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1년 05월호

Page 1

노동자가 만드는

우리의 일터는 우리가 통제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변화는 현재진행 중 고령화 사회 ‘커뮤니티케어’의 중심, 방문진료를 말하다

통권 206호┃2021. 5

ST

! E K I R

WHILE THE IRON IS HOT!

가사노동자에게 노동권을 허하라!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영우, 경희, 기형, 혜인, 채은, 세은, 승종, 지나, 청희, 다연, 재영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1.5.7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ilsh.or.kr


독자에게

가사노동을 노동으로

지난 달인 4월 29일 가사노동자 보호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근로기준법 11조에는 ‘가사 사용인에 대해서는 노동자 근로로 적용하지 않는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가정 내에서 청소, 세탁, 육아, 간병 등의 노동을 하는 가사노 동자는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지 못하여 일하다 다쳐도 자비를 들여 치료 했었고 휴

가도 퇴직금도 없이 ‘그림자 노동’을 해왔던 것입니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68년 만에 가사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할 길이 드디어 열렸습니다.

새로운 법안(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은 그동안 ‘비공식’ 노동

이었던 가사노동을 법제화,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가사노동자도 연

차휴가와 퇴직금, 4대 보험 등을 보장받을 방안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법 안은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게끔 합니 다. 기업이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많은 가사노동자

들이 개인적인 방법으로 일을 구해왔습니다. 따라서 새로 제정된 법안은 모든 가사노 동자에게 적용되지 못하는 중대한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중개하는 서비스플랫폼업 체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이유로, 대다수가 중·고령의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사

노동은 무시되었습니다. 이제는 가사노동도 노동임을 제대로 인식하고 가사노동자들 에게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 선전위원장

일터 1


사진으로 보는 세상

▲4.28 세계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후원회원, 상임활동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노동 자가 안전한 일터, 세상을 기원하며 인증샷 찍기에 동참했다. 출처: 한노보연

2

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04

문화로 읽는 노동

가사노동자에게 노동권을 허하라!

스폰지밥은 내 친구일까

■ 가사노동, 착취에서 벗어나 노동권 쟁취의 길로! ■ 가사노동자의 몸을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하라 ■ 가사노동자법안은 노동권을 보장하는 법이 될 수 있나?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38

노동자에게 재해는 곧 삶의 위기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4 지금 지역에서는

승진이 뭐길래?

15

제3회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여성노동 건강 상식

알아보자, LAW동건강

20대 여성이 더는 죽지 않는 사회려면

17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변화는 현재진행 중

발칙 건강한 책방

46

50

살고, 살아내고, 살아가기 위해

연구리포트 20

이러쿵저러쿵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안의 내용과 쟁점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24

코로나19와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현장은 얼마나 변화했는가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52

노동자가 일터 주체되는 활동에 함께 합니다

안전보건동향

54

한노보연 이모저모

56

26

고령화 사회 ‘커뮤니티 케어’의 중심, 방문진료를 말하다

현장의 목소리

30

쿠팡의 꿈이 결코 이뤄지지 않는 세상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34

우리의 일터는 우리가 통제한다

이백 여섯번째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일터 3


가사노동자에게 노동권을 허하라!

특집

가사노동, 착취에서 벗어나 노동권 쟁취의 길로!

유청희 상임활동가

4월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가사근로자

부분은 여성들이 맡아왔고 지금도 그렇다. 가

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을 심의·의결해,

부장제 하에서 남성은 사회로 나간 반면, 여성

5월 법 제정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집에 실린

은 가정에 머물며 가사노동을 담당하게 되었고

글 세 편은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기 전에

여성의 가사노동은 오랜 세월 가치 없는 것으

법안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로 여겨졌다.

가사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해당 법안의 내용을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법이 제정되어도

가사노동이라는 ‘노동’

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노동자 등 여전히 풀리지

여성들의 가사노동은 애정이나 여성의 본

않는 문제들이 남습니다. 해당 법안의 내용과 이

성으로 오래 인식되었고 노동으로 여겨지지

번 일터 특집 글을 함께 보신다면 도움이 될 것

않았다. 이에 대해 70년대 페미니스트들은 가

입니다.(편집자 주)

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투쟁(Wages for Housework)을 시작했다. 자본주의와 가부장 제 하에서의 착취를 이제 끝내겠다는 선언을

당신이 가정에서 일상을 보내는 동안 스스

한 것이다. 70년대 영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미

로 하지 않았지만 거슬림이나 불편함이 없도록

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가사노동에 임금을

많은 것들이 갖추어져 있다면 필요한 여러 가

지급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 투쟁은 단순

지 일을 다른 누군가가 해놓았다는 말이 된다.

히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아니

당신이 쓴 수건을 빨아서 건조시키기, 설거지

라, 드러나지 않던 가사노동이 노동임을 선포

하기, 쌀 구입하기, 돌봄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

하는 강력한 싸움이었다.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의 일상을 케어하는 일까지. 여기 보이지 않는

거부할 때 남성과 사회의 일상이 어떻게 흔들

가사노동이 있다.

릴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70년 대 가사노동 임금 투쟁을 이끌었던 실비아 페

오랫동안 가사노동은 ‘무급’ 노동 영역에 있

데리치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을 투쟁할 때

었고 노동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그 노동 대

는 우리의 사회적 역할을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4

노동자가 만드는


거역하면서 투쟁한다”1)고 밝혔다.

가사노동 시장 형성과 노동권 배제 시장화된 가사노동을 법제도는 어떻게 정

여성들의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투쟁은 가

의할까? 근로기준법은 제2조에서 근로자를

사노동뿐 아니라 모든 무급 노동에 대한 싸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

이기도 했다. 이런 싸움은 확장하면서, 또 다른

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방향으로 갈라지기도 하면서 이어졌다. 2018

정의하고 있다. 한편, 동법 제11조 제1항 단서

년 스페인에서는 여성들이 전국적 파업을 선언

에서는 ‘가사사용인’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적

하고, 2시간 동안 부분파업에 돌입해 530만 명

용하지 않는다고 정해두었다. 가사노동을 비공

이 동참했다. 그 결과 열차 300편이 운행을 취

식 노동으로 보는 관점이 법제도에 그대로 반

소했다. 또한 여성단체들은 “가사를 내려놓으

영되어 있는 것이다.

라”고 선언하였고, 여성들이 아파트 발코니에 앞치마를 내걸기도 했다. 모든 차별과 착취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시행령 제2조 제

끝내기 위해 노동조합과 여성단체가 함께 했

4호에서 ‘가구내 고용활동’에 대해 법 적용을

고, 일하는 여성과 전업주부가 함께 행동에 참

제외하고 있어 가사노동자들은 법으로 보호받

여했다. 이 행동은 가사노동을 하는 무급 여성

지 못한다. 때문에, 가사노동자들은 엄연히 노

노동자들과 유급 여성 노동자들은 서로 연결되

동하고 있지만, 일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을 얻

어 있고 한쪽이 착취된다면 다른 한쪽 역시 착

었을 때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고 개인

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신호를 보여주었다.

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고 만다. 이렇게 가사 노동자들이 법 적용에서 배제되고, 가사노동의

이와 같은 투쟁이 있었지만, 여성의 노동이,

여러 문제가 개별화된 영역에 남아 있을수록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이 제대로 인정받는 시대

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 인권 침해 문제가

가 오지는 않았다. 다만, 여성들은 공고한 가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장제 하에서 여성들은 모든 차별과 착취에 대 해 계속해서 싸울 뿐이다. 한편, 여성들이 사회

가사노동자의 법 적용 제외 이유는 무엇일

진출을 시작하면서 집 밖에서 유급 노동을 하

까. 가정은 “상호의존과 애정에 바탕한 공간으

게 되었으므로 가사노동을 대신 할 사람이 필

로 상상되기 때문에, 시장의 가치와는 상충될

요해졌고 그 결과 하나의 유급 가사노동 시장

수밖에 없고 기존의 노동법상 권리는 가정에서

이 생겼다. 남성의 노동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는 부적합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하나의 이

여성의 노동에 변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가사노

유로 들 수 있다. “가사서비스는 전형적인 ‘여

동 시장이 생겼다는 것은 씁쓸하면서도 흥미롭

성의 일’로 인식됐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위 및

다. 가사노동 시장에 진입한 노동자들 역시 여

대우가 정당화되었다는 점”2)은 또 다른 근거가

성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가사노동 임금 투

된다. 누군가의 가정은 다른 이의 직장이 될 수

쟁을 하면서 가사노동의 사회적 역할을 외쳤지

없으며, 하필 그 일이 여성의 일이라는 것이다.

만, 가사노동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런 가치는 반영되지 않았다. 반대로 낮게 평가된

가사노동이 본업임에도 노동자들은 업무를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그대로 시장에도 반영

하기로 한 당일 아침에도 이용자에게 나오지

되어 가사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말라는 통보를 받기도 하는 등 고용이 매우 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1) 실비아 페데리치, 황성원 옮김, 『혁명의 영점』 갈무리, 2013, 43쪽.

2) 구미영 외,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보고 서」, 국가인권위원회, 2015, 19쪽.

일터 5


안정하다. 다른 직종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 가

ILO 협약 채택 이후 2012년부터 국내에서

사노동에서는 이렇게 생기기도 한다. 국가인권

가사노동자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수차례 발

위원회에서 발표한 2015년 <비공식부문 가사

의되었지만, 지금까지 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

노동자 인권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개업체

다. 거의 매년 법안이 발의되었는데, 2020년 <

를 통해 이용자의 집에 노동을 제공하는 가사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

노동자들이 겪는 심각한 고충 중 하나는 이용

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정부안, 이수진 의원 안,

자들의 ‘하녀처럼 대하는 원시적인 태도’였다.

강은미 의원 안이 발의되고, 21년 3월 임이자

가사노동자들을 동등한 노동자로 보지 않는 것

의원 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발의된 법안들

이다. 또한 타인의 집안이라는 매우 폐쇄된 공

을 보면 정부에서 인증받은 제공기관과 가사노

간에서 이용자에게 인권이 침해되는 경험을 할

동자가 근로계약을 맺고 사용관계를 명확히 하

가능성이 있고, 일터에서 성폭력이나 육체적

게 된다. 또한 주당 근로시간을 15시간 이상으

폭력이 발생할 경우, 이용자와 단둘이 있어 대

로 정하고 노동자들이 초단시간 근로에서 벗어

처하기가 다른 직장에 비해 훨씬 어렵다. 가사

나게 해 주휴 수당과 연차유급휴가를 받게 한

노동이 남성들이 하는 노동과 종류가 다른 ‘노

다. 발의된 네 개의 법안대로라면 제공기관와

동’이지만, 동등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계약한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재

점이 시장이 형성된 이후에도 동일하게 유지되

해보상보험법 역시 적용받게 된다. ILO 협약과

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법적 보호를 받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대로 상당 부분 가고 있는

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문제 발생 시 법 적용을

것이다.3) 위와 같은 법안이 마련되면 안정적 노

받는 노동자에 비해 해결, 보상을 요구하기보다

동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사노동자

참고 넘어가는 일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를 직접 고용하는 기관은 가사노동자 법안을 추진해온 가사노동자 협회, 여성단체에서 꾸준

가사노동자법 제정 시도 및 쟁점 검토

히 요구해온 것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비공식 노동으로 인식되었던 가 사노동은 ILO의 협약 이후 제도화 논의가 본격

가사노동자들은 비공식 노동에서 벗어나

화되기 시작했다. ILO는 2011년 제100회 총

다른 노동과 업무가 다를 뿐 같은 노동을 제공

회에서 가사노동자의 인간다운 노동에 대한 협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약(Convention Concerning Decent Work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가사

for Domestic Workers)을 채택했다. ILO 협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사용자 단체와

약의 주요 내용을 보면, 가사노동자들에게 결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우루과이의 경우,

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인정, 모든 종류의 강

가사노동자들이 전국가사노동자연맹에 소속

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차별 금지 등을 명

되어 이용자 단체인 가정주부연맹과 교섭한다.

시하고(제3조), 모든 종류의 학대, 추행, 폭력으

이들의 단체교섭의 결과는 교섭 당사자뿐만 아

로부터 가사노동자를 보호하도록 하며(제5조),

니라 우루과이의 모든 가사노동자에게 전국적

가사노동자들에게 고용 관련 조건을 명시하고

으로 확장되어 효력을 미친다.4) 미국에서는 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제7조), 노동시간, 연장

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교섭 단체를 꾸려

노동수당, 휴게시간, 주휴, 유급연차휴가에 대

가사노동자들과 교섭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직

해 일반 노동자와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제10조) 명시하는 등 가사노동자와 가사노동 자의 노동권을 보호하도록 했다.

6

노동자가 만드는

3) 발의된 법안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일터』 2021년 5 월(통권 206호) ‘특집3’을 참고하기 바란다. 4) 구미영 외,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보고 서」, 국가인권위원회, 2015, 209~212쪽.


▲ 출처: 한국여성노동자회

해보지 않았을 뿐 이를 위한 투쟁이 있다면 한

사노동자는 여전히 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

국에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고 사각지대에 머물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여 전히 여성이 하는 가사노동이 비공식적 노동으

가사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권 보장의 길

로 남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을 통해 가

10여 년간 가사노동자들의 법제화가 시도

사노동에 대한 오랜 차별이 사라질 수 있을지

되었으나 한 번도 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가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운데 어떤 법제화인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 다. 가사노동자 고용개선을 위해 현재 논의되

가사노동자들에게 온전히 노동권을 보장해

는 법안들은 제도 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가사

노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급해야 하고, 쉴

노동자들을 임금, 근로계약, 노동시간, 고용안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또

정의 측면에서 보호하기 때문에 분명 진일보한

한, 집단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해 사용자 단

면이 있다. 여성의 가사노동이 오랫동안 드러

체와 교섭을 진행하고 행동하는 것 역시 중요

나지 않았던 상황을 타파하고 그 가치를 인정

하다. 이것이 비가시화되고 비공식 노동 영역

받을 수 있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법안이다.

에 있는 가사노동자들이 드러내고 목소리 내게

그러나 현재의 가사노동자법 제정 움직임은 근

하는 길이다. 가사노동이 멈추면 모두의 생활이

로기준법 개정을 통해서 가사노동자 적용 제외

멈추고 사회가 멈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조항을 삭제하려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정부 가 인증하는 제공기관과 계약을 맺지 않은 가

일터 7


특집

가사노동자에게 노동권을 허하라!

가사노동자의 몸을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하라

정지윤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62세 재가요양보호사 이씨는 하루 동안 네

동자 스스로가 ‘도와주는 일’로 표현하는 것은

집을 방문한다. 치매환자 홀로 사는 집, 거동이

그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역사를 함축적

불편한 80대 노인 부부의 집, 70대 여성 노인

으로 보여준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돌봄이

의 집 두 군데를 차례로 돌고 퇴근을 한다. 어

필요한 사람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가사서비스

느 날 70대 여성 노인 집을 방문했을 때 장 봐

를 제공하는 노동자로 어깨 부담작업을 수행해

온 것들을 옮기다가 어깨에서 뚝 하는 소리가

왔지만 산재보험에서 인정하는 어깨 부담 작업

났다. 그리고 통증으로 며칠을 앓다가 정형외

경력은 18개월인 셈이다.

과를 방문해 우측 회전근개 완전 파열을 진단 받았다. 결국 그녀는 수술을 했다. 비슷한 일을

또 다른 60대 여성 정씨는 재작년, 고객의

겪은 동료 재가요양보호사의 소식을 듣고 자신

집 화장실을 청소하다 미끄러져 손목 뼈가 골

도 산재를 신청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수술 후

절되었다. 고객에게 치료비를 요청해보았지만

한 달 반, 보호대를 풀고 재활치료 중인 그를 진

어떤 의무조항도 없었기에 400만원 가량의 치

료실에서 만난 근로복지공단 의사는 그간 어떤

료비를 스스로 떠안았다. 손목뼈 고정 수술을 2

일을 해왔는지 묻는다.

번 받는 동안 그는 이른바 ‘생산활동’을 할 수 없었는데, 노동자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

“재가요양보호사 한 지는 이제 1년 반 정도

업급여도 없었고 은행 대출도 불가능 했다. 노

되었고, 이전에는 10년 정도 남의 집 집안

동자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는 다시 비공

일 도와주는 일을 하다가 그만뒀어요. 그 전

식부문 가사노동자로 돌아갔고, 일하다 손목이

에는 남편 사업이 괜찮아서 집안일만 했고

또 부러지지는 않을까 두렵다.

요. 그 때 일하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다치고 아플 때 있었는데 우리 집에서 일 할 때도

드러나지 않는 가사노동자의 아픈 몸

그 정도는 힘드니까 그냥 참고 지냈어요.”

2017년 고용노동부는 국내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규모를 25만명으로 집

가사서비스노동자로서 지내온 시간들을 노

8

노동자가 만드는


계했고1) 2020년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30만

다. 간병인의 경우 무시당한 경험, 과도하게 감

명에서 50만명으로 추산 하고 있다. 가사도우

시당한 경험을 가장 많이 했다고 응답했다. 가

미, 산후관리사, 베이비 시터, 그리고 펫 시터까

사도우미와 간병인은 물품 분실 관련하여 부

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의 몸은 한 번

당하게 의심 받은 경험은 11%, 업무 수행 과

도 노동자의 몸으로 지칭된 적이 없었으며 제

정에서 과도하게 감시당했다는 응답도 가사

대로 된 숫자조차 파악된 적이 없었다.

28.2%, 간병 31.4%, 육아 17.9%로 높게 드러

2)

났다. 과도한 감시와 관련하여 CCTV가 설치 국내 가사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하여 다룬

돼 있음을 인식하는 경우가 16~32%에 달했

연구 중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는데, 가사노동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은 경우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

는 26%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는 가사도우미, 간병인, 육아도우미 507명을 대

직장내 괴롭힘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

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가사

서 ‘CCTV를 통한 지나친 감시’가 명시되어있

도우미, 간병인, 육아도우미 각 집단에서 최근 1

는 것을 고려하면 노동자로서 가사노동자의 일

년간 경험한 건강문제 중 가장 높은 빈도를 보

터는 그 기준 밖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인 것은 ‘근골격계 증상’(간병노동자 77.6%)과

대목이다. 그렇게 감시당하고 있음에도 성희

‘아픈데도 일함’(가사도우미 74.3%, 육아도우

롱, 성폭력에의 노출 역시 크다는 점 역시 아이

미 57.2%)이었다. 근골격계 증상은 가사도움,

러니하다. 간병인의 경우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간병인, 육아도우미 모두에서 빈도가 가장 많이

답변은 전체의 30.8%에 달했다.

3)

또는 2번째로 많이(육아도우미) 경험했다고 보 고되었다. 앞서 만나본 이씨와 정씨 역시 가사

201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는 「가사

노동자로서 경험하는 근골격계 위험을 잘 보여

서비스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4)」

준다. 반복적인 근골격계 부담작업으로 인한 건

를 발표하며 근로환경조사 내 ‘가사서비스 노

강상의 불편이 있음에도 계속해서 일해야만 하

동자’라는 범주와 ‘돌봄노동 노동자(보육교사,

는 아픈 몸들의 이야기는 이미 낯선 것이 아니

간병인, 육아도우미)’를 나누어 돌봄노동자와

다. 심지어,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전해지려면

다른 가사노동자들만의 특성을 확인하고자 돌

적어도 수술 후 일하지 못 할 상태가 되어야만

봄노동자 780명, 가사노동자 165명의 자료를

하는데도 그 사례가 적지 않다.

