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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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방문노동의 위험과 책임의 부재 유튜버에게도 매니저가 있다고?! 노동자의 정신적 고통이 산재가 되기까지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사의 책임을 묻는다

통권 194호┃2020. 04

방문간호사 수도검침원

도시가스안전검침원

다문화가정방문지도사

재가요양보호사

가전통신서비스노동자

통합사례관리사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영우, 경희, 기형, 지안, 혜인, 현석, 채은, 한소, 세은, 승종, 지나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0.04.07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lish.or.kr


독자에게

“똑똑, 계십니까?”

누군가의 집이 일터인 사람들의 위험

봄바람에 벚꽃이 한창이지만 벚꽃 구경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2020년 4월입니다.

봄이 왔는데 봄이 온 것 같지 않다는 말은 코로나19로 일상이 마비된 요즘에 맞는 표현

일 것입니다. 불과 3개월 전에 0.0001mm에 불과한,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쯤에 속하는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일상을 이렇게 멈추게 할 줄 어느 누가 예견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번 특집호는 여성 방문노동에 관한 내용입니다.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한 여러 형

태의 방문노동. 늘 마주하지만, 놓치고 있는 방문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문제를 돌 아보려 합니다.

일반적인 일터는 사업장에서 상사 또는 동료와 같이 있습니다. 하지만 방문노동은

고객의 사적인 ‘집’이 노동자들의 일터가 됩니다. 대면노동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에 고객과 형성하는 갑을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감정노동이 동반되며 혼자서 일하 기 때문에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함에도 불구하고, 방문노동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려운 일

입니다. 일을 해도 불안하고 일을 못하게 되면 생계가 걱정되는 암울한 현실입니다. 어

떻게 하면 여성 방문노동자들이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선전위원장

일터 1


04 2

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04

문화로 읽는 노동

방문노동의 위험과 책임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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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기

■방문노동의 ‘위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고

■방문노동의 공공성 보장, 안전보건의 출발점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 여성돌봄노동의 사회적 인정을 위해

코로나 음성 증명서

지금 지역에서는 14 산업재해의 심각성, 영상으로 담아내다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44

마트 계산원에 대한 고객 갑질이 사망으로 이어지다

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16 노동자 건강 상식

노동자의 정신적 고통이 산재가 되기까지

47

요로 감염

연구 리포트

19 발칙 건강한 책방

노동시간 연구동향 살펴보기

50

관계의 불편함 때문에 참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23 이러쿵저러쿵

대만의 과로사와 업무관련 정신질환

52

2주간의 실습을 돌아보며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6

유튜버에게도 매니저가 있다고?!

안전보건동향

54

현장의 목소리

한노보연 이모저모

56

30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사의 책임을 묻는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 현장의 ‘걱정 인형’이 만들어가는 노동안전보건 활동

34

백아흔네번째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일터 3


특집

방문노동의 위험과 책임의 부재

방문노동의 ‘위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지안 상임활동가

어떻게 위험의 원인을 ‘방문노동’에 내재하

방문노동의 위험을 잘 드러내기

는 것으로 설명하지 않으면서, ‘방문노동’이라

울산 투쟁 초기 경동도시가스는 위험세대를

는 독특한 노동형태가 가진 문제점을 잘 드러

별도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노조의 지속적

낼 수 있을까? 2019년 여름, 울산 경동도시가

인 2인 1조 요구에 대해서는 “0.1%의 블랙컨슈

스 검침원 투쟁 이후로 방문노동자들이 일상적

머”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감수할 수 없다고 발

으로 마주하는 위험과 안전 문제가 잘 알려지

표했다. 그런데 이는 전형적으로 성폭력 문제를

게 되었다. 또 투쟁을 통해서 이미 수많은 검침

몇몇 가해자의 잘못으로 축소하는 것이었다. 한

원, 그리고 타 직종의 방문노동자 역시 언어적,

편 몇몇 언론들은 여러 직종의 방문노동자가 겪

신체적 폭력부터 괴롭힘, 성폭력 등 지속적이

는 위험을 보도하면서 ‘헐벗은 나체의 고객’이

고 일상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

나 ‘남성 1인 가구’ 등의 헤드라인을 부각시켰

나게 되었다.

다. 이러한 보도방식은 남성 가해자의 심각한 가해 행위와 더불어 방문노동자의 대다수가 여

하지만 이런 관심 속에서 방문노동이 그 자

성 노동자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방문

체로 위험한 노동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 주

노동에 따른 위험을 지적했다는 측면에서는 정

로 방문노동의 위험이, 1인이 가정 등 사적 공

반대의 경향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과

간을 방문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또

마찬가지로 방문노동자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대다수가 여성 노동자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에

소수의 가해자에 의해 발생한다는 논리를 강화

서 설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의 원

하는 효과를 낳았다. 더욱이 가해 행위에만 초

인을 ‘방문’하는 방식 자체, 또는 여성 노동자들

점을 두자, 가해자의 특성, 특히 성별이 중요한

의 취약성으로 접근하면 ‘방문노동’의 위험은

위험 요인으로 강조되었다. 그로 인해 위험세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를 선별해 원청 남성 직원과 동행하도록 하거

방문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위해 먼저 필요한

나, 위험세대는 남성 검침원이 방문하겠다는 대

것은 위험이 어떤 조건을 통해서 가능했고 방

안들이 제기되거나 검침원을 남성으로 모두 바

치되어왔는지, 왜 매일의 일상 노동 속에서 되

꾸라는 인터넷 댓글이 달렸다.

풀이되어왔는지 더 질문하는 일이다. 4

노동자가 만드는


하지만 페미니즘 운동이 오랫동안 말해왔

또 고객에게 입은 피해를 회사나 중간기관에

듯이, 성폭력은 그것을 용인하고 묵인하는 사

사후적으로 신고하더라도 별 응답이 없거나,

회문화, 사회 전반의 낮은 젠더감수성 속에서

오히려 노동자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

벌어진다. 그렇기에 결코 소수의 남성 또는 개

결하는 것도 문제다. 또한 이용자와 노동자를

인에 의한 잘못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문화

연결해주는 기관에게 이용자를 유치하는 일이

적 차원이나 성폭력의 발생 조건을 지적하지

곧 이윤으로 직결되기에, 전적으로 이용자의

않고 몇몇 개인의 일탈로 성폭력을 설명하는

편의를 봐주는 데다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

것은 흔히 문제를 축소하는 방식이기 때문이

고 교체하는 게 가능한 것도 노동자의 권리를

다. 일터에서 발생한 성폭력 역시 노동자가 처

약화시키는 원인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 어떻

한 위험이 방치되고 지속 반복되었던 구조적

게 노동자가 제대로 된 노동의 권리를 말하거

문제를 짚어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에 의한 폭

나 문제가 발생했을 시 대응할 수 있을까.

력을 방치한 기업과 사업주의 책임을 주목해야 한다. ‘여성’ 방문노동자라는 점이 곧 성폭력에

그런 와중에 기업과 기관들의 실효성 없는

취약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방문노동자’의 권

대책의 반복 또한 드러났다. 2015년 경동도시

리와 안전이 부재한 노동환경이 여성 노동자들

가스 업무 매뉴얼에는 위험 상황에서 “다음 가

이 더욱 쉽게 성폭력 및 폭력에 노출되도록 하

정을 빨리 방문해야 한다.”고 말하며 자리를 피

는 것이다. 방문노동의 노동환경이 위험을 만

하라고 제시되어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제작

들어내는 일차적 조건이다.

한 재가요양보호사 업무 지침에서도 거의 유사 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과연 단순히 ‘사적 공간’ 에 ‘방문’해서 노동한다는 점 때문에 위험이 발

방문노동의 ‘위험’, 어떻게 봐야 할까?

생한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업무 매뉴얼이 시

그럼 이 위험을 어떻게 봐야 할까. 확실히

사하는 바는 노동자의 안전을 협소하게 다룬다

일터의 공간적 특성이 위험을 쉽게 발생시키는

는 것, 기업과 기관들이 위험이 쉽게 가중될 수

첫 번째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고객을

있는 노동조건을 조장해왔다는 사실이다.

대면하는 업무에서, 노동자가 고객이 가진 위 계에 쉽게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기제를 잘

예를 들어, 재가요양보호사는 한 기관이 보

알고 있다. 기업은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보다

통 1명의 노동자와 1건만 계약을 진행하는데,

고객의 피드백·항의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보통 노동자는 오래 일하기 위해 2~3개의 기관 과 고용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그리고

방문노동의 경우, 대면 업무가 폐쇄적인 공

노동자의 사회보험료 지급 등은 각 기관이 같

간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이런 기제가 심화 되

은 비율로 나눠서 납부하도록 했다. 복잡한 고

기 쉬운 여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방문 형태

용관계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은

의 노동 자체가 곧바로 위험이라는 결과로 이

소실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방

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문 이용자인 고

문노동’의 형태를 충분히 고려한 산안법 적용,

객에 대한 제재나 인식 개선의 노력이 전혀 없

사업주 책임이 부여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방치하는 것, 즉 업무 중 안전사고나

현재 방문노동자가 겪고 있는 고객에 의한

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정확히 대응하거나 신고

다양한 폭력의 양상들, 괴롭힘, 사적 연락, 성희

하기보다 상황을 무마하고 넘기도록 하는 ‘실

롱 및 성폭력 문제는 안전을 일상적으로 위협

적제’ 또는 ‘할당제’ 역시 중요 원인 중 하나다.

하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이것이 방문노동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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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9년 11월 6일에 진행되었던 "방문 서비스노동자 감정노동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 출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경험하는 안전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예를 들

제 일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보다 노동시간이

어, 도시가스안전점검원들은 계단, 비탈길 등

낮게 책정되어 있다. 예를 들면, 간주노동시간

을 워낙 잦게 이동하기에 이동 중 안전사고가

제로 운영되는 도시가스안전점검원이나 구청

발생하기 쉽다. 발목 염좌나 인대 부상은 빈번

소속으로 일하는 방문간호사, 통합사례관리사

한 직업병이다. 또 검침 업무를 위해 확인해야

등을 제외하고는 정해진 서비스 제공 시간에

하는 계량기는 대개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건

따른 방문 횟수가 노동시간 책정의 주된 방식

물 측면 위에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 다세

이다. 이와 관련해 할당된 세대 수와 정해진 ‘간

대주택이나 빌라에서 건물 측면 또는 뒤편으로

주노동시간’이 적절하게 설정되어 있는지, 정

가는 길은 자물쇠로 잠겨있기 마련이다. 높이

규 노동시간 동안 일하더라도 휴게시간은 제대

있는 계량기를 확인하기 위해 담이나 발판을

로 부여되고 있는지, 방문 시 심각한 상황에 처

딛고 올라가 살펴보거나 출입문이 잠긴 경우에

한 서비스 이용자를 발견했을 때 마음을 추스

어쩔 수 없이 출입문을 넘기 위해 담을 타는 일

르거나 숨을 돌릴 시간은 주어지고 있는지도

이 빈번하다. 이 경우 담에서 떨어지거나 하여

따져봐야 할 쟁점들이다.

다치거나 정신을 잃은 노동자를 아무도 발견하 지 못해 시간이 지나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수

이에 더해 ‘실적제’ 형태로 노동을 통제·감

습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도시가스안전점검

시하는 체계도 여러 방문노동에 공통적으로 존

원/검침원에게 2인 1조가 필요한 까닭을 여러

재한다. 적은 시간 동안 실적을 채워야 한다는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것은 다양한 직종에게 여러 종류의 위험을 낳 는다. 검침원들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바쁘

위험을 가중시키는 조건들: 노동시간, 실적제 방문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업무를 매번 관 리 감독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로 대단히 임의 적이고 기업 편의적인 방식으로 책정된다. 실 6

노동자가 만드는

게 이동하다 이동과정에서 산재가 발생하기 쉽 고, 방문간호사들은 담당하던 노인의 사망을 최초 목격하더라도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다음 가정을 방문해야 한다.


건당 계약을 하거나, 시간당 임금이 정해지

제도적 공백을 방문노동자의 사적 시간과 사적

는 장애인활동지원사, 재가요양보호사 등의 직

관계로 메우는 일이 발생한다. 개인의 헌신과

종에서는 서비스 이용자가 할당받은 서비스 시

봉사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책임

간에 대한 수가에서 임금이 책정되는데, 노동

으로 전가되고 있는 사회복지 영역에서 공공성

한 만큼 시간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서비스의

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나아가 월급제 등

제공 시간이 정해지고, 그만큼의 임금만 산정

정확한 노동시간 책정과 업무의 명확한 분할을

이 되는 방식이다. 중간기관인 방문요양기관이

통해 방문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도

나 장애인활동지원 단체의 이윤과 운영관리비

중요한 과제다.

도 동일한 수가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초과근 무가 발생하더라도 기관이 노동자에게 수당을 제대로 지급할리 만무하다.

노동안전보건 운동의 오래된 관점 중 하나 는 위험 요인이 일터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용자에게 부여된 서비스

이 위험 요인의 관리, 즉 안전 교육과 매뉴얼의

제공 시간만큼만 일하는 것이 실제로도 가능할

보급 등 예방적 차원의 문제부터 사고에 대한

까? 환자인 노인이나 장애인의 컨디션이나 업

대응, 그리고 재발 방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무 지시 등 상황에 따라서 초과근무 시간이 발

과정과 조치가 노동자의 안전을 가름한다. 따

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돌봄노동 같이, 서비

라서 방문노동 역시 어떤 조건 속에서 안전 문

스 제공과정에서 이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관계

제가 지속·반복되고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 그

가 불가피하게 형성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리고 어떻게 방문노동의 특성에 맞게 노동과정

이러한 관계형성으로 인해 노동자 스스로는 노

과 환경에 대한 책임을 사업주나 (대부분 민간

동시간을 통제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사

에 위탁운영하고 있는 지자체와 같은) 원청에

회복지 서비스의 경우에는 방문노동의 대상이

게 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까지 나아가

주로 장애인, 노인, 환자, 이주여성 등이다. 이

야 한다.

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취약한 상황에 놓 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종종 장애인활동지

다시 말해, 방문노동자가 일상적으로 겪는

원사나 재가요양보호사를 주민등록상 비상연

감정노동부터 고객에 의한 괴롭힘, 성희롱 등

락망에 등록하기도 한다. 그럴 정도로 이들을

성폭력 문제, 이동 중 안전사고, 만연한 근골격

돌보는 노동자는 이용자들에게 가장 가까운 사

계질환, 정신건강 등의 문제를 통해 협소하게

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적인 부탁이나 업

인식되고 있는 방문노동자의 위험을 다각도에

무 외 시간에 오는 연락,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

서 보는 일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기업과 기

을 지시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빈번하

관이 직접 고객을 제재하는 것부터 일상 수준

다. 그러나 이 모두를 이용자의 ‘갑질’로만 해석

에서 고객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진

할 수 있을까.

행하고, 실태조사와 안전조치 마련하는 것까 지 다양한 대응책과 개선방안을 만들어 가야

안전하고 건강한 방문노동을 위한 과제 한 명의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 한 돌봄의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지만, 정작 제

한다. 더 중요하게는 방문노동자들에게 위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이 보장되어야 하 고, 실적제, 할당제와 같은 노동 통제를 위한 제 도들까지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공되는 서비스와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러니

일터 7


방문노동의 위험과 책임의 부재

특집

방문노동의 공공성 보장, 안전보건의 출발점

박기형 상임활동가

방문노동은 각 가정에 방문하여 특정 서비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스를 제공하는 노동을 일컫는다. 재가요양보호

이번 4월호 <일터>에서는 다양한 방문노동의

사, 도시가스 안전점검원, 통합사례관리사, 다

형태 중 돌봄 노동 영역에서의 변화에 주목해

문화가정 방문지도사, 정수기·에어컨·인터넷

보려 한다.

설치 등 가전통신서비스노동자 등이 포함된다. 돌봄 노동은 여러 방문노동 중 사회복지 영 여기서 우리는 이 다양한 노동들이 사회의

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가장 공공성이 두드러

필수적인 서비스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진다. 하지만 그동안 돌봄 노동이 제공되는 방

야 한다. 더욱이 각 가정 또는 개인에게 직접적

식은 공공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 사회는

으로 제공되는 것이기에, 서비스 수요자들이

90년대 말부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

거주하는 공간에 방문하고 대면 접촉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로의 전환 이후 여러

수반할 수밖에 없다. 집으로 찾아가고 사람을

부문에 걸쳐 민영화가 진행되었고, 사회복지

만나는 일을 통해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서비

서비스에서도 민간위탁 방식이 널리 확산되었

스가 목적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반면, 대가족 중

런 점에서 방문노동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

심에서 핵가족 또는 1인 가구 중심으로 가계 구

요한 서비스들이 실현되는 한 형태이다. 정도

성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발전국가 시기

의 차이는 있지만, 공공성이 사람 간의 관계에

에 유지되었던 복지서비스 제공방식, 즉 국가

서 실현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 경제발전에 집중하는 대신 복지 문제는 각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방식이

하지만 과연 방문노동 형태를 띠는 각종 서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그에 따

비스에서 공공성이 담보되고 있는가? 그리고

라 돌봄 노동의 영역에서 제도적 공백이 발생

이러한 공공성을 보장하는 일은 노동자의 안전

했고, 이에 대응할 필요성이 증가했다. 하지만

보건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여성 방

민영화 흐름 속에서 정부는 충분한 수준의 역

문노동자의 안전보건은 무엇으로부터 출발할

량과 재원을 투입하지 않았다. 대신 시장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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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해 공백을 메우고자 했다. 바로 민간위탁 방식

이는 요양보호사의 고충만으로 끝나지 않

을 통해 사회복지 서비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는다. 해당 서비스 이용자들도 제대로 된 돌봄

자 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쟁을 통해 서비스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 공공운수노조

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정도로

재가요양전략사업단 김정아 조직국장은 다음

임금 떼먹기, 부당해고뿐만 아니라, 재정 운영

과 같이 말했다.

