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기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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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FM은 동작당협의 ‘전초지’가 되어 당내의 활동가들이 지역의 여 러 단체와 함께 호흡하고 의견을 나누는 교류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현재 총 아홉 개의 팀이 일주일에 한 번씩 각자 1시간 분량의 방송을 녹음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각 활동가가 투입하는 역량은 실로 어마 어마하다. 1시간 분량의 대본은 단편 소설 한 편의 길이에 맞먹는데다 가 이를 녹음하기 위해 매주 일정 시간을 투자한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몇몇 팀은 매주 게스트 섭외를 하기도 하는데 이를 위해 서도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본디 나는 당협 활동의 비중을 줄이고 공동체 라디오를 만드는 쪽에 전념하려고 했으나 당협과 내 사정으로 인해 그렇게 할 수는 없었고, 현재는 일주일에 세 시간 정도 방송의 녹음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참 많은 일을 했고 즐겁고 보람찬 시간들이었다. 기관지 동작당협의 ‘전초지’가 된 동작FM(왼쪽), 지난 3 월 진행한 탈핵선전전(오른쪽)

에 글을 써 줄 것을 부탁받고선 고민을 많이 했다. 글 자체에 대한 고 민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나와 당의 현실적인 처지에 대한 고민이 컸

다. 모두들 알고 있는 이야기를 굳이 비관적인 마음으로 상기시켜 보자면, 2013년 6월, 곧 역사의 뒤 편으로 사라질 진보신당의 현실은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득표율 1.13%를 기록하고 등록 취소가 되 었으며, 18대 대선에선 실질적으로 두 명의 대통령 후보를 내는 초현실적 행태를 보임으로써 정치적 으로 자폭했다는 것이다. 관성적으로 해오던 일을 계속 이끌어갈 수는 있겠으나 우리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결사체이다. 정치적 전망이 불투명하다면 조직이 무너져갈 것임이 당연한데, 어느 누구도 나서서 조직의 나아갈 길을 솔 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지역에 집중해야하고 다가올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한다 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전망이 있어야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전략이 있어 야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대체 어떤 전망과 어떤 전략 아래 전투를 펼쳐나가야 할지 지 침이 내려오지 않는 최전선의 병사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과거에 쓰던 전술 교본을 펼쳐 놓은 채 고 작 게릴라전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게 당의 현재 모습이다. 상근 활동에 대해 말 하면서 급여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뺀 것은 이미 우리 당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난센스인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면서 정작 우리 스스로는 자 발적 열정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 비참한 현실은 차라리 받아들이기 편하다. 하지만 명분과 대의가 사라지고 오직 부채감만이 남게 되는 상황만큼은 용납하

우리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결사체다. 정치적 전망이 불투명하다면 조직이 무너지는 것은 자명하다.

기 힘들다. 부디 지도부가 재창당과 함께 당이 나아갈 방 향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자존감을 다시 세워주 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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