인용해 가사노동자들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해 당 연구에서는 중고령자가 많은 가사노동자의

그런데 가사노동자가 겪는 건강의 위험은

특성을 고려하여 분석대상자인 전체노동자·돌

그 뿐만이 아니다. 같은 연구에서 가사도우미

봄노동자·가사노동자의 연령대를 동일하게 하

의 경우 독한 세제로 인한 각종 건강문제를 다

였으나 본인 스스로 평가하는 건강수준은 가사

수가 경험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간병인은 정

노동자가 가장 낮았고, 실제 직무(가사노동 등)

신적 스트레스 관련 높은 경험률을 보고하였

로 인해 발생된 질환들도 가사노동자에게서 많 이 보고되었다. 신체적 질환 이외 우울과 불안

1) 고용노동부,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설명 자료, 2017. 2) 박선영 외. 가사서비스 공식화 조기 정착을 위한 제도적 보완방안 연구.2017(한국가사노동자협회. 가사근로자법 안 관련 업계 및 전문가 간담회 발제자료, 2020.에서 재인 용) 3) 국가인권위원회.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실 태조사. 2015.

장애 등의 심리정서적 건강문제도 가사노동자 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이 또한 가사노동자로 서 업무를 시작한 이후에 경험한 사례들로 확 인되었다. 4)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사서비스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연구. 2015. 일터 9


▲ 출처: 국제가사노동자연맹(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Federation)

가사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열악한 노동조건

그러나 연구 밖에서, 표집되지 않은 근로자

(아플 때 일해야 했던 경험, 원할 때 휴식이 불

모수에서 얼마나 많은 가사노동자들이 일하다

가능했음, 건강·안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다쳐 일을 못하게 되었는지, 혹은 아픈 몸을 견

못함)과 노동환경(근로환경 만족도, 고용 안정

디며 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산업재해보

성, 보상의 적절성, 일의 가치성)이 건강(주관적

상보험법 안에 가사노동자들은 포함되어있지

건강,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 정신건강 지표)과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가사노동자

연관성이 있는지도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결

의 수는 물론이거니와 일하다 다친 가사노동자

과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부정적 노동조

의 수는 아무도 모른다.

건, 노동환경의 세부 항목들이 건강의 세부항 목과 연관성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실태조

가사노동자의 몸을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하라

사를 위해 총 800명의 가사서비스노동자를 대

가사노동이 사회의 근간을 유지하는 필수

상으로 직접 개발한 설문 역시 진행하였는데,

노동임에도 가사노동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

고객으로부터 위험한 작업을 요구 받은 경험자

지 못하고 있으며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취약

는 무경험자에 비해 주관적 불건강은 1.92배,

한 일자리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근골격계질환 경험은 1.99배, 안전사고 경험은

2020년 6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여성가족

7.11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플 때

부는 가사노동자 290명을 상대로 코로나 19

일한 경험자는 무경험자 보다 주관적 불건강은

가 가사노동자들의 일자리에 미친 영향에 대해

3.21배, 우울감은 3.52배, 근골격계 질환 경험

조사했다5).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코로나

은 2.63배, 그리고 안전사고 경험은 3.49배 더

19 전후 방문가정 수가 줄어들었다고 응답했

많았다. 특히, 물건 파손/도난 오해 경험자와

다. 연구에 참여한 가사노동자의 월 평균 수입

부당한 대우 경험자는 각각 무경험자 보다 우

은 112만원으로 코로나 19 이후 월 평균 수입

울감 경험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 났다.

10

노동자가 만드는

5)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코로나19가 고용보험 사각지대 대 면 여성일자리에 미친 영향 실태조사. 2020.06.18. 제2차 코로나 19 관련 여성·가족 분야별 릴레이토론회 자료집.


은 63.9만원이었으며 코로나19 이전보다 48.4

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만원이 감소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실질적인 업무의 지휘, 감독을 누가 하고 있는

에 대해 가사노동자 10명 중 8명은 ‘수입 감소’

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를 꼽았고 7명은 ‘일방적 방문취소’로 인한 어 려움을 꼽았다. ‘코로나 감염위험’은 5.6명이

다변화하는 노동시장 형태와 고용관계 때

었다. 코로나 시대에 가사노동자들이 감염보다

문에 보편적인 노동관계법에서 보호받지 못 하

더 절실하게 느낀 위협은 수입 감소와 일방적

는 노동자들의 얼굴은 이미 낯설지 않다. 중요

방문취소였던 것이다.

한 것은 평가 절하된 가사노동자의 노동을 다 시 수면위로 올려 필수영역에서 일하는 여성의

타인의 가정 내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

몸을 일하는 몸으로 다루지 않는다면 여성노동

는 것은 이전과는 또 다른 어려움을 야기한다.

의 문제는 답보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

2015년에도 가사노동자들은 휴게시간 없이 개

성 노동자이자 비전형, 비공식영역의 노동자로

별 고객 집에서 일만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

서 가사노동자는 가장 취약한 일하는 몸인 셈

었다. 4시간 시간제로 일할 경우 10분에서 20

이다.

분가량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요구 였으나 고객의 요구에 맞춰 일을 다 끝내려면

1953년 근로기준법 제 11조 1항의 ‘가사사

쉬지 않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 . 어린이집과 학

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문구에

교가 돌봄노동을 가정으로 이행시키며 업무 요

근거해 가사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구도는 더 가중되었지만 그 자리마저 놓칠세라

못한 채 60여년을 보내왔다. 2011년 ILO 가사

두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노동자 협약 채택을 계기로 정부에 가사노동자

6)

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강력히 요구하기 시작했 노동관계법이 가사노동자의 보호에 적용되

으나 그 후로 다시 10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가

지 않는 현실은 그런 위협을 온전히 가사노동

사노동자의 몸은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받지 못

자가 감당해야 할 부분으로 남겨둔다. 근로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노동자의 ’아프면 쉴 권

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일을 하다 다쳐도 고

리‘가 화두에 오른 가운데 일하는 몸으로서 인

용주는 이를 부담할 법적 책임이 없다. 가사노

정받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부디,

동자를 노동관계법의 보호가 미치는 곳으로 포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섭하려는 노력은 18대 국회로부터 현재까지

보장하라.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근로계약 과 그에 따른 노동자 보호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사노 동자의 사용인을 명확히 하는 일 역시 중요하 다. 원칙적으로는 그 노동자의 서비스를 받는 가정이 사용자처럼 보이나 실상은 가사노동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직업소개소, 알선 업체, 간병업무를 지시하는 병원 등)이 있기 때 문인데, 결국 가사노동자의 사용인, 가사노동 6)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사서비스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연구. 2015.

일터 11


가사노동자에게 노동권을 허하라!

특집

가사노동자법안은 노동권을 보장하는 법이 될 수 있나?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히 후자를 중심으로 법안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안’(이하 ‘가사노동자법’)이 국회 통과를 눈앞

것에 중점을 두고, 그러한 방식이 각 법안이 내

에 두고 있다. 그간 정부 발의안 및 이수진 의원

세우고 있는 목적인 ‘노동자 보호’에 과연 실효

대표발의안, 강은미 의원 대표발의안이 논의되

성이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어 왔다.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그 적용을 1)

제외되어 수십 년간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이 보

인증절차 도입의 효과는 불분명

장되지 못했던 노동자들에게 드디어 노동관계

현재 발의된 법안에서 제시되는 제정의 취

법령이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 주목하는 시선이

지 및 목적 사항은 가사서비스의 질 개선의 필

많다. 가사노동자들의 일을 중개하는 기관들에

요와 고용·노동환경·처우 등의 개선을 통한 노

서 특히 법안 통과의 요구가 높다.

동권 보호로 축약해 볼 수 있다. 가사노동자 고 용이 노동관계법 적용이 배제되는 비공식 영역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존재한다.

에 존재하기에 이를 공식화하여 서비스 공급체

첫번째 이유는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확대하여

계 및 질을 개선하고 노동권 보장을 획득하겠

포괄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방식이 아닌 별도

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가사노동을 비공식

법안의 형태로 발의되었다는 점, 두번째는 해

에서 공식 영역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안은 노

당 법안의 내용이 노동력의 중개를 중심으로 가

동관계를 공식화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노동의

사노동의 공식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특

중개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취하고 있다. 이 공

히 두번째 이유는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

식화는 제공기관의 인증, 그리고 제공기관을

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사용자로 하여 근로계약(노동자성)을 공인하는

및 ‘직업안정법 개정안’과 함께 노동력 중개 시

것을 그 요소로 한다. 즉 이용자에 대해서는 기

장을 확산하기 위한 정책의 추진과 연관되어 더

관 인증을 통해 서비스를 보증하고, 노동자에

우려를 낳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특

대해서는 최소한의 노동조건 보장이라는 양면

1) 최근 3월 임이자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이 있으나 기존 발의된 안들과 비교할 때 내용적 구별점을 갖지 않아 굳이 논의에 참고하지는 않았다.

12

노동자가 만드는

을 충족해 수요와 공급의 각 측면을 확대함을 통해 가사 노동 시장을 확장하려는 방안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의도하는 인증 절차를

용하는 구조에서 인증이라는 요건이 법 적용

통한 시장 정비와 확장이라는 효과는 불분명

여부를 나누는 기준이 되어 버리는 불합리한

한 측면이 있다. 세 법안은 모두 가사노동자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여전

대다수가 중개업체 등을 통해 구직한다는 것

히 비공식 영역에 노동자들을 남기고, 남겨진

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가사노동자의 구직 경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방치해 버린다.

로는 다양하다. 중개업체를 통한 구직이 오히 려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연구도 있는

게다가 노동의 특성상 제공기관을 통한 노

데, 이남신 외(2010)에서는 사회단체 및 여성

동에 ‘근로계약’이라는 공식성을 부여한다고

인력개발센터, 가정관리사 협회 등을 통한 구

하더라도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

2)

직이 36%로 나타났고 , 박지순 외(2015)에서

게 존재한다. 가사노동 중개는 일회성을 띤 경

는 중개업체의 이용이 불과 3.1%인 것으로 나

우가 많다는 점에서 일시 파견, 호출노동화의

타나고 있다 . 또한 이에 플랫폼을 통한 공급

우려는 여전히 크다. 법안은 근로계약을 체결

혹은 매칭을 고려하면 가사노동자의 취업 경로

하도록 하고 있지만, 계약기간에 대한 제한은

는 더욱 다양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조현경

없으므로 일용직 고용이 배제되지도 않기에 인

외(2019)에서는 수도권의 경우 30% 가량의

증을 받은 중개업체가 모든 노동자와 기간의

서비스 거래가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정함이 없는 계약을 할 것이라는 것도 보장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법안의 의도와 같이

지 않는다. 일용직 고용은 법안의 취지와 분명

인증된 제공기관을 통한 공급체계의 안착이 이

상충되지만 현재 발의된 법안에서 배제하지 않

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이 모두 인증

고 있기 때문에, 이는 분명 법안 제정 이후에 발

기관으로 수렴될 수 있어야 할텐데, 이의 효과

생할 수 있는 양상의 하나로 가정될 필요가 있

성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다. 유사한 예로 (재가)요양보호사에 대해 장기

3)

4)

요양제도에서는 기관 직접고용을 규정하고 있 공식과 비공식, 노동시장의 양분화 우려

으나, 해당 노동은 끊임없이 특수고용, 파견 등

오히려 공식 노동 시장의 확대나 정비가 아

의 형태로 이탈한다. 해당 시장이 다른 불안정

니라 시장의 양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

고용이 충분히 가능한 형태로 열려있고, 노동

장의 양분은 인증된 기관이 체결하는 근로계약

관계법령의 적용 범위가 매우 협소한 탓이다.

에 의해 노동자성을 ‘공인’하는 구조에서 기인 한다. 인증 제공기관을 통해 일하는 노동자들

노무중개 플랫폼의 확대에 따른 한계

과 그렇지 않은 ‘근로기준법상의 가사근로자’

플랫폼 확대를 고려하면, 해당 법안의 한계

를 구분하고, 근로기준법상의 가사근로자에 대

는 더욱 분명해진다. 인증기관을 통한 가사서

한 적용 배제를 그대로 둠으로써 두 노동자 군

비스 제공 역시 인력공급의 구조 측면에서 바

사이의 법 적용에서의 차별을 만든다. 인증 제

라보고 해당 법안의 제정이 미치게 될 효과를

공기관과 근로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노동자성

가늠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을 부여하면서 일부 노동관계법상의 보호를 적

있는 플랫폼 종사자 관련 법안은 플랫폼 기업

2) 이남신 외, 2010, 「민간 노동력 중개기구의 수수료 및 노동 실태와 개선 방안」, 홍희덕의원실

에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지우지 않는 것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도모하고 그로써 ‘노무중개’

3) 박지순 외, 2015, 「가사서비스시장 공식화 방안과 일자 리창출 효과 고용영향평가 연구」, 고용노동부, 한국노동연 구원

이라는 새로운 노동력 거래를 만들어내는 것을

4) 조현경 외, 2019, 「사회적경제를 활용한 플랫폼 종사자 지원 방안 연구」, 고용노동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관계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이 금지되지만,

시도한다. 직업안정법상 파견을 제외하고는 노

일터 13


플랫폼을 통한 노무중개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아니고 그 일자리에 노동자를 안착시키지 도 않는다. 파견과 유사하게 노동력을 보유한 노동자를 공급하는 것임에도, ‘노무중개’로 개 념화하여 또 다른 노동력 거래 시장을 열고 그 노동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 든다. 그 과정에서 플랫폼기업에 대한 신고와 같은 관리 구조의 마련은 노동관계 자체를 은 폐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한다. 가사노동자법이 의도하는 노동시장의 공식

▲ 출처: 국제가사노동자연맹(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Federation)

화 과정은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중개기관의 공식화라는 과정을 공유하

닌 자, 노동자와 아닌 자 사이에 노동자와 유사

면서 법의 범위 밖에 놓이는 더 많은 노동자를

한 자 등을 계속해 구분짓는 방식으로 인해 노

권리의 보유 주체 목록에서 지워버린다. 그리

동권은 일부의 권리인 양 여겨지게 되고 보편

고 ‘가사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은 이러한

적인 권리로 나아가는 길은 계속해 가로막힌

사실을 은폐하는 것조차 덮어 버린다. 인증 여

다. 노동자들은 노동관계법의 확장을 통해 권

부에 따라 노동관계는 공식과 비공식의 영역으

리의 보편화로 나아가려 하지만 노동권의 반대

로 양분되고, 비공식의 영역, 사적 영역으로 남

편에 사용자의 의무를 두고 그 의무의 경중을

겨지는 일자리에서는 여전히 알선, 중개, 파견

고심하는 정부는 늘 보편이 아닌 예외를 만들

등의 불안정한 고용이 노동관계를 은폐한 채

고 그 예외를 허용하기 위한 절차를 짜맞춘다.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정부의 본의는 노동자성의 부여 혹은 노동 노동관계법 적용이라는 원칙을 세워야

권의 보장이 아니라 새롭게 시장화되는 영역에

제대로 된 가사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서

대한 제도적 규율의 필요와 함께 더 자유롭게

는 가사 노동 시장을 공식화하는 방안이 아니

유연한 노동을 사용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두는

라 가사노동자에 대한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통

것에 있다. 노동권 보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해 노동관계 자체를 공식화하고, 그에 따른 사

면 노동법의 영역에서 권리 보장을 위한 논의

용자, 노동자의 권리 · 의무를 규정해야 한다.

를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관계를 노동관

가장 먼저 근로기준법의 가사노동자 적용 배

계법령으로 규율하는 시도는 약하고 정부 주도

제에 대한 제11조 제1항 단서 조항 ‘가사사용

의 시장 규율을 위한 제도 추진의 힘은 강한 것

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를 삭제하는

이 현실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노동 공식화를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가사노동자의 노동

통한 시장 형성을 필요로 하는 직종에 대한 노

특성에 따른 근로기준법의 유연한 적용은 그다

동권 보호 전반을 어렵게 만드는 흐름이 계속

음에 뒤따르면 될 문제이다. 별도 법안을 제정

해 이어질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에 대해 글 앞머리에 언

정부의 의도에 편승하면서 노동권 보장 조항을

급한 바 있다. 별도 법안의 제정 방식에 반대하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노동법의 원리에 따라

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필자가 생각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전략을 갖는 것이 중요하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노동권의 확장이 아

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다 보편적 노동권의

닌 갈라치기 방식이라는 점이다. 노동자와 아

보장을 위해 한번 더 고심해야 할 때다.

14

노동자가 만드는


지금 지역에서는

제3회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김다연 상임활동가

지난 4월 29일, 제3회 ‘경기지역 최악의 살

각 징역 3년 6개월과 2년 3개월을, 원청 시공사

인기업 선정식’이 있었다. 작년 이천 한익스프

인 건우의 경우 벌금 3천만 원을 선고받는 데

레스 사고일로부터 정확히 1년 뒤다. 이번 선정

그쳤다. 한익스프레스에는 법인 전체가 아니라

식은 작년 3월부터 1년간 무려 9명의 노동자를

단지 관계자에게만 금고 2년에 집행유예 2년,

사망하게 해 ‘살인기업 특별상’을 받게 된 쿠팡

사회봉사 400시간 이수를 명령했을 뿐이다. 공

의 동탄 물류센터 앞에서 진행됐다. 몇몇 노동

기 단축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가져간 한익스

자들이 물류센터 밖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휴대

프레스 법인에는 그 어떤 영향도 없었다.

폰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대한 물류 센터 내부에 노동자가 편하게 쉴 곳 하나 없기 때문이다.

2위는 대우건설이다. 3개의 공사 현장에서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으며, 올해에도 벌써 현 장에서 2건의 산재 사망이 발생한 대우건설의

특별상을 포함해 5개 업체를

수상은 그리 낯설지 않다. 이미 작년에 1위로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

선정된 바 있기 때문이다. 연이어 살인기업 최

경기 1위이자 전국단위 1위는 역시 38명의

상위 기업에 이름을 올린 대우건설이 언제쯤

생을 무참히 사그라들게 한 한익스프레스였다.

자신이 자초한 치욕에서 벗어날까.

사고의 표면적 원인은 잘못된 작업방식이지만, 사실 근본적인 원인은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3위는 작년 7월 21일 화재로 5명의 사망자

의 공사 기간(이하 공기) 단축 압박에 있다. 공

와 8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오뚜기 물류센터

사를 빨리 끝내야 하니, 위험해서 혼재작업이

(용인 SLC 물류센터)다. 직접적 원인은 작업자

금지된 작업들을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공기

가 미처 끄지 않은 전기 히터가 비어있는 물탱

하루 단축 시 아낄 수 있는 돈과 노동자들의 목

크를 가열해, 물탱크를 감싼 우레탄폼에 불이

숨 중 전자를 선택한 결과, 38명의 노동자가 사

붙은 데 있다. 하지만 가연성이 높고, 신체를 마

망했다.

