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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는 조카딸에게'라는 공개편지식으로 쓰여진 그 글의 대목은 대개 이런 내용으로 기억된다. "...이제 사회에 나와보면 얼마 안 있어 너도 결혼을 하게 될 것이다. 네가 결혼을 하든 혼자 살든 간에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들고 속상하고 고생스러 운 일이 많은 것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다만 결혼을 하고 나면 처음으 로 낳은 네 어린것이 처음으로 '엄마!'하고 불렀을 때, 또는 국민학교에서 돌아온 네 아이가 자랑스럽게 100 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왔을 때, 그런 때 너는 문득 다른 데서 맛보지 못한 행복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역구출신 국회의원이나 직업 주례는 아니지만 지난 15 년 동안 6 백쌍이 넘는 결혼식 주례를 서본 경험이 있다. 그 여러번의 결혼식을 올릴 때마다 주례서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나는 늘 이렇게 해왔다. 이 젊은이들이 그 어떤 어려운 지경에 처하더라고 힘을 합치고 참으며, 헤 어지지 않고 일생을 살아갈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바로 그런 심경이다. 2. 두 사람만 사랑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여자 ==어느 비장한 결혼식의 사연==-부모, 친척, 친지의 축복 없이 단 두 사 람만이 치르게 되는 결혼은 행복을 보장받을 수 없다. 10 여 년 전에 나는 하객 세 사람만 놓고 결혼식 주례를 선 일이 있다. 그 결혼식은 양가 부모는 물론, 형제 친척까지도 모두 반대하는 결혼을 억 지로 강행한 자리였다. 신랑신부 외에 결혼식장에 참석한 세 사람은 신랑의 친구 한사람과 신부의 친구 둘로 사실 하객도 아니었다. 얼굴도 축하하러 나왔다기보다 오히려 우수의 빛을 띠고 있었다. 차라리 그 세 사람마저 없었더라면 식은 두 사람의 혼인서약만으로 간단히 끝낼 수 있었겠지만, 신랑친구가 사회를 보는 바람에 식은 다른 경우와 같이 진 행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슴아픈 사실은 '신랑신부 입장' 순서가 없는 것이었다. 신부 의 손을 잡고 나올 아버지나 오빠가 없는데 어찌하랴. 따라서 웨딩마치도 칠 필요가 없게 되었고 두 사람만이 평상복차림으로 그냥 내 앞에 섰을 뿐 이다. 나는 예식장 종업원에게 그냥 웨딩마치를 쳐달라고 부탁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신부는 웨딩마치를 들어야 결혼을 한다는 실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웨딩마치가 흐르는 동안, 신부는 줄곧 눈물을 흘렸고 신랑은 지긋 이 눈을 감고 있었다. 행복한 결혼식이라기보다 차라리 비장한 분위기였다. 이런 경우에 더욱 난 감한 것은 주례하는 사람의 입장이다. 무슨 말로 이들의 결혼을 축복해 주 어야 하는가. 하는 수 없이 나는 목사님 같은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두 분은 하나님이 계시다고 믿습니까?" 그들은 분명 기독교인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그들은 의지할 곳이 생각났을 것이다. 한참만에 그들은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예." "좋습니다. 지금 이 자리엔 우리 몇 사람밖에 없지만 저 높은 곳에서 하나 님만은 두 분의 결혼을 축복해 주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두분의 가정을 지 켜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두 분이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자리에 비 록 참석은 하지 않으셨지만 두 분의 부모님들은 집에서나마 두 사람이 잘 살아가기를 축원하고 계시리란 사실입니다." 그 다음은 할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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