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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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고령노동의 현실과 위험 들추기 건설현장 관리감독의 한 축, 감리 석면, 그 끝나지 않는 고통 왜 여성노동건강을 말하는가? 통권 198호┃2020. 08


발행인 최민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영우, 경희, 기형, 지안, 혜인, 현석, 채은, 한소, 세은, 승종, 지나, 가을길, 청희 만평 박원종 편집·표지 언제나봄그대곁에 인쇄 동광문화사 발송 산재공동체 발행일 2020.08.10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홈페이지 www.kilsh.or.kr


독자에게

고령노동의 현실을 돌아보며

아파트 경비원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경비원은 할 수가 없어

- 임계장 이야기 중에서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은퇴 시기가 빨라지는 데다 자식들 키우느라 노후를 준비하

지 못한 채 노인이 된 사람들은 직장에서 퇴직한 후에도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게 됩니 다. 하지만 이 노동은 간단한 용돈벌이가 아닌 고된 밥벌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계장이야기’라는 책에서 아파트 경비원을 ‘고,다,자’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고

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는 뜻입니다. ‘임계장’이라는 말은 성함과 직급이 아니라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입니다. 어이없을 정도로 고용주들이 자신 만만하게 나오는 이유는 일하고자 하는 고령의 노동자가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다른

‘임계장’으로 대체하면 그만인 시스템에서 개인의 권리와 인권, 건강권은 찾아볼 수 없 습니다.

사회는 고령노동자들에게 동료 노동자로서의 존중도 보이지 않습니다. 평생 노동을

하고서도 고령 노동자들에게 쉼은 없고 고된 노동과 차별을 견뎌야 하는 시간만 있습니

다. 은퇴 이후에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고령의 노동자가 사회 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는 제도와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 선전위원장

일터 1


사진으로 보는 세상

▲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나이가 들어서도 일터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령노동자들, 아픈 몸을 이끌고 쉼 없이 일하는 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지 않는 사회를 돌아본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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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04

문화로 읽는 노동

고령노동의 현실과 위험 들추기

38

흰둥이가 또 다른 흰둥이에게 건네는 위안 -만화 『흰둥이 1』. 윤필. 창비. 2016.

■‘아파도 일만 하게 해 달라’, 쉼 없는 나라의 비밀 ■늘어나는 고령 노동, 드러나는 현실 ■돌봄 떠안은 여성 고령 노동자들의 이야기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석면, 그 끝나지 않는 고통

‘안전사회를 말하다’ 14 중대재해 유가족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후기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44

보험가입자 및 신청인 의견서의 중요성

일터 정신질환 알아보기

16

캐나다 온타리오 주(州)의 자살 사례 검토 - 산재보상심판소 사례를 중심으로

여성노동 건강 상식

46

왜 여성 노동 건강을 말하는가?

연구 리포트

19 발칙 건강한 책방

장시간노동과 신장기능 저하

50

진료실에서도 차별받는 여성들에 대한 보고서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22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과로, 일본의 상황은?

이러쿵저러쿵

52

더 넓은 길로 가는 길목에서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5

건설현장 관리감독의 한 축, 감리

현장의 목소리

29

안전보건동향

54

한노보연 이모저모

56

산재 제도의 사각지대, 여성특수고용노동자의 현실을 살펴보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34

산재은폐저지 투쟁은 안전한 현장 만들기의 첫걸음

백아흔여덟번째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일터 3


고령노동의 현실과 위험 들추기

특집

‘아파도 일만 하게 해 달라’, 쉼 없는 나라의 비밀

이선웅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1. 정년퇴직 이후 한국의 고령노동

44%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2)

한국은 평균수명의 연장과 함께 급속한 고 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우리나라는 임금체계에서 여전히 근속연수

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 사회(65세 인구가

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제가 우세한 편

전체 인구의 7% 이상)에 접어들었고, 2025년

이다. 이러한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인건비 부

에 초고령 사회(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담의 핵심대상은 고령 노동자 집단이다. 다른

이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5~54세의 핵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은 임금의 연공성은 한

심 생산층은 2010년에 비해 2020년에는 총

국의 고령 노동자에게 주된 일자리의 조기 퇴

193만여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직을 강제하는 경향이 있다. 또 퇴직 이후의 낮

55~59세 인구는 2010년 27만9천 명에서 2015

은 연금 대체율 때문에 연금수급 개시 연령 이

년 38만6천 명으로 증가했고, 그 이후에도 점

후에도 시장에서 은퇴하지 못하고 있다.

진적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1)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49.4세(2020 경 이처럼 빠른 속도의 고령화는 노동력 구성 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자의 평균연 령이 1995년 34.8세에서 2016년에는 41.5세 로 급격히 증가하였고, 2000년에서 2050년까 지의 향후 노동력 연령 구성상의 변화를 보면, 2000년에 50세 이상 노동력의 비중이 약 25% 미만인 데 비해 2050년에는 50%를 넘을 것으 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핵심 노동력인 25~49 세 노동자 집단은 2000년 66%에서 2050년 1) 노동력 고령화에 대한 노사관계적 대응, 한국노동연 구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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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제활동 인구조사)에서 의무조기퇴직을 당하는 경향이 높으며, 50대에 조기퇴직을 해도 연금 제도의 미성숙으로 노후의 소득을 보완하기 위 해 계속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2020년 5월 55세 이상 연금 수령자 비율은 47.1%이고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은 63만 원에 불과하다. 결국, 한국의 노동시장 은퇴 연령은 2016년 남녀 모 두 72세로 OECD 평균(남 65.1세, 여 63.6세)보 다 매우 높다. 그리고 2015년 한국의 65세 이상 2) 방하남 외, 한국의 정년현황실태와 정년연장을 위한 여건 조성 방안 연구, 2008


노년 인구의 빈곤율은 50%에 가까워 OECD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55~64

평균의 4~5배 수준이다. 이는 사회보장 시스템

세 노동자의 2016년 임시직 비율은 32.7%로

과 연금 제도의 미성숙이 큰 원인이다. 조기 은

OECD 평균 7.9%의 4배에 달한다는 사실은

퇴자는 은퇴 이후 충분한 생활 수준을 확보하

이를 반영한다. 또한 한국의 연령대별 비정규

기 힘든 것이 당연시된다.

직 고용 형태도 60세가 넘어가면서 전체 근로 자와 비교해 확연히 증가한다(그림 2). 2014년

2. 한국의 고령노동 시장

기준 임시직, 시간제, 비전형 근로 형태 모두 전

한국의 고령자는 이런 이유로 노동시장 참

체 근로자보다 60세 이상에서 2배에서 3.5배

여와 고용률이 매우 높은 특징을 보인다. ‘고령

높음을 알 수 있다(그림2). 주당 평균 노동시간

자 고용 촉진법’에서 고령자로 정의하는 55세

도 18.6시간으로 OECD 평균 16.9시간에 비해

이상의 인구 비중(55~64세)은 2015년 15.4%에

높다. 하지만 전일제 고령 근로자의 소득수준

서 2020년 17.9%로 증가했으며, 이들의 고용

을 25~54세 근로자의 소득과 비교하면 한국은

률은 2015년 66.0%에서 2020년 67.2%로 증

0.91로 OECD 평균 1.10에 비해 고령으로 인한

가했다. 2016년 50~74세의 고용률은 한국이

소득수준의 감소가 눈에 띈다.

62.1%로 OECD 평균 50.8%에 비해 매우 높다. 55~79세까지의 노년층을 포함한 고령자 인구

3. 고령 노동자의 주요 직종 및 안전 보건 문제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 5월 1,427

2014년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근거로

만 명으로 이 중 55.3%인 789만 명이 고용상태

55세 이상 고령층이 다수 고용되어있는 직종을

에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한파를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선정하였다. 고령 노동

제외하면 고용률 추이는 증가 상태에 있다(그

자 3,428,826명에 대한 자료 분석을 통해 40개

림 1).

의 고령 노동자 다수 종사 직종 중에서 고령층 구성 비율이 높고 안전보건서비스가 필요한 직

이러한 높은 고용참여율에 비해 한국 고령

종을 15개 선정하였다.3) 15개 주요 직종은 고령

자 일자리의 질은 매우 낮고 불안정하다. 사회

노동자 다수 직종 순으로, 1) 청소원, 2) 경비원,

안전망이 확충되지 못한 상태에서 주된 일자

3) 버스운전원, 4) 주방보조원, 5) 간병인(요양

리에서 퇴직한 고령자에게는 노동시장에서 이 탈하기 전까지 불안정한 일자리를 이어가는

3) 고령근로자 친화적 작업환경 가이드 개발 연구, 산업안 전보건공단, 2016

▲ 그림 1. 고령층 인구, 취업자 및 고용율 추이(2020 경제활동 인구조사)

일터 5


임시직 non-permanent (임시직 non-permanent에는 기간제도 포함)

시간제

비전형 ▲ 그림 2. 연령대별 비정규직 고용형태

보호사 포함), 6) 건설 단순 종사원, 7) 가사도

고령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2014년 산업안

우미, 8) 조리사, 9) 제조 관련 단순 종사원, 10)

전보건공단의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이용한 55

형틀목공, 11) 매장 판매원, 12) 도장공, 13) 배

세 이상 고령 노동자의 질환 및 증상 조사 결과,

달원, 14) 재봉사, 15) 용접원이다. 이 15개 직종

심혈관 질환율이 남성 3.88%, 여성 4.05%로

에 대해 취업자 근로환경 조사 결과를 분석하

55세 미만의 남성 1.07%, 여성 0.74%에 비해

여 업무로 인한 일반적인 유해위험 노출 정도

매우 높았으며 이는 연령에 의한 유병률 증가

를 파악하였다(표 1). 물리적 유해요인(진동, 소

에 야간작업 등의 유해요인이 추가적인 영향을

음, 높은 온도, 낮은 온도), 분진 및 유해가스(연

미쳤을 것으로 생각 할 수 있다. 그 외 어깨, 목,

기 및 밀가루 흡입, 유해 증기, 담배 연기), 화학

팔의 통증 비율도 남성 44.4%, 여성 60.8%로

물질, 근골격계 유해요인(통증을 주는 자세, 사

55세 미만의 남성 28.7%, 여성 36.1%에 비해

람을 들어 이동시킴, 무거운 짐을 이동시킴, 장

높았고, 우울 또는 불안장애 남성 1.32%, 여성

시간 서 있는 자세, 반복 동작) 모두에서 55세

2.43%(55세 미만 남성 1.14%, 여성 1.63%), 수

이상 고령 근로자가 55세 미만 근로자보다 노

면장애 남성 2.58%, 여성 4.15%(55세 미만 남

출 정도가 높았다.

성 2.25%, 여성 2.20%)로 55세 미만 노동자에 비해 높았다. 고령 노동자의 전반적인 산업재

표 1의 유해위험 요인에 포함되지 않은 야

해 발생률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8

간작업 역시 55세 이상 고령자에서 매우 높은

년 60세 이상의 산재 비율은 23%로 2008년에

데, 2013년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55

비해 11%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고령 노동자

세 이상 전체 근로자의 17.0~18.3%(22만~30만

비율이 4.9%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노동자 수

명)를 야간작업 종사자로 추정했다. 또한, 대표

의 증가보다는 위험 노출의 증가가 영향이 있

적인 고령 노동 직종인 경비노동자 490명의 설

을 것으로 보인다.

문조사 결과 19.1%가 입주민으로부터의 부당 대우를 경험하여 경비원을 포함해 상당한 고령

4. 고령 노동자와 산재

노동자가 감정노동 상태에 있음을 유추할 수

업무상 질병 통계를 보면 일반적으로 연령

있다.

4)

4) 서을시 경비노동자 실태보고서, 서울노동권익센터, 2019년 6

노동자가 만드는

증가에 따라 산재 인정률이 감소한다. 2018년 기준 30~50대는 산재 인정률이 60% 중반에


▲ 표 1. 고령 노동자가 다수 분포하는 15개 직종의 유해위험 노출 정도

이르지만 60대는 57.8%, 70대는 44.4%로 떨

의 고용 불안정성이다. 그림 2와 같이 60대 이

어진다. 업무상 질병의 주된 항목인 근골격계

상부터 치솟는 비정규직 형태와 심각한 노인

질환의 경우, 일하면서 증상이 생겨도 나이에

빈곤율로 아프거나 심리적 상처가 있더라도 산

의한 퇴행성 요인이 어느 정도 확인되면 나이

재나 업무상 질병임을 호소할 수 없는 상황이

에 따른 자연적 경과로 산재 불인정하는 경우

만연하다. 필자가 일하는 기관 역시 야간작업

가 많다. 퇴행성 요인을 상쇄할 정도의 심한 업

특수검진을 하고 있다. 야간작업 특수검진을

무 부담이 있어야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퇴행

하다 보면 간혹 검사 결과를 회사에 보내지 말

성 요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로 인한 부담

아 달라는 고령의 노동자를 만난다. 어차피 개

이 질환 악화에 영향을 준다면 인정될 수 있지

인 결과는 회사가 볼 수 없지만, 그분들의 심정

만, 이에 대한 일치된 기준이 없어 보수적으로

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이 들고 아파

판단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 좋으니 일만 하게 해 달라’는 마음일 것이다.

또한 뇌심혈관질환 인정에서도 업무 부담 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령자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 기저질환 존재가 산재 불승인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판단된다. 업무부담 의 기준이 고령 노동자를 고려하지 못한 채 설 정되어 있어, 고령 노동자는 업무부담 정도 판 단에 노화에 의한 신체적 능력 감소분을 제대 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고령 노 동자는 표 2와 같이 업무상 유해위험인자 노출 이 비고령 노동자보다 더 큼에도 불구하고 산 재 인정률은 낮은 결과가 당연시 되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근본적 문제는 고령 노동자

일터 7


고령노동의 현실과 위험 들추기

특집

늘어나는 고령 노동, 드러나는 현실 - 노원노동복지센터 임득균 노무사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현재 전체 취업자 중

노원노동복지센터가 주축이 돼 지역에서 취

65~79세가 8.7%이다. 55~79세의 55.9%가 취

약계층 노동자 모임이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

업 중이며 희망근로 상한연령은 73세로 64.8%

다고 들어 무척 반가웠다.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

가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린다.

고령층이 일하고 싶은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 (60.2%), 일하는 즐거움(32.8%)이었고, 일자리

“2012년부터 센터장님이 맡아서 월 1회 경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의 양과 시간

비노동자를 만나는 자리를 갖고 있어요. 경비

대(28.4%), 임금수준(23.9%), 계속 근로 가능성

노동자 근무 특성이 24시간 격일제라 A조, B

(16.6), 일의 내용(13.2%) 순으로 나타났다. 고

조 이렇게 두 번 만나요. 참여 인원이 조금씩 늘

령화가 가속되면서 고령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어나 지금은 작년 기준으로 50명, 30명씩 8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명 정도 모이세요. 상담도 진행하고, 기간 만료,

1)

대표적 고령 일자리인 경비노동자의 경우, 2014년, 2018년에 이어 올해 5월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해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 이 또 일어났다. 경비원 고 최희석 씨가 아파트 주민의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 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고 대응과 재발 방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경비노 동자지원단에 참여하면서 대책위에 함께하고 있는 노원노동복지센터 법규팀장 임득균 노무 사를 만나, 고령노동자를 둘러싼 노동조건과 안 전보건 문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1) 국가통계포털, 노동·경제활동인구조사·고령층부가조사 (검색일자: 2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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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해고, 연차휴가, 최저임금인상 등 실제 도움 되 는 내용으로 교육도 합니다. 부당한 처우에 대 응하고, 산재 접수도 진행하고, 식사하며 얘기 나눌 기회를 마련하고 있어요. 현재 강북구 인 근 구에는 노동복지센터가 있고 강북구에만 없 는데,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도 이런 모임에 오 셨더라면 함께 대응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워 요. 다양한 업종에서 상담받으러 오시고, 모임 은 경비노동자 모임만 하다가 지금은 요양보호 사,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아파트 청소노동자 모 임도 하고 있어요. 점점 사업을 넓히려 하고 있 어요.”


도 완화되지 않겠냐는 얘기가 있어요. 물론 관 리사무소장이나 직원의 감정노동에 대한 보호 장치가 있어야겠죠.” “갑질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자는 안이 올라오고 서울시에서 발표도 했더라고요. 공동 주택 관리법 제65조 제6항에 입주자, 입주자대 표회의 및 관리 주체 등은 경비원 등 근로자에 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처우개선과 인권존 중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업무 이외에 부 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된 다고 돼 있어요. 그런데 처벌 규정이 없거든요. 천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강북갑)을 주축 ▲ 노원노동복지센터 임득균 노무사. 출처: 정경희

으로 진행된 토론회 이후 TFT를 꾸렸고, 국토 교통부,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사업단, 전국아 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대한주택관리사협

“고령 노동자들 하시는 업무가 대부분 민원

회 등과 함께 ‘아파트 경비노동자 등 공동주택

인을 직접 상대하는 경비, 청소, 주차관리 등입

종사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한 상생협약

니다. 다수의 민원인을 상대하다 보니, 조금만

식’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실수하거나 다른 업무로 인해 응대하지 못하면 아파트, 회사에 민원이 들어가고 계약 만료가

경비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은 감정노동 외에

되는 등 불이익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갑질

도 고용불안, 긴 휴게시간, 야간순찰, 열악한 휴

당해도 참는 경우가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

게장소 등이 있다.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과 이에

으세요. 저희는 이런 고령 노동자들이 최소한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법률적 지원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경비노동자를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인가해줄 때 근무 장소와 별도로 휴

경비노동자가 감정노동에 노출되면서 겪는

게장소가 있는지 조사하는데, 거짓이거나 지하

어려움과 해소방안에 대해 대책위에서 논의 중

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지하 휴게실은 우

이라고 들었다.