비시키는 유독가스를 배출해내는 우레탄폼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1) 유독가스로 인

하지만 현장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발주

해 쓰러지거나 대피하지 못한 이들이 없지 않

처와 원청에 내려진 처벌 수준에는 그런 근본

았을까. 아니 애초에 화재에 취약한 우레탄폼

적인 원인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원청 안전보 건총괄 책임자인 현장소장과 안전관리자는 각

1) 박성호 기자, “오영환 의원, 반복되는 대형화재 원 인 제거, 국회 입법 서둘러야”, 시사포커스, http://www. sisa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4117 일터 15


을 사용한 창고는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하다

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시행령을 만드는 것도

못해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시설 변경을 명령

중요하겠지만, ‘진짜’ 책임자와 그들이 방치한

했다면, 이런 재해는 없었을 것이다. 화재의 진

책임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낼 원인 조사가

짜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뤄지도록 하는 것 역시 필수다. 원인이 어디 있는가에 따라 책임자도, 위반사항도, 처벌 수

특별상은 쿠팡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의

준도 달라지리란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품으로 돌아갔다. 노동자들을 쥐어짜 미국증 시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라는 기록을 이

이를 위해서 현재 유족에게조차 제대로 공

룬 쿠팡의 작년 산재 신청은 1,021건, 승인 건수

개되지 않는 재해조사보고서가 공개돼야 한다.

는 982건에 달한다. 더구나 지난 1년간 사망한

현재 재해조사보고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무엇

노동자 9명 중 6명이 야간 노동으로 과로사했

인지, 알맞은 재해조사를 하기 위해선 무엇이

다. 그런데도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은 시행되지

필요한지에 대한 담론이 공론장에서 펼쳐져야

않았고, 극도의 노동강도에 대한 어떠한 제재

한다. 선정식에 민주노총경기도본부와 중대재

도 없었다. 이렇게 수많은 산재 신청자와 사망

해기업처벌법제정 경기운동본부는 재해조사보

한 노동자가 있음에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

고서를 공개를 요구했다.

는 쿠팡에게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 해 해당 상을 수여했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쿠

또한 재해조사시 현장 노동자 의견을 반영

팡과 함께 특별상에 지목된 것은, 언급된 모든

할 계기를 배치하고, 시민사회와 협력해야 함

노동자의 사망을 막을 책임이 있는 기관인 만

을 주장했다. 더불어 경기지역 관급공사 입찰

큼 본연의 책임을 다시 상기하라는 요구의 일

시 산재다발기업의 참여 금지, 사망 사건 2건

환이다.

이상인 기업 대상 근로감독 시행을 촉구했다.

적어도 죽은 자리에서 또 죽고 아픈 자리에서 또 아프지 않으려면 근로감독관이 작성하는 재해조사보고서 는 검사 기소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자료다. 하 지만 지금의 재해조서보고서에는 표면적 이유 만 드러날 뿐, 근본적인 원인은 다뤄지지 않는 다는 지적이 많다. 제대로 된 원인 조사도 없을 뿐더러, 살인자인 기업에는 솜방망이식 처벌을 내리면 끝이다. 산재를 대하는 현재의 방식은 해당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는 메시지나 다름없 다. 호의나 다름없는 배려 속에서 우리는 기업 이 노동자를 죽이는 일에 이토록 무감해지며, 기업은 대우건설의 사례처럼 계속해서 노동자 를 살해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내년부터는 달라 질 수 있을까? 법의 본래 취지를 살린 변화를 만

16

노동자가 만드는

내년에 선정식이 또 열릴지 모른다고 생각 하면 황망하기만 하다. 내년엔 최소한 올해보 다 개선된 점들을 포착할 수 있기를 간곡히 바 란다. 선정식이 기사로만 남지 않도록, 기업뿐 만 아니라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가 그 의 미를 깊숙이 새기고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 할 때까지 지지 않고 싸울 것이다.


알아보자, LAW동건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변화는 현재진행 중 박경환 회원, 노무사

지난 2021년 3월 24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금지하였다. 누

시 사업주 조치의무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사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용자에게 그 사실을 신고할 수 있으며, 사용자

하였다. 정부에서는 개정법을 지난 4월 13일에

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괴롭힘 사실을 알게 된

공포하였고, 올해 10월 14일 시행을 앞두고 있

경우 조사의무를 부담한다. 사용자는 조사과정

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항이 개정된 이유는

에서 피해노동자가 요청하는 경우 적절한 보호

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조치를 하여야 한다. 또한, 사용자는 조사 결과

이후 회사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사 및 후속조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피해노

가 지나치게 회사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문제

동자의 의견을 들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의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기존 직장 내 괴롭

조치를 하여야 하며, 신고자나 피해노동자에게

힘 금지법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개정법은 어떻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하여

게 바뀌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서는 안 된다. 나아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대해 미리 취업규칙에 정하

2019년 7월 16일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였다.

이 시행되는 날이었다. 그 전부터 직장갑질119 스탭으로 참여하여 채팅 및 이메일상담으로 노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문제점

동자들의 ‘괴롭힘 피해’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

그러나 기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시행

빨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기를 기

시부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첫

대하고 있었기에 상당히 뿌듯했던 기억이 난

번째 문제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

다. 이 법은 시민들에게도 관심사여서 직장 내

범위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상시근로자수 5인을

괴롭힘 금지법 시행일인 2019년 7월 16일 포털

기준으로 법 적용에 차별을 두고 있다. 가령, 5

사이트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시간

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휴가를 부여하지 않아도

검색어 1위를 달리기도 했다

되며, 주 최대 52시간제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도 마찬가지로 5인 미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내용

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 전체 사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먼저 직장 내

업체 중 5인 미만 사업체의 비중이 61.6%인 점

괴롭힘의 개념을 도입하였고, 사용자 및 근로

을 감안하면, 이미 절반 이상의 사업장의 노동 일터 17


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받지

하여야 하는 곳이 회사이기 때문에 먼저 회사

못한다. 또한, 원·하청간 관계에서, 원청노동자

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셔야 합니다. 바로

가 하청소속 노동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직

노동청에 신고하셔도 회사에 권고 정도만 있을

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것입니다.’였다. 그러나 답변을 하면서도 알고

괴롭힘이 발생해도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

있었다. 회사에서 괴롭힘에 대해 제대로 조사

정되지 않는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에도

할리 없고 결국 노동청을 찾아가게 될 것인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

노동청에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받아볼 수 없

문에 이들에 대한 괴롭힘 행위 또한 직장 내 괴

다는 것을.

롭힘 행위가 아니게 된다. 개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내용 두 번째 문제점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현장에서 제

조사 및 조치 등의 권한이 회사에게 편중되어

대로 적용되지 않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문제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

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의무의 실효성이 확대

힘 발생 시 회사는 괴롭힘 사실을 조사하고 괴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였다. 현장에서의

롭힘 사실 확인 시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

노력 덕분에 개정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항이

치를 하여야 하지만,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처

지난 3월 24일 국회의 문턱을 넘게 되었다. 정

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관련 조치를 취하는 데

부에서는 지난 4월 13일 개정 법률을 공포하였

에 적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이

고, 올해 10월 14일부터는 개정된 직장 내 괴롭

만연한 회사’ 이미지로 낙인찍히기 싫어서 피

힘 관련 조항이 시행된다. 개정된 내용은 다음

해노동자에게 행위자와 적극적인 화해를 종용

과 같다.

하기도 한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별 도의 처벌규정도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회사의

① 조사과정에서 사용자의 객관적 조사의

태도는 피해노동자에 대한 2차·3차 가해로 나

무 명문화: 기존에는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

아가기도 한다.

힘 행위의 신고를 접수하거나 인지하는 경 우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하

세 번째 문제점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였으나, 개정법에서는 ‘당사자 등을 대상으

가해자일 경우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

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

사의무 및 행위자 처벌 등의 권한의 주체가 사

를 실시하여야’한다고 개정되었다.(근로기준

용자로 되어 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직

법 제76조 제2항)

장 내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 조사가 객관적으 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

② 사용자 및 사용자 친족이 직장 내 괴롭힘

라 행위자 징계에 있어서도 소극적일 수밖에

행위자인 경우 과태료 부과: 기존에는 사업주

없다. 소규모 사업장이거나 친인척을 고용한

등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라 하더

사업장에서 발생한 괴롭힘의 경우 관련한 문제

라도 별다른 처벌조항이 없었으나, 개정법에

점이 더 크게 부각되었다.

따르면 사용자 및 사용자의 친족 등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

위와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을 하면서도 가장 많이 했던 답변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1차적으로 조치 의무를

18

노동자가 만드는

태료 부과 대상이 되었다.(근로기준법 제116 조 제1항 신설)


③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관련자의 비밀 유지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 조치의무의 실효

의무 명문화: 기존에도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성이 확대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개정 조항이

에 관여한 사람들의 비밀유지 의무가 명문

시행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한계점이 있다.

화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피해자 등에 대한

현행법의 문제점으로 가장 먼저 지적된 5인 미

N차 가해 및 개인정보보호를 위하여 당연히

만 사업장 및 원·하청 관계 및 특고노동자에게

조사 관련자들의 비밀유지 의무가 있었다.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이다. 개정법에서

개정법에서는 이러한 비밀유지 의무를 명문

도 소규모 사업장 및 하청 노동자, 특고노동자

화하여, 조사 관련자들에게 조사 과정에서

들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항의 적용에서 여

알게 된 비밀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누

전히 제외되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지

설할 수 없음을 규정하였다.(근로기준법 제

난 3월 31일 성명에서 개정된 직장 내 괴롭힘

76조의3 제7항 신설)

관련 조항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가해자· 피해자 간 접촉이 빈번해 괴롭힘 문제가 더욱

④ 객관적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의무, 피해자

심각한 소규모 사업장은 이번 법 개정에서도

보호 및 가해자 징계 조치, 비밀 유지 의무 위

적용범위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반 시 과태료 부과: 개정법에 따르면 사용자

하였다.

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객관적으로 실시 하지 않거나, 피해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보

‘법에 있으니까 지키지’를 넘어서야

호조치 및 행위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 등의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내용이 법에 명문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비밀 유지 의

화되고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울타리

무를 위반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가 만들어지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러

부과 대상이 되었다.(근로기준법 제116조

나 직장 내 괴롭힘은 법에 규정되는 것을 넘어

제2항)

조직문화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조직 내 구성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 무엇인지 알

개정법 시행 이전 발생한

고 왜 하면 안 되는 것인지, 본인의 행동 중 반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

성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조직체계 중 직장 내

10월 14일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개정법이

괴롭힘을 유발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어떤 방향

시행되나, 실무상 혼란이 있을 수 있는 점은 10

으로 바꿔나가야 할지 등이 조직차원에서 공유

월 14일 이전에 행해진 직장 내 괴롭힘을 10월

되어야 하고 학습되어야 한다. 단순히 ‘법에 있

14일 이후 신고하는 경우 개정법을 적용할 수

으니까’라는 생각에서 ‘행복한 조직문화 만들

있을지 여부이다. 그러나 2019년 처음 직장 내

기’의 차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고민하였으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시행되었을 때와 마찬가지

면 좋겠다.

로 개정법의 부칙에서는 “이 법 시행 후 발생 한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 정하고 있어 직접적인 개정법의 적용은 10월 14일 이후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보인 다. 다만, 10월 14일 전에 발생한 직장 내 괴롭 힘 행위가 10월 14일 이후에까지 지속하여 발 생하고 있는 것이라면 개정법에 따라 사용자는 객관적인 괴롭힘 조사 의무 및 비밀유지의무를 져야할 것이다. 일터 19


연구리포트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안의 내용과 쟁점 정흥준 회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 글은 얼마 전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

(주문)형 긱(Gig) 노동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

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기 위해

는 데이터 입력 노동이며 후자의 대표적인 예는

작성되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노동의 특징과

음식배달 노동이다. 두 경우 모두 고용계약을

보호방안을 살펴본 후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

맺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임금노동자가 아니

보고 쟁점과 대안을 제시하였다.

며 근로기준법 등과 같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갖지 못한다.

플랫폼 노동의 특징과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인 이유

플랫폼 노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란 점

최근 플랫폼 노동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에서 주목을 받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우려가

플랫폼 노동은 컴퓨터의 웹(Web)이나 휴대폰

있다. 무엇보다 플랫폼 노동자가 특수고용 노

과 같은 개인단말기의 앱(App)을 통해 일이 수

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

행되는 노동을 의미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

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은 특수고용 노동자와

사에 의하면 플랫폼 노동자는 최소한 22만 명

유사한 형태의 독립 계약자이지만 대부분이 플

이지만 정의에 따라 175만 명까지 늘어난다. 플

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에 의해 직, 간접적인 통

랫폼 노동자는 고용계약을 맺지 않으며 매 건당

제를 받고 있다. 형식적으로 독립 계약자이지만

계약을 통해 일을 한다. 플랫폼 노동은 크게 두

일을 수행하는 방식은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면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프리랜서

이 적지 않아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보장해야 한

에 가까운 크라우드형 미세작업1) 노동자와 호출

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반대로 지금처 럼 독립 계약자로서 존재할 경우 플랫폼 노동자

1) “지난해 7월 정부의 ‘디지털 뉴딜’ 발표 이후 더욱 관심 받고 있는 이 일자리는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수 집·가공하는 일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이미지 안에 있 는 대상이 ‘개’인지 ‘고양이’인지, ‘글자’인지 ‘숫자’인지를 AI 가 인식할 수 있도록 데이터에 라벨(표식)을 달아 분류하 는 작업이다. 작업자가 특정되지 않는 다수 군중(crowd) 이고, 최종 작업의 아주 작은 일부(microtask)만 수행한다 는 점에서 크라우드형 또는 미세작업형 플랫폼 노동으로 불린다.” (출처 :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디지털 노가다’ 데이터 라벨링의 뒷면”, 시사인, 2021.03.04. 승인,

20

노동자가 만드는

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노동기본권의 사각지 대에 놓인 노동자도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

2021.04.28. 접속,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 html?idxno=43972)


그동안 플랫폼 기업은 스스로를 노동력을

정도의 종속성이 확인되므로 최소한의 사회적

원하는 고객과 일을 원하는 사람들을 컴퓨터의

보호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

웹이나 개인 단말기 앱을 통해 중개해주는 프로

수의 플랫폼 노동자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등

그램 회사라고 설명해 왔으며 이러한 이유로 고

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한

용관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플랫폼 기

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을 14

업은 일자리를 매칭해 주고 수수료를 받기 때문

개 특수고용 업종으로 확대하여 2021년 7월부

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인력중개회사와 다를 바

터 시행하고,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 모든 특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 사

고용과 플랫폼 노동자, 그리고 자영업자까지 확

실이 아니다.

대한다는 <전국민고용보험>로드맵을 발표하기 도 하였다.

첫째, 플랫폼 기업이 전통적인 인력 중개업 체와 달리 일에 대한 규율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다만, 정부의 발표는 계획이기 때문에 확정

조정한다. 노동력이 수요자인 개인이나 기업고

하기는 어려우며 전국민고용보험을 추진하기

객,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는 모두 플랫폼 기업

위해서는 소득파악 등 세부 준비가 필요한 것도

이 정해 놓은 약관과 규칙에 동의해야 한다. 예

사실이다. 예를 들어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

를 들어 가장 민감한 사안인 수수료도 플랫폼

에 대해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전면적으로 적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용하기 위해선 이들 노동자의 소득파악이 우선

일의 규칙을 플랫폼 기업이 정해 놓는 것이다.

이루어져야 하며 기업이 얼마를 부담할 것인지 에 대한 방법도 정해져야 한다. 특고나 플랫폼

둘째, 알고리즘에 의해 플랫폼 노동자의 업

노동자의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플

무를 통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에 의한 평

랫폼 기업이 해당 노동자의 소득을 신고를 해야

점주기와 업무 트래킹 등을 통해 관리하고 보

하는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법제도가 없는 상

수를 차등화하는 것인데, 이는 오프라인에서 노

태이고, 플랫폼 기업 역시 미온적인 태도를 보

동자를 관리, 감독하는 기능을 한다. 이렇듯, 플

여 왔다. 플랫폼 기업에 보험금을 부과한 것도

랫폼 기업은 단순히 일을 중개하는 역할만 하는

아니고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청에도 부

것이 아니라 일을 조직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스

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

스로 정의하는 것처럼 단순한 프로그램 회사가

에 대한 제도적 책임 부여가 필요하다.

아니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둘째, 플랫폼 노동자 스스로 이해를 대변할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세 가지 방안

수 있도록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플랫폼 노동의 특징상 다수가 플랫폼 노동

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자의 보호에 대해 동의하며, 그를 위한 방안들

마찬가지로 제도적으로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

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고 있다. 즉, 노조법 상 노동자가 아니다. 일부 에선 노조설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첫째,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회보험 의무 가 입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법적으로 임금노동자가 아니므로 근 로기준법 등 노동기본권을 적용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여 일을 수행하며 어느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 다. 비록 ILO 결사의 자유 관련 87호, 98호를 비 준하고 이를 계기로 특수고용이나 플랫폼 노동 자의 노조설립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것은 맞지만 노조 설립 이후 단체교섭에 어려움을 겪

일터 21


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법 상 노조3권을 보장받 지 못하다보니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는다. 노동조합의 목적이 노동자의 단결과 동시

적용 등을 위하여 자료 및 정보의 제공 등 관

에 조합원의 경제적 권리를 보호하고 향상시키 는 것이어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으 면 노동조합의 실효성이 크게 훼손된다. 이러한 이유로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가입 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노조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계법령에서 정하는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 ○ (제9조~10조) 플랫폼 운영자는 단독 또는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 공동으로 플랫폼 종사 자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퇴직공제 등 공제 사업을 실시할 수 있음 ○ (제20조~25조) 플랫폼 운영자는 플랫폼 종 사자에 대해 차별적 처우 금지, 불이익 조치 금지, 안전과 건강 보호, 괴롭힘 금지 등의 의

마지막은 플랫폼 노동자의 오분류를 바로

무를 지님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노동자 중 일

<정부의 책임>

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실제는 임

○ (제29조~30조) 고용노동부장관은 플랫폼

금노동자이지만 계약 형식이 독립 계약자로 되

종사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5년 범위에서 주

어 있어 억울하게 노동자로 인정을 못 받고 있

기적으로 플랫폼 종사자에 관한 기본계획을

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8

수립함

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추정 연구에 따 르면, 임금노동자이지만 특수고용으로 오분류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의 규모가 74.5만 명으로

○ (제36조) 고용노동부장관은 이 법의 주요 사 항을 위반한 플랫폼 운영자 또는 사업자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함

나타났다. 플랫폼 노동의 경우도 오분류가 적지

<다른 법률과의 관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분류를 바로 잡을 수

○ (제3조)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 노조

있는 절차나 제도가 없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

법, 산업안전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

요하다.

보험법 등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법률을 이 법에 우선하여 적용함

최초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의 내용과 쟁점

플랫폼 종사자 보호 법안은 의미와 한계를

지난 3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모두 가지고 있다. 우선, 이 법안의 의미는 처음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으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은 것이

>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은 2020년 일자리위원

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을 위

회가 내 놓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의 후

해 기업에 소득 등 정보제공 의무를 부과한 점

속조치 성격이 강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

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법은 특별법 성격으로

음과 같다.

