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 토론을 시작하며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산재보험 민영화 플랫폼 속 밀레니얼 리얼리즘
통권 193호 / 2020.3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2020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콘텐츠 공모전 <청소년 노동안전을 권리로 말하다> 선정작들
※ 위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콘텐츠 공모전 선정 작품들은 한노보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평등한 일터을 위한 상상, 모두를 위한 화장실
십 년도 더 이전, 아주 젊었던 시절에 인천의 작은 공장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문구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테이플러, 문구용 펀칭기를 조립하는 회사였습니다. 경험이 없 어도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당시의 최저임금을 받았습니다. 같이 일하는 분들은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일하는 중년의 아주머니였습니다. 약 5명으로 구성된 우리 조에 남성 노동자는 한 분 계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소사장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분이 전반적인 작업의 종류, 물 량과 속도를 관리했습니다. 아침 8시 출근하자마자 작업복 입고 거의 쉼 없이 스테이플러, 펀칭기를 오후 5시까지 조립했 습니다. 대부분 앉아서 일하는 작업이었지만 시작한 며칠은 온몸이 근육이 쑤시었는데 좀 지나 니 괜찮아지긴 했습니다.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과 중간에 화장실 가는 시간 정도였습니 다. 하지만 화장실 가는 것이 눈치가 보였습니다. 화장실을 좀 오래 갔다 오면 그 남성 노동자(?) 분이 ‘일이 밀렸다’고 하시면서 쉬지 않고 일할 것을 독려하셨습니다. 기분 나쁠 정도로 채근하 진 않았지만, 그간 제약 없이 화장실을 갔던 터라 ‘여긴 화장실도 마음 편하게 못가네’라는 불 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이미 적응을 했는지 작업 시간에는 거의 자리를 비우지 않고 작업하기에 나도 일하는 동안에는 본의 아니게 화장실을 평소대로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 문득 그때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일터에서 사소한 것으로 쉽게 무시해 버리는, 그렇지만 떠올려보면 자꾸만 신경 쓰였던 화장실. 그 작은 공간을 두고서, 우리의 일터 를 다시 돌아보려 합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란 무엇인지, 평등한 일터란 무엇인지를요. -선전위원장
독자에게
01
화장실은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한 공간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쉽게 잊혀지기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도 하고, 때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일터에서, 외부활동 중에 화장실 이용에 따른 불편함은 공기처럼 늘 존재합니다.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잘 말하지 못했던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 드라마에서 종
영우, 경희, 기형, 지안, 혜은, 현석, 채은,
종 그려지듯이, 누군가에게 일터의 화장실은 때로는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뒷이
한소, 세은, 승종, 지나
야기를 몰래 하기도 하고, 울고 웃기도 하는 공간입니다.
만평 박원종
그러나 일터에서 화장실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없는, 아니 애초에 접근조차 할
편집·표지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동자의 건강에 필수적인 일터의 화장실. 그 공간
언제나봄그대곁에
과 그곳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0.3.9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lish.or.kr
02
2020년 3월호
특집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04 08 11
갈 수 없는 화장실: 단일한 ‘노동자’란 없다 이동노동자의 화장실 접근권 문제 ‘평등한’ 노동안전보건을 위한 요구, 일터에서의 성중립화장실
14 지금 지역에서는
40 문화로 읽는 노동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며
플랫폼 속 밀레니얼 리얼리즘장류진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16 산재보험 톺아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산재보험 민영화 19 연구리포트 고 문중원 기수죽음과 관련한 마사회 구조와 실태조사 보고서
23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한국은 과로자살이 뜨거운 이슈입니다.
25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신입 노동자의 교육기간, ‘인턴 일자리’ 말고 조직차원 고민으로 다뤄져야
30 사진으로 보는 세상 32 현장의 목소리
43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보이지 않던 고통 45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코로나19로 변화된 노동현장 47 노동자 건강 상식 면역(Immunity) 50 발칙 건강한 책방 덕분에 불편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52 이러쿵저러쿵 삶을 연명하는 치료를 넘어서기 위한 고민 54 안전보건동향
수탁법인의 부당해고 방관하는 경기도 각성해야
출처: 호나라
36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로 거듭나기 위해 뒷받침되어야 할 것들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차례
03
특집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갈 수 없는 화장실: 단일한 ‘노동자’란 없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일터부터 설치하자
김지안 상임활동가
통제되는 노동자의 권한과 인권
사실이 알려졌다. 실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여 성 노동자의 수는 전체 노동자 대비 10% 정도인
‘갈 수 없는 화장실’의 문제는 어떤 조건 속에서
데 이들이 용변을 볼 수 있는 화장실과 작업복을
발생하고 있을까? 모든 사람은 매일 일정 횟수
환복 할 수 있는 탈의실이 일하는 현장에 제대로
이상 화장실에 가야 하며, 그렇기에 누구든 화장
구비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에 가고 싶을 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
놀랍게도 이 ‘갈 수 없는 화장실’의 문제는 많
다. 이러한 대전제에 대해서 반대할 사람은 없을
은 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의 문제이기
것이다. 예를 들어 20세기까지 횡행했던 인종 분
도 하다. 건설 현장의 사례처럼 성차별의 결과로
리 화장실에 대한 지적은 굳이 자세한 이유를 대
만 한정되는 것도 아니다. 서비스·판매직의 경우
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회구성원이 인권침해로 여
에는 노동생산성이나 고객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
길 것이다. 인종을 이유로 화장실 이용을 거부해
이용이 제한되기도 하고, 이동·방문노동자와 같
선 안 되고, 인종을 떠나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이 특정한 사업장에 속하지 않고 이동하며 일하
있도록 적절한 거리 간격, 크기와 공간설계로 화
는 경우에는 노동의 형태 문제이기도 하며, 젠더
장실이 존재해야 한다.
와 장애 등 노동자의 정체성에 따라갈 수 있는 화
그렇다면 성별로 봤을 때는 어떨까. 현재 한국 사회에서 누구든 성별과 관계없이 원활히 화장실
장실 자체가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결국 문제의 양상은 다르더라도 문제의 핵심은
을 이용할 수 있을까? 아마 누군가는 고개를 끄
누구나 화장실을 가야 하지만, 현재의 화장실이
덕이고, 누군가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2019
라는 공간이 누구나 갈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
년, 대다수의 건설 현장에 여성 화장실이 없다는
았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갈 수 없는
04 2020년 3월호
화장실’의 문제란 단순히 화장실의 변기 대수와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화장실에 갈
‘모두’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 노동자들의 조건을 밝히고 바꿔야 하는 일이다.
화장실 이용에서 배제된 구성원의 문제를 다
가령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필요할 때 화장실
루기 위해, 우선 공중화장실의 경우를 보자. 어
에 가지 못하는 것은 자본이 노동자의 인권보다
떤 경우에는 자신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없어
고객의 편의를 우선하고, 노동을 통제하려는 것,
서 문제가 되고, 어떤 경우는 화장실이 있어도 제
그러면서 (특히 이동·방문 노동자의 화장실 접근
대로 설치되어있지 않아서 문제가 된다. 즉 화장
및 휴게시간·공간이 부재하다는 측면에서) 노동
실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
환경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은 갈수록 개별 노동
기 위해서는, 단순히 화장실이 존재하면 되는 것
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있다.
이 아니라, 필요한 때에 이용할 수 있으며 필요한
또한 화장실은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누구
곳에 필요한 설계로 화장실이 설치되어있어야 한
나 가야 하는 화장실에서 ‘어떤 사람들’의 필요는
다. 예를 들어 장애인 화장실이 마련되어있지 않
배제되며, 이 배제된 이용자들은 생리현상과 위
은 건물에서 일하게 된 장애인이 있다고 하면 그
생, 그리고 자기 몸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
가 느낄 당혹스러움은 전자의 예시고, 고속도로
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도 과연 누가 화장실을
휴게소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여성 화장실 줄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인지, 누가 이용할 수 없는지
후자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를 가르는 것은 일터를 지배하는 뿌리 깊은 정상
어느 쪽이든 갈 수 없는 화장실의 문제란 기본
성, 정상적인 몸의 기준이라는 비판이 필요하다.
적으로 화장실-설계, 이용방식, 이용의 대상, 분
그래서 일터의 화장실이라고 하는 이 소박해 보
배-에 누군가는 배제되었다는 사실과 관련된다.
이는 주제는 노동자와 그의 삶이 상상되는 방식
그래서 ‘모두를 위한 화장실’(또는 성중립화장실)
과 노동자의 인권, 그리고 일터에서의 평등과 관
에 대한 담론은 그 말 자체를 통해서 문제의 근본
련된 많은 문제점을 시사한다.
적 원인을 드러낸다. 현재의 화장실이 ‘모두’를
누가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지, 누가 일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간단한 사실이다.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지, 그 일을 하는 노동자의
그래서 가장 우선적으로 이 담론은 이원화된
삶과 필요들은 어떻게 상상되는지 등등. 그러니
젠더 체계에 기반한 공중화장실의 설계가 젠더규
이런 조건에서 화장실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제한
범에서 벗어나는 성소수자로 하여금 화장실을 이
되는 노동자들의 문제는 사회와 일터가 누구를
용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점을 비판한다. 이로 인
포함하고 배제하는지 또는 비가시화하는지, 또
해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성소수자들의 삶은 제약
는 어떤 노동자의 상을 전제로 노동과정과 속도,
되고 배제되는데, 지속적인 삶의 제약은 다시 경
생산시스템이 구성되는지의 문제와도 동떨어질
제적 빈곤과 사회적 배제라는 악순환을 낳기에
수 없다.
더욱 문제적이다. 한편에서 성중립화장실의 설치가 여성의 안전 과 대립하는 것으로 상상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05
특집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나 많은 사회에서 성중립화장실이란 화장실의
피해서 화장실에 가야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
남/여 구분을 아예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는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점
성별분리화장실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성중립
이다.
화장실을 하나 더 설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
백화점 판매직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층마다
가 성중립화장실 모델은 반드시 젠더에 대한 접
화장실이 있더라도 그곳이 ‘고객 전용 화장실’
근만으로 설계되는 건 아닌데, (성별과 무관하게)
이기에 출입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데, 2018
아이를 돌보고 있는 사람, 몸이 불편하거나 장애
년 서비스연맹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시간이나
를 가진 사람, 타인의 시선이나 접촉 없이 독립된
인력의 부족 등으로 매장을 비울 수 없기 때문에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 등 그야말로 모두
59.8%의 노동자가 일하던 중 화장실을 가지 못
를 위한 디자인인 것이다.
하는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게다가 직원용 화장 실은 일하는 위치와 멀리 떨어져 있고, 변기 대수
화장실에 못 가는 노동자들
역시 부족하기에 이용은 더 불편하다. 이런 경우 들은 모두 화장실이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사용
일터의 경우는 어떨까? 화장실과 관계된 일터 의 문제들 역시 갖가지다. 수많은 노동자가 일하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사례들이다. 반면 이동, 방문 형태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는 과정에서 화장실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어있거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용할 수
나,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
있는 화장실 자체가 없다는 게 주된 문제다. 한
먼저 화장실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조건
예로, 도시가스안전점검원들은 안전점검 업무를
을 만드는 중요한 원인에는, 화장실의 이용이 노
할 때는 고객의 집에 들어가서 가스누출 등을 확
동생산성을 방해한다는 생각에서 노동자들을 통
인하지만, 검침 업무를 할 때는 건물 바깥에 부
제하고자 하는 자본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이를
착된 검침기를 체크한다. 물론 고객의 집에 있는
테면 콜센터 노동자들은 화장실 출입을 하기 위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방문노동자들의 안전이
해서 전체 메신저에 ‘화출’(화장실 출발)과 ‘화
심각하게 위협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쉬운 일은
착’(화장실 착석)이라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 일
아니지만, 주거 밀집 지역을 검침하는 경우에는
종의 보고 내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콜이
주변에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이나 상가건
쏟아지는 시기에 여러 명이 동시에 화장실에 갈
물조차 없어서 큰 문제다. 그래서 대개 근무 중에
경우 그만큼 콜을 받는 생산성도 떨어지고 대기
는 식사도 거르고, 물도 마시지 않으며 방광염은
하는 고객도 증가한다는 명목이다. 이런 경우 화
직업병으로 달고 산다.
장실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불편할 콜센터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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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들의 문제는 쉽게 상상할 수 있겠다. 실제로
한편, 앞서 말한 건설 현장의 예시는 여성 건
도 다수의 콜센터 노동자들은 아예 물 섭취를 하
설노동자가 건설 현장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
지 않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조율하기도 하며 만
회통념과 더불어, 분명히 여성 노동자들이 현장
성적인 방광질환에 시달린다. 이런 문제는 비단
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없는 것으로 치부된 성차
콜센터 노동자뿐 아니라 손님이 몰리는 시기를
별의 결과다. 그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필요와
2020년 3월호
욕구는 무시되고 비가시화되어왔다. 왜 기업은 노
일터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 건강과 인권의 문제
조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10%나 되는 여성 노 동자가 매일 몇 번씩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방치하고 있었을까? 이 문제가 이슈가 된 직후 고용노동부는 지난 6
일하는 도중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이런 경우에 많은 노동자 가 화장실을 자유롭게 갈 수 없으니 식사는 물론
월, <2019 사업장 세척시설 및 화장실 설치 운영
물 섭취도 자제하고, 화장실에 못 가서 발생하는
가이드>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화장실 운영의 가장
방광질환도 만연하며, 늘 갈증이 나기에 과식을
첫 번째 조항은 남녀분리화장실이다. 이때, 건설
하게 되는 등 생활습관도 망가지며 전반적인 생
여성 노동자의 사례와 동일한 맥락에서 성소수자
리작용이 좋을 수 없다.
노동자들의 ‘갈 수 없는 화장실’ 문제를 생각할 수
또한 한편에서 화장실은 단순히 용변을 보는
있다. 물론 일터에, 특히 건설 현장처럼 이동 화장
곳으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화장실은 생리대를
실이 설치된 경우에는 여성의 안전을 위해 남녀분
교체하거나 손을 씻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리화장실이 필요하다고 말해지는 맥락이 있다. 수
지금같이 전염병이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다뤄지
많은 성폭력, 불법 촬영 범죄가 공중화장실과 일터
는 시기에 화장실은 공중보건과 위생 차원에서
내 화장실을 매개로 저질러지고 있는 현실 때문이
도 주기적으로 손을 씻을 수 있는 공간으로써 감
다.
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전염을 예방할 수
하지만 성별분리화장실을 설치한다는 것이 일
있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장실 이용
상과 일터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충분한 예
조차 통제되고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는 사실로
방과 해결이 될까? 모든 공중화장실을 남녀분리하
인한 노동자들의 불안감과 정신적 스트레스야말
면 성폭력은 예방될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성폭력
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과 작동을 단순히 성폭력이
결국 화장실의 이용과 설계, 분배가 평등해야
발생하는 단 한 가지 공간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게
한다는 말은 인권의 문제인 동시에 노동자 건강
아닐까? 그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폭력과 불
과 관련된 중요한 노동의 권리이다. 나아가 노동
법 촬영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와 처벌 등의 정책
자가 스스로의 몸과 속도를 기준으로 노동과정과
이다.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권한의 문제도
오히려 성별분리화장실로 모든 화장실을 개선 하겠다는 정책은 ‘갈 수 없는 화장실’ 문제가 성소
제기해보고 싶다. 성별분리화장실에 들어갈 수 없는 트랜스젠더
수자 노동자에게 심화 되는 결과를 만든다. 그래서
노동자, 이뇨제를 먹어야 하는 질환을 가진 노동
일터에도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주장
자, 생리대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여성 노동
은 사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이미 일터에 존재하
자 등등···. 너무 많은 현실의 삶이 있다. 어떤 노동
고 있는, 일터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노동자들과
자의 삶도 일터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 화장실
그들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재하는 노동자
이 모든 문제의 결론은 아니지만 일터부터 ‘모두를
를 고려했을 때 필요한 것은 화장실 이용대상과 시
위한 화장실’이 설치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간, 설계, 분배에서의 적극적인 평등이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07
특집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이동 노동자가 마음 편히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재현 운영집행위원
이동 노동자란?
규모를 알기는 어려우나 대략적인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동 노동자는 대리운전 기사, 택배 기사, 가전 제품 설치·수리 기사, 방문 교사, 집배원, 배달
기본적인 생리 현상도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
원, 방문 판매원, 방문 점검원 등과 같이 정해진 장소에서 일하지 않고 이동하면서 업무를 수행
이동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며 일
하는 노동자들을 말한다. 최근 산업 구조와 환경
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생리 현
의 변화로 플랫폼(platform)을 기반으로 노동 및
상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조명해보고자 한
서비스의 수용과 공급이 연계되는 방식을 통해
다. 이동 노동자들은 안정적으로 생리 현상을 해
생산과 소비가 조직되는 디지털 특수형태 노동
결 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다 보니 각자가 참
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플랫폼 노동이 이동
고 견디는 상황이었다.