수관이나 쥐, 석면 같은 게 있어 꺼리세요. 입주 민 이해관계 때문에 아파트 수선충당금으로 새

“입주자를 대면하는 모든 소통창구가 경비

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쉽지 않아요. 정부나 지

노동자에게 있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거

자체가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요. 재작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어 입주민 A가 차를 밀

년 서울시 조사에서 초소에 에어컨이 없는 경

어 달라 업무지시를 내려서 B의 차를 밀었는

우가 40%였는데 최근 사업을 진행해서 30%

데 B가 왜 그랬냐고 갑질하는 거죠. 민원창구를

로 낮아졌어요. 이런 부분도 지자체의 지원이

관리사무소로 하고, 그것이 경비노동자의 업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정부나 서울시에서

라면 경비반장한테 전달해서 경비반장이 업무

이런 지원을 하면서 단기 계약 근절 얘기도 하

지시를 하는 구조가 되면 갑질 문제는 어느 정

거든요. 고용 관계는 계속 이어지면서도, 계약

일터 9


서에 사인하는 것이 월례행사인 거죠. 그러다

경비노동자 대부분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

민원 조금만 들어오면 해고하기도 하고요. 단

출되는데 개인적으로 감내하고 있는 것 같다.

기 계약을 장기로 늘리거나 적어도 용역회사랑

고령이기에 주의해야 할 건강상 특성은 어떤

계약 기간을 맞추는 데 지원하겠다는 얘기는

것이 있을까.

있어요.” “상담하다 보면 쓰러지신 분이 많아요. 워 “야간순찰 관련 불만이 제일 많으세요. 야

낙 근무시간도 길고, 다양한 업무를 하시니 뇌

간순찰 앞뒤 시간은 돈 안 받는 휴게시간인데

심혈관 문제가 있겠죠. 분리수거 과정에서 무거

잠자다 중간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가장 문

운 것을 많이 들거나 다치는 경우 근골격계질환

제예요. 보통 야간 8시간 중 6시간이 휴게시간,

문제가 있고, 이틀에 한 번 지하에서 주무시다

나머지 한 시간은 순찰, 한 시간은 인수인계로

일본뇌염으로 쓰러지신 경우도 있었어요. 주민

비워놓아요. 근로복지공단 뇌심혈관계질환 관

들이 택배 찾으러 오거나 무언가 요청하러 오기

련 지침에서 경비노동자의 경우 별도 휴게공간

때문에 요즘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계층 중

이 없거나 5시간 연속해서 휴게시간을 보장하

하나죠. 감정노동에 노출되니 직무스트레스로

지 않으면 야간휴게시간은 대기시간으로 보겠

인한 정신질환도 연관이 있을 거고요.”

다는 내용이 있거든요. 실제 근무시간이 주 60 시간인지 조사해서 업무상질병 가능성을 판단

마지막으로 고령인 경비노동자가 연령을 고

하겠다는 거예요. 야간에 일어나서 순찰을 하

려해서 적절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는 게 안 좋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하는 거잖아

인식을 확산해가는 과정에서 무엇이 필요할까.

요. 이런 건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첫 번째, 고령 노동자라서 너무 쉽게 생각 수원지법 행정3부가 “아파트의 택배 관리, 제

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경비노동자도 그렇고,

초, 전지작업 보조, 쓰레기 분리수거는 경비업무

학교 당직자도 마찬가지일 텐데 24시간 격일

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경비업무 외의

근무를 당연시하면서 가정과 여가생활을 너무

업무를 시킨 아파트 위탁관리 회사들에 단속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거죠. 학교 당

예고했고, 내년부터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실제

직의 경우 경비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해요. 급

경비 외 업무가 아파트 운영을 위해 필요하기도

여도 90~100만 원으로 훨씬 적은 것으로 알고

하고, 현실적으로 대량해고 발생 우려가 있기도

있어요. 두 번째, 아픈 것이 일 때문이라고 생

하다.

각하시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인식개 선이 중요한데, 산재 교육할 때 단순하게 얘기

“경비노동자와 주택관리노동자를 이분화해

해요. ‘이거 산재 인정될 수 있으니 제발 오시

서 경비노동자는 정문 후문 경비만 하고, 주택

라’고요. 세 번째, 입주자들의 인식개선이 필요

관리서비스 업무자는 감시단속적근로자 승인

해요. 입주자대표회의를 비롯해 누구나 노동인

안 되는 것으로 현실에 맞게 조정하자는 안을

권교육을 듣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

제시하고 있어요. 근무시간 조정해서 적어도

다. 마지막으로 미화 노동자의 경우, 산재 교육

잠은 집에서 자고, 업무 범위에 맞게 급여 책정

을 진행해보니 산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시는

되고, 공동주택관리법 규약에도 명시하면서 인

것 같아서 무슨 일을 당하면 바로 연락할 수 있

원은 감축하지 않는 방안을 찾자는 거죠.”

도록 센터 전화번호를 저장해드려요. 언제든지 신고하고 지원할 수 있는 기관들도 있어야 한 다고 생각합니다.”

10

노동자가 만드는


특집

고령노동의 현실과 위험 들추기

돌봄 떠안은 여성 고령 노동자들의 이야기 - 진은정 전국요양서비스노조 부산경남지부장 인터뷰

김가을길 상임활동가

통계청 ‘2019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9

으로 어느 연령대부터 일을 시작해 언제까지 하

년 65세 이상 인구는 768만 5천 명으로 전체 인

는지 궁금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더

구 중 14.9%를 차지한다. 올해 들어 출산율은

불안정하고, 짧게 일하는 재가요양보호사의 연

더욱 급격히 감소해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갱

령대가 높다는 데에서 노동안전 영역의 취약함

신했다. 고령화는 더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라 코

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앞에 맞닥뜨린, 우리의 주요 사회 문제 중 하나 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은 이

“보건복지부 공식 통계 기준으로 요양보호

미 사회의 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같은 통계

사 평균 연령이 60세입니다. 대단히 높죠. 보통

에 따르면, 55~79세의 고령자 중 64.9%가 장래

서울시 같은 광역도시일수록 연령대가 상대적

에 일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 은퇴 이후 고

으로 낮고 인구가 적은 지역은 연령대도 더 높

령노동자 다수가 임시계약직-불안정 노동에 건

습니다. 시설요양보호사는 보통 50대 중반부

강권을 침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여

터 60대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균

성고령노동자의 실태는 남성고령노동자에 비해

50대에 자녀양육을 마치고 이 직종을 선택하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많은 여성고령노동자들은

데, 50대 여성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거

은퇴가 아닌 경력단절 이후부터 노동시장에 진

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다 경력단절이라

입하며, 특히 청소·조리·가사·유아돌봄·간병·

고 보면 되고요. 그리고 방문요양, 재가요양보

요양 등 광범위한 돌봄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여

호사들의 경우는 요양원에서 정년을 하시고 일

성고령노동의 건강권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진

자리가 없어서 옮겨가기도 합니다. 50대에 하

은정 요양서비스노조 부산경남지부장을 만나

게 되면 단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집안일에 신

인터뷰했다.

경을 써야하니 하루 3시간, 4시간 근무하고 개 인 생활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죠.”

경력단절 이후 선택한 요양노동 요양노동의 평균연령은 다른 직종보다 상대

“훨씬 더 취약합니다. 고용이 안정적으로

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습다. 그렇다면 보편적

유지되지 못한 게 가장 큽니다. 고용이 불안정

일터 11


하다는 건 사용자의 상황에 따라 쉽게 해고된

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적으로 쉴 시간도

다는 겁니다. 어르신이 아프다거나, 기관에 들

모자라고, 빠르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

어가신다거나, 돌아가신다거나, 보호자가 마

도 생기죠. 주로 2교대, 3교대를 많이 하지만 현

음에 안 들어 한다거나. 그러면 바로 해고됩니

장에 나가보면 별 희한한 근무 형태도 있습니

다. 보호장치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 일들이 비

다. 어떤 곳은 24시간 근무 후 이틀을 쉬게 해

일비재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노동환

준답니다. 24시간을 연속으로 일하는데, 실제

경, 노동안전도 더 열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는 12시간만 근무한 것으로 기록됩니다. 나머

임금이 불안정한 것 또한 해당됩니다. 한 달에

지는 휴무로 처리를 해버리는 거죠. 이걸 ‘퐁당

5~60만 원 받는데 그걸로 어떻게 생활을 하겠

당’이라고 부릅니다.”

습니까.” 교대제나 노동시간을 보면 신체적, 정신적 부 최소인력으로 장시간 근무

담이 상당히 클 것 같은데, 휴게공간이나 샤워시

보건복지부 시행령에 따르면, 시설요양보호

설은 별도로 마련이 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사의 인력배치는 서비스대상자(돌봄어르신) 2.5 명당 1명 이상을 고용하게끔 정해져 있다. 그러

“원래는 독자적인 휴게공간을 줘야 하지만

나 대부분의 시설이 24시간 돌봄을 제공하기 때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곳도 없기 때문에 아직 전

문에 기준에 맞춘 인력으로는 노동시간을 준수

면적으로 요구하기는 힘들죠. 지금은 정말 밥만

하기 어려웠으며, 실제 현장에서는 교대제가 일

먹고 돌아서서 일합니다. 조합이 생긴 이후 쉬

상적이었다.

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는 노동 자들도 많고요. 그만큼 휴게시간에 대한 보장이

“2교대를 예로 들면 2교대는 보통 “저녁 6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러니 요양원의 경우 같은

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15시간을 일하

시설에서 1년에서 3년 미만으로 일하는 비율이

는데, 그 15시간 중에 명목상 휴게시간이 적게

90%가량 됩니다. 그 정도로 일이 힘들고, 인력

는 3시간 많게는 7시간까지 계산됩니다. 휴무

이 없고, 일자리가 불안정해 여기저기 옮겨 다

를 잡아놓고 임금을 주지 않는 거예요. 실질적

니니 통계가 그렇게 나오는 거죠.”

으로 쉬는 시간이 아니게 되죠. 그러니까 휴게 시간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임금도 체불됩니

실제로 많은 요양서비스노동자들이 직장에

다. 밤에 일할 경우에도 사고위험이 있고, 치매

서 해고될까봐, 이후에 일할 곳이 없어질까봐 두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이기 때문에 한시도 눈

려워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을 참고 일한다고 한

을 뗄 수 없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은 비상상황

다. 진은정 지부장은 이러한 현상에 직종 특유의

을 대비해 늘 대기하고 있는 거죠. 때문에 보건

‘고령’, ‘여성’이라는 조건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복지부에 야간근로를 인정하고 수당을 지급하

말했다.

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사업 주들은 야간 휴게시간을 많이 잡아놓고 임금을

폭언·폭행·성희롱은 산재가 아니다?

주지 않는 형태로 장시간 노동을 시킵니다.”

시설돌봄 특성상 업무범위가 굉장히 넓어 사 고도 다양하게 일어날 것 같은데, 요양보호사가

“법적 인력 이상을 둘 수도 있지만 절대 그

많이 겪는 사고의 유형은 무엇일지, 또 특별히 더

이상 두지 않아요. 그렇기에 3교대를 하는 곳은

위험하다고 할 만한 업무와 그 이유는 무엇일지

당연히 2교대를 하는 곳보다 노동밀도가 더 촘

물었다.

12

노동자가 만드는


“골절이 가장 많죠. 목욕시키다가 미끄러지

일을 하면 6개월 안에 근골격계 질환에 다 걸

기도 하고, 사용자가 밀쳐서 넘어지는 경우도

린다고 합니다. 어깨 같은 경우 회전근개파열

있습니다. 그 외 물기가 있는 곳에서 미끄러진

이 많고요, 요양원 규모가 크면 많이 걸어야 하

다던가, 주방도 물기가 있는 곳에서 미끄러지면

기 때문에 족저근막염도 상당히 많습니다.”

부러집니다. 또 어르신들 다수가 치매 어르신인 데 이분들 중 폭력적인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

그렇다면 여성고령노동자들이 직업병, 특히

면 이제 그다음이 폭행. 피멍이 들고 그런 건 일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신청을 했을 때 과정에

상이고요, 그런 건 아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서 차별을 받은 경험은 없는지 궁금했다.

주지도 않습니다. 폭행, 폭언, 성희롱도 거의 매 일 벌어집니다. 그래도 이제 산재로 넣는 건 골

“연령대가 높고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인 데

절사고나 폭행으로 부상입은 경우, 또 배식하거

다가, 원래도 근골격계 질환이 많기 때문에 산

나 옮기다가 뜨거운 국을 쏟아 화상을 입었다거

재로 인정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노동자

나. 그런 사례들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규모가

들 본인도 대부분 일반적인 질병으로 치부해버

작은 곳에는 업무 구분이 없어 주방 일도 막 시

리고요. 그래서 산재 신청 자체를 꺼리게 됩니

키니까 사고가 많이 납니다. 김장철이 되면 배

다. 그런데 근래에 조합원 중에 회전근개파열

추 100포기를 쪼그려 앉아서 자르는 업무까지

이나 이런 진단명으로 인정받으신 분은 있습니

하셨던 분이 있는데, 하다가 밑이 빠지는 느낌

다. 그분도 오랫동안 참고 일하셨는데, 도저히

과 함께 통증이 심하게 들어 병원에 가보니 자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 수술을 하셨습니

궁이 탈출한 경우였습니다. 그분은 심지어 업무

다. 병원에 가면 원래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질

가 끝날 때 까지 참고 일을 하시다가 퇴근하고

환 아니냐,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고

119에 실려 가셨다고 합니다. 힘들어도 참고해

령인 만큼 수술력 같은 게 있을 수 있는데, 그

야 한다는 인식이 상당히 보편적입니다.”

것들이 업무상 요인이 가중되어 더 악화되었음 에도 불구하고 산재로 인정받기는 상당히 어

무리한 노동강도에 골병드는 몸

렵습니다. 또 사실 신청 자체가 극히 드문 편이

“업무를 보면 휠체어에 태우고 내리는 일이

에요. 조합이 생긴 곳 정도가 겨우 사고로 산재

수차례 반복됩니다. 식사도 하셔야 하고, 거실

를 인정받고, 대다수의 시설에서는 고용 불안

에 나와서 TV도 보시고, 목욕도 시키고 기저귀

으로 신청 자체를 하지 않죠. 아프면 병가를 쓰

교체 등등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보조

거나 그냥 쉬거나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해고해

해야 하죠. 그때 개인 힘으로 어르신을 들어서

버리니까요. 산재는 최초진술이 중요한데 자신

옮겨 태우는데, 최소 5~60kg 넘는 어르신들을

이 어떤 일을 하는지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

들어 옮기려고 하면 일단 허리에 큰 무리가 갑

습니다. 공상처리도 많이 하고, 여전히 산재하

니다. 2.5명당 1명을 교대로 돌리려고 하니 규

려면 회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모가 작은 시설은 야간에 요양보호사 1인이 모

하고요. 인식의 문제가 큽니다. 결국, 개인에 대

든 돌봄을 다 담당하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러

한 차별보다도 전체적으로 낮은 인식과 고용불

니 협동해서 한 분을 옮기는 방식은 지금 인력

안 등 사회적인 요건이 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겁

체계에서 불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근골격계

니다.”

질환이 많아요. 허리, 어깨, 손목에 부담이 많이 갈 수밖에 없죠. 디스크, 협착증, 탈출을 달고 산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끼리는 요양보호사

일터 13


지금 지역에서는

‘안전사회를 말하다’ - 중대재해 유가족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후기 최진일 운영집행위원

▲ 지난 7월 16일 서산 호수공원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와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가 주최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출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지난 7월 16일 서산 호수공원에서는 중대재

을 시작으로 5명의 이야기손님을 모시고 진행

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와 서산시비정규직

되었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에서

지원센터가 주최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코

활동하고 있는 故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

로나19로 인해 대중적인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님, 처벌법제정중앙운동본부에서 활동하고 있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지역에서 중대재해기

는 정재현 동지,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

업처벌법을 대중적으로 알려내는 기본적인 목

지부 노안국장 홍명기 동지, 故김용균 님의 현

표와 더불어 행사를 계기로 지역의 노동시민사

장이었던 서부발전 태안화력의 이준석 지회장,

회단체들과 이후의 본격적인 제정운동을 시작

그리고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함께

해야 한다는 목표도 있었다. 마침 행사 당일 호

대응해온 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의 이백윤

수공원에서는 충남지역 노동단체들이 진행하

동지까지. 소개를 마치고 무대에서 객석을 둘

는 공동이동상담이 있었고 많은 활동가가 행사

러보니 객석에 모인 사람의 절반 정도가 산재

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와는 별도로 서산지역

로 가족이나 동료, 적어도 같은 현장에서 일했

의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에는 행사 전 간담

던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김

회를 제안해 제정운동의 의미와 현황을 공유하

용균 님의 동료들, 얼마 전 사망사고가 발생한

고 이후 공동행동을 논의했다.

LG화학의 동지들, 산재가 일상에 가까운 건설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자

토크콘서트는 임정득 동지의 오프닝공연

14

노동자가 만드는

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토크콘서트는 이런 질


문을 던지며 시작되었다. ‘중대재해는 바로 우

하는 관행을 바꿀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리 옆에 있는 문제인데, 우리 사회는 왜 중대재

기대를 밝혔다.

해를 여전히 어쩌다 일어난 불행한 사고라 말 하고 조금도 변하지 않는 걸까?’

네 번째 주제, ‘공무원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다’는 노조 활동가들이 체감하는 근로감

이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담고 있는

독관들의 직무유기와 사업주봐주기에 대한 성

의미와 특징을 5가지의 주제로 압축해 이야기

토가 이어졌다. 이준석 지회장에 따르면 김용

를 나누었다. 첫 번째, ‘노동자와 시민 모두의

균 님의 사망 이후 적극적으로 TF를 꾸렸던 노

생명과 안전을’ 에서는 먼저 한화토탈의 SM유

동부 보령지청은 여태까지 단 두번 회의에 참

출사고, 롯데케미칼 폭발사고 등에서 노동자들

석했다고 한다. 마지막 주제, ‘산재사망은 살인

은 물론이고 수많은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지

이다’에서 홍명기 국장은 건설노동자의 눈으로

만, 현행법상 시민들의 피해는 중대재해의 판

산재문제를 바라봤다. 비용절감을 위해 안전조

단기준이 되지 못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지적했

치들이 무시되는 현장에서 가장 많은 산재를

다. 특히 ‘낮에는 화학공단에서 일하고 밤에는

당하지만 언제나 사고의 책임은 노동자 개인에

인근에서 생활하는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은 노

게 있다는 듯이 안전모, 안전고리 착용만 강조

동자인가 주민인가?’ 하는 질문에 이르러서는

되고 있다고 했다. 노동자들에게, 노조에게 현

생명과 안전의 문제를 두고 노동자와 시민을

장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권리를 주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느낄

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일갈에 이어 강

수 있었다. 또한, 강석경 어머니의 경험 속에서

석경 어머님은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산재가

김동준 군과 같은 현장실습생들, 이주노동자,

왜 사업주의 책임인지, 그리고 그것을 명확히

장애인노동자 등 안전문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밝히는 것, 그에 따른 처벌을 하는 것이 왜 그토

사람들이 받고 있는 차별에 대해서도 생각할

록 중요한 문제인지를 마음을 담아 말씀해 주

수 있었다.