상의 비리 등 각종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그에 따라 서비스의 질 또한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되

“그동안 신고제로 운영하면서, 쉽게 센터

었으며, 재가요양보호사들의 안전과 건강 또한

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해줬어요. 그러니 해당 센

위협받기에 이르렀다.

터가 충분한 재정과 적합한 운영방식을 취하 고 있는지 검토하지 않았죠. 예컨대, 인천에 센

서울의 어느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요양보

터를 설립하고서 서울 중랑구에서 대상자를 모

호사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경험을 토로했다.

집해 서비스 제공하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60대 후반의 남성 한 분이 계시는 집에 방문

사회복지사가 매달 점검하러 온다고 하지만,

하는데요. 몇 번 불쾌한 신체 접촉을 하려고 했

대상자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어요. 닫힌 공간에서 단둘이 있으니 일할 때 늘

채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죠. 설

불안할 수밖에 없죠. 더구나 제 일에 대해서도

립부터 점검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부재했던 것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이죠. 그러나 센터들은 이용자의 보험금이 수

하고요. 여성 이용자나 이용자의 보호자들로부

익의 원천이니 어떻게든 이용자들을 붙잡아두

터도 언어폭력을 듣기도 해요. 사람 하나 또는

려고 했어요.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아줌마를 데리고 쓰고 있다는 말을 통화하면서

서 앞서기 위해, 이용자들의 자기부담금을 깍

서슴없이 하실 때도 종종 있어요.”

아주는 편법을 쓰고, 요양보호사의 임금을 빼 돌려 차액을 별도로 충당하는 일이 빈번히 일

그러나 센터에서는 이들의 고충을 듣고 제

어났었죠. 그러는 와중에도 이용자가 무엇을

대로 해결해주기보다는, 대상자 교체라는 손쉬

필요로 하는지, 각 상황에 맞게 어떤 서비스가

운 방법을 택한다. 심한 경우에 대상자가 요양

더 제공되어야 하는지를 고려하는 사례별 관리

보호사 교체를 요구하면, 자칫 대상자와 갈등

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빚어져 센터의 실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 여, 그 요구가 적절한 것인지 검토하지도 않은

센터와 이용자, 요양보호사 간의 소통은 오

채, 일방적으로 요양보호사를 교체하기도 한

직 건수를 채우기 위해서만 이뤄질 뿐, 실제 서

다. 이에 불응하여 문제를 제기하자, 해당 센터

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에서는 소통이 부재했다.

에서 백화점 물건을 바꾸는 것과 같다는 식으

결국 센터는 요양보호사와 이용자를 연결해주

로 대꾸했다고 한다. 와상환자를 혼자서 돌보

기만 하는 ‘알선·파견·용역업체’와 다를 바 없

다 어깨가 상하더라도, 산재 보상이나 재활 치

었다. 서비스의 질 관리는 오직 요양보호사의

료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일거리를 받

몫으로 남겨졌다. 하지만 요양보호사 혼자서

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고용불안에 늘 시달

이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성희롱 등 성폭력의

린다. 고용 형태도 문제지만, 중년 여성은 이 일

위협과 센터로부터의 고용불안 등은 요양보호

자리를 잃으면 다른 곳으로 가기가 힘든 것도

사가 위축될 수밖에 없도록 했다. 또한 센터로

이유다. 그로 인해 문제 제기는 더욱더 어렵다.

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이용자들과 그 들의 보호자들은 요양보호사의 역할과 지위에

일터 9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들이 고용

서 신뢰감도 생겼죠. 그러면 어떤 케어가 필요

해서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사람처럼 생각했

한지 확인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다. 이로 인해 요양보호사는 어떤 관계로부터

도 있게 되겠죠. 안전확보와 서비스 질 향상 모

도 고립될 수밖에 없었고, 돌봄 노동 자체도 요

두 가능해지는 거죠.”

양보호사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었다. 이에 더해, 직접 고용에 따른 고용 안정성 이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최

담보뿐만 아니라, 인력 증원 및 돌봄 노동 중 발

근 돌봄 노동의 공공성을 인정하면서 제도상의

생하는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과 치료 등이 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능해지는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코로

바로 사회서비스원이다. 사회서비스원은 돌봄

나19 대응 과정에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 지급

서비스를 정부가 직접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공

등의 안전보건 문제를 집단적으로 협의할 수

공기관이다. 이를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비

있게 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지점이다. 개별 노

스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아직 시범사업

동자의 지위에서 집단적인 노사관계로 전환될

수준이지만, 서울시와 대구시, 경기도, 경상남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4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물론 사회서비스원에 서도 이동수단 및 이동 비용 제공 문제, 안전보

무엇보다 지자체의 재정투입이 공적인 책

건 관련 예방조치 문제 등 개선해야 할 과제들

임으로 이어지면서 센터가 직접 사례관리를 하

이 있다. 그럼에도 민간위탁 방식에 비해 확연

게 된 것이 핵심적인 변화다. 요양보호사의 지

히 달라진 점이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

위 인정과 안전보건 관리, 서비스 질 관리 등 모

서비스원지부 김혜미 지부장은 현장의 변화에

두가 가능해지기 위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안 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중 일부를 장기요 양보험으로 적립하고 이를 지원금으로 제공하

“예전에는 혼자서 한 분을 돌봤었는데, 이

는 간접적인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직접

제는 요양보호사 둘이 들어가요. 그러면 확실

적인 재정투입과 이를 통한 공공성, 공적 책임

히 안정감이 생기죠. 이용자들도 좀 더 주의하

강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게 되고요. 함부로 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처 음 방문할 때는 센터의 관리자도 동행해요. 그

하지만 사회서비스원이 시범적으로 시행된

냥 전화로만 연결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이후, 사유재산 침해 등을 이유로 민간센터들

용자의 상태나 환경도 점검하죠. 무엇보다 함

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

께 방문해서 이 서비스는 무엇인지, 어떤 것들

직은 법 제도로 정착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을 제공하는 건지 상세히 설명하죠. 이후에 이

한다. 그럼에도 김혜미 지부장과 김정아 조직

용자가 문의 사항이나 불만이 있으면 관리자를

국장 모두 강조한 바는 다음과 같다.

통해서 센터로 연락을 해요. 민간에는 매번 개 인번호를 교환하니 한밤중이나 주말과 휴일 할

“돌봄 노동은 사회복지 서비스로서 공적인

것 없이 연락이 오고 부당한 요구까지 듣기도

것이잖아요. 그런데 요양보호사 한 사람의 착

해요. 이제는 요양보호사와 이용자 둘만의 개

하고 선한 마음, 개인의 봉사에 기대서는 안 되

인적 관계가 아니라, 센터 차원에서 제공하는

는 것이죠. 사회에 필수적인 것이니 조직적, 집

사회서비스로서 프로세스가 갖춰졌어요. 센터,

단적으로 해결해나가야죠. 그런 점에서 돌봄

이용자, 요양보호사 간의 소통이 잘 이뤄지면

노동뿐만 아니라 방문 노동 전반의 공공성 강 화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10

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방문노동의 위험과 책임의 부재

여성 돌봄노동의 사회적 인정을 위해 오승은 전국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부장, 김정아 재가요양전략조직사업단 조직국장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오승은 전국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부장, 김

시가 시설에 4만8천 개, 재가에 1만 개 보급해줬

정아 재가요양전략조직사업단 조직국장을 모

어요. 그러나 공지가 일괄 되는 게 아니고 아는

시고 여성 방문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사람만 받으러 가야 하는 한계가 있어요. 방문

무엇이 필요하고, 현재 준비 중이거나 논의하

해야 할 가정의 안전 여부에 대한 정보도 제공

고 있는 것은 어떤 내용이 있는지 들어보았다.

받지 못하고 있어 노출되면 알아서 자가 격리해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코로나19로 문 연 음식점

야 하는 상황이에요.

을 찾기 어려웠던 3월 26일 대림역 인근 카페 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오승은 대한의협에서 자가격리자의 부양자 나 동거인을 위한 행동수칙으로 1m 이내 접촉 은 위험하다든지, 분변은 접촉하면 안 된다 등

코로나19 비상시 명확한 업무규정과

이 권고돼있던데, 만약 이용자가 자가격리자

대응매뉴얼 시급

인 경우 가족은 이것을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 돌봄 노동자에게

요양보호사는 업무 특성상 지킬 수가 없어요.

마스크를 지급해야한다는 요구가 있었고, 대면

‘주의해야 한다’라는 문구만 있고 명확한 업무

접촉을 해야 하는 돌봄 노동자의 수입이 급감

에 대한 기준이나 비상시 작업매뉴얼이 없어

했다는 소식도 이어졌다. 전염병 비상시국에서

서, 불안한 이용자는 매칭을 중단하고 있어요.

중년여성이 대부분이고 대표적 돌봄 노동자인

공공영역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재가요양보호사에 대해 어떤 조치가 이루어지

은 지역사회 정보를 파악해 일괄 공지하고, 비

고 있는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상시에는 다른 서비스 유형을 준비하고 있거든 요. 공공기관이니 가능한 거죠.

김정아 마스크 같은 보호구나 안전장비 지 급이 없어, 시설의 경우는 서울시나 공단에서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코로나19 대응 3

일정 지원해주는데, 재가 요양으로 방문하시는

차 지침에서 기존에 지원해주던 사회복지사 임

분들은 대체로 개별 구매해야 해요. 최근 서울

금에 대해 계속 지원해주겠다고 했는데, 3월

일터 11


24일 발표한 4차 지침에서 ‘시설급여 등 종사

말로 이해를 구하고 설명한다. 작업자 선에서

자에 대해 확진 또는 자가격리 기간은 유급병

해결되지 않으면 언쟁하지 말고, 기관센터장

가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과 상의한다.’ 뒷부분에 센터는 지휘·감독의 책

민간센터의 재가요양보호사에게는 그림의 떡

임이 있다고 모호하게 되어있는데, 사실상 개

이고, 방문할 가정의 안전성에 대한 대책은 여

인의 책임으로 다 미루고 있거든요. 제대로 하

전히 없어요.

려면 그 현장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하고, 기관에 서는 업무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게 기본인 건 데, 민간기관처럼 호소가 들어가면 중단과 동

이용자에 대한 조직적 관리,

시에 사실상 실직으로 이어지는 것부터 막아야

위험 예방의 지름길

해요. 이용자에 대한 교육도 들어가야 하고, 그

각기 다른 환경의 가정을 방문했을 때 위험

사람에게 필요하면 휴가를 주고 다른 이용자로

한 상황은 다양하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취약

연결해주는 조치까지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한 성폭력뿐만 아니라 인격모독이나 사건·사

요.

고 발생 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로 산업 안전보건법에는 작업중지권이 명시돼 있다. 이

김정아 서사원 단체협약안의 내용 중 초기

것을 방문노동 과정에서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상담 및 계약단계에서 음성과 서면으로 안내하

필요할까?

고, 똑같은 내용을 노동자에게도 알리고 중간 점검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법 내용대로 하면

김정아 위협적이고 불편한 상황을 자연스럽

‘차단할 수도 있다’가 아니라 ‘신고하고 처벌할

게 모면하고 카리스마 있게 이용자와 보호자를

수 있다’로 안내돼야 하는 거죠. 고객이 바로 수

제어하느냐가 업무능력의 기준으로 현장에서

익으로 연결되는 민간에서는 어렵다고 하겠지

얘기되고 있거든요. 그러나 서사원의 경우 이

만요.

용자와 첫 매칭 시 기관의 팀장이 먼저 가서 초 기상담을 해요. 제공할 서비스 내용과 이용자 의 권리, 요양보호사가 노동자로서 갖는 권리, 이용자가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 사전에 설명 하고 나서 같은 조의 요양보호사 2명과 팀장이 함께 이용자와 상견례를 하면서 다시 한번 강 조한다고 해요. 이때 하면 안 되는 부당한 요구 에 대해서도 몇 가지 예시를 들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이용자가 1:1로 내가 부리는 사람이 아 니라 조직적으로 관리·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안전에 상당히 도움이 된 다는 의미 있는 말씀인 거죠. 오승은 매년 복지부에서 발간하는 업무 매 뉴얼이 있어요. 보호사가 해야 할 일과 이용자 의 안전을 위한 일,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대처 방법이 나와 있어요. ‘부당한 요구를 받았을 때

12

노동자가 만드는

제대로 된 노동권 보장이 필수 방문노동자의 경우 다음 작업을 위해 이동 시간은 필수적이지만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 고, 휴게시간이나 식사 시간도 보장받지 못한 다. 개인 휴대폰으로 이용자와 연락하기 때문에 업무시간 외 고객 응대 문제가 매번 발생한다. 이것을 개선하려면 추가 재정이 필요한데, 민 간센터의 재무회계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의 견을 모았다. 또 방문노동자의 작업환경은 개별 가정이다. 이에 맞는 적절한 개선은 어떻게 이 루어져야 할까? 오승은 서사원은 8시간 근무시간 산정에 이 동 시간, 중간에 점심시간, 회의 시간도 넣으면 서 월급을 주는데 당연히 돈이 더 필요하죠. 그 래서 추가 재정이 있어야 해요. 자치구별 종합


재가센터 만드는 건 정부계획이에요. 민간기관

오승은 어느 집에 여자 하나 보내는 사업인

측에서 헌법소원도 하고 수가 인상이라는 부대

데 많은 엄마들이 집에서 모든 일을 다 하는 게

조건을 두고 시행 유예기간도 두는 등 회계 투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잖아요. 밥도 해줘야 하

명성 확보를 위해 엄청 힘겨루기해서 재작년부

고 정서도 감당해줘야 하는 것처럼 요양보호사

터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단계적 도입

도 특별히 업무 구분 없이 당연히 모든 업무를

했고, 작년에 첫 결산보고를 했어요. 전체 수가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게 여성 노동에 대한 나

중 인건비 비율이 정해져 있는데 곧 공개가 되

쁜 인식과 편견을 활용한 일자리라는 생각도

는 것 같아요. 공공영역에서 투명하게 운영하

들어요.

는 종합재가서비스센터가 잘 자리 잡아가면 재 정확보와 함께 제대로 된 인건비를 받을 수 있 지 않을까 해요.

김정아 옷을 하나 사 입으면 그 옷을 만드는 노동이 있고, 그것을 파는 노동의 가치가 인정 되잖아요. 그런데 돌봄 노동은 누구나 할 수 있

김정아 폰 연락 자체가 엄청난 감정노동인

는 일인데 당신이 와서 해주는 일쯤으로 생각

데 업무용 폰을 지급하려면 수가에 책정되어야

하는 사회적 인식이 너무 커요. 당사자 스스로

해요. 요구사항이나 필요한 게 있으면 센터를

갖고 있는 사고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사회적

통해서 전달되게끔 해달라는 구조가 정해지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 싶어요.

되는 데 그건 계약단계부터 3자 대면이 돼야죠. 오승은 지자체가 파악하고 공급 계획을 세 오승은 단협안 내용 중 사업장 소독을 포함

우는 게 맞는 거죠. 돌봄 노동 자체가 사회적으

한 안전보건관리를 매번 하고, 위험 물질을 없

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인정돼야 임금도

애고, 와상편마비 집중이용자인 경우 2인 1조

올라가고 고용안정도 되는 거라 노조가 요양,

배치, 특히 경험이라든가 그날 일정에 따라서

보육, 장애 활동 지원, 사회복지 단위를 합쳐서

필요한 인원을 배치해달라는 요구가 있어요.

시민 대상으로 모두를 위한 돌봄이라는 캠페인

그러나 사업주의 의지가 있어도 남의 집에 가

을 준비하고 있어요. 돌봄이 민간에 맡겨지다

서 일일이 점검하고 개입을 할 수가 없으니 어

보니 코로나 사태에서 구멍들이 드러났고, 국

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가가,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확인이 된 것 같아요. 돌봄 노동의 사회적 가치 를 확인하고 공공의 목소리에 동참해 주시라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돌봄노동으로

캠페인을 여름쯤에 전면적으로 시작할 예정입

대부분 중년 여성이 종사하는 돌봄 노동은

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해요.

업무가 광범위하고, 민간에서 비계획적으로 이 루어지다 보니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일어나 불안정한 나쁜 일자리로 이어지면서, 사회적으 로 부차적인 노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사회서비스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방안 (국미애, 2018)’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는 상시 근무로 월급제를 원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비율도 68.2%로 높았다.