노동자와 결합하는 양상을 보인다. “뉴스1 언론사에서 저희가 일하는 것을 보겠다
이동 노동자의 규모
고 동행취재를 왔었어요. 그 때 우리가 일하면서 물을 마실 수가 없다고 이야기한 게 기사로 나갔
08
정부 부처나 연구기관의 자료, 언론 매체를 통
는데, 그걸 본 사람들이 댓글에다가 웃기지 마라
해 드러난 업종별 이동 노동자 수를 표 1에 정리
가까운 은행도 있고 물 마실 데가 얼마나 많이 있
하였다. 포함되지 않은 노동자들도 있어 명확한
냐 그러더라고요. 저희는 물이 있어도 그 물을 마
2020년 3월호
연도 2016년
업종 시내버스, 시외버스 노동자
가 사람들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숨
종사자 (추산)
출처
105,000명
조선일보
제가 담당하는 지역이 평창동이라 집 담벼락들이 높고 걸어서 이동하
어서 볼 일을 해결 한 적이 있어요.
2017년
퀵서비스
40,000명
이데일리
2017년
재가요양보호사
270,000명
중기이코노미
538,000명
고용정보원
2018년
2019년 2019년
스마트폰 플랫폼 노동 우편 관련 업무 노동자
28,000명
택배 노동자
50,000명
방문판매원
110,000명
방문교사
43,000명
방문점검원
30,000명
설치기사
16,000명
는 사람이 적은 동네라 몰래 했는 데 그럴 때는 창피하고 그래요.”04
한국노동사회
“과외 일을 할 때 저는 주로 전철
연구소
역을 이용했고 다른 선생님들에게
한겨레 신문
도 보편적인 방법이었어요. 아주 가끔 백화점이나 쇼핑몰 화장실을 이용했고요. 아무래도 쾌적하고 청
2019년
고용노동부
결하거든요. 정말 급할 때는 과외 를 하러 간 학생 집에 있는 화장실 을 이용할 때도 더러 있었는데 사
▲ 표* 이동 노동자 규모
실 굉장히 불편했어요.”05
실 수가 없거든요.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일하던 곳에서 20~30분 정도는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
공공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 동 노동자들은 긴 시간 생리 현상을 참으면서 일
그냥 안 마시는 거죠.”
01
하고 있었다. 그 결과 이동 노동자들은 방광염 같 “집에 방문 하다 보면 물을 주시는 분들이 있어
은 질병을 얻기도 한다.
요.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마셔도 괜 찮은데 겨울에는 물을 안 마셔요. 누가 주신다고
이동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진 쉼터
해도 죄송하다고 하고 안 받아요. 어떤 분은 뚜껑 을 꼭 열어서 음료수를 주니까 안 마실 수가 없는
이동 노동자들의 화장실 이용은 물론 휴식 공간 제공을 위해 2016년 서울시와 서울노동권익센
경우도 있고요.”02
터에서 휴(休)서울이동노동자 쉼터를 열었다. 현 “저희가 화장실에 못가는 문제로 방광염에 걸
재 다섯 곳의 쉼터를 운영 중이며, 이후 경기도,
려서 입원 할 때가 있어서 그 날은 일을 못 한다
경상남도, 제주도에서도 쉼터 운영을 시작했다.
고 회사에 연락하면 콧방귀도 안 뀌더라고요.”
초기에 쉼터를 이용하는 노동자는 대리운전 기
03
사들이 다수였지만 버스 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 “저는 한 번 정말 화장실이 급해서 참다 참다 01 여성 방문노동자 노동실태 연속간담회, 노동시간센터, 2019.
사, 요양보호사, 보험 설계사, 학습지 교사, 집배
02 여성 방문노동자 노동실태 연속간담회, 노동시간센터, 2019.
04 가스 검침 노동자 실태조사 인터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0 올해의 현장 (예정).
03 여성 방문노동자 노동실태 연속간담회, 노동시간센터, 2019.
05 과외 교사 서면 인터뷰, 재현, 2020.
* 플랫폼노동의 확산과 사회적 대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집, 2018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09
특집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원, 우유 배달원, 방문판매원, 가사도우미, 아이
만 아니라 종교 시설, 아파트 관리시설 등에 있는
돌보미 등으로 점차 다양해졌다.
화장실 역시 이동 노동자들이 편하게 이용 할 수
내용 면에서도 화장실과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있는 분위기가 되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것뿐만 아니라 건강, 법률 상담을 비롯해 인문학
장려할 수 있겠다. 이동 노동자의 화장실 이용에
강좌 등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발
대해 사업주가 일정 금액을 급여나 수당으로 부
전해 나가고 있다. 2019년 쉼터를 설치한 제주
담하도록 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도의 경우 전국서비스산업연맹 제주지역본부 노 동조합이 위탁 운영을 맡게 되어 이동 노동자의
이러한 조치는 단순히 서로에게 호의를 베푸는
조직화도 고민 할 수 있는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
문제를 넘어 특히 코로나 19와 같은 사회적 재난
된다.
상황에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손
쉼터를 넘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철저한 개인위생이 요구 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도 이동 노동자들은 손
쉼터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와 효과를 전국적으
씻을 곳조차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동 노동자
로 확대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마련하
에게 충분한 손 소독제와 마스크를 지급할 수 있
고, 이동 노동자들의 필요와 요구를 반영하여 쉼
는 상황도 아니다. 개별화되어 있는 이동 노동이
터를 만들고 운영해나가는 노력을 지속해야 하겠
라는 고용 형태로 인해 이것을 지급해야 할 의무
다. 정부와 국회는 20대 국회가 발의한 국가 또
가 있는 주체가 명확하지도 않다. 따라서 정부는
는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물론 이동 노동으로 인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
노동환경을 개선하도록 휴게시설 등을 설치·운
회 구성원들에게도 함께 노력해야 할 의무와 책
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복지기본법 일부개
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법률안」을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시키 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나 쉼터를 늘리는 것만으
무엇보다 이동 노동자가 자신의 건강을 위해 마
로 이동 노동자의 화장실 접근권 문제를 해결할
음 편히 생리 현상을 해결 할 수 있는 충분한 휴
수는 없다. 이번 기회에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
식 시간과 여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
을 이어나갔으면 한다.
해지려면 업무량이나 건수에 의해 임금이 책정 되는 노동 조건과 임금 체계 등의 개선과 더불어
또한 생리 현상을 해결하고 개인위생을 보호하
고용안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동 노동
기 힘든 이동 노동자의 노동 조건에 대해 전 사회
자의 생리 현상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폭염, 혹한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
등 기후 환경과 외부 조건하에서도 노동자들이
하다. 가령 정부가 실태를 알리고 동네 곳곳의 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페,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화장실을 이동 노동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캠 페인으로 제안하고 이를 안내하는 것이다.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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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호
‘평등한’ 노동안전보건을 위한 요구, 일터에서의 성중립화장실 정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노동권팀
당신이 모르는,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트렌스젠더 노동자
는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 내지는 불쾌함) 을 경험했다.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나 는 트랜스젠더 남성으로 정체화했다. 현재는 성
‘여자처럼’ 꾸미고 ‘여자처럼’ 말하는 일은 정현 인생에 없다. 그러나 회사 사람들은 정현의 성별 을 의심하지 않는다. 내 주변에 성소수자는 없다
소수자 인권 단체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의 노동권팀과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에서 활동 하고 있기도 하다.
고 믿으니까. -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01 중에서
위의 문장에 나오는 ‘정현’이란 사람이 바로 나 다. 먼저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이력서 성별란 에 ‘여자’라고 적히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 로 시작하는 남자다. 다시 말해서 트랜스젠더 남 성이고 30년 전에 여자로 이 세상에 태어남을 당 했다. 고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내가 가지고 태 어난 성별과 실제로 느끼는 성별이 불일치하다
트랜스젠더 남성의 화장실 이야기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트랜스젠더 남성으로 서 겪었던 일화 몇 개를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 일화는 어떤 학원에서 일할 때였는데, 퇴근 시간 후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아무렇지 않게(?)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회사 동료랑 마주쳤던 적 이 있었다. 다음날 팀장님과 면담할 때, 내가 트 랜스젠더 남성이고 퇴근 시간 이후라 아무도 없 는 줄 알고 남자 화장실을 사용했다고 커밍아웃
01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희정. 2019. 오월의봄)는 기 록노동자 희정이 성소수자 노동자 20여명을 인터뷰하고 쓴 책으로 게 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마냥 살아있는 성소수자, 그리고 노동자로서의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을 했다. 다행히 그 팀장님은 자신의 주위에도 퀴 어가 있는 엘라이(성소수자에 대한 지지자)셨고, 팀장님께서는 잘 넘겨주셨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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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두 번째로 가장 최근에 다녔던 직장 이야기다.
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법적 성별을 정정하기
장애인인권단체였는데 입사한 지 한 달도 되지
위한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고 머리도 짧아서 남
않아 같이 일하는 센터 활동가들에게 커밍아웃을
자 화장실에 들어가도 큰 문제는 없지만, 그 당시
했다. 나는 분명히 내가 트랜스남성이며, 나를 남
만 해도 목소리를 내면 톤이 높아 패싱03이 깨져버
자로 대해달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여자
리는 상황이었기에 외부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한
로 대하거나 나를 여자로 가정하고 이야기하는
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걸 들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화장실과 관련된 한 가지 일화를 더 얘기해보려
또, 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한 동료 활동가들은
한다. 몇 년 전, 바깥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곤
그들의 활동지원사와 같이 사무실에서 지내는데,
혹스럽게도 급히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 생
어느 날 장애인인권활동가들이 모이는 행사가 열
겼다. 그때 남자 화장실이든 여자 화장실이든 사
렸다. 그곳은 내가 트랜스남성이라는 사실을 아
람이 많은 상황이었는데, 어느 곳을 가야 할지 다
는 사람이 많았지만, 내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급한 상황에서도 무척 고민이 되었다. 과거에 내
려 하자 한 활동가의 활동지원사가 여기는 남자
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잘못 들어
화장실이라고 막아 세웠다. 당시 그 활동지원사
온 줄 알고 다시 나가서 표지판을 확인하고 들어
의 이용자이기도 한 활동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오는 경험이 여러 번 있었고, 남자 화장실을 들
당황했지만, 그냥 나는 남자 화장실을 이용했다.
어가는 것 역시 트랜스젠더가 받아들여지지 않 는 사회에서 여전히 어려웠던 탓이었다. 결국 나
일터에서의 평등, 젠더분리화장실만으로 가능할까?
는 2시간을 넘게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참게 되 었다. 이렇게 트랜스젠더들은 일터 화장실이나
이제껏 트랜스젠더 남성으로서 노동을 해오면 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화장
있을지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실’은 중요한 문제였다. 최근 몇 년간 성소수자의
받는다.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젠더이분법을 기
화장실의 이용, 또는 성중립화장실에 대한 사회
준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앞서 개인적 경
적 합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험을 들어 설명했지만, 이는 트랜스젠더 남성인
지난 2015년,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한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시스젠더04들이일하거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
나 외부활동을 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해서
한 많은 페미니스트들의 분노로 현재 페미니즘
방광염 등의 질환에 걸리는 사례를 주변에서 자
운동과 담론이 활성화되기도 했지만, 한편에서
주 접하곤 한다.
사건 이후 성중립화장실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
여전히 대한민국의 건물 중 상당수는 남녀구분
다. 당시 서울시는 모든 공중화장실을 남녀 분리
이 없는 화장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오래된 건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트랜스남성인 나는 그 말 을 듣고 “역시 세상은 시스젠더 중심이구나”라
03 패싱이란 특정 요소를 통해 한 범주의 구성원으로 보이는 것을 말 한다. 여기서는 겉으로 보이는 성별을 의미하는데, 기고자는 평소에는 본인이 자연스레 시스젠더 남성으로 보이다가, 목소리를 낸 후에는 그 것이 깨진 상황을 말하고 있다.
02 시스젠더란 지정받은 성별과 자신이 정체화하는 성별이 같은 사람 을 의미한다.
04 비시스젠더란 트랜스젠더 외의 현재의 젠더이분법에 맞지 않는 모 든 성소수자를 말한다.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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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어느 곳에 내가 속할 수
2020년 3월호
물이나 일반 상가의 경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이때 젠더분리된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
공간을 바라며
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젠더분리된 화장실 이 일터에서의 평등을 온전히 실현하도록 해주는
그동안 화장실 이용에서 배제된 당사자로서,
가? 나와 주변의 경험에 비춰볼 때, 남녀로 구분
성중립화장실에 대한 담론을 보며 고민이 들었
된 화장실 또한 성별이분법에 근거하고 있는 건
던 것은 성중립화장실의 필요성과 성별분리 화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화장실 접근의 불평등
장실이 제기된 맥락 사이에서 논점이 자꾸만 흐
문제는 어디서부터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다시
려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성중립화장실에 대
말해, 화장실이라는 일상공간을 안전하고 자유롭
해서 그것이 성폭력 위험을 더 조장하는 것은 아
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일은 무엇으로
니냐는 반문 또는 성중립화장실을 만들기 전에,
부터 출발할 수 있을까?
성별 분리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자주 제기
회사생활을 하는 나는 오늘도 내가 일하는 사무
된다. 그러나 일터나 일상활동 속에서 성폭력을
실이 있는 층의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예방하고자 할 때, 성별분리 화장실을 설치하는
다른 층의 ‘남자’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다른 건물
것이 과연 안전한 일터와 일상을 만드는 적합한
의 ‘남자’ 화장실을 사용한다. 나는 바이너리 트
대책일까?
랜스젠더라 이렇게라도 대안이 있지만, 논바이너
어쩌면, 이 문제는 단순히 화장실 이용의 대상
리 트랜스젠더의 경우에는 더 복잡해진다.05 그들
을 규정하는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 게 아닌가 싶
의 성별은 이분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
다. 이용 대상의 기준을 나누는 우리 사회의 성별
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들은 언제나 화장
이분법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젠더불평등이 일터
실 앞에서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그래서 발
와 일상공간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건강
걸음을 돌리고 자꾸만 망설이게 되는 젠더 디스
을 저해하는 것이 아닐까.
포리아를 느끼게 된다.
이런 점에서 화장실 이용에 관한 평등은 다음의 요구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바로 성중립화장 실 말이다. 상대의 젠더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편 하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성중립화장실의 형태는 생각보다 무척 다양할 수 있다. 그러니 평 등한 화장실의 형태란 무엇일지 상상하고 실험 해보는 것, 누구든 배제되지 않는 화장실을 생각 ▲ 성중립화장실 표지판
해보는 것, 나름 발칙하고 재밌는 일이 되지 않을 까. 이때 그 상상과 실험은 일터에서 우리가 공유
05 바이너리 트랜스젠더: 젠더의 구분이 명확히 나누어져있는 트랜스 젠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남자와 여자가 공존하는 등 젠더의 구분이 명 확히 나누어져있지 않은 트랜스젠더.
하는 평등에 대한 감각을 바꿀 것이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일터의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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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지난 2월 24일(월) 늦은 6시 연구소 충청회원들이 온양온천역에 위치 한 두리공감 회의실에 모였다. 연구소의 ‘중대재해 근절과 작업중지권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며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상황실’(이하 당장멈춰 상황실)에서 작년부터 준 비해 온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 수렴과 토론을 위 해서였다.
당장멈춰 상황실은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노동자 스스로가 노동과정에 서 위험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예방적 차원 에서 실시되는 노동자의 작업중지’를 중요시 해왔다. 작업중지권을 법에 만 존재하는 권리가 아닌 실질적인 노동자의 권리로 복원하기 위해, 일터 에서 마주하는 유해·위험한 상황에서 작업을 중지하고, 거부·거절하고, 회피하여 중대재해에서 스스로를 지키자고 제기해 왔다.
