쓰기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근로기준법 63조

때문에 안전 관리사가 있어야 하는 공장인

(농축산어업 등에 근로시간, 휴게, 휴일 등

데 없었습니다. 안전장치가 있어도 빼놓고

적용 제외) 때문에 제조업보다 더 옥죄는

일 하게 하는 것이 현실이고요.”

상황이고, 하루도 안 쉬고 일 하는데 수당 도 없습니다.”

산재 예방을 위한 제도는 전무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지 않는 소규모

이주노조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입국하는

사업장이기에 산재 예방은 먼 얘기일 뿐이다.

인천공항에서 직접 사전 교육을 하기도 한다.

예방은 고사하고 산업재해가 빈번히 일어나는

공항에 막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에게 고용허가

데도 산재보상보험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제, 고용허가제의 문제점과 개선할 점, 노동3권

많다. 이주노동자들이 고용되는 농축산어업의

에 대해 설명한다. 노동자에게 문제가 생길 때

경우 법인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사업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산

주가 산재보상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

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산재신청, 보상 안내 등

문이다. 사고나 질병이 발생하는 사업장에 법

도 교육 내용이다. 이런 기본 교육은 사업주가

을 적용해 산재를 예방하게 만들고 정부가 작

실시해야 하지만, 고용허가제는 사업주가 이주

업 환경 감시를 통해 안전을 유지하게 만들어

노동자를 ‘사용’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있기

야 하지만 정부 정책에 그런 고려는 전혀 없어

때문에 노동자의 노동권, 건강하게 일 할 권리

보인다.

에 관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 은 예상도 못 한 채 다치고 폭력에 시달리며 일

농축산어업에서는 법인이 아닌 사업주에 게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문을 열어두 지만, 이들에게 산재보상보험법이나 건강보험 에는 가입을 강제하지 않아 노동자 보호가 전 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본적 인 산재보상보험과 건강보험 보장이 시급해 보 인다. 김달성 “농어촌은 대부분 기계화 되어 있 습니다. 산재가 적지 않아요. 그런데 5인 미 만 사업장이 대다수라서 산재보상보험 적 용이 안 되죠. 어떤 이주노동자는 과수원에 서 일 하다가 허리뼈가 부러지는 재해를 입

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안전한 현장을 위한 과제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사회는 이주노동자 들이 일 하는 사업장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 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우다야 라이 노동강도를 낮춰야 합니다. 그 래야 건강하게 일 할 수 있죠. 사업주가 산 재보상보험법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만드 는 것도 필요하고요. 산재가 발생하면 사 업주가 이주노동자를 다시 고용하지 못 하 게 해야 안전에 신경 쓰게 만들 수 있습니

일터 49


우다야 라이 “체류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어요. 체류기간이 더 길면 부당함을 더 잘 알 수 있으니까요. 이주노동자들이 의식 을 높일 수 있는 시간도 더 있어야 합니다. 현 제도가 노동자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해요. 이주노동자 유입되기 시작한 지 30년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참 오랫동 안 똑같은 요구를 하고 있어요. 제도, 정치 인, 국민들의 인식까지 바꿔야 해요. 동남 아시아 출신 무시하고 선진국 출신은 다르 게 생각하는 인종차별 문제도 바꿔야죠. 한 국인도 똑같이 이주민이 될 수 있는데, 이 걸 깨닫고 차별 없애야 해요. 한국 사회에 ▲ 일터 108호(2012.12) 표지에 실린 사진. 이주노동자들 은 죽기 위해 이 곳에 온 게 아님을, 이 땅에 일하는 모든 이 들의 안전과 건강을 요구해나가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부경이주공대위

다. 사업장 점수가 높으면 이주노동자를 많 이 고용할 수 있는데요. 성폭력이나 사고가 나면 감점 몇 점주는 식이죠. 이주노동자가 정해진 날짜에 귀국하거나 사고가 안 나면, 또 문제가 있어도 정부에 들키지 않으면 점 수 잘 받아요. 노동자가 사망해도 감점 몇 점 받을 뿐 이주노동자 고용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사업장을 안전하게 만드 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사고가 나도 폭행 이 나도 사업장 변경이 어려운 상황을 바꿔 야 해요. 사업장 변경 권리가 산재 개선에 핵심적인 부분이에요. 이주노동자들의 싸움이 어려운 것은 이들 이 한국에 장기간 머물지 않는 데서 오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싸움 을 해야할 때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주노동자 들에게 어려운 것이다. 이런 한계로 인해 사업 주나 정부에서도 변화하지 않고 오히려 악용하 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필요한 체류 기간 을 쪼개는 현 정책은 이주노동자를 단기간 사 용하고 본국으로 보내겠다는 뜻이 분명히 담겨 있다. 50