그동안 쟁점이 되어 온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3 권 보장을 제도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도

<플랫폼 운영자 책임>

명확하다. 다만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플랫폼

○ (제5조~6조) 서면 계약서를 체결하고 계약

노동자가 다른 법에 의해 근로자에 해당할 경우

변경 시 10일 전에 통보하며 계약을 해지하

해당 법률을 이 법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밝혀

는 경우 15일 전에 내용, 이유. 시기를 플랫

앞으로 노조법 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노동자성

폼 종사자에게 제공하도록 함

을 인정받아 노동기본권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 (제7조) 플랫폼 운영자는 플랫폼 종사자의

22

노동자가 만드는

단서조항을 달아 두었다.


▲ 출처 : Pixabay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과제

이들이 이번에 발의된 플랫폼 노동자 법안에 대

장철민 의원의 법안은 플랫폼 기업의 책임

해,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을 묻고,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를 위해 계약과

이를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3권이 더 이

정보공개 등에 있어 최소한의 권리를 담은 점에

상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

서 의미가 있으나 과제도 적지 않다.

제계에서는 특별법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보호 조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니 더

첫째, 플랫폼 기업의 사회보험 분담 책임을

이상 노동기본권을 논의하지 말자는 입장을 강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기업은 직, 간

하게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 사용자의

접적인 공동사용자로 책임을 져야 함에도 지금

최소한의 책임을 다룬 이 법과 별개로 노조법

까지 모든 책임에서 면제되어 왔다. 플랫폼 노

개정 논의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동자의 노동력을 통제하고 활용하여 이윤을 남 기는 만큼 최소한 사회보험 관련 공동책임을 져

앞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에 대

야 하고 이를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현재의 법

한 논의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장철

안은 소득 등 정보제공의 의미만을 부여하고 있

민 의원의 법안만 해도 공청회 등을 앞두고 있

는데, 여기에 더해 산재보상법, 고용보험법 등

으므로 논의를 통해 내용 수정이 예상된다. 그

에서 플랫폼 사업주의 보험료 분담 책임을 다루

과정에서 악용의 소지를 줄이고, 애초의 목적대

어야 한다.

로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가 분명해지는 방향으 로 수정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또한 이 법의 통

둘째, 노조법 개정을 통한 플랫폼 노동자의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많은

과 여부와 별개로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 개정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일터 23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19와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현장은 얼마나 변화했는가 강동헌 화물연대본부 전략조직국장

코로나19 이후 택배산업의 변화

택배부문 매출액 증가폭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2020년은 택배노동자에게 가혹한 한 해였

은 전년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130% 대의

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사회적 이슈로 떠

증가폭을 기록했다. 택배자본은 택배시장 점유

오르고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재조

율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적인 저단가 경쟁전략

명되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소비패턴을 변

을 지속하고 있다. 택배 평균단가의 하락은 코

화시켰고 이에 따라 택배산업은 급속도로 팽창

로나19를 전후해 이러한 영업전략이 변하지

했다.

않았음을 방증한다.

2020년 택배물동량은 전년 대비 20.93%(총

택배자본이 거둬간 이윤의 이면에는 택배

33억 7천만 개)가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 중

노동자의 과로사와 극한의 노동조건이 자리하

가장 폭발적인 물동량 증가를 기록한 것이다. 코

고 있다. 택배노동자는 낮은 수수료 체계에서

로나19 이전에도 택배산업은 10년 동안 연평균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코

10% 내외의 물동량 증가 추세를 기록해왔다. 예

로나19로 폭증한 물량은 취약한 택배노동자의

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물동량이 급증한 것이다.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켰다. 택배노동자가 일

그러나 역설적으로 2020년 택배 평균단가는 전

하다 쓰러지고 죽어가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

년 대비 –2.1%로 하락했다. 2019년 2,269원이

것이다.

었던 평균단가는 2020년 2,221원으로 낮아졌 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쿠팡을 필두로 한 유통산업의 재편 쿠팡은 2021년 1월 택배사업자 자격을 획

택배자본의 이윤창출과

득했다. 또한 3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일하다 쓰러지는 택배노동자

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쿠팡은 향후 택배시

택배자본은 코로나19를 전후로 큰 이윤을 얻었다. 2020년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 배, 로젠택배는 모두 전년 대비 10~20% 대의

24

노동자가 만드는

장에도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보전략을 취할 것이다. 쿠팡은 시장독점을 위한 적자경영과 유연한 노동력 활용으로 이미 온라인유통산업 을 장악해나간 전력이 있다.


쿠팡은 택배산업 재진출을 시도하면서 택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노동자 실태

배업 운영에서 직고용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

2020년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사회적 이슈

나 최근 택배사업자 자격을 획득하고 돌연 직

로 대두하면서, 연말에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

고용과 위탁계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회의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택배시장을 빠르게 장악하

되었다. 이후 2021년 1월 사회적 합의문 발표

기 위해서는 유연한 고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에까지 이르렀다. 그 이후 택배현장은 얼마나

유리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쿠팡

변화했을까?

의 택배업 진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직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하기에 이른 감 쿠팡이 물류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이 있으나, 현장에서 극적인 노동시간 감소는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로 확보한 물류창고

관찰되지 않았다. 화물연대 자체조사 결과, 분

와 배송센터를 바탕으로 ‘로켓배송’이라는 풀

류작업 시간은 평균 1.5시간 정도 감소한 것으

필먼트 시스템(fulfillment system) 을 완성했

로 나타났다. 그 외 노동시간에서는 유의미한

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쿠팡의 모델을 따라가

차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20년 하반기 조사

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CJ대한통운과

결과 총 14.5시간에 달했던 노동시간이 감소

네이버는 지난해 3천억 원 규모의 상호 지분교

한 것은 분명하나,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장시

환을 했다. 최근 ‘빠른 배송’이라는 풀필먼트 시

간 노동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분류인력 투

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네이버의

입은 단기 대책으로 효과는 있다. 다만, 분류자

온라인마켓 장악력과 CJ대한통운의 물류창고

동화설비 도입, 택배 수수료 인상, 이에 따른 적

와 배송시스템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작업량 산출 등의 전반적인 개선 없이는 택

1)

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 어려울 전 최근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9) 인수

망이다.

에 신세계, 롯데, SK, MBK(홈플러스)가 치열하 게 경합하는 것도 쿠팡의 모델을 추격하기 위

그래서 택배·유통부문 안전운임제

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신세계, 롯데,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시장의 고질적인 저단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유통산업(대형마트)의 쇠

가 운임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오랫동안 ‘안전

락을 대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시

운임제’ 법제화를 요구해왔다. 2020년부터 수

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대해 도로안전

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기존 대형마트는

운임제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안전운임제는 화

물류창고 형태로 개편하고 온라인몰과 마트 직

물노동자의 운임이 노동조건과 도로안전에 깊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라스트마일 운

은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 제도이다. 택

송시장(Last Mile Delivery)에서 주도권을 잡

배 평균단가의 하락 추세에서 볼 수 있듯이, 택

기 위한 산업 내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배노동자 역시 운임(수수료) 하락이 장시간 노

추세다.

동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수수료 인상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이루기 위해 택배와 유통부문 을 포함하는 안전운임제 확대가 필요하다.

1) 풀필먼트 시스템 : 상품보관-제품선별(picking)-포장 (packing)-배송(delivery)-처리를 일관된 과정으로 수행하 는것

일터 25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고령화 사회 ‘커뮤니티 케어’의 중심, 방문진료를 말하다 건강의집 의원 홍종원 원장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만성질환이 유행하고,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대

부탁드렸다. 방문진료는 어떤 것인지, 현재 운 영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적 변화에 발맞춰,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이 의료기 관 중심에서 커뮤니티 케어로 변화하고 있다. 아

‘건강의 집’은 강북구 번동에 있습니다. 심각

직 생소한 용어인 커뮤니티 케어. 그건 장애인, 고

한 장애 판정을 받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령자 또는 환자가 병원이나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방문진료를 하기 위해, 2019년 3월에 의사

최대한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

2명과 간호사 1명으로 개원하였습니다. 현

도록 실질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걸 가리킨다. 우

재 직원은 의사 2명, 간호사 2명, 행정직 1

리보다 고령화를 더 일찍 경험한 일본에서는 커뮤

명으로 총 5명입니다. 우리 의원은 방문진

니티 케어와 방문진료가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나

료, 요양원 촉탁의, 가정간호 등의 업무를

라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

주로 하고 있습니다. 가정간호는 간호사가

나, 방문진료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다.

가정에 방문하여 수액처치나 비위관삽입, 소변줄 삽입 등의 처치를 해드리는 겁니다.

이번 5월호 <다양한 노동 이야기> 코너에서는 방문진료를 주로 하는 ‘건강의집 의원’의 홍종원

외래 진료는 제한적으로 하고 있고요. 방문

원장을 만났다. 화창한 일요일 오후 ‘건강의 집’에

진료를 주로 합니다. 저는 방문진료로 한 달

서 커뮤니티 케어를 구축하는 데 방문진료가 갖는

에 50~60명가량의 환자를 만납니다. 함께

의미와 방문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민에 대해

일하는 김창오 선생님은 100명 정도 방문

얘기를 들어보았다.

진료를 합니다. 저희는 강북구만이 아니라 인근 노원구, 성북구까지 나갑니다. 중증장

건강의집을 소개합니다

애인, 누워만 있어야 하는 와상환자, 요양원

우선, 방문진료를 주로 하는 병원이 흔치 않

의 고령환자 등을 주로 만납니다. 환자분 중

은 만큼, ‘건강의집 의원’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에는 생활이 어려운 의료급여 환자분들이

26

노동자가 만드는


꽤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라는 게 행위와 처지를 하면 수 익이 나는 구조잖아요. 그리고 그 처치가 필

개원 후 방문을 요청하는 환자가 바로 생기

요한지 결정하는 건 의료인이고요. 실제로

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개원하고 장애

일부에서는 수익을 더 내기 위해, 요양원 방

인복지관 등을 일일이 찾아가서 저희를 알

문간호로 수액 등의 과잉처치하는 것도 보

리고 인사드렸습니다. 개원 초창기에는 많

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개원해서 이루려

이 알려지지 않아 의사 2명, 간호사 1명이

는 목적이 경제적인 수입은 아니었습니다.

다 같이 가가호호 방문을 하면서 배워나갔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으려고

습니다. 하지만 점점 경험도 쌓이고 환자 요

노력합니다.

청이 늘면서 요즘은 의사, 간호사가 각자 혼 자서 가정방문을 합니다. 웬만해서는 주말

보건복지부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서 치

에는 일을 안 하려고 하는데요. 그래도 꼭

료받기 힘든 고령 및 중증환자들의 의료접근성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방문하기도 합니다.

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2019년 방문진료 시범 사업을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왕진과 달리, 방

왕진에서 방문진료로의 변화

문진료의 수가가 정해지고 진료내용과 제공방

예전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집에 의사가 방

식이 제도화되었다. 그로써 거동이 불편한 환

문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자가 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최근에는 낯선 장면이다. 이처럼 왕진은 지금

이다. 구체적으로 마비(하지ㆍ사지마비ㆍ편마

처럼 의료기관이 많지 않았던 60~70년대는 보

비 등), 수술 직후, 말기 암환자, 의료기기 등 부

편적인 의료행위였다. 하지만 응급시설을 갖춘

착(산소, 인공호흡기 등), 욕창, 정신과 질환, 인

의료기관이 급증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지장애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방문진료를

더욱이 의료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의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선 의원에서

사들은 왕진보다는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를

의 참여율은 저조하다. 아무래도 방문진료하는

진료하길 선호했다. 그러면서 왕진은 그 명맥

것이 의료기관의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이 끊겼다. 그러나 최근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때문이다.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요구 증대로, 가구 에 방문해 의료를 제공하는 것의 필요성이 다

저희의 노동에는 방문일정을 예약하는 것,

시 제기되고 있다. 왕년의 왕진이 오늘날 방문

가가호호 방문해서 환자 보호자 만나는 일

진료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고 있다.

그리고 방문후에도 보호자와 전화상담하는 것이 다 포함되어 있다보니 시간이 많이 들

다른 의원은 환자가 직접 찾아오지 않습니

고 소진되기 쉽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

까? 하지만 저희는 일일이 예약하고 시간약

야 상담전화나 방문요청이 와도 기꺼이 응

속 정한 다음 정해진 시간에 방문을 합니다.

할 수 있고 환자에게 진심으로 대할 수 있다

일을 해보니 방문진료나 가정간호의 수요

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소진되지 않

가 예상외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응

고 여유를 가지도록 노동강도를 조절하려

급실 가기는 애매한데 의료가 필요할 것 같

고 합니다. 다른 직원분들한테도 무리할 정

은 상황이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환자나

도로 방문을 하지는 마시라고 합니다. 저희

보호자가 저희를 찾습니다.

를 찾은 분이 많아지면 직원을 더 고용하는 방법 또한 있겠으나 그러면 결국 관리의 업

일터 27


무가 더 추가되어 제가 신경 쓸 게 많아집니

저는 환자와 보호자의 말을 많이 듣고 신뢰

다. 현재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저희업무의

관계를 쌓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질을 높이는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래서 저는 환자 말을 충분히 듣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CT나 초음파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이의 마음

로 검사하고 진단을 내리는 병원에서 근무

홍종원 원장에게 일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

하는 의사와 다른 환경이다 보니 더욱 환자

꼈는지 물었다. 아픈 사람을 아픈 이의 공간 가

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

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

다. 저희는 개인전화번호를 환자나 보호자

까? 때론 일상을 묻는 가벼운 자리, 때론 마지

에게 알려줘요. 그래서 불쑥 전화하기도 하

막을 앞둔 이를 돌보는 자리도 있었다.

는데.......절박한 마음을 이해하고 성의있게 응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환자나 보

말기암 환자가 있었습니다. 치료가 더이상

호자 말을 잘 들어보면 그 분들이 답을 알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온 상황에서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강 상태가 나빠져 병원에 다시 가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이때 마침

보람찬 순간들도 있지만, 그 뒤에는 남들에

찾아가서 깊게 상당을 하고 나니 상담만으

게 잘 보이지 않는 고충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

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며 고마워하셨어

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생소하고 정착되지 않

요.

은 방문진료를 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한 번은 일요일에 방문요청 전화가 왔어요. 가급적 일요일은 방문하지 않으려

무리하다고 생각되는 요청을 잘 거절하는

고 하는데 방문을 했습니다. 환자 집에 방문

게 초장기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상황을

하니 환자가 임종을 앞두고 있었어요. 가족

잘 판단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해나가는 경

분들이 입원이 원치는 않아서 지속적인 방

험이 쌓여 적절한 상담을 해드릴 수 있습니

문진료를 통해 집에서 가족들 품에서 임종

다. 예전에는 환자나 보호자가 일과시간, 주

을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말을 가리지 않고 제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

몇 번 있었는데요, 요즘 코로나로 병원에서

는데요, 이제는 이런 것도 나름대로 조절하

여러 가족이 모여 임종을 지켜보는 게 쉽지

고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 방문진료 혹은 가

않은 상황에서 보호자와 환자에 도움이 되

정간호를 했을 때 안전문제에 노출될 우려

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 방문하는 집이 생 기면 어떤 보호자들이 있는지 파악하려고

사람은 언젠가는 죽습니다. 저의 할아버지

노력하고 있습니다. 야외노동이다 보니 혹

는 중환자실 침대에서 돌아가셨는데 바람직

한기, 혹서기에 힘들고요.

한 임종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그

28

래서 가정임종에 대한 요청이 있으면 가능

방문진료를 시작하게 된 계기

한 방문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늘 생명

방문진료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의사

에 대해 겸손해져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의 업무와는 꽤나 다르다. 의사들 중에도 방문

개원한 지 2년이 지난 지금은 지역 주민들이

진료에 대해 낯설어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고마워한다는 데 대해 보람을 느낍니다.

도 방문진료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방문

노동자가 만드는


▲ 방문진료하는 김창오 원장(왼쪽), 홍종원 원장(오른쪽). 출처: 홍종원

진료를 알게 되고 평생의 일로 삼으려는 마음

니다. 경영이 어려워지면 초심을 잃을까 걱

을 먹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정도 되었지만 다행히 운영비를 감당할 정 도는 되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

의과대학생 시절부터 사회를 좀 더 건강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안정되었고

게 변화시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방문진료의 경험도 쌓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동네에 오래 살았고 2012년부터 강북구 번동에서 마을주민들과 마을공동체 및 지역

저는 남들이 안 하지만 사회에 필요한 일을

활동 조직 등 다양한 주민건강권 활동 및 사

하겠다고 결심하여 이 일을 시작하였습니

업에 참여해 왔습니다. 공중보건의는 남양

다. 당분간 이대로 유지하며 경험을 더 축적

주에서 했는데 번동과 남양주를 오가며 지

하여 질적으로 더 잘하고 싶습니다. 잘한다

역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2008년

는 게 특별한 데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초심

에 현재까지 같이 일하는 김창오 선생님을

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만났습니다. 김창오 선생님은 그때 보건소 에서 방문진료를 했었고 건강마을 만들기사

한국사회에서 방문진료와 같은 공공성을

업, 의료복지 NGO단체 등의 지역 활동도 많

지향하고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의료기관이 안

이 했습니다. 김창오 선생님은 순수하고 신

정적으로 경영을 유지해나가는 건 녹록치 않다

뢰할만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현실에 맞서, 공공의료 사회적 가치를 실현 하는 의료를 실천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그렇게 서로 의기투합하여 2019년 개원을

전한다. 부디 <건강의집> 의료진들이 소진되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개원초기에는 당연

않고 초심을 유지하여 오랫동안 지역사회에 안

히 수입은 적고 병원의 운영비도 안나왔습

착하기를 기원한다.

일터 29


현장의 목소리

쿠팡의 꿈이 결코 이뤄지지 않는 세상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김혜진, 조혜연 활동가 인터뷰

한재영 상임활동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웃지 못할 이들이

의 죽음은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태도를 고수했

여럿이었지만, 쿠팡만큼은 예외였다. 팬데믹의

다. 그러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판정이 나

장기화는 이커머스(E commerce) 산업의 성장을

오면 그제야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식이었다. 저

이끌었고, 업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쿠팡 역시

들의 주장에 따르면, 쿠팡만큼 억울한 기업도 없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5% 급증해 13조 원

다. 법이 허용하는 ‘야간노동’을 준수하고, 노동

을 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직원 수도 지난해

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게 했으

말 기준 4만 9천여 명으로 삼성과 현대에 이어

며, 물류 및 제조업체에서 공정관리를 위해 일

3위의 고용 규모를 기록했다. 고질병으로 지적

반적으로 사용되는 개인별 UPH(Unit Per Hour,

되던 영업적자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고, 얼

시간당 물량 처리 개수)이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마 전에는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대

불식시키기 위해 이마저 ‘삭제’했는데 말이다. ‘이

규모 투자를 확보했다. 몸집을 더욱 불릴 만반의

정도면 된 거 아니냐’는 쿠팡에게 ‘충분하지 않다’

준비가 완료된 셈이다. 고객이 “내가 쿠팡 없이

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노동자를 죽음

어떻게 살았지?”라는 단 한 가지의 질문을 하게

에 몰고 가는 야간노동의 위험을, 불안정 노동의

끔 만들겠다던 김범석 의장의 꿈이 실현되는 날

재생산에 지나지 않는 쿠팡의 고용체계를, 여전

도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인다.