이와는 달리, 이번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에서는 ‘사후적 조치’로서 중 대재해에 왜 노동조합이 제대로 대응해야 하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일터 에서 희생된 동료의 죽음에 맞서 그 곁을 지키며 싸운 동지들의 소중한 활동 경험과 고민이 유실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방’ 이 미처 자리 잡지 못하거나, 들어설 틈이 없었던 일터에서 발생한 결과 인 중대재해에, 늦었지만 제대로 대응해야 또 다른 희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회사는 자신의 잘못 은 감추고 희생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자 한다. 일하는 과정에서 노 동자의 부주의나, 사소한 실수가 죽음이나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안전조치’이고 이에 대한 책임이 회사에 있는데도 말이다. 즉,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개입하지 않으면, 억울하게 희생당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일이 발생한다. 망인이 된 동료 노동자 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은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노동조 손진우 상임활동가
합/노동조합 활동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노동조합 활동가들 의 기초적인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기획됐다. 실제 오랫동안 노동조합 활 동을 해 온 간부라고 할지라도, 중대재해/사망사고에 대한 대응의 경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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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호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 도 유족에 대한 보상중심의 한계적인 대응에 그친 경우 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매뉴얼은 중대 재해는 일상적인 안전보건 조치의 총체적 부실이 빚어 낸 결과인 것을 감추고 노 동자 개인의 책임이나 과실 로 문제를 왜곡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는 현실에 맞서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매뉴얼이 다시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된 개선조치를 이끌어내는 기반이 되기를 바란 다. 또, 제대로 된 중대재해 대응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을 이 매뉴얼 발간과 이후 진행될 토론 회 속에서 만들어가고자 한다.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의 내용은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노동조합이 어떤 관점으로 대응해야 하 는지’, ‘사고 발생 직후 가장 긴급하게 해야 할 일터에서의 조치는 무엇인지’, 또한 ‘회사에 맞선 대 응이나 사고를 조사하는 관계기관과의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족과의 관계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사고 트라우마 치료의 필요성과 노동조합이 요구해야 할 것’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충청지역은 고 김용균 사망사고 대응 활동 등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대응 경험이 풍부 한 회원들이 많아, 매뉴얼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토론에서는 ‘중대재해 대응에 있어, 사고처리 과정을 중심으로 각각의 국면에서 노동조합이 직 면하게 될 상황’,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처해진 조건에 따라 대응이 일률적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그에 기초하여 대응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사례나 예시로 풍부히 제시될 필요성’ 등이 논의 됐다.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이 활용되는데 있어, 노동조합이 사고처리 과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 는 ‘안내서’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전반의 대응 과정에서 조합원과 무엇을 함께 할 수 있고, 해 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매뉴얼에 담길 필요성 또한 언급됐다.
당장멈춰 상황실의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은 충청지역 회원들과의 토론을 시작으로, 지역순회 토론 등을 통해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쳐 2020년 상반기 중의 완성을 목표하고 있다. 토론 진행 과 정에서 보다 현장에서의 대응에 대한 풍부한 고민과 문제의식이 담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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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톺아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산재보험 민영화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연구팀
우리나라에서 산재보험을 운영하는 보험자(보 험회사)는 근로복지공단이다. 우리나라 산재보험
전히 이러한 시도는 금융자본에 의해 계속되고 있다.
은 1963년에 제정된 이후, 1964년에 노동청 출 범과 함께 시행되었고, 1995년부터는 국가에서
산재보험 민영화를 주장하는 논리
운영하던 산재보험을 근로복지공단에 위탁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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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국가에서 직접 관리운영
산재보험 민영화를 주장할 때 가장 먼저 이야
하고 있고,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등이 우리
기되는 근거는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의 속
와 유사한 공단 중심의 공공운영을 하고 있다. 그
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재보험은 사업
러나 미국의 일부 주와 몇몇 나라에서는 민간에
주의 보험으로 국가가 법으로 제도화한 의무보
서 산재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효율성, 포
험에 불과하며 이미 사회보험으로서의 산재보험
괄성 등을 중심으로 산재보험의 운영체계에 대한
이 개별실적요율제와 같은 민영보험의 방식을 활
논쟁은 지속되어 왔다. 국내에서도 산재보험의
용하고 있고, 사회보험임에도 강제가입에서 누락
운영을 민영화하자는 주장이 민간 보험사를 중심
된 다수의 노동자가 있어, 사회보험의 기능에 이
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미 한계가 있음을 제시한다. 즉 민영보험의 기능
는 주장과 공공 운영의 경직성을 근거로 정부에
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민영보험사의
서도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논의한 적도 있다. 산
운영능력이 더 있다는 주장이다. 다원적 운영체
재보험을 민간에서 운영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계를 통해 독점관리체계의 경직성을 줄이고 개인
벌어질까? 그동안 산재보험 민영화에 대해 다양
맞춤형의 개별성 향상의 효과가 있을 수 있고, 경
한 논의와 부적절함에 대한 합의가 있었지만, 여
쟁체제 도입으로 비용절감과 성과향상을 가져올
2020년 3월호
▲ 출처 : Pixabay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 성과향상은 불필요한
험료 부과를 높이고, 상대적으로 산재발생위험이
급여지급을 줄이는 방식의 효율 추구를 의미한
낮은 업종과 대기업에게 보험료 부과를 줄이는
다. 관리운영 효율화는 보험료 인하를 가져올 수
정책이다. 이로 인해 보험의 필요성이 높은 고위
있고, 보험료 산정에서도 원가분석, 개별성 강화
험 업종에서는 높은 보험료 부담으로 인해 보험
등을 통해 보험료 인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
가입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보장이 노동의욕 위축, 경
민영관리체계의 효율화는 급여의 축소를 의미하
제 성장저해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며, 오히려 일반적 관리 비용은 공공운영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어, 실제적인 효율에 도달하기 어
민영화 도입시 나타날 문제점
렵다. 민영보험의 관리 비용은 모집인의 활동비 용, 보험회사 간 판매경쟁 유발로 광고 및 선전비
민영화를 도입할 경우 드러날 여러 문제를 요약
용 그리고 영리기관으로서 이윤 확보 등이 필요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으
하여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 민영화 주장의
로서의 포괄성을 해친다. 단지 산재 노동자의 치
핵심인 관리체계의 다원화는 체계의 산만성으로
료뿐 아니라 재활과 직장 복귀, 예방이라는 포괄
미가입 사업장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적 목표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민영 보험에서
우려 지점에도 산재보험 민영화 주장은 보험업
는 재활과 직장복귀, 예방의 역할은 관심 밖의 문
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고, 앞으로
제다. 민영보험에서 생각하는 산재보험은 치료
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관리운영체계
의 문제에 한정된 것이고, 민영화가 되더라도 예
를 민간과 경쟁체제로 운영하자는 주장과 사회보
방, 재활의 문제는 공공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
험과 보완적 형태의 민간 산재보험을 도입하자는
하고 있다. 둘째, 보험가입자를 철저히 개별화하
주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민간에 의한 운영
여 사회보험이 가질 수 있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체제의의 핵심적 주장은 완전 민영화보다는 엄밀
무력화하고, 이로 인해 보험의 수혜가 필요한 대
한 의미에서의 운영주체의 다원화에 있다. 근로
상자의 가입이 오히려 축소될 위험이 있다. 보험
복지공단의 독점 운영체제가 아니라 민간에서도
가입자의 개별화는 업종별 요율제, 개별실적요율
산재보험을 운영하여 보험가입자의 선택의 자유
제 강화를 통해 고위험 업종과 사업장에 대한 보
를 보장하고, 경쟁체제 도입으로 운영의 효율을
산재보험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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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오자는 주장이다. 운영체계 다원화는 경쟁체
어 더 좋은 질의 민간보험을 선택하게 하겠다는
제로 인한 관리운영비 감소가 아닌 증가가 우려
주장을 연이어 하고 있다. 보험모집인의 자사 가
되며, 가입자 이원화 문제로 민영보험사는 위험
입 주장의 논리는 예방, 재활을 포괄하는 사회보
이 낮은 사업장을 선호할 가능성이 커서 공공운
험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매우 협소한 시각의
영의 재정적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으며, 급여 축
접근이다. 또한 실제 급여에 있어서도 비급여 영
소로 질 향상을 오히려 저해하거나 산재예방과
역의 확대, 장해보상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재활 사업의 축소를 야기할 위험이 크다.
있는 현재의 산재보험에 비해 우수하다고 볼 수 없다. 실손 보험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 사회
공공이 운영하는 산재보험이 바람직하다
보험의 보완적 역할을 하겠다는 시도 역시, 사업 주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실제 사회적 혜택
산재보험 제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사회보험에 비해 낮을 수
는 공공이 운영하는 사회보험 형태가 바람직하
밖에 없다. 사업주가 비용 부담을 늘려야 한다면
다. 산재 발생을 줄이는 예방정책과 산재노동자
민간보험 가입이 아닌 현재 산재보험의 급여의
의 장애를 최소화하고 직장복귀를 촉진하는 재활
범위와 규모를 더 늘리는 방향의 접근이 효과적
사업 그리고 모든 기업이 산재가입을 쉽게 하고
일 것이다.
급여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확보할 수 있어야 하 고, 사회 총비용의 감소와 효율을 위해서도 사회
근로복지공단의 개선 방향
보험으로서 공적 기관에 의한 관리운영체제가 유 지될 필요가 있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제도 변
민영화 반대의 주장이 현재 근로복지공단 운영
화 과정을 거쳐 사회보험으로 정착한 것 자체가
의 문제를 덮어 버려서는 안 된다. 공공운영기관
사회보험으로서 산재보험이 가장 효율적일 수 있
의 존립근거가 재정 효율에 있지 않고, 충분한 보
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사회보험으로
상과 이전 생활로의 복귀, 노동력 회복에 있음을
서의 산재보험이 구축해 온 예방-보상-재활의 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승인과 종결 중심의
정을 통해 재해 발생을 줄이고, 장애를 최소화함
판단을 위한 행정을 대폭 축소하고 산재노동자의
으로써 재정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효과적인 치료와 요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 고, 재활과 직장복귀, 예방을 위한 서비스와 행정
민간 보험회사의 새로운 시도와 우려
이 확대될 수 있도록 업무 효율을 높이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개별실적요율
민간 보험회사에서는 특수형태근로자의 산재보
18
제와 같은 개별화, 효율화에 집착할수록, 경영효
험 적용 범위 확대에 따라 산재보험 가입을 해야
율을 주요한 운영목표로 정할수록 민영화 주장과
하는 보험모집인에 대해 자사 보험에 가입하게
위협은 더해질 것이고, 스스로 사회보험 운영자
하고 산재보험 가입을 포기하게 했다. 왜 내가 다
로서 사회보험의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
니는 보험회사를 두고 산재보험을 가입하느냐는
를 시도할 때 민영화 시도는 줄어들고, 공공기관
주장이었다. 노동자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
으로서 존재의 의미는 더욱 부각될 것이다.
2020년 3월호
연구리포트
고 문중원 기수죽음과 관련한 마사회 구조와 실태조사 보고서*
선전위원회 편집
기수의 안전보건 실태: 산업재해와 산재은폐 현황
3,404회. 고 문중원 기수가 남긴 15년간의 통산전적 기록이다. 기수는 살아있는 말을 타고 일정 한 거리(경주로)를 달려, 가장 빨리 결승선에 도달하기 위해 경쟁한다. 체격이 크고, 예민하고, 행 동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말을 다뤄야 하는 기수는 일반 노동자에 비해 상상을 초월한 재해율을 보 인다.01 2018년 기수 재해율은 72.7%로 전체 노동자 재해율 0.54%에 비해 무려 135배에 달한다. 같은 업종인 말 관리사의 재해율(2018년 18.6%)02과 비교해 보아도 4배 가까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기수는 상시적으로 높은 재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모든 책 임을 떠안는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안전보건관리체계에서 위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고 문중원 기수의 유서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기수들에게 부상은 일상생활이다. 그러나 산재보 험을 적용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재해가 발생해도 보고조차 되지 않고, 민간재해보험을 받으려면 기 승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등의 불이익으로 인해 1~2주 정도의 부상은 치료받지도 못한다. 기수보 다 재해율이 현저히 낮다고 하는 말 관리사의 경우도 2017년 113건, 2018년 162건, 2019년 161 건에 달하는 산재가 있었지만, 마사회는 각각 18건, 17건, 23건을 신고하는 데 그쳐 미보고율이 84% 이상으로 나타났다. 마사대부 평가에 산재율이 포함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산재 신청을 막 01 경마산업 재해 예방 및 감축 중장기 전략보고서(2014. 09. 원진 녹색병원) 02 경마산업 종사자 안전관리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연구(2019. 02.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 이 글은 한국마사회 고(故)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 진상조사팀에서 2020년 2월 5일에 발표한 보고서의 2장 “기수의 노동 실태와 문제점” 중 3절 “안전보건 실태”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보고서 원본은 다 음의 주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kilsh.tistory.com/2408
연구리포트
19
거나 분위기상 공상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마사회의 산재은폐현황은 2015~2017년 3년간 산재 보고 의무를 위반한 우리나라 전체 사 업장 중 1위가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50건), 3위 가 한국마사회부산경남경마본부(12건)인 것에서 잘 드러난다.
재해의 원인 : 보장되지 않는 기승거부권
‘개인사업자’ 신분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적 용을 받지 못하며, 동시에 조교사와의 계약 및 지 시가 없으면 말을 탈 수 없는 기수들에게는 작업 중지권, 즉 기승거부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위험을 키우는 구조
이는 기수들을 위험한 일터로 내모는 원인이 된 다. 기수들은 보통 본인이나 말의 상태가 경주에
1) 기승거부권이 없는 고용계약구조
적합하지 않을 때에도 마주나 조교사가 경주 참
20
여를 강요하면 현실적으로 이를 거부할 수 없으
기수들이 가장 기본적인 안전상의 문제를 가지
며, 이것은 종종 사고로 이어진다. 또한 태풍이나
고도 기승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① 조교사와 기
우천 등 경주하기 위험한 상황에서 경마를 진행
수 사이의 종속적인 계약 관계 ② 마사회의 경마
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기수들은 목소리를 낼 수
시행 결정과정에 기수들이 아무런 목소리를 낼
없다. 경마 경주를 지휘하고 시행하는 마사회에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기수
서는 기수의 안전은 도외시한 채 한 차례라도 경
들이 조교사와의 관계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기승
기를 더 해서 수익을 높이려고 할 뿐이다.
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이렇듯 기수는 말 상태에 따라 가장 큰 안전상
위해서 표준 기승 계약서에 경주 기승 및 조교 보
의 부담을 안고 있는 사람이지만 정작 말 상태에
조를 거부 할 수 있는 조항과 부당한 지시를 거부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받지 못한다. 마방마다 계약
했을 때의 불이익 금지 조항이 함께 들어가야 한
을 맺어야만 말을 탈 수 있는 기수 계약의 특징과
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기수의
는 달리, 조교사나 마주는 반드시 마방 소속 기수
기승기회는 아무런 제한없이 조교사의 재량에 의
에게 기승을 맡기지 않을 수 있다. 기수들은 본인
해 부여되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조교사가 기
들의 이런 처지를 ‘대리기사’에 비유했다. 기수
수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불이익 처분이
들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기승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본인이 경주할 말의 상태를 잘 아는 것일 텐데
마방의 계약 기수가 그 마방의 출전 중 정해진 비
도 기수들은 본인의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알 권
율 이상 기승할 수 있는 권리라든지, 모든 기수가
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연간 출전해야 하는 최소 경기 수를 정하고 이를
2020년 3월호
마사회 각 경마공원이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 등
의 권한으로 결정되고 기수간의 경쟁을 치열하게
이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
부추기는 환경에서 다친 기수의 병가는 다른 기
더불어, 현재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경주
수의 기승기회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생
제외, 출발 제외, 마체 검사, 조교 상태 심사 조항
계를 위해 충분히 치료받지 못하고 다시 일을 해
이 실효를 가질 수 있도록 경마 시행 규정의 개정
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도 필요하다. 현재 경주 제외와 출발 제외는 심판
2019년 산재보험 적용범위 확대로, 음식점업,
위원만 결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말의 상태, 경주
도소매업 등 1인 자영업자와 지게차, 덤프트럭 특
환경(악천후 등), 부당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작
수형태고용종사자도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
전지시 등이 있는 경우 앞서 말한 기수의 기승거
었다. 재해위험이 현저하게 높은 기수들 또한 충
부권과 이로 인한 불이익 금지 조항이 필요하다.
분히 치료받을 권리를 위해 산재보험 적용대상에
또, 마체 검사 및 조교 상태 심사에서 조교에 참여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재해보험에 대한 부담을
한 기수 및 말 관리사의 의견을 반드시 참조하도
조교사와 공동 부담하고, 치료 이후 일정기간 동
록 하는 조항도 필요하다. 결국 이런 조항들은 전
안의 재계약 의무 등의 내용을 기승계약에 넣는
체적으로 경마 경기 운영 과정에서 기수와 말 관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마는 순위경쟁
리사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강
의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공기업이 운영하는 산업
화하기 위한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본인의 안전
이기도 하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병폐는 구성
과 건강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일터에서 안
원의 건강을 해치고 전체적인 산업의 발전을 저
전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해한다. 기수들이 아파도 말을 탈 수밖에 없는 것 은 기승기회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기수에게
2) 치료받을 권리의 배제
최소한의 기승기회와 적정생계비를 보장하는 것 이야말로 공정한 경마를 시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개인사업자인 기수는 재해가 발생하면 본인이
조건이다.
