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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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평가 평등한 조직문화·지역운동, 준비운동을 하며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 뒤에 가려진 수많은 노동

?

유튜브,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법

통권 190호 / 2019.12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장시간노동, 과로사 탈출 산재사망 절반 줄이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업무상질환 예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산업안전 패러다임 변화



‘초심’으로 돌아가기

3년 전 이맘때 우리는 매주 토요일 촛불을 들며 “이게 나라냐”라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듬해 봄, 촛불의 힘으로 문재인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인천공항이었습니다. 그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 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우리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잠시 기대했습니다. 하 지만 현재 인천공항 노동자의 정규직전환은 요원한 현실입니다. 게다가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 동자는 도로공사 직원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하루하루 김천 도로공사본 사에서 힘겨운 농성을 이어나가는 톨게이트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임기 초, 문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노동존중사회를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이 약속을 분명히 기 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산재사망자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실패에 대통령이 직접 사과까지 했습니다.

이처럼 초기에는 개혁적인 듯한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오히려 주요한 노동 정책에 대한 입장을 흐지부지 반복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집권 반환점을 돌았습 니다. 집권 초반의 기대는 점차 실망과 분노로 바뀌고 있습니다. ‘노동존중 사회’를 이야기했던 문재인 정부는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짚어보기를 통해 집권 초기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 습니다.

-선전위원장

독자에게

01


2018년 12월 11일 새벽3시, 홀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던 24살 노동자가 벨트에 끼어 사망합니다. 그가 바로 ‘김용균’입니다. 하루 6명의 노동자가 일 하다 죽는 한국사회에서 어쩌면 김용균은 그 한명일 수도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간 우리는 “우리가 김용균이다”를 거리에서 외쳤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2019년의 마지막 <일터>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안전보건정책을 짚어보며, 노동

경희, 승종, 영우, 종호,

자의 힘을 어디에 모아야할지 지혜를 모으는 특집으로 기획했습니다. 지혜를 모

나래, 지나, 채은, 경미,

으는 길에 독자 여러분께서도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올 한해 모두 수고 많으

지안, 기형

셨습니다.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19.12.02 전화 부산 051-816-8633

특집

팩스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평가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laborr@jinbo.net 홈페이지

04 08 11

2019년 12월호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업무상 질병 승인율 증가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www.klish.or.kr

02

산재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이대로는 불가능하다

역행하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14 지금 지역에서는

41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평등한 조직 문화·지역 운동, 준비운동을 하며

저녁이 없는 공공기관 노동자

16 산재보험 톺아보기

43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한국어학원 시간강사의 노동자성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나?

19 연구리포트 영화스태프 안전보건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23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 뒤에 가려진 수많은 노동

45 노동자 건강 상식 겨울철 한랭 질환 48 문화읽기 유튜브,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법

28 사진으로 보는 세상

50 발칙 건강한 책방 나는 모르겠고 앞으로도 알지 않겠다고 말하는 당신을 위한 책

30 현장의 목소리 권리의 사각지대 외국인보호소를 아십니까

52 이러쿵저러쿵 한노보연을 통해 알게된 것들,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기를!

출처: 조애진

3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문화상품이 된 노동자 : 창의노동 안에 기입된 감정노동의 성격에 대하여

54 안전보건동향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출처: 한선미

34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조합원 속에서 길을 찾다

차례

03


특집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평가

산재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이대로는 불가능하다

최민 상임활동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2022년

꾸는 지렛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 산

까지 자살 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 등 ‘3대 분야

재 사망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는 않고 있

사망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국민생명 지키기 3

다. 현재 정부의 접근 방식만으로, 2022년까지

대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천명

산재 사망 사고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지 회

했다. 이에 따라 총리실 주도로 관계부처가 함께

의감이 든다.

하는 ‘자살 예방 국가행동 계획, 교통안전 종합대 책,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수립하고 구

더디게 줄어드는 산재사망사고,

체적인 집행을 시작한 지 2년이 다 돼 간다.

건설업 오히려 증가

산재 사망사고 감소 대책을 노동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의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

2018년부터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가

고,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해 여러 부처가 공동의

시작됐고, 정부에서는 2018년 사고사망만인율

행보를 시작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예를 들

8% 감소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2018년 사고사

어 국토교통부는 10월 사고사망자가 발생한 6개

망자 수는 971명으로 2017년 964명보다 더 증

대형 건설사 현장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징벌

가했다. 노동부는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되어 산

적 현장 점검’을 12월부터 특별 점검 형태로 시

재로 인정되는 사고 사망이 증가했고(10명), 이

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설사에 영향력이 큰 국

전 년에도 사망했지만 유족급여를 뒤늦게 받은

토교통부의 감독이 노동부의 부족한 관리, 감독

경우가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지만, 궁색했다.

인력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넘어 건설 현장을 바

04 2019년 12월호

2019년은 2018년보다는 사고 사망이 줄어들


2018. 1∼6월

2019. 1~6월

증감

1,073

1,115

42

3.9

- 사고 사망자수

503

465

-38

-7.6

- 질병 사망자수

570

650

80

14.0

0.58

0.60

0.02

3.4

- 사고 사망만인율

0.27

0.25

-0.02

-7.4

- 질병 사망만인율

0.31

0.35

0.04

12.9

ㅇ 건설업 사고사망자수

235

229

-6

-2.6

ㅇ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

0.86

0.97

0.11

12.8

구분 ㅇ 사망자수

ㅇ 사망만인율

증감률

<표 1> 2018, 2019 상반기 산재 사망자수와 사망만인율(고용노동부)

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 3/4분기 산업재해

상반기에는 떨어짐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73명으

발생 현황이 발표되지 않았지만(12월 발표 예

로 34.4%였고, 2018년 전체를 통틀어 보면 376

정), 상반기까지의 현황을 보면, 2019년 6월말까

명으로 38.7%였다. 떨어짐 재해가 오히려 소폭

지 사고사망자수는 465명으로 2018년 상반기

늘어나고 있으며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보다 38명이 감소해 7.6%의 감소율을 보였다.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사고사망만인율은 0.25‰으로 지난해 같은 기

아직 각 업종 내에서 사고 유형이 어떻게 분포

간보다 0.02‰p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줄긴 했

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자세한 정보는 제공되

지만,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안전보건

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산재 사망사고가 매우 더

공단과 노동부가 전력 집중하고 있는 건설업의

딘 속도로 감소하고 있을 뿐이며, 그 효과 역시

사고 사망자는 여전히 전체 사고 사망의 49.2%

정부가 자신 있게 집중했던 건설 현장, 추락사고

인 229명이나 됐다. 2018년 상반기보다 6명 줄

예방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

었을 뿐이다. 2.6% 감소해서, 전체 사고 사망자

다. 연말에 발행할 ‘2018년도 산업재해분석’에

수 증감율보다 낮다. 산재보험 대상 건설업 노동

서는 2018년부터 해온 추락사고 예방 중심, 건설

자 수가 줄어, 사고사망만인율은 오히려 증가했

업 안전 비계 설치 중심의 사고사망재해 예방활

다. 2018년 상반기 건설업 노동자 사망만인율은

동에 대한 중간 점검과 진지한 평가가 제출되어

0.86, 2018년 전체 건설업 노동자 사망만인율은

야 한다. 건설업에서 추락사고가 얼마나 줄어들

1.65, 2019년 상반기 건설업 노동자 사망만인율

었는지, 그 효과는 어떤 규모의 건설 현장에서 주

은 0.97이다. 2018년 전체 사고사망의 49.9%가 건

로 나타나고 있는지,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이

설업에서 발생했는데, 그 비율도 큰 변화가 없다.

런 예방 활동이 앞으로 성과를 거두리라고 기대

사고 유형으로 보면 떨어짐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84명(39.6%)으로 여전히 가장 많다. 2018년

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등이 제대로 논의돼 야 한다.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평가

05


특집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평가

노동자 단속 말고 권한과 책임 있는 자를 찾아라

3,63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연평균 812명의 이 륜차 탑승자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

안전비계를 지원하여 사망사고를 줄인다는 것

다. 특히 이륜차 탑승자 중 배달 종사자가 많아

은 매우 좁은 목표를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기술

이륜차 사고 예방은 교통안전과 산재사망사고

적인 접근이다. 사고 사망이 매우 높은 한국 상황

줄이기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하

에서는 이런 접근이 효과를 일부 발휘하기를 기

지만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운전자에 대

대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

는 단순한 인적 오류가 아니라 기업의 ‘안전 문

이었다. 12월 1일부터는 이륜차 사고가 잦은 곳

화’ 부재 및 시스템 실패와 관련성이 높다는 최근

과 상습 법규 위반지역에서 고위험 위반행위를

의 연구를 고려한다면, 실제로 지금까지 2년 동

‘암행 단속’하고, 난폭운전 등에 대한 기획 수사

안 정부의 산재 사망 사고 감축 정책이 큰 효과를

도 추진한다고 한다. 국민이 좀 더 편리하게 공익

거두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신고할 수 있도록 ‘스마트 국민제보’ 앱 화면에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 없이,

이륜차 신고 항목을 별도로 신설한다고 한다.

지금처럼 얼마 안 되는 행정력을 특정 업종에 총

하지만 이는 전형적으로 산재 사고를 노동자의

동원해 따라다니는 방식으로는 절대 사망사고를

불안전 행동 탓으로 보는 접근이다. 배달 종사자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들이 왜 난폭운전을 하는지 들여다보고 원인을

예를 들어, 원청이나 실사용주의 책임성 강화, 실

제거하지 않으면 사고는 줄지 않는다. 노동자의

질적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부

위험 행동과 ‘단속’ 사이에 숨바꼭질만 벌어질 뿐

여, 안전에 최상위 가치를 부여한다는 기업들의

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라이더를

명시적 선언과 이에 걸맞은 실천 등이 사망사고

직접 고용하고 고정급이 보장되면 훨씬 안전할

를 줄이는 데 더 시급한 일일 수 있다. 안전공단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안

에서 2018년 제출했던 또 다른 목표 중 하나가

전배달료’ 등을 도입해서 배달 단가를 높여줄 필

“산업현장에서 ‘권한과 책임 있는 자’가 산업안전

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서울신문, 2019.11.21.)

보건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던 것과

배달뿐 아니라, 플랫폼 노동 등의 이름으로 고용

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적 접근 외에 이런 거시적

관계를 넘어서는 노동력이 점점 증가하고, 정부

인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 것이며, 얼마나 추진되

는 이들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할 대책을 내놓

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

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위험은 여러 형태로 증가

다.

할 뿐이다.

그런데 사업주는커녕, 노동부 자신도 이런 시 각을 제대로 장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11

노동 정책 전반이 변해야 산재 사망 줄어든다

월 21일 고용노동부와 경찰청은 ‘이륜차 안전운 행 및 사고 예방을 위한 홍보 및 단속’이라는 보

06

그런 점에서 산재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

도 자료를 냈다. 최근 3년간(’16년~’18년) 이륜

은 임금과 고용 등 노동정책 전반에서 함께 고민

차 가해 사고로 연평균 보행자 31명이 사망하고

돼야 한다. 하지만 산재사망 사고를 줄여야 한다

2019년 12월호


는 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은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리기법 등이다. 산재 발생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위

방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반 발생 시 고용 허가를 취소하는 등의 제재도 없

2018년 12월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 이후 석탄화

다. 이런 제도를 그대로 두고, 개별 사업장 교육과

력발전소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에서는 다단계

감독으로 2018년 135명, 2019년 6월까지 42명의

고용 구조 자체가 책임의 공백을 낳고, 새로운 위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현실을 바꿀 수는 없을 것

험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설비

이다.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어도 약속했던 발전비정규직

정부가 진정으로 산재 사망사고 줄이는 것을 국

노동자 정규직화는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구의

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역 사고와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에서 위험의 외주

면, ‘산업안전보건’ 정책뿐 아니라 고용, 임금 등 노

화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대안으로 직접 고

동 정책 전반을 바꿔야 한다. 지난 수십 년을 노동

용이 제안되었지만,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계

자의 안전과 생명은 뒷전인 채로 ‘경영’을 하고, 이

획은 여전히 ‘자회사’를 통한 간접 고용 중심이다.

윤을 남겨 온 세상이다. 전 사회적으로 노동자 권리

2019년 10월에도 선로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

가 증진되고, 노동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과정을

가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철도노조

통해서만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지켜질 수 있다.

는 3조2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환하고, 안전인력

산재사망사고는 그 사회 노동권의 수준과 따로

을 충원하라며 파업을 진행했고 지난 11월 25일에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존중’ 정책이라던 약속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측과 잠정합의하였다. 당시

모두 버리고, 유예하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줄어들

코레일 사측에서도 최소한 1,800명 이상은 충원이

길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정부는 노동자,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기획재정부에서는

노동조합에 더 적극적으로 손 내밀어야 한다. 주체

정부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회사 측 주장마저

들의 안전보건활동 참여가 행정력의 공백을 메우

수용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아쉽게도 노조 핵심

고, 현장의 문화를 바꿀 것이다. 건설노조에서 얼마

요구안이었던 인력충원에 대한 확답을 이끌지 못

전부터 국토교통부와 함께 현장안전점검단을 운영

해 과제로 남았다.

하고 있다. 지금은 법적 근거도 없고, 대기업 현장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도 마

중심으로 몇몇 현장에 예고한 날에만 방문하고 있

찬가지다. 이주노동자는 언어, 문화 등의 이유로 산

다. 더 많은 노동자, 노동조합이 이렇게 사업장을

재 사고 고위험군이 되기 쉽다. 고용허가제로 이주

수시로 드나들며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현장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을 바꾸고, 위험하다 싶으면 멈출 수 있을 때야 사

상 의무와 더불어 흔한 사고예방을 위해 반드시 취

망사고가 줄어들 것이다. 노동권을 키우고, 노동인

해야 할 조치 등을 교육해야 한다. 지금은 입국한

권을 보장하는 정책이 산재 사망사고를 예방하는

노동자가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받을 뿐, 사업주들

정책이다.

은 관련 교육을 받을 의무가 없다. 사업주들에게는 ‘외국인고용관리 교육’을 실시하며 그 내용은 주로 고용허가제, 출입국관리법, 외국인근로자 노무관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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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평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업무상 질병 승인율 증가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업무상 질병 승인율 증가

요한 사항(뇌심혈관계질병 인정기준)’ 고시 개선 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 노동부는 2018년 1월 개

2018년 이후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여

정한 고시를 시행하여 평균 업무시간이 주 60시

러 정책 토론회, 보도자료를 통해 업무상 질병 인

간이 안 되고 52시간에 미달해도 교대근무, 해외

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출장, 책임의 증가, 높은 육체 강도 업무, 휴일 부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업무상 질병 인

족 등 질적인 요소를 반영하여 과로 기준을 정하

정률이 63%를 기록해 2017년보다 19.1%포인

고, 이를 업무상 질병을 판정하는 데 활용하도록

트 상승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경향은 2019

했다. 또한 ‘추정의 원칙’을 만들어 작업(노출)기

년 6월까지의 승인율에서도 65%로 이어져 승인

간·노출량 등에 대한 인정기준을 충족할 경우 반

율 상승은 이어지고 있다. 각 질환별로 승인율을

증이 없는 한 해당 사례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

살펴보면, 2016년에 비해 2017년도 승인율이 뇌

하는 사례를 만들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암,

심혈관계 질환은 10.6%p 상승(22.0%→32.6%),

희귀 질병, 특정 직종의 근골격계질환 등에서 이

정신질환은 14.5%p 상승 (41.4%→55.9%), 근

와 같은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었다.

골격계질환은 7.5%p 상승(54.0%→61.5%), 직 업성 암은 2.6%p 상승했다(58.8%→61.4%).

고용노동부의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 골격계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

08

2019년 12월호

산재 신청 증가했나?

2018년 산재신청 건수는 12만8천576건으로 2017년에 비해 2만4천860건(21.9%p) 늘었다.