노동자가 만드는

있는 차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쁜 것은 나쁘다고 말할 수 있어 야죠. 노동안전보건 운동을 가열차게 진행하는 동안에도 변화는 더디고 어떤 곳은 빛을 받지 못 한 채 그대로 남아있기도 한다. 소규모 영세 사업장은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안 전보건은 때로 교집합이면서 때로 합집합 상태 가 된다. 산재보상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하라는 지금까지의 노동안전 보건 운동의 요구가 이주노동자에게도 중요한 요구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모든 노동자에 게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이주노동자 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로, 이에 더해 사업장 변 경 제한 폐지가 함께 들어가는 것까지 확장한 다면 이주노동자가 함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노동안전보건운동과의 마주침④

청소년 노동건강권 활동을 돌아보며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이수정 활동가 인터뷰

이숙견 상임활동가

2014년 1월 24일 CJ 진천공장 현장실습생

습 상황을 드러내면서 문제를 제기하였다.

으로 나간 김동준은 폭언과 폭행, 장시간 노동에

이러한 활동이 교육부의 2006년 직업계고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왜 현장실습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을 만들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죽을 수 밖에 없었을까?”로 시작한 청

러한 경험을 통하여 비정규노동자센터 소

소년 노동인권활동은 연구소내 청소년 노동건

속(민주노무법인)으로 청노인넷 활동에 참

강팀을 구성하게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청소년

가하게 되었다.”

노동인권네트워크(이하 ‘청노인넷’)와의 소중한 활동의 경험과 인연을 만들어주었다. 청노인넷

청노인넷은 네트워크로 모인 활동 단체로

에서 2006년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는

많은 성과를 냈다. 실제로 ‘똑똑, 노동인권교육

이수정님을 만나서 청소년 노동인권 활동과 과

하실래요?(이하 ’똑똑‘)’를 함께 만들고 워크숍

정에서의 고민, 그리고 향후 청소년 노동안전보

을 진행하면서 많은 지역에서 청소년노동인권

건 활동 방향을 나누었다.

네트워크 확산과 교육과정에서 노동인권교육 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전국화에 큰 역할을 하 였다. 더불어 교육을 통해서 만난 청소년은 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의 시작

래의 노동자가 아닌 현재 일하는 청소년 노동

“2003년 실업계고 현장실습생이 엘리베이

자로서 밑바닥 노동 현실을 직면하게 했다.

터 설치하는 과정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 게 되면서 현장실습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

“현장실습 대응활동으로 시작했으나 청노

었던 단체-전교조 실업위, 인권운동사랑

인넷에 모인 단위가 공통으로 교육에 관심

방,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비정규노동자센

이 많았다. 2006년 현장실습제도 정상화

터, 민주노동당 등-들이 모이게 되었다. 자

방안을 끌어내면서 현장실습대응은 학교

연스럽게 실업계고 현장실습 실태조사를

안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교육

하게 되었고, 당시 열악하고 위험한 현장실

활동으로 모아졌다. 노동인권교육의 필요 일터 51


성을 느끼면서 함께 만든 내용이 ‘똑똑’이었

결국 남은 단체의 역량으로 현장실습제도를 바

다. 처음부터 완결된 내용이 아니기에 워크

꾸기에는 벅찬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

숍 통하여 내용을 보완하고 함께 프로그램

을 통하여 현장실습제도와 실습생에 대한 금속

을 만들어냈다. 많은 지역에서의 공부방, 학

노조 등 노동조합의 관심과 연계를 모색하는

부모, 청소년단체, 노동조합활동가가 참석

단초가 되었다.

하였다. 첫 번째 워크숍을 2005년에 시작하 였고, 2010년까지 매년 워크숍을 하면서 전

“그전까진 노동조합이 현장실습제도와 현

국단위 활동가들과 함께하였다. 더불어 학

장실습생에 관한 관심이 없었다. 잠깐 왔다

교안에서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도 느끼고

가 가는 학생으로만 생각했지, 같은 동료로

있었기에 전교조 교사 대상의 직무연수도

생각하지 못했다. 노동조합이나 금속노조

함께 배치하였다.”

에서 관심갖게 되었고, 대책위가 만들어지 면서 적극적으로 결합하였지만 이후 청노

“학교나 지역에서의 교육은 실제로 일하는

인넷 활동으로 함께 이어지지는 못하였다.