히 노동자를 짓누르는 성과압박의 존재를 말한 다.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쿠팡이 벌써 장밋빛

그런데 이 꿈, 정말 이뤄져도 되는 걸까? 9

미래를 바라볼 때, 핏빛으로 얼룩진 쿠팡의 어제

명. 작년 3월 택배 노동자가 배송 중 빌라 계단

와 오늘을 직시하는 ‘쿠팡 노동자와 건강한 노동

에서 쓰러져 사망한 이후, 약 1년 남짓한 기간

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이하 대책위)’의 김혜진,

동안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의 숫자다.

조혜연 활동가를 만나 ‘쿠팡 없이도 괜찮은 세계’

확인된 숫자만 9명이다. 그간 쿠팡은 사망자가

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나올 때마다 업무와의 무관함을 앞세우며 그들

30

노동자가 만드는


▲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함께 바꿔나갈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선전활동 또한 이어가고 있다. 출처: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 을 위한 대책위원회

일회성의 문제도, 우연한 사고도 아닌

변하며 자신들은 피해자의 민원을 들어주

쿠팡의 문제

는 것 외에는 할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결

쿠팡은 자신들이 대한민국 택배·물류업계

국 교섭은 결렬됐어요.

에 새로운 근로환경을 선도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쿠팡의 큰소리가 무색하게 지난해 5월

쿠팡과의 교섭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말,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집단감

보상 대책 마련,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때문이

염으로 인해 노동자 84명을 포함한 시민 152

었어요. 그런데 사과와 보상 대책 마련은 이

명이 감염됐다. 그런데도 쿠팡은 피해당한 노

뤄지지 않았고, 결국 소송으로 다 넘어갔고

동자에 대한 사과는커녕 적절한 대응을 제공하

요. 남은 건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인데, 지

지 않은 것마저 자신들은 법과 정부의 지침대

금 쿠팡 자의로는 잘못된 노동조건과 구조

로 했을 뿐, 더 이상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를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있다. 조: 뉴스나 신문을 보면 아시겠지만, 쿠팡 김 : 그간 쿠방팔 코로나19 피해자지원 대책

과 관련된 각종 사고를 다룬 기사들이 연일

위원회(이하 지대위)에서는 피해자 모임과

빵빵 터지고 있잖아요. 코로나19 집단감염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교섭을 요청해왔어

을 계기로 지대위가 시작됐지만, 실태조사

요. ‘乙(을)’지로위원회(이하 을지로위원회)

를 하면서 알게 된 쿠팡 노동자들이 처한 노

의 중재로 쿠팡과의 교섭이 진행됐고, 4차

동환경이 너무 심각했어요. 그리고 이런 문

례 정도 만났죠. 쿠팡의 집단감염으로 드러

제들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생긴 문제가

난 피해 정도가 예상보다 컸고 심각했어요.

아니거든요. 계속해서 사건, 사고가 일어날

그래서 피해조사를 할 수 있는 기구를 공동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에 생겨난 문제죠. 이

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중재를 했던 을

처럼 고민의 지점도 넓혀졌고, 여러 차원에

지로위원회는 쿠팡도 이에 동의했다고 했

서의 대응도 이전보다 폭넓게 이뤄져야 한

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쿠팡 측의 태도가 돌

다는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지대위에서

일터 31


대책위로 확장이 이뤄졌습니다.

보편적인 기준과 원칙을 마련하기 위해서 조사, 연구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실태조사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쿠팡의 문제들

를 하려고 합니다.

그간 유구히 쿠팡의 문제로 지목된 것들이 있다. 노동강도와 야간노동에 뒤이은 과로사,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

불안정 노동을 생산해내는 고용구조 등 어느

르면, 최근 5년간 쿠팡의 산재는 꾸준히 증

것 하나 시급하지 않은 사안이 없다. 말 그대로

가해왔어요. 쿠팡 물류센터의 산재 신청은

우리 사회의 문제적 노동을 한데 모아놓은 집

2017년에 50건, 2018년에 150건, 2019년

약체나 다름없다. 이뿐만 아니라, 문제는 지금

에는 191건, 2020년에는 239건이에요. 신

껏 계속해서 자신의 몸집을 부풀려 왔다.

청 건수가 계속해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증가 폭도 상당히 크죠. 그리고 해당 자료는

조: 쿠팡의 문제는 어느 것 먼저 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한 것만 집계된 건데,

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총체적으로 문제

모종의 이유로 신청하지 못한 경우를 고려

예요. 그래도 그중에서 노동강도 문제가 가

하면 실제 산재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거라고

장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해요. 이전에는 개

예상해요. 쿠팡 노동자들의 커뮤니티인 네

인별 UPH라고 해서, 각각의 노동자가 시간

이버 밴드 ‘쿠키런’을 보면, 산재 신청 시 블

당 처리하는 물량 개수를 측정했거든요. 별

랙리스트에 올라가 고용 유지가 어렵다는

다른 기준도 없이 가장 높은 노동자의 UPH

등의 글들이 올라와요. 이처럼 산재 신청을

와 비교하는 식이에요. 그리고 내일은 어제

마음먹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그런

보다 더 높은 UPH를 기록해야 해요. 쿠팡

데도 계속해서 산재 신청 건수가 증가하는

측에서는 UPH가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

것으로 미뤄 짐작하자면 그만큼 현장의 안

는다고 하지만, UPH가 낮게 잡히면 다른 업

전이 매우 위급한 수준인 거겠죠. 추후 쿠팡

무로 교체되거나 관리자가 심적으로 엄청

대책위의 활동에 산재 실태에 대한 조사와

난 압박을 주거나 하는 일들이 생겨요. 그러

연구도 빠질 수 없는 과제예요.

다 보니 노동자 입장에는 어쩔 수 없이 스스 로 점점 더 빨리 물량을 칠 수밖에 없는 거

너무 늦은 사과도, 답도 아니려면

예요. 그러다 보면 과로, 나아가 과로사 문

현재 쿠팡은 전국에 170여 개 물류센터를

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죠.

운영 중이다. 230만㎡(약 70만 평) 규모라고 하는데, 크기가 채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어마

지금 당장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야

하다. 지금 물류센터만 해도 미식 축구장 40개

간노동 역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풀어나

정도를 합친 크기라 하는데, 앞으로 여기에다

가야만 하는 문제예요. 쿠팡의 가장 큰 전략

330만㎡(약 100만 평) 규모의 부지 추가 확보

은 로켓배송인데 이걸 가능하게 하려면, 물

에 나설 계획이라 밝혔다. 이처럼 드넓은 공간

류센터는 밤낮없이 한밤중에도 엄청나게

에 수많은 노동자가 일하고 있지만, 정작 공간

빠른 속도로 돌아가야 해요. 국제암연구소

의 쓰임에 있어 노동자에 대한 어떤 고려도, 원

(IRAC)에서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

칙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쿠팡의 물류센터

정했듯이 같은 노동을 하더라도 야간노동

에는 일하는 ‘사람’은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일 경우, 우리 몸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어요. 추후 야간노동 전반에 대한

32

노동자가 만드는

김: 쿠팡의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지자체


들이 MOU를 체결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실관계’를 ‘바로 잡는다’라고 하지만, 사실을 넘

MOU에서 빠진 게 있다면 바로 노동자들의

어 쿠팡에게 묻고 싶은 진실이 있다. 8명의 노

권리죠. 지금은 산업에 대한 표준이 마련돼

동자가 죽어 나간 이유가 ‘야간노동’도, ‘성과압

야 해요. 지금 같은 대규모 물류센터는 이

박’도 정말 아니었을까? 어쩌면 노동자의 죽음

전에 없던, 새로 생겨난 공간이죠. 그러다

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쿠팡’이 아니었다면, 그

보니 어떤 공간이 돼야 한다는 기준이 하나

들의 삶은 지금도 계속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도 없는 거예요. 공간의 적정인원은 얼마인

질문에 답을 듣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목소리

지, 물류센터라는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 필요하다.

의 계약 형식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 무것도 합의된 바가 없어요. 이 같은 공백의

조: 인천의 학생치고 쿠팡에서 일 안 해본

공간에서 쿠팡과 같은 쪼개기 계약과 일용

사람 없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누구나

직 고용과 과도한 노동이 물류산업의 표준

다 어렵지 않게 쿠팡에서의 노동을 경험하

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요. 정말 심각한 문

는 거예요. 앞으로 더더욱 그럴 테고요. 소

제예요.

비자로서도 마찬가지죠. 다들 쿠팡의 편리 함이 낯설지 않으니까요. 다만 편리함 속에

대표적인 예로 쿠팡의 물류센터는 냉난방

숨은 노동의 열악함을 한 번쯤 떠올려 봤으

설치가 안 돼 있어요. 신선센터는 일정한 온

면 좋겠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감각이 있는

도가 유지되지만, 노동자가 아닌 오직 물품

데요, 프랑스에서 한국인이 자발적으로 야

의 냉장과 냉동을 위한 온도죠. 애초에 쿠팡

근하니까 프랑스인 동료가 ‘우리 노동자들

의 물류센터는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 힘들게 싸워서 쟁취한 권리를 훼손하지

공간이에요. 그렇다면 원래 물류센터에는

말라’고 했다는 얘기 있잖아요. 저는 이 얘기

일하는 노동자를 고려한 냉난방 설치가 불

속의 감각을 우리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가한 공간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그냥

요. 이후 쿠팡 대책위에서도 관련된 활동을

건물의 공조설비를 잘하면 되는 일에 불과

해보고 싶기도 하고, 필요성도 느껴요.

해요. 그런데도 그걸 안 해서 쿠팡에서 일하 다가 너무 춥고, 너무 더워서 사람들이 죽는

김: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서 쿠팡이 만들어

거예요.

진 게 아니라, 쿠팡이 우리의 편리함을 거꾸 로 생산해내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왜 그

이건 건물의 설비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에

런 걸까? 노동자를 부품처럼 취급해 만들어

요. 노동강도, 고용 형태 모든 문제에 해당

낸 편리함은 과연 누구의 이익이 될까? 저

하는 얘기예요. 쿠팡이 말하는, ‘어쩔 수 없

는 앞선 질문들을 자본에게 던질 수 있는 시

다’는 핑계는 물류산업의 특성이 아닙니다.

민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질문

그건 쿠팡의 문제죠. 고용노동부와 산업통

을 끊임없이 하다 보면, 노동자와 시민사회

상자원부가 나서서 제대로 된 산업의 표준

가 연대해 건강한 대안을 마련하고 새로운

안을 만들 때예요. 이걸 위해서 쿠팡 대책위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

의 향후 활동에 실태조사도 계획에 두는 것

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

이고요.

을 고려하지 않는 쿠팡의 성공 신화가 결코 성공 신화로 인식되지 않길, 쿠팡이 하나의

쿠팡은 관련된 비판 보도가 나올 때마다 ‘사

표준이 되지 않는 게 우선이겠죠.

일터 33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우리의 일터는 우리가 통제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창지회 이정기 노동안전보건부장 인터뷰

김다연 상임활동가

산재로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겪으며 힘들어

“2008년 처음 명산감이 됐을 때는 이름만

하는 동료에 대해 말하며 눈물을 흘렸던 이정기

있지, 힘도 못 쓰고 회의 때 멀뚱멀뚱 쳐다

노안부장. 그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아, 언젠가

보고만 있다가 끝났다 하면 나가고 그랬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명예산업안전

회사에서 한 번씩 교육가라 하면 이유도 모

감독관(이하 명산감)이자 노안부장인 그의 노안

르고 갔고요. 하지만 노조가 생긴 이후부터

활동에 대해 듣다 보면, 활활 타는 용광로가 떠

는 우리가 직접 노안활동을 주도하고 있어

오른다. 그렇게 고통스러우며 슬프고, 분개하면

요. 제 생각엔 노안활동 덕에 노조 내부 결

서도 어떻게 현장의 문제로부터 고개 돌리지 않

속력이 높아진 것 같아요. 처음 노조를 설립

고 도리어 기꺼이 그 자리에 두 발을 박을 수 있

한 후에 불만스럽다는 사람들도 있었거든

는지, 어떻게 그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궁금

요. 우리는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다치지 않

했다.

는 현장을 만들어보려고 새 노조를 설립한 건데, 몇몇은 노조 생기면 임금협상에도 유

작업중지, 이후의 ‘현장’이 가능하게 하는 권리

리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대창 지회는 2016년 4월, 260여 명의 조합

를 했었나 봐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원을 모아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지

기대와 다르니까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고,

회 설립 당시 회사에는 이미 다른 노조가 있었

몇몇은 조합을 탈퇴하기도 했어요. 또 우리

으나, 노조활동은 전무한 페이퍼노조였다. 사

가 투쟁하면서 다른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

측은 조합원들을 회유하기 위해 큰돈을 내걸고

았으니까 우리도 다른 사업장 투쟁을 돕거

조합 탈퇴를 요구하기도 했으나, 결국 투쟁 끝

나 모금을 하자고 하면 조합에 짜증 내는 이

에 대창지회는 이름만 남은 기존의 노조를 없

들도 있었고요. 그래서 상집간부, 확대간부

애고 대표 지회로 서게 됐다. 이정기 노안부장

가 책임지고 이들을 설득하자고 했죠. 그런

은 2008년부터 명산감을 했지만, 본격적으로

데 그런 불만들이 본격적으로 없어지기 시

노안활동을 하게 된 건 지회 설립 이후부터다.

작한 건 아픈 조합원들의 산재 승인이 많이

34

노동자가 만드는


나고, 노안 활동 덕분에 현장의 환경도 많이

바닥에 황물만 있다가 이후 덩어리가 생겨

개선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서 작업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그 러면 이 황산 덩어리를 사람이 들어가서 깨

현재 대창에서는 작업 중 위험할 시, 작업자

야 해요. 제가 직접 해보니 멀쩡한 쇠삽이

가 작업중지를 내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있

다 삭고 녹아서 없어져요. 근데 그걸 또 시

는 편에 속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

키더라고요. 작업방식을 개선하든지 외부

다. 언젠가 용해부서에서 용해로에 작업자 발

업체에 맡기든지 하라고, 우리는 못 하겠다

이 빠지고, 유압유에 맞아 골반이 골절된 사고

고 했어요. 회사에서 억지로 시키면 내가 욕

가 하루 사이에 연달아 일어난 적이 있었다. 연

먹더라도 고발하고, 책임도 질 테니까 다른

차를 내고, 시골에 내려가 있던 이정기 노안부

작업자들한테도 다 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

장이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복귀해

후로도 문제가 생기면 절대로 혼자 작업 못

보니, 현장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

하게 하고, 조치하려고 나서지도 말고 관련

와 똑같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전문가 불러서 도움받으라고 해요.”

용해로 작업을 중지하라고 한 뒤, 노동부 상황 신고센터에 연락해 노동부에서 유선으로 작업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중지 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그날 바로 노동부,

너무 위험한 현장의 곳곳들

안전보건공단 등에서 들어와 설비 및 현장을

이정기 노안부장은 가능하다면 모두에게

조사했고, 현장 개선 완료 전까지 작업중지 명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현장이 여전히 너무 위

령을 내렸다.

험하다고 말한다. 조합 차원에서 제대로 산재 신청을 진행하게 된 2017년 이래, 사고성과 근

이것이 대창에서의 첫 번째 작업중지다. 생

골을 포함해 발생한 484건의 산재가 그의 말

산공정 특성상 용해로를 멈추는 것만으로도 하

을 증명한다. 그래도 각고의 투쟁 끝에 많이 개

루에 수억이 깨지고, 전체 공정을 중단해야 한

선돼왔다. 앞서 언급한 황산을 다루는 작업도

다. 작업중지 당일, 회사는 이정기 노안부장을

여전히 위험하지만, 어느 정도는 개선된 상태

잡으러 다녔고 그는 회사 밖으로 도망가야 했

라고 한다. 이외에도 현장 곳곳의 위험이 조금

다. 이후 회사는 그를 호출해 회사와 ‘상의’ 없

씩 사라졌다. 미끄럼 사고가 빈번했던 용해로

이 작업중지를 걸었다며 이를 문제 삼았으나,

근처 쇳물이 흘러가는 탕로에서는 이제 쇳물

그는 그것이 자신의 업무이며 동지들이 다치는

을 부을 때 사이렌이 울리고, 레이저 안전선을

것을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강경하게 대

쏴 작업자의 접근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예전

응했다. 이 첫 번째 작업중지가, 그간의 노안활

에는 좁은 계단에 올라서서 400kg짜리 코일을

동 중에서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다.

잡아당겨 이동시키다가 추락사고도 자주 발생 하곤 했는데, 그 계단도 전면 교체됐다고 한다.

“예전에는 진짜 회사가 ‘일해’ 하면 위험해도 해야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조합원들이 자 신 있게 ‘못하겠습니다. 왜 우리가 위험한 일 을 해야 합니까?’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업 계 특성상 어쩔 수 없이 황산을 쓰는 공정이 있어요. 근데 고농도 황산은 시간이 지나면 안에서 결빙체가 생겨서 굳어요. 처음엔 밑

또한 무거운 코일을 다루다 보니 근골질환 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를 반영해 작업 공 정의 변경도 요구했다. 회사에서는 현재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변화 뒤에는 작업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생산량을 위해 무리 한 작업을 시키는 회사를 질타하고, 제대로 된

일터 35


개선안을 가져올 때까지 절대 물러나지 않는

는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산재 신청 건수가 많

이정기 노안부장과 노조가 있었다. 올해 초에

지만, 그 모두를 이정기 노안부장과 노조의 다

만 해도 안전 순찰을 없애버리려는 회사의 시

른 부장 한 둘이서 소화해내고 있다. 일을 마친

도가 있었는데, 그 역시 노조의 힘으로 무력화

뒤의 새벽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내내 시간을

시켰다.

쏟아야 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개인 휴가 를 써가며 활동하기도 한다. 이처럼 쉽지 않은

“사고성 재해는 회사가 전면적으로 다 처리

노안활동이지만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다른 데

하거든요. 근데 근골격계 질환은 못 해주겠

있다. 대창에는 노안활동의 중요성을 조합원들

다는 식이에요. 한 마디로 인정을 못 하겠으

이 인정하고, 활동하는 이들을 깊게 신뢰하는

니 근골격계 질환은 노동조합이 입증하라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그런데도 새로 노안활동

는 거죠. 여기까진 좋다고 쳐요. 근데 산재

을 시작해보려는 조합원들은 없다.

신청하면 반대의견서 내면서 말 같지도 않 은 소리를 해요. 지금 설비를 개선 중이다,

“조합원들은 내가 어떻게 싸우는지 다 봤어

근골격계 질환이 며칠 만에 발생하는 병이

요. 그래서 노안활동을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다른 동료들은 다 괜찮다면서요. 그

있죠. 회사가 너무 막강하게 나오니까 거기

럼 저는 개선 전에는 설비가 엉망이었고, 시

에 부딪힐 자신이 없는 거예요. 지회 차원에

간당 생산성도 따져서 사람들이 아프다고

서 활동가를 양성하려고 하는데도 안 와요.

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싸워요. 이렇게 자신

안 오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고요. 그런 부 ▲출처: 한노보연

있게 싸울 수 있는 것도 좋은 일이죠.