일터 13


지금 지역에서는

산업재해의 심각성, 영상으로 담아내다 이기태 당장멈춰TV 부산제작팀

▲ 출처: 당장멈춰TV

2018년 8월경이었습니다. 그 이전부터 한국

를 알아보고 그 가운데서도 시사성이 있는 사

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뿐만 아니라 노동안

례를 뽑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그렇

전보건에 관심 있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게 한 회, 한 회 모임이 이루어지면서 2018년

함께 소모임을 구성하여 실무적이고 현장 중심

한 해를 보내고, 2019년에 접어들면서 나름의

의 산업안전보건에 관해 공부하기 위한 모임을

시의적절한 사례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

가져왔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이미 우리는 누

나 참여한 인원들 모두 바쁜 현업에 있는 분들

구보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는 사

이다 보니, 한 명씩 모임 참석이 힘들어질 수밖

람인데, 우리보다 대중 혹은 산재의 위험에 노

에 없었고, 과연 이 모임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

출된 많은 노동자에게 중대 산업재해의 심각성

대한 불안감도 있었습니다.

을 알리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 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18년 8월 뜻 맞는 이

그런 불안감과 함께한 2019년 상반기 모임

들이 모여 일명 ‘산안법 동영상 만들기’라는 월

에서는 본격적으로 동영상을 어떻게 만들지,

례모임을 결성하였습니다.

만든다면 방식은 어떻게 할지에 대해 구체적 으로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했습니다. 많은

매월 1회 모임을 갖기로 하고, 첫 회 모임은

의견이 있었습니다. “샌드 아트를 동영상으로

우선 각자 연도별 실제 발생한 중대 산업재해

찍어서 만들자. 사진과 음악을 결합한 지식채

14

노동자가 만드는


널e 방식으로 만들자, 소품을 활용하여 스톱모

스톱모션 방식과 지식채널e 방식을 접목하기

션 방식으로 하자” 등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 대

로 하였습니다. 스톱모션 촬영 이전 사전준비

한 의견이 모였습니다. 열정만큼은 둘째가라면

작업을 위하여 모형 구매 및 제작, 촬영 장소 및

서러울 이들이 똘똘 뭉쳐 다양한 아이디어가

촬영 장비 준비 등 사전준비를 하여 촬영당일

제시되었지만,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능력까지

에 문제없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는 갖추지 못하다 보니 우리 의지도 한계에 다 다르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과연

2019년 6월 6일 첫 동영상 제작을 위한 촬

할 수 있을까? 하면서도 내심 실현 가능성에 대

영을 진행하였고, 이후 여러 차례 온·오프라

해서 회의적인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

인 모임을 통해 수정·보완을 거쳐 탄생한 것이

작하였습니다.

2019년 11월 28일 ‘1화 청주 에버코스 산재 사 망 은폐사건 유튜브 동영상’입니다. 막상 1화

하지만 그런 불안감도 처음 우리가 계획했

동영상 결과물이 나오니 우리가 가졌던 생각이

던 열정을 상쇄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막연한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자신

마음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우리의 실행 계획과

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후속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인터뷰 영상을 제

동영상 작업 속도에도 박차를 가하게 되었고,

작자, 유명 SNS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미

마침내 총 5개 시리즈의 중대 산업재해 동영상

디어 전문가들에게 외부 조언을 받아보기로 했

이 탄생하였습니다.

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실행계획의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의외의 긍정적인 답변을

재미없는 이런 영상을 왜 만들었는지 반문

받고, 구체적인 동영상 제작을 실행에 옮기기로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 작업을

하였습니다.

계획했던 취지인 ‘노동 현장의 산업재해 심각 성’만이라도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면 더 없는

제일 먼저 지금까지 수집한 중대 재해 사례

성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회

가운데 가장 시사성이 있는 사례를 5개로 압축

원여러분들의 ‘좋아요’와 ‘구독’뿐만 아니라,

하여 선별하고, 그 사례를 어떤 형식으로 동영

‘공유’가 절실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

상을 풀어낼 것인지 개인별로 각자 시나리오를

드립니다.

미리 만들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시나리오를 근거로 하여 이를 실제 동영상으로 구현 할 수 있는 분을 백방으로 노력하여 찾았 습니다. 그리고 구세주나 다름없는 ‘미디어 뻐

※ youtube.com 접속 → 검색창 ‘미디어 뻐꾹’

꾹’님을 만나면서, 불안감의 밑바닥에서 허우

검색 → 미디어뻐국 ‘홈’에서 아래의 동영상을 찾

적대던 우리는 드디어 실현 가능한 희망의 날

으시면 됩니다.

개를 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2019 년 5월 진정한 의미의 ‘동영상 제작’이 현실화

중대산업재해 동영상 목록

하였습니다.

1회 - 청주 에버코스 산재사망은폐사건 2회 -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한 시나리오를

3회 - 지하철 구의역사망사건

선택하고, 시나리오를 기획한 회원의 의견에

4회 - 타워크레인 추락사망사건

따라 동영상 구현방식은 해당 모형을 활용한

5회 - 에스티유니타스 과로자살 사건

일터 15


일터 정신질환 알아보기

노동자의 정신적 고통이 산재가 되기까지 류한소 노동시간센터 업무상정신질환연구팀

▲ 출처: https://www.charliemackesy.com/paintings/

‘보이지 않는 고통’의 역사

는 노동자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러한 질병을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역사는 ‘보이지 않는

일터에서 일으키는 위험 요인들 또한 많아진다

고통’에 이름을 부여해 온 역사다. ‘직장 내 (성)

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신적

폭력’, ‘가학적 노무관리’, ‘갑질’, ‘직장 내 괴롭

으로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개인적/사회적 인

힘’ 등 노동자가 일터에서 겪는 정신적 고통에

식이 변했고, 의료지식 및 전문가도 변화했으

붙인 이름들의 목록이 그렇다. 노동이 건강에

며, 제도적 차원에서의 인정과 보상도 변화했

영향을 미치는 사회심리적 요인에 대한 관심은

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문화적 각축장을 통해

20세기 중후반부터 대두됐다. 이 요인에는 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고통들이 이름을 얻으면서

본주의의 주요 생산방식의 변화, 일터의 조직,

노동자의 정신적 고통도 비로소 부상하게 되었

노동자에 대한 관리 및 통제 방식의 변화를 반

다고 할 수 있다.

영되어왔다. 따라서 정신건강의 침해를 호소하 16

노동자가 만드는


국내의 정신질환 집단산재투쟁

2011년에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와 무급휴

국내의 정신질환 산재에 관한 논의는 ‘문제

직자, 그 가족을 위한 심리치유센터 ‘와락’이 개

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탄압을 고

소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심리적 위기상

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정

황을 치유하기 위한 ‘두리공감’이 개소한 것도

신질환 산재를 개별적으로 신청한 사례는 있었

2011년이었다. 이처럼 ‘싸우는 사람들’의 마음

으나 노조탄압으로 인한 정신질환에 대해 집단

건강에 대한 관심은 2016년 여러 단체가 참여

으로 산재신청을 제기한 첫 사례는 2003년 청

해 출범한 사회활동가와 노동자들을 위한 심리

구성심병원 노동자들의 집단요양투쟁으로 알

치유 네트워크 ‘통(通)통(統)톡(talk)’으로 이어

려져 있다. 연이어, 공황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

졌다.

스 장애라는 말도 생소했던 2004년, 도시철도 기관사들이 집단산재신청 투쟁을 시작했다. 당 시 근로복지공단은 사상사고 경험 여부로 산재

감정노동의 이슈화

여부를 따졌지만, 이 투쟁들은 사고 경험 유무

정신질환 산재의 제도화 과정에서 또 하나

와 상관없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1인 승무 등 노

중요한 점은 감정노동의 이슈화이다. 감정노동

동자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밖에

이란 단어가 생소하던 2008년부터 민주노총

없는 근무환경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음을

서비스연맹과 유통업종(백화점, 면세점) 노동

밝히는 계기가 되었다.

조합들은 감정노동 문제를 부각시키고 산재 인 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2015년 3월, 양

비슷한 시기, 민영화에 따른 경영효율화를

대 노총과 여러 단체로 구성된 ‘감정노동 전국

위해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한 KT(2004

네트워크’가 출범했으며 같은 해 12월, 국내에

년)와 노조탄압을 당한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서 처음으로 감정노동 문제를 제도화한 “서울

(2005년) 노동자들 역시 적응장애, 우울증 등

특별시 감정노동 종사자의 권리보호 등에 관한

에 대한 산재신청으로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조례”가 통과됐다.

알렸다. 이러한 투쟁들 때문인지 근로복지공단 의 2006년 통계부터는 이전까지 작업관련성

이와 더불어 KTX 승무원(2015년), 마트 계산

질병에 ‘기타’로 들어가던 정신질환 항목이 별

업무 노동자 산재 인정(2016년) 등은 열악한 근

도 범주의 항목으로 분류됐다. 그 뒤로 2008년

무환경과 지속적인 성희롱 및 폭언에 시달리는

이랜드 일반노조, 코스콤 비정규지부, KTX 새

서비스업 노동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산재로

마을호 승무지부 등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 노

인정하기 시작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콜센터에

동자들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했으

전화를 걸면 나오는 “2018년 10월 18일부터 산

며, ‘적응장애’,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

업안전보건법에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가 시

애’와 같은 진단명은 문제를 제기하고 싸우는

행됩니다.”라는 자동음성도 오래전부터 감정노

사람들이 마주했던 현실을 고발하는 언어로 자

동의 이슈화를 위해 싸워 온 사람들의 성과다.

리 잡았다. 2009년 쌍용자동차 문제는 정리해고와 국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제화

가폭력이 노동자뿐 아니라 그들의 동료와 가

위에서 살펴본 조직된 노동자들의 집단산

족들에게도 신체적 외상은 물론, 정신적 외상

재신청으로 시작된 정신질환 산재에 대한 논의

까지 입힌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는, 이제 ‘갑질’이나 ‘직장 내 괴롭힘’이란 언어

일터 17


정노동의 이슈화를 거쳐 일터의 전반적 조직 문 화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데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어 왔다. 이외에도 장시간 노동으로 발생 하는 정신질환이나 자살 및 사고 현장을 목격 한 노동자들의 트라우마 관리 등으로 논의영역 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여성 노 동자들이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구조적 차 별로서, 노동권과 건강권에 주요한 영향을 끼치 면서도 그간 ‘노동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되어 온 직장 내 성폭력과 이로 인한 여성 노동자들 의 건강 피해를 업무상 질병으로 제도화하기 위 한 노력도 정신질환 산재를 논의할 때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 언급한 사례들의 공통점은 노동 과정에 계속 존재해왔지만 이름을 부여받지 못 ▲ 출처: pixabay

했던 정신적 고통들에 이름을 붙이고 이에 대 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펼쳐왔다는 점이다. 아 픔에 이름을 부여하고 인과적 설명을 통해 그

를 통해 노동운동을 넘어 한국사회에 만연한 악

고통의 실체를 확인하며 그 고통이 발생하는

질적 갑을관계와 조직문화에 경종을 울리면서

맥락을 찾는 일은, 그로 인한 아픔이 기존 지식

일상의 민주주의를 재고하는 계기로 쓰이고 있

체계나 타인에 의해 관찰되기 힘들수록 더욱

다. 2017년에 설립된 ‘직장갑질 119’에 고발된 기

중요하다. 나아가 그 고통이 개인의 심리적 기

가 막히는 사례들은 우리 일터가 얼마나 다양하

질이나 배경이 아닌, 일터의 구조적 문제에서

게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기인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고통의 실체를 확

보여준다.

인하고 발생하는 맥락을 찾는 일은 더욱 중요 하다.

이 결과, 비록 실효성에는 많은 비판이 있었 으나 2019 7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직

정신질환 산재에 대한 논의는 시작된 지 그

장 내 괴롭힘’이 법적으로 ‘사용자 또는 근로자

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향후, 기존의 좁

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

은 인과관계 중심의 산재 논의를 사회적 협의

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등으로 확장시켜야 하며, 변화하는 자본주의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

이에 따라 변화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

시키는 행위’라고 정의됐고 정부 차원에서 이

권을 사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신질환 산재

를 규제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에 대한 논의가 그 사회의 전반적인 감수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깊고 다양한 토

이름을 부여하는 일,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정리하자면, 국내 정신질환 산재 논의는 ‘싸 우는 노동자’들의 집단요양투쟁을 시작으로 감 18

노동자가 만드는

론이 요구된다.


연구리포트

노동시간 연구동향 살펴보기 – 건강영향을 중심으로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센터장

▲ 출처: pixabay

노동시간센터에서는 노동시간 관련 연구,

노동시간과 건강문제를 다룬 연구들을 검토

정책, 언론 동향에 대해 <일터>에 싣고자 합니

할 때는 노동시간의 어떤 요소를 다루는지, 어

다. 이번 4월호에서는 노동시간과 건강을 주

떤 건강영향의 문제를 다루는지, 어느 집단의

제로 다룬 최근의 의학 분야 연구를 살펴볼 것

문제를 다루는지, 연구방법이 타당한지, 우리

입니다. 노동시간과 건강 문제를 다룬 연구들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연구인지 등

은 장시간 노동이나 교대근무가 건강에 나쁘다

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는 우리의 직관을 확인하게 하고, 제도 개선으

주로 노동시간의 길이를 중심으로 장시간 노동

로 이어지는 근거가 됩니다. 요즘 들어 많은 연

을 일정하게 정의하고, 이것의 영향을 분석합니

구가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연구를 위한

다. 그러나 어느 시간에 일하느냐의 문제, 즉 교

연구에 머무르는 경우를 보게 되지만, 노동시

대제와 야간노동의 영향을 다루는 것도 노동시

간센터에서는 실천연구, 현장연구를 수행하고,

간 연구에서 중요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노동시

연구결과를 사회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간의 밀도를 다루는 노동강도의 문제나 직무스

이렇게 연구 동향을 공유하는 것 또한 연구결

트레스와 같은 노동의 질적 요소 등도 노동시간

과의 사회화를 위한 작업 중 하나입니다.

을 다룰 때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일터 19


노동시간의 건강영향은 그동안 우울증과

지(Annals of Occupatioanl and Environmental

같은 정신건강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중심으로

Medicine)가 있습니다. 모두 영문으로 작성되

많이 다뤄졌는데, 최근에는 암 발생이나 악화,

어 있고,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접

유산이나 불임과 같은 생식독성, 간 질환에 대

근성이 떨어집니다. 국내 학술지도 영문으로

해서도 다뤄지고, 문제음주나 흡연, 약물중독과

작성하고 있어 아쉬움이 많습니다. 필자는 많

같은 건강행태, 결근이나 프리젠티즘과 같은

은 학술지 중에 영국과 북유럽, 한국에서 발간

생산성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도 늘어나는 추세

한 학술지를 중심으로 최근 6개월 동안 노동시

입니다. 산업구조, 기술변화를 반영하여 과거

간을 다룬 연구들을 살펴보았고, 이번 글에서

제조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연구들

는 5개의 연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최근 들어 서비스, IT,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대한 연구로 확대되고 있기도 합니 다. 단순 설문조사로 현재 노동시간과 건강문

‘출퇴근 시간과 건강관련 행태’ 연구

제를 질문하는 연구도 있고, 노동시간의 구체 적인 요소를 변수로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기 도 합니다. 건강 문제에 관해서는 증상만 다루 기도 하고, 객관적인 질병을 확인하여 노동시 간과의 관련성을 보기도 합니다. 장기간 관찰 하며 건강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면접을 통해 노동시간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건강에 영향을 주는지 밝히기도 합니다. 더 좋은 자료를 만들 어 진행하는 연구가 더 좋은 연구가 되겠지만, 자료 접근이 어려운 경우도 많고, 우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연구는 연구비를 지급하는 사 람들에게 관심이 적거나 감추고 싶은 연구이기 도 해서, 좋은 자료를 확보할만한 시간과 돈, 접

▲노동시간센터 이혜은 연구위원이 참여한 "한국에서 장시간노동과 사고, 자살의 관련성" 연구 논문. 출처: Scand J Work Environ Health.

근의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비 를 누가 냈고, 연구자가 누구이고, 자료를 어떻

첫 번째 소개하고자 하는 연구는 영국에

게 만들었는지, 연구가 진행된 맥락 또한 잘 살

서 발간한 직업환경의학 학술지에 실린 “출퇴

펴봐야 합니다.