셨다.

두 번째 주제는 ‘최고경영책임자를 처벌하

저녁 7시에 시작된 콘서트는 예정된 시간

라!’였다. 김용균 님의 죽음 이후에도 아직도 책

을 훌쩍 넘겨 9시까지 이어졌다. 임정득 동지는

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재판조차 진행되지 않고

정성스레 준비한 노래들로 산재로 상처받았지

있고, 김용균재단을 비롯해 발전소비정규직노

만, 그 상처를 딛고 다시 싸워나가는 사람들을

동자들은 서부발전 최고경영책임자의 처벌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었고 참가자들은 함께 따뜻

촉구하며 서산검찰청 앞에서 한 달째 1인시위

하고 힘차게 토크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콘서트

를 지속하는 상황이었다. 세 번째 주제 ‘기업 자

를 진행하면서 대중적인 행사와는 별도로 지

체를 처벌하라’에서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

역의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들을 위한 교육이

할 수 있는 법인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에 관해

빨리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설명하고 삼성전자가 내부규정을 통해 산재를

있었다. 아울러 마음을 모아준 지역단체들로서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는 상황을 정리한 영상

도 여러 개의 법안이 제출되고 있는 상황과 입

을 통해 법인처벌조항의 의미를 조금 더 구체

법청원운동의 복잡한 절차 등이 혼란스러울 수

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이백윤 동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그런 만큼 앞으로 이

지는 징벌적손해배상규정이 그동안 지역의 대

를 정리하면서 힘을 모아나가는 것이 가장 큰

기업들이 주민피해를 음성적인 보상으로 무마

과제일 것이다.

일터 15


일터 정신질환 알아보기

캐나다 온타리오 주(州)의 자살 사례 검토 - 산재보상심판소 사례를 중심으로 최혜란 업무상 정신질환연구팀, 직환의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산재보상 체계

로 하여 검색한 결과 총 29건의 사례를 발견할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에는 우리나라의 근

수 있었다. 승인된 사례 대부분은 업무상 사고

로복지공단에 해당하는 WSIB Workplace Safety

를 겪은 뒤에 발생한 우울증이나 약물의존 등

and Insurance Board가 있다. 여기서 업무상 질

의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였다.

병에 대한 승인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불승인 되는 경우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재심사에

캐나다에서도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서도 불승인 되면 WSIAT Workplace Safety and

질환을 산재보험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

Insurance Appeals Tribunal, 산재보험심판소)에

작한 것은 2018년부터이므로 최종 판결기구인

제소를 할 수 있다. 캐나다의 각 주에는 온타리

WSIAT에 제소된 사례는 많지 않았을 것으로

오 주의 WSIAT과 같이 산재 사건만을 전문적

파악된다. 또한, 캐나다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으로 다루는 특수 법원이 설치되어 있다. 한국

명 당 11.8명으로 25.6명인 한국의 절반 이하인

에는 산재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법원은 없고,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살로 승인 또는 불

행정법원이 이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승인 된 사례 중 인상깊은 사례 2건을 소개한다.

WSIAT에 제소된 사례는 처음부터 전면 재 검토를 한다. 재검토 과정 중에는 검토 대상이

사례1. A씨는 1987년에 업무상 사고로 허

되는 자료에 대해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모두

리 부상을 당했다.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

확인하고 추가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절차

애로 인정되어 장애연금을 수령했다. 그 후

를 거친다. 이러한 절차를 걸쳐 나온 WSIAT의

1997년 9월에 자살하였다. A씨는 자살 전,

결정은 사실상 최종 판정이다. 아주 드물게 연

딸과 손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등 업무와

방대법원에서 법리 검토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무관한 심각한 스트레스 사건을 겪었으나, 이

WSIAT의 결정이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사건을 판정한 패널들은 정신적 외상 장애도 A씨가 자살에 이르게 한 중요한 기여 요인이

온타리오 주 산재보험심판소(WSIAT)의

었다고 판단하여 업무상 사망이라고 승인하

자살 판정 사례 소개

였다.

WSIAT은 1984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모든 제소 건에 대한 판결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1984년부터 2018년까지 ‘자살’을 키워드 16

노동자가 만드는

위의 사례에서는 산재 사고 이후 발생한 정


▲ 그림 1. 온타리오 주 산업재해 원인(2019년). 출처: WSIB 별표2 가입사업장의 2019년 연례보고서

신질환이나 심리적 곤란함을 연속적인 맥락에

에 이루어진 ‘의도적’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려

서 판단하였다. 매우 중대한 개인적인 요인이

울 것이다. 그러나 이 사례는 ‘성공하지 못한 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업무상 사망으로

살시도’는 급여 지급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보고 승인하였다. 즉 기존의 정신질환이나, 업

다고 판단하였다. 만일 이와 같은 사례가 누적

무와 무관한 갈등이 있는 사례일지라도, 심리적

되면 ‘성공한 자살시도’만이 보상 대상이라는

인 곤란함이 개인의 영역과 업무의 영역으로 명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위험이 있어 보인다.

백하게 분리될 수는 없다는 관점이 드러난다. 2018년 이후 업무상 정신질환 승인 3배 증가 사례2. B씨는 2013년 10월 우측 어깨와 윗 등 부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만성통증이 생 겼고 이에 대해 장애급여를 지급받고 있었다. 이후 통증으로 인해 자살시도를 하였으나 실 패하였고 B씨는 자살시도에 대해 수급 자격 요청을 했다. 그러나 자살할 경우 노동자의 피부양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한 요 건이 있어서 불승인하였다.

온타리오 주는 업무상 정신질병에 대한 산 재보험 적용 규칙(policy)을 신설하고 2018년 1 월부터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2002년~2010년 까지는 전체 산재 승인 건수 중 업무상 정신질 환은 1% 미만이었고 2011년~2016년까지는 1% 대에 그쳤다. 그러나 2017년에는 2.6%, 2018년 에는 3.1%로 증가하던 것이 2019년에는 9%로 약 3배 급증했다(그림 1). 온타리오 주는 최근 몇 년간 보수정당이 행

의도적인 ‘자해’는 산재보상의 대상이 아니

정부를 운영하며 업무상 질병 승인에 대해서도

지만, 심각한 부상 이후 만성통증이 입증된 사

보수적인 판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례라면 그 당시의 자살시도는 정상적인 판단하 일터 17


그럼에도 업무상 정신질환에 대한 신청이 증가

셋째는 최종 판결에서 정보의 투명성이다.

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새로운 규칙을 제

WSIAT에서는 제출된 자료를 검토한 뒤 당사

정하였고 그 여파로 업무상 정신질환의 승인이

자의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친다. 또한, 최종 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제정한 규칙에 업

정문을 홈페이지에서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무상 스트레스 요인으로 직장 내 괴롭힘, 업무

있고(개인정보 등은 삭제됨) 심지어 판정인의

와 관련한 만성적인 고강도 스트레스 등을 명

실명도 공개된다. 이처럼 투명한 정보공개를

시하고 있다. 전체 산재 중 차지하는 부분은 적

통해서 WSIAT는 신뢰를 얻고 한편으론 사회

지만 캐나다에서도 역시 국내와 같은 맥락의

적인 갈등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기능하기도 한

업무상 정신질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

다. 산재 판정을 두고 발생하는 국내의 갈등을

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추어보면 노동자와 사업주 간의 정보공개의 중요성과 행정 처리의 투명함도 사회적 상호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가?

신뢰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첫째, 현저한 자살률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캐나다의 자살률은 우리나라

물론 캐나다와의 단순 비교나 어떤 제도 등

의 절반 이하이다. 이런 상황은 고혈압 환자 수

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해

가 2배나 차이 나는 두 국가에서 심근경색으로

외 사례와 비교할 때는 국내의 사정에 맞는 평

인한 사망을 비교하는 문제와 비슷하다고 볼

가와 비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와

수 있다. 또한, 캐나다는 대만, 일본, 한국 등 동

우리나라는 산재보험의 역사도 다르고 작동하

아시아에서 이슈인 ‘과로사’나 ‘과로자살’은 그

는 기제 또한 차이가 있다. 다만, 두 나라에서

다지 주목하는 분야가 아니다. 이 분야는 소위

공통적인 것은 산재보험을 둘러싼 각각의 이해

‘선진국 모델’이란 건 없으니 우리 사회가 안고

당사자들(특히 노동자 측)이 제도의 개선을 위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실감한다.

한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합리적인 수준의 합의 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두 번째 차이는 행정력에 있다. 앞서 소개한 WSIB 직원 수는 3,800명이며 산재보험 가입

우리 사회에서 업무상 정신질환이 산재보험

자는 약 540만 명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근로

의 영역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첫걸음 단계에 있

복지공단 직원은 6,900명이고 산재보험 가입

는 만큼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해당사자

노동자는 1,856만 명에 달한다. 업무의 범위에

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논쟁이 필요할 것이다.

는 차이가 있겠으나 한 사람의 직원이 담당해 야 하는 가입자 수가 WSIB는 1421명, 근로복지 공단은 2690명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즉, 한국 의 산재보험 행정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캐 나다와 한국 모두 업무상 정신질환에 대한 신 청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양쪽의 행정력의 차이 가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산재신청 시의 신속한 처리 와 조사의 신뢰성이 담보되기 위해서는 개선될 필요가 있는 영역이다.

18

노동자가 만드는


연구리포트

장시간노동과 신장기능 저하* 강모열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연구배경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생물학적 개연성이 있

만성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은 단백

다(Chou 등,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뇨, 혈뇨 등 신장 손상의 증거가 있거나 신장기

노동이 만성신장질환의 발생 및 악화에 미치는

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glomerular filtration

영향을 살펴본 연구는 현재까지 전무하였다.

rate, GFR이 60ml/min/1.73㎡ 미만으로 감소된

최근, 업무상 과로 등으로 인하여 만성신장질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환의 발생 및 악화를 주장하는 산업재해 보상

만성신장질환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증가하여 주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되고 있

부족하여 적절한 보상과 예방적 관리가 체계적

으며 국내에서는 20세 이상 성인인구에서 8.2%

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의 유병률이 보고된 바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노동 인구에서 장시간근로 와 사구체여과율로 측정된 신장기능 감소 사이

만성신장질환의 직업적 위험 요소로는 납, 카드뮴, 수은, 베릴륨과 같은 유해금속과 이황

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 하고자 하였다.

화탄소, 삼염화에틸렌, 메탄올, 에틸렌글리콜과 같은 유기용제 노출이 알려져 있으나 만성신장

연구방법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

본 연구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건

는 사회경제적, 심리적 요인에 대하여는 아직

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851명의 20세 이상 임

까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사회경제적 스트

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식사 시간을 제

레스에 노출되면 신체 내 혈관 기능에 악영향

외하고 시간외 업무를 포함하여 얼마나 오래

을 미쳐, 만성신장질환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근무합니까?’라는 질문으로 연구참여자의 주

수 있음을 감안할 때,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간 노동시간을 확인하였고, 이를 근로기준법에

수 있는 장시간노동 또한 신장기능 장애 및 만

따라 다음과 같이 4개의 그룹으로 분류하였다:

성신장질환의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0시간 미만(단시간 주간 근무), 30–40시간(표 준이자 가장 빈번한 주당 노동시간), 41–52 시

장시간노동이 다양한 질병에 대한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이 잘 밝혀져 왔

간(일반적으로 허용된 초과 노동시간), 52시간 초과(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된 초과 노동시간).

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고혈압, 당뇨는 신장의 미세 혈관 손상을 유발하므로, 신장의 손상을 일터 19


연구팀은 12시간 공복 혈액 샘플을 사용하

준의 직무스트레스(높은 업무요구량과 낮은

여 측정된 혈청 크레아티닌 Creatinine 수준을

직무자율성)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반복되는

현재 임상 및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MDRD

심리적 스트레스는 교감 신경계 Sympathetic

Modification of Diet in Renal Disease 계산식을 이

nervous system 활동의 강화, 글루코코르티코이

용하여 사구체여과율을 산출하였다. 이 방법은

드 Glucocordicoid 분비 증가 그리고 염증의 잠재

처음에 iothalamate 제거율을 기본으로 하여

적 위험을 상승시킨다. 그 결과, 만성신장질환

개발된 공식으로, 표준화된 크레아티닌 측정방

의 주요 위험 요인인 고혈압, 당뇨 및 혈관 질환

법을 사용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와 현재

의 위험을 높인다. 또한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

임상 및 연구에 흔히 사용하는 공식이다(Levey

스는 잘못된 식습관, 비만 등과도 연관되어 간

등, 1999). 이후 주당 평균 노동시간과 사구체

접적으로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

여과율의 연관성을 검토하였다.

다. 본 연구에서도 비만한 노동자(체질량지수≥ 25kg/m2)는 만성신장질환의 유병률이 높고 신

연구 의의 및 한계

장기능이 감소된 것으로 관찰되었다.

본 연구는 노동시간과 사구체여과율의 관 계를 평가하여, 장시간노동이 신장기능 저하

만성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심혈관 질환의

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분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하는데, 사실 만성신장질

석결과, 주 52시간 이상의 장시간노동을 수행

환은 뇌심혈관계 질환과 고혈압, 당뇨와 같은

하는 집단에서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신장기

가장 주요한 위험인자를 공유하고 있다. 실증

능(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하는 뚜렷한 연관성을

적으로, 미국에서 수행된 대규모 지역사회 기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장시간노동이 신장기

반 코호트 연구에서 사구체여과율 감소는 심혈

능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나타낸다.

관계 질환 발생 위험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 어 있음이 밝혀졌다.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에

장시간노동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직 간접적으로 신체 및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 다. 그 중 업무상 피로로부터 불충분한 회복은 다양한 건강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널리 알 려져 있다. 특히 노동시간이 길수록 상대적으 로 작업 후 휴식 시간이 제한되고, 원래 상태로 의 회복을 위한 시간은 짧아지게 된다. 노력-회 복 모델Effort–Recovery Model에 따르면, 업무 후에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 라 최적의 신체상태로 회복될 수 있지만, 적절 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심리생리학 적 시스템은 계속 긴장된 상태로 남아 있어, 여 러 가지 비가역적인 질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장시간노동이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또 다 른 기전은 높은 직무스트레스이다. 기존 연구 에서는 초과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높은 수 20

노동자가 만드는

서 노동시간은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 및 흡연 습관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과 크게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장시 간노동은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유발 하고, 이로 인해 간접적으로 신장기능을 저하 시킬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고혈압이나 당뇨가 없 는 연구참여자만 대상으로 분석을 수행하였을 때에도, 명확하게 노동시간과 사구체여과율 간 에 선형적으로 음의 관계가 관찰되어, 당뇨나 고혈압 이외의 기전에 의하여서도 장시간노동 이 신장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론된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한계가 있 다. 첫째, 연구설계의 단면적 특성으로 인해 노 출과 건강영향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립할 수


▲ 출처: Pixabay

없었다. 기존에 신장질환이 있었던 연구참여자

한, 노동시간과 신장기능의 관계를 조사한 첫

는 증상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조사 이전에 노

번째 연구이다. 또한 이 연구는 한국인 전체 인

동시간을 단축했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구집단에 대한 대표성을 가진 자료를 분석하였

인해 장시간노동이 신장에 미치는 위험이 실제

기 때문에 분석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는 장점

보다 과소 평가되었을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

이 있다. 더불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에서 제기된 문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구

긴 노동시간을 가진 노동인구집단을 대상으로

대상의 변화를 검토하는 경시적 longitudinal 연

분석하였기에 노동시간과 신장기능 간의 연관

구를 통해 검증될 필요가 있다.

성을 평가할 수 있는 보다 나은 기회를 얻었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

결론

체의 정보부족으로 인해, 출생 시 저체중, 신장

이 연구는 긴 노동시간이 신장기능 감소와

질환의 가족력, 진통제 사용 또는 업무 스트레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스와 같은 노동시간과 신장기능 간의 관계에

임상 진료현장과 노동정책에서 시급히 고려해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의 영향을 충분히

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장

감안할 수 없었다.

시간노동이 만성신장질환의 잠재적 위험인자임 을 인지하여, 노동자의 질병 예방 및 보상을 위

셋째, 만성신장질환의 정의에 따르면, 신장 의 구조 또는 기능 이상이 적어도 3개월 동안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데이터 가 한 시점에서만 수집 되었기 때문에 신장기

한 근거마련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연구결과는<직업환경의학회지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에 발표되었다(Lee D, Lee J, Kim H, Jun K, Kang M. Long work hours

능의 저하 사례를 만성신장질환 정의와 일치시

and decreas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in the

킬 수 없었고, 급성 신장질환 환자가 포함되었

Korean working population. Occupational and

을 가능성이 있었다.

Environmental Medicine Published Online First: 23 June 2020. doi: 10.1136/oemed-2020-106428).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우리가 아는 일터 21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과로, 일본의 상황은? 이와하시 마코토 POSSE 활동가

2019 일본 산재 통계, 과로사/ 과로자살

용품처럼 내던져버리는 회사들이 있다’는 것이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6월 26일, 매년 발

노동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일본과 한국

표하는 산재 보상 통계를 내놓았다. 여기에는

에서는 “블랙기업”이라고 알려진 이 개념은 영

2019년 과로 때문에 사고나 질병으로 보상을

어권에서는 “evil companies(악마 기업)”이나

신청한 노동자의 숫자가 포함되어 있다. 모두

“dark companies(어둠의 기업)”이라고 번역된

936명의 노동자가 본인의 뇌심혈관계질환이

다. 일하다 과로로 질병을 얻게 된 노동자들이

작업환경 때문에 발생했다며 보상을 신청했다.