2014 구분

2015

2016

2017

승인

불 승인

승인

불 승인

승인

불 승인

승인

불 승인

215

86

129

188

92

96

228

134

94

303

190

113

직업성암 (40.0) (60.0)

(48.9) (51.1)

(58.8) (41.2)

(61.4) (37.3)

<표 1> 직업성 암 신청, 승인율 변화

출퇴근 중 사고를 산재보상 대상으로 확대하고,

신속한 처리 이루어지고 있나?

노동자가 사업주의 확인 없이도 산재보상을 신청

산재보험제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신속하고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등의 노력이 있었다.

공정한 보상”이다. 그러나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

최근에는 병원에서 산재요양 신청서를 작성해주

재신청과 절차가 진행되는 기간은 신속성과는 거

지 않을 경우, 진단서만으로도 산재신청이 가능

리가 멀다. 2018년 근로복지공단은 1만6건의 업

하도록 변경되었다. 여전히 많은 병원의 의사가

무상 질병 사건을 처리했고, 이들의 평균 처리기

산재요양 신청서를 작성해주지 않아 노동자들이

한은 166.8일(근골격계질환 108.7일, 뇌심혈관

산재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산재요

계질환 103일, 직업성 암 341일, 정신질환 179

양 신청서는 업무관련성을 평가하는 서류가 아니

일 등)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

라, 해당 병원에서 해당 상병으로 진료를 받고 있

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산재

음을 써주는 것인데, 이에 관해 부담을 느끼거나

신청을 한 노동자는 자신의 병이 직업병으로 승

귀찮은 이유로 써주지 않는다.

인되기 전에는 치료에 소극적이다. 치료가 늦어 지면 병이 잘 낫지 않을 것이고, 산재 노동자의

애초에 산재요양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환

복귀는 더 늦어진다. 장애가 남을 가능성 또한 높

자의 신청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치의나 자문의사

아진다. 보험자의 입장에서도 손해다. 몇 가지 조

의 판단으로 산재절차가 밟아질 수 있어야 한다.

치는 당장이라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주치의와

20% 이상 신청 건수가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단 자문의 소견이 “업무관련성이 높다”라고 판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재해율은 1%를 넘지 않고

단하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

있다. 독일, 캐나다 등이 3% 수준임을 생각하면,

고 바로 승인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단계적으

신청하지 않는 재해, 질병이 아직도 너무 많다.

로 2주 혹은 4주 이내 요양 기간의 질병부터 실시

산재신청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청과 승인절차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직업성 암은 당연 인정기준

더 간소화하고, 산재신청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

을 확대하여 그동안 직업성 암으로 인정된 유사

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이 뒤따라야 하고, 산재

사례를 정리하여 전문조사 없이 업무상질병판정

요양의 질을 개선하고, 작업 복귀 프로그램이 강

위원회에서 바로 판단하거나, 장기적으로는 자문

화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의사에 의해 바로 판단이 내려질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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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평가

정신질환 직업병 인정, 여전히 어렵다

즉 심의 전 단계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고, 업무 관련성을 평가하는 것은 법률적 판단, 사회적 판

최근 5년간 업무상 정신질환으로 산재를 신

단 중심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심의마다 다뤄

청한 노동자는 2014년 137명, 2015년 165명,

지는 건수를 제한하여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

2016년 183명, 2017년 213명, 2018년 268명

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위원회별로 구

으로 총 966명이다. 이 중 산재 승인을 받은 것은

성 위원 수를 줄여 (현행 7명에서 4~5명 수준),

총 522건으로 승인율은 약 54%에 불과했다. 아

위원회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직 정신질환은 산재신청도 적고, 업무상 질병 판 정에서도 개인 요인의 영향을 크게 보는 경향이

예방에 중점을 두고 정책이 입안·시행되어야

있다. 정신질환으로 확진된 사례라면 환경요인과 관리 요인을 중심으로 업무관련성 판단이 이루

산재로 승인받는 것보다 질병이 걸리지 않는 것

어져야 하고, 산재신청과 승인 사례가 늘고 (특히

이 더 중요하다. 과로사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의

사망 사건), 예방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제도 변화로 이어져야 하고, 근골격계질환의 문 제는 인간공학적인 작업환경 개선으로, 정신질환

지역별 승인율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은 과로, 직장 내 괴롭힘, 폭력, 감정노동 등에 대 한 적극적인 개입 정책들이 뒤따라야 한다. 예방

6개 지역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주요 질 병에 대한 승인율의 차이가 현저히 드러났다. 근

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와같은 노동정책의 변화 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골격계질환 산재판정 결과는 평균 승인율이 최 저 60.4%에서 최고 86.7%까지 편차가 컸다. 지

하지만 최근 정부의 우려스러운 행보가 이루어

역별로 업무관련성이 높거나 낮은 질병만 신청이

지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직업병을 인정하는 위

탄력근로제 확대, 300인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

원회의 판단 절차와 과정, 인정하는 기준의 차이

상한제 실질적 유예, 특별근로허용제 도입 등 장

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지역별 위원회의

시간 노동 사회로 회귀하는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위원장이 갖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고, 위원들에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주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40시간 법정근로시간 조차 무력화 시키는 이 상 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돌아봐야할까. 이처럼 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구성의 변화 또한 필요

히려 예방이 아니라 직업병을 늘리는 정책이 시 도되고 있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모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비롯한 업무상질병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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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이들의 건강할 권리가 보장되고 실현할

정을 위한 여러 심의회의 체계상 변화가 필요하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정부가 취한 방향이라

다. 그 중 임상의사는 업무관련성을 평가하는 심

고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노

의회에 참여하기보다는 업무관련성평가에서 상

동안전보건정책의 방향은 어디인지, 되묻지 않

병을 명확히 확인하는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을 수 없다.

2019년 12월호


역행하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이진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노동안전보

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건 정책 행보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될 수 없다”며 “산업재해는 한 사람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동료 지역공

퇴진 촛불의 결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정책

동체의 삶까지 파괴하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했다.

이념과 이론이 취약한 상황에서 ‘인기관리’를 핵심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주화하는 일이 절대

목표로 삼은 포퓰리즘적 성격을 보이고 있다. 노동

없도록 하겠다,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예외

자·시민의 생명·안전과 관련 공약과 정책을 발표했

없이 안전의 대상이 되도록 하겠다, 사망사고 발생

으나 ‘인기관리’의 맥락에서 속도 조절을 해왔고,

하는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최근에는 오히려 노동정책 전반에서 후퇴를 거듭

중지하도록 하겠다, 대형 인명사고의 경우 국민이

하고 있다.

직접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 다. 2017년 8월, 범부처 합동으로 ‘중대산업재해

2017년 대선시기 세월호 광장에서 진행된 ‘대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선후보 생명안전 서약식’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

이어 2018년 1월, ‘국민생명안전 지키기 3대 프

들겠습니다.”라고 직접 서명했다. 위험의 외주화

로젝트’를 통해 사고성 산재사망 절반감소 대책을

방지법 제·개정,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비롯

내놓았다. 이후 환경부를 비롯한 범정부 차원의 환

한 생명안전 관련 공약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경미화원 안전대책, 2019년 공공기관 안전관리 대 책 등 각종 안전대책이 쏟아졌다.

대통령 자리에 오른 후 2017년 7월 50회 산업안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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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평가

▲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4월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 '생명 존중 안전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 참석해 국민안전 약속 서명을 세월호 유가족들과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가습기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모습 출처 : 민중의 소리

그러나 임기 절반을 넘긴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

예고를 했고, 국회를 통과했다. 자본과 국회 핑계를

대책은 휴짓조각으로 전락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

대던 정부는 하도급하려면 노동부 승인을 받도록

지 약속을 파기했다. 오히려 생명안전제도의 개악

하는 도급승인조차도 4개의 화학물질 설비 해체작

과 후퇴가 급속하게 추진되고 있다.

업으로만 한정했다.

김용균이 없는 김용균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현장에서는 해마다 600명이 사망한다. 그중 20%가 넘는 사망사고는 건설기계 장비에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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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동자 죽음에 대한 유족과 사회적 투

한다. 장비 사고 중 65% 이상은 굴삭기, 덤프, 이동

쟁으로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지만,

식 크레인 등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원청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의 도급금지에는 구의역

책임 적용 대상으로 이들을 제외한 채 2개만 규정

김 군도, 태안화력의 김용균도, 조선하청 노동자도

했다. 사고 다발 기종은 아예 빠진 것이다. 원청 책

없다. 대선 공약에서는 산업현장 위험의 외주화 방

임 강화 전면 적용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지법 제·개정, 상시 유해위험작업의 사내 하도급 전

하위법령에서 ‘사무직 노동자만 사용하는 사업장’

면금지를 명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도급금지의 범

은 적용을 제외했고, 사고가 다발하는 에어컨 등 전

위를 22개 사업장으로 극단적으로 축소해서 입법

자제품 및 통신 설치·수리·정비작업도 빠져있다. 법

2019년 12월호


의 구멍은 실제 산재 사망사고의 반복으로 이어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11월 국가인권위가 간

다. 지난 11월 7일 오전10시 경 경기 남양주시의 한

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명·안전과 기본적인

건물에서 통신 개통 작업을 위해 홀로 건물 외벽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위험의 외주화 개선 ▲불

서 사다리를 이용해 작업을 하던 KT협력업체 직원

법 파견 근절 ▲노동 삼권 보장 등을 고용노동부 장

이 추락해 사망한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관에게 권고했다. 도급 금지 작업 확대, 생명·안전

KT새노조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KT서

업무 기준 구체화, 산재보험료 원·하청 통합관리제

비스 남·북부에서 총 6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

확대 등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내뱉

었다. 이 중 외주화가 진행된 KT서비스 남부의 경

은 말이 이행되지 않으니, 인권위까지 나서게 된 처

우 같은 기간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크게 다쳤는데,

참한 상황이다.

이 중 3명이 협력사 직원으로 밝혀졌다.

위험의 외주화, 자본과 정부에 책임 물어야 고 김용균 노동자 죽음을 두고 더 위험의 외주화 는 없어야 한다던 문재인 정부였다. 이후 진행된 특

곧 김용균 노동자의 1주기다. 위험의 외주화에 의

조위는 외주화가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한 죽음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발전 비정규직 노

조사하였다. ‘① 외주화는 노동의 불안정성을 높일

동자들은 11월 11일부터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김

뿐만 아니라 노동의 불안전성을 높인다. ② 외주화

용균 분향소를 설치하고, 다시 농성을 시작했다. 위

는 고용을 외부화 할 뿐만 아니라 위험 역시 외부

험의 외주화 금지,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이행, 비

화한다. ③ 이때 위험은 단순히 위험이 외부로 전가

정규직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 철강, 건

되는 것이 아니다. ④ 위험을 동태적으로 파악하면

설노동자를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18일부터 조사

원-하청 관계에서 새로운 위험이 형성된다.’는 점을

위원회 권고 즉각 이행 촉구, 위험의 외주화 금지·중

규명하였고, 이로부터 ‘위험의 외주화’는 원-하청

대재해 기업 처벌을 요구하며 농성 투쟁에 나섰다.

관계에서 새롭게 구조화된 위험의 형성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을 직

위험의 외주화 금지가 문재인 정부의 인기영합을

접 고용하라는 특조위의 권고는 아직도 이행되지

위한 말 잔치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위험의 외주화

않고 있다.

는 구조화된 위험이다. 노동을 분할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며, 원청의 책임을 지워버린다. 노동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와 조선업 노동자의 죽음

자와 시민의 힘으로 세상에 드러낸 위험의 외주화

이후 꾸려진 사고조사위원회는 위험의 외주화가 산

라는 문제를 더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 실질적이

재사망의 주범임을 밝히고 대안을 제시했지만, 권

고 최종적인 사용자, 자본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자.

고는 보고서 활자로만 남아있다. 대통령이 약속한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시켜 노동자·시민의 생명안

국민 참여 사고조사위원회는 조선업 산업재해 조사

전을 지켜내고, 산재사망에 대한 기업과 정부 관료

위원회 이후 열린 적이 없다.

에게 조직적 책임을 묻기 위한 연대와 투쟁에 함께 하자.

문재인 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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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에서는

2017년 경기·수원지역 활동가 워크숍, 2018년 지역운동포럼, 지 역운동포럼 후속 성평등 워크숍까지 여러 자리를 통해 지역 내 고민

평등한 조직 문화·지역 운동, 준비운동을 하며

을 나누어 왔습니다. 특히 성/평등한 조직문화에 대한 각자의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활동을 마무리하기에 아쉬웠 기에 경기•수원지역 활동가 네트워크(이하 경수네)를 꾸렸고, 활동가 들의 소중한 고민을 기억하며 운동사회의 현재를 짚고 우리의 경험 은 어떠하였는지 살펴보며 <평등한 지역운동을 위한 약속문>을 만들 었습니다. 지난 15일에는 ‘평등한 지역사회를 위한 준비운동’을 열어 약속문을 지역 운동사회에 제안하고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지 토론하 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평등의 감각을 함께 키우기 위하여

약속문은 총 일곱 가지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항목에 대한 해 설과 살펴볼 것, 실천해 볼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용 을 크게 나눈다면, 행위나 말을 강력히 ‘금기’하는 것이 아니라 ‘동의’ 가 우선되어야 함을, 사회가 구성한 ‘정상성’을 토대로 생각하거나 이 야기하지는 않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토론해 볼 것을 강조하고 있 습니다. 제안된 약속문의 내용이 낯설고 아리송할 수도 있습니다. 모 르는 것을 모르는 채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지 묻고 토론하는 장이 펼쳐지기를 바랐습니다. 나 홀로보다는 공동체 내에서 함께 토 론하며 평등에 대한 경험과 감각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 다. ‘선한 의도’로 한 말이더라도 그것이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 내 주변에는 없지만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아는 것, 그래서 고정관념이 내포된 이야기를 지양하는 것 등 약속문을 통 해 다양한 토론이 오고 가기를 바랐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라 고 해서 당연한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실천하기를 바랐습니다. 약속 문이 지역 사회 내에서 커다란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겠 지만 “이건 왜?”, “이건 무슨 뜻?”과 같은 질문으로 조금씩 변화되지 않을까요? 그럴 때 우리는 보다 평등한 지역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사월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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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 지켜지지 않을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며

우리는 약속문 맨 앞 장의 제안문을 통해서 “우리의 약속문을 각 단체/조직/진보정당이 채택 한다고 하여, 성평등을 침해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한 번의 토론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학습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효능감이 있을까?”, “얼마나 지켜질까?”와 같은 고민은 여 전합니다. 또, 약속문을 만든다고 해서 성/평등한 문화를 침해하는 사건이 절대 일어나지 않 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각 단체/조직/진보정당에서 책임을 가지고 대화와 학습을 지속해야 함을, 모든 구성원에게 책임이 있음을 명확하게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 어떻게 공감하고 토론할 수 있을까

긴 시간 토론을 통해 약속문이 지역 사회에 등장했고 활동가들을 초대하여 토론을 진행하였 습니다. 약속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지역 내 연대체 회의 전 약속문을 소개하고 함께 읽어 보는 것, 지역 내 단체/조직/진보정당의 대표 및 운영·집행위원들과 약속문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 약속문의 내용을 하나의 사례로 바꾸어 짧은 영상을 제작하는 것 등등 다양한 약속문 활용 방법들이 나왔습니다.

약속문을 잘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공감을 얻고 폭 넓은 토론을 할 수 있을까가 더 우선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디 이 약속문을 통해 평등의 감각이 꿈틀거리는 장이 마 련되고 새로운 것을 쌓아가는 시간들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약속문은 서로를 존중하고 동 료로 여기는 토대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운동 사회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입 니다. 지금 활동하는 우리, 그리고 미래의 구성원들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활동할 수 있으려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지속가능한 운동을 위해, 성/평등한 문화를 위해, 조직문화에 지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곳에서 함께 고민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곳곳에서 이와 같은 고민들이 이어 지고 공유될 때 큰 힘이 될 거 같습니다. 다양한 곳에서 성/평등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펼쳐질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 <평등한 지역운동을 위한 약속문> 파일은 연구소 홈페이지(www.kilsh.or.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 니다.

지금 지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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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톺아보기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나? - 한국 산재보험 급여체계에 대한 고찰

출처 : 광주노무사 일과품 산재사업부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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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다치고 병들면 산재신청을 하게 된다.