청소년의 심각한 노동현실을 직면케 하였

더불어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를 바라보는

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실태조사-예를들

입장 차이와 지역과의 소통과정에서의 여

어 2008년 최저임금 실태조사, 2011년 십

러 문제로 현장실습제도는 개선방안을 마

대 배달노동실태, 2014년 십대 밑바닥 노동

련하는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청노인넷도

등-로 이어졌으며, 문제 제기와 대응을 요

단체들이 빠지면서 단체결합에서 개인이

구하는 활동으로 연결되었다. 네트워크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렇다

구성되었지만, 참가자가 관심과 이슈를 가

보니 이슈를 중심으로 모여 집중하고 빠른

지고 참석하였고, 과정에서 실태조사와 문

대응이 가능했던 네트워크의 활력이 떨어

제에 대한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대응활동

지게 되었고, 자발성과 책임성이 요구되는

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 활동의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쉽 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광주 기아자동차에서 발생 한 현장실습생 뇌출혈사건은 엄청난 충격을 안

이후 현장실습생의 사망사건은 지속적으

겨주었다. 대부분 직업계고 현장실습문제에 관

로 발생된다. 현장실습생이 야간작업 중 폭우

한 상담은 취업 이후 임금문제 정도였는데, 기

로 바다에 빠지는 사고, 야간에 폭설로 공장지

아차 사건을 통해 확인된 현장실습제도의 문제

붕이 무너지면서 작업중인 실습생이 사망하였

점은 확인할수록 심각했다. 이 사건은 현장실

고, 괴롭힘과 과로노동으로 자살사건이 발생하

습생이 도장부서에서 주 70시간 이상의 장시간

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소는 현장실습생의 산

노동과 야간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재사망사건 대응과 노동안전보건 현황을 확인

이며, 취업률을 위해 산업체의 단기간 노동으

하기 위해서 청노인넷을 방문하였다.

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 현장실습 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한노보연의 결합 “김동준 사건이후 연구소에서 최민과 김형

하지만 청노인넷에 함께 했던 청소년단체

렬소장이 찾아왔다. 당시 충북지역에서 대

와 인권단체는 2012년 학생인권조례 활동에 집

응하고 있었고 청노인넷은 기력이 없는 상

중하면서 네트워크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고,

황에서 대응 수위를 고민 중이었기에 연구

52

노동자가 만드는


소가 제안한 현장실습 실태조사와 대응활

환을 모색중이다. 그중 하나가 청소년 노동인

동에 적극적인 노력을 할 수 없었다. 하지

권활동가 대상 노동안전보건 워크숍이었다.

만 기존 단체와는 다른 노안단체기에 기대 가 있기도 했다. 그리고 2015년부터 최민동

“2019년에 이어 청노인넷과 함께 준비중인

지가 연구소 상임활동가로 청노인넷에 함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워크숍은 청노인넷에

께하면서 현장실습 제도 문제에 대한 고민

서도 시너지가 되는 활동이며, 전국차원에

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2015년 전교조, 민

서 전국화로 연결할 수 있는 기제가 될 수

주노총, 금속노조,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다시 지

3차례 단위별 간담회를 진행하였고, 2016

역과 만났을 때 그러지 못한 상황을 확인하

년 직업계고 실습실 실태조사는 기간 직업

게 되었고, 올해 심화과정을 준비하면서 코

계고 대응활동에서 다른 돌파구를 보여주

로나까지 겹치면서 기대했던 사업이 될까,

는 활동이기도 했다. 당시 단체들이 빠지면

오히려 아이템 중 하나가 되어버리진 않을

서 침체되어 있던 청노인넷의 상황에서 연

까 하는 우려도 된다.”

구소의 결합(특히 무게감을 싣는 상임활동 가의 결합)은 활력이 되었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은 교 사와의 접촉면을 더 넓혀서 교사들이 수업

연이어 발생한 전주 LG유플러스 사망사건

에서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과과정도

과 제주 음료수 제조공장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융합교과, 선택 교육 등 많이 바뀌는 상황

은 전국 현장실습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게 하였

이기에 더욱 그렇다. 교사가 교육 내용을 잘

고, 간담회에 참석한 단위(민주노총, 금속노조,

소화해야지 학생들에게 전달을 잘할 수 있

전교조실업위원회, 비정규직없는세상, 불안정

다. 최근 나오는 안전보건 교과서도 내용이

노동철폐연대 등)가 대책위 구성에 함께할 수

너무 문제가 많은데, 전달도 제대로 못하니

있었다. 이번에는 산업체파견 현장실습 폐지를

깐 교육이 안된다. 한노보연이 그러한 역할

내세우며 공세적인 대응을 하였으나, 결국 현

을 해주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구

장실습제도 개선에 더 초점을 맞춘 당사자 조

소의 컨텐츠를 잘 전달하는 것’, 노동교육원

직의 요구와 지역 및 전국 대책위 내 여러 버거

이 출범했는데 노동안전보건 부분에 대한

움으로 결국 지금의 현장실습제도로 머물게 된

콘텐츠가 전혀 없다. 그러한 약한 부분을 공

다. 이 과정에서 대책위도 해소하면서 결국 개

략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나서 내용을 잘 전

인의 활동가와 한노보연이 함께하는 청노인넷

달하고, 방향과 고민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

으로 남게 되었다.