근 시간과 건강관련 행태(Commuting time to work and behaviour-related health: a fixed-

노동시간과 건강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effect analysis).” 입니다. 스웨덴에서 진행된

학술지는 영국에서 발간하는 직업환경의학

연구로 통근시간이 길어지는 것과 신체활동의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감소, 수면장애, 문제 음주 등이 관련 있다는 연

북유럽직업보건학회에서 발간하는 스칸디

구 결과입니다. 신체활동의 감소는 비만, 심혈

나비아 직업환경보건 학술지(Scandinavian

관계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여서 최근

Journal of Work, Environment & Health), 일

장시간노동과 심혈관계질환의 관련성을 설명

본에서 발간하는 직업보건학술지(Journal of

할 때 자주 활용하는 중간단계의 건강지표입니

Occupational Health), 그리고 우리나라 직업

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노동시간을

환경의학회에서 발행하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단지 일하는 시간으로 한정하지 않고, 비록 출

20

노동자가 만드는


퇴근 시간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는 나라가 드물고, 자살의 발생이 높은 나라에

삶의 영역으로 노동시간의 개념을 넓히고 있다

서 진행할 수 있는 연구였습니다. 산재보상에

는 점입니다. 출퇴근 시간은 노동을 준비하는

서 근거로 제시되어야 할 논문이지만, 무엇보

시간으로 노동시간의 영역으로 정의할 수도 있

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의

고, 혹은 노동시간의 영역에 포함하지 않더라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2)

도 삶의 영역은 노동시간에 영향을 받는 시간 입니다. 또한 거주하는 장소와 직장의 거리는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위치와 관련이 있다는 점

연속 야간근무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

을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를 한국에

세 번째 소개할 연구는 앞서 논문과 같이

적용해 본다면, 일단 도시, 농촌의 결과가 좀 다

북유럽 학술지에 실린 덴마크 연구로, “연속

를 듯합니다. 워낙 장시간 노동을 하는 우리나

적인 야간근무 횟수가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

라에서 출퇴근 시간의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

에 미치는 효과(The effects of the number of

어 보입니다.

consecutive night shifts on sleep duration and

1)

quality).” 입니다. 경찰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 장시간 노동과 사고, 자살의 관련성

구인데, 야간노동을 연속해서 할 때, 어느 정도

두 번째 소개할 연구는 북유럽 저널에 실

로 연속해서 근무하면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

린 “한국에서 장시간노동과 사고, 자살의 관련

이 나빠질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야

성, Association of long working hours with

간 노동을 안 할 수 있으면 좋고, 불필요한 야간

accidents and suicide mortality in Korea”.

노동을 줄이는 노력이 먼저여야 하지만 경찰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으로 활동하시는 이혜

서, 소방서, 병원 등 공공영역에서 근무하는 노

은 선생님이 1저자로 쓰신 논문입니다. 우리나

동자들의 일부는 불가피하게 야간노동을 할 수

라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통계청 사망자료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야간노동을 해

와 연계해서 분석한 논문으로 노동시간과 사

야 할까? 어떻게 하면 건강영향을 최소화할 수

고, 자살에 의한 사망의 관련성을 밝힌 연구입

있을까? 이런 고민이 생깁니다. 한노보연에서

니다. 45~52시간 근무자가 35~44시간 근무자

는 “좋은 교대제는 없다”라는 책을 발간한 적

에 비하여 자살 위험이 3.89배, 52시간 초과 근

이 있습니다. 정말 좋은 교대제란 없습니다. 심

무자는 3.74배로 높게 나왔고, 연령, 성, 소득수

지어 공공영역에서도 불가피한 야간 노동이라

준,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이 동일하다고 통

는 말은 너무 쉽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24시간

계적으로 보정한 이후의 결과입니다. 장시간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노동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비교적

는 24시간 공공서비스의 필요를 만들고 있습

다수 있었지만, 자살과 관련이 높다는 것을 객

니다. 이 연구에서는 연속해서 수행하는 야간

관적으로 확인해준 연구는 매우 드물고, 통계

노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면시간과 질에 나쁜

청 사망자료와 같이 객관적인 자료를 이용하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좋은

고, 단면 연구가 아닌 시간을 두고 관찰한 연구

교대제란 없습니다.3)

라는 점에서 매우 확정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 습니다. 우리나라만큼 장시간 노동을 많이 하 1) Halonen J, Pulakka A, Vahtera J, Pentti J, Laström H, Stenholm S, Hanson LM. Commuting time to work and behaviour-related health: a fixed-effect analysis. Occup Environ Med. 2020 Feb;77(2):77-83.

2) Lee H-E, Kim I, Kim H-R, Kawachi I. Association of long working hours with accidents and suicide mortality in Korea. Scand J Work Environ Health Online-first -article doi:10.5271/sjweh.3890 3) Garde AH, Nabe-Nielsen K, Jensen MA, Kristiansen J, Sørensen JK, Hansen ÅM, The effects of the number of consecutive night shifts on sleep duration and quality. Scand J Work Environ Health Online-first-article doi:10.5271/sjweh.3885 일터 21


노동시간과 탈모의 관련성

장시간 노동과 결혼상태 변화의 관련성 마지막으로 소개할 연구는 역시 국내에 서 발간한 학술지에 실린 연구입니다. 제목은 “장시간노동과 결혼상태 변화의 관련성, The association between long working hours and marital status change: middle-aged and educated Korean in 2014–2015”. 여성의 노동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40시간 이하인 경우보다 이혼, 별거의 가능성이 4.26배 높아 진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이 연구에서 특징적 인 결과는 남성의 노동시간은 결혼상태 변화와 관련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렇듯 노동시간의 영향은 직접적인 건강영향뿐 아니라 사회적 건 강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사회적 건강을 매개 로 건강행태, 건강문제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 다. 또한 노동시간의 영향이 젠더에 따라 다르 게 나타나는 특징도 확인됩니다. 노동시간의 문제는 우리나라 가정에서 고정화되어 있는 성

▲ "노동시간과 탈모약 복용의 관련성" 논문의 첫 페이지. 출처: 대한 직업환경의학회지.

역할, 양육의 책임 등의 문제와 긴밀한 관계를

네 번째로 소개할 연구는 대한직업환경의

최근 국내에서 노동시간과 건강영향에 대

학회지에 실린 “노동시간과 탈모약 복용의 관

한 연구들은 국내자료를 이용한 연구가 증가하

련성(Relationship between working hours and

고 있고, 심혈관계질환이나 우울증을 넘어 탈

probability to take alopecia medicine among

모, 수면 등 다양한 건강영향이 검토되고 있습

Korean male workers: a 4-year follow-up

니다. 그리고 건강행태, 사회적 건강 등을 연구

study).” 입니다. 우리가 수행하는 건강검진 자

주제로 삼기도 하고, 노동시간의 길이 뿐 아니

료를 이용하여 노동시간과 탈모 간의 시간적

라 야간노동의 주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

선후 관계를 반영한 연구입니다. 연구 결과, 노

니다. 이러한 연구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현실

동시간이 긴 집단에서 탈모약을 복용하는 경우

에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입니다.

통해 다양한 형태의 영향을 미칩니다.5)

가 뚜렷이 높았습니다. 탈모가 있는 것과 탈모 약을 복용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장시간 노동이 탈모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장시간 노동의 영향이 매우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입니다.4) 4) Kyung-Hun Son, Byung-Seong Suh, Han-Seur Jeong, Min-Woo Nam, Hyunil Kim and HyeongCheol Kim. Relationship between working hours and probability to take alopecia medicine among Korean male workers: a 4-year follow-up study. Ann Occup Environ Med. 2019;31(1):e12.

22

노동자가 만드는

5) Hyunil Kim, Byung-Seong Suh, Won-Cheol Lee, Han-Seur Jeong, Kyung-Hun Son, Min-Woo Nam and Hyeong-Cheol Kim. The association between long working hours and marital status change: middle-aged and educated Korean in 2014–2015.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대만의 과로사와 업무관련 정신질환 황이링 대만 OSHLink 활동가

첫 번째 대만 소식으로, 대만의 과로 이슈를

또,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매우 엄격했습

소개하려고 합니다. 과로 문제는 특히 동아시

니다. 직장에서 발생한 사례만 업무관련성이 인

아에서 두드러지는 문화현상입니다. 전 세계적

정됐고, 뇌심혈관계질환이 발병하기 바로 직전

으로, 오직 일본, 대만, 한국에서만 과로 때문에

의 업무 부담만 고려됐습니다. 그래서 인정기준

발생한 뇌심혈관계질환을 직업병 보상의 범주

은 1991년 만들어졌지만, 2006년에서야 뇌심

에 넣고 있습니다.

혈관계질환으로 산재 보상 승인을 받는 첫 사 례가 나타납니다. 그 뒤로도 인정 기준은 몇 차 례 수정되다가, 가장 큰 변화가 2010년에 일어

업무관련 뇌심혈관질환

났습니다. 난야테크놀로지(Nanya Technology

최근 몇 년 사이에 대만에서는 과로와 관련

Company)에서 일하던 추샤오핑(徐紹斌)의 과

된 질병의 산재 보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산재

로사 때문입니다.

보험국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9년까 지 모두 679명의 노동자가 업무관련 뇌심혈관

출근시간이 되어도 추샤오핑이 방에서 나오

계질환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이 중 236명은 사

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아버지가 방으로

망하였고, 173명은 영구적인 장애를 입게 되었습

들어갔고 그의 주검을 발견하였습니다. 당시 29

니다. 과로는 중요한 업무 유해요인입니다. 대만

세였던 그는 매일 12시간씩 일했고, 어떤 때는

에서는 8일에 한 명씩, 노동자가 과로 때문에 치

16~19시간 일하기도 했습니다. 사망 전 달에는

명적인 손상을 입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빙산

연장 근무만 111.5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가족들

의 일각일 뿐입니다. 노동 시간을 증명하기 어렵

은 그의 죽음이 과로사라고 확신하고, 산재 보

거나, 엄격한 인정 기준 때문에 산재로 보상받지

상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무실이 아니

못한 숨겨진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라 집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당시로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그가 사망

대만에서는 1991년 처음으로 뇌심혈관계질

하자 정기적인 연장근무는 없었다고 발뺌했고,

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발표되었습니

결국 그의 유가족은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없었

다. 그러나 뇌심혈관계질환이 공식적인 직업병

습니다.

목록에 오르지는 못했기 때문에, 업무관련성이 의심되는 사례들은 개별적으로 승인 여부가 결 정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입법의원 황수잉(黃淑英)의 보좌 관이었고, 추샤오핑의 가족들은 황수잉 의원의 일터 23


▲ 불공정한 보상 체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에 나선 추의 가족들. 출처: OSHLink.

사무실에 와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우리는 유가

룹(Formosa Plastic Group)의 안전관리자였습

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관심을 촉구

니다. 그는 공장 건설 현장의 안전보건 감독을

했고, 기자회견 이후 추샤오핑의 가족들은 대만

맡았는데, 하청회사에서 안전 규정을 따르지

사회의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대만 노

않았습니다. 그는 상사에게 상황을 보고하려

동부는 사회의 큰 압력을 받은 끝에 일본을 따

고 했지만, 돌아온 답은 예정된 기한 내에 건설

라 직업병 인정 기준을 낮추겠다고 약속했습니

이 마무리되도록 눈감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막

다. 다음 해인 2011년, 직업병 인정 가이드라인

중한 부담감을 느낀 그는 결혼식을 1주일 남겨

이 개정되고 나서, 총 88명이 업무관련 뇌심혈

둔 2011년 10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

관계질환으로 산재 보상을 받았습니다. 가이드

다. 죽기 전 그는 “정부, 회사의 안전요구사항

라인 개정 전보다 2.6배 늘어난 숫자입니다.

을 충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회사에 너무 미안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책임을 다하겠습 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의 자

업무 관련 정신질환과 자살

살은 대만에서 처음으로 업무관련 자살로 승인

업무 관련 뇌심혈관계 질환 외에, 최근에는

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죽음이 계속되고 있기

업무 관련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에, OSHLink는 2015년 『과로의 섬, 대만』이라

더 많아졌습니다. 2009년 업무관련 정신질환 인

는 책을 펴냈습니다. 우리는 이 책에 과로로 사

정 기준이 수립되었지만, 그 후로 10년간 산재

망한 대만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과

로 승인된 사례는 36건뿐입니다. 승인 사례 대부

로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다루고자 했습니다.

분은 산재 사고 후 발생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책 발간 이후 대만 입법의원들은 노동부에 과

(PTSD)입니다. 그러나 많은 대만 노동자들이 장

로 실태를 보고하도록 했고, 이 문제에 더 많은

시간 노동, 성과 압박, 직장 내 성폭력, 일터 괴롭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해, 드디

힘과 관련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어 의회에서 2주에 84시간이던 노동시간 기준

하지만 대부분, 산재 보상 청구를 뒷받침할 수

을, 1주에 40시간으로 줄이는 법 개정안이 통

있는 충분한 증거를 모으기 어렵습니다.

과됐습니다.

2009년 이후 대만 정부가 업무 관련성이

우리가 해낸 일은 대만의 과중한 노동을 변

있다고 인정한 자살 사례는 7건에 불과합니다.

화시키기 위한 작은 걸음에 불과했지만, 앞으

첫 사례는 2012년에 발생한 장페이퐁(張倍逢)

로도 자신의 안전과 노동권을 지키려는 모든

의 자살 사건입니다. 그는 포모사 플라스틱 그

노동자의 싸움에 계속 함께할 것입니다.

2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5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유튜버에게도 매니저가 있다고?! MCN 파트너쉽 매니저 H씨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크리에이터. 원어를 그대로 번역한다면, 창 작자.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다중 채널 네트워크) 업체에서 일하는 H씨를 지 난 3월 28일에 만나 얘기를 나눴다.

직업이 바로 크리에이터다. 창작자가 별 게 있나 싶지만,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거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산업구조와

나 영상을 기획·제작하여 올리는 사람을 일컫는

MCN의 역할

다. 이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전

MCN은 뭐하는 곳일까? MCU(Marvel

통적인 방송, 영화 산업에서의 영상물 제작과는

Cinematic Universe)도 아니고, MCN이라니.

다르다. 그래서 방송, 영화 산업을 가리켜 레거

한 마디로, 인터넷 방송의 SM, YG, JYP와 같은

시 미디어, 동영상 공유 서비스 또는 온라인 동

곳이다. 방송 스트리머,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플랫폼을 가리켜 뉴미디어라고 분류하기

콘텐츠를 유통하고 컨텐츠 기획·제작을 지원하

도 한다. 언제나 영상기술이 발전하면서, 뉴미디

며, 저작권을 관리해주고 광고를 유치하는 등

어들이 등장하곤 했었다.

각종 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기획사다. 대표적 인 회사로 CJ E&M과 같은 대기업도 있지만,

그러나 최근에는 검색조차 텍스트가 아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인 샌드박

이미지, 특히 영상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스 네트워크, 트레져헌터 등이 있다. 온라인 동

그렇다면, 이 새로운 유망직종과 산업은 정말 새

영상 플랫폼에서 영상을 찍고 올리는 사람과

로운 것일까? 모두가 꿈꾸는 크리에이터의 일은

보는 사람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데

정말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을까? 취미와 일이

왜 연예기획사 같은 회사가 등장한 것일까?

일체가 되는 삶을 누릴 수 있을까? 휴대폰과 태 플릿, PC 화면에 송출되는 크리에이터의 방송이

“유튜브나 트위치와 같은 곳에서 크리에이

기획, 제작, 방영되기까지 어떤 노동과정이 숨어

터 혼자 일하는 게 아니에요. 일종의 협업구조

있는 것일까? 한 MCN(Multi Channel Network,

죠. 방송 컨텐츠의 수요 측면에서는 크리에이터

26

노동자가 만드는


와 시청자 둘만 있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크리

높일 수 있다. 한 마디로, 회사 대 회사의 구도

에이터와 플랫폼 그리고 광고주가 있어요. 광고

를 갖게 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안정적으

주가 중요해요.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커지면,

로 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차원에

광고주가 자신들의 제품 또는 이벤트를 홍보하

서 지원을 제공해주는 대신 MCN은 크리에이

기 위해 접근해요. 방송이나 영화처럼 광고비

터가 얻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를 얼마 줄 테니 영상이나 라이브 방송 때 노출

다. 일종의 광고대행사와 같다고 보면 편하다.

시켜달라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죠. 이때 광고 주들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홍보 효과를 누리고 싶죠. 크리에이터들은 광고의 대가로 최대한 많 은 이윤을 얻고 싶고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해요. 광고주와 크리에이터 간의 비대칭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크리에이터는 사업자 등록의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이죠. 하지만 광고주는 기 업들이죠.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도 광고주들이 이윤 측면에서 중요하죠. 그런 상황이니, 크리에 이터 혼자서는 광고주와 제대로 협상할 수가 없 어요. 협상력이 떨어지는 거죠. 더구나 광고업 계는 바닥이 좁기 때문에, 어느 한 광고주와 관 계가 어긋나면 다른 광고주들로부터도 광고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정말 ‘대 도서관’ 같은 사람, 뭐 방송으로 치면 유재석이 나 강호동처럼 대체 불가능한 크리에이터가 아 닌 이상 힘들다는 거죠. 더구나 광고요청이 여

크리에이터와 MCN은 어떤 관계를 맺는 걸까? 크리에이터와 MCN의 관계는 크게 네 명의 행위자들 간의 관계로 이뤄진다. 크리에이터⇄ 매니저⇄광고매니저⇄광고주. 매니저는 크리에 이터를 응대하고, 광고매니저는 광고주를 응대 한다. 이후 회사 내에서 담당 매니저와 광고 매 니저가 상호소통을 한다. 예컨대, A광고주가 이 러이러한 상품을 광고하고 싶다고 하는데, B크 리에이터한테 맡기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는 걸 C광고매니저가 D매니저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D매니저가 판단해서 A광고주 및 C광고매니저 등과 합의를 하고, 해당 내용을 B크리에이터에 게 전달한다. B크리에이터의 의견을 확인한 후 D매니저는 다시 C광고 매니저에게 하면, C광 고 매니저는 A광고주에게 요청사항을 전달한 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광고가 체결된다.