로 지급하는 요양급여, 요양으로 인해 발생하는

안 아픈 게 가장 좋겠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직업

소득손실을 보장해주는 휴업급여가 가장 핵심이

위험이론에 따라 최소한의 산재발생은 일어날 수

다. 그 외 휴업급여와 유사한 성격이지만 장기 요

있다. 산재 승인이 되면 받게 되는 보상을 “급여”

양을 하는 폐질등급 환자에게 주어지는 상병보상

라고 부르는데, 의료기관에서 치료비용을 현물

연금, 그리고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 급여, 장

2019년 12월호


의비 등이 있다. 산재보험만의 중요한 특징 중 하

활치료, 재활보조기구 등에서도 건강보험과 달리

나인 급여가 있는데, 바로 직업재활급여다. 산재

별도 추가 인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험은 단지 질병을 낫게 하는데 한정하지 않고, 건강하게 작업장에 복귀하는 것까지 목적으로 한

그럼에도 여전히 본인 부담 정도가 높아, 사업

다. 따라서 일반적인 건강보험에 비해 훨씬 적극

주가 부담을 해주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적인 요양과 재활의 기회가 제공해야 한다.

개인이 실비보험 처리를 하거나 직접 부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산재보험에서 급여로

여전히 높은 본인 부담 비율

인정하지 않는 의료비가 발생하더라도 산재환자 치료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개별 심사를 통

건강보험에서는 외래/입원, 병원의 등급(의원,

해 별도로 인정을 해주는 개별요양급여제도를 운

병원, 종합병원), 연령, 중증질환 여부에 따라 다

영하고 있지만, 대체가능 항목이 없어야 하고 사

양하게 본인 부담 정도를 결정하고 있다. 예를 들

유를 명확히 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절차가 까

어, 의원급에서 외래를 볼 때, 요양급여 총액의

다로워 신청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이러한 제도가

3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산재보험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은 원칙적으로 본인부담이 없다. 하지만 한국의 산재보험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서 규

환자 치료에 필요함에도 건강보험의 재정 여건

정한 사항을 급여로 인정하고 있어, 비급여 진료

으로 인해 혹은 한국 의료의 현실에서 발생하는

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입원 초기 산업재해

비급여 영역이 다수 있는 점을 고려해서, 신청한

의료비의 비급여율은 2015년 기준 44.2%에 이

사람에 대해서만 개별요양급여 제도를 적용할 것

른다(송윤아, 2017). 구체적으로 보고된 액수로

이 아니라 모든 산재 환자에 대해 개별 심의를 통

는 산재보험 1건당 비급여 의료비가 116만원이

해 비급여 적정성 검토를 하고 요양급여를 지급

었고, 종합병원에서는 133만원이었다.

해야 한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 면, 다빈도 비급여 영역을 급여 영역으로 확장하

회사에서 일하다 다쳤는데도 본인이 부담해야

거나 특정 불필요 비급여를 제외하고, (보약 처방

비용이 현실적으로 과도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등) 전체 비급여의 일정 비율을 급여로 지급하고,

비급여라고 하는 것이 필요 없는 치료가 아니라

추후 이를 점차 확대해 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종합병원에서 병실 부족으로 인해 상급병실을 사

있다.

용하거나 수술, 약물 치료에서 주치의의 치료 권 고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대부분이어서, 환자

생활임금 및 실질적인 직업재활 급여 보장이 되어야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 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요양기관 종별가산

산재보험에서는 휴업치료에 따른 소득손실을 보

율, 이송처치료, 물리치료, 가정산소치료, MRI,

장하기 위해 산재요양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70%

초음파검사 등 분야에서 국민건강보험보다 완화

를 휴업급여로 지급하고 있다. 초기 요양 6주간 임

하여 급여 적용을 해주거나, 상급병실사용료, 재

금 전액을, 6주 이후에는 80%를 지급하는 독일보

산재보험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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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환경일보 2018.02.14.

다는 부족하지만, 부양가족 수에 따라 60~75%

노동자들에게도 주어져야 하고, 원직장 복귀 의

를 지급하는 미국 워싱턴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무화 등 실질적인 작업복귀를 위한 제도적 뒷받 침도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100%로 지급하는 건 안 되는 건가? 일 하다 다치거나 병들었다고 해서, 70%의 임금만

산재보상의 확대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연

을 보장받아야 할 명확한 근거는 없다. 아파도 생

결되는 이유

활임금이 보장될 필요가 있고, 이는 예방적 기능 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보험의 취지에도 맞

이외에 산재보험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건강

다. 더욱이 앞서 언급했던 비급여 영역의 치료비

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함께 이루어질 필요 또한

가 추가로 발생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

있다. 당장 산재보험의 비급여 영역이 건강보험

일정한 상한액을 두고 상한액 이하에서는 휴업급

의 비급여 영역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영

여를 100% 지급하는 방안을 우선 시도해 볼 수

향을 받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도 휴업급여가

있다.

지급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병이 직업병으로 인 정되지 못한 수많은 노동자도 치료를 위해 일하

나아가 산재환자의 실질적인 재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급여 또한 제공되어야 한다. 장해가

있어서다. 그것이 사회보험의 역할이고, 이를 관

있는 산재노동자에게 직업훈련에 드는 비용 및

장하는 국가의 역할이다.

직업훈련수당 등을 지급하거나 직장적응훈련, 재 활운동을 위해 직장복귀지원금 등을 지급하고 있 다. 직업복귀프로그램은 장해가 없이 복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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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못해 발생하는 소득손실을 보상받을 필요가

2019년 12월호


연구리포트

영화스태프 안전보건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 2019.09 전국영화산업노조

선전위원회 편집

1. 연구 목적

“영화종사자의 경우, 단기(주로 3개월이며, 대부분 6개월 미만)로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노조와 단 체협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는 한, 1년에 1회 건강검진 실시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에 대한 안전과 건강과 관련한 조치가 충분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교육도 크랭크인 전 1회에 그치고, 그마저도 동영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 자체를 스 탭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 현장 스태프 인터뷰 중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현장과 같이 한 장소에서 계속 작업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영화 촬영은 장소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법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안전장비나 조치들을 매번 마련하기가 힘들다. 또한 단기(주로 3개 월)로 이루어지는 영화제작 현장의 특성상, 분기·반기·연도별로 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조치 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제작사 인터뷰01 중 본 연구에서는 영화산업의 고용 형태의 특성 및 제작 현장의 현실을 고려한 현실적인 안전보건 01 현장 스태프와 제작사 인터뷰 전문은 해당 보고서의 부록에 수록되어 있다. 위 내용은 인터뷰 중 주요 내용을 연구진이 발췌 및 요약한 것 이다.

* 본 연구보고서는 고용노동부 노동단체지원사업에 의한 「영화스태프 안전보건 실태조사 및 정책보고서」의 최종보고 서로서, 해당 내용은 부산국제영화제 토론회 <한국영화 노동안전 진단과 과제>에서 발표되었다. 보고서 작성자 및 내용 전문, 그리고 조사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해당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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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가이드라인 등)을 만들고 현행 산업안전보

최근 참여한 영화 촬영 중 사고 경험 질문에 대

건법(이하 산안법)의 현실적인 공백 지점이 실제

해선 참여자의 약 4분의 1인 24%가 경험하였다

현장에서 법 사각지대로 전환되는 한계를 극복하

고 답변하였으며, 사고 유형으로 넘어짐·미끄러

기 위하여 산안법 법률 개정을 제안하고자 한다.

짐이 62.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근골격

2020년 1월 16일부터 적용되는 산안법의 경우

계질환, 찔림과 베임, 교통사고 경험 비율이 높게

많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법 적용 보호의 대상

나타났다. 당시 발생 사고에 대해서는 제작사 비

을 근로자의 범위에서 현실적인 노무 제공자로까

용으로 처리했다는 답변이 68.8%로 가장 높았

지 영토를 확장한 것과 도급관계에서 도급업자의

고, 본인 비용과 상해보험으로 처리했다는 견해가

책임을 강화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각각 39.6%, 29.2%를 차지했다. 산재 처리하였

수 있다. 그러나 영화제작 현장과 같이 단속적인

다는 비율은 16.7%에 불과하였는데, 설문 결과

고용이 반복되는 경우(단기간의 계약이 반복되

이는 산재처리 절차가 복잡하고 제작사가 산재 처

는)까지 산안법 적용이 연착륙되기엔 시기상조라

리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영화 스태프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작사의 조치는 비

를 비롯하여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건강 및

교적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근 참여한 영

안전 보호를 위한 더 강력하고 집단적인 목소리와

화작업 중 제작사로부터 안전교육을 받았다고 응

지혜로운 집단의 지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실

답한 비율은 58%에 그쳤으며, 안전교육은 대부

태보고서는 아래와 같이 설문조사 등을 진행하여

분 크랭크인 전 1회 실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화 스태프 안전보건 실태를 분석하였고, 산안법

한 제작사 내 별도 안전보건관리자가 있는 경우는

의 영화제작 현장의 적용 가능성을 고려하여 안전

17%에 불과하였으며, 대체로 영화종사자에게 보

한 촬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실마리를 마련하였

호구가 지급되기는 하였지만(75%) 지급된 보호

고, 법제도 개선의 과제와 정부의 지원방안에 관

구는 마스크, 장갑, 방음 귀마개 정도에 그쳤다.

한 내용을 담았다.

최근 참여한 영화작품에서 설문 참여자의 일 평균 근로시간은 약 12시간, 주 평균 근로일수

2. 설문조사 결과

는 5.2일로, 1주 평균 약 61시간을 근무한 것으 로 나타났다. 또한 1주 평균 야간근로시간은 약

이번 설문조사는 영화종사자 총 200명이 참여

11시간에 달하였으나, 회차 사이 평균 휴식 시간

하였고, 참여자 중 66%는 남성, 34%는 여성이었

은 9.17시간에 불과하였다. 영화종사자의 수면시

다. 참여자의 평균연령은 32.9세였으나, 평균 영

간 보장을 위한 제작사의 조치가 있었는지는 응답

화경력은 약 8년으로 연령에 비하여 비교적 높은

자의 54%가 없다고 답변하였고, 있다고 답변한

수치를 보였다. 참여자들의 담당 업무(소속 분야)

42.5% 중 제작사의 구체적 조치의 내용으로는

는 연출 및 제작 분야가 31.5.%로 가장 높았으나,

사우나 혹은 근처 숙소 렌탈, 휴차 또는 촬영 시간

촬영팀(15%), 조명팀(8%), 미술 및 세트팀(8%),

의 단축 등이 있었다.

분장 및 미용팀(4%) 등 매우 다양한 분야 종사자 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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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영화종사자 대다수는 무거운 장비를 사용하고, 서서 근무하는 등의 근무 형태를 띠고 있어 근골


격계 질환이 발병하기 쉬운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나, 영화종사자 대다수는 건강검진 혜택을 받지

있다. 이는 본 설문조사의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영화종사자 중

할 수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설문 참여자의 절반

최근 2년간 건강검진을 받은 비율은 31%에 불과

이상은 근무시간의 50%가량을 근골격계 유해요

하였고, 이 중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직장인

인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건강검진을 받은 비율은 38.4%로 나타났다.

또한 영화종사자 대다수는 영화 일을 하면서 우

영화종사자의 건강보호와 영화 현장의 안전 개

울, 두려움, 수면 부족 등의 작업 스트레스 증상

선을 위해 해결되어야 할 다양한 과제 중, 영화종

을 경험하고 있었는데, 가장 자주 겪었던 증상으

사자들은 수면시간과 휴게시간의 보장이 가장 먼

로는 수면 부족(41.22%), 피곤(39.7%), 불안/걱

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정(34.4%), 흡연(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는 정기휴일의 보장과 근로시간 단축이 이루어져

종사자의 경우 업무 수행이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

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현재까지도 영화 제작

져야 하고, 정해진 기한 내에 업무를 끝내야 하며,

현장의 근무시간이 장시간이라는 점과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을 위하여 고도의 전문성과 지식이 요구

휴식과 휴일이 부여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된다. 이는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정신적 스트레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스를 유발하므로 이러한 점들이 영화종사자들에 게 위와 같은 증상을 발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화 작업 중 노출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

3. 영화제작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및 개정 검토

인 중 영화종사자들은 수면 부족(53.5%)을 가

: 안전한 촬영현장을 만들기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

장 위험한 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2순위로는 폭

을 위하여

염, 추위 등(43%), 3순위로는 무거운 물건 운반 (41.5%)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위험 요인으로부 터 영화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 으로 지급되어야 할 보호구에 대해서는 마스크 (66%)와 장갑(57%)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으며, 그 이외에도 방한복, 안전화, 허리보 호대가 필요하다는 견해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폭염과 추위 등 영화작업에서의 위험을 초래하 는 요인이 되며, 영화종사자들 역시 폭염과 추위 가 영화작업 중 노출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요인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촬영일정의 조정이나 별도의 휴게시설은 제공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안법은 사업주에게 현장직의 경우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

2015년 11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에서 는 안전사고 예방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을 뿐 노동자의 안전보건 보호를 위한 사업주의 각종 조치에 대해서는 내용이 없으므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노동관계법률 중 산안법이 적용 되며, 영비법은 영화제작 과정의 위험성과 단속적 인 고용형태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부지원의 근거 를 마련한 규범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산안 법률 조항들은 상당히 기술적이고, 전문적이며 제 조업 및 건설업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내용들이 대 부분이기 때문에 영화촬영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생소할 수 있다. 영화 제작업은 프로덕션 단계의 경우 세트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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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상당부분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특정

작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안전

한 공간에서만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야외/실

의식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작업현장

내 구분 없이 광범위한 현장에서 촬영이 이루어지

의 위험의 예측 및 대처를 각 개인이 부담하는 것

는 특징이 있다. 또한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

은 산안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을 반증하는

모든 스태프들이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것이라는 점에서, 산안법의 개정이 요청될 뿐만

각 팀별로 다음 작업을 준비하기 위한 별개의 작

아니라 동시에 영화작업의 특성을 반영한 안전보

업단위가 구성되어 다른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건 가이드라인 제정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

노동관계법령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업’,

이다.

‘사업장’의 개념과 기준이 현장의 상황과 맞아 떨

산안법의 개정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

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즉, 산안법이 이러한 산업

을 논의할 수 있다. 영화제작업이나 방송프로그램

적 특수성을 모두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지점은 분

외주제작업 등 프로젝트형 사업의 경우 상시 근로

명히 존재하지만, 이는 비단 영화 제작업만의 문

자 수 산정의 기준이 불분명하므로, ‘사업장 기준’

제는 아니며, 기술 발전과 다양한 노동력 제공 양

이 아닌 ‘사업 기준’으로 상시 근로자 수를 정하는

태에 대하여 산안법이라는 법규범이 전혀 따라가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다. 만약 사업 기준으로 할

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제작 과정에서

경우, 상시 근로자 수 50인 미만인 경우에는 (더

산안법의 적용 가능성과 법 준수의무를 배제할 수

구나 근로자 수는 고정 상수가 아니기 때문에) 상

없으며, 산안법의 취지와 현장의 특성을 적절히

시근로자 수 기준 이외에 건설업(120억 이상)과

접목할 수 있다면 영화제작현장에 적절한 안전가

같이 공사금액에 준하는 제작규모(예컨대 순제작

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다.