게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과 같이 안전보건에 관한 연구소의 역량을 투여하

그리고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대응활동은 연구소에도 많은 경험을 하게 한 활동이었으

는 것이 필요하며, 지금의 한노보연은 그러 한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나, 과정에서 현장실습생, 직업계고학생, 그리 고 교사와 노동조합 등 모두의 동력이 함께하

청소년 노동안전보건운동의 과제

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이 힘들다

연구소는 실습실 실태조사를 통한 직업계

는 것도 확인하였다. 2019년부터 연구소는 우

고 실습실의 작업환경개선 필요성을 의제화하

리가 잘할 수 있는 활동으로, 청소년과 교사, 활

였고, 청소년의 노동안전보건 플랫폼 구축 연

동가를 대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전

구를 통하여 알권리 실현의 중요성도 제기 중

일터 53


사업을 집중하거나, 몇 개년 계획으로 집중 할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 각한다.” 마지막으로 일터 200호를 맞이하는 10월 호 인터뷰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며, 200호를 맞이한 일터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 들어 보앗다. ▲ 현장실습생의 노동 현실을 다룬 2016년 9월 <일터> 출처: 청소년현장실습노동인권확보 트위터

이다. 이러한 활동은 청소년의 노동안전보건 감수성 키우기를 토대로 청소년이 당사자로서 중심성을 가지고 안전과 건강의 주체로서 세우 기 위함이다. 연구소의 청소년 노동건강권 활 동을 다년간 지켜본 청노인넷 활동가로서 좀 더 연구소가 집중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 일까? “한노보연의 무기는 전문성이고, 청소년 노 동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 강점이기에, 그러 한 강점이 전문성과 함께 잘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제대로 전문성 을 발휘하는 것이다. 연구소의 역할은 역량 을 계속 축적해서 여기저기에서 내용으로 순환되고, 그게 바탕이 되어서 당장 드러나 지 않더라도 지속성을 가지는 것, 연구소가 할 수 있는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심화 워크숍이 마무리되면 다른 형 태의 고민도 해보면 좋겠다. 청노인넷만 파 트너로 생각하지 말고 한노보연이 중심이 되어서 청소년팀에 자문위원이나 운영위원 회를 구성하여 회원들을 결합하고, 자문하 는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과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중요 하지만 오히려 지금은 역량의 한계도 있기 에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도록 한두 군데로 54

노동자가 만드는

“꾸준히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 다고 생각한다, 횟수가 200호가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하다. 전문적으로 활동 하는 것, 컨텐츠를 축적한다는 것은 노력하 지 않으면 대단히 어렵다. 기간 청노인넷 활 동에서 아쉬운 것은 네트워크 활동이니 총 회 등 행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청노인넷 활동에 대하여 시기별로 정리된 내용이 없 다는 것이다. 그러한 부분에서 아카이빙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터는 여러 매체의 홍수에서 관점을 담은 몇 안 되는 매체로서 의미가 크고, 누군가 이 분야에서 관심을 가질 때 도움이 될 것이 다. 더불어 연구소의 전문적인 이야기는 기 획기사로 집중적으로 다루고, 나머지는 회 원들 이야기, 어설프긴 하지만 쉬어가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함께 나누는 지면이 할애 되었으면 한다. 연구소에서 이러한 사람들 이 함께 하구나를 만나고 접하는 지면이 많 으면 좋겠다. 축하한다.”


일터 55


56

노동자가 만드는


일상이 된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유청희 상임활동가

2010년 2월부터 <일터>에 기고하기 시작하 셨는데요. 글을 기고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

“2009년에도 기고한 적이 있었어요. 그 러다가 김재광 동지에게 코너 제안을 받았고, 2009년 송년회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답을 한 거죠. 이훈구 동지도 일상 업무를 글로 풀어보 라는 제안을 해줬어요. 영광이라 생각하면서 쓰게 됐습니다. 상담했던 내용을 기고하기 시 작했는데, 모든 상담이 이슈가 되는 것은 아니 니까 주제선정이 어려웠어요. 1~2년쯤 후부터 는 에세이처럼 쓰기로 했는데, 이때 편해졌죠. ▲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0년 간 <유노무사 상 담일기, 더불어 여(與)> 코너의 필자로 활동해오신 노무 법인 필의 유상철 노무사.

