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뉴스위크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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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코리안 뉴스위크 Korean Newsweek No.1088 Fri., January 12, 2018

오 타 와 오 타 와

제1101호 2018년 4월 20일 (금요일) 코리안 뉴스위크 Korean Newsweek -21-

[김경웅 목사의 특별 기고] 4번째 4월 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이하며.... 慘慽 (참척) – 송재학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다는 이 글자는 자디잔 가시로 가득하다 그 가시들은 뼈의 慘狀에서 건져낸 것이다 가시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결국 잔해를 찾아 눕는다 가시들은 점점 몸 깊이 박힌다 가시들이 서로 찌르다가 제 눈을 찌르는 것도 보았다 가시들이 눈물샘에 떠 있을 때 비로소 慘慽이라는 뼈의 글꼴이 갖추어진다 가장 뻑뻑한 획이 그곳에서 프린트된다. 20여년의 종교인의 삶을 살아오면서 가슴에 회한처럼 남아 있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면 그 때처 럼 행동하고, 말하지 않을 거야……’ 혼자 중얼거리게 되는 일 들입니다. 그 중에 하나가 20대 초반에 차 사고로 목숨을 잃

게 필요했던 것은 ‘조금만 더 울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과 주 변의 침묵’이 아니었을까… 4번째 4월 16일. 언젠가부터 4월 16일을 손으로 세고 있는

내 눈 앞에서 벌어진 일보다 더 가까이에서 지켜 보아야 했 던 4년전 4월 16일의 기억이 아직도 아프고 슬픈 이유는 이 많은 “었다면…”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한번도 진 짜로 울지 않았기에, 아니 못 울고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은 교회 청년의 장례식입니다. 믿음과 부활이라는 단어로 가 득 찬 제 마음에 가족의 슬픔과 애도를 담을 공간이 없었습니 다. 주변의 사람들이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아직 세 아들이 네 곁에 있잖아”라고 위로하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저를 봅니다. 이렇게 길게 울음이 그치지 않고, 이렇게 아픔의 신음소리가 길어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목놓아 울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긴 슬픔의 시간을 지나고 있 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가족은 믿음을 기초로 하여 죽음과 상실의 아픔을 금방 회복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함

사고 당일에 한 명이라도 구조자가 있었다면…… 사고의 원 인과 과정이 명확하게 알려졌다면…… 정부와 관련자들의 진 심 어린 사과와 진실된 공감의 눈물이 있었다면…… 그들이 마음껏 목놓아 울도록 내버려 두었다면…… 먹는 것을 멈추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죄스럽게 울고 있는 이들에게 “그래요. 괜찮아요. 더 울어도 되요. 울음은 약함이 아니라 돌봄의 증거 인걸요. 그리고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 라는 눈물 맺힌 한마디 를 건네 봅니다. 그냥 그들이 마음껏 울고 소리치고 그러다 슬

께 슬퍼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가족이 서서히 그리고 결 국은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와 그들 자신의 믿

아픔을 배고픔보다 더 큰 것으로 표현할 때, 함께 굶지는 못 해도 옆에서 피자를 주문해 먹지 않았다면…… 손가락질하기

픔의 물이 다 메말라 하늘을 향해 허탈한 웃음을 짓는 그날까 지 그렇게 해도 된다고… 별이 되고 바람이 되었을 아이들을

음이나 주변의 위로가 결코 위로가 아니었음을 가족의 흩어짐 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옆에 몇 시간 이고 함께 있어 줄 걸……’ 후회가 됩니다. 그때 저는 너무 많 은 말, 너무 많은 일을 그들을 위해서 했습니다. 정작 그들에

보다는 차라리 그들을 보지 못한 것처럼 지나갔다…… 진영논 리나 정치적인 이야기들 대신에 그냥 이웃으로 그들의 손을 잡아 주었더라면……

기억하고, 슬픔을 온 몸에 지고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었다면…”의 실현을 기다립니다. -김경웅 목사 / 오타와 한인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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