비 30억 이상)로 법 적용기준을 보완하여 영화제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화제작 안전을 위협

작사가 영화제작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하여 고용

하는 위해요소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영화제작 현

된 모든 인력의 안전보건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산

장 만의 특별한 관리지침((가칭)안전한 촬영현장

안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법규

만들기 가이드라인) 및 관리감독체계에 관한 역

정 및 규범 제개정과 함께 정부의 안전보건교육

할분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영화제작 현장은

사업 지원, 안전보건관리비 지원, 안전보호장구

일반적인 제조업, 건설업과 달리 산안법을 현장에

구매대행 및 대여 등 유지관리, 노동자 참여 보장,

맞게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영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

화제작현장의 위험요인들은 완전히 제거하거나

활용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대체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위험한 씬을 촬영하는 것을 중단 하거나 작업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경하지 않 는 한 결국 영화스태프 등 현장인력들은 자신 스 스로 위험에 대처하거나 개인별 보호 장구에 의존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영화 종 사자들은 항상 위험을 미리 숙지하고 긴장감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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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 뒤에 가려진 수많은 노동 [인터뷰] 맥도날드 써비스지회 이규만, 정훈섭 조합원 박기형 상임활동가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햄버거. 고객은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면 곧 햄버거를 받는 다. 하지만 그 이전의 노동과정은 잘 알지 못한다. 사람이 붐비는 거리마다 위치한 프랜 차이즈 햄버거 매장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단지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필요한 건 아 니다. 해당 매장에 필요한 자재를 조달해주는 이들, 그 자재를 생산하는 이들도 필요하 다.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의 유니폼을 입지 않지만, 식자재뿐만 아니라 휴지와 그 유 니폼까지도 공급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일터> 12월호에서는 민주일반연맹 세종 충남지역노동조합 맥도날드써비스지회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노동을 소개해보려 한 다. 인터뷰는 지난 11월29일 지회사무실에서 진행했다.

햄버거를 만들고 파는 데 필요한 자재들을 나르고 만드는 일

맥도날드써비스지회에 소속된 이들은 매장이 운영되는 데 필요한 모든 물품을 배송하는 업무와 햄버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빵을 만드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래 서 매장 운영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맥도날드써비스 지회라고 명칭을 지었다고 한다. 지회는 두 개의 법인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하나 의 노동조합에 가입해있다. 크게 물류와 베이커리, 두 파트로 나뉜다. 물류의 경우 ‘마틴브로워(A Martin Brower Company)’라는 글로벌 회사 소속으로 ‘마틴브로워 코리아’라는 물류회사에 소속되어 주로 맥도날드 물류를 집하·분류·상하차하는 일 을 한다. 베이커리는 ‘빔보(Bimbo)’라는 세계 1위 빵 생산 업체의 소속으로 ‘빔보 큐에스알코리아’라는 회사에서 일하며, 맥도날드를 비롯한 여러 업체에서 사용할 빵을 만든다. 두 회사 모두 외국계 자본 기업이며, 세계 각지에서 맥도날드와 함께 많은 사업을 하고 있는 맥도날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회사들이다. 이 두 회사 에 일하는 두 분을 만나 맥도날드 매장의 빵을 비롯한 자재들을 생산 및 공급하는, 물류와 베이커리 파트의 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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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햄버거 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도우 믹서’라고 한다. 1차 반죽의 발효가 끝나면, 한 번 더 설비를 이용해 물과 과당,

이규만 저는 베이커리 생산과에 주임으로

소금, 밀가루, 이스트 등을 넣어서 2차 반

근무하고 있는 이규만입니다. 베이커리는

죽을 한다. 이때 반죽에 물성이 생기면서

다른 제조업처럼 라인 작업이에요. 그래서

성형하기(모양 만들기) 좋게 만들어준다.

기본적으로 공정별로 3조3교대로 8시간씩 근무합니다. A, B C조로 나눠지는데, 1근 은 새벽 6시부터 14시 30분까지 2근은 14 시에서 22시 30분까지 3근은 22시에서 새

세 번째 공정은 분할기 공정이다. 이제 반 죽을 부어서 펌프로 밀어내면서 평평하게 펴주고, 일정량을 동그랗게 칼로 썰어낸

벽 6시 30분까지입니다. 관리자로 일하면

다. 이때부터는 컨베이어벨트를 탄다. 썰

서 교대로 생산설비 운영도 맡다가, 지금은

어진 반죽들을 눌러 원형으로 모양 잡아준

포장반에 들어가서 포장업무를 하고 있습

뒤, 이것들을 팬에 옮겨 담게 된다. 그러고

니다. 포장 업무는 완성된 빵이 컨베이어벨

나면, 팬에 담긴 반죽을 다시 한 번 발효시

트를 타고 나오면, 상태가 불량한 빵을 선별

킨다. 이게 네 번째 공정이며, ‘프로퍼’라

하고, 포장지가 잘 씌워질 수 있도록 라인에 맞게 넣어주는 작업입니다. 완성된 빵이 라 인에 들어오면, 개수 맞춰서 슬라이스 해서 포장이 되게끔 배열하는 일입니다.

고 불린다. 1시간 동안 발효를 시키면, 해 당 팬에 반죽이 부풀어 꽉 차서 나온다. 이 후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커다란 오븐 설비 에 들어간다. 오븐에서 충분히 구워진 뒤

우리가 먹는 빅맥과 같은 맥도날드 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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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를 따라 빵이 나오면, 빵과 팬을 분리

거의 빵 대부분이 이 베이커리 파트에서

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공기를 쏴서 팬으

생산된다. 공장처럼 돌아가는 컨베이어벨

로부터 빵을 떼어낸 후 흡입기로 빵만 뽑

트 위에서 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과

아낸다. 이제 빈 팬은 다시 생산설비로 돌

정은 어떻게 될까? 총 공정은 다음과 같

아가며, 빵은 ‘쿨러’라고 해서 에어컨처럼

다. 첫 번째 공정은 ‘스펀지 믹서’라고 한

찬바람이 나오는 설비 안을 30분 동안 돌

다. 이는 빵을 만들기 위한 반죽을 만드는

며 식혀진다. 그 뒤 포장실로 빵이 벨트를

작업이다. 대부분 자동화되어서 터치스크

따라 들어오며, 빵을 위아래로 자른 뒤 포

린을 이용해 생산할 빵 물량에 맞게 입력

장지에 일정량을 포장하여 최종 제품이 나

하면, 커다란 믹서기 설비에 일정량의 물

온다. 이렇게 포장 완료된 후 ‘적재’ 공정

과 밀가루, 이스트 및 기타 재료가 배관을

이 있다. 트레이(상자)에 담겨 물류센터로

통해 주입된다. 그러면 믹서기가 돌아 반

즉시 옮겨진다. 완성된 빵이 벨트에서 나

죽이 만들어진다. 1차 반죽이 된 것을 옮

와 트레이에 담기면, 해당 트레이를 15단

겨서 4시간을 발효시킨다. 두 번째 공정은

~20단으로 기계가 쌓아준다. 이렇게 주문

2019년 12월호


량에 맞게 적재된 트레이를 물류센터로 옮

설비 자동화 이후에도 포장반은 여전히

기며, 업체별로 빵들을 품목별로 분류한

근골격계질환 부담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

다. 이후부터는 베어커리 공장과 바로 연

다. 포장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허

결된 물류센터에서 피킹 작업이 시작된다.

리를 많이 굽히게 된다. 빵이 벨트를 따라

여기까지가 베이커리 파트에 해당되며, 이

식혀져 나올 때, 대략 8줄로 넓게 펼쳐져

후부터는 물류 파트의 업무로 전환된다.

있는 빵들의 라인을 정리해주기 위해서 허 리를 자주 숙이고 빵들을 선별하고 줄을

베이커리 파트의 부담 작업

잡아준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건 아니지 만, 오랜 시간 숙이는 동작을 반복하다보

이규만 베이커리 파트는 설비가 자동화되면

니 무리가 가는 것이다. 지금은 3교대여서

서, 업무 부담이 많이 줄었죠. 예전에는 스

부담이 좀 줄어들었지만, 3년 전만 해도

펀지 믹서나 도우 믹서 공정에서 물과 밀가

포장반 업무는 2교대로 돌아갔다고 한다.

루 외에 다양한 원료를 첨가해야 했어요. 특 히 이스트를 넣어줘야 하는데, 이게 자동화 되지 않았었죠. 그래서 사람이 직접 이스트 원료들을 10~20kg씩 포대에 담는 작업부 터 믹서기에 직접 넣는 작업까지 했어요. 원

그러다보니 장시간 부담이 가해져 허리나 무릎이 아파서 수술까지 한 사람들도 심심 치 않게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이제는 허 리와 무릎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양쪽에서

료를 퍼서 담는 일도 어깨나 팔에 부담을 줬

작업을 하도록 하고, 인력을 늘 2명을 배

지만, 믹서기가 커다랗기 때문에 그곳에 상

치하고 설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최소 3~4

당한 무게의 포대를 들고 올라가서 붓는 일

명이 함께 일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이 서

도 힘들었죠. 한 교대조가 하루에 10포대는

로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작업을 맡

날랐던 거 같아요. 그래도 자동화되면서, 그 런 부담은 줄어들었죠. 프로퍼 공정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과거엔 공정을 마친 펜들을 직접 사람이 옮겨야 했어요. 다시 벨트에 들 어갈 수 있도록 넣어줘야 했던 거죠. 펜 한

는 것이다. 노사협의로 교대제 개편 및 휴 식시간 확보도 이끌어냈다고 한다. 앞선 설비 보완 및 개선의 경우도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안전보건에 대한 현장의 요구를

장이 보통 3~4kg이니까 그게 40여개씩 여

이끌어내고, 이를 노사 간 협의에 반영하

러 단으로 쌓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카트가

는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100kg을 훌쩍 넘는 경우가 다반사였죠. 그 래도 카트에 바퀴가 있으니 밀면 밀리는데, 어깨나 허리 부담이 있었고, 이동 중 사고

감자와 패티부터 직원 유니폼과 홍보 포스터까지

위험도 컸지요. 이것도 자동으로 이동 및 적 재할 수 있도록 설비를 도입하면서 부담을 줄일 수 있었어요.

물류파트는 일반적인 물류센터 업무와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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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하다. 상하차와 분류 등 기존의 물류

가야 하다 보니, 자재들의 입출고에 정해진

센터와 업무가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것도 영향이 크죠. 업무 패턴을

전국 맥도날드 매장 대부분의 물량을 책임

찾기가 힘든 상황이에요.

져야 하는 만큼 노동자들이 느끼는 부담도 상당하다. 특히 24시간 엄청난 물량을 소

24시간 물류를 책임지는 노동자의 업무 부담

화해야 하는 물류센터의 노동시간과 교대 근무 형태는 노동자들의 생활리듬을 찾기 어렵게 만들고,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심 화시킨다.

주단위의 교대제는 물류 파트 노동자들 에게 야간노동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 황이었다. 더구나 인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 에서 휴가자가 1~2명이 생기면, 기존 인력

정훈섭 물류 파트는 출근 시간이 크게 4개

들에게 큰 부담이 가해진다. 보충 인력을

로 나눠집니다. 새벽1시, 새벽4시, 새벽6

구하기도 힘든데다, 일용직으로 결원을 보

시, 오전 8시로 4개 타임으로 쪼개지죠. 새

충하더라도, 지게차 업무를 비롯한 주요 업

벽에 출근한 사람도 일정기간 주간에 남아

무들을 맡기기는 힘들다. 거기다 대부분 주

서 함께 일을 해요. 주간에 최대한 근무가

간조에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인력은 새벽

겹치도록 해서 물량을 소화하도록 하는 것

조 업무를 계속 담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

이죠. 1개조에 6명씩 4개조가 돌아가고요. 상온 2개조, 냉동 2개조로 이뤄집니다. 교 대 근무는 주 단위로 바뀝니다. 만약 이번 달 1주차에 주간조를 했으면, 2주차에는 새

다보니 2주 연속으로 새벽에 나와 일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더구나 물량이 몰릴 때에 는 새벽에 나와도 일찍 퇴근할 수 없다. 식

벽조를 하고 다시 3주차에 주간조를 하는

자재 등 유통기한이 정해진 물량들이 많기

식이죠. 그러다보니 패턴을 맞추기가 힘들

에 당일에 최대한 소화시켜야 하는데, 주간

어요. 생활리듬을 찾기가 힘든 거죠. 더욱이

조에 부담을 전가시키지 않기 위해선 퇴근

인원이 부족한 형편이에요. 만약 1주차에

시간 이후까지도 남아서 함께 일을 해야 하

새벽조로 새벽 1시에 출근하는 근무였어도,

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상온 부서에서는

2주차에 새벽조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휴 가자가 발생하면 주간조를 맡지 못하고 다 시 새벽조를 담당해야 해요. 그럴 경우 육체 적으로 피로도가 상당하죠. 잠을 잘 못자니 정신적으로도 힘든 건 말할 것도 없고요. 그

거의 12시간, 냉동 부서에서는 거의 14시 간에 이르는 노동시간을 감당해야 했다. 거 기에 중량물 취급 등의 높은 노동강도를 감 내해야 한다.

래서 이 경우 지게차를 맡겨서 부담을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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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려고 하지만, 그래도 힘든 건 마찬가지고,

정훈섭 자재박스는 하나당 대개 10kg 이

더구나 지게차 운전할 때 사고위험도 높아

상이에요. 음료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건

질 수 있죠. 아무래도 24시간 물류가 돌아

20kg도 넘을 때가 있어요. 하루에 핸들링,

2019년 12월호


처리하는 물량을 냉동과 냉장 모두 포함하

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업

면 7000개 정도의 박스가 됩니다. 이 물량

무 및 노동과정 통제 방식이 도입되고, 인

의 70% 가량을 주간조가 담당해요. 그리고 이때 대부분의 피킹 업무가 몰려있죠. 피킹 외에는 지게차로 파레트를 떠내는 업무, 송 장을 만들어서 붙이는 업무, 매장별로 보낼

력이 충분히 보충되지 않는다면 기존의 노 동강도에서 더 높아질 수 있는 위험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제

자재 묶음을 만들고 이를 나르는 업무 등도

대로 대처하기 위해선 앞으로 노사 간에 더

있어요. 이 모든 업무에서 중량물을 취급하

많은 논의와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중심에

죠. 더구나 냉동 부서의 경우엔 냉동 창고의

둔 노동조합의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온도가 평균 마이너스 18도, 체감은 마이너 스 20도를 넘어서죠. 이런 환경에서 장시간

이규만 지금까지 설비 자동화, 노동시간 단

힘들게 일하다 보니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

축, 휴게시간 보장 등 다양한 개선 조치를

거나 산재를 당한 사람이 많아요. 최근에야

노사가 잘 협의하면서 이뤄왔다고 생각해

노사 간 협의로 일정 시간마다 10~20분씩

요. 노동자들도 노동환경이 점차 좋아진다

휴식시간을 보장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인

는 것을 체감하고 있고요. 임금과 복지만이

력 충원이나 교대제 개편, 노동시간 단축 등

아니라, 우리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있는 환경을 계속해서 노사가 함께 만들어

상황입니다.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냉동 부서는 동상 등의 위험이 크고, 여

정훈섭 보이지 않는다고, 중요하지 않은 건

름에는 작업장 내외의 온도차가 커서 피로

아니잖아요. 노동자들 없이 사회는 돌아가

감을 더 많이 느낀다. 그리고 물류창고 면

지 않아요.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적에 비해 많은 물량을 소화하다보니 물류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

회전속도가 상당하며, 그로 인해 노동강도 가 높아진다. 또한 피킹 작업 중에 파레트 와 트레이를 이곳저곳으로 퍼즐 맞추듯 이

요. 노동조합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많은 걸 바꿔왔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도 있고 법인 분리로 2사 1지회가 되면서 고민도 들 고, 공장이 이전하면서 새로운 변화도 생기

리저리 옮겨야 하는 중복작업 부담도 크다.

겠지만, 함께 힘을 모아 잘 대처해나갔으면

다행히 해당 물류센터가 2020년 7월에 용

해요.