평소 가졌던 고민거리를 글로 쓰게 됐으니까

200호 발간을 맞아 <일터>의 장기 코너

점을 주제로 삼았는데, 사건을 글로 기고하다

인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의 필자

보니 맡은 사건을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생각도

유상철 노무사를 만났다. 이 코너는 2010년 2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일터>가 제 일에 도움

월, 74호부터 시작해 10년간 변함없이 매달

을 준 면도 있죠.”

요. 진행 사건 중에서 주목해야 할 사안이나 쟁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유상철 노무사는 직접 담당하신 상담 내용을 통해 노동자들의 현실

상담일기 10년 동안 쓰시면서, 주제 측면에

을 보여주거나 법 개정 내용, 판결을 소개하

서 주요 사건을 돌아봤을 때 어떤 변화가 보

며 그 의미를 설명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시는지요? 혹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

그의 일터 기고를 향한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있었다. 애정 어린 소감을 여기 싣는다. 일터 57

일터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었나요?


“과로 기준이 2018년에 생겼고, 업무부담 가

10년간 일터에 글을 기고하셨는데, 소회

중 요인이 나오게 됐습니다. 그런데 여기 속하

는 어떠신지? 향후 코너의 향방은 어찌될

지 않으면 과로로 인정이 안 되는 거예요. 기준

까요?

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요구해볼 수 있었거든요. 이제 기준에 나오는 내용 외에 추가적인 요인

“보람찹니다.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걸 고려할 수 있게 해야 해요. 기준 자체는

그간 썼던 글을 보면 그때 뭘 했고 어떤 걸 고

노동자 재해 인정에 유리하게 되는 면이 있고,

민했었는지 드러나요. 이명박, 박근혜 정권

그런 변화는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성 정신

시절에는 글도 꽤 세고, 2017년 넘어서는 평

질환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증상은 유사한데도

온하기는 한데 더 세밀하게 썼죠. 최근에는

적응장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이 되는데 공황

사회적으로 용인 안 됐던 것들이 다양한 노동

장애는 되지 않는 문제가 있고요. 하지만 직업

안전보건 운동을 통해서 현실화되었으니까

성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 달라진

요. 일터에 글을 쓰는 것은 의미 있는 일도 하

것은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도 수용성이

면서 나를 다잡는 일이기도 해서 참 좋습니

높아졌어요. 연구소가 주장했던 것이 어떤 축에

다. 연구소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많

서는 실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죠.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제 일 지속하는 한 쓸 생

지금까지 담당하셨던 것 중 기억에 남는 사

각입니다. 새로운 꼭지가 필요해서 중단 요청

건은 무엇인가요?

오지 않는 한 쓰겠습니다. (웃음) 이제 매달 보내는 일상이 되었어요. 저는 이 코너에서

“2005년에서 2007년, 지하철 기관사들

노동안전보건이라는 요구보다 더 확장된 영

의 정신질환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도

역에서, 또 일상생활에서 고민할 수 있는 노

시철도는 통제가 강한 조직문화가 있었어요.

동자들의 현실을 글로 쓰는 의미가 있다고 생

2012년 3월 이재민 기관사가, 동료가 운행하려

각해요.”

한 열차에 몸을 던져 자살한 사건입니다. 사건 맡으면서 주로 현장 통제, 조직문화, 인사권 남

앞으로 <일터>가 다룰만 한 주제나 나아갔

용 문제를 지적했고, 이것들이 스트레스 주요

으면 하는 방향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인이었다고 봤어요. 전직 신청을 했는데, 회사 에서 그 직종에 자리가 없으니 기관사 일을 계

“CCTV를 가지고 말씀을 드리면, CCTV

속 하라고 한 며칠 후 사건이 발생한 거죠. 업

는 끝나고 나서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이죠. <

무상질병판정위에서 위원장이 개인적 요인 위

일터>는 사전 예방이나 현장 활동에 맞춰져있

주로 질문을 하더니, 결국 개인적 요인으로 자

어요. 앞으로 어느 현장에서 활동을 통해서 어

살했다고 나왔습니다. 소송으로 갔고 행정법원

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에서 승소, 고등법원에서 승소해서 완결 났습

최근 JTBC 뉴스에서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

니다. 이겨야 하는데 져서 화 난 것도 있었지만,

후 노동 현장에 변화가 있었길 기대한다고 한

제가 지하철 탈 때 누군가 쳐다보는 것 같아서

다음, 들어가 보니 변화가 없더라는 내용을 보

두달 간 지하철을 못 탔어요. 그 후 2년 6개월

도했거든요. <일터>에서도 그렇게 사건 이후

간 세 분의 기관사가 더 자살 한 안타까운 일이

를 추적해보면 좋겠습니다.”