책임을 진다. 본인이 낸 보험금으로 마사회에서 단체로 상해보험을 가입하고, 재해를 입었을 때
3) 유명무실한 안전보건관리체계
일정한 금액의 최저 생계비와 치료비를 보장받게 된다. 반면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전액 보험료를
한국 경마 산업은 한국마사회를 주축으로, 말을
납부하여 과실의 유무와 상관없이 보장받는 사회
공급하는 농장에서부터 경마를 위한 마주, 조교
보험의 성격이 강하다. 기수의 재해는 대부분 기
사, 말 관리사, 기수에 이르기까지 서로 간의 이해
승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앞서 말한 기승거부권이
관계가 대립하는 여러 직종과 조직으로 구성되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고의 위험이 클 수밖
있다. 따라서 이를 포괄하는 안전·보건관리 체계
에 없고, 이는 말을 선택할 수 없는 하위권 기수에
를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럴 때 포괄적인 안
게 재해가 더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보건체계 구축과 운영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경
게다가 재해로 인한 치료기간은 다음 기승계약에
마 시행체인 마사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악영향을 미친다. 기승과 조교의 횟수가 조교사
경마산업 안전보건체계와 관련된 연구들 또한 한
연구리포트
21
▲ 그림 시행체인 마사회와 경마시행주체들과의 관계 / 출처 : 고 문중원 기수죽음과 관련한 마사회 구조와 실태 조사 보고서, p.7
국마사회가 경마 산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주체들
업체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
을 아우르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의 역할을
로 시행되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안전근로
수행해야 한다는 일관된 결론들을 도출하였다.
협의체에 경마 산업 전체의 구성원이 동등하게
2019년 12월 마사회는 ‘상생발전위원회’란 조 직을 통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수렴이 아닌 적극적인 결정기구의 역할을 해야
부산 기수 협회와 유가족, 공공운수노조와 아무
할 것이다.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었던 안전보
런 논의없이 조교사 개업 심사 외부위원 비율 확
건을 이제는 원청이자 공공기관인 마사회가 책임
대, 전문가 심리상담 프로그램, 조교전문기수제
져야 한다. 안전보건은 고용구조와 시스템, 시설
도 독려 등의 자가 처방을 내놓았다. 부산지역 상
과 관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발전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기수는 마사회가 해 결해야 할 문제들을 상생발전위원회에 던져 놓고 ‘판을 다 열어 놨으니, 너희들끼리 잘 얘기하라’ 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의 일환 으로 공공기관 중 안전관리 중점기관에 대한 안 전근로협의체 설치, 구성, 운영에 대한 규정을 마 련했다. 안전근로협의체는 공공기관(이하 원청업 체)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운영시 당해 사 업장 내의 사업의 일부를 도급받은 업체(이하 하 청업체)를 포함해야 하는 것으로, 이 규정은 하청
22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협의체 또한 단순한 의견
2020년 3월호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한국은 과로자살이 뜨거운 이슈입니다. - ‘동아시아 과로사 감시’를 시작하며 최민 상임활동가
대만과 일본, 한국의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
은 여전히 이 조항의 예외가 되어 무제한 노동을 시
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일하는 활동가입
킵니다. 그래서 많은 택시운전기사나 경비노동자들
니다. 동아시아는 역사적, 문화적 공통점을 많이
이 뇌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연장노동
가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공통점 중 하나는 노
시간 제한이 엄격해지자, 노동강도가 높아진 일터
동시간이 길고, 과로사와 과로자살이라는 말이 일
도 많습니다.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많습니다.
상적인 곳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한국과 대만, 일본의 노동인권과 노동자 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그에 비해 과로자살은 최근에야 관심을 받기 시
NGO들이 모여 ‘동아시아 과로사 감시’를 시작하
작했습니다. 한국은 자살율이 매우 높은 나라입니
기로 했습니다. 세 나라의 과로사나 과로자살 사건
다. 2018년 총 13,670 명이 자살로 사망했습니다.
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처한 상황의 공통점과 차이
OECD 평균 자살률의 2배가 넘습니다. 교통사고
점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스
사망자 수의 3배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한국의 자
스로 일터의 주인이 되어 과로사나 과로자살이라
살률은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있던 1998년 급격히
는 말이 사라지도록 만들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증가했고, 그 뒤 신자유주의 체제가 본격적으로 도
일을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입된 이래로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뚜렷한 사회 경제적 변화 상황에서 자살률이 크게 늘어났는데
첫 번째 이야기는 한국의 과로자살로 시작하려고
도, ‘노동자들이 일터에서의 괴롭힘과 스트레스 때
합니다. 한국에서는 과로사 못지않게, 과로자살이
문에 자살하고 있다’는 인식은 최근에야 높아졌습
뜨거운 이슈입니다. 과로사는 조금씩 변화를 기대
니다.
해보고 있습니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그 전까지 매주 68시간까지 합법적으로 일 시킬 수 있
한국 정부의 자살 예방 대책 역시 사회적 원인에
던 조항이 바뀌어 이제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으
대한 해결보다 자살에 대한 인식 개선, 자살예방을
로 제한되게 되었습니다. 운수업이나 감시 업무 등
위한 홍보와 정신보건 서비스 강화, 정신의학적 고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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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군 관리에만 맞춰져왔습니다. 사회적으로 자
데인데, 그 중 부산경남경마장에서만 지난 10년간
살자는 ‘유리 멘탈’이라는 낙인도 여전히 강합니
7명이 자살했습니다. 이번에도 그 경마장이었습니
다. 그래서 아직 일 때문에 발생한 자살을 업무상
다. 문중원 씨는 경마장 운영과 관련된 비리를 고
재해로 인정받는 숫자는 매우 적습니다.
발하고, 말을 타다 다쳐도 보상도 받지 못 하며, 위 험한 말이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기수의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의 자살이 언론
현실을 알리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그의 유가족들
에서 다뤄지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은 장례를 미룬 채, 공공기관인 경마장 운영자 마
2019년 연말과 2020년 연초에도 사회적으로 이
사회에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슈가 된 과로자살(Karo-jisatsu)이 여러 건 있었습
있습니다. 그의 고용 상 지위가 노동자가 아니었기
니다. 여기서 우리는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업무
에, 통계상 산업재해로 계산되지도 않겠지만 우리
과정에서 발생한 과중한 스트레스로 인해 노동자
는 그의 죽음 역시 ‘노동자가 일 때문에 선택한 과
가 선택한 자살을 모두 과로자살이라고 부르고 있
로자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려야겠네요. 이런 정의는 먼 저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이슈가 된 일본의 사례를
우리는 조금은 달라 보이는 두 사건을 모두 과
따른 것입니다. 사실상 한국에서 말하는 과로자살
로자살이라고 부릅니다. 일터에서 노동자의 권리
은 ‘업무 관련성 자살’(Work-related suicide)과 같
가 보장되지 못하고, 성과 압박과 경쟁 구조에 노
은 말입니다.
동자가 벌거벗은 채 던져져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 입니다. 이런 극도의 스트레스가 무기력과 절망감
2019년 12월 5일,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
으로 이어지는 순간 노동자 자살은 어디서든 발생
지원’ 시범사업의 동료지원가였던 25살 뇌병변장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가 동아시
애인 설요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취업
아만의 문제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직장에
을 원하는 중증장애인 참여자를 발굴하고, 상담을
서 벌어지는, 총기 난사 후 자살 사건이나 프랑스
제공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그에게는 한 달에 60시
에서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연달아 발생한 자살 사
간 일하면서 4명의 참여자를 발굴해서 한 명당 5번
례들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씩 상담을 해야 한다는 목표가 주어졌습니다. 임금
런 상황은 플랫폼이다, IT 혁명이다 하면서 노동자
은 고작 66만원이었습니다. 사업을 주관한 공공기
가 점점 더 개별화되는 지금, 더 많아지지 않을까
관은 중간 실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실적을 채우지
하는 우려도 듭니다. ‘동아시아 과로사 감시’가 이
못하면 그 동안 받은 임금 일부를 반납하라고 압박
런 걱정스러운 상황을 바꿔나가는 작은 힘이 되기
했습니다. 실적을 채우랴 실사를 준비하랴 부담이
를 기대합니다.
컸던 설요한 씨는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자신이 일하던 건물에서 투신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2019년 11월에는 42세의 경마 기 수가 자살했습니다. 한국에는 공식 경마장이 3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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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호
신입 노동자의 교육기간, ‘인턴 일자리’ 말고 조직차원 고민으로 다뤄져야 [인터뷰] 전국영화산업노조 후반작업지부 J님, K님 지안 상임활동가
지난 호를 통해서 ‘인턴노동’의 경험을 듣기 위해 출판업, 패션산업에서 일하는 노동 자들을 만났다. 전혀 다른 산업이지만, 각 업계가 인턴을 고용하는 공통적인 이유는 만 성적인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적 방편이거나 정직원을 고용하기 전 예비적인 역량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동기가 있었다. 이번 호의 인터뷰이는 2019년 결성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산하의 후반작업지부 조합원들이었다. 영화후반작업에는 여러 가지 필요한 기술과 작업 단계가 있는데, 그중 음향작업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두 인터뷰이는 현재 일하고 있는 각각의 회사에 인턴으로 채용된 후 3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쳐 정직원으로 고용승계된 상황이었다. 지난 3월 신림역 인근에서 인터뷰이 J님과 K님을 만났다. J님은 영화후반작업을 하는 기업 중에서 꽤 큰 규모에 속하는 A 회사에서 일한 지 6개월이 안 된 상황이었고, K님 은 소규모 업체에서 4년간 근무했다.
먼저 영화후반작업이 무엇인지, 어떤 작업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하다.
K 보통 영화를 볼 때 대사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 외에도 영화 안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것과 동일한 소리들이 입혀져 있다. 촬영장에서는 배우들의 대사 가 잡음 없이 녹음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촬영본이 저에게 도착하면 아무 소리 없 이 대사만 들어있는 상태인 것이다. 영화후반작업은 영화 안의 인물이 내는 소리들, 주 변 환경 소음들, 액션효과 등의 모든 소리를 담당하는 작업으로 보면 된다.
J 이 음향작업을 단계별로 나누면, 현장에서 녹음된 소리를 깔끔하게 만드는 대사 파트, 여러 가지 효과음을 주는 이펙트 파트, 기존에 가진 소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주인공이 문 여는 소리나, 발소리와 같은 소리들을 만들어 입히는 폴리 파트, 음향의 공간적인 부 피감과 톤을 입혀주는 앰비언스 파트가 있다.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5
작년 영화후반작업노조가 결성되었다.
시간이 걸린다. 성수기 시기에는 영화가 몰리
두 분은 시작부터 함께 한 조합원들인데,
고 하면, 한 번에 2개의 작품을 동시에 진행
어떤 계기로 노조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
하거나 하는 일도 발생한다. 영화의 제작 상
하다
황이나 일정 등에 따라서 작업량이 매우 유동 적이니 개인의 삶도 예측하기가 어렵게 된다.
K 전체 영화 제작 예산에서 후반작업에 할당
퇴근하고 별도로 운동을 한다든지, 병원에 간
되는 비중이 매우 낮다. 영화후반작업 업계
다든지, 최소한 잘 휴식을 취한다든지 하는
자체가 아마 일하는 사람을 전부 합쳐도 100
것이 전혀 불가능한 구조다.
명쯤이다. 여기서 5년차 미만은 대부분 최저 임금 정도를 받는다. 이것도 상황이 나아진
K 우리 회사가 특이하게 자율출퇴근제로 운
것이고, 최근까지 100만 원 혹은 그 이하의
영되고 있다. 평일에 개인 일정을 보는 등 시
저임금을 받는 일도 허다했다. 노조에서 조사
간 사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4년 정
했을 때 1개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전부 다 근
도 근무한 입장에서 단점이 더 많다고 느낀
로계약서 작성도 안 했더라. 퇴직금 등 기본
다. 우선 음향작업이 전체 영화의 제작 안의
적인 처우도 제공하지 않는 회사가 많아 문제
한 파트라는 점에서 ‘마감’에 대한 압박도 크
의식을 느꼈다.
고, 마감일에 가까울수록 노동시간도 늘어나 게 된다. 그러니 사실상 조금 늦게 출근해서
J 처우가 이런데, 업계 전반이 노동시간이 매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우 길다. 일년 중에 반은 10~12시간 씩 장시 간 노동을 하고, 반은 정시퇴근을 하는 정도
각각 독립된 스튜디오 칸에서 작업이 이
다. 마감을 앞두고서는 더 바빠진다. 작업 일
루어지는데, 작업 자세도 문제지만 종일
정을 너무 빠듯하게 짜는 것도 문제다. 개봉
소리를 듣는 직업이니 청각질환이나 정신
일을 두고 그 안의 여러 일정이 배치되어 있
적 스트레스도 우려된다.
으니 마감일에 어떻게든 맞춰야 한다. 야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J 맞다. 영화관의 음향시스템과 동일한 환경 으로 맞추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후반작업자
극장도 성수기가 있다. 그럼 전체 제작
들이 일하는 환경은 작은 극장 같은 느낌의 1
기간이나 작업의 마감일을 맞추기가 더 힘
인 스튜디오다. 음량도 정확히 체크하기 위해
들 것 같은데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서는 영화관에서 듣는 소리에 맞춰서 작업해 야 한다. 그러니 이명 같은 건 워낙 잦은 문제
J 보통 1개 작품을 작업하는데 한 달 정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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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호
다. 종일 큰 소리를 듣기 때문에 작업을 하고
▲ 출처 : Pixabay
나면 귀도 먹먹하고 힘들다. 또 같은 자세로
해 채용에 응하게 되었다. 다른 일자리도 있
장시간을 앉아 있다 보니 다들 허리나 목도
었지만, 영화 일이 해보고 싶어 인턴직임에
전반적으로 아프고 좋지 않다.
도 일을 시작했다. 당시에 주변 사람들이 인
K 액션영화의 경우, 효과음도 많고 음량도 크
턴 일자리가 고용도 불안정하고 처우도 좋지
기 때문에 더 힘든 것 같다. 아직 주변에서 산
않으니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럼에도 해보고
재 신청했다는 분은 본 적이 없다. 업계를 떠
싶은 직업이고 업계가 공채도 잘 없고, 일자
날 각오를 하고 신청하는 사례를 한번 보긴 했
리도 잘 나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거라 생
는데, 그 외에는 못 봤다. 산재 신청을 하는 것
각했다.
에 대해서 업계 내부에서 낙인이 워낙 심하다. 인턴으로 근무하면서는 주로 어떤 일을 인턴노동에 대해 질문하려 한다. 두 분은
했나.
어떤 경위로 인턴으로 일하게 됐나. J 이전에는 오자마자 실무에 투입된 경우도 J 업계가 매우 좁다. 공채하는 경우는 잘 없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채용된 당시에 회사
고, 대부분 지인을 통해서 입사한다. 처음 인
가 덜 바쁜 시기였다. 덕분에 3개월 간 충분
턴으로 일하게 되었을 때, 계약서를 작성했는
히 교육기간을 거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
데 계약서에는 3개월의 인턴 기간과 더불어
가 (가)시와 (나)시에 나눠져있다. 선배들은
야근을 할 수 있고 본 급여의 90%를 지급한
모두 (가)시 사옥에 있고 또 일의 특성상 모두
다고 명시되어있었다. 평균적으로 정직원 초
개별 스튜디오에 들어가 일을 한다. 일과 중
봉이 최저임금 정도 되는데 포괄임금제라 야
에도 서로 볼 일이 잘 없다. 나와 동기 인턴 2
근 등 수당에 대한 지급도 없다.
명만 (나)시 사옥에 있었는데, 누가 작업을 시 켜서 결과물을 내도 아무도 컨펌을 안해주고
K 영화후반작업 일이 궁금해 대학 선배를 통
사실상 방치된 기간이기도 했다.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7
K 3개월 동안은 거의 참관하는 형식으로 있
것이 좌충우돌을 겪더라도 빨리 적응할 수 있
었다. 그리고 한 영화를 담당하진 못하고 특
는 길이라 생각한다.
정 장면만 담당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일했다. 영화후반작업 일 자체가 전공자여도 실무는
K 당시에는 첫 직장이고 정말 열심히 하고 싶
회사에서 거의 새로 배우는 측면이 커서, 교
다는 마음이 강했다. 주변에서도 인턴으로 일
육의 느낌이 강했다.