인으로 확장 이전하기로 확정됨에 따라 작 업 공간이 지금보다 넓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이전한 곳에서 작업 방식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공 간 확장에 따른 사고위험 및 중복업무를 감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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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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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11월 어느 토요일 늦은 시간, 서울 한복판의 모습입니다. 거리는 조용하지만 빌딩의 창문을 가득 채운 불빛들은 소리없는 아우성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완전한 주말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글 선전위원회 사진 호나라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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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권리의 사각지대 외국인보호소를 아십니까 아시아의친구들 김대권 대표활동가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단 1명의 의사가 어떤 환자이든 상관하지 않고 하루 약 41건의 진료를 해야만 하는 곳, 바로 화성외국인 보호소의 실태다. 결국 지난 10월18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던 보호외국인 A씨가 응급 후송 된지 사흘 만에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10년 넘게 한국에서 살았고 미등록체류자란 이유로 단속반에 적발돼 강제퇴거명령을 받았다. 그가 출국을 거부하자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다. 사망 진단서 상의 사인은 외부감염에 의한 급성신부전으로 알려졌다. 안과적 질환 외에 심각한 건강상 문제가 없었던 고인의 사망 원인은 여러 가지로 추측이 되는데, 1년이란 기간 동안 보호소에 갇혀 지내야만 했 던 상황과 보호소 내의 열악한 의료시스템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제기되었다. ‘보호’라는 명목하에 이주민들을 가둬 놓는 시스템의 문제는 오랫동안 제기되었다. 보호외국인의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2월 11일에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로 인해 당시 구금되어 있었던 외국 인 55명 가운데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을 조사해보 니 출입문은 이중장치로 되어 있었다. 사실상 강제수용소와 다름없었다. 각 사건의 유형은 달랐지만 10 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외국인보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합법적 강제수용소인 외국인보 호소의 보호외국인들의 치료받을 권리가 침해당하는 문제를 조명해보고자 단체 ‘아시아의친구들’ 김대 권 대표활동가를 지난 11월 19일 단체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 나눴다.

2002년에 창립한 아시아의친구들은 아시

투쟁에 연대하면서 이주민, 이주노동자 문제

아인과의 소통, 신뢰를 위한 시민문화를 만들

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단체 상근 활동까지

어간다는 목표를 두고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이어지게 됐다고 한다.

김대권 활동가는 2004년 단속추방저지와 합 법화를 위한 이주노동자들의 명동성당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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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현재 아시아의친구들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


출처 : 경기지역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

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화성외국인보호소

받은 외국인이 출국할 때까지 임시로 ‘가둬두

정기방문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보험에

는 시설’이다. 우리나라에는 경기도 화성, 충

가입이 안 된 이주민 의료공제회 가입사업입

북 청주에 있으며 광역시마다 출입국관리사

니다. 미등록이주민은 제도에서 제외되기 때 문에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정기방문 사업을 정기적으

무소가 있고, 인천공항엔 별도의 보호실을 운 영하고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이런 시설을 통 틀어 부르는 말이다.

로 하게 된 이유는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사건이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제가 당시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되는 사람들은 체류기

세 달 넘게 여수에 직접 내려가 생활하며 지원

한을 넘겨 체류하다 단속에 걸려 붙잡힌 소위

활동을 했습니다. 그때 인식의 전환이 있었죠.

‘불법체류자’라 호명되는 이주민이다. ‘불법

이 문제가 국민국가의 국경관리와 세계화된

체류자’라는 표현은 국가인권위와 국제기구

이주 문제의 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이처럼 외국인보 호소는 문제가 응축된 곳입니다. 꾸준히 지켜 보고 활동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이후 하

등에서 해당 단어를 지양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행정절차를 준거로 하는 등록, 미등록 이란 사실관계를 벗어나 사용되는 불법체류

지 못했죠. 그러다 2016년이 되어서야 이 사

자라는 단어는 범죄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런 혐오 표현은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 을 정당화한다. 외국인보호소 역시 이들을 보

정부는 외국인보호소를 ‘불법체류 외국인

호하는 기능을 하지 않고, 오히려 권리를 침

을 보호하는 시설’이라 정의한다. 하지만 실

해한다. 면회조차 쉽지 않다. 김대권 활동가

태를 살펴보면 이 정의가 얼마나 어그러지는

는 당시 이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막막

지 알 수 있다. 사실상 강제퇴거(추방) 명령을

했다고 한다. 우연찮게 발견한 선전물에서 그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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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이름을 발견한 게 기회가 됐다.

밖에 없어요. 원래 공중보건의가 1명 더 있어 야 하는데 예산도 없고 지원자도 없어요. 못

“외국인보호소는 면회를 갈 때 대상자 이름,

구한지 벌써 3~4년이 됐죠. 평일 주간을 겨우

국적, 생년월일을 다 알아야 해요. 그런데 아

1명이 채우고 야간, 주말엔 의료 인력이 아예

무도 모르는 상태라 엄두가 안 났죠. 우연히

없는 거죠.

구속노동자회라는 곳이 발행하는 소식지를 봤 는데 거기에 명단이 있는 거에요. 그래서 그곳

만약 보호소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이라

에 연락을 했죠. 그랬더니 예전 이주노조 위원

고 했을 때 외부의 다른 병원에 가려면 보호외

장, 부위원장, 사무국장이 잡혀서 추방되기 전

국인 본인이 의료비용을 100% 부담해야 해

에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있었는데 구속노동자

요. 그것도 MOU가 맺어진 2차 병원 한 곳만

회에서 그 분들 면회를 갔다가 그 분들 이야기

가능하죠. 하지만 장기보호인 사람들은 대부

를 들었던 거에요. 본인들보다 더 열악하고 힘

분 경제적 능력이 없어요. 2~3년 동안 갇혀만

든 사람들이니깐 챙겨달라고 했다더라고요.

있었기 때문에 병원비 있는 사람은 드문 거죠.

그 분들에게 저희가 편지를 보냈고 답장을 해

보험도 안되요. 간단한 검사만 해도 병원비가

주신 분들 중심으로 면회를 시작했어요. 지금

엄청 나와요. 그렇기 때문에 보호소의 의료시

은 10명 정도 꾸준히 만나고 있죠.”

설에 의존해야 하는데 학교 보건실 수준이에 요. 지금 있는 의사도 정형외과 전공의에요.

면회를 시작하고 가장 놀랐던 점은 4~5년 씩 장기 구금되는 이주민들이 있단 사실이었 다고 한다. 그 중에는 난민인정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미등록외국인을 외국인보호소에서 기약 없이 장기간 구금하고 있는 사례도 있 다. 때문에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인간적 처우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현행법에 따 르면 난민을 인정받을 때까지 심사결과를 기 다려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소요된다. 기본 1년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보호소 에 갇혀 있는 이들에겐 선택할 자유가 없다. 특정 장소에 갇혀 속박된다는 것은 권리의 박

그 분이 내과, 정신과까지 모두 진료해요. 그 러니 그 분도 적극적 치료는 못하는거죠.” 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시설에 가두는 형태는 어떤 이유에서든 보호외국인 의 일상을 통제하고, 자유를 박탈한다. 더불 어 신체를 가두는 것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속 박한다. 건강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안 된 다. 게다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들에게 집 단생활은 더욱 힘들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보호소는 구금시설이고 24시간 폐쇄된 공간 에서 살아야 합니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

탈, 침해와도 연결된다. 건강권 문제 역시 심

들하고 지내는 거죠. 게다가 같은 나라 사람들

각하다.

끼리 같은 방에 수용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해 요. 집단행동 우려가 있다고 보는 거죠. 국적

“외국인보호소는 단기구금을 목적으로 하는

이 다른 사람들이 섞여 있으니 말조차 통하지

시설이라 의료진이 많지 않아요. 의사가 1명

않아 언어, 문화 문제로 갈등이 생겨요. 그 자 체로 엄청난 스트레스 인거에요. 그러니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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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했던 사람도 보호소에 들어가면 아파요. 특히

외국인호보소의 현실은 이처럼 건강 더 나아

밖에서 약한 우울증, 수면장애가 있었던 분들

가 삶 전체를 훼손한다. 더불어 강제출국 당

중 보호소에 들어와 악화된 분들이 많아요. 그

한 이후의 삶은 더욱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런데 여기서는 정신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단 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거죠. 결국 증상이 심각해져서 헛소리를 한다든지 대소변 까지도 못 가린다든지 심각한 일이 발생합니 다.”

특히 난민신청자의 경우 한국정부가 난민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기만 할뿐 인도적 차원의 감수성 있는 고민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 다. 본국으로 송환된 난민신청자의 결말은 결 코 안전할 수 없다.

국적이 다르고 언어,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서로 다른 세계를 마주하는 것과 같다. 하지

그렇다면 외국인보호소에서 박탈되는 이주

만 외국인보호소라는 시설에서 이들의 다양

민들의 생존권, 인권, 건강권은 어떻게 보장

한 조건이 배려 받을 리 만무하다. 이들이 경

해나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질문에 김대권

험하는 권리의 박탈은 상상이상이다.

활동가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보호외국인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게 텔레

“제일 중요한 것은 보호기간의 엄격한 제한이

비전 보는 거에요. 그런데 문화권 별로 보고

있어야 합니다. 무의미하게 장기간 수용되어

싶거나 볼 수 있는 채널이 다르죠. 그런게 거

선 안 돼요. 그 다음으로 보호단계에서 장애

기서는 싸움의 원인이 돼요. 또 시차 때문에

인, 임산부, 아동이 구금되지 않아야 해요. 지

집에 전화할 시간도 다른데 다른 사람들은 밤

금은 출입국 공무원이 임산부인지, 장애인인

에 잠을 자야 하잖아요. 그 시간에 전화하면

지, 아동인지를 판단하는데 제대로 살펴보질

수면에 방해가 되는 거죠. 여러 이유로 밤에

않아요. 자료도 충분치 않고요. 중립적인 제3

숙면을 못 취하면 낮에 자게 되요. 그러면 생

기관이 판단하던지, 당사자들이 부당한 것에

활이 불규칙해지죠. 식사도 좋은 질로 제공되

싸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

지 않아요. 소위 일식 삼찬인데 밥, 국, 김치를

다. 마지막으로 교정이 목적이 아닌 외국인보

포함해 삼찬인거죠. 그거 빼고 반찬 하나 나오

호소라면 신체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는 거에요. 그러니깐 한국음식에 적응을 못한

형태로 바뀌어야 해요.

분들은 힘들죠. 그러다 보니 건강이 계속 안 좋아질 수밖에 없구요.”

이런 것들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한국 사회는 이민사회로 가는 것에 대한 논의가 제

이주민들을 사회 안에서 제대로 지원하며 안착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방향이 아니라 반대로 구분 짓기 하는 방식은 이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더욱 부추긴다. 김대권 활동가 가 목격하고 보호외국인 당사자들에게 들은

대로 안 되고 있어요. 겨우 단속과 추방으로 지금 상황을 유지만 하고 있죠. 현실을 부정하 고 있어요. 구금 시설에 투자할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잘 생활 할 수 있을지, 이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무엇 인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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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조합원 속에서 길을 찾다 도드람푸드지회 오홍석 지회장 인터뷰

선전위원회

양돈조합이 설립한 ㈜도드람푸드는 육가공을 하는 업체이다. 양돈 농가인 조합원의 필요에 따라 작업량에 영향 을 받게 되는데 요즘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육가 공은 근골격계에 무리가 가는 대표적인 작업 중 하나이다.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근골격계유해요인조 사 현장실천단이 모여서 현장 개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 어느때보다 고민이 있던 때에 민주노총 민 주노총 평택안성지역노조 도드람푸드지회 오홍석 지회장을 지난 11월19일에 만나 인터뷰 했다.

인격적 대우와 현장통제에서 벗어나고자

도 있었어요. 저를 포함해 추진할 사람을 5명 추

조합원 전원 가입으로 지회 만들어

천받고 2달 정도 일주일에 한 번씩 안성시비정규 직지회 사무실에서 교육을 받았죠. 그 후 남성조

㈜도드람푸드 설립은 30여년 정도인 반면 도 드람푸드지회 창립은 만 2년 1개월이 지났다. 그 긴 침묵을 깬 무용담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담 너머에 도드람지회가 있는데 도축하는 도 드람LPC사업장이 있어요. 여기서 도축해서 보내 면 도드람푸드에서 가공하는데, 조합원들이 항상

합원과 여성조합원이 각각 회식을 가장해 모여서 전원 가입서를 받았어요. 아슬아슬하면서도 스릴 있었죠. 당시 조합원 전원이 가입서를 적었다는 것이 무 척 놀라웠다. 이처럼 조합원을 단결시켰던 것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도드람지회를 부러워했어요. 공공연하게 노동조 합을 만들자는 얘기만 있다가 어느 날 남성조합원

사무관리직이 현장에 와서 ‘이것 못하면 칼 놓고

이 모인 자리에서 지회를 진짜로 설립해보자는 의

나가라’는 인격적 모독도 많았고, 현장구조가 사

견이 모아졌어요. 이날 모인 15명 중 이주노동자

무실에서 현장을 볼 수 있는 위에서 밑을 내려다 보는 구조예요. 말은 견학창이라고는 하지만,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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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조합원 중 13명이 기숙사 생활하는데 작업이 늦 게 끝나면 회사에서 석식을 제공하지만, 일찍 끝 나면 거의 안 먹더라고요. 3개월 정도 협상과정을 거쳐 기숙사 생활하는 조합원이 석식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단협 상 창립기념을 상반기에는 노조에서 야유회 를 진행하고 하반기에는 회사에서 주관하기로 돼 출처 : 오홍석 도드람푸드 지회장

있어요. 11월 2일이 회사 창립기념일이라서 그 전에는 행사나 기념품에 대한 공지를 해왔었는데 11월 1일이 됐는데도 아무런 얘기가 없는 거예 요. 단협 이행에 대한 공문을 보냈더니 경영이 어 렵고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야유회는 할 수 없다 는 회신을 받았어요. 이것은 단체협상 불이행건 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모여 의논을 했어요. 조 합원은 회사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도 그런 회사 경영사정과 함께 미리 조합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장에서는 감시받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최우선

것에 분노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

으로 견학창을 차단하고, 관리자의 막말을 중단하

도록 사측의 다짐과 사과를 요구하자는 의견이 모

라고 요구했죠.

아졌어요. 조합원이 하나로 뭉쳐 사측에 강경히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우수사원을 사무실에서 뽑

요구하니 결국 두 가지 모두 받을 수 있었어요.

았어요. 그래서 사무직한테 잘 보여야하고, 현장 주임한테 뭔가를 주면 그 대가로 편한 자리를 배 정받고, 아침 8시 30분에 작업을 시작하는데 8시 부터 현장에 들어가서 시키지도 않은 형광등을 닦 는다든지 일을 하고 관리자의 눈에 띄면 우수사원 으로 뽑히는 거예요. 그런데서 자유로워지고 조

돼지고기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작업장 온 도를 10°C이하로 유지하다보니 하루 종일 일하 기에는 추운 환경이다. 추위는 근육을 더 긴장시 키고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이

합원끼리 신뢰를 회복하고 싶은 욕구가 가장 컸었

기도 하다. 오홍석 지회장은 전 조합원의 건강과

죠.

관련해 가장 시급한 요구는 따뜻하게 쉴 휴게공 간이라고 답했다.

조합원의 일상도 챙기고, 자존심도 지키는 노사실무협의회를 위한 노력

사계절을 다 추운 곳에 있다 보니 쉬는 시간만이 라도 따뜻한 곳에 누워 편하게 쉬기 위해 남자 탈

매월 노사협의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포 함한 노사실무협의회를 진행 중인데, 관련하여 몇 가지 보람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의실은 만들어졌으나 아직 회사 사정상 여성조합 원 휴게실은 증축을 못하고 있어요. 제한적인 방 법으로 방한복을 지급하는 것인데 이것도 업그레 이드를 해야 하는 형편이에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5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일터 변화 모색

접 진행했어요. ‘노조에서 나의 건강상태를 걱정 해주고 있구나.’ 조합원들이 직접적인 표현은 하

근골격계 유해인조사를 조합원이 만족하는 수준

지 않았지만 조사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자

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이라

신의 어렵고 아픈 점을 얘기함으로써 심리적으로

는 오홍석 지회장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시

안정을 찾고, 앞으로 나의 건강을 책임져줄 수 있

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는 조합이 있다는 것에 든든함을 느끼신 것 같아

2년차 단체협약을 맺을 때 처음에는 회사를 압박

요. 물론 저는 휴식시간, 점심시간을 할애하면서

하는 수단으로 생각했어요. 하다 보니 이게 잘못

진행했는데,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대개 뿌듯함

된 생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조합원이 열악

을 느꼈어요. 그래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든지

한 환경에서 산재 신청해서 불승인 된 분도 계시

해결은 둘째고 조합원들의 속내를 들어주는 것이

는데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이나 신청과정에서 방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법을 조합원에게 알리고 풀어나갔다면 더 나은 결 과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어

조합원이 좀 더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일할 수

요. 육가공을 하면서 10년 이상 근속자가 대다수

있도록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몸으로 뛰는 것을

이니, 작업자 손을 보면 손 관절이 대부분 휘어 있

지론으로 생각한다는 오 지회장이 앞으로 근골

어요. 손이 무섭게 생겼다고 농담도 하지만 당사

격계 유해인조사 결과를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

자는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게 했 고, 회사 내 설비를 우선으로 개선하는 방법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회사에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 같아 하게 되었죠. 현장 조사활동으로 느끼게 된 조합원들의 마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노사 공동으로 하기 로 결정하기까지 어려운 과정이었겠지만, 근무

인지 물었다.

