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꾸나 민언련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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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하위를 기록해 세계적으로 언론자유 후퇴 국가로 인식됐던 것과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 31위였던 것에 비하면 급상승, 급회복세다. 그에 대비되는 조사가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몇 년째 내놓고 있는 ‘디지털 뉴스리포트’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주요 38개국의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인의 자 국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최하위로 나타나 한국 언론이 2016년 이 조사에 처음 포함된 뒤부터 4년 연속 최하위다. 한국 언론에 대한 상반되는 이 두 개의 조사가 가리키는 바는 무엇인가. 많은 자유를 누리지만 그 자 유만큼의 책임을 못 따라가는 한국 언론의 한 단면이다.

‘바이러스 재난’과 ‘언론재난’ 이번 총선은 코로나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상황에서 치러졌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코로나 사태를 잘 이겨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대처가 확인시켜주는 것은 대규모 집단 감염증의 극복에는 의학적 대 응을 넘어서 전 사회적 역량의 총집결이 요구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언론이 보여준 모습은 ‘재난 언론’이 아닌 ‘언론 재난’에 가까운 것이었다. 언론은 문제 의 전달자가 아니라 문제의 생산자였다. 바이러스 보도가 아니라 ‘보도라는 바이러스’의 창궐이었다. 일부 유력 언론의 광포함과 무분별, 우리 사회에 대한 집요하고도 체계적인 자해적 행실은 자신의 동 맹세력을 망치고, 우리 사회를 또 다른 재난으로 몰아가려 했지만 ‘언론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고 자부할 언론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 언론이 보여준 것은 한국사회와의 대립이었다. 언론은 우리 사회의 밖, 혹은 아래에 있었으며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가려는 방향의 뒤에 있었다. 서서히 헤어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부터 우리 사회가 완전히 벗어난다면 그것은 언론 덕분에나 언론과 함께가 아니라 ‘언론에도 불구하고’라고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부터 우리 인류가 깨쳐야 할 중요한 교훈 중의 하나는 지구에 대해, 자연에 대해 인류 자신 의 권력을 남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류의 방종에 대한 경고다.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는 보수정치세 력에의 권력의 방종에 대한 경고를 넘어서 보수언론, 그리고 언론이라는 그 자체로써 공기(公器)의 권력을 갖는 한국의 언론에 던지는 경고다. 그것은 또한 언론 신뢰도 최하위가 던지는 역설, 언론의 언론다움, 자유만큼의 책임을 바라는 높은 기대이기도 하다. 올해는 한국의 두 주요 신문의 창간 100년을 맞는 해다. 두 유력 보수신문의 ‘몰(沒)보수’ ‘비(非)보 수’를 물리치는 것과 함께 한국의 모든 언론이 자신 안의 비(非)언론을 비워내고 꽉 찬 그릇으로서의 언론의 면모를 찾으라는 우리 사회의 요구에 답하지 못한다면 한국 언론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내 는 과정에서 세계인들로부터 받는 주목과 찬사로 인해 한층 높아진 한국인들의 자긍과 기대와 더불 어 나아가지 못하는 낙오의 처지가 될 것이다. 글 이명재

2020. 06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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