나 과로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때로는 이

이 중 사망은 253건이었다. 일터의 문제로 정

런 질병이나 죽음이 직장과 관련돼 있다는 것,

신질환이 발생했다며 산재 보상을 신청한 건수

혹은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곧바

는 2,060건이나 되었다. 이 중 202건이 자살 혹

로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2019년 경찰은

은 자살시도였다. 지난 5년 동안 과로로 인한 뇌

1,949건의 자살이 일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으

심혈관질환이나 정신질환 산재 신청 건수는 계

나, 산재 보상을 신청한 자살 사건은 202건에

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가 산재로 승인하

불과하다. 일본에서 매년 150~200명의 과로사

는 건수는 답보 상태다. 승인율은 떨어지고 있

와 과로자살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는 것이다. 뇌심혈관질환의 경우, 2015년 795건

수백 건이 매년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

이 신청되어 이 중 251건이 승인되었다. 승인율

여준다.

은 37.4%였다. 그러나 2019년 승인율은 31.6% 다.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다. 2015년 36.1%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과로를 악화시킨다

2019년 32.1%로 승인율이 감소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 스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행동을 제

산재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더 많은 노

대로 해내지 못했다. 긴급 상황은 5월 말 해제

동자가 과로가 무엇인지, 노동자 건강에 과로

되었지만, 감염인 숫자는 7월 들어 계속 증가

가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기 때

했고, 8월 1일에는 하루 신규 감염인 숫자가

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단체인 POSSE 대표

1,464명에 달했다. 코로나-19 판데믹은 많은 노

인 콘노 하루키가 2011년 “블랙기업”이라는 개

동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념을 제안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윤을 최대화

노동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직

하기 위해 고용 후 몇 년 안에 노동자들을 일회

장을 잃거나, 무급 휴직을 견뎌야 했다. 노동기

22

노동자가 만드는


▲ 그림1. 일본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구글 COVID-19 알림 서비스

본법들은 사업주가 감소한 급여의 60% 이상을

자는 그만큼 더 증가한 것이다. 또 우리는 후생

보상해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많은 회사가

노동성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53%가 임시, 고

노동자들에게 추가로 보상하기를 거부했다.

정 계약으로 고용돼 있다는 것도 안다. 이들은 고용상태가 불안정할 뿐 아니라 임금과 수당도

또한 코로나-19 판데믹은 많은 노동자에게

적다.

연장근무를 하도록 강제했다. 가장 큰 영향을

판데믹 기간 동안 더 많은 회사가 노동자들

받은 분야는 공공영역이다. 교토 시에서는 43

이 집에서 일하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원격

명의 공중보건센터 노동자들이 3월부터 5월까

근무를 하는 노동자 중 상당수가 예전보다 더

지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연장근무를 하도

많은 시간 일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

록 강요받았다. 매달 250~300시간 이상 일해

택근무는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빽빽한 지하

야 했다는 의미다. 한 노동자는 연장근무 시간

철을 타고 출퇴근하거나, 붐비는 사무실에서

이 251시간에 달했다. 비슷한 상황이 코로나바

일할 필요가 없도록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스 검사를 하는 전국의 다른 공중보건센터

노동자들이 종일 인터넷에 반드시 연결되도록

에서도 벌어졌다. 의사, 간호사, 교사, 돌봄 종

강제한다. 이는 노동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사자 등 다른 필수 노동자들도 폭증한 업무 때

끼칠 수 있다.

문에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긴급 재난 시기에 노동조합과 NGO 하지만 공중보건센터 노동자들이 엄청난

의 역할은 노동자들이 과로에 저항하도록 조직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 이 상황을 “자연재해”

하는 것이다. 많은 노동자가 집 밖에서 일하는

때문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 정책

것을 피하고, 바이러스 접촉 위험을 줄이기 위

이 공공분야를 “작고”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

해 집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기도 한다. 노동조

어왔고, 그 과정에서 공중보건센터 자체가 크

직은 집에서 일하는 것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하

게 줄어들었다. 전국에 있는 공중보건센터는

지 않도록 노동시간을 엄격히 규정할 것을 요

1992년 852개에서 2019년 472개로 45% 감소

구하며 노동자들 대신 협상할 수 있는 힘을 가

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일본 인구는 증가했으니,

지고 있다. 이런 협상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

각각의 공중보건센터에서 담당하는 시민의 숫

이 노동조합의 역할이다.

일터 23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지난 7월 17일 열린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피디 사망사건 대책위의 투쟁승리 결의대회 사진. 이후 7월 22일일 진상조사 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에 이행계획(故 이재학 PD 명예회복 방안, CJB청주방송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에 대 해 합의를 이뤘졌다. 출처: 호나라

24

노동자가 만드는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건설현장 관리감독의 한 축, 감리 OO건축사무소 L씨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하나의 건물을 짓는 일은 무척이나 복합적

건설사업 전반을 관리감독하다

이다. 설계, 시공, 준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 속

건설현장과 건물 자체의 관리감독에 대해

에는 땅을 고르고 다지는 일부터 건물을 올리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감리라고

내부의 각종 설비를 설치하고 외관을 다듬는 일

한다. 그런데 정작 건설현장에서 감리가 무슨

까지 다양한 업무가 때로는 시간 순서대로 때로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

는 동시에 진행된다. 이렇게 수많은 업무와 그

서 감리의 주요업무는 무엇인지, 실제 업무 수

에 투입되는 다양한 인력을 관리·감독하는 일은

행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뤄지는 물어보았다.

만만치 않다. 더욱이 한 번 건물을 지으면, 적어 도 수십 년은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삶을 터전을

“‘공사감리’라 함은 건축물 및 건축설비 또

이루기에, 건물이 원래 설계 목적에 맞게 제대

는 공작물이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

로 지어지는지, 건물을 만드는 과정과 이후 이용

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공사관리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안전이나 환경을 저해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하여 지도·감독하는 행

하지 않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위입니다. 감리 주요업무를 단계별로 구분

관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 중 중요한 위

하여 설명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크게 3

치를 점하고 있는 담당자가 있다. 바로 감리다.

단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공사착수 단계, 둘째, 공사 단계, 셋째, 준공 단계입니

지난 7월 21일 경기도의 한 복지센터 건설

다.”

현장에서 감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L씨를 현 장 근처 카페에서 만나 감리의 노동과정에 대해

“우선 공사착수 단계에서는 ①기 허가된 설

이야기를 나눴다. L씨는 건축 디자인 및 설계를

계도서(도면, 시방서, 계산서, 조사서, 내역

주로 하다가, 최근 감리 업무를 겸하고 있다. 감

서)등과 각종 인허가 및 인증 관련 도서 등

리를 하면서 느낀 소감을 나누면서, 감리 업무에

을 검토하고 확인합니다. 오류나 누락 또는

대해 상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개선할 부분을 발췌하여 발주처와 설계자 일터 25


의 의견을 들어 수정, 반영하지요. ②시공자

로부터 공사 시방서의 기준(공사종류별, 시

와 함께 현지조사(각종 재료원 확인, 지반

기별)에 의하여 시공계획서를 진행단계별

및 지질상태, 진입도로 현황, 인접도로의 교

로 제출받아 검토합니다. 그 내용으로는 현

통규제 상황, 지하매설물 및 장애물 등)의

장조직, 세부공정, 시공일정, 주요장비, 자

조사를 수행하여 공사계획에 반영합니다.

재동원계획 등입니다.”

③시공자로 하여금 각종 공사계획서(시공, 공정, 품질, 안전, 위해방지, 환경 등)를 사전

“⑤안전관리업무로서는 공사전반에 대한

에 작성하게 하여 검토, 확인 후 향후공사의

안전관리계획의 사전검토, 실시확인 및 평

기준을 설정합니다.”

가, 자료의 기록유지 등 공사시공자가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를 취하도록 합니다.

이렇듯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설계와 공사

공사시공자의 안전조직 편성 및 임무, 시공

계획이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검토하고, 공사가

계획과 연계된 안전계획, 현장 안전관리 규

이뤄지는 현장에 비춰볼 때, 설계사항이 적합

정, 안전관리 협의체구성, 일일 안전교육,

한지 공사단계에서 주의할 사항은 무엇인지 점

정기안전점검, 안전관리비 사용 내역 확인,

검한다. 이를 통해 실제 공사가 이뤄질 때, 차질

재해 예방 전문지도 기관의 기술지도 여부

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등을 확인 시행하도록 감독합니다. ⑥그 밖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할까?

에 공정관리, 기술검토, 환경관리, 기성검 토, 설계변경, 조사, 계측관리, 전 공종 업무

“공사단계에서의 업무는 크게 6가지로 분류

조정 회의, 발주처, 유관 기관 협의, 각종 교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①시공성과 확인

육 진행 및 참가, 민원관리, 인증업무 확인

및 검측 업무로서, 작업의 추진 여부를 확인

등 실로 모든 부분의 확인, 검수, 검측, 지도,

하고 금일 작업실적과 사용 자재, 품질시험

발주처 보고 등의 업무를 하지요.”

회수 및 성과 등의 일치여부를 검토하고 주 요 공종별, 단계별로 시공 규격 및 수량이

이렇듯 감리는 공사단계에서 이뤄지는 작

설계도서의 내용과 일치하는지를 검사하고

업 과정 전반을 일일이 챙겨야 한다. 작업 각각

확인된 부분에 대하여 다음 공정을 착수하

이 절차에 맞게 이뤄졌는지, 품질 수준을 맞추

게 합니다. ②하도급 관리업무는 하도급업

고 있는지, 해당 작업에 들어갈 자재가 적합한

체의 실적, 규모 등의 자격 검증과 적정도급

지, 수량은 충분한지 등을 살펴본다. 기존의 설

계약비율, 노무비 안심 지급 장치 등을 확

계와 법제도적 기준에 맞게 건물이 지어지고

인, 검토합니다.

있는지 면밀히 점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건 물의 안전과 품질을 적정 수준으로 담보하려

“③사용자재의 적정성 검토업무(품질관리)

한다.

로서, 사용될 주요자재의 공급원을 검토하

26

고 자재수급 시 자재 검수를 통해 규격, 품

“마지막으로 준공단계 업무를 말씀드리죠.

질 등이 적정하게 조달되었는지 확인하여

예비준공검사를 통해 미비한 점을 보완 시

불합격된 부분은 공사시공자에게 시정 통

정토록하고 준공신청 이전에 예비 및 정상

보합니다. 또한 각종자재의 품질시험 계획

상태 시운전을 완료하여 준공검사원을 제

에 의거 품질시험 여부와 횟수를 확인하지

출토록 합니다. 시공자가 작성 제출한 준공

요. ④시공계획의 검토업무로서는 시공자

도면이 실제 시공된 대로 작성되었는지의

노동자가 만드는


여부를 검토·확인하고 각종 인증에 대한 본

축사법에 의한 감리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인증서, 통신, 소방, 전기, 배수 설치 등 전문

5천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공사/연속된 5개

분야 준공필증을 확인한 후 공사비 최종 지

층(지하층을 포함한다) 이상으로서 바닥면

불 청구서를 검토·확인하지요. 그 후 관할관

적의 합계가 3천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공

청과 발주자에게 감리 완료보고서를 제출

사/아파트 건축공사/준다중이용 건축물 건

하고 사용승인서를 교부받습니다.”

축공사)로 일반경쟁입찰방식으로 선정됩니 다. 건설기술진흥법에 의한 건설사업관리

“준공 이후단계 업무로는 건축물 시운전 및

용역(200억이상 건설공사)은 기술용역 적

유지관리 협력이 중요합니다. 공사시공자

격성 심사(보유 건설기술인 역량/신용도/

가 당해 시설물을 관리할 자에게 인계하도

실적평가)와 가격입찰로 선정됩니다.”

록 협의하여야 하며, 당해 현장에서 특수한 재료 혹은 공법을 적용하였을 경우 시공 부

감리 활동의 증진을 위해

위, 방법, 특성, 공사시공자 관리상의 주의

한국의 건설 산업에서 안전문제는 오랫동

점 등에 대한 기록을 인계하도록 하여 유지

안 논란이 되었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관리, 점검이 용이하도록 협력체계를 구축

등 각종 토목·건축현장의 건물 자체의 품질과

하도록 합니다.”

안전뿐만 아니라, 건설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중 대재해까지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감리원의 자격과 선정

일이 빈번히 벌어졌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

설계·시공·준공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감리

런 상황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현장에서의 관

가 맡은 역할이 다양하고, 건설 산업 내에서 중

리감독 업무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감

할 수 있다. 이때 감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리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격이 요구되고, 어떻

무엇이 중요할지 의견을 구했다.

게 선정이 되는 걸까? 이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 았다.

“감리는 설계도서 검토, 시방서에 기술된 각 종내용의 이해, 수많은 자재의 품질과 시험

“감리원의 자격은 여러 각도에서 평가를 해

성표 해독능력, 각공종별 전문기술의 폭넓

서 주어집니다. 교육 수준, 실무 경험 등을

은 기술능력, 공종 간 조정회의 등 실로 수

고려해서 감리 역량에 등급을 매기고 있습

많은 경험과 지식, 리더쉽까지도 필요합니

니다. 건설공사의 감리원에 대해서, 관련해

다. 초급이나 중급정도의 경력자는 수행하

당학과를 전공했는지 여부, 일정기간의 설

기가 역부족일 것입니다. 규모에 관계없이

계,시공 경력과 국가기술자격증, 교육이수

10년 이상의 경력자를 상주감리로 배치해

현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이를 바탕

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지역 업체나 중소 건

으로 등급 및 역량지수를 나누죠. 초급, 중

설회사는 이 수많은 건설과정 업무와 관리

급, 고급, 특급으로 정해집니다. 이후 감리

를 할 인원을 보유할 수 없는 실정이고 기술

나 건설사업관리의 현장의 규모에 따라 배

능력 또한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런 점을 고

치됩니다.”

려하여 시공 기술자의 배치를 지원하거나 품질, 안전, 환경, 과 시공을 분리 발주하는

“그리고 감리 선정은 법에 근거해서 이뤄지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는데,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됩니다. 건

일터 27


▲ 출처 : 박기형

최근 국토부에서는 산재사망사고가 다발하

공사의 요구에 좌우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기

는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도 한다. 이런 조건 하에서 법제도상의 의무만

서, 감리를 통한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강화하는 것이 감리 몇몇의 개인적 책임으로만

정책방침을 내걸었다. 현재 건설현장(철거현장

전가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에도 일정규모 이상(3층 또는 연면적 500㎡ 이

가 제기되기도 한다.

상)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감리를 도입하도 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설업면허 없이 공사

“감리는 발주처(공공기관 ,감독관)의 단순

할 수 있는 소규모 공사는 현장관리인이 안전

한 행정 대행자나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시

관련 사항을 감리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키는 하수인이 아닙니다. 책임과 권한을 정

위험요인 확인 시 시공자에게 시정 요청, 정도

확히 주어 소신 있게 감리에 임할 수 있게

에 따라 공사 중지, 주요시설 개선 등 조치를 취

감독(관료)의 권한을 축소시켜야하며, 공공

할 수 있도록 하였다(2018년 건축법 개정). 나

기관의 불공정한 계약 행위도 근절되어야

아가 위험상황 발생 시 감리의 공사중지 권한

합니다. 아니면 차라리 공무원들이 직접 상

법제화와 함께 이로 인한 손해책임을 부과할

주하여 감리를 하거나, 별도의 공무직처럼

수 없도록 규정했다(2018년 건설기술진흥법

운영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

개정). 또한 감리보고서에 안전관리이행상황을

을 것입니다.”

기입토록 하였다. 이처럼 일련의 정책적 변화와 관련해, L씨 하지만 문제는 감리가 건설사업의 A부터 Z

는 안전관리를 위한 체계 구축의 중요하다고

까지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건설 노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감리원이 제대로 역할

동자의 안전까지 이들이 챙길 수 있을지 의문

을 하기 위해선, 감리 업무의 공공성 강화 및 독

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립성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관리감독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기도 하는 문제

산업에서 제3자로서 관리감독의 중요한 한 축

를 먼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지난 잠실

인 감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

에서의 철거현장 붕괴사고 등에서 확인할 수

및 인력관리, 실질적 업무수행 보장 등의 개선

있듯이, 감리 활동 자체가 유명무실하거나 시

이 이뤄지길 바란다.

28

노동자가 만드는


현장의 목소리

산재 제도의 사각지대, 여성특수고용노동자의 현실을 살펴보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금속노조 케어솔루션지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통상 산업재해에서의 ‘일반적인 합리성’이

여성 비율은 2008~2017년간 19.4%였다. 학

란 산업재해를 어떻게 인식해왔는가에 대한 사

교 급식실, 마트 등 서비스업 노동자의 대표적

회적 통념과 관련된다.” <산업재해로써 직장내

인 직업병으로 알려진 근골격계질환의 요양재

성희롱>, 최윤정, 2019.

해 현황 역시 2017년 기준 21.44%으로 크게 다 르지 않다.2) 비슷한 기간 동안 일한 전체 노동

산재보험은 일하다 다치거나 아픈 노동자

자 중 여성 비율이 42.8%3)임을 보면, 산재보험

가 걱정 없이 치료를 받고 재활하기 위해 필요

의 성인지 감수성의 문제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한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다. 그러나 이런 중

런 점에서 ‘여성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 문제

요성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의 적용, 신청, 승

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우선 전국의 등록

인에 이르는 과정에는 여러 사각지대가 존재한

된 특고노동자 중에서 여성 비율은 68.1%로 과

다. 먼저 고용형태·직종에 따른 적용범위는 가

반수를 훨씬 상회 한다. 그중 남성의 적용제외

장 큰 쟁점이다. 산재법 시행령 2조는 적용제외

종사자 비율은 28.2%인데 반해, 여성은 70.3%

사업을 지정하는데 이로 인해 가사노동자 등이

에 달한다.4) 이런 성별 차이는 왜 발생했을까?

배제된다.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에는 특례로

그리고 이 격차는 실제 일하는 여성 특고노동

써 9개의 적용 직종을 정하고 있는데, 이 비율

자들의 건강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

은 전체의 13.1%이다. 최근 7월 1일부로 시행

까? 우리에게는 산재 신청과 승인에 이르는 과

령 개정을 통해 총 14개의 직종으로 적용 대상

정, 그리고 여성들이 주로 일하는 직종·산업의

이 확대되었다.