이번 개인 면담으로 조합원의 단결에 대한 신뢰가 더욱 굳어졌고, 지회 설립 이후 회사가 어렵다고 하지만, 몸이 아픈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자신감은 있 어요. 조합원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집행부를 믿 기 때문에 저도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시간 중 현장 조사단이 참여하는 조사를 진행하 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만큼 열정적 으로 활동하는 그가 집에서의 노조활동에 대한

목표 설정이 가장 부담이었어요. 처음이라서 어디

지지는 어떠한지 궁금해 물었는데 ‘역시’라는 말

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지금은

이 절로 나왔다.

정리가 된 것 같아요. 1차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자 를 빨리 찾아 악화되지 않게 병원 진료를 빨리 받 게 하는 것, 2차로 현장의 시설 컨베이어벨트 높 이를 조정해서 작업자의 어깨부담을 줄이는 것이 라 생각하고 있어요. 빨리 실행에 옮겨 작업자가 보다 편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큰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지만 조합원의 건강상태에 대한 일대일 면담조사를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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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아마 아내는 1% 정도는 걱정이 있을 것 같고, 99%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거예요. 노조 설립했 다고 말했을 때도 아내는 아무 말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부모형제들이 더 걱정을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만, 집회에 갔다 오면 이유 도 설명해주곤 하죠. 사람들은 노동조합이 임금협


출처 : 도드람푸드공식홈페이지

상만 하는 줄 알고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고 요구

게시판에 적고 활동하고 있는데 두 명의 부지회장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 고생을 많이 하죠. 첫 집행부라서 부족한 면을

제 특기는 집 청소예요. 아내도 일을 하고 있고 가

보일 때도 있고, 좌충우돌하기도 하지만 조합원과

사노동을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중에는 지

소통하다보면 차기 활동가를 찾는 큰 숙제는 어느

회 일도 있고, 회사 일도 늦게 끝나서 아이들이 평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봅니다.

일에는 엄마를 많이 찾는 형편이지만, 주말에는 애들 맛있는 것도 해주고, 주말 가사의 70~80% 는 하는 편이에요. 마침 지회 사무실 탁자 위에 놓인 <일터> 잡지 가 보였다. 노동보건활동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 해서 노동보건 현장활동과 근골격계질환 대응활 동을 가장 관심 있게 본다는 오 지회장은 만 2년 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조활동이 이런 것들을 하 는 게 맞나 하는 자문을 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기본에 충실한 지회장 덕분에 도드람푸드지회 는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도 ‘현장 참여’라는 원칙 을 져버리지 않았기에 조합원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이 힘이 오홍석 지 회장의 확신이지 않았을까. 앞으로 펼쳐질 도드 람푸드지회의 건강한 노동을 위한 투쟁과정에 < 일터> 독자들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아끼지 않으 리라 믿는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활동하면서 느끼는 것의 괴 리가 큰 것 같아요. 가장 어려운 것은 임기가 3년 인데 과연 차기에는 누가 맡을지가 큰 고민이에 요. 일하면서 노조활동을 하는 것이 힘들어요. 산 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도 노조 집행부가 하고 있 어요. 활동시간 보장이 따로 없어서 활동시간을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37


노동시간 사람 노동시간읽어주는 읽어주는 사람

문화상품이 된 노동자 : 창의노동 안에 기입된 감정노동의 성격에 대하여

박범기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한국에서 노동자라는 말은 협소한 의미로 사용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육체노동자에 국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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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문화상품 자체가 되어버린 노동자들이 수행하 는 감정노동의 성격에 대한 것이다.

여, 천시하는 뉘앙스로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미디어에 의해 매개되어, 대중 앞에 드러나는 문

하지만 소수의 부자를 제외한다면, 노동자가 아

화상품들은 손쉽게 대중의 평가에 노출된다. 이때

닌 이들은 많지 않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대중의 평가는 긍정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노동자는 문화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 나아가

은 부정적이다. 대중은 손쉽게 판단하고, 자신들

‘문화상품이 되어버린’ 노동자들이다. 특히, 이

의 잣대로 재단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마음에 들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문화상품을 생산하거

지 않은 경우, 비난한다. 이런 식의 부정적인 판단

2019년 12월호


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공간이 댓글 창이다. 얼마 전, 악플에 시달렸던 아이돌 가수가 스스로

이러한 평가가 가시화되는 때는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들이 쌓일 때이다. 이때 말하는 부정적인 평

목숨을 끊는 일들이 연달아 있었다. 이들의 죽음

가란, 작품과 작가에 대한 비난이다. 어떤 웹툰은

은 다분히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이 여성이란

그림체나 스토리 등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비난받

이유로 살해당하는 것을 의미)의 요소가 있지만,

는다. 이용자들은 질이 떨어지는 작품에 대해 비

페미사이드는 이 글에서 다루는 주제와는 거리가

난하면서, 질 좋은 작품을 볼 권리를 요구한다. 혹

있다. 다만, 나는 여기서 이들의 죽음이 드러내는

은, 작가가 연재 일자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비

한 성질로서, 문화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자에게 가

난한다.

해지는 어떤 폭력에 대해 문제화하고자 한다.

이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웹툰 작가는 이용자 에게 좋은 작품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의무이

악플의 다양한 양태 : 작가를 비난하는 독자

기 때문이다. 연재 일자를 지키지 못하고 지각 연 재를 하거나, 작품의 그림체가 떨어지거나 스토리

웹툰은 다른 어떤 문화상품보다 이용자(user)의

엉성 등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작품을 제공한다

욕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매체다. 이용자는 웹

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용자들은 자신들을 소

툰을 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비자로서 인식하고, 자신들이 보는 행위가 곧 작

반응들은 웹툰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가의 수익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로서 자

활용된다. 이러한 이용자 친화성은 웹툰이 짧은

신이 좋은 작품을 볼 권리를 웹툰 플랫폼과 웹툰

시간 안에 급성장 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이다.

작가에게 요구한다. 그리고 소비자로서 자신에게

이용자는 수많은 웹툰 중에서 특정한 웹툰을 골

좋은 작품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

라본다. 조회수는 빅데이터로 모이고 이것이 순위

이 비난한다. 이런 일이 몇몇 개인의 의견으로 그

로서 정리된다. 또, 이용자는 자신의 만족도에 따

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수많은 댓글

라 평점(별점)을 매기거나,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과 베스트 댓글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집단적인

남긴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빅데이터에 의해 모두

방향으로 작품에 대한 비난이 쏠리기도 한다.

취합되고, 웹툰 작품을 평가하는 요소가 된다. 이

이때, 작가를 비난하는 이들은 웹툰을 제작하기

처럼 이용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내가 웹툰

위해 수행하는 작가의 노동에 대해서 조금도 생각

을 보는 이들을 독자가 아니라 ‘이용자’라 명명하

하지 않는다. 웹툰 한편을 제작하기 위해 시간이

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웹툰 독자들은 적극적으

얼마나 걸리는지, 작가의 개인적인 어려움 때문에

로 참여하는 이용자로서 위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품이 늦어지는 것은 아닌지, 작가가 질병에 걸

이들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 적극적으로 웹툰을 이

리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창작에 어려움이 생기

용한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것에 대해

는지 등은 이용자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아니다.

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다만, 작가가 ‘약속’대로 작품을 제공했느냐, 그렇

평점을 낮게 주거나, 댓글을 통해 작가와 웹툰 플

지 않으냐만이 이용자들의 고려 요소이다. 작품이

랫폼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

자신들의 마음에 드는지, 자신들의 기준에 부합하

이용자들의 평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는지에 따라서 작품과 작가는 평가받는다.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39


문화상품 생산자에게 노동 시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수 있다. 다음(DAUM)은 지난 10월 25일 연예뉴 스 댓글과 인물 관련 검색어를 폐지한다고 발표했

문화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이

다. 악성 댓글의 부작용이 커지는 상황에서, 악성

정해져 있지 않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기 때문

댓글이 유포되는 장 중 하나를 없애기로 한 것이

에, 노동 시간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 웹툰을

다. 다분히 환영할만한 조치이다. 그렇다고 악성

비롯하여 문화 상품을 만드는 노동자들에게 있어

댓글이 완전히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아이돌은

노동 시간은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의 모든 시간이

문화상품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을 사

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자

람으로서 존중하거나 대우하는 대중이 얼마나 있

들의 노동 시간은 일상의 시간과 섞이기 쉽다. 작

을까? 그들이 상품이기 이전에 사람임을 고려하

품을 만들어 내는 데 모든 시간이 노동시간이라고

고 생각했다면, 손쉽게 상품으로서 소비하고, 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상품을 생산하는 이들

단하고 재단하면서 악플을 다는 일은 없었을지도

의 노동 시간을 둘러싸고 여러 질문이 가능하다.

모른다. 아무쪼록 이런 죽음이 더 이상 일어나지

가령, 더 좋은 창작을 위한 자기개발은 노동시간

않기를 바란다.

일까? 작품을 읽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서 인문학 서적을 읽는 것은 노동시간일까? 다른 이들의 작품을 읽는 것은 노동시간일까? 작품을 더 낫게 하기 위해서 댓글을 찾아 읽는 것은 노동 시간일까? 이 경우들은 모두 노동시간이라고 생 각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이지만, 노동시간으로 셈 해지는 시간은 아니다. 웹툰의 경우, 웹툰이라는 결과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게 된다. 웹툰이라는 문화상품이 있고, 작 가는 문화상품을 생산하는 자이다. 그런데, 경우 에 따라 ‘노동자’ 자체가 문화상품이 되어 버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이돌이 다. 아이돌의 경우 사람 그 자체가 문화상품이다. 상품의 소비자로서 대중은 아이돌이라는 문화상 품을 자기들 멋대로 소비한다. 아이돌이 된 순간, 개인의 인격성은 사라진다. 미디어에 의해 매개되 고 노출된 상품으로서의 아이돌만 있을 뿐이다. 대중은 문화상품으로서 아이돌을 소비한다. 미디 어에 노출된 문화상품으로서의 이미지를 소비한 다. 이때, 사람으로서의 인격성은 빠져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손쉽게 아이돌을 비난할

40 2019년 12월호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출처 : Pixabay

저녁이 없는 공공기관 노동자

세종시에 위치한 공공기관 A 기관에 출장 검진

“어제 잠을 많이 못 주무셨나 봐요?”

을 다녀 온 경험이다. “예.. 일이 많아서..” 2년 전 A 기관에 처음 갔을 때 의사 상담을 기다 리는 잠깐의 시간에 졸고 있던 노동자를 볼 수 있

노동자가 잠을 많이 못 잤다고 하는 경우 보통

었다. 여태 오랜 기간 수많은 사업장을 다녀봤음

교대근무 등으로 인한 불면증 얘기가 나오는 경

에도, 아무리 의사 상담 대기시간이 길지라도 그

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두 노동자 모

찰나의 시간 동안 졸고 있는 노동자는 본 적이 없

두 “일이 많아서”라고 대답했다.

었다. 하지만 이 기관에서는 졸고 있는 노동자가 2명이나 보이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

민간 사업장 노동자의 과로 문제야 어제오늘 일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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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니지만, 비교적 과로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었다. 하지만 계도기간도 올해 진작 끝났는데 왜

거라 으레 짐작하는 공공행정기관 노동자였기에

이곳 노동자들의 삶은 변한 것이 없을까?

다소 생소한 대답이었다. 다행히 수검자가 밀리 지 않아 한 명, 한 명의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3년 전부터 전공의 특별법으로 수련의사의 주 근무시간을 제한한 것도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의사의 건강부터 지켜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보통 밤 12시에 퇴근해요. 일요일에도 출근합

것이다. 이 기관도 우리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일

니다. 누가 강요하는 건 아니죠. 하지만 일요일에

을 하는 기관이다. 탈진에 가까운 강도로 일하는

미리 일을 안 해두면 주중에 일이 너무 많아요.

공공기관 노동자의 공무를 국민들은 믿을 수 있

안 믿어지시죠? 저도 공무원 일이 이런 줄 꿈에

을까? 누군가를 위해 일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

도 몰랐어요.”

의 건강부터 보장되어야 한다.

“하루는 밤늦게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데 도저히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하는 의사의 사회적 소임

집까지 운전할 힘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대리운

중 하나는 끊임없이 안전보건 사각지대를 찾아

전 불러서 갔어요.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대리운

이들을 보호하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

전 불러본 적 있으세요?”

득 사각지대나 취약계층이라는 단어가 그다지 멀 리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2017년

“저랑 엇비슷하게 공부했던 친구는 의사가 되었

초 과로로 숨진 보건복지부 사무관처럼 산업보건

고, 전 여기에 있어요. 다들 그 친구가 바쁠 거로

사각지대에 몰리면서 일하고 있을 공공기관 노동

생각하지만 사실 제가 시간이 안돼서 못 만나요.”

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실태 파악이 미진한 거 같아 아쉽다.

“여기 와서 몸무게가 20킬로 넘게 빠졌어요. 우 울증 설문이 모두 제 얘기 같아요. 그런데 평일에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요.”

이곳은 공공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적용 제외되 는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이 많아 산업안전보건체 계가 대부분 작동하지 않는 곳이다. 민간 사업장

내가 굳이 과로나, 장시간 노동에 대해 얘기를

의 양호선생님 격인 보건관리자라든지, 산업보

먼저 꺼내지 않아도 많은 노동자가 격무에 따른

건의사, 하물며 이를 논의하는 위원회도 구성될

피로감과 무기력감, 일부는 우울증상까지도 마치

근거가 없다.

약속이나 한 듯이 내게 하소연했다. 정말 등잔 밑이 더 어두운 것인지 모를 일이다. 공공기관은 300인 이상 사업장과 함께 지난해

등잔 밑에 있을지 모를 공공기관 노동자를 위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다. 작년

산업보건, 건강증진 체계 정비 논의가 하루빨리

에도 이 기관 노동자의 하소연은 재작년과 다르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 않았는데, 그때는 계도기간이라 그러려니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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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박승권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한국어학원 시간강사의 노동자성

2019. 11. 05. 서울북부노동지청은 ‘요기요’ 배

‘노동자성’을 둘러싸고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

달원에 대해 플랫폼 기업과 배달 노동자가 체결

운 영역에서 발생하는 쟁점 외에도 여전히 전통

한 계약은 근로계약에 준하고 플랫폼 업체가 활

적인 분야에서도 노동자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동시간·장소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한 점 등

실정이다. 한류 열기, 이주노동자의 증가 등 외국

을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였

인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열의가 그 어느 때보다

다. 그 후 2019. 11. 18. 서울시는 라이더유니온

도 높다. 때문에 각 대학교는 앞 다투어 외국어센

에 대하여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받아들여 신고필

터에 한국어학원을 개설하여 시간강사에게 강사

증을 교부하였다. 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

수업료를 지급하면서 한국어학원을 운영하는 경

법」의 노동자로 인정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노조

우가 많다.

법의 노동자성의 인정범위가 더욱 넓다는 점에서 ‘요기요’ 배달원에 대해 근기법상 노동자로 인정 된 것이 조금 더 특이한 상황이다.

2019. 5. 한국어학원에서 시간강사로 해촉된 사람의 임금체불 사건을 진행하게 되었다. ○○대학 교 외국어센터 한국어학원에서 2015. 3.~2019.

