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마을신문 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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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건축 4

1. 창틀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2. 나무로 뼈대를 만들지 않아서 무너질 것 같은데 튼튼한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3. 30미터가 넘는 양파망에 흙을 담는, 반복되는 일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4. 흙부대집을 짓는 묘미는 집 짓는 기술이 특별하지 않아서 이웃, 친구들과 함께 지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건축을 하며 봉착한 또 다른 문제. 그것은 바로 ‘공구’의 이름과 종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가장 기본적 이라 할 수 있는 톱, 망치, 나사, 드라이버 등에서부터 듣도 보도 못했던 타카, 각도톱, 에어 컴프레서, 임 팩트 드릴 등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공구들을 짧은 순간에 찐하게 만날 수 있었지요. 워낙 짧은 순간 에한꺼번에만나다보니실수연발이었습니다.‘OO’이필요하다고하는데,‘OO’이무엇인지몰라헤맨적 이한두번이아니었고,‘이것’이확실하다싶어서가져갔는데‘이것’이아니라고할때는당황스러웠습니 다. 그런 경우가 몇 번 반복되다보니 내가 알고 있는 ‘공구’가 바로 그 ‘공구’가 맞는지 헷갈리기도 했지요. 계속 반복하면서 몸이 체득하니 어느새 자세가 잡히고 이름이 익숙해졌지요. 그러면서 제 몸은 점점 변 해가고 있었습니다. 불룩했던 배가 조금씩 들어가고 팔뚝은 단단해져갔지요. 그 과정에서 때론 힘들기 도 했습니다.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입은 헤벌린 채 멍하니 있을 때도 있었지요. 그만큼 제 몸도 노동하 는 자신이 낯설게 다가왔나 봅니다. 가끔이지만 노동으로 변화된 제 몸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고 대견스 럽기도 하답니다. 생태건축이 단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데 그친다면 그것은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할 것입니다. 생 태건축에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한 가지. 그것은 바로 함께 노동하는 이웃들입니다. 앞에서 말한 제 몸의 변화는 함께 일하는 이웃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땅을 파내는 일에서부터 지붕을 올리기까지 전 과정을 그들과 함께 했습니다. 특히 흙부대 건축의 가장 진수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흙부대로 벽체를 쌓 아올리는 것인데요. 바로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노동의 참맛을 맛 볼 수 있었습니다. 삽으로 흙을 퍼내 양동이에 담아 나르고, 이를 양파망에 부어 한 단씩 벽체를 쌓아 올렸지요. 푸고, 담고, 나르고, 붓고. 자 칫 힘들고 지루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가장 재미있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기억이 값진 것은 단지 무엇을 만들어냈기 때문이 아닙니다. 흙부대 건축을 통해 제 몸에 각인된 것 은 함께 몸으로 부딪치고 머리 모아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어우러지는 서로의 기운. 서로의 막 힌 부분들이 허물어지는 소통의 과정. 그에 따른 내 몸의 변화 바로 그것입니다. 4~5개월 초보 일꾼을 경 험하면서 제가 느낀 것은 바로 이겁니다. 자연과 집 그리고 사람이 함께 조화를 이뤄가는 것이 진정한 의 미의 생태건축이라는 것을. 유일한 / 흙손에서 생태건축을 하며 지쳐 있던 몸의 생기를 회복해 지금은 군대에서 훈련을 열심히 받고 있습니다.

아름다운마을신문 2013 04 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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