한다고 하니 걱정이 많았지만, 당시에는 음 향 작업 자체가 좋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인
인턴으로 일했던 시기의 경험에 대해 스 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턴제도가 너무 불안정하고 열악한 처우였다 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사가 자율출퇴근 제도 를 시행하고 있는데, 정직원들이 오후에 출
J 특이한 건, 거의 모든 후반작업 업체들이
근해 밤에 퇴근하는 패턴으로 일하는데, 인
경력직을 제외하고서는 인턴 기간을 무조건
턴은 10시부터 7시가 근무시간이었다. 그래
거치는 방식으로 신입을 고용한다. 듣기로는
서 7시에 퇴근하기도 눈치가 보였고, 옆에서
어느 회사가 인턴으로 3개월 일하고 정식 채
더 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일부러 야근을
용하기로 했는데, 마음에 막상 마음에 안 드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러한 기준들이
니 몇 달 더 수습기간을 거치자고 한 일도 있
명확했어야 하는 것 같다. 그걸 처음 들어온
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는 ‘인턴’ 기간이 꼭
신입직원, 그것도 인턴인 경우에 조율하기가
필요할까 의문이 든 것은 사실이다. 인턴 일
어렵기 때문이다.
자리의 처우도 그렇고, 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28
2020년 3월호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일터 괴 롭힘 등 문제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인턴
동안의 불안정함과 심리를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 아닐까.
노동자에게 이런 조직문화는 더 어려운 조 건이 되지 않을지 궁금하다.
물론 실제로 실무에 투입되기 전 필요한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절차들을 익
J 업계에 5년 차 이상 직원이 거의 없다. 일한
히는 기간은 모든 직원에게 주어질수록 좋
지 아주 오래된 시니어급 아니면 대부분 5년
은 일이다. 그러나 이 기간이 정식 채용 이
미만의 직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후반작
후 신입 직원에 대한 조직 차원의 투자, 즉
업은 외주 프리랜서들까지 다 합쳐봐야 100
교육 기간이 못하고, 기업의 기회비용을
명도 안 되는 좁은 판이다. 한 회사의 문제라
‘인턴’의 형태로 노동자에게 전가시킬 때
기보다 업계 전체가 근속년 수가 너무 짧고 이
그가 느낄 불안정함, 저임금, 적응에 대한
직률도 높다. 그런 배경으로 저임금, 장시간
압박 역시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렇게 ‘검
노동과 같은 처우상의 문제들도 있지만 말한
증 기간’ 내지는 신입직원에 대한 교육 기
것처럼 괴롭힘 등 상사의 막말 사건, 물건을
간을 개별 인턴 노동자의 힘과 노력에 대
집어 던진다든가 하는 일도 많았다. 최근에는
한 문제로 전화시킬 것이 아니라, 조직이
업계를 떠나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고, 신고할
함께 풀어가고 투자할 문제로 다뤄져야 할
수 있는 채널도 많아져 나아지긴 했다.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떤 업계나 검증된 사 람을 채용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 나 경력직이 아닌 신입직원을 뽑을 때, 면 접과정을 거치더라도 필요한 역량들을 확 인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러 니 우선 인턴으로 채용을 해 실력도 확인 하고, 정식 채용하기 적합한 인물인지 확 인하는 절차를 갖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은, 반대로 인턴의 입장에서는 검 증기간 내 실적과 태도, 적응력 등에 이 ‘채 용’의 여부가 달린 시간이기도 하다. 이만 퇴근을 하라고 해도 회사에 남아있었던 K 님의 비/자발적인 야근이 아마 인턴기간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9
사진으로 보는 세상
지난 2월 27일 새벽 고 문중원 열사의 분향소가 강제철거되었습니다. 신종바이러스 코로나 19의 감염 예방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분향소는 마사회의 잘못을 바로잡으면 사라질 장소입니다. 3만여 명이 모이는 경마장은 지금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말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요. 코로나19가 아니라, 목소리를 막는 사람이 위험합니다. 공공성을 저버린 죽음의 일터가 위험합니다. 이 모두를 눈에 보이지 않 도록 치워버리려는 바로 그가 위험한 사람입니다. 텐트가 무너지는 순간에도 그곳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마스크가 재갈이 되어선 안 됩니다. 차벽에 가로막힌 채로 다시 묻습니다. 무엇이, 누가 ‘위험’한 것입니까. 글 선전위원회 사진 호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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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호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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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수탁법인의 부당해고 방관하는 경기도 각성해야 공공운수노조 경기마을공동체지원센터분회 류태희, 장희진님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유난히 찬바람이 기승을 부린 2월 17일. 경기도청 앞에서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경기도는 제대 로 시정을 펼쳐라’는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경기마을공동체지원센 터분회가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는 점심 선전전을 진행 중이었다. 피켓팅을 함께 한 후 투쟁 중인 류태희, 장희진님을 천막농성장에서 뵈었다.
장희진님은 공동체지원실장으로 업무를 수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지자체마다 존재하
행해왔고, 류태희 님은 정책지원팀장으로 일
는 것 같은데 어떤 사업이나 활동을 하는지
해 왔다고 한다. 두 분 다 경기도마을공동체
설명을 부탁드렸다.
지원센터가 생긴 2015년부터 일하다 2019 년 12월 31일로 수탁법인으로부터 고용불가
장희진 “현대사회에서 관계망이 깨지면서 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죄나 사각지대가 생기는데 이런 문제를 행정 에서 다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구성된
류태희 “기존에는 마을공동체, 사회적 경제 두 영역을 묶어놓은 사업이었는데 사회적 경 제는 공공기관 위탁으로 일자리재단으로, 마 을공동체는 민간위탁으로 나뉘게 되면서 사회 적협동조합 문화숨, 더좋은 공동체 두 업체가 컨소시엄으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수탁 받 게 된 거죠.”
공동체끼리 서로 안전망이 되어주고 그 속에 서 관계망이 회복되면서 사회가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시작했습니다. 경기도에서 는 10명 이상이 모이면 공동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뭔가 의미 있는 사회적 활동을 한다고 평가하면 지원해 주면서 컨설팅도 해주고 교육도 해주는 사업 을 진행합니다. 또한 영역별로 분야별로 다양 한 지원사업들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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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호
지역에서 관계망 형성이라는 것이 장기계
다는 내용을 포함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
획 속에서 지속성을 담보로 진행해야 하는 사
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현
업인데 운영주체가 이렇게 자주 바뀌게 되면
재 벌어진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떠한지 두 분 이 서로 말을 이어갔다.
류태희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청년활동, 최근에는 사회적 자본, 사회혁신 등
장희진 “사업 특성상 성과가 눈에 보이기 어
사회를 변화시키는 업무특성을 반영한 중간지
렵고 시간이 오래 걸려요. 경기도의 한 시군에
원조직에 대한 개념정립, 정의가 필요하고 이
서는 올곧게 7년을 지원을 하며 그야말로 7년
것에 맞는 민간위탁관리매뉴얼이 없으면 안
동안 행정력이나 예산을 들여가면서 성과를
될 것 같아요. 여기에 있는 개개인은 부속품은
기다리는 반면 전반적인 경기도는 1년 단위로
아니잖아요. 저희도 지역과 주민들과 관계 속
성과평가를 하면서 계속 점검을 하는 거죠.”
에서 성장하기도 하고, 그 관계를 바탕으로 사 업 혹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거든요. 비단 경
류태희 “민간위탁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한계 를 지적하는 분도 계시고, 이게 바뀌지 않는 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나 사업을 단발적으로 하다 단체장의 의지나 성향에 따라서 엎어지 기거나 왜곡하는 우려를 하시더라고요. 사실 센터에는 1세대 운동가뿐 아니라 청년층, 새
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시급한 문제이고 행정의 경직된 구조가 아닌 사업의 자율성과 전문성은커녕 생존권도 위협받고 있 는 상황에다 사업의 자기결정권도 하나도 없 습니다. 지역마다 운영의 구조나 특성은 달라 질 수 있다고 생각돼요.”
로운 사람들이 이로운 변화를 만들기 위해 진 입하는데, 1~2년이라는 짧은 위탁기간동안은
수탁법인에서 고용승계를 하지 않은 이유
안정적으로 자기 비전을 가지고 일하기 어려
는 무엇이었는지 여쭤봤는데, 질문이 되돌아
운 조건이죠. 자기전망을 가지고 계속 성장할
왔다. ‘고용승계를 하지 않을 특별한 명백한
수 있는 최소한의 근로조건으로 개선돼야 한
사유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사유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공금횡 령, 성폭행 등 결정적 사유가 있는 것을 말하
유명무실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지 않나.
가이드라인
장희진 “해고자 넷 중 저는 전(前) 법인의 경 정부는 2019.12.04.에 민간위탁 근로자의
영진이라는 이유로 면접조차 보질 못했어요.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위탁기관(공공부문)은
사실 팀장으로 근무하다가 실장직이 공석이라
수탁기관(업체)을 모집하고 선정할 때, 반드시
승진을 한 케이스였거든요. 그런데 문제제기
“민간위탁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관련 확약서”
가 이어지자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시기에 형식
를 제출받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제출 내
적인 면접을 보고 불합격통보를 주더라고요.
용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
그런데 해고자 모두 우선채용 대상자임에도
현장의 목소리
33
불구하고 불합격된 이유를 모르는 거예요. 업
하려는 심정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유가 있었더라면 저희
마치 민간영역의 중간지원조직 혹은 관례처럼
가 지난 5년동안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겠지
해왔던 거고, 노동권이라는 건 딴 세상 얘기
요. 저희가 문의했더니 말할 의무가 없다는 것
고, 아프더라도 참아야 되지 않을까가 관행처
이 법인대표의 답변이었고, 저희는 해고수준
럼 흘러왔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악행
에 준하는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기 때문에 부
을 좌시하지 않은 직원들이 함께 투쟁을 한 것
당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는 거죠.”
이고, 오늘부터 생계 때문에 일터에 복귀했습 니다만, 다들 그런 문제의식들이 있기 때문에
그러나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고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했다. 해고에 대한 책임 회피와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류태희 “재작년 12월부터 업무, 인력의 분리, 고용승계 안정화에 대한 내부이슈는 계속 있
천막농성 29일차, 해고일수 48일차이신데
어왔고, 경기도의 방침 분리는 예상되나 인력
해고는 살인이라고 얘기할 만큼 해고는 노동
과 내용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결정 자체
자에게 치명적인 조치인데 개인적 생활은 어
가 계속 지연되고, 작년 11월 말~12월 초까
떠신지, 혹시 가장은 아니신지, 집에서는 어
지 늦어지면서 위수탁공고가 나고 위수탁계약 이 12월 19일 체결되면서 고용승계, 우선 고 용에 대한 흐름 자체가 너무 촉박하게 진행됐 던 거죠. 하지만 경기도는 그 문제를 계속 우 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수탁 공고상에도 우 선 고용의 방침, 위수탁협약서 안에도 우선 고 용에 대한 의무사항을 계속 명시해두고 있었 어요. 그런데 신규 수탁기관은 제대로 이행하 지 않은 거죠.” 법인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면서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경기도는 이런 법인에
떠신지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다.
장희진 “모두 가장이지요. 집에서는 당연히 그만하라고 하죠. 뭐 하는 짓이냐고, 다들 낯 선 행동들이에요. 저희뿐 아니라 함께 연대해 준 복귀한 직원들 역시 이런 행동이 생애 처음 이에요. 초반에는 뭔가 낯설음에 대한 설레임 때문에 왔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노동권 이라는 것을 우리가 주장하면서 약간의 생활, 생계에 대한 위협이 점점 다가오니 어떤 형태 로든 다른 방식으로 이 투쟁을 이어가야하지 않을까 생각까지 이르게 되더라고요. 함께했
대해 계약해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던 동료들이 동참해준 투쟁에 감사하고 복귀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할 수 있다면 자기자리에서 생활을 유지하면
들어보았다.
서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생각하기에 이르 렀습니다.”
장희진 “법인입장에서 주요 보직을 맡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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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교체해서 조직을 쇄신하겠다는 의지, 혹
현 상황을 경기도나 시의원들은 어떻게 대
은 법인의 사람을 앉힘으로서 이것들을 장악
응하고 있고, 점심 선전전에는 여러분들이 함
2020년 3월호
께하셨는데 함께 연대해주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인지 여쭤봤다.
마지막으로 집이 멀어서 이른 새벽에 일어 나 초반에는 철야까지 하셨는데, 천막생활하 시면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물었는데 서로
류태희 “도의 입장은 계속 법인의 권한입니
를 걱정하고 계셨다.
다. 행정이 개입하면 법인의 인사권을 침해한 다고 하는데, 직책이나 직급의 변화에 대한 인
장희진 “사실 힘들어요. 자존감도 떨어지고…
사권이 아닌 고용에 대한 지휘감독의 책임을
그나마 동료들이 와서 같이 지켜주고 함께 할
다하라는 것인데, 인사권 침해는 말이 안 되는
때는 이런 감정을 미뤄뒀었나 봐요. 근데 동료
거예요. 모 도의원이 수탁법인에서 새로운 직
들이 들어간 후 한꺼번에 폭발하는 거예요. 텔
원에 대한 모집공고를 내자 싸움에 동참했던
레비전에서 비슷한 낱말 나오면 눈물 쏟고 대
직원들이 생계의 문제로 계약을 맺고 오늘부
개 힘들더라고요. 저희에게 지속적으로 관심
터 출근했는데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
을 가져주시는 것이 좋을 거 같아요. 공동체를
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썼어요. 지인한테
지속가능하게 하는 일을 하며 헌신적인 활동
타결됐냐고 연락이 온 거예요. 세 명의 해고자
과 품을 내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선전 도구에
는 여전히 남아있고,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
이용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는데, 본질을 호도하고 본인에 의해서 해결된
제대로 된 실상이 반영된 연구, 공론이 필요합
것인 양 말하는 도의원의 태도에 문제의식을
니다.”
느낍니다.” 장희진 “중간조직 협의체에서도 찾아오시고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저희와 같이 활동가들, 현장에 있는 주민들 내방하셔서 도
전체 직원이 싸움을 함께하다 빠져 어느 때 보다 개인적 소진이 우려되는 시기이다. 주변 의 관심과 소통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대체 무슨 일이냐 우리가 신규수탁법인에 들
생각한다. 말씀처럼 제대로 해결돼서 함께한
을 때는 이런저런 내용을 들었는데, 내방해서
모든 직원들과 마음 편히 걸으며 마음을 정리
듣고 보니 그게 다가 아니라고 알고 가시기도
할 따뜻한 봄날을 기대해본다.
합니다. 마을 활동가들도 관심은 많으나 정보 가 고르게 전달되지 않으니 확인, 판단 자체가
류태희 “직원들도 복귀는 했지만 마음이 여러
어려운 것 같아요. 종종 사실관계를 명확히 아
갈래일 거예요. 숨겨왔던 갈등, 상황에 대한
시는 분들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개별적인 지
서로 다른 판단 등이 있을 테고. 그래서 이 일
역단위에서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도 발
이 정리되면 같이 좀 걷자고 한 적이 있어요.
표해주시고 합니다. 오늘 선전전에는 아주대
걷는 행위가 굉장히 자기성찰도 되거든요. 서
비정규직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노조차원
로 위로하고 정리하면서 파하는 자리를 갖자
에서 연대투쟁오신 겁니다.”
고 했거든요. 저희도 그렇지만 들어간 직원도, 퇴사한 직원도 뭔가 정리할 계기는 있어야 하
투쟁의 끝에 마주할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며
고, 이대로 살아나간다는 것은 개인에게 굉장 히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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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로 거듭나기 위해 뒷받침되어야 할 것들 KB오토텍 지회 원종만 노동안전보건부장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지난 2월 24일 노안활동의 모범사례로 많이 언급되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KB오토텍 지회를 찾아갔다. KB오토 텍 지회는 오랜 기간 노동조합의 재생산과 활동의 지속·강화를 고민하였다가, 올해 드디어 집행부의 세대교체 를 단행했다. 이러한 세대교체는 사업장의 상황에 따른 것인데, 90년대 말 이후 신규 입사자가 없었다가 2010 년대에 들어서 신규채용이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 간에 20년의 격차가 발생했고, 노동조합 지도부도 큰 변화 없이 지속해 온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정년 문제 등을 고려해 노조 내에서도 지도부 교체를 고민했지만, 사 측의 노조파괴에 맞선 일련의 투쟁들이 전개되면서, 세대교체를 충분히 준비할 수 없었다. 이후 2020년에서야 노조 내에서 세대교체를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노안활동에서도 새로운 담당자가 선임되었고, 바로 인터뷰 이인 원종만 노동안전보건부장(이하 노안부장)이다.
머리만이 아닌 몸으로 익혀가는 노안활동
“노안위원을 시작하면서 사업장이 특별근로감독 을 받게 되었어요. 근로감독관과 함께 사업장 곳
원종만 노안부장은 2018년부터 노안활동을 시 작했다고 한다. 노안위원을 2년 간 맡았고, 올해 부터 신임 노안부장으로 지회의 노안활동을 담 당하게 되었다. 지난 2년 동안의 활동에 대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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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을 함께 점검했었죠. 다른 사업장의 경우엔 근 로감독관이 사업주와 논의해서, 지적하지 않고 넘 어갈 수 있는 부분도 있었을 텐데, 노안부에서 주 도적으로 감독관과 사업주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위험성을 지적했어요. 그러니까 감독관도 하나라
기를 듣고 싶었다. 노안부장으로 활동을 하는 데
도 더 보려고 하고, 사업주도 더 신경을 쓰게 되더
도움이 되는지, 본격적으로 노안활동을 하게 된
라고요. 그걸 보면서, 노조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죠.”