러 군데서 연락오기도 해요. 이럴 때 크리에이 터 혼자 대응하려면, 정작 컨텐츠와 구독자 관

광고 계약 체결 및 관리 외에 MCN의 주요

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쉽게 말해, 공장에

업무 중 다른 하나는 바로 크리에이터에 대한

서 팔 물건을 만드는 것과 자본투자를 유치하는

매니지먼트다. 우리가 흔히 매니저하면 떠올리

것 간의 차이와 마찬가지죠. 투자를 받도록 도

는 건, 로드 매니저다.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와줄 조력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여기서 등장하

참견 시점’으로 익숙한 연예인 매니저의 한 형

는 게 바로 MCN입니다.”

태다. 하지만 로드매니저만 연예기획사에 있는 건 아니다. H씨는 연예인에 대한 매니지먼트의

달리 말해, MCN 개별 크리에이터들의 합 집합과 같다. 아니, 그 이상의 효과를 낳는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집단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단위를 갖게 된다. 반대로 MCN 입장에 서는 영향력이 큰 크리에이터를 확보하면 할수 록 플랫폼, 광고주, 기타 업체들과의 협상력을

유형이 다양한 것처럼 MCN에서도 파트너쉽 매니저는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로드 매니저처럼 각종 행사나 방송 에 동행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이 수 행하는 역할들이 있어요. 방송 컨텐츠의 특성이

일터 27


나 구독자 성향, 영상별 포인트, 인기 요인 등 각

용, 형식이 드러나죠. 이렇게 해당 크리에이터

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홍보 전략

의 특성과 장단점에 맞는 게임들을 선별하고,

이나 컨텐츠 기획을 짜는 것이죠. 또는 앞서 설

게임별로 적합한 방송 전략을 세워줘요.”

명한 것처럼 광고를 유치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지원

H씨에 따르면, 흔히 업계에서 크리에이터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고, 해당 크리에이터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연

의 방송,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주기도

기자형이다. 즉흥적인 진행과 다채로운 표현력

해요. 만약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다가 악플에 노

이 장점이다. 하지만 기획력이 떨어져서 짜임새

출되거나 개인사로 힘들어할 경우에 상담사 역

있는 방송은 힘들다. 하지만 시청자와의 소통이

할을 하기도 하죠. 데이터 분석가부터 PD, 상담

원활하고 리액션이 좋다. 더욱이 광대와 같이

사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죠.”

콩트를 통해 시청자들을 울고 웃기는 능력을 갖 고 있다. 이렇다면, 라이브 스트리밍에 적합하다 고 한다. 다른 유형은 기획자형이다. 본인이 계

파트너쉽 매니저의 역할,

획한 시나리오대로 영상을 찍는 것을 좋아하며,

전략분석부터 크리에이터 발굴까지

실제로도 영상이 진행되는 시나리오를 탄탄하

“그뿐만 아니라 잠재력 있는 크리에이터들

게 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들은 편집점을 잘

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도 해요. 유튜브로

잡아서 VOD를 잘 만들 수 있기에, 유튜브 등 제

치면, 구독자 수가 많은데 상품가치가 있는 영

작된 영상에 적합하다.

상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으면, 컨택해서 보다 광고주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게임 크리에이터의 경우에도 이러한 두 유

해요. 어떤 경우에는 구독자수가 많지는 않지

형에 맞게 게임들을 추천해준다고 한다. 처음부

만 개성 있는 영상을 만들고 있다면, 기술적으

터 끝까지 시청자들과 리액션을 주고받으면서

로 더 완성도 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

진행하는 것에 적합한 게임과 상황별 콩트와 시

하기도 하고요.”

나리오를 짜서 진행하는 것이 적합한 게임으로 나뉜다. 그에 맞게 진행하도록 제안하는 것이다.

“게임 크리에이터로 치면, 한 크리에이터가

연기자형에게는 방송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를

롤이라는 게임만 해요. 방송에서 게임도 잘할

잡아서 철저히 보여주려는 이미지와 특징들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소통도 잘하고, 본인 캐

중심으로 연기를 보여주라고 지도하기도 한다.

릭터도 특이하죠. 그런데 롤 게임 하나만 하면,

본인이 잘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고려하기도

광고주들의 관심을 얻긴 어려워요. 롤은 이미

하고, 게임에 따라서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보

유명한 게임이니 광고를 널리 띄울 필요도 없

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고, 다른 게임 광고주들은 이 방송에 광고를 올 릴 유인도 없죠. 이때 만약 MCN에 크리에이터 가 들어오게 되면, 다양한 게임을 다룰 수 있도

영상 제작 자체에 내재한 쌍방향 소통

록 하도록 교육을 제공함과 동시에, 해당 크리

쌍방향 소통이라고 하면, 80년대 말부터 뉴

에이터의 게임 패턴, 게임 능력, 시청자에 대한

미디어라고 지칭된 여러 미디어 매체들의 특성

반응과 소통 방식, 구독자·시청자들의 댓글과

으로 언제나 거론되던 것이다. 그래서 색다를

채팅창, 조회수가 높은 영상의 특성 등을 종합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H씨는 쌍방향 소

적으로 검토해주죠. 그러면 주요 키워드와 내

통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예전에 인터

28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대도서관 유튜브 채널

넷이 유행할 때, 쌍방향 소통이 언급되는 지점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크리에이터의 특성

은 영상 제작과정과는 별개였다. 영상이 제작된

이 중시되며, 그러한 특성을 지닌 영상물이 자

이후 제작된 영상을 시청한 시청자들이 방송사

유롭게 올라가고 사람들이 접할 수 있다는 점

의 인터넷 게시판이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서 후기를 남기고 피드백을 줬다. 하지만 온라

있다. 그래서 파트너쉽 매니저들이 매니지먼트

인 동영상 플랫폼은 시간적으로 거의 즉시 피드

를 하거나 MCN에서 기술적인 지원을 할 때에

백이 오가며, 공간적으로도 분리되지 않는 경우

도 주의하는 사항이 있다. 물론 계약 조건에 따

가 많다. 물론 유튜브처럼 제작된 영상을 올리

라 지원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겠다. 하지만 H

는 경우에는 제작과정 자체에 쌍방향 소통이 내

씨에 따르면, 크리에이터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재해있지는 않다.

한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컨텐츠를 만들 수 있도 록 필수적인 조치에 국한해서 지원하는 것이 권

하지만 유튜브의 실시간 방송이나 트위치

장된다고 한다.

등의 라이브 방송의 경우에는 영상 컨텐츠 자체 가 시청자와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만들어진다. 시청자와 소통하며 영상의 내용이 채워진다. 시

뉴미디어 산업은 우리의 소망처럼

청자의 참여가 언제나 영상 기획·제작·편집에

밝고 희망차기만 할까?

내재해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형식의

지금까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MCN, 크

집단적인 영상제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리에이터, 파트너쉽 매니저들이 어떤 관계를 맺 고 일하고 있는지, 이들이 속한 산업의 구조는

그와 동시에, H씨는 크리에이터 개인의 특

어떤지, 이들이 하나의 영상 컨텐츠를 만들 때

성이 오롯이 반영되는 점이 독특하다고 지적했

어떤 노동과정을 거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런

다. 방송과 영화 제작과정에는 출연자, 연출자,

데 과연 MCN에서 일하는 이들과 크리에이터

기획자가 모두 분리되어 있지만, 온라인 동영상

의 노동은 영상에서 비춰지는 것처럼 언제나 활

플랫폼의 경우에는 크리에이터로 참여하는 이

력이 넘치고 생기발랄하기만 할까? H씨와 함께

들 간의 역할배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출

다음 5월호에서 급성장하는 산업들이면 언제나

연자, 연출자, 기획자로 분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수반되는 각종 노동문제가 여기서도 반복되고

자의 캐릭터와 인간적인 매력이 컨텐츠에 녹아

있음을 확인해보려고 한다. Coming Soon!

일터 29


현장의 목소리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사의 책임을 묻는다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 인터뷰

최민 상임활동가

한국 사회는 일하는 사람이 쉽게 ‘억울하고,

제출을 거부하고, 이재학 PD를 위해 나선 증인

억울한’ 자리에 놓이는 곳이다. 2004년부터 청

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결국 고인을 돕기로 했던

주방송에서 일했던 이재학 PD도 그랬다. 조연

증인 한 명이 진술을 번복하기까지 했다. 1심 선

출로 입사한 뒤, 청주방송에서 다양한 방송프로

고 후,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억울하고 억울하다’

그램의 조연출과 연출 업무를 했다. 매년 정규

는 말만 하며 울었다고 한다. 판결문을 받자마

직 PD의 2배에 이를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을 만

자 곧바로 항소장을 접수하고, 끝까지 싸워보겠

들어왔다. 자유롭게 프로그램만 만든 게 아니다.

다 다짐했지만, 분노와 억울함이 더 컸다. 결국

지자체 보조금을 따내기 위해 사업 계획서를 쓰

2020년 2월 4일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

고, 공무원들과 협의하여 방송을 제작하고, 프로

다,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그램 종료 후 정산하는 등의 대외 업무도 했다.

목숨을 끊었다.

일상적으로 업무를 보고하고 결재용 서류를 써 냈다. 모두 청주방송 PD로서 한 일이다.

지난 2월 19일 56개 단체가 모여 ‘CJB 청주 방송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예회복,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했던가. 2018년 문제가

(이하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고 이재학 PD

생겼다. 동료 프리랜서,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인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뿐 아니라, 방송

건비 증액과 인원 보강을 나서서 요구했다. 그러

계의 오랜 문제인 ‘무늬만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자 갑자기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라는 지시가 떨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다. 얼마 전인 3

어졌다. ‘해고’가 아니라 ‘프리랜서 계약종료’라고

월 23일 이재학 PD의 49재가 있었다. 대책위원

했다. 억울한 마음에 직장갑질119를 찾았고, 근

회 진재연 집행위원장을 만나 대책위의 싸움에

로자지위확인소송을 시작했다. 소장을 접수한

대해 들었다.

지 1년 4개월이 지난 뒤에야 1심 판결이 선고되 었는데, 결과는 패소. 재판 과정에서 CJB는 자료 30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PD 대책위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파헤치고 해결하기

지난 2월 27일 대책위원회는 회사와 합의

위한 싸움

를 통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게 되었다.

“이재학 PD의 경우, 직장갑질119 등을 통해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다는 합의하

법정 투쟁을 함께 하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고,

에 대책위원회와 회사는 전혀 다른 생각을

이전에 미디어오늘에 소송 과정이 보도되기도

하고 있었다. 첫 회의부터 난관이었다. 회사

하는 등 알고 있던 분이라 더 마음이 아팠다. 이

측에서는 고인이 ‘억울하다’고 한 재판 과정

재학 PD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방송 산업 내에

에 참여했던 사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원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으로 추천했다.

잘 알려진 상황이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는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의 근로자성 이 인정됐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방송작가, 독 립PD 등은 허울 좋은 프리랜서다. 방송작가나 독립PD들은 개편 때 잘리면 그만이다. 그런 경 우 한 건, 한 건 법정에서 노동자성을 다투게 되 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재학 PD 사건의 진 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도 중요한 과제지 만, 방송사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목표로 대책 위원회를 꾸렸다. 코로나 영향으로 집회 한 번 잡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49재는 같 이 해야 하지 않나 해서 청주방송 앞에서 작은 집회로 진행했다. 조계종에서 천도제를 지내주 셨는데, 큰 위로가 되었다.“

“회사는 합의서에서 진상조사위 꾸리고 성 실하게 임하겠다 약속했다. 합의문에는 객관적 인 진상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원을 방송사 내부위원이 아니라 외부위원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사측에서는 이 재학 PD의 1심 재판 과정에서 동료들의 증언 을 방해하고, 중요한 증거들을 은폐한 혐의가 있는 사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 다. 이런 행동은 사실상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것이다. 앞에서는 합의서 쓰고, 사과했다고 언 론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협조하 지 않고 있다. 지금도 적당한 외부위원을 찾기 힘들다며 위원 구성을 계속 미루고 있다. 회사

일터 31


내부 사람을 조사위원으로 넣어달라는 논리인

든 흔적을 지우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받

데, 그렇게 되면 방송사 직원, 노동자들이 제대

아들여진다. 그래서 재판도 이어가고, 진상규명

로 진술에 참여할 수가 없다. 일단 대책위 추천

을 제대로 하여, 고인이 어떻게 일했는지 밝히

진상조사위원들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49

는 것, 그야말로 노동자였다는 걸 밝히는 게 중

재가 끝나고 진상조사위원들이 현장조사를 했

요하다.”

다. 1~5층 돌면서 직원들도 만나고 실제 일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그 자리에 전 보도국장 인 고위 인사가 배석했다. 그러니 분위기가 얼

열악한 노동환경을 정당화하는 한 마디,

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도 청주방송

‘방송 펑크낼 거야?’

모기업인 건설사의 이두영 회장이 직원들 앞에

대책위원회에서 만든 카드뉴스 중 ‘똑똑한

서, 진상조사위원회를 청주방송 음해세력이라

사람들이 많이 모인 방송국이 왜 후진적으

고 말하며, 조사에 협조하기 어렵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 뒤로 회사 분위기가 긴장 될 수밖에 없다.”

로 운영되는지 너무나도 안타깝다’는 메모 가 인상적이었다. 방송국이 유난히 비정규 직, 프리랜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청주방송 진상조사위

“역사적으로 보자면 1991년까지 거슬러 올

원회는 관례적으로 요구하여 꾸리게 된 것

라간다. 그때부터, 중소제작사 지원 정책이라

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재학 PD의 ‘억울함’

는 명목으로, 지상파 프로그램 외주편성 비율

의 실체를 밝혀야 하는 과제가 절실했다는

을 정해두게 된다. 외주제작사에 방송 기회를

것이다.

일정 정도 이상 줘서, 외주제작사를 키워서 방 송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IMF 이전까

“무엇보다, 이재학 PD가 죽음에 이르는 과

지만 해도 외주제작사의 직접고용이 어느 정도

정의 도화선이 된 청주방송 비정규직 처우 문

유지되었지만, IMF 이후에는 고용자체가 불안

제를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 동료들의 처우 문

정해지면서 비정상적인 고용형태가 복합적으

제를 제기했다가 해고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로 존재하게 되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을 예로

본인이 당했던 불공정함 뿐 아니라, 청주방송

들면, 100명 중 5% 정도가 방송사 정규직이다.

내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밝히는 게 고인의 명

나머지 95%의 비정규직도 고용 형태가 매우

예회복에도 중요하다. 이후, 문제제기 과정에서

다양하다. 프리랜서, 파견, 도급 등등. 아예 무

폭언과 괴롭힘을 당했고, 소송 과정에서 위증

계약 상태로 일하는 노동자도 많다. 구두계약

과 은폐 시도가 있었다. 이러면서 믿었던 동료

조차 없는 상태로 일한다. 그러다보니 그냥 ‘짤

에게 배신당하기도 했다. 결국 이 과정을 거치

리는’ 일도 여전히 많다.”

면서 이재학 PD가 다른 출구가 없다고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회사와 함께 다

“이 업계에서는 “그래도 방송은 내보내야

시 짚어보면서, 회사도 반성하고 밝혀내는 것

하지 않냐.”는 말로 모든 것이 넘어가고 있기

은 중요한 과제다. 유가족 입장에서도 중요한

도 하다. 방송 나가야 한다는 것이 지상과제다.

문제다. 이재학 PD가 14년 동안 정규직보다 더

그 외의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 그러니 근로

열심히 일했는데, 사측에서는 홈페이지 리뉴얼

기준법이 제정된 후 수십 년간 ‘특례업종’으로

한다면서 이재학 PD가 연출했던 프로그램 보

밤샘노동을 당연히 해 온 것이다. ‘방송 펑크

기도 삭제하고 있다. 유가족에게는 고인의 모

낼 거야?’라는 말이면 모든 게 정리돼 왔다. 우

32

노동자가 만드는


리가 ‘관행’이라 부르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

식 구조이다보니, 권리를 주장하고 문제제기하

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 노동자들 사이의 위계

는 것이 고용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두려움

나 서열 문제도 심각하다. 꼭 정규직-비정규직

이 있다. 방송사 정규직 노동자와의 관계도 쉽

뿐 아니라, 직군별로나 고용 형태 별로 서로 이

지 않다. 제작 현장에서는 정규직 노동자가 회

해도 높지 않고 경쟁하는 분위기도 있다. 같은

사 관리자 역할을 하고, 업무를 지시하기 때문

직군 내에서도 경력에 따라서 임금 차이도 크

이다. 그래서 서로 감정이 쌓이기도 하고, 이 사

고 위계도 심하다. 노동자들 사이에 이런 차이

이에서 단결이나 연대로 한 발 나아가는 것도

를 줄이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시스템이 제

어렵다. 그런 점에서도 노동자성 인정 문제가

대로 돼야 한다. 직군별로, 맡은 역할이나 일한

중요하다. 그래야 노동자로 문제제기나, 싸움이

연차 등에 따라 임금이 정해진다든지, 표준적

나, 연대를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인 계약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방송 계는 계속 주먹구구식으로 굴러가고 있다. ‘여 기서는 10만원인데, 할래?’ 이런 식으로 계약을

방송계에 만연한 무늬만 프리랜서

맺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대책위원회는 청주방송뿐 아니라, 방송계 전반의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를 함께 제기

방송노동자들을 노동자가 아닌 척하는 방송

하고 있다.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

사, 거기서 비롯된 열악한 노동환경과 장시

를 일거에 해결할 수 없더라도, 처우 개선이

간노동, 과로사와 안전문제, 저임금과 폭력

나 조직화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고 싶

적인 직장 문화 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

다. 그래서 지상파 4사 앞에서 1인 시위도

도 4~5년 정도의 일이다. 진재연 집행위원

진행하고 있다.