분이 안타깝죠.”

활동하다 보면 산재 승인이 어려울 거 같은

노동자가 무너지지 않는 현장을 위해서

데 그래도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요. 한 번은

여전히 현장 곳곳에 CCTV가 있고, 인당 생

정말 어렵겠다 싶은 일을 만났죠. 어떻게 해

산성을 평가하며 인사고과나 재계약 시 산재

야 하나 고민하면서 다른 지회의 경험들도

신청 여부를 반영하는 환경에서 노안활동을 하

비교하기도 하고, 진짜 혼자서 며칠 내내 씨

며 이정기 노안부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름했어요. 결국 준비할 수 있는 근거 자료는

원칙은 무엇일까. 그는 노조에서 힘을 갖고 현

다 마련하고, 근로복지공단에 가서 열심히

장 통제의 주체를 노동자로 세우는 것이라 말

괴롭히는 방법밖에는 없더라고요. 근로복

한다. 이정기 노안부장을 비롯한 노조는 다양

지공단 직원들한테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

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현장을 통

고 했죠. 당신네 동생이나 친척들이 회사에

제하려는 회사에 맞서고 있다. 최근 회사는 지

서 그런 일을 하고 있고, 근골격계 질환으로

게차 작업자들의 보호구 착용 여부를 단속해

아프다고 하면 어떻게 써줄 거냐고, 이 사람

지키지 않을 경우, 징계를 내리겠다는 방침을

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요. 회사가 설

내세웠다. 하지만 그는 보호구를 착용하는 건

비 개선만 해도 문제가 없었을 텐데 왜 자신

회사가 주체가 돼 감시와 처벌 방식으로 강제

의 책임을 방기한 회사의 의견만 중요시하

하는 게 아니라, 노조에서 조합원들을 설득하

냐고 그랬어요. 그리고 승인을 받았는데, 이

고 행동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때 성취감을 느꼈죠.”

를 반대했다. 징계를 내리더라도 그건 조합의 몫이지, 회사의 것은 아니다. 회사의 몫은 노동

이렇게 위험한 노동조건에서 고되게 일하

36

노동자가 만드는

자들이 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는지 확인하


▲ 출처 : 푸우씨

고, 문제없이 쓸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하는 것이

는 거죠. SJM은 노조의 힘이 세니까 지금의

다. 이마저도 노조가 지게차 작업자들의 경우,

저처럼 고군분투 안 해도 돼요. 이외에 자체

헤드켓이 낮아 보호구를 쓸 수 없었던 상황을

적으로도 노안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조합

지적하고 헤드켓의 높이를 올려달라고 요구해

이기도 하고요. SJM은 우리의 롤모델이에

전면 교체를 이뤄냈다.

요. 거기를 뛰어넘는 게 우리 목표인데, 아 직 갈 길이 멀죠.”

그의 롤모델이 되는 사업장은 자동차 부품 사인 SJM이라고 한다. SJM은 용역 깡패들의

혼자서 감당해야 할 일이 많아 힘들어도, 아

폭력을 겪을 정도로 초반에 극심한 노조 탄압

프고 힘들어하는 동지들을 보며 자신의 힘듦

을 겪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후 오랜 시간

은 잊은 채 다시 한번 힘내본다는 이정기 노안

동안 조합의 힘을 꾸준히 키워왔다.

부장. 진급보다는 대창의 모든 현장 동지가 다 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지금

“이전에 SJM 현장을 한 번 둘러봤어요. 현

이 자리에 있다는 그는, 바위처럼 버티고 싸워

장의 모든 게 체계적이에요. 그걸 보면서 와

현장의 여러 안전보건활동의 체계를 닦아왔다.

조합 힘이 이 정도는 돼야 하구나 싶었죠.

그 과정이 이어지다 보면 언젠가 이정기 노안

거기에는 노안부장으로 오래 활동한 사람

부장처럼 많은 것을 걸고 싸울 수 있을 만큼 아

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곤 해요.

주 강인하지는 못한 이들이라고 할지라도, 체

노조에 대한 신뢰도도 높죠. 조합원들이 조

계적이고 충분히 강한 노조의 힘을 바탕으로

합을 믿고 따라가요. 그렇게 믿은 만큼 산재

부담감이나 불안감 없이 현장을 안전하고 더

와 현장 개선, 회사와의 대립 등 모든 부분

편하게 바꿔나갈 수 있을 날이 오지 않을까. 반

에서 월등하고 실패가 없다 보니 후회도 없

드시 그러하리라 믿는다. 일터 37


스폰지밥은 내 친구일까

문화로 읽는 노동

임혜인 회원, 노무사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

깊은 저 바닷속 비키니 시티에는 파인애플

린 것’ 또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

모양을 한 집이 있다. 그곳에는 만화주제곡이

생긴다. 과거에는 이상하다고 여겨진 것들이

말해주듯이 ‘네모난 얼굴’에 ‘동그란 눈’을 가

지금 와서 다시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진 네모바지 스폰지밥이 살고 있다. 그는 어떤

판명되기도 하고, 현재 옳다고 받아들여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가치들이 과거에는 잘못된 것으로 평가되기

다. 덕분에 ‘문어’나 ‘인어’ 할 것 없이 비키니

도 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의 대

시티의 모두와 친근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말 그

표적인 예는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이다. 만

대로 모두의 친구인 셈이다.

화 속 고길동은 보고픈 엄마를 찾아 헤매는 가엾은 둘리를 타박하고 괴롭히는 악역으로

불평불만 없이 밝은 스폰지밥의 성격은 특

묘사된다. 그렇다면 고길동은 오늘날에도 여

히 직장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스폰지밥은 관

전히 악역일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둘리

내 최고 햄버거 맛집인 집게리아에서 주방장으

의 만행을 정리한 밈(meme, SNS 등에서 유

로 근무하는데, 그에게 있어 집게리아는 직장

행해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패러디물을

그 이상의 의미다. 근무시간 물론 퇴근 이후에

이르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며, 둘리

도 집게리아가 번창할 방법을 고민한다. 썰매

를 보고 자란 어른들에게 고길동은 둘리를 견

대회에 참가하면서, 상금을 받으면 집게리아의

뎌낸 성인군자로 재평가된다. 이렇듯 현재 자

리모델링을 하겠다고 다짐할 정도다. 이러니

신이 서 있는 상황에 따라 맞았던 것이 틀린

스폰지밥은 사장이 벌여놓은 일로 휴게시간이

것으로, 틀렸던 것이 맞는 것으로 변한다. 직

나 휴일 없이 근무해도 힘든 기색은커녕 그저

장생활 N년차인 내 또래 친구들에게도 ‘그때

행복할 뿐이다.

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 고길동 말고도 있 다. 바로 어렸을 적 즐겨봤던 만화 ‘네모바지 스폰지밥’이 그중 하나다.

스폰지밥의 유일한 직장동료인 징징이의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다. 근면 성실하다 못해, 사장보다 더 회사를 아끼는 스폰지밥과 달리

집게리아 일등 종업원 스폰지밥 38

노동자가 만드는

징징이는 직장생활보다 직장 밖에서의 삶이 더


▲ 출처: 위키피디아

중요하다. 그에게는 계산과 주문 수수, 홀서빙

게 스폰지밥의 성공과 징징이의 실패는 ‘맞는

등의 업무를 할 때보다 그림을 그리거나 클라

것’이었다.

리넷을 연주하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 을 할 때 더욱 행복하다. 징징이는 열심히 일하

집게리아 그리고 스폰지밥

는 스폰지밥을 괴롭히거나 그의 적극적인 업무

그때 ‘맞는 것’의 유효성을 판단하기 위해

수행을 비난하기 일쑤다. 또한 징징이는 최대

서는 스폰지밥과 징징이가 함께 노동을 하며,

한 일을 편하게 하고자 요령을 부리기도 하고,

생활의 일부를 공유하는 공간인 집게리아와

스폰지밥에 비하면 고객을 응대하는 태도도 딱

그곳의 대표인 집게사장에 대해 알아볼 필요

딱하며 친절하지 않다.

가 있다. 집게사장은 무일푼에서 자수성가한 서민 갑부로,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햄버거

두 인물의 대비는 만화 속 그들의 삶으로도

전문점을 운영한다. 그는 한때 넝마를 주워입

계속해서 이어진다. 집게리아의 일등 종업원

어야 할 정도로 가난했지만, 게살버거를 개발

인 스폰지밥은 악당으로부터 마을을 구하는 영

해 순식간에 부자가 됐다. 집의 벽지를 돈으

웅이 되기도 하고, 여러 부분에 있어 많은 성취

로 쓸 만큼 이미 어마한 부를 축적했지만, 여

를 이뤄내기도 한다. 반면 근면한 노동자가 되

전히 집게사장은 돈 버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

지 못한 징징이는 스폰지밥보다 열등한 존재로

법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이윤 추구를 위해

묘사되며, 무엇을 도전하든 매번 실패한다. 심

서라면 주저 없이 노동자 착취를 일삼는다.

지어 징징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취미활동은

손님이 메뉴에 없는 음식을 주문하더라도 직

주변인들에게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거나 민폐

원들은 무조건 그 주문을 받아 서비스를 제공

가 되는 행동으로 여겨져 비난받는다. 우리 모

해야 한다. 또한 100명이든 200명이든 몰아

두 스폰지밥의 친구였던 그때 그 시절, 우리에

치는 손님을 감당하는 것도 스폰지밥과 징징 일터 39


이, 단 두 명의 직원이 알아서 해내야 할 일이

타인에 의해 착취되는 것보다 자유롭다는 느

다. 전달 대비 매출이 3천 원 하락한 것을 이

낌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완전히

유로 노동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며, “일할

자신이 망가질 때까지 자기 자신을 자발적으로

때는 숨도 쉬지 마. 숨 쉬라고 돈 주는 거 아

착취하게 된다고 한다. 스폰지밥이 되기로 자

니야”라며 폭언을 일삼기도 한다. 이외에도

처한 누군가는 자유롭다는 착각 또는 “내가 좋

집게사장이 행한 만행이 너무나도 많아, 일일

아하는 일”이라는 집착에 사로잡혀 누구보다

이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열심히 “근로”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 중의 누 군가는 노동자에서 근로자가 되고, 근로는 ‘맞

이 같은 극악의 노동환경 속에서도 스폰

는 것’, 근로가 아닌 노동은 ‘틀린 것’이 된다.

지밥의 행복회로는 멈추지 않는다. ‘매장에서

근로가 노동을 대체한 자리에 “그냥 노동”은

수다 떤 것’, ‘근무 중 농담한 것’, ‘껌 씹은 것’

성립하지도 존재하지도 않는다. 긍정의 조건이

등 근무에 온전히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붙지 않은 노동은 게으름, 무능함으로 받아들

해당 행위에 대한 벌금을 청구해도, 임금이

여질 뿐이다.

문화로 읽는 노동

3개월째 체불돼도 말이다. 그저 스폰지밥은 “이 일은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요”라는 이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폰지밥이 되는 것

로 자신의 권리를 기꺼이 포기한다. 노동 착

을 거부해야 한다. 근로라는 조건부 노동만이

취가 숨 쉬듯 일어나는 노동환경에서도 긍정

덕목인 세상에게 “그냥 노동자”로 바라봐 줄

을 잃지 않는 스폰지밥을 지금도 ‘맞는 것’으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일하는 게 힘들다”, “일

로 평가할 수 있을까. 여전히 스폰지밥이 맞

때문에 아프다”라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근로

는 것이라면 스폰지밥처럼 노동하지 않는, 할

라는 조건 앞에 작아지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

수 없는 나는 틀린 것일까?

의 노동을 존중해야 한다. 각자의 노동이 그 몸 과 마음까지 태워버릴 정도로 지나치지 않도록

우리는 스폰지밥을 거부한다

“이만큼 했으면 되었다”, “적당히 해도 괜찮다”

자본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라고 서로를 보듬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

있는 직원을 계발하기 위해 힘쓴다. 경영학

의 노동으로 인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나의

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인적자원(Human

노동에게 안부를 묻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Resources)으로 일컬으며, 기업 목표 달성을 위해 활용되는 여느 자원 중 하나로 대상화

5월 1일, 새로운 한 해의 노동절이 돌아왔다.

한다. 나아가 사회는 일하는 사람 모두가 누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우리의 친구 스폰지

군가의 인적자원이 될 수 있도록 학습시키고,

밥에게 영원한 작별을 고한다. 그리고 새해가

경쟁을 부추긴다. 인적자원이 된 우리의 노동

되면 소원을 빌듯이 노동절의 소망을 빌어본다.

은 작아지고 또 작아져 결국 근로만 남는다.

남은 한 해 동안에는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로

자본은 근로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에 시

불리는 이가 더 많아지길, 열심히 노동하지 않

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자본은 그들의

아도 괜찮은 날들이 되길 기원해본다. 한 때는

이상적인 인적자원 그 자체인 스폰지밥을 갈

스폰지밥이 되려고 애썼던 나의 몸과 마음에게

망하며, 스폰지밥이 되는 것에 대한 달콤한

도 일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힘들면 쉬엄쉬엄해

보상을 제시하며 우리를 유혹한다.

도 괜찮다고 안부의 말을 건네 본다.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은 자기 착취는

40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을 맞아 민주노총이 개최한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차별 없이 적용하라" 결의대회 모습. 출처: 호나라

일터 41


노동자에게 재해는 곧 삶의 위기

▲ 출처 : pixabay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이영일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산업재해는 크게 사고와 질병으로 나뉜

는 각각 5,201명, 6,375명, 9,524명으로 증가추

다. 사고와 질병 사이에서 두드러진 차이점

세는 맞지만 한국에서 직업으로 인해 ‘골병’이

중 하나가 ‘드러남’의 정도일 것이다. 사고는

드는 사람이 1년에 과연 만 명도 안 될까. 승인

드러남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산재로 쉽게 인

률이 높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근골격계 질환을

정되는 편이지만 질병의 경우 드러내기가 쉽

포함하여 다수의 직업성 질병들이 크기를 추정

지 않다. 노동자가 어렵게 산재신청을 하더라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도 업무와 발병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

책임이 있는 기관들은 여전히 제 역할을 충실히

증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입증 책임이 노동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근골

자에게 있는 것 또한 큰 부담이다.

격계 질환의 업무관련성을 평가한 두 가지 사례

업무상 질병의 산재 인정률에 대한 최근

를 소개하고 짧게나마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통계를 보면 산재 승인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

첫 번째 사례는 좌측 어깨 회전근개 파열

어 얼핏 다수의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시스템

로 산재신청을 했던 41세 여성이다. 불승인되

의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

어 소송을 진행하였으며 법원 제출 목적으로

나 승인률이라는 것은 알다시피 신청건수에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받기위해 내원하였다. 사

대한 승인건수의 비율이다. 2017년부터 2019

실 내원한 노동자가 OO자동차 서비스센터의

년까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산재신청건수

전화교환원이어서 선입견이 있긴 했다. 이 노

42

노동자가 만드는


동자가 일한 곳에서는 원래 전화교환원이 2명

다녔던 병원의 판독소견 역시 동일했다. 물론

이었으나 한 명이 퇴사하였고 인원 보충 없이

재해자의 주치의와 질판위 의사 사이에 영상학

2016년부터 혼자서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적 소견을 두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경우

그런데 2017년 특정 차종의 리콜사태가 발생하

있는 소견을 없다고 한 것이라 황당했다. 재해

면서 문의가 쇄도하여 노동강도가 증가하였고

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 상황은 1년 넘게 지속되었다. 문제는 전화교 환기 자체의 독특한 기능과 어깨를 들어 뻗어 가면서까지 퇴사 직원 자리의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본인 교환기에 동시 통화량 이 많고 통화보류를 잡아 놓기에도 한계가 오 면 옆 전화기로 보류를 넘긴다. 뿐만 아니라 현 장에서도 교환기로 전화가 오는 상황인데다 현 장으로 넘긴 전화가 일정 기간 응답이 없으면 다시 교환기로 연결이 된다.

근로복지공단의 관치행정 혹은 관료주의가 지닌 한계라는 말로도 앞선 두 사례는 납득할 수 없다. 첫 번째 사례의 재해조사 내용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부실했다. 업무환경의 변화와 증가한 업무량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좌측 어깨 사용량을 그저 기계적으로 접근해 계산하였으며 팔을 뻗어 전화를 받는 작업자세 가 어깨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다. 부실한 재해조사 자체가 불승인에 기여도가 높

전화기의 재착신 업무와 교환기의 복잡한

아도 공단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노동자

기능과 동시에 걸려오는 전화를 대처하는 방식

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재심사 청구가 전부이

을 고려한다면 응대전화 한 건 당 어깨 사용 1

다. 두 번째 사례의 경우 더욱 황당하다. 추간판

회로 단순하게 계산할 수는 없다. 게다가 옆자

탈출 정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유무가 바뀌

리의 교환기는 몸을 기울여 팔을 뻗어서 받아

었는데도 그것을 재평가하기 위한 내부적인 프

야 해서 어깨 부담이 컸다. 최근 10년간 건강보

로세스가 전혀 없다.

험 요양급여내역을 봐도 노동강도가 증가한 시 점 이후로만 어깨 치료 이력이 확인된다. 오른 손잡이인 41세 여성에게 발생한 좌측 회전근개 파열을 자연적 퇴행의 결과로 결론짓기엔 무리 가 있는데도 공단은 이러한 이유로 불승인하였 다. 다행히 법원에서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여 1 심에서 승소하였으나 공단에서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진행 중에 있다.