최근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 노동자들에 대해

5.까지 2~3주가량 휴강 시기를 제외하고 봄, 여

노동조합 설립신고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

름, 가을, 겨울학기를 연이어 수업을 하였던 시간

다. 앱, SNS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탄생한

강사이다. 학교 측은 형식적으로 ‘강사위촉계약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새로운

서’를 작성하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미 근기법

고용형태에 대해 ‘플랫폼 노동’이라 칭하고 있다.

상 노동자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플랫폼 노동은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2017. 3월부터 ▲ 1년 단위 근로계약 기간을 정

‘디지털 특고(특수고용직)’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시간강사(연간계약), ▲ 단기위촉(학기 단위

이러한 분야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새

로 강사위촉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 ▲ 전임강

롭게 확장되는 부분으로 앞으로 노동법 적용 관

사(2년 이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경우) 등 다

련 다양한 사례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양한 고용형태를 유지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기 간제법과 근기법을 최대한 활용(악용)한 꼼수이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與)

43


다. 진정인은 2015. 3.~2017. 2.까지 주25시간

외에 강의 준비시간, 시험 출제시간, 각종 회의 참

~주30시간 근무를 하였던 상황이라 단시간노동

석 시간 등 강의 이외 근무시간에 대한 시간외수

자에 해당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임금에 대해

당을 함께 청구하였는데 이 부분은 인정되지 않았

4대보험, 근로소득세 납부가 아닌 사업소득세로

다. 시간외수당을 청구한 구체적인 근무시간 산정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7.

의 어려움, 해당 업무의 업무관련성 판단 등 상당

3. 주15시간미만으로 강의시간을 변경하여 초단

히 복잡한 측면도 있었지만 최종 판단 시 노동지청

시간 노동자로 근로조건을 변경하였다. 그러면서

은 “근기법상 노동자성 인정된만 해도 어디냐”라

‘강사위촉계약서’에 “을”의 휴게·주휴일·연차휴

는 시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퇴직금은 다음과 같다. “1. ‘을’이 4시간 연속 강의를 할 경우 휴게시간을 준다. 단, 휴게시간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특수고용직 외에도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는다. 2. ‘을’이 주당 15시

앞으로도 고용형태가 더욱 다양해지고, 노동력의

간미만 강의를 할 경우 주휴일, 연차휴가 및 퇴직

제공 방식도 복잡·다양해지는 상황에 맞추어 근로

금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새롭게 명시한

기준법의 노동자에 대한 정의 규정을 대폭 확대하

것이다. 예전의 문제는 몰라도 2017. 3.이후 주

는 방안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와 공감대가 형성되

휴수당, 퇴직금의 지급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조

어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치로 여겨진다. 이미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법 원의 해고무효 확인, 임금청구 소송 등에 의해 어 학원 시간강사의 노동자성이 인정된 사례가 다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행정기관, 사법기관을 통 해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 하고 대학교에서는 형식적으로 ‘강사위촉계약’ 을 통해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실정이다. 이렇듯 학교 측이 노동관계법을 활용(악용)하면서 시간 강사와 불편한 관계가 유지되는 이면에는 어학원 시간강사들의 사회적 신분상 한계가 주된 배경이 라고 생각한다. 진정인과 같이 강사 해촉(사실상 해고)되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기 위해서 시간강 사들은 학교 측의 눈치를 보면서 법률적으로 문 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실정과 맞물려 있어 더욱 안타깝다.

물론 진정인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진정 취지 중 주휴수당, 퇴직금

44 2019년 12월호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노동자 건강 상식

겨울철 한랭 질환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저체온

저체온증이란 체온(고막이나 직장에서 측정 한 심부 체온)이 35도 이하인 경우를 말합니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들면 한파로 인한 한

다. 저체온증은 노인에게는 혈액순환과 관련되

랭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대표적

는 심혈관계 질환(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관

인 한랭 질환으로 저체온증과 동상이 있습니다.

절통, 감염(폐렴 등)의 질병위험을 높이는 중요

저체온증을 언급하기에 앞서 체온에 대해 살

한 원인이 됩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겨울철

펴보면, 사람의 정상 체온은 섭씨 36.5도에서

에 실내온도가 21도이하인 집안에서 사는 노

37.5도 사이입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기초

인들에게는 저체온증이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체온이 살짝 높고 노인은 오히려 낮은 경향이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보다 겨울이 더 추운 영

있습니다. 체온은 하루 중에 새벽 시간 4~6시

국 같은 나라는 병원에 입원하는 노인 100명

에 가장 낮으며 저녁에는 6~8시에 가장 높습

중 4명 정도가 저체온증 때문이라고 합니다.

니다. 그 차이는 보통 1도 미만입니다. 인간의

저체온증이 노년에 잘 발생하는 것에는 여러

체온이 37도인 이유는 몸속의 화학변화에 관

이유가 있습니다. 뇌 속의 체온조절 중추의 생

여하는 효소가 섭씨 37도가량에서 최적의 활

리 반응이 노화에 의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

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체온은 바깥 환경의 변

아서, 기온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손상을 받

화를 받지 않는 심부, 즉 깊은 곳의 체온이 제

게 되므로 노인은 추위에 대한 적응을 잘하지

일 정확합니다. 그런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것

못합니다. 추울 때 몸이 떨리는 오한 반응이 생

이 바로 항문을 통한 직장체온입니다. 그러나

기는 것이 정상이지만, 노인은 체온이 많이 떨

직장의 온도를 잰다는 것은 특수한 경우를 제

어져도 오한 반응이 크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

외하고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겨드랑이의

습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줄어드

온도를 잽니다. 하지만 겨드랑이로 체온을 재

는데 이 때문에 대사율이 낮아져 저체온증 발

는 것은 10분 이상 걸린다는 단점이 존재합니

생 위험이 높습니다. 그리고 노인에게 많이 생

다. 그래서 요즘에는 심부 온도와 제일 유사한

기는 각종 질환 즉, 갑상선기능저하, 저혈당증,

고막 체온을 측정합니다.

영양불량 등과 같은 열 발생 저하 질환 등 또

노동자 건강 상식

45


한 저체온증의 발생에 기여하게 됩니다. 특히

온을 올리려는 것입니다. 체온이 더 떨어지면 신

독거생활, 중앙난방의 부재나 난방시설의 부

체 기관의 생리적 활력은 되레 급속히 감소하기

적절, 치매나 의식 혼탁과 같은 정신장애 등의

시작합니다. 무기력, 의식이 흐려지는 증상이 발

노인들에서는 저체온증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생합니다. 저체온증이 심해지면(32~28도) 피부

높습니다. 실제로 혼자 사는 할머니가 보일러

가 더욱 차가워지고 호흡이 느리고 얕아지며, 피

가 고장 난 채 잠이 들었다가 의식이 깨지 않아

부색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생기며, 맥박이 느려

지인이 응급실로 데리고 왔는데 당시 체온이 32

지고, 심장 박동의 불규칙해지거나 저혈압 등이

도로 낮았던 경우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발생합니다. 저체온증이 방치되면 결국 심장 박

흥미로운 점은 저체온은 그 자체로 위험하지

동이 멈추면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만 치료에 이용될 수도 있다 점입니다. 심폐소

예방을 위해서는 몸을 차게 하지 않도록 하는

생술 후 성공적으로 소생한 사람은 이후 신경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추위가 장기간 지속되는

손상이 문제가 되어 의식이 깨지 못하는 식물

경우에는 밖에 나다니는 것 자체를 가급적이면

인간 상태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피하고, 나가야 할 때는 피부 노출이 되지 않도록

심폐소생술 후 소생한 사람을 수 일간 체온을

머리, 목, 손발을 잘 보호하여야 합니다.

33~35도 정도로 일부러 낮추고 다시 정상 체 온으로 서서히 높이는 저체온요법을 합니다.

옥외노동자들의 겨울철 업무상질환, 동상

저체온요법을 통해 대사량을 낮추면 심폐소생 술 이후 발생하는 염증 및 재관류 손상을 막고 이를 통해 신경계 손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체온이 내려가면 먼저 전신이 후들후들 떨리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는 근육의 움직임으로 체

다음은 추운 겨울 야외활동이나 작업하다가 발 생 가능한 동상입니다. 동상은 추위로 조직이 얼 면서 혈관이 수축해 혈액으로부터 산소와 영양분 을 받지 못한 세포와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말합

▲체온을 낮추는 패드를 붙여 저체온 요법을 시행하는 모습, 사진출처 유튜브

46

2019년 12월호


니다. 동창은 동상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데, 가

동상은 심한 경우 손상부위의 절단으로까지 이

벼운 추위에 피부가 계속 노출되면 혈관이 마비

어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대응이 중요합니다. 손

돼 가려움증이 생깁니다. 동상과 동창의 차이는

상부위가 하얗게 변하면서 감각이 없어지면 우선

조직손상의 여부입니다. 조직 내 수분이 결빙되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 섭씨 38~42도 정도의 따

지 않아 조직 괴사가 발생하지 않으면 동창, 수분

뜻한 물에 붉은 기가 돌아올 때까지 20~40분간

이 동결돼 조직이 괴사하면 동상인 것입니다. 특

담가두는 것이 좋습니다. 동상 부위는 감각이 둔

히 손, 발, 귀와 같이 외부로의 노출이 가장 많은

하기 때문에 너무 뜨거우면 자신도 모르게 화상

말초기관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뜨거운 물이나 난방기구

우리 몸은 추위를 느끼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는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동상부위를 녹인다

혈관을 확장해 온몸 구석구석으로 혈액을 보냅니

고 동상부위를 문지르고 주무르는 행위는 조직손

다. 이 때문에 추위에 노출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상을 더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합니다.

몸에 열이 나면서 발이나 코끝, 볼 등이 빨개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출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 몸 은 반대로 혈관을 수축 시켜 손끝과 발끝으로는 혈액을 보내지 않습니다. 모든 세포를 살릴 수 없 다면 손끝과 발끝을 포기해 나머지를 살리겠다는 생존전략입니다. 혈액이 차단됨에 따라 손끝과 발끝의 조직액(조직과 세포 사이를 채우고 있는 액)은 가장 먼저 얼게 됩니다. 이 때문에 동상에 걸리면 손상 부위가 차갑고 창백해지면 저리거나 감각이 저하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 빨갛게 부 어오르면서 수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 위동상으로 손가락의 청색증이 발생, 사진출처 : Wilderness Environ Med 2001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노동자 건강 상식

47


문화 읽기

유튜브,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법

▲ 최원영 간호사 유튜브 채널에는 태움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https://youtu.be/igueEyYz8WM (또는 ‘최원영 간호사’로 검색)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유튜브(YouTube) 채널을 운영 중인 최원영 간호사라고 합니다. 처음 영상을

가 넘었습니다. 그 후로 또 잊고 지냈다가 반 년 만 에 활동을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만들어 올리게 된 계기는 의료기관 인증평가였습 니다. 노동조합에 ‘우리도 유튜브 채널 만들어요!’

제가 유튜브를 하고 싶은 이유는 오래전부터 마

라고 이야기를 했었지만 유튜브에 대한 의욕이 넘

음속에 품고 있었던 일의 연장선상이었습니다. 저

치는 사람은 저뿐인 것 같았고, 저 역시 막상 시작

는 노동조합의 긍정적인 면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하려니 무얼 먼저 해야 할지 몰라 망설여졌습니다.

싶었습니다. 노동조합 전임을 하게 되면서 노동조

그쯤 서울대병원이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앞두고

합의 중요성과 가능성, 여러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

간호사들을 들들 볶는 걸 보고 어떤 식으로든 문제

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노동조합에 대해 가

를 제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벼락치기식 허울

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 특히 민주노총에 대한

뿐인 병원 인증평가’를 “까기” 위해 영상을 찍게 되

편견이 노동조합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었습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하면서 즐 거운 모습을 사람들에게 유튜브를 통해서 알리고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내용을 찍어 만든 영상이

싶었습니다. 수많은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 민주

었지만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노총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 하고 있는 것 같

여러 일에 치여 거의 반년 동안 유튜브를 잊고 지

아 민주노총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싶었습니다.

내다 외주업체가 운영 중인 서울대병원 직원식당

저는 민주노총과 그곳의 많은 활동가의 삶을 존경

의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한다길래 파업지지 및 홍

할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의 굉장한 팬이거든요. 물

보 차원에서 두 번째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이 영

론 민주노총이 매우 큰 조직이기 때문에 비판받을

상은 나름 큰 성공(?)을 거두어 조회수가 36만회

부분도 있다는걸 압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자동차 에 기스가 났다고 차를 폐차시키지 않듯이, 민주노

48

2019년 12월호


총의 문제점 몇 가지를 들어 노동조합의 역할이나

서는 주로 현장에서 간호사가 겪는 고충에 대해 많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해왔습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힘든 점보다는 즐거운 면을 담고 싶습니다. 최근 몇 년

다시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제

간 여러 기사를 통해 간호사들의 고통이나 괴로움

가 번아웃된 상태때문이었습니다. 2019년 8월부

이 많이 이슈화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직업이 그

터 번아웃 및 우울감 등으로 휴직을 하게 되었습니

렇듯 부정적인 면이 있으면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

다. 그동안 감정을 억누르고 하고 싶은 일들을 뒤

다. 저는 간호사들이, 간호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로 미루곤 했던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뭔가 하고

긍정적인 면들을 알리고 싶습니다. 즐거운 모습도

싶은 것을 ‘내가 왜 참아야 돼?’하는 마음으로 하

요.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런 와

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저질러 버리는 사람이

중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저와 동료 간호사

되었습니다. (대부분은 물건을 사는 일이었지만,

들의 모습을요. 그리고 내년부터 보건대학원에 진

피어싱을 하거나 부동산 계약을 덜컥 하려다가 가

학하게 되어 수업에서 배우는 유용한 내용도 공유

계약금 100만원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하려고 합니다.

자다가 일어난 어느 날 아침에 유튜브가 떠올랐

가장 힘든 순간에 시작했지만 지금은 유튜브가

고 장비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핸드폰으로 찍

저한테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구독자가 늘

은 영상을 불쑥 올리면서 유튜브를 다시 시작하게

때마다 작은 이벤트를 통해 엽서나 스티커, 책을

되었습니다. 주제도 없고 아무 말이나 하는 단계에

선물로 보내주기도 하고 구독자와 만나서 식사를

서, 지금은 특정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합니

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이벤트를 할까?’

다. 여전히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체계적이진

그런 고민을 하면서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머릿속

않습니다. 구독자 500명 이벤트로 댓글 질문을 달

으로 어떤 영상을 찍을지 구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

아주면 답변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겠다고 했는데,

중 하나입니다. 고민이 있다면 세련되게 잘 만들어

질문이 생각보다 많이 달려 구독자가 1,000명이

진 다른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영상 제작, 편집 공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500명 이벤트 영상을 찍어

부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덜컥 시작하긴 했

올리는 식입니다. 하지만 어설픈 상태로 시작해서

지만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는

차차 나아지면 되는 거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데 공부를 게을리 하다 보니 영상의 수준은 크게

일인데 내가 즐거우면 되는 거지라는 마음으로 하

나아지지 않아 요즘의 고민입니다. (이 글을 읽으

고 있습니다.

시는 분 중에 영상제작, 편집을 배울만한 곳을 아 시는 분은 저에게 연락바랍니다~) 그리고 두 번째

주된 내용은 간호사나 간호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고민은 애초에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노동조합에

내용입니다. 지금은 휴직이어서 주로 혼자 이런저

대한 내용은 언제 어떤 식으로 다룰 수 있을지에

런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영상을 찍고 있지만 내년

대한 것입니다.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한 것 같아요.