장은 2016년 이한빛 PD의 죽음 이후, 방송 작가유니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희망

“수많은 방송사와 제작사 안에 제3, 제4의

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이 결성되면서

이재학이 있다. 이재학 PD가 해고되기 전, 동

이제야 얘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 방송

료들의 처우개선 문제제기했던 순간을 떠올려

계에서 프리랜서 방송 노동자들이나 비정규

본다. 그런 얘기를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

직 노동자들을 모으고 조직하는 일은 여전

지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용기를 냈던 사람이

히 쉽지가 않다. “예를 들어, 이 투쟁에서도 청주방송 내 비 정규직이 모이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비정 규직이나 프리랜서는 고용 불안이 너무 크니 불안해하고 있다. 회장 말 한마디에 사내 분위 기가 얼어붙기도 하고, 대책위에 도움을 주던 분이 힘들다는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방송계

결국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게 안타깝다. 장 시간 노동하면서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부당 한 처우에 목소리 한 번 내기 어려운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이 이재학 PD의 뜻을 잇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래서 대책위에서는 ‘무늬만 프리랜서 관련 실 태조사’도 하고 있고, PD 외에 다양한 방송직 군 증언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에서 몇 년간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현장도 변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현장 노동자 모임하면, 누가 알까봐 걱정하는 수준이다. 사 실상 방송 현장이 인맥으로 이어지는 주먹구구

일터 33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 현장의 ‘걱정 인형’이 만들어가는 노동안전보건 활동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 조용준 노안국장 인터뷰

손진우 상임활동가

조용준 동지의 전화는 쉴 틈이 없다. 인터뷰

천만 원 정도를 체불로 통째로 날리게 됐거든

하는 도중에도 그의 핸드폰은 연신 바쁘게 울려

요. 너무 억울해서 소송했는데, 결국 한 푼도

댔다.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 노안국장인 조

못 받은 건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아는 동생에

용준 동지에게는 ‘경기건설기계지부 스카이지회

게 전화가 온 거예요. ‘형님 저 일 하다가 회사

지회장’이라는 다른 직함도 있다. 그래서인지 온

가 부도를 맞았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말

종일 전화를 붙잡고 연락을 주고받는다. 조합원

이죠. 제가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없었는데, ‘포

들의 생계와 직결된 현장 배차 또한 그에게 중요

기하든지,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 찾

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예전 한때 ‘사장님’(?)으로

아가 보던지’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일주일 후

불렸던 조용준 동지는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

에 전화가 왔어요. 체불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

에서 건설기계 장비인 스카이크레인을 운행하는

이죠. 그 얘기를 듣고 저도 노동조합을 찾아가

특수고용노동자를 책임지며, 동시에 1만 명에 이

게 됐어요. 당시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개념도

르는 건설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문제를 담

별로 없었으니까, 사업자가 노동조합을 한다는

당하고 있다.

게 신기했고, 우리가 노동자라고 이야기하는 게 신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곤 줄곧 노동조합

‘사장님’(?)이었던 그가 어떻게 노동조합 활 동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2013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동료들을 모아서 팀을 구성하고 있었고, 그 친구들을 모

에 가입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이런 역 할을 하고 있네요.(웃음)”

그런 그가 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은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아서 어떤 건설법인의 일을 하게 됐는데요. 하 루아침에 그 법인이 부도를 맞았어요. 그러다

“아쉽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아직 노안활동

보니 일했던 것을 한 푼도 받지 못했어요. 4~5

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타 산별이나 업종 같

34

노동자가 만드는


▲ 조용준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 노안국장

은 경우 예전부터 노안활동이 있었고, 그러다

조가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크게 하고

보니 노안활동의 핵심이 ‘예방’이고, ‘예방’이

있어요.”

중심인 것 같은데, 그에 비해 아직 건설에서는 노안활동이 시작단계에 있어서 그렇지 못한 것 같거든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저 같은 경우에 노안활동이라고 하면, 사고와 같은 재해가 발 생한 결과에 대한 후처리가 많은 것 같아요. 특 히 작은 규모의 건설현장은 안전보건의 사각지 대가 많고,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아서 사고가 빈발합니다. 그럴 때 발생하는 사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건설 현장에서도 형틀, 목공 일을 하는 건설 노동자들은 사고가 발생해서 다치거나, 근골격 계질환과 같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산재보험으 로 처리하는 일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데, 저와 같은 건설기계 장비를 다루는 소위 특수고용 노 동자인 건설노동자들은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 해도 특히나 보상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에 있거 든요. 그러다 보니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노

조용준 동지는 특히 건설기계장비의 전도나 파손과 같은 사고 또한 건설현장의 안전관 리의 문제와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힘 주어 강조했다. “대부분의 건설기계, 장비 사고가 발생하 면 노동자가 운행을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는 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막상 사고 나면 노 동자 책임으로 몰아가는 전형적인 논리거든요. 차량이 전도되는 사례는 명백히 지반침하와 같 은 원인이 있고, 차량이 부딪쳐서 파손되는 경 우에도 마찬가지예요. 출고 때부터 장비에 부 착해 놓은 제조사의 안전센서를 무리하게 장비 운행을 시키려고 끄도록 요구하거든요. 가령, 30cm 정도의 간격이 있으면 안전센서가 계속 울리는데, 조금 더 붙여서 일을 시키려고 안전 센서를 끄도록 요구해요. 그런데 개인 노동자 일터 35


주변 동료들이 그런 피해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다 보니, 그에게는 항상 걱정이 많다. 노안국장 역할을 하면서 특히,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조합원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무리해선 안 된다.’, ‘서 두르면 안 된다.’와 같은 잔소리가 자신도 모 르게 늘게 됐다고 한다.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건강 염려증? 걱 정 인형?’ 뭐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동생 중 한 명이 ‘저 형은 참 걱정도 많아’라고 하더라 고요. 그런데 그 얘기가 기분 나쁘지 않은 게 ‘그래도 내 얘기를 듣고는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조용준 동지는 노안국장이 되면서 작년 하 반기부터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 노 안위원회를 구성하고, 격월 회의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노조의 지역본부에서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과 활동을 시 작한 것은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대 ▲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책임자에 대한 엄정 처벌을 촉구하는 수원검찰청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조용준 국장. 출처: 건설노조 수도 권남부본부

한 경험을 물었다. “이제 시작하는 것이라서 특별한 건 없어요. 건설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정책의 문제이기

는 힘이 없으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안

도 한데, 사실상 정책적 방향과 입장을 낼 단계

전 문제 때문에 거부하면, 다음부터는 그 사람

는 아니고요. 다만,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

은 일 안 시키거든요. 위험을 감수하고, 일해 주

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건설 현장에서는 건설

는 사람만 쓰려고 하는 거죠. 근데 그 결과로 사

기계, 타워크레인, 토목건축, 전기 등 다양한 분

고가 발생하면 건설기계를 다루던 노동자가 미

과가 있는데, 이런 동지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

숙해서 사고를 낸 거로 몰아가요. 그럴 때마다

을 차곡차곡 모아나 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건설사에서 하는 얘기가 있어요. ‘장비 운용은

요. 전문가는 아무도 없고, 한노보연(경기)에서

당신들 몫 아니냐!’ 이러는 거죠. 사실상 그런

저희 노안위원회 회의 때마다 같이 회의도 하고

게 만연했던 건설 현장인데, 건설노조가 생기

교육도 하고 하면서 도움을 주지만, 막상 그냥

고 조금씩 바뀌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자신 현장에서 일해 왔던 사람들이라서 아직 잘

여전히 노동조합이 없으면 말도 못 하고, 개인

모르는 게 더 많아요. 그래도 이 사람들이 모여

이 장비파손, 안전사고에 대한 모든 걸 뒤집어

서 우리 현장의 안전 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나

쓰는 경우가 매우 흔해요.”

누고, 이에 대한 경험을 쌓다 보면 뭐라도 할 수

36

노동자가 만드는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한 번에 생각이 바뀌는 것은 어려워 보여

사태를 보면서 안전과 의료의 문제는 무엇보다

요. 그래서 더 반복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

사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

각하고요. 저도 그렇고 나이가 있는 동지들은

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건설노동자가 안전 문제

돌아서면 금방 까먹거든요. 반복 교육을 통해서

에 있어서는 항시적인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듣고 또 들어야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는 것 같

는 생각을 더 크게 느끼고 있어요. 노안위원회

아요. 이제 시작한 거지만, 그렇게 끊임없이 교

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회의를 하면서 이제 그

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준비와 시작을 하는 것이죠.”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는 지난 3월

조용준 동지는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의 안

초 대의원 대회의 사전 프로그램으로 안전

전과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아

보건 감수성 교육을 했다. 반응이 어땠을지

가는 현실에서 그 시작으로 ‘교육의 중요성’

궁금했다.

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노동 조합이 고용과 생존을 넘어, 안전을 요구하

“제 경험으로는 대의원 대회에서 교육한 것 도 처음이고, 그것도 안전과 관련한 주제를 가

고 더 많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 조했다.

지고 얘기를 한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 런데 졸지 않고 다들 열심히 들으시더라고요.

“교육을 받다 보니 노동조합이 안전을 요구

아무래도 피부로 다가오는 문제가 있기도 해서

하고, 안전을 관철할 때 현장의 산업재해가 확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또한 건설노조

실히 줄어든다는 걸 배웠고 알 수 있었어요. 안

에서도 고용을 넘어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 한

전을 요구하고, 행동하는 노동조합이 바꾸는 현

다는 요구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고 생각하거

장이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설

든요. 특히 건설노동자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

현장은 젊은 노동자가 많이 부족한데요. 적절한

장년인 경우가 많아서 교육이 더 필요한 것 같

임금도 받아야 하고 고용도 보장받아야겠지만,

습니다. 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처럼 정부 위탁

무엇보다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 젊은 노동자

기관이 하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노동자의

들이 찾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입장에서 안전과 건강에 대해서 권리라고 말하

것 같아요.”

는 교육 말이죠.”

▲ 출처: pixabay

일터 37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기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고

문화로 읽는 노동

채은 선전위원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이 끝

대화 속 야구선수는 ‘몸값’이 50만 달러밖에

난 뒤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계약 갱

안 되는 ‘허접한 선수’다. 부상도 있고, 소위 잘

신, 트레이드 등이 이루어지는 시기를 가리킨

나갈 수 있는 기간이 지난 상태에 있는 그냥 그

다. 난롯가에 둘러앉아 여러 가지 정보와 소

런 선수. 만년 꼴찌팀 드림즈는 50만 달러에 선

문이 오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수를 기용하고 비용 절감의 이득을 얻는다. 그 리고 이 과정에서 생긴 잉여비용은 새로운 선수 를 사는 데 사용된다. 적은 금액에 굉장히 효과

명쾌하고 정확한 몸값

적인 쇼핑을 마친 셈인데 마음 한편에서 불편함

필자는 꽤나 야구광이다. 한동안은 야구

이 느껴진다.

경기 일정에 맞춰 삶을 계획하기도 했을 정도 였고, 특히 우승팀을 가리는 진승부가 벌어지

어디 야구팀뿐이겠는가? 우리가 몸 담고 있

는 일명 ‘가을야구 시즌’에는 거의 야구에만

는 일터도 마찬가지이다. 할당된 업무에 대한

빠져있을 정도였다. 야구는 모든 것을 숫자로

평가는 매년 이루어진다. 기업들은 S, A, B, C,

표현하는데, 예를 들면, 타율, 타석, 타수, 득

D의 등급으로 개인과 팀의 성과를 정량화하고

점,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 볼넷 등을 통해

이에 따라 그 해의 성과급과 다음 해의 연봉, 즉

각 선수의 능력치를 숫자로 표현하고 이는 명

몸값이 정해진다. 최고의 등급을 받으려면 단

쾌하고, 정확하고, 객관적이다. 이러한 야구의

순히 일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남들보

특징은 다음과 같은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다 앞서 나가야 한다. 따라서 경쟁이 시작되고, 경쟁은 과한 노동을 가져와 연장근로, 야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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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만 달러까지 된다고 했잖아요. 근데

로는 늘 있는 일이 된다. 게다가 옆 동료는 더이

50만 달러만 써서 허접한 애를 데리고 온

상 동료가 아니고 내가 이겨야 할 대상이 된다.

거예요?”

최하위 등급은 반드시 누군가가 채울 것이고,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애라서요.”

나는 최하위 등급을 받아서는 안 되니까. 능력

“그러게 잘난 놈이면 50만 달러에 왔겠어

있는 자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고, 능력 없

요? 자기 몸값이 자기 능력이잖아요.”

는 자는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다. 경쟁으로 인

노동자가 만드는


해 켜켜이 쌓여있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은 타인

록 그것이 정치적 올바름이 강한 것일지라도

에 대한 몰이해와 배제의 도화선이 되고, 이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 속에서 우리가

일터괴롭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숫자로 남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몰인격을 인 정하는 애석한 일이기 때문이다.

명쾌하고 정확한 숫자로 인한 서열화는 인 간의 본질과 가치를 몰살시키는 도구로 작용한 다.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

진짜 가치를 알아준다는 것은 뭘까?

짜리 사람인지가 우선되는 것이다. 그러다 어

이와 관련해, 드라마 속 한 장면 중, 포수

느 순간에는 받는 연봉이 깎이게 되는데, 당신

서영주에 대한 서사는 꽤 인상적이다. 야구

의 지금 성능으론 그 가격을 주지 못하니 좀 더

포지션 중, 포수는 가장 중요하지만 투수의

일하고 싶으면 떨어진 성능만큼 하향된 가격대

빛에 가려진 안타까운 자리이다. 사실 포수는

를 받아들이기를 권유받기도 한다. 여기에 ‘인

야구 경기 전체를 읽어내는 포지션이기에 그

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일터를 구성하고

라운드 안의 감독이라고도 불리는데 말이다.

있는 기계이거나 ‘인적 자원’, 즉 ‘물건’만이 남 는다.

극 중 서영주는 만년 꼴찌팀 드림즈의 포 수다. 현재 야구에 대한 열정보다는, 개인의

우린 가끔 ‘나는 어떠한 것을 좋아하고, 어

능력치를 높이는 것과 몸값을 높이는 것에

떤 성격을 가졌으며,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다. 모든 선수의 연봉

난 이런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얼

삭감의 위기 상황에서도 본인의 입장만을 고

마짜리야’라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럼

수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포수 서영주는 온갖

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각자의 본질에 관심이 없다. 대학 입학 성적, 학점, 시험 점수 등 온갖 테스트를 통한 수치, 월급, 연봉 등 각자가 얻어 낸 숫자에만 신경을 쓸 뿐이다. 그렇기에 진짜 가치를 알아봐 주는 작은 행동이 필요하다. 비

고질병에 시달린다. 포수는 경기 내내 ‘쪼그 려 앉는 자세’를 취해야한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방향에 쉽게 따라가려면, 혹은 도루하 는 선수들을 즉각 방어하려면, 순간적인 자

일터 39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기

▲ 드라마 스토브 리그 포스터. 출처: SBS


▲ 연봉협상과정에서 갈등을 빚는 서영주와 승수 그리고 세영. 출처: SBS.

세 변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로 인해 땅바

치지 않고 오래 선수 생활을 하기 바란다는 내

닥에 편하게 엉덩이를 대고 앉지 못하고, 엉

심의 의사가 닿는 순간 그 선수는 ‘인적 자원’

덩이를 공중에 띄워 앉은 것도 아니고 서 있

이 아니라 ‘인간’이 된 것이다.

문화로 읽는 노동

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여야만 한다. 이 를 보여주듯 극 중 포수 서영주의 무릎은 물

일터에서든 어느 곳에서든 숫자에 따라 매

로 가득 채워져 있고(그래서 늘 물을 빼내는

겨지는 거짓된 가치를 벗어나고 싶은 것. 그건

작업이 필요하다), 치질 등 항문 관련 질환

알고 보면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닌가 생각된

등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허리 또한 망가진

다. 단순히 조직 내 부품이 되어, 그리고 항상

상태이다. 이렇게 몸이 망가졌으니 그만큼

평가의 대상이 되어, 앞으로 계속 사용될지 혹

보상받아야겠다는 독한 맘으로 연봉 협상 과

은 폐기되어 버려질지 모르는 처지에서 벗어

정에서 거칠게 행동한다. 그렇게 고집을 꺾

나, ‘진정한 인격체’가 되는 그 순간. 우리는 그

지 않고 사납기만 하던 포수 서영주는 단장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로

백승수의 한 마디에 이 마음이 누그러진다.

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주하려는 것. 사 실, 그게 서영주와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닐까.