2020년 3월호
▲ 지난 2019년, 민주노총 노안활동가 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원종만 노동안전보건부장의 모습. 출처: 호나라
“그리고 특별근로감독을 함께 한 경험이 이후에
원종만 노안부장은 지난 2년 간 활동 내용 외에
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금속노조 노안활동
도 현장과의 소통에 대한 중요성도 배울 수 있었
가 양성학교에 참여했는데, 거기서 기초부터 응용
다고 얘기했다.
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배우잖아요. 현장에서 체감 하고서 교육을 들으니 더 잘 이해가 되었어요. 예 를 들어, 다른 노안간부들은 ‘저걸 어떻게 해’, ‘저 런 것까지 지적해야 하나’라고 많이들 얘기하세 요. 하지만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사항들이 큰 위 험을 초래하기도 하잖아요. 실제로 사업장을 점검 하다 보니, 어떤 게 유해위험요소인지, 어떤 게 산 안법상 위반사항인지, 그리고 그걸 개선하도록 어 떻게 요구해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죠. 정확한 말이나 법률용어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이게 문 제야 또는 이건 바꿀 수 있어 이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교육 내용이 더 잘 와닿고 사업 장에 돌아가서도 교육내용을 잘 실천해볼 수 있었 던 것 같아요.”
“노안위원 2년 차인 2019년도에 사업장에서 근 골격계유해요인조사와 위험성 평가를 진행했어 요. 그때 한노보연의 손진우 상임활동가가 자문을 맡아주셔서 큰 힘이 되었죠. 당시 노안부에서 주 요 업무를 맡되, 조합원의 현장 의견을 최대한 반 영하기 위해 ‘안전보건 지킴이’라는 실행위원을 선정했어요. 각 공정별로 30여 명을 구성했죠. 이 조사들을 진행하면서, 현장을 많이 알게 되었어 요. 제가 속한 곳 외에 다른 부서나 라인에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 어떤 게 위험한지, 어떤 점을 개 선해야 하는지 등을요. 그리고 실제 조사를 수행 하면서 조사 방법도 배우고, 자료를 정리하는 법 도 알게 되었고요. 무엇보다 조사가 조사로 그치 는 것이 아니라, 개선과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도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7
록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자세도 갖게 되었어
때니까, 더 쉬겠다고 말하는 게 눈치가 보여서 말
요. 그래서 20년도에는 작년에 위험성 평가의 결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당시 노안부장이었고 지
과를 바탕으로 개선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해보
금은 부지회장인 안재범 동지가 소식을 듣고 달려
려고 해요. 그리고 ‘안전보건 지킴이’를 상시 운영
와서 문제제기했던 게 기억나요. 2주 이상 충분히
해서 일상적으로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진단
치료를 받고 요양할 수 있도록 하라고요. ‘한쪽 손
하고 개선할 수 있는 현장과의 소통 창구를 내실
이 아프면 다른 손으로 일하면 되겠지’, ‘조금 참
화하려고 해요.”
고 일하면 괜찮겠지’ 이렇게 생각했던 거죠. 그건 제 잘못이 아니라, 노동자의 위치와 조건을 생각
떠맡듯 시작한 노안활동, 그 뒤에 자리한 산재 경험
하면 회사가 작업자 탓으로 돌리듯, 노동자 스스 로도 개인 책임으로 생각하기 쉬운 거죠. 노조활
활동을 배워가면서 건강과 안전의 중요성을 확인 할 수 있지만, 정작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내 일 터에서 건강을 챙기고, 안전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 나 어렵고 소중한 일인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
동, 특히 노안활동을 통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쟁 취하고 안전과 건강을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 한가를 막연하게나마 느꼈죠. ‘모르면 빼앗긴다.’, ‘알아야 하고 스스로 맞서서 권리를 주장해야 한 다’는 것을요.”
런 점에서 어떻게 노안활동을 낮은 수준에서라도 시작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일까 궁금했다.
그럼에도 원종만 노안부장은 직책을 맡은 이후 의 걱정과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처음 노조 간부를 맡은 것은 문체부장이었어요. 그때는 별 고민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문체부장을
“산재처리 외에도 일상 노안활동이 있잖아요. 다
제안받은 친한 형이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힘
른 지회들에서는 노안부장이 비전임인 경우도 많
들어했어요. 그때 제가 맡아보겠다고 나섰어요.
은데, KB오토텍 지회는 전임이어서, 일상 노안활
그런데 갑자기 ‘너도 이제부터 노안위원이야’라고
동과 함께 다양한 것들을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되어버린 거예요. 고민할 틈도 없었어요. 얼떨결
요. 그런데 아무래도 저는 배우면서 하다 보니, 이
에 노조 간부와 노안위원을 겸직하게 된 거죠. 뭔
전에 10개면 10개를 다 할 수 있었던 선배들에
지도 모른 채 시작한 거죠. 만약 그때 ‘이건 아닌
비해, 업무가 계속 부하가 걸리는 어려움이 커요.
데’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
하지만 현장에서 안 보이던 게 보이고, 바뀌는 게
보려고 해요.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노안위원과
보였어요. 그래서 계속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
달리, 노안부장은 결정하는 자리라는 거죠. 문제
던 것 같아요.”
가 있다고 지적하고, 내 할 말만 해버리는 것으로 그칠 수 없어요. 회사와 협상도 해야 하고, 안건에
“돌이켜보면, 저에게도 산재경험이 있었더라고
관한 결정도 내려야 해요. 이에 따른 부담도 확실
요. 로봇 협착사고였죠. 다행히 심각한 수준은 아
히 있죠. 그럼에도 이걸 이겨내고, 지회에서 유지
니었지만, 병원에서 2주 진단이 나왔어요. 당시
해온 노안활동의 기풍을 유지해나가야죠.”
회사 관계자와 함께 갔었는데, 2~3일만 쉬고 나 오라고 하는 거예요. 입사한 지 3달 좀 안 되었을
38
2020년 3월호
노안활동을 뒷받침하는 건 바로 노조 전체의 관심과
“2주 전에 신임간부학교에 참석했고, 노안간부들
지지다
도 많이 왔었어요. 그때 다른 지회 간부들과 얘기 를 나눠봤어요. 그런데 산재처리 관련해서 배운
원칙적으로 산재처리를 하는 기풍을 유지해나 갈 것이라고 얘기하며, 원종만 노안부장은 산재 처리를 하는 데 있어서, 이전 활동가들의 도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것들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들도 있었 어요. 배웠다고 해서, 사업장에 돌아가 산재처리 를 원칙대로 할 수 없다고요. 소속 지회의 지회장 과 임원들이 여태 공상처리를 해왔다고 하면서, 지회 차원에서 제동거는 경우도 빈번하다고요. 한 번 공상처리를 용인하면, 계속 공상처리할 수밖에
“지회에서 산재처리 프로세스를 잘 만들어놨다고
없는 어려움이죠.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하고 배운
생각해요. 솔직히 처리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지
들. 활동가와 지회의 의지가 없으면 실현하기 어
않다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산재 하나를 신청하
렵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결국 임원과 지회의 분
고 승인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상당한 노력과 시
위기가 따라줘야 하는 것이죠.”
간이 투여되잖아요. 자료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판단도 어렵고, 자료 자체를 준비하는 것
“금속노조 소속 경주의 어느 지회 사례가 인상 깊
도 오래 걸리고요. 그래도 KB오토텍 지회에는 전
었어요.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노안팀을 해체하
노안부장이 명감으로 활동하고 있고, 안재범 동지
거나 완전히 새롭게 바꾸지 않아요. 생뚱맞게 노
도 부지회장으로 있다 보니, 조언을 구할 수 있죠.
안활동을 안 하던 사람이 하는 게 아닌 거죠. 이전
노조 차원에서 경험 많은 노안활동가가 계속해서
집행부에서 노안활동을 해온 담당자들과 노안위
노조 내에서 활동하는 것이 정말 소중한 거라고
원들 내에서 노안팀을 꾸리는 것이죠. 일부 신규
생각해요. 그리고 관련 사례를 많이 축적한 것이
활동가를 충원하겠지만, 지도부와는 독립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어요. 신청서류부터 각종 자료가
노안팀의 활동이 갖는 성격을 감안해, 연속성을
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보관되어 있어요. 이렇게
보장하고, 활동가를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축적된 자료를 참고하고 활용해서 산재를 진행할
이죠. 이런 독립적 운영 시스템을 KB오토텍 지회
수 있는 게 큰 도움이 되죠.”
에서도 잘 구축해 나가보려고 하고, 노안활동 전 반에도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활동 경험의 공유와 자료축적이 새내기(?) 노안 활동가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나아가 노조의 노 안활동을 유지·강화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확 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원종만 노안부장은 이 러한 모든 요소를 뒷받침하는 건 노동조합 전체 의 노안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원종만 노안부장은 노안 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 또한 언급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9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문화로 읽는 노동
플랫폼 속 밀레니얼 리얼리즘– 장류진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김상민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실재하는 사물들 사이에 걸쳐진 묘한 덫에 걸려 들어 소설의 기쁨과 슬픔을 맛보고 있음을 깨닫 는다. 아니, 다 읽고 책을 접을 때까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렇다고 환상적 리얼리즘을 이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환상적이라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이고, 리얼리즘이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다. 이 소설(집)을 밀레니얼 세대, 페미니즘 리부 트, 소확행, 워라밸, 플랫폼의 시대에 길어 올려진 (이렇게 이름 붙일 수 있다면) ‘밀레니얼 리얼리 즘’의 전형이라고 한다면, 작가가 슬퍼할까?
출처 : 알라딘 책방
밀레니얼 세대의 노동 이야기
‘우리 동네 중고 마켓’의 준말인 ‘우동마켓’이라 는 중고거래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 스타 트업에서 “사실상 막내”인 나는 서비스 기획자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 일에는 당연하게도 슬 픔도 기쁨도 있는 법이지’ 하면서 책을 넘기다 보 면 어느새 작가가 만들어 놓은 가공의 이야기와
40 2020년 3월호
앱 개발자들이 서비스를 런칭하거나 수정하면 제 대로 작동하는지, 사용상 문제는 없는지를 테스
트하고 피드백하는 역할도 한다. 나는 앱 사용자
용카드로 물건을 구매하면 구매액수에 따라 부여
들의 편의를 위해 어떤 기능을 개선해야 하는지,
하는 숫자인데, 소비자가 이것을 (아주 많이) 모
어떤 과정에서 버그가 생기는지 등에 무척 관심
아 사은품을 받거나 현금화할 수 있는 가상의 화
이 많다. 아니나 다를까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유
폐(아직 블록체인을 떠올리진 말자) 비슷한 것이
행하는 ‘스크럼 시간’에 나는 ‘거북이알’이라는
다. 클래식 마니아이자 인스타그램 셀럽인 회장
특이한 우동마켓 사용자를 만나서 조사해보라는
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죄로 월급을 카드 포인
대표의 지시를 받는다. ‘거북이알’은 “하루에 거
트로 받게 된 슬픈 사연.
의 백 개씩 글을 올리고 ... 가격은 늘 인터넷 최저 가보다 조금씩 싸게 책정”하는 데다가 “파는 물건
노동의 대가가 화폐가 아니라 소비의 보상으로
에도 일관성이 없”어서 혹시 어뷰저가 아닌가 하
주어지는 포인트라니. 물론 포인트도 화폐의 기
는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능을 하기는 하지만, “회사 생활 십오 년 하면서 한 번도 운 적이 없었”던 그녀는 그 포인트를 보
나는 결국 우동마켓 직원임을 숨기고 의심스러
고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이유는 “포인트가
운 사용자 ‘거북이알’과 직거래함으로써 그의 실
너무 많아서.” 마치 수십만 SNS 팔로워를 거느
체를 알게 된다. 우동마켓은 플랫폼이다. 플랫폼
린 현실의 그 유명한 회장님인 것만 같은 그분은
은 사용자(소비자)와 생산자(판매자), 나아가 광
자신이 ‘짠~’ 하며 SNS에 올렸어야 할 깜짝 뉴스
고주까지 포함하여 모두가 하나의 앱 안에서 나
를 ‘거북이알’이 그만 미리 누설하는 바람에 김이
름의 독자적 생태계를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어
샜고 찌질하게 월급-포인트 갑질로 응대한 것이
야 성립되는 기술적, 경제적, 문화적 토대다. 그
다. 인스타그램에서 카드 적립 포인트로 이어지
런데 여기에 앱 개발자, 즉 마치 사용자나 생산자
는,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가상 화폐 사이의 매끄
와는 달리 객관적 관점을 가져야 할 플랫폼의 직
러운 전환을 그려내는 소설적 묘사는 아마도 우
원이 상품을 매개로 생산자와 접촉한다. 그야말
리 시대의 노동과 자본의 본질을 보여주는 모범
로 이 플랫폼은 플랫폼 개발자로 하여금 플랫폼
적인 사례라고 칭하고 싶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을 통해 (혹은 플랫폼의 방식으로) 노동하게 만든
회장님의 사회적 자본의 축적과 개인적 유명세를
다. 그런데 그 만남(혹은 노동)을 통해 ‘거북이알’
위한 허세가 어떻게 한 노동자 개인의 노동과 소
이 들려준 이야기는 소설 밖에서 듣고 있던 이의
비의 대가인 포인트로 귀결되는지는 깊이 연구해
무릎을 털썩 꺾이게 만든다.
볼 가치가 있을 정도다.
이웃 건물에 입주해 있는 카드사의 사원증을 걸
일은 일일 뿐…
고 나타난 ‘거북이알’과 물건을 거래한 뒤 우연히 점심을 같이 먹게 된 나는 “포인트로 사는 거니까
이 심각한 사태는 ‘거북이알’ 특유의 긍정적인
부담 갖지 말아요. 나 포인트 엄청 많아요. 아마
마인드와 밀레니얼다운 생존 방식으로 극복되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을걸?”이라는 수수께끼 같
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포인트를 돈으로 전환
은 말을 듣는다. 이 포인트라는 것은 말하자면 신
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중고거래를 선택
문화로 읽는 노동
41
한다. 포인트를 써서 “잘 팔릴 법한 물건들”을 직
밀레니얼 세대의 노동관, 이해가 아닌 윤리와
원 할인가에 “근무시간에” 구매해 우동마켓에 올
실천의 문제
리고, “점심시간이나 외근 나갈 때 직거래”하면 서 “나름대로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터득한
그런데 회사는 끈질기기 때문에 퇴근 후에도 우
다. 자신의 개인 시간은 쓰지 않으면서도 근무시
리를 계속해서 호출한다. 회사를 생각하고 염려
간에 틈틈이 (어쩔 수 없는) 제2의 밥벌이를 해나
하게 만든다. 그것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아름다
가는 그녀의 지극히 생존주의적 워라밸은 존경스
운 생각”과 “아름다운 것”이 필요하다. 거북이라
럽지 않을 수 없다. 포인트로 월급을 주는 회사를
든가 “루보프 스미르노바”라든가. 반려동물에 대
위해 어떻게 나의 소중한 시간을 1분이라도 더 쓸
한 사랑이든 아티스트에 대한 덕질이든, 임금 노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들이 자기 일을 증오하
예가 아닌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일은 일일 뿐이다.
뭔가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거 창하거나 대단할 필요가 없다. 금요일 저녁 사무
거의 유일하게 실명으로 등장하는 회사인 ‘엔씨
실에 혼자 남아 있는데 퇴근한 줄 알았던 대표가
소프트’ 사옥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이런 대화를
들어온다. 하지만 “사실 야근하려고 남아있던 것
나눈다. “저희 대표나 이사는 매일매일 그런 생각
은 아니었다.” 저녁 아홉 시에 시작하는 루보프
을 하겠죠? 어떻게 돈 끌어오고, 어떻게 돈 벌고,
스미르노바 리사이틀 온라인 예매를 위해 회사에
어떻게 3퍼센트의 성공한 스타트업이 될지 잠들
서 시간을 때우고 있을 뿐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기 직전까지 고민하느라 걱정이 많을 거예요. 전
“고독한 조성진” 채팅방에서 그의 카네기홀 연주
퇴근하고 나면 회사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사진을 업로드하고 홍콩행 항공권을 예매하면서.