코로나를 맞은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노동 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대책들이 나와 도 벌써 나와야 했다. 노동자 보호에 더욱 힘써 야 하는 상황임에도 그 책임이 있는 기관들은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임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 다.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을 상황에 맞게 완 화하여 선보상하고 차후 재평가 해 업무관련성 이 낮다고 판단되면 단계적으로 환수하는 방

두 번째 사례는 요추부 추간판탈출증으로

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

산재신청을 했던 60세 남성으로 산재 불승인

것이 재난지원금보다 훨씬 더 큰 효과로 나타

되어 재심사 청구를 위해 내원하였다. 20년을

날 수 있다. 팬데믹 이후 모든 영역에서 불평등

조선소 배관공으로 일했던 분이라 질판위에서

의 크기는 점차 커지고 있다. 산업재해는 노동

탈출 정도를 두고 또 발목을 잡혔겠거니 생각

자에게 언제나 큰 부담이었지만 코로나 시대의

했다. 불승인 사유는 MRI 영상에서 팽륜만 있

재해는 삶의 위기나 다름없다. 재해 당사자가

고 신청 상병은 추간판탈출증이기에 관련성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면 그것은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MRI 영상을 확인

개인을 넘어 가족공동체의 위기이다. 더 늦기

해보니 요추 4-5번 사이의 추간판이 명백히 탈

전에 노동자 보호에 역할을 부여받은 자들은

출되어 있고 일부는 분리되어 있었으며 치료차

더 이상 직무유기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터 43


승진이 뭐길래?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작년 4월 초에 자문하는 노동조합의 지역본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부 간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부 조합 원이 “3년 연속 승진에서 탈락하고 다른 곳으로 인사이동 되었는데, 1달 정도 지나서 극단적 선 택을 하였다”라는 것이다. 즉, 산재가 가능하냐 는 상담이었다. 해당 사업장에서 “3년 연속 승진 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상황 에서 이것만으로 사망과의 업무 관련성을 판단 하기는 어렵고, 뭔가 특별한 업무상 스트레스 요 인이 더 있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다소 ▲ 출처 : pixabay

회의적인 답변을 드렸다.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교육을 하면서, 다 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당

얼마 후, 유족을 직접 만나 상담을 시작하였

신이 설날에 온 가족이 모였을 때, “‘과장으

다. 무엇보다 사망 전날과 당일의 행적에 관심

로 승진했다’라는 말은 당당하게 할 수 있어

이 기울여졌다. 고인은 사망 전날 오랜 동네친

도, ‘노동조합 위원장이 되었다’라는 말을 당

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친구를 만나기 전 유족

당하게 할 수 있을까요?” 그때 돌아오는 말은

에게 카톡으로 “일이 너무 힘들다. 일도 넘 힘

‘노동조합 위원장이 되었다’라는 것을 숨길

들고 감당할 자신도 없고 내 자신이 너무 처량

것 같다는 답변이 많은 편이다. 대부분 혹여

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인사이동도 뭐 같고 진

나 가족들이 걱정할지 몰라서 그런다는 이유

급 관련해서도 부당하고 이러저리 직장생활하

를 덧붙인다.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기 점점 힘드네요. 더이상 다닐 힘이 없네요”라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는 내용이었다. 유족은 너무 힘들면 그만두어

승진했다는 것은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에

도 되니 친구랑 좋은 시간 보내고 들어오라고

게 상당한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기 때문이기

하였다. 고인은 22시경 술에 취해 노동조합 지

도 할 것이다.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힘들다”라는 하소연을

44

노동자가 만드는


여러 차례 반복하였다. 그 후 23시경 귀가를 하

근무자였던 후배에게 연락을 취해 확인에 확

였고, 다음날 카풀을 하는 직장 동료에게 “먼저

인을 거듭한 후 일처리를 하였다. 이런 상황

출근하라”고 하면서, 조금 늦을 테니 그렇게 알

이 반복되면서 고인은 자존감이 무너져 내렸

고 있으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새벽 6시 30분

고, 우울, 불안 상태가 지속되었다. 흡연량이

에 집을 나선 고인은 12시가 되도록 사무실에

늘었고, 발생하지 않을 일에 대해 한없이 걱

출근하지 않았고, 유족과 동료들은 경찰에 신

정하거나 술을 마실 경우 폭음을 하는 경우가

고하였다. 그리고 18시경 한적한 인도에 정차

늘어났다. 그러던 중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

된 승용차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연속된

르게 되었다.

승진 탈락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는 점 에 여전히 의문이 들었다. 정말 무엇 때문에 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은 2003년

들었는지, 업무관련성을 주장할 수 있는 내용

1월 위 사업장에 입사 후 2015년 과장 승진 고

이 있는지 좀 더 파악해야 했다. 직장 동료, 친

시에 합격한 이래 자신보다 낮게 승진 고시에

구, 유족을 만나면서 고인이 인사발령 전부터

합격한 직원이 과장으로 승진되는 상황에서

인사발령 이후 사망 시까지 행적을 추적해 보

고인은 3차례 승진에서 누락되는 상황이 발생

았다.

되었고, 이로 인해 동료 및 지인들에게 실망감 과 괴로움을 토로한 사실들이 확인되고 있는

고인은 2019년 승진에서 후순위 후배가 승

점, 고인은 입사 후 주로 ○○ 및 ○○ 업무를

진되었고 본인은 승진에 필요한 요건을 모두

담당해오다 2020년 2월 인사발령을 통해 그

갖춘 상황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2020년

간 접해보지 못한 ○○ 업무를 총괄하게 되었

승진은 당연히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승진에서

으며, 당시 전문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

탈락하고 말았다. 고인의 좌절감은 극심하였다.

던 것으로 보여지고, 이전 근무자들 또한 대다

늘 “조직에서 좌천된 느낌이다”라는 말을 입에

수가 교체되는 상황에서 업무수행에 있어 어

달고 살았다는 직장 동료의 말을 통해 확인할

려움을 호소하였던 점, 사망 전 고인의 메시지

수 있었다. 승진 탈락과 동시에 다른 사업장으

기록에서도 승진 및 인사이동에 대한 불만과

로 전보발령을 받았다. 물론 신규 사업장에서

업무에 대한 어려움 등이 확인되고 있는 점 등

책임자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입사 후 처음 경

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고인은 장기간 승진

험하는 낯선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한 마디

이 누락되는 상황에서 2020년 2월 인사발령

로 고인에게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자책까지

이후 우울증세가 발생하여 정신적 이상상태

겹치게 된 것이다.

에서 자살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고인의 사망 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

3명이 근무하였던 부서에서 전임 근무자들 을 모두 교체한 상황에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 참석한 위원들의 다수 의견이다”라며 업무 상 사망으로 인정하였다.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새로운 사업이 시작 되는 등 인사발령 후 1달간 고인에겐 모든 일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과연 승진한다는 것

상의 일이 낯설고 처음 경험하는 것들의 연속

이 무엇이길래 극단적 선택까지 해야 했던 것

이었다. 당시 고인의 모습을 묘사하면, ‘우왕좌

인지 이 사건을 돌이켜 보면 울적한 마음이

왕’, ‘허둥지둥’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런 일

가득하다. 안전한 일터, 노동자의 건강권 보

상이 반복되면서 본인의 업무에 대하여 스스로

장을 위해 일터에서 이루어지는 노동과정이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고, 매번 전임

자신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일터 45


20대 여성이 더는 죽지 않는 사회려면

여성노동 건강 상식

권윤영 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청년들이 번아웃됐다. 진료실에서 만난

회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시작되는 각

청년들은 다 타고 남은 재처럼 파릇한 생기가

종 교육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험과

없다. 저성장 그늘, 능력주의 신화에 쪼그라

성적, 스펙의 출발에 불과하다. 그렇다 해서 양

든 청년들을 더욱 내몰았던 것은 코로나였다.

질의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의

통계상 코로나 시대에 제일 먼저, 제일 많이

고질병인 경제적 저성장 구조에 직면한 한국에

일터에서 내쫓긴 건 20대 여성이다. 이 때문

서는 그저 적당히,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는 죽

인지 최근 치솟는 20대 여성 자살률처럼 진

기 살기로 아등바등해야 하는 청년들이 가득하

료실을 방문하는 여성 청년도 매우 늘어났다.

다. 그러다 보니 능력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초기 우울 증상은 약과 상담으로 비교적 완화

위한 게임은 과열되고, 능력주의가 만든 ‘공정’

가 잘 되는 편이지만, 그들이 처한 고된 현실

이라는 규칙의 중요성은 더욱 대두된다.

은 여전하다. 능력주의의 심리적 측면은 20대 청년들의 ‘능력주의’만큼은 ‘공정’할 것이라는 착각

정신건강에 유해 요소로 작용한다. 능력주의

20대 청년들의 가시밭길을 더욱 불행하

사회에서 승자는 ‘노오력’으로 ‘정당한 보상’을

게 만드는 것은 능력주의(Meritocracy)다. 능

얻어냈으니 ‘독점’하는 게 당연하다. 도태된 패

력주의란 공평한 기회 위에서 누구나 자기 능

자에게 허락된 것은 수치심과 모멸감뿐이다.

력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는 개념인데, 예전의

그리고 오늘날 많은 수의 청년들은 자신이 능

폐쇄적 신분제를 극복하며 계층 이동을 허용

력주의 관점에서 패자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한다는 점에서 꽤 유용했었다. 그러나 전 세

늘 간직한 채 살아간다.

계의 양극화 문제가 시사하듯이 능력주의는 새로운 신분제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전락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한 지 오래다.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효율과

가장 반대한 이들은 청년이자 사내 정규직이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능력을 기준 삼아

다. 일명 ‘인국공 사태’와 관련된 논란의 사실관

인간을 줄 세우는데, 당연히 모든 이의 출발

계 자체가 언론에 의해 왜곡된 점을 차치하고

선을 제로일 수 없고 따라서 능력주의도 언제

서라도, 지금의 청년들에게 비정규직의 정규직

나 공평한 것만은 아니다.

전환은 게임의 규칙을 위반한 ‘불공정’한 일이 다. 당연히 공감과 연대의 자리가 들어설 곳은

한국은 오래전부터 능력주의에 익숙한 사 46

노동자가 만드는

없다. 다만 나만큼 노력하지 않았는데 나와 같


▲ 출처 : Pixabay

은 보상을 받는 것에 대한 패배감과 원망만이

는데 어째서 여성을 ‘배려’해야 하는지 모르

가득할 뿐이다.

겠다며 진정으로 억울해한다. 그것을 가리켜 과연 배려라 칭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어떤 것’이 공정한가

차치하고서라도, 이렇다 보니 남성 청년에게

능력주의 사회에서의 적은 자신보다 월등

페미니즘은 공정성이라는 절대적 규칙을 훼

히 높은 능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놀랍게도

손하고 망가뜨리는 반칙이다. 명백한 반칙으

‘서로’가 적이다. 애초에 적용되는 규칙 자체가

로 인해 오늘날 우리 사회는 남성이 차별받는

다르다고 여겨져, 감히 경쟁상대로조차 둘 수

사회가 되고, 이것은 곧 남성 청년이 분노하

없는 재벌이나 권력자에게는 비교적 우호적이

는 이유가 된다. 결국 이 세계에서 여성 청년

거나 선망의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여기에서

은 남성 청년과 극렬한 대치를 이루는 적으로

는 같은 규칙이 적용되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상정될 수밖에 없다.

경쟁자가 가장 큰 적이며 서로에게 가장 공격 적이다.

남성 청년들이 분노한다면, 여성 청년들 은 혼란스럽다. 자신의 위치가 능력주의의 수

물론 ‘공정’은 우리 사회가 수호해야 할 가

혜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하기 때문이다. 성별

치다. 문제는 ‘어떤 것’이 과연 공정하냐는 것이

이 핸디캡으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이

다. 누군가는 사회적 약자로 대표되는 특정 집

시험 위주의 채용 기회를 얻는다면, 아마 능

단을 배려하는 규칙이야말로 공정이라 할 것이

력주의의 수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

고, 또 다른 이들은 그런 배려야말로 불공정 그

인 사회생활이 시작되면 성적 외의 다양한 변

자체라 말한다.

수들이 능력을 결정짓고, 이때부터 본격적으 로 성별은 걸림돌이 된다. 능력주의의 모순

남성 청년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은 이전

즉, 모든 출발선이 공평하지 않은 것이다.

세대와 달리 가부장제의 혜택을 누린 적도 없

일터 47


〈82년생 김지영〉이 수많은 여성, 그중에

5명 중 2명은 서비스·판매직이었으며 비필수·

서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

고대면·재택근무가 불가한 일자리에서 그만둔

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

비중도 다른 연령대 여성보다 더 높았다. 즉 코

년대 초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여성들

로나로 인한 여성 일자리 위기는 기존 노동시

사이에서 그토록 주목받았던 이유는 무엇일

장의 성별화된 이중구조와 더불어 감염병 확산

까? 그건 ‘김지영’에게서 자신의 미래 즉, 능

에 취약한 일자리 특성이 결합 돼 나타난 현상

력주의 사회에서 패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

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규모 대면

안을 보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 모두, 미래

업종 사업장이나 임시·일용직 여성일수록 정부

의 자기 능력을 손상하는 일들이다. 결혼, 나

의 일자리·소득 지원 정책의 수혜율도 낮았다.

아가 임신과 출산의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노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운 상황

동시장에서 보조적·예비적 인력으로 취급된

에서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보험

다. 이미 ‘아내’이거나 혹은 ‘엄마’까지 된 여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 노동자의 위기 해소에

성 노동자라면, 두 역할 모두 잘 해낼 것을 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1)

구받곤 한다. 능력으로만 인간의 가치를 매기 는 사회에서 여성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 리는 건 당연하다.

코로나19는 모두의 위기이지만, 코로나19 발발 이후 사회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잃는 건

여성노동 건강 상식

20대 여성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내쳐지고, 더 20대 여성의 위기에 답하라

는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데서 오는 위기와 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기존과는 전혀 다른

안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는 안타까운

노동환경을 요구한다. 할 수 있는 한 대면은

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만 하나 다행인 점

최소화해야 하며, 회사가 아닌 집에서 업무를

은 여성 청년들은 서로 갈만한 정신과 병원을

보는 게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게 됐다. 그렇

공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서로를 보듬으며 버티

게 팬데믹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필수적이지

고 있다. 진료실에서 가능한 치료에는 한계가

않다고 여겨지거나 고대면 혹은 재택근무가

있다. 어떻게든 살고자 버티고 있는 여성 청년

불가능한 일자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노

들에게 이제는 사회가 답해야 할 때다.

동할 곳은 차차 사라졌다. 지난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1년간 남녀 임금노동자는 작년 대비 10만 8천 명 감소했 다. 그중 여성은 5만 7천 명, 남성은 5만 1천 명 감소해 남성보다 여성의 일자리 감소가 더 컸다. 그 면면을 좀 더 들여다보면 더 심각하 다. 코로나 이후 퇴직한 여성의 41.6%는 회사 의 휴·폐업, 해고 등으로 일자리가 사라져 그 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20대 여성은 다른 연 령대 여성보다 감염병 위기가 취약한 일자리 에서 퇴직한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 시기 퇴 직한 20대 여성 5명 중 1명은 숙박음식점업,

48

노동자가 만드는

1) 김원정, “코로나19 이후 여성 취업 변동과 고용위기 대 응 정책 개선 과제”, KWDI Brief,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제63 호, 2021


사진으로 보는 세상

▲ 4월 28일 진행한 살인기업선정식 사진. 출처: 중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일터 49


살고, 살아내고,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남았다』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0, 나름북스 김재광 회원, 노무사

지”, “저기에서 장례를 치렀지” 하면서 그 전경 을 바라본다. 가끔은 슬프고 그립고, 가끔은 그 저 무덤덤하게 입원실을 쳐다본다.

발칙 건강한 책방

분명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어느 시기쯤 떠나리란 것을 알고 있었 음에도 보내는 슬픔은 매우 깊고 컸다. ‘그 형’ 이 떠난 지 8개월이 넘어가는데 슬픔과 허전함 이 축축하게 남아있다. 떠나보내는 의례와 남 은 절차도 쉽지 않았다. 물리적 어려움 보다 슬 픔을 가누지 못하는 와중에 크고 작은 갈등을 조율해나가며 절차를 마쳐야 하는 게 심적으로 더 힘들었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나는 나름 준비가 되어 있었어도 그랬는데 ‘어느 날 문득 갑자기’ 라면 이분들은 오죽했을까 싶어 전전 ▲ 출처: 알라딘

긍긍했다. 더구나 떠난 이유를 밝혀야만 하는 책임까지 떠안았다면...

무의식적인 출퇴근길 동선이 있다. 지하 철 탑승위치는 거의 동일하다. 신속한 탑승만

『그리고 우리가 남았다』 는 과로사나 과로

을 위한건 아니고 왠지 그냥 그곳에서 기다리

자살로 어느 날 갑자기 동반자나 혈육, 동료를

는 게 습관이 됐다. 그 자리의 스크린도어 전

떠나 보내고 남은 자들의 이야기이며, 그들을

면 광고판에는 커다란 병원 전경이 실려있다.

떠나보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떠나

실사인지, 그 병원의 전경이 꽤 사실적으로

보낸 후 남는 건 슬픔만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이

보이는데 그 형이 마지막으로 입원했던 입원

너무 많다. 더구나 죽음의 원인을 입증해야 하

실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형은 거기서 생

는 과로사, 과로자살은 더욱 더 그렇다. 저자들

을 마감했다. 출근할 때마다 “형이 저기 있었

이 부제를 ‘과로사·과로자살 사건에 부딪친 가

50

노동자가 만드는


족, 동려, 친구를 위한 안내서’라고 붙인 만큼,

와 과로자살을 지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노

책은 남은 자들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적절한

동안전보건운동의 주체 형성이라는 점에서도

안내를 담고 있다. 먼저, 책은 과로와 과로사 그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리고 과로자살에 대해 정의하고, 사회적 용어 인 ‘과로사’의 연원과 과로사의 추이 그리고 과

누구나 태어나고 죽는다. 그러나 누구에

로사가 발생하지 않을 기본적인 ‘좋은 노동시

게나 존엄한 죽음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살기

간’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한편 이것이 업무

위해 일을 했는데 그 때문에 죽었다면, 그 일

상 재해의 인정기준과 어떻게 관계하는 지도

을 너무 많이 해서 죽거나 그 일로 인해 스스

설명한다. 평소엔 생각도 않고 있었다가 가족의

로 생을 마감했다면 이는 목적과 방법이 전

죽음 직후 맞닥뜨리게 되는 부검, 결코 친절하

도된 존엄이 철저히 훼손된 죽음이다. 남겨진

지 않은 경찰조사, 현실적으로 필요한 사망신고

자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위로를 제대로 받

와 재산조회, 연금과 보험, 상속과 긴급복지제

지 못한다. 유족의 증언처럼 ‘그동안 그렇게

도까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고 물어봐도 시

힘들었는데 그것도 몰랐느냐’는 둥 ‘일 때문

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는 꼭 필요한 정보를 전

이 아니라 개인적 이유 때문’이라는 둥, 좀처

하고 있다. 또한 죽음의 원인을 찾고, 이를 사회

럼 도움이 되지 않고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구체적 절차인 산재재해

한 시선에 종종 놓이게 된다. 게다가 비협조

보상보험의 신청의 절차와 방법도 소개하고 있

를 넘어 공격적이기까지 한 회사의 대응은 남

다. 이 정도만으로도 매우 훌륭한 안내서다.

겨진 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이 책은 더 나아가, 남겨진 자들의 슬픔과

유족은 쉽게 자책에 빠지기도 한다. 자책

분노, 좌절과 용기 등을 담담히 전하면서 남겨

은 불안과 분노를 낳고 사회적 단절의 위험을

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공명하게 한다. 또한 부

만들 수 있다. 힘든 마음을 부여잡고 마주하

당한 노동환경과 적정한 제도의 부재 등의 문

는 현행 산재보상보험제도는 넘어야 할 큰 산

제를 짚으며 과로, 과로사 그리고 과로자살이

이다. 산재승인은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일

없어져야 할 당위와 필요한 제도적 변화를 언

로 인해 사망하였다는 사회적인 공식승인으

급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활동을 통해 진전을

로, 고인의 명예와 유족의 자존에 크게 영향을

이룬 사례도 소개한다. 참으로 찾아보기 어려

미치기 때문이다. 사회는 일로 인한 죽음을 예

운 과로사, 과로자살의 종합해설서이며, 무엇을

방할 책임이 있고, 누군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어떻게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당황할 유족에게

고인과 유족이 품위와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는 보물 같은 안내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과로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회가 존재할

사와 과로자살에 연관된 경찰 담당자, 사건 대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리인 등에게도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남겨진 자의 모든 슬픔을 함께할 수도 없고, 꼭 그래야

저자인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유족이 놓여있

은 글을 마치며 “열심히 일하다 죽을 수 있다.