“다치지 말고 뛰세요.”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지키는 단순한 말이나 운동하는 기계가 아닌, 사람 으로서의 대접을 받았다고 느낀 것일까. “지 금 저 걱정해 주시냐고요.”라는 포수 서영주 의 대사는 그가 진정 원했던 ‘대접’이 무엇인 지를 말해준다. 우승을 위해 몸을 망가뜨려 야만 하는 야구선수에게 당신의 건강이 진심 으로 걱정된다는 말 한마디, 나는 당신이 다

40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41


코로나 음성 증명서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이정엽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나는 현재 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와

심 환자로 분류하지는 않기 때문에 검사 대

관련된 진료를 하고 있다. 초기에는 특정 국

상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우선 사람 많은

가의 여행력 또는 환자와의 접촉력이 있는 자

곳 방문은 피하시고 손위생을 철저히 하시

에 한해서만 검사가 이루어졌으나 현재는 이

기 바랍니다. 혹시 며칠 후라도 의심 증상이

러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의사의 소견

발생한다면 그 때는 다시 방문해주시구요.”

에 따라 의심 환자로 분류되면 해당 검사를

“저.. 저 오늘 검사 받아서 음성이라는 결과

받을 수 있다. 의사의 판단 기준은 지역 내 전 파 수준, 검사 가능 여력 등에 따라 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가끔 판단을 내 리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네, 어떤 점 때문에 걱정되어 오셨나요?” “제가 지난번에 대구를 한번 다녀와서요.” “최근에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있다던가, 해외를 다녀왔다거나, 그 외에 다른 의심 되는 노출은 없으셨고요?” “네.” “최근 열이 나거나, 기침, 인후통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기타 불편한 증상

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되거든요.. 그렇지 않 으면 회사에서 저는 일 못 시켜준다고..” “…….” 물론 회사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이 노 동자가 비록 증상은 없지만 감염자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혹시라도 이 병이 자신의 회 사 내에서 퍼진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지역을 다녀온 사 람들은 얼른 모두 검사받고 정상이라는 소견서 를 떼어 오라고, 그렇지 않으면 근무를 시킬 수 없다고 아마 이 노동자의 사업주는 지시했을 것이다.

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저는 아무 증상도 없어요. 멀쩡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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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사의 입장에서 이 사람을 의심환

니다.”

자로 분류하기는 무리가 있다. 접촉력을 고려

“그렇군요.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단순히

하기 이전에 우선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

대구를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저희가 의

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의심환자로 간주할 수

노동자가 만드는


▲ 이정엽 후원회원이 근무하는 선별진료소. 출처: 이정엽

길이 막막할 것이다. 사정을 들어보면 그나마

많은 반면, 검사 가능 물량은 한계가 있기 마련

한 직장에 안정적으로 고용되어 있는 경우에

이라 유행 지역을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는 2주간 휴가를 받는 정도로 정리되기도 하

검사 오더를 하게 되면 정작 확인이 꼭 필요한

지만 건설업, 대리운전업 등 고용이 불안정한

고위험 환자가 방문한 경우 제때 검사받지 못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 아예 고용을 거부당하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나는 단순히 유행

기도 하는 듯하다. 천안에 장례식장을 다녀왔

지역을 방문한 것만으로는 감염의 가능성이 높

더니 검사를 받고 오지 않으면 일을 시켜줄 수

지 않고, 무증상기에는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

없다는 말에 찾아온 미장공, 고객의 요청에 따

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지 주

라 대구까지 운전을 해주고 돌아왔더니 내일

의 깊게 관찰하다가 의심 증상이 발생하는 즉

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대리운전기

시 직장 출입을 막고 검사를 진행해도 늦지 않

사 등 안타까운 사연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이 노동자가 최근에 감염된 무증상 환자라 해도 잠복기에 검사를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곳곳에서 발생하

시행하게 되면 결과가 위음성(양성이어야 할

자 급기야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학교 및 회사

결과가 음성으로 잘못 나옴)으로 나올 수 있어

에서 코로나19의 음성 증명서 요구를 자제해

검사 자체의 신뢰도가 낮아지게 된다. 개인적

달라는 권고를 내리기까지 했으나 여전히 회

인 사정에 따라 분류의 잣대를 다르게 들이밀

사의 지시대로 검사를 받기 위한 노동자들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방문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이 신종 전염병 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어

사업주와 의사 각자의 사정 못지않게 자신

모두가 더 이상 불안감에 떨거나 피해를 입지

의 사정이 절박한 것은 그 노동자 또한 마찬가

않고 이전과 같이 각자의 생활로 돌아갈 수

지다. 자신은 몸이 멀쩡한데 검사를 받아 오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않으면 일을 시켜 주지 않는다니 당장 먹고 살

일터 43

코로나 음성 증명서

있기 때문이다. 검사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마트 계산원에 대한 고객 갑질이 사망으로 이어지다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 출처: pixabay

대형 마트에서 상품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2019년 9월 대형마트에서 발생한 사건이

계산원과 고객 사이 실랑이를 하는 모습을 종

다.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고객이 50대 후반의

종 접했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고

여성 계산원에게 갑질, 폭언을 하였다. 동료 노

객이라는 이유로 계산원에게 폭언을 하거나

동자가 들은 내용은 “여기는 고객 접대가 왜 이

큰 소리를 치는 모습이 만연하였던 상황이 법

래?”, “여기서 일하는 주제에 말이 많아” 등 고

률에 반영되어 2018년 11월부터 산업안전보

객은 계산원에게 고함을 치고 삿대질을 하며,

건법에서 고객 응대 노동자에 대한 건강장해

얼굴을 들이밀고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계산

예방을 위한 조치가 명시되었다. 근로기준법

을 기다리던 고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상

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산업재해보

황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도 있을

상보험법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에 고객의

수 있고, 분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다 중요한 것은 계산원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이 포함되는 등 최근

받아들여야 하는지, 사용자는 즉각적으로 어떤

2~3년 사이 노동관련 법률에 변화가 있는 상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인지 노동자의 입장을 고

황이다.

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충격적인 결

44

노동자가 만드는


말은 누군지 알 수 없는 남성 고객의 갑질과 폭

로에 대한 인정기준은 “돌발적이고 예측 곤

언 이후 여성 노동자는 뇌출혈이 발병하였고

란한 정도의 긴장, 흥분, 공포, 놀람 등과 급격

결국 사망하였다.

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 경우”로 보고 있다. 여성 노동자는 고객 의 “접대가 왜 이래”라고 하자 “여기가 술집

이루어졌다. 상황이 길어지자 계산업무를 지

인가요? 접대라니요?”라고 응대하였다. 하지

원하는 동료 노동자가 고객을 만류하여 계산

만 돌아온 것은 “여기서 일하는 주제에 말이

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도록 하였다. 그러나 고

많아”라는 폭언이었다. 여성에 대한 폄하, 직

객의 갑질, 폭언으로 충격을 받았을 텐데 여성

업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 인식이 이 사건 배

노동자는 쉼 없이 곧바로 계산업무를 진행하였

경에 깊숙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의

다. 아마도 계산원들의 입장에서는 늘 보아왔

문스러운 것은 만약에 여성 노동자에게 충격

던 고객 갑질이라고 애써 무시하였는지 모른

적인 사건이 발생한 직후 사용자가 즉각적으

다. 그리고 19시까지 맡은 업무를 마치고 여성

로 휴식을 보장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조

노동자는 자택으로 퇴근하였다. 20:10경 화장

치를 매뉴얼에 따라 행하였다면 이 여성 노동

실에서 뇌출혈이 발병하여 쓰러졌고 119로 이

자는 사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송하였지만 10일 뒤 뇌출혈이 원인이 되어 사

다. 물론 장담할 수 없는 말이지만 적어도 관

망하였다.

련법을 마련하고 매뉴얼을 작성하였다면 당 연히 매뉴얼에 따라 충분한 휴식 등 즉각적

분명 대형마트에는 고객 갑질, 폭언 발생 시

인 조치를 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사용자가 제대로 된

우 사건의 발생과 배경, 고객의 갑질과 폭언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객의 갑

의 내용, 뇌출혈 발병과 사망 사이 시간적, 의

질과 폭언의 정도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 때

학적 인과관계를 따져 업무관련성이 인정되

문인지 해당 노동자의 인내심이 강해서인지 충

었다.

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해당 노동자는 계산 업무를 계속 수행하였고 결국 2시간 40분

고객의 갑질, 폭언을 경험한 노동자의 상

이 경과한 후 뇌출혈이 발병하여 사망까지 이

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접근의 방식

르게 되었던 것이다. 흔히 대형마트에서 볼 수

이 다를 것이다. 내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히

있는 상황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치부할 사건

즉각적인 휴식 등 업무중단이 필요한 상황이

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변화를 촉구하고 일정

라고 판단하였지만 현장의 노동자 입장에서

한 제한을 가하면서 각종 갑질에 대한 사회적

는 ‘늘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하였고, 사용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상황이지만 이

자는 여성 노동자가 뇌출혈이 발병된 이후에

사건에서 발생하였던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

이런 사건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던 상황이

기는 사람이 많다면 이에 대한 민감성이 없다

다. 현장의 노동자 입장에서 고객의 갑질, 폭

면 관련 법률을 아무리 바꾸고, 제대로 된 매뉴

언 등 불평부당한 행위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

얼을 그럴싸하게 마련한들 노동 현장은 변화될

처할 수 있고, 사용자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

수 없다.

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곧바로 취할 수 있 도록 실질적인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위한 노

여성 노동자는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었

력이 기울어져야 할 것이다.

던 상황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급성 과

일터 45

마트 계산원에 대한 고객의 갑질, 폭언이 사망으로 이어지다

당일 17:30경 3분가량 고객의 갑질, 폭언이


요로 감염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요로감염은 소변이 만들어져서 내려오는

요로 감염의 원인과 증상

우리 몸의 기관, 즉 콩팥, 요관, 방광, 요도에

요로감염은 주로 우리 몸 아래쪽에서 위쪽

생긴 감염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세분하면

으로 올라가는 상행성입니다. 요로생식기 주변

콩팥에 생기면 신우신염, 방광에 생기면 방광

의 균들이 소변이 내려오는 길을 따라 위로 올

염, 요도에 생기면 요도염으로 나눌 수 있습

라가는 것입니다. 가장 흔한 원인균은 대장균

니다. 여성에서 요로감염은 흔하며 발생 빈도

입니다. 증상은 어디에 감염이 생겼느냐에 따

에서도 폐렴보다 흔합니다. 대부분의 요로감

라 달라집니다. 요도염은 소변볼 때 화끈거리

염은 급성으로 진행되고 단기간 내에 치유되

거나 아픈 요도 자극증상, 방광염은 하복부 통

지만, 때에 따라서는 치료에 반응을 안 할 수

증, 빈뇨, 배뇨 시 통증, 혼탁뇨나 혈뇨와 같은

도 있고 오히려 질병이 진행되어 신기능의 손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 및 심한 경우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 비뇨기의 해부학적 구조, 사진 출처: 보건복지부

46

노동자가 만드는


▲ 전자현미경으로 본 대장균,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다. 폐경 이전 여성의 요도와 질에는 세균 감

라고 하며, 방광염 증상과 함께 옆구리나 등 통

염을 막아주는 방어막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

증, 오심(구역질) 및 발열을 동반합니다. 심한

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줄면서 질 표피가 얇

경우 세균이 비뇨기를 벗어나 혈액을 따라 전신

아지고, 유산균이 줄면서 질의 산도가 증가해

을 순환하며 발생하는 패혈증이 동반될 수 있으

대장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미

며 이 경우 발열, 오한, 혈압저하, 호흡곤란, 의

국의 연구(2004년)에 따르면 폐경 여성이 월

식저하 등의 전신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1회 이상 요실금을 하면 요실금이 없는 여성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

에 비해 요로감염 위험이 1.7배 높았습니다. 그리고 요로감염 환자의 25%에서 한 번 이 상 재발하여 재발을 잘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여성들의 요로감염

여성은 생식기 구조 때문에 요로감염에 취약

요로감염은 여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습

한 데다 대장균 자체를 완전히 없앨 방법이

니다. 여성 2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요로 감염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여성의 15%는 매

없기 때문입니다.

년 요로감염에 걸립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에 따르면 급성 신우신염 환자는 20, 30, 40대

요로감염의 진단방법

여성이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약 12배 많았으

요로감염은 임상양상, 이학적 검사, 검사

며 방광염 환자의 94%는 여성입니다.

실 검사, 방사선학적 검사 등을 종합하여 진 단이 이루어지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에서 더 요로감염이 잘 생기는 이유는

소변검사입니다. 소변은 그 특유의 냄새로 인

우선 해부학적인 차이 때문입니다. 여성은 남

해 더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정상적인

성과 달리 항문과 요도가 가깝습니다. 그래서

소변은 세균이 하나도 검출되지 않는 무균 상

대장균이 요도로 이동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태로 깨끗합니다. 하지만 요로감염이 발생하

폐경, 요실금은 요로감염 발병 위험을 높입니

면 세균과 백혈구가 소변에서 검출될 수 있기

일터 47

요로 감염

감염이 콩팥으로 진행된 경우를 신우신염이


노동자 건강 상식

▲ 상부요로감염일 경우, 지속적인 고열과 함께 측복부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에 이를 확인하는 것이 요로감염 진단에서 중

요로감염 치료·예방법

요합니다. 만약 세균이 검출되었다면 어떤 세

요로감염은 항생제로 치료합니다. 통상 방

균이 검출되는지 소변을 수일 배양하여 정확

광염의 경우 3~7일, 신우신염의 경우 7~14일

한 균주를 확인하는 소변배양 검사 또한 중요

을 치료하게 되며, 증상이 좋아졌더라도 항생

합니다. 하지만 젊은 여성에서 발생하는 단순

제 치료는 기간을 다 채워야 재발의 위험이 낮

방광염인 경우, 소변검사 없이 전형적인 증상

습니다. 감염 질환으로 항생제를 자주 처방받

(배뇨통, 상복부불편감, 절박뇨)만으로도 항

게 됨에 따라 항생제 내성균 또한 증가하는데

생제를 투여할 수 있습니다. 복부 초음파나

내성세균에 의한 요로감염의 경우 항균제 치료

복부 CT의 영상검사는 진단이 불분명할 때,

기간이 길어집니다. 내성세균에 대한 감염 여

항생제에 반응이 없을 때, 요로감염에 의한

부는 소변배양검사 결과로 알 수 있습니다. 요

합병증의 가능성이 있으면 검사를 시행할 수

로계에 기능적, 해부학적 장애가 있는 환자에

있습니다.

서 발생한 합병된 요로감염증의 경우, 신농양 (고름) 등이 동반된 경우 치료기간이 더 길어질

요로감염의 증상이 없지만, 세균뇨가 있

수 있습니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당뇨병이 없

는 경우를 무증상세균뇨라고 합니다. 주로 당

는 여성에 비해 세균뇨가 2~4배 정도 흔하며,

뇨환자나 고령의 여성들에서 무증상세균뇨가

상부요로감염증의 빈도가 높고, 신농양, 신유두

보입니다. 임신부나 요도경유 전립선 절제술

괴사와 같은 합병증의 발생이 흔합니다.

을 받기 전, 점막출혈이 예상되는 비뇨기 시 술 환자를 제외하고는 무증상 세균뇨는 치료 하지 않습니다. 항생제 치료로 얻는 이득이 별로 없고 오히려 항생제 내성만 키우기 때문 입니다.

요로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수 분을 섭취하여 소변배출을 원활하게 하고 평소 소변을 참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 그리고 여 성의 경우 탐폰 사용을 피하고 용변 후 앞에서 뒤로 닦는 습관 등이 도움이 됩니다.

48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07 49


관계의 불편함 때문에 참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류은숙 지음. 도서출판 낮은산. 정경희 선전위원

신의 경험이나 사회적 현상을 통해 인권활동가 의 시각에서 느꼈던 성차별적 요소와 성정체성 에 의한 폐쇄적 태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 발칙 건강한 책방

고 여기서 지칭하는 여성은 사회적 소수자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한 장소에 머물면서 그곳에서 느끼는 각자 의 생각과 감정은 다르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차이를 떠나 한 공간에 머물면서 인 권적 측면에서 젠더감수성에 따라 그 장소가 자신을 위해 존재하기도 하고, 불편하게 느끼 거나 그곳에서 배제당하는 것을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고 표현하고 있다. 소개한 여러 장소 중 기억에 남았던 파티장, 화장실, 일터에 관해 적어보려 한다. ▲ 출처: 알라딘

장소의 불편함은 관계나 역할에서 출발한 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관계를 유지할 것인

장소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 이루어

지, 관계가 원활하지 않더라도 부당함을 말과

지거나 일어나는 곳’이다. 작가는 부엌, 연단,

행동으로 바꿔나갈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교실, 광장, 거리, 쇼핑센터, 여행지, 장례식

지인의 집에서 하는 파티에 초대받았던 작가가

장, 화장실, 일터, 헬스클럽, 파티장, 회의장이

음식을 먹고 나서 모임을 마칠 때까지 남성은

라는 장소에서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면서 여

거실에 여성은 부엌에 구분되어졌으나, 그녀가

성이 겪는 차별에 관해 이야기한다. 주로 자

끝까지 거실에 머물면서 느꼈던 감정과 눈치에 대해 사실적이고 자세하게 묘사하였다. 그러면

50

노동자가 만드는


서 작가는 관계가 불편해질 것을 염려해서 부

“기존의 군집형 화장실이 아니라 모두 온

당하거나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 편승한다면 세

전한 문이 달린 독립형 화장실로 만들고 남

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자용 소변기는 사용하지 않는 설계이다. 출입 구는 두 군데씩 내서 안전성과 보안을 강화하

나고 자란 가부장적 환경, 결혼 이후 지극히

고 화장실 문은 세면대가 있는 공유 공간으로

남성 중심적 성역할에 익숙한 문화에서 관계

열리도록 설치한다...젠더중립 화장실은 모두

의 불편함을 애써 자기합리화로 일관되게 피하

에게 ‘통’하고 모두에게 ‘쾌’한 장소를 추구한

며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하는 문제제기다. 필

다.”