특성과 가정 내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1)

성별 역시 중요한 특성이다. 고용노동부 < 산업재해 현황분석>에 따르면, 산재 노동자 중 1) <경기도 여성노동자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2019) 에서 근로복지공단 내부자료 재인용.

2) <여성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안전한가?>, 민주노총 정책 연구원, 2019. 20쪽. 3) 2019년 11월 기준,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여성 비율, 국 가통계포털 4) <경기도 여성노동자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2019) 99쪽.

일터 29


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절사고가 가장 많다. 김정원(LG케어솔루션지회장) 매니저가 담

대표적인 산재 적용 직종인 전국학습지산

당하는 가전제품이 10가지 정도 되고, 관리에

업노동조합(이하 학습지노조), 올해 5월 결성한

필요한 작업 도구도 각기 다르다. 짐이 워낙 많

신생노조이자 올 7월 부로 산재가 적용되는 직

아서 근골격계질환을 많이 호소하지만, 그 외

종인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 지회(이하 케어지

에도 비가 크게 오면 우산 들 손이 없어 비를

회), 그리고 애초 산재보험 적용에서 배제된 가

맞고 다닌다. 한파로 길이 얼 경우에 미끄러지

사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듣기 위해 전국

기도 쉽다. 주로 자차를 이용하니 교통사고도

가정관리사 협회(이하 전가협)를 만났다. 이번

빈번하다.

인터뷰를 통해 여성 특고노동자가 어떤 안전· 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지, 산재보험의 사각

일터가 고객의 집인 만큼 작업환경 상의 문

지대에서 성별과 고용형태가 맞물려 발생하는

제점도 특징적이다. 학습지교사의 경우는 학습

효과는 무엇일지, 이 배제를 건강권 차원에서

을 지도할 때 보통 바닥에 앉으며, 아이가 사용

다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고민해보고

하는 책상에서 진행한다. 일하는 대부분의 시간

자 한다.

을 몸에 맞지 않는 작업환경에서 보내는 것이 다. 아이에 맞춰진 책상을 성인이 사용하면 신

방문·이동노동의 특성은 건강에

체 자세 상 특히 목의 부담이 상당하다. 가정관

어떤 영향을 미치나?

리사의 경우에도 가정마다 작업도구가 구비 되

세 직종의 가장 큰 공통점을 꼽으면 방문노

지 않거나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도

동 형태로 업무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있다. 방

구를 쓰면 수월할 작업들을 더욱 힘들게 해야

문·이동 과정 중의 전도·교통사고 등의 위험도

한다. 직접 장비를 사서 들고 다니는 노동자가

높고, 폭염·한파·미세먼지에도 취약하다. 2019

있을 정도다. 협회에서는 특히 화장실 청소를

년 학습지노조에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호흡

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안내 하지

기 질환 문제가 심각하다는 답변이 29%에 달

만 보호구도 직접 구매하기에 실효성이 낮다.

했다. 노조는 미세먼지 경보가 떠도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에 취약하

김재순(전국가정관리사협회장) 주로 화장실

다고 해석한다. 한편 케어지회에서는 코로나19

청소, 특히 곰팡이 제거 작업에 사용되는 세제

이후 자가격리자와 접촉해 2주간 일을 쉰 사례

들이 독하다. 눈이 따갑다거나 어지럽고 핑 돈

도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감염병 유행 시기에

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 솔

서도 불안하지만 위험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질, 걸레질로 인해 테니스 엘보, 오십견을 진단

는 의견이다.

받거나 창틀 닦기 등으로 인한 손가락 관절염 도 주요하다.

오수영(전국학습지노조 위원장) 숙제 점검 을 하려면 학습지를 걷어야 하는데, 하루에 30

방문 직종의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

과목이니 엄청난 분량의 학습지를 짊어지고 다

하는 화장실 이용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물었

닌다. 약 10kg 정도다. 또 이동시간을 제외하고

다. 작년 학습지노조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하루 7시간 정도의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학

방광염 증상이 있는 비율이 61.9%, 증상이 심

기 중에는 하교 시간부터 수업을 시작하니 종

각한 정도는 35%로 나타났다.5) 많은 교사들이

일 뛰어서 이동한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급하 게 뛰어다니다가 낮은 턱에 걸려 발생하는 골 30

노동자가 만드는

5) 진단이 아닌 증상을 기준으로 조사한 데이터이다. 노조


▲ 지난 6월 특수고용노동자 관련 법제도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고, 학습지 교사의 노조할 권리와 4대보험 보장을 요구하였다. 출처: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일하는 내내 다양한 가정을 방문하지만, 화장

은 15분, 하루에 보통 30과목을 수업한다. 그래

실 이용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야 월 200만 원 정도라도 소득이 보전된다. 학

케어솔루션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습지 교사들이 식사도 하지 못하고 바쁘게 뛰 어다녀야 하는 이유다. 가정관리사 역시 4시간

김정원(케어솔루션지회장) 2년 동안 일하면

서비스로 하루에 2가정을 방문할 경우, 이동시

서 고객 화장실 이용은 정말 급할 때 딱 1번이

간을 고려하면 식사시간도 부족해 식사를 거르

었다. 서비스 방문 후에 고객에게 만족도 조사

거나 간단히 김밥을 사먹는 수준이다. LG케어

문자발송이 가는데, 혹시라도 평가 등급에 영

솔루션 매니저들 역시 고객이 선호하는 시간대

향이 있을까 우려가 되어 사용하지 않았다.

가 있지만, 그것이 오전부터 늦은 저녁을 아우 르기에 결국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하다.

노동시간, 특수고용노동자의 딜레마?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시간’은 양단에

김정원(케어솔루션지회장) “보통 9시가 첫

서 모두 문제가 된다. 기본급이 따로 없이 건당

가정이다. 고객들은 이른 오전이나 퇴근 시간

수수료가 곧장 소득으로 이어지기에 장시간 노

이후 점검을 선호하기에 약 8시 반에서 9시에

동이 반복되기 쉬운 구조다. 특히 학습지교사·

퇴근을 하고, 한 달에 2~3번은 주말에도 점검한

케어솔루션 매니저의 경우는 하루에 방문해야

다. 한 달에 평균 180~200개 가정을 방문한다.”

할 건수는 정해져 있지만, 노동시간에 대한 규

반대로 고객이 감소해 단시간 일하게 되

제는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두 직종은 방

는 경우는 소득 자체가 줄어들어 생활에 큰 어

문 약속이 가능한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 학습

려움이 된다. 코로나19 이후 3단위는 고객이

지교사의 경우는 학생이 하원·하교하는 오후 3

30% 정도 줄었다고 답했다.

시 경부터 약 밤 10시까지의 시간이다. 그러니 하루의 수업은 약 7시간 정도의 오후~늦은 저

김재순 안산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

녁 시간대로 몰린다. 한 수업 당 소요되는 시간

후부터 30~40% 정도 줄어들었다. 한 가정이 보통 주 2회 이용을 한다고 하면 주당 10만 원,

에서는 화장실 이용이 어려운 점, 노동과정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점과 연관해 해석하고 있다.

한 달 40만 원의 소득이 바로 사라지는 것이다. 일터 31


생계에도 문제가 상당하다.

히 학습지 교사와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고객 과 방문 약속을 잡거나 변경·취소하는 일을 위

덧붙여 정부의 특고고용안정지원금도 신청 하기 어려웠는데 이유도 갖가지다. 학습지 교

해 퇴근 이후나 주말에 별도로 시간을 낼 정도 로 가려진 노동시간 문제가 심각하다.

사의 경우에는 현재 사측에서 회원 탈퇴 처리 를 해주지 않아 개인 교사들이 중단한 ‘유령회

오수영 “소득이 발생하는 건 수업시간뿐이

원’들의 수업비를 대신 납부하고 있는 것이 문

지만, 실질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가 다양하다.

제가 되고 있다. 결국이 비용이 소득에 잡혀 공

방문약속 잡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물론이고,

식적으로는 소득감소가 없었다. LG케어솔루션

주 1~3회 정도 아파트나 유치원을 돌아다니며

의 경우 작년 11월 직수형 정수기 제품 중 하나

전단지를 뿌리거나, 주 2~3회는 오전 10시부터

가 결함으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는 사태가 생

지국별 교육·미팅에 참여한다.”

겼다. 회사는 이를 리콜하지 않고 매니저들이 수리하도록 했다. 정수기를 해체하는 작업이

‘산재를 산재로’ 여전히 유효한 구호

라 “온몸이 아파 끙끙 앓을 정도로” 고된 작업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산재 사고를 현장

이었지만 건당 수수료는 3천 원에 불과했다. 이

에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실질적인 비

사건은 추후 노조 결성의 핵심적 계기가 되기

용문제부터,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노동시간

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건당 수수료 때문에 줄

이 곧바로 소득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제대로

어든 소득이 잡히지 않아 고용지원금에서 배제

치료받는 시간적 자원도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

되었다. 가정관리사들은 고객과 현금 지급, 계

었다.

좌이체 등으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소득 자체 를 증빙하기 어려워 신청 수가 거의 미미했다.

오수영 (수업을) 죽어도 한다. 죽기 전까지.

정부 지원금이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전달될 수

아파서 수업을 못하면 교재만 돌리러 다닌다.

있는 체계가 제대로 만들어진 것인지, 이미 특

그조차 못할 정도로 아프면 동료에게 대신 돌

고라는 형태 자체가 하나의 행정적인 기준에

려달라고 부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웬만해

들어맞기 어려운데 이런 점들이 제대로 고려된

서는 해당 수업을 그 달 안에 해야 하기에 참고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나간다.

김정원 노동시간이 소득과 연결되는 점 때

오수영 위원장은 산재를 신청하는 경우는

문에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이 상이할 수

더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가 아니면 거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적은 소득을 보전하기

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습지교사의 경우

위해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우

병가가 소득의 감소로 이어지는 문제뿐만 아니

선 기본 수수료가 상향되는 방식으로 해결되어

라, 고객의 이탈로 이어지기에 실질적으로 치

야 한다.

료를 받거나 휴업을 하는 일이 어렵다. 실제로 학습지노조의 경우 이미 산재 적용되는 직종이

한편 ‘방문노동’의 특성상 각 노동은 모두

지만 가입률이 평균 15% 미만이다. 실태조사를

정해진 서비스 제공 시간이 있지만, 그 시간 내

통해 확인한 결과로는 ‘산재 제도가 도움이 되

에 모든 업무를 마치기는 사실상 어렵다. 특히

지 않을 것 같아서’가 46%, ‘회사의 상해보험

‘방문업무’에 필요한 제반 업무들은 노동시간

가입 유도’가 32%로 나왔다.

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문제다. 특

32

노동자가 만드는


▲ 케어솔루션지회의 임원, 조합원, 활동가들. 출처: 케어솔루션지회

오수영 교사의 97%가 여성이고, 평균 나이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 산재사고 역시 빈번하

가 47세다. 1년 미만 퇴사율이 높은 점을 감안

기에 이번 적용이 유의미할 것이라는 예측이

해 실제 평균 연령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짐작

다. 김재순 협회장은 현 고용노동부·강은미 의

한다. 무거운 가방, 반복해서 계단 오르내리기,

원 발의안 외에 플랫폼/알선업체 노동자를 모

대부분 바닥에 앉는 데다 안 맞는 책상 크기 등

두 포괄하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

으로 인한 만성 질환도 많다. 20년 넘게 일한

한 법률안>을 발의 준비 중이다. 우선 근기법·

교사가 척추 디스크로 산재 신청을 했는데 불

산재법·산안법 상 모든 일하는 노동자가 포괄

승인됐다. 업무상 질병의 입증이 쉽지 않다. 지

되어야 하지만, 이번 법안의 발의로 법적 보호

금으로써는 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니는 시간조

에서 완전히 배제된 가정관리사의 처우가 향상

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재순 가정관리사 선생님들이 가입할 수

마지막으로 오수영 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

있도록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원으

자에 대한 ‘산재보험’ 특례 적용 자체를 비판했

로 등록하면 4대 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대부

다. 올 7월부터 특고 중 일정 직종 확대가 있었

분 사회보험 이해도가 낮아 보험료를 부담스러

고 학습지노조는 원래 산재 적용 직종이었지

워한다. 이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정부 차원에

만, 그가 보기에 한 직종이 산재보험이 적용되

서도 필요하다.

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학습지노조를 구성하 고 있는 대다수인 중장년 여성노동자들이 노동

한편 김정원 지회장은 이번 산재보험 확대

시장에서 주로 배치되는 일자리의 특성은 모두

를 우선 반기는 입장이다. 물론 특고에게만 있

유사하고 노동자들은 연령이나 다양한 요인들

는 산재보험의 본인부담분과 적용제외 신청 제

로 여러 일자리를 옮겨 다니기 쉽다. 그러니 이

도는 비판점이다. 이런 개선지점이 있지만 일

문제를 여성노동자 공통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

차적으로 조합원들이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

다는 것이다.

한 관심도가 높고 노조 차원에서도 중요성을

일터 33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산재은폐저지 투쟁은 안전한 현장 만들기의 첫걸음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동안전보건부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최근 기업 매각 논의의 불안함 속에서도 산

조선소는 추락, 절단 등 각종 사고에서부터

재은폐 저지 투쟁을 가열차게 진행하고 있다는

방사능 노출로 인한 백혈병, 근골격계질환, 뇌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금속노조 대우조

심혈관계질환, 폐질환 등 각종 질환까지 업무

선지회를 찾았다. 현장을 안전하게 바꿔보겠다

상 재해 종합백화점이라 할 만큼 재해가 많은

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기존에 해본 적 없는 노

곳이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조선소에

동안전보건 투쟁을 해나가면서 갖게 된 기대와

서 재해가 발생하면 119를 부르는 대신 회사 차

활동을 통해 생긴 변화에 대해 들어보았다.

량으로 병원에 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산재 처리와 보고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산재은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총괄하는 이상우 노안 1부장, 산업재해 처리와 관리 활동을 하는 손선 호 2부장, 현장 위험 상황을 파악하고 작업중지 등 업무를 하는 이광기 3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폐를 막고자 지회에서는 원청과 하청, 지역 병 원, 노동부까지 전방위로 점검하면서 다치고 아프면 산재신청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다. 하청업체 사건에서 출발한 산재은폐 저지 투쟁

각자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한 경력은 각각 7년, 25년, 16년으로 다르지만 현 노조 집행부 와 함께 노동안전보건부에서 함께 활동하며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 나 가고 있다. 더불어, 지회의 노동안전보건 담당 임원인 김정열 부지회장도 자리해 함께 지회 투 쟁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의 한 하청업체 노 동자가 작업 중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 생했다. 하청업체에서 재해자를 차량으로 이동 시키고 덮으려 한 것을 조합원들 신고로 지회 에서 확인하고 산업재해 신청으로 이어지게 했 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재해는 결국 원청 책임 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며, 지회에서 대우조선 해양 대표인 이성근 사장을 고소했다. 원청보 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재해가 발생해도

34

노동자가 만드는


산재신청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

하청업체 사건으로 산재은폐가 수면 위로 올라

이다. 지회에서도 이런 저돌적인 산재은폐저지

오면서 산재은폐에 관한 투쟁을 만들고 있습니

투쟁은 처음 해보는 사업이기도 하고, 그 계기

다. 근무 한 25년 동안 처음이었어요. 전에는 정

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사고였던 것도 큰

말 ‘이렇게 하면 안 된다’였지, 회사와 노동부를

의미가 있다.

압박하는 건 처음으로 알고 있어요.

김정열 기존에도 산재은폐가 발생하면 노

원청이든 하청이든 사고가 나면 산재 신청

동조합에서 대응을 해왔지만, 최근 하청업체

을 하게 하는 것이 지회의 목표다. 지회의 산재

사건이 발생하면서 노동조합 사업으로 하게 되

은폐저지 투쟁 이후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땠을

었어요. 사회적으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까? 노안부장들은 현장의 변화를 분명히 느끼

만들자는 요구가 증가했고요. 안전관리를 원청

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사업장 곳곳에서 하청

이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업체들에서 붙인 산재은폐 근절 현수막도 확인

고 지적하면서 원청에 책임을 물으니까 회사도

할 수 있었다.

확실히 움직인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119 제보 신고는 다친 노동자들이 하지 않더라도

이상우 확실한 인식 변화가 있어요. 지지해

관리자들이 하게끔 만들어 놓는 것이 노동조합

주시는 조합원분들도 만났습니다. 아직도 산재

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변화가 올

했을 때 회사의 보복, 불이익을 걱정하긴 하는

라오는 것도 있겠지만, 제도가 아래로 내려가

데요. 이런 건 지회에서 해소해주기를 바라기

게 하는 것도 있어요. 제보자를 보호하는 것도

때문에 그 부분은 지회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관건인데, 제보 오면 직접 찾아가서 경고 하고

이번 사업을 통해 신고 건수가 과거보다 125%

고소도 하면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임기가 1

가량 늘었어요. 미세한 사고까지도 신고하게

년 반 가량 남았으니 그 때 까지 열심히 해보려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빙산의 일각일

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제도화되지 않을까 생

거라고 판단하고 있고요. 1차 자진신고 기간에

각합니다.

각 부서와 하청업체 산재은폐 적발 건수가 53 건 정도 있었고, 그 외에도 더 나올 부분이 있다

김정열 건강보험공단에 부정수급 적발사 례 건도 요청하고 있습니다. 병원도 뻔히 알고

고 판단해 2차 자진신고 기간을 부여해서 산재 은폐 털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도 건강보험 처리한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어 서, 의사도 공범으로 고발하겠다고 경고하고요.

사고는 즉각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적발

노동부에도 근로복지공단이 부정수급 받아서

했을 때 바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질병의 경우

산재은폐 처리한 것 있는지 확인하고 산재처

바로 드러나지 않아 조합원들이 지회에 알리지

리 하게 합니다. 현장 관리자들에게 ‘숨길 수 없

않으면 업무상 질병 발생 여부를 파악하는 것

다, 드러나게 돼 있다, 그때 걸리면 박살나니까

조차 쉽지가 않다. 때문에 질병의 산재은폐 저

무조건 119 부르라’고 하고요. 거기까지는 어느

지를 하는 것이 쉽지 않고, 조합원들에게 산재

정도 돼 가고 있고, 앞으로 궁극적으로 산재보

신청 후라도 사례를 취합할 수 있도록 노동조

상보험으로 하라고 하는 거죠.