1월부터 현장에 복직하면 다양한 내용으로 찍어보

많은 응원과 지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여러 인터뷰에 최원영 회원, 간호사

문화읽기

49


발칙 건강한 책방

나는 모르겠고 앞으로도 알지 않겠다고 말하는 당신을 위한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저, 2019, 창비

‘차별주의자’라는 단어는 참 이상하다. 보통 ‘~주

의 설명이다. 나는 여성으로 임금에서 성차별을 당

의’, ‘~주의자’라 하면 무언가를 추구함,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약자이지만, 시민권이 있는 한

추구하는 사람을 뜻 할 텐데 과연 세상에 차별할 것

국인으로서 체류 상태가 불안정한 미등록 이주노

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을까? 채식주의자만 해도 채

동자에 비해서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

식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런데 인종차별주

또한 장애가 없는 몸을 가져 일상생활 모든 순간 벽

의자는 “개인과 개인 사이,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사람은 수많은 ‘다중

동등하지 못한 대우나 권리를 인정하며 그것을 따

적 지위의 복합체’로 차별을 당하기도 하지만 차별

르는 사람”을 뜻하고, 어떤 사람들에게 차별당한

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채 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어떤 사람들 무리를 길거리

2018년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에 입국하여 그곳 을 떠나지도 못한 채 연일 매체에 오르내리며 “중

에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선량’할 수 있

동 남성”으로, 여성이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하는

다고 생각하는, 또 그것은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

나라에서 온 “위험한” 남성임이 강조됐다. 이때 인

는 모순적인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책이다.

터넷 뉴스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은 평 범하고 선량한 한국 국민임을 드러냈다. 당신의 나

나는 이 사회에서 약자인가 강자인가? 약자이면 서 동시에 권력을 가진 자이기도 하다는 것이 이 책

50 2019년 12월호

라로 떠나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권력이라 는 것을 이 책은 분명히 보여준다. 예멘 남성들은


위험하다는 편견을 유지한 채, 난민 신청자 중 여성

역에서 장애인 리프트를 타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고, 앞으로도 알지 않겠

발생했고 장애인들이 시위한다. 지하철 몇 개 역에

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것이 바로 권력이라고.

서 매번 내렸다 타기를 반복하는 시위를 하자 비장 애인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비장애인들에게 한 시

사회 전체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여

간 반 늦은 아침이었겠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생존

성의 기회를 박탈하는 상황은 마치 차별이 아닌 것

을 위한 싸움이다. 소수자들은 싸움의 방식으로 시

처럼 보이게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기

민 불복종을 택한다. 소수자들이 시민 불복종을 택

에 앞서 이미 여성들은 임금이 낮은 직업군을 선택

하는 것은 법 테두리 밖에서 강력한 행동을 할 때야

하고, 그뿐만 아니라 전공마저도 저임금 직업군과

사회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 때문이다. 사

관련 있는 것을 택한다. 그 이유는 여성들이 결혼과

람들은 마틴 루터 킹이 택한 시민 불복종은 존경하

육아를 직업 선택에 연결하고 이미 많은 부분을 포

지만 내 출근을 방해하는 장애인들은 보고 싶어 하

기하며 전공과 직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 않는다. 소수자들의 싸움을 통해 여러 억압이 과

날개를 꺾어놓는 식의 사회적 차별이 전제된 채 하

거의 일로 남고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기억해

는 선택이 과연 진정한 선택일까? 이런 직업 선택

야 하지 않을까?

은 마치 여성들의 자발적 의사인 것으로 보이게 해 책임 역시 여성들에게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는 점에서 더 잔인하다.

책은 마지막에 차별금지법을 강조한다. 차별금지 법은 차별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차별을 금지해 차별을 받은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해 손해

사람들은 차별하면서도 그것이 차별이 아닌 것처

배상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여러

럼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차별할 수 있는 사람을

차별 중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차별금지법에 넣

차별한다. 노키즈존은 아기뿐만 아니라 아기의 보

는 것에 많은 사람이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법을

호자인 여성을 함께 환영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

제정해야 할 정치인마저도 사회적 합의가 없어 차

이 아닌가? 나는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사람은 아니

별금지법을 제정할 수 없다고 한다. 소수자를 배제

지만 그들이 공공장소에 나와 성소수자임을 밝히

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정치인을 과연 동료 시민으

는 것은 보기 싫다는 사람은 이미 성소수자의 자리

로 볼 수 있을까?

를 부정하며 차별을 하고 있다. 책에서도 밝히지만, 제지 없이 공공 공간에 들어갈 수 있고, 타인을 싫 어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권력이다.

어떤 이들은 차별받아도 괜찮은가? 어느 누구를 향한 차별도 ‘괜찮지 않다’고 이 책은 말 한다. 다양 성을 법에 명시해 누구도 차별받지 않게 만드는 것

그렇다면 이런 사회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까? 소수자들은 무엇도 쉽게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차별금지법의 핵심이고, 차별을 멈출 수 있는 때 는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이라고.

누군가가 보면 불편하고 과도해 보이는 행동을 하 며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한 장애인이 지하철 유청희 회원 발칙 건강한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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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 저러쿵

한노보연을 통해 알게된 것들,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기를!

업장들이 많아졌고, 방송 종사자로 일하는 친구 와 관련해서 얘기할 기회도 생겼다. 친구는 방송업계를 너무 모르는 법인 거 아니

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자기 일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많은 친구는 1주에 70시간은 족히 넘겨 일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업계 특성상 당연하게 그 노동시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되레 그 시 간을 억지로 줄이려고 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 는 거 같았다. “업계 사정도 모르면서” 친구는 계속해서 이 말을 반복했다. 친구의 자기 일에 대한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잠자코 듣 다보니 어느 순간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참 다가 뱉은 한마디였다. “너 그렇게 일하다 죽어”

부아가 치민 이유는 친구에게 화가 나서가 아 ▲ 최근 몇 년전부터 한노보연은 '노동자의 벗' 소속 수습노무사 대상으로 산 업안전보건법 세미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진아 회원은 2019년 2월에 직접 강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니었다. 친구는 공연 보는 걸 좋아하고,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 수다 떠는 걸 즐거워하며 여행도 곧잘 다니는 활발한 아이다. 그럼에도 친구는 1주 70시간 넘는 노동에 자기가 좋아하

“너 그렇게 일하다 죽어”

는 그 많은 것을 포기하거나 유예해둬야 했다. 친구는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고 일의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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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은 7일이다’라는 당연한 법 규정이 생

와 보람을 얻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속이 상

겨난 이후, 근로시간 단축 조정을 준비하는 사

했다. 결코 장시간 노동이 일의 완성도와 보람

2019년 12월호


을 가져오는 필수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 문이었다. 장시간 노동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운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나는 이제 막 노동

영될 수 없는 기업의 사이클은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 문제들에 대해 ‘무감’해지지 않는 정도이

희생에 기생해서 유지되어오고 있었다. 더 이상

다. 다양한 회원 활동을 통해 더 많이 알고 그래

등에 빨대 꽂지 말라고 했으면 좋겠는데, 친구

서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많이

는 ‘등에 빨대 꽂을 수도 있지, 뭐’라고 한없이

보이는 것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

너그럽게 대꾸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졌다.

면 좋겠다. 친구에게 ‘너 그렇게 일하다가 죽어’ 라고 무책임하게 뱉어버리는 말 말고, 조금 더

나는 내가 우리 사회의 노동환경과 노동조건

친절하고 자세히 친구에게 내 고민을 나눌 수

에 너무도 무감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언어들을 얻고 싶다. 일단

제 친구 얘길 들으면서 친구가 과로로 병을 얻

당장은 한노보연에서 함께 하는 산업안전보건

을까봐 걱정을 한다. 더 이상 무감하지는 못하

법 해설 원고 작업부터 잘 준비해야 할텐데, 아

겠다는 거다. 정확히 말하면, 무감하지 못하게

는 게 많지 않으니 주말에 책이라도 더 펼쳐봐

됐다. 한노보연을 만나서 산업안전보건법 공부

야 할 거 같다. 주말의 원고작업도 노동일턴데,

를 처음 해보면서 내 삶이 달라진 부분이다. 신

이에 무감해지지 못할 거 같은 게 좀 문제다.

입회원 인사 글을 나래 동지에게 제안 받으면서 한노보연이 내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봤고, 내 가 찾은 답이었다.

노무사라서 노동안전에 관심이 생겼다기보다 는, 노무사가 되어 노동문제에 더 많은 관심이 생기면서 ‘노동안전’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생겼 다. 숱한 인재(人災)들 틈에서 숨이 막혔다. ‘뭣 이 중헌디?’ 물으면 점점 더 그 어떤 조건들보 다도 ‘노동안전’이라는 답을 하게 되는 순간들 이 많았다. 노동현장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 져야 그 일을 하는 노동자의 삶이 보다 나아질 수 있을 거 같았고, 안전한 노동현장은 노동자 가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만 하다고 여겨 졌다. 노무사 수습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습기 간동안 이뤄지는 ‘노동자의 벗’을 마무리할 때 쯤, 산업안전보건법 스터디가 꾸려지자마자 누 구한테라도 질새라 같이 하겠노라 했던 이유이 기도 했다. 이진아 회원, 이산노동법률사무소 이러쿵 저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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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동향

[19. 11. 05, 민중의 소리] 여직원

이씨 등은 국정원이 성별을 이유로

[19. 11. 20, 미디어오늘] 기어코

정년은 43세, 남직원 정년은 57세

정년에 있어서 차별행위를 했다며

‘삼성 보호법’을 만들어낸 국회의원

라는 국정원, 대법 “성차별이다”

해당 규정의 무효를 확인하는 소송

들께

을 제기했다. 국가정보원이 여성 계약직 지원

1심은 전산사직 직렬의 정년을

현재 반올림이 진행 중인 <삼성

의 정년을 남성보다 짧게 규정한

만 43세로 정한 규정이 양성평등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보고서>

데 대해 성차별이라는 대법원 판

에 반하는 규정이라 단언할 수 없

에 대한 정보 공개 소송에서, 삼

결이 나왔다. 국정원에서 출판물

다고 판결했고, 2심은 “재계약 기

성 측 변호사는 최근 “이 보고서

편집 등을 담당했던 이 씨 등은

간이 만료됨으로써 퇴직 처리 됐

의 공개 논란은 입법적으로 해결

2010년 불과 만 45세에 퇴직해

을 뿐”이라며 정년을 성별을 나누

되었다”며 올해 8월 통과된 산업

야 했다. 국정원이 행정규칙 등에

어 정한 규정이 성차별인지 판단

기술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

서 전산사식 등 업무의 정년을 만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을 뒤

다. 개정안의 9조 2항은 “국가핵

43세로 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집고 해당 규정이 남녀고용평등

심 기술에 관한 정보는 공개되어

전산사식 등 직렬에 주로 여성 계

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성차별

선 안된다”라고 규정되어있습니

약직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는 점

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규정이 성

다. 이 법은 지난 삼성 반도체 공

이다. 이 씨 등은 자신이 입사한

차별이라는 판단은 전산사식 직

장에 관한 각종 보고서의 공개 소

1986년부터 퇴사한 2010년까지

렬이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이고,

송에서, 삼성 측이 숱하게 해온

전산사직 직렬에 있던 노동자는

영선, 원예 직렬은 사실상 남성

주장과 동일합니다. “삼성 반도체

모두 여성이었다고 주장했다. 반

전용 직렬임이 인정됐기 때문이

공장에는 산자부가 지정한 ‘국가

면 남성 계약직 직원이 대다수인

다.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의

핵심기술’이 쓰이고 있으므로 그

영선, 원예 업무의 정년은 만 57

사업주 증명책임 규정에 따라 사

공장에 관한 이 보고서들은 모두

세 였다. 국정원은 1999년 시행

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된 전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이고,

한 ‘계약직직원규정’을 통해 업무

산사식 분야의 정년을 사실상 남

따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했습

별 계약직 직원의 정년을 정했는

성 전용 직렬로 운영된 다른 분야

니다. 종래 산업기술보호법이 ‘국

데, 사실상 여성과 남성의 직렬을

의 정년보다 낮게 정한 데 합리적

가핵심기술’을 따로 지정하는 이

분리해 각 정년을 달리한 것이다.

인 이유가 있는지 국정원장이 증

유는 관련 기관으로 하여금 그 기

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

54 2019년 12월호


리ㆍ감독하라는 취지이지, 관련

대상이 될 겁니다. 검·경이 출석요

방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특히, 공

정보를 모두 비공개하라는 취지가

구를 할 수도 있고 관련 자료를 압

단은 사고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하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국가핵심

수할 수도 있습니다. 형사 처벌을

는 건설업 중 소규모 현장에 대해

기술에 관한” 정보라는 건 대체 어

받을 수도 있고 민사적으로 징벌

패트롤 점검 등 행정역량을 집중

디까지일까요. 그 공장에 관한 모

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도 있

했습니다. 즉시 시정이 가능한 사

든 정보를 말할까요. 그래서 삼성

습니다. 공장의 유해성에 관한 모

항은 현장에서 시정토록 하되, 이

주장처럼 그 공장 작업환경의 유

든 공익적 행동에 합법적인 재갈

에 불응하거나 계도기간 내 미개

해성을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들도

이 물려질 것입니다. 국가핵심 기

선 사업장 등은 조속한 시일 내에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가 되

술에 대한 보호라는 명목으로 노

노동부에서 감독을 실시토록 하여

는 걸까요. 더욱이 우리 정보공개

동자가 자신이 일하는 노동환경에

현장 이행력을 제고하였다고 밝혔

법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습니

관한 어떤 정보도, 자신이 일하는

습니다.

다. 사람의 생명ㆍ건강 보호를 위

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조차도 알

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설

수 없게 되는 것은 노동자의 알권

10월 10일 기준 전국의 25,818개

령 그 내용이 기업의 영업비밀에

리와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업장에 대해 패트롤 점검을 실

해당하더라도 공개되어야 한다고

중대한 사안입니다. 산업기술보호

시한 결과 21,350개소에 대해 즉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

법 개정안을 규탄하며 조속히 해

시 개선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아

률 9조 1항 7호 가목).

결되어야 합니다.

울러 불량 사업장 450개소에 대해 노동부에 감독을 요청하여 383개

이 법이 이대로 개정된다면, ‘국가

[19.11.22, 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

소 감독을 실시했습니다. 이같은

핵심기술’을 보유한 사업장에 관

공단, 연말까지 사고사망 줄이기에

결과를 살펴보면 사업장 대다수가

한 모든 정보가 비공개 되고 말 것

총력

기본적인 안전조치 의무를 하지

입니다. 사람의 생명·건강 보호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를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7월 산재 사

라도 공개되지 않을 겁니다. 또한,

고사망자 감소를 위해 긴급대책을

공단의 행정력을 동원한 패트롤

‘산업기술’을 사용하는 공장에 대

추진했습니다. 이에 따라 건설현

점검도 중요하겠으나 기본적인 안

해서라면 그 공장의 유해성을 규

장 추락, 제조업 끼임 등에 중점을

전조건조치가 안착화 될 수 있도

명하고 알리는 모든 활동이 수사

두고 패트롤 수시 점검 등 산재 예

록 사업장의 일상적 활동이 무엇 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안전보건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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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 이모저모

한노보연 2019 하반기 신입회원교육 2019년 하반기 한노보연 신입회원 교육을 지난 11월 23일에 진행했습니다. 최근 노동안전보건 운동에 함께 하 고자 연구소의 문을 두드려주신 분들이 많았던 터라, 10여명이 훌쩍 넘는 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류현철 소장님 이 노동안전보건 운동의 역사에 대해 강의하신 후, 손진우 집행위원장이 연구소의 연혁과 최근 활동에 관해 소 개해주셨습니다. 이후 이나래 상임활동가의 사회로 신입회원들의 가입계기 및 활동 포부 등에 대해 서로 이야기 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지에서 활기차게, 멋지게 활동하는 신입회원들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그 곁에 연구소가 함께 하겠습니다.

<지방정부 노동정책 실태와 시사점> 토론회 지난 11월 26일 화요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에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지방 정부 노동정책 실태와 시사점> 토론회에 한국 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함께 했습니다. 지방 정부 노동정책 중 노동안전보건 정책에 관한 실태조사를 류현철 소장이 담당했고, 평가와 개선방향에 대해 여러 사람과 고민을 나누었 습니다. 최근 서울시와 부산시 등 몇몇 지방정 부를 중심으로 노동 관련 조례가 제정되고 있 지만, 정말 실효성이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 봐야 합니다. 제정 및 집행 과정 전반에의 참 여 또한 더욱 보장하라는 요구와 함께 우리 내 부에서도 지방 노동정책에서 지향해야 할 바 를 보다 명확히 다듬어가려는 노력이 이뤄져 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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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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