자 또한 이런 비겁한 부류에 속했다. 남성은 바 깥일 여성은 집안일,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하

명절 고속도로휴게소에서 화장실이 급한

는 유교적 문화에 치가 떨릴 만큼 분노하면서

딸을 데리고 갔다가 긴 여자화장실의 줄을 보

도 어머니의 노고를 덜어드리면서면서 그 문화

고 당황했을 때, 남편이 남자화장실로 아이를

를 유지시키는 데 일조해왔다.

데리고 갔는데 금방 나왔던 경험이 떠올랐다. 남자화장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많다는 사 실을 그때서야 알아차린 것도 새로웠지만, 매

동의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으나, 그것을 유

해 명절마다 반복됐을 지금의 상황을 계속 방

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남성이 대부분

치하고 있는 휴게소 측도 이해가 가지 않았

인 직장문화, 명절 때마다 겪게 되는 곤혹스러

다. 아무도 이 불편함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

움은 그를 상대적으로 가정적이거나 자상한 둘

거나 인지했더라도 감수하고 넘겨왔기 때문

도 없는 남편으로 치켜세우다가도, 어떤 때는

이다. 그러나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있다면

못난 놈, 남자 망신 다 시키는 놈으로 폄하하기

엄마, 아빠 누구라도 아들, 딸 누구라도 화장

도 하였다. 양성평등에 확고한 신념이 있는 것

실에 같이 갈 수 있으니 모두에게 편하지 않

도 아닌 그가, 주변의 분위기를 무시하는 것은

을까 한다. 물론 한적한 곳은 안전성이 담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가사노

되어야겠지만 말이다.

동의 형평이나 결정권, 존중과 배려의 기울기 가 심해질라 치면 불편해지는 관계는 불가피했

일터에서 여성이 살아남기까지 구태여 예

다. ― 걱정할까 봐 굳이 밝히자면 관계는 유지

를 들지 않더라도 이중삼중의 고통이 수반된

되고 있다.

다. 그렇지만 여성은 일터를 자신의 장소로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어디든 새로운 장소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화장실이라는 장

를 갈 수 있고, 여성 전용 화장실 하나도 준비

소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화장실의 역사와 함

되지 않은 그곳을 변화시키며 당당하게 살아

께한 여성의 고통, 직장 내 괴롭힘에 있었던 ‘화

가고 있다. 그리고 여성은 마침내 그 장소를

장실 괴롭힘’, ‘존엄한 화장실을 보장하라’ 외치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다. 그러기 위해서 여

는 외국대형매장 여성노동자 이야기 속에서 화

성은 고분고분하고 부가적인 일을 하는 역할

장실이라는 익숙한 장소가 양성평등과 성정체

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부터

성에 대한 개방의 바로미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해야 한다. 불편한 장소를 살아가는 것보

그러면서 작가는 양성중립적인 대안으로 남자

다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는 것이 평등한 세상

용 소변기가 없는 독립형 화장실을 제시한다.

을 만들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일터 51

관계의 불편함 때문에 참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다 운 좋게 가사노동의 평등한 분배에


2주간의 실습을 돌아보며

이러쿵 저러쿵

유지현 가톨릭의과대학교 본과 4학년

▲ 출처: 유지현

본과 4학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실

실습 첫날, 상임활동가분들께 직접 한국노

습 기간 중 2주 동안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

동안전보건연구소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가

소에 실습을 나가기로 했다. 이렇다 할 특별

장 중요하게 다가온 사실은, 한노보연이 건강

한 계기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사

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조건을 만들고 노동

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자 노력하던 와중

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과 삶을 기준으로 노

에, 한노보연이 노동문제를 위해 힘쓰는 단체

동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을 뿐이다. 그

는 점이었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의 지원 없

곳에서 실습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이런 기

이 오로지 후원회원들(현재 약 400명이라

회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자마자 다

고 한다)의 후원금만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었

른 동기 두 명과 함께 덥석 신청을 해버렸다.

다. 각종 연구활동, 월간지 및 책 발간, 공감직

52

노동자가 만드는


업환경의학센터 운영, 교육 및 강의, 토론회 개

가 깊었다. 두 곳 센터장님과 소장님께서 직

최, 각종 SNS(유튜브, 사이트, 텔레그램) 채

업환경의학과 관련된 여러 센터와 이들의 업

널 운영 등 아주 다양한 활동에 힘쓰고 있다

무 및 필요성, 병원의 운영계획 및 방향성, 직

는 점이 대단하면서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노

환의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 이

동운동단체들이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

야기해주셨고, 우리의 궁금증도 해소해주었

에도 불구하고 우리 같은 학생들은 너무나 몰

다. 현직 선생님들의 실질적인 이야기여서 무

랐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의 무

척 값진 시간이었고 센터의 물리치료 및 심

관심에 대해 반성했다. 앞으로라도 이러한 활

리치료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가장 즐거

동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주변에 알리도

운 시간이기도 했다.

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창시절을 두바이에서 보냈는데, 당 시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현재

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에 대한 토의 시간

의 부르즈 칼리파)을 짓는 데에 온 도시가 혈

을 가졌다. 이때 강의를 너무나 잘해주셔서 산

안이 되어 있었다. 빌딩이 얼마나 크고 멋질

안법에 대한 기초지식이 하나도 없는 우리

지, 빌딩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갈 것인지, 빌

가 듣기에도 이해가 쏙쏙 되었다. 근무 중 사고

딩 옆면에서 쏘는 불꽃 쇼를 누구는 봤고 누

가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하지 않고 노동자

구는 못 봤는지, 빌딩 전망대에 올라가는 비

를 방치하거나, 응급조치나 안전장구 없이 지

용이 얼마인지, 빌딩 이름은 뭐가 될 것인

정병원으로 몰래 이송하고 병원과 유착하여 사

지 등이 텔레비전에, 라디오에, 우리들의 입

고개요를 조작하는 등 산재은폐 시도가 끊이

에 쉼 없이 오르내렸다. 그러던 어느 날, 노동

질 않는다는 설명에 우리 모두 충격을 받았

자 한 명이 그 빌딩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사망

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노동자들이 이

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것과 관

를 문제 삼기보다 일자리가 절실한 나머지 덩

련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그 빌딩 건

달아 쉬쉬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더

설 노동자들이 여권을 강제로 압수당한 채 적

구나 산재사망에 따른 벌금 및 징역형 선고율

절한 임금은커녕 적절한 안전장치도 없이 일

은 턱없이 낮다고 한다. 산안법에 대해 모르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저임금이라

던 우리가 이런 다양한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

는 제도조차 없는 타지였다.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이번 실 습을 통해 산안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후 줄곧 해오던 생각이 있다. 소수의 고 통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주 일부이기 때 문에, 그 아주 일부에 해당하는 사람은 1인분

마지막으로, 청주 일환경건강센터와 향남

이 아닌 10인분, 100인분의 관심을 기울여

공감의원으로 실습을 나갔다. 일환경건강센터

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나에게도 지워

는 기업에서 협력사와 지역의 영세업체 노동

진 일종의 책임처럼 느껴졌다. 진실을 외면하

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

는 사람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 더 슬

해 센터를 설립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그

퍼진다는 말이 있다. 나는 슬퍼지더라도 진실

리고 향남공감의원은 지역사회보건과 지역노

을 밝히고 바로잡는 데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

동보건을 접목한 최초의 개원 사례이자 한노보

바지하고 싶다. 한노보연에서의 실습은 나

연에서 직접 설립한 병원이라는 점에서 의미

의 소망을 향한 좋은 첫걸음이 되어준 것 같다.

일터 53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실습을 돌아보며

다음으로는 산업안전보건법 강의 및 <굴


이 달의 안전보건동향

[20.03.18. 고용노동부] 일터에서 배우는 일학습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학습병행은 작년에 기

병행, 9만명 초과

술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능력개발방법으로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사장 김동만)은 일학습병행 참여기업이 사업 첫 해인 2014년 1천897개소에서 2019년 1만5천 개소로 크게 늘었고, 참여자도 9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일학습병행은 독일, 스위스 등 기술 강국 에서 활용하고 있는 일터 기반 학습(work based learning)을 한국 현실에 맞게 설계한 새로운 ‘현장 기반 훈련’이다. 청년들이 조기취업할 수 있도록 지 원하고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와 학교교육

평가받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대 한민국 정부혁신사례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 신철 직업능력정책국장은 “일과 배움을 병행하는 청년들이 기업의 핵심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일 학습병행을 더욱 확산해 나가겠다.”라고 하면서 “특히, 올해 8월 28일「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 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일학습병행 국가자격 부여 등 준비에 빈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라고 밝혔다.

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기업의 재교육 비용 문 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14년 처음 도입됐다. 산업별로는 일학습병행 훈련 적용이 쉬운 기계 (29.9%), 전기.전자(14.0%), 정보통신(12.2%) 등 제조업 분야에서 참여 비율이 높다. 규모별로는 기 계, 정보통신 분야의 특성상 중소기업이 많아 전체 참여기업 중 20~49인 기업의 비중(35.5%)이 높 다. 지역별 참여 직종 비중은 산업의 지역 분포가 반영되어 지역에 따라 특정 직종이 상대적으로 높 은 참여 비율을 보인다. 경기, 경남, 충남 등 대부분

[2020.03.11. 고용노동부] "제4차 건설근로자 고 용개선 기본계획" 발표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는 건설근로자의 고용안 정과 복지증진을 위한 5개년(2020~2024년) 계획 으로 "제4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 을 발 표했다. 이번 계획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고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우려로 청년층 등 신규 기 능인력 유입이 줄고 있는 건설 일자리의 고용구조 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역에서 기계 직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 는 가운데, 서울은 정보통신(38.6%), 대전은 전기·

정부는 ‘적정임금제’, ‘기능인등급제’, ‘전자카드제’

전자(19.0%), 제주는 음식서비스(26.1%) 비중이

등 3대 혁신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여 건설근

가장 컸다. 또한, 대구는 섬유 의복(9.8%), 충북은

로자들이 경력과 기능에 따라 적정한 임금을 보장

화학(15.3%) 등 지역의 산업환경에 필요한 직종들

받고 안전한 일터에서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일학습병행을 도입한 중소기업은 체계적인 훈련

먼저, 다단계 도급과정에서 건설근로자의 임금을

과정을 통한 인력 양성 체계를 만들어 학습근로자

삭감하지 않고 직종별로 시중노임단가 이상의 임

는 직무 수행 능력이 좋아지고, 기업은 경쟁력이

금을 지급하도록 적정임금제의 제도화를 추진한

54

노동자가 만드는


다. 현재 공공기관과 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적

적용(2019년 15개교)하고, 제대 예정 군인에게 건

정임금제 시범사업을 평가해서 올해 안으로 제도

설기능훈련을 제공하는 등 청년 건설인력의 성장

화 방안을 마련하고, 입법 추진을 통해 단계적으로

경로를 지원한다. 민간에서 공급이 어려운 기피직

공공공사부터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

종과 고급 수준의 직업훈련 과정을 개설하여 안정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적으로 기능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건설근로자공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전자카드제와 기능인등급제

제회 직영 종합훈련센터도 신설한다. 정부 합동단

를 현장에 도입해서 정착시킬 계획이다.

속을 통해 불법 외국인력 단속을 내실화하고 내국

2020년 11월부터 대형 건설공사 노동자가 건설현 장을 출입할 때 전자카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

인 고용에 비례하여 외국인력이 배정되도록 고용 허가제의 개선방안도 마련한다.

록 해서 건설근로자의 퇴직공제 신고 누락을 방지

일하고 싶은 건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근로조건

한다. 아울러, 건설근로자의 경력, 자격, 교육.훈련

개선, 안전관리 강화와 근로환경 개선도 추진한다.

등의 기준에 따라 기능별로 등급을 산정하여 체계

건설현장 임금체불 해소를 위해 불법하도급 정보

적으로 구분하는 기능인등급제를 2021년 5월부

를 자치단체와 공유하고 체당금제도를 개선하는

터 현장에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기능인등급제와

한편, 주휴수당 등 법정제수당을 명시한 표준근로

연계한 기능등급별 적정임금 지급체계를 만들어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안내하고 지도한다. 안전관

우수 기능인력의 처우를 개선하고 내국인 건설기

리자 선임대상 건설현장을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능인력의 진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현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건설업 사망사고

건설근로자의 기능등급에 따라 적정한 임금이 지 급되고 출퇴근 시 전자카드가 사용되는 등 3대 혁

를 줄이기 위해 추락 사고 예방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독할 계획이다.

신과제가 현장에 정착되면 내국인 근로자의 건설

건설근로자가 건강진단을 받으면 건강진단기관이

현장 유입이 증가하고 외국인력 불법 고용도 감소

진단결과를 등록기관에 제출하고 근로자가 요청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기능인등급제와 전자카

할 때 등록기관이 사업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맞

드제 도입으로 축적되는 경력, 자격, 교육.훈련 및

춤형 ‘건설업 건강진단 등록제’를 도입한다. 건설현

근로내역 등의 정보로 통합경력관리시스템이 구

장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편의시설에 샤워

축되면, 건설근로자의 직업훈련, 취업지원서비스

실, 휴게실, 의무실이 추가되고, 성별 특성 등을 반

등을 보다 내실 있게 지원할 수 있다.

영한 세부기준도 마련된다. 분기별로 실시되는 산

이러한 3대 혁신과제 이외에, 내국인 기능인력을 양성하고 건설현장의 외국인력도 체계적으로 관

업안전보건 정기교육 전후로 성희롱 예방교육이 정례적으로 실시되도록 한다.

리한다. 건설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하는 "건설 마 이스터 훈련사업" 을 2024년까지 50개교로 확대

일터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봄을 맞이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일터>

2020년을 맞아 선전위원회에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의 디자인을 개편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진행한 디자 인 개편이라, 선전위원들과 편집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습니다. 색상과 폰트뿐만 아니라 여백과 단락 구성 등 잡지의 디자인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있음을 배워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의 <일터> 디자인에 대 해서도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여러분을 찾아뵙는 만큼, 더 힘차게 더 날카롭게 노동 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이야기들을 제기하고 담아내겠습니다. 나아가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변화한 <일터>의 모습에 대한 평을 남겨주실 분들은 언제든 kilshlabor@gmail.com으로 메일 주세요~! 무척 기대됩니다. :)

노동안전보건운동의 국제연대를 위한 작은 발걸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홈페이지에 영문 게 시판이 생겼습니다. 매달 <일터> 기사 중 1~2 개 연구소 주요 연구 요약 등을 영어로 옮겨 축 적해나갈 예정입니다. 영어 홈페이지 운영팀 에는 이혜은, 공유정옥, 차현주, 장향미, 유청 희 회원님이 함께 해주고 계십니다. 더불어 대 만의 OSH-Link, 일본의 POSSE와와 함께 '동 아시아 과로사 감시'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 다. 각 단체가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자기 나라의 과로사, 과로자살 이슈를 다룹니다. 두 곳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원고들을 축적해서, 한국의 노동안전보건운동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활동도 기획해볼 생각입니다. 작은 발걸음이지만,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국제연대의 가능성을 만들어가보려 합니다. *한노보연 영어게시판 주소: https://kilsh.tistory.com/category/ENG *동아시아 과로사 감시 웹사이트 주소: https://sites.google.com/view/kw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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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 1년 구독료 40,000원 / 권당가격 4,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구독신청 02-324-8633 / kilshlabor@gmail.com

2020년 3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김나혜 김미선 김병직 김병철 김설민 김정신 김진철 강경희 강동묵 강명원 강모열 강문식 강민혁 강성훈 강영우 강정주 강진욱 강찬구 강충원 강호민 강화연 고상백 공정옥 곽경민 구자연 국승종 권기한 권동희 권오성 권윤영 권정희 권종호 권중혁 김경도 김경수 김경연 김경한 김경희

김계호 김광락 김광조 김교현 김규연 김그루 김기돈 김기동 김기헌 김낙일 김대견 김대호 김동근 김동춘 김두현 김만원 김명성 김명수 김미선 김미영 김민옥 김민호 김봉수 김봉철 김상귀 김상호 김석원 김선미 김선수 김성훈 김세규 김세은 김소연 김승환 김영기 김영만 김영선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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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권 한영선 한진구 함승호 향남약국 허경 허윤제 홍상표 홍정연 홍진성 황선태 황선호 황의현 황진철 황진희 노무법인 삶 법무법인민심 한국지엠지부

* 지난 3월 3일 고 장민순님의 생일을 맞아 유가족들이 연구소에 후원해주셨습니다. 과로사로 일찍 세상을 떠난 고 장민순님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소중한 곳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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