있었습니다. 자살 사건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때 참 처절하게 했어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58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라는 좋은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

김세은 선전위원

고민의 여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꽤

그램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자료 제

재미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언젠가는 해보고

목 아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선전

싶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위원 김세은’이라고 썼다. 그것을 본 상임활 동가 한 분이 선전위원들은 연구소의 일원으

처음 선전위원 활동을 시작할 때는 원고를

로 자신을 소개할 일이 있을 때 꼭 선전위원

받아 읽으며 맞춤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없는지

이라고 밝히더라며 은근 자부심이 있는 것 같

확인하고 의미 전달이 불분명한 부분을 고쳐

다고 했다. 그저 선전위원으로 활동 중이니까

쓰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중요

그렇게 한 것이었는데 ‘정말 그런가?’하고 곰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터에 좋은 주제와

곰 생각해보았다. 자부심까지는 의식하지 않

내용의 글이 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오

고 있었지만, 선전위원회는 나의 연구소 활동

타나 잘못된 띄어쓰기, 꼬인 문장이 자주 눈에

중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몇 년간 이어오

띄는 만듦새로 세상에 나오는 일은 없었으면

던 운영집행위원 활동이 개인적 여건상 어렵

해서다. 나름의 기준으로 고쳐야 할 곳이 너무

게 되면서 더욱 그렇게 된 듯하다.

많은 원고를 만나기도 하는데, 조금씩 수정하 다 보면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주술호응이 맞

이 글을 쓰기로 하고 언제부터 선전위원

지 않거나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부분

으로 활동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기억

은 고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러다 혹여나 필자

이 잘 나지 않아 지난 <일터> 몇 권을 열어보

의 원래 의도와 다른 방향의 글이 되어 버리는

며 표지 안쪽 선전위원 명단에 내 이름이 언

것은 아닌지, 자주 쓰는 단어나 말투에서 개성

제부터 등장하는지 찾아보았다. 공기업에서

이 드러나듯 글로 드러나는 글쓴이만의 색깔을

일하던 시기, 혹시나 직장에서 꼬투리 잡힐까

내 마음대로 지워버리는 건 아닌가 싶어서다.

싶어 가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머리를

고칠 것이 많아 보이는 원고를 받아 읽을 때마

스친 ‘콜라비’라는 이름이 2017년부터 등장

다 여전히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한다. (더 오래된 줄 알았는데 기억력이 갈수 록…) 선전위원회 활동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모 잡지에 ‘독자 에세이’를 기고하여 실린 일터 59

일터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최근 연구소에서 기획한 외부 교육 프로


적이 있었다. 연락을 받고 무척 기분이 좋았는

개인적으로는 선전위원 활동에 아쉬운 점

데 막상 출간된 잡지를 보니 핵심적인 부분이

도 있다. 현재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잘 감지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있었다. 기

해 시의적절한 주제가 일터에 실리도록 제안하

분이 무척 나빴다. 수정된 글을 왜 나에게 확인

는 일은 아직 내게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또 곳

해주지 않았냐고 잡지사에 항의하고 싶을 정도

곳의 노동자, 전문가나 활동가들을 만나 인터

였다. (원고료가 적지 않아 그냥 참았다.)

뷰하는 일도 해보고 싶은데 개인적 운신의 폭 이 넓지 않아 아쉽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원고를 수정하는 것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하지만 맞춤법 문제가

20대 초반,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염두에

아니더라도 해당 코너의 정해진 지면보다 분량

두었던 선택지 중 하나는 출판업계에 취직하

이 많은 경우엔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지금은 요

는 것이었다. 다독가는 아니었지만 늘 읽고 싶

령이 생겨 굳이 쓰지 않아도 의미 전달에 문제

은 책 목록이 수첩에 적혀 있었고, 도서관과 서

가 없는 접속사나 조사를 삭제하면서 글자 수

점을 좋아했다. “좋은 책을 기획하고 세상에 내

를 야금야금 줄여본다. 꽤 효과적이면서 안전

놓는 일이란 얼마나 의미 있고 보람찬 일이겠

한 방법인 것 같다.