는 마음상태나 환경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우리가 증인이다. 더는 과로죽음이 생기기지

참고가 될 것이다. 한편 저자가 ‘한국과로사·과

않도록 함께 노력하고 바꿔나가야 할 때다. 이

로자살유가족모임’이라는 점도 매우 큰 의미를

책은 그 기나긴 우리 여정의 첫걸음이다.”라고

가진다. 내용의 사실성과 필요성에서의 우수함

밝히고 있다. 그 뜻을 천배 만배 동의하며 책

뿐 아니라, 유족 활동의 일환인 출판은 과로사

을 출간해낸 저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일터 51


“노동자가 일터 주체되는 활동에 함께 합니다”

박다혜 회원, 변호사

은 아니지만, 소위 변호사의 덕목이라 일컫는 ‘사안과 적절한 거리두기’는커녕 ‘물아일체’ 상 태를 좀처럼 피하지 못하는 저는 이곳에서 품은 이러쿵 저러쿵

순간과 감정이 내내 생생합니다. 그러다보니 저에게 노안, 산재 사건들은 유 독 어렵습니다.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일터에 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 몸과 마음으로 삶터 에서는 무엇을 느꼈는지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 ▲ 출처: 박다혜

면, 거리두기를 못하는 미숙한 저로서는 사건 속에서 함께 상하고 아픕니다. 사업장 내 유해

저의 일터는 제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

요인의 종류와 내용, 노출의 경위, 작업 방식,

는 길 끝에 자리한 경향신문 별관 3층의 금속

반복되어온 사고 내지 징조, 사업주의 안전보

노조 법률원입니다. 아쉽게도, 2016년 봄부터

건조치 실태를 알면 알수록, 최소한 이 사건은

지금까지 법률원(통칭 ‘민주노총 법률원’이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결의와 함께 왜 미리 막

고 하고 저는 그 중 금속노조 법률원에 소속

지 못했을까에 대한 회한이 커집니다. 우리가

되어 있습니다)에서 활동한 시기의 각 계절이

얼마나 많은 일터의 위험을 알지 못한 채, 혹은

어떠했는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시기

알고도 달리 어찌할 바를 몰라 두 눈을 감은 채

별로 각 현장의 뜨거운 열기와 분노, 수사기관

일상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있었을지 계속 질문

의 깊은 무지와 오만, 법정에서 마주친 법관의

하게 됩니다. 저는 노동자들이 겪는 과로와 발

무심한 표정과 언어, 무력하고 성긴 법전과 기

암물질과 중대재해와 괴롭힘 등에 대한 서면을

울어진 판례 속을 헤매는 지난함, 서면에 꾹꾹

쓰며, 노동의 시간과 공간에 담긴 역사를 법원

눌러 담았던 글들의 무게와 한계 등이 차례대

에게 익숙한 언어로 빚어 전달하는 작업을 합

로 떠오릅니다. 환경단체, 국회에서 쌓아온 이

니다.

전의 시간들이 결코 평화롭거나 가벼웠던 것

52

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조합 법률원에서 일하는 덕에 수많은

어졌습니다. 여전히 누군가는 그 현장에서 바

조합원, 활동가들 뿐만 아니라 법률원 구성원

로 그 동일한 위험을 감내하며 일상을 밀어넣

들과 이런 활동을 함께 지고 가고 있습니다. 제

고 있을 것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이야기하

일터가 낯선 분들도 계실듯 해서 간단히 소개

는 세상에서 ‘삶이 있는 저녁’을 기원해야 하

를 하면, 민주노총 법률원은 노동자의 관점에

는 우리에게 이 하나의 사건은 무슨 의미가 있

서 법을 바라보고 해석, 대응하면서 소송 진행

을까, 무슨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까 무력감마

과 노동관련 법제도 개선 및 정책대응, 투쟁사

저 들었습니다. 특히 그 곳은 미조직 사업장이

업장 법률지원, 상시적인 상담, 자문과 교육을

었고 남은 노동자들은 언론기사로 그 사건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금속노조, 공공운수노

접하지 않았다면, 아니 접했다고 하더라도 재

조, 서비스연맹 등 6개 산별노조 법률원과, 7개

해에 이르게 한 위험을 특정하고 거부하는 것

지역 법률원을 두고 100여명의 구성원이 활동

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고 있고, 이번에 법률원 부설 기관으로 노동 자권리연구소를 개소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앞으로의 활동은 이런 고민의 연장 선 위에 놓일 것 같습니다. 개별 사건에서의

그간 법률원 변호사로서 저의 활동은 상당

승소, 법원의 태도를 바꾸고 좋은 법리를 만

부분 소송에 할애될 수 밖에 없었고, 해고, 임

드는 일도 분명 필요하고 제가 집중해야 할

금, 부당노동행위, 쟁의행위, 불법파견, 차별 등

몫이겠지만, 그것을 넘어 노동자가 일터의 주

다양한 노동법 영역 전반에 골고루 관여해왔는

체, 자신의 몸과 시간의 주체로 일어서는 순

데요. 일하면서 병들고 다치거나 죽는 문제에

간들에 함께하며 때마다 저의 이웃과 동지들

대해 좀 더 집중해서 대응하고 싶다는 마음을

의 필요를 좇아가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갖고 있던 차에 여러 계기로 제 업무의 한 부분 을 노안 활동에 집중할수 있는 여지가 생겼습

끝으로, 이 지면의 글을 요청받고 제가 갖

니다. 부설 연구소 내 노동자안전보건연구실을

고 있는 ‘일터’ 과월호들을 살펴보니 각자의

만들어 관련 법리와 제도 연구도 할 수 있는 바

자리에서 생생한 현장을 품고 사는 동지들과

탕이 마련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법률원에 자문

제가 함께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되었습

을 해주신 류현철 소장님께 이런 기쁜 소식을

니다.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여러 자리에서 얼

공유하며 활동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뵈었는

굴을 마주하고 알아가는 기회가 있었을텐데,

데, 그 자리에서 바로 한노보연 회원가입과 활

그렇지 못해 아쉬우면서도 이런 통로를 통해

동 제안을 해주셔서 매우 기꺼운 마음으로 덥

서로의 활동이 연결되고 외연이 넓어질 수 있

썩 받았습니다. 그동안 한노보연의 활동을 (몰

으면 그래도 다행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

래) 조용히 따라만 왔었는데 회원 가입과 더불

연히 집 책장을 보니, 제가 책 분류를 안하고

어 좀더 본격적으로 함께 노안활동을 해나갈

그냥 막 꽂아두는 편인데 한노보연 동지들께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큽니다.

서 만들어주신 책들이 신기하게도 한 칸에 모 여 있어서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우리도 저

진정 나 스스로를 갈아넣었다고 생각하는 사건에서 마침내 승소한 후 공허함에 시달렸습

마다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다가 조만간 가까 운 곳에서 반갑게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니다. 유족의 짐과 한이 조금이라도 덜어졌다는 면에서 뿌듯하고 보람된 일이었지만, 과연 ‘나 는, 우리는 정말로 이긴 것인가’ 하는 고민이 이

일터 53


이 달의 안전보건동향

[고용노동부 21. 04. 01] 고용노동부, 사용자의 건

사용자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 이상의 조치를 해

강보호조치 세부 내용 고시로 제정

야 한다. ① 특별연장근로 시간(추가 연장근로시간)을 1주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는 사업장에서 근로자에 게 특별연장근로를 시키는 경우 지켜야 할 건강보 호조치의 내용을 고시로 제정해 4월 6일부터 시행 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8시간 이내로 운영 ②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연속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 부여 ③ 특별연장근로 도중 또는 종료 후 특별연장근로 시간에 상당하는 연속한 휴식시간 부여

이번 고시는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4월 6 일부터 시행되는 주52시간제 보완 입법의 후속 조 치다. 작년 12월에 주52시간제의 연착륙을 지원하 기 위한 보완 입법으로서 단위기간이 3개월을 초 과하고 6개월 이내인 탄력근로제가 신설되고, 연 구개발업무의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이 확대되면서 (1→3개월) 특별연장근로 시 건강보호조치도 의무

종전 지침에서는 4주 이상의 특별연장근로나 업무 량 급증(제4호), 연구개발(제5호) 사유 등 일부에만 위 조치 중 하나 이상을 하도록 했으나, 이번 고시 에서는 건강보호조치가 법상 의무화되었다는 점 을 고려해 모든 특별연장근로에 대해 적용되도록 했다.

화됐다. 그 외에도 사용자는 특별연장근로 시작 전에 근로 즉, 사용자는 특별연장근로를 하는 근로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건강검진 실시 또는 휴식시간 부여 등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적절한 조치 를 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53조⑦).

자에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서면으 로 통보해야 하고, 근로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근 로자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 강검진에 따른 담당 의사의 소견이 있으면 휴가의 부여, 근로시간 단축, 야간근로의 제한 등 적절한

특별연장근로는 재난·사고의 예방·수습, 인명 보 호·안전 확보, 시설·설비의 장애 등 돌발상황, 업무 량의 폭증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추가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종전 지침에서는 건강검진을 받 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도 됐으나, 이번 고시에서는 사전에 서면 통보하도록 했고, 의 사의 소견에 따른 사용자의 조치사항도 구체적으 로 규정했다.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번 고시는 4월 6일부터 시행되며, 시행일 이후 이번 고시는 그동안 지침으로 운영하던 건강보호 조치의 내용을 일부 보완한 것으로 주요 내용은 다 음과 같다.

54

노동자가 만드는

에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은 경우부터 적용된다. 사후 승인의 경우에는 시행일 이후 특별연장근로 를 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


[고용노동부 21.04.29]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법률

[안전보건공단 21. 04. 21] 안전보건공단, 화재·폭

안 국회 본회의 통과

발 사고사례 원인분석 보고서 발간

4월 29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산업재해보상보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원장 김은아)은

험법 개정안 등 고용노동부 소관 8개 법률안이 의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화재·폭발

결되었다.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하면 시행된다. 주

사고를 바탕으로 원인을 분석한 「화학물질의 물리

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적 위험성 평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1> 지자체에 관할지역의 산재 예방을 위한 대책의

이번에 발간된 4권의 보고서*는 지난해 연구원 홈

수립·시행 책무를 부여하고, 지자체장의 자체 계획

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것으로, 작년 울산 및 경기도

수립, 교육, 홍보 및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지원을

등에서 발생한 폐수, 농약 및 페인트 원료물질 등으

위한 사업장 지도 등 필요한 조치의 근거를 마련하

로 인한 사업장의 화재·폭발 사고를 분석했다. 폐

였다.

수, 농약 및 페인트 원료 등 사고원인 물질의 연소 특성 및 분진폭발 가능성 평가, 인화점·발화점 분

<2> 도급인에게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시기·내용,

석, 동종 사고 현황 및 예방대책, 제도적 개선점 등

안전·보건조치 등을 확인하도록 하고, 확인결과 관

을 담았다.

계수급인 등의 작업 혼재로 인하여 화재·폭발, 끼임 등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관계수급인 등

*보고서 제목: △GHS분류기준에 따른 인화성 고체

의 작업시기·내용 등 조정하도록 의무 부과하였다.

의 연소 특성 평가 △농약 원료물질의 열적 위험성 평가 △증발농축에 의한 폐수처리 공정물질의 물

<3> 건설공사발주자가 작성·관리하는 안전보건대

리적 위험성 평가 △페인트용 안료 및 폐기물의 물

장의 품질확보를 위해 전문가에게 안전보건대장의

리적 위험성 평가

적정성을 확인받도록 하고, 안전한 공사를 위한 적 정 공사비용과 기간을 산정하도록 하였다.

해당 보고서를 포함해 총 55건의「화학물질의 물리 적 위험성 평가 보고서」는 공단 연구원 홈페이지

<4> 산업재해 예방활동 보조·지원을 취소하는 경우

(http://oshri.kosh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과하는 제재부가금의 부과 사유에 목적 외 사용 등을 추가. 제재부가금의 상한을 지급받은 금액의

※홈페이지 → 전문사업 → 화학물질 시험·평가 →

5배 이내로 상향(종전 1배), 보조·지원제한 기간을

화학물질 물리적 위험성 시험·평가 → 화학물질 시

5년으로 상향(종전 3년)해 산업재해 예방 활동 관

험·평가 보고서 참조

련 보조·지원금의 부정수급 관리를 강화하였다.

일터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 시작! 여성노동자 건강권 운동을 위한 월례 토론회를 시 작합니다! 지난 4월 27일, “여성/가사노동의 가치불인정 문제 와 과제”라는 주제로 월례회가 그 첫 발을 뗐습니 다. '여성/가사노동'이 왜 온전히 인정받지 못 하는 지, 가치 불인정이 노동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그 속에서 배제되는 여성 노동의 권리는 어떠한지 를 살펴보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 음 월례회는 5월 20일 목요일 저녁7시에 열리며, 주제는 <직장 내 성희롱과 산업재해>입니다. 여성노동자의 건강문제와 관련해 흥미로운 주제들 을 가지고 매월 열릴 여성 노동자 건강권 월례토론 회,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중대재해조사보고서 공개화 운동을 위한 회원/후 원회원 토론회” 개최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연구소의 ‘당장멈춰 상황실’에서는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 처벌법에 대비해 ‘중대재해조사보고서 공개화 운동’ 을 진행합니다. 기존의 중대재해 조사 보고서 분석 과 더불어 ‘중대재해 보고서 공개화’의 필요성을 공 론화하고, 이를 노동자와 시민의 요구로 진전시키 고자 합니다. 이를 위한 연구소 회원•후원회원 토론회가 지난 4 월 16일 열렸습니다. 토론회에서는 중대재해조사 보고서를 공개가 필요한 이유와 공개화 운동의 방 향성, 운동에서 우리가 요구할 내용들, 그리고 공개 화 요구의 법적 근거 등에 관한 발제와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앞으로 계속 될 중대재해조사보고 서 공개화 운동에 관심 가져주시고, 적극적으로 동 참해주세요.

56

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 1년 구독료 40,000원 / 권당가격 4,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구독신청 02-324-8633 / kilshlabor@gmail.com

2021년 4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김병직

김경연

김세영

김지홍

박다혜

백승호

이승운

유영진

이상재

이지연

정나위

조윤진

한영선

김병철

김경한

김세은

김진모

박대선

범혜민

이승주

유장식

이상재

이지영

정두인

조윤희

한재영

김성아

김경헌

김세은

김찬기

박대성

변승규

이정엽

유준

이상재

이지혜

정문식

조은석

한진구

김정신

김경호

김소연

김창헌

박민영

변은영

이희영

유지현

이상진

이진아

정미경

조은혜

허경

김진철

김경희

김승환

김태규

박민정

변준수

임재우

유지훈

이서영

이진우

정민준

조이

허윤제

강경희

김계호

김영기

김태석

박병선

서동현

안규백

유청희

이선웅

이창석

정병관

조인정

현순복

강동묵

김광락

김영만

김태훈

박상정

서승욱

안기옥

유형섭

이선이

이창후

정병욱

조창묵

호영진

강명원

김광조

김영선

김필수

박선재

서은석

안대엽

윤경옥

이성민

이태성

정성욱

조형래

홍정연

강모열

김교현

김영수

김한빛

박선희

서은실

안성혜

윤성용

이세미

이태진

정송도

주민영

홍정익

강문식

김규연

김영원

김한울

박성남

서인원

안재범

윤성호

이세영

이한진

정승균

주석재

홍주환

강민혁

김그루

김영철

김현준

박성래

서진경

안준호

윤소윤

이소은

이현석

정승민

주형민

홍진성

강성훈

김기돈

김영호

김현호

박성진

성상민

안진수

윤여일

이숙견

이현옥

정여진

지영훈

황선태

강수진

김기동

김옥헌

김형렬

박성천

성지민

안형석

윤영대

이순녀

이현중

정연

지우진

황선호

강영우

김기헌

김용성

김혜선

박수희

손근호

안형숙

윤재설

이영애

이혜은

정영민

진선우

황의현

강은미

김낙일

김우태

김희정

박숙란

손덕헌

양문영

윤현배

이영일

이혜인

정우주

정병권

황주신

강정주

김다연

김위정

김희찬

박승권

손만기

양미순

윤희현

이영철

이활연

정윤경

조종완

황지영

강진욱

김대견

김윤지

나영수

박신안

손명호

양병훈

은상준

이우상

이효상

정윤희

최영철

황진철

강찬구

김대철

김은경

남원철

박엄선

손상기

양선배

이경미

이원태

임경채

정인성

차현주

황진희

강충원

김대호

김인아

노상철

박영일

손석기

양선희

이경자

이유민

임선영

정재현

채수용

노무법인 삶

강태선

김동근

김재광

노성철

박용철

손성배

양장훈

이경재

이윤덕희

임윤완

정지윤

채종석

노무법인사람과산재

강한수

김동춘

김재천

노현

박윤경

손윤환

양정석

이경호

이윤수

임자운

정찬무

천지선

민주노총법률원

강호민

김두현

김재훈

류영필

박정효

손익찬

양진권

이경훈

이율우

임형렬

정하나

천호선

법무법인민심

강화연

김만원

김정곤

류용림

박정훈

손재현

양향연

이기만

이은수

임혜인

정해선

최동녘

한국지엠노동조합지부

고옥경

김명성

김정수

류한소

박제한

손진우

양희만

이기태

이은아

장경희

정현일

최민

※김성아님께서

공정옥

김명수

김정열

류현석

박종국

송기훈

엄기한

이기훈

이의용

장범식

정호연

최병륜

일시 후원해주셨습니다.

곽경민

김미영

김정원

류현철

박종근

송윤정

엄연섭

이나래

이이령

장선영

정흥준

최병운

감사합니다.

곽진경

김민옥

김정원

맹정은

박종우

송윤희

엄정흠

이남주

이익진

장소현

정희현

최순재

구자연

김민정

김정훈

문병모

박종우

송지훈

예병진

이대용

이인규

장순원

조건희

최영아

국승종

김민호

김종남

문승필

박주옥

송홍석

오동영

이도연

이재명

장영우

조광옥

최영주

권기한

김보성

김종진

문은영

박준우

신경석

오진석

이동윤

이정규

장영철

조동철

최영준

권동희

김봉수

김종하

문제혁

박지영

신경화

오진환

이동훈

이정렬

장원자

조명심

최원영

권미정

김봉철

김종현

문진영

박채원

신웅섭

오현아

이명숙

이정미

장은철

조민제

최재근

권오성

김부욱

김준우

문현제

박해정

신유록

오희정

이명준

이정호

장진영

조성식

최종연

권윤영

김상귀

김준의

민병두

배규정

신진섭

우수영

이명호

이정희

장태원

조성재

최지수

권정희

김상호

김중희

방효훈

배성민

신희주

우지영

이민경

이제혁

장향미

조성진

최진일

권종호

김석원

김지나

박경득

배수진

삼식이

원종만

이민화

이종란

장형창

조성철

최한나

권중혁

김선미

김지민

박경현

배정란

선종현

유기훈

이병근

이종성

전상희

조승규

최향미

김가을길

김선수

김지안

박경환

백남순

안태은

유상철

이상길

이주연

전은주

조애진

최혜란

김경민

김성훈

김지원

박기형

백남운

오병창

유선경

이상수

이주한

전주희

조영호

하기철

김경수

김세규

김지정

박다이

백승호

오현정

유승준

이상언

이지수

정경희

조영훈

한규권


가사노동자에게 노동권을 허하라!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