합에 알리게 하는 등 또 다른 대응 방식이 필요 했다.

손선호 과거에는 이런 저지투쟁이 아니고 산재은폐 사례 홍보하는 수준이었어요. 이번

일터 35


▲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동안전보건부(왼쪽부터 손선호 노안2부장, 이상우 노안1부장, 이광기 노안3부장). 출처: 유청희

김정열 시작은 아무래도 ‘드러나는 사고도

이 있을 때 노동조합 투쟁에 복무하면서도 노

은폐되는데, 이것부터 막자’는 겁니다. 치료받

동안전보건 활동을 끌고 가야하는 담당자들은

을 권리 보장과 은폐 방지가 시작입니다. 조합

고민이 컸다고 한다. 이상우 노안1부장은 작년

원들이 따로 진행한 후에 승인/불승인만 지회

에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할 때 회사 매

로 통보되는 방식이라, 이런 사례들을 연구사

각을 저지하고 대응하는 데 노동조합이 힘을

업으로 분석한 다음 결과를 보고서, 질병산재

쏟다보니 노안 활동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

은폐에 대응하는 것을 후속 사업으로 만들어가

다. 올해는 매각 저지 투쟁을 하면서도 노동안

려고 고민 중입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권리

전보건부에서 산재은폐를 막기 위해 새로운 바

가 박탈되는 부분들을 먼저 바꾸려 합니다. 직

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모두를 해나가는 것이

업병은 우회해서 시도하고 있고요. 지금까지

노동안전보건부의 활동이고 앞으로 이 균형 잡

위임장 받아서 취합하는 사례는 없었던 것 같

기는 노안부의 과제이기도 하다.

습니다. 질판위 결과 확인을 찬성/반대 정도까 지만 받아볼 수 있는데 그거라도 받아서 노동 조합에서 정리하고 보관하려고 합니다.

이상우 처음 노안 활동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회사 매각이 터져서 농성에 들어갔는데 노 안 의제를 챙기기가 어려웠어요. 돌아봐도 노

기업 매각과 노안활동의 현실 돌파하기

안 의제를 하긴 한 것인가 헷갈리기도 하고요.

기업 매각 논의는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지

활동을 위해 첫발을 내디뎠는데 매각 투쟁을

역 사회, 국가적 사안이기도 하다. 이런 큰 쟁점

하면서 중심을 잘 못 잡은 것 같기도 합니다. 노

36

노동자가 만드는


동안전보건이 뭐고 노동조합이 뭔지 정립하는

노동안전부장들 역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기간이 없었습니다. 산재 사고 조치는 부차적

하기 전에는 재해가 발생해도 적절한 조치나

인 걸로 밀렸던 게 있고, 현재도 사실 힘든 부분

신고 없이 넘긴 적이 있었으나, 이 활동을 하면

이 있습니다.

서 스스로 변화한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마지 막으로, 이들이 생각하는 지회의 노동안전보건

공세적 노안활동으로 안전한 현장을

활동의 방향을 물었다.

지회 노동안전보건부는 노동안전보건 사업 이야말로 현 집행부가 잘 할 수 있고 조합원들

이상우 저도 산재은폐의 당사자였고, 그래

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서 작년에 특히 산재은폐 저지에 대해 고민을

더욱 더 공세적으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제 집행위가 끝나고 내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

려가는 속에도 조합원이나 협력사 노동자들이

서 현장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작업중

이 집행부를 떠올리면 노안을 인식할 수 있을

지를 즉각 발동하면서 공격적으로 산재 사고를

만한, 이것은 이 집행부가 했다고 기억할 수 있

예방하고 있다.

는 사업들을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김정열 노동조합 활동 중에 선방을 때릴 수

이광기 저는 현장을 통제해야 하는 강력한

있는 활동이 노안활동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을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작업중지 발동 등의 업

바꿀 수 있고 회사가 무서워하게 만들 수도 있

무를 맡아서 하고, 현장 민원 담당이기도 합니

고요.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찾게 만들고, 믿게

다. 안전에 있어서 타협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

만들어야 하는데, 노안 활동을 잘 하는 것이 민

하거든요. 이 집행부가 끝나고 현장에 내려갔

주노조를 사수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을 때 현민투 하면 안전문제에 타협은 없다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나아

기억이 남게끔 할 생각입니다.

가야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상우 노안1부장은 쉽지 않은 노동안전보 이광기 중국에서 블록이 들어올 때 발판이

건 활동을 하면서 사고 재해자 가족이 산업재

설치돼서 오는데, 발판을 3장 깔아야 합니다. 노

해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며

사합의로 그렇게 정한 건데 2장을 깔아서 온 겁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니다. 그러면 폭이 좁아져서 위험하죠. 노사합

고 한다.

의한 것은 지키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안 되 면 고소·고발 진행하는데, 그게 적발이 돼서 로

현장의 위험을 항상 주시하며 조합원들이

얄도크 전체를 작업중지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

두려워할 때 함께 해결해나가는 지회 활동가

우천에 옥외작업 못 하게 하고 있는데, 엊그저

들이 대우조선지회 노동안전보건부, 그리고 지

께 재난경보문자가 올 정도로 비 많이 왔거든

회의 힘이 아닐까? 기업 매각으로 오랫동안 불

요. 회사에서는 일을 안 시키겠다고 해놓고 현

안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산재은폐 저지 투쟁

장 가보니까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1도

을 해나가는 대우조선지회 노동안전보건부가

크 작업중지를 어제까지 이틀 정도 내렸습니다.

힘차게 투쟁해나가길, 계획대로 산재은폐 없는

비가 그칠 때까지, 도크장 안에 물이 빠질 때까

안전한 현장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지는 작업중지 해제를 하지 않고 유지했죠.

일터 37


흰둥이가 또 다른 흰둥이에게 건네는 위안 -만화 『흰둥이 1』. 윤필. 창비. 2016. 박채은 선전위원

그닥 불청객만은 아닌 듯, 온통 차분해지고 가 라앉아버린 모종의 분위기 속에, 그동안 켜켜 이 쌓여 있던 거짓의 환호와 행복들이, 가면들 문화로 읽는 노동

이, 하나둘씩 벗겨져 가고, 애써 감춰왔던, 그러 나 마주해야만 했던 진실들이 드러났다. 어쩜 이렇게나! 불평등하기 짝이 없을까. 흰둥이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 코로나19 이후 더욱 극명히 드러난 우리 사 회의 민낯을 마주했다. 매체의 지면 곳곳을 온 통 불평등과 관련한 단어들이 장식하고 있다. 노동의 취약지대가 드러났고, 권리의 사각지대 를 조성하는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 나타났다 고. 어떤 현상이 특정한 단어로 정의되고 나면, 그 현장과 관련한 새로운 집단이 우리 시야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우린 과연 자신이 해당 범주에 드는지 아닌지를 주의깊게 살펴보 ▲ 출처: 알라딘

게 된다. 이를 쓸데없는 고민으로 치부하기엔, 인간은 언제나 어디서든 자신이 누구인지를

너나할 것 없이 우울한 시절이다. 인류 역

정의내리고 싶어 하며,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사에 길이 남을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이 가져

를 찾아 헤매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래서 생각

다준 우울이랄까. 세상은 마치 망가진 세탁기

해본다. ‘과연 나는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가?’,

처럼 기이익 기이익 힘겨운 소리를 내며, 겨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 들지 않아서, 조금은 안

우 돌아가는 것 같다. 반복되는 낮은 소음이

도가 되는가?’

38

노동자가 만드는


윤필 작가의 만화 <흰둥이>의 주인공은 우

점점 드러나는 노동권 사각지대

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노동자의 모습을 대

점점 불평등이 심화되던 와중에 마침내

변한다. 소위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 포함되는

코로나 19를 계기로, 우리에게도 애써 숨겨

존재이다. 그리고 흰둥이의 눈을 따라가면서 더

져 있던 이런 노동의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나

욱 그 존재의 모습은 구체화된다. 흰둥이는 주

기 시작했다.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다. 성대 수술이 되어

되고 나니, 집에서 대부분을 해결하기 시작한

있어서 말(?)을 할 수 없다. 기쁨이나 슬픔, 아픔

다. 우선, 택배, 배달 관련만 해도 그렇다. 물

마저도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모습이 애잔하다.

량은 살인적으로 늘어났다. 급격히 증가한 물

흰둥이는 묵묵히 일하며 하루하루 버틴다.

량에 택배노동자들은 더욱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졌다. 잠도 못자고 배달을 하다 돌아가신

그러던 어느 날, 폐지를 줍는 할머니와 할머 니의 어린 손녀를 만나게 되어 가족이 된다. 할

택배노동자의 이야기는 듣고 있는 사람을 숨 막히게 한다.

머니는 생계를 위해 매일 고물과 폐지를 줍다 가 다치게 되고, 흰둥이는 좀 더 돈을 벌기 위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던 날, 새벽에 음식

해 직업소개소에 가게 된다. 거기서 일용직 일

을 배달해야만 했던 배달 노동자의 사진을 기

자리를 얻어 성실히 일하던 도중, 동료 아저씨

억하는가. 몸이 반 이상 잠겨버린 물 속에서

가 공사 중인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 모습을 보

오토바이를 타고 일을 해야만 했다. 운이 좋

게 되고, 동료를 잃는 상실감을 알게 된다. 이

은 사람은 재택근무를 통해 외부와 접촉을 줄

후, 흰둥이는 다행히도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얻

이고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무실이 있

게 되었고, 사립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

는 건물의 청결을 늘 유지해야 하는 청소노

게 된다.

동자들은 매일을 출근해야만 했다. 돌봄노동 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

이렇게 윤필 작가는 흰둥이가 거쳐가는 일

천하는 사람들처럼 살 수 없었고, 콜센터에서

터와 그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이들의 면면을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취약한 환경

그려낸다. 폐지를 주워야만 겨우 하루를 유지

에서도 위험을 감수하며 일을 했다.

할 수 있는 사람들. 특히, 사회에서 더 이상 노 동을 팔 수 있는 매력을 갖추지 못한 존재로 판

이런 사회적 현상들을 보며 너나 할 것 없

정되어 ‘정상 노동’에서 배제된 고령노동자. 추

이 노동의 약한 고리가 드러났고, 그래서 우

운 겨울 새벽같이 나가 일하다 위험한 노동환

리가 고쳐나가야 할 것이 무엇이고 바꿔나가

경에서 산재를 당해 죽음을 맞이한 건설노동

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

자. 일하다 다치거나 아파도 다음날 일자리를

목소리 안에서 언뜻 내가 그 주인공은 아닐

구할 수 없을까봐 병원에도 가지 않고 하루를

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왜일까. 이 모

버텨내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 학교 건물 곳곳

든 모습이 나의 모습이 아니던가. 흰둥이를

에 아무 생각 없이 버려놓은 쓰레기들을 묵묵

보면서 가슴 한 구석이 아릿하게 저렸던 것은

히 치우고 혹여나 학생들 눈에 띄면 불편할까

사실 나의 노동에 대한 연민과 아픔 때문이

봐 건물 후미진 구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끼니

아니었는지.

를 해결하는 청소노동자. 흰둥이의 눈을 쫓아 감으로써 보이는, 우리 사회에 감춰진 노동의 모습들이다.

손을 번쩍 들고, 환대의 몸짓으로 만화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고서, 우리 모

일터 39


▲노동자들은 점심식사 후 작업화 벗고 돗자리 위에 가만히 누워서 잠시 쉬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 항상 투쟁으로 점철된 30년이었 지만, 그들에게도 소중한 일상은 있다. 그리고 그 일상은 공장 안에 있다.

문화로 읽는 노동

▲ 출처: 만화 <흰둥이>

두 흰둥이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연 온당한가? 그저 이 사회를 살아가는, 고약한

갖게 되었다. 만화 속 흰둥이는 ‘흰둥이 같은’

이 시기를 견뎌내는 다 같은 노동자/사람이 아

사람들을 만나면서, 위로받고 위로한다. 취업

니던가. 예민함을 넘어 울분이 가득 찬 오늘날.

의 문턱에서 계속 실패를 거듭하다 자살을 하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에 목을 매며 공정이라는

려는 학생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묵묵히 곁에

거짓 이름으로 경쟁의 우위를 탐하는 지금. 서

서 그저 함께 있어줌으로써 말이다. 흰둥이가

로가 서로를 몰아내고 밀어내는 이때. 흰둥이가

불어주는 하모니카 소리에 지친 마음을 달래

건네는 메세지는 소박하지만 묵직하다.

고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반대로 대학에 서 청소하고 있는 흰둥이에게 어느 교수가 늘

만화 속 흰둥이는 기쁠 때, 나아가 ‘그래 나

지나가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고마

를, 그리고 우리를 응원해!’라고 말을 하고 싶을

워요, 고생이 많아요.” 짧은 한마디지만, 흰둥

때, 양손을 높게 번쩍 들고 얼굴엔 큰 웃음을 짓

이에게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갈 곳 없는

는다. ‘번쩍’, 그렇게 우리 모두 두 손을 높게 들

어미 길고양이는 흰둥이가 나눠주는 콩 반쪽

어, 환대의 몸짓을 건네보자. ‘번쩍!’ 우리의 노동

으로 하루를 버틸 수 있었고, 그 보답으로 건

을 위해. 우리의 이 지난한 삶을 함께하기 위해.

넨 어미 고양이의 꾹꾹이로 흰둥이는 하루의 피로를 녹인다. 우리 모두 흰둥이가 아닌가. 누구는 약자 이고 누구는 강자인지를 끊임없이 재고 삶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며, 차별할 필요가 있는 가? 불평등의 범주로 사회를 나누는 것이 과 40

노동자가 만드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 지난 7월 6일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하청에게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 한 달 동안 서산지청 앞에서 매주 월, 목 1인 시위를 벌였고, 이에 8월 3일 이례적으로 검찰은 원·하청의 대표와 법인 등 16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이제 제대로 된 법원 판결로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이끌어내는 과제가 남았다. 출처: 호나라

일터 41


석면, 그 끝나지 않는 고통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곽경민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지난 겨울 어느 날 외래 진료일에 호흡기

1군 발암성 물질로 석면폐증, 악성중피종, 폐

내과 외래에서 산재 신청 관련 문의 및 환자

암 등의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

의뢰가 와서 진료를 보았다. 보호자인 아들

다. 석면은 가격이 저렴하고, 내열성, 절연성,

과 같이 온 환자는 80세가 넘은 분이고, 조직

내마모성, 내열성 등이 뛰어나, 건축재, 마찰

검사에서 흉막의 악성중피종을 진단받았다고

재, 방직재 등에 1980~1990년대 중반까지 널

했다. 환자는 1980년부터 15년 동안 자동차

리 사용되었다. 한국에서는 2009년 모든 종

가스켓을 생산하는 제조업에서 프레스 업무

류의 석면 제조, 사용, 수입이 금지되었지만,

를 했다고 하였고, 회사는 예전에 폐업했고,

긴 잠복기(15~40년)로 인하여 폐암, 악성중피

석면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본인

종, 석면폐증 등의 석면 관련 질환이 계속 발

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생하고 있다.

악성중피종은 대부분 석면에 의해 발생하

이러한 석면 관련 질환 피해자 중에서 건

는 암이며, 잠복기가 30~40년으로 길다. 또

설, 조선소, 자동차 수리 등 직업적으로 석면

석면은 내구성, 내열성, 내화성이 뛰어나 과

을 사용했던 근로자들은 산재법 등 관련법에

거 엔진 가스켓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었기에

적용되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석면

환자의 직업력을 근거로 하였을 때, 석면에

을 사용한 직업력은 없으나, 석면 광산이나

노출되었을 개연성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공장 주변에 살면서 환경성 요인으로 인해 발

나는 의사 소견서를 작성해 근로복지공단에

생한 석면질환 피해자들은 2010년 제정된 석

업무상질병을 신청하라고 안내해줬다. 고령

면피해구제법에 의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의 나이로 아들에게 부축되어 나가는 환자의

즉, 직업적 요인에 의한 석면질환 보상은 산

뒷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산재를 신청한 이후

업재해보상법, 환경적 요인에 의한 석면질환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생

보상은 석면피해구제법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수 있다.

석면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42

노동자가 만드는

하지만 보상을 받는 사람들의 수는 두 가


지 제도 간의 큰 차이를 보인다. 석면피해구제

한국의 산재법과 석면피해구제법의 보상액

법이 시행된 2011년 이후 통계를 비교하였을

차이는 상당히 크다. 통상 석면피해구제법은

때,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산재법 상 업무상

산재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수준의 10~20% 정

질병으로 최초 요양승인이 되었던 사람의 수

도로 위로금 정도에 불과하다. 석면폐증, 악성

는 85명에 불과한 반면 , 석면피해구제법에 의

중피중, 폐암 등 석면 관련 질환들이 치료가 사

해 보상을 받은 사람의 수는 석면피해 보상이

실상 힘들고, 환자들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

1,697명, 특별유족 보상 637명으로 산재법으로

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직업병으로

보상되는 경우와 비교하여 그 수가 훨씬 많다.

인정을 받느냐, 환경성질환으로 인정을 받느냐

1)

2)

는 천양지차이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성 석면피해를 보상하 는 구제법이 시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2006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산재보상보험

년 새로운 석면피해구제법이 시행된 이후 보

법에서 석면관련질환에 대한 인정기준과 심의

상을 받은 사람은 모두 3,230명이었고, 2007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대부분 석

년에는 1,057명이었다. 한편 산재법 등으로 업

면에 의해서 발생하는 악성중피종의 경우는 과

무상질병을 인정받은 사람은 2006년 1,851명,

거 석면 노출력을 세세하게 따지지 않고, 조직

2007년 1,057명으로 환경성 석면 피해와 직업

검사에서 확진이 된다면, 역학조사 없이 신속

적 노출로 인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은 수

히 심의하여 인정해야 한다. 또한, 방사선학적

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즉 한국의 경우 산재법

으로 진단이 어려운 석면폐증의 경우에도 현재

으로 인정되어야 할 석면 관련 질환자들 중 적

의 흉부촬영 소견에 의한 판정이 아닌 고해상

지 않은 수가 석면피해구제법에 의해 인정되었

도전산화단층촬영(HRCT)를 통한 진단과 심의

을 가능성이 높다고 유추할 수 있다. 산재법상

가 이루어져야 한다.