는가”라는 생각이 있었다. 쉬운 일이라고 생각 하진 않았지만, 순진한 시절의 막연한 동경이

간접적으로 항의를 받은 적도 있었다. 정해

었다. 지금도 그런 동경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진 분량에 비해 받은 글의 분량이 너무 많았던

아니다. 이번 생에 그 업계에서 일할 일은 없을

경우이긴 했다. 글자 수를 대폭 줄이면서도 글

거라고 생각하지만, 매달 <일터>를 낼 때마다

쓴이가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를 살리려니 어쩔

작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서 ‘좋은

수 없었다. 지면이 한정적인 종이 매체라서 더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

욱 그렇다. 받은 그대로 긴 글을 싣는다면 글자

각한다.

크기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글자 크기가 작아 지면 읽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독자들이 있

출산 후 매월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여건이

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필자의 글을 그대로 살

되지 않아 지금은 ‘온라인 선전위원’으로 활동

리는 것의 의미도 퇴색되기 마련이다. (이 지면

중이다. 선전위원회 텔레그램 방에서 회의 결

을 빌어 잠재적 일터 필진 분들께서는 원고 분

과를 전달받고 의견을 나누고, 내가 맡은 코너

량을 꼭 확인하시고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

의 원고를 검토한다. 언젠가 저녁 바람이 선선 한 한강 공원에서 선전위원 동지들과 맥주 마

월간 <일터>의 특장점은 ‘기획’이라고 생각

셨던 날을 가끔 떠올리곤 한다. 일터 200호 발

한다. 국내 유일의 노동안전보건 잡지, 한국노

간을 기념하는 행사가 예정되어 있지만, 조만

동안전보건연구소의 <일터>, ‘노동자가 만드는

간 선전위원들과 맥주잔 기울이며 200호 발간

일터’라서 담을 수 있는 주제와 목소리가 분명

을 축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있는 것 같다. 몇 호의 어느 기사라고 예를 들자 면 기억나지 않지만, 선전위원회 회의에서 다 음호 기획안을 검토하거나 실제로 원고를 받아 읽을 때 ‘이런 글을 일터가 아니면 어디서 읽어 볼 수 있을까’하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선전 위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어깨가 살 짝 무거워지는 순간이다. 60

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의 완성은?

정경희 선전위원

뷰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면 인터뷰가 훨 씬 매끄럽게 진행되므로 이에 대한 사전조사 도 새로운 장소에서 일면식도 없는 분을 만나 일터에 담고자하는 내용을 끌어내는 과정은 대 단히 기계적일 수밖에 없어서 긴장되고 약간의 불안함이 있다. 그래서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 서 만나거나 식사를 같이 하기도 하지만, 올해 는 코로나19로 식사마저 여의치 않아졌다. ▲ 2007년 7월 일터 코너 <이러쿵 저러쿵>에 전업주부로서의 노 동시간을 얘기한 정경희 선전위원의 글. "바쁘다 바빠!" 오늘도 그 는 사단법인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와 한노보연을 오가며,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출처: 선전위원회

인터뷰를 녹취하여 글로 풀고 다듬어서 인 터뷰에게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 에서 일부 수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편집에

<일터> 선전위원회 활동을 한 지 몇 년의

들어가게 된다. 이때 일터는 오마이뉴스와 기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의 인터뷰 글쓰기 활동

사 제휴가 되므로 전국 온라인지 공개 여부에

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전위 활동에 대해 몇

대한 동의를 받는 일이 꼭 필요하다.

자 적어볼까 한다. 인터뷰 글은 사람을 만나 야 가능한 글이다. 정보나 지식, 시의적 내용

기억에 남는 몇 번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에 인터뷰이의 생각과 감성이 제 3자에 의해

2016년 9월호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

글로 담아진다는 점에서 매력도 있고 반면 부

기>에 ‘인천공항엔 유령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

담이 되기도 한다.

다’라는 제목으로 당시 인천공항노조미화지부 지부장이었던 정명선 님을 인터뷰한 글을 실었

일터 기획회의에서 인터뷰이와 주제가 정

다. 인터뷰이의 솔직함과 국내 최대국제공항이

해지고 섭외가 성사되면 인터뷰 일정을 정한

라는 사실 덕분에 관심도 많이 받았다. 일단 적

다. 인터뷰하기 전 주제에 대한 내용과 인터

은 글이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꼭 필요한 노동 일터 61

일터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는 필수이다. 물론 아무리 사전조사를 많이 해


이지만 소외되어있는 미화노동자의 근무환경

를 통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하는 것이

과 개선지점을 드러냈기에 만족스러웠다.

아니라 인터뷰이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독자에 게 잘 전달하는 것이 선전위원의 임무이기 때

하지만 이렇게 늘 만족스러운 결과만 있는

문이다.