“나도 그래요.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회사 일은 머릿속에서 딱 코드 뽑아두고 아름다운 생
조성진은 들어봤지만 루보프 스미르노바가 궁
각만 하고 아름다운 것만 봐요.” 대표가 편애하는
금하여 굳이 검색해보지 않기를 권한다. 누구에
남성 동료 개발자에게 치이고, 유명인사인 갑질
게나 덕질은 숨기고 싶은 것일 테니까. 다만 일의
회장님에게 무시당하는 이 밀레니얼 여성 노동자
슬픔이 있지만 기쁨 또한 있어서 우리를 살게 하
들은 너무나 적절하고 우아한 자신들만의 노동
고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한다는 것은 언제까지나
윤리를 통해 거대한 시스템에 보이지 않는 미세
진리일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이해 못 할 노동
한 균열을 만들어 낸다. 언제나 마치 자연스럽게
관은 장류진의 소설이 그려내듯 지금의 기술적,
강요되는 퇴근 후 업무, 잔업, 야근, 특근, 회식은
경제적, 문화적 상황에서 기쁨을 찾아내어야만
임금노동자를 회사의 노예로 만들고 만다는 것을
(그래서 생존해야) 하는 특별한 조건으로부터 온
사무치게 잘 알기라도 한 듯, 칼퇴와 퇴근 후 회사
다. 따라서 그것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의
잊기를 실천하고 있다.
새로운 윤리와 실천의 문제다.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42
2020년 3월호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보이지 않던 고통
3.4kg로 태어난 우리 집 어린이는 만 9개월이
꽤나 고생했더랬다. 교사인 그녀는 최대 3년의
됐고 체중은 조만간 두 자리수가 될 예정이다. 그
육아휴직을 택할 수 있었고 다행히 몸을 잘 추스
동안 숱하게 아이의 통통한 두 다리를 들어올리
려 출산 1년 반만에 복직했다. 그런데 주로 서서
며 기저귀를 갈았고, 품에 안아 먹이고 재웠다.
일하는 그 친구가 90일 출산휴가를 간신히 쓰고
안는 횟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안아달라고 기어올
허리 통증이 여전한 채 복직해야 하는 상황이라
때는 내 손목이 아프다는 건 잊게 된다.
면 어땠을까. 병가를 쓰거나, 그마저 여의치 않다
예전부터 육아로 인한 손목 통증 이야기를 많이
면 일을 그만둬야 했을지도 모른다.
들어봤지만 사실 잘 와닿지 않았다. 그랬던 이유 가, 내가 유독 튼튼한 손목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
몇 달전 직업환경의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어
라 지금껏 손목에 부담 가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
업인의 근골격계 통증에 관한 포스터 발표를 듣
본 적이 없어서였다는 걸 아이를 키우며 분명히
고 있었다. 남성 노동자에 비해 근골격계 통증을
알게 됐다. 손목에 힘을 줄 때 조금씩 느껴지던
호소하는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더 높다는 분석
통증은 차차 심해지더니 문고리를 돌리거나 가만
결과가 나왔다. 몇 가지 요인을 보정한 결과였던
히 누워있을 때도 느껴지곤 했다. 아이가 크기 전
것으로 기억한다. 발표가 끝나자 여성 노동자에
엔 별 수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쯤 되
서 통증이 더 흔한 이유를 찾아보았는지, 예상되
니 조금 겁이 났다.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만
는 이유가 있는지 누군가 물었다. 발표자의 대답
하던 시기를 지나 다행히 통증은 그럭저럭 완화
은 뾰족한 내용이 없어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
되어 가고 있다.
지만, 그때 내가 했던 질문은 나 자신에게도 또렷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만약 출근해서도 손목
이 남았다. “여성 노동자들이 집에서 가사 노동
에 부담되는 일을 늘 해야 하면 어떡하나. 자연스
을 더 많이 한다면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비
레 생각이 이렇게 이어졌다. 손목뿐이랴. 친한 친
율이 더 높지 않을까요? 그 점에 대해 혹시 고
구 한 명은 출산과 육아를 거치며 요통이 심해져
려해보셨나요?” 언젠가 이런 내용을 어디선가 본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43
기억이 있긴 하지만, 그 순간 순전히 내 경험에서
은 같은 병원에서 교대근무로 일하는 간호사들이
떠오른 질문이었다. 발표자가 다음 분석에는 그
다. 여성 비율이 매우 높지만 이직율이 높아 아이
런 것을 고려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질
키우면서 간호사로 일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문한 것이기도 했다.
않을 것 같다. 예전에도 교대근무하는 간호사들 을 진료실에서 만나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
지난달부터 주 5일 출근하는 워킹맘01의 삶이
야기를 듣곤 했었다. 그런데 이젠 ‘워킹맘’이 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봐
고 보니 마주 앉은 사람의 고충과 힘듦을 예전보
주시기로 한 터라 일찌감치 한가지 걱정을 덜고
다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게 될 것 같다. ‘잠을 잘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 연세에 10시간
못자요’, ‘항상 피곤해요’ 혹은 ‘허리가 아파요’라
이상 아기를 돌보는 일이 무리라는 것을 가족 모
는 호소를 들으면 병원의 교대근무 형태나 노동
두가 깨닫는 데는 며칠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어린
강도가 어떤지는 물론 그 사람이 집에서는 어떤
이집에 보낼 대기 순번이 되지 않았고, 당장 다른
일을 하는지, 아이가 있다면 몇 살인지도 궁금해
방법이 없었던 터라, 시터 선생님을 찾아보기로
질 것이다.
했다.
반드시 어떤 일을 경험해야만 공감할 수 있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어린 아기를 맡긴다고
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떤 것들은 직접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시터 선생님이 갑
경험하고 나서야 분명 조금 다른 차원의 앎이 열
자기 아파서 못 오시면 어떻게 하지? 아이가 자
리는 느낌이 든다. 나의 안녕을 챙기면서, 주어진
꾸 보챈다고 티 안나게 때리는 건 아닐까? 물론
역할들을 조화롭게 해낼 수 있을지 여전히 걱정
이런 걱정을 남편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된다. 하지만 그 덕에 새로운 렌즈를 하나 더 장
이제 막 워킹맘의 세계에 진입한 나는 궁금해졌
착한 것 같아 기대되기도 한다. 보이지 않던 고통
다. 이 모든 걱정과 근심을 짊어지고서 내가 일도
이 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 말이다.
잘하고 아이에게도 소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갑 자기 늦게 퇴근하는 일이 생기면 아기는 어떻게 하지? 이 모든 것만큼이나 중요한 나 자신을 잘 돌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나뿐 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된다. 한편으로는 다른 ‘워킹맘’들도 이런 마음으로 위 태롭게 일하고 있겠다는 데 생각이 닿으면 걱정 이 된다.
지금 일하는 병원에서 검진센터 개소 준비를 하 고 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될 이들 01 워킹맘이라는 단어를 쓰긴 했지만, 그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는 점을 밝혀둡니다. 워킹맘은 있지만 워킹파파라는 말은 없으니까요. 이것은 육아의 책임과 부담이 여성에게 더 지워지는 현실을 반영한다 고 생각합니다.
44 2020년 3월호
김세은 선전위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코로나19로 변화된 노동현장
25일 국회 인근의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했다.
상황의 연속이다.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 손에는 컵라면, 김
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행사가 취소되고 있다. 2
밥, 도시락 등 간편식을 들고 있었다. 가급적 외부
월, 3월 일정이 취소되더니 이번 주부터는 4월 일
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점심시간
정도 연기 또는 취소가 되고 있다. 바야흐로 2020
이었지만 국회 앞 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 텅 빈 지
년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우리 사무실도 춘궁
하철, 그나마 탑승한 몇 안 되는 승객들은 모두 마
기를 겪고 있다. 슬기롭게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
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방학이 연
해 자가 면역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기되었지만, 청소년들은 달갑지 않다. PC방, 노래 방 다중 이용 시설을 찾지 못하니 방안에서 핸드 폰과 씨름하며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보니 “계속되는 전염병 과 사건 사고로 인한 행사 MC들도 살려주세요”,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45
“코로나19사태로 어린이집 휴원과 그에 따른 맞
급’이라는 점은 쏙 빼놓고 설명하는 게 마뜩치 않았
벌이 가정 부모에게 돌봄휴가제공”, “최소 초등 이
다. 그런데 다음날 여러 노조에서 ‘무급’이라도 사
하 자녀가 있는 직장인에게는 재택근무를!!”, “보
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요건과 절차를
육교사는 사람도 아닌가요?”, “특수고용직에 있는
알려달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변화된 노동자의
분들에게도 코로나에 대한 대책 마련해주세요” 등
모습을 접하게 되었다. 몸 사리지 않고 노동을 하던
다양한 직종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노동자들이 무급이라도 코로나19를 피할 수 있다 면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 자녀 양육을
24일까지 노동부는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방지
위한 요구라고는 했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체감할
를 위한 사업장 대응지침」을 6번째 업데이트하였
수 있는 대목이다. 막상 무급이라도 가족돌봄휴가
다. 노동자 중 입원·격리 등 「감염병 예방법」에 따
라도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불거
른 유급휴가비(1일 13만원 상한), 생활유지비(4인
지고 있다는 것은 기존에 접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가구 123만원 기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 외 노 동자들의 경우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휴가, 재
가족돌봄휴가는 노동자의 가족(조부모 또는 손자
택근무 또는 휴업, 시차출퇴근제 등 다양한 방법
녀의 경우 노동자 본인 외에도 직계비속 또는 직계
을 활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사업장 내 노동자
존속이 있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제
위생관리 강화 및 청결·소독 유지, 사업장 내 감
외)의 질병, 사고, 노령 또는 자녀의 양육으로 인하
염유입 및 확산 방지, 사업장 내 유사환자 및 확진
여 긴급하게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가를 신청하는
자 발생 시신고 후 대상자, 접촉자를 사업장 내 격
경우 이를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노동자
리조치, 전담체계 구축 및 대응계획 등 수립에 대
가 청구한 시기에 가족돌봄휴가를 주는 것이 정상
해 지침을 내리고 있다. 이 중 사업주가 자체적으
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
로 휴업을 하는 경우 휴업수당(평균임금 70%), 연
는 노동자와 협의하여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차휴가를 사용하는 경우만 유급으로 보장받을 수
규정되어 있다.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어
있다.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린이집·유치원이 휴원된 상황에서 자녀 양육의 필
있지만 사업주 입장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노동자
요성이 있는 노동자가 있다면 사업주와 협의를 통
들에게 연차휴가 사용을 적극 장려하는 상황이다.
해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
업무특성 상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의 경우 사정
가급적 사업장 내부의 병가, 휴직 제도와 병행하여
은 조금 나은 편이다. 그러나 연차휴가 사용이 녹
생계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 방안을 찾는 등 지금
록치 않은 노동자들도 많은 상황이라 코로나19로
의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인한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 갈등이 여기저기서 발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조속한 시일 내 진정되길 바
생하고 있다.
란다.
24일 정부가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남 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가 족돌봄휴가를 사용하라고 권유하는 것을 보고 ‘무
46
2020년 3월호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노동자 건강 상식
면역(Immunity)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
면역 시스템이 자신과 남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는 이번 달에는 면역(Immunity)에 관해 얘기해
남에 대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 즉, 면역
보고자 합니다. 면역이란 외부로부터 침입한 이
시스템이 고장 나는 경우 병이 생깁니다. 자가면
물질에 저항하는 것으로 특별한 이물질의 존재
역질환은 면역 시스템이 자신을 남으로 오인하
를 인식하고 그것들을 제거함으로써 개체의 항
여 자신의 몸을 공격함으로써 발생되는 질병이
상성을 유지하려는 방어기전을 말합니다.
며, 과민반응의 하나로 알려져있는 알레르기는
면역 연구는 지난 20세기 이후 많은 발전이 있
면역 시스템의 과도한 반응으로 인해 유발되는
었습니다. 1901년 독일의 폰 베링이 디프테리아
질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에이즈 환자
혈청치료로 1회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한 이래
는 HIV 바이러스로 인해 인체 면역세포 중 T림프
면역 연구로 3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노벨 의학
구의 기능이 저하되어 감염에 취약한 상태가 됩
상을 수상하였으며 2018년에도 면역항암치료에
니다. 따라서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원활하게
관해 연구했던 일본과 미국의 학자가 노벨상을
작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수상했습니다.
것이 중요합니다.
노동자 건강 상식
47
면역반응은 정교하고 복잡한 과정으로 외부 침
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병원균이
입자의 특성을 인지하고 대응해서 싸우는 ‘전투’
침입하면 먼저 대식세포가 이를 감지하고 병원균
로 전투에 참여하는 병사(백혈구)나 무기(화학물
을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질)는 다양합니다. 백혈구와 화학물질은 생소한
주위에 지원요청을 하며 병원균에 대한 정보를
용어들이라 짧은 지면에서 다 소개하기에는 한계
림프구에 알려주기도 합니다(항원제시). 대식세
가 있지만 간단하게 언급하겠습니다.
포의 지원요청을 받은 주위의 호중구는 세포 안
우리 몸의 피부와 점막은 물리적인 방어막입니
에 다양한 효소를 통해 병원균을 잡아먹습니다.
다. 방어막이 상처, 염증 등에 의해 뚫리면 면역
시간이 더 지나면 림프구의 일종인 자연살해세포
세포가 출동합니다. 백혈구라는 말은 특정 세포
(NK cell)가 등장합니다. 자연살해세포는 더 강력
의 이름이 아니라 여러 면역세포를 통칭하는 용
한 살상력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게
어입니다. 혈구의 원시세포인 조혈모세포는 골
됩니다. 여기까지가 선천면역인데 병원균이 침
수에 많이 있는 세포로 다양한 분화과정을 거치
입하면 즉각적으로 균을 잡아먹음으로써 초기에
게 됩니다. 피를 붉게 보이게 하는 적혈구, 지혈
시간을 벌면서 어떤 균이 침입했는지 림프구에게
에 관여하는 혈소판도 조혈모세포로부터 분화되
알려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인균에 대한 정보
었습니다. 조혈모세포로부터 호중구, 호염기구,
가 부족한 채 싸우는 덜 전문적인 병사들입니다.
호산구, 단핵구, 대식세포, T림프구, B림프구, 자
적을 파악하고 싸우는 전문적이고 특이적인 후
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 cell)로 분화되
천면역은 고등동물인 척추동물만 가지고 있는
는 백혈구는 서로 공조하며 인체를 방어합니다.
데 T림프구와 B림프구가 주인공입니다. T림프구 는 대식세포로부터 적에 대한 정보를 인지한 후 감염된 세포를 만나면 구멍 을 뚫고 효소를 투과하여 세포를 죽입 니다. 균에 감염된 우리 몸의 세포를 포기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T림프 구가 작용하는 면역은 감염된 세포를 독성으로 파괴해 이루어지므로 ‘세포 면역’이라고 부릅니다.
B림프구는 항체라는 무기를 통해 서 균을 물리칩니다. T 림프구는 B 림 ▲ 조혈모세포가 분화하는 과정, 적혈구와 혈소판을 제외하고 다 백혈구
면역시스템은 크게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으로
48
프구에게 세포전달물질(사이토카인)
을 통해서 형질세포로 분화하라는 신호를 줍니
나누어집니다. 선천면역은 자연면역이라고도 불
다. 그러면 B림프구는 형질세포로 분화하고 항체
리며 모든 동물이 가지고 있는 면역 시스템입니
를 빠르게 만들어 냅니다. 바이러스나 세균의 표
다. 호중구, 대식세포와 자연살상세포가 선천면
면에 결합하여 중성화시키기도 하고 세균이나 항
2020년 3월호
▲ 항원 침입 이후 발현되는 후천면역
원을 엉겨 붙게 만들어 무력화시키거나 침전시키
이며 면역력이 약하다고 알려진 말기암 환자도
기도 합니다. 또, 병원체의 세포막에 구멍을 뚫어
림프구 수는 정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자연
파괴시키기도 한다. 각 항체는 오직 그 항체를 만
살해세포(NK cell) 수를 통해 면역력을 측정하는
들게 한 항원과만 반응하는데 이를 항원항체 반
검사가 있으나 이 또한 한계를 지닙니다. 이렇듯
응의 특이성이라고 합니다. 선천면역에 비해 전
면역력을 쉽게 측정할 수 없으니 면역력을 올리
문적인 면역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체를
는 음식 또한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없습니다.
통한 면역반응은 체액면역반응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노화가 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T 림프구와 B 림프구 모두 일부 림프구에 적에
예방접종의 효과가 떨어지고 폐렴과 같은 염증에
대한 정보를 기억하여 다음에 동일한 적이 침입
취약해집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나 수면부족 상
했을 때 빠르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갖
태가 되면 감기가 잘 걸리는 경험이 있을 것입니
고 있습니다.
다. 그래서 면역력을 높인다기보다는 적절한 생
요즘 더욱 ‘면역력이 떨어졌다’, ‘면역력을 높이 려면 뭘 먹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하
활습관으로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봅 니다.