3)

석면 관련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석면 사용이 금지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긴 잠복기로 인해 석면 관련 질환은 계속 발생

석면 질환의 긴 잠복기, 과거 사업장 정보

하고 있다. 산업적으로 석면을 다량으로 사용

의 부재로 인한 노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했던 시기를 고려했을 때, 아직 본격적으로 석

것을 고려할 때, 임상적인 석면노출의 징후가

면 관련질환들이 발생하는 정점에 이르지 않았

없다면 역학조사를 통한 석면 노출의 입증이

고, 향후 20년은 석면 관련 질환들의 발생이 증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산업재해로 보상을

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석면

받지 못한 사람들이 석면피해구제법에 의해 보

사용 노동자들의 위험과 고통을 산재법과 근로

상을 받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석면

복지공단은 더이상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피해 구제 신청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직업적 석면 노출력을 가지고 있다.4) 1)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 최초요양신청 승인 데이터 (2011~2016). 2) 한국환경공단. 석면피해(특별유족) 인정현황 3) Miyamoto K. The Damage by Asbestos and the Problems of Compensation/Relief in Japan. Policy Science Association Ritsumeikan University. 2010. 4) 석면피해 구제법에 의해 보상을 받은 악성중피종 환자 411명을 대상으로 역학적 특성연구 설문조사를 진행하였

고, 이 중 171명(41.6%)이 직업적 석면 직접 노출이 있었 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115명(28.0%)이 10년 이상 직업 적 석면 직접 노출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순천향대학교 부 속 천안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 석면노출 설문지 개발 및 국내 악성중피종 환자의 역학적 특성연구. 2016.

일터 43


보험가입자 및 신청인 의견서의 중요성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는 업무상 재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

해의 인정기준에 대하여 업무상 사고, 업무상

가 있어 업무상 재해 관련 입증의 문제가 늘 발 생하고 있다.

질병,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

사건이 접수되면 근로복지공단은 신청인

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주장의 사실관계를 조사한다. 그 내용을 바탕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

으로 보험가입자에게 신청인 주장 내용에 대한

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사건을 진

확인을 거치고(보험가입자 의견서), 그 내용을

행하면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신청인에게 보내어 보험가입자 주장에 대한 동

여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물론 업무와

의, 미동의 여부, 반박할 추가 자료 등 제출(신

재해 사이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

청인 의견서)하는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신청

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

인이 주장하는 업무와의 관련성을 판단하는데

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되는 것이다. 물론 보험

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

가입자 의견서에서 업무상 질병이라고 주장하

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는 것이 법원의 태도

더라도 최종적으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이다.

않는 경우도 있다. 즉, 의견서를 주고받는 것은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업무관련성에 대한 판단

최초 요양사건이나 유족사건을 진행하다

을 위한 조사 과정인 것이다.

보면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신청인(재해자, 유 족 등)이 주장하는 내용을 토대로 보험가입자

개인적으로는 업무상 재해 조사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을 제대로 하는

사건이 진행된다. 신청인 입장에서는 객관적

것은 인정이든 불인정이든 사건 결과에 대한

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모두 제출할 수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없다는 한계가 있다.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근로복지공단 담당자에 따라 보험가입자 의견

신청인 주장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

서, 신청인 의견서를 제대로 주고받지 않는 경

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출하지 않는 경우

우가 종종 확인된다. 가장 기본적인 절차를 제

44

노동자가 만드는


▲ 출처: Pixabay

대로 진행하는 것이 사건 결과에 대한 이의제

라 청구인의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

기 등 불필요한 일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생각

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한다.

54시간)을 초과하여 청구인이 발병전 만성적 인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것이 인정되는 바,

2020년 2월호 일터에서 「2곳 이상 사업장

그것이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

에서 근무한 경우 업무시간 산정기준」을 소개

향을 미쳐 신청 상병이 발병한 것으로 추단함

하면서 뇌출혈 발병 당시 2곳의 편의점에서 근

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2020재결 339호)”

무하였던 노동자의 업무시간을 편의점 1곳에서

라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다.

일한 것만 산정하여 불인정되었던 사건에 대하 여 재심사를 진행한다는 사건을 소개한 적이

이 사건 노동자는 2018. 11. 4. 발병 후

있다. 물론 재해자는 2곳의 편의점에서 근무하

2019. 10. 31. 요양불승인 처분을 받았고,

였던 사실에 기초한다면 당연히 ‘취소’될 가능

2020. 1. 21. 재심사 청구하여 2020. 7. 3. 취

성이 높았던 사건이었다.

소 통지를 받았다. 사건 발생 후 1년 8개월이 지난 상황이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이종요

최근 산업재해보상 보험재심사위원회는

양비 청구, 휴업급여 청구, 진료계획서 제출

“우리 위원회에서 청구인의 관련 자료 및 업무

등 요양을 위한 과정을 지금에서야 다시 진행

시간에 대해 추가 확인한 결과, 이 건 사업장 직

하고 있다.

원(이○○)의 진술, 2018년 10월~12월 사업소 득 지급대장, 급여이체 내역 등을 통해 청구인

최초 요양신청 과정에서 보험가입자 의견

의 주장과 같이 청구인은 2018. 9. 3.~2018. 11.

서, 신청인 의견서를 제대로 주고받고 사실관

2. 기간 동안 이 건 사업장에서 23:00부터 익일

계를 확인하였다면, 이 사건은 재심사청구까

06:00까지 근무 후 세○일레븐에서 08:00부

지 갈 필요가 없었던 사건이었다고 본다. 업

터 14:00까지 근무했음이 확인되며, 이를 업무

무상 재해 인정여부는 사고, 질병과 업무와의

시간에 포함하여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

관련성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근로복지공단

단되어 청구인의 발병 전 4주간 1주 평균 업무

조사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물론

시간 및 12주 1주 평균 업무시간을 각각 73시간

보험가입자 및 신청인 의견서를 주고받는 절

8분, 64시간 33분으로 재산정하였다. 이에 따

차를 반드시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 한다. 일터 45


왜 여성 노동 건강을 말하는가?

여성노동 건강 상식

조이 여성노동건강권팀, 산부인과 전문의

노동자 건강상식 코너는 일터 2020년 8

는 인생의 사건들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훨씬

월호를 시작으로 앞으로 1년간 여성 노동 건

다양하지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

강상식에 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이미 그동

거나 특수한 집단의 이야기로 치부되어 왔습니

안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다뤄왔는데 갑자기

다. 여성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출산을

콕 찍어서 ‘여성’ 노동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담당하는, 즉, 미래의 노동력을 생산하는 ‘자궁’

해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모두 잘

의 이야기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여성은 의

알다시피 긴 역사 속의 여러 분야에서 여성은

료에 가장 밀접한 당사자이지만 의료와 과학의

늘 특수한 집단으로 소외되어 남성보다 한발

주체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오히려 여성의 몸

늦은 출발선에 있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대

은 불완전하고 열등한 것으로 인식되었고, 국

부분 남성에 의한 남성의 언어로 써졌습니다.

가의 필요에 따라 출산을 통제하거나 장려해야

근대 민주주의의 등장 이후 노동자 계급이 앞

하는 인구조절정책의 수단이 되곤 했습니다.

장서 참정권을 얻었지만, 이는 남성 보통선거

최근 미투 운동 등이 여성 인권운동의 새로운

권을 의미하며 여성의 참정권은 20세기 들어

장을 열고 있지만, 여성을 도구나 수단으로 보

서야 확보되었고, 20세기 이후 의학의 눈부

는 가부장제 시스템은 여전히 견고합니다.

신 발전 속에서 의학이 채택한 유일한 모델은 70kg의 백인 남성으로 그 속에서 여성은 소

낙태죄 폐지,

외되었으며, 20세기 후반 한국의 격동적인 산

여성 건강과 재생산 문제의 배틀그라운드

업발달 속에서 노동자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 낸 노동운동의 역사 또한 대규모 공장의 남성 노동자 중심인 것이 현실입니다.

성관계에서 남녀의 주도권, 여성의 몸에 대 한 지식과 자기결정권, 재생산 건강권, 의료서 비스 접근성 등 다양한 가부장제 사회의 문제 가 혼재되어있는 대표적인 이슈의 예로 ‘낙태

그래서 우리는 그 소외되어 온 나머지 절

죄 폐지’를 이야기해 볼 수 있겠습니다. 낙태는

반에 집중해보려 합니다. 여성의 몸은 남성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다양한 사회적 맥락이

몸과 달라서 이러한 여/남 차이는 건강에 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건으로 단순히 낙태한

련되어 서로 다른 이슈들을 만들어냅니다. 그

여성과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현행

러나 보편적인 여/남 전체의 이슈에 속하지

형법은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풀어내는 방법이

않는 남성만의 이슈에 비해 여성 고유의 이슈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

는 임신과 출산, 갱년기와 같은 여성만이 겪

아의 생명권을 대척점에 놓는 대립 구도는 국

46

노동자가 만드는


▲지난 2016년 폴란드에서 낙태전면 금지 법안에 반대하면서 시작된 검은시위는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여성 신체에 대한 권리가 사라진 것을 애도하는 의미로 검은색 옷 등을 입었다. 출처: Pinterest

가가 태아의 생명권을 얼마나 선택적으로 보장

낙태가 행해졌기에 여성은 물론 배우자나 가

하는지, 인구조절정책의 수단으로 여성의 몸을

족들도 낙태죄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어떻게 도구화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이후 산아제한을 위한

않습니다.

가족계획 정부사업은 종결되었지만 낙태시술 은 암암리에 행해져 왔고 그러다가 2010년 <

1950년대 한국의 형법과 모자보건법은 낙

프로라이프의 사회>에서 낙태시술을 한 의사

태가 가능한 예외적 허용한계를 매우 엄격하게

를 고발하는 사건을 계기로 낙태죄의 폐지를

정하였고, 사회경제적 사유, 태아·기형 또는 여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됩니다. 한국의 역

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는 법적으로 금지되었습

사를 통해 낙태죄는 단순히 임신을 중지할 수

니다. 그러나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은 인구통

있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개인의

제를 위한 산아제한 목적으로 임신 초기에 ‘월

성과 재생산을 국가가 통제하고자 하는 도구

경조절술’이라는 이름의 낙태 시술을 정부의

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원하에 대대적으로 시행하였습니다. 지역보 건소에서 무료로 낙태 시술을 해주고 피임장치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에 직면하였을 때

인 자궁 내 장치를 삽입하거나 영구 불임수술

낙태가 아닌 임신의 유지와 출산을 자발적으

인 난관 결찰술도 낙태 후 바로 무료로 시행해

로 선택하는 것은 결코 안전하고 편안한 과정

주곤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워낙 광범위하게

이 되지 못합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시기

일터 47


와 상황에 맞지 않게 임신이 되었을 때 낙태

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

를 선택하는 여성의 결정 역시 쉽게 내려지는

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

것은 아닙니다. 이는 출산과 육아를 둘러싼

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라고

사회적 돌봄 자원이 부족하고, 가정 내 고정

밝혔습니다. 또한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해 낙

된 성 역할과 자본주의 시장의 효율적인 노동

태 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없

자 역할 간 양립의 어려움 등 사회적 지지구

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

조가 불충분함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형법에

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점

서 낙태를 금지함에 따라 산부인과 의사는 법

에서 위헌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판결에

적 처벌이 두려워서 (또는 자신의 신앙이나 신

따르면, 올해 말(2020년 12월 31일)까지 법개

념에 따라) 낙태 시술을 하지 않게 되고 이는

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제 임신 중절에 대

원치 않는 임신의 유지와 안전하지 못한 낙태

한 담론은 개인의 책임과 잘못을 묻는 것에서

시술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지식과 정보,

국가적 제도의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는 방향으

경제적 능력의 차이는 의료접근성의 불평등

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을 조장하여 취약 계층은 안전하지 못한 낙태 의 위험에 더욱 노출되게 됩니다. 세계보건기 구(WHO)에 따르면, 매년 4천만 명 이상의 임 신한 여성 중 거의 절반이 숙련되지 않은 인력

노동자 건강 상식

에 의해 또는 부적절한 환경에서 안전하지 않 은 낙태 시술을 받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안전한 임신중단의 전제 조건은 낙태의 비범죄화, 합법화입니다. 낙태가 법에 의해 금지되지 않을 때 안전한 낙태 방법(수술과 약물 모두)이 도입될 수 있고 의료 서비스의 제공자인 의료인의 적절한 교육과 트레이닝 이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낙태죄 폐지 를 넘어 원하지 않는 임신의 예방과 안전한 임신중단의 지원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 도록 하는 적극적이고 실용적인 피임 및 성교 육, 응급피임약의 접근성 확보, 안전한 약물 적 유산유도제(미페프리스톤)의 도입, 임신 중지에 대한 국가 의료보험 보장성 확대 등에 대해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헌법재 판소는 판결문에서 현행법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

48

노동자가 만드는

여성 건강 이슈를 모두의 이슈로 한국의 여성 노동 건강운동은 여성의 몸을 인구조절정책의 도구와 수단으로 취급했던 국 가와의 싸움을 거쳐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젠 더 폭력에 대한 문제제기, 돌봄 노동의 저평가 에 따른 여성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문제, 감정 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및 우울증 문제,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문제제기 및 탈코르셋 운동, 가부장적이고 상업화된 의료화에 맞선 대안적 인 건강공동체운동 등 점차 통합적인 방향을 지향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되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여성 노동 건강 상식> 코너는 산부인과 의 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그리고 여성주의 의 료 생협의 주치의인 가정의학과 의사가 번갈아 가며 각자의 전공분야 또는 일터와 관련된 여 성 노동 건강 이슈들을 풀어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여성 노동 건강 이슈들을 짚 어보며 여성 건강 및 재생산에 관해 이야기하 는 것이 왜 중요한 일인지 함께 생각해보고, 나 아가 여성 노동 건강 관련 이슈가 모두의 문제 가 될 수 있도록 나아가는 데에 <여성 노동 건 강 상식> 코너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거제도의 어느 조선소. 거대한 선박을 주조하는 광경은 장대하다. 그 놀라움 뒤로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이 가려지고 있다. 출처: 유청희

일터 49


진료실에서도 차별받는 여성들에 대한 보고서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2019.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람 옮김. 한문화. 조이 회원, 산부인과전문의

다소 자극적인 한글 제목을 보고 쉽게 유추 할 수 있는 건, 이 책이 진료실에서 차별당하고 무시당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어쩌 발칙 건강한 책방

면 우리는 의사가 환자의 호소를 믿어주지 않 았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여성이라면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 자인 마야 뒤센베리는 그러한 사례들을 바탕으 로 의학계에 뿌리 깊은 젠더 편견과 여성의 호 소를 무시하고 여성의 질환을 오진하여 병들게 하는 현대 의학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를 탐색해 나간다. 저자는 페미니즘에 대한 다 양한 주제를 다뤄온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지 만, 자신이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받는 과정 에서 의료계의 젠더 편견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 출처: 알라딘

“의료기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성은 차 별을 경험한다. 응급실에서 복통 치료를 받기 까지 남성은 49분이 걸리지만 여성은 65분을 기다려야 한다. 심장마비가 온 젊은 여성은 집 으로 돌려보내질 확률이 남성에 비해 7배나 더 높다. 여성은 여성에게 흔한 질병이더라도 병을 진단받기까지 더 오래 기다리고, 때로는 이 기간이 수년을 넘어가기도 한다.”(p.18) 50

노동자가 만드는

이 책에서 저자는 역사적으로 남성이 지배 해 온 의료체계가 여성 환자 진료의 질적 수준 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지식의 간극’과 ‘신 뢰의 간극’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20세기 동안 축적된 의학지식, 특히 지난 수 십 년 동안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발전한 생의 학 연구는 그 주제와 내용이 모두 남성 편향적 이었다. 현대 의학이 채택한 유일한 모델은 몸 무게 70kg의 백인 남성이었다. 이에 맞서, 여


성건강 활동가들과 과학자들은 여성 건강에 관

두 호르몬 치료 탓으로 돌린다. 흑인 여성은

한 연구가 부족하고, 성별에 따른 분석 자체가

약물에 중독되었다고 생각하고 이들이 호소

거의 없으며, 중요한 임상연구 대부분에서 여

하는 통증 자체를 의심한다.

성 건강 문제를 배제해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가임기 여성은 임상연구, 그중에서도 신

원서 제목인 ‘Doing harm’은 ‘Do no

약 연구에서 아예 배제되었다. 히스테리라는

harm’(환자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말라)’

단어는 그리스어로 자궁을 뜻하는 ‘히스테라

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명제를 비튼 것

(hystera)’에서 나왔다. 초기 서양의학 문헌에

이다. 이는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

의하면, 자궁이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월

고 선입견을 갖고 판단하는 것, 의사가 자신

경통, 어지럼증, 마비, 질식할 것 같은 느낌 등

이 아는 지식의 범위 안에서 환자의 증상과

의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나타난다고

상태가 설명되지 않으면 거짓말이라고 생각

했다. 이러한 자궁 이론 속의 히스테리 개념은

하는 오만이 환자에게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18세기가 되자 더욱 다양한 종류의 신경계 장

를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의학계에 젠

애로 취급당했다. 19세기를 거치며 의학 내 다

더 편견이 어떻게 형성되어 오늘에 이르렀는

양한 분야의 발전으로 모든 신체 증상은 그 원

지, 그 깊이 뿌리 박힌 편견의 근본적 원인이

인을 찾을 수 있다는 관점이 대두되었다. 그러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편견이 어떠한 결

자 히스테리는 신체 질병이 아닌 정신 장애로

과를 일으키는지를 선명하게 밝힘으로써 여

취급받게 되었다. 히스테리가 심인성 질병으로

성 건강과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몰리자 어떤 증상이든 여성에 집중적으로 발병

있기를 기대해본다. 보건의료계에 몸담고있

한다는 편견이 생겨났다. 의학이 아직 관찰하

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점검하고 자신도 모

거나 설명하지 못하는 증상은 잘 알려지지 않

르게 스며든 편견을 경계하는 계기가 되길 바

은 ‘무의식’ 탓으로 돌렸다. 의학이 지식의 한계

라며, 더불어 의사-환자 관계에서 의사를 불

에 도달할 때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갖다 둘러댈

신하게 되고 나아가 의료시스템의 개선이 필

수 있는 이론이었다. 이로 인해 어떤 객관적인

요하다고 느낀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모든

증거로 입증되기 전까지 의사들은 여성의 주관

이들에게 그 경험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

적인 증상에 대한 보고를 계속해서 불신하게

길 바란다.