것은 아니다. 위의 과정을 모두 거치고도 마지 막에 인터뷰이의 어려움으로 일터에만 싣고 온

인터뷰를 하다보면 때론 인터뷰이도 깨닫

라인에서는 공유하지 못하는 글도 있다. 많이

지 못했던 내용이나 의미를 인터뷰 과정에서

알려지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만, 당

정리하거나 찾을 경우가 있다. 이럴 때 가장 큰

사자에게 부담이 된다면 어려운 일이다. 특히

보람을 느낀다. 인터뷰이 스스로의 활동에서

조직화 초기 탄압이 거세거나 조직력이 탄탄하

찾는 의미와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

지 못한 경우 간혹 발생하는 편이다. 그동안의

었으니, 그분의 말이 기록되고 알려지는 것이

노력이 허사인 것 같아 허탈하지만, 어쩔 수 없

또 다른 의미 있는 활동이지 않을까.

는 일이다. 다양한 활동가와 현장을 찾아 소중한 가치 특히 ‘현장의 목소리’는 투쟁 중인 현장을

를 들여다보고 받는 감동, 그것이 내 삶 속에 녹

찾아 인터뷰를 진행한다. 투쟁현장을 찾는 것

아내리기 때문에 역대 선전위원 중에는 삶을

은 연대 지지방문이자 투쟁 중인 사안 알리기

허투루 살아가는 사람이 없다. 이런 감동 어린

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일터와 온라인에 글

경험을 독자들도 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좋을

이 공유된 이후라도 잘 타결되었다는 소식을

것 같다. 혹시 전문성이 없어도 노동자의 삶을

들으면 기쁘지만 패배하거나 싸움을 이어나가

기록하고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누구

지 못한 경우도 있어 안타까울 때도 있다. 이럴

든지 가능한 선전위 활동을 경험해보지 않겠는

때면 인터뷰이를 포함해 투쟁하셨던 분들의 안

가? 현장노동자가 독자가 되고, 독자가 선전위

부가 걱정되기도 한다.

원이 되고, 선전위원이 각자의 현장으로 돌아 가는 순환구조가 원활해져야 노동자가 만드는

언젠가 선전위 회의에서 ‘현장의 목소리’는

일터는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흐름이 거의 같다는 의견에 공감한 적이 있었 다. 정당한 요구가 묵살되는 폭력적인 부당함

또한, 현장에서 취재를 요청해줘도 좋을 것

과 이것을 돌파할 무기는 동지애와 단결력이라

같다. 현장의 살아가는 이야기나 한 번쯤 공유

고. 빈손인 노동자에게 뾰족한 무기가 무엇이

하고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을 나누는 일

겠는가! 그러나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이 필요하다 느낀다면 선전위원회에 연락을 부

않고 숫자로 환산할 수 없지만, 동지의 단결력

탁드린다.

이 얼마나 공고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기도 하 고, 벼랑 끝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힘이기 때문

유튜브에 올리는 수많은 먹방과 탐방 영상

에 뻔—한 스토리이지만 가장 소중한 노동자의

은 많으나 삶을 지탱해주는 현장, 노동과정의

무기이지 않을까 싶다.

영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스스로 노동 이 야기, 현장 이야기를 소외시키고 있지는 않은

인터뷰할 때는 주의할 부분도 있다. 사전지 식으로 인터뷰이보다 더 알은 척을 하거나 앞 일을 예단하는 질문은 삼가야 한다. 인터뷰이

62

노동자가 만드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한노보연 이모저모

일터 63


64

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 1년 구독료 40,000원 / 권당가격 4,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구독신청 02-324-8633 / kilshlabor@gmail.com

2020년 9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강경희

김경호

김세은

김태규

박상정

변은영

임재우

유준

이상진

이지혜

정두인

조윤희

함승호

김병직

김경희

김소연

김태석

박선재

변준수

안규백

유지현

이서영

이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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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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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원

김교현

김영선

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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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안재범

육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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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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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

홍정연

강모열

김규연

김영수

김현호

박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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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옥

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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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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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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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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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훈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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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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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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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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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김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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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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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법률원

강화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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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만

이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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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원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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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성

김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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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손재현

엄기한

이기훈

이은수

조종완

정하나

최순재

현대차남양위원회

곽경민

김명성

김정원

문병모

박제한

손진우

엄연섭

이나래

이의용

지영훈

정해선

최영주

한국지엠노동조합

곽진경

김명수

김정훈

문승필

박종국

송기훈

엄정흠

이나연

이이령

장경희

정현일

최영준

지부

구자연

김미영

김종남

문시윤

박종근

송윤희

예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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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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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연

최원영

국승종

김민옥

김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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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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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옥

송홍석

오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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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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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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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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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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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김부욱

김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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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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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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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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