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1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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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위험하다. 틈틈이 잘 쉬어주는 것이 필수적

해는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더위와 추위에 쓰러

인데 그럴 수가 없다. 쉴 시간과 공간이 없기 때

져갈지 모른다.

문이다. 날씨에 따른 건강 영향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근

공항 노동자에게 존재하지 않는 쉼

본적 원인으로 부족한 인력과 장시간 노동을 지 목했다.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기본 불규칙 노동

서우석 “지상조업 노동자들에게 휴게시간은 먼

을 한다. 이들의 삶은 비행기 스케쥴에 맞춰져 있

나라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노조가 요구해서 작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를 합법적으로

년에 개장한 제2여객터미널은 동편, 서편에 각

가능하게 하는 것이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한 개씩 컨테이너를 배치해 휴게공간으로 사용하

특례조항’이다. 항공기 수하물·화물을 하역·탑재

고 있고 제1여객터미널과 탑승동에는 심지어 휴

하고 급유를 하는 등의 지상조업은 항공운송업으

게공간이 없어요. 그나마 사무실 직원 대기실과

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 59조 적용을 여전히 받

가까이 일하는 노동자들은 아주 잠깐 짬 내서 대

는다. 작년 2월 26개 중 21개를 폐기했지만, 여

기실에 엉덩이를 붙이고 나오는 정도죠.”

전히 항공운송업을 포함한 육상·수상 운송업, 보 건업이 특례업종이다. 따라서 무제한 노동이 가

우형진 “김포공항은 인천공항보다 크진 않아요.

능하다. 장시간 노동으로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

공항과 비행기를 연결해주는 브릿지(Bridge) 쪽

태에서 덥거나 추운 날씨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

은 그나마 건물 안쪽에 있어서 덥거나 추울 때

다.

안으로 들어갈 수라도 있어요. 그런데 리모트 (Remote, 원거리)라고 해서 승객들이 밖으로 나

문제는 부족한 인력과 불규칙한 스케쥴 근무,

와 버스로 이동하는 야외 공간의 경우 인천공항

장시간 노동

처럼 컨테이너 같은 것도 없어요. 햇빛 차단하는 게 전혀 없고, 그나마 램프 카(Ramp Car) 같은

서우석 “17년 12월 이기하 씨가 과로로 사망했

걸 이용하죠. 그런데 이것도 3대 밖에 없어요. 제

습니다. 하루 4시간 정도 자고 출근해 10시간 이

가 소속된 한국공항은 하루 15개 조가 나와서 작

상 일했어요. 부검했던 의사도 과로와 극심한 스

업을 하거든요. 3대 중 겨우 2대만 에어컨 나오

트레스, 날씨 영향이 크다고 유가족에게 설명했

고 한 대는 그것도 안돼요. 그래서 리모트에서 작

다 들었습니다. 이때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업한다고 그러면 쉴 공간이 없어 비행기 밑이나,

투쟁도 했는데 현재까지 큰 변화는 없어요. 지금

아니면 승객 짐 싣는 곳 난간 안쪽에 들어가 있는

도 새벽이어도 비행기 스케쥴에 맞춰 출근합니

정도에요. 그늘만 생기면 그게 어디든 이용하는

다. 첫 조가 새벽 2시 출근하면 30분 단위로 끊어

거죠.”

서 근무표가 짜여요. 요일마다, 비행기 편수에 따 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보통 5일 근무 중 4일은

상황은 심각했다. 작년 활주로의 낮 최고기온은

연장근무를 해요. 많이 하면 4시간, 5시간까지도

50도를 넘어섰고, 지상조업 노동자 4명이 폭염

해요. 겨우 5일 차 마지막 날이 되면 기본 8시간

에 쓰러졌다. 작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올

근무만 하고 퇴근하죠. 비행기는 늘면 늘지 줄지

옥외작업 노동자의 건강,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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