되었다.

“이 책은 의학계에 있는 몇몇 성차별주의 나아가 저자는 심장병, 자가면역질환, 만성

자를 골라내는 데는 관심이 없다. 의학계에 편

통증, 자궁내막증, 비만 그리고 라임병 같은 생

견이 어떻게 스며들었는지에 대해 다룬다. 여

소한 질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젠

성에 대해 특정 편견을 가진 문화권에서 살아

더 편견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미치는 영향

온 우리 모두와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어떻게

을 실제 사례를 곁들여 분석하고 있다. 여성의

무의식적인 편견을 체화하는지에 관한 이야기

증상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며 자

이다. 그리고 최고의 의사들조차도 여성에 대

주 무시된다. 때로는 월경통, 폐경, 심지어 임신

해서는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잘 모를 수밖에

등 여성의 정상적인 생리적 상태와 주기 탓으

없는 현실이 의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의

로 돌리기도 한다. 한편, 질병과 관계없는 환자

사들 역시도 여성 건강에 대해 배우지 않았기

의 상태가 더 주목받기도 한다, 살찐 여성의 질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주려고 한다. 단순하게

환은 비만, 트랜스젠더 여성이 겪는 증상은 모

말하자면 그들도 모른다는 것이다.”(p.28)

일터 51


더 넓은 길로 가는 길목에서 - 신임 상임활동가 가을길 인사 가을길 상임활동가

만 붙잡고 있었답니다. 장마가 끝나면 폭염이 몰려올 거라던데, 올해도 ‘지금까지는 더위가 아니었나’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여름 초엽부 터 온열질환 사망소식이 들려와 마음을 아프게 이러쿵 저러쿵

했었습니다. 7월부터 드디어 신입상임활동가 물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전 총회 때도 느꼈지만 연구 소 회원분들은 연구소에 대한 애정이 정말로 큰 것 같아요. 물주기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내 용도 깊이 있어 단시간에 이렇게 교육 준비해 주신 게 대단하기도, 감사하기도 합니다.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기억에 남았던 내용을 이야기해보자면, 직무스트레스 교육 때는 직무 스트레스 측정 도구가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하 고 설문도 넓은 범위로 물어봐 신기했습니다. ▲ 이러쿵저러쿵에서 3개월 간 신임 상임활동가 3인의 물주기 후기를 담은 인사글을 싣고자 한다. 왼쪽부터 김다연(경기), 김가을길(부산), 유청희(서울). 출처: 가을길

보고서를 읽고 나중에 교육을 들으면서 그 요 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 수 있어서 좋았고요. 노동시간 교육도 재미있

안녕하세요, 올해 5월부터 한노보연 부산

었는데 노동시간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특히

사무실에서 함께 하게 된 가을길입니다. 올해

흥미로웠습니다. 노동시간과 탈모의 연관성이

는 유난히 장마가 긴 것 같습니다. 모두 비 피

나 노동시간이 가정 관계에 끼치는 영향과 같

해 없이 잘 계신가요? 저 또한 물주기 내내

은 노동시간으로 인한 삶의 문제를 들여다볼

영남권 집중호우로 서울에서 애타게 전화기

수 있어 노동시간이 건강권에 중요한 이유를 보다 깊이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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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현장에 직접 방문해볼 기회 주신 현장 동지

이는 다양한 노동현장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현대차 정비

가는 게 저로서도 참 신기합니다. 나중에는

현장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본 것이 ‘근골격계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까요. 어딜 가나 새로

질환 예방을 위한 중량물 안내 표시’였는데, 현

운 활동을 하게 되면 생소하던 분야에 관심이

장에 실제로 부착되어 있는 건 처음 봐서 신기

생기지만 노동안전보건은 지난날을 다시 곱

하기도 하고 귀마개나 다른 안내표시도 잘 되

씹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직업계고 실습현

어있어서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또

장도 그렇고, 다녔던 고등학교 실기실이나 오

현장에서 쓰이는 장비를 직접 들어보며 진동이

르내리며 늘 다리를 삐었던 편의점의 좁은 창

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인지 알 수 있었던

고 사다리와 없는 휴게공간도 새삼스레 떠올

점도 좋았습니다. 대우조선은 정말로 너무 크

랐습니다. 언젠가 바꿔나갈 기회를 만들 수

고 커서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 그 넓은 곳에서 작업중지권은 어떻게 발동 하는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유해물질과 위험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이 그랬듯, 저 역시

요소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직접 보고 들을 수

재난을 통해 안전에 대한 인식을 달리했습니

있어 정말로 뜻 깊었습니다. 트럭을 타고 지나

다. 이후로 순간순간 제게 안전은 무력함을 일

가는데 막 작업이 시작된 공장에 흄이 뿌옇게

깨워주는 허상 같은 존재이기도 했고, 운동의

들이차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환기

원동력이 되는 분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

시설이나 보호장구, 그리고 줄글로 배웠던 여

금은 지나쳤던 수많은 재난재해들이 집단의

러 개선점이 왜 필요하고 실현되기까지 어떤

구조와 관계, 문화, 그리고 권력에 의해 어떻

어려움이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

게 방임되고 묻혔는가 다시금 고민하고 있습

은 정말 어디든 살면서 다시 올 기회가 있을까

니다. 저는 요즘 작업중지권에 관심이 많은데,

하는 마음으로 떠날 때까지 더 보지 못한 아쉬

위급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하던 것을 멈추고

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남은 일정도 열심히 하

대피할 수 있는 권한이 간절했던 때가 있었습

겠습니다.

니다. 이제야 자세히 알게 된 게 아쉽기도 하 고, 그때 알았더라도 달라질 게 있었을까 하는

사실 연구소에서 상임활동을 시작하게 된

생각도 자주 합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바뀌

시기가 연구소가 열린 조직을 고민하는 시기와

는 게 없더라도 그걸 알고 운동을 하는 건 활

맞물려 좋은 일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저 개인

동가로서의 제 삶에 큰 변화였겠죠.

의 역량에 대한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물 주기 들으면서 따로 시간 내어서까지 어떤 문

시 좋아하시나요? 저는 쉴 때 아무 생각

제든 함께 고민해주실 회원분들이 많다는 것을

없이 남이 쓴 글을 많이 읽는데요, 그중에서

새삼 실감해 더 힘이 났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도 잘 읽히는 시를 제일 좋아합니다. 요즘은

도 걱정은 걱정대로 잘 나눠가면서, 길을 넓혀

최승자 시인 시를 자주 읽고 있습니다. <구름

가는 데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같은 시들이요. 시집 은 아니지만, 장마철이라 그런지 <디디의 우

연구소에 들어온 뒤로는 이전에 그냥 지나

산>에도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누구나

가던 길도 종종 멈춰서게 됩니다. 상임엠티 가

내용에 관계없이 위로가 되는 글이 있죠. 언

는 날 다들 멈춰서 하늘을 올려다 보길래 아직

젠가 뵙게 되면 추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은 서툴고 모르는 부분도 많지만, 거리마다 보

일터 53


이 달의 안전보건동향

[20.07.20. 고용노동부] 죽음에 이르는 질식사고,

아울러,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7~8월 중 여름철 질

사전에 예방해야

식사고 취약사업장을 사전 통보없이 감독하여, 밀 폐공간 출입금지 조치, 질식예방 장비 보유?비치,

질식 재해 고위험 사업장 관리·감독 강화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 수립.시행 여부 등을 중점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는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

확인할 계획이다. 감독(8.2.~8.28.)에 앞서 계도기

면서 오폐수처리장, 맨홀 등 밀폐공간에서 질식사

간(7.20.~7.31.)을 부여하고 사업장에서 자율점검

고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밀폐공간 질식

을 할 수 있도록 자체점검표 및 질식재해 예방 안

재해 예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보건자료를 제공하여 질식재해 예방 효과를 높 일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우선, 폐수 배출시설 등 밀폐공간을 보유한 사업장 실태를 조사하여 위험수준을 등급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집중홍보기간

화(고.중.저)한 후, 고위험 사업장에 대해서는 한국

(7~8월)을 운영하고 질식재해 예방 지침을 배포하

산업안전보건공단(이하 “공단”)의 전문 기술지도를

여, 현장에서 질식사고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예방

통해 밀착 관리할 예정이다.

대책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자원재생업체에서 대형 질식사고

아울러, 공단이 기존에 해오던 질식재해 예방장비

(2020.6월, 사망2명, 부상2명)가 발생한 것을 계기

대여 서비스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여, 사업장

로, 해당 업종에 대한 밀폐공간 관리 실태를 중점

이 신청하면 직접 현장에 방문하여 장비를 대여하

지도.점검할 예정이다. 또한, 지자체와 협력하여 밀

는 ‘찾아가는 대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폐공간을 보유한 사업장에 대한 관리 및 지원을 강 화할 방침이다.

박영만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밀폐공간 질식 재해는 작업 전 산소 및 가스 농도 측정, 환기 조치

상하수도 발주공사, 오폐수처리 위탁업체 등에 대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준수해도 충분히 예방할

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관

수 있는 재해”라고 언급하며,“이번 사전 통보없는

리가 불량한 현장은 공단의 순찰(패트롤) 점검 및

감독을 통해, 이러한 기본적인 수칙조차 준수하지

노동부 감독을 시행할 계획이다. 또한, 지자체 담

않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하여, 근로자의

당공무원에 대해서는 공단을 통해 질식재해 예방

생명이 최우선으로 지켜지는 문화가 만들어지도

관리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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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20.07.21. 고용노동부]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

전 현장교육 및 기술 지원을 실시하는 것이다. 사

안전관리 어렵지 않아요

업 기간은 ‘20년 8월부터 12월 말까지 5개월간 진 행되며, ’21년 예산 확정시 21년 말까지 자동 연장

안전관리전문기관에서 매월 사업장 방문해 자율

된다.

안전관리 밀착지원 안전보건공단(이사장 박두용)은 안전관리 여력이

자율안전관리 밀착지원을 희망하는 사업장은 7월

부족한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 대상으로 안전관

22일부터 7월 31일까지 해당 지역의 안전관리전

리서비스를 제공하여 사업장 내 안전관리체제가

문기관(수행기관)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되고, 자세

구축되도록 「자율안전관리 밀착지원」을 추진한다.

한 사항은 공단 누리집(http://www.kosha.or.kr)을

「자율안전관리 밀착지원」은 제조업 사고사망 재

참고하면 된다.

해 중 약 70% 이상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시행한다.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여력이 부족하고

본 사업에 신청한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 중 최

사고사망 재해 비중은 높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근 5년간 사고사망자 분석결과를 반영해 재해발생

사업장 내 안전관리체제가 구축되고 노동자의 생

위험도가 높은 약 4,700개소 사업장을 우선 선정하

명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 안전관리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안전관 리전문기관은 지원대상 사업장을 방문하여 △정기 밀착지원, △One-point 기술지원을 제공한다. 정기밀착지원이란, 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사업 장에 방문하여 위험성평가 등 안전보건관리담당 자 업무, 끼임 등 제조업 사고사망 핵심위험요인 파악 및 개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 등 자율안 전관리 능력향상을 위한 지원 업무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One-Point 가술지원이란, 정비·보수작업 등 사고 사망 발생위험이 높은 작업시기에 방문하여 작업

일터 55


한노보연 이모저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발의자 모집 여러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에 함께 해주 십시오. 모두가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입법발의자로 나서주십시오. 주 변에 입법운동을 알리고,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 십시오. [입법발의자 활동] ○ 입법발의자로 참여하면 우리 손으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만들어요. ○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운동을 위해 기금을 모 아주세요. ○ 기금을 납부해주시면 입법발의자를 상징하는 소정 의 선물을 드려요.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을 위한 다양한 행 사에 같이 참여해요. ○ 더 많은 입법발의자 모집을 위해 주변에 널리 알려 주세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0년 노동보건 연구 공모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연구비 수입의 일정비율 을 독자연구 적립금으로 적립하고 있습니다. 독립적 인 연구 기금으로, 노동자 건강 연구하기 위해서입니 다. 많은 분들의 참여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 지의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십시오.

1. 공모 주제 및 연구내용 (총 1건) -노동보건과 관련된 자유 주제 2. 지원 자격 -노동자 건강에 관심이 있는 개인 및 단체 3. 접수 시기 -2020.7.27.(월)~2020.8.21.(금)까지 4. 공모 심사 및 채택 통보 -심사 : 2020.8.22.(토)~2020.9.6(월) 자체 심사 -통보 : 2020.9.8 (화) 전화 또는 메일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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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정기구독 회원을 모집합니다 6개월 구독료 20,000원 / 1년 구독료 40,000원 / 권당가격 4,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660401-01-702487 예금주 : 한노보연 구독신청 02-324-8633 / kilshlabor@gmail.com

2020년 7월에 후원해주신 분들 강경희

김계호

김승환

김찬기

박선재

서은실

양진권

이경재

이원태

이태진

정병욱

지우진

황의현

강동묵

김광락

김영기

김창헌

박선희

서인원

양향연

이경호

이유민

이한진

정성욱

진선우

황주신

강명원

김광조

김영만

김태규

박성남

서진경

양희만

이경훈

이윤덕희

이현석

정승균

정병권

황지영

강모열

김교현

김영만

김태석

박성래

성명애

엄기한

이기만

이윤수

이현옥

정승민

조종완

황진철

강문식

김규연

김영선

김태훈

박성진

성상민

엄연섭

이기태

이율우

이현중

정여진

조이

황진희

강민혁

김그루

김영수

김필수

박성천

손근호

엄정흠

이기훈

이은수

이혜은

정영민

지영훈

노무법인 삶

강성훈

김기돈

김영철

김한빛

박수희

손덕헌

예병진

이나래

이의용

이혜인

정윤경

삼식이

민주노총법률원

강영우

김기동

김영호

김한을

박숙란

손만기

오동영

이나연

이이령

이활연

정윤희

선종현

법무법인민심

강정주

김기헌

김옥헌

김현준

박승권

손석기

오승희

이대용

이이령

이효상

정인성

채수용

강진욱

김낙일

김용성

김현호

박신안

손성배

오진석

이도연

이익진

이훈구

정재현

채종석

한국지엠 노동조합지부

강찬구

김다연

김우태

김형렬

박엄선

손윤환

오진환

이동윤

이인규

임경채

정지윤

천지선

강충원

김다연

김윤지

김혜선

박영일

손익찬

오현아

이동훈

이재명

임윤완

정진우

천호선

강태선

김대견

김은경

김희찬

박용철

손재현

오희정

이명숙

이재범

임자운

정찬무

최동녘

강한수

김대철

김정신

남원철

박유호

손진우

우수영

이명준

이정규

임형렬

정하나

최병륜

강호민

김대호

김진철

노상철

박윤경

송기훈

우지영

이명호

이정렬

임혜인

정해선

최순재

강화연

김동근

김재광

노성철

박정훈

송윤희

원종만

이민경

안태은

유지현

정현일

최영주

고옥경

김동춘

김재천

노현

박제한

송지훈

유기훈

이민화

오병창

장경희

정현일

최영준

공정옥

김두현

김재훈

류영필

박종국

신경석

유상철

이병국

오현정

장범식

정호연

최원영

곽경민

김만원

김정곤

류용림

박종근

신경화

유선경

이병국

윤경옥

장선영

정흥준

최영철

곽진경

김명성

김정수

류한소

박종우

신웅섭

유승준

이병근

이승운

장소현

정희현

최종연

구자연

김명수

김정열

류현석

박종우

신유록

유영진

이병근

이승주

장영순

조광옥

최진일

국승종

김미영

김정원

류현철

박주옥

신준영

유장식

이영애

이정엽

장영우

조동철

최한나

권경영

김민옥

김정원

문병모

박준우

신진섭

유준

이상수

이희영

장영철

조명심

최향미

권기한

김민정

김정훈

문승필

박채원

신희주

유지현

이상언

임재우

장원자

조민제

최혜란

권동희

김민호

김종남

문시윤

박해정

안규백

유지현

이상재

이정미

장은철

조성식

추상효

권오성

김병직

김종하

문은영

배규정

안기옥

유지훈

이상재

이정호

장진영

조성재

하기철

권윤영

김병철

김종현

문제혁

배성민

안대엽

유청희

이상진

이정희

장태원

조성진

한규권

권정희

김봉수

김준우

문현제

배영희

안성혜

유형섭

이서영

이제혁

장향미

조승규

한영선

권종호

김봉철

김준의

민병두

배정란

안재범

육지후

이선웅

이종란

전상희

조애진

한진구

권중혁

김상귀

김지나

박경득

백남순

안준호

윤경옥

이선이

이주한

전성규

조영호

함승호

김가을길

김상호

김지민

박경현

백남운

안진수

윤성용

이성민

이준선

전은주

조윤진

허경

김경도

김석원

김지안

박경환

백세연

안형석

윤성호

이세미

이준수

전주희

조윤희

허윤제

김경민

김선수

김지안

박기형

백승호

안형숙

윤여일

이세영

이지연

정경희

조은혜

현순복

김경수

김설민

김지영

박대선

범혜민

양문영

윤영대

이소은

이지영

정나위

조인정

호영진

김경연

김성훈

김지영

박민영

변승규

양미순

윤재설

이숙견

이지혜

정두인

조창묵

홍정연

김경한

김세규

김지원

박민정

변준수

양민재

윤희현

이순녀

이진아

정문식

조형래

홍정익

김경헌

김세영

김지정

박병선

빅다이

양병훈

은상준

이영일

이진우

정미경

주민영

홍진성

김경호

김세은

김지홍

박봉철

서동현

양장훈

이경미

이영철

이창후

정민준

주석재

황선태

김경희

김소연

김진경

박상정

서승욱

양정석

이경자

이우상

이태성

정병관

주형민

황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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