지만 앞서 본 것처럼 면역은 다양한 백혈구의 복 잡하고 정교한 신호전달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 다. 그래서 면역력을 측정하는 단일 검사는 없습 니다. 에이즈 환자와 같이 특수한 경우 T림프구 수를 통해 얼마나 감염에 취약한지 아는 식입니 다. 하지만 일반인에서는 이런 림프구 수가 정상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49
▲ 출처 : 알라딘 책방
발칙 건강한 책방
덕분에 불편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2017. 동녘.
책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 저자가 좀 고약한 사람
“키우는 강아지의 죽음에는 슬퍼하지만, 매일 식
이라고 생각했다. 독자가 불편하기를 바라는 저자
탁에 올라오는 동물들의 죽음에는 무감각하다.”,
라니... 책이 잘 안 팔리겠구나 싶은 생각도 했던 것
“내 예민함이 쓸데없는 지레짐작과 망상으로 나를
같다. 읽다 보니 정말 불편했다. 저자와 생각이 달라
힘들게 하더라도 무뎌지고 싶지 않다.”
서 불편했던 것들도 있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들 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서 불편한 것들도 있었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다는 것은 곧 지속적 인 성찰에 대한 촉구다. 책 여기저기 저자가 자신에
책에는 저자가 가족, 전 남자친구 등 가까운 관계
대해 성찰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저자의 자신에 대
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하
한 성찰이 지속적인 성찰을 촉구하는 저자의 목소
고 있는 부분이 많다. 저자가 자신이 지금까지 살면
리를 더 또렷하게 한다. 제대로 성찰하려면 자신의
서 느꼈던 여러 가지 불편함으로부터 얘기를 시작
말과 행동을 의식할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의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를 불편하게 했던 것들은
이 미치지 못하는 곳, 무의식의 영역도 들여다보려
무엇인가? 주로 성에 따라 평등하지 않은 관습, 관
고 애써야 한다. 성찰은 자기 부정의 과정이다. 그
행, 그리고 관계들이다. 대개 그런 관습, 관행, 그리
런데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자기 부정은 자괴감, 자
고 관계들은 강력한 관성을 지니고 있어서 사회는
책감을 유발할 수 있다. 성찰은 자신의 애씀으로 극
그런 관습, 관행, 그리고 관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복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애초에 극복
개인을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고 공격한다. 그리고
불가능한 것들 혹은 굳이 극복할 필요가 없는 것들
그런 공격조차 성에 따라 평등하지 않다. 여성의 도
은 그냥 인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키가 작은
전을 훨씬 위험한 것으로 인지하고 공격한다.
것을 성찰할 필요는 없다. 그건 그래도 괜찮다고 인
50 2020년 3월호
정하면 된다. 다만 내가 내 키가 작은 것에 대해 열
까.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폭력을 저지르곤,
등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성찰해야 한다. 어디까
쉽게 잊고 산다.”
지는 인정할 것이고 어디부터 성찰할 것인가? 그건 각자의 몫이다. 다만 내면의 힘이 커질수록 보다 근
반성한다. 나 또한 과거에 그런 폭력을 저질렀다.
본적인 것들, 더 많은 것들을 성찰할 수 있을 것이
어떤 행동들은 예전에는 - 사회전체적인 양성평등
다. 하지만 단숨에 그 경지에 이를 수는 없다.
에 대한 감수성이 낮았던 -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 었고, 어떤 행동들은 예전에도 문제가 됐었지만 드
“남자보다 상대를 배려하고 공감을 잘한다고 알
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잊고 살았다. 그러다 미투 운
려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도 같은 권력관계
동이 있었고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가 미
를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된 뻔한
투 운동을 지지했던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잊고 있
이야기라서 ‘생물학적으로 남·여는 원래 그렇다’는
던 것들을 기억하게 해줘서... 아팠지만 고마웠다.
말까지 나오는 현실이 슬프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것은 저자가 고정관념 혹은 편견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나 자신이다. 내가 마땅히 누려왔던 권리, 평범한
것들 중 일부는 진화생물학 혹은 진화심리학에서
인식을 돌아봐야 한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건 지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아니라 과학적 혹은 객관적
식을 쌓으며 ‘확신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존의 관
사실로서 인정받고 있다. 인간이 수백만 년에 걸친
념을 ‘의심하는’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형질이 선 택되어 유전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의 공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기존의 관념을 ‘의심하는’
감능력이 남성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진화심리학에
것은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첫걸음이다. 가만 생각
서는 과학적 사실로서 인정받고 있다. 진화심리학
해보면, 의심스러운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왜 일은
자체가 이미 성차별적인 요소에 기반한 학문이라
노동자들이 하는데, 돈은 사장이 버는가? 왜 경제
는 근본적인 비판이 가능할 수도 있다. 성별의 차이
는 계속 성장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늘어나는가?
를 보이는 어떤 특성을 극복해야 할 고정관념이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위험하다는 것을
편견으로 바라볼 것이냐 아니면 굳이 극복할 필요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왜 막지 못하는가? 그 중에
가 없는 것으로 볼 것이냐, 즉 성찰할 것이냐 인정
무엇이 가장 의심스러운 것인지는 각자가 처한 상
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굉장히 큰 논쟁거리가 될 수
황과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의심
있을 것이다. 어떤 방향이든 한 방향으로 치우치는
하는가보다 의심한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지 않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성찰과 인정 사
을까 싶다.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의심하는
이의 균형이 필요할 것 같다.
것은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책을 읽는 내내 여러모 로 상당히 불편했다. 그래서 고마웠다.
“대체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 내가 최근 내린 답 은 이렇다. 그래도 되니까. 그렇게 행동해도 되니 김정수 운영집행위원, 향남공감의원 원장
발칙 건강한 책방
51
이러쿵 저러쿵
삶을 연명하는 치료를 넘어서기 위한 고민
▲ 출처: Pixabay
안녕하세요. 회원인 장영우입니다. 우여곡절 끝
2018년 우리나라 기대 수명이 남자 80세, 여자
에 제가 이번 달 이러쿵저러쿵을 2014년 이후 6
86세입니다. 노령화가 진행되어 우리 병원에서
년 만에 쓰게 되었습니다.
보는 환자들도 70~90대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고 령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는데 늘 의학적으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서울 2차 병원에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 것인가’는 의료의 관점
내과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들었던
과 더불어 ‘어디까지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하는
단상을 주저리주저리 적어보고자 합니다.
가’라는 윤리적인 관점이 개입됩니다. 예를 들어 90세 할머니가 폐암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가정
52
2020년 3월호
합니다. 냉정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여명이 얼마
학적 판단이 아닌 보호자 의견을 따라 연명치료를
남지 않았기에 진단과 치료가 의미가 없을 수 있
중단했는데 살인방조죄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기 때문입니다.
해당 환자 회생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 한동안 의사들은 인공호흡기를 한 번 적용하
고령 환자들을 보다보면 말기질환으로 죽음에
면 중단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
임박하거나 실제로 사망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상황이 달라져 말기질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지만 역설적으로 사람
환에 한해서 본인이나 가족들이 충분히 동의하면
이 제일 많이 죽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시기가 문
인공호흡기도 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동의
제이지 언젠가는 사람은 죽게 되어 있으니깐요.
절차가 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며칠 전
특히 우리 병원 규모의 2차 병원에서 말기 고령 환
에도 말기질환 환자의 사망선언을 했습니다. 보호
자들이 많습니다. 대학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에
자는 생전에 환자가 연명치료는 하지 말라고 이야
서 수술과 같은 적극적 치료가 큰 의미가 없는 말
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명치료거부서약서’라
기질환이라고 판단되면 더 이상 입원시키지 않고
는 서류를 정식으로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
근처 2차 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전원을 보내기
극적‘인 치료와 ‘소극적’인 치료 사이의 어정쩡한
때문입니다.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대학병원에 갈
치료를 하다가 환자는 결국 사망하였습니다.
여건이 되지 않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몇 년 전, 전공의 시절 고령의 암환자가 있었습 임종과정을 보면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유언한
니다. 환자는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되어 치료가 쉽
후 우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은 거의 없습
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 보호자인 아들이 저에
니다. 말기 질환으로 소생가능성이 아주 희박함에
게 물었습니다. ‘어찌하는 것이 효입니까?’ ‘선생
도 불구하고 호흡곤란이나 의식저하가 발생하는
님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적극적으로
경우 중환자실에서 기계호흡, 승압제, 투석으로
암치료를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통증 조절
고생하며 돌아가시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호흡기
하면서 남은 여생을 정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
계와 약물은 말기 질환 환자의 생명을 수 일 길어
이었습니다. 바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도 수 주 연장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훌쩍 지난 지금에도 그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는
뿌리 깊은 ‘효’ 사상이 있어 알려진 치료는 다 하
없습니다.
겠다는 보호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좀 지나면 보호자들은 ‘이런 줄 알았으면 연명치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한다
료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중환
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잘 사는 것만
자실에서 임종은 확실히 ‘좋은 죽음’과는 거리가
큼 잘 죽는 것도 인생을 마무리하는데 중요한 일
있습니다.
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연명의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입니다. 당시 의사는 의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이러쿵 저러쿵
53
안전보건동향
[20.02.20. 고용노동부] 원·하청 산
하청 통합 사고사망만인율이 높
갖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재 통합관리제도에 따른 원청사업장
은 원청 사업장 명단을 확정하였
있다.
명단 공표
다.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는
첫째, 산재발생 정도에 따라 산재
2020년부터는 500인 이상 사업
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하는 개
정부는 2018년에 도입된 ‘원·하
장, 2022년에는 전기업(태안발전
별실적요율제를 개편하여 원청의
청 산재 통합관리제’에 따라 하청
소 등 발전업 포함)까지 확대된
산재보험료에 하청의 산재를 반
의 사망사고 비중이 높은 원청 사
다. 아울러, 명단 공표 사업장 등
영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그간,
업장 명단을 처음으로 발표하였
하청의 산재가 많은 원청 사업장
원청 사업장에서 하청노동자의
다. 원·청 산재 통합관리제는
에 대해서는 원청이 자율적이고
산재가 발생하더라도 원청 노동
2018년에 도입하였는데, 이는 원
주도적으로 원·하청 간의 의사소
자의 산재가 없으면 원청의 산재
청이 함께 일하는 경우, 동일한
통 등 전체적인 안전관리시스템
보험료는 할인되고, 하청의 보험
유해험요인에 노출되고, 원·하청
의 점검, 하청의 안전관리 역량
료만 할증되어 원청이 하청의 산
간 의사소통의 부족·관리시스템
강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안내·지
재발생 여부에 관심을 가질 유인
미흡·안전관리 역량 차이 등에 의
도한다.
이 부족하였다. 이에 따라, ①원청 이 하청노동자의 재해 발생에 책
해 사고가 발생하는 측면이 있으 므로 산재예방을 위해 전체 사업
[20.02.20. 고용노동부] 하청노동
임이 있는 경우, ②도급승인.도급
장을 총괄 관리하는 원청이 산재
자의 산재감소를 위한 추진방안
금지를 위반하여 하청노동자 산 재가 발생한 경우, ③파견근로자
통계도 통합적으로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선 사내
하청노동자들의 산재감소를 위해
의 산재발생에 대해서는 원청의
하청이 있고, 하청의 사고가 많은
개별실적요율제 개편, 자율안전
산재보험료에 반영한다. 이러한
제조업, 철도운송업, 도시철도 운
보건관리 시스템 지원, 공공기관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 및 산업재
송업의 1,000인 이상 사업장에
안전대책을 추진한다. 고용노동
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적용하여 19년 상반기에 128개
부에 따르면 이러한 방안들은 사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
원청 사업장으로부터 18년도 전
업장의 전체 공정과 작업을 총괄·
(19.3월)된 만큼, 조속히 개정할
체 산업재해 현황을(하청업체 명
관리하고, 공정별 유해·위험요인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단, 사고 및 사망자 수 등) 제출받
을 잘 알고 있는 원청이 하청업체
둘째, 금년 1.16일 시행된 개정
아 19년 하반기 사실확인, 이의제
와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정립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에게 모
기 절차 등을 거쳐 원청보다 원·
하여 하청의 산재예방에 관심을
든 관계 수급인 노동자에 대한 안
54 2020년 3월호
전보건책임을 부여한 만큼 개정
하여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등 관련부서와 정기적으로 점검을
산안법이 사업장에서 제대로 준수
원.하청의 노사가 함께 산재예방
진행하고,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
할 수 있도록 현장안착을 지원한
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고 엄
다. 종전 산안법에서는 원청의 책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격하게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임이 추락 등 22개 위험장소로 한
셋째,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하여
마지막으로, 산업안전감독에 있어
정되어 정부의 관리·감독도 산재
원·하청이 산재예방을 위해 협력
서도 사후적인 처벌보다는 사전에
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원청의
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어 변화를
사업장에서 산재를 예방할 수 있
책임을 묻는 측면이 있었고, 원청
주도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공기
는 체계를 갖추도록 지도해 나간
의 안전관리도 단편적, 파편적 수
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19.3월)
다. 사업장에 도급사업 해석 지침
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개정
에 따라 공공기관에서는 개정 산
등 개정된 산안법과 관련한 각종
산안법은 원청의 책임을 도급인
안법의 적격수급인 선정과 건설공
지침을 마련. 제공하여 필요한 사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도급인
사 발주자 산재예방조치를 법 시
항을 자율적으로 개선토록 하고,
에게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지정,
행 이전인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특히, 사내하청 다수 사용 사업장
적격수급인 선정, 유해·위험정보
있다.또한, 경영평가 안전관리 배
에 대해서는 원청의 위험의 고지,
제공 및 필요한 안전보건조치 이
점도 6점(기존 2점)으로 상향하였
유해위험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뿐
행 확인 등 원·하청 간 의사소통을
고, 중대재해 발생 귀책사유가 있
만 아니라 원하청 간 의사소통 등
통해 위험요인 발굴, 작업조정 등
는 기관장은 해임건의토록 하였
안전관리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
원청이 총괄적으로 사고를 예방할
다. 금년에는 공공기관들이 확실
되고 있는지도 점검한다. 아울러,
수 있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
한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금
하청노동자 등의 사망사고 감축을
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도
년 1∼3월동안 산업안전감독관,
위해 지난해 건설업에 실시한 패
원·하청이 협력하여 안전한 일터
안전보건공단, 외부전문가가 합동
트롤 점검과 감독을 제조업까지
를 만들 수 있도록 사업장의 자율
으로 128개 공공기관 대해 안전보
확대·신설하되, 패트롤 점검을 통
안전보건관리 시스템 지원을 돕는
건관리시스템, 하청업체 안전보건
해 시정기회를 부여했음에도 원청
다. 산안법에서 구성. 운영토록 되
관리 역량 등을 평가하고, 그 결과
등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을
어 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원
를 기재부에 통보하여 경영평가에
경우에는 법에 따라 엄정히 조치
하청 안전보건협의체 등이 내실있
반영할 계획이다. 특히, 발전산업
할 계획이다.
게 운영되도록, 우선 현장의 실태
부문은 지난해 발표한 ‘발전산업
를 파악하고 매뉴얼·지침도 개발
안전강화방안’ 이행여부를 산업부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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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이 열려, 4개 작품 선정 2월 21일 금요일 오후 4시 영등포에 있는 카페 봄봄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주최한 ‘청소년, 노동안전 을 권리로 말하다’라는 주제로 2020년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이 개최됐습니다. 이번 공모전 은 청소년 노동자가 경험하고 있는 일터의 다양한 위험에 주목하며 당사자가 직접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콘텐츠 형식으로 담아낼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총 21개 개인/팀이 웹 포스터, 동영상, 카드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여 응모하였고, 그 중 4팀이 선정되었습니다. 위 작품들이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인 식을 증진하고, 청소년들이 권리의 주체로 바로설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정된 작품 들은 다음의 주소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홈페이지(https://kilsh.tistory.com/2438). 청소년의 알 권리 실현,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으로부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2019년 한해 동안 ‘청 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 연구를 진행하였습니 다. 청소년 노동자들에게 맞는 노동안전보건에 관 한 정보는 잘 생산되지 않기도 하고, 잘 전달이 되 지 않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청소년들에게 필요 한 정보가 어떤 식으로 구축되고 취합되어있는지 ▲ 캐나다의 CCOHS 홈페이지에는 young workers 페이지가 별도로 있다 (https://www.ccohs.ca/youngworkers/)
각국의 매체를 분석하여 청소년 대상의 노동안전 보건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하여 정리한 내용을 총 6회차로 오마이뉴스 기획 연재로 다뤘습니다. 해당 기사는 오마이뉴스 또는 연구소 홈페 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4월에는 위 연구를 바탕으로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청소년노동인 권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와 관계 정부 부처가 함께 논의하는 ‘청소년 안전보건 알권리 토론회’가 개최될 예정 입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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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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